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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일야방성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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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8*210*29mm
ISBN-10 : 1161570861
ISBN-13 : 9791161570860
시일야방성대학 중고
저자 고광률 | 출판사 나무옆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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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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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시리즈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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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이 대학의 주인이 누구입니까?”
한국 사회 최고 기득권층인 교수 집단의 모략과 이전투구
지금 대학의 문제는 무엇이고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오래된 뿔』의 작가, 대학을 해부하다
상상을 초월하는 교수들의 권력 다툼과 특권 의식
진실로 위장한 거짓의 성채

우리 현대사를 유기적 연결고리로 꿰뚫으면서 통시적으로 구현해 낸 첫 번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오래된 뿔』의 고광률 작가가 신작 『시일야방성대학』을 나무옆의자에서 출간했다. 권력과 자본의 야만에 잠식당한 사회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그의 소설들은 밀도 높은 언어와 단단한 구성, 확고한 리얼리티로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고광률 작가가 이번에 주목한 문제는 한국 사회 최고 기득권층인 교수 집단의 모략과 이전투구. 작가 스스로가 30년 동안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고민하고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었던 부분이 투사와 반투사의 장치로 그려진 작품이다.
일광학원 재단의 일광대학교는 교육부의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가선정되어 부실 판정을 받게 된다. 이에 학생들은 총장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급기야 총장실을 점거하는 사태에 이르자, 총장은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관계자들을 불러들인다. 이 소설은 현 총장 모도일과 전 총장인 주시열, 그리고 직원 출신 비정년 교원 공민구를 중심으로 얽힌 이들의 미로와도 같은 이해관계도인 동시에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욕망을 들여다보는 현미경이라 할 수 있다. 권력 다툼과 특권 의식, 이권을 위해 양심과 인격과 자존심마저 남김없이 내던지는 교수라는 이름의 인간 군상이 보여 주는 진실을 위장한 거짓투성이 성채를 만날 수 있다.

저자소개

저자 : 고광률
1961년 청주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1987년 『호서문학』에 단편 「어둠의 끝」을, 1991년 17인 신작소설집 『아버지의 나라』(실천문학사)에 단편 「통증」을 발표하면서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소설집 『어떤 복수』 『조광조, 너 그럴 줄 알았지』 『복만이의 화물차』, 장편소설 『오래된 뿔』(전2권)이 있다. 2012년 호서문학상을 받았다.

목차

1부 부실 대학 | 11
2부 학생 중심 대학 | 121
3부 모도일의 대학 | 261
작가의 말 | 381

책 속으로

대학 총장으로 적을 옮긴 모도일은 밖으로 나가 얻어올 생각은 않고, 지게미에서 술을 짜듯이 안에서만 쥐어짰다. 총장은 일광학원 산하 초ㆍ중ㆍ고교의 교장을 불러들여 여전히 이사장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했다. 후임 이사장인 큰아버지는 실권이 없었다. 초ㆍ중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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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총장으로 적을 옮긴 모도일은 밖으로 나가 얻어올 생각은 않고, 지게미에서 술을 짜듯이 안에서만 쥐어짰다. 총장은 일광학원 산하 초ㆍ중ㆍ고교의 교장을 불러들여 여전히 이사장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했다. 후임 이사장인 큰아버지는 실권이 없었다. 초ㆍ중ㆍ고ㆍ대가 서로 다를진대, 지시 사항은 같았다. 적은 인풋에 큰 아웃풋을 강조하면서도 파이를 키우지는 못했다.(27쪽)

“대체 이 대학의 주인이 누굽니까?”
학칙이 물러 터져서 학생 데모가 끊이지 않는다며 볶아치는 시열에게 참다못한 모도일 이사장이 내지른 말이었다.(39쪽)

공민구에게 있어서 비정년 계약직은 정규직 교원으로 건너갈 수 있는 징검다리였다. 대학은 교원과 직원의 구분과 거리가 엄격한 신분 사회였다. 그러니까 교수와 직원 들 양쪽 모두가 민구를 교원으로 인정해 주지 않고 왕따를 시킬 수 있었다. 그래서 총장은 멀어도 에돌아가는 길을 택한 것이라고 귀띔해 주었다.(56쪽)

