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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냥한 폭력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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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격外
ISBN-10 : 8932029091
ISBN-13 : 9788932029092
상냥한 폭력의 시대 중고
저자 정이현 |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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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1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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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시리즈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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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성장했고, 시대는 달라졌으며, 이에 발맞춰 정이현도 변화했다! 《낭만적 사랑과 사회》, 《달콤한 나의 도시》 등을 출간해온 ‘도시기록자’ 정이현이 9년 만에 선보이는 단편소설집 『상냥한 폭력의 시대』. 소설집으로는 통산 세 번째인 이번 소설집은 저자가 단편을 쓰는 데 어려움을 겪던 시기에 부단하게 고민해온 흔적이자, ‘그래도’ 소설로 세계를 이해하고 써낼 수밖에 없어 끊임없이 노력해온 증거다. 2013년 겨울부터 발표한 소설들 가운데 미소 없이 상냥하고 서늘하게 예의 바른 위선의 세계, 삶에 질기게 엮인 이 멋없는 생활들에 대하여 포착한 자취들이 가득 담긴 일곱 편의 작품을 모아 엮었다.

고등학생 보미가 남자친구 승현과의 관계로 생긴 미숙아를 낳은 후 밝고 화사하고 상냥한 어떤 세계가 자신의 인생에서 영원히 사라져버렸음을 깨닫게 되는 보미의 엄마 지원과 승현의 엄마 미영의 이야기를 담은 《아무것도 아닌 것》, 살고 있는 집 주인이 전세금을 올리자 전세금 마련에 지친 부부가 고민 끝에 대출로 집을 사기로 결정하고 ‘잘 살자’고 다짐하지만, 이사 전날 새집에서 충격적인 장면을 맞닥뜨리게 되는 《서랍 속의 집》 등 군더더기 없이 정확한 의미의 단어만을 골라 쓴 단정한 문장들이 서로 단단하게 얽혀 소설 곳곳에서 ‘정이현식’ 아이러니를 만들어낸다.

저자소개

저자 : 정이현
저자 정이현은 1972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단편 「낭만적 사랑과 사회」로 2002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나왔다. 소설집 『낭만적 사랑과 사회』 『오늘의 거짓말』, 장편소설 『달콤한 나의 도시』 『너는 모른다』 『사랑의 기초ㅡ연인들』 『안녕, 내 모든 것』, 짧은 소설 『말하자면 좋은 사람』, 산문집 『풍선』 『작별』 등을 펴냈다. 2004년 「타인의 고독」으로 제5회 이효석문학상을 받았다. 2006년 「삼풍백화점」으로 현대문학상을 수상한 해에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도 받았다.

목차

미스조와 거북이와 나
아무것도 아닌 것
우리 안의 천사
영영, 여름
밤의 대관람차
서랍 속의 집
안나
해설_ 공허와 함께 안에서 밀고 가기 백지은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우리는 살아갈 것이고 천천히 소멸해갈 것이다” 미소 없이 상냥하고 서늘하게 예의 바른 위선의 세계, 삶에 질기게 엮인 이토록 멋없는 생활들에 대하여 낭만적 사랑과 ‘사회’, ‘오늘’의 거짓말을 거쳐, 상냥한 폭력의 ‘시대’에 이르...

[출판사서평 더 보기]

“우리는 살아갈 것이고
천천히 소멸해갈 것이다”

미소 없이 상냥하고 서늘하게 예의 바른 위선의 세계,
삶에 질기게 엮인 이토록 멋없는 생활들에 대하여

낭만적 사랑과 ‘사회’, ‘오늘’의 거짓말을 거쳐,
상냥한 폭력의 ‘시대’에 이르는 정이현 단편의 계보

우리와 이곳의 ‘오늘들’을 기록하는 작가 정이현이 세번째 소설집을 선보인다. 사랑은 발명된 것이라 냉소하며 실리를 추구하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담긴 첫 소설집 『낭만적 사랑과 사회』(2003), 거대한 사건에 가려진 개인의 고통과 상실을 그려낸 제51회 현대문학상 수상작 「삼풍백화점」이 수록된 『오늘의 거짓말』(2007)을 출간한 이후, 소설집으로는 9년 만이다. 그 사이사이 정이현은 남성 중심적 가치관의 부조리를 비틀어 보여주며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신드롬을 일으켰던 『달콤한 나의 도시』(2006), 알랭 드 보통과 공동 작업한 『사랑의 기초―연인들』(2012) 등 동시대인의 삶과 사랑을 증언하는 여러 장편과 산문집을 꾸준히 내왔고, 팟캐스트(낭만서점)를 진행하거나 가수 요조와 함께 컬래버레이션 작업을 시도하는 등 늘 ‘오늘’에 충실하려 노력해왔다.
『상냥한 폭력의 시대』는 2013년 겨울부터 발표한 소설들 가운데 일곱 편을 추려 묶은 책이다. 2000년대 중반 정이현 소설에 따라붙던 ‘도발적이고 발칙하며, 감각적이고 치밀하다”는 수식의 절반은 지금 대체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성장했고, 시대는 달라졌으며, 이에 발맞춰 정이현도 변화했다. 그의 문장은 여전히 감각적이고 치밀하지만, 정이현은 이제 2010년대와 동세대 사람들에게서 톡 쏘는 ‘쿨함’ 대신 ‘모멸’과 ‘관성’이라는 서늘한 무심함을 읽어낸다.

