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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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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6쪽 | 규격外
ISBN-10 : 8971846917
ISBN-13 : 9788971846919
당신으로 충분하다 중고
저자 정혜신 | 출판사 푸른숲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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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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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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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노력하지 않아도, 더 채우지 않아도 괜찮다! 정신과 의사 정혜신의 6주간의 힐링톡『당신으로 충분하다』. 이 책은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이 개발한 심리분석 프로그램 ‘내 마음 보고서’의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한 것으로, 분석 결과 평균적 모습을 보인 30대 여성 4명과 저자가 6주간 진행한 집단상담을 토대로 했다. 이 책은 상담참석자들이 자기 감정과 느낌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고, 덮어둔 상처를 용기 있게 대면하며 치유에 이르는 과정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심리서 최초로 ‘집단 상담’ 과정을 따라가면서 치유자와 내담자의 상호작용을 보여준 이 책은 치유받은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의 치유자가 되는 치유의 선순환을 확인할 수 있게 한다. '나는 30대니까, 나는 ~가 부족하니까 ~해야 한다‘는 자기 규정에 갇혀 숨가쁜 하루를 버티고 있는 현대인을 대표하는 내담자들의 상담 과정은 어떤 상처를 지녔든, 어떤 결핍이 있든 ’더 노력하지 않아도, 더 채우지 않아도 괜찮은‘ 그들 각자의 종착지로 인도한다.

저자소개

저자 : 정혜신
저자 정혜신은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연세대와 아주대 의대 외래 교수를 거쳐 정신과 클리닉 ‘마음과 마음’, 이후 ‘직장 남성을 위한 상담 클리닉’을 운영했다. 구조 조정의 시대를 맞아 생존한 직장인들조차 극심한 정서 불안을 호소하는 사례를 다수 만나게 되었고, 이를 토대로 대량해고의 국면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정신적 고통을 조사, 연구한 ‘ADD 증후군’을 국내 최초로 제기하여 화제가 되었다. 2003년 (주)정혜신 심리분석연구소의 대표로서 인간과 인간 삶의 ‘다면성’에 대한 관심을 보다 깊이 천착하는 일에 몰두했으며, 연구를 통해 고도의 정신 에너지를 소모하는 기업의 CEO 및 핵심 임원들을 위한 심층 솔루션-ESEP, 기업의 팀장, 부서장을 위한 새로운 차원의 리더십 솔루션-PLS, ‘사람스트레스’를 해결하는 정혜신 솔루션-人間(사.람.사.이) 등을 개발했다. 2008년부터 고문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만든 재단 ‘진실의 힘’에서 고문치유모임의 집단 상담을 이끌었고, 2011년, 쌍용차 해고 노동자와 그 가족들을 위해 집단 상담을 시작했으며 심리치유센터 ‘와락’을 만들었다. 현재 (주)마인드프리즘 CCO(Chief Contents Officer)로서, 진료실에 머무는 의사가 아니라 고통의 현장에서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이들을 마음을 치료하는 거리의 의사이자, 따뜻한 치유자로 살아가고 있다. 저서로는 《불안한 시대로부터의 탈출》 《남자 vs 남자》 《사람 vs 사람》 《홀가분》 등이 있다.

목차

프롤로그-나를 치유자로 키운 건
들어가기 전에
상담에 참석한 사람들

첫 번째 세션-왜 이렇게 내 삶에 자신이 없는 걸까?
상담실 문을 두드리게 된 이유
공감을 노력한다
내 마음, 내 감정, 내 느낌, 내 생각

두 번째 세션-마음을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지식 말고 네 마음을 말해봐
‘서른 넘은 어른’이라는 자아
울면 나약한 사람
‘나와 나’의 관계에 가혹하지 마라

세 번째 세션-괜찮다, 모든 게 무너져도 너는 언제나 괜찮다
상처를 드러낼 수 있을까
당신의 상처보다 당신은 더 크다
아빠에게 듣고 싶었던 한마디
우울에 잠시 머물기

네 번째 세션-내 마음을 알아주는 누군가와 함께 존재하는 순간
상처 대신 웃음.
지혜를 도와 미란을 도울 수 있다면
의존적인 사람이 싫어요
외로움, 두려움의 근원

다섯 번째 세션-노력하지 않아도 ‘당신으로’ 충분하다
그 순간 공감이 가능했던 건
내 마음에 한 번만 더 물어봐준다면
저는 그만 노력하고 싶어요

여섯 번째 세션-아, 내가 그런 거였구나
제가 좀 착해진 것 같아요. 솔직해지고
좀 이렇게 열고 싶다, 하는 마음이 생긴 것 같아요
조금씩 내 마음에 솔직해진다는 것
아, 내가 그렇게 외로웠었나?
매끈하게 정리되지 않는 것, 그것이 사람 마음

에필로그-상담이란 조금 특별한 기차 여행 같은 것

책 속으로

첫 번째 세션- 왜 이렇게 내 삶에 자신이 없는 걸까? 정혜신 _ 그런 모습으로 친구들을 만나면서 제일 불편했던 게 어떤 거예요? 신미수 _ (중략) 밥을 먹고 차를 마시는 동안에도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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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세션- 왜 이렇게 내 삶에 자신이 없는 걸까?

