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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시명의 주당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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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3쪽 | A4
ISBN-10 : 8959132578
ISBN-13 : 9788959132577
허시명의 주당천리 중고
저자 허시명 | 출판사 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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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9월 14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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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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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좋은 술을 지키기 위해 천리를 여행한 내용을 담은『허시명의 주당천리』. 이 책은 전국의 전통주를 찾아 먼 길을 마다 않고 돌아다닌 저자의 술 유람기를 담은 것으로 전국 방방곡곡의 사람내음이 가득한 술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한반도 최초의 포도주의 역사와 8진사 8천석 가문의 술, 보리술 항아리에 대통 꽂아놓고 마시는 주당들의 이야기, 일본의 술 축제 행렬까지 술을 통해 세상의 주인이 된 듯한 행복함과 전통술을 지켜내야하는 당위성을 보여준다.

저자소개

지은이
허시명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샘이 깊은 물>잡지사 근무
2001년 풍경이 있는 우리 술 기행 출간
2004년 비주, 숨겨진 우리 술을 찾아서 출간
2005년 맛이 통하면 마음도 통한다 출간
2005년 일본주류총합연구소 일본청주제조자과정 수료
2006년 문화관광부 한브랜드-전통가양주실태조사사업 책임연구원
2006년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전통주 콘텐츠 제작 참여
2007년 국세청 주최 제1회 대한민국 주류품평회 심사위원
현재 명지대학교 산업대학원 '전통주류 연구 및 실습'강의, 중앙대학교 대학원 민속학 전공, 한국여행작가협회 이사 활동

목차

서문_ 주당, 천 리 길을 나서다

거나하게 취하니 내가 세상의 주인
1_ 견훤에겐 독주, 왕건에겐 미주가 된 술 : 안중의 고삼주
2_ 당나라까지 소문난 신라주와 그 후예 : 김유신과 경주법주의 화랑
3_ “내가 죽거든 술을 쓰지 말라” : 이익과 청명주와 세계술문화박물관
4_ 8진사 8천 석 가문의 술 : 황희 집안과 호산춘

술이라면 입술도 거치지 않고
5_ 흑산도 유람길에 맡은 술 향기 : 다산, 천용자, 손암
6_ 한라산보다 높은 제주 술의 명성 : 강술, 오메기술, 고소리술, 감귤주, 오합주
7_ 울릉도 신선이 담근 술 : 신선주, 씨앗술, 호박술
8_ 한반도 최초의 포도주는? : 원나라 포도주, 하멜의 포도주, 조선 포도주, 머루주

혼자 노래 부르고 혼자 마시기
9_ 보리술 항아리에 대통 꽂아놓고 :운해, 강하주, 진도홍주, 이강주
10_ 막걸리에 묘리가 있다네 : 전주 막걸리 골목, 영양막걸리, 장수막걸리, 부자
11_ 물 좋은 마산, 술의 도시 마산 : 가을국화, 무학소주, 맑은내일
12_ 술병과 술의 향연 : 증류식 소주 화요

한 번 마시니 신령과 통하고
13_ 일본 술 축제 행렬 속으로 : 수수고리와 사케마쓰리
14_ 일본 청주의 비법을 듣다 : 후시미 월계관 양조장
15_ 산신이시여, 흠향하소서 : 강릉 단오 신주
16_ 우리 안의 보석, 누룩 : 금천주조장과 송학곡자

