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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휴식과 이완의 해
360쪽 | 규격外
ISBN-10 : 8954671039
ISBN-13 : 9788954671033
내 휴식과 이완의 해 [양장] 중고
저자 오테사 모시페그 | 역자 민은영 | 출판사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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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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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동면’이라는 환상의 소재를 현실화한 자비 없는 블랙코미디 첫 장편소설 〈아일린〉으로 펜/헤밍웨이 상을 수상하고,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라 단숨의 미국 문단의 주목받는 젊은 작가 오테사 모시페그의 『내 휴식과 이완의 해』. 유산을 물려받고, 좋은 학벌과 아름다운 외모등 부족할 것 없어 보이는 주인공이지만 세상을 향한 냉소이고도 염세적인 냉담함으로 일상과 관계에 지루함을 느낀다. 그녀는 직장을 그만두고 촘촘하게 일상의 루틴을 계획하여, 1년간 동면에 들어가는 계획에 착수합니다. 잠에서 깨어나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기를 기대하는 그녀의 희망은 어떻게 되었을까?

주인공의 ‘동면 계획’은 나름대로 철저하게 시작된다. 일주일에 한 번씩 세탁물 수거가 이뤄지도록 조치하고, 모든 공과금은 자동납부로 돌리고, 재산세도 일 년 치를 선납했다. 눈을 뜨면 음식을 먹고 비디오를 보면서 다시 잠들기를 반복하며 하루에 두세 시간만 깨어 있다. 일 년간 원하는 만큼 자고 나면 새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과거의 삶은 꿈이 되리라고, 이 휴식과 이완의 해에 축적될 희열과 평정의 힘을 받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라고 굳게 믿으면서.

이 과정에서 주인공은 약물의 도움을 받는다. 전화번호부에서 찾은 정신과 의사 ‘닥터 터틀’에게 “정신과 육체의 감옥을 탈출하고픈 소망” 때문에 괴롭고 불면에 시달린다고 말하자, 닥터 터틀은 그게 “별로 드문 일은 아니”라며 선뜻 다양한 신경안정제를 처방해주면서 보건당국와 보험회사를 상대하는 팁까지 알려준다. 과연 ‘돈 걱정, 사람 걱정 없이 일 년간 푹 자고 일어난다’는 이 부럽고도 환상적인 계획은 무사히 이뤄질 수 있을까.

저자소개

저자 : 오테사 모시페그
1981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태어났다. 바너드 칼리지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브라운대학교에서 문예창작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7년부터 〈바이스〉 〈파리 리뷰〉 〈그랜타〉 〈뉴요커〉 등에 단편소설을 게재했다. 2014년 중편소설 「맥글루McGlue」로 펜스 모던상과 빌리버 북 어워드를 수상했다. 2015년 발표한 첫 장편소설 『아일린』으로 놀라운 장편 데뷔작이라는 찬사와 함께 2016년 펜/헤밍웨이상을 받고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2017년 소설집 『별세계를 그리워하며Homesick for Another World』로 스토리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2018년 두번째 장편소설 『내 휴식과 이완의 해』가 연이은 호평을 받으며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타임〉 〈가디언〉과 아마존 ‘올해의 책’에 선정되면서 개성과 문학성을 겸비한 유망주로 자리매김했다. 십 년 주기로 발표되는 〈그랜타〉 미국 최고의 젊은 작가(2017)에 선정되는 등 오늘날 영미 문학계가 가장 주목하는 인물이다.

역자 : 민은영
고려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중이다. 옮긴 책으로 윌리엄 포크너 『곰』, 아모스 오즈 『친구 사이』, 파울로 코엘료 『불륜』, 이언 매큐언 『칠드런 액트』 『차일드 인 타임』, 존 치버 『존 치버의 편지』, 폴 하딩 『에논』, 세라 윈먼 『마블러스 웨이즈의 일 년』, 앨리스 먼로 『거지 소녀』, 오테사 모시페그 『아일린』 등이 있다.

목차

하나 | 둘 | 셋 | 넷 | 다섯 | 여섯 | 일곱 | 여덟 | 옮긴이의 말

책 속으로

뉴욕시에서는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지만 그중 어느 것도 내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것이 잠의 멋진 점이었다. (14p) 내가 자살을 하려 했다는 말은 아니다. 사실 그건 자살과 정반대였다. 나의 동면은 자기보존을 위한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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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에서는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지만 그중 어느 것도 내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것이 잠의 멋진 점이었다. (14p)

내가 자살을 하려 했다는 말은 아니다. 사실 그건 자살과 정반대였다. 나의 동면은 자기보존을 위한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내 생명을 구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18p)

“넌 줄리 델피의 팔에 군살이 있어서 행복하니?” 내가 물었다. “아니.” 그녀는 한참 생각하다 말했다. “그런 걸 행복이라고 하진 않을래. 흡족함에 더 가깝겠지.” (22p)

