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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헤밍웨이를 죽였나(박홍규의 호모 크리티쿠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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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9*211*24mm
ISBN-10 : 115925351X
ISBN-13 : 9791159253515
누가 헤밍웨이를 죽였나(박홍규의 호모 크리티쿠스 6) 중고
저자 박홍규 | 출판사 들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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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2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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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내형 상세 미선택 낙서 미선택 얼룩 미선택 접힘 미선택 낙장(뜯어짐) 미선택 찢김 미선택 변색 [출간 20180629, 판형 148x210(A5), 쪽수 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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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시리즈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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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인물을 ‘속속들이 안다’고 말하기란 쉽지 않다. 한 인물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그가 살았던 시대는 물론 삶과 행적, 사상까지 꿰뚫어보아야 하고, 균형 잡힌 시각과 비판의식 또한 지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는 세기의 인물을 대할 때든, 새로운 사상을 접할 때든 남의 시각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대며 자신이 옳다고 믿는 정보만 받아들이고 극단적인 논리를 펼치기도 한다. 정보를 선택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일상에 녹이는 것도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박홍규의 호모 크리티쿠스>는 그럴듯한 정보와 일방적인 주장 속에서 방황하는 독자들에게 정신사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들을 역사의 그물이라는 큰 틀 안에서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그 올바른 길을 제공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이 시리즈는 진보적 법학자이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르네상스맨 박홍규 교수의 총서로서 인류사에 족적을 남긴 위대한 사상가, 작가,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을 비판적으로 들여다본다.

이 책은 모두 10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이 중 짝수 장들인 2장, 4장, 6장, 8장, 10장에서 각각 다루는 『우리 시대에』, 『에덴동산』,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강을 건너 숲속으로』, 『아프리카의 푸른 언덕』과 『여명의 진실』 등은 그동안 헤밍웨이 작품 중에서 제대로 평가되지 못했다.
그러나 저자는 그 여섯 작품을 매우 중요하게 본다. 존 레논이 <이매진>에서 노래한 반문명과 자유를 다룬 『우리 시대에』, 반윤리와 자유를 다룬 『에덴동산』, 반소유와 자치를 주제로 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반군대와 자치를 다룬 『강을 건너 숲속으로』, 그리고 반제국과 자연을 주제로 한 『아프리카 의 푸른 언덕』과 『여명의 진실』은 헤밍웨이를 아나키스트로 보는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머지 홀수 장 작품들도 3장에서 9장까지의 장 제목에서 보듯이 아나키즘의 핵심적 이념을 통해 재조명한다. 흔히 성장소설이나 연애소설 내지 청춘소설로 여겨졌던 『무기여 잘 있어라』,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각각 반전쟁과 자유, 반도덕과 자유, 반파쇼와 자치 등의 내용을 갖는 반체제 소설로, 특히 기독교적 구원의 주제 등으로도 해석된 『노인과 바다』를 가장 아나키즘적인 반체제와 자연의 소설로 이해한다.

저자소개

저자 : 박홍규
세계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글을 쓰는 저술가이자 노동법을 전공한 진보적인 법학자이다. 인문·예술의 부활을 꿈꾸는 르네상스맨으로 영남대학교 교양 학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자전거 타기와 걷기를 사랑하며, 자유·자연·자치의 삶을 실천하고자 노력한다. 그동안 쓴 책으로 『니체는 틀렸다』, 『조지 오웰; 수정의 야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 누가 릴케를 함부로 노래하나』, 『헤세, 반항을 노래하다』, 『카프카, 권력과 싸우다』, 『함석헌과 간디』, 『내 친구 톨스토이』, 『가거라 아들아 용감하게; 루쉰의 외침을 듣다』, 『태초에 행동이 있었다; 라만차의 돈키호테』, 『독학자 반 고흐가 사랑한 책』, 『독서독인』, 『까보고 뒤집어보는 종교』, 『이반 일리히』, 『윌리엄 모리스의 생애와 사상』, 『메트로폴리탄 게릴라』, 『아나키즘 이야기』, 『플라톤 다시 보기』, 『인디언 아나키민주주의』 등이 있다.
함께 쓴 책으로는 『거꾸로 생각해봐! 세상도 나도 바뀔 수 있어』, 『세상을 바꾼 창조자들』, 『청년 인생 공부』 등이 있다. 『법은 무죄인가』로 백상출판문화상을 받았다.

