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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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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쪽 | 규격外
ISBN-10 : 8932916284
ISBN-13 : 9788932916286
겨울일기 [양장] 중고
저자 폴 오스터 | 역자 송은주 | 출판사 열린책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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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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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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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십여 년의 삶에 담긴 구체적이고 강렬한 기억! 자신만의 독창적인 문학 세계를 구축한 작가 폴 오스터의 소설 『겨울일기』. 여러 문학적 기법을 활용해 저자 자신의 삶을 심도 있게 통찰한 회고적 성격의 소설이다. 죽음에 관한 단상을 관찰자의 시점으로 담담하게 그려낸 이 작품에서 2011년 예순네 살을 맞은 저자가 작가다운 감수성으로 되살려낸 삶에 의미를 남긴 사건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인생의 겨울로 들어선 저자가 육체와 감각을 통해 써내려간 자신의 과거는 기나긴 성적 탐험의 역사를 거쳐 가족사의 어둡고 아픈 부분까지 모두 담고 있다. 생의 감각적 경험을 인과관계나 시간적 순서에 얽매이지 않는 비선형적 구성과 자신을 2인칭으로 묘사하는 관찰자 시점으로 써내려가며 저자의 독특한 세계를 따라가 볼 수 있게 도와준다.

몸이 세계와 접촉하고 충돌하며 겪어 온 쾌감과 고통의 기억들을 특유의 빼어난 문체로 풀어낸 저자는 이를 통해 자신의 존재가 고유한 것과 새로이 얻은 외부의 것들과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보여준다. 64년간의 누적된 감각적 경험들은 없애버릴 수 없는 자신의 일부이지만 외부와의 교류를 통해 존재는 끊임없이 변화될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소개

저자 : 폴 오스터
저자 폴 오스터는 1947년 뉴저지 출생. 마법과도 같은 문학적 기교와 심오한 지성으로 현존하는 최고의 미국 작가로 손꼽히는 폴 오스터는 독특한 소재의 이야기에 팽팽한 긴장이 느껴지는 현장감과 은은한 감동을 가미시키는 천부적 재능의 작가다. 또한 현대 작가로는 보기 드문 재능과 문학적 깊이, 문학의 기인이라 불릴 만큼 개성 있는 독창성과 대담함으로 독자들을 우연과 운명이 조우하는 세계, 영혼의 고뇌가 깃든 신비스러운 여행길로 인도한다. 또 그는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문단과 비평가들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는 작가이기도 하다. 더불어 사실주의적이면서 신비주의적 요소가 한데 뒤섞여 문학 장르의 모든 특징적 요소들이 혼성된 〈아름답게 디자인된 예술품〉이란 극찬을 받은 그의 작품들은 현재 20여 개국에서 번역 출간되어 호평을 받고 있다. 오스터는 지금까지 모톤 다우웬 자블상, 펜포크너상, 메디치상, 오스트리아 왕자상 등 수많은 상을 수상했으며, 2006년에는 미국 문예 아카데미의 회원으로 선출되었다. 1995년 『공중 곡예사』 이후 폴 오스터의 거의 모든 작품들이 열린책들에서 번역, 출간되고 있다.

소설
『스퀴즈 플레이Squeeze Play』(1976; 김석희 옮김, 2000)
『뉴욕 3부작The New York Trilogy』(1986; 황보석 옮김, 2003)
『폐허의 도시In the Country of Last Things』(1987; 윤희기 옮김, 2002)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Smoke & Blue in the Face: 2 Films』(1995; 김경식 옮김, 2001)
『달의 궁전Moon Palace』(1989; 황보석 옮김, 1997)
『우연의 음악The Music of Chance』(1990; 황보석 옮김, 2000) 미국 학술원의 다우웬 자블 상 수상
『거대한 괴물Leviathan』(1992; 황보석 옮김, 1996): 1993년 메디치 외국 문학상 수상
『공중 곡예사Mr. Vertigo』(1994; 황보석 옮김, 1995)
『동행Timbuktu』(1999; 윤희기 옮김, 2000)
『환상의 책The Book of Illusions』(2002; 황보석 옮김, 2003)
『신탁의 밤Oracle Night』(2003; 황보석 옮김, 2004)
『브루클린 풍자극The Brooklyn Follies』(2005; 황보석 옮김, 2005)
『기록실로의 여행Travels in the Scriptorium』(2006; 황보석 옮김, 2007)
『어둠 속의 남자Man in the Dark』(2008; 이종인 옮김, 2008)
『보이지 않는Invisible』(2009; 이종인 옮김, 2011)
『선셋 파크Sunset Park』(2010; 송은주 옮김, 2013)

시나리오
『다리 위의 룰루Lulu on the Bridge』(1998; 김경식 옮김, 2003)
『마틴 프로스트의 내면의 삶The Inner Life of Martin Frost』(2007; 김경식 옮김, 2008)

