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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그 첫 5000년
700쪽 | A5
ISBN-10 : 8992307624
ISBN-13 : 9788992307628
부채 그 첫 5000년 중고
저자 데이비드 그레이버 | 역자 정명진 | 출판사 부글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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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2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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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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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돈이 있기 전에 부채가 있었다! 『부채 그 첫 5000년』은 인류학자 데이비드 그레이버가 인류역사 5,000년 동안 부채가 어떤 의미였으며, 또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그것이 부채위기를 겪고 있는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지를 심도있게 분석했다. 이 책은 전 세계에 걸쳐 부채와 부채탕감을 둘러싼 논쟁이 오래 전부터 정치적 논쟁의 핵심을 이뤄왔으며 자주 반란으로 이어지기도 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아울러 고대의 법률과 종교의 언어들이 부채에 관한 고대의 논쟁에서 비롯되었으며 우리의 기본 사상에도 영향을 강하게 미쳤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외에 국가와 시장의 관계, 중세 중국 불교에 나타난 투자자본의 기원, 이슬람의 호소력, 인간경제와 상업경제의 차이, 중국과 이슬람의 강점, 이슬람 상인과 기독교 상인의 다른 점 등을 논의한다.

저자소개

저자 : 데이비드 그레이버
저자 데이비드 그레이버(David Graeber)는 1961년 출생. 미국 인류학자. 1984년 뉴욕주립대학 퍼체이스 캠퍼스에서 인류학 석사 학위 취득. 시카고 대학에서 박사학위 취득. 박사학위 논문을 쓰면서 마다가스카르에서 연구활동을 벌임. 2007년까지 예일대학교 교수로 지냄. 현재는 런던대학교 골드스미스에 재직하면서 세계 정의운동에도 관여하고 있음. 저서로는 등이 있다.

역자 : 정명진
역자 정명진은 한국외국어대를 졸업한 뒤 중앙일보 기자로 사회부, 국제부, LA 중앙일보, 문화부 등을 거치며 20년간 근무했다. 현재는 출판기획자와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나는 내가 낯설다>(티모시 윌슨), <당신의 고정관념을 깨뜨릴 심리실험 45가지>(더글라스 무크), <남자, 여자를 해석하다>(허브 골드버그), <성격의 재발견>(이사벨 브릭스 마이어스), <심리학, 생활의 지혜를 발견하다)(찰스 I. 브룩스) 등이 있다.

목차

<프롤로그>
당신은 빚에 대해 얼마나 아는가?

제1장 물물교환의 신화
돈의 역사를 다시 쓰다/ 애덤 스미스의 물물교환은 없었다/ 경제학 교과서 다시 써야 한다

제2장 원초적 부채
그래도 물물교환의 신화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 신화의 실체를 찾아서/ 죽음과 세금

제3장 잔인성과 구원
모든 동전에는 양면이 있다/ 구원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

제4장 경제적 관계들의 도덕적 근거에 관한 짧은 논문
왜 도덕적 원칙들은 서로 충돌을 빚을까?/ 의미 있는 가능성들/ 부채란 무엇인가?

제5장 섹스와 죽음의 게임
경제사에서 실종된 부분을 들추다/ 부적절한 대체물로서의 화폐/ 폭력에 대한 반성

제6장 명예와 추락
도덕, 순수성을 잃다/ 명예의 가격(중세 초기 아일랜드)/ 부권사회의 기원(메소포타미아)/ 명예와 부채(고대 그리스)/ 자유와 재산(고대 로마)

제7장 신용과 금화, 그리고 역사의 순환
역사의 패턴을 찾다/ 메소포타미아(B.C. 3500-B.C. 800)/ 이집트(B.C. 2650-B.C. 716)/ 중국(B.C. 2200- B.C. 771)

제8장 축의 시대(B.C. 800-A.D. 600)
피타고라스와 붓다, 공자의 시대에 주화가 탄생한 이유는?/ 피타고라스의 지중해/ 붓다의 인도/ 공자의 중국/ 물질주의 Ⅰ(이익 추구)/ 물질주의 Ⅱ(물질)

제9장 중세(A.D. 600- A.D. 1450)
중세는 암흑이었는가?/ 중세 인도:계급제도/ 중세 중국: 불교와 ‘영원한 부채’의 경제/ 근서 이슬람 세계: 신용의 수도/ 극서 기독교 세계: 상업, 대출, 그리고 전쟁/ 중세란 도대체 무엇인가?

