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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해석(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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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0쪽 | 규격外
ISBN-10 : 893497026X
ISBN-13 : 9788934970262
고통의 해석(양장본 HardCover) [양장] 중고
저자 이창복 | 출판사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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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1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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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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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독일 문학사적으로 의미 있고 완성도 높은 19개 단편을 엄선하여 전문을 새롭게 번역하고, 치밀한 분석과 철학ㆍ역사학ㆍ사회학ㆍ종교학을 넘나드는 통합적 해석으로 인간의 고통과 존재의 의미를 꿰뚫는다. 우리 삶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부터 절망의 밑바닥에서 피어나는 숭고한 희망까지, 대문호가 완성한 인생에 관한 지혜가 빛나는 불멸의 명편으로 고통의 근원을 파헤치고 삶을 통찰한다.

저자소개

저자 : 이창복
저자 이창복은 국내 독문학계의 토대를 만든 원로 독문학자이자, 다방면의 문화예술 영역을 아우르며 융합 미학의 영역을 개척한 예술문화사가, 평론가, 미학자.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를 졸업하고 독일 쾰른대학교에서 독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 교수로 근무하면서 동대학교 서양어대학 학장과 부총장, 한국독어독문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독일 쾰른대학교와 함부르크대학교에서 연구교수 및 교환교수를 지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 명예교수로 있다.
대표 저서로 《문학과 음악의 황홀한 만남》, 《독일 산문과 시》, 《독일 문학의 소재와 모티브》, 《하이너 뮐러 문학의 이해》, 《독일어 회화》 등이 있고, 역서로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하이너 뮐러 문학 선집》 등이 있다. 주요 논문으로 〈괴테 파우스트의 서론적 3장면 연구〉, 〈프리드리히 실러의 서정시에 나타난 대립적 구조〉, 〈게오르크 뷔히너의 보이첵 연구〉, 〈레셍의 함부르크 희곡론 연구〉, 〈프란츠 카프카의 ‘법 앞에서’에 대한 해설 시도〉, 〈독일 계몽주의 문학〉, 〈젊은 베르테르의 자살. 그 행위에 대한 비판〉 외 다수가 있다.

목차

프롤로그

01 숨겨진 진실을 비추는 세상의 거울ㅡ요한 페터 헤벨
02 인간의 초인적 노력과 구원의 이념ㅡ요한 볼프강 폰 괴테
03 진리를 향한 탐험으로서의 문학ㅡ프란츠 카프카
04 고통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의 이야기들ㅡ볼프강 보르헤르트
05 인간과 사회를 위한 투쟁으로서의 문학ㅡ베르톨트 브레히트
06 진정한 인간화를 위한 문학과 예술ㅡ하인리히 뵐
07 폭력의 역사와 파괴로 살펴보는 경악의 연극 미학ㅡ하이너 뮐러

에필로그
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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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인생은 달리기 경주와 같다. 우리는 있는 힘을 다해 10여 초를 달린 후에 숨을 헐떡이면서 퍼져버리는 100m 경주의 주자가 되지 말고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달리는 마라톤 경기의 주자가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넘어야 할 수많은 고통이 있다. 그러나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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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달리기 경주와 같다. 우리는 있는 힘을 다해 10여 초를 달린 후에 숨을 헐떡이면서 퍼져버리는 100m 경주의 주자가 되지 말고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달리는 마라톤 경기의 주자가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넘어야 할 수많은 고통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 고통에서 삶의 양분을 얻을 수 있는 노력과 지혜를 가져야 한다. 일찍이 괴테도 “나는 고통을 겪으면서 많이 배웠다”고 말했고, 카프카도 우리가 겪지 않을 수 없는 “이 세상의 모든 괴로움을 통해서 발전한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이것은 우리가 그 평범한 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귀중한 가치를 지니게 된다는 뜻이다. 진리란 어려운 책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보고 감지할 수 있는 모든 것들에 내재해 있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보지 못할 뿐이다. 그래서 세상을 보는 혜안이 필요하다.
_pp.5~6 〈프롤로그〉 중에서

헤벨은 이 과정을 언어의 대가답게 비유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첫날에 그는 여전히 옛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는 달팽이보다 느리게 걸어가면서 그에게 인사하는 사람들에게 감사하지 않고, 땅 위를 기어가는 벌레를 짓밟아버린다. 재물에 예속된 그의 삶은 그를 비인간적ㆍ비사회적 존재로 만들었다. 그러나 그는 점차 지금까지 느끼지도 알지도 못했던 세상의 아름다움을 체험하게 된다. 이제 그의 귀에는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가 이제껏 듣지 못했던 아름다운 노래로 들려오고, 그의 눈에는 신선한 이슬의 광채와 들에 핀 개양귀비의 빛나는 붉은색이 비친다.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매우 친절해 보였고, 자신도 친절해졌다. 그가 어느 정도 자연의 아름다움과 친절한 세상을 체험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인간다운 삶이 열리기 시작한다. 그 체험에서 얻은 새롭고 단순한 기쁨은 동물처럼 먹고 마시는 무절제한 소비에서는 얻을 수 없는 행복이고, 동시에 걷는 노력의 대가로 체험할 수 있는 자연과 세상의 아름다움에 대한 경탄이다. 그것은 자연을 통해 순화된 인간 내면의 표현인 것이다.
_p.84 〈요한 페터 헤벨〉 중에서

형용할 수 없는 전쟁의 참상이 헤세 대위의 죽음을 통해 묘사된 장면에 이어서 다음 화요일 장면에서는 남편의 승진으로 의기양양해진 헤세 대위의 부인이 모습을 보인다. 그녀 역시 한젠 씨와 같이 전쟁의 현실과 거리가 먼 사람들에 속한다. 그녀는 이웃집 초인종을 누르고, 남편의 편지를 그녀 앞에 높이 쳐들어 흔들면서 남편이 대위와 중대장이 된 것을 자랑했고, 영하 40도의 추위에서 9일이나 걸려 쓴 편지에 감동한다. 그러나 헤세 대위 부인은 편지의 뒤에 숨어 있는 현실을 파악하지 못한다. 그녀가 편지를 높이 쳐들고 흔들었을 때, 들것에 실려 가면서 담요 밖으로 나온 남편의 머리는 층계를 오를 때마다 계속해서 이리저리 흔들렸다. 아내에게 감동을 일으킨 40도의 추위는 헤세 대위를 위협하는 죽음의 체온인 41.6도의 수치를 상기시킨다. 그녀는 자신의 흥분된 분위기에 사로잡혀서 자신의 밖을 내다볼 수 없고, 아무것도 모른다. 그래서 그녀가 화요일에 오페라 극장에 가는 것은 아주 당연한 것이다. 그녀의 붉은 입술은 피 묻은 거미 다리 같은 위생병들의 손가락을, 오페라의 큰 무대와 1,400석
을 넘는 객석은 1,400개 침상의 전염병 야전병원을 연상시킨다. 그녀는 현실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보지 못한 것이다.
_pp.198~199 〈볼프강 보르헤르트〉 중에서

브레히트는 사회개혁을 위한 새로운 연극 형식을 만들었다. 그것은 전통적인 연극 형식을 파괴하는 소위 서사극이다. 서사극에 대한 브레히트의 개념은 문학적 장르와 관객의 적극적인 참여의 결합으로 이해할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연극이론에 의한 전통적 연극에서는 무대 위의 인물과 관객이 일치해서 동정과 카타르시스를 일으키는 것과 달리, 브레히트는 관객의 비판을 일깨우고 경험을 강요하는 새로운 극 형식을 시도한다. 이것이 20세기의 연극사에 큰 변화를 가져온 서사극이다. 서사극은 관객들을 관찰자로 만들고 그들에게 무대 위의 사건을 우리 삶의 한 예로서 객관적으로 보여주어 관객들에게 감정보다 오히려 논증과 비판을 불러일으키고, 무엇이 변할 수 있고 변해야만 하는가를 보여준다. 배우는 연극의 어떤 인물과 자기를 동일시하지 않고 그 인물을 제시한다. 변증법적 투쟁은 관객들에게 판단력을 가질 것을 요구한다. 장면은 법정이 되고, 사건은 비유와 본보기가 되며, 극은 옳고 그른 행동의 실험적 증명이 된다. 그럼으로써 연극은 관객의 분석적 이성에 호소하고, 연극의 환상을 파괴하는, 그래서 새로운 이해를 일깨우는 소위 ‘기이화(奇異化) 효과’를 일으킨다.
_pp.240~241 〈베르톨트 브레히트〉 중에서

대중은 진실을 학자나 정치가나 교회에 묻지 않고 바로 작가에게 기대하고 있기 때문에 뵐은 대중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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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책소개] “어떻게 고통과 함께 살아갈 것인가?” 삶의 진리에 다가가는 독일 대문호들의 위대한 인생 강의 인생을 관통하는 깊은 통찰을 문학으로 만난다! 전쟁, 혼란, 고독, 불안, 욕망으로 점철된 근현대를 생생하게 그려낸 문학작품들. 이들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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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어떻게 고통과 함께 살아갈 것인가?”
삶의 진리에 다가가는 독일 대문호들의 위대한 인생 강의

인생을 관통하는 깊은 통찰을 문학으로 만난다! 전쟁, 혼란, 고독, 불안, 욕망으로 점철된 근현대를 생생하게 그려낸 문학작품들. 이들은 인생의 아픔을 어떻게 대변하고 있는가. 우리는 곳곳에서 죄여오는 고통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고통은 자신의 문제인가, 사회의 문제인가. 독일 문학사적으로 의미 있고 완성도 높은 19개 단편을 엄선하여 전문을 새롭게 번역하고, 치밀한 분석과 철학ㆍ역사학ㆍ사회학ㆍ종교학을 넘나드는 통합적 해석으로 인간의 고통과 존재의 의미를 꿰뚫은 수작! 우리 삶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부터 절망의 밑바닥에서 피어나는 숭고한 희망까지, 대문호가 완성한 인생에 관한 지혜가 빛나는 불멸의 명편으로 고통의 근원을 파헤치고 삶을 통찰하다!

