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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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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7쪽 | A5
ISBN-10 : 8974563576
ISBN-13 : 9788974563578
슬롯 중고
저자 신경진 | 출판사 문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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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3월 2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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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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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여자가 나에게 속삭였다. "카지노로 가자!"

제3회 세계문학상 당선작. 카지노라는 한정된 공간을 배경으로 도박을 통해 본 양극화 사회의 모순과 불확정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담고 있다. 툭툭 끊어지는 단문의 직설적인 대화는 현대인의 건조하면서 냉소적인 감성을 거르지 않고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모든 것이 불확실한 현대인의 내면세계를 차분히 그려낸다는 평을 받았다.

2002년 정선 카지노를 방문했던 작가의 경험을 토대로 한 소설의 무대가 된 카지노는, 메울 수 없는 틈을 사이에 둔 두 집단(부자와 빈자)이 공존하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반영한다. 작가는 카지노 안에서 만나게 되는 온갖 인간 군상에게 어떤 동정도 비난도 가하지 않으며 무덤덤하게 응시한다. 그리고 확률과 우연이 지배하는 카지노와 불확정성이 지배하는 삶은 닮은꼴이라고 말한다.

작가는 카지노 안에서 헛된 기대를 버리지 못하고 게임을 계속하는 도박꾼들의 모습과 한 치의 미래를 알 수 없는 불확정성 하에서 삶을 지속해야 하는 현대인들의 불안과 고독한 내면을 같게 여긴다. 또한, 정보와 금권을 독점한 소수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슬롯머신 앞에 늘어선 군중을 바라보며 비웃을 권리도, 여유도 없다는 씁쓸한 현실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 책의 줄거리
주인공은 어느 날 갑자기 걸려온 옛 여자 친구의 전화 한 통에 얼떨결에 카지노로 가게 된다. 비록 타의에 의해 끌려가는 것이지만, 함정에 빠지지 않고자 단단히 마음의 준비를 한다.

일상을 벗어난 화려함이 난무하는 공간을 상상하며 긴장하여 입성한 카지노는, 그러나 실망을 금치 못할 모습으로 나타난다. 극적인 게임 대신, 며칠씩 머리도 감지 않고 두 눈은 벌겋게 충혈된 사람들이 줄담배를 피워 대며 슬롯머신 기계 앞에 죽치고 있을 뿐이다.

예상 밖의 상황에 당황한 주인공은, 이내 10억을 써서 없애야 한다는 처음의 목적을 상기하며 게임에 참가한다. 그러고는 곧 그곳의 분위기에 동화되어 카지노라는 거대한 게임의 조작된 흐름 속으로 함께 휩쓸린다. 그러나 그런 흥분 상태도 잠시, 진정으로 게임에 몰입할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하는데….

저자소개

― 작가 약력

1969년 부산 출생
1996년 한국외국어대학교 헝가리어과 졸업
1998~2002년 캐나다 레스브리지대학, 맥매스터대학에서 영문학과 컴퓨터사이언스 전공
2007년 <슬롯>으로 제3회 세계문학상 수상

목차

책 속으로

심사평 돈을 딸 확률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아는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주인공이 카지노에 간 것은 일확천금을 노릴 만큼 궁지에 몰려서도 왕창 잃어보고 싶게 돈이 넘쳐서도 아니다. 애써 모든 행동에 이유를 붙여야 한다면 권태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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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돈을 딸 확률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아는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주인공이 카지노에 간 것은 일확천금을 노릴 만큼 궁지에 몰려서도 왕창 잃어보고 싶게 돈이 넘쳐서도 아니다. 애써 모든 행동에 이유를 붙여야 한다면 권태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는 분석하고 관찰할 뿐 몰입하지 못한다. 권태는 열정이 아니니까. ― 박완서(소설가)

좀 과격하게 말해서, 자본주의적 삶이란 돈 놓고 돈 먹기의 카지노 판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궁극적으로 게임자 대부분이 잃은 자, 실패자일 수밖에 없도록 조정되어진 카지노의 생태를 치밀하게 형상화함으로써 늘 승리하는 소수 거대 자본의 음모를 드러내고 있다. ― 현기영(소설가)

모든 것이 불확실한 현대인의 내면세계를 차분히 그려 냈다. 정체성의 상실로 가파른 자본주의적 경쟁의 바다에서 부유하는 존재의 아릿한 슬픔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이 소설의 장점이다 ― 박범신(소설가)

<슬롯>의 주인공은 인생처럼 신비한 도박의 숲 속으로 한 걸음씩 걸어 들어가지만 그물에 갇히거나 독화살에 맞지 않고, 함정에 빠져 호랑이, 살모사와 얼굴을 맞대지 않은 채 빠져나온다. ― 성석제(소설가)

<슬롯>은 무엇보다도 잘 읽힌다. 소설이 이야기라는 점을 떠올리면 좋은 덕목이다. 이 고전적 풍모가 '도박'이라는 도발적 주제와 만나 절묘한 균형을 이룬 것. <슬롯>은 고전과 도발의 균형이라는 도박에서 멋지게 승리한 작품이다.― 박철화(문학평론가)

<슬롯>은 차갑다. '도박과 여자에 관한 이야기'의 모든 뜨거운 통념들을 조용히 배반한다. ꡔ슬롯ꡕ은 뜨겁다. 사랑도 어쩌면 확률 게임일 뿐이어서 우리의 등 뒤에는 언제든 러시안 룰렛이 겨냥되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 김형경(소설가)

‘도박과 여자’라는 소재가 전면 배치되는 이 소설은 그 재미와 함께 자본주의 사회의 불확정성 속에 살아가는 인간의 우울함과 외로움이 절실하게 드러난다. 이 신인 작가의 탄생으로 한국 문학은 더욱 풍성해지리라. ― 하응백(문학평론가)