목차

저자의 말
머리말_집시 아나키스트 헤밍웨이

1장 왜 헤밍웨이가 ‘집시 아나키스트’인가?
어느 극우익의 헤밍웨이│존슨, 헤밍웨이를 비판하다│FBI가 헤밍웨이를 죽였다고?│아나키스트 헤밍웨이│헤밍웨이의 삶과 글을 새롭게 조명하다│나의 헤밍웨이│헤밍웨이가 싫어질 때│헤밍웨이의 글은 삶 자체다

2장 20세기 초, 『우리 시대에』의 반문명과 자유
동물, 인디언, 헤밍웨이│그때 그 시절│헤밍웨이의 고향은 보수적인 오크파크│헤밍웨이, 자연아로 성장하다│대학 진학을 거부한 헤밍웨이│[인디언 캠프]│인디언의 역사에 대한 매우 간략한 소개│[의사와 의사의 아내]를 비롯한 단편들│『우리 시대에』│[혁명가]│[심장이 두 개인 큰 강]에 등장하는 자연 합일│[엘리엇 부부]

3장 제1차 세계대전, 『무기여 잘 있어라』의 반전쟁과 자유
전쟁의 시대│[매우 짧은 이야기]│『무기여 잘 있어라』│『무기여 잘 있어라』 1부_전선의 사랑│『무기여 잘 있어라』 2부_사랑의 성숙│『무기여 잘 있어라』 3부_탈영│『무기여 잘 있어라』 4부_탈출│『무기여 잘 있어라』 5부_죽음│『무기여 잘 있어라』는 어떤 성격의 소설인가?

4장 1920년대 파리, 『에덴동산』의 반윤리와 자유
제1차 세계대전 직후│헤밍웨이의 파리 시절│거트루드 스타인을 스승으로 삼다│『파리는 날마다 축제』│무솔리니를 취재하다│[조국은 너에게 무엇을 호소하는가?]│『여자 없는 남자들』│[패배를 거부하는 남자], [시시한 이야기], [오늘은 금요일]│[다른 나라에서], [간단한 질문], [이제 제가 눕사오니]│[하얀 코끼리 같은 산], [딸을 위한 카나리아], [알프스의 목가]│[살인자], [5만 달러], [열 명의 인디언], [추격 경주]│『에덴동산』│『에덴동산』 1부_양성구유의 아내│『에덴동산』 2부_악마 부부│『에덴동산』 3부_마리따│『에덴동산』 4부_파괴

5장 1920년대 스페인,『태양은 다시 떠오른다』의 반도덕과 자유
헤밍웨이의 스페인│『오후의 죽음』│『태양은 다시 떠오른다』는 반전소설이다│투우와 사회주의│『태양은 다시 떠오른다』의 등장인물│『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1부_파리의 술집│『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2부_스페인의 투우 축제│『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3부_이별│국가를 조롱하다│버지니아 울프의 비평

6장 1930년대 미국,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반소유와 자치
키웨스트, 콩크 공화국│키웨스트의 특수성│국가, 퇴역 군인들을 제거하다│『승자에게는 아무것도 주지 마라』의 동성애 혐오│[아버지들과 아들들], [깨끗하고 밝은 곳]│『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제목에 대하여│『가진 자와 못 가진 자』 1~2부_봄부터 가을까지│『가진 자와 못 가진 자』 3부_겨울│『가진 자와 못 가진 자』에 대한 비평