[출판사 리뷰]

삶의 진리에 다가가는 독일 대문호들의 위대한 인생 강의

“어떻게 고통과 함께 살아갈 것인가”

괴테부터 카프카까지, 브레히트부터 뮐러까지,
대문호가 완성한 불멸의 명편으로 고통의 근원을 파헤치고 삶을 통찰하다


책을 읽는 친구여, 이 책을 내려놓지 마라
몇 명의 사내들이 임시 야간 숙소를 얻고
바람은 하룻밤 동안 그들을 비켜가고
그들에게 내리려던 눈은 길 위로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방법으로는 이 세계가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한 방법으로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나아지지 않는다
그러한 방법으로는 착취의 시대가 짧아지지 않는다

- 베르톨트 브레히트, 〈임시 야간 숙소〉 중에서

“자선으로 고통스러운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면 무엇으로 바뀌는가?” 이 질문에 브레히트는 당당히 “지식이다”라고 답했다. 삶과 고통은 불가분한 표리다. 인간도 식물도 모든 살아 있는 존재는 생명이 있는 한 반드시 고통을 겪어야 한다. 더구나 현재와 같은 무한경쟁 시대에서는, 꿈과 목표를 가진 모든 사람은 어느 세대를 막론하고 열정과 기대로 아플 수밖에 없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다양한 시련과 고난을 치유하는 방법으로 힐링 문화가 범람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우리의 삶을 견고하게 하는 올바른 힐링 효과는 다분히 감상적인 위로나 멘토링 자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독서와 사회적 경험을 통한 인문학적 사유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세상을 바꾸기 위한 방법으로 브레히트가 지적했던 전문적 ‘지식’과 올바른 ‘사유’의 필요성이다.
《고통의 해석》은 이러한 ‘지식’과 ‘사유’의 단초를 제공해주는 문학을 통해 인간의 고통과 존재의 의미를 꿰뚫는다. 두 번의 전쟁을 체험하고 지독한 가난 속에서 성장하여 어느덧 황혼기에 접어든 저자가, 삶의 긴 실타래에 맺힌 고통스러운 삶의 매듭들을 반추하며 고통에 대한 투쟁 없이는 삶의 행복도 없다는 절실한 체험을 바탕으로 써내려간 것이다. 어려운 순간마다 안일 속에서 안주하려는 타성을 깰 수 있는 극복의 용기와 지혜를 문학에서 발견해온 그가 인생에서의 평범하지만 중요한 진리를 독자들과 함께하려는 소망에서였다. 독일 김나지움의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문학사적으로 의미 있고 완성도 높은 19개 단편을 선택해 그 전문을 새롭게 번역한 이 책은, 치밀한 분석과 철학ㆍ역사학ㆍ사회학ㆍ종교학을 넘나드는 통합적이고도 풍부한 해석으로 풀어낸 수작이다. 인간에 관한 심오한 통찰이 빛나는 독일 대문호들의 명편을 통해 삶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과 절망의 밑바닥에서 피어나는 숭고한 희망, 세상을 관통하는 혜안을 만날 수 있다.

인. 간. 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고 고통 받는 법이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도 올바른 길을 알고 있다. 문. 학. 도 그렇다


《고통의 해석》은 근현대에 활약했던 독일 대문호들의 빼어난 단편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 시기적인 큰 의미가 있다. 근현대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격동의 시기였다. 산업화와 근대화라는 새로운 물결의 등장과 자본주의적 체제로의 변화, 비약적인 경제발전 등 많은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지만, 이에 못지않게 인간 소외 현상이나 아노미적 가치 상실이라는 문제를 낳았다. 더구나 두 차례의 세계대전까지 더해져 인간은 혼란과 고독, 불안으로 점철된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이러한 상황을 지켜보던 작가들은 인간의 고통을 자신들의 이야기에 담아내 승화시키기에 이른다. 삶에 대한 성찰과 반추를 제공하고, 인생에 갈증을 느끼며 방황하는 영혼들에게 길을 안내하기 위함이었다.
이 책이 단편만을 대상으로 삼은 것도 그 이유다. 단편은 우리가 늘 접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소재로 삼고 있으면서도 짧은 형식 속에 장편소설 못지않게 인생의 깊은 의미와 가르침이 함축적으로 녹아 있기 때문이다. 작품에 나타난 세계가 독자의 눈에는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으나 작가들의 입장에서는 진정한 ‘현실’의 기록이다. ‘비현실’로 보이는 세계가 실제로는 작가가 독자들에게 ‘진짜 현실’을 볼 수 있도록 제시한 한 방법인 것이다. 따라서 이 책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은 독일 문학의 특성을 잘 농축해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형식과 주제를 포함할 뿐만 아니라 독일인 특유의 사고방식과 생활감정을 구체적으로 공유하고, 단편소설의 독특한 스타일과 문제의식까지 두루 담고 있다.

▣ 프란츠 카프카 《법 앞에서》
: 도전 앞에서 망설임 때문에 주저앉고 마는 사람들을 위한 용기와 마주하다


카프카 문학의 큰 의의는 인간 운명의 부조리, 인간 존재의 불안을 통찰하여 현대 인간의 실존적 체험을 극한에 이르기까지 표현한다는 점이다. 유대인이었던 카프카는 유럽 전체에 만연한 반유대주의와 경제공황, 불안한 시대적 격변 등의 환경으로 인해 늘 고독과 외로움을 안고 지냈으며, 인간의 존재적 불안과 절망, 소외와 사회적 무법성을 직시하게 되었다. 그는 예술가로서 시민계급과는 거리가 있었으며, 동시에 자기인식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인간으로서 편안한 믿음이나 이데올로기에 안주하는 사람들과 달랐다. 그로 인해 카프카 전 작품의 중요한 테마는 인간의 죄, 그리고 법과 심판이었다. 문학은 그에게 인생의 싸움과 투쟁을 이겨내기 위한 방법이었고 책은 도구였다.

신의 계명을 어긴 유대인으로서 그는 무자비한 심판을 받아야 할 죄인의 입장에서 누가 형벌을 내리는지 모르면서도 그 형벌에 귀속되어야 하는 원초적 불안감 속에서 살았다. 때문에 그의 문학에서 죄는 일반적으로 일컫는 사회적 범죄가 아니라 인간의 실존적 원죄를 의미한다. 카프카는 문학에서 이러한 유대인의 문제를 보편적 인류의 문제로, 다시 말해서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현대 산업사회에 있어서의 인간문제로 보편화해서 인간 존재의 고독과 불안, 삶의 부조리와 소외를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이렇듯 그의 문학은 현대사회에서 인간의 실존적 문제와 존재적 상황 등 실존주의적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의 문학을 실존주의 문학 또는 상황문학이라고 부른다. 카프카에게 글쓰기는 일상적 삶의 허위를 뚫고 진실을 찾으려는 투쟁이다. 그래서 그는 예술은 고통이라고 말했다._pp.128~129

카프카의 《법 앞에서》는 ‘법’으로 들어가는 문을 지키는 문지기와 한 시골사람의 이야기를 다룬다. 시골사람은 항상 문이 열려 있는 ‘법’ 안으로 들어가려 하지만 문지기로부터 이 시도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듣고 위축당한 나머지 들어가지 못하고 문 옆에서 기다린다. 그는 평생 동안 문지기에게 들여보내 줄 것을 간청하고 온갖 방법과 노력을 경주했음에도 불구하고 죽는 순간까지 입장 허가를 받지 못한다. 그렇다면 법은 언제나 열려 있음에도 시골사람이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시골사람과 문지기와 법은 어떤 의미이며, 시골사람이 법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이유는 문지기와 관련해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끝내 법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시골사람의 비극적 종말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떠한 의미를 제시해주는가?
카프카에게 법정이란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현세법의 법정이 아니라 양심의 법정이다. 인간은 현실세계에서 용감하게 진실에 직면하여 자신의 어리석음, 두려움, 나약함, 무력함을 직시하고 개선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망설임은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고통이기 때문에 망설이고 주저할 때 이는 죄악이며 고통이 된다. 스스로 가야 할 길은 나만이 갈 수 있다. 아무도 대신 가줄 수 없다. 카프카는 자신의 문학을 통해 ‘빛의 세계’로 갈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하고 있는 것이다.

