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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에 물들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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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3쪽 | A5
ISBN-10 : 8992449321
ISBN-13 : 9788992449328
색에 물들다. 1 중고
저자 아라이 | 역자 임계재 | 출판사 디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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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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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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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최고 권력자 투스의 바보 아들, 그가 들려주는 티베트의 슬픈 역사!

티베트의 대표작가 아라이의 장편소설『색에 물들다』. 중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마오둔 문학상'을 수상하며 티베트와 중국 전역에서 주목을 받은 아라이의 첫 장편소설 <진애낙정>을 완역하였다. 티베트 최고 권력자 투스의 바보 아들이 기억하는 티베트의 슬픈 이야기를 들려준다. 티베트 민족의 신화와 역사 이야기가 다양한 색(色)으로 펼쳐진다.

권력자 투스의 아들이면서도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바보임을 자처하는 주인공 '나'의 기억은 열세 살의 눈 내린 아침부터 시작된다. 나의 아버지인 마이치 투스는 한족의 관리인으로부터 어떤 씨를 건네받고, 그 씨를 뿌린 자리에 새빨간 양귀비 꽃이 핀다. 푸른 열매가 된 새빨간 꽃은 하얀 액체를 가득 뿜어내고, 그 액체는 많은 은돈이 되어 돌아온다.

부를 쌓게 되면서 막강한 군사력과 권력을 갖게 된 아버지는 그저 바보일 뿐인 나와 투스 후계자인 똑똑한 형을 변경으로 보내 주변 부족들을 살피게 한다. 전쟁광인 형은 끊임없이 주변 부족들과 전쟁을 벌이고, 나는 백성들을 돌보며 그들의 추앙을 받게 된다. 또한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변경에서 부를 쌓은 나는 영웅이 되어 금의환향하고, 이제 투스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제1권)

작품 조금 더 살펴보기!
작가는 티베트의 풍속, 전설, 신화 등의 판타지적 요소와 기독교의 이입, 중국의 항일전쟁과 내전, 한족의 동화 정책 등의 역사적 요소를 섞어가며 이야기를 풀어낸다. 바보의 초연한 시선에 담긴 티베트 민족의 흥망사를 통해 인간의 비틀린 욕망이 부른 비극적 결말을 그리고 있다. 또한 티베트의 멸망에 대한 티베트 인들의 반성적 자기 성찰을 보여준다.

저자소개

지은이 아라이(阿來)
1959년 중국 쓰촨 서북부에 위치한 아페 티베트족 자치구 출생. 1980년대 중반에 첫 작품을 발표한 이후 티베트는 물론 중국 전역에서 주목받았으며, 티베트 고유의 문화를 그려내는 데 탁월한 재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초의 장편소설이자, 중국 ‘마오둔(茅盾) 문학상’ 수상작인 『色에 물들다(塵埃落定)』에서 그는 티베트의 풍속ㆍ전설ㆍ신화를 자유자재로 섞어가며 환상적인 문학 세계를 펼쳐 보이고 있다. 그 외 작품으로는 소설집 『지난날의 혈흔(舊年的血蹟)』, 『떠도는 혼』(티베트 단편소설선집, 공저), 시집 『쑤오머허(梭磨河)』가 있다.

옮긴이 임계재
숙명여자 대학교 및 동 대학원에서 중어중문학을 공부했으며, 성균관 대학교에서 중어중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현대 소설 전공). 현대문학에 관한 논문 수편과 일반인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짧은 글이 다수 있다. 옮긴 책으로는 경요의 『가을의 노래』, 『만나고 헤어지고』 등과 , 목도의 『소설 굴원』이 있다. 『중국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만화로 본 중국의 이해)』의 감수를 하기도 했다.

목차

옮긴이의 글

1
야생 화미새
태양을 다스리다
쌍지 촐마
귀한 손님

2
마음속에 핀 꽃
죽음
대지가 흔들리다

3
백색의 꿈
망나니의 집
새 교파 겔룩파
은돈

4
은 세공장이의 청혼
여자
잘려진 도둑의 머리
잃어버린 영약
귀에서 꽃이 피다
양귀비꽃 전쟁

5
혀를 자르다
역사책
뭘 두려워해야 하는가
똑똑한 사람과 바보
영국 부인

6
보루
청보리
여자 투스

책 속으로

나는 바보다. 내 아버지는 황제의 책봉을 받고 수만의 민중을 관할하는 족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녀가 옷을 안 입혀주면 나는 큰 소리로 악을 쓸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암만 기다려도 시녀는 오지 않았다. 나는 발로 이불을 걷어차며 몸부림을 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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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보다.
내 아버지는 황제의 책봉을 받고 수만의 민중을 관할하는 족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녀가 옷을 안 입혀주면 나는 큰 소리로 악을 쓸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암만 기다려도 시녀는 오지 않았다. 나는 발로 이불을 걷어차며 몸부림을 쳤고 그 바람에 비단 이불은 흐르는 물처럼 바닥으로 쏟아졌다. 첩첩이 둘러싸인 산 저 너머 한족들이 사는 지방에서 온 비단은 얼마나 잘 흘러내리는지……. 어려서부터 나는 왜 우리가 그렇게 필요로 하는 비단, 차, 소금이 한족들이 사는 곳에서만 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게다가 우리 투스 가족의 권력이 왜 그곳에서 오는지는 더욱 알 수 없었다.
- ‘야생 화미새’

