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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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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0*188*23mm
ISBN-10 : 1160261423
ISBN-13 : 9791160261424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중고
저자 야마시로 아사코 | 역자 김은모 | 출판사 작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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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3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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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책 상태 좋네요 감사합니다 5점 만점에 5점 dhfhf*** 2020.08.13
68 비교적 깨끗한 책 좀 늦었지만 잘받았어요 감사해요 5점 만점에 4점 namchu*** 2020.08.13
67 만족스럽게 잘 받았습니다. 5점 만점에 5점 sabina0*** 2020.08.07
66 좋은 책 감사합니다. 5점 만점에 5점 vikin*** 2020.08.03
65 잘받았습니다. 좋습니다. 5점 만점에 5점 austjoh*** 2020.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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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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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기억이 휘발된 뒤에도 지울 수 없었던 마음의 공명!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감정인 공포와 슬픔을 상실과 재생이라는 주제에서 바라본 여덟 편의 소설을 담은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현대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기기묘묘한 일들을 절제된 문체로 담담하게, 그래서 더 애절하게 그려내면서도 핏빛 어린 잔혹함과 섬뜩한 반전, 기괴스런 서스펜스와 유머러스함까지, 호러라는 장르에서 오는 모든 빛깔의 공포를 만끽하게 해준다.

심령 현상에 대한 과학적 검증이라는 아이러니와 본격 미스터리의 추리를 주축으로 하고 있지만, 제목의 유래와 의미를 깨닫는 순간 독자는 단순한 공포 너머에 자리 한 짙은 상실의 비애를 감지하게 된다. 죽은 자들에게 건네는 다정한 인사와도 같은 이 책은 소중한 사람과 헤어지는 인간 내면의 가장 깊숙한 슬픔을 그리면서도 빛으로 향해가는 희망적 메시지를 놓치지 않으며, 책장을 펼치는 순간 마음 한구석을 오래도록 사로잡는 투명하고 아스라한 감성의 서정 호러의 세계에 빠져들게 만든다.

저자소개

저자 : 야마시로 아사코
2005년 괴담 전문지 《유幽》에 「긴 여행의 시작」을 발표하며 데뷔했다. 기담 전문 작가로, 그의 소설들은 설화적 모티프와 현대적 공포 감성에 이르는 다양한 범주를 넘나들며, 끔찍하거나 오싹한 느낌의 호러라기보다는 오래 잔잔히 맴도는 묘한 여운을 남긴다. 대표작으로 여행 안내서 작가이면서 길치인 주인공이 여행 도중 겪는 일을 그린 기담 연작 『엠브리오 기담』과 그 속편인 『나의 키클롭스』, ‘소리’로써 가족 간의 유대와 죽음을 풀어내는 단편집 『죽은 자를 위한 음악』 등이 있다.
‘야마시로 아사코’ 단독 명의로 된 국내 두 번째 출간작인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은 ‘상실’과 ‘재생’을 테마로 한 여덟 편의 이야기를 통해 몽환적인 서정 호러의 미학을 빚어낸다. 슬픔을 기조로 호러 요소를 가미한 가운데, 미스터리, 공포, SF, 기담 등 각 장르의 특색을 담아 담담한 문체와 애잔한 스토리로 전개하고 있다. 다시 만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리움이 공존하는, 죽은 자들에게 건네는 다정한 인사와도 같은 작품집이다.

역자 : 김은모
경북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옮긴 책으로는 아시베 다쿠의 『기담을 파는 가게』 『악보와 여행하는 남자』, 이사카 고타로의 『화이트 래빗』, 야쿠마루 가쿠의 『우죄』, 고바야시 야스미의 『앨리스 죽이기』 『클라라 죽이기』 『도로시 죽이기』, 누쿠이 도쿠로의 『미소 짓는 사람』 『프리즘』을 비롯하여, 미쓰다 신조의 ‘작가’ 시리즈, 아비코 다케마루의 ‘하야미 삼남매’ 시리즈, 『검찰 측 죄인』 『달과 게』 등이 있다.

[끝]

목차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
머리 없는 닭, 밤을 헤매다
곤드레만드레 SF
이불 속의 우주
아이의 얼굴
무전기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아이들아, 잘 자요

옮긴이의 말

책 속으로

애당초 상식이 통하지 않는 상대다. 바이러스가 감염되는 것처럼 생리학적인 방법으로 귀신에 씐다는 보장은 없다. 그런 내용을 다룬 위대한 호러 소설이 있었던 것도 같지만 이건 별개다. 지후유는 바닥에 지도를 펼치고 3월 19일에 우리가 다닌 경로를 형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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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당초 상식이 통하지 않는 상대다. 바이러스가 감염되는 것처럼 생리학적인 방법으로 귀신에 씐다는 보장은 없다. 그런 내용을 다룬 위대한 호러 소설이 있었던 것도 같지만 이건 별개다. 지후유는 바닥에 지도를 펼치고 3월 19일에 우리가 다닌 경로를 형광펜으로 표시했다. 길고 검은 머리가 지도 위로 늘어졌다. 나는 두 목록을 비교했다._19쪽

그렇다. 그런 닭은 실제로 있었다. 학술 기록도 남아 있다. 하지만 일본에도 있다니 놀라웠다. 교타로라는 이름의 닭은 날개를 움직이고 두 발로 땅을 팍팍 파헤치며 하얀 깃털을 흩뜨렸다. 하지만 있어야 할 것이 보이지 않았다. 볏, 부리, 눈, 다시 말해 머리가 없었다._52~53쪽

