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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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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5*225*24mm
ISBN-10 : 8960905739
ISBN-13 : 9788960905733
고독한 직업 중고
저자 니시카와 미와 | 역자 이지수 | 출판사 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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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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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책은 깨끗하고 배송도 빠르나 좀 비싸요 5점 만점에 4점 iew*** 2019.12.30
30 책의 내용이 희망사항에 부합되고 택배도 비교적 빨라 만족함 5점 만점에 5점 soho1*** 2019.12.17
29 잘읽을게요 감사합니다 5점 만점에 5점 leefr*** 2019.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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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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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니시카와 미와의 국내 첫 산문집
예술과 삶, 특별한 일상과 책 이야기 한국에서 평단의 찬사와 함께 인기를 얻었던 영화 <유레루> <우리 의사 선생님> <아주 긴 변명>을 연출한 일본의 영화감독 니시카와 미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한 <원더풀 라이프>에 스태프로 참여하며 영화계에 입문한 이래 고레에다 감독 작품 <디스턴스>에서 조연출을 거치고, 5편의 장편 영화를 연출하면서 이제는 자신의 세계와 스타일이 분명한 영화감독이 되었다. 칸영화제 감독 주간 출품, 마이니치영화콩쿠르 대상, 블루리본 감독상 등 일본 국내외의 여러 영화상을 받은 그녀는 영화감독뿐만 아니라 뛰어난 소설가이기도 하다. 연출한 영화의 원안 소설 『유레루』 『어제의 신』 『아주 긴 변명』을 집필했고 이 소설들은 일본의 유력한 문학상인 미시마유키오상, 나오키상, 야마모토슈고로상 후보에 올랐다.
『고독한 직업』은 니시카와 미와가 문예지 <제이노블>에 연재한 「영화에 얽힌 x에 대해」를 중심으로 영화와 삶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가 담긴 산문집이다. 카메라 앞에 서는 배우뿐만 아니라 카메라 뒤에서 영화를 만드는 스태프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잘 알려지지 않은 영화 제작의 내밀한 세계를 펼쳐 보인다. 감독으로서 영화를 연출하면서 난관에 부딪혔던 일화들에서 자신의 무능함을 토로하면서도 영화를 향한 꺾이지 않는 집념을 보여준다. 특히 2006년에 개봉한 <유레루>의 생생한 제작기는 영화 제작 과정의 고단함과 환희를 고스란히 전한다. <어느 가족> <바닷마을 다이어리> 등을 연출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유레루>의 주연 배우 가가와 데루유키, 오다기리 조의 일화는 흥미를 더한다. 영화만 아니라 개인적인 일상, 좋아하는 작가와 책 등도 흥미롭게 풀어낸다. 소유한 책이 너무 많아서 항상 책 정리에 실패한다거나 외국에 나가면 영어 실력 때문에 걱정하는 모습에서 그녀의 솔직한 면모를 볼 수 있다. 일상을 바라보는 솔직함과 함께 다자이 오사무, 이창동, 차이밍량, 무코다 구니코 등 다양한 작가와 작품을 통해서는 예술과 삶을 바라보는 예리한 통찰을 전한다. 3.11 동일본대지진을 겪은 일화에서는 일본 사회를 살아가는 개인으로서 또 영화인으로서 느낀 무력감과 사명감을 꺼내놓으면서 인간 니시카와 미와를 더 깊이 알 수 있게 한다. 한일 문화인들의 대담집 『부디 계속해주세요』에서 니시카와 감독과 인연을 맺은 배우 문소리는 친구이자 영화 동료로서 그녀에 대한 깊은 우정을 추천사에 담았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니시카와 미와의 산문집 『고독한 직업』은 영화감독의 내밀하고 특별한 일상으로 안내할 것이다.

