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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무트 슈미트 구십 평생 내가 배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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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격外
ISBN-10 : 8955618867
ISBN-13 : 9788955618860
헬무트 슈미트 구십 평생 내가 배운 것들 [양장] 중고
저자 헬무트 슈미트 | 출판사 바다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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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2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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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빠른 배소으로 잘 받았어요~잘볼게요 5점 만점에 5점 kdhmig*** 2019.12.13
2 책에 대한 정보가 정확해야합니다. 감사합니다. 5점 만점에 5점 jongcho*** 2019.10.02
1 아직 받지는 않았지만 잘 보겠습니다 ^^ 5점 만점에 5점 ghost0*** 2012.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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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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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전 총리 헬무트 슈미트, 구십 평생 그가 배운 것들 2015년 11월 10일, 96세를 일기로 타계한 독일의 전 총리 헬무트 슈미트의 에세이 『헬무트 슈미트 구십 평생 내가 배운 것들』. 1970년대의 극심한 이념 갈등과 세계 경기침체의 악조건 속에서도 통일독일과 유럽통합, 복지국가의 기틀을 다진 헬무트 슈미트. 20세기 가장 모범적 정치인으로 손꼽히는 그가 90여 평생을 돌아보며 자신에게 영향을 미친 사람들, 책들, 예술작품들과의 설레던 첫 만남과 그들에게서 배운 것을 진솔히 털어놓는다.

유대인이라는 출생의 비밀이 들킬까 두려움에 떨던 나치 치하의 어린 시절, 제2차 세계대전 발발 후 징집되어 포로로 붙잡히기까지의 군복무 시절, 중학교 때 처음 만나 68년을 함께한 아내 로키와의 결혼생활 등 자전적 인생 여정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어느새 페리클레스와 키케로 같은 고대 사상가들의 가르침, 바흐와 엘 그레코 같은 예술가들이 선사한 미학적 충격, 드골, 사다트, 덩샤오핑, 리콴유 같은 지난 세기의 굵직한 정치가들과의 개인적 인연 등으로 다채롭게 이어진다.

저자소개

저자 : 헬무트 슈미트
저자 헬무트 슈미트는 독일의 제5대 총리(재임 1974~1982).
1918년 함부르크에서 태어났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징집되어 영국군의 포로가 되었다가 풀려났다. 종전 후 곧바로 독일사회민주당(SPD)에 입당했으며, 함부르크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1953년 하원의원에 선출되어 정계에 입문했으며, 1968년 사민당 부의장이 되었다. 빌리 브란트 내각에서 국방장관과 재무장관을 역임한 후 1974년 브란트의 뒤를 이어 총리에 올랐다. 두 차례 재선되었으나, 1982년 자민당과의 연정이 깨진 후 기민당의 헬무트 콜에게 총리직을 넘겨주었다.
슈미트는 총리 재임 시절 독일 국민 대다수의 존경을 받았고, 서유럽 정치지도자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손꼽혔다. 브란트의 동방정책을 계승하여 동서독 교류를 지속적으로 확대함으로써 통일을 앞당겼으며, 석유파동으로 인한 세계적 경기불황 속에서도 보편적 복지 노선을 견지했다. 또한 열렬한 유럽통합주의자로서 유럽통화 통합과 유럽중앙은행을 지지함으로써 현 유럽연합의 기틀을 다졌으며, 좌우 이데올로기를 초월하여 외교력을 발휘함으로써 동서 화해와 협력을 도모했다.
1987년 정계를 은퇴할 때까지 하원의원으로 계속 일했으며, 이후 주간지 《차이트》의 공동발행인으로 활발한 저술 활동을 벌이다 2015년 타계했다. 향년 96세.
많은 정치적 회고록과 외교관계 및 정치윤리에 관한 책들을 썼는데, 주요 저서로는 《방어냐 보복이냐》 《인간과 권력》 《독일과 그 이웃》 《동행자들》 《미래의 권력》 《우리의 세기》 《대화》 등이 있다.

