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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브리오 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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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0쪽 | 규격外
ISBN-10 : 8954624200
ISBN-13 : 9788954624206
엠브리오 기담 [양장] 중고
저자 야마시로 아사코 | 역자 김선영 | 출판사 엘릭시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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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2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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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잘 받았습니다. 고맙습니다. ^^ 5점 만점에 5점 gi*** 2020.03.24

이 책의 시리즈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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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하지 않아 애틋한 애정이 담긴 아홉 개의 기담! 야마시로 아사코의 소설 『엠브리오 기담』. 다양한 작품으로 많은 팬을 거느린 오쓰이치가 ‘야마시로 아사코’라는 이름으로 괴담 전문지 《유幽》에 발표한 단편 아홉 편을 모은 작품집이다. 할머니가 손자손녀를 재우며 들려 줄 법한 다정한 어조로 괴상하기보다는 기이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행안내서 작가지만 길치인 남자 이즈미 로안. 생각할 수 없는 곳으로 사라지거나 생각할 수 없는 곳으로 걸어 나가는 그를 따라나서면 반드시 길을 잃는다. 책을 쓰기 위해 여느 때처럼 여행을 떠난 로안과 동행하게 된 이들은 생각지도 못한 광경을 마주치게 되는데…….

저자소개

저자 : 야마시로 아사코
저자 야마시로 아사코 (山白朝子)는 2005년 괴담 전문지 《유幽》로 데뷔한 기담 전문 작가. 본명은 아다치 히로타카安達?高이며 『Zoo』, 『Goth 리스트컷 사건』 등을 발표한 오쓰이치乙一라는 필명으로 유명하다. 십 대에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로 제6회 점프 소설 대상을 수상한 천재 작가인 오쓰이치가, 자신이 야마시로 아사코라는 사실을 밝혔을 때 독자들은 그의 다재다능함에 감탄했다.
야마시로 아사코의 첫 번째 기담집인 『죽은 자들을 위한 음악』은 ‘소리’를 주제로 가족 간의 유대와 죽음을 풀어내는 단편집이다. 두 번째 기담집인 『엠브리오 기담』은 길치인 주인공이 여행 도중 겪는 일을 그린 기담 연작이다. 자칫 기괴하게 느껴질 수 있는 배아 단계의 아기(엠브리오)를 소재로 아주 연약한 생명이나 사소한 마음가짐이 각양각색의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따뜻하게 그린다.
오쓰이치는 야마시로 아사코 외에도 나카타 에이이치中田永一라는 이름을 하나 더 갖고 있다. 국내에도 소개된 테마 작품집 『I LOVE YOU』에 나카타 에이이치의 단편이 실렸다. 그가 나카타 에이이치의 이름으로 출판한 『입술에 노래를』은 제61회 소학관 아동 출판 문화상을 수상했으며, 『무나카타 군과 만년필 사건』은 제66회 일본 추리 작가 협회상 후보작에 올랐다. 오쓰이치는 필명마다 특색을 유지하며 꾸준히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목차

엠브리오 기담
라피스 라줄리 환상
수증기 사변
끝맺음
있을 수 없는 다리
얼굴 없는 산마루
지옥
빗을 주워서는 아니 된다
"자, 가요." 소년이 말했다

역자 후기

책 속으로

오후가 되니 길을 잃었다. 이즈미 로안이 자신만만하게 앞장서기에 설마 길을 잃겠냐 싶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산속에서 똑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었다. 아니, 맴돌았다는 표현이 과연 맞는 걸까? 길은 곧은 외길이다. 하지만 나무에 표시를 새기고 조금 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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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가 되니 길을 잃었다. 이즈미 로안이 자신만만하게 앞장서기에 설마 길을 잃겠냐 싶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산속에서 똑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었다. 아니, 맴돌았다는 표현이 과연 맞는 걸까? 길은 곧은 외길이다. 하지만 나무에 표시를 새기고 조금 걷다 보면 똑같은 표시가 새겨진 나무가 앞에 보였다. 이건 말이 안 된다. (…중략…)
“진정해. 늘 있는 일이야.”
미미히코가 말했다.
(42쪽)

“혼자 길을 헤매는 건 외로운 일이더군. 여행에는 동행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어. 한창 헤매고 있을 때 짐꾼이 당황하는 꼴을 보면 이상하게도 내 마음은 차분해지거든.”
(2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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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저 사람, 여행이라면 질릴 정도로 해 봤을 텐데 꼭 길을 잃는단 말이지.” 『Zoo』, 『Goth』의 작가 오쓰이치의 화려한 귀환 안타까움과 슬픔, 기쁨을 한데 아우른 기담 연작 이즈미 로안은 여행 안내서 작가지만 길치인 남자. 생각할 ...

[출판사서평 더 보기]

“저 사람, 여행이라면 질릴 정도로 해 봤을 텐데 꼭 길을 잃는단 말이지.”

『Zoo』, 『Goth』의 작가 오쓰이치의 화려한 귀환
안타까움과 슬픔, 기쁨을 한데 아우른 기담 연작


이즈미 로안은 여행 안내서 작가지만 길치인 남자. 생각할 수 없는 곳으로 사라지거나 생각할 수 없는 곳으로 걸어 나가는 그를 따라나서면 반드시 길을 잃는다. 책을 쓰기 위해 여느 때처럼 여행을 떠난 로안과 동행하게 된 이들은 생각지도 못한 광경을 마주치게 되는데…….
안타까운 풋사랑의 추억, 죽은 어머니를 향한 사모곡, 가장 사랑한 순간 연인을 잃고 괴물이 된 남자의 이야기 등 기기묘묘한 이야기가 옛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완전하지 않아 애틋한 애정이 담긴 아홉 개의 단편 기담집.