7장 스페인 시민전쟁,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반파쇼와 자치
스페인 시민전쟁│『스페인의 대지』│『제5열』│[때는 지금, 장소는 스페인]│[다리 위의 노인]과 [아무도 죽지 않는다]│앙드레 말로의 『희망』│『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제목과 주제│자연과 연대하라│『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주인공 로버트 조던│『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여주인공 마리아│『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게릴라 부대│공화주의자의 만행을 폭로하다│『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파시스트│『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군인들│『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결말│『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 대한 비평

8장 제2차 세계대전 이탈리아, 『강을 건너 숲속으로』의 반군대와 자치
『강을 건너 숲속으로』│전쟁에 대해서는 두 번 다시 쓰지 않겠다

9장 1940년대 쿠바, 『노인과 바다』의 반문명과 자연
쿠바에서의 헤밍웨이│쿠바의 역사│『해류 속의 섬들』│『노인과 바다』의 노인과 소년│상호부조를 상징하는 어촌공동체│노인은 사자 꿈을 꾼다│인간과 자연의 합일은 가능한가?│기독교적 해석│아나키즘적-생태주의적 해석│헤밍웨이, 쿠바 혁명을 지지하다

10장 1950년대 아프리카, 『아프리카의 푸른 언덕』과 『여명의 진실』의 반제국과 자연
아프리카가 유토피아다│『아프리카의 푸른 언덕』과 『여명의 진실』에서의 문학 이야기│『아프리카의 푸른 언덕』에 나오는 아프리카 찬양과 사냥의 모순│침략자의 종교를 비판하다│이상향 재현의 시도│『킬리만자로의 눈』│『프랜시스 매코머의 짧지만 행복한 생애』│아나키즘적 해석│헤밍웨이의 만년과 죽음│헤밍웨이와 미국 현대문학

맺음말_헤밍웨이는 아나키즘의 본질에 지극히 가까운 사람이다
헤밍웨이 연보

책 속으로

나는 쿠바에 가기 전 대단한 희망을 가지고 갔다. 그 전에 오랫동안 쿠바의 도시유기농을 비롯한 생태도시와 시골, 음악과 미술 등 예술로 흘러넘치는 거리, 그리고 완전한 교육과 의료 등을 찬양하는 국내외의 여러 문헌을 모조리 읽은 나는 그 현장을 내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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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쿠바에 가기 전 대단한 희망을 가지고 갔다. 그 전에 오랫동안 쿠바의 도시유기농을 비롯한 생태도시와 시골, 음악과 미술 등 예술로 흘러넘치는 거리, 그리고 완전한 교육과 의료 등을 찬양하는 국내외의 여러 문헌을 모조리 읽은 나는 그 현장을 내 눈으로 목격하려고 갔다. 그러나 내가 본 것은 그 반대였다. 아바나를 일주일 동안 헤매어도 유기농장은 없었고 병원과 약국은 물론 상점은 텅 비었으며 엄청난 돈을 내지 않는 한 노래 한 곡 들을 수 없었다. 오염으로 눈과 코가 시리는 거리는 총을 들고 눈을 번득이는 군인들로 가득 차 있었고 학교는 북한을 연상 시킬 정도로 제복과 구호로 넘쳐났다.
강변은 오물로 뒤덮였고 썩은 동물의 시체로 악취가 풍겼다. 누구나 들고 다니는 비닐봉지에는 비밀리에 유통되는 상한 고기 덩어리가 들어 있었다. 『노인과 바다』의 먼 바다 코히마르에서 그래도 아직 남은 작은 돌과 해초들을 노인과 함께 주웠을 뿐이다.
(…) 『노인과 바다』도 빈곤의 소설이다. 1952년까지 십여 년의 쿠바 생활에서 그가 본 쿠바는 가난이었다. 당시에도 쿠바는 사회주의 나라였다. 공산당이 지지한 바티스타 독재정권이 부활한 1952년에 그 소설이 나왔다. 흔히들 헤밍웨이가 쿠바를 너무 좋아해서 마지막 생애 20여 년을 그곳에서 살았다고 하지만, 그가 좋아한 쿠바는 사회주의 쿠바가 아니라 억압과 가난 속에서도 품위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영원한 패 배 속에서 살아가지만 언제나 우아함을 잃지 않는 인민이었다. (…) 그것은 그가 스페인에서 희망하며 싸웠던 아나키즘의 꿈이었다. 아니 그 전에 19세의 나이에 총을 들고 뛰어든 제1차 세계대전의 이탈리아에서 만난 인민들을 통해 처음으로 꾸었던 인민의 꿈이었다. 아니 열 살쯤, 처음으로 보았던 인디언 마을에서 보았던 꿈이었다. 『노인과 바다』에서 노인이 꾸던 아프리카의 사자 꿈이었다. 그래서 『노인과 바다』를 낸 다음 해인 1953년에 두 번째의 아프리카 사파리를 떠났는지도 모른다.
킬리만자로를 보려고 떠났는지도 모른다. 그의 소설은 그의 삶이고 그의 꿈이다. 그의 글은 그의 삶 자체다. 글과 삶이 이처럼 합치되고 통일되는 작가는 다시없다._<헤밍웨이의 글은 삶 자체다> 중에서

