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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휴먼이 몰려온다
272쪽 | 규격外
ISBN-10 : 8957336710
ISBN-13 : 9788957336717
포스트휴먼이 몰려온다 중고
저자 신상규 | 출판사 아카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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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2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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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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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휴먼이 몰려온다』는 2020년대에 인간(휴먼)에게 닥친 새로운 변화 또는 태동하고 있는 미래 환경을 정확히 이해하자는 취지에서 기획되었다. 기계지능(인공지능), 사이보그, 인공자궁, 소셜로봇, 가짜뉴스(허위조작정보), 기본소득, 마이크로워크, 인류세 등 포스트휴먼의 현상을 가늠할 수 있는 키워드를 8가지로 제시하고 첨단의 기술이 인간과 삶의 방식에 미칠 영향에 초점을 맞추어 집필되었다. 우리는 이 8가지 키워드를 통해 일상이나 공동체적 삶에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인류가 근본적으로 대면해야 할 곤경은 어떠할지를 성찰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소개

저자 : 신상규
이화여자대학교 이화인문과학원 교수
서강대학교에서 경영학과 철학을 전공하고, 미국 텍사스대학교(오스틴)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관심 분야는 심리철학, 인공지능의 철학, 트랜스휴머니즘, 포스트휴머니즘이다. 지은 책으로 『호모 사피엔스의 미래』, 『푸른 요정을 찾아서』, 『인문테크놀로지 입문』(공저)이 있다.

저자 : 이상욱
한양대학교 철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영국 런던정경대학교(LSE)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유네스코 과학기술윤리위원회(COMEST)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지은 책으로 『과학은 이것을 상상력이라고 한다』, 『과학으로 생각한다』(공저), 『욕망하는 테크놀로지』(공저), 『과학은 논쟁이다』(공저) 등이 있다.

저자 : 이영의
고려대학교 철학과 객원교수
고려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뉴욕주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강원대학교에서 정년 퇴임하고 한국인문치료학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주요 관심 분야는 베이즈주의, 인지과학철학, 포스트휴머니즘, 철학치료 및 인문치료이다. 지은 책으로는 『베이즈주의』, 『입증』(공저), 『몸과 인지』(공저), Practicing Philosophy(공저) 등이 있다.

저자 : 김애령
이화여자대학교 이화인문과학원 교수
이화여대와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했다. 주요 관심 분야는 해석학, 여성주의 철학, 포스트휴먼 연구에 걸쳐 있다. 지은 책으로 『여성, 타자의 은유』, 『은유의 도서관』, 『포스트휴먼의 무대』(공저) 등이 있고 「이방인과 환대의 윤리」, 「사이보그와 그 자매들」, 「변형의 시도」 등의 논문을 썼다.

저자 : 구본권
한겨레신문 기자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0년부터 《한겨레》 기자로 일하고 있으며, 한겨레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서울시교육청 미래교육 전문위원, 한양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를 지냈다. 지은 책으로 『로봇시대, 인간의 일』, 『공부의 미래』가 있다.

목차

머리말
프롤로그: 왜 지금 포스트휴먼인가? / 신상규

1부 질주하는 기술

1장 기계지능: 3만 년 만에 만나는 낯선 지능
/ 이상욱
인공지능(AI)의 시조, 네안데르탈인?
넥스트 렘브란트, 자각 없는 수행
낯선 지능, AI에 관한 오해들
인공지능인가? 기계지능인가?
먼저 인간을 이해하기
포스트휴먼의 물음, ‘인간은 존엄한가?’
인공지능의 은밀한 위험 또는 도전

2장 사이보그: 인간에서 초인으로? 기계가 된 인간
/ 이영의
사이보그는 누구인가?
진짜 사이보그, 케빈 워릭과 휴 허
테크노바디, 생트 오를랑
인간은 왜 사이보그를 꿈꾸는가?
허물어진 경계, 인간-기계
호모 데우스의 불안
사이보그는 초인인가?

3장 인공자궁: 재생산 기술로 태어나는 인간
/ 김애령
첫 번째 장면: 인공자궁의 발견
두 번째 장면: 단성생식 또는 동정녀 출산
세 번째 장면: 구글 베이비와 ‘아기 공장’
신 재생산 기술에 의해 한없이 투명해진 자궁
“누구나 아기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재생산의 권리
재생산 기술이 만들어 내는 욕망의 컨베이어 벨트
재생산을 둘러싼 권력, 정치, 자본
2019년 한국, 어느 대리모의 이야기

2부 뒤바뀌는 일상

4장 소셜로봇: 로봇과의 사랑? 관계의 재구성
/ 신상규
로봇을 학대하지 마라
소셜로봇이 몰려온다: 아이보, 섹스봇, 애슐리 투
새로운 서사의 탄생
인격적 타자로서의 로봇
로봇과 ‘관계 맺기’?
자라나는 관계
‘더’ 머신은 없다
로봇과 ‘감정 맺기’
다른 ‘인간’을 맞을 준비