역자 : 강명순
역자 강명순은 고려대학교 독어독문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스테판 아우스 뎀 지펜의 《거인》, 《밧줄》, 샤를로테 링크의 《다른 아이》, 《죄의 메아리》, 《폭스 밸리》, 몬스 칼렌토프트의 《살인의 사계절》 시리즈, 헤르만 코흐의 《디너》,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 등이 있다.

목차

머리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에게 배운 두 가지 덕목
어린 시절에 드리운 나치의 그림자
8년간의 군복무가 내게 미친 영향
정치 선배들에게 배운 낙관주의와 개혁 의지
68년간 동행한 아내 로키가 가르쳐준 것들
바흐와 엘 그레코가 돌려준 영혼의 젊음
역사 속의 올바른 모범과 그릇된 모범
전쟁영우들에게 배운 종교적 관용과 황금률
덩샤오핑의 합리적 실용주의에 감명받다
세 사상가의 철학적 가르침
옛 국가의 스승들이 가르쳐준 민주주의의 기초
세 프랑스인에게 배운 유럽통합의 꿈
변함없이 든든한 아군이 되어준 미국의 친구들

맺는말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평정심과 용기와 지혜가 있는 삶 - 독일 전 총리 헬무트 슈미트가 전하는 마지막 인생훈 1970년대의 극심한 이념 갈등과 세계 경기침체의 악조건 속에서도 통일독일과 유럽통합, 복지국가의 기틀을 다진 헬무트 슈미트. 20세기 가장 모범적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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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정심과 용기와 지혜가 있는 삶
- 독일 전 총리 헬무트 슈미트가 전하는 마지막 인생훈

1970년대의 극심한 이념 갈등과 세계 경기침체의 악조건 속에서도 통일독일과 유럽통합, 복지국가의 기틀을 다진 헬무트 슈미트. 20세기 가장 모범적 정치인으로 손꼽히는 그가 90여 평생을 돌아보며 자신에게 영향을 미친 사람들, 책들, 예술작품들과의 설레던 첫 만남과 그들에게서 배운 것을 진솔히 털어놓는다.
유대인이라는 출생의 비밀이 들킬까 두려움에 떨던 나치 치하의 어린 시절, 제2차 세계대전 발발 후 징집되어 포로로 붙잡히기까지의 군복무 시절, 중학교 때 처음 만나 68년을 함께한 아내 로키와의 결혼생활 등 자전적 인생 여정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어느새 페리클레스와 키케로 같은 고대 사상가들의 가르침, 바흐와 엘 그레코 같은 예술가들이 선사한 미학적 충격, 드골, 사다트, 덩샤오핑, 리콴유 같은 지난 세기의 굵직한 정치가들과의 개인적 인연 등으로 다채롭게 이어진다. 또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칸트의 《영원한 평화를 위하여》, 베버의 《직업으로서의 정치》 같은 고전과의 만남을 통해 그가 가슴에 새겼던 필생의 좌우명들도 담담히 들려준다.
평생을 냉철한 합리적 실용주의자이자 도덕적 정치가이고자 열망했던 한 정치인이 조금의 미화나 과장 없이 써내려간 이 마지막 회고록은 많은 이들이 삶의 길잡이로 삼을 만한 노년의 지혜로 가득하다.