십 대에 점프 소설 대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천재 작가 오쓰이치의 새로운 소설. 『Zoo』, 『Goth』 등의 작품으로 많은 팬을 거느린 이름을 버리고 신인인 척 슬그머니 내놓은 기담집이다. 오쓰이치는 잔혹한 이야기를 맑고 서늘하게 풀어 놓는 장기를 갖고 있다. 잔혹하지 않은 글도 인물들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여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다. 그가 야마시로 아사코의 이름으로 괴담 전문지 《유幽》에 발표한 애달픈 기담 단편들은 특유의 장점을 놓치지 않으면서 투명한 문장과 애조 어린 분위기, 군더더기 없이 빼어난 구성으로 독자들의 찬사를 받았다.

●기담 전문 작가 야마시로 아사코 : 오쓰이치의 새로운 변신

오쓰이치는 소재를 막론하고 작품 속에 인간을 향한 따스한 애정을 표현하는 데 능한 작가다. 대표작으로 『Zoo』나 『Goth』처럼 처참하고 잔혹한 이야기가 꼽히며 어두운 분위기의 작품이 유명하다는 사실은 반대로 생각하면 놀랍지 않은 이야기다. 작품에 나타나는 공포와 절망이 강렬할수록 오쓰이치의 특색인 인간애가 흑과 백처럼 극적으로 대비되어 드러나기 때문이다.
『엠브리오 기담』은 오쓰이치가 한층 진화하기 시작했음을 보여 주는 연작 기담집이다. 『엠브리오 기담』에서 그는 처참하거나 잔혹한 상황에 기대지 않고 신선한 공포를 자아내며 독자에게 감동을 안긴다. 이 작품은 이름 그대로 ‘기담’인 동시에, 여행 안내서 작가이면서 항상 길을 잃는 주인공 이즈미 로안의 여행담이다. 기담이 다루는 괴이하고 이상한 일들은 새롭기 때문에 매력적이고 무섭다. 여행 또한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일이라 기대되지만 두려운 일이다. 새로운 곳, 낯선 곳이 주는 긴장감에, 여행 도중 살해당하는 일도 적지 않은 『엠브리오 기담』의 시대 배경,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기담 특유의 새로움을 더하면 그야말로 극적인 공포가 완성된다.
오쓰이치는 이렇듯 완벽한 토대를 닦은 뒤 자신이 주제의식을 펼칠 순간을 면밀히 계산한다. 기담이자 여행담인 『엠브리오 기담』의 속성을 완벽하게 활용하면서 독자가 느끼는 기대와 두려움을 모두 그 순간을 위한 포석으로 삼는 것이다. 그리고 기담과 여행담이 가진 재미에 빠져든 독자들이 적당히 만족하려는 순간, 오쓰이치는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과 애정을 극적으로 펼쳐 놓는다. 그 순간 독자는 작가가 얼마나 자유자재로 독자들을 다루고 있는지 깨닫고 감탄한다. 모닥불처럼 따스하게 다가오는 인간애는 오쓰이치가 공포와 재미와 인간애 중 어느 하나도 놓치지 않고 한꺼번에 말할 수 있는 작가임을 독자들에게 알려 준다. 자극적인 설정을 쓰지 않고도 언제 어느 때나 자신이 원하는 만큼 강력히 주제의식을 전달할 수 있는 작가라는 것도 말이다.

●“언젠가 네게도 함께 길을 잃어 줄 친구가 생길 거야.”

『엠브리오 기담』은 오쓰이치가 야마시로 아사코의 이름으로 괴담 전문지 《유幽》에 발표한 단편 아홉 편을 모은 작품집이다. 괴상하기보다는 기이한 이야기를 다루는데, 할머니가 손자손녀를 재우며 들려 줄 법한 다정한 어조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다소 잔인한 장면이 등장할 때도 있지만 호랑이가 어머니를 잡아먹는 장면이 나오는 전래 동화 「햇님 달님」처럼 단편들은 전체적으로 푸근하고 정겹다. 「햇님 달님」의 중심에 오누이의 한결같은 애정이 자리하고 있었다면,『엠브리오 기담』에는 주인공 이즈미 로안과 짐꾼 미미히코의 우정이 견고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아홉 개 단편 중 대부분의 단편에서 화자 역할을 맡고 있는 등장인물 미미히코는 잘하는 것이 딱히 없는 미련한 인물이다. 그래서인지 여행만 떠나면 길을 잃는 로안과 함께 여행을 다니면서도 끈질기게 우정을 이어나간다. 사실 로안은 길을 잃을 때마다 어디론가 사라지는 탓에 친구가 생기지 않아 외로워하던 사람이다. 언젠가 함께 길을 잃어 줄 친구가 생기길 바랐던 그는 자라서 여행 안내서 작가가 된 뒤 미미히코를 만나 외로움을 던다.
듣기에 훈훈하고 따뜻하기만 한 이 관계는 여행 도중 일어나는 갖가지 기묘한 일들 때문에 매번 위기를 맞는다. 길가의 나무며 밥그릇의 쌀 한 톨까지 모든 게 사람 얼굴로 보이는 마을에 도착했을 때 미미히코는 굶어 죽기 직전까지 간다. 그 외에 죽은 사람이 보이는 온천이 있는 마을, 수십 년 전에 무너진 유령 다리가 나타나는 마을에서는 한 발짝만 잘못 움직여도 죽는 상황까지 갔다가 살아난다. 하지만 고난을 겪고 끝끝내 이어지는 우정은 길을 잃었으나 끝내는 집으로 돌아가는 전래동화들처럼 기기묘묘한 이야기에 따스함을 부여한다.