학교법인은 모도일이 이사장으로 들어온 뒤, 지난 18년 동안 살뜰한 등록금 집행으로 매해 학교 부지를 추가 매입하고 건물을 짓는 데 많은 자금을 쏟아부었다. 교육부 간섭이 없거나 지금보다 덜한 시절에 지출을 실제보다 과다 계상하는 방법으로 등록금을 최대한 올렸고, 지난 10년 동안 그 차액을 이월금 또는 적립금이라는 이름으로 차곡차곡 쌓아 두고 있었다.(65쪽)

자신을 창학 일등 공신이라며 스스로 떠벌리며 다니는 그가 정년 퇴임을 얌전히 받아들일 리 만무했다. 그는 일광대가 설립자 모준오와 자신의 합작품이라고 했다. 실제 이 논리로 자신의 공적 조서를 스스로 꾸며 비공식 루트를 통해 교육부에 국민훈장 동백장 서훈을 상신하기도 했다. 농담 같아서 안 믿었으나, 교육부 확인 결과 사실이었다.(81쪽)

“고객이라는 표현이 듣기 싫으시다면, 쓰지 않을게요. 등록금 90퍼센트, 기부금 3퍼센트, 재단 전입금 7퍼센틉니다. 막말로 자본주의사회에서 90퍼센트의 재정을 담당하는 게 학생이니까, 주인이나 마찬가지네요. 그러므로 학생은 대학의 주인이다. 됐죠?”(90쪽)

하지만 4년 전에 한 말을 뒤늦게 문제 삼아 열 명 가까운 조사관이 비정년 교원 한 사람에게 들러붙어 3개월씩이나 조사할 것이 뭐가 있단 말인가. 부관참시가 따로 없었다.(140쪽)

이 중에 여섯 대는 눈에 띄는 곳에, 나머지 석 대는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사각지대에 위장하여 설치했다. 카메라의 위치는 사각지대이지만 화각은 출입구 쪽을 확보하고 있었다. 덫을 놓은 것이다.(228쪽)

“중구난방으로 울어 대는 개구리 새끼들과 달아날 구멍만 찾아 날뛰는 쥐새끼들뿐이로구먼.” 모 총장이 푸념인 양 꿍얼거렸다. 교수는 개구리, 직원은 쥐새끼였다. 비서실장이 듣기에 틀린 말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전적으로 맞는 말이라고 하기도 힘들었다.(232쪽)

모 총장이 감사실장의 ‘우리’라는 표현에 흐믓해했다. 술상머리에서 삼배구고두례 (三拜九叩頭禮) 를 하고, 절대 복종을 다짐하는 충성주로 일편단심과 분골쇄신을 외친 자가 하는 말이었다.(235쪽)

백구의 수중에도 모 총장의 지시로 이루어진 여러 채증 자료들을 비롯해서 파괴력 있는 패가 많았다. 주시열의 팻감에 못지않았다. 궂은일을 도맡아 해 오면서 어찌 버림당할 일을 대비하지 않았겠는가.(3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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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대체 이 대학의 주인이 누구입니까? 일광대학교 모도일 총장은 일광학원 설립자 모준오의 외아들로서 하버드 의대 졸업 후 귀국하여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가 2대 총장에 추대되어 18년째 절대 권력을 행세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에서 사립학교법이 사립학교...

[출판사서평 더 보기]

대체 이 대학의 주인이 누구입니까?
일광대학교 모도일 총장은 일광학원 설립자 모준오의 외아들로서 하버드 의대 졸업 후 귀국하여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가 2대 총장에 추대되어 18년째 절대 권력을 행세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에서 사립학교법이 사립학교 소유주들에게 유리하도록 개정되었다. 이전에는 4년 더하기 4년, 즉 8년까지 중임을 하면, 한 텀(term)을 쉬어야만 연임이 가능했던 총장 임기를 쉼 없이 이어서 할 수 있도록 했다.
모 총장은 등록금, 재단 유입금 등등 재원을 학생의 복리나 학습권을 위해 사용하는 것에 우선하여 제2 캠퍼스를 핑계로 부동산을 늘려가는 데에 열을 올린다. 교수들에게는 성과연봉제라는 프레임으로 연봉은 해마다 인상되기는커녕 해마다 깎고 있으며, 학교 재정에 도움이 되는 편입 정원을 늘려가고 있다.
1대 총장이었던 주시열은, 일광학원 설립자 모준오가 세금 절약을 위해 고민할 때에 학교 설립을 추천하고 도움으로써 일광학원 재단에 깊숙이 발을 들여놓았다. 주시열은 자신이 일광학원 재단에 무형의 지분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며 언젠가 그 대가를 돌려받을 날을 고대하고 있다. 그는 재단 설립 이후 36년간의 모든 회계와 부정한 자금 흐름에 관한 서류들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직원 출신 비정년 교원인 공민구는 죽음을 앞둔 아버지를 지켜보는 동안 학교로부터 내사를 받고 있다. 일광대학교 『35년사』 집필 및 편집위원이었을 뿐인 그에게 예산 과다 책정과 집행에 대해 책임이 있다는 내용이다. 학교에서 점거 농성이 벌어지는 동안 그의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 장례가 치러지는 동안에도 그는 학교로부터 갖은 압력을 받게 된다.