*
예의 바른 악수를 위해 손을 잡았다 놓으면 손바닥이 칼날에 쓱 베여 있다.
상처의 모양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다가 누구든 자신의 칼을 생각하게 된다._「작가의 말」에서
*

별 악의도 열의도 없이 ‘모멸 권하는 사회’

입주자 전용 엘리베이터가 여섯 대 운행되고 있지만 직원들은 탈 수 없었다. 입주자들과 마주치면 불쾌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언젠가 본부장이 전체 회의에서 그것을 재차 강조했을 때 나는 불쾌감이란 단어를 혐오감으로 대체해보았다.
-「미스조와 거북이와 나」에서

인간 개인의 내면 그리고 사회에는 스스로 알아차리지 못하는 심연이 있다.
-김찬호, 『모멸감』(문학과지성사, 2014)에서

정이현이 포착한 ‘오늘’은 친절한 표정으로 무심하게 모멸감을 주고받는 사람들의 시대다. 이 ‘세련된 폭력’은 조금씩 모습을 바꿔가며 소설에 등장한다. “인격을 비하하거나 비아냥거리는 태도를 취한 적은 없”지만 오히려 “타인에게 아무 태도도 취하지 않음으로써 태도를 완성시”키고 “번번이 타인을 불쾌하게 만드”는 원로 정치인 ‘박’(「밤의 대관람차」)이나, 늘 “돼지”라고 괴롭힘을 당해왔으나 새로 전학 간 학교에서 놀림거리조차 되지 못하는 리에에게 말 한마디 걸어오지 않는 K국의 아이들(「영영, 여름」)처럼, 세대부터 국적까지 상이한 이들의 공통점은 다른 사람들에게 무심코 일상적인 모멸을 가한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이에도 ‘상냥한 폭력’은 빈번히 발생한다. 사랑은 때로 상대가 “제멋대로 나를 침범하고 휘젓는 것을 묵묵히 견디게” 한다. 「미스조와 거북이와 나」에서 아버지는 몇 년간 함께 산 연인 ‘미스조’를 동네 밖 친척이나 친구들에게 소개시킨 적이 없다. 「밤의 대관람차」에서 이별을 고하던 남자의 과한 눈물은 어쩌면 어린 연인을 “완벽하게 설득시키고 꼼짝없이 이별을 받아들이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위선이었을 것이다.
가족 간에도 마찬가지다. 미숙아를 갓 낳은 고등학생 딸 ‘보미’가 “의무와 책임에 대해, 매일 하는 일의 귀중함에 대해 배워가야 한다”고 믿으면서도, 엄마 ‘지원’ 자신은 보미가 낳은 아기를 무책임하게 방치한다. 그 아기가 죽을 위기에 처하자 설레듯 가슴이 뛰는 지원은 무섭도록 보미를 사랑하는 게 확실하지만, 아무래도 딸이 원하는 방식은 아닌 듯하다(「아무것도 아닌 것」).
한편, 「안나」의 ‘경’은 지속적으로(그러나 역시 자각하지 못한 채)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다. 고연봉자 남편을 만나 절실할 필요 없이 살아가는 사십대 전업주부인 그녀에게는 영어유치원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입을 열지 않는 아이가 가장 큰 근심거리다. 과거에 댄스 동호회를 함께하다 학부모와 영어 유치원 보조 교사로 다시 만난 ‘안나’를 잠시 의지하지만, 경이 안나와 친하게 지낸 이유는 “현실을 잊을 수 있”을 만큼, 신경 쓸 필요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안나와 만날 때면 경은 어울리는 옷과 가방을 매치하기 위해 거울 앞에서 한참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되었고 자신이 가자고 제안한 식당이 유행에 뒤처지는 곳이거나 맛이 없는 곳이라 상대가 실망할까 봐 마음 쓰지 않아도 되었다.” 항상 괜찮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안나는 경에게 ‘좋은’ 사람이라기보다 ‘쉬운’ 사람이었던 것 같다. 과거 안나가 댄스 동호회에서 빛을 발할 적에도 “박수를 받을 일이 나이뿐이라” “안됐다”며, 자신의 열등감을 비틀어 상대를 멸시하기 바빴던 경은 ‘상냥한 폭력’의 살아 있는 표본이라 할 만하다.
동시에, 경은 그간 정이현의 소설에서 빈번하게 등장해온 속물형 인간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이현의 지난 소설집들에서 등장하는 위악적인 인물형이 왜곡된 세상을 보여주는 거울로써 기능했다면, 이번 소설집에서의 ‘비틀린’ 사람들은 대개 위악적이기보다 위선적이다. 이 위선은 또한 “위장술”이라기보다 “호신술”에 가깝다. 그들이 드러내는 추문은 경우에 따라 나의 얼굴에 슨 녹과 닮아 있어서 통쾌하기보다 한탄을 자아내곤 한다. 그들은 다만, “최대한 극적인 일 없이 살고 싶”(백지은)을 뿐이다.

