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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구원 / 임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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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쪽 | 규격外
ISBN-10 : 1189280280
ISBN-13 : 9791189280284
다정한 구원 / 임경선 중고
저자 임경선 | 출판사 미디어창비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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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3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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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7 배송 받고 따뜻함을 느끼기는 정말 오랫만이네요. 빠른 배송, 깔끔한 배송상태, 따뜻한 메모 정말 최고입니다. 5점 만점에 5점 agap*** 2020.01.17
316 좋은책 주셔서 감사해요.삶이 덕분에 풍요롭게 되겠네요. 5점 만점에 5점 lsm8*** 2020.01.16
315 빠른 배송에 책들도 깨끗해요 ^^ 중고 거래는 이번이 첨 이였는데 잘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 쪽지도 감동받았어요 ^^ 5점 만점에 5점 yohoy*** 2020.01.15
314 정성담은 메모와 포장 감사합니다. 5점 만점에 5점 ina*** 2020.01.13

이 책의 시리즈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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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떠난 아버지에 대한 애도의 여정이자 모든 것이 아름답기만 했던 어린 날로의 귀향! 임경선의 산문집 『다정한 구원』. 《교토에 다녀왔습니다》 이후 2년여 만에 펴낸 산문집으로, 몇 번의 통과의례를 거치며 한층 깊어진 감수성으로 그간 펴낸 산문 중 단연 우아한 결을 선보인다. 지난 늦여름, 아버지를 어머니 곁으로 보내드리고 상실의 슬픔과 사후의 현실적인 문제들로 마음이 깊이 지쳐갔던 저자는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1년간 포르투갈 리스본에 살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열 살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열 살인 딸과 함께 리스본으로 떠났다.

당시 같이 살았던 유일한 자식으로서, 부모님에 관한 가장 농축된 기억이 서려 있는 그곳에서 그들을 기억하고 싶었던 저자는 그곳에서 환하게 웃던, 갓 마흔 살 눈부신 젊은 시절의 모습으로 영원히 그들을 각인하고자 했고, 딸에게서 자신의 모습이 겹쳐 보일 때마다 아이를 품에 안아주고, 그렇게 앞으로의 날들을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랐다.

아버지의 청춘이 서린 도시 리스본에 도착해서야 비로소 지난날에 진정한 작별을 고할 수 있게 된 저자는 그곳의 눈부신 햇살 속에 녹아 있는, 조건 없이 사랑받은 기억이야말로 아버지가 남긴 사라지지 않는 유산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전작들에서 펼쳤던 사랑한다는 말없이 사랑을 고백해야 한다는 연애론처럼, 이번 책에서 저자는 죽음을 드러내지 않고도 충분히 애도를 그리고 있다. 저자의 사유를 가만히 따라가다 보면 그 끝엔 저마다 자신의 가장 빛났던 시절과 조우하는 작은 기적이 기다리고 있다.

저자소개

저자 : 임경선
서울에서 태어나 요코하마, 리스본, 상파울루, 오사카, 뉴욕, 도쿄에서 성장했다. 2005년부터 글을 쓴 이래, 산문 『엄마와 연애할 때』 『나라는 여자』 『태도에 관하여』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자유로울 것』 『교토에 다녀왔습니다』, 소설 『어떤 날 그녀들이』 『기억해줘』 『나의 남자』 『곁에 남아 있는 사람』 등을 펴냈다. 네이버 오디오클립 ‘요조와 임경선의 교환일기’를 진행 중이다.

목차

Prologue 리스본으로 돌아가기 전에

DAY 1 도착
DAY 2 저마다의 여행법
DAY 3 리스본의 색깔
DAY 4 올리브나무와 이방인들
DAY 5 우리가 빛났던 계절
DAY 6 섬세하고 아름다운 생각
DAY 7 깊은 고요
DAY 8 쉼
DAY 9 사우다지의 시간
DAY 10 도시의 민낯
DAY 11 마지막 노을
DAY 12 출발

Epilogue 이제 내게 남은 것들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인생의 모든 눈부신 것” 우리가 사랑하는 작가 임경선 그 빛나는 감수성이 시작된 곳 나는 바다의 쌉싸름한 공기를 깊게 들이마시면서 나라는 인간이 만들어지는 데 일부분을 담당한 이곳의 파도와 바람을 생각한다. 나에게 얼마간의 낙천성이라는 게...

