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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들(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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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쪽 | 양장
ISBN-10 : 8936476971
ISBN-13 : 9788936476977
이민자들(양장본 HardCover) [양장] 중고
저자 W. G. 제발트 | 역자 이재영 | 출판사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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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22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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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시리즈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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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와 상실의 시대를 위로하는 위대한 문학
전세계 작가들이 경의를 표하는 거장
제발트 탄생 75주년 기념 개정판 출간

생전에 단 네권의 소설을 남겼지만 ‘제발디언(Sebaldian)’이라는 용어가 생길 만큼 전세계적으로 수많은 추종자를 양산한 20세기 말 독일문학의 위대한 거장 W. G. 제발트의 대표작인 『토성의 고리』와 『이민자들』이 작가 탄생 75주년을 맞아 새로운 모습으로 독자들을 만난다. 국내에 제발트를 처음으로 소개한 『이민자들』이 출간된 지 11년, 『토성의 고리』가 출간된 지 8년 만이다. 이번 개정판은 한국에도 출간된 『커버』 『책을 읽을 때 우리가 보는 것들』의 저자이자 세계적 북디자이너 피터 멘델선드가 작업한 New Directions판 제발트 시리즈 표지로 선보인다. 본문 전체를 원문과 다시 대조해 전반적으로 표현들을 다듬고 몇몇 오류를 바로잡아 번역의 엄밀성을 높였다. 또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옮긴이주를 보강하고 외국어 고유명사의 표기법도 새로이 손보았다. 특히 『이민자들』의 경우 흐릿했던 사진들의 화질을 개선하고 크기와 배열도 독일어판 원서에 가깝게 실었다. 더욱 정제된 표지와 본문으로 단장한 이번 개정판은 너무 일찍 우리 곁을 떠난 작가를 그리워하는 제발디언들에게는 또 한번의 감동을, 제발트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발견의 기쁨을 선사할 것이다. 『르몽드』의 평처럼 “제발트의 작품을 아직 읽지 않은 사람들은 행복한 사람들이다. 진정한 발견의 기쁨을 누릴 기회를 여전히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저자소개

저자 : W. G. 제발트
1944년 독일 남단 알고이 지방의 베르타흐에서 태어났다. 프라이부르크 대학과 프리부르 대학에서 독문학과 영문학을 공부했다. 1966년 영국으로 이주해 1968년 맨체스터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1970년부터 노리치의 이스트앵글리아 대학에서 강의하며 1973년에 알프레트 되블린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5년 뮌헨의 독일문화원에서 잠시 근무하기도 했다. 1988년부터 이스트앵글리아 대학의 정교수로 취임해 독일문학을 가르쳤으며, 이듬해 영국문학번역센터를 창립했다. 2001년 12월, 노리치 근처에서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1980년대 후반부터 발표하기 시작한 그의 작품들은 먼저 영국과 미국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켜 쑤전 쏜택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으며,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자주 거론되었다. 오히려 독일 문단의 관심이 뒤미쳐 『이민자들』이 독일에서 발표된 이후 비로소 평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사회의 주변인, 이민자, 유대인 들의 삶에 주목하면서 역사와 문명의 크고 작은 재앙들을 성찰하는 작품들을 발표한 그는 지금까지도 세계적으로 가장 활발히 논의되는 독일 출신 작가 중 한 사람이다. 주요 작품으로 『이민자들』(1992) 『토성의 고리』(1995) 『아우스터리츠』(2001) 외에 『자연을 따라. 기초시』(1988) 『현기증. 감정들』(1990) 등이 있고, 다수의 에세이를 발표했다. 페도르말호 시문학상, 베를린 문학상, 요하네스보브로프스키 메달, 북독일 문학상, 에두아르트뫼리케 문학상, 하인리히뵐 문학상,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도서상, 하인리히하이네 문학상, 요제프브라이트바흐 문학상, 브레멘 문학상,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등을 수상했다.

역자 : 이재영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와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 철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 성신여대, 이화여대 등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창비신인평론상과 시몬느 한독문학번역상을 수상했다. 옮긴 책으로 『이민자들』 『빌헬름 텔』 『토성의 고리』 『철학의 탄생』 『빛이 사라지는 시간』 『아름다움의 구원』 『노래의 책』 등이 있다.

목차

헨리 쎌윈 박사
: 기억은 최후의 것마저 파괴하지 않는가

파울 베라이터
: 어떤 눈으로도 헤칠 수 없는 안개무리가 있다

암브로스 아델바르트
: 내 밀밭은 눈물의 수확이었을 뿐

막스 페르버
: 날이 어둑해지면 그들이 와서 삶을 찾는다

옮긴이의 말

책 속으로

네겔리는 전쟁소집령이 내려온 직후에 오버아르휘테에서 오버아르로 가다가 사고를 당해 실 종되고 말았습니다. 아레 빙하의 크레바스에 빠져 추락사한 것으로 추정되었지요. 병영에서 군복을 입고서 처음 받은 편지들 중 한통에서 이런 소식을 읽게 되었는데,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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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겔리는 전쟁소집령이 내려온 직후에 오버아르휘테에서 오버아르로 가다가 사고를 당해 실
종되고 말았습니다. 아레 빙하의 크레바스에 빠져 추락사한 것으로 추정되었지요. 병영에서 군복을 입고서 처음 받은 편지들 중 한통에서 이런 소식을 읽게 되었는데, 그뒤로 나는 심한 우울증에 빠져 의병 제대를 할 뻔했어요. 나 자신이 눈과 얼음 속에 파묻힌 것 같은 기분에서 벗어나지 못했지요.(24면, 「헨리 쎌윈 박사」 중에서)