5장 가짜뉴스: 디지털 사회와 보이지 않는 권력
/ 구본권
흔들리는 호모 파베르의 위상
인터넷, 무너진 이상주의
포스트휴먼 시대, 비인격적 주체의 등장
심리를 조종하는 알고리즘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알고리즘
시민의 길, 이디오테스의 길

6장 기본소득: 고용 없는 노동과 일의 재발명
/ 김재희
아이히만과 알파고에게 없는 것
아렌트, 인간은 노동하는 동물?
시몽동, 기술은 노동의 도구?
스티글레르, 고용의 종말은 일의 부활!
기여소득 또는 기본소득, 진정한 일의 가능성
‘오티움’과 ‘스콜레’의 삶을 꿈꾸며

3부 흔들리는 세계

7장 마이크로워크:
AI 뒤에 숨은 인간, 불평등의 알고리즘 / 하대청
마법이 된 기술
인공지능을 도와주는 인간
살구색의 화면 비율로 포르노그래피를 따진다?
거대 기술기업 아마존의 ‘터키인들’
날로 스마트한 인공지능과 날로 궁핍한 노동
우리는 왜 서툰 기계의 돌봄노동에만 감탄할까?
인간 없는 인공지능은 없다

8장 인류세: ‘인간’이 만든 인류의 곤경 / 송은주
그레타 툰베리, 신음하는 미래
왜 인류세일까?
인류세에 대한 태도들: 방관, 사려, 오만
‘선한 인류세’는 가능할까?
인간을 뒤덮고 있는 비-인간들
성난 가이아의 침입
지구 이야기로서 『체르노빌의 목소리』
인간의 숙명, 지구에 묶인 자

참고문헌
필자 소개

책 속으로

나는 인공지능보다는 ‘기계지능(machine intelligence)’이라는 용어를 선호한다. 지능이 나타나는 방식은 여럿인데, 인간의 방식이 있고 그 방식은 독특하게도 ‘의식적 경험’이란 걸 동반한다. 이와 달리 기계에 구현될 수 있는 지능이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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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공지능보다는 ‘기계지능(machine intelligence)’이라는 용어를 선호한다. 지능이 나타나는 방식은 여럿인데, 인간의 방식이 있고 그 방식은 독특하게도 ‘의식적 경험’이란 걸 동반한다. 이와 달리 기계에 구현될 수 있는 지능이 있고, 이 지능은 의식적 경험을 못 한다. 탁월한 수행 능력은 보일 수 있지만 말이다. 지능은 인간과 기계에 극적으로 방식을 달리하여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 「1장 기계지능」

새로운 천년의 초인이 마주하는 인간은 신에 짓눌린 인간이 아니라, ‘신이 되고자 하는 사이보그’, 즉 우쭐한 호모 데우스다. 그러므로 새로운 천년에서 초인의 임무는 ‘신으로부터 인간의 해방’이 아니라 ‘인간으로부터 신의 해방’이다. 그의 역할은 인간의 능력을 증강하고 향상하여 최종 종착점으로서의 ‘신’에 도달하려는 인간의 욕망을 잠재우고 진정한 방향으로 인간을 인도하는 데 있다.
- 「2장 사이보그」

태아의 건강과 생명은 어머니의 몸보다 우선시되고, 그것을 위협하는 어머니는 죄악시된다. 인격적 주체로 다루어지는 태아와 대조적으로 모체의 주체성은 주변화된다. 임산부가 마시는 커피 한 잔도 죄책감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태아의 초주체적 지위가 어머니의 자궁을 ‘육체의 인큐베이터’로 만든다. - 「3장 인공자궁」

우리가 어떤 가치관, 어떤 이념, 어떤 규범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느냐 하는 것은 곧 다른 존재, 단순히 로봇이 아니라 로봇과 각자 다른 관계를 맺고 있는 다른 ‘인간’을 우리가 어떻게 보느냐의 문제이다. 이는 결국 다른 ‘인간’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들을 우리의 일부로 인정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것이 포스트휴먼 시대에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이다.
- 「4장 소셜로봇」

바보(idiot)라는 말의 그리스 어원은 이디오테스(idiotes)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공적인 일에는 관심이 없고 사적인 일에만 관심을 쏟는 사람을 이디오테스, 즉 시민이 아닌 바보라고 지칭했다. 개인화된 미디어 환경은 어느 때보다 개인만의 관심사를 쫓아서 공공의 문제를 생각하지 않게 만드는 범사회적 이디오테스 상황을 유도하고 있다. 기술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이유다. - 「5장 가짜뉴스」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신할 수 있다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긴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아이히만과 같은 알파고 인간이 더는 역사의 무대에 등장하지 않을 조건이 마련되는 것 아닐까? 지금이야말로 인간에게 노동이란 무엇인지, 인간은 왜 노동과 고용을 통해서만 삶을 영위해야 하는지, 노동이 아니라면 인간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 볼 기회다. - 「6장 기본소득」