[출판사서평 더 보기]

“인생의 모든 눈부신 것”
우리가 사랑하는 작가 임경선
그 빛나는 감수성이 시작된 곳

나는 바다의 쌉싸름한 공기를 깊게 들이마시면서 나라는 인간이 만들어지는 데 일부분을 담당한 이곳의 파도와 바람을 생각한다. 나에게 얼마간의 낙천성이라는 게 남아 있다면 그것은 모두 리스본의 햇살과 바다에게 신세진 것이겠다. _123면

『태도에 관하여』 『자유로울 것』 등으로 독자들의 한결같은 지지를 받아온 작가 임경선의 신작 『다정한 구원』이 ㈜미디어창비에서 출간되었다. 『교토에 다녀왔습니다』 이후 2년여 만에 펴내는 이번 산문집에서 작가는 열 살 무렵,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보낸 행복했던 유년의 시공간을 호출한다.
30여 년의 세월이 지나 돌아간 리스본행은 세상을 떠난 아버지에 대한 애도의 여정일 뿐 아니라 모든 것이 아름답기만 했던 어린 날로의 귀향이기도 하다. 그는 아버지의 청춘이 서린 도시 리스본에 도착해서야 비로소 지난날에 진정한 작별을 고할 수 있게 된다. 그곳의 눈부신 햇살 속에 녹아 있는 ‘조건 없이 사랑받은 기억’이야말로 아버지가 남긴 사라지지 않는 유산(legacy)이라는 사실 또한 깨닫는다.

지금 딸의 나이, 그러니까 정확히 열 살 때 나는 리스본에서 1년간 살았다. 돌이켜 보면 리스본에서 보낸 그 1년만큼 아무런 유보 없이 평온하고 행복했던 적이 내 인생에 있었을까? (…) 지난 늦여름, 아빠를 엄마 곁으로 보내드리고 나는 상실의 슬픔과 사후의 현실적인 문제들로 마음이 깊이 지쳐갔다. (…) 그들이 가장 생생하게 삶을 살았던 공간에서 그들을 기억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곳에서 환하게 웃던, 갓 마흔 살 눈부신 젊은 시절의 모습으로 영원히 각인하고 싶었다. _10-11면

슬픔을 돌보는 견고한 위로

리스본에서 보낸 시간들은 통제할 수 없는 그 당연한 사실을 우아하게 직시하고 받아들이기 위함이었다. 그래야만 나는 그들을 마음껏 그리워할 수가 있고, 그래야만 내가 그들을 놓아주고 인생의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가 있을 테니까. 소멸과 생성, 끝과 시작은 하나의 몸이고, 끝이 있기에 우리는 순간순간의 찬란함을 한껏 껴안을 수 있다. _256면

『다정한 구원』에는 자기 몫의 슬픔을 받아들인 채 묵묵히 인생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한 인간의 성장을 지켜보는 순정한 감격이 있다. 아버지를 애도하면서도 고통에 침잠하기보다는 찬란했던 그의 존재를 소환함으로써 그의 부재를 극복한다. 때로는 슬픔이 없으면 위로 역시 허락될 수 없다는 사실이 슬픔을 견딜 만한 것으로 만들어주는지 모른다. 슬픔을 외면하지 않고, 기꺼이 끌어안기에 이 위로는 견고하다. 작가는 상실의 아픔을 충분히 돌본 후에야 생(生)에 대한 감사를 인정할 수 있게 된다. 끝에서 다시 시작되는 자연의 섭리처럼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은 딸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진다. 대륙의 끝이자 바다의 시작인 리스본은 작품을 관통하는 이러한 정서의 무대로 더없이 어울린다. 삶이 그러하듯, 자신 역시 “인생의 모든 눈부신 것”을 아무런 대가 없이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겠노라는 마지막 다짐은 각별한 여운을 남긴다.