대학교수 사회의 암투와 질투, 모략, 계략, 지질한 욕망
모도일 총장은 그의 권위와 권력에 힘입어 자신의 이익을 얻으려는 자들에 둘러싸여 누구에게도 잘못을 지적당하지 않음으로써 안온하게 자신을 자리를 누리고 있다. 이에 반해 주시열은 정년퇴직을 1년여 앞두고 아무런 보장 없이 일광학원이라는 커다란 그늘을 벗어나게 된 현실에 대해 깊은 회한과 함께 분노 어린 불안을 느낀다. 이에 36년간 간직했던 일광학원 운영자금에 대한 서류들로 폭로하려 하지만 되레 모 총장 측이 횡령으로 고소함으로써 체포당하게 된다. 다시 한 번 총장 자리에 올라 영속하려던 주시열의 욕망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모교 출신 1호 교수인 윤우는 30년 전 편입 반대 시위의 주동자였지만, 현재에 와서는 학생들이 벌이는 편입 반대 시위에 반대하고 있다. 모도일 총장의 큰누나는 결혼하는 남자들마다 교수로 임용되도록 한다. 비서실장을 위시한 총장의 주변 인물들은 총장을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모략하고, 움직이는 와중에도 자신을 위한 패는 숨겨 두는 비열한 면면을 드러내고 있다.
『시일야방성대학』은 최고의 지성이라 일컫는 대학교수 사회에서 벌어지는 온갖 암투와 질투, 모략, 계략, 지질한 욕망에 사로잡힌 모습들을 포착하고 있다. 이는 초등학교에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그 알량한 권력을 좇으며 그에 기대어 벌어지던 가슴 서늘한 횡포들을 기억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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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목 놓아 대학을 외치다 | kk**2011 | 2020.02.23 | 5점 만점에 3점 | 추천:0
    시일야방성대학. 눈에 띄는 제목이다. 1905년 장지연이 을사늑약의 부당성을 황성신문에...

    시일야방성대학. 눈에 띄는 제목이다. 1905년 장지연이 을사늑약의 부당성을 황성신문에 비판한 글 ‘시일야방성대곡(이날, 목 놓아 통곡하노라)’이 떠오른다. ‘이날, 목 놓아 대학을 부르짖다’ 쯤의 의미가 되려나. 책 앞 장에 주요 등장인물 25명에 대한 소개가 나와 있는데, 이름들이 범상치 않다. 흔하지 않은 이름이랄까. 그러나 그 이름의 의미를 유추해 내기엔 내 지식이 부족하다.

    총 3부로 구성된 소설(1부 부실대학, 2부 학생 중심 대학, 3부 모도일의 대학). 1부가 시작되기에 앞서 앤 월슨 섀프/다이앤 패셜의 저작 [중독조직]에서 발췌한 부분이 실려 있다. 중독 조직. ‘내부에서만 돌아가는 중독 시스템으로 경직되고, 부정직해지며, 현실을 그대로 보지 않으려 하기에 병이 더욱 깊어진다. 전체 시스템의 문제이기에 부분으로 해결할 수 없고, 소모적이며 파괴적인 세계관’이라는 설명이 이야기를 궁금하게 한다. 고병률 작가님은 중독 조직인 대학을 어떻게 그려내시려는 것이기에 이렇게 도입부가 무거울까.