만취한 여자의 귀는 이를테면 타임 터널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여자의 머릿속은 시간이 혼탁한 상태이므로 경주가 끝나고 들은 말을 경주가 시작되기 전 시간에 있는 협력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 만취한 여자에게는 과거도 미래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경주가 시작되기 전의 세상도, 끝난 후의 세상도, 여자 주위에 동등한 상태로 존재한다. 그걸 이용하면 된다._79쪽

“기묘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처음으로 자각한 건 둘째 날 밤이었습니다. 전처와 딸을 생각하며 이불 속에 누웠죠. 까무룩 잠이 들려는데 따뜻해진 발끝에서 간지러운 감촉을 느꼈습니다. 보리 이삭이 발가락을 스치는 것처럼 간질간질하더군요. 공중그네에 앉아 보리밭 위를 지나가며 늘어뜨린 발에 이삭이 닿는 모습을 상상해보십시오. 그야말로 껄끔껄끔하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이 피부 신경을 자극하더군요. 놀라서 이불을 젖혔죠. 볕에 말릴 때 보리 이삭이 바람에 날려와서 붙었나 싶었어요. 하지만 불을 켜고 확인해도 아무것도 없었습니다.”_111쪽

남편이 야근에서 빠지지 못한 날, 나 혼자 딸을 목욕시켰다. 아기 욕조에 미지근한 물을 채우고 조심스레 딸을 담갔다. 몸을 씻기면서 문득 이대로 물속에 가라앉히면 어떨까 싶었다.
매력적인 발상 같았다. 이것만 없으면. 이딴 년만 태어나지 않았다면. 그때 딸이 여자 화장실에서 우리에게 애원하던 요리코로 보였다. 그 아이는 우리가 뭘 어쩌든 전혀 저항하지 않고 자기 운명을 받아들였다. 체념한 듯 힘없이 광채를 잃은 눈이 이 세상은 고통으로 가득하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가르쳐주었다._141쪽

나는 히카루의 목소리가 환청이라는 걸 내내 의식하고 있다. 이건 허구의 이야기다. 하지만 정말로 저승이 있고 나쓰미와 히카루가 거기서 죽은 사람들과 행복하게 살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람이 종교를 만들고 사후 세계를 이야기하는 건 죽으면 소멸한다는 공포 때문인 줄만 알았다. 어쩌면 세상을 떠난 이들을 사랑하고 또 위로하는 마음이 종교를 만들어낸 사람들의 원동력일지도 모르겠다._164~165쪽

조사 결과 역시 환청으로 판명되어 내 머리가 다시 이상해졌다는 사실을 확인한다면 그걸로 안심이다. 내 머릿속에서 끝날 환청이라면 아무 문제도 없으리라. 제일 평화로운 결론이다. 하지만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불행한 일이다. 실제로 여자아이가 목소리를 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뜻이니까. 그 목소리가 어디서 들리는지 찾아내서 무슨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내가 정상일까 봐 우려해야 하다니 얄궂기 그지없지만._190쪽

각양각색의 인생이지만 하나같이 축복과 비애로 가득하다. 든 필름이 별처럼 반짝여 내 가슴을 가득 채웠다. 영상이 끝날 때마다 나는 운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죽은 자의 나라로 떠나는 사람에게 위로의 말을 건넨다.
아이들아, 잘 자요.
사람들아, 잘 자요.
잘 자요, 편안하게._2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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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흑×백이 완벽하게 조화된 ‘오쓰 이치’ 신작 이번 그의 페르소나는 호러 전문 작가, ‘야마시로 아사코’ 슬프고도 기이한 서정 호러 미학의 정점! “마성의 천재 작가”, “일본 호러 소설계의 카리스마”, “장르 불명, 규정 불가의 시대의 천재”...

[출판사서평 더 보기]

흑×백이 완벽하게 조화된 ‘오쓰 이치’ 신작
이번 그의 페르소나는 호러 전문 작가, ‘야마시로 아사코’
슬프고도 기이한 서정 호러 미학의 정점!

“마성의 천재 작가”, “일본 호러 소설계의 카리스마”, “장르 불명, 규정 불가의 시대의 천재”라는 찬사를 받는 작가, 야마시로 아사코의 호러 소설집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이 작가정신에서 출간되었다. 『Zoo』, 『Goth- 리스트컷 사건』 등을 발표한 ‘오쓰 이치’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그는 ‘야마시로 아사코’ 명의로는 호러, 괴담 소설을, ‘오쓰이치’ 명의로는 미스터리, ‘나카타 에이이치’ 명의로는 주로 청춘, 연애소설을 쓰는 등 자유자재로 페르소나를 바꿔가며 독자들의 넋을 빼놓는 일본 현대 문단의 독보적인 귀재다. 팬들 사이에서 잔혹한 내용의 소설을 쓸 때는 ‘블랙 오쓰이치’로, 감동적인 소설을 쓸 때는 ‘화이트 오쓰이치’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 책에서는 흑과 백의 오쓰이치’가 완벽히 조화된 야마시로 아사코를 만날 수 있다.
‘야마시로 아사코’ 명의로 된 국내 두 번째 출간작인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은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감정인 공포와 슬픔을 ‘상실’과 ‘재생’이라는 주제에서 바라본 여덟 편의 소설이 수록되었다.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고풍스런 정취의 옛이야기를 담은 『엠브리오 기담』과 달리, 이번에는 현대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기기묘묘한 일들을 절제된 문체로 담담하게, 그래서 더 애절하게 그려낸다. 그러면서도 핏빛 어린 잔혹함과 섬뜩한 반전, 기괴스런 서스펜스와 유머러스함까지 호러라는 장르에서 오는 모든 빛깔의 공포를 만끽하게 해준다.
죽은 자들에게 건네는 다정한 인사와도 같은 이 책은 소중한 사람과 헤어지는 인간 내면의 가장 깊숙한 슬픔을 그리면서도 빛으로 향해가는 희망적 메시지를 놓치지 않는다. 독자들은 책장을 펼치는 순간 마음 한구석을 오래도록 사로잡는 투명하고 아스라한 감성의 서정 호러의 세계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야마시로 아사코는 공포를 중시하는 호러와 괴담을 쓰면서도
결코 이야기를 공포로 가득 채우려 들지 않는다.
공포의 여백을 메우는 것은 애틋하고 아련한 감성이다.
그 감성은 옅지만 한없이 깊고 멀리 퍼져나간다.
_김은모(번역가)