오쓰이치는 그동안 잔혹한 이야기를 그리는 동시에 한편으로 가슴 따뜻한 온기를 선사하는 작가라는 평을 받았다. 『Goth』, 『Zoo』 등의 대표작에 드러나 있는 잔인함 때문에 특정 팬들에게만 매력적이었던 것이 한계라면 한계였다. 완성도에서나 주제 의식에서나 새로운 대표작으로 꼽힐 『엠브리오 기담』은 그와 다르게 우정이 깔린 기담으로 만인의 공감대를 산다. 기존 작품이 독자를 가리는 면이 있었다면, 『엠브리오 기담』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든 독자에게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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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기담의 매력에 빠지다 | su**ell | 2019.06.09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기담' 하면 역시 일본  출신의 작가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우리나라 작가들이 쓴 기담집도 여러 권 존재...

    '기담' 하면 역시 일본  출신의 작가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우리나라 작가들이 쓴 기담집도 여러 권 존재하고 중국 기담집이나 기타 다른 나라의 기담집도 즐비하건만 이상하게도 '기담' 하면 일본 작가가 먼저 떠오르는 걸 보면 아무래도 일본인들의 '기담' 사랑이 유난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언뜻 머리에 스치는 책만 하더라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도쿄 기담집>이나 오노 후유미의 <영선 가루카야 기담집>, 아사노 아쓰코의 <기담>, 아사베 다쿠의 <기담을 파는 가게> 등이 있다. 그리고 제목에는 기담이 빠져있지만 미야베 미유키의 신작 <금빛 눈의 고양이> 역시 기담과 연관되어 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기담' 하면 일본의 이 작가를 빼놓을 수 없다. 야마시로 아사코. 2005년 괴담 전문지 <유幽>로 데뷔한 그는 기담 전문 작가로도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무작정 별나고 괴상한 이야기들만 다루기보다는 설화에 나오는 신비한 소재들을 바탕으로 마음을 울리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지어내는 작가로 정평이 나 있기도 하다. 이와 같은 그의 재능이 잘 반영된 책이 <엠브리오 기담>이다. <엠브리오 기담>에는 표제작인 '엠브리오 기담'을 비롯하여 총 9편의 단편소설이 실린 연작 기담집으로 작가는 책에서 항상 길을 잃는 이즈미 로안을 주인공으로 내세움으로써 여행과 공포를 대비시키고 있다.

     

    "내가 로안의 여행에 동해하지 않게 된 이유는 한 가지가 더 있다. 이즈미 로안은 길치였다. 그는 확실히 여행에 익숙했다. 지치지 않게 걸을 줄도 아는지 하루 종일 걸어도 기운이 넘쳤다. 하지만 백이면 백, 길을 잃는다." (p.13)

     

    이즈미 로안은 그가 거래하는 의뢰처(책 집필을 의뢰한 상점)에서 여행 비용을 지원받아 길 안내서를 쓰기 위한 취재를 주업으로 하는 사람이었다. 아직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훌륭한 효능을 지닌 온천이나 한 번쯤 볼 만한 사찰을 소개하기 위해 입소문만 들으면 직접 가서 확인하고 오는 게 그의 임무였다. 그와 몇 번인가 만나 말을 섞었을 때 그는 '나'(미미히코)에게 같이 여행을 하지 않겠느냐고 물었고 일자리가 궁하던 '나'는  로안의 제안을 선뜻 받아들인다.

     

    로안과 함께 떠난 세 번째 여행지는 무릎 통증에 좋다는 온천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이 주나 걸려 도착한 장소였다. 그러나 온천은 없었고, 완전히 지친 몸으로 마을로 돌아오는 길에서 로안 때문에 길을 잃었고, 갈 때는 지나지 않았던 이상한 마을을 지나게 되었는데 날이 저물어 여러 명이 공동으로 쓰는 큰 방에서 자게 되었다. 안개에 파묻혀 모든 게 희미했던 그 마을에서 나는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아 산책에 나섰는데 개울가에서 우연히 무엇인가를 먹고 있는 개들을 보았고, 개들이 먹다 남긴 찌꺼기를 숙소로 가져오게 된다. 새벽녘에 눈을 뜬 로안은 내 손바닥에 얹힌 물건이 인간의 태아(엠브리오)라고 했다.

     

    "인간의 태아지. 모른단 말인가? 인간은 갓난아이가 되기 전에 모친의 배 속에서 그런 모습을 하고 있다네. 어제 나카조 산원産院이 있었던 걸 기억하는가? 나카조는 예로부터 낙태를 전문으로 하는 곳이지. 분명 그곳 의사가 여자 배 속에서 빼낸 태아를 근처에 버린 게야." (p.17)  

    여행에 넌덜머리가 났던 '나'는 여행 세 번만에 로안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금세 죽을 줄 알았던 엠브리오는 예상을 깨고 꿈틀거리며 살아 있었고, 부모를 일찍 여의고 형제도 없었던 '나'는 엠브리오의 입가를 쌀뜨물을 묻힌 헝겊으로 축여 주기도 하고, 미지근한 물을 받아 씻겨 주는 등 애정을 갖고 돌보기 시작했다. 이즈미 로안과의 여행으로 주머니가 두둑해진 '나'는 노름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쉽게 돈을 잃고 말았다. 돈을 벌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해야만 했던 '나'는 집 한구석에 암막을 치고 엠브리오를 감춰 놓은 뒤 사람들을 집 안으로 끌어들여 돈을 받고 엠브리오를 구경시켰다. 엠브리오를 보겠다는 관객은 끊이지 않았고, '나'는 큰돈을 벌게 되었지만 노름으로 감당할 수 없는 큰 빚을 지고 말았다. 노름꾼 우두머리로부터 빚 독촉을 받게 된 '나'는 엠브리오를 지키기 위해 도망갈 궁리를 하고 이즈미 로안에게서 비바람을 막을 도구를 빌려달라고 부탁한다.

