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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 동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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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격外
ISBN-10 : 8954670202
ISBN-13 : 9788954670203
세상 끝 동물원 중고
저자 어피니티 코나 | 역자 유현경 | 출판사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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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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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 감사히 잘 받았습니다. ^^ 5점 만점에 5점 bhj*** 2020.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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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추악한 범죄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소설
성장을 허락받지 못한 아이들의 성장소설 『세상 끝 동물원』은 미국 작가 어피니티 코나의 두번째 장편소설로,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 생체실험을 강요당한 쌍둥이 소녀의 눈을 통해 홀로코스트의 형언할 수 없는 공포와 전쟁이 끝나고도 지속되는 혼란, 참혹한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이들의 강인한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어피니티 코나는 폴란드계 유대인으로, 나치의 야욕이 전면적으로 드러나기 전 온 가족이 고국을 탈출해 절멸정책을 피했고 조부가 2차세계대전에 참전했던 배경에 영향을 받아 자연스럽게 그 시기에 관심을 가졌다. 어린 시절부터 프리모 레비와 파울 첼란 등 홀로코스트를 다룬 작가의 책을 폭넓게 읽던 코나를 유독 사로잡은 것은 우생학 연구에 골몰하던 나치 의사 요제프 멩겔레와 그의 실험대상이 된 쌍둥이들이었다. ‘죽음의 천사’라는 별명으로도 알려진 멩겔레는 나치가 저지른 잔학행위의 상징 같은 인물로 2차세계대전 당시 아우슈비츠에서 유전적으로 특이한 아이들, 특히 일란성쌍둥이를 대상으로 극악무도한 생체실험을 자행했고, 그의 실험실을 거쳐간 약 1500쌍의 쌍둥이 중 전쟁 후까지 살아남은 인원은 200명이 채 되지 않았다. 그 생존자들의 증언이 담긴 논픽션 『불길의 아이들』을 읽은 코나는 생체실험의 공포에도 살아남기로 굳게 다짐한 쌍둥이의 이야기를 쓰기로 결심했고, 십여 년의 조사와 집필을 거쳐 2016년 『세상 끝 동물원』을 발표했다.

인간 역사의 가장 어두운 순간을 견뎌낸 이들의 강렬한 이야기는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출간 즉시 전 세계 24개국에 판권이 팔리고, “무엇보다 잊기 힘든 것은 아우슈비츠라는 지옥을 그리면서도 많은 수감자의 꺾이지 않는 마음을, 극도로 처참한 고통에 마주해서도 희망과 친절한 마음을 지키는 의지를 포착한 필력이다”(〈뉴욕 타임스〉) “연민과 잔인함, 아름다움에 대한 감동적인 소설”(〈가디언〉) “모든 문장이 중요하다. 무지막지하게 아름다운 책”(〈퍼블리셔스 위클리〉) 등의 찬사를 받았으며, 그해 〈뉴욕 타임스〉 ‘주목할 만한 책’, 〈퍼블리셔스 위클리〉 〈엘르〉, 아마존 ‘올해 최고의 책’, 반스&노블 ‘올해의 발견’에 이름을 올렸다.

저자소개

저자 : 어피니티 코나
1978년 폴란드계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나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성장했다. 샌프란시스코주립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컬럼비아대학에서 소설 창작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9년 첫 책 『사물들의 채색된 버전』을 출간했고 강사, 카피라이터, 어린이책 편집자로 일했다.
2016년 십여 년의 조사와 집필을 거쳐 두번째 책 『세상 끝 동물원』을 완성했다. 아우슈비츠 포로수용소에서 나치 의사 요제프 멩겔레에게 생체실험을 당했던 아이들에 관한 논픽션을 읽고 구상하기 시작한 쌍둥이 자매 펄과 스타샤의 이야기는 출간 즉시 전 세계 24개국에 판권이 팔리고 그해 〈뉴욕 타임스〉 ‘주목할 만한 책’, 〈퍼블리셔스 위클리〉 〈엘르〉, 아마존 ‘올해 최고의 책’, 반스&노블 ‘올해의 발견’에 이름을 올렸다.