“우리는 사랑하는 존재를 두 번 다시 품에 안을 수 없을 거야”
『엠브리오 기담』 ‘천재’ 호러 작가의 귀환

야마시로 아사코 월드의 문을 여는 첫 번째 작품은 헤밍웨이가 썼다고 전해지는 소설과 동명인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이다. 어느 날 ‘나’는 집에서 사람의 형상을 목격한다. 거실에서 책을 읽거나 밤중에 화장실에 갈 때면 양복 차림에 구두를 신은 남자가 시야 한구석에 들어오는 것이다. 물론 이 형상은 유령이다. 그것이 아내에게도 보인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사건은 이상한 궤도를 그리기 시작한다. 도대체 이 유령은 왜 나타났고 또 누구일까. 불안에 떠는 나와는 반대로 아내는 유령의 출현 시기를 스프레드시트로 목록화하고 꾸준한 관찰과 실험을 통해 ‘턴 오버’라는 기발한 가설을 도출한다.
이 소설은 심령 현상에 대한 과학적 검증이라는 아이러니와 본격 미스터리의 추리를 주축으로 하고 있지만, 제목의 유래와 의미를 깨닫는 순간 독자는 단순한 공포 너머에 자리 한 짙은 상실의 비애를 감지하게 된다.

심령 현상에 시달리는 부부의 ‘영혼 보고서’
머리를 잃은 닭과 아름다운 소녀의 잔혹 동화
슬럼프에 빠진 소설가에게 찾아온 기묘한 이불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저주에 빠진 세 여자
잡음 사이로 띄엄띄엄 새어 나오는 그리운 목소리……

“모든 죽은 자들이 별처럼 반짝이며 내 가슴을 가득 채웠다”

첫 작품부터 맥거핀 효과와 휴먼 드라마로 독자를 완벽하게 사로잡는 야마시로 아사코의 작가적 기량은 이어지는 작품들에서도 계속된다. 실제로 1945년 미국 콜로라도 주에서 머리 없이 18개월간 살았다는 닭 마이크가 등장하는 『머리 없는 닭, 밤을 헤매다』는 한 편의 아름다운 시이자 잔혹 동화로도 읽힌다.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 아래 정처 없이 나아가는 소년과 머리 없는 닭의 기괴하고도 아름다운 이미지는 애절하고 안타까운 감수성과 함께 선연하게 각인된다.
그 밖에도 타임머신이 등장하거나 특정한 하루가 반복되는 유형의 장르인 시간 SF 『곤드레만드레 SF』에서는 술에 취하면 과거와 미래가 뒤섞여 보이는 등 시간이 혼탁해지는 능력을 발휘하는 여자가 등장하고, 실화괴담의 형식을 취한 『이불 속의 우주』, 딸을 살해한 어머니라는 비정한 사건을 기상천외한 스토리로 풀어낸 『아이의 얼굴』, 동일본 대지진으로 부인과 아들을 동시에 잃고 유해마저 찾지 못한 처참한 남자의 심정을 그린 『무전기』 등 미스터리, 괴기, SF, 기담 등 섬뜩한 전개로 나아갈 만한 소재이지만 작가는 절제되고 담담한 문체로 그려낸다.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를 연상시키는 『잘 자요, 아이들아』에서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물건에 대한 언어적 시청각화를 통해 문장으로 표현 가능한 영상미의 극치를 그려 보인다.