▣ 볼프강 보르헤르트 《밤에는 쥐들도 잠을 잔다》
: 혼란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이들을 위한 희망을 이야기하다


볼프강 보르헤르트의 작품은 26세의 나이에 요절한 그의 삶과 닮아 있다.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여 부상을 입고, 반전적인 편지로 사형선고를 받고, 석방된 후 프랑스군의 포로가 되어 수송 도중 탈출하는 등 전선을 전전하던 그는 1945년 병을 얻어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다. 하지만 그의 눈앞에는 전쟁으로 파괴된 삭막한 고향의 전경만이 있을 뿐이다. 그의 작품들은 모두 이때부터 1947년 병으로 죽을 때까지 약 2년여 동안 집중적으로 쓰였고, 전선에서의 체험이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전쟁 이후 독일에 팽배한 혼란과 절망, 허탈감과 해방감이 뒤섞인 폐허와 전쟁 체험을 바탕으로 쓰인 ‘폐허문학’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파멸과 희망, 죽음과 삶, 절망과 믿음 사이에서 볼프강 보르헤르트의 작품은 생겨났다. 그는 군인으로서 그리고 귀향병으로서 전쟁의 참상과 혼돈된 사회, 그리고 고향의 폐허를 체험한다. 그래서 전쟁에 의해 기만당하고 삶을 박탈당한 젊은 세대의 절망과 새 삶에 대한 절규를, 자신의 병으로 인한 죽음과의 투쟁에서 겪었던 체념과 삶에 대한 희망을 간결한 언어로 그의 작품에 옮겨놓았다. 삶의 진리에 대한 추구와 전쟁으로 인해 희생당한 젊은이들의 외침과 고발을 차원 높게 표현하고 있어 그의 작품은 전쟁의 지옥에서 고통당했던 당시의 독일 사람들의 심금을 크게 울렸고, 전후에 전쟁문학을 대표하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_p.182

보르헤르트의 《밤에는 쥐들도 잠을 잔다》는 아홉 살짜리 어린아이와 한 노인의 대화로 구성되었다. 어린아이가 전쟁으로 인한 폐허의 세계에서 겪는 회의와 불신의 절망적인 현실, 노인이 암시하는 삶의 건전한 질서 위에 근거한 믿음의 세계 사이에 있는 긴장의 양극성이 이야기를 지배한다. 한 어린아이가 전쟁 중에 폭격으로 파괴된 부모의 집 파편 더미 아래에 묻혀버린 어린 동생을 쥐들로부터 보호하려고 그곳을 지키고 있으면서도 그 사실에 대해 말하기를 오랫동안 거부한다. 그런 어린아이의 태도에 직면해 대화 파트너로 등장한 노인은 “밤에는 쥐들도 잠을 잔다”는 거짓말로써 그 아이를 혼돈의 세계에서 정상적인 삶으로 인도해 오는 데 성공한다.
이 이야기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폐허 위를 비추는 태양’과 ‘회색 먼지 속의 푸른 풀’은 희망의 징후다. 여기에 미래에 대한 작가의 비전이 나타나 있다. 혼란한 시대의 폐쇄성을 극복하고 점점 더 신뢰와 소통의 안정된 사회로 발전하기 위한 도덕적 에너지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작품은 삶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조심스러운 첫걸음을 내딛으려 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젊은 세대에게, 과거에 대한 가차 없는 부정과 동시에 정신적 삶의 개선과 새로운 사회의 건설을 호소한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 오늘을 사는 모든 젊은이들에게도 삶에 대한 희망과 용기를 주고 있다.

▣ 요한 페터 헤벨 《물장수》
: 행복의 진정한 가치를 망각하고 물질만 추구한다면 고통에 이른다는 진리를 담다


발터 벤야민이 사랑하고, 헤르만 헤세가 ‘독일 문학사의 가장 뛰어난 이야기꾼’이라 칭했던 헤벨은 독일 방언문학의 선구자다. 중요한 것은 헤벨이 전래된 이야기, 신문, 바덴지방 달력 등에서 얻은 세간의 소재를 계몽적ㆍ교육적 목적에서 ‘달력 이야기’란 새로운 장르로 작품화했다는 것이다. 헤벨 문학의 가장 큰 특징은 이야기 속의 ‘교훈’들을 결코 상식의 차원에서 쉽게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벤야민이 헤벨을 사랑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의 이야기는 도저한 통찰과 뼈아픈 반성을 통해서야 도달할 수 있는 깊은 도덕감을 촉발한다. 일반적으로 삶의 지혜라 부르는 격언이나 명언은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을 다시 상기시켜주는 효력만 제공하지만 헤벨의 이야기는 시간의 흐름을 자양분으로 삼아 수차례 곱씹고 되뇌어야 그 참된 의미를 맛볼 수 있다.

헤벨의 문학에서 도덕은 하나의 창작 수단이었다. 즉 이야기에서 교훈적ㆍ교육적 내용의 속담이나 도덕적 명제들이 낱말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때로는 개념적이거나 추상적으로, 때로는 포괄적이거나 상반적인 이중의 의미로, 또는 의미심장하게 간접적으로 표현되고 있기 때문에, 이들 속담이나 도덕은 독자들로 하여금 이야기 속에 숨겨진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수단이 된다. 이런 의미에서 진리가 문학적으로 숨겨진 현상과 연관해서 헤벨의 달력 이야기는 ‘세상의 거울’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거울이 사물의 현상을 사실 그대로 비추고 있듯이, 헤벨은 그의 문학적 소재로 세상의 일들을 사실에 가장 충실하게 사용하고 있으나, 여기서 이 상들 속에 숨겨진 진리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밝히는 것이 우리의 과제가 된다._p.25

헤벨의 《물장수》는 두 명의 물장수를 다룬다. 두 사람은 같은 직업으로 돈을 벌고, 동시에 복권에 당첨되는 행운을 얻었다. 유일한 차이점은 당첨금을 놓고 벌어지는 상이한 태도다. 첫 번째 물장수는 당첨금을 아끼고 절약하여 더 큰 부자가 되지만, 두 번째 물장수는 여기 저기 돈을 뿌리며 낭비하는 삶을 선택한다. 놀라운 것은 화자가 두 번째 물장수의 인생관을 우월하고 올바른 것으로 내세운다는 것이다. 일반적 도덕규범과 상식을 깨는 이러한 서술은 독자를 혼란에 빠뜨린다. 이 이야기의 마지막 장면은 다시 옛 일로 돌아온 두 번째 물장수가 옛 동료에 대한 우정에서 첫 번째 물장수에게 ‘공짜’로 물을 길어주고, 그 모습을 비웃는 것으로 끝난다. 빈털터리의 동정 어린 웃음에서 선한 시민의 기본 예의마저 상실한 첫 번째 물장수의 극단적인 금전욕이 폭로되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자본주의의 무한경쟁 시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간의 ‘소유를 위한 존재’와 ‘존재를 위한 소유’라는 관점에서 보면 첫 번째 물장수는 ‘소유를 위한 존재’의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두 번째 물장수는 일확천금에도 불구하고 그 지역 사람들의 유일한 물 공급원인 물장수의 직업을 놓지 않는 인본주의적 공동체를 위해 봉사할 줄 아는 지적 창조력, 이성, 사랑 같은 존재적 가치로 충만한 ‘존재를 위한 소유’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 이야기는 오늘날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물질만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인간 존재의 의미에 대해 일침을 가한다.

“세상을 보는 혜안, 문학으로 비로소 완성된다!”
문학은 진리를 향한 탐험이자 마음속 얼어붙은 바다를 깨뜨리는 도끼다. _프란츠 카프카


문학, 역사, 철학, 예술을 포괄하는 인문학은 인간의 삶의 길을 탐구하는 학문으로서 지성의 본산이다. 특히 문학은 혼란한 사회에서 인간적인 것을 정서와 오성의 힘을 빌려 언어로 서술한다. 문학은 인간에 대한 박애의 전달 수단이며 그래서 우리 마음의 병을 다스리는 치유의 수단이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문학작품을 읽고 스스로를 성찰해야 한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라고 헤세가 말한 것처럼, 새롭게 태어나려는 자는 낡은 관습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인간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지금까지의 ‘나’로부터, 즉 자신의 낡은 이미지 속에 계속 안주하려는 타성을 깨고 나오려 한다. 이런 의미에서 문학은 카프카의 도끼인 것이다. 문학은 세상의 거울로서 인간의 삶과 꿈을 탐구하는 것이며, 나아가 인간이 인간적으로 되기 위해서 부단히 현실의 부정과 싸우면서 나날이 새롭게 사는 길을 제시해주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독일 대문호들의 삶과 이상이 고스란히 담긴 이 이야기들은, 변해가는 시대와 함께 인간 존재에 대한 새로운 해답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우리에게 늘 열려 있는 질문으로 매순간 깨달음을 선사할 것이다. 이로써 이 책이 제시하고 있는 궁극적 질문 “우리는 왜 문학을 공부해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이 분명해진다. 문학은 삶의 고통을 지혜로 승화한다. 문학으로 우리는 마침내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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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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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통의 해석 | wo**tory | 2015.09.06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고통의 해석 태어남과 동시에 아기는 울음을 터뜨리며 고통스러워한다. 어둠컴컴하지만 안전하고 포근한 엄마...
     