산문
『고독의 발명The Invention of Solitude』(1982; 황보석 옮김, 2001)
『빵 굽는 타자기Hand to Mouth』(1997; 김석희 옮김, 2000)
『타자기를 치켜세움The Story of My Typewriter』(2001; 황보석 옮김, 2003)
『빨간 공책The Red Notebook』(2002; 김석희 옮김, 2004)
『왜 쓰는가?Why Write?』(1996; 김석희 옮김, 2005)
『폴 오스터의 뉴욕 통신The Art of Hunger』(1997; 이종인 옮김, 2007)
『겨울 일기Winter Journal』(2012; 근간)


『소멸Disappearance: Selected Poems』(1987; 윤희기 옮김, 2004)

엮음
『나는 아버지가 하느님인 줄 알았다Thought My Father Was God』(2001; 윤희기, 황보석 옮김, 2004)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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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언제나 당신을 감싸고 있던 것은 외부, 즉 허공이지만 더 자세히 말하면 당신을 둘러싼 허공 속 당신의 몸이다. 발뒤꿈치는 땅에 굳게 딛고 있지만 나머지 부분은 허공 속에 있다. 그곳이 당신의 몸에서 이야기가 시작되는 지점이고 또한 모든 것이 몸에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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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당신을 감싸고 있던 것은 외부, 즉 허공이지만 더 자세히 말하면 당신을 둘러싼 허공 속 당신의 몸이다. 발뒤꿈치는 땅에 굳게 딛고 있지만 나머지 부분은 허공 속에 있다. 그곳이 당신의 몸에서 이야기가 시작되는 지점이고 또한 모든 것이 몸에서 끝날 것이다. 지금 당신은 바람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그 후에는 시간이 허락한다면 열과 추위, 셀 수 없이 다양한 비, 눈이 없는 사람처럼 휘청거리며 뚫고 온 안개, 바르 강가에 있는 집의 타일 지붕을 덜거덕거릴 정도로 미친 듯이 때리던 기관총 소리 같은 우박에 대해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당신의 주위를 온통 차지한 것은 바람이다. 공기는 가만히 있을 때가 거의 없다. 때때로 당신을 에워싸고 있지만 겨우 느낄 수 있을 정도의 공허한 허공 너머로 부는 산들바람과 부드럽게 퍼져 나가는 리듬, 갑작스러운 돌풍과 스콜, 타일 지붕으로 덮인 그 집에 살면서 겪었던 사흘간의 미스트랄, 대서양 해변을 따라 휩쓸며 폭우를 뿌리는 북동풍, 강풍과 허리케인, 회오리바람으로 존재하고 있다. (18면)

당신은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싶다. 길잡이 삼을 만한 것도 거의 없거나 아예 전혀 없지만, 당신은 자신이 어마어마한 선사 시대로부터의 이주와 정복, 겁탈, 유괴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당신의 조상들은 수많은 영토와 왕국에 걸쳐 먼 길을 돌고 돌아 떠돌았을 것이다. 어쨌거나 인간 부족들은 수만 년간 온 세상을 떠돌았고 여행을 했던 사람은 당신만이 아니니까. 누가 누구를 낳고 누구를 낳고 누구를 낳고 또 누구를 낳아 결국 누가 1947년 당신을 낳은 두 부모를 낳았는지 누가 알겠는가? 당신은 조부모까지만 거슬러 올라가 볼 수 있고 외증조부모에 대해서 아는 것은 아주 조금밖에 없다. 그러니까 그 앞의 세대는 백지 상태에 불과하다. 추측과 막연한 짐작만 가능한 허공이다. (125면)

당신은 스스로의 모습을 볼 수 없다. 거울과 사진 덕분에 자신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있지만, 친구든 낯선 사람이든 가장 가까운 이들이든 다른 사람들 속에서 움직일 때는 자기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팔이나 다리, 손과 발, 어깨와 몸통 등 자신의 일부만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것도 앞모습만이다. 오른쪽으로 몸을 틀어서 다리 뒤를 보는 식 말고는 자신의 뒷모습은 볼 수 없다. 당신의 얼굴은 절대 볼 수 없다. 결국 적어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당신의 얼굴이 바로 당신 자신, 당신의 정체성의 본질적인 사실이다. 여권에는 손과 발 사진은 포함되지 않는다. 이제 64년간 당신의 몸 안에서 살아온 당신조차 아마도 따로 떼어 사진을 찍어 놓으면 클로즈업한 당신의 귀나 팔꿈치, 눈은 말할 것도 없고 당신의 발도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는 당신 눈에 익숙하지만, 하나씩 따로따로 떼어 놓으면 완전히 이름 없는 것이 된다. (175면)