제10장 자본주의 제국의 시대(1450-1971)
‘축의 시대’의 요소들이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다/ 탐욕과 테러, 분개, 그리고 부채/ 신용의 세계와 이자의 세계/ 비인간적인(객관적인) 신용화폐/ 자본주의란 도대체 무엇인가?/ 자본주의와 도박, 그리고 자본주의의 영속성

제11장 1971년-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새로운 시대의 시작
아무도 이해하지 못한 미지의 시대가 열리다/ 자본주의는 영원하지 않다/ 역사의 행위자가 되어야 한다/ 이 세상의 존립은 당신에게 달려 있다

책 속으로

* 오늘날엔 군사적 침공은 인류에 대한 범죄로 정의되며, 그 문제가 심판의 대상이 될 경우 국제재판소들은 보통 침략자들에게 배상을 요구한다. 독일은 제1차 세계대전 후 거액의 배상금을 물어야 했으며, 이라크는 1990년 사담 후세인(Saddam H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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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날엔 군사적 침공은 인류에 대한 범죄로 정의되며, 그 문제가 심판의 대상이 될 경우 국제재판소들은 보통 침략자들에게 배상을 요구한다. 독일은 제1차 세계대전 후 거액의 배상금을 물어야 했으며, 이라크는 1990년 사담 후세인(Saddam Hussein)의 쿠웨이트 침공에 대한 배상금을 지금도 쿠웨이트에 지급하고 있다. 그런데도 마다가스카르와 볼리비아, 필리핀 같은 제3세계 국가들의 부채는 그와 정반대로 돌아가는 것 같다. 제3세계의 채무국들은 거의 예외 없이 한때 유럽 국가들의 공격을 받았거나 점령당한 국가들이다. 부채는 승리자의 정의(正義)만은 아니다. 그것은 또한 승리를 해서는 곤란한 승리자를 처벌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가 바로 아이티의 역사이다. 부채상환의 짐을 영구히 져야 했던 첫 빈국이 바로 아이티이지 않는가. 아이티는 옛 플랜테이션의 노예들이 세운 나라였다. 이 노예들은 보편적 권리와 자유의 선언이 나오는 가운데 반란을 일으킬 용기를 가졌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을 다시 속박하기 위해 파병된 나폴레옹 군대를 격퇴한 결과 국가를 건설할 수 있었다. 그와 정반대의 경우도 있다. 1980년대를 시작으로, 제3세계 부채상환에 엄격한 조건을 내걸었던 미국이 제3세계의 부채를 모두 합한 것보다도 더 많은 부채를 쌓았다. 주로 군사비 지출의 증가에 따른 것이었다. 이 부채는 상환하지 않아도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 1694년에 영국 금융가들의 컨소시엄은 120만 파운드를 왕에게 융자해주고 그에 대한 대가로 은행권을 발행할 수 있는 독점권을 얻었다. 그 독점권의 실제 의미는 그 금융가들이 국왕이 자신들에게 진 빚의 일정 부분에 대한 차용증서를 왕국 내 거주자들에게 빌려줄 권리를 갖는다는 뜻이었다. 그리하여 새로 생긴 왕실의 부채를 화폐로 만든 것이다. 그 금융가들에게는 대단한 거래였다(그들은 왕에게 원금에 대해 매년 8%의 이자를 물리고 동시에 그 차용증서를 빌려간 고객들에게도 이자를 물렸다). 하지만 그 시스템은 원래의 융자가 살아 있는 동안에만 작동할 수 있었다. 이날까지, 이 융자는 상환되지 않았다. 아니 상환될 수 없는 융자였다