     

    일광대학 의대 학생들의 시위에 토요일에도 일사 분란하게 출근한 교직원들. 학생들이 자신들의 요구를 목소리 높여 말하는 것이 불법적인 것도 아니고. 모도일 총장도 마치 국가 비상 사태시 대통령이 경호를 받는 것처럼 도서관에 위치한 총장실로 들어간다. 이런 사태에 대비한 ‘위기 대응 매뉴얼’도 있는 상황. 허...

    일광대 설립자의 외아들 모도일 총장과 그에 대척점에 있는 일광대 설립 공신인 영상철학과 교수 주시열. 주시열 교수가 힘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다 설립자인 모준오의 신임과 유언 때문이다. 하바드 의과대학을 졸업했지만, 정치질에 능하지 못한 책상물림 모도일과 능구렁이 주시열의 성격도 한 몫했다.

    모도일 총장이 분교를 짓는다며 무리하게 진행하지만 않았어도 부실 대학, 재정지원제한 대학으로 평가될 일이 없었을 것이다. 부실 대학에서 벗어나기 위한 구조개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학과 통폐합을 진행하고, 의과대 학생들은 부실 대학을 이유로 총장 퇴진 시위를 벌이고. 총장 및 교직원들은 그 와중에 파벌 싸움을 하고, 교육부는 반값 등록금, 등록금 동결과 지원금으로 대학을 조이고... 그런데 정장 비싼 등록금을 내고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점점 흥미진진해 지는 이야기.

    30년간 대학에서 근무했다는 고광률 작가. 그래서인지 이야기가 살아 있고, 술술 넘어간다. 술술 넘어갈 쉬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현재는 꼭 지식의 상아탑이라는 대학이 아니더라도 배울 수 있는 곳이 넘쳐난다. 심지어 어떤 면에선 더 효율적이기도 하다. 나에겐 대학 졸업장이 하나의 자격증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않았었다. 오히려 사회에 나와 다른 공부 공동체에서 배운 것이 많다. 대학이 진정한 대학의 의미를 회복할 날이 올 수 있을까.

     

  • 시일야방성대학 | mn**tn | 2020.02.23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요즘 같은 세상에 설령 사기업이라 해도 순리와 합리성에 따라 움직이지 않으면 그 성원들이 온전한 협력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속...

    요즘 같은 세상에 설령 사기업이라 해도 순리와 합리성에 따라 움직이지 않으면 그 성원들이 온전한 협력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속된 말로 "까라면 까"는 건 수십 년 전에나 통하던 사고 방식입니다. 하물며 기업체도 아니고 지성의 전당인 대학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시장바닥의 난맥상을 능가하는 게 바로 대학에서 펼쳐지는 복마전의 지옥도입니다.

     

    복마전이라는 말은 <수호전>에 실려 유명해졌는데 말 그대로 악마들이 진을 친 건물이라는 뜻입니다. 대학을 일컫는 명칭은 "상아탑"이란 게 있는데 그 우아하고 숭고한 학문 탐구의 장을 아름답게 일컫는 취지죠. 그런데 21세기 한국의 대학은 아직도 비리와 세력 다툼과 부패의 온상으로 전락하는 수가 적지 않습니다. 이 소설 속의 "일대"가 그런 곳을 대표라도 하듯 픽션을 통해 자신의 치부를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일광대는 지방 사립대인데 과거에는 향토사학인 인근 중명대(p58)에 빛이 가리는 초라한 위상이었으나 중명대가 비리로 크게 명예가 실추된 후로는 상대적으로 더 주목 받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런 디테일은 아마도 실제 모델이 있었기에 작가님이 이처럼 재미있게 이야기를 꾸려낼 수 있었겠거니 짐작도 합니다만 뭐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반면, 일광대는 이름부터가 화투짝의 어느 패를 연상케 한다며 작명 과정에서 반대가 있었다느니 하는 후일담은 순전히 픽션이겠지만 역시 재미있었습니다.

     

    이 소설에서 핵심이 되는 사건은 의대 편입 기준 완화를 놓고 학생들과 학교 측 간에 벌어진 투쟁입니다. 투쟁이 투쟁의 정해진 노선만 가는 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사학 내부의 온갖 해묵은 병폐가 드러나고 말썽이 몇 배로 커져 수습 불능이 되어 가는 과정에 소설의 재미, 혹은 풍자의 포커스가 놓입니다. 본래 의대가 어디 하나 신설되고 안 되고 하는 문제가 지방대의 사활, 아니 지방 자체의 큰 이해 관계를 좌우하기 때문에 이런 소동이 실감도 나거니와, 사실 지방에 살지 않는 이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중대한 이슈이기도 합니다.