정혜신 _ 그런 모습으로 친구들을 만나면서 제일 불편했던 게 어떤 거예요?
신미수 _ (중략) 밥을 먹고 차를 마시는 동안에도 앉아서 수다를 떨고 사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만, 사실은 진짜 저를 몰라요. 알리고 싶지 않고.
정혜신 _ 알리면 어떻게 될 것 같아요?
신미수 _ 으흠. 나를 되게 싫어할 것 같아요.
정혜신 _ 미수 씨를? 실망할 것 같아요?
신미수 _ 네. 그동안 쌓았던 게 전부 무너져 내릴 거예요. 만약에라도 그렇게 된다면 다신 마주치고 싶지 않을 것 같아요._28-29쪽

여기 모인 4명의 사람들은 여기에 온 이유가 있을 것이다. 도움을 절박하게 원하는 마음이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것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 힘든 점도 있다. 그 둘이 합쳐져서 이들의 고통을 만든다. 무엇이 이들을 그렇게 만들었나. 원하면서도 적극적으로 밀어내는 것은 왜일까. 무엇이 ‘이들의 살고자 하는 절박한 욕구’를 강하게 막고 있는 것일까.-49쪽

두 번째 세션- 마음을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김해인 _ 예전에는 좀 더 어른스러웠어요. 다른 사람들한테 거의 대견하다, 기특하다, 그런 얘기를 듣고 살거든요. 그런데 그런 것보다는 사실은 애교도 부려보고 싶고 어디 의지해보고도 싶고 그런 마음, 그런 어린아이 같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내 안에 네다섯 살짜리 아이가 살고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정혜신 _ 흠. 그런 속마음이 있었는데 그런 것들을 꽁꽁 뒤로 싸매고 있었다.
김해인 _ 아이처럼 보살핌 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그랬는데, 그런 내 맘을 절대 표현하지 않고._71쪽

정혜신 _ ‘지식이 아니고 마음이다’. 맞아요. 그러니까 우리 천천히 해요. 잘 떠오르지 않으면 그때 내 마음은 어땠을까. 지금 내가 어떻게 느끼고 있나. 떠듬떠듬 주춤주춤하면서 떠올리면서 하면 돼요. 유창하게 얘기하는 거, 그거 별로예요. 이야기는 매끈하게 잘된 것 같아도 그런 건 별 의미가 없어요. 그런 매끈한 말 백 마디보다 떠듬떠듬한 한마디가 더 내 마음속에 있는 의미 있는 얘기거든요._77-78쪽

황지혜 _ 남들은 내가 남들한테 차갑다고 하지만, 정작 가장 차갑게 대하는 건, 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난 또 나를 왜 그렇게 못살게 굴지 하는 생각이 들고.
정혜신 _ 예, 너무 괴롭히네요.
황지혜 _ 왜 이렇게 괴롭히지. 그렇게 안 해도 남들은 나한테 별로 관심도 없을 텐데. 내가 졸든 내가 침을 흘리고 자든 별로 관심이 없을 텐데, 왜 그렇게 스스로가 못살게 굴지.
정혜신 _ 본인은 스스로의 그런 모습에 왜 그렇게 관심을 가지나요?
황지혜 _ 딱 이래야 된다는 내 모습이 있으니깐요.
정혜신 _ 그게 어떤 건가요?
황지혜 _ 왜 통상적으로 사람에게 요구되는 그런 것들이 있잖아요. 가장 모범적인 모습._102-103쪽

세 번째 세션- 괜찮다, 모든 게 무너져도 너는 언제나 괜찮다

상담실에서 치료자에게 진리로 통하는 문장은 단 하나다. ‘내담자는 언제나 옳다(Patient is always right).’ 이대로 괜찮아, 여기까지도 괜찮아, 정말 이것도 괜찮아, 사실은 다 괜찮아. 너는 언제나 괜찮아. 너는 옳아.
사람이 (스스로 생각하기엔 삐뚤어진 감정, 사악한 감정, 절대 품어서는 안 될 것 같은 감정을 품고 있어서 매우 나쁘다고 여기는) 자신의 감정을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드러낼 수 있다면, 그러고서도 이해받고 공감받고 받아들여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치유된다. 자기 존재에 대한 ‘근원적 안정감’을 느껴본 사람은 변한다. 편해지고 너그러워진다.
치유의 마지막 종착역에서 결국 얻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순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이다. 어려운 말로는 ‘건강한 자기애’라 한다._124-125쪽