양귀비는 채 익기도 전에 끝없는 마력으로 사람을 매료시켰다. 나는 여러 번 엉덩이를 하늘로 치켜들고 엎드려 흙 속을 파내 씨앗이 어떻게 발아하는지 살펴보았다. 오직 이런 때만 사람들은 나를 바보라 하지 않았다. 머리가 말짱한 사람들 역시 궁금해하면서도 안 그런 척했기 때문에 내가 이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땅에서 발아하는 씨앗을 꺼내면 그들은 재빨리 내 손에서 그 작은 씨를 건네받아 그렇게나 굵고 단단하던 씨앗에 싹이 트는 것에 경탄했다.
……(중략)……
양귀비꽃이 피었다. 커다란 빨간 꽃은 마이치 투스의 영지를 찬란하고 웅장하게 만들었다. 모두가 우리의 땅에 처음으로 나타난 이 식물에 홀렸다.
……(중략)……
양귀비가 처음으로 우리 땅에 뿌리를 내리고 아름다운 꽃을 피웠던 여름, 아버지와 형은 이상하게 평상시보다 더욱 왕성한 성욕을 드러냈다. 나의 성욕 역시 초봄에 깨어 빨간 꽃이 사람을 안절부절못하게 하는 이 여름에 드디어 무섭게 폭발하기에 이르렀다.
그 날 술자리에서 소족장의 아내가 아버지를 홀렸을 때 나도 눈부신 빨간색과 주오마의 풍만한 유방 때문에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소족장은 술을 마구 퍼마시고 있었다. 나는 머리에서 윙윙 소리가 들리며 어지러웠다. 그렇지만 차차 소두목이 아버지에게 뭔가 웅얼웅얼하는 말은 들을 수 있었다.
- ‘마음속에 핀 꽃’ 중에서

내 옷을 벗겨줄 때 촐마는 내 손을 세차게 뛰고 있는 자기 가슴 위에 놓았다. 촐마는 놀라서 죽을 뻔했노라면서 내가 바보이기는 하지만 바보 같은 복도 있다고 했다. 난 바보가 아니다. 만약 바보라면 투스가 되려는 생각도 없을 거라고 했다. 그러자 촐마는 아주 힘껏 나를 꼬집었다. 나는 머리를 그녀의 젖가슴에 묻은 채 잠들었다.
그 동안 내 꿈은 온통 백색이었다. 오늘도 나는 백색의 즙이 세차게 흘러오는 꿈을 꾸었다. 다만 백색의 원천이 여자의 유방인지 양귀비의 열매인지는 알아내지 못했다. 흰 물결이 내 몸을 휘감아 띄웠다.
- ‘백색의 꿈’ 중에서

“저는 여기에 새로운 교파, 꺼바 대사가 창립한 위대한 겔룩파를 세울 겁니다. 계율이 느슨하고 세속에 물든 종파들은 이제 설자리가 없을 겁니다.”
“지금 어느 교파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족장님의 보호를 받는 닝마파 따위의 주술이나 외는 엉터리 교파 말입니다.”
……(중략)……
라싸에서 황토로 지은 작은 절에서 수행하고 있던 웡버이시는 어느 날 동남쪽으로 산골짜기가 열리는 꿈을 꾸었다. 소라 모양으로 구부러진 산골짜기에서 흐르는 물이 마치 중생이 부처님을 부르는 소리처럼 흘렀다. 웡버이시는 스승을 찾아 해몽을 부탁했다. 그의 스승은 정치에 관심이 많은 사람인데 마침 어떤 영국소령을 접대하고 있었다. 꿈 얘기를 들은 스승은 한족 사람과 가까이 지내는 농경 지역으로 가라고 했다. 그 지역의 산골짜기 사람의 인심은 다 동남쪽을 향한다는 것이었다. 웡버이시는 무릎을 꿇고 그 산골짜기에 겔룩파 교파의 사찰을 많이 세우겠노라고 맹세했다. 스승은 그에게 겔룩파 교파의 경전 아홉 부를 하사했다. 한족과 가까운 곳에 교법을 전하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던 영국 소령은 노새 한 마리를 선물했다. 이 노새가 영국에서 왔다는 것을 웡버이시가 꼭 알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사실 노새가 영국에서 왔는지 확신하지 못했던 웡버이시는 길을 떠나서야 사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버지는 웡버이시에게 알아서 신자를 찾으라고 했다.
- ‘새 교파 겔룩파’ 중에서

우리 가족은 이웃 투스들에게 그 신비로운 씨앗을 나눠줄 것인가를 의논했다.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형처럼 똑똑한 사람에 멍청한 나까지 끼어 진행된 토론이었다. 총명한 가족들은 한결같이 단 한 알의 씨앗도 주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나는 그건 은돈이 아니라고 했다.
“원 미친놈, 그게 은돈이 아니라고?!” 식구들이 내 말에 콧방귀를 뀌며 말허리를 자르는 바람에 결국‘그런 것은 들판에서 자라는 것이지 마이치 가문의 지하 금고에 있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는 마음속의 말을 입 밖으로 내뱉지는 못했다.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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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중국 현대문학의 최고 권위 ‘마오둔 문학상’ 수상작! 중국 본토까지 열광하게 만든 티베트 대표작가 아라이의 첫 장편소설 『塵埃落定(진애낙정)』의 완역본 초연한 듯 태연함 속에 담긴 비극 소박한 듯 정교하고 덤덤한 듯 예리한, 언어의 연...