란다우 부인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1939년 파울이 독일로 돌아간 것도, 전쟁이 끝난 후에 그가 자신을 몰아냈던 S시로 돌아가서 교편을 잡은 것도 정상적인 일은 아니었어요. 물론 다시 학교로 돌아가고 싶었던 마음은 이해할 수 있어요. 그는 천성적으로 아이들 가르치는 일을 좋아했으니까요. (…) 그리고 아마도 그는 좋은 교사로서 불행한 십이년의 세월을 어떻게든 끝맺고, 산뜻하고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테지요. 하지만 이건 반쪽의 설명도 못돼요.(73면, 「파울 베라이터」 중에서)

그는 나중에 이런 글귀를 추가했다. 기억이란 때로 일종의 어리석음처럼 느껴진다. 기억은 머리를 무겁고 어지럽게 한다. 시간의 고랑을 따라가며 과거를 뒤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끝간 데 없이 하늘로 치솟은 탑 위에서 까마득한 아래쪽을 내려다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185면, 「암브로스 아델바르트」 중에서)

아버지는 곧 영국 영사를 매수해서 내 비자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네. 어머니는 내가 떠난 뒤에 곧 뒤따라 영국으로 오실 생각이었지. 마침내 아버지가 독일을 떠날 결심을 했다고 하시더군. 필요한 준비만 마치면 즉시 오시겠다고 했어. 그러는 사이에 내가 떠날 날이 왔네.(235면, 「막스 페르버」 중에서)

제발트는 이 작품 속 인물들을 실제로 만나보았다고 한다. 언젠가 그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이 살았던 곳들을 찾아가본 것이다. 물론 제발트가 서술하는 이야기가 모두 사실인지는 알 수 없다. “나는 일체의 값싼 허구화의 형태들을 끔찍하게 생각한다. 나의 매체는 소설이 아니라 산문이다”라고 말한 바 있는 제발트의 작품에서 허구와 현실의 경계는 분명하지 않다.(315면, 「옮긴이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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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폐허와 상실의 시대를 위로하는 위대한 문학 전세계 작가들이 경의를 표하는 거장 제발트 탄생 75주년 기념 개정판 출간 생전에 단 네권의 소설을 남겼지만 ‘제발디언(Sebaldian)’이라는 용어가 생길 만큼 전세계적으로 수많은 추종자를 양산...

[출판사서평 더 보기]

폐허와 상실의 시대를 위로하는 위대한 문학
전세계 작가들이 경의를 표하는 거장
제발트 탄생 75주년 기념 개정판 출간

생전에 단 네권의 소설을 남겼지만 ‘제발디언(Sebaldian)’이라는 용어가 생길 만큼 전세계적으로 수많은 추종자를 양산한 20세기 말 독일문학의 위대한 거장 W. G. 제발트의 대표작인 『토성의 고리』와 『이민자들』이 작가 탄생 75주년을 맞아 새로운 모습으로 독자들을 만난다. 국내에 제발트를 처음으로 소개한 『이민자들』이 출간된 지 11년, 『토성의 고리』가 출간된 지 8년 만이다. 이번 개정판은 한국에도 출간된 『커버』 『책을 읽을 때 우리가 보는 것들』의 저자이자 세계적 북디자이너 피터 멘델선드가 작업한 New Directions판 제발트 시리즈 표지로 선보인다. 본문 전체를 원문과 다시 대조해 전반적으로 표현들을 다듬고 몇몇 오류를 바로잡아 번역의 엄밀성을 높였다. 또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옮긴이주를 보강하고 외국어 고유명사의 표기법도 새로이 손보았다. 특히 『이민자들』의 경우 흐릿했던 사진들의 화질을 개선하고 크기와 배열도 독일어판 원서에 가깝게 실었다. 더욱 정제된 표지와 본문으로 단장한 이번 개정판은 너무 일찍 우리 곁을 떠난 작가를 그리워하는 제발디언들에게는 또 한번의 감동을, 제발트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발견의 기쁨을 선사할 것이다. 『르몽드』의 평처럼 “제발트의 작품을 아직 읽지 않은 사람들은 행복한 사람들이다. 진정한 발견의 기쁨을 누릴 기회를 여전히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W. G. 제발트, 현대 유럽문학의 한 절정을 보여준 작가

W. G. 제발트는 1944년 독일에서 태어나 2001년 영국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하기까지 네권의 소설과 세권의 시집 외에 몇몇 에세이를 출간했을 뿐임에도 여전히 유럽 문단에서 가장 활발히 논의되는 작가이며 생전에 그가 수상한 문학상의 목록은 길고도 길다. 생전에 무수히 많은 문학비평에서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작가의 한 사람으로 다뤄졌고, 장차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역설되기도 했다. 스웨덴 한림원의 종신위원인 호라세 엥달은 2007년 인터뷰에서 살아 있었으면 노벨상을 수상했을 최근 작고한 작가 중 한 사람으로 제발트를 꼽기도 했다.
1980년대 후반부터 발표하기 시작한 제발트의 작품들은 영미권에서 먼저 뜨거운 호응을 받았고, 특히 쑤전 쏜택은 그의 작품의 열렬한 옹호자였다. 제발트의 작품이 집중해서 다루는 주제는 개인적·집단적 기억이다. 사회적 주변인, 이민자, 유대인 들의 초라하고 왜소한 삶에 주목하며 역사의 크고 작은 재앙을 성찰하는 그의 작품은 홀로코스트를 원죄로 간직한 늙은 대륙 유럽의 새로운 문학적 가능성으로 지금도 끊임없이 독자들과 호흡하고 있다.