    고통의 해석


    태어남과 동시에 아기는 울음을 터뜨리며 고통스러워한다. 어둠컴컴하지만 안전하고 포근한 엄마의 배 속에서 낯선 세상에 대한 일방적인 이동은 정서적인 고통과 함께 좁은 산도를 덩치가 그것보다 더 큰 아기가 통과하면서 오는 육체적 고통도 동반하다. 엄마는 출산의 고통을 겪지만, 아기도 그에 못지 않은 고통을 마주하며 이 세상과 조우한다. 이처럼 고통과 함께 시작된 삶은 그 기저에 고통을 깔고 살아간다. 저자가 데카르트의 명제를 변용해 ‘나는 고통을 겪는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고 말한 것이 어색하지 않게 다가오는 이유다. 그것을 다시 변용해 본다면, ‘나는 태어남과 동시에 고통을 겪었다. 고로 나를 알기 위해선 고통을 이해해야 한다.’‘고통의 해석’이라는 책제목과 문학작품에 대한 해석이라는 책소개만 봤을 때는 ‘고통’을 창작의 고통 정도로 좁게 봤다. 그런 고통 속에서 탄생한 창작의 결과물인 문학작품을 해석하는 것 정도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고통에 대한 저자의 설명과, 책에 소개된 문학작품을 해석한 내용을 보면서, 작품 속 기저에 깔린 시대적 배경과 사회적 문제의식 속에서 분출된, 인간과 삶의 근원적 고통에 주목해서 작품을 바라보고 분해해서 해석하며 문학이 주는 삶에 관한 성찰, 교훈, 공감을 잔뼈가 많은 생선의 살을 발라주듯 보여준다.


    고통을 존재이유로 비유할 정도로 저자는 고통을 예사롭게 바라보지 않는다. 특히 문학작품 속에 은유적으로 혹은 직접적으로 담고 있는 고통과, 날카로운 삶의 시선에 주목한다. 그것을 독자와 나누고자 한다. 가벼운 힐링도서의 범람하는 세태를 꼬집으며 식상하고 뻔한 위로와 처방은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함을 비판한다. 존재하는 아픔이나 고통을 외면한 채, 괜찮다고 말하거나 고통 속에 담겨진 통찰과 사유를 유심히 들여다보지 않음을 지적한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고통의 해석>에 소개된 단편들에 대한 해석은 아주 세밀하게 접근한다. 세밀하다고 해서 부담가질 이유는 없는 건, 그것을 해석하는 주체인 문학작품이 워낙 짧은 단편이어서 작가의 삶과 시대적 상황, 작가의 다른 작품에 관통하는 주제 의식을 소개된 단편에 입체적으로 대입해 해석하는 내용이 부담보다는 재미있게 다가올만 한 분량이다. 작품만 봤을 때는 놓쳤던 부분을 저자의 해설을 통해 찾을 수 있었다. 저자도 지적하듯 해설이라는 것이 동시대적 해설 방법의 차이 혹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로 인한 것도 있어 해설에 명확한 정답이 있을 수 없다. 다만  저자의 꼼꼼한 해설이 밋밋하게 다가온 작품의 숨겨진 가치와 재미를 북돋운다는 점은 분명하다.


    먼저 작가의 삶과 작품에 대한 전체적인 간략한 소개를 한 후, 인용된 그 작가의 단편을 직접 보여준다. 그리고 해설을 통해 방금 읽은 짧은 단편을 분해해서 입체적으로 바라본다. 여기까지는 그저 책을 넘기며 읽는 순서대로 만나는 과정이지만, 해설을 본 후 단편을 다시 한번 더 읽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해설을 접하기 전과 접한 후 같은 작품인데도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 또한 워낙 짧은 단편이어서 반복해서 읽는 것에 대한 큰 부담이 없다. 아니면 전체를 다시 읽지 않고, 해설한 부분 중에 관심을 끄는 부분이 담긴 부분만을 다시 읽어도 좋다. 짧은 2문단으로 구성된 아주 짧은 단편에서부터 그것에 비하면 좀더 긴 단편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짧은 단편을 꼼꼼히 해설하는데, 반대로 생각하면 짧은 단편이기에 그것을 전체적으로 세밀하게 파고들 여력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장편이라면 뼈대를 이루는 중심 이야기와 주요한 부분을 추려 핵심적인 내용위주로 해설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여기에 소개된 작품은 짧은 작품이어서 마치 시 해설처럼 작품보다 해설이 더 긴 경우도 있다. 단편으로 나온 작품도 있고, 장편 속 한 장으로 소개된 장편 속 단편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도 있다. 요한 페터 헤벨, 요한 볼프강 폰 괴테, 프란츠 카프카, 볼프강 보르헤르트, 베르톨드 브레히트, 하인리히 뵐, 하이너 뮐러 등 독일 작가의 단편만을 담아 해설한다.


    젊은 시절 독일 유학과 독문학자라는 저자의 이력 때문에 주목한 이유도 있겠지만, 프롤로그에서 독일 작가의 단편만을 연구대상으로 삼은 몇 가지 이유를 따로 언급한다. 첫째 단편 이야기는 우리가 늘 접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소재로 삼으면서 짧은 형식 속에 장편소설 못지않게 인생의 깊은 의미와 가르침이 함축적으로 녹아 있다. 둘째 독자와의 공동연구를 위한 것이다. 셋째 이 책의 단편들은 거의 다 독일 김나지움의 교과서에 실려 있는 것이다. (10~12쪽) 특히 교과서에 실려 있다는 부분이 눈에 띈다. 기본적으로 단편이기에 교과서에 실릴 수 있을 테고, 내용적으로는 충분히 연구할 필요가 있는 작품이기에 교과서에 실렸을 것이다. 그런 작품들을 <고통의 해석>에서 작가별로 차례로 만날 수 있고, 작품에 대한 해설도 만날 수 있다. 카프카의 「갤러리에서」는 원형 공연장에서 공연하는 여곡마사를 통해 현상에 가려진 본질에 대해 통찰을 담고 있다. 2문단으로 이뤄진 초단편 소설로 첫째 문장은 현상과 전혀 다른 본질의 이면에 대한 가정을 담았고, 두 번째 문장은 소설 속 현상을 보여주면서 그것을 통해 현상에 가려진 전혀 다른 본질이 있더라도 본질이 겉으로 현상화되어 명확하게 보여지지 않으면 그것에 대해 문제삼기 어렵다는 무력감을 갤러리 손님이 우는 장면으로 마무리 지으면서 보여준다.


    관중앞에서 화려한 복장을 하고, 현란한 동작으로 서커스 공연을 하는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 속에 숨겨진 이면은 보이는 것과 전혀 다를 수 있다. 소설 속 현실에서 행복한 표정으로 공연을 마무리는 하는 그녀가 어쩌면 폐결핵이 걸렸는데도 무자비한 단장의 압력에 의해 아픔을 숨긴 채 고통을 참으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공연하고 행복한 표정으로 고통을 숨겼을 수도 있음을 화자는 가정한다. 그리고 그것이 명확하게 현상화되어 보여진다면 영향력 있는 갤러리 손님이 그 공연을 멈추라고 말해 여곡마사에 대해 작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런 본질이 그대로 현상화되어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단지 현상속 어두운 본질에 대한 짐작만으로는, 여곡마사를 도울 마음이 있더라도 나설 수 없다는 한계와, 그것과 대비해서 현상에서 보이는 화려한 모습과 행복한 표정이 갤러리 손님에겐 오히려 더 슬프게 다가옴을 강조한다. 겉으로 보이는 건 행복하고 당당한 표정의 여곡마사이지만, 그 표정이 본질을 숨긴 가면이고, 폐결핵이 걸린 상황이며, 그런 그녀를 공연에선 부축하며 공연을 도와주지만 단장의 본질이 악질적이고 무자비하다면 여곡마사가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하는 안타까움이 들 수 밖에 없다. 거기다가 그런 현상을 꿰뚫는 본질을 생각하면서도 그녀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갤러리 손님의 무력감도 보인다.


