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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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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9*210*22mm
ISBN-10 : 8976824733
ISBN-13 : 9788976824738
철학의 슬픔 중고
저자 문성원 | 출판사 그린비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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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2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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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아주아주 좋습니다아 5점 만점에 5점 tpdl*** 2019.12.14
27 중고상품이어서 사용한 흔적이 있는지 알았는데 그냥 완전 새책이네요? 서점은 전부 재고가 없었는데 배송도 이틀만에 도착해서 완전 좋습니다! 5점 만점에 5점 eved*** 2019.11.19
26 거의 새책급이네요. 5점 만점에 5점 dmswo0*** 2019.11.14
25 좋습니다 책상태도 좋아요 5점 만점에 5점 77ka*** 2019.11.12
24 감솨합니다^^ 고맙습니다~!! 5점 만점에 5점 cmw1*** 2019.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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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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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철학은 더 이상 이전의 방식으로 세계와 삶의 의미를 해명할 수 없다. 물리학과 천문학, 진화생물학과 진화심리학, 신경생리학, 정보과학, 인류학 등등의 성과가 세계관과 인간관의 변화를 추동하고 있다. 가장 오래된 학문이지만 또 가장 새로워야 할 학문인 철학은 다시 한번 위기의 시간을, 위축과 슬픔의 시간을 맞고 있는 셈이다. 이 책은 그러한 철학을 차분하게 일으켜 세우려는 글들의 모음이다. 철학의 위상과 역할, 행복의 의미, 인공지능(AI)과 얼굴의 윤리, 사랑과 여성성, 환대, 약함에 대한 감수성, 정치와 윤리의 관계, 변증법의 현재성, 민주주의와 힘의 문제 등 다양한 영역과 주제 속에서 철학의 나아갈 길에 대해 고민한다.

저자소개

저자 : 문성원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기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서울산업대 등에서 강의했으며, 2000년부터 부산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철학의 시추: 루이 알튀세르의 마르크스주의 철학』(1999), 『배제의 배제와 환대: 현대와 탈현대의 사회철학』(2000), 『해체와 윤리: 변화와 책임의 사회철학』(2012), 『철학자 구보 씨의 세상 생각』(2013), 『타자와 욕망』(2017)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지그문트 바우만의 『자유』(2002), 자크 데리다의 『아듀 레비나스』(2016), 에마뉘엘 레비나스의 『신, 죽음, 그리고 시간』(2013, 공역), 『전체성과 무한』(2018, 공역) 등이 있다.

목차

머리말

철학의 슬픔
행복에 대하여
인공지능, 무한, 그리고 얼굴
사랑과 용서
환대하는 삶
정치와 윤리
약함을 향한 윤리
끝나지 않은 변증법의 모험
민주주의를 넘어서

후주 | 후기 | 찾아보기

책 속으로

철학은 자신의 처지에 대한 반성을 바깥을 향한 시선과 관련지음으로써 그 슬픔을 견딜 수 있다. 물론 이제 철학은 빛을, 바깥의 시선을 참칭할 수 없고, 그래서도 곤란하다. 오늘날 영혼이 철학적 개념으로 통용될 수 있을까? 바깥을 안으로 들여오려는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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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자신의 처지에 대한 반성을 바깥을 향한 시선과 관련지음으로써 그 슬픔을 견딜 수 있다. 물론 이제 철학은 빛을, 바깥의 시선을 참칭할 수 없고, 그래서도 곤란하다. 오늘날 영혼이 철학적 개념으로 통용될 수 있을까? 바깥을 안으로 들여오려는 노력은 감각에서보다 사유에서 더 어렵다. 바깥을 지시하는 개념에는 내용이 따라붙을 수 없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안의 처지에서 그 시선이 밖을 향하는지를 적시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런 점에서 영혼은 내부에 들어와 있는 외부를 지칭하기 위해 라캉이 만들어 냈던 말인 ‘외심’(extimite)과 닮았다. 내장(內藏)된 외부를, 외부로 난 구멍을 지닌 영혼은 바깥을 응시한다. (38쪽)