네명의 이민자 이야기를 담은
팩트와 픽션을 결합한 시적인 소설

작가에게 커다란 명성을 가져다준 『이민자들』에서 제발트는 ‘어둠의 가장자리’를 더듬는다. 섬세한 감성과 시적인 문체, 때론 짓궂은 유머감각을 동원해 유럽에 고향을 두었지만 자의로든 타의로든 다른 나라로 떠난 네 이민자의 삶과 결코 채워지지 않는 그리움, 치유되지 않는 고통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들은 나이가 들면서 위안 없는 삶을 절감하고 삶을 마감한다. 네편의 공통 화자로 등장하는 나(작가의 분신)는 예전에 영국에서 세들어 산 집의 주인이던 헨리 쎌윈 박사, 독일 고향 마을의 초등학교 선생님이던 파울 베라이터, 미국으로 이주해 은행가 가문의 집사로 지냈던 친척 할아버지 암브로스 아델바르트와 1960년대 후반 영국으로 이주했을 당시 알게 된, 독일 출신의 유대인 화가 막스 페르버의 삶을 재구성하려 시도하면서 동시에 간접적으로 자신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 자신 또한 스무살이 갓 넘은 나이에 영국으로 이주해 이민자, 이방인으로서 살아온 인물이다. 작가는 이름도 없이 파묻힌 역사의 개별자를 기억하기 위해 그들을 알고 있는 여러 사람의 증언을 녹취하고 자료를 조사하고 사진을 수집할 뿐만 아니라 직접 그 현장을 두루 여행한다. 그 결과로 현실과 허구를 오가며 팩트와 픽션을 절묘하게 결합한, 잘 짜인 시적 소설이 탄생한다. 특히 이 작품을 독특하게 하는 요소 중 하나는 편마다 삽입된 흐릿한 흑백사진이다. 이 사진들은 회상과 픽션을 놀라우리만치 정밀한 구성으로 광범위하게 뒤섞은 작품의 사실성을 강조해준다. 실재성을 증명하는 가장 뚜렷한 증거이면서 한편으로는 기억 속에서 방금 끄집어낸 듯한 사진의 흐릿함은 덧붙여진 세월의 무게와 기억의 왜곡(즉 소설적인 것)을 강렬하게 대비시킨다.

첫번째 이민자, 헨리 쎌윈 박사: 기억은 최후의 것마저 파괴하지 않는가

헨리 쎌윈 박사는 화자 ‘나’가 영국에서 만난 의사로, 나는 정원이 있는 황량한 쎌윈의 집에 세들어 살게 되면서 그의 과거사와 현재의 상심에 대해 알게 된다. 쎌윈은 젊은 시절 절친한 친구였던 네겔리를 잃고 평생을 어둠과 침울함 속에서 보냈다. 네겔리는 쎌윈이 베른에서 지내던 시절 산에서 알게 된 산악인이었다. 21세이던 쎌윈은 65세의 네겔리를 처음 만나던 때부터 호감을 가졌고, 그들은 알프스의 여러 봉우리를 돌아다녔다. 쎌윈은 그와 함께 있을 때 느낀 편안함을 그후로 다시는 느끼지 못했다. 전쟁이 발발해 영국으로 돌아온 쎌윈은 징집을 앞두고 네겔리가 크레바스에 빠져 실종됐다는 편지를 받고는 우울증으로 의병 제대를 할 뻔할 만큼 깊은 상실감에 빠진다(“나 자신이 눈과 얼음 속에 파묻힌 것 같은 기분에서 벗어나지 못했지요”). 부유한 아내와 결혼해 성공한 의사로 생활한 그후의 삶에서도 상실감은 서서히 쎌윈을 갉아먹는다. 유대인으로 제1,2차세계대전을 겪으며 부인과 불화하고, 1960년 이후로는 의사생활을 접고 정원에서 ‘사람이 아닌 것들’만 대하며 살아온 삶이었다. 나에게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고 며칠 뒤 쎌윈은 사냥총으로 자살하고 만다. 그의 자살소식을 들은 얼마 뒤, 실종된 지 70여년이 지난 어느날 나는 우연히 산악인 네겔리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보도를 접한다. 그렇게 죽은 자들, 사라진 것들은 이 세상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두번째 이민자, 파울 베라이터: 어떤 눈으로도 헤칠 수 없는 안개무리가 있다

1984년 고향 마을 S시에서 보내온 우편물에서 나는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이던 파울 베라이터의 자살소식을 알게 된다. 그의 부음을 전하는 S시의 회보는 자살은 언급하지 않은 채 교사로 헌신한 그에 대한 무성의한 찬사만 싣고 있다. 몇년 뒤 고향을 방문한 나는 그의 삶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란다우 부인과 이야기하면서 고통스러운 기억을 안고 스러진 파울의 반생을 정밀하게 복원한다. 타고난 선생으로 학생을 끔찍이 사랑하고 독창적인 수업방식으로 교실을 활기차게 해준 파울이 때로 불행의 화신처럼 보이던 연원에 대해서. 젊은 시절 자신을 비추는 물의 거울 같던 연인을 유대인 강제수용소로 떠나보내고, 그 자신은 4분의 3은 아리안으로 4분의 1은 유대인으로 나치군에 복무해야 했던 시절 가족이 겪은 박해에 대해서. 군인으로 독일의 전장을 두루 돌면서 “사람의 가슴과 눈이 도저히 견뎌낼 수 없는 것들을 숱하게 보았을” 그는 전후 밀실공포증에 시달렸고, 아이들을 그토록 사랑했음에도 결국 교실에 설 수 없게 됐다. 독일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그 자신은 결국 이민자의 한 사람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파울 베라이터는 평소에 늘 선로의 끝(종착역)을 죽음이라 생각하던 강박증대로, 기차선로에 누워 최후를 맞이한다. 전쟁을 겪고도 독일로 돌아갈 것을 선택하기 직전에 파울은 쓴다. “우리는 항상 2000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에 있었다. 하지만 어디로부터?”