저자소개

저자 : 니시카와 미와
일본 영화감독, 소설가. 1974년 히로시마현 아사미나미구에서 태어났다. 와세다대학교 제일 문학부에서 미술사학을 전공하고 TV 프로그램 제작 회사인 TV MAN UNION 면접 당시 면접관이었던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눈에 띄어 영화 <원더풀 라이프> 제작에 스태프로 참여했다.
2002년 직접 각본을 쓴 블랙코미디 <뱀딸기>를 연출하며 감독으로 데뷔했다. 이 작품으로 마이니치영화콩쿠르 각본상, 신도가네토상을 포함하여 그해에 수많은 일본 국내 영화상의 신인상을 받았다. 2006년 칸영화제 감독 주간에 출품한 <유레루>로 마이니치영화콩쿠르 대상, 2009년 연출한 <우리 의사 선생님>으로 블루리본 감독상을 받았다. 2012년에는 <꿈팔이 부부 사기단>을 연출했고 2016년에 연출한 <아주 긴 변명>으로 마이니치영화콩쿠르 감독상을 받았다.
비범한 문장가이기도 한 니시카와 미와는 소설 『유레루』 『어제의 신』 『그날 도쿄역 5시 25분발』 『아주 긴 변명』을 집필했다. 이 중 『유레루』는 미시마유키오상에, 『어제의 신』은 나오키상에, 『아주 긴 변명』은 야마모토 슈고로상과 나오키상에 후보로 올랐다.

역자 : 이지수
고려대학교와 사이타마대학교에서 일본어와 일본문학을 공부했다. 텍스트를 성실하고 정확하게 옮기는 번역가가 되기를 꿈꾼다. 옮긴 책으로 『사는 게 뭐라고』 『죽는 게 뭐라고』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홍차와 장미의 나날』 『말하기 힘든 것에 대해 말하기』 등이 있다.

목차

서문

영화에 얽힌 x에 대해
x=히어로
x=나체
x=오디션
x=배리어 프리
x=신앙
x=재생
x=직업 탐방
x=생명체
x=어프로치
x=면허
x=소리

풀장 가득한 맥주
풀장 가득한 맥주
쾌적한 입원 생활
플리즈 스톱
길 잃은 개
장서의 규칙
나의 명의
새벽 2시의 남자
아아, 여정
동포

꿈의 전후─영화 <유레루> 제작 노트
원안
각본
캐스팅
고레에다 감독에 대해
가가와 데루유키에 대해
오다기리 조에 대해

마음에 없던 전기
내가 감독
밤의 어둠
녹색 얼음주머니의 따스함
개구리와 다자이
부족한 여자
밀양에 비치는 빛
마음에 없던 전기
아버지의 슬레이트
애매모호한 도쿄를 찍다

후기

옮긴이의 말

출처

책 속으로

스승에게 기획서를 보여줬더니 “이건 노스탤지어 말고 뭐가 있나”라는 말을 들었다. “만드는 사람이 처음부터 결론을 알고 있는 다큐멘터리는 재미없어”라고. …… ‘처음부터 결론을 아는 작품을 만드는 건 재미없다’는 진리를 깨우친 것은 비교적 최근 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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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에게 기획서를 보여줬더니 “이건 노스탤지어 말고 뭐가 있나”라는 말을 들었다. “만드는 사람이 처음부터 결론을 알고 있는 다큐멘터리는 재미없어”라고. …… ‘처음부터 결론을 아는 작품을 만드는 건 재미없다’는 진리를 깨우친 것은 비교적 최근 들어서다.
─34~35쪽

정말로 재미있는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놀랄 만큼 사고가 유연해서, 자신의 영역과 동떨어져 보이는 유파나 새로운 대상에 대해서도 열린 마음으로 호기심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경쟁심이자 도전 정신이다. 무언가 하나라도 건질 수 있는 요소, 훔칠 수 있는 요소가 있다면 그것은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다, 내가 반드시 손에 넣겠다는 탐욕스러움이다. 그런 어린애 같은 경쟁심을 내버리는 순간부터 인간의 화석화는 확실히 시작된다. 과거의 유산을 고집하는 것은 가장 손쉬운 일이다.
─39쪽

소녀에게는 연기 경험도 기술도 전혀 없었지만 나는 십수 년의 인생 속에서 기른 그 소녀 나름의 인간에 대한 통찰력을 느꼈다. 어쩌면 아직 본인조차 그것을 깨닫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한 번은 어디 깊숙한 곳까지 잠수해 들어갔으리라고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가혹한 경험의 산물인 것일까. 무엇이 행복한 인생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것을 무엇이든 탐욕스럽게 비료로 삼을 수 있다는 점이 우리 세계의 특징이다.
─44쪽

영화는 언어로 모든 것을 표현하는 산문보다 행간에서 다양하게 상상력을 발휘하는 시나 하이쿠와 닮았다. 영화를 즐기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시력이나 청력이라기보다 오히려 예민한 주의력과 풍부한 상상력이다.
─52쪽