동물이나 기계와 인간의 관계도 유사하지 않을까? 오늘날의 생물학적 지식이 알려 주는 것처럼 인간이 다른 동물과 본질적으로 다른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큰 거북함 없이 받아들이려면, 동물들을 일방적으로 지배하고 착취하는 우리 삶의 방식이 바뀔 필요가 있다. 우리와 별다른 차이가 없는 존재들을 비좁은 축사에 가두고 학대하며 마구 잡아먹는 것은 매우 껄끄러운 일일 테니 말이다. 반려동물과 소통하며 생활을 나누는 사람들은 오랑우탄만이 아니라 개와 고양이도 각자 개성이 있는 ‘person’이라고 생각할 법하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을 지닌 기계의 경우는 어떨까? 우리가 인공지능과 소통하는 삶에 익숙해진다면, 또 인공지능이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고 우리를 밀어내는 존재가 아니라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면, 거기에 ‘person’의 지위를 부여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지 않겠는가. (70쪽)

애당초 시간이란 무한하리만큼 펼쳐진 세계의 부분부분을 기억을 통해 담아내는 유한자 없이는 다루어질 수 없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고 시간의 질서가 자의적으로 성립한다는 말은 아니다. 시간의 비가역성을, 시간의 화살을 실제로 되돌릴 수는 없다. 다만, 마치 그런 것처럼 다시 새로운 시작을 마련하는 방법을 생명이 구현해 내고 있다는 얘기다. 오래된 생명체가 죽고 새로운 생명체가 태어나는 것은 자연이 허락하는 갱신의 길이고, 이것이 레비나스가 말하는 용서, 즉 일어난 잘못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되돌려 회복하는 일이다. 좀 더 가벼운 예로는, 몸에 난 상처가 아무는 것, 피로에 지친 몸이 쉼을 통해 다시 활력을 찾는 것 따위를 들 수 있을 것이다. (110쪽)

환대가 윤리적 의무가 되면, 주체의 지위도 달라진다. 레비나스에 따르면, 환대의 주체는 주인에서 볼모가 된다. 원래 주인이란 자리를 매개로 한 것이었으므로 주인과 손님, 나아가 자리를 노리는 적까지가 한데 얽히는 면이 있었는데, 이제 그 자리는 애당초 윤리적 의무와 엮인 곳이 됨으로써 볼모의 터로 작용한다. 다르덴 형제의 「언노운 걸」로 돌아가 보자. 죽은 소녀에게 책임감을 느끼고 죽은 자의 자리를 마련하려는 의사 제니의 모습은 때로 강박적으로 보인다. 그런데 레비나스에 의하면, 우리는 사실 타자에게 강박되어 있다. 언제든 우리 곁에서 우리에게 다가오는 타자를 우리는 결코 궁극적으로 떨쳐 버릴 수 없다는 것이다. (1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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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철학은 어떻게 ‘슬픔’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타자의 철학을 통해 바라본 현대사회, 그리고 철학의 나아갈 길 ‘철학의 슬픔’, 딱히 특별하달 것 없는 두 단어의 묘한 결합으로 이루어진 이 제목이 뜻하는 바는 무엇일까? (철학이 감정을 가졌을 리...