세번째 이민자, 암브로스 아델바르트: 내 밀밭은 눈물의 수확이었을 뿐

1981년 1월 나는 미국 뉴어크로 날아가 오랫동안 내 기억의 한 장면을 이룬 흑백사진 속의 미국 친지를 방문한다. 그중 한 사람인 피니 이모에게서 어머니의 외삼촌이던 암브로스 아델바르트 할아버지에 대해 듣게 된다. 가난한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나 어린 나이로 가족을 부양해야 했던 환경에서도 타고난 성실성과 놀라운 능력으로 호텔 급사로 출세한 암브로스 할아버지. 제1차세계대전 전 험악한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스위스로, 일본으로, 급기야는 미국 대부호의 집사로 떠돌았던 그는 “수많은 일을 아주 정확하게 기억하기는 하지만, 그런 기억들을 자기 자신과 연결시켜주는 추억은 거의 갖고 있지 못한” 채 평생을 살아야 했다. “나는 외삼촌이 혹시 꼬르사꼬프증후군(만성 알코올중독으로 인한 건망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기도 했어. 너도 아는지 모르겠다만, 그 병에 걸린 사람은 상실된 기억을 자기가 만들어낸 환상으로 보충한다고 해. 어쨌든 외삼촌이 그렇게 지난날에 대한 이야기를 할수록 점점 더 상태가 악화되었지”라고 피니 이모는 그의 수십년에 걸친 고향과의 단절을 묘사한다. 암브로스가 잃어버린 세계는 그가 관계 맺은 다른 집안들의 흥망사 속에서도 구체적이고 광범위하게 그려지는데, 한때 호화찬란하던 예루살렘이 악취와 폐허와 추함의 세계로 전락한 모습은 특히 충격적이다. “온 도시가 저주로 뒤덮인 듯하다. 몰락, 오로지 몰락뿐이다.” 기억 속의 모습을 전부 상실하고 추락하는 세상 속에서 자신의 기억에 맞서 가까스로 버텨오던 암브로스 할아버지는 끝내 기억상실로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당시 유행하던 전기충격요법의 결과로 육신이 파괴되어가다 끝내 병원에서 최후를 맞는다.

네번째 이민자, 막스 페르버: 날이 어둑해지면 그들이 와서 삶을 찾는다

1966년 내가 영국 맨체스터로 막 이주했을 당시 알게 된 화가 막스 페르버는 유대인 출신의 독일인으로 제2차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박해가 정점에 달하기 직전 부모님의 강제로 어린 나이에 혼자서 영국으로 이주하게 된다. 그는 갑작스러운 생활환경의 변화?뮌헨의 부유한 상인 집안 자녀를 위한 사립학교를 다니다 런던 빈민가의 이주민 대상의 학교로 옮기게 된?에 곧 따라오겠다던 부모님과의 연락도 단절된 뒤 힘든 청소년기를 보낸다. 나는 맨체스터시의 운하를 따라 산책하는 길에 우연히 페르버의 작업실을 발견하게 되고, 어둠침침한 가운데서 스스로를 강제해 매일 열시간씩 작업을 할 수밖에 없는 그의 과거사를 듣게 된다. 무엇보다 막스 페르버를 괴롭혔던 것은 런던으로 막 건너왔을 당시 의무감으로 부모님께 안부 편지를 보내다, 부모님에게서 더이상 답장이 없던 그날부터 은근히 해방감을 느꼈던 것에 대한 죄책감이다. 한참이 지나서 그는 삼촌으로부터 어머니의 일기장을 건네받고 자신이 모르던 어머니의 과거를 알게 된다. 나는 현재의 시점에서 병상에 누운 그의 이야기를 재구성하려고 시도한다.

섬세한 관찰과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걸작

네 사람의 몸 깊숙이 자리잡아 결국 파국으로 이끌어가는 상실의 슬픔과 우수를 더 절절하게 느끼게 하는 것은 공통의 화자로 등장하는 ‘나’의 존재다. ‘나’는 작가 자신으로, 제발트는 이 책의 인물들을 실제로 만나봤다고 한다. 언젠가 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이 살던 곳을 찾아가봤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가 하는 이야기가 모두 사실인지는 알 수 없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허구와 사실의 경계를 허물고, 사실성을 강조하면서도 이야기를 만들어 붙이고 있다. 여기에 텍스트가 말해주는 것보다 더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 사진(진위를 확인할 수 없는)은 독자에게 섬세한 관찰과 상상을 불러일으키며 공감대를 넓혀간다. 정교한 기억의 조각을 잔잔한 듯 격정을 불러일으키는 문체로 복원해낸 이 걸작은 다양한 이유로 뿌리 뽑힌 삶을 사는 우리 세대 독자들에게 가슴 깊이 다가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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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제발트를 읽는다는 건 자욱한 안개에 잠겨 있는 숲길을 더듬어 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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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발트를 읽는다는 건

    자욱한 안개에 잠겨 있는 숲길을 더듬어 걷는 것.

    제발트를 읽는다는 건

    화사한 햇살 아래 숲 우듬지 아래로 느리게 걷는 것.

    제발트를 읽는다는 건

    현실과 상상의 모호한 경계를 걷는 것.

    제발트를 읽는다는 건

    그런 것.

     

     


     

     

    사자(死者)들은 이렇게 되돌아온다. 때로는 칠십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뒤에도 얼음에서 빠져나와, 반들반들해진 한줌의 뼛조각과 징이 박힌 신발 한켤레로 빙퇴석 끝에 누워 있는 것이다.

     

     

     

    창비에서 제발트의 글이 개정판으로 출간되었다.

    이민자들과 토성의 고리.

    내가 선택한 건 이민자들이다.