1929년 대공황기에 나온 『무기여 잘 있어라A Farewell to Arms』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주인공인 미국인 프레데릭 헨리(Frederic Henry)는 미국이 참전하기 전, 이탈리아군에 입대하여 야전병원의 운전수로서 전선에서 두 다리를 부상당해 입원한 이래, 영국인 간호원 캐서린 바클리(Cathrine Barkley)와 서로 사랑하게 된다. 캐서린의 임신을 안 두 사람은 탈주하여 스위스에서 겨울의 목가적 생활을 즐기고 봄에 출산할 예정이었으나, 제왕절개 수술을 받고 낳은 사내아이는 죽고 캐서린도 많은 출혈로 불행한 죽음을 맞는다. 소설은 5부로 나누어졌지만 각 부에는 제목이 없다. 이하 각 부의 제목을 나 나름으로 달고 이야기를 요약해본다. 전체 5부는 전쟁의 참상을 보여주는 1~3부와 두 연인의 비극적인 사랑을 보여주는 4~5부로 나누어진다. 그래서 전반부의 반전과 후반부의 허무를 합쳐 반전사상과 허무주의가 이 소설의 주제라고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지만 후반부의 사랑은 전쟁이 낳은 결과에 불과하므로 전체적으로 소설은 반전사상을 담은 것이라고 봄이 옳다. 마찬가지로 전반부의 전쟁과 후반부의 사랑을 서로 이질적인 주제라고 보고 내재적인 이중성을 강조하는 견해도 부당하다._<『무기여 잘 있어라』> 중에서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에는 등장인물이 상당히 많고 복잡하다. 주인공인 내레이터 제이크 반스는 20대 중반의 미국인이지만 파리에서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니 헤밍웨이의 다른 소설에서처럼 제이크도 작가의 분신이지만 제이크가 제1차 세계대전의 이탈리아 전선에서 성기 부위에 부상을 당해 성불구가 되었다는 것은 다르다. 그러나 병원에서 만난 영국 여성 브렛 애슐리와 사랑하는 사이라는 점은 작가의 경험과 일치한다. (…) 브렛이 자원 간호원(VAD) 출신인 점도 『무기여 잘 있어라』의 캐서린과 같고, 헤밍웨이의 애인이었던 쿠로스키와 유사한 점이다. 단 브렛이 이미 두 번 이혼했고 지금은 스코틀랜드 출신 술주정꾼인 마이클 캠벨(Michael Campbell)과 사랑하는 사이라는 점이 다르다. (…) 그녀는 당시 자유로운 성관계를 추구하는 신여성의 전형을 보여주었는데, 이는 제이크의 성불능과 대비되어 남녀의 전통적인 성역할이 서로 뒤바뀌어졌음을 뜻했다. 그런 신여성의 상징이 남자처럼 머리를 짧게 깎는 것이라는 점은 헤밍웨이 소설에서 머리를 짧게 깎는 여성이 다양하게 등장한다는 점과 관련되어 매우 흥미롭다. (…) 이 소설에는 위 두 남녀 주인공을 중심으로 하여 많은 인물들이 나온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인 로버트는 제이크의 친구이지만 제이크는 그를 반유대인이라고 욕하는 빌이나 마이크처럼 혐오한다. 이 소설의 다른 인물들과 달리 그는 낭만주의자이고 이방인이다. 미국의 명문인 프린스턴대학교를 다닌 유일한 유대인일 정도로 뛰어난 지성을 자랑하는 그는 부유한 집안 출신의 소설가다. (…) 이 소설의 등장인물 중에서 유일하게 긍정적인 인물은 투우사인 페드로다. 자기 일을 잘 알고 행하는 그는 속임수나 과시가 아니라 신념을 가지고 순수하고 아름답게 투우를 하는 프로다. 사랑을 믿기에 브렛을 사랑하면서도 로버트처럼 위엄과 품위를 잃지 않는다. 그는 언제나 자신감에 차 있고 단호하다._<『태양은 다시 떠오른다』의 등장인물>