     

    이 소설 속에서 가상의 의대생들은 어렵게 공부해서 학교에 들어왔고, 그런 자신의 자존을 지키기 위해 이런 문제에 민감해지는 게 어찌보면 당연합니다. 그런 의대생들은 같은 캠퍼스를 쓰는 나머지 "지잡대생"들을 우습게 볼 뿐 아니라, 심지어는 다른 단과대 교수들에게까지도 정당한 존경을 표하지 않습니다. 까까머리(삭발 투쟁 때문에)를 가리기 위해 쓴 모자를 끝까지 벗지도 않고, 심지어 투쟁과는 무관하게 씹던 껌도 그대로 질겅질겅 씹어 제칩니다. 학생 대표는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걸로 나오는데 아직 순수해야 할 젊은이가 벌써부터 기득권 논리에 물 들어 추태를 떤다는 암시가 곁들어진 대목이겠습니다.

     

    부패 사학 재단과 학생들 사이의 대결 구도뿐 아니라, 교수진 안에서도 암투가 횡행합니다. 총장은 설립자의 아들인데 설립자는 건설업으로 큰 재산을 일군, 지성과 교양과는 꽤 무관한 위인입니다. 그 아들은 최고 수준의 의과대학을 나왔다는 말로만 묘사되다, 소설 중반쯤(p190)에 가서 대화 중에 "하바드"를 나왔다고 나옵니다. 재미있는 건 대화가 아닌 본문 중에서는 하"버"드라고 표기되는 곳(예컨대 p196)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다른 이야기인데, p195에서 "갓대잇"은 아마 "갓댐잇"의 오타가 아닐까 싶습니다.

     

    작가님의 말투가 구수해서, 한숨이 푹푹 나오는 개탄스러운 사학 비리 이야기가 주는 재미 외에도 다른 흥밋거리가 많았습니다. 대머리를 묘사하던 중 "아이스링크처럼 번들거리고 횅한" 같은 우스운 ͑현도 있고, p33에 보면 "교주(校主)"와 "敎主"를 이용한 말장난(동음이의어)도 나옵니다. 요즘 특정 교단의 행태가 이슈가 되기도 하는 터라 이런 대목이 더욱 심상찮은 느낌도 던져 주고요.

     

    이런 사학에서 대개 총장직 등이 가문 내 세습이 이뤄지는 게 보통인데 이사진뿐 아니라 총장 등의 측근으로 수십 년 동안 암약한 측근들이 나중엔 실세로 군림하며 "교주"들도 어쩌지 못할 세력을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소설 속에서는 주시열이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주시열을 비롯한 네 명의 보좌진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비리의 중핵으로 나오는데 이들을 일러 극중에서는 (성씨를 따) "주고박고"라는 별명(p109)을 붙입니다. p56에 보면 이런 사람들을 일러 "무능하거나 양아치"라고 규정하는 대목이 있는데 사실 양아치들이 그 나름 유능하게 착시를 유발할 때가 있지만 알고 보면 무능한 자들입니다. 무능하니까 남들 합법적으로 할 일을 구태여 불법으로 하는 거죠.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라는 속담이 있는데 사람의 욕심에는 끝이 없어서 어느 선에서 멈출 줄을 모름을 비꼬는 말입니다. 여기서는 말 탄 주인 못지 않게 (저 "주고박고" 같은) 경마잡이들의 탐욕과 추태가 독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데 "경마잡이"라는 말이 p26에 그대로 나옵니다. 어원은 한자어 "견마"지만 현재 표준어로는 "경마"가 사용되며, 물론 경마(競馬)하고는 아무 관계 없는 말입니다. p100에는 "모노륨"이란 말이 나오던데 참 오랜만에 들어 보는 것 같습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 작품은 건조하게 메시지만 전달하는 게 아니라 마치 막장 드라마를 보듯 생생한 디테일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학생들이 시위를 할 때 외치는 구호 중 "학생이"에서는 길게 빼고, "주인이닷!"에서는 짧게 끊는다는 등 시위 현장에서 직접 관찰을 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설령 관찰을 해도 잘 모르고 넘어갈) 세부 묘사가 많아서 재미있었네요. p156에서 사무처장이 어떤 때는 말투가 고어투가 된다거나, 끝에 괜히 "요"를 붙인다든가 하는 대목이 그랬습니다.