“엄마와 예전처럼 대화할 수 없어. 정말 슬퍼. 버림받은 느낌이야. 정말, 정말 외로워.” “우린 모두 외로워, 리바.” 나는 말했다. 그건 진실이었다. 그녀도, 나도 외로웠다. 이것이 내가 줄 수 있는 최대한의 위로였다. (25p)

동면에 들겠다는 내 결심이 어느 한 사건의 결과라고 특정할 순 없다. 처음에는 생각과 판단을 막아줄 진정제를 원했을 뿐인데, 왜냐하면 그 끊임없는 공세가 모든 사람과 사건을 싫어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내 뇌가 주변 세상을 비난하는 짓을 조금 덜 하면 삶이 더 참을 만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31p)

더커트는 전복적이고 불경하고 충격적인 미술을 추구했지만 실제로는 진부한 반문화적 쓰레기이자 ‘돈 들인 펑크’로서, 관람객에게 주는 감흥이라고는 길모퉁이에 있는 콤데가르송 매장에 가서 어울리지 않는 옷을 사게 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54p)

아, 잠이여. 잠 말고는 그 무엇도 내게 그런 쾌락을, 그런 자유를, 의식이 깨어 있는 고통에서 해방되어 느끼고 움직이고 생각하고 상상할 능력을 주지 못할 것이다. 나는 기면증 환자는 아니었다. 그러니까 원하지 않을 때 잠에 빠지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나는 수면증에 가까웠다. 수면 애호가. 나는 언제나 잠을 사랑했다. (65p)

방안에서 리바의 고통이 느껴졌다. 어머니를 잃은 젊은 여자만이 느끼는 슬픔이었다. 마음이 복잡하고 화가 나고 아련하지만 이상하게 희망에 찬 느낌. 그것을 나는 알아보았다. (169p)

이따금 버림받은 느낌에 두려워지고 마음속에서 “엄마가 필요해” 하는 목소리가 들리면 그걸 꺼내 읽으며 그녀가 실제로 어떤 사람이었는지, 내게 얼마나 무관심했는지 다시 떠올렸다. 유용했다. 거절당한 경험이야말로 망상을 없애는 유일한 해독제일 수 있음을 깨달았다. (190p)

인생이 영원히 이런 식으로 흘러갈 수도 있겠구나, 나는 생각했다.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그렇게 될 것이다. (236p)

나는 아버지처럼 암에 산 채로 잡아먹히며 조용히 수동적으로 죽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어머니는 자기 방식대로 해냈다. 그 때문에 어머니가 존경스러워지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적어도 어머니는 배짱이 있었다. 적어도 자기 손으로 문제를 처리했다. (250p)

“내가 왜 이런 상태가 되었는지 그 내막을 네가 다 알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니?” (295p)

고통만이 성장의 유일한 기준은 아니야, 나는 속으로 말했다. 잠이 효과가 있었다. 부드럽고 차분한 기분이 들었고 감정도 살아났다. 좋은 일이다. 이제 이건 내 삶이다. (35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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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마거릿 애트우드 ㆍ 조이스 캐럴 오츠 ㆍ 김하나 추천! ◆ 2018 올해의 책 ◆ 아마존 · 뉴욕 타임스 · 타임 · 워싱턴 포스트 · 가디언 · NPR ·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 허핑턴 포스트 · 커커스 리뷰 · GQ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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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거릿 애트우드 ㆍ 조이스 캐럴 오츠 ㆍ 김하나 추천!

◆ 2018 올해의 책 ◆
아마존 · 뉴욕 타임스 · 타임 · 워싱턴 포스트 · 가디언 · NPR ·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 허핑턴 포스트 · 커커스 리뷰 · GQ · 바이스 · 버슬
일 년간 잠을 자기로 결심했다.
직장을 그만두고, 신경안정제를 처방받고,
그렇게 시간의 흐름을 잊었다.

처음에는 사람이든 일이든,
뭐든 상관하고 싶지 않아서 약이 필요했다.
그후로는 그저 잠을 자고 싶었다.

“약물중독 같은 거 아니야.” 나는 방어적으로 말했다.
“잠시 쉬고 있는 거야. 지금은 내 휴식과 이완의 해거든.”

김하나(작가) 좋아할 만한 주인공은 누구나 좋아한다. 오테사 모시페그의 독보적인 재능은 도저히 좋아하기 힘든 인물을 등장시키고, 그 어둡고 뒤틀린 면을 다 알고 나서도 그의 상황이 나아지기를 진심으로 바라게 만드는 데 있다. 읽는 이의 세계를 더 넓히는 건 아마도 후자일 것이다. 반쯤 몽롱한 상태로, 자주 큭큭대며
읽었다. 깨어 있거나 잠든 채로 우리는 낙하하곤 한다. 벨벳 같은 암흑을 향해, 또는 가차없는 땅바닥을 향해. 이 이야기는 우리가 삶이라는 고통에 내동댕이쳐질 때 눈을 감느냐 뜨느냐의 문제다. 나는 이 책이 삶에 대한 애착을 말한다고 믿는다. 잠이 아니라.