[출판사서평 더 보기]

중국 현대문학의 최고 권위 ‘마오둔 문학상’ 수상작!
중국 본토까지 열광하게 만든 티베트 대표작가
아라이의 첫 장편소설 『塵埃落定(진애낙정)』의 완역본

초연한 듯 태연함 속에 담긴 비극


소박한 듯 정교하고 덤덤한 듯 예리한, 언어의 연금술사 아라이의 손끝으로 그려진 판타지와 리얼리즘의 뒤섞임은 신비롭고 절묘한 시선을 만들어낸다.
신비로운 라마교, 이국적인 티베트 족의 풍속․전설․신화 등의 판타지적 요소와 기독교의 이입, 중국의 항일전쟁, 중국의 내전, 한족의 동화 정책 등 역사적인 사건과 같은 리얼리즘적 요소가 뒤섞여 이끌어내는 비극의 전초는 좀더 밀도 있게 다가온다. 그 가운데 슬픈 사랑 이야기와 복수 이야기가 삽입되어 소설의 극적 재미를 더해준다.
인간의 비틀린 욕망, 그 욕망이 부른 비극적 결말. 그러나 또 다시 누구도 알지 못할 결말을 위해 시작될 무엇. 초연한 듯 시종 담담한 ‘바보’의 시선에 담긴 그들의 마지막 역사는 절정에서 비극을 맛본다.
작가는 농후한 티베트 문체로 초연함 속에 숨겨둔 비극의 맛을 한껏 살리고 있다. 작품을 써나가는 필치는 격정에 차 있으나 화자의 시선은 더할 수 없이 차분하기만 하다. 낯설지만 흥미로운 티베트의 이야기가 G.G.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만큼이나 신비롭고, 슬프다.

塵埃落定진애낙정, 먼지는 결국 아래로 떨어진다

티베트와 중국(한족)의 접경지대를 공간적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티베트 권력제도인 ‘투스제도’를 통해 티베트의 문화와 정서, 삶, 풍속, 전설, 신화 등을 보여준다. ‘투스’는 한족 황제의 책봉을 받은 티베트 영주라고 할 수 있다. 투스는 정해진 토지와 인민을 통치하고 스스로를 왕이라 칭한다. 이러한 투스는 한족의 세력을 입어 강해졌지만 나중에는 한족에 의하여 멸망하고 만다.

‘한족 황제는 아침 태양 아래에 있고, 달라이 라마는 저녁 태양 아래에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런데 우리는 정오의 태양보다 약간 동쪽에 있었다.
― 1권 ‘흔들리는 대지“ 본문 중에서

투스는 세상 무엇보다 강해지기를 바랐다. 권력은 더 강함을 욕망하고, 부는 넘치는 과욕을 더욱 부추겼다. 이런 맹목적인 치달음이 티베트로 하여금 정체성을 잃고 역사의 파고에 휩쓸려버리게 한다. 투스는 중국의 항일 전쟁, 내전, 한족의 동화정책 등으로부터 민족의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주지 못했다. 티베트 민족의 역사는 그렇게 부서진다.
이렇듯 티베트의 멸망에 대한 티베트 인들의 반성적 자기 성찰을 깊이 있게 보여주는 이 작품은 투스의 권력을 먼지로 상징화해 그것의 몰락을 나타낸다. 그들의 권력은 그렇게 한낱 먼지가 되고 영원하지도 못하며, 어떤 의미도 되지 못한 채 사그라진다.

흰색, 존재하게 하다

이른 봄에 내리는 하얀 눈, 단단한 대지를 뒤덮는다. 그들은 흰색을 삶 전체에 녹여놓았다.

투스의 관할지, 사람들이 사는 집과 사원, 바위와 점토로 쌓아 놓은 건물만 봐도 우리가 이 순수한 색깔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 문어귀와 창틀에는 투명한 석영이 놓였고 문틀, 창틀도 백색으로 칠해져 있다. 밖의 높은 벽에는 사악한 기운을 내쫓는 금강역사 도안이 흰색으로 칠해져 있으며 방안의 벽과 궤짝에는 눈에 잘 띄는 해와 달무늬 등이 흰색 밀가루로 그려져 있다.
― 1권 ‘흔들리는 대지’ 본문 중에서

은돈을 좋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들의 흰색에 대한 애정이 은돈에 대한 애정의 시작이었다. 부와 물질에 대한 그들의 맹목은 애초에는 그저 그들의 삶이자 정서였다. 또 다른 흰색, 양귀비의 하얀 액체가 그들을 목마르게 하기 시작한다.

붉은색, 지게 하다

흰색에 대한 뼛속 깊은 신뢰와 믿음이 탐욕과 혼란으로 돌아왔다. 헤아릴 수 없는 세월을 한순간에 물들여버린 붉은색. 그들의 역사를 마지막 절정으로 치닫게 한다.