도박하는 인간이 아니라 도박을 권하는 사회에 메스를 대는 소설. 이런 소설을 읽고도 도박을 한다면 인생을 모욕하는 사람이고, 이 소설을 읽고도 도박을 해보지 않는다면 인생에 무관심한 사람이다. ― 김미현 (문학평론가)

도박과 여자. 그러나 빤한 우리의 기대가 깨지는 순간에야 이 소설의 울림은 시작된다. 그 무엇에도 열정과 욕망을 느끼지 못하는 쓸쓸한 존재. 우리는 한동안 이 인물에 대해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 댄디스트와는 또 다른 이 인물에 대해 이제 누군가 새로운 명명을 해야 할 때이다. ― 하성란(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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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헤어진 여자가 나에게 속삭였다. “카지노로 가자!” 제3회 세계문학상 당선작 신경진의 <슬롯>이 출간되었다. 카지노라는 한정된 공간을 배경으로 한 <슬롯>은 도박을 통해 본 양극화 사회의 모순과 불확정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에 대한 진지한 성찰...

[출판사서평 더 보기]

헤어진 여자가 나에게 속삭였다. “카지노로 가자!”

제3회 세계문학상 당선작 신경진의 <슬롯>이 출간되었다. 카지노라는 한정된 공간을 배경으로 한 <슬롯>은 도박을 통해 본 양극화 사회의 모순과 불확정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다.
<슬롯>의 작가 신경진은 신인으로서 보기 드물게 처음의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하면서 이야기를 뚝심 있게 끌고 가는 저력을 보여 제3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게 되었다. 특히 <슬롯>은 뛰어난 가독성과 더불어 특별히 감상에 빠지지 않고 허장성세로 목청을 높이지 않으면서도 모든 것이 불확실한 현대인의 내면세계를 비교적 차분히 그려 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툭툭 끊어지는 단문의 직설적인 대화는 현대인의 건조하면서 시니컬한 감성을 거르지 않고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세계문학상 심사 위원들은 ‘도박’과 ‘여자’라는 대중적인 소재가 가질 수 있는 위험을 현명하게 비껴간 작가의 진정성과 역량에 강한 신뢰를 보냈다. 그리고 도박에 관한 이야기를 정보 소설적 인용으로 전달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로 인해 읽는 재미를 배가시켜 소설의 디테일을 살렸음을 이 소설의 큰 장점으로 꼽았다.
무엇보다도 도박이 또 다른 일상 세계에 불과하다는 것, 그래서 도박을 통해서도 인생의 불확정성이나 지루한 반복을 피할 수 없다는 날카로운 통찰력은 파격적인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또한 <슬롯>은 전편에 걸쳐 도박에 기대면서도 궁극적으로는 도박에 대한 불신을 드러냄으로써 자칫하면 긴 스토리를 풀어내는 과정에서 쉽게 놓칠 수 있는 긴장감을 붙잡는 데 성공했다. 이런 긴장감으로 인해 응당 소설이 갖추어야 할 미덕인 ‘살아 있는 생물’로써의 생명력을 배가시켰다. 그리고 소설을 다 읽은 후 ‘정체성의 상실로 가파른 자본주의적 경쟁의 바다에서 엉거주춤 부유하고 있는 존재의 아릿한 슬픔’을 마주하게 된다는 것은 이 작품이 남기는 아련한 여운이다.
― 작품 세계

도박과 여자. 그러나 우리의 뻔한 기대가 깨지는 순간 이 소설의 울림은 시작된다

‘이 이야기는 도박과 여자에 관한 것이다.’
?슬롯?은 이렇게 시작된다. 그러나 이 소설은 모든 통속적인 기대를 뒤엎고,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한 개인의 위태로운 삶과 부조리한 현대 사회의 이중성에 대해 거침없는 도전을 시도한다.
실제로 2002년 정선 카지노를 방문했던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소설 <슬롯>의 무대가 된 카지노는, 메울 수 없는 간극을 사이에 둔 두 집단(부자와 빈자)이 공존하는 현대의 자본주의 사회를 반영한다. 작가는 카지노 안에서 만나게 되는 온갖 인간 군상에게 어떤 동정도 비난도 가하지 않으며 무덤덤하게 응시한다. 그리고 확률과 우연이 지배하는 카지노와 불확정성이 지배하는 삶은 닮은꼴이라고 말한다. 카지노 안에서 헛된 기대를 버리지 못하고 게임을 계속하는 도박꾼들의 모습과, 한 치의 미래를 알 수 없는 불확정성 하에서 삶을 지속해야 하는 현대인들의 불안과 고독한 내면을 동일하게 여기는 것이다. 또한 정보와 금권을 독점한 소수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슬롯머신 앞에 늘어선 군중을 바라보며 비웃을 권리도, 여유도 없다는 씁쓸한 현실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카지노는 불합리한 구조적 모순을 축소해 보여 줄 수 있는 이상적인 공간이다. 다수가 잃고 소수가 이득을 취하는 곳이다. 양극화 현상이 극심해지는 우리 사회와 닮았다. 세상이 복잡 다양해지면서 미래에 대한 어설픈 예측은 심각한 재난으로 이어진다. 극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주사위를 던지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삶이 불투명해졌다. - 작가의 말 중에서


도박에 기대면서 도박을 불신하는 도둑 같은 소설
삶은 언제나 예측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간다