     

    "나는 이 녀석에게 지독한 짓을 했다. 내가 이 녀석에게 좋은 아버지였다면 어째서 이런 오밤중에 강가에 멍하니 서 있겠는가? 어째서 이 녀석에게 차가운 바깥바람을 맞히겠는가? 나는 태아를 손으로 감싼 채 지금까지의 행동을 되돌아보며 신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p.30)

     

    로안은 '나'와 태아 단둘만의 여행을 반대했다. 얼어 죽기 십상이라는 이유였다. 대신에 그가 아는 사람 중에 아이를 원하는 부부가 있으니 '나'의 노름빚을 그들이 대신 갚아주는 조건으로 태아를 그들에게 넘기자고 제안했다. 태아를 가져간 부부는 의사의 도움을 받아 태아를 배 속에 넣었다고 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 로안의 부탁을 받고 심부름을 다녀오던 중 갈림길에서 쉬고 있는데, 근처에 사는 아이들 무리가 지나갔고, 그들 무리 중 한 소녀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 아이가 말하길, 예전에 소녀는 나와 함께 살았다고 한다. 내 손바닥 위에서 잠들고, 밥그릇에 받은 미지근한 물로 목욕도 하고, 내 가슴에 딱 달라붙어 잠들면 마음이 놓였다고 했다. 소녀는 이제 갓 트인 말로 열심히 설명했다." (p.35)

     

    '기담'이란 게 늘 그렇지만 때로는 오싹한 한기가 느껴지기도 하고, '에이, 말도 안 돼.'라는 생각과 함께 터무니없는 이야기로 치부되기도 한다. 그러나 계속해서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기담의 매력에 푹 빠져들게 되고 그 속에서 느껴지는 훈훈한 교훈도 은연중에 깨닫게 된다. 우리는 이따금 '기담집'에나 나올 법한 이상한 이야기들을 현실에서 마주치는 까닭에, 때로는 '기담'보다 더 이상한 이야기들을 현실에서 전해 듣는 까닭에 '기담' 또한 아무렇지도 않게 대하는 게 아닐까. '세상에는 별의별 일이 다 있구나.'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는 까닭도 사람들의 입과 입으로 '기담' 역시 끊이지 않고 전해지기 때문이다.

  • ‘ZOO’, ‘GOTH’ 등 파격적인 작품으로 유명한 오츠 이치가 야마시로 아사코라는 이름으로 괴담 전문지 ‘유’(幽)에 ...

    ‘ZOO’, ‘GOTH’ 등 파격적인 작품으로 유명한 오츠 이치가 야마시로 아사코라는 이름으로

    괴담 전문지 ’()에 발표한 단편 9편을 모은 작품집입니다.

    이 작품에게 부제를 붙인다면 로안과 미미히코의 기이한 여행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온천이나 식당을 소개하는 여행 안내서를 집필하는 작가 이즈미 로안과

    그의 조수(?)인 미미히코가 새로운 여행지를 찾아 나선 길에 겪은

    기괴하고 비현실적인 경험담이 9편의 단편에 실려 있습니다.

     

    이즈미 로안은 직선으로 난 외길에서조차 길을 잃어버리는 타고난 길치로 유명한데,

    그를 따라가다 보면 같은 자리에서 며칠이고 계속 맴돌거나,

    산을 오르다가 바다에 이르는가 하면, 숲을 헤치다가 남의 집 마당에 이르곤 합니다.

    로안의 조수인 미미히코는 어딘가 덜 떨어지고 게으르기 짝이 없는 데다,

    조수 일로 번 돈은 전부 노름판에 갖다 바치는 대책 없는 한량입니다.

    로안과의 여행에서 겪은 끔찍한 경험들 때문에 매번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다짐하지만

    노름빚을 대신 갚아주는 로안에게서 결코 벗어나지 못하는 인물입니다.

     

    로안의 불치병 같은 길치 증상은 처음 대하는 사람에겐 공포심마저 자아내지만

    로안을 잘 아는 미미히코에겐 그리 대수로운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런 괴이한 경우는 늘 있는 일이라 그리 마음에 두지 않았다.”라든가,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지만 이런 건 늘 있는 일이다.”는 식으로 웃어넘길 뿐입니다.

     

    물과 기름 같지만 동시에 미운 정까지 푹 들어버려 오래된 연인 같아 보이는 두 사람이

    위험천만한 여행길에 겪은 경험들은 특별하다 못해 기이하고 끔찍합니다.

    낙태아로 꺼내져 길가에 버려졌지만 우여곡절 끝에 소녀로 성장한 이야기 (엠브리오 기담),

    영원한 환생을 가능하게 해주는 파란 돌 (라피스 라줄리 환상),

    죽은 사람이 수증기 사이로 보이는 온천 (수증기 사변),

    나무나, 생선, , 벽지 무늬 등 모든 것이 사람 얼굴로 보이는 마을 (끝맺음),

    40년 전에 무너진 다리가 여행자의 눈에 유령처럼 보이는 마을 (있을 수 없는 다리),

    극한의 공포와 인육의 참상이 함께 한 여행담 (지옥),

    빗과 머리카락에 얽힌 섬뜩한 괴담 (빗을 주워서는 아니 된다)

    로안의 길치로서의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면 결코 현실에서 마주칠 것 같지 않은 경험들이

    담담한 묘사 때문에 오히려 생생함이 더 느껴지는 문장들 속에 녹아있습니다.