사랑이 뭐냐고 물으면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기꺼이 증언해줄 만큼의 작은 용기”라고 답할 것이다. 부부는? “대화가 없어도, 음악이 없어도, 라디오 소리가 없어도, 사랑이 없어도, 세상 모든 소리와 빛이 사그라진 곳에서도 어색하지 않은 관계”. 청춘보다 좋은 점은? “간절할 필요가 없”다는 것. 잘하는 버릇은? “제삼자의 위치를 선점해버림으로써 당면한 문제에 대한 실무적 책임을 타인의 몫으로 넘겨버리”기. [……] 무서운 것도, 어색한 것도, 간절한 것도 ‘없어 보이는’, 삶에 질기게 엮인 이 멋없는 생활들, [……] 이 생활들은 아마도, “결정의 순간에 아무런 결단도 내리지 못하는 방식으로 결정해버리고, 전 생애에 걸쳐 그 결정을 지키며 사는 일이 자초한 삶의 방식”이라고 말해야 올바를 것 같다._백지은(문학평론가)

관성이라는 진통제
이것은 커다란 도미노 게임이며, 자신들은 멋모르고 중간에 끼어 서 있는 도미노 칩이 된 것 같았다. 종내는 모두 함께, 뒷사람의 어깨에 밀려 앞 사람의 어깨를 짚고 넘어질 것이다. 스르르 포개지며 쓰러질 것이다.
-「밤의 대관람차」에서

“세상살이에 길들여진 이들”(백지은)은 드라마틱한 불행이 없는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더, 더 독해져야” 한다. 이 소설집에서 독하다는 건 악하다기보다 끈질기다는 말에 가깝다. 빈번한 “조짐”과 “징조” 뒤 무언가 깨지고 들이닥친다 해도 그것은 세계 멸망 같은 완전한 파국이 아니므로 사람들은 어떻게든 살아간다. “우리 눈에 보이지도 않”지만 “걸을 때마다 발바닥에 스”치는 “유리 파편”같이 자잘한 고통을 기꺼이 감내하면서(「아무것도 아닌 것」).
집 주인이 전세가를 올리겠다고 하자 삼십대 부부 ‘진’과 ‘유원’은 고민 끝에 매매가가 저렴하게 나온 다른 집을 사기로 결심한다. 직접 가보지 못했으나 같은 라인 아파트를 살펴보고서 계약을 마치는데, 입주 전날 찾아가본 새집에선 악취 풍기는 쓰레기 더미가 끝없이 실려 나가고 있다. 아파트 경비원에게 사연을 듣다 진은, “코 대신 귀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이 가고 내일이 오면” “쓰레기 산은 깨끗이 사라질 것이고 그들은 여기서 살아갈 것이”( 「서랍 속의 집」)기 때문이다.
“나는 그럭저럭 살아간다. 이런 시대에 이렇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최악을 모면하며 살아가는 것을 그럭저럭,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말이다”(「미스조와 거북이와 나」). 이 소설집에서, 그리고 현실에서 내게 모멸을 주는 사람에게 과히 분개하지 않으며 상대와 나를 쉽게 분리하지 못하는 건 우리가 ‘그럭저럭’이라도 살아가기 위해 악의도 열의도 없이 모멸감을 주고받다 언젠가는 “스르르 포개지며 쓰러”져버릴 것만 같은, 삶이라는 커다란 도미노 게임에 “멋모르고 중간에 끼어 서 있는” 칩들인 탓이다.
‘그럭저럭’인 삶을 밀고 나가기 위해서는 관성이 필요하다. 아니, 견디다 보면, 과연 축복인지 저주인지 모르겠지만 절로 무덤덤해지고 담담해진다. 옛 애인의 부고를 사흘 지난 신문에서 발견하곤 오래 바라보다 이윽고 자리에서 일어선 ‘양’의 표정을 우리는 알지 못한다. 누구나 죽는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 그녀는 단지 “애도는 남아 있는 자의 의무”이며 여전히 "긴 오후가 남아 있다"고 되새긴다(「밤의 대관람차」). “결정의 순간에 아무런 결단도 내리지 못하는 방식으로 결정해버리고, 전 생애에 걸쳐 그 결정을 지키며 사는 일이 자초한 삶의 방식”(「서랍 속의 집」)으로 마침내 내성이 생겨버린 삶은 이토록 고적하다.
한편 정이현은 얼핏, “자신의 등을 떠미는” 단단한 관성을 깰 때에야 비로소 무언가가 새롭게 시작되는 게 아닐까 묻고 싶은 것도 같다. 「미스조와 거북이와 나」에서 ‘미스조’가 남긴 유산인 알다브라거북이 ‘바위’는 “먹는 존재, 우는 존재, 죽는 존재, 살아남는 존재”, “내가 죽은 후에도” 살아서 “생명을 이어”가고 “나의 모든 것을 눈에 담고 기억할” 존재다. ‘희준’은 어느 아침 느지막이 침대에서 뒹굴거리다 바위와 샥샥을 쓰다듬으며 반드시 이 연옥 같은 “세계와 내가 이어져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 무엇에도 절실하게 슬퍼하거나 분노하지 않고 ‘그럭저럭’ 살다가 관성에 묻혀 애도를 잊었던 그는 살아 있는, 살아갈 존재를 우연히 떠안고서 마침내 눈물을 흘린다.
그렇게, “모두 무언가를 버티면서 용감해지기를 원하다 다시 무력해지기를 거듭하는 것이리라.” “공허를 껴안은 시대의 딜레마”, “그 세상살이의 저주를 이해하고 또 이겨보려고 우리는 ‘세상 속의 사람들’을 만나러 세속의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책을 또다시 펼치고 그 속으로 들어가보고야 만다(백지은)”. “우리는 살아갈 것이고 천천히 소멸해갈 것이다. 샥샥은 샥샥의 속도로, 나는 나의 속도로, 바위는 바위의 속도로.” 그리고, 써나갈 것이다. 정이현은 정이현의 속도로.