술도가 연락처

책 속으로

그때 호산춘을 빚는 황규욱 씨가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호산춘 한 병이 들려 있었다. 나는 분청인화문잔에 호산춘을 따르고 싶어졌다. 충동이 일면 되도록 결행하는 쪽을 택하는 게 여행을 업으로 삼으면서 생긴 버릇이다. 갈까? 말까? 고민되는 순간이면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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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호산춘을 빚는 황규욱 씨가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호산춘 한 병이 들려 있었다. 나는 분청인화문잔에 호산춘을 따르고 싶어졌다. 충동이 일면 되도록 결행하는 쪽을 택하는 게 여행을 업으로 삼으면서 생긴 버릇이다. 갈까? 말까? 고민되는 순간이면 가는 쪽을 택한다. 인생은 나아가는 만큼 사는 것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나는 호산춘 술병 마개를 열고 “술 한 잔 따라 마셔도 될까요?” 말하고서, 이 관장이 거절할 틈도 주지 않고 분청인화문잔에 술을 채웠다. 나는 “이 술잔도 술맛을 보지 못한 지 500년은 되었을 겁니다.”라고 말하고선 냉큼 술잔을 입에 가져갔다. 술맛을 보고 나자 황규욱 씨가 물었다. “술맛이 어떻습니까?” 술을 빚는 이들은 자신의 술맛이 어떤지 늘 궁금해한다. 낯선 사람을 만나면 그 궁금증이 더 커진다. “500년 된 술잔에 술을 마시니, 500년 된 술을 마신 것 같습니다.”
-<4. 8진사 8천 석 가문의 술> 78쪽

“내 술 좀 팔아주이소, 하고 발로 뛰고 사정하고 홍보하고 배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무슨 그런 배짱 장사를 하느냐고 말합니다. 그럼 나는 내 방식대로 간다 하면 웃고 맙니다. 돈은 안 돼도 속은 편합니다. 남의 자본 끌어들이지 않고 분수를 지켜가면서 적절히 술을 빚는 게 내 방식입니다. 팔기 전에, 내가 마시고 내 이웃이 마시는 술입니다. 한 병 더 팔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맛있는 술을 내기 위해서 술이 떨어질 때도 있습니다. 길이 있다고 다 가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 알고 있으면서도 갈 수 없는 길도 있어야 합니다.” 그의 삶에, 그의 집안에 신념이 있듯이, 그는 술도 신념을 가지고 빚는다. 자존심 센 술, 호산춘. 호산춘이 있어 문경까지도 자존심 센 동네로 보인다.
-<4. 8진사 8천 석 가문의 술> 91쪽

와인을 좋아하고 와인 문화를 잘 이해한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에게 무주를 여행하라고 권하고 싶다. 와인 사대주의에 흠뻑 취한 이들이 흔히들 “우리 와인 뭐 있어? 마실 만한 게 있어?”라고 말하는데, 조선의 포도주, 머루와인을 맛보고 나서 다시 만나자고 말하고 싶다.
-<8. 한반도 최초의 포도주는?> 167쪽

“맥주를 마신다. 마시는 방법은 용수(대오리로 짠 체)를 박거나 눌러 짜지 않는다. 대나무통을 항아리 속에 꽂는다. 둘러앉은 손님들이 차례차례 빨아 마신다. 옆에는 물잔을 놓아두었다가 술을 마신 만큼 항아리 속에 물을 붓는다. 술이 바닥나지 않는다면 그 맛이 달라지지 않는다.” 고려시대 정치가이자 문장가인 이제현(1286~1367)이 맥주麥酒를 마시면서 쓴 글이다. 여기에서 언급되는 맥주는 보리밥을 지어 누룩과 섞어서 발효시킨 술로 여겨진다. 항아리에 대나무통을 꽂고 여럿이서 술을 빨아 마시다니, 풍경도 낯설다. 마신 술의 분량만큼 술독에 물을 부으니 술맛은 점점 옅어졌을 텐데 시인은 맛이 결코 줄지 않는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아마도 술과 분위기에 취해 술맛이 옅어지는지도 몰랐던가 보다. 대나무는 피리만 한 것을 사용했던 듯한데 위생적이지는 않아 보인다.
-<9. 보리술 항아리에 대통 꽂아놓고> 172쪽

한 시간도 넘게 솥뚜껑도 닫지 않고, 소줏고리도 얹지 않고 전술을 끓이니 부엌 안이 알코올 기운으로 가득 찼다. 부뚜막에 앉아 아짐의 말벗을 하자니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기체로 퍼진 알코올이 코와 입으로 들어와 현기증을 일으켰던 것이다. (……) 깨진 소줏고리 주둥이에 이어둔 대나무 홈통을 타고 소주가 한두 방울씩 내려왔다. 투명하고 맑은 액체다. 처음 증류하면 알코올 70% 안팎의 술이 나오는데, 아짐의 홍주는 50도 정도로 느껴졌다. 중국 고량주 56도짜리보다는 덜 독했다. 한 시간 반 넘게 알코올을 날려보냈으니, 순도 높은 알코올은 다 증발한 뒤라서 그랬다. 그러니 내가 애가 탈 수밖에.
-<9. 보리술 항아리에 대통 꽂아놓고> 188~190쪽