크게 믿은 뒤에는 크게 의심하고 싶다. 의심하고 덤벼드는 태도야말로 숭상해온 대상을 대하는 가장 진지한 자세라고 생각하니까.
─59쪽

‘어차피 영화야’라고 절실히 생각한다. 영화는 위기를 구하지 못한다. 생활을 다시 일으킬 힘도 없다. 하지만 모든 곤란이 없어지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분명히 사람들의 마음에는 ‘현실’이라는 거대한 이야기와는 또 다른 세계를 받아들일 빈틈이 다시 생겨나 시시한 연애나 칼싸움, 요괴들 이야기에 조마조마, 울렁울렁, 쓸모없는 가슴 두근거림을 느낄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또 어둡고 뒤틀린 지독한 이야기와 고독을 공유하고 싶다고 생각할 날도. 지금 살아 있는 사람들은 모두 그날을 맞이할 가능성을 품고 있다. 그러므로 그때가 오면 언제든 훌쩍 찾아올 수 있게 등불을 곁에 둘 수 있도록, 이 세상 한구석에서 우리는 준비해두려 한다. 끊임없이 밀려드는 현실과 싸우는 사람들이 잠시나마 자신의 생활로부터 거리를 두고 숨을 돌릴 어둠을 마련해두기 위해.
─67~68쪽

나 같은 기량의 사람에게 영화 촬영은 골치 아픈 일의 연속이어서, 그중 즐거웠던 추억을 내 안에서 곱씹지 않으면 앞으로 계속해나갈 희망을 잃어버린다.
─78쪽

다른 사람인 척하지 못하는 그 서투름, 애처로울 정도의 대체 불가능함이야말로 내가 그 역할에 바라는 인물상 자체였다. ‘세간의 평가가 어떻든 나는 나로서밖에 살아갈 수 없다’라는 강인함과 비애는 감동을 준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동시에 그녀들을 ‘역도 선수’라는 비슷하지만 다른 설정에 끼워 넣으려 하는 데 대한 저항감도 내 안에서 생겨났다. 그녀들에게 본인과는 다른, 내가 만들어낸 ‘캐릭터’를 연기시키는 데 대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불편함. 덧붙이자면 이것은 결코 프로 배우에게는 품지 않는 감정이다. 나는 ‘무언가인 척’을 시킨다는 죄책감을 끝내 견딜 수 있을까.
─95쪽

무능한 나 자신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나는 나름대로 해답을 가지고 있다.
─107쪽

이제까지 살아오며 가장 ‘여행’ 같았던 시간은 언제였던가 생각해보면, 집과 학원 자습실을 오가는 생활을 반복했던 재수생 시절이었던 것 같다. 탁하게 고인 듯한 강가를 따라 자전거로 달리면서, 어떤 사람도 되지 못한 자신의 처지에 대한 불안이 가슴 한복판으로 스며드는 것을 떨쳐버리듯 힘껏 페달을 밟았다. 왜 그 나날을 여행이라고 생각했는가. 역시 내가 어떤 사람도 아니었기 때문이리라. 여행이란 그런 기분을 뜻하는 것 아닐지.
─152쪽

나와 각본은 철저하게 싸워왔다.
결별의 때가 찾아왔다.
카메라가 돌 때 그 앞에 있는 것은 내가 각본을 쓸 때 상상했던 디테일과 아무리 가까워도 같지 않다. 영화가 태어날 때 각본은 죽는다. 내 안에서만 살아 있던 풍경과 인물들에게 작별을 고하고, 나는 새로운 동료와 영화를 만든다.
─170쪽

창작자는 낭만을 꿈꾸는 법이다. 역할을 제안한 배우가, 내가 그린 인물 속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해주지 않을까 하는 낭만.
─171쪽

나는 원래 용모 단정한 남자에 대한 시기와 의심이 강해서, 그 됨됨이를 알기 전부터 ‘교만’ ‘나르시시즘’ ‘경조부박’ 등의 부정적인 키워드를 떠올리며 경계하는 커다란 편견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오다기리 씨는 핸섬하기는 하나 어두운 면 역시 십자가처럼 짊어진 채, 인간의 생 자체의 아름다움도 서서히 체현해나가는 저력을 지닌 귀중한 배우라고 생각한다.
─186쪽

사람과의 관계 속에는 대체로 못다 한 일이 있고, 또 그것이 관계의 미래를 잇는다. 하지만 그 사람을 느닷없이 잃으면 그 ‘못다 한 일’이 가슴을 쿡쿡 아프게 찌른다. 그 일을 만회할 기회도 동시에 사라지기 때문이다.
─196쪽