아이들아, 잘 자요
사람들아, 잘 자요
잘 자요, 편안하게

슬픔을 짊어지고 빛으로 향해가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여덟 편의 메시지

표제작인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에서 ‘나’는 남편과 딸의 동반자살을 목도한 충격으로 환청에 시달리며 자살미수와 정신병원 입원과 퇴원을 3년간 되풀이한다. 어머니와 동생이 사는 집에서 재활 치료를 받던 어느 날 나는 강가에서 “살려…… 줘……. 엄마…….”라는 희미한 아이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의식을 집중하지 않으면 놓칠 만큼 가냘픈 목소리. 소리는 동행한 동생도, 엄마도 듣지 못했고 오직 나에게만 들려온다. 환청일지도 모른다. 딸을 잃게 된 데서 오는 상실감과 죄책감으로 인한. 그러나 나는 산책할 때마다 같은 곳에서 그 목소리를 듣게 되고, 마침내는 목소리의 진상을 확인해보기로 결심한다. 소설은 정상과 비정상,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상황에서 혼란과 고통을 겪다가, 주인공이 용기를 내어 현실로 귀환하는 모습을 그린다.
날마다 우리 사회 어딘가에서 발생하는 재해와 각종 사건사고들은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과 악의, 어리석음 등으로 인해 발생한다. 야마시로 아사코는 세상에 둘도 없이 소중한 것을 상실한 데 따른 슬픔을 어설픈 말로 수습하거나 결말부에 안이한 구원을 마련하는 대신에, 잃어버린 것은 돌아오지 않지만 그것을 애도하는 인간애만은 결코 잃지 않을 거라는 다정한 말을 건넨다. 삶과 죽음, 차안과 피안의 경계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사람들을 꾸준히 그려온 작가가 닿은 하나의 도달점이 여기에 있다. 마지막 작품 『아이들아, 잘 자요』에서는 천사가 등장하는 것은, 등장인물들과 그들의 슬픔을 하나하나 읽어 내린 독자 모두에게도 진심 어린 축복을 기도하는 것이 아닐까.

“솔직히 말하면, 오쓰이치 최고의 작품은 아니다.
언제나 그의 작품은 최고이기 때문이다.

_요시다 다이스케(문예평론가, 작가)”

[줄거리]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
아내와 함께 사는 아파트에서 세 번째 유령을 보게 된 ‘나’. 피곤한 탓일까, 아니면 정신에 이상이 생겼나. 아내에게 털어놓자 그녀는 “나에게도 보인다”고 담담하게 대답한다. 심령 현상의 원인 및 재발 방지를 위해 데이터 수집과 실험에 고심하면서 두 사람은 귀신의 정체와 그 진실에 다가가고. 그러던 어느 날, 유령의 형상이 점차 흐려지기 시작한다.

머리 없는 닭, 밤을 헤매다
전학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나’는 덤불 속에서 외톨이 동급생 미즈노 후코를 만나게 된다. 후코는 ‘교타로’를 애타게 부르짖으며 찾고 있었는데, 그때 갑자기 발밑에서 슉 하고 바람 빠지는 듯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온다. 닭이다. 하지만 있어야 할 것이 보이지 않는다. 볏, 부리, 눈, 다시 말해 머리가 없다.

곤드레만드레 SF
소설가인 ‘나’에게 대학 후배 N의 전화가 걸려온다. 그의 여자 친구가 술을 마시면 특별한 재능을 발휘한다는 것. 바로 타임슬립 능력이다. N은 스포츠 배팅에서 대박을 꿈꾸는데, 그 재능을 어떻게 써야 좋을지 소설가로서 상상력을 발휘해 알려달라고 집요하게 매달린다.

이불 속 우주
오랫동안 슬럼프에 빠져 있던 소설가 동료 T가 어느 날 어느 문예지에 신작 단편을 발표한다. 이대로 그가 문단에서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나’의 우려와 달리 T는 변함없는 필치로 자신만의 기량을 훌륭히 발휘했고, 흥분한 나는 그와 만나 상상하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이상한 이불’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아이의 얼굴
철없던 학창 시절, 친구들과 어울려 한 여자아이를 괴롭혔던 네 사람. 그런데 그 무리 가운데 세 사람이 자신의 손으로 아이를 살해했다. 졸업한 뒤 그들과 거리를 둔 채 살아가는 ‘나’는 결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중 한 사람에게 편지를 받는다. 태어난 아이가 한때 자신들이 자살로 몰아버린 소녀와 닮았고 그래서 죽였다는 내용. 편지는 “아기를 낳지 마. 우리처럼 될지도 모르니까”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무전기
‘나’는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으로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을 잃었다. 그로부터 2년 후, 그날도 어김없이 술을 마시다가 벽장에서 ‘쏴아아아아’ 하는 무전기 소리를 듣는다. 무전기는 경찰차를 좋아했던 세 살배기 아들 히카루의 장난감 송수신기. 이윽고 무전기에서 ‘아빠’ 하고 부르는 아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데, 무전기에는 건전지가 없다.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남편이 딸을 데리고 도로에서 동반 자살하는 모습을 눈앞에서 목격한 ‘나’. 그 충격으로 3년간 정신병원에 입원한 뒤 약물치료를 병행하며 친정집에서 요양하던 어느 날, “엄마, 살려줘”라는 가냘픈 여자아이의 목소리를 듣는다. 약물 복용의 부작용으로 인한 환청이라면 문제는 없다. 하지만, 만약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누군가 위험에 처한 것이다.

잘 자요, 아이들아
침몰하는 배 위에서 미끄러져 바다에 빠진 ‘나’는 의식을 놓으려는 찰나, 영화관에서 지금까지의 삶의 단편적인 그림인 주마등 필름을 본다. 어렸을 때 놀았던 곳, 아빠와 함께했던 보트 놀이, 엄마와 테니스를 친 날의 석양, 연인과의 첫 키스……. 연인? 연인 따위 없었는데? 그런데 여기는 어디일까. 그리고 내 필름은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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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잔잔한 감동이 있다. | ha**se2 | 2020.01.22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보유하고 있는 책은 소설 「GOTH」와 만화 「GOTH」, 그리고 만화 「염소자리 친구」입니다만, 오츠이치님은 상당히 좋아하...