어느 회사의 소주를 두고 “그래 이 맛이야, 소주는 이래야지.”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상표를 떼고 나서 다른 소주들과 섞어놓으면 그 맛을 가늠해내기가 지극히 어렵다. 소주를 만드는 연구자들조차 그 맛을 구분해내기 어렵다고 하니 더 무슨 말을 하겠는가. 그래서 소주는 95%가 동일하고 5% 정도만 차이가 난다고 소주 제조자들은 서슴없이 말한다. 감미료의 차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희석식 소주 맛의 차이는 그 정도밖에 안 된다. 이렇다 보니 소비자들은 개성 있는 맛이 아니라 애향심이나 익숙해진 습관에 따라 술을 선택한다.
-<11. 물 좋은 마산, 술의 도시 마산> 230쪽

술병을 보고 취한 적이 있는가? 내게는 그런 경험이 있다. 2005 서울국제주류박람회장에서였다. 재미있는 술잔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잔을 받치는 높은 굽 안에 방울이 들어 있어서, 잔을 흔들면 탈랑탈랑 소리가 났다. 가야 고분에 잠들어 있던 토기에서 영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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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 술에 취하고, 사람에 취하고, 풍경에 취하는 행복한 술 기행 소주를 만드는 한 대형 양조장에서는 하루 평균 100만 병의 술이 공장문을 나선다고 한다. 놀라운 숫자다. 그 술병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술을 매개로 기쁨과 슬픔을 나누며 세상과 소...

[출판사서평 더 보기]

? 술에 취하고, 사람에 취하고, 풍경에 취하는 행복한 술 기행

소주를 만드는 한 대형 양조장에서는 하루 평균 100만 병의 술이 공장문을 나선다고 한다. 놀라운 숫자다. 그 술병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술을 매개로 기쁨과 슬픔을 나누며 세상과 소통한다.
이 술이 존재해온 많은 이유 중에서 술을 가장 고귀한 자리에 올려놓은 것은 제물祭物로서의 술일 것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술은 신과 인간을 연결해주는 가교로서의 역할을 했다. 신과 연결되기를 염원하는 인간의 숙명적 나약함과 존재적 한계로 인해 술은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될 존재 이유를 갖게 된 것은 아닐까. 인간의 삶과 가장 지근거리에서 함께 울고 웃으며 가장 인간다운 순간을 함께 해온 술, 이 술이 여행과 만나면 어떤 빛깔일까?
여행작가임과 동시에 술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들을 펼치고 있고, 최근에는 2007년 국세청 주최 제1회 대한민국 주류품평회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하는 등, 국내에서 ‘우리 술 전문 여행작가’로 독보적인 입지를 굳히고 있는 허시명이 세 번째 술 얘기를 들고 나왔다. 이 책은 그가 발품 팔아 건져낸, 술 냄새,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인문 기행서이다.
저자는 세월 속에 묻혀지고 잊혀진 보석 같은 우리 술들을 찾아 전국 구석구석을 누볐다. 세상을 향한 그의 따뜻한 시선과 뜨거운 열정으로 우리 술들의 담박한 맛과 고졸한 멋을 이 책 속에 오롯이 담아냈다. 그의 안내를 따라가는 길에는 전통을 지키며 묵묵히 술을 빚는 장인들도 있고, 저마다 다양하고 독특한 술 제조 비법도 있고, 술을 벗 삼아 산 옛사람들의 풍류와 정취도 녹아 있다. 허시명과 함께 우리 술을 찾아가는 여정은 이렇듯 술의 맛과 흥취, 풍류와 전통의 멋까지 더해져 눈과 코와 입이 향기로운 여행이 될 것이다.