재채기하고 웃고, 하품하고 울고, 트림하고 기침하고, 귀를 긁고, 눈을 비비고, 코를 풀고, 목청을 가다듬고, 입술을 깨물고, 아랫니 뒤를 혀로 쓸고, 몸을 떨고, 방귀를 뀌고, 딸꾹질을 하고, 이마에서 땀을 훔치고, 손으로 머리카락을 빗고 ? 이런 일들을 몇 번이나 했을까? 몇 번이나 발가락을 채이고 손가락을 찧고 머리를 부딪쳤을까? 몇 번이나 발을 헛디디고 미끄러지고 넘어졌을까? 몇 번이나 눈을 깜박였을까? 몇 발짝이나 걸었을까? 몇 시간이나 손에 펜을 쥐고 보냈을까? 몇 번이나 키스를 주고받았을까? (24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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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폴 오스터가 《호흡의 현상학》이라고 명명한 독특하고도 새로운 형식의 회고록 도회적이고 감성적인 언어와 기발한 아이디어로 독자의 상상력을 기분 좋게 자극하는, 《우연의 미학》이라는 독창적인 문학 세계를 구축한 탁월한 이야기꾼 폴 오스터. 미국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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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오스터가 《호흡의 현상학》이라고 명명한
독특하고도 새로운 형식의 회고록


도회적이고 감성적인 언어와 기발한 아이디어로 독자의 상상력을 기분 좋게 자극하는, 《우연의 미학》이라는 독창적인 문학 세계를 구축한 탁월한 이야기꾼 폴 오스터. 미국과 유럽을 비롯하여 전 세계 독자들에게 전폭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 폴 오스터의 신작 『겨울 일기』가 열린책들에서 출간됐다. 『겨울 일기』는 예순네 살의 작가 폴 오스터의 독특한 형식의 회고록이다. 생의 감각적 경험을 기술하는 데 집중한 점, 인과관계나 시간적 순서에 얽매이지 않는 비선형적 구성, 자신을 2인칭으로 묘사하는 관찰자 시점이 특징이다.

작가는 《당신이 살아 있음을 기억할 수 있는 첫날부터 오늘까지 이 몸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어떤 기분이었는지 살펴보자. 감각적 자료들의 카탈로그랄까. 호흡의 현상학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되겠다》라고 말한다. 《호흡의 현상학》, 즉 숨을 쉬는 육체의 감각에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영향을 미친 사건들을 나열하는 것, 그리고 그 교차점에서 《나》를 규명할 수 있는 단서를 발견하는 것이야 말로 『겨울 일기』의 회고록의 특징이다.

오스터는 육체의 감각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는데, 한 가지는 성적 쾌감이나 식욕, 글을 쓰고자 하는 욕망, 가족에 대한 사랑 등을 포함한 쾌감이고, 다른 한 가지는 상처가 나는 고통, 이별의 슬픔, 패배감, 피하고 싶은 죽음 등을 포함한 고통이다. 동시다발적이거나 갑자기 등장시키기도 하면서 나열된 감각적 사건들은 우연하게도 연결되어 있다.
특히 노년의 오스터가 가장 강렬하게 느끼는 감각인 죽음에 대한 공포감이다. 어렸을 때 바로 옆에 있던 친구가 번개에 맞아 그대로 즉사한 일, 아버지가 여자 친구와 정사 도중 복상사한 일, 두 명의 계부가 갑작스럽게 죽은 일 등 자신의 주위에서 일어났던 죽음의 공포는 나 자신이 언젠가 갑자기 죽을지도 모른다는 우연적이고도 필연적인 죽음에 대한 공포로 연결된다. 세 살이 좀 넘었을 때 벤치에 박힌 못에 뺨이 찢긴 일, 어머니의 죽음 뒤 공황 발작을 겪은 일 등 하마터먼 죽을 뻔한 사건들은 아직까지도 살아서 움직이고 무언가를 만지고 사랑하는 사람을 안을 수 있다는 안도감으로 귀결된다.
육체의 감각에 영향을 미친 환경 또한 빼놓지 않는다. 살아온 환경 중 가장 오랜 시간 동안 머무는 곳인 집과 자신의 주변을 둘러싼 가족에 초점을 맞춰 환경에 따른 변화와 그들이 살던 중 겪었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미국 또는 프랑스에서, 짧게는 몇 달부터 길게는 몇 십 년까지 여기저기를 오간 행적과,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친 가족 구성원의 변천사를 심도 깊게 조명한다.

오스터는 책 속에서 자신을 《당신》이라고 부르며 관찰자 시점을 유지하고 있다. 육체의 감각에 영향을 미친 사건을 한 발 물러난 위치에서 이야기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각기 다른 사건들을 시간적 순서에 얽매이지 않고 마치 패치워크처럼 이어 붙이다 보면 결국 나 자신, 오스터가 말하는 《당신》이 이루어진다.