삶이라는 여행이 우리에게 베푸는 선물

이렇게 마음이 이끄는 대로 하길 잘했다. 이곳에 다시 찾아오기를 잘했다. 변함없이 그 자리에 남아 있어주는 그 무언가를 만난 일은 내게 고요한 위안을 선물로 안겨주었다. _188면

작가가 전작들에서 펼쳤던 사랑한다는 말 없이 사랑을 고백해야 한다는 연애론처럼, 『다정한 구원』은 죽음을 드러내지 않고도 충분히 애도를 그린다. 그런가 하면 다시 찾은 리스본에서 우연히 만난 이들의 수줍은 선의에 살아갈 힘을 얻기도 한다. 낯선 곳에서 마주치는 뜻밖의 온기는 여행이 우리에게 베푸는 선물이다. 이 책은 삶이 긴 여행과 여수(旅愁)에 비유되는 까닭을 임경선만의 고유한 어법으로 살핀다.
독자들의 변함없는 사랑을 받아온 작가 임경선은 이번 작품에서 몇 번의 통과의례를 거치며 한층 깊어진 감수성으로, 그간 펴낸 산문 중 단연 우아한 결을 선보인다. 2005년부터 쉬지 않고 성실하게 써온 작가에게 여전히 자기 갱신의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자신의 기원으로 돌아가 오히려 새로운 전환을 맞이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행보 또한 기대를 품게 한다. 이 책은 삶 속에 숨겨진 각자의 ‘다정한 구원’을 발견할 수 있도록 싱그러운 그해, 그 바다로 독자를 초대한다. 작가의 사유를 가만히 따라가다 보면 그 끝엔 저마다 자신의 가장 빛났던 시절과 조우하는 작은 기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 책이 있다. 이건 누가 뭐래도 나 자신을 스스로 살려내기 위해 쓴 이야기구나, 싶은 책이. 이 글을 쓰지 않고서는 도저히 인생의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없겠다는 절박함이 드는 책이. 말하자면 『다정한 구원』이 그런 책이다. 그렇다 보니 나 외에 다른 사람이 읽어주는 것 하나하나가 그 자체로 여분의 기쁨처럼 느껴진다. 참 행복하다. _임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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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다정한 구원 | dl**tnrqkq | 2019.11.11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임경선이라는 작가를 좋아하기도 하고, 그가 딸과 함께 하는 시간을 글로 쓴 것을 좋아하기도 한다. 어떤 내용...

    임경선이라는 작가를 좋아하기도 하고, 그가 딸과 함께 하는 시간을 글로 쓴 것을 좋아하기도 한다. 어떤 내용인지도 모르고 읽어 보고 싶었는데 도서관에서 운 좋게 대여했다. 최근 도서라 인기가 많아 계속 기다렸다.


    딸의 나이가 11살, 저자는 11살이었을 때 리스본에 살았다고 한다. 정확히 1년. 아빠의 직업 때문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부러웠다. 외국에 나가사는 일은 누구에게나 주어지지 않는 일이고, 그 당시 더 힘들었을테니까. 어린 나이에 외국에 나가 사는 것이 힘들었을지는 몰라도 어른이 되고 나서는 좋은 경험이라는 의미로 삶에 녹아 내리지 않을까? 특히 작가라는 직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계속 하면서 읽었는데 역시 내가 좋아하는 솔직한 작가는 이렇게 썼다.


    p.187

    "누구를 비판하고 싶어질 때, 세상 사람들이 다 너처럼 좋은 조건을 타고난 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할 것을. 나는 항상 내가 거쳐온 길이 복잡하다고만 생각해왔다. 지나고 보니 그것은, 아무리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해도, 분명히 감사해야 마땅할 특수한 환경이었다.


    솔직한 것이 이 작가의 가장 큰 매력이다.


    p.29

    사실을 고백하자면, 나는 딸아이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나에게 행복이란 그런 것이다. 그보다 더한 행복?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때, 가령 윤서가 행복해할 때 나의 행복은 그 곱절이 된다.


    내 딸이 지금 네 살인데, 작가의 이말이 미치듯이 와 닿는다. 나도 사실을 고백하자면 몇 달 전까지만 해도(딸에겐 미안하지만) 아이가 없었을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갈래? 라는 질문에 당연하지를 외쳤는데, 최근에는 딸아이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르다는 옛말이 어떤 건지를 몸소 경험하고 있는 상황이다. 바라만 봐도 행복하다는 그 말도 무엇인지 너무 잘 알겠다.


    p.119

    윤서는 이번 여행에서 부쩍 성숙해진 모습들을 보여주었지만 한편으로는 여전히 어리다는 생각을 떨쳐내기 힘들다. 아직은 내가 챙기고 보호해줘야 하는 아이다. 그러나 부모는 자식의 인생을 마지막까지 지켜봐줄 수가 없다.