? 누룩 냄새 가득한 우리 술, 그리고 향기로운 사람 이야기

좋은 술은 세월이 빚는다. 우리의 전통술은 주로 쌀과 누룩으로 자연 발효시켜 추출한다. 하지만 우리 술이라고 꼭 멥쌀과 누룩으로 빚는 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보리술도 있고 고구마술도 있고 좁쌀술도 있다. 요즈음은 와인 바람을 타고 머루주와 포도주가 세를 불리고 있다. 머루와인은 우리나라 전통 포도주의 맥을 잇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복분자주, 사과주, 오디주, 다래주도 터를 잡았다. 우리 술은 자연을 닮았다. 그리고 술을 빚는 장인들은 자신이 빚는 술과 닮아간다. 고집스럽게 우리의 것을 지켜가고 있는 그들의 삶의 모습은 짱짱한 술맛과 다르지 않다.
주당들을 감동시킬 만한 이야기들도 있다. 계란과 참기름이 들어가는 제주도의 기발한 보양주인 오합주, 발해 뗏목 탐사선을 타고 가다 일본 앞바다에서 침몰하여 유명을 달리한 이덕영의 신선주, 황희의 후손 집안에서 빚어지고 있는 호산춘, 일본에 술을 전해준 백제인 수수고리를 기려서 후쿠오카 사람들이 빚은 술 수수고리 등은 그냥 듣고 지나치기에는 긴 여운이 남는 얘기들이다.
저자는 잊혀지고 사라져가는 우리 것에 대한 안쓰러움과 동시에 그 속에서 새로운 희망의 불씨를 발견하기도 한다. 통상적으로 전통 약주의 제조 기간은 30일 정도인 데 비해, 무려 150일이나 걸리는 제조 기간에 음악까지 들려주며 만든 최장기 발효주 ‘화랑’, 우리 농산물로 경쟁력 있는 술을 만들겠다는 뚝심으로 30대의 젊은 나이에 술도가를 차린 박중협의 ‘맑은내일’, 우리의 소주도 세계의 명주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세상에 도전장을 내민 조태권의 증류식 소주 ‘화요’ 등, 전통을 고집하고 또 이를 막강한 경쟁력으로 발전시키려 노력하는 이들의 고집스런 열정 속에서 우리의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을 발견한다.


? 술과 함께한 시간여행, 그 길에서 발견한 ‘놀라운’ 주당들

술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역사 속 술에 얽힌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드러난다. 그 속에서 놀라운 주당들을 만나는 건 보너스!
술 취한 아들에게 깍듯이 손님 대접을 하여 아들의 술버릇을 고친 황희, 다산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아들에게 술을 마시지 말도록 간곡히 써내려간 편지에는 그 자신의 음주관이 뚜렷이 드러나 있다. 경주박물관 안압지에서 발견된 14면체 주사위인 목제주령구木製酒令具 얘기도 흥미롭다. 주령구는 술자리에서 가지고 노는 노리개다. 주사위를 굴린 사람은 주사위 면에 나오는 벌칙에 따라 행동해야 하는데, 여기 적힌 글귀들은 지금 보아도 매우 흥미롭다. 친구들에게 벌칙을 세우며 낄낄거리는 옛사람의 모습을 상상하면 슬며시 웃음도 난다.
술을 찾아 누빈 천릿길, 저자는 그 길에서 누구도 감히 넘보기 힘든 주당들도 발견했다. 벗들과 함께 보리술 항아리에 둘러앉아 대나무통을 꽂아놓고 술을 마신 고려의 문인 이제현, 혼돈주를 빚어 스승으로 삼은 조선의 기인奇人 정희량, 다산이 그려낸 천하의 술꾼 천용자, 술 없이는 시도 지어지지 않았다는 고려의 주선酒仙 이규보가 그들이다.
숨어 있는 1인치의 역사, 우리에게도 이 있다!