    보유하고 있는 책은 소설 GOTH와 만화 GOTH, 그리고 만화 염소자리 친구입니다만, 오츠이치님은 상당히 좋아하는 작가분이라, 신간이 나오면 도서관이나 책방을 통해서 반드시 체크해 읽어보는 작가분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책이 엠브리오 기담입니다. 아시다시피 엠브리오 기담은 오츠이치님의 다른 필명인 야마시로 아사코라는 이름으로 나온 단행본으로, 구입할 당시에는 오츠이치님 작품인 걸 몰랐죠. 표지가 너무 아름다워서 계속 눈에 밟혔는데, 도서관에서 빌려보고 내용도 좋아서 구입한 케이스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나온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이 바로 일본에서 야마시로 아사코라는 이름으로 나온 책입니다. 그러니까 같은 작가가 썼더라도 오츠이치님의 글과는 분명 결이 다른 작품들을 모은 단편집인 거죠.

    개인적으로 오츠이치님의 글은 무서울 정도로 잔혹하면서도 어딘가 몽환적인 느낌이 드는 반면, 야마시로 아사코님의 글은 기묘하지만 건조한 느낌이 들어서, 분명 차별화되는 점이 있다고 봅니다. 물론 기가 막히게 아름다운 표지도 구매욕을 자극하는데 한 몫을 했고요. 능소화를 이토록 아름답게 그린 건 또 처음 봅니다.

    내용은 기담이나 괴담입니다만, 읽기에 그리 어렵거나 무서운 작품은 아니고, 꽤 건조하고 자극이 적은 편이라, 라이트한 작품을 원하시면 한번 읽어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작가이지만 오쓰 이치라는 작가가 호러, 괴담을 쓸 땐 야마시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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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작가이지만 오쓰 이치라는 작가가 호러, 괴담을 쓸 땐 야마시로 아사코라는 필명을 써서 작품을 발표한다는 사실이 소설만큼 흥미로움을 더해준다. 애거사 크리스티가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필명으로 다른 장르의 작품을 발표했던 사실이 겹쳐지면서 기대감 또한 더해준다. '공포'. '호러' 장르를 그리 좋아하지도 않고 영화에서나 조금 접해봤지 이런 장르의 소설은 개인적으로 처음이지만 '일본 문화'와 '공포'라는 장르가 더해지니 분위기나 색깔이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해지고 그 예측이 더불어 호기심과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니까 본격적으로 소설을 읽기도 전부터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가 넘치게 많았음을 고백하며 서평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부부가 사는 맨션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의 심령현상이 나타나 사적인 공간을 침입하는 것은 물론이고 화자의 일상을 위협하는 일이 일어난다. 그런 부부가 자신들 앞에 갑자기 나타난 심령의 정체를 파헤쳐 가는 과정을 그려낸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 이모에게 학대받는 소녀 미즈노 후코와 그녀가 가까스로 구출한 머리 없는 닭 교타로, 그들의 유일한 친구인 소년과의 슬픈 이야기를 담은 「머리 없는 닭, 밤을 헤매다」, 술에 취하면 미래가 보이는 여자친구와 그런 여자친구의 능력을 도박에 거는 남자친구의 이야기 「곤드레 만드레 SF」, 슬럼프에 빠져 10년 넘게 글을 쓰지 못한 소설가의 손에 들어온 영감을 주는 이불 「이불 속의 우주」, 자식들을 죽인 고등학교 동창들의 소식을 듣고 과거의 죄책감에 시달리며 자신의 딸을 겁내는 엄마  「아이의 얼굴」, 2011년 쓰나미로 죽은 가족을 그리워하며 장난감 무전기로 아들의 환청과 이야기를 나누는 아빠 「무전기」, 사고로 딸을 잃고 죄의식에 빠진 엄마에게 들려오는 정체불명의 환청에 관한 이야기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해난 사고로 바다에 빠져 죽은 화자가 맞이한 죽은 자의 나라로 들어가는 입구의 세계 「아이들아, 잘 지내요」. 


     "이모는 늘 나한테서 소중한 걸 빼앗아 가. 하지만 이건 못 뺏을걸. 내 마음에 싹튼 이 감정만은 이모도 절대로 어떻게 못 할 거야." p.69 「머리 없는 닭, 밤을 헤매다」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에서 다루고 있는 8편의 단편들은 상실, 실종을 화두로 하여 흥미로운 소재들이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물론이고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흥미를 자아낸다. 또한 「이불 속의 우주」를 제외한 작품들에서는 죽음과 죽음으로 인한 남은 자의 상실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먹먹함을 전하기도 하는데 장르에 비해 자극적인 요소가 없고 오히려 잔잔하게 이야기가 이어짐에도 빠르게 읽히며 재미를 더해준다. 2011년 일본 쓰나미를 소재로 한 「무전기」를 제외하면 특별히 일본적인 소재가 두드러지지 않음에도 소설 전반에 일본식 공포의 분위기가 두드러지는 것 또한 소설이 전하는 색다른 재미다. 무엇보다 소설 전반의 분위기와 책 표지의 분위기가 잘 맞아 더 좋았다.

     

     "안나, 정말 괜찮겠어요?"

     엘리베이터에서 이사벨이 물었다.

     "죽은 자의 나라는 안식의 땅이라고 들었는데요. 천사 업무에 시달리는 것보다 훨씬 편할지도 모르잖아요?"