     

    내용만 요약해놓고 보면 분명 잔인하고 무서운 이야기들이 분명한데,

    읽는 내내 느껴지는 정서는 전혀 그렇지 않은, 오히려 슬프고 따뜻한 쪽에 가깝습니다.

    물론 ‘ZOO’‘GOTH’, ‘암흑동화등에서도 그런 역설적인 느낌을 받은 적이 있지만,

    엠브리오 기담은 한두 작품을 제외하곤 대체로 공포와 애틋함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오츠 이치가 야마시로 아사코라는 별도의 이름을 쓴 이유가 대략 짐작되는 대목입니다.

    특히 마지막 수록작이자 이즈미 로안의 프리퀄 에피소드인 , 가요. 소년이 말했다.’

    과거와 현재가 절묘하게 뒤섞인 구성 속에 첫사랑 이야기의 정서까지 녹아있어

    애틋함을 넘어 괜히 울컥하고 뭉클한 느낌까지 건네줬습니다.

     

    오츠이치의 천재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는 일이지만,

    엠브리오 기담은 무궁무진한 그의 상상력과 매력적인 필력을 한껏 맛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번역하신 김선영 님은 워낙 재미있게 읽어 오마주 형식으로 후기를 써봤다.”라고 격찬하면서

    특별한 능력자 이즈미 로안과의 재회를 기대한다는 평을 쓰셨습니다.

    저 역시 오츠이치의 이름으로 발표된 작품도 격하게 애정하지만,

    이토록 매력적인 야마시로 아사코의 새로운 작품을 꼭 다시 한 번 만날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혹시 오츠이치의 전작들이 불편하게 느껴진 독자라 하더라도

    엠브리오 기담은 오츠이치의 새로운 면모를 만나볼 수 있는 계기가 돼줄 것입니다.

  • [서평]엠브리오 기담 | tk**zmffhs | 2015.08.18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지금도 그렇고 옛날도 그렇고, 무서운 이야기는 존재해 왔다. 특히나 옛날에는 현실과 동떨어진 ...

     지금도 그렇고 옛날도 그렇고, 무서운 이야기는 존재해 왔다. 특히나 옛날에는 현실과 동떨어진 기괴하고 묘한 얘기가 많았다. 인터넷 같은 통신수단이 없던 그 시절에는 주로 다른 지방 사람이 여행을 하면서 듣고 널리 알렸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작중의 주요 인물인 이즈미 로안과 미미히코가 바로 그런 인물로 보였다.
     기담하면 단순한 무서운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엠브리오 기담을 읽어보면서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공포하면 무조건 자극적이고 징그러운 것밖에 떠올리는 요즘과는 다르게 과거에는 귀신이나 사후세계와 관련된 감동적인 이야기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엠브리오 기담

     여행서 작가 이즈미 로안의 짐꾼으로 처음 일을 시작한 미미히코는 로안의 길 잃는 여행에 힘들어 하던 중, 어느 마을에서 낙태 후 버려진 태아를 발견한다. 아직 살아 있는 생명체라는 생각에 미미히코는 태아를 주워와 함께 생활하게 되는데...
     생명의 경이와 그걸 이용하려는 인간의 몰지각한 행동, 그리고 기묘한 인연이 보이는 내용이었다. 작중에서 낙태 후 버려진 태아가 살아있다는 것말고는 크게 기묘한 것이 없지만, 결혼을 하지 않은 남자에게서 나온 부성애라던가, 탯줄로 이어진 관계가 아님에도 어렴풋이 남는 기억 같이 애처로운 분위기가 강하게 느껴졌다. 아마 아이를 가진 부모와 그 부모의 손에서 자란 아이의 느낌이라는 것이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

     라피스 라줄리 환상

     어릴 적, 부모님을 모두 잃고 도매 서점 주인의 집에 살던 린은 여행서 작가 이즈미 로안의 여행길에 동행하게 된다. 길을 잃고 해매다가 도착한 어느 외진 마을에서 린은 촌장 노파에게 라피스 라줄리를 받은 뒤, 환상적인 삶을 살게 되는데...
     미미히코가 아닌 인물이 주요 인물인 내용이다. 전체적으로 일종의 인생이 반복되는 윤회 같지만, 자신의 삶이 반복된다는 점에서 루프 같은 느낌이라 해야겠다. 한 사람이 같은 인생을 반복해서 살면서 겪는 갈등과 자신에게 만 존재하는 이전 인생의 추억 때문에 생기는 죄책감, 거기에 아무리 반복되는 인생 속에서도 결국 자신이 원하던 인연이 이루어지지 않아 생기는 아련함이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 윤회를 한 사람을 위해 포기한다는 것이었다. 생각해 보라.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수많은 인생 속에서의 자신의 존재자체와 기억을 애초에 없었던 일로 할 수 있는 가.