미스조와 거북이와 나
“나는 그럭저럭 살아간다. 이런 시대에 이렇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최악을 모면하며 살아가는 것을 그럭저럭,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말이다.”
“거북이는 똥을 싸는 존재, 먹는 존재, 우는 존재, 죽는 존재, 살아남는 존재였다. 샥샥과는 달랐다.”
: 부자 노인들을 위한 고품격 양로원 서비스 관리 담당자인 ‘나(희준)’는 고양이 샥샥과 단둘이 사는 마흔 살의 남자다. 어느 날 몇 해 전부터 다시 알고 지내던 “죽은 아버지의 옛 여자”인 ‘미스조 여사’의 부고를 받고 얼결에 상주 노릇까지 하게 된다. 장례식장에서 자신이 그녀의 제일 친한 친구였음을 알게 되고, 그녀의 유언대로 그녀가 키우던 거북이 ‘바위’를 데려와 함께 살게 된다.

아무것도 아닌 것
“그녀는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미친 짐승처럼 소리를 지를 수도 있고, 딸을 부둥켜안고 목 놓아 통곡할 수도 있고, 창문을 열고 아래로 뛰어내릴 수도 있었다. 그래도 달라질 게 없었다. 돌려놓을 수 없었다.”
: 고등학생 ‘보미’는 수학여행을 다녀온 날 복통을 호소하며 쓰러진다. 보미가 낳은 미숙아는 남자친구 ‘승현’과의 관계로 생긴 것이다. 별탈 없이 살아가고 있다고 믿던 보미의 엄마 ‘지원’과 승현의 엄마 ‘미영’은 이 일로 “밝고 화사하고 상냥한 어떤 세계가 자신의 인생에서 영원히 사라져버렸”음을 깨닫는다.

우리 안의 천사
“시기를 조금 앞당기는 것뿐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죽으니까.”
: 동거 중인 서른 살 커플 ‘남우’와 ‘미지’. 어느 날 자신이 남우의 이복형이라고 주장하는 남자(‘최동우’)가 나타나, 거액을 줄 테니 남우가 오래도록 만나지 못한 생물학적 아버지를 죽이자고 제안한다. 남우는 갈등에 빠지고, 미지는 묘한 심정으로 반쯤 등을 떠민다. 그리고 그 이후의 이야기.