     "일단 일하는 법부터 배워야겠네요. 이사벨,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여기는 오락거리도 얼마 없어요. 지상의 삶을 경험한 당신이 견딜 수 있을까요."

     "천사로 일하다 보면 부모님과 다시 만날 수 있을 테니까요."

     나를 낳아서 길러준 부모님을 역에서 맞이하는 것이다. 먼저 죽은 걸 사과하자. 그리고 사랑했다고 말하자. 그럴 기회가 주어지는 것만으로도 계약을 맺을 가치가 있다. p.248 「아이들아, 잘 자요」


    계절의 영향이 큰 탓인지 야마시로 아사코의 공포소설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을 읽어가는 내내 영화 <여고괴담 : 두번째 이야기>와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여고괴담 : 두번째 이야기>가 공포영화는 여름이라는 공식을 깨고 한겨울에 개봉해 당시 신선한 충격을 전해줬었는데 마찬가지로 겨울에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을 읽으면서 느낀 서늘함과 신선함이 비슷하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공포', '호러', '기담'이라는 장르를 내세웠지만 자극적이지 않고 서늘한 감정이 잔잔하게 밀려오면서 종내엔 특유의 온기를 품어 내는 방식 또한 닮아 보였다.  그런가 하면 「아이들아, 잘 지내요」에서 죽은 자들이 죽은 자의 나라로 들어가기 전 무작위로 추출한 기억의 단편을 이어붙인 필름을 상영한다는 대목에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원더풀 라이프>가 떠오르기도 했는데 수록된 8편의 단편들이 때론 잔혹동화 같고, 때론 슬프지만 아름다운 영화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책날개의 작가 소개 글과 옮긴이의 말을 통한 작가의 소개 글을 통해서 16세에 데뷔한 작가가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며 장르에 따라 쓰는 이름이 다르고, '기담 전문 작가', '괴담 전문 잡지'라는 다소 생소한 단어가 존재하는 일본 문학계의 새로운 세계를 보며 일본 문학에 대한 호기심과 부러움의 감정이 동시에 떠올랐는데 어느 정도 한 해를 마무리하고 내년을 준비하는 시기에 내년엔 내가 접하고 경험할 수 있는 문학세계의 스펙트럼이 더 확장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 따뜻한 이야기를 호러로. | xo**35 | 2019.12.27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호러 장르라서 무서운 이야기도 있지만 무전기 /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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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러 장르라서 무서운 이야기도 있지만

    무전기 /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 아이들아 잘자요는

    특히 따뜻한 이야기라 좋았어요.

     

    사람 사는 이야기를 호러로 풀어주시는데 그게 참 몰입감이 좋아요.

    물론 공포스럽게 느낄만한 이야기가 있지만 섬뜩하다기 보다

    그냥 가벼운 공포라서 여운이 길게 가지 않아 좋아요.

     

    오히려 저 3가지 이야기가 따뜻한 여운이 오래 가서 마음이 편해져요.

    처음에는 어떻게 풀릴지 모르겠는 실타래 같다가

    나중에는 이렇게 결론이 나는 구나! 참 다행이구나 싶어요.

    모든 이야기가 해피엔딩은 아니지만

    그래도 너무 무겁거나 무섭게만 하려는 의도가 안보여서 좋았어요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이야기.

    몰입해서 잠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드려요!!

  •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 di**ni | 2019.12.25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작가정신 /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 야마시로 아사코 지음

    슬프고도 기이한 서정 호러 미학의 정점

    야마시로 아사코의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제목부터 기묘한 느낌을 주는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은 '야마시로 아사코'란 낯선 작가의 기담 단편을 모은 소설집이다.

    한권에 8편이란 짧은 단편이 실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담과 SF, 호러의 다양한 장르가 섞여 있어 독특하고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

    아이없이 부부가 함께 사는 맨션, 어느날부터인가 집이나 회사에 그들을 따라다니는 귀신이 보이기 시작한다.

    거실에서 TV를 보거나 밥을 먹을 때, 샤워를 할 때 갑자기 나타나는 귀신의 존재로 인해 남편은 겁에 질려하지만 아내인 지후유는 귀신을 관찰하며 왜 느닷없이 혼령이 부부의 눈에 보이기 시작한 것인지 생각한다. 머리를 맛댄 끝에 부부는 의도치 않게 혼령이 있는 곳에 갔거나 혼령이 깃든 물건을 샀거나 원래부터 집에 혼령이 있었거나의 가설을 세우지만 딱히 맞아떨어지는 가설을 생각할 수가 없다. 그러던 중 아내 지후유는 혼령이 찬 시계와 넥타이를 근거로 그를 닮은 추상화를 블로그에 올리게 되고 초상화와 닮았다는 지인의 연락을 받게 되는데....

    - 머리 없는 닭, 밤을 헤매다

    도시에서 친할머니가 사는 시골로 이사를 오게 된 주인공,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교실에서도 혼자 있던 그의 눈에 자신과 같은 존재인 '후코'가 있다. 한겨울에도 스웨터 하나에 앙상한 몸매로 고개를 숙이고 다니는 후코, 갑자기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이모댁에 맡겨진 후코는 이모의 학대를 받으며 밥을 굶기 일쑤인 아이다. 그러던 어느 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주인공은 후코를 우연찮게 만나게 되고 후코가 목 없는 닭을 키우는 것을 보고 기겁하게 되지만 후코의 사연을 전해듣고 자신의 집 벽장에 목 없는 닭인 '교타로'를 키우게 해준다.