마거릿 애트우드 비호감 여자 주인공 가문에 탄생한 신랄하고 웃기고 어두운 새 식구.

조이스 캐럴 오츠 소름 돋게 냉정한 문장으로 숙성시킨 세련된 블랙코미디와 예리한 풍자, 드라마 〈섹스 앤드 더 시티〉와 영화 〈레퀴엠〉의 삐딱한 만남이 극강의 강렬함을 선사한다.

뉴욕 타임스 지독히도 염세적인 냉담함으로 글을 쓰지만 모시페그의 작품을 읽는 것은 늘 진정으로 즐겁다. 『내 휴식과 이완의 해』 의 배경은 이십 년 전이지만 현재의 일처럼 다가온다. 동면이라는 발상이 매력적이다.

뉴요커 모시페그는 살아 있는 게 끔찍할 때 살아 있다는 문제를 다루는 가장 흥미로운 현대 미국 작가다. 존재의 소외라는 주제에 이상하고도 순수한 방식으로 접근한다.

가디언 모시페그의 지칠 줄 모르는 무자비함이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코믹의 외피를 입고 있으며 실제로도 코믹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웃기다고만은 할 수 없고, 그럼에도 웃음이 터진다.

런던 리뷰 오브 북스 모시페그의 글은 은연중에 두려움에 들게 하는 힘이 있다.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드러내는 솔직함, 부드럽게 가슴을 찌르는 문장들이 그렇다. 따라서 이 작품을 그 어떤 것과 비교하는 게 부적절하게 느껴진다.

보스턴 글로브 가슴 찡하고, 섬세하고, 성숙하다. 감히 말하건대, 이 재능 넘치는 작가가 지금까지 써온 작품 중 가장 진솔하다.

NPR 기이하게 매력적인 작품이다. 모시페그는 심술과 도발을 매력으로, 음침함을 뜻밖의 따뜻함으로 만들 줄 안다.

뉴욕 포스트 그저 약동하며 광적으로 재미있기만 한 작품이 아니다. 발칙하고도 속 깊은 걸작이다.
인간의 ‘동면’이라는 환상의 소재를 현실화한 자비 없는 블랙코미디
오테사 모시페그, 『아일린』에 이은 두번째 장편소설

독보적인 개성을 발산하며 영미 문학계의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는 오테사 모시페그의 두번째 장편소설 『내 휴식과 이완의 해』는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일 년간 동면에 들기로 계획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차갑고 신랄한 블랙코미디로 그려내 십여 개 이상의 언론사로부터 ‘올해의 책’에 호명되었고, 마거릿 애트우드와 조이스 캐럴 오츠의 호평을 받았다.
현실에서 만난다면 도저히 좋아하기 힘든 인물의 이야기를 집요하고 거침없이 써 보이며 절묘하게도 공감의 스펙트럼을 확장시키는 작가 모시페그. 소년원에서 비서로 일하며 자기혐오로 똘똘 뭉친 24세 여성의 젊은 날을 그린 첫 장편소설 『아일린』에 이어 『내 휴식과 이완의 해』에서는 사망한 부모의 유산을 상속받아 말 그대로 가만히 앉아 있어도 돈을 버는 26세 뉴요커 여성의 염세와 절망어린 나날이 펼쳐진다.

동면에 들겠다는 내 결심이 어느 한 사건의 결과라고 특정할 순 없다. 처음에는 생각과 판단을 막아줄 진정제를 원했을 뿐인데, 왜냐하면 그 끊임없는 공세가 모든 사람과 사건을 싫어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내 뇌가 주변 세상을 비난하는 짓을 조금 덜 하면 삶이 더 참을 만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31p)

“가끔 내면이 죽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나는 말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싫어요.” (33p)

주어진 부를 그대로 누리고 살아간다면 세상살이의 허들이 꽤나 낮아질 테지만 주인공 ‘나’의 정신은 극복하지 못한 과거의 상처, 끊임없이 떠오르는 온갖 기억, 모든 사람에 대한 혐오와 모든 일에 대한 허무로 매일같이 고통의 정점을 찍는다. “풍자적 냉소를 구사하는 모시페그가 부럽다”고 한 로런 그로프(『운명과 분노』 저자)의 말처럼, 작가는 주인공의 입을 통해 직설적이고 냉담한 유머를 쏟아내며 삶에 따르는 환멸과 허무에 대해 태연하게 정곡을 찌른다.

