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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에필로그의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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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5*192*20mm
ISBN-10 : 8932035474
ISBN-13 : 9788932035475
이를테면 에필로그의 방식으로 중고
저자 송지현 |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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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26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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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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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성장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바삭하고 건조해지는 것 말이야.”

한없이 자유롭고 특별히 고귀해지고 싶었던 시절을 떠나보내며

201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송지현의 첫 소설집 『이를테면 에필로그의 방식으로』(문학과지성사, 2019)가 출간되었다. “좋던 시절을 흘려보낸 이들의 우울한 자화상”을 포착하여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정서”(소설가 오정희?성석제)를 만들어냈다는 평을 받은 등단작 「펑크록 스타일 빨대 디자인에 관한 연구」를 포함하여 작가가 7년간 쓰고 다듬은 소설 9편을 한데 묶었다.
송지현은 회고와 추적의 방식으로 ‘돌아보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작가다. 지나가버린 시절의 번민을 거듭 조망함으로써, 그 불가항력의 경험이 작중 인물들에게 남긴 비의를 섬세하게 짚어낸다. 그렇게 완성된 9편의 에필로그는 우리가 한때 어른이 되기 위해 혹은 사회로 편입되기 위해 겪어야만 했던 체념적 성장통을 떠올리게 한다. 흥미로운 점은 송지현이 무언가를 잃어버리면서 맞이해야 했던 성인식의 경험을 호들갑스럽지 않게, 시종일관 ‘바삭하고 건조한’ 스타일로 그려낸다는 점이다. 인물들의 불행을 조금도 과장하지 않으면서,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성찰하는 이 젊은 작가의 시선은 오늘날 청년 세대의 막연한 상실감과 자조 섞인 태도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므로 『이를테면 에필로그의 방식으로』는 우리가 지금-여기에 이르기까지 감내해야 했던 인생의 마디들을 되짚어보는 진귀한 경험이 될 것이며, 그 시기를 웃으면서 안타깝게 떠나보내는 또 한 번의 성인식이 될 것이다.

송지현의 소설은 우리를 웃겨주고 울려주며 자리에서 일어나 샤워를 하게 만든다.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치유하게 만든다._박상영(소설가)

비전 없는 나날에도 엄연히 존재하는 웃음과 슬픔, 그런 소소한 삶의 기척들을 포착하고자 하는 송지현의 소설이 나는 진솔한 리얼리스트의 선택처럼 보인다._신샛별(문학평론가)

저자소개

저자 : 송지현
1987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1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펑크록 스타일 빨대 디자인에 관한 연구」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목차

선인장이 자라는 일요일들
이를테면 에필로그의 방식으로
탐정과 오소리의 사건 일지-봄, 여름
좀비 아빠의 김치찌개 조리법
탐정과 오소리의 사건 일지-밤을 무서워하지 않는 아이, 가을
흔한, 가정식 백반
구석기 식단의 유행이 돌아올 때
탐정과 오소리의 사건 일지-의뢰가 없는 탐정, 겨울
펑크록 스타일 빨대 디자인에 관한 연구

해설 | 이야기를 상상해드립니다_신샛별
작가의 말

책 속으로

세탁소 천장에는 수많은 옷이 비닐에 씌워 걸려 있었다. 몇 달이나 찾아가지 않은 옷들도 있었고 두 시간 뒤에 찾으러 온다는 옷도 있었다. 브랜드 옷도 있었고 시장에서 산 옷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은 모두 세탁소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가끔 그것들은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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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소 천장에는 수많은 옷이 비닐에 씌워 걸려 있었다. 몇 달이나 찾아가지 않은 옷들도 있었고 두 시간 뒤에 찾으러 온다는 옷도 있었다. 브랜드 옷도 있었고 시장에서 산 옷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은 모두 세탁소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가끔 그것들은 목을 맨 시체처럼 보이기도 했다. 만들어져 나와서, 축축한 채로 다른 옷들과 뒤엉키다가, 결국엔 건조되어 천장에 나란히 매달리는 것. 그것이 세탁의 운명이었다.
―「선인장이 자라는 일요일들」

엄마의 별명은 내 이름이었다. 엄마는 내 이름으로 불리는 걸 좋아했다. 사실 내 이름은 엄마가 갖고 싶던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여성 전용 사우나에서 엄마는 종종 나의 이모나 언니로 불렸고, 나는 종종 엄마의 동생이나 조카처럼 굴었다. 이곳에서 우리는 대가족이었다. 수많은 언니와 이모 사이에서 어떤 날은 이곳이 진짜 집이고 모두가 진짜 가족인 양 느껴졌다.
―「흔한, 가정식 백반」

어딘가 고장 나는 사람은 무언가를 간절히 열망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반대였다. 어떤 것에도 열망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야말로 순식간에 고장 나고 마는 것이다. 갑작스레.
―「탐정과 오소리의 사건 일지?의뢰가 없는 탐정, 겨울」