    살아 계실 때 부모님이 선물해준 병아리였던 교타로를 이모는 보기 싫다며 도끼로 목을 내리쳤지만 얼굴이 없는채로 살아 남아 이모 몰래 후코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라게 되었고 주인공의 집에 키우는 덕에 자주 주인공의 집에 찾아와 할머니가 주시는 먹을거리와 교타로를 보며 놀다가곤하지만 그것을 이모가 알게 되었고 그러다 갑자기 후코가 먼 친적집으로 가게 되었다며 인사도 없이 전학처리가 된 것을 보고 주인공은 이모를 의심하게 된다.

    - 곤드레 만드레 SF

    소설을 쓰는 주인공에게 학교 후배가 어느 날 고민 상담을 해달라며 불러낸다. 술잔을 기울이던 중 후배는 여자친구가 술을 마시고 만취상태가 되면 시간의 흐름이 혼탁해진다는 사실을 털어놓고 만약 이런 소재가 있다면 어떤 이야기를 쓰는게 좋겠냐는 상담에 주인공은 자기같으면 경마권을 구입해 부자가 되는 이야기를 쓰겠다고하는데 얼마 후 후배는 비싼 자동차를 끌고 나타나 주인공에게 소설의 주제가 아니었다며 주인공의 이야기를 듣고 마권을 구입해 엄청난 돈을 벌었다고 이야기한다. 후배는 돈을 벌 수 있게 해준 선배에게 사례를 해준다고 하지만 주인공은 돈을 받지 않는 대신 후배의 여자친구를 만나게 해달라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후배에게 다급한 전화 한통이 걸려 오는데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마권을 사기 위해 여자친구에게 술을 먹였던 후배는 만취한 여자친구가 울면서 죽은 후배를 보았다는 이야기를 하더라며 자신은 곧 죽게 될 것이며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다급히 도움을 요청한다. 그러나 주인공의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다음날 새벽 후배의 집에서 시체 한구가 발견되고......

    - 이불 속의 우주

    앞 편의 소설가 주인공의 아는 소설가 지인이 10년 전 대박을 치고 이후로 단 한편도 못쓰는 슬럼프에 빠져들자 가족들로부터 외면받고 급기야는 홀로 나와 살기에 이른다. 제대로 된 살림살이조차 구할 수 없었던 소설가 지인은 중고가게에 들러 추위를 막아줄 이불세트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게 되고 이불에서 잠을 청한 날 믿을 수 없는 기이한 일을 겪게 된다. 그리고 다음에 주인공과 만난 자리에서 소설가 지인은 밤마다 이불을 덮으면 다리에 뭔가 스치며 기이한 현상들을 겪게 된다고 이야기하는데....이불 덕택인지 10년동안 극심한 슬럼프를 겪던 지인은 소설을 내기 시작했고 표정도 밝아지기 시작하는데....그리고 갑자기 로맨스 소설을 쓸 생각이라던 지인은 감쪽같이 사라지고 만다.

    - 아이의 얼굴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어울려 '요리코'란 아이를 괴롭혔던 주인공, 요리코에게 못할 짓을 저지르던 그들은 그것을 즐기며 학창 시절을 보냈는데 그러던 어느 날 요리코가 집에서 자살을 하고 만다. 주인공은 자신의 철없는 행동을 후회하며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생활하며 결혼도 하였지만 얼마 후 고등학교 때 자신과 어울리며 요리코를 괴롭히던 세 명의 친구들이 모두 결혼 후 아이를 끔찍하게 살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중 한명에게 자신이 아이를 죽인 사연을 쓴 편지를 받게 되고 오랫동안 찾아가지 않았던 고향에 들러 다른 친구들도 같은 이유로 아이를 죽인건지 알아보는데....주인공이 그렇게 적극적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자신 또한 임신중이였기 때문인데 괴로워하던 주인공은 그 사실을 남편에게 털어놓지만 남편은 자신이 많이 도와줄테니 낙태는 하지 말자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무사히 아이를 낳은 주인공은 아이의 얼굴을 보고 경악하게 되는데....

    - 무전기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해 아내와 아들을 잃은 주인공, 자신은 회사에 출근한 덕에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매일 무전기를 가지고 놀며 재미있어 하던 사랑하는 아들과 아내를 잃은 슬픔이 크게 자리잡아 술로 하루하루를 버티던 그는 폐허 속에서 짓이겨진 채로 발견한 무전기에서 아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듣게 되고 놀라게 된다. 이후로 주인공은 무전기를 통해 들려오는 아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는데....

    -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결혼하여 딸이 있었던 주인공은 갈수록 점점 학대가 심해지는 남편과 함께 살아낼 자신이 없다. 아이를 위해서라도 남편과 헤어지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하여 이혼하기로 결심하고 아이는 한달에 한번씩만 아빠와 만나기로하는데, 그렇게 아빠를 만나기로 한 날 싫다는 아이를 아빠 곁에 데려다주었던 주인공은 다시 한번 재결합하지 않겠냐는 남편의 제의를 거절하고 이에 남편은 화를 내며 주인공의 뺨을 치며 딸의 손을 무지막지하게 끌고 도롯가로 걸어가 트럭에 치여 둘다 죽게 된다. 눈 앞에서 딸아이의 죽음을 목격한 주인공은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하루하루를 견뎌내던 중 집 근처를 산책할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좋아지게 되는데 이상하게 어느 한 지점을 지날 때마다 살려달라는 소녀의 목소리에 시달리게 된다. 그 목소리를 듣는건 오직 주인공 뿐, 내 머리가 이상한거라서 그런건지 주인공은 혼란스럽기만한데....