[출판사서평 더 보기]

철학은 어떻게 ‘슬픔’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타자의 철학을 통해 바라본 현대사회, 그리고 철학의 나아갈 길

‘철학의 슬픔’, 딱히 특별하달 것 없는 두 단어의 묘한 결합으로 이루어진 이 제목이 뜻하는 바는 무엇일까? (철학이 감정을 가졌을 리 없으니) ‘철학자의 슬픔’에 대한 은유일까, ‘한국에서 철학한다는 것의 슬픔’에 대한 자조일까, 혹은 ‘철학은 태생이 슬픈 학문이다’라는 존재론적 고뇌를 담은 표현일까?
물론 이 모두가 진실의 어느 조각에 닿아 있겠지만, 필자의 의도는 ‘철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오늘날 느끼는 슬픔’에 가장 가까운 듯하다(물론 철학이 감정을 가졌다고 치고 말이다). 삶에 상실의 변화가 없을 수 없고 그래서 슬픔이 따르듯이, 철학의 역사에도 변전의 위기가 닥쳐오고 반성과 위축의 시기가 시작된다. 오늘날 철학은 더 이상 이전의 방식으로 세계와 삶의 의미를 해명할 수 없다. 물리학과 천문학, 진화생물학과 진화심리학, 신경생리학, 정보과학, 인류학 등등의 성과가 세계관과 인간관의 변화를 추동하고 있다. 가장 오래된 학문이지만 또 가장 새로워야 할 학문인 철학은 다시 한번 위기의 시간을, 위축과 슬픔의 시간을 맞고 있는 셈이다.
이 책은 그러한 철학을 차분하게 일으켜 세우려는 글들의 모음이다. 사회철학적 맥락에서 레비나스와 데리다 사상에 오랫동안 천착해 왔고(『배제와 배제의 환대』, 『해체와 윤리』, 『타자의 욕망』 등), 그린비출판사 레비나스 선집 번역에 직접 참여하기도 한(『전체성과 무한』, 『신, 죽음 그리고 시간』) 문성원은 이 두 사상가의 문제의식을 빌려와 철학과 시대의 대화를 시도한다. 철학의 위상과 역할, 행복의 의미, 인공지능(AI)과 얼굴의 윤리, 사랑과 여성성, 환대, 약함에 대한 감수성, 정치와 윤리의 관계, 변증법의 현재성, 민주주의와 힘의 문제 등 다양한 영역과 주제 속에서 철학이 빠진 ‘슬럼프’에 대해, 그리고 그 이후의 철학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다.
타자와 윤리를 중심에 두고 “어떤 경계에 얽매이지 않고 시대성을 찾고자 하는” 저자의 고민이 알차게 담겨 있는 독특한 철학책으로, 철학책으로는 다소 파격적인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활용한 표지와 소설가 테드 창의 방식을 패러디한 권말의 ‘후기’도 소소한 재미를 준다.

철학의 활용법, 그 슬픔의 활용법

에드워드 호퍼의 이 그림은 특이하고도 놀랍게도 ‘철학으로의 외도’(Excursion into Philosophy, 1959)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침대 위에 놓인 책은 플라톤의 『국가』라고 한다). 화가의 깊은 속내야 짐작할 수밖에 없을 따름이지만, “호퍼의 그림이 전달하는 황량함과 쓸쓸함 그리고 슬픔의 정서는, 바깥의 빛과 대비하여 현대 문명의 내적 초라함을 들춰내는 데서 오지 않을까. (중략) 호퍼의 그림은 메마른 현대의 내면을 열어 젖혀 그 우울을 조망하고 견디어낼 수 있게 한다”(37쪽)라는 점에서 우리는 이 ‘슬픔의 정서’를 활용하는 방식에 대한 하나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슬픔은 분명 부정적인 정서이지만, 쓸데없는 것은 아니다. 심대한 상실을 당한 자가 슬픔을 느끼지 못하고 함부로 나대다간 더 큰 해악을 입을 수 있다. 공포가 외적 위험에 대해 꼭 필요한 소극적 반응이라면, 슬픔은 내적 위험에 대해 자세를 가다듬는 역할을 한다. 슬픔에 따른 침잠과 반성의 시간을 통해 우리는 상실을 메우고 다시 전진할 힘을 비축할 수 있다. 그렇기에 ‘철학의 슬픔’이라는 제목은 “슬픔에 빠져 허우적대겠다는 뜻에서가 아니라, 위축과 상실에 대처하는 자세인 슬픔이 우리의 삶에서뿐 아니라 철학의 처지에서도 때로 적절하고 긍정적인 방안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8쪽) 붙여진 것이며, 이 책에 실린 아홉 편의 글들은 그러한 슬픔 속에서도 전진의 기반을 다지고 방향을 모색하고자 하는 문제의식과 노력의 소산이다.