독일인이 가장 사랑하는 정치인 헬무트 슈미트
- 구십 평생 그가 배운 것들

2015년 11월 10일, 96세(우리 나이로 98세)를 일기로 타계한 독일의 전 총리 헬무트 슈미트(재임 1974~1982). 독일에서는 퇴임 후에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독일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정치인, 가장 존경하는 원로인사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해박한 지식과 언변을 갖춘 타고난 웅변가이자 논쟁가였으며,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할 정도로 뛰어난 피아니스트였고, 공중파에서도 흡연을 허락할 정도로 끔찍한 헤비스모커였지만 아데나워를 누르고 역대 독일 총리 중 최장수 정치인에 오르기도 했다. 그의 장례식에서 메르켈 총리는 “의지할 수 있는 덕망을 갖췄던 그가 그리울 것”이라고 애도했으며, 헨리 키신저는 그를 “이성과 법, 평화와 신념을 바탕으로 비전과 용기”를 보여준 정치인이었다고 추모했다.
냉전으로 인한 이데올로기 대립, 오일쇼크로 인한 경기침체와 실업난, 적군파 등의 테러 위협으로 대내외적으로 어려웠던 1970년대에 그가 보여준 리더십은 분명 비범한 것이었다. 빌리 브란트의 동방정책을 계승하여 동서독 교류를 지속함으로써 통일의 초석을 놓았으며, 적극적인 데탕트 외교로 동서 화해와 협력을 이끌었다(그의 주도로 미소 양국이 체결한 1975년 헬싱키 협정은 1980년대에 이루어진 핵무기 감축협정과 동구권 붕괴의 밑거름이 되었다). 또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케인스주의 정책을 펼치고 보편적 복지 노선의 사회개혁을 추진했으며, 지금의 G20의 모태가 된 세계경제정상회담(G6)을 기획했다. 뿐만 아니라 열렬한 유럽통합 지지자로서 유럽통화통합과 유럽중앙은행을 주도함으로써 현 유럽연합의 기틀을 닦았다.
그를 국제무대에 널리 알린 두 사건도 빼놓을 수 없다. 1977년 적군파가 루프트한자 민항기를 납치하자 특공대를 급파하여 테러리스트들을 소탕하고 승객 전원을 무사히 구출해냈으며, 1979년에는 미국의 중거리미사일 배치를 허용하는 대신 소련과의 군축협상을 연계하는 이른바 ‘나토 이중결의’를 이끌어냈다. 퇴임 후에도 그는 비중 있는 언론인으로서 유로화 도입, 우크라이나 사태, 터키의 유럽연합 가입, 중국에 대한 서구의 태도 등에 대해 ‘다른 의견’을 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죄우 이데올로기에 얽매이지 않는 합리적 실용주의 그리고 어려운 고비 때마다 보여준 단호하고 신속한 결단력으로 그는 늘 ‘해결사’로 통했다(함부르크 주정부 부시장 시절 대홍수가 났을 때 과감하고 빠른 조치로 수천 명의 인명을 구조함으로써 얻은 별명이다). 하지만 해결사의 이면에는 평화와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 냉철하고 균형 잡힌 현실인식이 있었다.
그가 타계하기 전해에 쓴 이 책은 90여 년에 이르는 자신의 생애를 돌아보면서 자신의 생각과 신념을 형성해준 주요 계기들, 자신이 인생의 모범으로 삼았던 이들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초년기의 각인들-출생의 비밀과 전쟁의 상흔
1933년 나치가 권력을 장악했을 때, 헬무트 슈미트는 그 정치적 의미를 알지 못했다. 친구들의 멋진 제복과 야외활동이 부러워 히틀러유겐트에 가입하고 싶다고 부모님에게 졸라댔지만,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하는 부모님을 이해할 수 없었다. 열네다섯 살 무렵의 어느 날, 어머니는 마침내 그에게 비밀을 털어놓았다. “네 할아버지가 유대인이기 때문이야. 하지만 이 이야기는 아무한테도 해선 안 돼.” 그제야 지금까지 친할아버지로 알고 있던 분이 사실은 아버지를 입양한 양부였고, 진짜 친할아버지는 유대인이었다는 혈통의 비밀을 알게 된다. (이 사실은 그가 퇴임한 후 오랜 지기인 지스카르 데스탱 전 프랑스 대통령이 한 인터뷰에서 밝히면서 비로소 알려졌다.) 온 가족은 이후 줄곧 유대인 혈통이 들킬지 모른다는 공포에 시달렸다. 나치가 지배하는 독일 땅에서 벗어나는 것만이 유일한 희망이라 여기고 해외로 탈출할 방법을 알아보던 중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고, 그는 동부전선으로 끌려간다.
그때까지 그는 나치에 대해 본능적이고 정서적인 반감을 가졌으나, 나치의 거짓선전과 전쟁범죄의 실상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 그저 살아남기 위해 싸웠고, 상관의 명령을 이행하는 것이 애국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라 믿었다. 패배의 예감이 짙어가는 가운데 그는 결국 영국군에게 잡혀 포로수용소에 갇혔고, 그곳에서 만난 동료들을 통해 독일인들이 어떻게 그릇된 길로 빠지게 되었는지를 깨달았으며, 그 대안으로 사회민주주의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수용소에서 석방된 후 그는 고향 함부르크로 돌아오자마자 독일사민당에 입당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가르쳐준 두 덕목
출생의 비밀을 알 무렵, 선물로 받은 한 권의 책이 그의 평생의 좌표가 되었다. 바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이다. 그는 그 책을 읽자마자 아우렐리우스가 말하는 두 덕목, ‘심리적 냉철함’과 ‘무조건적 의무이행’을 자신의 삶의 평생의 원칙으로 삼기로 결심한다. 삶의 희로애락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늘 평정심을 유지한 채 삶의 무게를, 삶이 명령하는 의무를 기꺼이 짊어지라는 이 견인주의 철학자의 가르침을 어린 헬무트 슈미트는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을 뿐 아니라 자신에게 어울리는 덕목이라고 느꼈다. 나치 치하에서 유대인으로서, 전쟁터에서 군인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늘 죽음의 공포에 직면하는 삶이었다. 그는 마음이 동요할 때마다 아우렐리우스의 가르침을 되뇌며 항상 이성적 냉철함을 유지하고 자신이 맡은 의무를 수행하려고 노력했다.
늘 이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의무를 다하려는 태도는 이후 정치지도자로서 섣부른 결정으로 과오를 저지르는 것을 막아주었다고 그는 술회한다. 모가디슈 작전(루프트한자 여객기 인질구출작전)을 지휘할 때도, 나토 이중결의를 결정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정확한 상황 인식 아래 원칙을 준수하며 할 수 있는 조처를 냉철하게 판단했다. 당장의 유권자 표를 의식했다면 테러리스트와 협상을 하거나 비핵·비무장의 평화주의를 천명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무모한 전쟁광이라는 반대시위자들의 비난에도 심리적 냉철함을 유지하는 가운데, 테러리스트와의 비협상 원칙을 고수했으며, 핵무기를 불가피한 억지력으로 삼아 미소 양국을 군축협상 테이블로 불러내려는 전략적 판단을 내렸다.