    - 아이들아, 잘자요

    허약하고 집에서 책만 읽던 주인공을 안쓰럽게 생각한 부모님은 아이들을 이끌어주는 모임에 딸아이를 가입시키고 그렇게 배를 타고 어린아이와 카드놀이를 즐기던 주인공은 갑자기 일어난 사고에 아이들을 데리고 보트에 타다 바다에 추락하고 만다. 점점 바닷속으로 갈아앉던 주인공 앞에 천사라는 사람이 나타나 자신의 인생 필름이 없다고 이야기하는데....아이들을 살리고 싶은 마음에 자신의 필름을 찾던 주인공은 그 과정에서 자신의 정체에 대해 알게 된다.

    8편의 단편은 이야기만큼이나 다양한 형식을 담고 있다. 서정적인 기담과 무섭지만 가슴 아픈 호러까지 도대체 예견할 수 없는 이야기인지라 단편을 읽을 때마다 쏙쏙 빠져들게 되는 매력이 있는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그 속엔 철 없던 학창 시절 못되게 굴었던 친구가 자살하고 아이를 낳으며 그 업보를 짊어지고 가는 주인공은 물론 소설가지만 10년동안 돈벌이를 못해 가족과 소원해진 한 가장의 고독한 모습도 엿볼 수 있다. 이모에게 학대 받으며 제대로 된 밥조차 먹지 못하며 하루하루 학대를 견뎌내던 주인공의 마지막 결단과 대지진으로 혼자 살아남아 가족을 그리워하는 가슴 절절한 이야기 또한 만날 수 있다.

    끔찍하게 다가오는 이야기지만 소름이 끼쳐 오싹하기보다 아프고 슬프게 다가오는 통에 무서움의 느낌이 왠지 희석되는 느낌이 없지 않지만 그렇게에 더욱 짠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던 것 같아 기억에 더 오래 남을 것 같다.

     

     

  •     사실, 늦은 밤에 읽자니 상상되는 표현들이 너무 생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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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늦은 밤에 읽자니 상상되는 표현들이 너무 생생하게 느껴져서 몇 페이지 읽다가 환할 때 읽곤 했는데, 막상 읽고 나면 단편 하나하나가 애틋하고 애잔한 건지.... 사랑하지만 두 번 다시 품에 안을 수 없는 존재가 된 이들에 대한 이야기. 문장으로 읽으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 끄덕여지지만 때론 잔혹과 순수를 넘나드는 야마시로 아사코의 호러 미스터리는 잔잔한 호수에 파문이 일듯 여운을 남기는 글이다. 누군가를 잃은 사람들, 그로 인해 마주하게 되는 초현실적인 현상들은 '어쩌면 있을법한 일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데 어쩌면 일상에 맞닿아 있는 이야기, 그래서 더 실감 나는 이야기들은 담담한 문체로 전하는 다시 만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리움을 담은 다정한 인사일지도 모르겠다.

    설화적 모티프와 현대적 공포 감성에 이르는 다양한 범주를 넘나들며 오래도록 잔잔히 맴도는 묘한 여운을 남기는 소설가 야마시로 아사코의 소설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은 국내 두 번째 출간작이라고 한다. 살짝 으스스하면서도 잔잔한 감동이 있기도 하고 권선징악이 뚜렷하지 않지만 그로 인해 생각이 더 많아졌던 단편집이기도 했다. 상실과 재생을 테마로 한 여덟 편의 이야기는 '옛날 옛적에~' 현대판을 읽는 느낌의 '야마시로 아사코'의 슬프고도 기이한 서정 호러에 빠져들 것이다.

    태어나지 못한 우리 아이에게도 영혼은 있었을까. 아니면 영혼은 인생의 길이에 비례하여 형태를 이루는 것이라 우리 아이에게는 아직 그럴듯한 영혼이 없었을까. 나는 모르겠다. _45p.

    "이모를 죽이자. 강도가 든 것처럼 꾸미는 거야."

    후코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안 돼. 내가 참으면 그만인걸. 어른이 되면 분명 자유를 얻겠지. 그때까지 지독한 짓을 당해도 말대꾸하지 않고 견딜 거야.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_62p.

    "모든 경계는 모호해요. 각자 나름대로 현실을 인식하고, 믿는 걸 나름대로 정의해가는 수밖에 없어요." _166p.

    "살려.... 줘....... 엄마....."

    내 머릿속에서 끝날 환청이라면 아무 문제도 없으리라. 제일 평화로운 결론이다. 하지만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불행한 일이다. 실제로 여자아이가 목소리를 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뜻이니까. 그 목소리가 어디서 들리는지 찾아내서 무슨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내가 정상일까 봐 우려해야 하다니 얄궂기 그지없지만. _190~191p.

    각양각색의 인생이지만 하나같이 축복과 비애로 가득하다. 모든 필름이 별처럼 반짝여 내 가슴을 가득 채웠다. 영상이 끝날 때마다 나는 운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죽은 자의 나라로 떠나는 사람에게 위로의 말을 건넨다.

    아이들아, 잘 자요.

    사람들아, 잘 자요.

    잘 자요, 편안하게. _256p.

    #내머리가정상이라면

    #야마시로아사코 #김은모

    #작가정신 #일본소설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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