작가는 눈앞의 상황에 대해 관찰과 분석만 할 뿐 그 안으로 몰입하지 못하는 주인공을 통해 도박이라는 일탈 행동으로 일상의 권태에서 벗어나려 하지만 결국 도박조차도 또 하나의 일상의 연속에 불과하다고 역설한다.
확률과 분석에 능숙한 프로그래머인 주인공이 옛 여자 친구 수진과 예정에도 없던 카지노 여행을 온 것도, 카지노 게임에서 사전 조사한 것과 달리 거대한 자본주의 메커니즘에 무력감을 느끼는 것도, 모두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에 지배되는 우연이라는 이름의 일상이다.
또한 주인공은 최고의 미래가 보장되었던 엘리트 코스에서 탈선하여 카지노로 출근 도장을 찍는 ‘도박꾼’인 윤미를 만나 부조리한 삶의 단면을 목격했지만 언제나 그렇듯 소극적인 반응만 하고 만다. 지금까지 주인공은 예측할 수 없는 삶에 대한 대응 방식으로 도피성 무관심을 선택해 온 것이다. 이는 예측할 수 없다면 차라리 위험에 뛰어들어 승리의 확률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기훈의 적극적인 행동에 정면으로 대비된다. 하지만 그런 주인공을 소심하고 기회주의적이라고 비난할 수 없는 이유는, 이것이 극단적인 양극화 사회 안에서 승자의 위치에 속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현대인, 바로 우리들의 자화상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값이 오르고 주가가 폭락한다고 해서 마음대로 일탈을 감행할 수 없다. 인내와 절제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만이 유일한 전략이다. 파산은 막아야 한다.’

― 줄거리

주인공은 어느 날 갑자기 걸려온 옛 여자 친구의 전화 한 통에 얼떨결에 카지노로 가게 된다. 비록 타의에 의해 끌려가는 것이지만, 주인공은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단단히 마음의 준비를 한다.
일상을 벗어난 화려함이 난무하는 공간을 상상하며 긴장하여 입성한 카지노는, 그러나 실망을 금치 못할 모습으로 나타난다. 화려한 드레스와 턱시도까지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깔끔하고 여유 있는 차림의 사람들이 화기애애하고 드라마틱하게 게임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카지노 안에는 며칠씩 머리도 감지 않고 두 눈은 벌겋게 충혈된 사람들이 줄담배를 피워 대며 슬롯머신 기계 앞과 게임 테이블 앞에 죽치고 있을 뿐이다.
예상 밖의 상황에 주인공과 수진은 당황하지만, 이내 10억을 써서 없애야 한다는 처음의 목적을 상기하며 게임에 참가한다. 그러고는 곧 그곳의 분위기에 동화되어 카지노라는 거대한 게임의 조작된 흐름 속으로 함께 휩쓸려 버리고 만다.
그러나 그런 흥분 상태도 잠시, 진정으로 게임에 몰입할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한다. 자의든 타의든 권태로운 일상에서 탈출하여 법적으로 허가된 일탈과 방종의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선 이 순간 왜 눈앞의 게임에 몰두하지 못하고 분석하고 관찰하고 있는 걸까?
카지노에서 만난 윤미는 보장된 엘리트 코스에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탈하여 삶보다 더욱 극명한 불확정성의 세계인 도박에 뛰어든 20대 초반의 아가씨이다. 윤미를 보며 느낀 부조리한 현실 앞에서도 주인공은 소심한 제스처를 잠시 취할 뿐이다. 결국 새로운 관계 속으로 뛰어들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완전히 발을 빼지도 못하는, 흐름에 따라 부유하는 존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사랑도 어쩌면 확률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관찰하고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도 예측대로 되는 법이 없다. 함께 여행을 온 수진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길도 없다. 헤어진 여자 친구에게 미련을 두는 것은 할 짓이 아니다. 인생을 쿨하게 즐기는 데 방해가 된다. 그래서 재빨리 뒷모습을 보이며 냉정하게 돌아서야 한다고 머리는 말하지만, 다음 카드가 보고 싶은 호기심을 억누를 수 없다. 삶은 원래 그로테스크하다는 식의 변명은 하고 싶지 않지만,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확인하고 싶은 욕망을 거스를 수는 없다.
‘우연히’ 만난 기훈 선배(수진의 전남편)는 말한다. 고양이가 죽었다면 새로 사면 그만이고, 질 것이 뻔한 게임은 시작할 이유가 없다고. 또 그는 묻는다. 도대체 승자는 누구냐고. 하지만 대답할 말은 없다. 어차피 삶뿐만이 아니라 자연계의 모든 것은 예측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끊임없이 지치지도 않고 사랑을 하고 도박을 하고 삶을 유지한다. 변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다. 모든 것에는 나름의 이유와 고통이 있는 법이다. 어설픈 이해는 위로가 되지 못한다. 태연을 가장하고 내 길을 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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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 장재식 님 2008.12.29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지만 하늘이 변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 장정민 님 2007.03.07

    일곱 살은 일곱 살 나름의 삶에 대한 이해가 있다

회원리뷰

  •   “서울에 살면서 아직도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대한민국의 전복을 꿈꾸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그를 미쳤다고 비난할 ...
     

    “서울에 살면서 아직도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대한민국의 전복을 꿈꾸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그를 미쳤다고 비난할 수는 없다. 오히려 카지노에서 대박을 꿈꾸는 것보다 현실성이 있을지도 모른다. 인식에 머무르는 한 변하는 것은 없다. 지루한 반복만 있을 뿐이다.”

    - 290p


    ‘인식에 머무르는 한 변하는 것은 없다’는 말이 가슴에 박힌다.

    제대 후 복학을 앞두고 조금은 설레고 조금은 막막하던 시절. 아버님 친구 분의 소개로 경륜장에서 잠시 일한 경험이 있다. 경륜장을 모르시는 분은 없을 듯. 말 대신 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냅다 달리는 경주다. 물론 돈을 거는 도박이라는 것은 경마와 동일하다.


    그곳에서 내가 하는 일이란 솔직히 하루 종일 서있는 것이 다였다. 배팅 마감이 다가와 사람들이 줄을 서고 마감 종료와 함께 시작된 게임이 끝난 뒤 사람들의 탄식을 들으면 그만이었다. 어쩌다 술주정이나 귀여운 수준의 난동을 부리는 이들을 끌어내는 것이 원래 임무이긴 했지만, 그런 것은 건장한 다른 친구들이 대신해 주었다. 난 그냥 모니터를 통해 달리는 자전거를 보고 그 자전거에 자신의 돈을, 꿈을, 희망을 걸고 있는 사람들을 지켜볼 뿐이었다. 생각해보면 그만한 아르바이트가 없었다.