아이들에게 5백 원짜리 동전 그림을 그리라고 하면 가난한 집 아이들은 부잣집 아이들보다 동전을 더 크게 그린다는 심리학 실험이 있다. 결핍이 클수록 그것의 실체에 대한 인식이 과장되어 나타난다는 뜻이다. 지혜도 그랬나 보다. (중략)
남편에 대한 정서적 욕구(애정 욕구)가 큰데 남편에게 계속 매를 맞으며 산다. 여자의 정서적 욕구는 점점 더 결핍된다. 결핍이 커지므로 애정을 받고자 하는 욕구도 비례해서 더 증폭된다. 그래서 남편에게 더 매달리게 된다. 옆에서 보기엔 때리는 남자에게 왜 저렇게 정성을 기울일까 싶지만 마조히스트여서가 아니라 애정 결핍으로 인해 정서적 허기가 크기 때문이다. 심하게 허기지면 음식 맛이 어떤지 가리지 않고 먹을 만한 것이라 싶으면 허겁지겁 입으로 가져가듯, 정서적 결핍이 심해지면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가리지 않고 허겁지겁 매달리게 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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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지금, 마음이 어떠세요? 우리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하는, 따뜻하지만 중립적인 안내자 같은 책 《남자 vs 남자》와 《사람 vs 사람》으로 “예리한 심리분석과 사회적 통찰이 깃든 정교한 글쓰기를 하는 컬럼니스트”라는 평가를 받았고, 심리에세...

[출판사서평 더 보기]

지금, 마음이 어떠세요?
우리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하는, 따뜻하지만 중립적인 안내자 같은 책


《남자 vs 남자》와 《사람 vs 사람》으로 “예리한 심리분석과 사회적 통찰이 깃든 정교한 글쓰기를 하는 컬럼니스트”라는 평가를 받았고, 심리에세이《홀가분》을 펴내며 수많은 독자들의 마음주치의로 자리 잡은 심리치유 전문가 정혜신의 신간 《당신으로 충분하다》가 출간되었다.
이번 책은 ‘내 마음 보고서’(정신과 전문의 정혜신이 개발한 개인맞춤형 심리분석 프로그램) 결과 가장 평균적 모습을 보인 30대 여성 4명과 정혜신 박사가 6주간 진행한 집단 상담을 토대로 했다. 기존의 심리서가 특정 문제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법을 제시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 책은 상담참석자들이 자기 감정과 느낌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고, 덮어둔 상처를 용기 있게 대면하며 치유에 이르는 상담실 풍경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부모에게 받은 상처를 치유하지 못해 여전히 어른아이 같은 모습을 보이고, 대면하는 인간관계를 힘들어하던 이들은 치유자 정혜신과 다른 참석자들의 건강한 지지와 공감을 받으며 서서히 가벼워진다. 심리상담 하면 으레 떠오르는 일대일 상담이 부담스러웠던 독자들, 가족으로 인한 상처나 소통에 대한 막막함으로 힘들어했던 독자들에게, 이 6회의 세션은 상담실에 같이 앉아 자기 문제를 객관적으로 고민해보고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 시간이 되어줄 것이다.

마음의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나와의 상담을 통해 조금이라도 치유가 되고 새로운 힘을 얻을 수 있었다면 무엇 때문에 그렇게 되었는지 조근조근 설명하고 싶었다. 사람들이 내게 끊임없이 그리고 반복적으로 물었던 질문들에 대해 한 번에 몰아서 찬찬히 대답하고 싶었다. _프롤로그에서

대한민국 30대 여성의 상처와 고민을 6주간 들여다보다

낯모르는 사람끼리 깊은 신뢰와 호감을 만들어가는 과정, 그 바탕 위에서
자신을 활짝 열어가는 과정, 그 안에서만 가능한 뜨거운 지지와 위로, 격려 그리고
깊은 깨달음을 얻는 일련의 과정. 그것이 바로 집단 상담이다.
-본문에서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심리서 최초로 ‘집단 상담’ 과정을 따라가면서 치유자와 내담자의 상호작용을 보여준다는 점이다(상담참석자들은 상담 내용이 책으로 출간되는 데 동의했고, 출간 전 최종 원고를 확인하는 과정도 거쳤다). 저자는 치유가 한 명의 권위자(의사)로부터 환자에게 일방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치유받은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의 치유자가 되는 치유의 선순환, 즉 ‘모든 인간은 치유적 존재다’라는 명제를 이 책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내 마음 보고서’ 분석 결과 30대의 고민을 대변하는 상담참석자들은 하나같이 ‘관계’ 맺기를 힘들어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아빠에게 받은 묵은 상처를 드러내면 자기가 무너질 거라고 생각하는 지혜, 이상적인 자기 모습을 상정하고 좋은 모습만 보이려고 노력하는 미수, 엄마를 대신해온 언니의 간섭 때문에 타인과 깊은 관계를 맺지 못하는 해인, 관계에 대한 외로움과 불신 때문에 유아독존적인 성향을 보이는 미란. 이들은 치유자의 인도에 따라 자신을 힘들게 하는 두려움의 근원을 찾아가고 오랫동안 덮어둔 상처를 낯선 사람들 앞에서 꺼내놓는다. 그리고 자신의 약한 부분을 드러낸 후 건강한 지지와 공감을 받는 과정을 통해 책임감과 두려움, 아픈 상처들이 딱지가 되어 떨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사실 치열한 경쟁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이처럼 자신을 온전히 받아주는 관계망을 찾기 쉽지 않다. 집단 상담은 잘 모르는 이들과 오랜 시간 자기를 꺼내놓음으로써 인간이 모두 비슷한 고민과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실제로 치유는 자신의 상처를 용기 있게 대면하고, 같은 상처를 지닌 동료를 보며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하는 보편성의 깨달음을 얻으면서 이루어진다고 한다.