변화된 현실에 필요한 타자의 철학

위기에 대한 반성이 내부만을 향하는 것은 아닐 터. 오히려 외부와의 관계를 다시 조망하고 그에 따라 스스로의 태도를 재조정하는 데 반성의 주요한 의의가 있다. 저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오늘날 철학에 요구되는 전환의 주요 계기가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기’라고 말한다.
쉬운 예로 “환경문제를 둘러싼 생각들이 그렇다. 환경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선 인간 위주의 사고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 (중략) 그리고 이러한 사태의 근본에는 실제로 인간이 세상의 중심이 아니라는 사실이 놓여 있다. 내가, 내 가족이, 내 이웃이, 내 나라가 중요하지만, 그렇게 내 것만 찾아서는 더 이상 자신조차 지탱하기 어려운 단계들이 있는 법이다. 자기중심성을 두드러지게 내세우는 것은 아주 취약한 처지에나 어울리는 삶의 태도라 할 만하다”(7~8쪽).
이 책에서 타자와 바깥에 대한 논의가 중심을 이루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타자의 철학자’라고 일컬어지는 레비나스가 많이 거론되는 것은 당연하다. 데리다나 아감벤, 벤야민, 랑시에르 등 다른 철학자들이 언급되는 맥락도, 다르덴 형제의 영화처럼 철학 외부의 여러 영역이 다뤄지는 맥락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저자는 어떤 철학이든 불변하는 내적 가치를 지닌다고 보지 않는다. 레비나스의 철학이 20세기 말에 와서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그 사상의 완성도에 못지않게 시대와 사회 상황의 변화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우리에게 낯선 타자가 우리에게 근접해 있고 우리가 맞아들여야 할 이웃이라는 레비나스의 주장은 이미 우리의 일상에서 현실이 되어 있지 않은가.
변화된 현실 속에서 맞이한 부정적인 상황을 직시하고, 그것에 모종의 슬픔을 느끼되 마냥 침잠하지 않으며 미래로의 한 걸음을 떼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삶을 지탱해 나가는 방식이자 필자가 철학에게 해주고픈, 그리고 우리가 철학에게 해주어야 마땅할 어떤 ‘위로’일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차분하게 일으켜 세운 철학은 어느 틈에 슬며시 다가와 슬픔에 빠진 우리를 차분하게 일으켜 세워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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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믿음 뒤흔들기 | qu**tz2 | 2019.09.15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어려운 책이었다. 생산성과는 거리가 멀다 여겨지는 분야인 철학은 언제나 어려웠다. 나에게만 그렇지는 않으리라는 믿음에 기대어 ...

    어려운 책이었다. 생산성과는 거리가 멀다 여겨지는 분야인 철학은 언제나 어려웠다. 나에게만 그렇지는 않으리라는 믿음에 기대어 마지막 페이지까지 도달했다. 결론은 역시나 ‘어렵다’이다. 언제 즈음 모든 주제를 자유로이 섭렵할 수 있을까. 과한 욕심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 욕심을 버리기가 힘들다. 