    4명의 이민자들에 관한 이야기는 단편처럼 에세이처럼 사실처럼 이야기처럼 담겨있다.

    사진들이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어쩜 그것조차도 제발트의 숨겨놓은 이야기일지 모른다.

    4명의 이민자들 중 3명은 유대인이다.

    그들이 태어나고 자란 곳에서 다른 나라로  떠난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그들 마음속에서 그리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유는 같다.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을 그리며 타국에서 삶을 마감한 사람들의 고통은 전혀 짐작도 못할 일이다.

    두 사람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혼자 남았다는 사실은 끝끝내 그들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던 거 같다.

    혼자 살아남았다는 이유로 그들은 그들의 삶을 온전히 살아낼 수 없었다.

     

     


     

     

    그의 목소리는 후두가 아니라 가슴 언저리에서 만들어지는 것 같았다. 그 때문에 파울이라는 사람은 함석을 비롯한 여러가지 금속부품으로 조립해놓은 기계이며, 어느 한군데가 조금만 고장나도 완전히 궤도에서 이탈해버리는 장치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나를 에워싸고 있는 독일인들의 정신적 빈곤과 기억상실, 그리고 과거의 흔적을 철저히 지워버린 그들의 교묘함으로 인해 내 머리와 신경이 공격받고 있다는 사실을 점점 더 또렷하게 의식할 수 있었다.

     

     

     

    이야기의 끝에서 나는 페르버의 고향을 찾아간다.

    이 모든 이야기에서 나는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행을 한다.

    과거를 짚어 가는 여행.

    그곳에서 나는 독일인들의 망각을 보게 된다.

    수많은 삶을 파괴한 그들은 정작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일상을 살아간다.

    나는 그것을 견딜 수 없었다.

    나.라는 화자에 대해 아무것도 나와 있는 건 없지만 나는 제발트로 짐작하고 읽어갔다.

    읽어가면서 이것이 실화라고 단정 지었다.

    진짜 살아있었던 사람들을 제발트가 만나고 기록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어쩜 이 모두는 제발트일지도 모른다.

    자기 자신의 이야기이자 작가로서 하나의 사실을 눈여겨보고 그것에서 사실을 끄집어 내어 기록 형식으로 써 내려간 그 어떤 것이 바로 이 이민자들이다.

    제발트 역시 이민자였으니까.

    암브로스 아델바르트.

    그는 나의 어머니의 외삼촌이었다.

    일찍 이민을 가서 유대인의 집사로 일했다.

    그는 독일인이었다.

    그는 타국에서 자신이 모시고 있던 집안이 몰락하는 걸 지켜본다.

    그리고 스스로 자신을 요양원에 입원시키고 말년을 전기충격요법을 받으며 그곳에서 죽는다.

    그의 기록은 세세하나 정작 중요한 이야기는 남겨 놓지 않았다.

    제발트의 글은

    가랑비 같다.

    언제 젖는지도 모르게 스며들어 적시는.

    글을 읽는 동안 산책을 한 느낌이다.

    아주 먼 곳까지

    제발트의 묘사의 힘이 나를 그곳에 있게 했다.

    책을 읽는 동안 머릿속에서 내내 흑백영화 한 편이 상영되었다.

    읽어 보기 전에는 전혀 알 수 없었던 세계가 있었다.

    이제 그 세계 안으로 들어선 나는

    다시금 그 밖으로 나가야 된다는 사실이 조금은 안타깝고, 조금은 안도한다.

    계속 꿈속에 머무를 수는 없으니까.

    비가 내리는 동안

    제발트와 작별을 했다.

    마치 비가 일부러 내려주었던 거 같다.

    그저 무엇이 달라졌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저 조금 다른 시선이 생겼다는 것 밖에는...


     

  • W.G.제발트 『이민자들』 | dr**park | 2019.04.26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W.G.제발트를 알게 해준 건 <창비 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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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G.제발트를 알게 해준 건 <창비 라디오 책다방> 시즌 1을 통해서였다. 배수아 작가님이 출연하셔서 소설가로서, 번역가로서의 이야기를 내내 경쾌하게 해주면서 독일에서 생활하며 제발트를 발견했던 기쁨을 즐겁게 들려주셨고 바로 다음 방송에서 제발트의 작품을 다루며 제발트와 그의 작품들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을 높여주어 나도 곧 제발디언이 되리라 다짐했었다. 그때가 무려 6년 전이다. 배수아 소설가와 황정은 소설가의 케미가 너무나도 잘 맞아 팟캐스트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들었음에도 제발트와의 첫 만남까지 너무나도 긴 시간이 걸렸다. 언제나 내가 읽는 속도보다 읽고 싶은 책들이 넘치게 많았고 어쩐지 배수아 소설가와 황정은 소설가가 동시에 환호하는 작가의 작품은 장벽이 높을 거란 생각에 항상 우선순위로 미뤄뒀던 탓이라고 변명을 해보지만 그래도 6년은 너무 심했다. 

     

    제발트의 작품을 읽어보고 싶지만 쉽게 읽힐 작품은 아닌 것 같아 보이고 엄청난 소설을 쓰는 작가들이 그의 작품을 숭배하지만 그들이 느끼는 감정을 조금도 따라가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노파심에 그의 작품 중 어느 작품으로 제발트를 처음 만나야 하는가도 고민거리였다. 그런 고민을 한방에 해소시켜준 것은 "작가에게 커다란 명성을 가져다준 작품이자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된 제발트 소설"이라는 『이민자들』의 소개 글이었다. 제발트를 처음 만나기에 더할 나위 없이 딱인 작품이라는 걸 한눈에 알아보게 해준 한 줄이었다. 