집단 상담을 통한 치유적 요소 중 첫 번째는 보편성(universalization)이다. 쉽게 말하면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하는 깨달음이다.
집단 상담 중에 다른 사람들의 아픈 경험에 대해서 깊이 얘기를 주고받다 보면 그간 ‘나만 이런 고통을 겪는다’고 생각했던 것에서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하는 느낌을 갖게 된다. (중략) 사람은 내가 지닌 문제적 감정이나 생각들, 행동들을 다른 사람 일반과 비교해볼 수가 없다. 다른 사람이 어떤 내면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기 문제를 혼자서만 간직하고 있다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은 ‘남과 다른 병적인 감정과 문제적 생각을 혼자서 하고 있는, 그래서 약간 정상이 아닌 인간’이라는 느낌을 갖게 된다. 나만 예외적인 존재라는 느낌이 사람을 더 힘들게 한다. 그런데 집단 상담에서 발견하게 되는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하는 느낌은 자신에 대한 안도감을 갖게 한다. ‘그래도 괜찮은 거구나,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나만 이상하게 동떨어진 인간이 아니었구나’ 하며 안심한다. 그 느낌은 사람에게 치유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한다. 치유적인 깨달음이다._128-129쪽

치유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진정한 공감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아니라 ‘내가 노력할 것이 별로 없구나.
노력할 필요가 별로 없구나. 나 자체로도 괜찮구나’라는 걸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가 된다면 그건 치유의 마지막 단계에 가깝다. _본문에서

심리상담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한 이들에게 이 책은 치유의 전 단계를 관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준다. 우선 내담자들은 자신의 마음 상태, 자신을 가로막고 있는 문제들(이 책의 경우, 만족감의 부재, 이상적 자아에 대한 열망, 부모와의 문제, 타인에게 공감하거나 소통하지 못하는 점 등)을 자기 언어로 표현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지식이나 판단, 생각은 습관적으로 말하면서도 자기 느낌과 감정은 잘 알지 못하던 이들은 점차 자신의 아픔과 고통을 인식하게 된다.

그러니까 앞으로 여기서 내 이야기를 할 때, 내 생각이나 견해, 내 신념이나 의견 같은 근사하고 멋진 얘기보다는 아주 시시하고 일상적이어서 별 얘깃거리도 안 되어 보이는, 그렇지만 왠지 꼭 하고 싶은 얘기, 그런 ‘내 느낌’들을 말해야 합니다. (중략) 내 ‘생각’은 부모의 생각이나 스승의 가치관, 상사의 의견일 수 있지만 내 ‘마음이나 느낌’은 온전히 내 것이기 때문이에요. 생선 가시 발라내듯 내 ‘생각’과 내 ‘마음, 느낌’을 구별해나가는 일은 치유의 핵심적인 과정이기도 합니다._25쪽

이처럼 생각과 느낌을 분리하고 자기 감정을 명확하게 언어로 표현하게 되면 고통스러웠던 시점의 감정을 떠올리며 건강한 불편감이 생기게 된다. 이는 무의식적 심리방어기제를 걷어가는 과정이다. 저자는 이를 통해 내담자가 자기 안의 결핍을 깨닫고(자신이 결핍 때문에 집착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잠시 우울과 무기력한 상태에 머물게 된다고 말한다. 이때 다른 참석자들의 건강한 공감은 강력한 치유 효과를 발휘한다.

불편함도 ‘건강한(또는 정당한) 불편감’과 ‘불건강한 불편감’이 있다. (중략) 아빠와의 부정적인 경험, 기억들이 떠오를 때 답답함을 느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정상적이다. 정당한 답답함인 것이다. 그런데 힘들고 답답한 기억이 떠오를 때도 아무렇지 않은 듯 덤덤하게 자기 감정을 지우려고만 드는 것은 오히려 부자연스럽고 불건강하다. (중략) 내면의 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존재하는 고통을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하는 것, 이때 생겨나는 불편감은 자신에 대한 건강한 문제의식의 결과이며 현실에 대한 적절한 감정이입이다. 그때의 불편감은 건강한 불편이다._65-66쪽

어쩔 수 없는 한계에 대한 자각과 인정 이후에 따라오는 것은 ‘우울’이다. 오랫동안 갈망하던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걸 받아들이면 맥이 풀리고 무력감이 들고 우울해진다. 당연하다. 이때의 우울은 치유의 과정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때의 우울은 환영할 만한 과정이다. 성찰과 치유의 과정을 제대로 밟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이런 순간에 무기력해지고 멍해지는 자신을 보면서 ‘내가 뭐 잘못된 거 아냐?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며 자신의 상태에 대해 잘못된 해석을 하게 되면 문제가 더 꼬인다. 이때 ‘마음껏’ 우울할 수 있어야 한다. (중략) 충분히 그러고 나면 간절했던 그 욕구로부터 심리적 거리를 갖게 된다. 포기할 부분은 포기하고 받아들일 부분은 받아들이고 나면 그 욕망과 욕구에 더 이상 휘둘리지 않게 된다. 그에 대한 집착이 저절로 줄어든다. _156-157쪽