『노인과 바다』는 그 대부분이 노인 혼자 바다에서 고기들과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여서 개인주의적인 이야기라고 하지만, 소설 여기저기에 어촌 마을 비롯한 공동체에 대한 묘사가 나온다. 가령 처음에 나오는 식당 ‘테라스’에 모여 놀고 있는 마을 사람들의 묘사를 보자.

그날 고기를 많이 잡은 어부들은 일찌감치 항구에 돌아와서 잡아온 청새치를 칼질해 널빤지 두 장에 길게 늘어놓고 두 사람이 널빤지 양쪽에 붙어 비틀거리며 고기 저장고로 운반해 갔다. 그곳에서 그들은 아바나의 시장으로 생선을 싣고 갈 냉동 트럭이 오기를 기다렸다. 상어를 잡은 어부들도 벌써 후미 맞은편에 있는 상어 공장으로 잡은 고기를 운반했다.(노인, 11~12)

노인이 고기를 잡는 것도 그것을 시장에 팔아서 살아가기 위해서다. 소설의 뒤에서 힘겹게 청새치를 잡은 뒤에 그 값을 산정하는 장면이 나온다. 어촌공동체에는 나름의 자치적 규범이 있다. (…) 노인은 스스로 “별난 늙은이”라고 하고(노인, 15) 소년은 그를 “가장 훌륭한 어부”(노인, 25)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공동체에서 배제되는 존재는 아니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노인이 마을로 돌아오며 하는 말도 공동체 의식을 보여준다.

“이제 곧 어두워지겠는걸. 그럼 이제 아바나의 불빛이 보이겠지. 혹시 너무 동쪽으로 나왔다면 새로운 해안의 불빛이 보일 테고.” 그가 말했다.
이제 그다지 멀리 떨어져 있지는 않을 텐데, 하고 노인은 생각했다. 아무도 나 때문에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물론 그 아이는 내 걱정을 하고 있을 거야. 늙은 어부들도 내 걱정을 할 테지. 그 밖에 다른 많은 사람도 역시 걱정하고 있겠지, 하고 노인은 생각했다. 난 정말 좋은 마을에 살고 있구나.(노인, 116)

사회보장이 전혀 없는 혁명 전 쿠바에서 가난한 사람들은 상호부조에 의해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 노인을 돕는 사람은 소년이다. 소년은 낚시 미끼로 쓸 정어리를 구해주는 것부터 시작하여 노인의 짐 운반을 돕고 식사도 챙겨준다. 이러한 상호부조야말로 아나키즘이 가장 존중하는 공동체 정신이다._<상호부조를 상징하는 어촌공동체 > 중에서