     

    비리 사학은 평소에 담당 공무원들과 잘 지내야 한다든가, 접대를 소홀히해서는 안된다든가 하는 운명적 애환(?)이 있지만 그 외에도 지역 언론사와의 관계가 돈독해야 합니다. 이 소설에서는 비리 사학 못지 않게 이른바 사이비 언론인들의 작태가 자세히 나옵니다. 이를 대표하는 인물이 "피상조"인데, 그는 고작 보험영업사원이었으나 탁월한 수완을 바탕으로 지역에서 언론인 대접을 받는 위상에까지 오릅니다. 하긴 과거에 호텔 지배인(아, 물론 대단한 직입니다만)에서 국가 정보 기관 2인자(사실상 1인자)까지 한 분도 있었지요. 여튼 이들 사이에 오가는 대화에 촌철살인의 풍자가 들어 있는데,

    ]

    "작은 글로 큰 돈을 어떻게 버시는지...(후략)"
    "칭찬으로 들었는데 비아냥으로 들리는군요?"
    "갑에게 비아냥대는 멍청한 을도 있던가요?"

     

    같은 대화가 그것입니다(p177). p187에 보면 특히 이런 지방 비리 사학에서 이른바 "자활단"을 꾸려 저항하는 교수들은 비주류 언론사(책에는 "통신사"라고 나오는데 통신사는 더 특정한 곳만을 가리키므로 좀 어색합니다)에 공을 들인다고 합니다. 이유는 "주류" 언론사는 이미 비리 사학의 편이라서 그렇다는 거죠. 이런 대목을 보면 지방 소규모 언론사의 역할도 분명히 따로 존재한다는 점 확인 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언론의 자유가 소중한 거겠고요.

     

    작가님의 이야기가 구수하다 보니 온갖 분야의 어휘가 신명나게 동원되기도 하는데 군사용어인 중심, 종심을 거론한 대목(p162)도 그렇고, 아랫사람들을 교묘히 이간질시키라는 뜻(부친의 노하우)에서 "분할 통치"를 언급한 대목도 그렇습니다. p155에는 "시건 장치"라는 말이 나오는데 모르는 분들도 있겠지만 쉽게 말해 잠금장치라는 뜻입니다.

     

    교육이 사업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물론 아주 안 될 건 없겠습니다만 적어도 교육의 본 취지가 무색해지고 천박한 돈벌이, 돈놀이판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이 작품 p190에 보면 대화 중에 "니네 총장, 아니 사장"이라고 하는 부분이 있는데 정말 사장, 그 중에서도 악덕 사장인지 총장인지 모를 위인들이 교육계를 더럽힌다는 게 가장 큰 문제죠. p105에 "사업체"라는 말로 직접 풍자하는 대목도 있습니다. p127에 이른바 "정성평가, 정량평가"를 각각 "엿장수 맘대로, 구색으로 숫자만 맞추기"로 신랄하게 후려치는 대목은 독자 속이 다 시원해집니다.

     

    소설은 처음에 공민구의 부친상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이 에피소드가 생각 외로 의미심장한 것이어서 중반 p170 이후에도 "고등학교도 채 못 나온 분이 자격증 다섯 개나 땄다는 건...." 같은, 죽은 부친을 애틋이 기리는 장면이 계속 나옵니다. 그 조부는 부친과 달리 교육에 무관심한 위인이었는지 이를 특별히 언급하기도 하는데, 여튼 이런 디테일이 그저 풍자, 고발 일변도로 가기 쉬운 전개에 일종의 휴머니티를 더하는 것도 같았습니다. 어떤 대목에서 "차라리 1980년대, 선과 악이 분명히 갈려 투쟁하던 때가 좋았다"는 곳도 있는데, 앞에서도 말했지만 머리 빡빡 깎고 시위하는 젊은 의대생 대표, 그리고 이들을 필사적으로 막는 비리 사학 간의 대결 구도에서도 과연 누가 완전히 나쁘기만 한 건지 쉽사리 판단이 안 된 채 그저 난장판으로만 돌아가는 모습이 씁쓸하죠. 현실이 이 픽션과 매우 닮았다는 걸 생각하면 가슴이 더 답답하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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