황지혜 _ (미수를 보고 고개를 숙이며 나직하게) 머리로가 아니라 정말 마음으로 너무 공감 간다.
정혜신 _ 지금 그 말은 어떤 의민가요. 좀 특별하게 들리네요.
황지혜 _ 갑자기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박카스 먹은 것처럼 쑥 내려가는 거 있잖아요. 화한 느낌처럼요. 처음 느껴봤어요. 이런 게 공감인가 봐요. ‘아무도 없어도, 내 옆에서 모두 다 사라져도’ 뭔가 이런 얘기에 공감이 또 한 번 이뤄졌으니까. 지금 이런 베이스를 갖게 되었으니까 다음에는 지금보다 더 즐거울 거란 소망이 생겨요. 희한한 느낌이다. 하하._193-194쪽

당신의 상처 경험보다 당신은 더 큰 사람
죽을 만큼 노력하지 않아도, ‘당신으로 충분하다’


30대를 지나고 있는 이들 4명은 제각각 다른 이유로 현재의 자기 자신에게 완벽한 기준을 요구하며 살아간다. 저자가 ‘슈드비 콤플렉스’라고 설명한 ‘나는 장녀니까, 나는 30대니까, 나는 OO가 부족하니까 ~해야 한다’는 자기규정에 옴짝달싹못하는 모습은 우리 현대인들의 각박한 초상이기도 하다. 이들은 늘 악착같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며 살아가지만, 그래서 늘 지치고 자신의 현재 모습에 만족하지 못하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견고한 자기 굴레를 ‘슈드비 콤플렉스(should be complex)’라 한다.
‘모름지기 서른이 넘으면, 모름지기 숙녀라면, 모름지기 장남이라면, 모름지기 가장이라면, 모름지기 고3이라면, 반드시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우리 사회에서 흔히 목격할 수 있는 슈드비 콤플렉스다.
사회에서 한 사람을 규정하는 역할들은 동시에 여러 개다. 가장이지만 막내아들이기도 하고, 친구들 사이에선 귀염둥이 총무로 통하지만 교회에 가면 엄숙한 장로일 수 있다. 사람이란 그런 것이다. 그런데 한 사람의 여러 역할 중에 어느 하나의 역할과 기준만으로 그 사람의 삶 전체를 구속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서른이 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한 인간으로서 가지는 다채로운 감정들을 다 억제하도록 스스로에게 강요하고 있는 해인처럼.
해인은 ‘서른이 넘었’지만 ‘미혼의 여성’이자 ‘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성인이다. 그 나름의 자유도 누릴 충분한 권리가 있다. 그러나 스스로에게 내린 ‘서른 넘은 어른’이라는 획일적이고 강력한 자기규정이 해인을 과도하게 지배하고 구속하고 있다. 슈드비 콤플렉스에 과하게 휘둘리면 사람은 당연히 획일화된다._78-79쪽

책 전반에 걸친 저자의 메시지는 어떤 상처를 지녔든, 어떤 결핍이 있든 인간은 자신의 상처 경험보다 훨씬 큰 존재라는 점이다. 이 점을 치유자가 온전히 지지해주면 내담자는 심리적으로 더 단단해져서 상처와 책임에 짓눌리지 않고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자기 삶을 꾸려나갈 수 있다. 정혜신은 6회의 세션을 통해 ‘더 노력하지 않아도, 더 채우지 않아도 괜찮은’ 그들 각자의 종착지로 인도한다. 집단 상담에서 자신을 객관화하는 연습과 서로 간에 진솔한 공감을 주고받으며 도착한 치유의 종착지로.

‘괜찮다. 기대가 무너져도, 가족이 무너져도 괜찮다. 너는 언제나 괜찮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미수에게도, 모든 사람에게도, 나는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런 마음으로 미수의 바닥에 있는 감정을 담담히 듣는다.
상처가 되었던 경험들, 억울한 감정, 분노했던 마음들, 이런 것들을 드러내면 자기가 무너져버릴 것 같거나 너무 수치스러울 것 같다고 미수는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미수의 경험’과는 별개로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미수’도 동시에 존재한다. ‘미수의 경험’보다 ‘미수’는 훨씬 더 큰 개념이다. 미수가 상처받은 경험 때문에 미수가 바로 무너져야 하는 건 결코 아니다. 이것을 나는 담담한 태도로 미수에게 전달한다. 미수, 너의 상처 경험보다 미수 너는 언제나 더 크다._127-1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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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당신으로 충분하다 | an**25 | 2019.11.11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더 노력하지 않아도, 더 채우지 않아도 괜찮다! 정신과 의사 정혜신의 6주간의 힐링톡『당신으로 충분하다』. 이 책은 정...

    더 노력하지 않아도, 더 채우지 않아도 괜찮다!