영영, 여름
“엄마에겐 내가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할 수 없도록 만드는, 그래서 영원히 알 수 없도록 만드는 놀라운 재주가 있었다.”
“아무래도 변하지 않는 것, 사라지지 않는 것을 나도 단 하나쯤 가지고 싶었다.”
: ‘나’(와타나베 리에)는 일본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아버지의 발령을 따라 몇 년마다 사는 곳을 옮겨 다니며 외국인학교를 전전하는 십대 소녀다. 고도 비만인 리에를 어머니는 안타까워하면서도 학대에 가까울 정도로 ‘관리’하려 애쓰지만, 살은 빠지지 않는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외톨이던 리에는 새로 이주한 도시 K에서 ‘메이’라는 소녀를 만나 친구가 된다. 그러다 작은 사고가 생기게 되는데…

밤의 대관람차
“결정의 순간에 아무런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방식으로 결정해버리고, 전 생애에 걸쳐 그 결정을 지키며 사는 일이 자신이 자초한 삶의 방식이라고 양은 탄식했다.”
: ‘양’은 S여고에 25년째 근속 중인 쉰세 살 여성이다. 그녀는 사실 젊을 때 한 유력 정치인(‘박’)의 연인이었다. 그와 헤어진 뒤 25년간 관성을 이어가며 살아가고 있는 그녀 앞에, 그 관성을 깨게 만드는 재단 신임 이사장 ‘장’이 나타난다.

서랍 속의 집
“집을 산다는 것은 한 겹 더 질긴 끈으로 삶과 엮인다는 뜻이었다. 부동산은, 신이든 정부든 절대 권력이 인간을 길들이기 위해 고안해낸 효과적인 장치가 분명했다. 돌이킬 수 없는 트랙에 들어서버렸다고 진은 실감했다. 결혼식장에 들어설 때보다 훨씬 더 선명했다.”
: 살고 있는 집 주인이 전세금을 올리자, 전세금 마련에 지친 ‘진’과 남편 ‘유원’은 갖은 고민 끝에 대출로 집을 사기로 결정한다. 공인중개사의 ‘요령 있는 교통정리’에 따라 시세보다 싸게 계약은 종료되고 부부는 ‘잘 살자’고 다짐하지만, 이사 전날 새집에서 충격적인 장면을 맞닥뜨리게 된다.

안나
“사람에게는 사람이 필요하다. 원망하기 위해서, 욕망하기 위해서, 털어놓기 위해서.”
: ‘경’은 의사 남편과 유치원생 아들과 함께 살고 있는 전업주부다. 아들의 영어유치원에서 8년 전 댄스 동호회에서 알았던 ‘안나’와 마주쳤다. 과거 안나는 유연하고 싱그럽게 춤을 추었고, 몹시 바빠 보였고, 경이 마음에 두었던 ‘대희’의 환심을 샀더랬다. 경은 유치원에 적응 못 하는 아이 문제로 보조 교사인 안나와 몇 차례 만나 마음을 터놓으면서, 안나의 팍팍한 삶을 연민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경은 안나에게 싸늘해진 자신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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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상냥한 폭력의 시대를 읽고 | pm**7 | 2019.09.11 | 5점 만점에 3점 | 추천:0
    # 책 소개(출처: https://edupublic.tistory.com/43 [에듀퍼블릭])

    단편 소설 7편이 있다. 

      -미스조와 거북이와 나 : 아버지의 여자이다. 원래 그녀는 약국의 사무보조원 처녀였으나, 자연스럽게 짐가방을 들고 아버지의 집에 들어왔다. 미스조는 친절했고, 아버지를 스쳐간 모든 여자들을 통틀어 나에게 제일 친절했다. 그 인연으로 아버지가 죽고도 미스조와의 만남은 우연히 이어진다. 페이스북을 통해서 미스조가 찾았기 때문이다. '나'는 독특하다. 고양이를 키우는데 헝겊 인형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인형 고양이를 키운다는 말을 미스조에게 말하고, 미스조도 애완동물로 거북이를 키운다고 말한다. 그리고 미스조가 죽자, 유언으로 거북이를 나에게 남긴다. 나와 거북이의 새로운 관계가 시작된다. 거북의 이름은 바위고, 나이는 17세 5개월, 성별은 암컷이다. 거북이는 보통 사람보다 수명이 길다. 미스조가 거북이를 나에게 넘겼지만, 내가 죽을 때는 어떻게 해야만 할까?

      

      -아무것도 아닌 것 : 지원, 지원 딸(보미), 미영, 미영 아들(승현)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보미와 승현은 아직 학생이다. 하지만 보미는 임신하게 된다. 지원은 답답하다. 보미가 임신하고 출산했기 때문이다. 이어서 미영에게 전화걸고, 미영은 미영 나름대로 다른 사건으로 바쁘다. 그 와중에 지원의 전화를 받고 승현에게 확인한다. 보미가 임신한 것이 사실로 밝혀졌다. 지원과 미영., 보미와 승현 사이이 남자와 여자,. 남자 아이의 부모와 여자 아이의 부모 입장에 따라 다른 생각이 있다. 가장 절신한 것은 누구일까? 아이가 탄생했는데, 왜 작가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는 제목을 적었을까? 현실적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우리 안의 천사 : 나와 남우, 그리고 애완동물 사이에 사건이 벌어진다. 애니(애완동물)는 아프고, 남우는 신용카드로 2백만원을 일시불로 결재한다. 미묘한 신경전이 발생한 부분이다. 그리고 남우에게 친형이 갑자기 생기고 돈이 생긴다. 친형은 의사. 아버지의 유산을 받으려고 한다. 그러려면 아버지를 죽여야한다. 그 역할을 남우가 맡는다. 형은 남우에게 방법을 제공하고..남우는 그 방법을 실행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 돈은 조금씩 쓰게 된다..