    너무 슬프다. 나도 딸을 데리고 여기 저기 다니지만 여행 중에는 부쩍 큰 것 같으면서도 아직 어려서, 내가 이런 아이를 데리고 너무 강행군을 했나? 싶기도 하다. 어린 것에 대해 안도감을 가지면서도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에 아이가 얼마나 빠르게 클지에 대해서 슬퍼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은, 딸과 떠나는 여행은 언제나 옳다.


    리스본이라니,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던 나에게 너무나 따뜻한 곳으로 다가온다. 작가가 어렸을 때 잠시 살았던 곳이지만 그 기억은 여전히 남아 있는. 하나 하나 찾아가는 것도 재미있었고, 아버지의 지인을 찾아간 것도 마음이 먹먹할 정도로 좋았다. 그리고 그 과정에 저자의 딸이 함께 했다는 것도. 이 책을 읽은 독자들에겐 리스본이라는 곳은 처음 가더라도 따뜻한 곳으로 느껴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작가란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사람이고, 그 책 안에 있는 공간 또한 따뜻하게 느껴지게 만드는 사람인가보다.

     

     

  • 임경선 작가의 책이다. 평소 같았으면 당연히 패싱 했을 작가였다. 나는 이 작가에 나는 무척이나 인색하기 때문이다. 작가의 책은 고작 두 권 읽었다. 그중 <태도에 관하여>를 읽었을 때 느꼈던 부정적인 충격이 아직도 선연하다. 내 인생에 실망은 있었을지언정, 실패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것을 근거로 나의 직립된 가치관은 빛을 발했다. 내가 잘난 줄 알고 지냈다. 2015년 가을 전까지는. 그리고 2015년 가을부터는 나는 세상에 대한 모든 회의를 지니게 되었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어떤 것을 상실했고, 그로 인해 내가 가지고 있던 가치관이 전부 흔들리던 시절이었다. 때마침 그의 글을 읽게 되었는데 그때 느꼈던 그 괴리감,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글을 쓰는 것이 그 사람의 일이라면, 그 글을 읽고 판단하는 것은 오롯한 내 일이었다. 그 판단에 오류가 있든 없든, 어쨌든 읽히라고 쓴 글이 아니던가. 이 사람은 어떤 일에 대해 실패를 해본 적 없겠고, 중요한 것을 ‘상실’ 해본 적도 없는 사람이겠다. 그렇기에 가치관이 단 한 번도 흔들린 적 없는 사람이겠구나. 그러니까 이렇게 사물과 현상에 대해 타인이 받을 상처는 생각 않고 확실하게 정의를 내릴 수 있겠구나. 솔직함을 가장한 무례함이 있다는 것을, 그의 글을 읽고 처음 느꼈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니고, 내가 읽을 수 있는 사람도 아니구나. 이 사람의 글을 읽어내는 것이, 내게는 나의 상실을 극대화하는 것이겠구나. 그럼 이만 안녕.하고 돌아섰다. 일말의 미련도 없었다.

    그래서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와서 한참을, 고민했다. 그때와 같은 느낌이 들면 당장 덮어버리겠다는 결심을 한 후에야 나는 책장을 펼칠 수 있었다. 그는 부모님을 여의고 깊은 상실감에 빠져있었다. 현실에 숨이 턱턱 막혀올 때 생각난 곳이 있었으니, 그곳은 리스본이었다. 열 살 때 부모님과 함께 살던 곳을, 그때 자신의 나이와 꼭 닮아있는 딸과 함께 떠났다. 올리브 나무의 암녹색을 떠올리게 한다는 리스본에.

    그런데 읽을수록 나는 다른 사람의 글을 읽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난을 하거나 책망하거나 힐난하는 눈초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글을 쓸 때에 유약해진 탓에 퍽 감상에 젖어 그런 걸까, 둥근 돌을 매만지는 기분이었다. 행복했던 시절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사람은 상냥해진다는데, 행복이 전부였던 시간을 보냈던 그곳에 나의 모든 것을 걸어도 아깝지 않을 이와 함께 있으니 더욱 그렇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든다.