영화란 이다지도 알기 힘든 것일까. 그러나 이제 알았다, 라고 생각한 순간 열기가 식는 것이 인간의 슬픈 본성이다. 내게는 언제까지고 알 수 없는 연인이 있어서 행복하다. 사랑은 아직 당분간 지속되리라.
─2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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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카메라가 돌 때 그 앞에 있는 것은 내가 각본을 쓸 때 상상했던 디테일과 아무리 가까워도 같지 않다. 영화가 태어날 때 각본은 죽는다. 내 안에서만 살아 있던 풍경과 인물들에게 작별을 고하고, 나는 새로운 동료와 영화를 만든다. ─170쪽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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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가 돌 때 그 앞에 있는 것은 내가 각본을 쓸 때 상상했던 디테일과 아무리 가까워도 같지 않다. 영화가 태어날 때 각본은 죽는다. 내 안에서만 살아 있던 풍경과 인물들에게 작별을 고하고, 나는 새로운 동료와 영화를 만든다.
─170쪽

그녀가 신타니 미도리 선수에 열광하는 이유는 제가 장미란 선수를 좋아하는 이유와 같고, 그녀가 쓰나미 이후 시달린 사명감과 강박관념은 제가 세월호 참사 이후 느낀 것과 너무나도 닮았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닮은 점은 영화에 대한 마음입니다. 드니로 어프로치를 동경하고, 필름을 그리워하고, 언제까지고 알 수 없는 영화, 알기 힘든 영화, 그래서 영화를 사랑하고, 그렇게 사랑하는 영화를 하며 만난 여러 사람에 대한 마음까지 우리는 참으로 닮았습니다.
─문소리(배우, 영화감독) 추천사에서

다자이 오사무, 아버지의 슬레이트를 섬기다
고독한 직업과 인간 니시카와 미와의 모든 것

니시카와 미와의 영화에는 “표면적인 명성이나 자존심 아래에 둥지를 튼 비루하고 어두운 내면”을 직시하고 맞서는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x=히어로」에서는 일반적으로 히어로라고 불리지 않는 악당 같은 존재를 통해 자신 안에 웅크리고 있는 내면의 거북한 부분을 용서받는 느낌이라고 고백하기도 한다. 영화 속 등장인물을 바라보는 이런 태도는 『고독한 직업』에서도 이어져서 영화감독 이전에 인간 니시카와 미와를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드러낸다. 영화 제작과 일상에서 여러 난관에 부딪히고 좌절하는 속마음을 보여주면서도 다시 씩씩하게 돌파해나가는 일화들이 펼쳐진다.
『고독한 직업』은 「영화에 얽힌 x에 대해」 「풀장 가득한 맥주」 「꿈의 전후」 「마음에 없던 전기」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영화에 얽힌 x에 대해」에서는 영화와 관련한 일화를 전한다. 영화 <꿈팔이 부부 사기단>을 연출하면서 캐스팅한 역도 선수 역할의 배우가 실제로 역도를 너무 잘해서 선수로 전향할까 당혹스러웠던 경험, 영화 촬영을 위해 배우 마쓰 다카코와 함께 지게차 면허에 도전했던 일, 영화 촬영 때 익숙했던 필름 카메라에서 처음 디지털 카메라로 넘어오면서 겪었던 고충 등 영화 제작을 위해 고군분투한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2부 「풀장 가득한 맥주」는 인간 니시카와 미와가 솔직하게 담겨 있다. 어릴 적부터 감독이 되기까지 인상 깊은 사건들을 하나씩 들려준다. 이를테면 어릴 적 만성 축농증이 심해서 의사 선생님의 격려를 받으며 큰 수술을 치러냈던 경험, 새벽 2시 도쿄에서 돈을 꿔 달라는 행인을 만나서 사기꾼인지 아닌지 의심했던 일과 대학 입시 시험을 위해 처음 도쿄에 왔었던 청소년기를 떠올리기도 한다. 특히 영화제 때문에 방문한 독일의 어느 혼욕탕에서 일본 남성을 마주쳐서 당황했던 경험은 웃음을 자아낸다. 3부 「꿈의 전후」는 <유레루> 제작기이다. 영화의 원안이 어떻게 떠올랐는지부터 각본, 캐스팅, 배우에 관해 하나하나 세밀하게 더듬는다. 영화의 편집본을 보고 자필로 정성껏 코멘트를 해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큰형처럼 배우와 스태프를 챙겼던 배우 가가와 데루유키, 당시 “세간의 총아”였던 배우 오다기리 조를 처음 만나서 경계했던 이야기 등이 담겨 있다. 25일간의 짧았던 <유레루>의 촬영을 “꿈”에 비유하고 크랭크업이 다가옴에 허무감을 느끼면서도 어떻게든 영화 속에 “진짜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던 절실함이 절절하게 느껴진다. 4부 「마음에 없던 전기」에는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 차이밍량 감독의 영화 <홀로 잠들고 싶지 않아>에 대한 감상, 초등학교에 다닐 때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을 처음 읽고 충격에 빠졌던 경험 등이 실려 있다. 또한 감독이 되기 전 영화 연출부 시절, 슬레이트를 제대로 못 치는 자신을 위해 아버지가 직접 맞춤형 슬레이트를 만들어 주었던 추억, 병으로 죽은 영화 동료에 대한 허망한 마음을 담은 산문도 실려 있다.