주위의 돌봄노동을 평가할 때 우리는 이중적이다. 인공지능의 서툰 노동에는 탄복하면서도 내 일상을 떠받치고 있는 배우자의 가사노동은 인정조차 하지 않는다. 나의 감탄은 늘 음성인식 인공지능 스피커에만 닿을 뿐 그 너머에 이르지 않는다. 음성인식을 위해 녹취 작업을 한 노동자나 데이터 센터에서 서버를 교체하고 있는 노동자의 돌봄노동에는 가닿지 못한다. - 「7장 마이크로워크」

우리가 평온한 일상 저 멀리에서 무섭게 변화하고 있는 가이아의 존재를 상상할 수 없다면, 환경 위기로 고통받는 다른 인간과 비-인간들의 곤경을 상상할 수 없다면, 지금-여기를 넘어선 다른 삶의 가능성을 상상할 수 없다면, 인류세는 인류 역사가 도달한 막다른 골목이 될지도 모른다.
- 「8장 인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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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AI 시대, 왜 우리는 ‘포스트휴먼’을 이야기하는가? 세기적 변화에 새로운 인식 틀 필요 ‘포스트휴먼’은 인류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네비게이터 바야흐로 AI(인공지능) 시대다. 새해 벽두부터 문재인 정부는 ‘AI 1등 국가’를 선포했다. 지난...

[출판사서평 더 보기]

AI 시대, 왜 우리는 ‘포스트휴먼’을 이야기하는가?
세기적 변화에 새로운 인식 틀 필요
‘포스트휴먼’은 인류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네비게이터
바야흐로 AI(인공지능) 시대다. 새해 벽두부터 문재인 정부는 ‘AI 1등 국가’를 선포했다. 지난해 ‘기본구상’을 거쳐 ‘국가전략’으로 발돋움한 AI는 국가의 장래를 짊어진 미래의 전략 사업으로 향후 10년간 추진될 전망이다. 국내 대기업들 역시 AI 관련 분야에 투자와 인력을 대폭 늘리면서 사활을 건 행보에 나서고 있다. 시민들은 이미 기술로 실현된 첨단 제품으로 ‘편의’를 누리면서도 ‘AI가 내 일을 뺏을까?’라는 걱정도 동시에 내놓고 있다. 이렇듯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현실로 다가선 미래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AI의 낯선 지능, 기계가 된 인간, 로봇과의 사랑……
낯선 존재들과 함께 살아가야 할 당신을 위한 안내서
4차 산업혁명의 파고와 인류세의 위기로 대표되는 세기의 변화는 전통적인 인간에 대한 이해 방식을 넘어서 인간의 삶을 규정하는 새로운 틀을 필요로 한다. 인간이 거주하는 방식에서부터 인간들 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비인간 주체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인가를 상상하는 일도 포함한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가늠자이자 해결책으로서 우리는 ‘포스트휴먼’에 주목하는 것이다.
AI의 출현 이전에 현생 인류가 자신과 동등한 지능을 갖춘 존재와 함께 살아간 경험이 없던 것은 아니다. 호모 사피엔스와 공존하던 친척 종(근연종) 네안데르탈인(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이 멸종한 것을 떠올려보면, 우리는 ‘낯선 지능’(기계지능)과 3만 년 만에 조우하는 셈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고등한 존재로 장구한 시간을 살아온 인류에게 AI 시대는 당혹스러운 현실인 것이다. 기계장치로 연결된 팔을 원거리에서 움직이고 로봇 다리를 부착한 채 암벽 등반에 나서는 현실 속 사이보그는 ‘인간 향상’에 대한 인간의 욕구가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를 잘 보여 준다. 이대로 진화를 거듭하면 신체 전부를 의체로 대신한 호모 사이보그가 등장하게 될까? 온전한 기계로 거듭난 인간은 무엇을 꿈꾸게 될까? 최첨단의 생명기술의 도움 없이 이루어지는 ‘자연적’인 출산은 현실에서 더는 불가능하다. 태아는 독립된 주체로, 어머니는 태아를 담아 양육하는 용기처럼 취급되는 역전이 일어났다. 인공자궁이라는 상상은 전 지구적 차원의 대리모 시장에서 인간이 태어나는 현실을 고려하면, 그리 낯설지 않다. 인공지능 기술을 탑재한 단종된 로봇 강아지(아이보)에게 장례식을 치르는 장면은 어떤가? 인간의 모습을 한 인형(섹스돌)과 섹스를 나누는 일은 미래에 일상이 될까? 인간과 인간 사이에 통용되던 관계가 실제로 소셜로봇과 맺어지고 있다.
포스트휴먼의 ‘낯선 존재’들은 지금까지 당연시되어온 근대적 상식의 기반을 뒤흔들며 인간 중심의 사고를 벗어날 것을 주문한다. ‘인간’이 만들어낸 곤경을 상징하는 인류세의 위기 또한 지구상의 비인간 존재들과 공존을 모색케 한다. 방사선, 탄화수소 등 우리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치지만 쉽게 지각할 수 없는 비인간 존재들은 문명의 위기 앞에서 운명을 같이하는 우리 안의 일부이다. 『포스트휴먼이 몰려온다』는 이 낯선 존재들과 공존하는 현실을 사유하며 함께 살아갈 새로운 인간의 길로 안내한다.