     

     


    내게 다정한 구원은 무엇이었을까,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본다. 늘 달랐다. 어떤 시기에는 기차 플랫폼이었고, 어떤 시기에는 계절마다 나무색이 다르게 비치는 호수였으며, 어떤 시기에는 지는 해를 볼 수 있는 다리(

    )이기도 했다. 이것은 내가 생활하는 곳이 매번 달라지는 까닭이다. 그것 외에 더 확실하고 명확하게 나를 위무해준 것은 포르투갈의 호카곶이었다. 가감 없이 행복했던 때를 기억해내라고 하면 단연 몇 시간 남짓의 그곳이었다. 그렇다고 그곳에서 뭘 한 것도 아니었는데, 힘들어죽을 것 같은 날에는 그때를 떠올렸다. 그날의 날씨, 그날의 공기, 그날의 햇빛, 그날의 감정, 그날의 나, 그리고 당신, 우리. 하나도 잊을 수 없다. 그렇기에 다시 갈 생각은 (아직까지는) 없다. 그때의 행복을 꽁꽁 잠그고 원하는 때에 들여다보고 싶다. 그날의 날것들을 다시 느낄 리 만무하므로. 나에게 호카곶은 그날의 호카곶으로도 충분하다. 그때를 상기시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처음 느껴보았는데, 그런 행복감을 느낄 날이 앞으로도 종종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덧.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면서 이번 책의 다정함 때문에 혹여라도 내가 이전 작()을 오해했나 싶어 부러 찾아 펼쳐들어 중간 페이지부터 읽었다. 그리고 있는 힘껏 미간을 찌푸리며 책을 꽂아두었다. 그럼 그렇지. 책의 서두에 쓰셨던 것처럼, <위대한 개츠비>의 "누구를 비판하고 싶어질 땐 세상 사람들이 다 너처럼 좋은 조건을 타고난 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다정한 구원 | my**1 | 2019.08.24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임경선 작가는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리스본에서 산 적이 있다고 한다. 엄마에 이어 아빠까지 하늘로 떠...

    20190822_161042.jpg

     

    임경선 작가는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리스본에서 산 적이 있다고 한다. 엄마에 이어 아빠까지 하늘로 떠나시자, 작가는 10살난 딸 윤서와 함께 리스본으로 여행을 간다. <다정한 구원>은 어린 시절의 자신과 부모의 발자취를 쫓으며 추억하고, 현재의 자신을 위로하며, 미래인 딸을 사랑하는 감정이 담긴 여행일기이다.

     

     

    우리는 트램 위에 올라타고, 자리에 앉아 창밖 세상을 구경한다. 그러다가 저마다 자신의 때가 되면 트램에서 내린다. 누구는 더 먼저 내리고 누군가는 더 나중에 내린다. 다만 모두가 언젠가는, 한 사람도 빠짐없이 내려야만 한다. 그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이를테면 약속 같은 것이다.

     237쪽

     

     

    초중반은 단순한 리스본 여행기에 가까울 정도로 리스본 관광 정보(호텔, 해변, 음식점, 교통 등)가 많다. 제목은 일반 산문의 형태인터라 리스본 여행 자체 이야기가 많은 것이 의외였다. 그러면서도 작가는 그 여행을 기록한 글 사이사이에 지난 시절 엄마와의 갈등이나 부모를 잃은 상실감, 어린 시절의 웃음과 독립적이어야했던 사정 등 자신의 이야기를 노련하게 끼워넣는다. 글은 후반부로 갈수록 여행보다는 작가의 삶을 더 많이 드러낸다. 소설 구성 단계처럼 감정을 고조시키다가 터뜨리고 이를 정리하는 모습이 산문이지만 마치 소설을 읽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다정한 구원]는 사사로운 이야기이다. 내가 왜 이 사람의 속사정을 알아야 하고, 자기 위로로 가득한 일기를 읽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떠오르지만, 애초에 이 책은 그런 산문이다. 꼬인 마음으로 보자면 스스로의 감정을 다독이기 위한 글을 읽어주는 사람이 있고 판매할 수 있다니 부러운 것이고, 풀린 마음으로 보자면 나 역시 겪었던 일들과 그때의 감정들이 떠올라 공감하는 면도 있다.