    하지만 첫문장이 ‘만일’이라는 가정으로 시작되었듯이 갤러리 손님의 여곡마사에 대한 연민과 안타까움 그리고 자신에 대한 무력감은 과도하다고 볼 수도 있다. 갤러리 손님이 현상을 꿰뚫는 본질을 보는 통찰력을 지닌 데다 그런 통찰에 기반해서 연민을 느낄 정도로 착한 마음을 가졌다고도 할 수 있지만, 오히려 짧은 소설내용만으로만 본다면 갤러리 손님이 망상 환자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한때 여곡마사에 대한 남몰래 애정을 품었을 수도 있다. 좀더 상상해 보면 아름다운 여곡마사에게 고백했는데 차였을 수도 있다. 그것을 여곡마사가 갤러리 손님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단장에게 노예처럼 지내는 처지여서 그런 고백을 받을 수 없다고 합리화했을 수도 있다. 소설에 나오지 않는 이런 상상이 과도한 것처럼 적어도 소설내용만으로는 여곡마사가 폐결핵이 걸렸다고 생각할 이유도, 단장에게 학대를 당한다는 이유로 볼만한 상황이 없다. 만약 갤러리 손님이 망상 환자가 아니라 본질을 보는 지혜로운 자라면 한 문단 정도 더 추가해서 소설 첫문단에서 담은 가정이 충분히 그럴 만 하다고 생각할 만한 근거나 상황을 보여주는 게 어떨까 싶다. 하지만 그건 소설만 볼 때 그렇다. 저자는 카프카의 삶과 종교에 대한 인식, 다른 작품 내용을 언급하며 종교적으로 해석한다. 그것은 꽤 그럴 듯하게 다가온다.


    단편 형태로 직접적으로 보여지는 현상 속 이면에 가려진 종교적 해석을 저자의 안내로 비교적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런 해석이 카프카가 짧은 단편(현상)에서 직접 드러내진 않았지만 은근히 드러내고자 했던  본질과 닮아 있을 수도 있다. 저자처럼 소설에서 언급된 내용이 아닌, 다른 부분까지 입체적으로 바라보며 통합적으로 소설을 바라볼 능력은 안 되지만, 소설에 나온 내용만으로 볼 때 다르게 다가오기도 한다. 여곡마사는 건강하고 아름답고 공연일도 즐겁게 하는 사람이다. 단장도 그녀를 동료로 잘 대우한다. 그건 공연에서 관객들 앞에서 하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곡마사와 단장의 본질은 현상과 크게 이질감이 없다. 오히려 갤러리 손님이 앞에서 한 해석과 다르게 상처입고 아픈 사람일 수 있다. 그래서 구원받아야 할 사람은 여곡마사가 아니라, 갤러리 손님일 지 모른다. 그리고 초라한 그의 사랑을 받아들이는 식으로 그를 구원할 수 있는 인물이 여곡마사인 것이다. 즉 저자의 해석과 전혀 반대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여곡마사의 모습에 반하고 퍼포먼스에 때로는 경탄하기도 하는 갤러리 손님은 의외로 초라하다. 가진 것 없고 못생겼으며 건강도 안 좋다. 그런 그가 여곡마사를 제대로 보기 위해 있는 돈 없는 돈 모아 혹은 빌리거나 훔쳐서 무리해서 서열이 제법 높은 관람석을 차지했다.


    그런 상황에서 여곡마사의 공연을 보는 젊은 갤러리가 ‘만일’로 시작되는 첫 문단에서의 가정을 한 건, 자신이 메시아처럼 어려움에 처한 여곡마사를 알아채고 구원할 수 있는 존재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이 깔려 있다. 그럴려면 두 가지가 전제되어야 한다. 갤러리 손님은 여곡마사를 어려움에서 구원할 힘이 있어야 하고, 여곡마사는 아주 불행해서 구원이 필요한 존재여야 한다. 그런데 두 번째 문단은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시작한다. 그리고 소설 속 현실인 공연에서 보이는 여곡마사를 비교적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두 번째 문단이 시작되면서 상상에서 현실로 돌아온 것이다. 현실은 상상과는 반대다. 여곡마사는 아름답고 건강하며 행복하게 공연을 한다. 단장도 그녀에게 손녀 대하듯 친절하다. 그녀는 구원이 필요없다. 반면 그것을 자기 분수에 맞지 않은 관람석에서 지켜보는 갤러리 손님은 자기 자리가 아닌 듯 불편하기만 하다. 무리해서 공연을 보기 때문에 이후 상황은 더 힘들 게 뻔하다. 즉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로 시작되는 두 번째 문단은 여곡마사를 도울 수 없다는 안타까움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되는 이유와 갤러리의 초라함 때문이 아닐까 싶다.


    소설 속 마지막 부분을 인용하면 ‘... 그녀는 그의 부축을 받으면서 발끝으로 높이 서서, 먼지에 휩싸인 채 두 팔을 벌리고 고개를 젖히며, 자신의 행복을 서커스단에 모두에게 나누어 주고 싶어 한다. 사실이 그러하기 때문에, 갤러리에 앉아 있던 사람은 발코니 난간에 얼굴을 대고, 마치 괴로운 꿈속으로 잠겨들 듯이, 마지막 행진에서 자신도 모르게 울고 있다.’(134쪽) 여기서 눈길이 가는 부분은 ‘행복’이라는 단어와 ‘사실이 그러하기 때문에’라는 부분이다. 즉 그것을 함께 생각하며 행복한 표정으로 공연을 마무리한 여곡마사가 가식이 아닌 실제로 행복하다는 것을, 이어지는 ‘사실이 그러하기 때문에’라는 표현이 사실이라고 체념하듯 인증한다. 체념한 것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갤러리 손님은 눈물을 흘린다. 자신의 초라한 삶이 있는 진짜 현실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는 것과 함께 자신과 다르게 아름답고 당당한 여곡마사의 모습이 대비되어 자신이 더 초라하게 느껴졌기 때문에 그런 마음이 눈물로 표출 된 것이다. 첫 문단은 즐거운 상상, 두 번째 문단은 무리해서 마주한 가식적인 현실, 그리고 소설이 끝나면서 고통이 있고 초라한 진짜 현실이 다가온다는 것을 눈물로 묘사한다.


    ‘마지막 행진’은 가식적인 현실이 끝나감을 동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손님이 눈물을 흘린 건 여곡마사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초라한 현실 때문이라고 볼 순 없을까. 손님은 그 공연 이전에 다른 공연에서든 혹은 공연이 아닌 상황에서든 여곡마사를 본 적이 있다. 그리고 그녀에 대해 사모하는 마음을 가진다. 하지만 그녀는 여느 서커스단에서 볼 수 있을 법한 학대받는 여성도 아니고 건강이 안 좋지도 않다. 그런 가정을 하게 된 건 손님의 현실이 초라하기 때문에 여곡마사의 현실도 초라하다면 그녀에게 다가갈 틈이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녀가 아프고 학대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런 그녀를 단번에 구원할 수 있는 돈과 힘이 손님에게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즉 첫 문단은 그런 손님의 행복한 상상이다. 손님에겐 행복하지만 그걸 위한 가정은 여곡마사의 불행을 전제한다. 그래서 앞서 언급한 것처럼 얼핏 소설 전체를 반대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두 번째 문단에서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하며 현실로 돌아온다.


    즉 첫문단은 그저 상상일 뿐이고 사실이 아니다라는 표현은 단순히 상상한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넘어 상상한 것과 반대라는 것으로도 확대해석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초라하고 불행한 사람은 여곡마사가 아니고 손님이며, 여곡마사는 건강하고 행복하게 공연하는 존재가 된다. 그럼에도 그 상황까지는 괜찮다. 돈을 훔치거나 빌려서 무리해서 좋은 관람석에서 공연을 보기 때문에 마음은 불편해도 공연장안에서 여전히 초라한 현실을 숨길 수 있다. 하지만 공연이 끝나가면서, 진짜 현실이 가까이 다가옴을 느낀다. 행복을 나눠주려는 여곡마사의 포즈는 가식으로 느낄 수도 있지만, 정작 갤러리 손님은 ‘사실이 그러하기 때문에’라고 말하며 가식이 아닌 진짜 행복한 미소로 공연을 마무리 했음을 말한다. 어쩌면 손님이 자신의 초라함에 대비해 여곡마사의 밝고 행복한 모습을 과도하게 보았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눈물을 흘림으로써 공연장에서의 가식적인 현실과 이별하고, 진짜 현실을 만나게 될 것을 여운을 주며 끝맺는다.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품위 없는 할머니」도 만날 수 있다. 화자인 손자가 할머니와 막내 삼촌을 대비해서 말하고 있다. 소설 속 화자인 손자의 태도와, 그에 대한 저자의 해석은 제목과 다르게 품위 없는 할머니는 실은 품위 없는 게 아니라 마지막 2년을 품위 있게 즐기며 살았다고 판단하는 반면, 막내 삼촌은 그런 할머니를 품위 없다는 식으로 묘사하는 것에 대한 은근한 비판적 시각이 있다. 저자의 설명에 의하면, 화자는 작가의 관점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들며 손자의 태도가 브레히트의 생각을 반영한다고 보기도 한다. 거기에서 나아가 손자가 옹호하는 할머니 자체가 브레히트의 현실 상황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자신의 입장을 자신이 옹호한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한다. 소설만 접했을 때는 소설 속 할머니의 변화된 삶이 눈길을 끌긴 했어도 그렇다고 큰 감흥 있는 소설은 아니었는데, 해설을 접하고 다시 보니, 소설이 담고 있는 은근한 메시지와 등장인물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 등에 대한 이해가 생겨, 소설이 좀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역시 다시 읽고 보니, 저자의 해설이 꽤 공감이 간다. 또한 소설속에서 중립적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말하는 듯 하면서 은근히 할머니쪽에 많이 기우는 손자의 태도 역시 이해가 간다. 하지만 다르게 바라볼 수도 있다.