“고통만이 성장의 유일한 기준은 아니다. 잠이 효과가 있었다.”
환멸 나는 현실에서 시선을 거두고 잠으로 도피한다는 아늑한 환상

주인공의 ‘동면 계획’은 나름대로 철저하게 시작된다. 일주일에 한 번씩 세탁물 수거가 이뤄지도록 조치하고, 모든 공과금은 자동납부로 돌리고, 재산세도 일 년 치를 선납했다. 눈을 뜨면 음식을 먹고 비디오를 보면서 다시 잠들기를 반복하며 하루에 두세 시간만 깨어 있다. 일 년간 원하는 만큼 자고 나면 새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과거의 삶은 꿈이 되리라고, 이 휴식과 이완의 해에 축적될 희열과 평정의 힘을 받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라고 굳게 믿으면서.
이 과정에서 주인공은 약물의 도움을 받는다. 전화번호부에서 찾은 정신과 의사 ‘닥터 터틀’에게 “정신과 육체의 감옥을 탈출하고픈 소망” 때문에 괴롭고 불면에 시달린다고 말하자, 닥터 터틀은 그게 “별로 드문 일은 아니”라며 선뜻 다양한 신경안정제를 처방해주면서 보건당국와 보험회사를 상대하는 팁까지 알려준다. 과연 ‘돈 걱정, 사람 걱정 없이 일 년간 푹 자고 일어난다’는 이 부럽고도 환상적인 계획은 무사히 이뤄질 수 있을까.

뉴욕시에서는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지만 그중 어느 것도 내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것이 잠의 멋진 점이었다. (14p)

낮이나 밤이나 내내 잤고 중간에 두세 시간 정도만 깨어 있었다. 참 좋구나, 나는 생각했다. 마침내 정말로 중요한 일을 하고 있었다. 잠이 생산적인 일이라고 느껴졌고, 무언가 정리되고 있었다. 충분히 잠을 자고 나면 난 괜찮아질 것이다. 다시 새로워지고 다시 태어날 것이다. (71p)

주인공이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 한줌씩 입에 털어넣는 온갖 약물의 반은 실제이고 반은 작가가 지어낸 것이다. 미처 예상하지 못한 약물 부작용과 숙면을 방해하는 해프닝들로 동면 계획이 난항을 겪는 와중에, 주인공은 불지옥인 ‘인페르노’를 연상시키는 가상 약물 ‘인페르미테롤’을 만나 사흘에 한 번씩 깨어나며 마침내 순조로운 수면 생활을 이어간다.
그렇게 한 해를 보내고 말갛게 깨어난 주인공은 과연 구원받을 수 있을까. 주인공이 눈을 뜬 날은 2001년 6월 1일, 그리고 세 달 후 세계무역센터가 붕괴한다. 살고 싶어서 잠의 한 해를 보낸 뒤 눈을 뜨고 직시할 수밖에 없었던 죽음의 광경 앞에서 주인공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늑했던 도피의 여정 끝에 나타난 것이 무엇이든, 결국은 온전히 깬 채 눈을 뜨고 바라보아야 그다음 목적지에 이를 수 있다는 엄연한 진리를 깨닫지 않았을까. 그게 비록 죽음일지라도.

외면하거나 직시하거나 부유하거나 아니면 미치거나 죽어가거나
삶의 활력이 사그라져갈 때 저마다가 존재와 일상을 붙드는 광경들

주인공이 동면을 결심하기까지 그녀에게는 정서적으로 의지할 사람이 없었다. 냉소적이고 이기적인 엄마는 술과 약에 취해 살다가 죽었고, 존경받는 교수인 아빠는 그런 엄마 옆에서 존재감 없이 무채색으로 살다가 암으로 죽었다. 각자 자신의 문제에 사로잡혀 자식에게 사랑을 주지 못한 부모였다. 주인공의 유일한 친구 ‘리바’는 폭식하고 구토하는 일상을 반복하며 가짜 명품으로 치장하고 뉴욕의 주류사회에 끼고자 한다. 늘 술에 절어 지내면서 예쁘고 부유한 주인공에게 숭배와 질투가 뒤섞인 감정을 쏟아낸다. 신경안정제 처방을 남발하고 신비주의 사상에까지 경도된 정신과 의사 닥터 터틀, 겉모습은 훤칠한 금융인이지만 연애관계에서는 불쾌하고 일방적인 성행위만 요구하는 전 남자친구 ‘트레버’도 정상적 범주에 드는 인물은 아니다. 주인공 역시 염세와 허무에 빠져 세상과 타인에게 자신의 곁을 내주지 않는다.

“지옥행 기차를 기다리는 것 같네” 하고 속삭였다. “피곤해 죽겠어.” 지옥은 어머니가 구사하는 은유에 등장하는 유일한 목적지였다. (178p)

리바는 화를 내거나 열의를 불태우기도 하고 우울함이나 환희를 느끼기도 했다. 나는 그러지 않았다. 그러기를 거부했다. 아무것도 느끼지 않고 빈 서판이 되었다. 언젠가 트레버는 내가 불감증 같다고 했고 나는 그래도 괜찮았다. 괜찮아. 냉정한 년이 될 거야. 얼음 여왕이 될 거라고. (249p)