     수증기 사변

     의뢰처에서 알려준 온천마을을 찾아가던 이즈미 로안과 미미히코는 온천이 있는 산 속 마을에 도착하게 된다. 전부 음침한 인상의 주민들과 폐가나 다름없는 집으로 인해 기묘함이 더해가던 중, 여관 주인이 이즈미 로안 일행에게 밤에는 온천에 가면 안 된다고 당부를 하는데...
     엠브리오 기담 이후로 또 다시 미미히코가 기묘한 일에 휘말리는 내용이다. 주로 미미히코의 과거 회상이 주를 이루어서 엠브리오 기담에서 살짝 지나갔던 어린 시절의 그리움이 나타나있다.
     현실에서 도망치기 위해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은 많다. 그 동안 나온 미미히코의 행적이나 이번 화에서 나타난 절망감을 보면 당장 죽으려해도 이상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런 미미히코를 돌려보낸 건 아늑한 기억 속에 있었던 죽은 친구였다. 이걸 보면서 고의로 죽든, 사고로 죽든, 이미 죽은 사람에게도 저승은 그리 좋은 곳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끝맺음

     어느 여관마을 주막에서 만난 닭과 함께 여행 중이던 이즈미 로안 일행은 비내리는 산길을 오르던 중, 외딴 어촌에 도착하게 된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동요하지 않은 로안에 비해 미미히코는 어촌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는데...
     그 동안 훈훈하고 안타까운 인물로 나온 미미히코가 정말 나쁜사람으로 몰려도 할말 없어 보였다. 어촌에 있는 내내 미미히코는 심각할 정도로 주변의 모든 것이 공포스럽게 느끼는데, 정작 이즈미 로안과 마을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아서 읽는 내내 미미히코가 비정상이라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다. 원래 이런 상황이면 눈치채지 못하던 일행이 나중에 가서 충격적인 것을 발견하고 동조하는 게 다반사다. 그러나 결말에 이르기까지 이즈미 로안에게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고, 결국에는 미미히코만 이상한 놈이 되어버리고 만다.

     있을 수 없는 다리

     어느 낭떠리지와 맞다은 마을에 도착한 이즈미 로안 일행은 마을 입구에서 보았던 구름다리가 이미 무너지고 없는 다리이며, 가끔씩 유령처럼 안개 속에서 나타난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그날 밤, 잠결에 밖으로 나온 미미히코에게 한 노파가 오래 전, 그 다리에서 죽은 아들에게 사죄하고 싶어서 구름다리에 같이 가달라고 청하는데...
     본격적으로 작가가 독자의 뒤통수를 제대로 치는 내용이다. 이전에 나온 엠브리오 기담이나, 라피스 라줄리 환상, 수증기 사변처럼 훈훈한 내용으로 보였으나 결국에는 충격과 공포로 이어진다. 작중에서도 말하지만, 해피엔딩은 우리가 바라는 엔딩일 뿐, 실제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고 작가가 말하는 것 같기도 했다.
     사람이 아닌 물체가 유령으로 나타났다는 점부터 신비롭게 보였다. 한편으로는 그게 물체 그 자체의 영혼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가 다리를 유령의 모습으로 나타나게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 없는 산마루

     산 속을 헤매던 이즈미 로안 일행은 어느 남자를 만나 마을에 도착하게 된다. 그런데 처음에 만난 남자를 비롯해 마을 사람들이 미미히코를 보고 '얼굴 없는 산마루'에서 굴러 떨어져 죽은 모키치가 돌아왔다며 기겁을 한다. 미미히코는 계속해서 부정하지만 가면 갈수록 모키치가 자신과 닮은 것을 넘어 거의 일치하기 시작하면서 혼란을 겪는데...
     마치 도플갱어가 연상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모키치와 미미히코는 그런 초자연적 현상과는 다르게 그저 다른 곳에 살고 있었던 똑같은 인생을 살고, 똑같이 생겼으며, 똑같은 성격을 가진 인물이었을 뿐이다. 일종의 평행이론 같은 것일 수도 있다. 이 역시 엠브리오 기담처럼 초반에만 기묘하고, 대체로 미미히코와 빼닮은 남자의 가족의 사연이 주를 이룬다. 
     손해보지 않는 정체성 혼란이라는 걸 두고 고민해보는 걸 여기서 처음 느껴봤다. 원래의 나 자신의 불행한 삶을 버리고 이름만 다르고 나와 닮은 인물이 남긴 것들에게 동화되는 것이 행복할지, 아니면 나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 지금의 삶이 앞으로 행복할지.

     지옥

     온천마을을 찾아가던 이즈미 로안 일행은 다리를 다친 어떤 여자로부터 길을 안내받으나 산적에게 습격을 받게 된다. 기절한 미미히코가 깨어난 곳은 산적의 집 근처에 있는 커다란 구덩이 안이었고, 그곳에서 지옥을 맛보게 되는데...
     지금까지 나온 내용 중에서 가장 섬뜩하고, 아무런 사연이 없고, 사후세계 같은 것도 없이 오직 현실 공포 그 자체에 충실했다. 지금도 사람의 모습을 하고 해서는 안 되는 짓이 벌어지는데, 옛날에는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끔찍한 일을 벌이는 이들이 있었을 지도 모른다. 더 설명할 필요없이 간단히 얘기하자면 주인공 빼고는 전부 베드엔딩, 즉 지옥이라고 보면 된다.

     빗을 주어서는 아니 된다.

     산적에게 습격당한 이후, 이즈미 로안은 요양 중인 미미히코 대신에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하는 청년을 짐꾼으로 고용해 여행길에 나선다. 청년과 함께 무서운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목적지로 가던 중, 이즈미 로안은 청년에게 일어나는 기묘한 일을 목격하게 되는데...
     그 동안 여행다니면서 이상한 일이 생겨도 항상 미미히코를 바보취급하던 이즈미 로안이 처음으로 식겁한 내용이다. 백가지 기묘한 이야기(햐쿠모노가타리)를 비롯한 일본 괴담이 주로 다루어져서 그 동안 나온 기묘한 여행길 분위기 보다는 여행길에서 일어난 괴담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볼 때는 약간 전형적인 일본 스타일의 무서운 이야기처럼 보였다.
     지금도 곳곳에서 무서운 이야기가 돌고 즐기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아무리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한다 할지라도 자신이 무서운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 되서 입소문을 타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자, 가요" 소년이 말했다.