나는 그에게 묻고 싶었다. 지금은 어떤 시대인지, 어떤 것이 사라지고 어떤 것이 생겨나는 건지, 삶의 향방이라는 것이 이렇게 예측 가능해도 되는 것인지, 그리고 나는 언제까지나 이대로 아무것도 아닌 상태로 남아 있는지.
―「펑크록 스타일 빨대 디자인에 관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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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불가항력의 성장을 돌아보는 방식으로 송지현의 작품 속 인물들은 어느 날 불현듯이 ‘한 시절의 끝’과 마주하는 상황에 처한다. 그때 이들은 당황하거나 슬픔에 잠겨들지 않고 과거의 시간과 함께 자신이 무엇을 유실하게 되었는지를 골똘히 살펴본다. 자유...

[출판사서평 더 보기]

불가항력의 성장을 돌아보는 방식으로

송지현의 작품 속 인물들은 어느 날 불현듯이 ‘한 시절의 끝’과 마주하는 상황에 처한다. 그때 이들은 당황하거나 슬픔에 잠겨들지 않고 과거의 시간과 함께 자신이 무엇을 유실하게 되었는지를 골똘히 살펴본다. 자유와 혼란의 펑크punk 정신을 버리고, 규칙과 질서의 현실로 진입해가는 과정을 담은 「펑크록 스타일 빨대 디자인에 관한 연구」의 주인공도 그러하다.

나를 제외한 모두가 진지했다. 무섭도록 고요한 시험장에서 나는, 이것이 나의 인생이고 연습 따위는 없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았다. (p. 207)

수능 시험장에서 난생처음 현실의 냉혹함을 마주한 ‘나’는 마치 고향을 찾듯 클럽으로 달려간다. 그곳에서 거리의 명물인 ‘빨대맨’을 만나 계시와도 같은 이야기를 듣는다. “펑크의 시대는 끝났네.”
이러한 정황은 표제작 「이를테면 에필로그의 방식으로」에서 “시절의 완성”이라는 제목의 자전적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찍으려는 인물들을 통해서도 나타난다. 그들은 K의 자취방에 모여 허송세월하는 방식으로, 영화를 준비한다는 명목으로 ‘시절의 완성’, 즉 ‘성장’을 미룬다. 머리를 붉은색으로 염색하고 이성을 쫓아다니며 소설을 습작하거나 자살을 꿈꾼다.

에필로그의 방식으로 말하자면, 사실 K의 자취방은 1층이었고, 창문은 아주 작았다. 사람이 통과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아주, 작았다. 그곳에선 아무도 자살할 수 없었을 것이다. (p. 62)

그러나 이러한 방식의 유예는 지속되기 어렵다는 것을, 현실로부터 빠져나가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을 작가는 소설 말미에 담담하다 못해 산뜻한 어조로 명시한다. 그러면서 작중 인물들이 추구하는 죽음이 그저 무책임한 회피나 항복 선언이 되지 않도록, 죽음을 감내하는 방식으로 생의 연장이 가능해지는 역설을 보여주기도 한다.

라면이 익는 3분 동안 나는 내가 언제쯤 죽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 물론 실업도 실연도 하지 않았을 때여야 했다. 그러니까 아무래도 사회적으로 안정적인 궤도에 오른 뒤여야 하는 것이다. 어쩌면 영원히 살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컵라면을 후룩댔다. 몸이 따뜻해졌고, 면도칼 따위는 잊은 채로 편의점을 나설 수 있었다. (p. 182)

‘죽음’ 이후에 시작되는 에필로그의 삶

송지현의 소설에서 죽음은 상시적으로 찾아오는 현상이다. 자살이든 사고사든 의문사든 거의 모든 소설에 죽음이 등장하는데, 그렇게 산재하는 죽음은 너무 평범하게 다뤄져 마치 사건조차 될 수 없는 듯하다.
「선인장이 자라는 일요일들」에서 사춘기에 접어든 언니의 자살 기도에 대한 가족들 반응 또한 그렇다. 가족들은 언니의 방황을 “축축하게 젖어버리는 어느 한 시기”쯤으로 여기고 “저러다가 사람 돼서 나오겠지” 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마치 죽음 충동이란 누구나 한 번은 겪는 통과의례라는 듯이 말이다. 여기에는 성장통이란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어서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삶의 의지가 회복된다는 작가의 경험적 확신이 어려 있다.

사이클 머신의 페달을 꾹 밟았다. 아무 데로도 나아가지 않는, 조금은 이상한 자전거였다. 그러나 삶에 도움이 되는 것은 오히려 이런 것들이다. 나는 한 발 한 발 순서대로 번갈아 페달을 밟았다. 진화하는 느낌이었다. (p. 184)

어쩌면 송지현에게 죽음이란 새로운 탄생으로, 체념을 통해 어른의 삶으로 나아가는 성인식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닐까. 그러므로 『이를테면 에필로그의 방식으로』는 어느새 성장을 마친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온 시간들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그리하여 남은 생을 기꺼이 살아가도록 북돋워주는 고마운 소설이다.