결국 인생을 지배하는 것은 ‘훌륭한 동기’보다 ‘작은 전기轉機의 축적 아닐까.
─218쪽

사람과의 관계 속에는 대체로 못다 한 일이 있고, 또 그것이 관계의 미래를 잇는다. 하지만 그 사람을 느닷없이 잃으면 그 ‘못다 한 일’이 가슴을 쿡쿡 아프게 찌른다. 그 일을 만회할 기회도 동시에 사라지기 때문이다.
─196쪽

“나는 나로서밖에 살 수 없다.”
오롯이 자신의 업을 좇는다는 것에 대하여

니시카와 미와는 “고독한 직업”을 고백한다. 영화계에 입문했던 시절, 그녀는 스스로 무능하다는 생각에 짓눌려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홀로 각본을 쓰기로 선택한다. 생애 처음으로 썼던 시나리오가 혹평받고 마음을 다잡은 기억부터 영화계 선배들 사이에서 눈치 보던 연출부 시절, 자신의 의견을 경청해 주었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 대한 고마움까지. 감독이 되기까지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하게 했던 일들을 들려준다.
감독이 된 후에는 이전처럼 스태프들과 한 방에서 어울리지 못하고 홀로 배정된 방에서 다음날 촬영을 준비해야 하는 외로움을 토로하고, 촬영 전에는 식욕도 없고 잠도 못 자면서 불안해하다가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영화의 한 장면 한 장면을 위해 직접 지게차 면허 시험에 도전하고, 마음대로 되지 않는 동물 촬영으로 고생하면서도 여러 시도 끝에 원하는 장면을 기어코 찍어내는 단단한 도전 의식을 보여준다. 특히 <유레루> 제작 때 배우 가가와 데루유키가 직접 시나리오 수정을 주장했던 일화, 적절한 배우들을 캐스팅하기 위해 고심하던 순간들, 영화를 위해 배우와 프로듀서, 스태프들이 힘을 합쳤던 이야기가 그것을 잘 말해준다. 경쟁심과 도전 의식을 내버리는 순간 인간의 화석화가 시작된다고 말하는 그녀는 고독함을 견디면서 자신의 업을 향한 끝없는 열정을 보여준다.
영화를 향한 열정과 자신의 업에 대한 겸허함도 깊다. 특히 3.11 동일본대지진을 겪으면서 영화가 일본의 어려운 현실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언젠가 사람들이 현실로부터 한숨 돌릴 수 있을 때 영화는 좋은 피난처가 될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며 계속 영화를 만들겠다고 다짐한다. 담담하게 자신의 길을 가면서 그 업이 지닌 한계를 겸허히 수용하는 그녀의 태도는 고독하지만 묵묵히 자신의 업을 좇는 많은 사람들에게 통찰과 위로를 전할 것이다.

크게 믿은 뒤에는 크게 의심하고 싶다. 의심하고 덤벼드는 태도야말로 숭상해온 대상을 대하는 가장 진지한 자세라고 생각하니까.
─59쪽

영화란 이다지도 알기 힘든 것일까. 그러나 이제 알았다, 라고 생각한 순간 열기가 식는 것이 인간의 슬픈 본성이다. 내게는 언제까지고 알 수 없는 연인이 있어서 행복하다. 사랑은 아직 당분간 지속되리라.
─2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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