두세 달이 눈 깜빡할 사이에 지나갔다.
양귀비꽃이 피었다. 커다란 빨간 꽃은 마이치 투스의 영지를 찬란하고 웅장하게 만들었다. 모두가 우리의 땅에 처음으로 나타난 이 식물에 홀렸다.
― 1권 ‘흔들리는 대지’ 본문 중에서

군관이 먼저 입을 열었다. 곧 다시 전투가 일어날 것이니 자신의 하얀 한족과 힘을 합치자고 했다. 빨간 한족이 오면 투스를 없앨 것이고, 나처럼 돈과 총이 있는 부자도 없애버릴 거라고 말하기도 했다.
― 2권 ‘침묵하다’ 본문 중에서

하얀 대지를 밟고 서서 삶의 영원을 확신한 그들을 한순간 혼란으로 몰아넣은 붉은색, 그리고 많은 여러 가지 색. 삶에 안주해 많은 것에 준비되어 있지 않고 익숙하지 않았던 그들을 두드리는 낯선 것들. 새로운 종교, 물질, 문화, 그리고 질병. 그 色들이 그들을 끝없이 어딘가로 몰아간다.

티베트의 태장계 만다라처럼 우주적인 진실을 일깨워주는 작품이다.
한족에게 짓밟히게 되기까지 티베트 민족이 지켜온 역사와 문화, 오늘날 그들이 처한 아프고 슬픈 현실은 이 작품 속에서 고도의 문학적 장치를 통해 상징화되어 있다. 낭만적이고 신비로운 티베트, 그러나 그들의 에델바이스 같은 삶은 힘을 앞세운 역사의 파고 앞에 먼지처럼 쓸려가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은 돌고 도는 생명의 수레바퀴처럼 시퍼렇게 살아 빛나면서 읽는 이의 가슴에 경련 같은 전율을 일으켜 놓는다.
세계 어느 민족의 문학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설산화 꽃향 같은 문학적 향기를 뿜어낸다.
_ 한승원(소설가, 이상문학상․현대문학상․한국문학작가상 등 수상)

아라이의 태연스런 표현과 어투 때문에 이 세기말적 이야기의 종결은 흡사 아직 완전히 내려지지 않은 무대 커튼 같다.
_ 다이진화(戴錦華, 베이징대 중문과 교수)

날카로운 언어의 사용을 자제하면서 만담형식의 기교를 사용한 것이 두드러진다. 사물에 근접한 태도로 모든 예리한 암시와 재치있는 표현을 소박하지만 정교한 서사 속에 숨겨놓았다. 역사에 대한 뒤집기와 풍자의 진면목은 서정적인 만가의 호화스러움 속에서 감추려고 할수록 더욱 드러나고 있다.
_ 쉬쿤(徐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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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지금도 세계곳곳의 소수민족들은 그들의 존재자체 마저도 제대로 알리지 못한채 그저 변방의 작은 민족집단으로 그들만의 생활을 영위...
    지금도 세계곳곳의 소수민족들은 그들의 존재자체 마저도 제대로 알리지 못한채 그저 변방의 작은 민족집단으로 그들만의 생활을 영위해 나가고 있다. 얼마전 독립 시위로 중국 당국과의 마찰을 일으키며 전세계에 자신들의 의지를 보여주었던 티벳 역시 그러한 많은 소수민족의 하나이기도 하다. 18세기 부터 시작된 열강들의 틈바구니에서도 그들만의 독립적인 국가성격을 유지했던 티베트는 중국 공산군에 의해 자치구라는 이름으로 결국 중국 영토로 편입되고 마는 역사적 아픔을 간직한채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 책 <색에 물들다>는 그러한 티베트족 자치구에서 태어나 누구보다도 그들의 정서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작가 아라이가 펴낸 장편소설이다. 현대로 이어지는 티베트 최고 권력층의 아픔을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그들의 슬픈 역사를 살아있는 색채를 통해 전하고 있다.

    소설은 주인공의 1인칭 시점으로 시작되며 주인공 '나'는 티베트 최고 권력자 투스의 둘째아들이다. '투스'란 티베트의 여러집단을 이끌고 있는 일종의 족장 성격을 띠고 있으며, 중국의 황제에 의해 영주로 책봉받아 각자의 지역을 다스리고 있다. 그렇기에 티베트 내에는 여러명의 투스들이 동시에 존재하지만 분명 그들 사이에도 영역과 힘의 우위가 나타나고 있으며, 주인공의 아버지 '마이치 투스'는 그 여러명의 투스들중 가장 강력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세습제인 투스라는 권력의 속성상 주인공은 배다른 형에 의해 죽임을 당할 수 밖에 없는 처지였기에 겉으로 바보행세를 하며 목숨을 겨우 연명해 나가고 있다. 또한 투스의 큰아들이며 다음번 투스이기도 한 형은 그에 걸맞게 다른 집단과의 전쟁이나 세력다툼에서 늘 강력한 힘을 보여주며 자신만의 자리를 확고히 다져가는 중이기도 하다. 그러던 중 주변의 왕뻐 투스가 마이치 투스에 대항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청의 특파원이 그들의 마을에 오게 되고 그에 의해 양귀비 씨앗이 전해지게 된다. 어쩌면 시대를 상징하는지도 모르는 양귀비는 채 익기도전에 끝없는 마력으로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양비귀꽃이 피었다. 커다란 빨간 꽃은 마이치 투스의 영지를 찬란하고 웅장하게 만들었다. 모두가 우리의 땅에 처음으로 나타난 이 식물에 홀렸다."
    새빨갛게 피어난 양귀비는 그들에게 현대식 무기와 함께 보다 강력한 힘을 가져다 준다. 하지만 주인공은 분명 그때부터 세상에서 가장 튼실할 것만 같았던 대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느낌을 감지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러한 불길한 예감은 서서히 현실로 다가온다. 양귀비로 인해 형성된 강력한 그들의 힘은 양비귀 씨앗을 달라는 주변 세력들의 끊임없는 위협을 받게 되고 그 과정에서 마이치 투스는 더욱더 주변 세력을 과도하게 평정하려 한다. 결국 위협은 마침내 형의 암살로 이어진다. 주인공은 그러한 흐름 속에서 혼자서 독립할 결심을 하고 자신만의 영역을 확보하게 되면서 또 하나의 투스로 자리잡아 간다. 시대는 흐름은 변하고 함께 일본을 몰아냈던 국민당과 공산당은 중국 영토를 건 싸움에 돌입한다. 그리고 곧이어 그들의 마을에도 쫓겨온 국민당과 그들을 추격하는 공산당의 세력이 부딪히게 된다.