    정신과 의사 정혜신의 6주간의 힐링톡『당신으로 충분하다』. 이 책은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이 개발한 심리분석 프로그램 ‘내 마음 보고서’의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한 것으로, 분석 결과 평균적 모습을 보인 30대 여성 4명과 저자가 6주간 진행한 집단상담을 토대로 했다. 이 책은 상담참석자들이 자기 감정과 느낌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고, 덮어둔 상처를 용기 있게 대면하며 치유에 이르는 과정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심리서 최초로 ‘집단 상담’ 과정을 따라가면서 치유자와 내담자의 상호작용을 보여준 이 책은 치유받은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의 치유자가 되는 치유의 선순환을 확인할 수 있게 한다. '나는 30대니까, 나는 ~가 부족하니까 ~해야 한다‘는 자기 규정에 갇혀 숨가쁜 하루를 버티고 있는 현대인을 대표하는 내담자들의 상담 과정은 어떤 상처를 지녔든, 어떤 결핍이 있든 ’더 노력하지 않아도, 더 채우지 않아도 괜찮은‘ 그들 각자의 종착지로 인도한다.
  • 나는 누굴까 라는 질문보다 내가 느끼는 진실한 감정은 뭘까? 그 감정을 자신이 알게 되면, 좀 더 편해지지 않을까 한다. ...
    나는 누굴까 라는 질문보다 내가 느끼는 진실한 감정은 뭘까?
    그 감정을 자신이 알게 되면, 좀 더 편해지지 않을까 한다.
     
    무슨 말을 하던, 행동을 하던 주위의 눈과 귀을 의식하는 나도 나의 감정이 아닌 타인에 의해 좌우 되고 있는 것 같다.
     
     
  • 당신으로 충분하다 | he**kmh | 2013.09.03 | 5점 만점에 2점 | 추천:0
    정혜신. 『당신으로 충분하다』. 파주: 푸른숲, 2013.  
    정혜신. 당신으로 충분하다. 파주: 푸른숲, 2013.
     
    6주간의 집단상담의 대화내용을 활자화한 책이다. 그냥 여러 사람들이 중구난방으로 대화를 나누기 때문에 내용 자체는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다만 각 사람의 성향을 파악하는데 그 자리에 함께 있거나 혹은 그들 중의 한 명이 되는 체험을 하지 않는 한, 이 책의 독서는 실패한 것일 것이다. 그만큼 얼마나 몰입하느냐에 달렸다. 그들 각각 한사람의 마음 속을 들여다 보는 여정이 어떠할지는 독자 개개인에게 달렸다. 나 자신은 실패했다. 그래서 아래의 교훈들이나 심리학 용어들밖에 남지 않았다.
     
    내가 그들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보다 무슨 말을 하지 않았는가에 더 주목하면 좋겠다. 그것이 더 치유의 본질에 가까울 것이다. 8.
     
    자유연상free association. ... 내 느낌과 생각을 가능하면 훼손하지 않고 떠올리면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감지하고 표현해내는 과정은 상담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15.
     
    건강한 불편.. 안전한 불행.. 안전한 불행이란 겉으로 안전해 보이지만 장기적으론 그 사람의 현실감각을 깎아먹어서 결국엔 더 큰 문제를 유발한다. 66.
     
    주지화intellectualization... 정서적인 불편함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지적으로 전환해서 생각하는 것, 불편한 느낌이나 감정이 잘 감당되지 않을 때 느낌보다 생각과 판단으로 상황을 이해하고 정리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 72-3.
     
    슈드비 콤플렉스.should be complex. 슈드비 콤플렉스에 과하게 휘둘리면 사람은 당연히 획일화된다. 심리적 분화가 일어나기 어려우니 사고의 방식도 단순해질 수밖에 없다. 79.
     
    치료자(또는 공감자)가 그의 상처와 그에 대한 감정을 접하면서 비난하지 않고 그의 감정에 대해서 공감하고 이해해줄 수 있다면, 또한 그가 그런 타인의 반응을 통해서 자신과 자신의 상처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합리적인 해석을 내릴 수 있다면, 그는 상처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그것이 치유의 핵심 매커니즘이다. 124.
     
    사람들이 감추고 있거나 덮어두려고 하는 자신의 어떤 부분들은 대부분 잘못된 해석에서 비롯한다. 이것이 신경증의 주된 이유가 되기도 한다. 124.
     
    보편성universalization.. 나만 그런게 아니었구나 하는 깨달음.. 이런 느낌은 사람을 무척 편안하게 해준다. 128.
     
    사람마다 자신이 한 경험을 소화해나가는 방식이 다 다르다. 그게 사람이다. 192-3.
     
    공감을 하면 생각의 과열 작동은 자동적으로 멈춘다. 공감을 통해 서로의 감정, 마음이 오고 가다 보면 타인에 대해 머리로 추론할 때보다 더 풍부하고 입체적인 정보가 느껴지고 들어오게 된다. 219-20.
     