     

    『이민자들』은 4편의 단편이 수록된 소설집으로 「헨리 쎌윈 박사」, 「파울 베라이터」, 「암브로스 아델바르트」, 「막스 페르버」가 수록되어 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네 사람의 이민자들의 연작 단편 형식의 이야기이다. 암브로스 아델바르트를 제외하면 모두 유대인들이며 「암브로스 아델바르트」에도 유대인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고향을 상실하고 인생의 불운한 시기를 겪었던 이들의 죽음 뒤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형식으로 4명의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버거웠던 시대와 녹록지 않았던 당시의 상황들을 증명한다. 특유의 무겁고 음울한 분위기가 내내 이어지면서 네 편의 단편이 하나의 소설로 읽히기도 한다. 그리 가까웠던 관계도 아니었던 인물들(집주인, 선생님, 먼 친척, 나이 차이를 초월한 친구)의 과거 발자취를 따라가서 그 시대를 살아가는 그 인물과 상황을 이해하며 이야기하는 과정이 펼쳐지는 그의 문장들이 마치 웅장한 건축물처럼 견고하게 느껴진다.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작가의 소설 세계를 한 권의 책을 읽고 안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따르겠지만 작가의 색을 잘 드러낸 작품으로 제발트를 처음 읽는데 더없이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배수아 작가가 출연한 <창비 라디오 책다방>에서 배수아 작가와 황정은 작가의 케미가 빛나 더 좋았던 에피소드로 기억되고 있다. 자기 색이 너무 강해 좀처럼 '케미'라는 단어가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 두 소설가가 방송에서 언급되는 작품마다 격하게 공감하고 상대의 공감을 크게 반가워하는데 나도 같이 공감하고 반가워하고 싶었다. 나도 제발디언이 되고 싶었다. 너무나도 몸을 사렸던 탓에 제발트를 읽는데 6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 내가 『이민자들』을 읽고 느낀 감정들이 배수아 작가가, 황정은 작가가 제발트에 열광하는 그 감정인지는 잘 모르겠다. 예상보다 빨리 읽혔고 예상대로 좋았지만 우려대로 작가들이 열광하는 그 감정까지는 따라가지 못한 것 같다. 하지만 앞으로 남은 제발트의 작품들을 찾아 읽을 것이고 언젠가 『이민자들』도 다시 읽어 볼 것이다. 남은 제발트의 작품이 몇 권 없어서 안타깝지만 여전히 제발트를 이야기하는 작가들이 있어 기쁘고 개정판을 내주는 출판사가 있어서 다행이다. 그러니 여러분, 우리 모두 죽고싶어도(?) 제발디언은 되고 죽자(?).

  • 이민자들 | mo**ardin | 2019.04.25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단 4개의 작품으로 그 이름 자체를 알린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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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 4개의 작품으로 그 이름 자체를 알린 작가, G.W 제발트의 개정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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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그의 작품을 대한 것이 '현기증, 감정들'이란 작품이었으니 이번에 만난 이 작품으로 인해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한 다른 느낌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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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그가 다룬 문체나 글의 흐름이 쉽게 읽히진 않는 편에 속한다.

    처음 대한 작품이 쉽게 읽히는 작품이 아니었기에 더욱 그런 이미지가 강했는지도 모르겠지만 이 작품은 생각했던 것보다 독자들에게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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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이야 세계화가 지구촌 안에서 비일비재하게 나타나는 형상이고 이 가운데 이민이란 형식은 여기에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자의든 타의든 간에 이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쉽게 결정지을 수없는 사안이기에 이 책에 보인 네 명의 사람들의 이야기는 시대적인 배경을 감안한다면 더욱 그 의미가 다르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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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속의 화자가 만난 네 명의 사람들은 자살하거나 자살의 형식처럼 취해 죽음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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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편 형식을 취하되 연작 형식으로 이어진 글들은 짧은 단편이 있는가 하면 단편이라고 하기엔 긴 이야기의 중편에 속할 수도 있는 사연들이 담겨 있어 그들의 인생에 무슨 일들이 있었는가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을 사뭇 다르게 받아들여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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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나'가 세 들어 사는 집의 주인인 헨리 쎌윈 박사다.

    의사로서 생활하다 이제는 은둔에 가까운 생활을 자처하는 그, 유대인이란 신분이 드러나면서 부인과 소원해지고 그런 그가 그려본 이민자로서의 고뇌와 고향에 대한 향수는 인생 후반부에 이르러 자살에 이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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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 주인공은 '나'의 초등학교 은사인 파울 베라이터 선생님이다.

    부고 소식을 접하고 고향을 찾은 '나'가 선생님의 자살을 계기로 그의 인생 발자취를 찾아가는 형식은 한 인간의 인생의 흐름을 따라가는 형식을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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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사로서 좋은 선생님이었지만 그가 겪은 개인적인 아픔은 아내의 강제수용소 이송 후 최후를 맞은 일, 자신의 핏줄 중에 4분의 1이 유대인의 피가 섞였다는 것 하나로 교사직을 그만두게 되었던 일, 그러면서도 또 다른 혈통의 아리안을 갖고 있었다는 것 하나로 전쟁에 참여한 일들은 그가 독일이면서도 독일 안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운명에 대한 딜레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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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번째 인물은 유대인은 아니지만 직업을 구하지 못해 이민을 간 친척 할아버지 암브로스 아델바르트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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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대인으로 이민을 온 집안의 집사로 일하면서 집주인을 모시고 여행을 하면서 느낀 점을 적어놓은 글들을 통해 할아버지의 인생을 추적해 나가는 형식은 말년에 스스로 정신병원에 입소, 1950년대 유행했던 전기충격 요법을 스스로 자진해서 받으면서 신체, 정신적인 소모를 감행하고 끝내 죽음을 맞이하게 된 사연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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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번째 인물은 유대인 화가 막스 페르버의 이야기다.