    새빨간 양귀비의 열매는 하얀 액체를 가뜩 뿜어낸다. 이 책의 제목 <색(色)이 물들다>는 그러한 강렬한 빨간색과 하얀색의 대비를 극명히 그려내고 있다. 두가지 빛깔은 중국 현대사를 가른 두개의 한족 즉 붉은 색을 대표하는 공산당과 하얀색을 대표하는 국민당을 상징하고 있기도 하다. 그들의 마을에 중국인에 의해 양귀비가 전해졌던 것처럼 그 두가지 빛깔은 그들에게 또하나의 절망을 안겨다 주는 색깔로 형상화 되고 있다. 화려한 양귀비는 그들의 마을에 번영을 안겨다 주기도 했지만 그 양귀비로 인해 그들은 끝없는 전쟁을 치뤄내야 했으며, 주변 세력들은 그들의 목숨을 바치면서 까지 양귀비를 얻으려 한다. 죽어가면서 자신들의 귀에 양귀비 씨앗을 넣어 자신들의 마을에 양귀비를 피워내게 한 왕뻐 투스의 전사들의 예가 바로 그것이다.

    양귀비는 그 화려함 뒤에 감추어진 치명적인 유혹으로 끝내 사람들을 몰락하게 만든다. 마이치 투스의 슬픈 가족사를 통해 티베트 민족의 불우한 현대사를 조망해 보는 이 작품의 원제는 먼지는 결국 아래로 떨어진다는 뜻의 진애낙정(塵埃落定)이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권력의 덧없음과 함께 양귀비의 화려한 빛깔은 작품을 관통하는 정서로 작용한다. 어쩌면 누구보다 현명했고 똑똑했던 주인공이 스스로 바보임을 칭했던 것 역시 화려한 빛깔속에 감추어진 인간의 욕망을 직시했기 때문만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자신들만의 영역에서 고유함을 지키기보다는 그저 밀려오는대로 낯설기만한 새로운 종교와 문화, 신기한 물건과 질병까지 그 모두를 가감없이 받아들여야만 했던 그들의 아픈 현대사가 色이라는 형상을 통해 전해지고 있는 듯하다.
  • 한반도 면적의 여섯 배에 달하지만 인구는 300만도 채 안 되는 티베트 자치구에 대해 내가 처음 알게 된 ...

    한반도 면적의 여섯 배에 달하지만 인구는 300만도 채 안 되는 티베트 자치구에 대해 내가 처음 알게 된 것은 브래드 피트 주연의 한 편의 영화를 통해서였다. 대학 재학시절 꽤 좋아했던 영화감독 장 자끄 아노가 최고의 스타 브래드 피트와 함께 작품을 만든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당시 내 가슴은 심하게 설레였었다. 영화 <티베트에서의 7년>은 세계적인 유명 산악인 하인리히 하러가 티베트에서 13세 어린 나이의 달라이 라마를 만나면서 겪는 영적인 성숙과 인생의 변화를 담고 있다. 험난한 정치적 격변기를 관통하는 티베트에서의 7년여 세월을 그림으로써 당시 티베트의 역사적 고충을 담담히 담아냈다. 실존했던 인물들의 실화를 아름다운 영상과 감동적인 이야기로 그려내 아직까지도 내 가슴속에 진중히 자리잡고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그 후 오랜 시간 동안 티베트라는 곳은 내 관심 밖의 공간이 되어 왔다. 그러다가 금년에 발생한 티베트 사태를 계기로 티베트 민족이 갖는 지난한 고통의 역사를 반추하게 되었다. 소수민족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그들의 형편, 독립하고자 하는 처절한 열망, 인권의 참혹한 사각지대에서 겪는 고통과 절규 등은 타민족이라는 이름으로 관심도를 재단하기에는 너무나 냉혹한 현실이다.

      중국 현대문학의 최고 권위 '마오둔 문학상' 수상작, 이라는 솔깃한 홍보문구의 띠지를 두르고 있는 『色에 물들다』는 티베트 작가 아라이의 두 권으로 된 장편소설이다. '투스'라 명명되는 티베트 내의 독특한 영주제도를 뼈대로 펼쳐지는 그들 민족의 문화와 종교, 삶과 풍속, 신화와 전설, 번영과 쇠락의 이야기를 흥미있으면서도 처연하게 그리고 있다. 작가 아라이는 특유의 독특한 문체로 중국과 티베트의 암울한 현대사를 한 투스 가문의 흥망성쇠를 통해 잘 그려냈다.