민주주의, 불평등, 노동의 미래……
바람직한 사회로 나아가는 비전을 제시할 AI 시대의 필독서
AI 시대는 인간의 삶을 근본적으로 사유해야 하는 대격변의 시대다. 첨단 과학기술은 단순히 삶의 편리를 도모하는 도구에 머물지 않고 인간의 태도와 습관, 삶을 관통하는 가치관이나 규범마저도 뒤흔들고 있다. 또 기술이 낳은 사회적 변화로 민주주의가 위협당하고 불평등이 초래되며 일자리마저도 걱정해야 하는 현실에 실천적으로 대응하는 비전의 제시도 요청되는 상황이다.
블랙박스와도 같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인간의 인지를 벗어났다. 도구 제작자(호모 파베르)로서 기술을 통제하던 인간의 지위가 흔들린 것이다. 실제 인물과 거의 비슷한 목소리를 구현하는 딥페이크(deep fake) 기술이 범죄에 사용되는 사례가 보고되었으며 ‘교황이 트럼프 후보를 지지했다’는 가짜뉴스(허위조작정보)는 소셜 미디어로 확산되어 현실의 정치에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AI 알고리즘이 심리를 조작하는 것을 넘어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상황이 초래된 것이다.
딥러닝 알고리즘은 양질의 결과물을 산출하기 위해서 많은 양의 데이터를 필요로 한다. 그렇다면 이 데이터를 만드는 작업은 누가 하고 있을까? 영상 정보에 이름표를 달아주는 데이터 레이블링, 인간에 유해한 정보를 가려내는 콘텐츠 조정 등 마이크로워크라고 불리는 인간의 노동은 인공지능 뒤에서 자취를 감춘다. 인공지능의 정상적인 작동을 위해 기계를 돌보는 인간의 노동은 우리가 주목하지 못하는 사이에 처우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수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불평등한 노동의 현실과 별개로 자동화된 기계들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신하는 사회가 도래한다면,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나? 어딘가에 고용되어 먹고살기 위해 노동을 해야 하는 고용 중심의 사회에서 벗어나 진정한 일의 가치를 찾는 일은 어떻게 가능할까? 국내에서도 논의가 뜨거운 기본소득 제도는 진정한 일의 기회를 모색하는 토대를 사회가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다. 『포스트휴먼이 몰려온다』는 AI 시대의 기술사회적 변화상을 짚어내고 구체적인 논의의 틀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더 바람직한 사회를 만들어 가려는 실천적 노력을 촉구한다.

인간학의 ‘4차 혁명’, ‘산업’이 아닌 ‘혁명’에 주목하라!
현실이 되어 버린 미래에 당신은 적응할 준비가 되었는가?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한창 유행하고 있지만 기술의 고도화가 인간의 삶에 작용하는 것을 폭넓게 살펴온 학자들은 ‘4차 혁명’을 앞서 말해 왔다. 첨단의 정보기술이 야기하는 인간 조건의 변화가 코페르니쿠스, 다윈, 프로이트가 일으킨 혁명에 이어 인간학의 4차 혁명을 추동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인간관에 도전하며 새로운 삶의 방식의 발명을 요청하는 ‘포스트휴먼’은 인간학의 4차 혁명을 개념화한다고 말할 수 있다. 과거의 시선으로는 더 이상 미래를 설명할 수 없으니 이제부터는 세상을 보는 눈과 사고의 틀을 바꿔야 한다. AI 시대 혼종의 풍경들 속에서 인간의 길을 다시 모색해야 한다. 포스트휴먼은 우리에게 거듭 이렇게 묻고 있다. 현실이 되어 버린 미래에 당신은 적응할 준비가 되었는가?