     

    상실을 겪고 일차적 충격이 지나면 서서히 여러 감정이 휘몰아친다. 그러한 자신의 내면을 똑바로 들여다 보고 헝클어진 감정들을 하나하나 정리할 때 비로소 상실을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부모는 떠나보냈지만, 조건없이 사랑해도 모자랄 아이가 곁에 있다는 사실 역시 인간의 삶은 계속된다는 말을 떠오르게 한다. 한 사람의 인생은 끝이 있지만, 부모에게서 자식에게로 이어지는 삶은 끊어지지 않는다. 책의 마지막 장인 Day12의 제목이 '출발'인 이유는 비단 한국으로 출발하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엄마 아빠는 그 시절 행복했었구나.

    서투르게나마 나는 사랑받았었구나.

     

    그리고, 나도 앞으로 내 아이를 힘껏 사랑해주어야겠다.

    이 이상 무엇을 더 바랄 수 있을까. 이미 이것으로 너무나 충분한 것을.

     

    그러니까 윤서야.

    이제는 너의 시대야.

    인생의 모든 눈부신것들을 다 너에게 넘길게.

     256쪽     

  • 다정한 구원 | ko**96 | 2019.07.11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리스본의 코메르시우 광장은 원래 옛 궁전이 있던 자리지만 1755년에 일어난 리스본 대지진으로 지금은 이...

     리스본의 코메르시우 광장은 원래 옛 궁전이 있던 자리지만 1755년에 일어난 리스본 대지진으로 지금은 이렇게 거대한 빈 공간으로 남게 되었다. 광장이 있는 바이샤 지역은 피해가 가장 심했던 곳이다. 지진은 여느 평범한 일요일 아침, 시민들이 성당에 미사를 드리던 와중에 일어났고, 신에게 버림받은 이때의 경험은 공교롭게 포르투갈의 문화와 철학을 종교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 바꾸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유 모를 고통을 겪다 보면 인간은 더 이상 신만을 의지하며 살아 갈 수가 없다.    

     바이샤 동네 산책, 호텔이 있는 프라타 거리 바로 옆 블록으로 들어가니 페르난드 페소아의 `불안의 책`에 등장하는 도라도레스 거리가 불쑥 눈 앞에 나타난다. 불안의 책은 한 사람이 평생에 걸쳐 추구한 내적 성찰을 극한까지 밀어붙인 작품으로, 리스본의 회계 사무원 베르나르두 소아르스가 일상을 기록한 일기 형식을 취했다. 페소아 자신처럼 예민하고 복잡한 내면을 가진, 냉소적이고 고독한 일인칭 주인공 소아르스가 저 4층짜리 건물 어딘가에서 흰색 토시를 두르고 지금도 과묵하게 치고 있을 것만 같다.   

     같은 라틴의 뿌리를 지녔다 해도 스페인 사람들과 얼마나 기질이 다른지 모른다. 가령 투우는 두 나라의 규칙이 다르다. 포르투갈에서는 투우사가 말에 타고 소와 싸우기 때문에 `말을 탄 사람`이라는 뜻의 카발레이루라 불리며 맨 마지막에 소를 죽이지 않고 살려준다. 반면 스페인의 투우사는 말을 타지 않은 채 소와 맞서고, 소를 죽이는 것으로 끝나기에 `죽이는 사람`이라는 뜻의 마타도르라 불린다. 두 나라의 민중가요는 또 어떤가. 포르투갈의 파두가 취약한 마음을 토로하는 체념의 정서를 띈다면 플라멩코는 사랑하는 상대를 향해 열정적으로 돌진하겠노라고 선언한다. 누가 낫다기보다 어디까지나 기질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다.    

  • 리스본에서.. | dl**glgl55 | 2019.06.09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작년, 힘든 시간을 보내신 작가님의 마음이 조금 느껴지는듯. 처음에는 뭉클한 마음에 책을 읽어나갔지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위로 받는 기분을 느꼈고,

    그 후로는 잔잔하고 매력적인 리스본에 빠지게 되었다.

    어찌 한번도 가보지 못한 풍경들이 그리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 질 수 있는지

    역시 작가의 표현력은 다르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굉장히 바쁜 삶을 살고 늘 바쁘면서도 대체 나는 뭘 하고있는지 모르겠는 이 상황들이

    이 책을 읽으며 조금이나마 정리되는 기쁜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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