    유대인으로서 그가 겪어내아만 했던 이민의 사정, 그가 그림을 통해 펼쳐 보였던 감정의 파고, 그의 부모의 사연들은 역사적인 사건과 당시 독일인들이 행했던 행동의 결과로 탄생한 이미자들이 아픔을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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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 네 개의 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실제 인물들을 만나보고 사진을 곁들여가며 이야기를 취하는 형식을 그렸다는  이 작품은 이민, 즉 디아스포라에 대한 각기 다른 사연들을 들여줌으로써 역사 속에 살아간 사람들의 아픔과 고향에 대한 향수, 그 이면에 펼쳐진 때론 증오와 회한의 감정들이 모두 묻어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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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인 듯 아니면 허구인듯한 모호한 경계성의 글들이 제발트의 감각적인 능력이라면 이 작품 또한 이러한 범주에 충실한 면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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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적으로 만난 사람들이긴 하지만 화자인 '나'가 제발트인 것처럼 보였다가도 단순히 작품 속의 등장하는 제삼자의 화자처럼 보이는 형식, 이민을 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이 삶의 또 다른 희망적인 채집하는 사람들의 등장을 통해 그나마 일망의 위기 순간 모면이나 짧게나마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는 것처럼 보인 장치는  저자만의 관찰능력이 빚어낸 글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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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순히 유대인들이 겪었던 이민자들의 생활만이 아닌 다양한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현 모습들을 대변해주는 듯도 한 이 작품을 통해 한층 저자의 작품을 가깝게 느껴보게 된 작품이다.

  • 제발트의 <이민자들>을 읽다. ...

    제발트의 <이민자들>을 읽다.

    제발트를 만난 4월, 늘 그의 작품을 만나야 한다고 생각해왔었는데 이제야 그를 대면하게 되었다. 도스토예프스키를 읽었니? 라고 고등학교 때 국어선생님이 질문하셨을 때 수줍게 " '죄와 벌'은 읽었어요."라고 말할 때의 그런 기분과 약간 유사하달까? 문고판 책으로 대충 읽고도 2~3장이나 독후감을 써냈던 그 시절처럼 하면 안될 것 같아 제발트는 애써 피해왔다. 애정하는 황정은 작가, 배수아 작가, 신형철 평론가의 글, 또 많은 작가들의 제발디언 고백을 통해 거리감은 좁혀 왔지만 이제서야 그를 만났다. 다른 책을 짬짬이 읽긴 했지만, 최대한 집중할 수 있는 2주 정도의 긴 시간을 비워두고 제발트의 <이민자들>을 정성껏 읽었다.

    내가 그를 왜 피했었는지 2주 동안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제발트를 읽고 있으면 먼 세계 속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게 된다. 먹먹하고 어두운 세계. 날이 어둑해지면 그들이 와서 삶을 찾는 그런 세계로. 그 자신이 독일인이었으면서도 평생을 영국에 살며 이민자의 삶을 살았듯이 그의 인물들도 모두 고향을 떠나 죽음을 항상 등에 지고 살아간다. 유일하게 유태인이 아닌 1인칭 화자의 외삼촌인 암브로스 아델바르트조차 "그의 사소한 말들, 몸짓들, 죽는 날까지 그대로 유지했던 습관들, 이 모든 것이 실은 세상에 거듭 작별인사를 하는 것이었다"고 생각될 정도로 그들은 모두 철저하게 이방인의 삶을 버티며, 운명처럼 고독을 짊어지고 그렇게 살아낸다. 현실과 허구의 모호한 경계, 화자와 작가 사이의 경계조차 흐릿해서 독자는 계속 흑백 사진 속 인물들을 들여다 보고, 화자의 시야를 따라 그의 이모를, 외삼촌을, 그가 알게 된 화가를, 그의 어릴 적 담임 선생님을 따라가게 된다. 그와 그녀들의 옛날 사진 속 배경을 쳐다보며 그들의 어린 시절을 생각하고, 독일의 어제와 오늘을 떠올리게 되고, 또 나 스스로의 과거도 돌아보게 된다.

    제발트는 비평가 제임스 우드에게 "나는 화자 자신의 불확실성을 인정하지 않는 소설 쓰기란 매우, 매우 받아들이기 힘든 사기의 한 형태ㅏ고 생각해요. 화자가 자기 자신을 텍스트 안에서 무대 담당자이자 연출자, 판사이자 집행자로 내세우는 그 어떤 형식의 작가적 글쓰기도 용납되지 않아요. 나는 이런 종류의 책을 도저히 읽어내지 못하겠어요."(신형철의 산문<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중에서 인용된 비평가와의 대화)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래, 확실하지 않는 것들은 두려움을 유발하고, 거기서 나(독자)는 그 불확실성 속에 내재된 자기 몫의 죄책감이나 책임 의식을 자꾸 찾아보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은연중 제발트를 오래도록 만나지 못했던 것같다. 내면의 불편함, 마음 속의 불화들......