포스트휴먼 담론의 성과와 출간의 이력을 집약한 대중 교양서
『포스트휴먼이 몰려온다』는 학계의 대표적 포스트휴먼 연구자 8인과 아카넷 출판사가 공동으로 기획한 결과물이다. 우리 사회가 미래를 준비하는 중대한 기로에서 구성원 모두가 공유할 필요가 있는 보편적 지식을 선별하여 대중 교양서로 펴낸 것이다. 이러한 취지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8명의 학자들은 각자 논의할 주제를 정하고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서울도서관에서 대중 강연을 통해 내용을 서로 공유하였으며 그 성과를 원고로 정리한 것이 이 책이다. 아카넷 출판사는 그동안 두 개의 총서 시리즈(포스트휴먼 총서, 포스트휴먼사이언스 총서)와 단행본을 포함해 16종에 이르는 포스트휴먼 관련 서적을 펴냈으며, 이들 가운데 4분의 1에 해당하는 도서가 대한민국학술원 및 출판문화진흥원의 우수도서로 선정되어 그 양과 질에서 독보적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로 창업 20년을 맞는 아카넷 출판사는 『포스트휴먼이 몰려온다』의 출간 이후에도 연구자 및 단체와 긴밀히 소통하여 포스트휴먼 관련 도서 출간 및 강연 사업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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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리뷰

  • 인간이기에 인간이 존재하지 않던 시절에 대해서는 상상하는 일이 어렵고도 끔찍하다. 먼 훗날 인간 아닌 다른 종에 의해 지구가 ...

    인간이기에 인간이 존재하지 않던 시절에 대해서는 상상하는 일이 어렵고도 끔찍하다. 먼 훗날 인간 아닌 다른 종에 의해 지구가 뒤덮인다거나, 아예 지구라는 행성이 사라지는 시나리오 또한 그러하다. 허나 상상하기 싫다 하여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시절은 이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다. 인류를 위협하는 다양한 요소가 도처에 널렸다. 그 중에는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것들도 있다. 잘 와 닿지는 않지만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인류가 밀려나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인간을 넘어서는 존재에 의해 움직이는 세상은 과연 어떠한 모습일까. 

    <포스트휴먼이 몰려온다>를 읽으며 막연했던 상상이 구체화되는 걸 경험했다. 그리고 적잖은 것들이 상상을 뛰어넘어 현실 영역에 도입됐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단순한 것으로는 기계의 형태를 지닌 무언가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불과 15-20년 전만해도 모든 노동에는 인간의 참여가 기본이었다. 자동차 하나를 만드는 각 과정은 인간의 손길을 필요로 했다. 작업이 단순한가 복잡한가에 따라 각기 다른 숙련도를 지닌 노동자를 필요로 했고, 작업의 성질에 따라 임금도 달리 지급됐다. 정확히 어느 시점부터라 하긴 힘들지만 오늘날 많은 부분이 기계에 의해 대체됐다. 조금의 방심으로도 얼마든지 생성되곤 했던 실수로부터 자유로워진 건 물론이다. 안타깝게도 이는 일하고자 하는 이들에게서 일자리를 앗아갔다. 예전보다 적은 인원으로도 높은 생산성을 기록하는 사회에서 인간은 제 가치를 의심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물론 기계는 고장이 난다. 고쳐 쓰는게 가능한 고장이 있는가 하면 차라리 폐기처분하는 게 나은 경우도 존재한다. 회생불가 판정을 받은 기계를 부여잡고 우는 일은 무척이나 드물다. 인간에게 느끼는 것과 같은 감정을 기계에게 느끼지는 않는다는 방증일 것이다. 허나 모든 기계가 인간에게서 동일한 반응을 이끌어내는 건 아니다. 반려 동물 마냥 집에 들인 로봇 강아지의 망가짐을 생명체의 사망으로 받아들이고, 심지어 장례까지 치러준 사람들이 있음을 저자는 언급했다. 이 경우에 로봇 강아지는 기계 이상의 존재로서 인간의 삶에 존재했다고 볼 수 있다. 아직은 낯선 사이보그에 대한 이야기도 접할 수 있었다. 신체에 일종의 칩 같은 걸 삽입한다거나 훼손된 신체의 일부를 기계로 대체함으로써 인간은 스스로를 사이보그화 할 수 있다. 이미 그와 같은 인간이 존재하는데, 아마 그들을 인간 아닌 사이보그로 받아들이는 이는 몇 없을 듯하다. 그들을 사고하게 만드는 뇌는 인간 본연의 것이다. 그들은 인간으로서의 본질만큼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만일 뇌를 기계로 대체한다면 그래도 우리는 그들을 사이보그 아닌 인간이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인간과 인간 아닌 것 사이의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은 듯했다. 