    아 내가 그런 거였구나... aha experience. 283.
  • 의사들은 그렇다. 아니 많은 경우 그렇다. 가슴속의 분노로 인해 벽을 쳐, 손목을 다친 아이가 병원에 오면 그 손목에 붕대를 ...
    의사들은 그렇다. 아니 많은 경우 그렇다. 가슴속의 분노로 인해 벽을 쳐, 손목을 다친 아이가 병원에 오면 그 손목에 붕대를 감아주고, 진통제를 놓아준다. 그러나 어떤 의사는 그 아이가 왜 손으로 벽을 쳤는지에 집중한다. 이렇게 이유에 집중하는 의사는 환자의 신경 계통의 문제, 골격의 문제, 근력의 문제, 심지어는 각종 순환계와 신경계의 문제까지 환자를 검진 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발견할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이는 단순히 의사가 맞고 있는 진료 과목의 문제만은 아니다. 환자를 대하는 태도의 문제이다. 정혜신 박사는 환자의 문제점 보다는 그 문제점의 이유에 집중하는 의사이다.
     
    그러나 이책은 다소 실망이다. 심리 삼당사나 의사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대화법이 사실은 조금 지겹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상대방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 그 대답안에서 잠재 의식을 파악하고 억압 심리를 분석하는 행위 자체가 무언가 진실해 보이지가 않기 때문이다. 치유하고 치유 받고자 하는 사람들의 대화법은 근본적으로 대화의 밸란스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두 사람 다에게 인내심이 필요한 이유이다. 인내심이 요구되는 대화는 한계가 있다.    
     
    당신으로 충분하다 이책의 하이라이트는 내안의 아이와 책속에 아이에 관한 이야기이다. 내 속에 한 아이의 이야기를 책속의 한 아이 이야기로 전개시키고자 하는 참여자의 말을 정혜신 박사는 막는다. 참여자는 생각의 벽에 부딪히고, 이 부딪히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갈등은 결국 결론 부분에 가서 "당신으로 충분하다"로 정리된다. 이야기인즉은 당신 자신속에 있는 아이면 충분하다. 잘 정리되고 논리적으로 분석된 아이가 필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의아하지만 이책은 작가의 모순된 논리로 시작한다. "사람 마음에도 법칙이 있다. 의식적 부분의 마음 법칙도 있고, 무의식적 부분의 마음 법칙도 있다. 이 두가지가 적절히 혼합돼 작동하는 것이 우리 마음이다. 마음 법칙을 공부하고 많은 실감, 체험을 하다보면 사람의 마음은 수학처럼 정확하구나 하는 감탄을 하게된다"라고 프롤로그를 열어졌힌 작가는 "사람을 바라보는 일반론적 개념을 소개하는 심리학 관련 책들을 나를 설명하는 구체적 잣대로 과도하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자신만의 고유한 부분들까지 심리학의 일반적 개념이나 코드로 해석하고 설명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과도한 단순화이거나 심리적 폭력일 수 있다. 이건 자신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상담의 첫머리에 이야기 한다. 이것을 억지로 끼워 맞추어 보자 . "수학적 이론을 가지고 다양한 경우에 유연하게 적용하는 것". 자연스럽지가 않다.
     
    읽은 책속 아이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했던 참여자의 말을 막은 정혜신 박사 자신이 오히려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치료의 과정에서 왜 또 다른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고 나와 치료의 과정을 혼란스럽게 하느냐 하는 방어적 대응이 아니었나 하는 것이다.
     
    제롬 그르프먼의 닥터스 싱킹에서 "오진은 의사의 정신을 들여다 보는 창이다. 이는 왜 의사들이 자신의 가정에 의문을 제기하지 못하는지, 때때로 폐쇄적이고 왜곡된 사고를 하는지, 지식의 틈을 보지 못하는지, 그 이유를 들어낸다. 오진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최근 대부분의 의료 과실이 기술적 실수가 아니라 의사의 사고의 결함에서 비롯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환자에게 심각한 해를 끼친 오진 사례들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무려 80퍼센트 정도의 오진 사례가 앤의 경우처럼 환자를 좁은 틀 안에 가두고, 자신의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는 정보들을 무시한, 일련의 인지적 오류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이책의 시도는 이와 같은 치료자의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대화를 통해 천천히 고통과 비뚤어진 감정을 찾아내어 들어내고 이를 공감함으로써 치유하는 것이었다는데 의의가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심리학자나 정신과 의사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인 "가용성의 오류" (관련된 일들이 얼마나 많이 떠오르는가에 따라 어떤 일의 빈도나 확률을 판단하려는 경향을 말한다. 최근에 많이 일어난 일, 자신에게 많이 해당되는 일, 드 경우를 대부분의 사례에 적용하려고 하는 경향) 및 "확증 편향"(정보를 선택적으로 수용하거나 무시함으로써 자신의 신념을 확정하려는 오류, 일종의 편의주의적 사고방식으로, 자신이 있어야 할 곳에 닺을 내렸다는 확신에 차서 다른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고, 오직 한가지 가능성만을 신속하고도 단호하게 잡는 것)의 함정에서도 적절히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생각이다.  
     