* 문제는 경제학이 오늘날 사회과학 분야에서 아주 특별한 지위를 누리고 있다는 사실에도 있다. 경제학은 여러 면에서 일종의 지배적 학문으로 대접받고 있다. 미국에서 중요한 조직을 운영하는 사람이면 으레 경제이론을 공부했거나 적어도 경제학의 기본에는 훤할 것으로 여겨진다. 그 결과 경제학의 기본원칙들이 의문의 대상이 될 수 없는 당연한 지혜로 대접받기에 이르렀다(어떤 원칙이 당연한 지혜로 받아들여질 경우 그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 사람들은 그저 그 의문을 무시하려 든다. “당신은 ‘래퍼 곡선’(Laffer Curve:세율과 조세수입의 관계를 보여주는 곡선)에 대해 한 번도 들어보지 않은 것 같군요.” “경제학원론 강의를 들으실 필요가 있을 것 같군요.” 이런 식의 반응을 보인다. 이처럼 경제학의 이론들이 너무나 명백한 진리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어떤 이론을 이해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거기에 이의를 제기하기가 무척 어렵게 되었다). 더구나 “과학적 지위”까지 주장하는 사회이론들, 예를 들어 “합리적 선택이론” 같은 것들은 인간심리에 관한 터무니없는 전제에서 시작한다. 인간 존재들은 어떠한 상황에 처해도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결과를 계산하고 거기에 따라 움직이는 행위자들이라는 전제가 그 이론들의 바탕에도 깔려 있는 것이다. 최저의 희생이나 투자로 최대의 이익이나 쾌락, 행복을 챙기는 것이 인간 존재들이라는 것이다. 실험 심리학자들이 거듭 실험을 통해 이 전제가 틀렸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정말 흥미로운 태도가 아닐 수 없다

* 경제이론에서는 모든 인간의 상호작용은 종국적으로 비즈니스 거래이며, 또 우리 모두는 최소의 노력이나 비용으로 가장 많은 것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자기이익을 추구하는 개인들로 보지 않는가. 그렇다면, 내가 자유시장 경제이론가를 값비싼 만찬에 초대할 경우 그 경제학자가 나에게 빚을 진 데 대해 불편해 하면서 스스로 작아지는 느낌을 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이익을 누렸는데도 말이다.

* 어떤 사회가 진정 얼마나 평등한 사회인지를 판단할 때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이 있다. 겉으로 보기에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 단지 재분배의 도관(導管)인지, 아니면 지위를 이용해 부를 축적하는지를 확인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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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세상에 돈이 있기 전에 거기에 부채가 있었다 이 책과 저자에 대한 찬사 “현재 지구촌을 덮친 부채위기의 실상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읽어야 한다.” <파이낸셜 타임스> “부채와 경제에 관한 대화에서 당연한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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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돈이 있기 전에
거기에 부채가 있었다


이 책과 저자에 대한 찬사

“현재 지구촌을 덮친 부채위기의 실상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읽어야 한다.” <파이낸셜 타임스>
“부채와 경제에 관한 대화에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가설들을 바로잡아 준다.” <보스턴 글로브>
“저서와 논문이 현재 전 세계의 대학 강의실에서 교재로 사용되고 있는 드문 인류학자이다.” <뉴욕타임스>