    난 천성적으로 도박을 할 만한 깜냥이 없다는 결론을 그 곳에서 얻었다. 도박을 하자면 어느 정도 배포도 두둑해야 하고, 이른 바 눈치도 빨라야 한다. 그날 선수들의 컨디션, 그 선수가 언제 상을 당했는지, 언제 결혼을 했는지 등의 정보에도 민감해야 했다. 한마디로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 도박이란 말씀.


    오. 통재라. 학교 공부도 지긋 곱하기 둘이었던 내게 도박마저 공부를 강요하다니, 저는 고맙지만 사양합지요. 그런 생각이었다. 어떤 이는 오늘 하루 몇 백만 원, 몇 천만 원을 땄다고 하기도 하고, 그 반대는 수두룩하고. 수많은 전설들이 내 곁을 스쳐가도, 한마디로 도박은 내겐 너무 먼 그대였다.


    하지만 그것만이 다는 아니었다. 그곳에서 나는 어렴풋이 이 사회를 다시 보게 되었고, 인간의 나약함, 사악함, 두려움, 무모함, 부질없음을 느끼게 되었다. 자신의 신체포기각서를 쓰고 돈을 빌려 도박을 하는 사람, 부모의 부고를 도박장의 스피커를 통해 듣는 사람, 하루 종일 구걸한 얼마 되지 않는 돈을 또 다시 도박에 퍼붓는 사람. 그들에게서 나는 인간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때문에 신경진의 소설은 내겐 사뭇 진지한 접근을 요구했다. 도박과 여자에 대한 소설이라니, 바짝! 까지는 아니더라도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살짝 긴장한 채 페이지를 넘길 수밖에 없었다. 『슬롯』은 세계문학상 당선작이다. 물론 전 세계의 문학 작품 중 심사해 주는 상이 아니고 세계일보가 주최해 주는 상이다. 당최 이름은 잘 지었다. 암튼 심사위원들의 평가와 같이 일단 그의 소설은 잘 읽힌다는 미덕을 갖추고 있다. 내가 참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예전에도 밝힌 바 있지만 잔인하게 재미없는 세상에 부러 돈과 시간을 들여 읽는 책마저 재미없다면 저자에 대한 증오로 시작해 출판사에 대한 테러까지 구상할지 모른다. 물론 재미는 읽는 이 각자의 기준에 따라 다를 것이지만.


    주인공은 헤어진 옛 애인에게서 갑자기 연락을 받는다. 그녀는 자신과 함께 카지노에 가서 10억 원이란 돈을 탕진해 버리는데 동참해 줄 것을 부탁한다. 처음 주인공은 거절할 생각이었지만, 그녀가 이혼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마음이 바뀐다. 사실 그것이 지금 그에게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결국 둘은 참으로 이상한 여행을 떠나게 되고, 강원에 있는 무슨 무슨 랜드에 도착한다. 그리고는 그야말로 의미 없이 도박에 돈을 쏟아버리기 시작한다.


    소설에는 다양한 종류의 도박이 등장한다. 저자가 아무래도 일생에 어느 한 부분은 도박에 몰두한 경험이 있는 듯, 여러 가지 게임들이 소개된다. 일단 간접경험의 즐거움을 주고 있다. 슬롯머신을 비롯하여 룰렛, 빅휠, 다이사이, 비디오 포커, 블랙잭, 바카라 등 어느 정도 익숙한 이름부터 생전 처음 듣는 것까지. 물론 아쉽게도 이 중 어느 것 하나 해본 경험은 없다. 소심남이다.


    박완서는 이 소설에 대한 평에서 돈을 딸 확률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주인공이 카지노에 간 것은 일확천금을 노릴 만큼 궁지에 몰려서도 왕창 잃어보고 싶게 돈이 넘쳐서도 아니라고 말한다. “애써 모든 행동에 이유를 붙여야 한다면 권태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는 분석하고 관찰할 뿐 몰입하지 못한다. 권태는 열정이 아니니까.”라고.

    모든 것이 불확실한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의 내면세계를 잘 그려냈다는 심사위원들의 평가에 부분 동감하면서도 난 도박이란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기회를 얻었다는 것도 적지 않은 소득이었다고 생각한다.


    경륜장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운영하는 것이다. 국가기관이다. 나는 지금도 경마와 경륜, 경정 등이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레저라는 정부의 사탕발림을 증오한다. 도박이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건전한 레저라니. 레이저로 쏴 죽여야 한다. 한 번이라도 경마장이나 경륜장에 가본 이들은 알 것이다. 애들 데리고 오기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도박을 국가가 장려하는 사회. 신나게 돈을 쏟아 붓고 결국엔 자신의 신체와 영혼까지 저당 잡히는 사람들이 넘치는 곳. 스릴과 긴장감이 도가 지나쳐 죽음까지 인도하는 세계. 그 곳이 바로 도박장이었던 것이다. 물론 카지노와 같은 곳과 비교할 때는 그나마 나을지 모른다. 적어도 시계는 붙어있고, 밖이 보이니까.


    하지만 이미 정당한 방법으로는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고 믿게 된 사회에서,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박은, 복권은, 자기 존재에 대한 최후의 확인이자 국가에, 사회에 할 수 있는 유일한 저항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니들이 내 푼돈까지 가져가시겠다? 어림없지. 절대 그럴 수 없지. 내가 너희 도둑놈들의 돈을 딸 거야. 그까짓 돈이 너희들에겐 하찮은 것이잖아. 나도 그 정도는 가질 권리가 있잖아.