     한 소작농의 여자가 지주의 집으로 시집을 가게 되지만, 모진 대우를 받으면서 힘든 나날을 보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아무도 찾지 않는 커다란 곳간에 있던 중 구석에서 책을 읽는 한 소년을 만나게 된다. 그 소년이 말하기를, 자신은 길을 해매다가 이곳에 왔다고 하는데...
     소작농 여자의 사연은 보면 볼수록 전형적인 우리나라의 가부장적인면과 시집살이가 생각났다. 그래서였는지 드라마에서 흔히 나오는 약간 뻔한 설정 느낌이 들었다. 이 점만 빼면 대체로 소년이 길을 잃게 되는 경위와 의도치 않게 길을 잃는 기묘함이 주를 이룬다.
     일본의 텐구와 함께 다루어져서 이 길을 잃는 소년이 평범한 인물이 아니라는 인상을 받았다. 마치 공간을 뛰어넘어 다니는 느낌이라 할 수 있다. 현실에서 길을 잃는 소년과 인생에서 길을 잃은 여자의 만남은 서로에게 길을 알려주었고, 막다른 길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걸 보며 길을 잃어도 누군가와 같이 잃는다면 적어도 각자에게 원하는 길을 찾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 "저 사람, 여행이라면 질릴 정도로 해 봤을 텐데 꼭 길을 잃는단 말이지.” <엠브리오 기담> 개인적으로 좋...

    "저 사람, 여행이라면 질릴 정도로 해 봤을 텐데 꼭 길을 잃는단 말이지.”


    <엠브리오 기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르.

    미스터리하고 기묘한 이야기들.


    이 책은 여행서 작가 이즈미 로안과 짐꾼으로서 동행하는 사람들이

    길을 잃게 되면서 겪게 되는 기묘한 이야기가 아홉 편 실려 있다.

    배경은 오래전 옛날.

    처음 책 표지만 딱 보고 주인공이 여자인 줄 알았는데..

    책을 읽으며 남자..라는 사실에 놀랐다.

    표지만 보면... 머리카락도 길고 얼굴 선도 곱고

    보고 있으면 여리여리함이 느껴졌으니....


    이즈미 로안...

    그는 여행서를 쓰는 작가라 많은 곳으로 여행을 다니며

    사람들에게 새로운 곳(주로 온천 같은 곳)을 발견해서 알려주는데..

    참 신기하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한...

    어찌 매번 그렇게 길을 잃고 헤맬 수 있는지...

    그래서 새로운 곳에 도착하고 그곳에서는 기묘한 일이 생기거나

    아니면 기이한 사람들만 모여 살고 있어서 독특한 경험을 하다 보니..

    내가 짐꾼이라고 가정하고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진짜 무섭고 때론 지칠 것 같다.

    아마 다음엔 같이 동행을 못 할 것 같은...


    짤막짤막한 글이 아홉 편.


    7 엠브리오 기담
    37 라피스 라줄리 환상
    81 수증기 사변
    119 끝맺음
    147 있을 수 없는 다리
    181 얼굴 없는 산마루
    221 지옥
    255 빗을 주워서는 아니 된다
    283 “자, 가요.” 소년이 말했다
    324 역자 후기


    미스터리하고 기묘하고 기이한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 책도 마음에 들 것 같다.

    기묘한 이야기지만 그 안에 너무 괴기스러운 이야기만

    들어있는 건 아니다.

    어떤 이야기는 사람의 인성과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할 수도 있고..

    또 어떤 이야기는 따뜻하면서도 슬픔이 느껴지는 이야기도 있다.

    흔한 기담 책과는 다른 느낌이라 읽는 재미가 있었던 책이고..

    그동안 여러 번 읽었지만.. 읽을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또한 이 책은 오츠이치가 필명으로 쓴 소설인데..

    읽으면서 그의 역량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작가 소개

    오츠이치
    オツイチ ,乙一, 山白朝子 ,야마시로 아사코(山白朝子),  본명:아다치 히로타카(安達寬高)


     1978년 후쿠오카 현 출신으로 17세에 쓴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가 제6회 점프소설 대상(集英社)을 수상하며 작가로 데뷔하였다. 집영사, 가도카와문고를 중심으로 활동한 그의 대표작으로는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 외에도 제3회 본격미스터리 대상을 수상한 『GOTH 리스트컷 사건』 등이 있다. 이 시대 최고의 천재 작가로 평가받는 그는 자국에서뿐 아니라 해외에도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다. 출간되는 작품마다 논란과 찬사를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이 작가의 독특한 필명은 그가 학생 시절 사용하던 연산기의 기종이 Z-1이었다는 데서 유래한다고 한다.