     

       -영영, 여름 : 아버지는 무역회사의 해외 영업자이다. 따라서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고 회사에서 주거비와 현지 생활비를 지원 받는다. 나는 국제학교에 다니는 동안 적응하지 못한다. 친구들로부터 '부타메'라는 돼지야 소리를 듣는다. 태어날 때부터 체중이 많았고. ㄱ, 체중이 죽 이어진 것이다. 다시 인사이동을 했다. 이번에 가야 할 곳은 k이다. 그곳은 한국인도 일본인도 없다고 생각했다. 일단 아빠가 먼저 출발해서 자리잡고 엄마와 나는 같이 갔다. 내가 간 곳에 아이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었다. 유년기 끝자락의 아이들에게 뚱보 전학생 와타나베 리에는 곤충만도 못한 존재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장 이라는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장과 친해진다. 그 이후 다양한 사건이 벌어진다.

     

      -밤의 대관람차, 서랍 속의 집, 안나는 책을 직접 읽어보면 좋겠다.

     

    #느낀점

     

      이 이야기가 모두 유쾌하지 않다. 어둡고 칙칙하고, 다소 불편하다. 관계도 평범하지 않다. 아버지의 여자, 학생간에 원치않는 임신. 돈과 살인. 주택 구매와 이상한 전세입자 등 흔히 볼 수 없는 관계를 작가는 설정하였다.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첫 단추가 어긋나 버렸는데, 우리는 바른 관계를 정립할 수 있을까? 예절은 이러한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지켜야되는가? 관계의 윤활유가 되어야 될 예의가 오히려 미묘하고 껄끄럽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작가는 '상냥한 폭력의 시대'라 제목을 붙였다. 나는 상냥함이 마음에 든다. 그래도 앞에 상냥하다는 수식어가 있음으로 해서 조금 더 인간답게 보이기 때문이다. 비범한 관계에서 '상냥한'마저 없다면 얼마나 삭막할 것인가?

  • 상냥한 폭력의 시대 | ko**96 | 2017.02.16 | 5점 만점에 3점 | 추천:0
      평이 좋아서, 정이현 작가의 `상냥한 폭력의 시대`를 구입하여 보았습니다. 단편모음이라 짧께 끊어서 보기도 편했구...

      평이 좋아서, 정이현 작가의 `상냥한 폭력의 시대`를 구입하여 보았습니다. 단편모음이라 짧께 끊어서 보기도 편했구요.

    조금은 유사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그중에 `영영 여름`이 마음에 가장 많이 와닿았습니다. 직장 생활때문에 중국 광동성에서 몇년 있었는 데, 빈번한 (월세)이사에 피곤하고 아이들 학교 및 전학때문에 학교적응은 잘할지?.. 책을 보면서 많이 동감하게 되더라구요.

     더불어, 한참전에 첫 일본출장에서 한복 학생복의 `조선계열 동포 여학생`를 보았을 때, 나도 모르게 움츠려지던 나를 생각하면,

    주변에 상관없이 리에와 메이(매희)의 자연스러운 우정이 좋게만 느껴졌습니다.

     나머지 단편 중에 미스 조와 거북이와 나, 아무 것도 아닌 것, 밤의 대관람차도 괜찮았는 데, 전체적으로 보기에 불편한 듯 하면서, 나름 재미도 있네요.

     

  • 마주하기 두려운 진실 | qu**tz2 | 2017.01.19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겉으로는 미소 짓고 있는 순간에도 속에서는 상대를 향한 증오가 솟구칠 때가 있다. 이 경우는 애써 차리는 예의일까, 가식일까....

    겉으로는 미소 짓고 있는 순간에도 속에서는 상대를 향한 증오가 솟구칠 때가 있다. 이 경우는 애써 차리는 예의일까, 가식일까.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나를 모른다. 사회적 체면과 본능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가 결국에는 내 자신을 속이고는 할 때가 많기에. 슬프지만 도시에는 나와 비슷한 생활을 하는 이들이 참 많다. 그들의 친절을 파고들면 비굴하고, 때론 무시무시할 정도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 결과일 때도 존재한다. 배신을 당했다고,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히고야 말았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어쩌면 인생 자체가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람으로 인해 생긴 상처를 사람을 이용해 치유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자신도 아픔을 선사하는 그 무언가.