? 우리에게도 와인의 역사가 있다! -하멜의 포도주
우리나라 최초의 포도주는 『고려사』 충렬왕 편에 처음으로 등장한다. 고려 충렬왕 28년(1302) 2월에 원나라 “황제가 왕에게 포도주를 선물로 보내주었다.”고 했다. 최초의 포도주는 수입 포도주였던 셈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최초로 들어온 유럽 포도주는 1653년 하멜과 함께 표류한 프랑스 보르도 지방의 클래릿 포도주이지만, 조선에는 그 이전부터 조선의 빛을 담은 포도주가 있었다. 와인 바람이 구대륙과 신대륙에서뿐 아니라 우리 역사로부터도 시작되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유럽 정통 포도주는 한반도에 언제 처음 상륙했을까? 효종 4년(1653) 네덜란드의 하멜 일행이 폭풍을 만나 난파하여 제주도에 상륙했다. 역사에 기록된 한반도 최초의 유럽 포도주는 1653년 난파한 하멜과 함께 들어온 한 통의 포도주다. 그 포도주는 프랑스 보르도 지방에서 빚어진, 엷은 빛이 도는 레드와인 계통의 클래릿 포도주인데, 하멜 일행은 살아남기 위해 그 포도주를 제주도의 관리들에게 상납했다. 난생 처음 보는 포도주를 제주 관리들은 어떻게 했을까? 제주 관리들은 “그 술을 썩 좋아하여 취흥이 도도할 때까지 마시기를 멈추지 않았다.”고 했다. 이렇게 한반도의 제주 땅에 상륙한 프랑스 보르도 와인이 상륙 5일 만에 제주 관리의 몸속으로 사라져버렸다. 『효종실록』에 클래릿 와인에 대한 이야기가 기록되지 못한 것은 이 때문이다.

? 우리에게도 주신이 있다! -안중의 고삼주
이제 우리도 ‘술’ 하면 떠올릴 수 있는 주신 하나쯤은 찾아서 기려야 하지 않을까? 저자는 우리 역사 속에서도 주신이 되기에 충분한 공을 세운 인물을 찾아냈다. 바로 후삼국시대의 안중이라는 여인이다.
안중은 술집을 운영하던 주모였다. 그녀는 930년 왕건이 견훤을 물리친 안동 전투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다. 술 잘 빚기로 소문난 그녀가 만든 고삼주라는 술은 맛이 진해 사람들이 금세 아찔하게 취했다. 그녀는 이 술로 후백제의 병사들을 곯아떨어지게 했다. 그 덕분에 왕건은 견훤의 군사 8천 명을 무찌르고 대승을 거두었다. 안동 전투의 승리가 없었다면 왕건과 고려의 운명이 어찌 되었을까? 왕건이 고려를 개국하는 데 지대한 수훈을 했지만, 정작 고려 개국공신 명단에는 안중이라는 이름이 없었다. 안중이 여자였고, 한낱 주모였기 때문이리라. 안중은 지금도 안동에서 하늘을 나는 천마의 형상으로 기려지고 있다. 이쯤 되면 안중을 주신의 반열에 올려도 충분하지 않을까?
역사학자도 아니면서 술에 얽힌 역사를 하나하나 풀어놓는 저자의 입담과 해박한 지식이 놀랍다. 그중에서도 ‘안중安中’에 대한 이야기는 유독 눈에 띈다. 허시명은 이번 책에서 왕건과 견훤의 안동 전투에서 전공을 세운 주모酒母 안중을 주신酒神의 반열에 오를 만한 인물로 부각시키고 있다. 테마캠프 여행사 류동규 대표는 “유몽인은 『어우야담』에서 처음으로 논개를 공론화했고, 허시명은 이 책에서 안중을 처음으로 공론화했다.”고 말했다.