    도박이 사행심을 부추긴다. 로또가 문제다 떠들다가 금세 조용해진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질 않는다. 그나마 로또와 관련돼 기억에 남는 건 300억인가에 당첨된 어느 공무원이 사표를 쓰고 어디론가 이사를 가버렸다는 뉴스. 부디 그가 아직까지 행복하기를, 아니 살아있기를 바랄 뿐이지만. 


    어딜 가나 경품이요, 이벤트요, 사은품이요. 공짜 증정이요, 그리고 대박찬스다. 온 사회가  요행을 바라는 마음, 그것을 이용하는 상술로 가득 차 있다. 1등 상품으로 자동차를 준다는, 여행권을 준다는 이벤트에 응모 한 번 안 해본 이들이 있을까. 어차피 안 될 것 알지만 응모함에 신상정보를 적어 넣은 적은 없는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본디 복권은 노인들의 삶의 의욕을 살리기 위해 고안되었다고 들었다. 다음 주의 당첨될지 모른다는 기대와 희망이 삶의 의지를 더욱 북돋아 준다는 얘기다. 즐거움을 가지고 한 주를 버틴다는 것이다. 좋은 아이디어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이디어를 개발한 사람을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생각도 든다. 나만 그런지는 모르겠다.


    책은 현대인들의 무력함 속에 나타나는 아련한 슬픔을 덤덤히 표현하고 있다. 거기에다 나와 같이 다른 교훈을 얻을 가능성도 있다. 절대 도박은 하지 말아야지. 이기지 못할 것은 아예 덤비지 말자 뭐 이런 것들. 그리고 온통 도박판인 사회에 대한 새삼스러운 놀라움도 느끼게 된다면 더욱 감사하다.


    역대 세계문학상 수상작 중 이른 바 가장 뜨지 못했다는 『슬롯』. 그러나 너무 슬퍼 마시라. 적어도 한 명의 독자에겐 반짝 빛났으니 말이다. 도박에 대해 궁금한 분. 카지노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있는 분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일독하길 바란다. 단, 실습은 자제하시길. 


    ** 이 리뷰는 온북리뷰에르로 작성한 글입니다. http://www.onbooktv.co.kr / **


  • 내 거울 | no**o21 | 2009.04.15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현대사회의 적막함과 고독, 그리고 단절은 현대문학이 자주 사용하는 글감이다. 이런 주제나 내용은 그다지 새로울 것은 없다. 다만 공감을 이끌어 내고 있는 방식이 오늘의 문학에서 가장 중요하단 개인적인 생각이 든다. 그래서 주제를 알고 보지만 그것을 풀어내는 것에서 재미를 느끼거나 공유감을 느끼는 것, 바로 그것이 현대소설을 읽는 진정한 목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점에서 뻔한 주제를 풀어가는 작가의 능력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런 인식을 기본으로 할 때 소설 ‘슬롯’은 매우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는 문학작품이다. ...

    현대사회의 적막함과 고독, 그리고 단절은 현대문학이 자주 사용하는 글감이다. 이런 주제나 내용은 그다지 새로울 것은 없다. 다만 공감을 이끌어 내고 있는 방식이 오늘의 문학에서 가장 중요하단 개인적인 생각이 든다. 그래서 주제를 알고 보지만 그것을 풀어내는 것에서 재미를 느끼거나 공유감을 느끼는 , 바로 그것이 현대소설을 읽는 진정한 목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점에서 뻔한 주제를 풀어가는 작가의 능력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런 인식을 기본으로 소설슬롯 매우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는 문학작품이다.

    공유감을 끌어내기 위해 작가는 현대인들이 살고 있는 현대사회의 속성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줄 있는 장소로 카지노를 선택했다. 가장 자본주의적이면서도 동시에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서로간의 관심을 철저히 차단하고 모른체하는 단절된 사회. 이런 점에서 카지노는 현대사회의 훌륭한 제유일 것이다.

    여기에 현대인들의 삶에서의 성적인 문제 역시 작가는 다루고 있다. 적나라한 잠자리가 묘사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여성들간의 관계들을 통해 현대인들의 고독을 우회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인류 탄생에서부터 가장 끌리는 관계인 남녀관계는 결혼이란 결말이든 연인의 관계이든 언제나 편한 관계로 묘사되었다. 어떤 문학에는 사랑과 맺음이 행복의 마지막인 것처럼 형상화되기도 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이혼이 50% 육박하는 현실이고 보면 현대사회에서 남녀간의 달콤한 관계 역시 인간의 행복을 담보해주는 같지는 않아 보인다. 그런 모습이 또한슬롯에서도 적나라하게 보인다.

    주인공 다양한 여자들을 만난다. 그런데 주인공에겐 그녀들이 그냥 머나먼 타인처럼 묘사되고 있다. 그리고 그녀들은 여자라는 속성이 무시된 , ‘라고 표현되어 있다. 현재의 한국어의 변화인지 아님 짧을수록 좋다는 믿음에서인지 신문에서 사용되는 3인칭 단수가 여자이든 남자이든 그냥 표현될 뿐이다. 이젠 동성도 같은 사랑이라고 우겨도 말은 없을 듯하다. 이미 이성으로서의 안락함과 매력, 그리고 환상이 사라져버린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작가는 그것을 느끼도록 기술적 수사인지 모른다. 아무튼 이젠 여자로서의 환상은 제거된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행복은 머나먼 이야기일 뿐이다.