《호흡의 현상학》을 통해 써 내려간 회고록은
독자와 공감하고 함께 읽기 위해 만든 작품


이러한 특징들 때문에 『겨울 일기』는 소설적 미학을 담고 있다. 여러 가지 문학적 기법을 활용하여 자신의 삶을 심도 있게 통찰하여 특유의 빼어난 문체로 풀어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호흡으로 쭉 읽어 내려가다 보면 인간의 삶을 바라보는 작가의 애정 어린 시선을 느낄 수 있다. 흐트러지지 않는 관찰자 시점의 서술 형태는 묘한 이입을 불러일으킨다. 담담하게 써 내려갔지만 결국 《당신》이 처한 상태와 감정은 독자의 것이 된다.

《겨울》이라는 계절의 끝이 상징하는 바 또한 의미심장하다. 2011년에 예순네 살을 맞이한 폴 오스터는 인생의 끝에 서 있다. 오스터는 한 인터뷰에서 치열하게 삶과 싸우며 실패의 쓴맛을 보느라 악전고투하던 자신의 젊은 시절에는 살아온 삶을 돌아보며 정리할 만한 여유가 없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그 끝에 서니 불시에 출몰한 인생의 사건들을 건져 올리고 정리할 여유가 생겼다. 자신의 삶은 특별할 게 없기 때문에 어쩌면 지루한 주제일지도 모르지만, 자신의 삶이 다른 사람들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관해 흥미를 느꼈다고 한다. 결국 오스터는 자신의 삶과 독자의 삶이 맞닿아 있고 우연적으로 비슷한 양상을 띠기 때문에 『겨울 일기』를 통해 작가와 독자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겨울 일기』는 출간되자마자 영국 아마존에서 전기/회고록 분야의 《올해의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회고록 자체로 평가받기보다는 소설이라 불러도 손색없는 작품 자체가 지닌 문학적 탁월함과 감수성으로 문단과 독자들에게 인정받은 것이다. 더불어 오스터가 의도했던 독자와의 공감도 인정받은 것이다. 오스터는 최근 미국에서 『겨울 일기』의 연작인『내면 보고서Report from the Interior』를 출간했으며 올해 국내 출간을 앞두고 있다. 『내면 보고서』는 『겨울 일기』와 같은 기법으로 유년 시절에 집중하여 육체가 살아온 역사를 되짚는다.

독자들은 『겨울 일기』와 곧 출간될 『내면 보고서』를 통해 폴 오스터의 삶을 먼 거리에서 지켜보는 게 아닌, 마치 타인의 삶을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되는 따뜻한 경험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오스터가 『겨울 일기』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한 바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의 삶은 오스터만의 삶이 아님을, 오스터의 이야기는 곧 나의 이야기가 된다는 것을.

언론평
폴 오스터는 진정한 천재다. - 무라카미 하루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언젠가 이렇게 말했다 《나에겐 두 종류의 문학이 있다. 내 작품이면 좋았겠다고 생각하는 작품들, 그리고 내가 쓴 작품들》. 나는 전자에 커트 보니것, 돈 드릴로, 필립 로스, 그리고 폴 오스터를 넣는다. - 움베르토 에코

미국에 생존해 있는 가장 위대한 작가들 중 한 사람. -옵저버(런던)

현대 미국문학의 최고봉. 전혀 힘들이지 않고 쓴 것처럼 자연스럽다. -뉴욕 타임스 북리뷰

자신만의 혼종적 장르를 완벽하게 만들어낸 문학적 천재. -월 스트리트 저널

우리의 가장 지적으로 우아한 작가들 중 한 사람. -하워드 노먼, 워싱턴 포스트

오스터가 문학의 천재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디저렛 모닝 뉴스

작품 전체를 다 읽어 보아야 할 주목할 만한 작가. -선데이 헤럴드(스코틀랜드)

폴 오스터는 단언컨대 미국의 생존 작가들 중에서 가장 훌륭하다. -포트 워스 스타-텔레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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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겨울일기 | hu**2766 | 2014.03.14 | 5점 만점에 3점 | 추천:0
        2011년에 예순네 살을 맞았다 하니 올해 예순 일곱이 되었을 어느 잘생긴 미국 할아버지의 자전적...
     
     
    2011년에 예순네 살을 맞았다 하니 올해 예순 일곱이 되었을 어느 잘생긴 미국 할아버지의 자전적 독백 에세이 같은 소설이다.
    작가들의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폴 오스터는 일상의 세밀한 부분까지 꼼꼼하고 치밀하게 기억해내고 그 순간의 느낌과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언어로 표현한다.
     
    책의 마지막 장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p.247
    침대에서 나와 창가로 걸어가면서 차가운 마룻바닥에 닿는 당신의 맨발. 당신은 예순네 살이다. 바깥은 회색이다 못해 거의 흰색에 가깝고 해는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당신은 자문한다. 몇 번의 아침이 남았을까?
     
    문이 닫혔다. 또 다른 문이 열렸다.
     