? 사라져가는 우리 전통, 우리의 정신을 지키기 위하여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하나둘씩 문을 닫는 양조장이 늘고 있다. 이제는 잡초만 우거진 쓸쓸한 양조장 앞에 서서 저자는 우리의 전통이, 우리의 문화가, 우리의 정신이 함께 퇴락해가는 것은 아닌가 하고 반성한다. 이와 함께 옛것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 일본의 전통에 대한 진지함이 무섭기도 하고 부럽기도 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한다.
이제는 우리 것을 소중히 해야 하고, 전통이 훌륭한 상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관심이 미치지 않는 구석진 곳에서는 아직도 보존해야 하는 귀한 전통들이 가뭇없이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옛 모습 그대로 보존하는 식의 무조건적인 전통 고수만이 유일한 방법은 아닐 것이다. 옛것을 찾되 합리를 배우고 시대에 맞게 변주하여 새 길을 모색하는 것도 이 시대에 필요한 덕목인 것이다. 그 길만이 우리 것을 보존하고 시대와 더불어 발전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되지 않을까.

술은 한 시대를 반영하고, 그 시대의 문화를 비춰주는 거울이다. 우리가 술을 단순히 마시며 즐기는 음식으로만 받아들이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의 문화와 정신이 담겨 있는 소중한 우리 술, 따라서 술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나와 이 시대를 들여다보고 성찰하는 것이다. 진지한 반성과 애정 어린 관심만이 우리의 전통을 살리고, 그 속에 깃든 우리 정신의 원형질을 보존할 수 있다.
때론 우리 술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여행길에 한번 나서보자. 맛으로 기억되는 여행은 절대 잊히지 않는 법! 여행하는 길에 그 지역 특산품으로 나오는 지역 술들로 향을 음미하고 입술을 한번 적셔보자. 그러면 여행이 훨씬 풍성하고 즐거워질 것이다. 재미있고 유익하고 맛있는 여행이 되는 데 이 책이 좋은 동반자가 되길 바란다.


? 천 리를 돌고 얻은 주당천리 10계명

1. 주당 철학을 가져라. 주는 대로 마시지 말고 골라 마시자.
2. 주신을 섬겨라. 후삼국시대의 주모, 안중을 추천한다!
3. 약주로 효도하라.
4. 우리에게도 와인의 역사가 있다. 한국 와인의 족보를 찾아라.
5. 감미료 술을 마시지 말라.
6. 숙취를 무릅쓰고 기발한 술을 찾아라. 제주 오합주를 아는가?
7. 소주도 한류다. 한국 소주를 세계 명주로!
8. 100일 동안 숙성시킨 백일주를 마셔라. 수능 백일주 말고.
9. 자기만의 주안상을 차려라.
10. 술이 떡이 되지 말고, 술이 덕이 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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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 CP 님 2007.10.01

    이제 우리 사회도 성숙해져, 우리 것을 제대로 바라보는 눈들이 생겼고, 전통이 훌륭한 상품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아는 세상이 되었다. - 3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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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화유산 중 고려청자와 조선백자 같은 도자기류는 우리에게 특별하다. 아시아의 다른 여러나라와 견주어도 뒤지...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화유산 중 고려청자와 조선백자 같은 도자기류는 우리에게 특별하다. 아시아의 다른 여러나라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뿐더러 일본 도자기의 원류가 우리나라라는 것은 일본 또한 인정한 사실이다. 근데 우리가 언제부터인가 하나 놓치고 있는 사실이 있다. 이런 작품을 만든 이들이 만들때 관상용으로 한정하고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다. 주전자(酒煎子)의 본뜻도 술을 담는 그릇이듯 이런 자기류의 본 용도는 술병이였다. 그럼 그 안에 담겨 있던 내용물들은 현재 어떻게 되었을까? 이 책은 우리나라 술에 관한 과거, 현재, 미래를 담은 책이다.

     