    여기에서 남녀관계는 무엇보다 서로간에 위로를 해줄 있는 그런 관계보다 사업상의 관계거나 단기적이고 이용하는 관계, 심지어는 불신의 관계로만 묘사되고 있다. 이런 그의 시각은 경쟁의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의 관계를 또한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한방을 함께 쓰는 남녀의 관계가 파탄 상황에서 편안함은 전혀 느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주인공 너무 현대적이다. 내쫓기지 않을 만큼 직장에 다니면서 어지간한 장벽을 갖고 있다. 결정적인 순간에 주저하면서 그에 대한 대가를 고민하는 같다. 용기 없는 남자? 과거 386세대의 열정은 자본주의란 풍파에 깎인 직장인일 뿐이다. 마르크스나 기타 등등을 봤지만 사회적 현실 속에서 그냥 평범하게 그이지만 다른 사람들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런 그의 주변에 맴도는 여자들은 7 여아에서부터 시작해서 딸린 엄마까지 다양하다. 사이에 그를 카지노로 이끈 수진이란 대학교 후배 이혼녀, 그리고 천재 고등학교 졸업생인 윤미가 그의 주변을 인공위성처럼 맴돈다. 그녀들 혹은 그들이 주인공 어떻게 생각하든 그는 언제나 망설였다. 깊은 관계를 철저히 막는 벽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들은 왠지 모를 탐익의 대상이 언정 어떤 선을 넘지 못하고 있었다. 현대인으로서의 타인을 통한 행복을 느낄 없는 상황에까지 이른 것이다.

     슬롯이란 제목에서 드러나듯 카지노의 다양한 경기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전문적으로 이야기된다. 확률이란 단어에서 나오는 막연한 것의 위험한 구체화에 대한 무비판적 수용이 카지노에 참가한 자들의 속성이고 보면 현대인들은 자본주의란 위험한 게임에 막연한 희망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모른다. 그런 막연함 속에서 돈을 잃을 각오로 자라도 그들은 어느 사이엔가 카지노란 경기에서 감히 이기려 달려든다. 결국 카지노 딜러들에게 이길 없지만 순응하는 이런 기이한 맥락 속에서 현대인들은 점점 작아지고 그것을 수긍하면서 사는 것이다. 이런 수긍 속에서 만들어지는 인간관계들의 나약함과 파편화는 인간의 불행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슬롯 재미있게 읽었는지 지루하게 읽었는지 모르겠다. 어떨 때는 읽기를 포기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결국 끝까지 읽었다. 이유는 주인공 위치에 정말 내가 투입되어도 그다지 이상할 것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소설은 거울이었다. 카지노란 장소에서 보인 주인공 소심함은 역시 어느 순간 속성이 됐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같다. 또한 내가 갖고 있는 인간관계 역시 어딘지 모를 거리감을 두고 만나고 있는 것만 같다. 언제 속마음을 주변에 이야기한 적이 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기에 소설은 그냥 이야기일 뿐이다. 내가 카지노에 간다고 해서 전혀 다른 행동과 선택을 하지 않을 같은 그럼 추측을 이끌어내고 있는 소설에 대해 뭔가 감추고 싶은 무엇이 들킨 느낌이 무척 드는 것은 아마 카지노 같은 현실에서 내가 방황해서 그런 것만 같다.

  • 희망의 경고! | 01**anjikh | 2008.12.29 | 5점 만점에 4점 | 추천:1
        슈뢰딩거의 고양이라는 실험이 있다. 무작위로 독이 든 음식과 보통 음식 중 하나를 주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라는 실험이 있다. 무작위로 독이 든 음식과 보통 음식 중 하나를 주는 장치가 있는 상자 안에 고양이를 넣고 그 고양이가 어떻게 되었을지를 예상하는 실험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독이 든 음식을 먹고 죽었거나 보통 음식을 먹고 살았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기계론적 논리에 따르면 이 추론이 맞다. 하지만 양자(quantum)현실에서 고양이는 실제로 확인하기 전에는 겹쳐놓음의 상태, 즉 살아있는 동시에 죽어 있을 수 있다. 고양이의 상태가 확실성 안으로 들어오는 것은 상자를 열어 직접 고양이를 보았을 때이기 때문이다. 이 예측실험은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불확실성을 잘 말해준다고 할 수 있다. 우리들은 정말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런데 미래가 불확실하면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이는 세계 2차 대전 당시 런던 사람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전쟁 당시 런던 도심 사람들은 빈번한 폭격으로 인해 매일 밤 방공호로 대피를 해야 했다. 하지만 런던 근교의 사람들은 간혹 한번 씩 폭격을 받아 그에 따른 대비책이 따로 없었다. 누가 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까? 매일 매일을 불안에 떨며 지내야 했던 런던 근교 사람들이 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 결과 런던 도심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수의 사람들이 스트레스로 인한 위궤양을 많이 앓았다고 한다.

      이러한 미래가 불확실한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 관한 소설이 있다. 제 3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신경진의 작품 『슬롯』이 그것이다. 소설은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어야 한다고 말하는 그의 작품 『슬롯』은 ‘미래의 불확정성’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있다. 카지노 게임을 통해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인간 존재의 운명과 미래의 불확정성에 관한 이야기하고 있다.1) 어떻게 보면 한국외국어대학교 헝가리어과를 졸업하고 캐나다의 Lethbridge 대학, Mcmaster 대학에서 영문학과 컴퓨터사이언스를 전공한 그가 소설가가 되었다는 것 자체가 미래의 불확정성을 이야기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도박은 사람들 사이에서 항상 따라다니는 유흥거리였다. 19세기 미국에서 미시시피 강을 이용해 물자를 운송하던 시기에 사람들은 그 시간동안 보트에서 포커, 룰렛 등을 즐겼다. 이것이 리버보트(River Boat)라는 카지노의 출발점이다. 이후 도로와 철길이 정비됨에 따라 리버보트는 점차 사라지고 지금의 라스베가스 지역에 카지노가 설치되기 시작한다. 1931년 카지노가 합법화되고 미국 대공황이 휘몰아치게 되자 수많은 실직자들이 몰려들게 되면서 지금의 라스베가스를 형성했다.2) 근대에 들어서 빠르게 발전하게 된 현실처럼 말이다.