모든 경제학 교과서들을 보면 똑같은 말을 한다. 번거롭고 복잡한 물물교환을 대체하기 위해 돈이 발명되었다고. 문제는 그런 식의 역사를 뒷받침할 증거가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예일 대학교 교수를 거쳐 현재 런던대학교 골드스미스에서 재직하는 인류학자 데이비드 그레이버는 경제학의 통념들을 완전히 뒤집는다. 최초의 농업제국들이 탄생한 이후로 인간들은 물건을 사고파는 데 정교한 신용시스템을 이용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즉 주화나 현금이 발명되기 오래 전에 신용이 인간사회를 지배했다는 것이다. 이미 그때부터 인간사회는 채무자와 채권자로 나뉘었다. 달리 표현하면 경제의 역사는 부채의 역사였다는 말이다.
인류 초기의 부채는 늘 공동체의 유대를 강화하는 힘이었다. 그러던 것이 오랜 세월이 흐르는 과정에 인간의 모든 행위들이 일대일 교환으로 여겨지면서 급기야는 부채가 인간 사회를 파괴할 위협이 되어 버렸다. 그 과정을 인문학적 입장에서 차분하게 분석한다. 어쩌면 여기에 현재의 부채위기를 타파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을지 모른다.
지은이는 우리가 부채의 본질에 대해, 그리고 그 힘에 대해 너무 모르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부채위기가 반복된다는 입장이다.
소비자 부채는 우리 경제의 피다. 모든 국가들은 적자지출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부채가 세계정치의 핵심 이슈가 되었다. 그런데도 부채가 정확히 무엇인지, 아니면 부채에 대해 어떤 식으로 생각해야 하는지에 대해 아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저자는 우리가 부채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과 부채라는 개념 자체의 유연성에 부채의 파워가 있다고 주장한다.

데이비드 그레이버는 전 세계에 걸쳐 부채와 부채탕감을 둘러싼 논쟁이 오래 전부터 정치적 논쟁의 핵심을 이뤄왔으며 자주 반란으로 이어지기도 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아울러 고대의 법률과 종교의 언어들(예를 들면 “죄의식”“죄”“속죄”)이 부채에 관한 고대의 논쟁에서 비롯되었으며 우리의 기본 사상에도 영향을 강하게 미쳤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런 사실도 모르는 가운데 우리는 지금 부채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으니 해결책이 제대로 나오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부채, 그 첫 5,000년』은 좀처럼 논의되지 않은 부채의 역사와 부채가 인류 역사에 미친 영향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 당연히 인류학적 증거가 제시된다. 무엇보다도 부채가 현재의 신용위기와 우리 경제의 미래에 지닐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것이 이 책의 미덕이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먼저 생긴 것은 신용화폐였다. 당연히 부채가 인간관계의 바탕을 이룬다. 그처럼 중요한 부채를 경제학자들은 깡그리 무시했다. 경제학자들로서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경제학”이라는 학과의 존재가 우선시되었기 때문이다. 개인들이 구두와 감자 아니면 옷과 창을 교환하는데 거기에 전쟁이나 모험, 섹스 또는 죽음 같은 것이 요인으로 작용해서는 곤란했다. 어디까지나 합리적인 계산이 바탕이 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신용화폐가 쓰이고 나서 한참 뒤에 주화가 등장했다. 주화가 신용시스템을 완전히 대체하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 물물교환은 주화 또는 지폐 사용에 따른 부산물이었던 것 같다. 역사적으로 볼 때 현금거래에 익숙한 사람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현금을 확보하지 못할 때 사용한 것이 물물교환이었다. 이 책에서는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애덤 스미스의 중요한 이론들이 표절로 확인된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가상 화폐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화폐의 원래 형태가 그랬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주민들이 술집이나 시장에 갈 때 은 조각을 갖고 가지 않았다. 그냥 외상 장부 같은 것을 이용했다. 당시 상업은 곧 신뢰였다. 오늘날 우리가 현금으로 알고 있는 것은 그보다 훨씬 뒤에 만들어졌다. 주로 군인들에게 임금을 주기 위한 것이었으니 군사 활동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인류 역사를 보면 돈이 기본적으로 신용을 의미했던 시기와 금화나 은화가 돈으로 여겨지던 시기가 번갈아 나타났다. 그러다 B.C. 7세기 그리스와 인도와 중국에서 거의 동시에 주화 주조가 이뤄졌다. 피타고라스와 붓다, 공자가 활동한 시기여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대목이다. 그러고 나서 1,000년 동안에 거대한 제국과 주둔군, 시장의 탄생이 이어졌다. 특히 전쟁에서 획득한 노예를 파는 시장이 융성했다. 이 노예들 대부분은 탄광에서 금과 은을 캐는 작업에 동원되었다. 이 금과 은이 다시 군인들에게 월급으로 지급되었다. 이 시스템을 지은이는 ‘전쟁-주화-노예복합체’라고 부른다.
그러다 중세로 들어가면서 모든 것들이 예전으로 돌아갔다. 모든 곳에서 중세는 제국의 붕괴로 시작했다. 새로운 국가들이 나타났지만 이들 국가에서는 전쟁과 금은(金銀) 통화주의, 노예제도 사이의 연합이 깨어졌다. 정복과 병합도 더 이상 정치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칭송받지 못했다. 동시에 국제무역에서부터 국내시장들의 조직화까지, 경제생활도 점점 더 종교 권력의 규제를 받게 되었다. 그 결과 약탈적인 대출을 규제하거나 아예 금지시키려는 움직임이 광범위하게 나타났다. 또 유라시아 전역에 걸쳐 다양한 형태의 신용화폐로 회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러다 1492년에 스페인과 포르투갈 사람들의 탐험과 정복으로 다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금과 은의 시대로 돌아가고, 거대한 제국이 나타나고, 노예가 다시 등장한다. 저자는 크게 보아서 닉슨이 달러의 금 태환을 포기한 1971년까지 이 시대가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1971년을 기점으로 다시 가상통화의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변화의 주기는 대충 500년 내지 1,000년이었다.
그것이 무슨 의미일까? 여기서 저자는 그 의미를 어떤 식으로 파악하느냐에 따라 인류의 미래가 좌우된다고 강조한다. 인류 역사를 보면 가상통화가 지배하는 시대에는 화폐가 하나의 약속으로 통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로 인한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나름의 방법을 두고 있었다. 근동 지역의 경우 주기적으로 부채 탕감이 이뤄졌다. 아울러 중세의 종교들은 이자를 받는 대출을 금지시켰다. 대체로 채무자를 보호하는 쪽으로 움직였다. 그런데 현대 들어서는 그 반대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IMF라는, 채권자를 보호할 조직부터 세웠다는 것이 지은이의 해석이다.