역자 : 유현경
연세대 영어영문학과와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하고 전문번역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세상 끝 동물원』은 우리말로 옮긴 첫 책이다.

목차

1부
스타샤 · 1장 세계 끝의 세계 011
펄 · 2장 추강, 신참 033
스타샤 · 3장 작은 불사신 070
펄 · 4장 전쟁자재, 긴급 101
스타샤 · 5장 빨간 구름들 121
펄 · 6장 심부름꾼 132
스타샤 · 7장 이리 와서 날 즐겁게 해줘 160
8장 너는 결코 날 떠나지 않겠다고 했지만 188
스타샤 · 9장 백만 또 백만 189

2부
펄 · 10장 시간과 기억의 수호자 263
스타샤 · 11장 곰과 자칼 267
펄 · 12장 또다른 탄생 278
스타샤 · 13장 밀짚 신전 284
펄 · 14장 소련 사람들이 영화를 찍다 301
스타샤 · 15장 행군하는 우리의 발걸음은 천둥처럼 울려퍼진다 312
펄 · 16장 이동 333
스타샤 · 17장 폐허가 우리를 지켜준다 355
펄 · 18장 헤어짐 363
스타샤 · 19장 신성한 휘장 388
펄 · 20장 탈출 403
스타샤 · 21장 끝이 아닌 422
펄 · 22장 결코 끝이 아닌 461

작가의 말 462

▶ 『세상 끝 동물원』에 쏟아진 찬사

『세상 끝 동물원』은 하나의 패러독스다. 가장 추악한 범죄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소설이며,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철저한 조사를 거쳤으면서도 동화적인 가벼움이 깃든 소설, 성장을 허락받지 못한 아이들의 성장소설이다. 그 여정을 끝까지 함께한다면 참혹한 동시에 강렬하고 독창적인 작품을 만날 것이다. 앤서니 도어(『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무엇보다 잊기 힘든 것은 아우슈비츠라는 지옥을 그리면서도 많은 수감자의 꺾이지 않는 마음을, 극도로 처참한 고통에 마주해서도 희망과 친절한 마음을 지키는 의지를 포착한 필력이다. 뉴욕 타임스

연민과 잔인함, 야만과 아름다움에 대한 감동적인 소설. 가디언

경탄스럽다. 복합적이다. 가슴을 울린다. 강렬하다. 충격적이다. 탁월하다…… 이번만은 이 모든 찬사를 아낌없이 늘어놓을 수밖에 없다. 엘르

모든 문장이 중요하다. 주인공 소녀들을 단순히 희생자로 그리지 않은 선택에 찬사를 보낸다. 무지막지하게 아름다운 책. 퍼블리셔스 위클리

그보다 더 잔혹할 수 없는 세계에서 피어난 희망적인, 심지어 아름다운 순간을 선사한다. 오프라 매거진

책 속으로

자신의 가장 훌륭한 부분과 가늠되지 않을 만큼 떨어진 채로 살아야 했던 적이 있는가? 그런 경험이 있다면 그 위험성도 잘 알 것이다. 숨이 나를 떠나버리자 심장박동도 따라 떠나버렸고 뇌는 상상할 수 없는 열기로 달아올랐다. 분홍빛 태아인 나는 다음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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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가장 훌륭한 부분과 가늠되지 않을 만큼 떨어진 채로 살아야 했던 적이 있는가? 그런 경험이 있다면 그 위험성도 잘 알 것이다. 숨이 나를 떠나버리자 심장박동도 따라 떠나버렸고 뇌는 상상할 수 없는 열기로 달아올랐다. 분홍빛 태아인 나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마주했다. 펄이 없으면 나는 가치 없는 반쪽짜리, 누군가를 사랑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11~12쪽)