      소설의 이야기는 투스 중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 마이치 투스 가문의 둘째 아들인 '바보'의 일인칭 시점으로 흘러간다. 바보이면서도 바보가 아닌 것 같은 '바보'의 말과 행동은 이야기를 이끄는 근본 주체가 된다. 작가는 바보라 불리면서도 똑똑한 사람 이상의 비범함을 발휘하는 소설 속 화자인 바보를 매우 매력적인 인물로 창조했다. 순진무구하고 정과 의리가 있으면서도, 어떨 때에는 나름의 냉철함과 이성으로 차기 투스로의 발군의 자질을 보여주는 바보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다.

      소설 속에서 바보가 많은 여자에게 사랑받는 인물로 그려지는 점이 흥미롭다. 자신의 수발을 드는 시녀 촐라로부터 여자와의 육체적·정신적 첫사랑을 경험한다. 촐라가 하인인 세공장이에게 시집을 간 이후 또 다른 시녀와 사랑을 나누고, 아버지의 경쟁자였던 롱꽁 투스의 딸인 타나와는 한 눈에 반해 결혼한다. 기나긴 서사 속에는 바보로 인해 마음이 일렁이는 여자들의 모습과 반대로 그 여자들로 인해 행복과 상처가 교차하는 바보의 순진한 사랑이 잘 표현되어 있다.

      차기 투스를 놓고 벌이는 형과 동생의 무언적 긴장은 이 소설의 백미이다. 형은 누가 봐도 똑똑한 장남이었지만 바보스러운 동생과 견주어 차기 투스로서의 존재감을 우위에 올려놓지 못한다. 아버지 투스의 명령으로 각기 변방에서 활약하게 되는 두 형제의 대결은, 결과적으로 둘째 아들의 특출한 비범을 드러내며 아버지와 백성들로부터 강한 인상을 심어주는 계기가 된다. 자객에 의해 칼부림을 당한 형이 죽기 직전 동생에게 "네가 두려웠다"고 말하는 최후의 고백은 바보였지만 바보가 아니었던 동생의 존재적 권위를 명징히 드러낸다.

      그랬다. 바보는 결코 바보가 아니었다. 그의 비범함은 '기다림'이라는 위대한 기질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매사에 서두르지 않고 때를 기다릴 줄 아는 바보의 모습은 어눌한 말투와 엉뚱한 생각과는 묘한 아이러니를 이루며 흥미있는 군상을 만들어낸다. 바보는 시종일관 흥분하지 않고, 서두르지 않는다. 그리고 결코 악랄하지 않다. 돈이든 권력이든 여자든,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을 향해 의지적으로 쫓아가는 게 아니라 방향만을 잡은 채 묵묵히 한걸음 두걸음 나아가는 한 인간상의 모습이 심히 매력적이다. 마지막 자객에 의해 순응적인 피살을 당하기까지 소설 전체에 흐르는 바보의 아우라는 충분히 매혹적이다.

      돈과 여자와 권위 등 권력자로서 당연히 누리는 것들에 대한 인간의 상념과 태도를 작가 아라이는 한 지역과 민족의 굴곡진 시대상을 관통하면서 무겁지 않고 편안하고 유머있게 서술했다. 만약 작가의 문장과 독자 접근법이 지나친 무거움으로 일관했다면 그리 매력적인 소설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지만, 결코 무겁지 않게 태연하고 재치있는 문장으로 한 시대를 담아낸 작가의 기교가 돋보인다. '경련 같은 전율을 일으켜 놓은 작품'이라고 표현한 책 뒷면의 수식어구가 결코 과장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근자에 들어 제3세계 문학을 간혹 만나고 있다. 세계 문단계를 주도하고 있는 영미권과 유럽권의 활개로 인해 3세계 문학에 대해 개인적으로 인지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아시아, 아프리카, 아랍(중동)은 이제 더 이상 역사 흐름의 변방이 아니다. 가장 많은 인구와 세계적 이슈가 존재하고 있는 곳이다. 최근 이곳에 대한 관심과 조명은 결코 녹록지가 않다. 문학이 시대와 지역과 인간의 역동을 담아내는 거울이라는 점을 인정한다면, 이들 세계의 문학을 천착하는 일은 당연히 소중한 작업이 될 수밖에 없다.

      소설의 배경이 된 당시 티베트의 시대상을 곱씹는다. 주류 다수민족의 거대한 움직임 앞에서 요동할 수밖에 없는 소수민족의 처절한 비애가 가슴에 와 닿는다. 문학은 한 시대의 의식과 가치관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시대의 운명과 고통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어떠한 형태든 문학은 그 시대의 휴머니즘에 기여하는 주관적 언론이며 동시에 창조적 자유의지이다. 따라서 문학의 궁극적인 기능은 '대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우상적 질서를 흔들고 참된 삶을 '질문'하는 데 있다. 이 소설이 배경으로 삼은 한 시대의 고통이 21세기 현재의 시공간에서도 연장되고 있음을 인식하면서 참다운 삶을 질문하는 문학적 언론의 진수를 엿본다.