    작품의 상당수가 영화화된 전적을 통해 짐작할 수 있듯이 그는 사생활에서도 실제로 상당한 영화광이다. 2006년 11월 26일, 천재 영화감독이자 애니메이션 디렉터인 오시이 마모루의 딸과 결혼하여 호러 작가답지 않게 행복한 신혼 생활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집필 활동 중간중간 염원하던 영화감독으로서 촬영도 하고 있으며 감독의 일을 할 때에는 필명인 오츠이치 대신 본명을 사용한다. 진지한 소설 작품 외에도 쿨하면서도 기발한 정신세계를 보여 주는 이색적인 에세이집도 출간 중이며, 최근 들어 과작으로 돌아선 경향에 대해서 '저금이 어느 정도 모여서 일을 하지 않게 되었다.'는 재미있는 변명을 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GOTH 리스트컷 사건』 외에 『ZOO』, 『암흑동화』, 『베일』,『엠브리오 기담』 등이 있다. 의문의 여지가 없는 이 시대 최고의 천재 작가로, 자국에서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많은 열광팬을 거느리고 있다.

     

  • 이 책과의 첫 만남은 잘못된 우연이였다. 나는 공포물로 착각하고 이 책을 선택했다. 기담이라는 글자를 괴담으로 생각했...

    이 책과의 첫 만남은 잘못된 우연이였다. 나는 공포물로 착각하고 이 책을 선택했다. 기담이라는 글자를 괴담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책장을 여는 순간부터 '어?! 왜 이러지... 재미가 없잖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책을 덮어버릴까.. 라는 생각도 했다. 애초에 내가 원한 장르가 아니였기에 실망감을 감출수 없었다.

    그랬던 이 책이 점점 내 마음속에 들어왔다. 기승전결이 딱딱 들어맞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밖에 없었다.

    결말을 원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이런 감정 오랜만이였다. 소설의 결말을 빨리 만나고 싶어 책을 놓을 수 없었던 그 설렘의 감정을...)

     

    이 책의 주인공은 두 명이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여행글을 쓰는 작가 이즈미 로안과 그의 친구이자 짐꾼인 미미히코가 그 둘이다.

    이 두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가보지 못한 온천을 끼고 있는 마을을 찾으러 다닌다. 흔하디 흔한 여행코스는 책에 실어봤자 돈이 되지 않기에 사람들이 알 수 없는 곳으로만 찾으러 다니는 것이다. 

    그랬기에 그들은 일반적으로 겪을 수 없는 다양한 경험들을 하게 된다. ( 이런 초반의 설정이 이 책이 더욱 기담집스럽게 만든다.) 

    이 책은 그런 에피소드들을 단편으로 엮어 만든 책이다.

     

    나는 기담집이라는 장르를 처음 접했다. 애초에 괴담으로 생각했기에 이상하다는 느낌이 더욱 강하게 들었다. 그러나 그게 정상이였다. 

    기담이라는 뜻이 이상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그러니 책의 내용이 이상할 수 밖에..

     

    책 속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단편의 에피소드지만 이들은 주인공들의 기억을 통해 하나로 연결된다. 하나의 에피소드가 끝나면 다음편 초반부에 그 에피소드를 겪고 난 후의 상황을 간략하게 소개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두 주인공은 설정상 여행을 업으로 삼기에는 부족한 사람들이다. 여행작가라는 로안은 타고난 길치다. 마치 시간여행자처럼 자신이 가고자 하는 목적지를 찾지 못한다. 

    그를 따라다니는 미미히코 역시 짐꾼으로서 또한 여행자로서의 모습이 부족하다. 여행지역의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둘은 항상 같이 다닌다. 서로의 단점을 커버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다음 여행을 기약한다. 

    나는 여기서 이 둘이 진정한 동반자라는 느낌을 준다고 생각했다. 서로의 단점을 알면서도 또한 그것이 불편하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이 둘은 서로를 생각한다. 책에서는 표현되지 않았으나 마치 이 둘은 '이 사람과 여행을 할 수 있는 적임자는 나 뿐이야..'라고 생각하는 듯이 느껴진다.

     

     

    여행이라는 것은 우리의 삶을 의미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로안처럼 목적을 향해가더라도 길을 잃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옆에는 항상 미미히코가 지켜보고 있다. 즉 이 둘의 관계를 통해 삶의 진정한 동반자가 있었으면 하는 작가의 바램이 들어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은 두 명이지만 중반까지는 짐꾼인 미미히코가 중심이 된다. 단편으로 엮어가는 스토리는 미미히코의 심리를 잘 표현한다.

    가족도 없고 뚜렷한 재주도 없어 직업이 없던 미미히코가 엠브리오(태아가 성체가 되기 전의 형태)를 통해 부성애를 깨닫고 여행에서 겪었던 신비하고 때론 무서운 경험을 통해 인간의 추악함을 드러내기도 또는 가족의 정을 느끼기도 한다.

    미미히코는 로안과의 여행을 통해서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며 성장하는 것이다. 

     

    이어지는 마지막은 로안이 주인공이 된다. 어쩌면 이 부분이 이 책의 백미라고 할 것이다. 로안이 여행을 시작하게 된 계기 그리고 그의 능력과 과거가 밝혀지면서 이 책은 완성이 된다.

     

    마지막에 완성되는 이 책은 중반까지가 50%정도이고 마지막이 50%를 채워준다 하겠다. 미미히코의 비중이 더 많지만 책이 주는 감동은 결국 똑같이 반반인 셈이다.

    때문에 중간까지 읽고 책을 덮어버린다면 이 책의 가치를 최대 50%까지 밖에 느끼지 못한 것이 되어버린다. 그렇다고 마지막만 읽어서는 안된다. 그러면 초반의 에피소드들과 로안의 과거가 이해가 안될테니 말이다. 

    결론은 이 책은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부분에서 작가의 구성이 참 맛깔난다고 하겠다. 이 책의 진정한 가치를 알려면 끝까지 읽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처음 접해보는 기담집에 엇갈린 첫인상이였지만 이 책은 상당히 재밌었다. 앞으로 이 작가의 작품을 눈여겨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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