      이러한 카지노는 우연의 법칙이 지배한다. 룰렛에서 구슬이 어느 숫자에 떨어질지, 다이사이에서 주사위가 어떤 수를 만들어낼지, 바카라에서 카드의 합이 몇이 되는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모든 것이 우연히 그렇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거나 인식하지 못한다. 카지노의 게임을 지배하는 것이 확률의 법칙으로 착각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 이유는,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사실이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고 그 불확실한 상황은 심지어 스트레스로까지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3)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사람들은 확률이라는 지난 경험의 자료를 통해 예측을 하며 자기 확신을 얻으려 한다.


      하지만 실제로 확률로서 예측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나 그 예측대로 일이 진행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확률이라는 것이 현실을 추상화하여 우연을 다루는 것으로, 장기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는 자신 있게 발언할 수 있지만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에 대해서는 침묵할 수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4)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도 불확실하기는 마찬가지다. 우리가 사는 복잡한 세상은 가늠할 수 없는 사소한 사건들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통제할 수 없는 일, 예측 불가능한 일, 불확실한 일들이 대부분이다. 전 여자친구 수진이 뜬금없이 연락을 해 카지노에서 함께 10억을 쓰자고 얘기 할 것을, 그 카지노에서 윤미를 만나게 되고 그 윤미와 진한 키스를 하게 될 것을, 우연히 술자리를 함께 한 명혜 어머니와 모텔을 가게 될 것을 누가 확신할 수 있었을까? 그 당사자인 주인공조차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점은 카지노가 부흥을 맞이하는 단계는 항상 물질적 성공에 대한 욕망이 가득한 소시민들이 그 바탕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도박은 도박 참여자들에게 자신의 기능을 시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며, 게임에 이겼을 경우에 그에 대한 보상이 즉시 이루어지고 또 별다른 방해 없이 위험 부담 행위에 연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5) 적어도 도박이 사회적 성공을 위한 가능성을 제공하기 때문에, 그것은 물질적 성공에 대한 접근이 더욱 제한되어 있는 사람들 사이에 더욱 널리 퍼져 있을 것이며, 결국 빈곤한 사람일수록 도박을 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이다.6)


      이러한 카지노의 유혹은 사람들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계속해서 욕망을 쫓아가도록 만든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행동에 의미를 잃고 단지 욕망의 꽁무니만 바라보게 된다. 단순한 확률 싸움에 불과한 카지노에서 사람들은 마치 게임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돈을 땄을 때는 자신의 ‘능력’때문이라 믿고 돈을 잃었을 때는 ‘운’이 없었다고 믿는다.7) 하지만 최후의 승자는 카지노가 될 수밖에 없다. 소설 내에 윤미는 이런 카지노의 속성을 알고 있음에도 카지노를 떠나지 못한다.


      이런 카지노는 한 번 카지노에 들어온 사람들을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끝까지 붙잡아 두고 이미 카지노에 유리하도록 되어 있는 각본 안에서 꼭두각시처럼 움직이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다. 카지노의 소유주와 관리인은 결코 사람들이 이기는 것을 보려 하지 않는다. 카지노에서의 승리자는 오로지 카지노를 관리하는 그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카지노의 모습 또한 우리 현실과 너무도 많이 닮아 있다. 현대사회 역시 카지노를 관리하는 사람들처럼 예측이 가능한 소수에 의해 움직인다.8) 카지노처럼 다수가 잃고 소수가 이득을 취하는 곳이다.


      하지만 결국 지배계층도 사람이기에 어디까지나 예측만 할 뿐, 미래에 대한 절대적 확실성을 얻기는 불가능 하다. 위험이 완전히 제거될 수 없기에 그렇기에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인 그들은 불확실한 세계에 존재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성공의 확률을 높이기 위해 우연을 최소화하는데 전력을 다할 뿐이다.9) 불확실성에서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아무 것도 확신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 혹시 소설 속 주인공의 모습은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확정지어 말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공감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불확실한 현실 속에서 지내면서 두려움을 느끼고 나서지 못하고 방관하는 자는 결국 그 무엇에도 열정과 욕망을 느끼지 못하는 쓸쓸한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가파른 현대사회의 변화와 경쟁에서 소외될지도 모르는 존재가 되어 버릴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그 어느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복잡한 세계 속에서 중심을 잡고 태연하게 살기 위해 우연이라는 현상과 친숙해져야 한다.10) 자유가 예측할 수 없음의 대가로 주어지는 것이라면11) 오히려 그 자유를 마음껏 누리는 것이다. 앞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손에서 떠난 주사위가 표면에 안착하기 전까지, 딜러가 마지막 히든카드를 오픈하기 전까지,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12) 정해진 것이 없기에 두려움이 있지만 그러기에 더욱 기대함도 있다. 오히려 아무것도 알 수가 없기에 더 도전해 볼 가치가 있는 것이다.


      불확실함 속에서 우리가 해낼 수 있는 것이 어떤 것이라고 확실히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저 보고만 있을 수도 없다.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경고의 메시지이자 희망의 메시지가 될 것이다.


      어느새 모든 것이 침묵 속에 가라앉는다. 꿈속에서 나는 그런 길 위에 혼자 버려져 있다. 정말 내가 원한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가 의도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침묵이 길어질수록 꿈에서 깨어나고 싶은 열망도 커져 간다. 나를 기다리는 다음 세계가 정말 존재하는 것인지 확인하고 싶다. 하지만 슬픈 결말은 아니다. 어떻게 되어버리든, 그렇게 슬픈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화는 끊겼다. 소통의 끝이다. 나는 다시 하늘을 본다.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하늘이 변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렇지 않다면 이 지루함을 견뎌 낼 수가 없다.


                위험하게 살라! 베수비어스의 언덕에 너의 도시를 지어라!

                                                                      - 니 체(326)

  • 지난 4월 중순에 회사일로 미국 L.A와 라스베이거스를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비지니스 투어가 아니고 그냥 부담없는 그야말로 ...