     

    작가 정이현이 9년 만에 새 소설집을 냈다. 그녀의 작품 속 배경은 언제나 도시였고, 현실적으로 그려낸 삶은 도도했다. 그녀의 글을 접할 적마다 난 은희경식 냉소와는 또 다른 감정을 맛보았다. 너무 솔직해서 오히려 불편했다. 이는 마치 내 몸에 너무나도 꼭 들어맞는 옷을 입어놓고 남들이 뭐라 하기도 전에 내 스스로 어색해 하는 것과 흡사했다. 이번에도 그녀는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그리고 익숙한 방식을 적극 활용했다.

    일단 우리는 등장인물들의 속내를 정확히 들여다보는 일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녀는 결코 얼버무리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알고 있는 바를 충실히 우리에게 드러냈다. 하지만 우리가 만나는 건 전지적 작가가 아닌 관찰자로서의 섬세한 시선이다. 우리가 읽는 건 그녀의 문장이지만, 그녀라 하여 우리보다 확실히 많은 걸 알고 있진 않은 느낌이 든다. 인물들 간에, 심지어 인물들은 작가와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다. 이는 소설이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의 관계 맺음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다. 왜 하필이면 미스조에게 희준은 가장 친한 사람이 될 수밖에 없었을까. 많고 많은 것들 중 희준에게 미스조가 남긴 것이 거대한 거북이인 이유 역시도 우리로선 궁금해할 따름이다. 근데 이는 우리 자신이 희준이 되어도 알지 못할 듯하다. 결코 살아 움직이지 아니 할, 그러나 희준에게 큰 위안을 언제나 선사해 준 고양이(실상은 고양이 모양의 헝겊 인형)와 바위 중 어느 쪽이 희준에게 더 의미 있을지 또한 두고 볼 일이다. 결혼해 아이를 낳고 함께 사는 가운데서도 풀리지 않는 비밀을 공유하는 두 인물의 이야기를 그린 <우리 안의 천사> 또한 기묘하다. 형제 없다 말해온 남우에게 갑자기 나타난 형 그리고 출처를 알 길 없는 거액의 돈. 주인공의 목소리를 통해 저자는 묻지만 결코 대답을 듣지 못한다. 동시에 주인공이 남우와 공범이 되었는지 여부 또한 우리로선 알 길 없다. 두 인물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 역시 제 부모가 간직한 비밀을 파고들지 못한다. 애써 침묵하는 게 아님에도 비밀이 탄생한다. 그것도 가장 가까운 관계 안에서.

    진실이 무엇인지 알지 못할 때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호기심이다. 허나 앎이 언제나 유쾌한 건 아니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세상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할 필요성은 상냥을 가장한 폭력을 만났을 때 절실해진다. “섬뜩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지나치게 예민한 게 아닌가 의심이 갈 정도로 순간 소름이 온몸을 뒤덮기도 했다. 내 집 장만의 꿈을 이룬 주인공이 느꼈을 감정. 그 상황에선 역겨웠을 터이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그 운명은 가혹했다. 꿈이 현실이 되는 시점까지 아무도 진실을 이야기해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것이 친절인 것 마냥 굴기도 했다. 그래도 기뻤으려나. 길게는 십수 년에 걸쳐 갚아 나가야 할 금액의 무게 이상으로 그곳에서의 하루하루가 고통스럽진 않을까. 차라리 몰랐으면 싶은 진실이 선사한 난감함은 상당했다. 이어진 이야기에서는 입장이 바뀐다. 나의 눈에 비친 세상이 전부는 아니라는 걸 우린 애써 부인하며 이 자리에 서 있다. 주인공 또한 그랬다. 연락이 오랜 기간 끊겼던 이가 제 아이의 유치원 보조교사가 되어 나타났을 때, 도통 입을 열지 않는 아이의 문제를 그녀에게 털어놓으며 주인공은 위안을 맛보았다. 하지만 주인공의 절실함은 너무나도 쉽게 무너졌다. 색안경이라고까지 말하긴 뭐하나, 주인공은 안나는 제 아이를 노리고 일부러 상한 요쿠르트를 먹이는 악독한 인물로 만들어나가기 시작한다. 무엇이 진실일까. 아이가 웅얼거린 말이 판단의 유일한 단서이다. 주인공, 아니 나 또한 다른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 안타깝게도 동질감이 아무런 기쁨도 되어주지 못한다. 오히려 내가 저들보다 더 위선적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뜨끔할 따름이다.

    진실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일은 적잖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매일 우린 상냥함을 가장한 폭력과 마주한다. 때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누구보다도 명확히 알고 있으면서도 우린 의미를 곡해한다. 그럼으로써 우리 자신을 지킬 수 있다고 믿는다. 차라리 투박한 진실은 어떨까. 화려한 포장에 시선을 빼앗겨 아무도 진실을 바라보지 않는 시대인지라 쉽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편이 덜 아프리란 점만은 분명하다. 

  • 드디어 그녀가 돌아왔다.   장편소설인 줄 알고 기대했는데 단편소설 모음집이라 아쉽지만ㅜㅜ   단편...

    드디어 그녀가 돌아왔다.