    하지만 작가인지 화자인지 모를 그는 "맨체스터에서의 초창기를 떠올리면 얼럼 부인, 아니 그레이시가 내 방에 넣어주었던 차 만드는 기계(티스메이트)가 내 생명을 지켜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당시 나는 세상에서 버려진 듯한 이상한 감정에 휩싸여 삶에 작별을 고하고 싶은 기분에 빠질 때가 많았다. 그 괴상하면서도 쓸모있는 기계가 밤이면 은은한 빛으로, 아침이면 나지막하게 물 끓는 소리로, 한낮에는 그냥 가만히 제 자리를 지키는 것으로 내 삶을 지탱해 주었던 것 같다."라고 말한다. 회색빛으로 몰락해버린 도시, 과거를 상실하고 파묻어버린 냉정한 사람들, 무덤조차 희미해져 가는 사람들의 낡은 도시에서조차 때로는 정말 별 것도 아닌 그 어떤 것이, 내 삶과 쓸쓸한 공룡같은 날들을 위로해 주기도 하는 것이다. 또 나의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던 파울 베라이터는 화자가 전학오던 날 제자에게 네가 때맞춰 왔다고 이런 말을 해 준다. 바로 어제 사슴의 도약에 대한 전설을 이야기해 주었는데, 너의 스웨터의 그림을 칠판에 옮겨 사슴이 도약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며. 그렇게 따뜻한 말로 제자를 환영해주었던 그를 회상하는 란다우 부인의 말 속에서는 또 우리가 알던, 정직한 독일인, 부끄러운 역사조차 교훈으로 삼고자 잊지않고 보존하려 하는 독일인들을 바라보는 다른 시각을 만나게 되기도 한다. "파괴의 시간이 지나간 뒤에 그 사람들이 얼마나 철저하게 침묵하고, 모든 것을 감추고, 때로는 실제로 잊어버리기도 했는지요. 그런 것은 그들이 이전에 보여주었던 비열한 태도와 동전의 양면처럼 맞붙어 있는 것이지요."

    '기억'과 '회상'의 문학이라 지칭되기도 하는 제발트의 소설들. 그 중 '기억'에 대한 성찰도 인상 깊었다. 암브로스 아벨바르트는 마지막 장에서 말한다. "기억이란 때로 일종의 어리석음처럼 느껴진다. 기억은 머리를 무겁고 어지럽게 한다. 시간의 고랑을 따라가며 과거를 되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끝간 데 없이 하늘로 치솟은 탑 위에서 까마득한 아래쪽을 내려다보는 것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깊은 우울증으로 스스로의 삶을 정리하고 정신병원에 입원, 마지막에는 고문에 가까운 전기 충격 요법을 스스로 받아들여 삶을 마감한 아벨바르트 삼촌의 기억중 일부분은 얼마나 어두운 것들이었을까.

    삶의 애수. 그 쓸쓸함은 헨리 썰윈 박사가 21살 때 알프스 고지에서 만났던 65세의 등산 안내인 요한네스 네겔리에 관한 신문 기사가 마음 아프게 떠오른다. 21살 때 만났던 등산 안내인 네겔리를 평생 그리워하며 안타까워하며 살았던, 현실 세계와의 접촉마저 끊어버렸던 은둔자 헨리 썰윈 박사가 삶을 마감하고 난 뒤, 화자가 우연히 보게된 지방 신문에는 1914년 여름 실종된 베른의 등산 안내인 요한네스 네겔리의 유골이 72년만에 발굴되었다는 기사가 실린다. 기차의 종착역을 항상 죽음이라고 생각했던 파울 베라이터처럼 이 네 명의 고독한 이민자들은 알 수 없는 삶을, 아무런 특색도 없이 추상적인 것으로 변해가는 세계를 각자 자기식으로 정리한다. 어느 대목인가를 읽다가는 젊은 연주자의 클래식 연주를 듣다가 흐느끼던 파울 베라이터처럼 혹은 미국에서 고향으로 돌아온 뒤 도착한 삼주간은 돌아온 것이 기뻐서 눈물을 흘리고 떠나기 삼주 전에는 떠날 일이 슬퍼 눈물을 흘렸던 테라스 이모처럼 마음에 격정적 파도가 느껴지고, 또 어느 대목에선가는 쥣빛 시야가 점점 퍼져가는 것을 지극히 평온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겠다던 그의 인물들처럼 잔잔한 슬픔과 먹먹함으로 가라앉게 된다.

    제발트의 소설은 자신을 비추어 볼 수 있는 깊은 물과 같다. 헬렌 홀렌더가 파울 베라이터에게 한 때 그러했듯이. 연속적으로 파괴되어 가고 쓰레기 더미처럼 먼지가 쌓여갈 뿐이지만, 부단한 노력의 결과와 명백한 실패의 증거를 매일매일 그려내고 있는 화가 막스 페르버처럼 우리는 기억과 회상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진실로 삼을 것인지......

    제발트의 화두를 받은 독자들은 각자 몫의 숙제를 쉼없이 해 나가야 한다.

     

     

  • 책 소개와 작가 제발트에 대한 소개가 너무 거창해 기대를 많이 한 책이다.

    책 소개와 작가 제발트에 대한 소개가 너무 거창해 기대를 많이 한 책이다.

    4편의 단편을 모아 한 권으로 책을 출판한 것을 작가 탄생 75주년을 맞아 개정판을 출간한 것이라 더 기대감이 컸다.

    그런데 작가 탄생 75주년이란 단어에 주목했어야 했다. 작품 4편 모두 현재와는 거리가 먼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

    그것도 우리와는 전혀 교감할 수 없는 유럽과 미국에 이민 간 사람들의 이야기.....

    기대했던 것만큼 실망도 컸기에 왜 이 작가의 책이 각광을 받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작가는 주인공과 인연을 맺었던 선생님, 삼촌 등 이민 1세대의 죽음 이후 그들의 삶을 추적해 나가는 내용이다.

    평범한 죽음이 아닌 자살..... 왜 그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에서 소설이 시작된다.

    책 속에 삽화로 삽입된 흑백 사진들 만큼 이야기도 우울하고 축 처진다.

    읽고 있는 내내 나의 기운을 빼앗기는 느낌이랄까?

    반전도 없고 관심을 끌만한 내용 없이 지루하게 이어지는 내용들....

    솔직히 서평단으로 선정되었기에 의무감으로 읽었던 책이라 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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