작가는 인물들의 뒤틀리고 병적인 면모에 확대경을 들이댄다. 그 비호감적인 모습에 처음에는 거리감이 들지만, 사실적이고 냉담한 혹은 유머러스한 묘사들을 따라가다보면 어느 순간 절로 웃음이 나거나 어떤 서늘함에 엄습당하기도 한다. 주인공의 시선에는 기괴하고 한심해 보일지라도 저 인물들은 술이든 허영이든 그 무엇에든 정신을 의지해 자기 일상을 이끌어나간다. 출근하고 운동하고 자기다움을 고집하고 다가온 죽음의 길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러한 삶의 광경들은 주인공이 둘러친 잠의 장막 틈새로 기어코 파고들어가 숙면을 방해한다. 이 잠의 여정 끝에서 우리 앞에도 하나의 질문이 놓인다. 나와 타인, 자아와 바깥세상의 경계에서 흔들리며 무너지려 할 때 나는 용기를 내서 눈을 뜰 것인가, 아니면 눈을 감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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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도 동면을 한다면 어떨까? 추운 겨우내 몇 달이고 푹 잠을 자고 일어나 다시 생활로 복귀할 수 있다면? 정신적으로나 ...

    사람도 동면을 한다면 어떨까?

    추운 겨우내 몇 달이고 푹 잠을 자고 일어나 다시 생활로 복귀할 수 있다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피로했던 육신이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새로운 시작을 하는 것이 가능해질까?

    소설 <내 휴식과 이완의 해>는 그런 상상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그려져 나간다.

    재산, 학벌, 외모, 젊은 나이.

    겉보기에는 남부러울 것 하나 없는 주인공.

    그러나 어린 시절 부모님의 방치로 인한 상처, 갓 성년이 된 후 잇따른 부모님의 사망, 정신적인 연결고리 하나 없는 주변의 인간관계로 그녀의 생은 안타까우리만치 퍼석하다.

    그녀의 주변 인물들은 하나같이 호감이라고는 눈곱만큼도 가지 않는 캐릭터로 묘사된다.

    일말의 책임의식 없이 돈벌이를 위해 신경안정제 처방전을 남발하는 정신과 의사 닥터 터틀.

    친구인 듯 늘 옆에 붙어있지만 속으로는 질투와 패배감에 빠져있는 리바.

    자기 마음 내킬 때만 나타나 그녀를 성적으로 이용하고 자기만족에 빠지는 트레버.

    짜증 나는 인물 묘사를 보고 있자면 '아니 이 여자는 도대체 왜 이러고 사는 거야? 왜 이런 사람들을 옆에 두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그저 딴 세상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묘하게 어디에나 있는 것 같은 캐릭터들, 진실로 소통하지 못하고 겉도는 인간관계들.

    과장된 듯 보이지만, 정말 과장된 걸까? 싶기도 한 뼈 때리는 인물묘사 되시겠다.

    혹은 뼛속부터 염세적인 주인공의 눈에 비친 주변인들이기에 그렇게 보일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세계에 둘러싸여 사는 사람이라면 동면이 아니라 죽음을 꿈꾸는 것도 이상하지 않으리만큼.

     

    <strong>머지않아 약을 세게 쓰면서 낮이나 밤이나 내내 잤고 중간에 두세 시간 정도만 깨어 있었다. 참 좋구나, 나는 생각했다. 마침내 정말로 중요한 일을 하고 있었다. 잠이 생산적인 일이라고 느껴졌고, 무언가 정리되고 있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알았다. 당시에 내 마음이 아는 건 그것뿐이었다, 아마도. 충분히 잠을 자고 나면 난 괜찮아질 것이다. 다시 새로워지고 다시 태어날 것이다.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될 것이고, 모든 세포가 거듭 재생되어 옛날의 세포들은 전부 머나먼 흐릿한 기억이 될 것이다. 과거의 삶은 꿈에 불과할 것이고, 나는 내 휴식과 이완의 해에 축적될 희열과 평정의 힘을 받아 후회 없이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strong>

     

    누구나 살면서 '다시 시작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한 번쯤 해보리라 생각한다.

    기계처럼 리셋 버튼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인간의 삶이란 그리 쉽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온갖 약물을 통해 깊은 잠을 자고, 잘만큼 잔 뒤에 생을 다시 시작해 보려는 그녀는 생을 포기한 쪽에 가까울까 뜨겁게 욕망하는 쪽에 가까울까?

    그렇게 이어지는 그녀의 삶은 정말 새로울 수 있는 걸까?

    과거의 기억과 흔적 따위는 말끔하게 정리할 수 있는 걸까?

    누구도, 심지어 그녀 자신조차도 답을 할 수 없는 문제겠지만 어쨌든 그녀가 그 삶을 끝까지 이어가 보기를 바라본다.

    이번엔 좀 더 솔직한 인간관계를 맺고, 좀 더 성실하게 자기 삶을 살아보기를.

    그리하여 더 이상 과거에 잠식 당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 내 휴식과 이완의 해 | na**hj | 2020.04.05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일 년 동안 동면에 들어가기로 한다. 과연 이런 일이 가...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일 년 동안 동면에 들어가기로 한다.


    과연 이런 일이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누구나 해보고 싶지 않을까.


    지금처럼 힘든 현실 속에서 동면 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면 솔깃해질 수밖에 없다.