    과학이 발달할수록 인간의 존엄성을 위협하는 숱한 시도가 행해질 게 분명하다. 그 중 이미 실현된 것들도 다수 존재한다. 불임의 문제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택할 수 있는 인공 수정은 더는 논란이 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에 돈이 개입하기 시작하면 양상은 다소 복잡해진다. 최저임금을 기대하기 힘든 제3 세계 노동자들이 자신의 몸을 이용해 대리모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합법과 불법의 단순한 논리에 따르면 이들이 행한 건 불법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불법이라는 이유를 들어 계속해서 굶주릴 것을 명할 순 없다. 바둑을 모르는 이들조차도 경악을 선사했던 인공지능 알파고의 승리 소식 또한 우리에겐 대혼란과도 같다. 해당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인물을 뛰어넘는 기계의 출현이 왠지 우리 자신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무언가처럼 비춰지는 건 단지 기분 탓만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미래를 한없이 비관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고 저자는 주장했다. 기계는 자신이 행한 행동의 의미를 모른다. 왜 바둑을 둬야 하며, 상대를 이겨야 하는지를 알지 못한 채 오로지 승리만을 거머쥔다. 기계가 인류가 그간 해온 작업의 적잖은 부분을 대체하는 순간에도 그런 기계를 제어하고 관리하는 일은 인류의 몫일 거라고 그는 내다보았다. 아, 기계에 친숙하지 못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렇다면 노동으로부터 소외되는 것이려나. 뜬금없는 생각 같기도 한데, 왠지 포스트휴먼 시대에는 계급, 계층에 따른 인간소외가 더욱 가속화될 거란 생각이 섰다. 적어도 앞으로의 삶이 보다 치열한 형태를 띠리라는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도래 중이 시대를 칭하는 말 ‘인류세’가 오묘함을 선사했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다. 인류세도 인류에게 기회가 될 수 있을까. 지금-여기와는 전혀 다른 삶을 긍정하고 싶다. 인류에게 부디 희망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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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년 우리 정부가 공표한 인공지능 국가전략은 사람중심의 인공지능을 강조하지만, 정작 인공지능 시대의 사람과 사람이 중심...

    2019년 우리 정부가 공표한 인공지능 국가전략은 사람중심의 인공지능을 강조하지만,

    정작 인공지능 시대의 사람과 사람이 중심됨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사회적 논의에 열어두고 있다.

    이 책은 인공지능 시대, 다시 인간의 길을 여는 키워드 여덞가지를 부제로 달고,

    각각 기계지능, 사이보그, 인공자궁, 소셜로봇, 가짜뉴스, 기본소득, 마이크로워크, 인류세로 나누어

    인공지능의 시대에 포스트-휴먼의 의미를 살핀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인공지능 시대의 현실을 파악하고

    미래를 상상-전망하는데 유요한 정보와 인상깊은 통찰을 잘 담아내고 있다.

    또한 서울도서관에서의 일련의 강좌 진행과 함께 책으로 묶여나올 기획이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먼저 일반독자들 앞에서 강연한 내용이 글로 다시 정리되어 나온만큼 내용의 수준이 상당하면서도 잘 읽힌다.

     

    프롤로그는 4차산업혁명이라는 유행어보다 코페르니쿠스, 다윈, 프로이트에 이은 4차 인간학 혁명, 즉 포스트휴먼 혁명으로 보다 적절히 개념화해 제시한다.

     

    기계지능 편에서는 불필요한 디스토피아적 망상에 매달리지 않도록 기계지능이라는 적절한 용어를 역시 제시하고,

    인간과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는 지적 존재와 공존하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인권개념에 대한 도전을 흥미롭게 지적한다.

     

    사이보그 편에서는 슈퍼휴먼의 역할이 인간 능력을 증강하고 향상하여 최종종착점으로서 신에 도달하려는 욕망을 잠재우고 진정한 방향으로 인간을 인도하는데서 찾는 새로운 관점을 보여준다.

     

    인공자궁 편에서는 재생산기술을 중심으로 기술공학과 생명정치, 글로벌자본, 생체노동시장의 얽힌 관계를 비판적으로 잘 설명해준다. 여성주의 전제에 대한 강박과 한편으로 오히려 자연스런 삶의 과정에 대한 보수적 선호 사이에서 갈피가 안잡히긴 한다.

     

    소셜로봇 편에서는 인격적 타자로서의 로봇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의 문제보다는 기술적 존재들에 대한 우리의 심성과 가치체계에 관한 문제임을 매우 인상깊게 설명해준다.

     

    가짜뉴스 편에는 인간이 도구의 사용자가 아니라 도구에 자신을 맞춰야하는 기술종속적 삶에 대한 경고로 공감가는 내용이 정리되어 있다. 특히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불투명성과 이해불가능성으로 인해 시민적 통제를 벗어나는 문제는 민주주의의 문제다.

    이는 마이크로워크 편에서도 이어지는 문제의식이다. 나아가 인공지능 기업이 소득불평등과 값싼 단순노동인력 위에서 혁신을 치장하고 있음을 비판한다. 불평등을 완화시킬 기술, 불평등을 해소하는 인공지능 개발에 대한 요구 역시 민주주의의 문제다.