    당신은 인생의 겨울로 들어섰다.
     
    책을 읽는 내내 처음 접해보는 주인공이 '당신'이라고 묘사되는 이인칭 시점이 불편해서 몰입이 힘들었고 너무 세밀한 미국적 삶에 대한 묘사도 살짝 속독해가면서 건너 뛰었다. 하지만 예순이라는 삶의 경계에서 고독과 외로움의 질감을 탁월한 언어적 표현으로 구현해 낸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  겨울에는 '겨울'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책제목에 솔깃해진다. 제목에 먼저 눈길을 주게 되었고, 폴 오스터라는 이름에...
     겨울에는 '겨울'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책제목에 솔깃해진다. 제목에 먼저 눈길을 주게 되었고, 폴 오스터라는 이름에 다시 한 번 관심을 갖게 되었다. <빵굽는 타자기>, <뉴욕 3부작>, <달의 궁전>, <선셋파크> 등 수많은 소설과 산문을 발표한 폴 오스터의 작품이라는 데에서 궁금한 마음이 더욱 강해졌다. 책 뒷 표지에 보면 "폴 오스터는 분명 천재다."라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추천사가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그의 추천사에 동의하게 된다. '<겨울 일기>는 오스터가 늙어가면서 죽음에 관한 단상을 관찰자 시점으로 담담하게 서술한 작품이다.'라는 설명 한 줄에 이 책이 궁금해져서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에서 폴 오스터는 자신의 이야기를 '당신은~'이라는 관찰자 시점으로 서술해나간다. 시점의 차이가 읽는 맛을 이렇게나 다르게 해준다니, 새로운 느낌이 든다. 책 속의 문장을 천천히 곱씹으며 읊조린다. 콜럼부스의 달걀처럼 느껴진다. 왜 나는 지금껏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왜 다른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객관화해서 펼쳐나가는 시도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글쓴이의 생각을 나열하면서도 읽는 사람에게 와닿게 하는 힘이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은 그런 일이 당신에게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일어날 리 없다고,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일어나도 당신에게만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일들이 하나씩 하나씩, 다른 이들에게 일어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당신에게도 일어나기 시작한다. (7쪽)
     
     '당신은~'으로 진술되는 이야기는 인생의 어느 시점으로 오가며 인생의 한 장면을 보여준다. 저자는 아주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어찌보면 감추고 싶은 일상 속 사소한 생각까지, 솔직담백하게 객관적 시선으로 진술해나간다. 그의 섬세한 필치를 따라 읽어나가다보면, 어느새 나 자신의 과거 속 시간과 교차되며 생각에 잠기게 된다. 이 책은 언제 읽어도 자신만의 회상과 교차되는 마법 속으로 안내할 것이다. 잊어버린 줄만 알았던 과거 속 시간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묘미가 있다.
     
     당연히 저자와 같은 기억은 아니다. 문화도 환경도 성별도 전혀 다른 인생이다. 하지만 내 과거 속 시간이 교차되어 떠오른다. 기분이 묘하다. 책을 읽을 때에 공감할 수 없으면 그 책의 매력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데, 이 책은 전혀 다른 인생이기에 공감할 만한 것이 없음에도 나만의 생각으로 교집합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었다. 나 자신 또한 객관적인 관찰자의 시점으로 담담하게 바라볼 수 있고, 지금의 나를 미래 어느 순간의 내가 담담하게 회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과거와 현재, 미래의 시간을 넘나들며 살아가는 흔적들에 점을 찍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 겨울일기 | tu**ojini | 2014.03.09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기억하는 삶의 첫 순간부터 당신은 에로스의 노예였다.      폴 오스터가 지난 시간들을 되돌...
    기억하는 삶의 첫 순간부터 당신은 에로스의 노예였다.
     
     
     폴 오스터가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보며 쓴 일기? 기록이다. 역시 위대한 작가는 다르다는 걸 또 한번 느낀 작품이다. 기억나는 순간의 기록들이 마치 무언가를 묘사한듯 생생하며 하나하나의 표현들이 살아숨쉬는 글들이다. 나라면 한줄로 끝나버릴 내용들을, 남다른 관찰과 표현력으로 평범한 일상들조차도 특별한 무언가로 나타내는 기술을 가졌다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솔직하고 구체적이며 예사롭지 않다. 삶, 인생 , 그동안 사랑했던 연인들, 부모 아내 등.. 가족 친지들, 사건, 놀이, 집 등을... 얘기하듯이 술술 풀어낸다.
     삶을 살아가는 성장과정에서 겪게되는 민감한 부분까지도 얘기해주니, 친한 친구가 된 느낌도 들고, 작가 폴 오스터를 많이 알게된 것 같기도 하고, 일반적인 남자 들의 생각, 심리 등을 많이 알게된 것 같기도 하다.
     작가로서 글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는 부분이 많아 배울점 또한 많았다.
     