당연히 미국 재무부 채권의 정체가 궁금해진다. 미국 재무부 채권이 세계의 준비통화로 예전에 금의 역할을 대체하고 있다. 이게 정말로 묘하다. 만일 개인이 수표를 발행한다면, 그걸 받는 사람은 조만간 현금으로 바꾸게 된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수표를 발행해 외국 은행이나 정부에 준다면, 그 은행이나 정부는 그걸 현금으로 바꾸지 않는다.
이 대목에서 더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미국으로서는 재정적자를 유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금방 돈이 돌지 않으며 재앙이 닥치게 된다. 미국 재무부 채권이 돌아가는 시스템의 진짜 비밀은 그 차용증서가 기본적으로 돈이라는 것이다. 현대의 돈은 주로 정부 부채로 이뤄져 있다. 지은이는 현재 미국이 부채를 바탕으로 제국주의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중앙은행을 바탕으로 한 현행 금융제도는 1694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일단의 런던 상인들이 영국 왕에게 프랑스와 전투를 벌일 비용을 빌려주었던 때였다. 왕은 그 대가로 상인들에게 영국은행을 창설할 권리를 주고 자신이 빌린 돈을 은행권의 형태로 다른 사람들에게 빌려주게 했다. 영국의 돈이 탄생한 배경이 그렇다. 왕의 차용증서인 것이다.
미국 달러도 그와 똑같다. 연방준비제도를 통해 순환되고 있는 정부 부채이다. 연방준비제도는 그냥 돈을 찍어 정부에게 빌려줌으로써 부채를 돌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보통 사람들이 돌아가는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게 시스템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 시스템의 진짜 비밀은 재정적자가 완전히 사라지면 대재앙이 닥칠 것이라는 점이다.

이외에 국가와 시장의 관계, 중세 중국 불교에 나타난 투자자본의 기원, 이슬람의 호소력, 인간경제와 상업경제의 차이, 중국과 이슬람의 강점, 이슬람 상인과 기독교 상인의 다른 점 등이 논의된다.