    주인공은 동면에 들어가기 위해 약물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전화번호부에서 무작위로 찾은 정신과 의사를 찾아 불면증이라는 거짓 핑계를 대고


    끊임없이 약물 처방을 받기 시작했다. 


    스물여섯 살의 그녀는 동면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었다. 


    공과금은 자동납부로 설정하고 재산세도 미리 지불하고 


    기나긴 동면을 위해 단기 동면부터 서서히 시작했다.


    처음엔 하루에 두세 시간만 깨어 있었고 점차 사나흘에 한 번씩 깨어났다.


    하지만 갑자기 찾아오는 절친 리바 때문에 이 계획이 쉽지만은 않았다.


    사망한 부모의 유산을 상속받았기에 그저 가만히만 있어도 돈을 벌 수 있는 


    젊은 뉴요커 여성은 왜 그토록 삶을 리셋하고 싶었을까.


    자신의 존재를 찾고자 선택한 방법은 엉뚱하고 두렵게만 느껴진다.


    타임머신 같은 기계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약물을 먹고 오랜 시간 후에 깨어나는 일이


    과연 옳은 걸까? 깨어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없었을까?


    영영 깨어나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보다 현실이 더 견디기 힘들었던 것일까?


    끝없는 물음표가 머릿속에 떠다닌다. 


    한심스럽고 공감할 수 없던 그녀였지만 마지막을 향해갈수록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도 그녀는 죽음을 택한 것이 아니니깐...


    염세와 절망에서 빠져나오려 발버둥 치는 그녀만의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마침내 동면에서 깨어났을 때 그녀는 짹짹거리는 새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조금씩 세상을 향해 걸어나갔다. 


    인생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질 수는 없지만 자신에게 유리하게 바꿀 수는 있을 것이다.


    삶이 힘들지라도 휴식과 이완을 통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녀처럼 말이다.



    고통만이 성장의 유일한 기준은 아니야, 나는 속으로 말했다. 


    잠이 효과가 있었다. 부드럽고 차분한 기분이 들었고 감정도 살아났다. 


    좋은 일이다. 이제 이건 내 삶이다.


     

    p. 350

  • 내 휴식과 이완의 해라는 제목, 편안한 느낌의 일러스트와 색의 표지, 힐링과 휴식이 필요한 사람에게 추천한다는 책 소...

    내 휴식과 이완의 해라는 제목, 편안한 느낌의 일러스트와 색의 표지, 힐링과 휴식이 필요한 사람에게 추천한다는 책 소개를 보고 주인공이 지친 삶에서 잠깐 빠져나가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잔잔한 소설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림도없었다. 이 책은 제목의 안락함과는 다른 반전매력을 가진 소설이었다.

    금발 뉴요커 여성인 주인공은 삶에 치여서 일을 그만두고, 약을 처방받고, 잠을 자는 '휴식과 이완의 해'를 보내기로 한다. 주인공의 '쉼의 해'는 생각보다 훨씬 극단적이고, 자기파괴적인 방법으로 진행된다. 의사에게 거짓말을 해서 엄청난 양의 진정제와 수면제를 받고, 그걸 1년 내내 복용하며 삶이 위태로워질 때까지 끌고간다. 그러면서 약을 먹으며 1년동안 잠을 자고 나면, 새로운 '내'가 되어 있기를 바란다. 재미있는 거는 주인공이 탄 약의 종류가 엄청 다양하고 일부는 진짜 약, 일부는 상상속의 약이라는 거다.

    주인공은 영화배우만큼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고, 좋은 학벌에 경제적으로도 부족하지 않은 집안에서 자랐다. 겉으로만 보면 누구나 부러워할 스펙이다. 하지만 정작 주인공이 살아오면서 여태껏 주변에 정서적으로 지지를 해준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주인공의 내면은 쑥대밭이 되어 있었고, 이런 주인공의 속마음이 정말 솔직하게 적혀있다. 특히 잔인하고, 야하고, 절망적이고, 도덕적이지 않은 생각들도 엄청 솔직하게 적혀있다. 이 점이 이야기를 흡입력있고 재밌게 만들어준다. 이렇게 솔직한 소설 주인공은 오랜만에 보는 거 같다. 주인공을 보면서 나는 내 감정에 이만큼 솔직한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또 특이한 점 한 가지는 주인공의 이름이 소설에서 언급이 되지 않는다는 거다.

    여태까지 주인공 주변에는 충분한 사랑을 주지 않은 무책임한 부모님, 주인공을 속으로 질투하면서도 동시에 사랑하는 베프와, 쓰레기임이 분명함에도 주인공이 잊지 못하고 매달리는 나이많은 전남친 등이 있었다. 이사람들이랑 잠깐만 같이 있는 장면을 조금씩만 봐도 숨막힌다. 물론 주인공도 냉정하고 삐딱한 비호감 캐릭터로 묘사되기는 하지만, 이런 사람들이 주변에 있으면 누구라도 주인공처럼 성격이 삐뚤어질 것 같다. 주인공의 성격도, 왜 약물에 의존해 잠만 자며 한 해를 보내려 하는지도 소설을 읽으며 주인공을 알아가다보니 충분히 이해가 갔다.