    <책속 문장들>
     
    당신이 살아있음을 기억할 수 있는 첫날 부터 오늘까지 이 몸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어떤 기분이었는지 살펴보자. p7
     
    30년의 결혼생활도 그렇지만, 그전의 30년 동안에도 얼마나 많은 사랑의 열병과 한눈에 반하는 설렘을 겪고, 얼마나 열정에 불타 상대를 쫒아다녔으며, 제 정신을 잃고 미친듯이 욕망에 휩쓸린 것은 또 몇번인가? p10
     
    폴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딱 한가지 있습니다.
    쉰 일곱 살이 나는 늙었다고 느꼈습니다. 이제 일흔네살이 되니 그때보다 훨씬 젊은 것 같은 기분이 드는군요.
    사람은 일흔네 살때보다 쉰 일곱살때 죽음을 더 두려워한다는, 어쩌면 이런 간단한 뜻인지도 모른다. p36
     
    그 어떤 것을 위해서도 야구를 위해서 산것만큼 모든 것을 바치지는 않았다. 당신은 이 의미없는 남자아이의 놀이에 미치다시피 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때 더할 수 없는 행복을 느꼈고, 야구는 당신의 육체로 할 수 있는 최고의 것이었다. p43
     
    마침내 당신이 소년시절과 청소년기를 갈라놓는 문턱으로 돌진하는 날이왔다. 청소년기의 감정을 느끼고 나서부터 당신이 오랜 친구인 소방관이 실은 천상의 지복을 가져다주는 존재라는 것을 깨달으면서 당신이 살던 세상은 전과는 다른 세상이 되었다. 그 황홀함이 당신의 삶에 새로운 목적을 주고, 살아 있음에 새로운 이유를 주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남근에 집착하는 시절이 시작되었다. 이 땅을 떠돌았던 다른 모든 남자들처럼 당신도 자신의 몸에 일어난 기적 같은 변화에 사로잡혔다. 대부분의 날들은 그 외의 다른 것을 거의 생각할 수 없었고, 어떤 날은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p51
     
    살아오면서 쭉 그랬다. 갈림길에 설때마다 몸의 어딘가가 고장이 난다. 당신의 몸은 마음이 알지 못하는 것을 항상 알고 있기 때문이다. p78
     
    거의 무일푼으로도 그럭저럭 살아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자 기운이 났다. 글을 쓸 수 있는 한 어디에서 어떻게 살 건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p87
     
    세상 만사가 다 나름의 가치가 있고, 당신은 그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을 결코 멈춘 적이 없다. p206
     