내가 전문가들에게 가장 크게 반발하는 점은 헤밍웨이의 문학적 가치를 소위 빙산이론이 적용되는 단편에 있고, 그 이론이 생략되거나 포기된 장편에 있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단편은 생각할 바가 별로 없고, 장편에서 오는 느낌이 훨씬 강하다. 흔히 그의 단편들은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1882~1967)를 비롯한 미국 화가들의 상징적 사실주의를 떠올리게 하는데 미국적 슬픔이나 허무를 삽화 정도의 수준에서 전달하기에는 유효하지만 그것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래도 나에게는 그의 장편들, 특히 『무기여 잘 있어라』와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그리고 『노인과 바다』가 좋다.
나는 독자들이 무엇보다도 헤밍웨이를 사랑하기 바란다. 그 사랑은 휴식을 위한 것일 수도 있고 요즘 유행하는 소위 힐링이라는 것을 위한 것일 수도 있지만, 내 경험상 독서는 힐링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휴식에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내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독후감은 그의 책을 읽고 미국을 비롯하여 스페인이나 쿠바를 비롯한 여러 나라를 더욱 비판적으로 사랑하게 되었고, 헤밍웨이의 자유-자치-자연에 대한 사랑에 공감해서 더욱더 그렇게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는 정도다._<헤밍웨이는 아나키즘의 본질에 지극히 가까운 사람이다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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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전 세계 문학청년들의 간이역 헤밍웨이, 우리는 그를 올바로 이해하고 있을까? 개인의 자유의지와 이를 기반으로 이루어진 민주주의를 신봉했던 헤밍웨이의 삶과 작품을 ‘자유-자치-자연’을 중시하며 권위에 도전했던 ‘집시 아나키스트’의 관점에서 새롭게...

[출판사서평 더 보기]