    우리나라 술 역사는 백년정도 끊겼었다. 우리의 주식이 쌀이듯이 쌀을 이용해 빚은 전통주 역시 우리 민족과 함께했다. 그러던 것이 일제시대 주세법을 통해 일본 주류회사에 통합되는 과정에서 상당부분 없어지고, 90년대 주류에 관한 정책이 바뀌기 전까지는 먹고 살기 힘들었기에 쌀로 빚은 술을 제한적으로 만들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것이 현재는 국내 쌀 가격의 상승으로 그마저도 중국 쌀을 원료로 쓰고 기술은 일본 기술을 쓰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술은 소주이다. 소주는 700년전 원을 통해 들어와 지금의 서민 대표 술이 되었고 현재 서울과 부산, 각 도에 하나씩 모두 10개의 소주제조 회사가 있다고 한다. 근데 보통 사람은 이 10개 대표 소주의 맛을 구분하기 어렵다고 한다. 심지어 연구하는 사람조차 그렇다고 한다. 각 소주가 95%정도는 비슷하고 5%정도만 차이가 나기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그럼 요즘같은 무한 경쟁시대에 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인가? 좀전에도 말했듯이 국가가 정책적으로 소주회사를 지역적으로 할당한 것이 계기가 되어 이 정책이 없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각 소주회사가 이를 고수하기 때문이다. 근데 이 같은 현상이 왜 문제이냐 하면 바로 경쟁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자기 울타리 지키기에 급급해서 새로운 술이 등장하기 어렵고 잊혀진 술 또한 복원해 내기 어렵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회사간 교류도 거의 없기에 기술의 발전 또한 매우 더디다고 한다.

     

    그럼 싸케라는 쌀술을 세계의 명주로 올려놓은 일본은 어떨까? 우선 일본의 양조장은 한 지역을 거점으로 수십개가 모여 있기에 기술의 공유도 쉽고 경쟁도 치열하다고 한다. 그리고 지역적 이점을 활용한 술 축제도 짜임새 있게 펼쳐 지기에 우리의 경주 술떡축제나 인사동·고양시 막걸리 축제처럼 허술하지도 않다고 한다. 그리고 젤 중요한 술 문화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에 모두가 함께 발전할 수 있다고 한다. 현재 세계적으로 청주는 일본을 제일로 생각하기에 우리는 우리만의 독특한 청주가 있음에도 발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왠지 이 책은 우리나라 술시장을 비판만 한 책같은데 그렇지는 않다. 이 책의 진짜 목적은 우리나라 곳곳에 숨어있는 전통주를 소개하고 술에 관련된 문화를 소개한다. 안동의 고삼주, 문경의 호산춘, 울릉도의 씨앗술 등등 전국 곳곳을 저자가 직접 가보고 맛본 수많은 술들을 소개하고, 술 빚은 방법은 물론 술박물관 같은 술에 관한 정보도 많으니 오해 없었으면 좋겠다.

     

    이 책에서 한가지 아쉬운 점은 그 많은 술을 직접 접할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직접 찾아갈수 있는 정보는 있으나 요즘같은때 그 많은 술들을 이런 방식으로 접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본문에도 인터넷 주문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직접 검색해도 쉽게 찾을수 없었다. 우리나라 전통주를 만드시는 분들이 영세하기도 하지만 좀더 소비자를 위한 방법을 찾아보셨으면 좋겠다. 책을 읽는 내내 책속의 술들을 한잔 해봤으면 하는 소망이 있었는데 구입이 쉽지 않아 무척이나 아쉬웠다.

     

    요즘 청소년들의 음주 현황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입시로 인한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하지만 도를 지나친 것 같다. 때가 때인지라 양질의 술보다는 그렇지 않은 술을 처음 접하게 되는 것이 대부분일텐데, 술문화를 먼저 배우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술이 떡이 되게 마시지 말고, 술이 덕이 되게 마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 술이라는 존재는 어찌보면 인간에게 있어 신의 선물인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그것은 우리가 그 술이라는 존재를 통해 나를 돌...

    술이라는 존재는 어찌보면 인간에게 있어 신의 선물인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그것은 우리가 그 술이라는 존재를 통해 나를 돌아보는 기회를 갖기도 하며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의 만남에 있어 보다 이른 시간내에 타인과 친해질 수 있는 마법의 힘을 지닌 존재이기에 그러할 것이다. 또한 우리는 그 술이라는 존재로 인해 더욱더 유쾌해질수도 있고 때로는 슬픔을 달래기도 한다.