     
  • '당신'이라 불리는 '누구나'의 이야기! '우연의 미학'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유명한 폴 오스터. 지금까지 읽은 폴 오스터의 ...
    '당신'이라 불리는 '누구나'의 이야기!
    '우연의 미학'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유명한 폴 오스터. 지금까지 읽은 폴 오스터의 소설들은 모두 '우연'에 대한 소설이었다는 공통점이 있었는데, 그런 측면에서 『겨울일기』는 조금 색다른 소설입니다.
    『겨울일기』는 1947년 생인 폴 오스터가 그동안의 삶을 회고하며 써내려간 독특한 형식의 소설입니다. 특히, 이 소설의 주인공은 '나'나 '그'가 아닌 2인칭 '당신'입니다. 서술자 본인이 자기 자신을 '당신'이라 칭하고 있는 것입니다.
    폴 오스터는 태어나던 순간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사건들을 서술하고 있는데, 단순히 시간에 따라 나열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특정 사건 혹은 주제를 중심으로 재구성하고 있습니다. 이 소설에서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그가 살았던 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947년 2월 3일, 뉴저지 뉴어크의 한 병원에서 태어난 순간부터 2011년 1월의 어느날까지 그 긴 세월동안 자신이 몸을 부렸던, '집'이라고 불렀던 장소들은 21곳이나 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오래 머문 곳이 뉴욕과 브루클린인데, 그래서 『뉴욕 3부작』과 『브루클린 풍자극』이라는 소설이 나올 수 있었나 봅니다.
    그리고 그를 둘러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자신의 삶을 뒤돌아 보면서 그가 가장 이야기하고 싶었던 사람은 누구일까요? 바로 가족이겠죠? 그는 자신과 사랑을 나눴던 두 명의 아내와 자신을 존재하게 해준 어머니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어머니는 몇 년 전 세상을 떠났고, 어머니의 삶을 이야기하면서 죽음도 함께 되돌아 봅니다. 지금은 존재하고 있지만, 그 역시 할아버지나 할머니, 외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조만간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당신은 그런 일이 당신에게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일어날 리 없다고,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일어나도 당신에게만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도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일들이 하나씩 하나씩, 다른 이들에게 일어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당신에게도 일어나기 시작한다. (p.7)
    『겨울일기』가 '당신'이라는 2인칭으로 이야기를 쓴 이유는, 비록 작가 자신의 회고록이라는 형식을 띄고 있지만 이 이야기들은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소설을 읽고 있는 모든 '독자'들도 태어나서, 늙고, 병들고, 죽어가는 과정을 결코 피할 수 없습니다. 지금 당장은 절대 일어나지 않겠지만, 언젠가는 겪게 될 일이라는 것이죠. 작가의 소설의 첫 문장에서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평생 '우연'이라는 주제에 천착했던 폴 오스터. 이 소설, 이 순간만큼은 '우연'을 노래할 수가 없었겠죠. 태어나고, 늙고, 죽어가는 과정은 결코 우연히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겪어야 할 운명일테니까요.
    "폴,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딱 한 가지 있습니다. 쉰일곱 살에 나는 늙었다고 느꼈습니다. 이제 일흔네 살이 되니 그때보다 훨씬 젊은 것 같은 기분이 드는군요."
    당신은 그의 말에 어리둥절해진다.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것이 그에게 중요한 문제이며 당신과 뭔가 굉장히 중요한 것을 공유하려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당신은 그에게 무슨 뜻인지 설명해 달라고 부탁하지 않는다. 7년 가까운 세월 동안 당신은 그의 말을 계속해서 곰곰이 곱씹어 보았다. 여전히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해도, 희미하게 반짝이면서 그가 한 말의 진실을 거의 이해할 것만 같은 때가 간혹 있다. 사람은 일흔네 살 때보다 쉰일곱 살 때 죽음을 더 두려워한다는, 어쩌면 이런 간단한 뜻인지도 모른다. (p.36~37)
  • 당신이 하는 일을 하기 위하여 걸을 필요가 있다. 걷다 보면 단어들이 떠오르고, 머릿속에서 그것들을 쓰면서 단어들의 리듬을 들을 수 있다. 한 발 앞으로, 다른 발을 앞으로 내밀면서 심장이 이중으로 두근두근 뛴다. 두 개의 눈, 두 개의 귀, 두 개의 팔, 두 개의 발. 이것 다음에 저것. 저것 다음에 또 이것. 글쓰기는 육체에서 시작된다. 그것은 몸의 음악이다. 단어들이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때로는 글쓰기도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단어들의 음악은 의미가 시작하는 곳이다. ...
    당신이 하는 일을 하기 위하여 걸을 필요가 있다. 걷다 보면 단어들이 떠오르고, 머릿속에서 그것들을 쓰면서 단어들의 리듬을 들을 수 있다. 한 발 앞으로, 다른 발을 앞으로 내밀면서 심장이 이중으로 두근두근 뛴다. 두 개의 눈, 두 개의 귀, 두 개의 팔, 두 개의 발. 이것 다음에 저것. 저것 다음에 또 이것. 글쓰기는 육체에서 시작된다. 그것은 몸의 음악이다. 단어들이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때로는 글쓰기도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단어들의 음악은 의미가 시작하는 곳이다.
     
    이 작품은 예순네 살의 작가 폴 오스터가 그 동안 살아온 삶에 대한 자서전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올해로 벌써 그도 예순일곱이니 노 작가라는 호칭이 어색하지 않은 것 같지만, 그는 여전히 이렇게 치열하게 글을 쓰고 있다. 그의 거의 모든 작품들을 다 읽었지만, 매번 한번도 같은 스타일을 복기 하지 않는, 그렇지만 독특한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는 작가라서 매번 신작을 읽을 때마다 나는 가벼운 흥분을 느낀다. 특히나 이 작품은 매우 독특한 형식을 띠고 있어, 자서전이라기보다는 개인적인 일기 같은 느낌마저 든다. 그는 과거를 돌아보면서 자신의 삶에서 의미가 있었던 사건들을 감각적 경험의 기억을 통해 복기해낸다. 그러니까 호흡의 현상학으로 들여다본 폴 오스터의 인생이야기인 셈이다. 머리는 잊어도 몸은 기억한다.는 명제에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만큼 육체가 기억하는 흔적은 오래 남게 마련이니까 말이다.
     