     

    기본소득 편에서는 나이브한 기본소득 논의를 넘어서는 기여경제와 기여소득 구상을 펼쳐보여 공감을 얻는다. 이러한 상상력은 인류세 편에서도 강조되는데 인간을 둘러싼 비-인간존재들과의 관계에서 다른 삶의 가능성은 새로운 기술과 함께 새로운 상상력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 “오케이 구글, 좋은 아침!” 매일 아침 구보씨는 산책을 나가기 전 구글의 배웅을 받는다. “안녕하세요, 구보님. 현재 서울의 기온은 영상 6도이며, 한낮에는 13도까지 올라갑니다. 미세먼지는 29 ‘좋음’이고, 초미세먼지는 ‘좋음’입니다. 일교차가 심하니 외출시 옷차림에 유의하십시오.” “오늘 뉴스는? 밤새 코로나 환자는 몇 명이지?”. “구로동 콜센터에서 80명의 확진자가 나왔습니다. 이탈리아는 확진자 만명을 넘어섰습니다.” “오늘 약속은?”, “2시에 새 단편집 출간을 위해 아카넷 편집장과 미팅이 있습니다.” “땡큐, 미스 구글” “네. 외출시 꼭 마스크를 착용하십시오.” 구보는 주상복합 현관문을 나와 청계천을 따라 걷는다. 서울의 도로에는 자동주행하는 차들이 오가고 있다. 책을 덮고 나는 상상해 본다. 구보씨의 하루는 구글과의 대화로 시작된다. 스피커 속의 미스 구글은 인공지능이다. 1930년대 모더니스트 작가 박태원이 만들어낸 산책자 구보씨는 몇 편의 패로디 작품을 거치며 변화하는 서울의 일상을 보여준 시민의 대명사이다. 모던보이 구보씨는 어머니의 잔소리를 뒤로 하고 집을 나와 모던 경성의 거리를 산책하며, 온갖 사람들과 그들의 욕망을 만난다. 인공지능 시대의 구보씨의 일상은 AI 비서의 친절한 배웅을 받으며, 인공지능 기술로 설계된 도시를 걷는다. 그러나 독자들에게 이제 더 이상 구보씨의 관찰 노트는 필요없을 것이다. 관찰을 위해 돌아다니지 않아도 제자리에서 모든 것을 검색하고, 빅데이터로 사람들의 욕망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트휴먼 서사는 어떤 모습일까. 세계는 이야기로 구성된다. 굳이 영화, 드라마, 소설 속의 인공지능 존재들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이 강조하는 포스트휴먼 서사는 AI, 사이보그만이 아니라 인간의 삶과 그 의미에 대한 이야기이며, 이른바 인류세를 살아가고 살아갈 현재의 인류와 미래의 신인류들의 역사이자 일상이다. 즉 미래의 기술발전으로 가능해진 기계장치에만 주목하지 않고, 장치들과 더불어 공진화하는 일상성의 조건변화를 포괄하는 기술-사회적 미래에 대한 비전이다.(22쪽) 변화된 기술조건 하에서 인간이 지구에 거주하는 방식, 우리가 무엇을 입고, 먹으며, 어디에 살며, 어떻게 이동하며 소비할지와 같은 삶의 습관들의 문제이다. 나 같은 독자에게 궁금한 것은 복잡한 수식이나 거창한 서구 이론으로 가득한 미래서적이 아니라 포스트휴먼의 일상이다. 개념서라기보다는 포스트휴먼 일상을 보여주는 이야기란 점에서 이 책은 꽤 만족스럽다. 그렇다고 이론 없는 현상과 예측의 나열은 아니다. 이 책의 내용은 포스트휴먼 담론의 논의 및 함의에 대한 교양적 지식이다. 주지하듯이 ‘포스트’라는 말은 ‘이후’ 또는 ‘탈(脫)’이란 뜻을 지니고 있다. 포스트휴먼 담론은 휴머니즘 시대의 종언을 이야기한다. 이 책의 필자들은 저마다 ‘휴머니즘 다음에는 어떤 세상이 올까’ 또는 ‘휴머니즘을 넘어서’에 관한 물음들에 답하고 있다. 즉 겉으로는 인간과 기계의 ‘경계 넘어서기’이며, 더 들어가서는 기존의 인간관이나 인간 개념에 대한 새로운 인간학임을 강조하는 사유의 경계 넘어서기이다. 8명의 저자가 각각 쓴 글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일관성 있는 주장들을 전개하고 있다. 그 지향점은 무엇인가. 이 책은 지구라는 땅에서 모든 다른 피조물 위에 군림해 온 인간의 위치에 대한 성찰, 다른 존재들과의 경계를 없애고 공존을 위한 새로운 삶의 방식을 기획하며 아직은 없는, 이미 도래한 미래로 나아가는 나침반이다. 다 읽고 나니 내 자신 포스트휴먼으로 몇 센티 진화한 느낌이다. 앞장서 간 8명의 선발대, 인간 필자들에게 감사드린다. 다음번 책은 인공지능이 써 줄지도 모르겠다.   ...