칸트, 베버, 포퍼-세 철학자의 가르침
나치 시대는 물론이고 전쟁터에서도 살아남았다는 경험은 역으로 이후 아무리 긴박한 순간에도 심리적 냉철함을 유지하는 일을 어렵지 않게 해주었다고 슈미트는 덤덤히 말한다. 하지만 의무의 이행은 종종 이성과 도덕 사이에서 갈등하게 만들었다. 나치가 남겨놓은 도덕적 혼돈 속에서 그에게 나침반이 되어준 것은 칸트였다. 도덕적 행위는 이성에 근거해야 한다는 칸트의 가르침, “네 의지의 준칙이 언제나 동시에 보편적 입법의 원리가 될 수 있도록 행위하라”는 칸트의 정언명령을 상기하며, 슈미트는 중대한 정치적 결정을 내릴 때마다 늘 이성적이고 도덕적인 근거를 찾았다.
하지만 그는 현실 정치가로서 어디까지나 실용주의자, 절충주의자, 개량주의자이고자 했다. 정치란 도덕적 목적을 위한 실용주의적 행위며, 국민 간의 합의는 자연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항상 새롭게 구축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단적인 예가 총리 시절 이혼·낙태 등의 개혁법안을 둘러싸고 교회·기민당과 벌인 이른바 ‘근본가치 논쟁’이다. 상대측은 이러한 법안들이 독일의 근간을 흔들고 도덕의식을 파괴하며, ‘국가의 정신적-도덕적 인도의 책임’을 소홀히 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슈미트는 단호했다. “국가는 국민을 정신적으로 인도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의 임무는 헌법에 규정된 기본권을 수호하는 것이며, 그 기본권을 근본가치와 바꿀 수는 없다. 근본가치는 사회 속에서 계속해서 새롭게 검증받아야 하며, 국가의 임무는 단지 이러한 논쟁이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하는 것이다. 독일 정부의 수장은 국민을 가르칠 의무가 없다.” 나치의 전체주의를 12년 동안 체험한 슈미트에게 국가가 절대적 가치를 국민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반면에 좌파 진영은 슈미트 내각의 개혁조치들이 ‘시스템을 안정시키는’ 것이라고 비난하면서 ‘시스템을 바꾸는 개혁’을 요구해댔다. 이에 대해 슈미트는 모든 개혁은 궁극적으로 시스템 자체의 변화를 유도한다고 반박하면서, 사회의 발전은 충분한 합의를 바탕으로 문제를 체계적이고 단계적으로 하나씩 해결하면서 점진적 변화를 꾀할 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그가 칼 포퍼에게서 배운 ‘점진적 사회공학’의 요체다.)
슈미트는 막스 베버의 구분을 따라 정치가를 ‘신념윤리’를 따르는 이와 ‘책임윤리’를 따르는 이로 나눈다. 종교나 이데올로기 같은 자신의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무책임한 허풍선이가 아니라, 자신의 결정에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함을 인식하고 신중하게 행동하는 정치가가 그의 선택임은 자명하다. 칸트와 베버와 포퍼의 저작들을 통해, 그는 정치행위에서 자신이 늘 중시했던 두 덕목, 이성과 도덕(양심), 심리적 냉철함과 의무이행(책임의식), 냉정과 열정을 절충하는 실용주의자, 진정한 ‘해결사’가 되어갔다.