    해설과 손자의 태도와, 반대로 막내 삼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 우선 관계에 주목한다면 막내삼촌과 할머니는 모자지간이다. 더구나 할아버지가 죽은 후, 유일하게 할머니 가까이에서 살고 있으며 할아버지의 작은 인쇄소를 물려 받아 운영했던 것도 막내 삼촌이다. 막내 삼촌은 화자의 아빠를 포함해 다섯 자식 중에서도 가장 할머니와 가까운 자식이라 할 만하다. 반면 화자인 손자는 할머니와의 관계에 있어, 살고 있는 지역도 관계도 막내 삼촌보다 긴밀하지 못하고 잘 알지도 못한다고 할 수 있다. 다음은 집안 형편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자세히 나와 있진 않지만, 화자인 손자의 집안은 생활에 여유가 있는 듯이 보인다. 즉 막내 삼촌의 형인 화자의 아빠가 여유있게 생활 정도의 수입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 화자인 손자도 물질적인 큰 어려움이 없다. 반면 막내 삼촌은 가족이 많고, 빚도 있었다. 몸도 가장 약하다. 그런 삼촌 입장이라면 할아버지(삼촌에겐 아빠)가 사망했을 때, 할머니가 사는 큰 집에 들어가거나 금전적인 보조를 받길 기대하는 건 크게 이상하지 않다. 물론 기본적으로는 형편에 관계없이 자식이 부모를 돌봐야 하고 금전적으로도 오히려 용돈을 줘야 한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다를 수도 있다. 다른 형제가 약간의 돈을 모아 할머니께 용돈을 주고 막내 삼촌은 가까운 곳에서 엄마(할머니)에 대해 다른 형제들에게 보고하는 일을 한다.


    다른 자식들도 같이 살진 않지만 막내 삼촌이 근처에 산다는 것이 엄마를 생각하면 심적으로 안심이 됐을 것이다. 짧은 소설에서 자세히 나와 있진 않지만, 막내 삼촌이 엄마에게 계속 물질적인 도움을 요구한 것 같진 않다. 다만 그러지 않는 엄마에게 실망감을 표출한다. 이 상황까진 제 3자 입장에서 보면 막내 삼촌의 마음이 이해 못할 수준은 아니다. 더구나 그것을 계속 요구한 게 아니라, 할머니의 거부의사를 받아들인 듯 하기 때문이다. 손자는 물질적으로 막내 삼촌의 어려움에 대한 이해가 없다. 손자는 할머니의 금전적인 도움에 대한 기대 자체가 없는데다, 집안 형편이 나쁘지 않기 때문에 할머니의 도움이 없어도 된다. 이렇게 화자와 화자가 평가하는 삼촌은 그 입장이 다르다. 삼촌의 보고에는 할머니(엄마)가 혼자 영화를 보러 가기도 하고, 사민당원이자 세상 구경을 많이 했다는 구두 수선공과 어울리며, 종종 가는 식당의 부엌데기인 반백치 여자와도 함께 어울린다. 그들과 그들의 기준에서 품위 없는 사람들을 욕을 하고 술을 기울이고 카드 놀이도 한다고 말했다. 삼촌의 아이한테는 사주지 않는 모자를 남인 그 여자에겐 장미꽃이 달린 모자를 사주기도 하고, 지금으로 치면 자동차라고 할 수 있는 화려한 마차도 주문한다. 얼핏 보면 편지로 전하는 삼촌의 할머니에 대한 보고가 험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그리고 막내 삼촌도 잘한 건 없다. 하지만 할머니는 품위가 없다고 볼 여지의 행동을 하고 있다. 작가와 화자 그리고 저자의 해설은 품위 없는 할머니라고는 했지만 사실은 품위가 있으며, 품위가 없는 쪽은 오히려 그런 할머니를 험담하는 삼촌이라고 말하는 것과 다르게 볼 수 있는 것이다. 보기에 따라 삼촌의 편지가 험담이 아니라 엄마를 걱정한다고 볼 수도 있다. 이전에 볼 수 없는 전혀 다른 행동과 가족을 대하는 모습을 바로 가까이서 마주하면 걱정 안 되는 게 이상하다. 가까이서 보는 것과 멀리서 삼촌을 통해 듣는 것과는 차이가 크다. 삼촌의 걱정처럼 구두수선공과 부엌데기가 할머니를 이용했을 수도 있다. 구두수선공이라는 점에서 이념적으로 세뇌시켰을 수도 있다. 소설에선 화자가 손자이고 할머니의 그런 상황조차도 삼촌의 편지를 통해서 아는 수준이기 때문에 자세히 언급되진 않지만, 할머니와 구두수선공, 부엌데기의 관계를 전혀 다르게 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화자는 그들이 할머니의 독립적인 삶에 활력소가 되는 긍정적인 친구로 보는 듯 하다. 하지만 과연 그렇게만 볼 수 있을까? 시대와 공간이 다르긴 해도, 노인 상대로 친절한 미소와 말동무 흉내를 내며 다가가는 범죄 사건이 제법 있다. 삼촌 입장에서 그들이 엄마를 나쁜 길로 인도하고 엄마의 재산을 빼돌리는 사람으로 걱정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삼촌의 걱정이 맞다고 보는 게, 할머니가 사망하고, 구두 수선공이 다른 지역에서 큰 구두 가게를 열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할머니는 이미 큰 집에 저당을 잡혔고, 그 중 많은 부분이 구두수선공에 갔을 가능성이 있다. 할머니는 친구라고 여겼던 그들이 사기꾼에 불과하며 오히려 그런 엄마를 걱정하는 아들을 자기 재산을 노리는 나쁜 아들이라고 여기는 어리석은 노인으로 볼 순 없을까. 2년간의 할머니의 생활은 자유롭고 독립적인 삶이 아닌 누군가에 조종되고 이용당한 삶이라고 볼 순 없을까. 소설에선 간접적으로 할머니를 옹호하는 내용을 추가로 언급한다. 할머니는 생각보다 흥청망청 쓰지 않았으며, 영화관에는 혼자간 게 아니라, 말벗이 되어준 신부랑 갔다는 식이다. 노인에게 말벗은 중요하다. 가족이 남보다 못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런 걸 감안하더라도 할머니의 태도는 좀 심한 면이 있다. 막내아들은 그렇다해도 화자의 아빠가 그 지역에 들렀을 때, 할머니가 사는 그 집에서 자라는 소리를 하지 않는 것도 너무 극단적으로 변했다고 볼 수 있다. 단 하루 아들에게 방을 내놓지 못할 만큼 할머니는 정상적이지 않다. 소설은 품위 없다고 받아들여지는 사람이 오히려 품위가 있다는 것을 반어적으로 강조하려는 듯 하지만, 어쩌면 정말 품위가 없을 수도 있다. 간접적으로만 조금씩 드러난 구두수선공은 보기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볼 수 있다.


    구두수선공을 할머니의 재산을 알고 우연을 가장해 접근해 친절한 말벗이 된 인물이고 볼수도 있다. 노인도 독립적인 삶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아들이 가난하다고 해서 자기 집에 많은 가족을 데리고 부모집에 들어가는 것은 충분히 거부감이 들 수 있다. 할머니가 막내 아들의 가족을 받아들이지 않은 건 잘한 선택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남보다도 못하게 아들을 외면하는 건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할머니가 품위가 없다는 이유와, 구두수선공의 은근한 조종이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 모든 추측의 근거는 할머니의 재산을 결과적으로 남인 구두수선공이 가져갔다는 사실 때문이다. 자신이 쓸 만큼의 돈보다 여유가 있다면 어렵게 사는 아들에게 좀 도와주면 어떤가. 돈 관계에 있어 조금 도와주다보면 계속 요구할 상황 때문에 그랬다면, 왜 구두수선공에 많은 돈을 줬어야 하는가. 결국 품위없는 할머니가 생애 마지막 2년을 사기꾼인 구두수선공의 농락에 휘말려 품위있는 줄 착각하며 돈을 조금씩 뜯기고 이용당했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어쩌면 처음부터 범행을 노리진 않았더라도 할머니와 대화를 하면서 할머니가 혼자 살고 재산이 있다는 등의 정보를 획득하면서 말벗으로 시작한 관계가 범행으로 발전했을 수도 있다.