    오케이 구글, 좋은 아침!” 매일 아침 구보씨는 산책을 나가기 전 구글의 배웅을 받는다. “안녕하세요, 구보님. 현재 서울의 기온은 영상 6도이며, 한낮에는 13도까지 올라갑니다. 미세먼지는 29 ‘좋음이고, 초미세먼지는 좋음입니다. 일교차가 심하니 외출시 옷차림에 유의하십시오.” “오늘 뉴스는? 밤새 코로나 환자는 몇 명이지?”. “구로동 콜센터에서 80명의 확진자가 나왔습니다. 이탈리아는 확진자 만명을 넘어섰습니다.” “오늘 약속은?”, “2시에 새 단편집 출간을 위해 아카넷 편집장과 미팅이 있습니다.” “땡큐, 미스 구글” “. 외출시 꼭 마스크를 착용하십시오.” 구보는 주상복합 현관문을 나와 청계천을 따라 걷는다. 서울의 도로에는 자동주행하는 차들이 오가고 있다. 책을 덮고 나는 상상해 본다.

    구보씨의 하루는 구글과의 대화로 시작된다. 스피커 속의 미스 구글은 인공지능이다. 1930년대 모더니스트 작가 박태원이 만들어낸 산책자 구보씨는 몇 편의 패로디 작품을 거치며 변화하는 서울의 일상을 보여준 시민의 대명사이다. 모던보이 구보씨는 어머니의 잔소리를 뒤로 하고 집을 나와 모던 경성의 거리를 산책하며, 온갖 사람들과 그들의 욕망을 만난다. 인공지능 시대의 구보씨의 일상은 AI 비서의 친절한 배웅을 받으며, 인공지능 기술로 설계된 도시를 걷는다. 그러나 독자들에게 이제 더 이상 구보씨의 관찰 노트는 필요없을 것이다. 관찰을 위해 돌아다니지 않아도 제자리에서 모든 것을 검색하고, 빅데이터로 사람들의 욕망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트휴먼 서사는 어떤 모습일까. 세계는 이야기로 구성된다. 굳이 영화, 드라마, 소설 속의 인공지능 존재들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이 강조하는 포스트휴먼 서사는 AI, 사이보그만이 아니라 인간의 삶과 그 의미에 대한 이야기이며, 이른바 인류세를 살아가고 살아갈 현재의 인류와 미래의 신인류들의 역사이자 일상이다. 즉 미래의 기술발전으로 가능해진 기계장치에만 주목하지 않고, 장치들과 더불어 공진화하는 일상성의 조건변화를 포괄하는 기술-사회적 미래에 대한 비전이다.(22) 변화된 기술조건 하에서 인간이 지구에 거주하는 방식, 우리가 무엇을 입고, 먹으며, 어디에 살며, 어떻게 이동하며 소비할지와 같은 삶의 습관들의 문제이다. 나 같은 독자에게 궁금한 것은 복잡한 수식이나 거창한 서구 이론으로 가득한 미래서적이 아니라 포스트휴먼의 일상이다. 개념서라기보다는 포스트휴먼 일상을 보여주는 이야기란 점에서 이 책은 꽤 만족스럽다.

    그렇다고 이론 없는 현상과 예측의 나열은 아니다. 이 책의 내용은 포스트휴먼 담론의 논의 및 함의에 대한 교양적 지식이다. 주지하듯이 포스트라는 말은 이후또는 ()’이란 뜻을 지니고 있다. 포스트휴먼 담론은 휴머니즘 시대의 종언을 이야기한다. 이 책의 필자들은 저마다 휴머니즘 다음에는 어떤 세상이 올까또는 휴머니즘을 넘어서에 관한 물음들에 답하고 있다. 즉 겉으로는 인간과 기계의 경계 넘어서기이며, 더 들어가서는 기존의 인간관이나 인간 개념에 대한 새로운 인간학임을 강조하는 사유의 경계 넘어서기이다. 8명의 저자가 각각 쓴 글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일관성 있는 주장들을 전개하고 있다. 그 지향점은 무엇인가. 이 책은 지구라는 땅에서 모든 다른 피조물 위에 군림해 온 인간의 위치에 대한 성찰, 다른 존재들과의 경계를 없애고 공존을 위한 새로운 삶의 방식을 기획하며 아직은 없는, 이미 도래한 미래로 나아가는 나침반이다. 다 읽고 나니 내 자신 포스트휴먼으로 몇 센티 진화한 느낌이다. 앞장서 간 8명의 선발대, 인간 필자들에게 감사드린다. 다음번 책은 인공지능이 써 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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