전 세계 문학청년들의 간이역 헤밍웨이, 우리는 그를 올바로 이해하고 있을까?
개인의 자유의지와 이를 기반으로 이루어진 민주주의를 신봉했던 헤밍웨이의 삶과 작품을 ‘자유-자치-자연’을 중시하며 권위에 도전했던 ‘집시 아나키스트’의 관점에서 새롭게 조명하다!
이 책은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자유-자치-자연’의 삼자주의를 중시하는 아나키스트로 보고, 그의 작품을 아나키즘 문학으로 읽고자 시도하는 책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적으로도 보기 힘든 견해라서 당황할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가 카프카나 사르트르나 카뮈 등을 아나키스트로서 이해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온 만큼 헤밍웨이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유도하는 하나의 시론으로 이해하면 충분할 것이다. 흔히 헤밍웨이를 마초 문학의 상징으로 본다.
강인한 남성성을 자랑하며, 전쟁처럼 거친 삶의 무대를 배경으로 작품을 쓰고, 네 번이나 결혼했고, 신문기자라는 태생적 특성에 영향을 받아 힘찬 단문 위주의 문장을 구사한다는 점 등을 그 증거로 내세운다. 물론 헤밍웨이는 모험적인 삶을 살았고 작품 역시 삶의 스타일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는 스스로 “나는 집시 같은 작가”라고 고백했다. 물론 이 말은 헤밍웨이를 실존주의자나 허무주의자라고 보는 데 더해 공산주의자라고 보는 견해에 답한 말이지만, 실제로 그는 집시처럼 모든 권위와 권력에 저항했고, 자연 이해와 공동체의 상호부조를 강조하는 삶을 살았다.
사실 헤밍웨이는 평생 정치와 직결된 삶을 살았고, 그의 모든 작품은 철저한 정치적 경험과 의식의 소산이다. 가령 우리에게 연애소설로 오해되곤 하는 헤밍웨이의 초기 작품 『무기여 잘 있어라』는 전쟁에 반대하는, 가장 위대한 반전문학 작품으로서 제1차 세계대전에 대한 인민의 혐오를 반영한 것이다.
그 뒤 10년도 안 되어 스페인 시민전쟁이 터졌고 그것은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졌다. 헤밍웨이가 그렇게도 절실하게 반전을 외쳤건만, 자유-자치-자연을 침해하고 파괴하는 전쟁과 같은 국가의 악, 국가의 가치, 국가의 파괴를 그토록 증오했건만, 세상은 여전히 전쟁에 미쳐 있다.
그 소설이 나온 지 조만간 10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세계인은 온갖 얼굴의 전쟁에 열광한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이자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그의 작품을 반드시 읽어야 하는 이유다.
그 밖에도 헤밍웨이는 작품 다수가 영화로 제작될 만큼 당대 큰 인기를 누렸고, 전장과 혁명의 현장을 누볐으며, 생의 마지막을 스스로 정리하는 등 여러 면에서 회자되었던 작가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무기여 잘 있어라』, 『노인과 바다』, 『킬리만자로의 눈』 등 우리 마음에 길이 남을 명작을 내놓은 위대한 작가이다. 이 책은 그런 헤밍웨이의 삶과 작품을 ‘집시 아나키스트 헤밍웨이’라는 기준으로 재조명하는 독특하고 신선한 작업의 결과물이다. 헤밍웨이를 사랑하는, 그리고 오랫동안 사랑해온 독자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자연이든 인간이든 진실하게 대하라
국내외에서 나온 책들은 헤밍웨이를 하나같이 허무주의자나 실존주의자로 본다. 또 그를 이해하려면 빙산이론(iceberg theory)이니 하드보일드(hard-boiled)니 하는 문학적 기교를 알아야 하는 것처럼 떠들기도 한다. 과연 그래야만 그의 작품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일까?
헤밍웨이의 말처럼 작품에는 ‘좋은 작품과 나쁜 작품’이 있을 뿐인데! 사실 헤밍웨이를 ‘하드보일드 작가’라고 부르게 한 짧은 문장은 권력의 집중적 구속을 혐오하고 무엇보다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려는 정신에서 비롯된 것이지 어떤 특별한 ‘남성주의적 미학’이나 멋 부림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어려서부터 몸에 밴 자연 관찰 덕분에 가식적인 수식이나 과장을 극력 배제하고 명료한 문장을 쓰는 태도가 나왔을 따름이다. 따라서 우리는 그의 삶과 예술의 기본을 이루는 평생에 걸친 자연과의 친숙에 주목해야 한다.
자연과 인간에게 어떤 거짓말도 하지 않는다는 그의 인생관으로부터 그 자신의 브랜드가 된 명료하고 힘찬 문체와 모든 폭력과 권위를 거부하고 인간의 자유의지와 존엄성을 탐구하는 작품들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집시 아나키스트 헤밍웨이의 짧고 행복한 생애
하지만 더욱 본질적인 재조명은 헤밍웨이가 아나키즘적이었다는 사실 아래 이루어져야 한다. 그는 국가 이익이라는 미명 하에 권력 집중을 추구하는 국가주의와 미국으로 상징되는 자본주의 문명을 극력 싫어했기 때문인데, 이런 특성은 곧 아나키즘과 연결된다.
헤밍웨이는 미국인이었지만 미국이라는 국가에 충성하지 않았으며, 이 세상 어떤 나라에도 충성하지 않았고, 여러 전쟁에 참가했지만 어느 쪽에 대해서도 충성하지 않았다. 스페인 시민전쟁에 참전했을 때에도 그가 충성을 바친 대상은 집시와 같은 스페인 인민들이었다.
또한 그는 집시처럼 정처 없이 세상을 떠돌아다녔다. 한때 그를 비롯하여 같은 세대의 문인들을 ‘잃어버린 세대’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이 말 역시 집시나 보헤미안 같은 그들의 삶과 생각을 보여준 것이다.
헤밍웨이 역시 국가 권력이나 자본 권력의 개입을 거부하면서 대도시를 떠나 예술과 모험을 사랑하는 삶을 살았다.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일어났던 두 번의 사고 후 줄곧 병치레를 하던 중 62세가 되던 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당시 그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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