     

    언젠가 가까운 친구가 어느 지방에 우연히 들렀다가 그 지방 술맛을 보고는 너무나 반해 바로 그 다음주에 그 구하기 힘든 술을 가지러 내려가는 것을 보았다. 그땐 속으로 얼마나 대단하길래라고 생각했지만 정작 그 맛을 보고서야 친구가 왜 그러했는지 금방 알 수 있게 된 적이 있었다. 아마도 이 책 <허시명의 주당천리>에 묘사된 것처럼 그 맛을 찾아 전국을 돌아다니는 그 기쁨을 아는 친구인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 책엔 다양한 전국각지의 전통주 들이 소개되고 있다. 이제는 잊혀진 전설만으로 남아있는 안동의 고삼주를 시작으로 국내를 넘어 일본의 청주까지 그 역사와 제조방법 만으로도 향내에 취하는 듯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껴지는 건 그 독특한 술의 향기만큼이나 짙게 배어나오는 전통을 느낄 수 있다. 문경의 호산춘의 경우 집안 대대로 내려온 가문의 술답게 그 품위와 자존심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과 품격이 엿보이는 술처럼 느껴졌다. 그것을 그 술을 빚는 황규욱 씨는 신념이라는 말로 단언한다. 그 신념이 있기에 문경까지도 자존심이 세 보인다고 작가는 이야기하기도 한다. 호박으로 유명한 울릉도 나리분지의 씨앗술을 맛본 작가는 이렇게 이야기 한다.
    "씨앗술을 한 잔 마시고 나니 입안에서 아주 활달한 향이 돌았다. 그 활달한 향은 천궁에서 나온 것이다..."
    술에서 느껴지는 활달한 향이란 무엇일까. 그래서 술맛을 글로는 표현하기 너무나 어려운 것인 것 같다. 또한 제주의 좁쌀 막걸리에서 느끼는 맛을 틉틉함이라고 표현한다. 그것은 좁쌀밥을 먹었을때 처럼 거칠고 투박하지만 마시고 나면 경쾌한 맛이 그 맛이라고 한다.

     

    이렇듯 우리 전통술에서 느낄수 있는 오묘함이란 직접 맛을 보고 느껴지는 표현하기 힘든 맛을 지니고 잇는 것이 아닐까 한다. 흔히 와인을 마셔야 고상한 대접을 받기도 하는 요즘 그래서 우리의 전통주가 더욱 사랑스럽고 반갑기까지 하다. 그간 전통주는 명절때 선물로 주고받는 고급주란 인식이 지배적인 것 같다. 물론 그만큼 귀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그 맛을 잘 느끼지 못함일 것이다. 의외로 우리가 우리 술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나도 없음을 느낀다. 꼭 외국에 자랑할만한 술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먼저 그 맛을 알고 더욱 더 귀하게 여길줄 아는 마음을 갖는다면 그것도 작은 애국이 아닐까.

     

    가끔 지방을 방문할 때의 색다른 반가움은 그 지방의 소주를 맛볼 수 있는 즐거움이다. 아마도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문화이기도 하겠지만 늘상 보는 참이슬에서 벗어나 화이트, 시원, 보배, 잎새주 등 소주만으로도 그 지방의 다양한 문화를 체험 할 수 있는 것도 커다란 기쁨이 아닐까. 여가생활이 늘어나고 주말마다 도시를 떠나 편안하고 조용한 곳을 찾고 있는 것이 현대의 트렌드이다. 산을 찾아가거나 문화재를 찾아 가기도 하고 아니면 유명한 맛집을 찾아 떠나는 것처럼 이 책을 통해 전국의 전통주를 찾아다니는것도 어쩌면 즐거운 주말을 기대할 수 있는 원동력이 아닐까. 꼭 주당이 아니더라도 술을 찾아 떠나는 기행은 그 술을 담아올수 있으니 맛을 찾아 다니는 것보다는 그래서 조금은 더 가벼운 흥분을 느낄 수 있을 것만 같다.    
      
    흔히하는 말로 술과 친구는 오래될수록 좋다고 했다. 그렇다면 친구와 술을 함께 한다는 것은 얼마나 또 기쁜 일일까. 너무너무 군침이 돌아 쉽게 책장을 넘기기 어려운 이 책을 안주삼아 오늘은 우리의 옛 술을 이야기하고 즐길줄 아는 문화를 가져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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