    부엌데기와도 함께 어울렸다고 했다는데, 처음부터 계획하지 않았더라도 셋이 함께 어울렸다면 이후 부엌데기와 구두수선공이 할머니를 이용하기 위한 계획을 함께 짰을 수도 있다. 어쩌면 그 부엌데기는 구두수선과의 아내가 되어 사모님 소리를 듣고 있을 지도 모른다. 할머니는 삼촌에게 말 자체를 거의 안했기 때문에 소설에 드러나지 않은 많은 범행 흔적들이 감춰져 있을지 모른다. 그걸 막내 삼촌은 그나마 어렴풋이 감지하고 그런 걱정을 편지에 담은 것이다. 결국 소설은 비록 할머니와 손자와의 관계가 있긴 해도, 거의 제3자의 입장에서 여유롭게 바라보는 시각과, 할머니 가까이에서 어렵게 지내는 삼촌의 입장이 전혀 다름을 알 수 있다. 품위가 없는 건 막내 삼촌이 아니라, 화자인 손자다. 그리고 할머니는 품위가 없다기보다는 어리석음으로 인해, 자식이 아닌 남의 말만 귀기울이고  이용당하고 재산을 뜯긴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화자가 손자가 아닌, 막내 삼촌이나 구두수선공, 혹은 할머니가 화자였더라도 품위 없는 인물이 전혀 다르게 평가 될 수 있다. 물론 브레히트가 그 단편에서 담고자 했던  의도는 저자의 해설쪽일 것이다. 하지만 소설 자체만 볼 때는 앞서와 같이 전혀 다르게 바라볼 수도 있는 것이다.

  •       표지와 양장본만으로도 소장가치가 높은 책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헤벨, 카프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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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와 양장본만으로도 소장가치가 높은 책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헤벨, 카프카, 브레히트, 보르헤르트, 뵐, 괴테, 뮐러에 이르기까지 독일 문화를 꽃 피웠던 대문호들이 쓴 단편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다. 이 책의 구성은 작가에 대한 이력을 시작으로 단편 작품을 소개하고 이에 대한 해설을 다는 방식으로 되어 있다. 책 제목을 <고통의 해석>으로 지은 데에는 필경 단편 속에 담긴 인간이 필연적으로 가지는 삶에 대한 고통과 의미를 통해 역설적인 희망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역시 대문호가 쓴 단편이라서 그랬을까? 전문을 읽고나면 인간에 대한 부분들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에 대해 저자의 해설이 들어가니 작품을 더 깊이 있게 알 수 있다. 왜 그 작품을 쓰게 되었는지 작가의 의도나 인간애에 대한 모습까지 팟캐스트 방송을 듣는 것처럼 책을 읽을 맛이 날 만큼 뛰어난 구성을 보여주는 책이다.


    문학작품을 깊이 있게 알고 싶었는데 마침 좋은 기회다 싶은 책이다. 우린 소설을 통해 삶의 다른 이면을 간접경험해 볼 수 있으며, 전해져오는 감동의 울림은 깊이가 있다. 우리가 책을 읽을 때도 단지 재미만을 추구하지 않는다면 더욱 심오한 내면까지 파고들어서 그들의 관계와 마음도 들여볼 수 있을 듯 싶다. 누구나 그렇듯 자신이 느끼는 것과 해석은 다를 수 있다. 삶의 진리는 것도 인간의 고통과 존재적 의미들도 심도있게 그려낸 작가적 시점에서 쓴 대문호의 단편들을 통해 더욱 삶을 성찰할 수 있게 된다.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읽어도 후회없을만큼 구성과 해석이 잘 잡힌 책이다. 그리고 이 책이 가진 장점은 또 있는데 긴 글은 읽기 꺼리는 사람이라면 가벼운(?) 단편을 읽고난 뒤 해석까지 읽고나면 작품에 대한 흥미를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통해서 문학작품을 읽고 삶의 희망을 깨닫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인간에 대한 성찰은 냉혹한 현실을 이겨내기 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실용서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근본적으로 삶의 한가운데도 들어가 단편들을 쓰게 된 배경과 현실을 직시할 수 있었으면 한다. 간만에 좋은 책을 만난 것 같아 흡족한 마음에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좋은 문학작품은 균형 있는 인간을 만들고, 그의 내적 조화는 인간적 관계의 형성에 영향을 준다. 좋은 문학작품을 읽으면서 공부하는 것은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세상의 비밀을 찾아내고 세상의 지혜를 익혀서 자신의 삶을 풍성하게 만들고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노력인 것이다.

  •     [고통의 해석]에 관해 처음 알게 됐을 때 이 책이 반가웠던 건 독일 소설들을 다루고 있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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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통의 해석]에 관해 처음 알게 됐을 때 이 책이 반가웠던 건 독일 소설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독일문학을 부러 멀리한 것은 아니었는데도 내게 독일문학은 낯설다. 작품을 두 권 이상 읽어본 독일작가는 괴테, 헤세, 카프카 정도인 것 같다. 여기에 베른하르트 슐링크나 제바스티안 피체크, 파트리크 쥐스킨트 같은 작가를 보탤 수도 있을 테지만, 민망한 수준이다. [고통의 해석]에는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작가가 다섯 명이나 소개돼 있고, 여기에 평생을 독일문학에 헌신해 온 저자 이창복 교수의 해설까지 실려 있으니 내가 이 책을 반길 수밖에.

     

    이 책의 형식에 관해서 말해야 할 것 같다.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은 단편들 가운데도 짧은 편이라고 할 수 있는데, 몇몇은 손바닥 장(掌) 자를 쓰는 장편(掌篇)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그런데 각 단편에 딸린 해설은 그보다 몇 배쯤 길다. 자칫 독자에게 부담을 줄 수도 있는 형식이다. 사실 나도 처음에는 이런 형식이 좀 부담스럽게 느꼈지만, 나중에는 긴 해설에 고마움을 느끼기까지 했다. 긴 해설 덕분에 ‘소설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좋은 답변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페터 헤벨의 <예기치 않은 재회>를 해설하면서 시간의 부사와 ‘그리고’라는 접속사가 반복된 것에 주목하라거나, 보르헤르트의 <밤에는 쥐들도 잠을 잔다>의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이 어떻게 긴장을 일으키는지를 보여준다. 저자는 작가가 사용한 지시대명사 하나의 의미까지도 놓치지 않고 설명해 준다. 하인리히 뷜이 <다리 옆에서>의 첫 문장에 ‘그들’이라는 지시대명사를 넣었던 것이 전체 소설의 주제와 어떻게 관련을 맺는지 나는 저자의 설명을 듣고서야 깨닫게 되었다.

     

    그런데, 이 책에는 문학 교양서 이상의 무언가가 더 있다. 이는 책 뒤표지 ‘어떻게 고통과 함께 살아갈 것인가’라는 카피 문구에서 예고된 것이기도 하다. ‘어떻게 하면 고통을 치유 받을 수 있는가’라는 문구였다면, 이 책은 독일문학 교양서 이상의 감흥을 내게 불러일으키지 못했을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삶에서 고통은 어쩔 수 없이 따라다니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의 해설은 단순히 문학적 의미를 되짚어주거나 가치를 따지는 것을 넘어서 삶의 고통을 어떻게 껴안고 넘어설 것인지의 문제에까지 이른다. 이를 테면 저자는 카프카의 <법 앞에서>를 해설하며 이렇게 말한다. “망설임은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고통이기 때문에 망설일 수 없으며, 그래서 망설임은 망설일 때 죄악이며 고통이 된다. 스스로 가야 할 길은 나만이 갈 수 있다. 아무도 대신 가줄 수 없다.” 우리가 고등학교 시절 읽었던 문학 자습서에 나오는 해설이 아니다. 나는 저자의 해설을 통해 내 삶을 점검하고 내 발이 진정으로 내딛어야 할 곳이 어디인지를 가늠해 본다.