그러니까 나는 폭력에 대해 알고 있었다. 아니, 그 눈들에게 일어난 일을 이해할 정도로는 알고 있었다. 그것들이 마지막으로 보았을 광경보다 더 좋은 광경을 볼 자격이 있었던 사람들의 몸에서 떨어져나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비록 가장 아름다운 광경이 무엇인지는 몰랐지만 그걸 주고 싶었다. 바다를 건너고 산을 넘어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물건이나 동물, 풍경, 악기, 사람을 가져다주고 싶었다. 폭력으로 찢겨도 아름다운 것들은 남아 있다고, 그리고 그 아름다운 것들이 여전히 그들을 기억한다고 안심시켜줄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괜찮았다. 그런 일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나는 그 눈들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을 주었다. 눈물, 그것이 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75~76쪽)

나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이곳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너무나 인간적인 존재가 되어서도, 누군가의 기억에 나를 각인시키려고 해서도, 그리고 무엇보다 마지막으로 기억될 처음을 나 자신에게 허락해서는 안 된다고. (145쪽)

아우슈비츠는 결코 나를 잊지 않았다. 나는 잊어달라고 애걸했다. 우리가 아무리 울어대고 타협을 하고 시들어간다 해도 아우슈비츠는 내 번호를 식별하고 자신이 앗아간 영혼의 수를 세는 데만 신경썼다. 우리는 셀 수 없이 많았으므로 발밑의 대지를 완전히 점령해 무無로 만들어버려야 했다. 하지만 그 땅조각은 점령되지 않았다. 어떤 이들은 우리가 악의 존재를 완벽히 이해하면 그 땅조각을 점령할 수 있을 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리가 이제 알겠다 싶으면 악은 매번 스스로 증식해갔다. 어떤 이들은 희망이 그곳을 점령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희망이 번성할 때마다 고문도 번성해갔다. 내 믿음은 이랬다. 아우슈비츠는 펄이 돌아오면 끝날 것이다. (189쪽)

왜냐하면 아름다움이 세계를 구하기 때문이란다. 파파가 언제나 하던 말이었다. 왜 세계에 구원이 필요한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심지어 구원이 뭔지도 모르던 내게 해준 말이었다. 분명 펄도 파파가 이야기한 아름다움이 가진 구원의 힘에 대해 똑같이 느꼈을 것이다. (210쪽)

나는 진정한 자유가 온다면 또다른 기다림이 시작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기다렸다. 침대에 누워 언니에게 또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옆쪽 벽면에 겨우 인사말을 새겼을 뿐이었다. 펄에게, 라고. 언젠가 펄이 붙잡혀 있는 곳?죽음이든 멩겔레든?을 아주 잠깐만이라도 떠나와 이걸 보면 그동안 어떤 말을 들었더라도 우리가 여전히 인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거라고 믿으며 썼다. (243쪽)

낡긴 했지만 그 목발은 나에게 새로운 삶을 주었다. 목발 덕분에 걸을 수 있는 나로 거듭났다. 어쨌든 휘청거리기보다는 나은 것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나는 목발을 짚고 가만가만 걷고 앞을 향해 발을 뻗을 수 있었으며, 몇 발짝 걸어보는 것만으로도 내게 어떤 일들이 가능한지 알 수 있었다. 계속 망가진 상태겠지만 재빠른 망가진 상태일 수도 있고, 적응한 망가진 상태일 수도 있으며, 능력 있는 망가진 상태일 수도 있었다. (379쪽)