“공공의 복지가 최상의 법이다”
슈미트는 막스 베버가 꼽은 정치가가 갖추어야 할 세 자질--열정, 균형감각, 책임의식--에 한 가지를 더 보탠다. 바로 타협과 평화 의지다. 그는 “타협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실천능력 없이 민주주의는 불가능”하며, 평화 의지란 “더 높은 국가적 차원에서 타협을 하고자 하는 의지”라고 말한다. 슈미트는 평화를 다른 나라와의 분쟁 없는 관계만이 아니라 한 나라 안의 사회적 평화 즉 ‘사회통합’의 측면에서 강조한다. 그는 현재 독일이 유럽의 다른 나라들보다 잘사는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사회통합이 잘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한 슈미트는 독일의 사회통합에 무엇보다 기여한 것이 노동자의 경영공동참여라고 지적하며, 그 공을 노동조합에 돌린다.
“공공의 복지가 최상의 법이다Salus publica suprema lex.”
2000년 전 키케로의 이 잠언을 슈미트는 항상 자신의 정치행위에서 핵심 원칙으로 삼았다. 그는 이 문장을 모든 정치가의 마음에 새겨주고 싶다고 말한다. 정치는 모든 국민의 행복과 안녕을 지상과제로 삼아야 한다. 하지만 21세기 초까지도 독일의 경영인들은 복지국가 개념을 ‘쓸데없는 사회적 소동’이라고 경멸하고, 사회적 시장경제를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독일의 보편적 복지정책이 국제경쟁에서 자신들의 발목을 잡는다는 볼멘소리가 드높았다. 하지만 슈미트는 서유럽의 보편적 복지국가 모델이 20세기 유럽문화권이 이룩한 위대한 업적이라고 자부한다. 왜냐하면 “사회적 통제를 받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만이 지속적으로 국내적 평화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즉 “한편으로는 사유재산과 시장을 보호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노사 협의를 통해 성장을 도모하며 경영에 노동자의 참여를 보장하는” 시스템이 독일경제의 가장 중요한 성공 요인이라는 진단이다.
따라서 키케로의 잠언은 정치뿐 아니라 경제계에도 유효하다. 기업가는 회사의 수익을 올리는 것만이 아니라 공공의 복지를 추구할 책임이 있다. 전후 폐허에서 맨주먹으로 시작해 오늘날 세계 최대의 통신판매회사 ‘오토’를 세운 베르너 오토는, 그런 의미에서 책임의식 있는 이상적 기업가의 전형이다. 그는 자신이 축적한 부를 활용해 공공복지를 위한 수많은 자선사업을 벌여왔다. “재산권은 의무를 수반한다. 그 행사는 동시에 공공복리에 이바지하여야 한다.” 키케로의 말과 맞닿아 있는 독일헌법(기본법) 제14조의 내용이다. 베르너 오토는 이 조항을 묵묵히 실천에 옮겼다. 슈미트는 21세기에도 이러한 전통이 독일 기업가들에게 모범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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