■ 작가의 말

요즘 나는 동해에서 지낸다. 동해에 온 지는 1년이 조금 넘었다. 월화는 카페에서 일하고 목금토일엔 이마트 시식 코너에서 일하고 있다.
‘작가의 말’을 쓰느라 내가 썼던 신춘문예 당선 소감을 찾아보았는데, 당시엔 아르바이트를 찾고 있었나 보다. 아르바이트 공고를 훑던 내가 7년 만에 아르바이트 몬스터가 되어 있는 것을 보니, ‘녀석, 성장했구나……!’라며 코를 쓱 훔치는 일본 만화 장면이 그려지……기는커녕, 성장이라는 게 이런 것일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소설집을 준비하는 동안 내 소설을 여러 번 봐서 같은 단어를 여러 번 발음할 때처럼 낯설고 이상하게 느껴진다. 책이 될 수 있을까,라고 혼자 한 질문에,
그래도 우린 결국 먹게 될 거야.
라는 대사가 생각났다. 이 대사는 참 문득문득 나를 찾아온다. 결국이라는 단어가 주는 오만함이 웃기기도 하고.

동해에 온 뒤 친구들이 많이도 놀러 왔다. 여름 바다에서는 맥주나 와인을 마시며 해수욕을 했고, 겨울 바다에서는 추위에 덜덜 떨며 빨개진 얼굴을 하고 사진을 찍었다. 나는 친구들에게 먹을 것을 해주느라 요리가 늘었다.
친구들이 가고 난 밤이면 그들이 오가는 도로의 거리를 생각한다. 그러고 나면 한없이 고마운 마음이 든다. 나를 보러 왕복 4백 킬로미터가 넘는 길을 와주다니. 고마운 마음이 들면 체력이 넘치는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더 많은 요리를 하고 더 많은 청소를 하고 더 많은 사랑을 하고 싶다.
이 소설집은 친구들에게 많은 빚을 지며 씌어졌다. 이건 그냥 비유적 문장이 아니라 실제의 이야기다. 친구 중 한 명이 내 학자금 대출을 갚아준 것이다. 덕분에 생활이 한결 나아졌다. 엄마는 이 얘기를 듣더니 가난한 부모를 만났지만 좋은 친구를 만나서 다행이다,라고 했다. 가난의 반대말은 부자가 아닌가,라고 생각했지만, 뭐 어쨌거나.
그 외에도 친구들은 놀러 올 때마다 각종 술과 안주를 사 왔고, 무슨 무슨 날이면 택배로 음식을 한 박스씩 보내왔다. 모두 내 몸에 쌓여 (이것 역시 비유가 아니다. 실제로 10킬로그램이 쪘다) 힘을 내어 뭐라도 쓸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소설집의 탄생에도 친구들은 힘을 보태주었다. 이효영 군은 프로필 사진으로 쓸 사진(아무도 와인을 마시고 있는지 모른다)을 찍어주었고, 박상영 소설가는 「이를테면 에필로그의 방식으로」에 나오는 대사(이게 프로이트다!)를 주며 더불어 추천사까지 써주었으며, 신샛별 문학평론가는 눈물이 고일 정도로 촉촉한 해설을 보내주었다.

나는 기본적으로 인간을 싫어하는 타입인 줄 알았다. 그러나 누구보다 인간을 사랑하고 있다는 걸 이 책을 준비하며 깨달았다. 불행히도 대가를 바라는 사랑이어서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그러므로 나의 글은 언제나 사람들에 대한 연서이다.

*

나는 또 등단 소감에 이렇게 썼다.
함께 새벽을 지켜준 고양이에게 감사한다고. 그 고양이는 지금 세상을 떠났다. 나는 과거로 점철된 인간이라 떠난 것들에게 더 마음이 쓰인다. 곁에 있는 친구들은 이런 내게 가끔 서운함을 토로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떠난 고양이와 사람들과 사물들까지도 모두 곁에 있을 때보다 더 사랑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이 책도 내게서 떨어져 나오는 순간 너무 사랑하게 될 것 같아 벌써부터 겁이 나 체력이 바닥나고 있다. 조금이라도 남은 체력을 유지하려면 덜 사랑해야 하고, 그러기에 곁의 사람들이 떠나지 않도록 잘하려고 한다.
특히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동생에게. 동생이 없었다면 나는 이 세상을 너무도 외롭게 살아갔을 것이다. 외로운 줄도 모르고. 동생이라면 모든 체력을 소진해서라도 언제든 떠날 것처럼 사랑하겠노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ps.
원고를 쥐고 넘기지 않아서 책이 나오는 데 오래도 걸렸다. 담당 편집자가 되어 원고를 함께 준비해주신 박선우 편집자와 문학과지성사 직원분들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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