      아라이가 장장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으로 창조한 장대한 서사 『色에 물들다』는 평범하면서 정교하고, 초연하면서 태연하며, 잘 읽히면서도 무거운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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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ritten bY David

  • 티베트... 하면 먼지와 모래가 풀풀 날리는 끝없는 고원, 바위산, 천옷을 두르고 헤벌쭉 웃고 있는 순박한 시골사람들이 떠오른...
    티베트... 하면 먼지와 모래가 풀풀 날리는 끝없는 고원, 바위산, 천옷을 두르고 헤벌쭉 웃고 있는 순박한 시골사람들이 떠오른다.
    아니면 '자유에의 의지' 로 그 끝없는 열정을 맘 속에 잊지 않고 조용히 때를 기다리는, 하지만 그런 사실로도 그들이 이라크 지역 사람들처럼 위험스럽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적은 것에도 행복을 느끼며 욕심없이 살아가는, 연민과 부러움이 반반씩 섞여 바라보게 되는 그저 내 이웃의 평범한 사람들처럼 느껴졌다. 그렇다고 해도 내가 그들에 대해 하는 것도 없고 딱히 적극적으로 도와줄 일들도 없지만...
     
    올 초에 읽은 박동식의 <열병> 이 나에게 티베트와 중국의 관계에 대해 몰랐던 사실을 처음 알게 해 준 책이다. 내가 얼마나 관심이 없었으면 그렇게 오래된 일을 하나도 모르고 있었을까.. 하고 부끄러움이 들게 했었다.
     
    이 책은 아름다운 제목만큼 아름다운 이야기는 아니다. 점점 사라지는 아니 이제는 사라져버린 (하지만 그들이 아직도 맘속깊이 잊지 않고 간직하고 살아간단걸 역시 <열병> 이란 책에서 알게되었다.) 티베트 고유의 특이하고 조금은 잔인하지만 아름다운 전통과 문화를 아름답고 감성적인 언어로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다. 주욱 술에 취한 아버지와 관계를 맺어서 바보로 태어났다고 말하는 티벳 최고 통치자를 부르는 말인 '투스' 의 둘째 아들의 입을 통해서.
     
    최고권력자의 아들이지만 본인은 바보이기 때문에 최고권력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하는 그를 통해 그와 그의 가족, 티벳 사람들의 진정한 생활상을 느낄 수 있었다. 본인은 담담히 말하지만 그 이면에 감춰진 한족의 교묘한 계략과 점점 자주성을 빼앗기고 사라져가는 티벳 사람들의 슬픔도. 하나 새롭게 알게 된게 있다면 티베트 사람들이 마냥 순박한 시골사람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들에게도 전투적이고 정열적인 과거가 있었다. 그랬기에 지금은 사라져버린 그 모든 것들이 더 아름답고 그립고 슬프게 느껴졌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사진기술은 정말 절묘하게 시간을 맞춰 우리 땅에 들어왔다. 마치 우리의 종말을 상징하는 그림을 남기기 위해 온 것 같았다. 물론 당시에 지금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우리가 더욱 번성할 수 있는 징조라고 간주했다. - p.51
     
    색에 물들다.. 글쎄.. 그들은 어디에 물이 들었나. 양귀비의 빨간 색에, 아니면 순결하고 숭고한 색인 하얀 색에, 그것도 아니면 권력을 칭하는 한족의 검은색에...?
     
    바보는 정말 바보일까? 그가 투스가 될 수 있을지? 그리고 앞으로 그의 고향은 어떻게 될지..
    다음 이야기가 정말 궁금하다.
     
  • 色에 물들다 1,2권 | ca**9030 | 2008.07.13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한 사건이 발생했고 다른 사건이 이어서 발생했다. 시간, 사건이란 것은 갈수록 빨라지기만 할 뿐 다시 느려지지는 않을 것 ...

    한 사건이 발생했고 다른 사건이 이어서 발생했다.

    시간, 사건이란 것은 갈수록 빨라지기만 할 뿐 다시 느려지지는 않을 것 같았당.

     

    - 본문중에서 -

     

    티벳...

    불교의 나라 세계적인 영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있는 나라 (지금은 인도에서 티벳의 독립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

    방송에서 오체투지를 보여주던 티벳의 모습은 아직 문명이 닿지 않는 미지한 세계라는 이미지가 더 강했던것 사실이다.

    소설에 나오는 투스...

    과거에는 여러 투수들이 티벳에 존재하고 있었다.

    족장의 개념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족장보다는 강하고 국왕보다는 살짝 그 권력이 약한

    과거 중국의 제후와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들이 누리는 권력은 그 이상 이었다.

    주인공은 그 투스들 중 가장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있던 마이치가  투스의 둘째 아들이었다.

    그 아들은 바보였다. 아니 모두들 바보라고 말했고 당연하게 여겼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본인도 그 사실을 받아들였고 스스로 바보라 생각하며 성장하였다.

    하지만 그 바보 눈에 보이는 똑똑한 사람들의 행동은 더 추악하고 더 바보 같았다.

    그는 바보임에도 앞을 내다 볼 줄 알았고, 아버지인 마이치 투스에게 더할 나위없는 부와 권력을 손에 쥐게 해 주었다.

    소설 후반부로 갈 수록 과연 그가 진정 바보였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는 철저하게 자신을 감추었던 현자가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의 부정에도 형의 방자함에도 그 감정 굴곡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가문의 역사를 남기고 풍부한 식량으로 온 백성들의 추앙을 받는 가족 아니 모든 이들이 바보라 손가락질을 하던

    그 마이치 투스의 둘째아들은 바보를 가장한 천재였다.