     

    장편소설인 줄 알고 기대했는데

    단편소설 모음집이라 아쉽지만ㅜㅜ

     

    단편소설 모음집의 경우 단편소설 중에 책 제목으로 하던데

    이 책의 제목은 단편소설들의 총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평범하면서도 평온해 보이는 삶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누구보다 치열하고 각박하며 위태롭게 살고 있는

    모습을 잘 보여주는 것 같다.

     

    아무탈 없이 하루 하루를 살아가길 바라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하지 못한 늘 남의 이야기 같던 일들이

    내게도 한번씩 훅 들어오곤 한다.

     

    그런 우리의 모습이라 공감이 되면서도 씁쓸하다..

     

    작가님의 글귀가 참 와 닿는다

     

    이제는 친절하고 상냥한 표정으로 상처를 주고 받는 사람들의 시대인 것만 같다.
    예의 바른 악수를 위해 손을 잡았다 놓으면 손바닥이 칼날에 쓱 베여 있다.

    상처의 모양을 물끄러미 들여다 보다가 누구든 자신의 칼을 생각하게 된다.

     

     

     

     

     

  • 목차 - 미스조와 거북이와 나- 아무것도 아닌 것 - 우리 안의 천사- 영영, 여름- 밤의 대관람차- 서랍 속의 집- 안 나-...
    목차
    - 미스조와 거북이와 나
    - 아무것도 아닌 것
    - 우리 안의 천사
    - 영영, 여름
    - 밤의 대관람차
    - 서랍 속의 집
    - 안 나
    - 해설 (공허와 함께 안에서 밀고 가기 - 백지은)

    가을은 단편의 계절이다.
    찾게 되는 소설이 단편이기도 하고, 기다리던 작가들의 출간 소식도 단편집이 많다.
    <상냥한 폭력의 시대>는 정이현의 단편집이다.
    약 2년간의 단편들을 한 권으로 묶었다.
    시대를 읽어내는 소설가 정이현.
    그녀의 책 <달콤한 나의 도시>가 기억에 남아 있다.
    20대 중반, 복학해서 새로운 꿈으로 부푼 그때 만난 정이현은 졸업 후의 현실을 상상해볼 수 있게 했다. 사랑과 우정, 남과 여라는 성별을 떠나서 느끼는 그때의 무엇.
    <달콤한 나의 도시>이후 10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난 소설 속의 오은수만큼 나이를 먹었고, (아직 두 살 부족하지만)
    세상은 점점 더 살기 팍팍하다 싶은 느낌을 넘어 살아있는 지옥이란 소리가 어색하지 않다.
    수저 계급론이 탄생했고, 다양한 수저들 속에서 절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이 흙 수저임을 밝히며
    꿈과 희망보단, 좌절과 포기에 더 익숙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적어도 나와 내 주변은...)

    그리고 만난 <상냥한 폭력의 시대>속 다양한 이야기들...
    이야기 속에서 느낀 현실은 '여전히 힘듦'이다 막 30대가 된 우리들도, 20대인 그들도 힘들지만...
    40대가 가까워진 그들의 세상 역시 무심함이 가득하다.

    소설을 소설뿐이라며, 미래는 만들어 가기 나름이라는 패기가 있던 20대의 나는 '헬조선'이라 불리는 이곳에서 '무심함'으로 하루하루 물들고 있다.
    무엇이 먼저냐는 논란보다 어떻게 해야 오늘 하루도 무사히 살아낼 수 있을까를 걱정하고 있는 지금.
    하루하루를 흘러가는 대로 흔들리며 겨우 숨만 쉬며 살아간다는 회의감.

    정이현이 그려내는 소설의 나이테는 나보다 15년 정도 앞선다.
    각각의 단편들이 가지고 있는 그 미래의 시간들을 현재로 가져와 차곡차곡 쌓아둔다.
    시간이 흘러 내가 그 나이쯤 되었을 때, 인식하지 못하는 순간 문득문득 떠오르는 기억의 파편으로...

    10년 전의 내가 그랬듯이, 10년 후의 나 역시 그럴 거다.
    나에게 정이현의 소설은 오지 않은 시간의 상자다.
    같은 세상, 같은 시간 속에서 나이라는 경험의 차이가 만들어내는 타임머신...
    그 마법에 무심함을 훌훌 날려버릴 힘을 가질 수 있게 한다.

    10년 전과 같은 패기는 없지만, 그때 보다 10년이란 경험치가 쌓여 있다는 것.
    그 경험이 결코 쉽게 쓰러지지 않을 힘이 되어 오늘도, 내일도 버텨낼 수 있다는 것,
    <상냥한 폭력의 시대>속에서 <상냥한 웃음의 시대>를 꿈꾼다.

    10년 후에 펼쳐보면 난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이번 주는 <달콤한 나의 도시>를 다시 펼쳐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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