그녀를 용서한다고 가족이 살아 돌아오는 것은 아니었다. 고통을 없애지도 악몽을 잠재우지도 못했다. 새로 시작할 수도 없었다. 티끌만큼도 끝이 아니었다. 나의 용서는 한없는 반복이었고, 내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일이었다. 나는 그들의 실험이, 그들이 부여한 번호가, 그들이 채취한 샘플이 헛된 것임을 증명하며, 한 소녀가 얼마만큼 견딜 수 있는지에 대해 그들이 과소평가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증거였다. 나의 용서로, 나를 없애려 한 그들의 실패는 확실해졌다. (3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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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전 세계 24개국 출간 뉴욕 타임스 주목할 만한 책 퍼블리셔스 위클리·엘르·아마존 올해 최고의 책 반스&노블 올해의 발견 죽음의 연기가 피어오르는 아우슈비츠의 동물원 악마적 실험의 대상이었던 우리에게 수술대보다 두려운 것은 쌍둥이 자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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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24개국 출간
뉴욕 타임스 주목할 만한 책
퍼블리셔스 위클리·엘르·아마존 올해 최고의 책
반스&노블 올해의 발견

죽음의 연기가 피어오르는 아우슈비츠의 동물원
악마적 실험의 대상이었던 우리에게 수술대보다 두려운 것은
쌍둥이 자매를 잃어버릴지 모른다는 공포였다

1944년 가을, 아우슈비츠에 도착한 열두 살 쌍둥이 펄과 스타샤는 멩겔레의 눈에 띄어 ‘동물원’이라는 막사로 보내진다. 스스로를 ‘의사 삼촌’이라 부르며 다정히 사탕을 나눠주는 그에게 선발되면 가스실에서의 즉각적인 죽음을 면할 뿐 아니라 수용소에서 특권을 누릴 수 있다는 소문이 돌지만 실상 그의 눈에 든 아이들은 생체실험의 도구, 소모품일 뿐이다. 고문과 학대로 가득한 그곳에서 쌍둥이는 각자의 방식으로 새로운 삶에 적응해나간다. 첫날부터 여러 사람에게 질문을 던지며 대담한 모습을 보인 스타샤는 자기가 멩겔레의 실험대상 중에서도 특별한 존재라고, 그러니 엄마와 할아버지도 수용소 어딘가에서 잘 지내고 있으리라고 굳게 믿는다. 차분하고 신중한 펄은 한 걸음 물러나 모든 상황을 관찰하며 수용소의 위계관계를 파악하고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을 기억하려 한다. 둘은 어린 시절 함께 한 놀이와 상상을 위안 삼아 하루하루 버텨보려 하지만 역겨운 실험의 고통도 낯설게만 변해가는 서로의 모습도 견디기 어렵다. 반쪽을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은 더더욱 괴롭다. 그렇게 잔혹한 시간이 이어지던 어느 겨울 멩겔레의 지시로 열린 공연에서 펄이 사라지고, 그날 펄이 영화 관계자의 눈에 띄어 세계적인 스타가 되리라 기대했던 스타샤는 나무통에 틀어박혀 괴로워하며 펄에게 편지를 남긴다.

마침내 소련군에 의해 수용소가 해방되어도 고통은 끝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쌍둥이를 잃은 소년 펠릭스와 함께 상처와 허기, 복수심을 안고 폐허가 된 폴란드를 헤매는 스타샤는 유대인을 유인해 죽일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는 나치 동조자, 소금광산에 숨어 목숨을 부지하는 독일 패잔병 등을 맞닥뜨려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홀로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을 떨치지 못한다. 한편 멩겔레의 실험실 깊숙한 철망우리에 갇혀 있던 펄은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디기 위해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모를 만큼 모든 기억을 지워버리고 만다. 소련군에게 발견된 후 다른 생존자들과 함께 자유를 찾아 나서지만 과거에 사랑하던 모든 것은 망가져버렸고 도처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그럼에도 펄은 불편한 몸으로 새로운 삶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는 동시에 헤어진 쌍둥이를 향한 어렴풋한 그리움을 느낀다.