<책속으로 추가>

* 우리는 관료주의적 개입을, 특히 독점과 규제를 “시장”에 대한 국가의 제한으로 보는 데 익숙해 있다. 물론 시장을 저절로 탄생한 준(準)자연적인 현상으로, 정부를 시장을 짓누르거나 빨아먹는 일 외에 다른 역할이 없는 조직으로 보는 편견 때문이다. 나는 이런 시각이 크게 잘못되었다는 점을 누차 지적했다. 중국이 놀라운 예를 제시하고 있다. 유교 국가라면 아마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고 가장 오래된 관료조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조직이 실제로는 시장을 촉진시켰으며, 그 결과 중국의 경제활동은 곧 세계의 어느 곳보다 훨씬 더 세련되었고 시장도 더욱 발전하게 되었다. 유교 이념이 상인들에게, 그리고 이익을 추구하는 동기 자체에 공개적으로 적대적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는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상업적 이익은 노동에 대한 보상으로서만 정당한 것으로 여겨졌다. 말하자면 상인들이 재화를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동시키고 받는 대가만 정당했다는 뜻이다. 투기의 과실은 절대로 정당한 것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이는 중국이 실제로 친(親)시장, 반(反)자본주의 정책을 취했다는 의미이다.

* 이슬람권의 일부 이야기들이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신의 섭리의 손이기도 하다)과 너무나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건 우연의 일치만은 아닐 수도 있다. 사실 스미스가 제시한 구체적인 주장과 예들 중 많은 것들이 거슬러 올라가면 중세 페르시아의 경제논문까지 직접 닿는다. 예를 들어 보자. 교환은 인간의 합리성과 언어의 자연스런 결과라는 주장은 가잘리(Ghazali)(1058-1111)와 투시(Tusi)(1201-1274)의 글에 이미 담겨 있었다. 가잘리와 투시는 똑같은 예를 들었다. 개 두 마리가 뼈를 교환하는 것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그것만이 아니다. 더 극적인 부분이 있다. 스미스가 분업의 예로 든 것은 핀 공장이었다. 핀 하나를 생산하려면 18가지 작업을 별도로 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이런 예도 가잘리의 『종교학의 소생』(Ihya Ulum-id-din)에 이미 나타난다. 이 책에는 바늘 공장이 예로 제시되며, 바늘 하나를 생산하기 위해 25가지 작업을 거치는 것으로 되어 있다.

* 자본주의와 결부시키는 금융조직의 거의 모든 요소들, 즉 중앙은행과 채권시장, 공매도, 증권거래소, 투기 버블, 증권화, 연금 등이 경제학뿐만 아니라 법인과 공장, 임금노동이 등장하기 전에 이미 존재했던 것 같다. 이는 우리의 사고에 그야말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공장과 일터를 “진짜 경제”로 생각한다. 그 나머지는 그 위에 세워진 ‘상부구조’로 여긴다. 하지만 이것이 진실이라면, 어떻게 상부구조가 먼저 생길 수 있는가?

* 미국 재무부 채권의 경우 낮은 이자율과 달러화 가치 하락이 함께 작용하며 차용증서의 가치를 떨어뜨렸다. 이 가치하락 또한 세금이나 마찬가지다. 앞에서 내가 그것을 “공물”이라고 표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 결과 미국의 제국적 권력은 상환할 필요가 전혀 없고 또 절대 상환될 수 없는 부채에 바탕을 두게 되었다. 미국의 국가부채는 자국 국민만 아니라 전 세계의 국가들도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고 알고 있는 약속이 되어버렸다. 달러의 글로벌 지위는 1971년 이후 석유 수출입의 결제에 쓰이는 유일한 통화라는 사실에 크게 기인했다. OPEC(석유수출국기구) 회원국들이 달러 이외의 통화로 거래를 시도하다가 역시 미국의 군사적 보호를 받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의 강력한 저항에 번번이 실패했다. 사담 후세인이 2000년에 과감히 달러를 유로로 바꾸려고 노력했고 이듬해 이란이 거기에 동참했다. 그 직후 미국의 폭격과 군사적 점령이 있었다. 달러를 버리려던 후세인의 결정이 그를 축출하려던 미국의 결정에 어느 정도 반영되었는지를 알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와 비슷한 노력을 펴고자 하는 나라는 그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게 된 것이 사실이다. 그 결과 특히 미국과 대결하는 국가들의 정책 입안자들 사이에 공포가 널리 퍼지게 되었다.