     

    이 책에서 내 머리와 마음을 가장 세게 두드린 소설은 하이너 뮐러의 <철십자 훈장>이다. 어느 정도냐면, 이 단편과 그에 딸린 해설만으로도 [고통의 해석]을 읽을 가치가 있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다. 히틀러의 자살 소식을 듣고 그 같은 방법으로 아내와 딸을 죽인 뒤 자살하려는 한 히틀러 추종자의 이야기다. 뵐은 이 소설에서 인간이 만들어 낸 ‘나치’라는 괴물이 어떻게 인간을 잡아먹는지 장인의 솜씨로 압축해 보여준다. 그 솜씨가 너무도 정교해서 나는 쉽사리 소설 속 인물을 비난할 수 없었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사회에서 활개치고 다니는 괴물을 떠올리면서 동시에 내 안에 웅크리고 있는 괴물을 응시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오랜 세월의 노예생활과 짧은 자유의 세월을 만끽했으며 인생이라는 빵을 마지막 부스러기까지 알뜰하게 다 드셨던 것이다.” 브레히트는 <품위 없는 할머니>라는 단편을 이렇게 끝맺는다. 내가 이 책에서 만난 가장 멋진 문장이기도 하다. 세상에는 평생을 살며 자신이 다 먹을 수 없을 만큼 빵을 부풀려놓고는 한 조각은커녕 부스러기도 먹지 못한 채 죽는 사람이 있다. 그런가 하면 남이 보기에 보잘 것 없는 빵이지만 그런 빵을 맛나게 먹고 남에게 나눠주는 이도 있다. 어떻게 먹든 개인의 자유이지만, 이왕 먹는 것 맛있게 먹는 편이 좋지 않을까? [고통의 해석]은 ‘인생이라는 빵’을 어떻게 맛있게 먹을 수 있는지 일러주는 책이다. 그리고 그 빵을 다른 이들과 함께 먹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고통의 해석]을 읽고 내가 풍족한 포만감을 느꼈던 것은 바로 그 때문일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 [서평] 고통의 해석 | kg**i | 2015.04.08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서평] 고통의 해석 [이창복 저 / 김영사]   세상에 수많은 사람이 존재하듯이 세상에는 수많은 고통이 존재한다...

    [서평] 고통의 해석 [이창복 저 / 김영사]

     

    세상에 수많은 사람이 존재하듯이 세상에는 수많은 고통이 존재한다. 옛날에는 전쟁으로 인해 수많은 부모나 자식을 잃은 고통부터 시작해서 사랑을 잃은 슬픔, 친구와 싸운 고통, 실패에 의한 좌절, 미래를 향한 불안감, 외로움, 고독함 등 수많은 고통이 존재하고 어느 순간 예고도 없이 불쑥 찾아온다. 그렇기 때문에 고통이기도 한데 이런 고통에 허우적거리지 않고 좌절하지 않으며 고통을 극복하고 이겨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의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무한경쟁 시대에서 어느 세대를 막론하고 꿈과 목표를 가진 사람은 누구나 열정과 기대로 아플 수밖에 없다고. 그런데 오늘날 민주주의 시대에 사는 현대인은 누구나 노력하면 행복할 수 있다고 쉽게 믿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행복을 바라는 개인의 바람과 바람을 이루기 힘든 현실 사이의 괴리가 크기 때문에 행복에 대한 스트레스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양한 시련과 위기와 고난에 대처하는 지혜가 치유의 방법으로 필요했고 그로 인해 힐링문화가 범람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그에 맞게 따뜻한 격려와 위로를 하고 희망을 주는 역할을 하는 수많은 책들이 나왔지만 아프지 말고 행복하라는 힐링의 메시지에는 부작용이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 부분은 나도 몇 권의 책을 읽으면서 몇번 느꼈던 것이다. 짧은 기간에 비슷한 힐링의 내용을 담고 있는 수많은 책들이 출간되는데 아무리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이야기가 좋다지만 간혹 책 속에 담겨있는 내용과 현실적인 세상 모습에서 괴리감을 느끼고 당혹스럽기도 했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는 제대로 된 진단과 처방으로 문학을 인문학적 관점으로 바라보고 이야기한다.

     

    여기에서 다루는 문학 작품들은 거의가 독일 김나지움의 교과서에 실려있는 작품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독일 작가들의 독일 문학사적으로 의미있고 완성도 높은 19개의 단편에 대해 다룬다. 처음에 목차를 보니 독일 중등 교과서에 실리는 좋은 문학작품들 임에도 불구하고 몇몇의 작가들의 이름만 알 뿐 작품은 하나도 접해본 적 없던 작품들이었다. 그래서 더 들뜬 마음에 기대하면서 책을 펼쳤다. 괴테부터 카프카, 볼프강, 뮐러 등 독일 대문호들의 짧은 소설 속에는 정말 깊은 고통과 아픔이 담겨있다.

     

    작가들이 활동했던 근현대시대에는 산업화와 근대화, 자본주의적 체제, 비약적인 경제발전 등의 긍정적인 변화가 많았지만 무엇보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라는 끔찍한 전쟁을 겪어야 했다. 그로 인해 그 시대는 지금보다 더 불우한 상황이었으니 인간이 고통받는 것은 더욱 극심했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전쟁에 보내고 돌아오지 않는 이를 기다리며 끝없는 절망을 마주하고 사회적 변화에 사람들은 존재적 불안과 소외감을 느꼈다. 여기서 만나는 짧은 작품들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그래서 더욱 남의 일 같지 않고 더욱 와 닿는다. 인간의 모든 심리를 간접적으로나마 만날 수 있는 것이 문학들이고 인생의 깊은 의미와 가르침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는 이 작품들을 이해함으로써 우리는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것이다.

     

    역시 책은 목차와 책 소개를 보고 만나야 한다. 단순히 겉에 있는 제목과 표지만 보고 판단하면 안된다. 이 책 역시 제목과 표지만 보면 고통이라는 주제가 너무 심오할 듯 하여 피해갈뻔 했지만 독일 대문호들의 작품을 다루고 있기에 내심 기대하면 읽었는데 역시 너무 좋았다. 뭐랄까. 이 책을 이야기하자면 인간의 진짜 삶은 이런 것이다, 고통없는 삶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했다. 짧은 단편 속에 담긴 그 수많은 고통들을 우리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함께 살아가야만 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데, 아픔과 고통과 함께 살아가는 진정한 삶의 지혜를 즐거운 마음으로 접했다고 할 수 있다. 요즘 쏟아지는 힐링 도서들보다 훨씬 더 현실적인 위안을 받으며 삶의 가르침을 만나고 힐링이 되는 느낌이랄까. 거기에 내가 접하지 못했던 여러가지 단편 작품들까지 만나는 즐거움까지 느꼈던, 너무 가치있고 의미있는 책이었다.

     

     

  • 고통의 해석 | he**hj | 2015.04.08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작년부터 인성에 대한 인식이 재조명되면서 인문학이 주목 받기 시작했다. 언론매체를 통해서 본 우리네 삶은 각박하고 메말라서 입...
    작년부터 인성에 대한 인식이 재조명되면서 인문학이 주목 받기 시작했다. 언론매체를 통해서 본 우리네 삶은 각박하고 메말라서 입김만 불어도 모래먼지가 한가득 마음의 공간을 채우고도남을 정도인것 같다. 자살률1위, 이혼률1위, 교통사고률1위, 행복지수 최하위 등 무엇이 우리의 삶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개인의 문제일까? 사회적 문제일까? 교육의 문제일까? 이 책 고통의 해석에서 그 해답을 찾고자 읽게 되었다. 고통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은 그리 좋지 않다. 아프고 괴롭고 되도록이면 이 고통이라는 감정을 피하고 싶다. 그러나 고통이 피해야만 하는 감정은 아니다. 고통없는 인생은 없으며 고통속에서 인생을 배워간다. 저자는 인생은 고통에서 양분을 얻는다라고 독일 문호 프리드리히 횔덜린이 말했다고 한다. 저자는 말한다. 어느날부터 힐링문화가 대두되면서 도서시장에서도 온갖 힐링관련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일시적,개인적,자족적인 위로일뿐 이여서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근본적인 치유를 위한 올바른 진단과 처방을 위해서는 다양한 독서와 사회적 경험을 통해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 방법중에 인문학을 꼽았다. 그래서 인문학을 제대로 하기 위한 해설서를 집필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이 책이다. 독일 문학작품을 통해서 인생의 고통에 대해서 올바르게 볼 수 있는 눈을 키울수 있는 힘을 길러지기를 바라며 첫장을 넘겼다. 이 책의 구성은 총 일곱명의 독일 문학작품을 쓴 작가를 저자가 대표적인 작품을 소개해주고 그 작품이 탄생된 배경지식과 작품에 대해서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이야기하고 있다. 꼭 책 읽어주는 남자같은 느낌이였다. 독일문학작품하면 괴테가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왠지 무겁고 딱딱해서 읽기 어려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독일문학작품은 이름만 알뿐 접해보지를 안았다. 그래서 저자의 해설은 작품에 대해서 새롭게 다가갈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고 각각의 작품들 속에 숨어있는 배경지식을 통해서 그 시대의 생활모습과 문화 그리고 현재의 사회모습을 비교해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독서에 대해서 새롭게 접근해서 볼 수 있는 폭 넓은 시야를 가져야겠다는 생각도 가지게 되었다. 단편적인 형상만을 봐라보는 시각에서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기르는 힘. 이것이 현재의 고통과 행복을 바로 볼수 있는 접근법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인문학을 통해서 우리는 무엇을 바라봐야하는지 조금은 배우게 되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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