    현실과 동떨어진 무언가처럼 여겨졌는데 아니었다. 나에게 그와 같은 생각을 선사해 준 건 다름 아닌 책의 마지막 부분이었다. 우리 손으로 뽑은 통치자를 우리 손으로 끌어내린 초유의 사태가 안긴 충격이 아직 채 가시지 않아서였을 수도 있다. 민주주의에 대해 묻고 답하기를 수차례. 그러나 여전히 우린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춥디 추웠던 지난 겨울의 기억은 우리 사회가 충분히 민주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많은 이들은 여겨왔다. 4.19와 5.18은 성공한 혁명이면서 동시에 실패한 혁명이기도 했다. 당시 사람들이 부르짖었던 가치는 이후 들어선 보다 권위주의적인 정권에 의해 묵살당했다. 평을 하기에는 다소 이를 수도 있겠으나 독재자의 딸이 대통령으로 등극할 수 있었던 것 또한 선거에 따른 것이었다. 개개인의 사고가 충분히 민주화 됐더라면 그와 같은 결과를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미련이 자꾸만 든다. 선거라는 제도 자체가 민주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는 차마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4-5년에 한 차례, 오직 선거 때만 스스로가 주권자임을 드러낼 수 있다는 건 분명 문제가 있음에도 그랬다. 아마 직접 민주주의를 전격 도입하는 데 따른 부담감을 피하고픈 마음이 앞섰던 것일 수도 있다. 저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한 때 전세계를 뒤흔든 공산주의의 반대말로 우리가 꼽는 건 자유민주주의다. 원래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는 이질적이다. 일찍이 독일의 슈미트는 자유주의는 독재와 양립할 수 없는 반면 민주주의는 그게 가능하다고 보았다. 민주주의 국가라면 으레 따르고 있는 다수결의 원칙 자체가 민주적이지 않음을 우린 간과해왔다. 타인과 다른 의견을 취했다는 이유가 차별의 기재로 작용할 수 있는 현실이야말로 민주주의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것 아닐지. 우리가 경험해 온 어떠한 체제와 완성이기보단 과정에 가까웠는데, 오늘날의 민주주의도 그랬다.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접한 이름은 레비나스였다. 유대인인 그는 리투아니아에서 태어났으며, 전체주의(나치즘) 체제 하에 가족을 잃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가치의 말살을 직접 겪으면서 그는 서양 사회를 지탱해온 것들을 향한 의문을 품기 시작했고, 타인을 배제한 채 오로지 ‘나’를 강조하는 존재론을 극복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변증법은 현재의 모든 것을 ‘무’(無)로 만들 수도 있는 위험성을 다분히 내포하고 있음에도 여러 학자에 의해 채용됐는데, 레비나스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나를 극복하고 너를 극복하는 것은 나와 너 사이의 견고해 보이는 경계를 허무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그렇게 형성된 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평을 들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 혹은 ‘공동체’ 등에 해당하기도 한다. ‘나’를 철저히 유지하는 가운데 행하는 모든 행위는 자기중심적일 수밖에 없는데, 가장 고결하다 칭송되곤 하는 사랑 또한 그러하다. 타인과의 공존 아닌 나의 영역을 확장하는 하나의 방편으로써 사랑이 존재한다면 그 사랑은 결코 아름다울 수 없다. 용서는 또 어떠한지. 용서는 철저히 피해자의 몫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해자가 이른바 ‘셀프 용서’를 행해 모두의 분노를 사는 일이 현실에서는 왕왕 발생한다. 자아를 상실할까 두려운 나머지 자기중심성을 허물지 못한 유아기적(!) 존재에게서는 진정한 용서를 기대할 수 없음을 알 것도 같았다.


    철학이 우리의 삶을 보다 행복으로 이끌어 주진 않을까란 막연한 기대는 금물이었다. 행복에의 집착은 현대 사회가 만들어낸 일종의 허상이라고 저자는 지적했다. 행복을 추구하는 게 죄는 아닐 테지만, 행복을 성취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갇힌 나머지 행복할 수 없어서는 아니 된다. 철학이 행복을 보장하는 무언가는 아니라는 데까지 생각이 도달했고, 불쑥 등장한 데리다를 내 것으로 만들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던 나는 조금 마음이 누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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