* “금융의 민주화”에서부터 “일상의 금융화”까지, 새로운 분배를 묘사하기 위한 용어들이 수도 없이 만들어졌다. 미국 밖에서는 “신자유주의”로 알려졌다. 하나의 이데올로기로서, 신자유주의는 시장만 아니라 자본주의(독자 여러분들에게 시장과 자본주의는 같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계속 상기시키고 싶다)도 거의 모든 것들의 조직원칙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우리 모두는 자신을 하나의 작은 법인으로 생각해야 한다. 투자자와 회사 간부의 관계를 중심으로 조직되는 그 법인으로 말이다. 그런 까닭에 우리의 내면엔 은행가의 냉철한 수학이 있고 또 빚에 눌려 개인의 명예를 몽땅 팽개치고 일종의 기계로 변해버린 전사(戰士)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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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채 그 첫 5000년 | zi**a | 2011.12.31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경제가 요동칠 때마다 우리 삶도 그에 따라 변하는 걸 실감할 수 있다. 세월을 견디며 세상을 알아갈수록 경제에...
     
    경제가 요동칠 때마다 우리 삶도 그에 따라 변하는 걸 실감할 수 있다. 세월을 견디며 세상을 알아갈수록 경제에 대해 관심이 많아지는 이유다. 지난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에 대한 안정감은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신자유주의와 금융혁명으로 유래 없는 세계화와 새로운 번영의 미래가 펼쳐질 것 같던 분위기는 오히려 세계화로 인해 한 지역의 경제, 금융위기가 순식간에 다른 지역으로 퍼지며 증폭되는 양상으로 불안만이 널리 확산되고 있다.
     
    이 치명적인 실패로 경제학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데 경제학 내부에서는 과학이나 심리학, 신경학 등의 최신 연구를 결합해 실험경제학, 행동경제학, 신경경제학, 진화경제학 등 새로운 경제학이 속속 등장하며 기존의 경제학이 설정한 가정이나 연구 방식이 잘못되었다며 이를 수정, 보완하려는 시도가 있고 경제학 밖에선 경제학 무용론까지 나올 정도다.
     
    경제학에 대해 신랄한 비판에 앞장서고 있는 저자는 인류학자로 선배 인류학자들의 다양한 민족과 문화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또 5,000년 전의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로 거슬러 올라가는 문명의 여명기에서부터 현재에 이르는 역사를 관통하며 새로운 화폐의 역사, 경제의 역사를 기존의 경제학과 전혀 다른 시각으로 새롭게 재구성하고 있다.
     
    저자는 경제학의 대부라 할 수 있는 애덤 스미스를 비판하면서 애덤 스미스로부터 확립된 주류 경제학의 신념과 전통이 잘못된 토대 위에 서 있음을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애덤 스미스가 세운 유명한 가설인 시장과 시장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 자체가 사실과 동떨어진 상상의 산물일 뿐이라는 것이다. 오늘날까지도 이런 애덤 스미스의 신화 혹은 신념은 주류 경제학에선 도그마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화폐를 다룬 교과서나 경제학 책들은 하나 같이 물물교환이 거듭 되면서 화폐가 발명되었고 비로소 문명이 시작되고 경제활동이 본격화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수많은 인류학 연구들의 사례를 통해 어떤 민족이나 문화 내부에서 물물교환 경제는 없었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잠재적인 적들과의 교류에나 물물교환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즉, 잘 아는 사람들 사이에선 물물교환이 없었고 시장이란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역사적으로도 화폐가 시장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난 것이 아닌 전쟁을 수행하고 세금을 걷기 위한 권력자의 수단으로서 이용되었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을 갖는다고 한다. 초기에 화폐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널리 유통되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그 양이 워낙 적어서 겨우 일부에서만 사용했으리라는 것이다.
     