참혹한 시대의 악을 증언하는 섬세하고도 강렬한 목소리
비인간적인 세계에서 인간이기를 포기하지 않은 이들의 기적

펄과 스타샤의 시점을 오가며 그려지는 소설 속 세계는 완전한 암흑이다. 의료기술과 약물이 사람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해치고 죽일 목적으로 이용되는 그곳에서, 멩겔레는 서로 긴밀하게 유대하는 일란성쌍둥이가 분리를 경험하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알아보기 위해 펄을 가둔 채 실험의 강도를 높이고 스타샤는 통제집단이 되어 자매의 통증에 민감하게 공명한다. 매순간 지금이 최악이라 생각하지만 더욱 참혹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고, 고통은 죽어서도 떨쳐지지 않을 듯하다.

그럼에도 이야기는 멩겔레라는 악의 화신이 아니라 그의 학대를 견디며 분투하는 이들에게, 그들의 의지에 온전히 집중한다. 펄과 스타샤는 속눈썹과 점의 개수까지 집계되는 물건 취급을 받으면서도 서로에 대한 애정과 연민을 버리지 않고 파괴된 세상에서도 아름다움을 추구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동물원을 탈출할 사람은 서로이길 바라고, 그 바람이 좌절되었을 때조차 서로 사랑했던 사람이 존재했다는 증거를 끈질기게 남긴다. 그 어떤 인간적인 가치도 발 들일 틈이 없는 수용소에서 선의를 베푸는 주변인들 역시 어둠 속에서 희미하지만 쉼없이 반짝이는 빛처럼 힘이 되어준다. 어디서든 나타나 곤경에 처한 친구를 구해주고 수용소의 식량을 훔쳐 허기를 달래는 법을 알려주는 씩씩한 알비노 소녀 브루나, 아이들이 좀더 오래 살아남을 수 있도록 신상정보를 조작하는 일명 쌍둥이아빠, 반쪽을 잃어버린 펄과 스타샤의 옆을 끝까지 지키는 페테르와 펠릭스, 본인도 학대를 당하고 멩겔레의 조수 역할을 강요받으면서도 남몰래 수감자들을 챙기는 유대인 의사 미리. 해방 후 누구 하나 쉽사리 믿기 어려운 혼란 속에서도 이들은 예기치 못한 호의에 위안을 얻고 같은 처지의 생존자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며, 아우슈비츠의 모든 기억이 지워지길 바라는 한편 그 시절에 만난 따스한 선의만은 서로의 마음속에 남아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펄과 스타샤는 어린 시절을 빼앗기고 성장을 허락받지 못했지만 이제 망가진 곳이 재건되는 세상에서 새로운 삶을 쌓아올리기를, 끔찍한 시간을 끝내 헤쳐나오지 못한 이들이 평안하기를 기도한다. 크나큰 공포에 마주해서도 끝내 인간이기를 포기하지 않았던 이들의 이야기 『세상 끝 동물원』은 아무리 커다란 악도 꺾어버릴 수 없는 강인함의 증거로, 가장 추악한 범죄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소설로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나는 세상의 악에 노출되고도 살아갈 방법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지, 스스로의 생사를 좌우할 만큼 누군가를 크게 사랑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그 대상을 잃어버린 인간은 어떤 식으로 파괴되는지 알고 싶었다. 가족, 사랑, 아름다움, 기억, 공포의 의미를 다시 알고 싶었다. 고통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다른 무언가로 바꿀 수 있을지 알고 싶었다. 살해당한 사람들, 살아남은 사람들, 누군가는 부인하거나 망각되길 원할 이야기를 기억할 책임을 남긴 이들에게 내 주인공들을 통해 경의를 표할 수 있을지 알고 싶었다.” _어피니티 코나

『세상 끝 동물원』의 주인공
펄과 스타샤의 모델이 된
에바와 미리엄 모제스 쌍둥이.
에바 모제스는 생존자 지원단체를 설립하는 등 홀로코스트의 참상을 알리기 위해 활발히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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