    소설의 마지막으로 갈수록 주인공은 현실을 외면하는 수동적인 방법으로는 '새 삶'을 시작할 수 없음 을 깨닫게 된다. 당연해 보이는 말이지만, 막상 이를 알고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비슷하게, 나는 자주 할일을 미루다가 자고 일어나서 다음 날부터 뭔가를 제대로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나 말고도 많은 사람이 그런다. 내일부터 다이어트, 내일부터 공부 등등. 나는 이게 특히 나의 경우에는 소설의 주인공처럼 잠이라는 의식을 통해 그 다음 날에 새로움을 부여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내 게으름을 직시할 생각은 않고, 다음날이면 부지런한 새로운 내가 돼서 어떻게든 되겠지 생각하는 내모습을 보고 아주 뜨끔했다. 나 스스로를 반성하고 성찰할 수 있게 해줬다는 데서 이 책은 나에게 좋은 책이었다.

     

     

     

    주제가 깊은 블랙코미디 같은 소설을 읽고 싶을 때, 딥한 우울함을 느끼고 있을 때 읽으면 좋을 것 같은 소설이다. 낄낄거리면서 읽을 수 있다. 하지만 편안하고 마음에 여유를 주는 힐링류 소설은 아니다! 표지에 속으면 안 된다. 혹시 그걸 기대하고 읽었더라도 이 책은 매력적일 것이다.


     

     

  • 공포와 무력감, 불안과의 싸움 속 지쳐가는 요즘이다. 모두가 그런 시기라고 말한다. 라디오를 틀면 하루 종일 비스무리...

    공포와 무력감, 불안과의 싸움 속 지쳐가는 요즘이다. 모두가 그런 시기라고 말한다. 라디오를 틀면 하루 종일 비스무리한 사연이 쏟아진다. 모두 집에서 지쳐간다는 말, 어서 맘 놓고 활동하고 싶다는 말, 학교 가고 싶다는 말, 말, 말. 목구멍 끝에 말 복사기라도 붙인 듯 얘기하며, 한 마음 한뜻으로 자유로운 내일을 꿈꾼다. 이 시기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 휴식과 이완이다. 초조함도 불안도 없는 오로지 휴식과 이완.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제목은 어떤 마력이 있었다. 깊은 공감과 위로를 기대하며 책을 펼친 것이 사실이다.

     

    생각과 딴 판이었다고 한다면, 좀 못된 표현일까. 틀리거나 나쁘다는 의미가 아니다.

     

    주인공은 생각 이상으로 불안하고 독자 입장에서는 불쾌한 사람이었다. 불만과 짜증, 자만으로 무장된 사람. 업무에 충실하지 못하고, 관계를 신경 쓰지 않고, 속은 뒤집어지고 뒤틀려 모든 걸 꼬아보는 사람. 단연 비호감이라 말 할 수 있는 사람. 표지와 제목으로는 미처 유추하지 못했던 주인공에, 나는 적지 않게 놀랐다. 물론 이런 사람이기에 이런 극단적인 시도(무려 일 년을 잠으로 보내겠다는 시도)를 하겠지만. 하지만 놀란 것과 별개로, (쉽게 말해) 재수 없는 주인공 덕분에 이 책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이런 주인공의 일 년이 도대체 어떻게 흘러갈지, 그 호기심이 이 책을 계속 읽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좋아 보인다, 그 것도 잠시, 무섭다. 그래도..’ 읽는 동안의 내 마음 속을 정리하자면 이렇게 묶을 수 있지 않을까. 세상에 지치고, 심적으로 소외된 주인공이 처음 동면에 들 땐 부럽다는 생각도 들었다(그만큼 내가 지쳐있었는지도 모른다.). 그 것도 잠시, 그의 시도가 얼마나 위험한지, 그 위험을 감수할 만큼 주인공은 지금 얼마나 간절한지, 그런 것들을 따지며 읽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어떤 부러움이나 걱정, 짜증을 거두고 그저 이 주인공의 마지막이 괜찮기만을 진심으로 바라게 되었다. 만족스러운 6월이 되기를, 무사히 동면이 끝나기를. 살아내기를. 그리고 놀랍게도 책을 덮고 나서는 그 응원이 내게 돌아오는 느낌을 받았다. 삶을 끈질기게 이어보자는 어떤 용기와 노력이었다.

     

    이제 이건 내 삶이다. -p.350

     

    어딘가 묶여있듯 살아온 주인공이 자신만의 삶을 찾으려 뛰어든다. 하필 그 방법이 잠일 뿐이다. 그 방법이 옳은지 가능한지보다는 시도할 용기가 있는지가 중요하게 남은 소설이었다. 도망치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행동이다, 그렇게 독서 노트에 적었다. 도피하고 숨는 걸 마냥 좋다고 표현하긴 어려울 거다. 하지만 도망도 하나의 길이다. 그 것도 쉽지 않은 길. 태평한 소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정말 그렇다. 주인공은 여러 의미로 대단하다.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간절한 시도, 자신만의 삶을 되찾고 싶었던 절실한 마음에 박수를. 그리고 완전히 깨어나 미지의 삶을 살아낼 미래를 향해 응원을. 보낸다.