    오늘날 종이화폐에 익숙하고 오직 비트 상태로만 존재하는 인터넷 금융에도 적응한 우리들에게 돈이 역사적으로 큰 역할을 한 것은 그리 오래 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은 상당히 낯설게 들린다. 하지만 저자는 인류학자들과 오랜 역사학의 연구를 바탕으로 경제학에서 주장하는 물물교환 - 화폐경제 - 근대 이후 신용경제의 발전 방향은 완전히 잘못되었으며 사실은 신용경제가 먼저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오늘날의 신용경제는 개인과 은행 또는 기업 간의 화폐를 기본으로 한 경제이고 과거부터 있던 신용 경제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일종의 부채였다는 것이다. 이 부채라는 개념은 우리에게도 여전히 익숙하다.
     
    우리가 부모에게 효도를 다해야 하고 나라에 충성을 바쳐야 한다는 개념 자체도 어쩌면 이 부채 개념과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어서 결코 갚을 수 없는 것과 같다. 대부분의 인류의 문명사에서 시장이나 화폐는 아주 미미하거나 상징적인 역할만을 해왔다는 것이다. 애덤 스미스 이후 시장에 대한 신화가 도그마가 되면서 오늘날 우리는 모든 것을 화폐로 환산하고 있다. 심지어 사람의 목숨을 돈으로 계산할 수 없다고 원칙적으로 믿는다고 하더라도 어떤 면에서 사람의 목숨이나 그 사람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했을 때 더 쉽게 이해하고 있지 않은가. 세상을 이해하고 잘 살기 위해 경제학이 필요한 시대인지는 모르지만 모든 것을 화폐로 가치를 매기는 오늘날의 현실에서 매우 중요한 무언가를 잊고 있다는 걸 일깨워주는 소중한 책이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 부채 그 첫 5000년 | 84**w | 2011.12.29 | 5점 만점에 3점 | 추천:0
    '화폐 이전에 부채가 있었다!' 새삼 깨닫게 되었다. 부채라는 개념을 화폐와 연동하여 생각했기 때문일까.. 그 ...
    '화폐 이전에 부채가 있었다!'
    새삼 깨닫게 되었다. 부채라는 개념을 화폐와 연동하여 생각했기 때문일까.. 그 말대로 부채는 이미 화폐가 있기전 서로가 서로에 의해 거래가 이루어진 시기부터 존재했다는 것을 말이다.
    경제학의 관점에서만 생각하다보니 부채를 화폐로만 여겼던 것이다.
    저자가 경제학자가 아닌 인류학자의 관점에서 생각했기에 인간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부채라는 것을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부채를 인류의 물물교환과 같이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단순히 물건과 물건의 교환을 넘어서 마음과 마음의 교환도 부채라고 여긴다. 조금은 억지스러울수도 있지만 상대방에게 빚을 지는 것이 부채라고 정의한다면 그것도 부채가 되는 것이리라.
    '부채 그 첫 5000년'은 동,서양을 오가며 다양한 부채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소개한다.
    인류학자로서의 저자의 전문적인 지식과 그것에 버금가는 경제학의 지식을 읽고 있노라면 놀라게 된다.
    부채라는 소재를 다루었기에 다소 지루하고 흥미가 떨어질 수 있음을 재미있는 사례들로 커버한다. 두꺼운 분량을 자랑하는 책에 대한 부담감이 잊혀질 정도로 집중하여 읽게 된다.
     
    세계 금융위기라는 시한폭탄이 아직도 그 위력을 자랑하는 가운데 다양한 경제서적들이 등장했다. 대부분이 지금의 경제체제인 신자유주의를 맹목적으로 비판하는 내용들인 가운데 부채라는 소재를 다룬다는 점에서 이 책은 충분히 매력이 있다. 물론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는 암묵적인 내용들이 등장하지만 그 비중이 그리 크지 않음에 충분히 신선하게 다가오는 경제서적이라 하겠다.
     
    두꺼운 책의 분량에 부담을 가지고 부채라는 따분한 소재를 다루었다고 관심이 안 가는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은 인내를 가지고 읽어본다면 이 책의 가치를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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