    지난 4월 중순에 회사일로 미국 L.A와 라스베이거스를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비지니스 투어가 아니고 그냥 부담없는 그야말로 관광 일정이어서 소일거리로 소설책을 준비하던 차에 이 책을 보게 되었다. 마침 라스베이거스에서의 숙박이 소설 제목의 '슬롯' 머신들이 호텔 로비에 현란하게 미로를 이루는 미라지호텔에서 4박을 하는 일정이라 묘한 기분과 호기심이 들어 다른 책 2권과 함께 준비하였다.

    비록 부담없는 여행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회사일에 집중할 수 없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관계와 시간의 연속이었다. 열정이 한 번 지나가고 식어버린 자리는 정말 삭막하고 모든 것이 공허하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시간이었다. 잃어버린 열정은 천천히 하나 씩 모든 것을 파괴해 나가는 중이었다. 그런 가운데 여행이라 차분히 내 자신을 되돌아 보고 앞으로의 진로와 큰그림이나마 그려와야 겠다는 생각과 가급적 빨리 모든 것이 정상 작동할 수 있도록 마음도 단속할 요량이었다. 

     

    이 이야기는 여자와 도박에 관한 것이다로 시작하는 모양새가 아주 맘에 쏙 들었다. 라스베이거스는 몇 번 와보았지만 돈도 돈이려니와 여유롭게 슬롯머신 앞에 앉아 있을 시간이 없었다. 카드나 룰렛게임 등은 하는 방법을 몰라 관심도 없었고. 소설에서 자잘하게 그려내는 도박과 확률, 도박에 임하는 각자의 상황과 모습을 인상깊게 읽었다. 주인공 '나'와 수진의 심리적인 정체성과 열정의 상실에서 오는 외로움과 기훈선배의 욕망에 가득찬 쓸쓸한 독백도 소설의 재미를 더한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이 카지노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알 수 없는 미래의 불확실성에서 오는 불안감과 기대감이 교차하는 순간의 연속성에서 때로는 열정을 붙들고 충혈된 눈으로 번득거리지만 언제나 게임에서 이기는 것은 슬롯머신이고 러시안 룰렛이고 바카라일 뿐이다. 공허하고 외롭고 쓸쓸한 일이다. 내 자신에 빗대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 카바나(Kavanagh, T.M)가 지적했듯, 확률은 장기적으로 볼 때 일반적인 예측을 할 수는 있지만 가장 결정적인 것, 즉 구체적인 경우에 대해서는 말해 주지 못한다. 확률은 다음에 실제로 무엇이 일어날지에 관해서는 영원히 침묵을 지킨다.

     

    - 카지노는 자본주의의 최고 영역이다. 돈이 말을 하고 돈이 결정한다. 노골적이며 타협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불행히도 카지노의 덫에 걸린 많은 가난뱅이들은 더 이상 카지노에 있을 자격이 없다. 카지노는 그들을 내쫓지는 않지만, 그들이 돈을 따는 것도 허락하지 않는다. 궁극적으로 카지노는 가진 자들의 유희 공간이다.

     

    - 카지노는 논리나 이성이 지배하는 곳이 아니었다. 그곳은 '무작위'의 태양이 군주였고, 양분은 오로지 그에게 선택받은 자에게만 주어졌다. 하지만 게임을 하는 동안에는 그것이 비합리적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이를테면, '운이 비껴간 것이지 룰은 공정했다'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주사위가 도는 동안에는 교육 수준이나 기술, 힘,지식, 경험 등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오로지 확률만이 모든 것을 말했다.

     

    - 보이지 않는다고 사실을 부정할 수 있어? 모든 사물은 추상화 작업을 거쳐서 단순하게 보일 뿐이야. 필요 이상으로 눈을 의지해서는 안돼.

     

    - 과거에 못한 일을 상상으로 대체하는 것은 패자들의 습성이다. '만약'이라는 단서는 현재 처리되는 정보의 흐름이라는 전제 하에서만 위력을 발휘한다. 과거의 일 따위는 빨리 잊어버릴수록 좋다.

     

    - 예전에 모두 마르크스와 엥겔스를 읽던 시대가 있었어. 근데 유행이 사라진 지금을 보면, 그런 시대적 소명 앞에서 이득을 취한 사람들은 따로 있는 것 같아. 그리고 잘 생각해 보면 그들이 진짜 그 책을 읽었는지조차 의심스러워, 결말이 영 엉뚱하거든. (2007.4.18.)

     

  • 카지노란...? | ia**enji | 2007.05.26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제2회 당선작 <아내가 결혼했다>라는 책이 좋아서, 읽게 된 제3회 당선작.   나에게는 와닿지 않는 ...

    제2회 당선작 <아내가 결혼했다>라는 책이 좋아서, 읽게 된 제3회 당선작.

     

    나에게는 와닿지 않는 소설이었다. 카지노란 장소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이고,

    게임 기계들도 생소했으며, 게임의 기계와 방식에 대해 하나도 모른 상태라서 그런가보다.

     

    주인공 프로그래머인 남자는 너무 생각이 많은 같고, 주인공 주위의 여자들은 대단하고, 가까이 접해 볼수 없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만나서 카지노 안에서 펼쳐지는 이야기.

    카지노 안에서 이기고 지고의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면은 없고, 사회적 이슈의 문제와 현대인의 내면을 다루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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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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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해외주문도서 : 이용자의 요청에 의한 개인주문상품이므로 단순 변심 및 착오로 인한 취소/교환/반품 시 해외주문 반품/취소 수수료 고객 부담 (해외주문 반품/취소 수수료는 판매정가의 20%를 적용

2) 중고도서 : 반품/교환접수없이 반송하거나 우편으로 접수되어 상품 확인이 어려운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환불지연에 따른 배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 기준 (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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