     

  • 내 휴식과 이완의 해 | rm**l7827 | 2020.04.04 | 5점 만점에 2점 | 추천:0
    고통만이 성장의 유일한 기준은 아니야. 나는 속으로 말했다. 잠이 효과가 있었다. 부드럽고 차분한 기분이 들...

    고통만이 성장의 유일한 기준은 아니야. 나는 속으로 말했다. 잠이 효과가 있었다. 부드럽고 차분한 기분이 들었고 감정도 살아났다. 좋은 일이다. 이제 이건 내 삶이다. (p. 350)


    처음 제목과 추천사만 보면 우울한 주인공이 잔잔하게 풀어낼 이야기 같았다. 1년만 직장도 그만두고 오로지 잠만 자겠다 선언한 그녀가 어떤 점이 힘들어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지 궁금함과 연민, 걱정의 감정으로 첫 페이지를 열었다. 하지만 실제 스토리는 첫인상과 결이 조금은 달랐다.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은 젊은 여성, 외모도 능력도 모두 뛰어나서 별다른 걱정 없이 보냈을 것 같은 주인공이 약물에 의존해서 잠을 갈구했다. 당황스러움도 잠시 그녀의 속사정과 내면을 알게 되며 왜 그녀가 삶을 다시 시작하는 의식으로 '잠'을 선택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건 다시 살겠다는 '의지'였다.


    삶에 대한 애착이 점점 사라졌다. 계속 이대로 가면 나는 완전히 사라졌다가 새로운 형태로 다시 나타나겠구나, 생각했다. 그것이 내 소망이었다. 내 꿈이었다. (p. 110)


    남부럽지 않은 가정에서 자랐지만 주인공은 부모의 사랑을 전혀 받지 못한 아이였다. 전 남자친구에게 굴욕적이라 여겨질만한 성행위를 요구받으면서도 그녀는 애정을 향한 강한 집착과 열망을 보인다. 힘들 때마다 옆에서 따스한 안아주는 사람, 다정하게 말을 건네주는 사람, 외적인 면이 아닌 내적인 면을 챙겨주는 사람이 그녀 곁에는 없었다고 봐야 했을 정도로 '사랑'이란 감정은 그녀를 염세적인 인간으로, 피폐한 삶으로 이끌었다. 


    리바는 화를 내거나 열의를 불태우기도 하고 우울함이나 환희를 느끼기도 했다. 나는 그러지 않았다. 그러기를 거부했다. 아무것도 느끼지 않고 빈 서판이 되었다. 언젠가 트레버는 내가 불감증 같다고 했고 나는 그래도 괜찮았다. 괜찮아. 냉정한 년이 될 거야. 얼음 여왕이 될 거라고. (p. 249)


    그럼에도 그녀는 삶을 끝내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와 비슷한 지경이 갈 정도로 잠에 들게 하는 약물에 의존하지만 잠이 주는 안정감은 그녀의 생활 루틴을 바로 잡아줄 것이라 믿는다. 꿈도 꾸지 않는 깊은 잠에 들면 세상을 향한 분노도, 자신을 힐난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듣지 않아도 ː다. 잠은 도피처이자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하루 종일 잠에 들면 며칠을 평화롭게 보낼 수 있었다.


    비록 그녀의 수면 프로젝트는 여러 방해꾼들로 틀어지기도 하고, 그 속에서 더 큰 공허함과 박탈감을 느끼기도 한다. 휴식과 이완의 해인데 어째 점점 스트레스의 해로 변해가는 느낌이 들 정도로 상황이 악화될 때는 읽고 있는 나조차도 "그만!"이라 외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 모든 상황을 직시했다. 회피하지 않았고 부딪혔다. 감정 쓰레기 더미 속에서 오물이 온몸에 묻어도 자신의 선택을 믿었고 그것이 조금씩 효과를 거둘 때면 응원하게 되었다. 


    마침내 그녀는 규칙적으로 잠에 들어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밥을 먹고 씻고 다시 잠에 든다. 자신에게 알맞은 약의 용량을 찾았고 그녀는 반복해서 일어난다. 일어나기 위해 잠에 드는 상태가 된다. 끔찍했던 상황이 한순간에 안정되진 않겠지만 참혹함에서 한 걸음 떼었다. 나는 과연 어떨까 자문해본다. 나는 수면장애에 시달린다. 기분 좋은 수면은 가장 지켜져야 할 기본 욕구일텐데 언제부터인가 우린 욕구를 무시하고 허영을 쫓아 달리다 허무함을 마주하는 것이 아닐까.


    내가 자살을 하려 했다는 말은 아니다. 사실 그건 자살과 정반대였다. 나의 동면은 자기보존을 위한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내 생명을 구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p.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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