    혀없는 사관이 그에게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도련님..가끔 똑똑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바보보다 더 우매할 때가 많답니다..도련님은 바보가 아니에요.."

     

     

    정말 재밌는 책이었다.

    나에게는 더없는 신선한 충격이라 할까?

    신기하고 기묘한 이야기를 꺼내보듯

    신기한 이야기들이 펼쳐지는 곳...

    특 감정 기복이 심하지 않은 작가의 절제된 모습이

    주인공과 많이 닮아 있다는 것을 느꼈다.

    정말 매력있는 소설이다..

     

  • 티베트. 달라이라마의 나라, 신비하고 성스러운 나라. 티베트 사태가 일어나기 전, 내가 가지고 있던 티베트에 대한 이미지다. ...
    티베트. 달라이라마의 나라, 신비하고 성스러운 나라. 티베트 사태가 일어나기 전, 내가 가지고 있던 티베트에 대한 이미지다. 그 전까지만 해도 티베트는 내가 가고 싶어하는 여행지 중 하나였으며, '티베트'라는 단어를 발음하기만 해도 어쩐지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 같은 느낌에 약간의 당혹감마저 느꼈었다. 티베트사태가 보도되자, 나는 그곳의 성스러움과 신비로움이 더럽혀진 것 같아 아쉬웠고 그들의 절박한 모습이 안타까웠지만, 그러나 가장 크게 느낀 감정은 '부끄러움'이었다. 그렇게 선망의 대상이 되어왔던 '티베트'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 많은 여행서적을 보며 그들의 진짜 모습을 외면하고 있었던 것에 대한 부끄러움. 


    이 작품은 내가 알지 못하는 티베트의 모습을 보여준다. 중국 현대문학의 최고 권위 '마오둔 문학상'을 수상하고 중국 본토까지 열광시킨 티베트 작가의 티베트 이야기. 아라이의 장편소설인 이 작품의 원제는 [진애낙정-먼지는 결국 아래로 떨어진다]이다. 권력을 하나의 먼지로 비유하여 비록 중국이 하사한 명칭이지만 '투스'라는 제도가 티베트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 안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잔잔하면서도 때로는 아련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그리고 있다.


    '바보'는 마이치 투스의 둘째 아들이다. 만취한 아버지가 어머니를 임신시켜 '바보'가 나왔다고 믿는 사람들은 어머니만 제외하고 그가 바보라는 사실을 좋아한다. 후계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거나 전쟁을 두려워해야 하는 걱정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똑똑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늘 그렇듯 그들은 바보가 보는 것들을 보지 못한다. 그는 바보이지만 귀중한 '뼈대'를 타고 났다. 태양을 다스리는 일을 하는 투스의 아들, 그러나 그에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평온한 티베트에 양귀비 씨앗이 들어오면서 변화의 물결이 거세지고, 양귀비 씨앗을 둘러싼 전쟁, 재산의 축척, 중국에서 일어나는 빨간 한족과 하얀 한족의 싸움은 세상이 흔들리는만큼 티베트도 흔들릴 것이라는 사실을 예고한다.

     

    '바보'는 독특한 인물이다. 평소에는 정말 바보처럼 우스꽝스러운 질문을 하거나, 터무니없는 행동을 하기 일쑤지만 어느 순간 다른 사람들보다 더 똑똑한 말을 한다. 다른 사람이 볼 수 없는 것, 다른 사람은 예측할 수 없는 것들을 마치 몸에 신이 내려온 것처럼 별안간 소리를 질러 알려준다. 그런데 평소에 그가 하던 말이 과연 바보스러운 것이었을까. 그것은 누구도 단정지을 수 없는 문제이다. 사람들의 가치관이 모두 다르듯, 그는 그 나름대로의 가치관이 있었을 뿐이다. 다만, 투스의 아들이라는 이름이,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모두 좇는 것을 그만 좇고 있지 않다는 현실이 주위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던 것은 아닐까. '바보'는 그 누구보다 지혜롭고 감수성이 풍부하며 행운이 따르는 인물이었지만 변화하는 세상은 그에게 무릎 꿇기를 강요한다.

     

    작품에는 많은 색이 등장한다. 양귀비 씨앗이 자라 열린 열매에서 나오는 하얀 액, 중국에서 일어난 하얀 한족과 빨간 한족의 싸움, 하얀 겨울을 상징하는 순결한 백색,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흘렸을 피의 붉은색.  '바보'가 물든 것은 어떤 색이었을까. '바보'는, 그리고 티베트는 '변화'라는 색에 물들었다. 그들 자신만의 고유한 풍습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었던 생활 속에 온갖 서양 문물이 유입되고, '투스'라는 이름은 거대한 변화의 물결 앞에 힘없이 무너진다. '변화'를 딱히 한 가지 색으로 지정할 수는 없겠지만, 그것은 가장 강력하고 유혹당할 수밖에 없는 색이었음에 틀림없을 것이다.

     

    티베트에 역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무지하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던 그대로가 아닌 티베트의 다른 모습을 느낄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가치는 충분하다. 밋밋하지만 천연덕스러운 바보의 말투 속에서 티베트에 대한 그의 사랑이, 작가 아라이의 티베트 사랑이 느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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