    다이앤 애커먼의 <감각의 박물학>에 보면 세상이 얼마나 황홀하게 감각적인지, 그리고 감각이라는 레이더망을 통하지 않고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길은 없는지 알게 된다.  우리의 오감, 후각, 촉각, 미각, 청각, 시각 등에 대한 여러 가지 기술이 되어 있는 이 책이 문득 떠올랐다. 냄새, 소리 등의 감각은 우리를 순식간에 과거의 시간으로 데려다 놓는다. 전 애인의 향수 냄새가 그를 떠올리게 하고, 귀에 익은 노래가 나를 그 시간 속으로 옮겨 놓는다. 그렇게 우리의 몸과 감각은 머리 속의 기억들을 헤집어 놓는다. 그렇게 육체에 새겨진 경험은 오랫동안 우리의 기억을 지배한다. 어떤 향기가 순간적으로 스쳐갈 때, 그것은 우리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도 할 수 있고, 달콤한 요리를 먹던 저녁 식사시간으로 데려다 놓기도 한다. 셜록 홈즈의 <바스커빌 가의 개>에서는 한 여성을 편지지의 냄새로 알아보는 장면이 나오며, 수사관이라면 일흔 아흡 가지 향수의 냄새 정도는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대목이 있다. 나는 특히 새 책의 종이 냄새나, 석유 내가 아직 가시지 않은 인쇄물의 냄새, 오래된 종이의 낡은 냄새를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도서관에서, 서점에서 책에 얽힌 갖가지 추억들을 떠올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폴 오스터는 그 감각 중에서 성적 쾌감과 고통의 기억을 샅샅이 복기한다. 본능에 충실한 그의 경험은 적나라하게 독자들을 만나게 된다. 그가 육체와 감각을 통해 써 내려간 자신의 과거는 기나긴 성적 탐험의 역사를 거쳐 가족사의 어둡고 아픈 부분까지 모두 담고 있다. 굳이 이런 거까지 밝힐 필요가 있나 싶은 부분까지 모두. 어쩌면 스스로를 2인칭으로 묘사하는 관찰자 시점으로 쓰인 작품이라 그럴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인생의 겨울로 들어선 노 작가가 떠올리는 그 삶의 편린들은, 어떤 순간에는 고통스럽고, 어떤 순간에는 민망하고, 어떤 순간에는 따뜻하다.
     
    당신은 <옛날이 좋았지>라는 말을 싫어한다. 문득 향수에 젖어 지금보다 삶을 더 낫게 만들어 준 것만 같은 무언가가 사라졌다는 데 슬퍼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때면 스스로에게 당장 그만두고 잘 생각해 보라고, 지금을 볼 때와 같이 그때를 정밀하게 들여다보라고 말한다. 오래지 않아 당신은 그때와 지금 사이에는 거의 차이가 없으며 본질적으로는 같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럼에도, 그 시절이 다시 돌아오는 것을 보고 싶은 마음은 없다 해도 그가 지나간 세월에서 그리워하는 것이 있긴 하다. 옛날 전화기의 벨 소리, 타자기의 딸깍 거리는 소리, 병에 든 우유, 지명 타자가 없는 야구, 비닐 레코드 판, 방수용 덧신, 스타킹과 가터벨트, 흑백 영화, 헤비급 챔피언, 브루클린 다저스와 뉴욕 자이언츠, 35센트짜리 페이퍼백.... 나는 그의 그리움 속에서, 그의 지나온 시간을 읽어낸다. 그리하여 침대에서 나와 차가운 마룻바닥에 맨발을 내딛고 창문 쪽으로 걸어가는 여섯 살의 그로 시작해서, 다시 침대에서 나와 창가로 걸어가면서 차가운 마룻바닥에 닿는 맨발의 그는 이제 예순네 살이다. 여섯 살 그의 시선으로 바깥에서 내리던 눈이 뒷마당의 나뭇가지들을 하얗게 바꿔졌다면, 이제 바깥은 거의 흰색에 가깝지만 완연한 회색이다. 해는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그는 자문한다. 몇 번의 아침이 남았을까? 그의 인생은 이제 겨울로 들어섰다. 계절이 지나갔으므로, 어떤 문은 이제 완전히 닫혀버렸다. 그러나 또 다른 문이 열릴 것이다. <당신은 그런 일이 당신에게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일어날 리 없다고,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일어나도 당신에게만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 일이 우리 모두에게도 일어나게 마련이니까 말이다. 다른 이들에게 일어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누구도 시간의 무게를 피해갈 수는 없다. 아무리 위대한 작가라도, 아무리 보잘 것 없는 사람이라도, 누구에게나 시간은 공평하게 통과한다.
     
    폴 오스터는 <당신이 살아 있음을 기억할 수 있는 첫날부터 오늘까지 이 몸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어떤 기분이었는지> 살펴본다. 그리고 그 감각적 자료들의 모음을 '호흡의 현상학'이라고 지칭한다. 숨을 쉬는 육체의 감각에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영향을 미친 사건들을 나열하는 것, 그리고 그 교차점에서 자신을 규명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바로 폴 오스터만이 써 내려갈 수 있는 그 만의 자서전이 아닐까 싶다. 누구나 늙어간다. 사람이 평생을 젊은 육체를 유지하면서 살 수는 없으니 말이다. 몸이 결국 말을 듣지 않게 되고, 고통은 결국 견딜 수 없어지고, 총명함은 차가운 세찬 물줄기 속에 사라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 몸에 새겨진 모든 감각의 기억들은, 오롯하게 남아 있을 것이다. 그의 겨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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