    정혜신 박사는 최근 트위터에 한 구청에서 있었던 일을 쓰며 절망스러워 했다. 구청 행사에서 한 직원이 구청장님 들어오십니다. 라고 외치며 흥분해 하는 모습을 보며, 북한 김정은을 대하는 북한 관리들의 모습을 떠올렸다는 것이다. 거친 작업장의 처절한 노동자를 치유하고, 수많은 직장인들을 위한 상담한 경험을 가진 전문가가 그런 장면에 절망을 했다는 말 자체가 나를 절망하게 한다. 그것이 내가 몸담고 있는 직장의 일반적 풍경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정신과 의사나 심리학자들이 알고 있는 공식에 비해 훨씬 더 복잡하다.   
  • "관계에 서툰, 마음을 표현할 줄 모르는 외로움에 익숙해진 나… 그런 '나'를 온전하게 이해해주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공감"...
    "관계에 서툰, 마음을 표현할 줄 모르는 외로움에 익숙해진 나… 그런 '나'를 온전하게 이해해주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공감" 이라고 뒷표지에 써 있다.
     
    자기 감정을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삐뚤어진 감정까지도 드러낼 수 있다면 그러고서도 이해받고 공감받고 받아들여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면, 그는 치유된다. 자기 존재에 대한 '근원적 안정감'을 느껴본 사람은 변한다. 편해지고 너그러워진다.- 정혜신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아니라 '내가 노력할 것이 별로 없구나. 노력할 필요가 별로 없구나. 나 자체로도 괜찮구나' 라는 걸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가 된다면 그건 치유의 마지막 단계에 가깝다. -본문 중에서 (책 뒷날개에서)
     
    저자 정혜신은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아주대 의대 외래교수를 거쳐 정신과 클리닉 '마음과 마음'이후 '직장 남성을 위한 상담 클리닉'을 운영했다. 그동안의 임상과 조사를 바탕으로 대량해고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정신적 고통을 연구, 발표하여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08년부터 고문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만든 재단 '진실의 힘'에서 고문치유모임의 집단 상담을 이끌었고, 2011년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장와 그 가족들을 위해 집단 상담을 시작하였으며 심리치유센터'와락'을 만들었다.
     
    현재 (주)마인드프리즘 CCO로서, 진료실에 머무는 의사가 아니라 고통의 현장에서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이들의 마음을 치료하는 거리의 의사이자 따뜻한 치유자로 살아가고 있다. 저서로 <불안한 시대로부터의 탈출>< 남자 VS남자> <사람VS사람> <홀가분>등이 있다.
     
    저자에 대한 소개를 요즘 별로 길게 하지 않는데 정혜신에 대한 소개는 길었다. 저자를 알게 된 건 '와락'이란 치유센터를 이끌고 있다는 기사를 읽고부터다. 밑바닥에서 외롭게 고통받는 이들을 끌어안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무얼 믿어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며 그의 책을 찾아 읽어보리라 다짐했다.마침 이 책이 나와 좋았고 그와 더불어 다른 책들도 사서 읽어보았다. 놀랐다. 글을 너무 잘 쓴다는 것이 놀랍다. 그리고 시원시원한 문체도  마음에 꼭 든다. 마인드 프리즘에서 자기마음 보고서를 받아놓고아직 기재를 하지 않아 보내지 못하고 있다. 오늘내로 기록해서 보내주면 내 마음을 더 잘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렌다. 저자를 응원한다.
     
    이 책은 한 명의 권위자가 특정 사례나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법을 제시하는 기존 심리서와 달리, 치유자와 내담자들이 '우리는 모두 치유전 존재'임을 함께 깨달아가는 집단 상담의 장을 만들고, 그 과정을 책으로 담아보기로 한 것이다. 출판사에서는 상담 참석자를 모집하는 광고를 내게 되었고 신청자 30명의 동의를 얻은 후 마인드프리즘의 <내 마음 보고서>라는 심리검사를 한다.그중 심리검사가 가장 평균적인 모습을 보인 30대여성 4명과 함께 상담을 시작했고 그 내용이 여기 이 책에 실렸다. 물론 신상 정보는 수정되어 있다.
     
     
    "성장중인 아이에게넌 반드시 제공되어야 하는 애정과 관심의 절대량이 존재한다. 그것이 채워지지 못하면 아이 입장에서는 부모가 그것을 줄 수 있는지, 줄 마음이 있기는 한지, 줄 여건이 되는지 등등은 모두 뒷전일 수밖에 없다. 상대를 살필 겨를이 없다.자신의 결핍된 욕구를 채우는 것에만 꽂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내 부모, 내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오랜 세월에 걸쳐 반복적으로 알고 깨달을 수 있었음에도 정서적으로는 아빠에게 다시 매달리게 된다.(… ) 만약 아버지의 모습을, 아빠의 현실적인 실체를 순순히 받아들이게 된다면, 아빠에게 자신의 욕구 충족을 더 이상 바라지 않고 포기할 수 있게 된다면 '내가 그동안 나에게 줄 수 없는 사람에게  계속 바라고 있었구나'하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 현실적 실체를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자신이 원하는 요구를 뚜렷이 인식할 수 있게 된다면, 00는 그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아빠가 아닌, 다른 현실적 대상을 찾아서 길을 나서게 될 것이다. 현실적 한계를 인정하면서 말이다.139쪽
     
    "직업적 경험상, 내게 사람들의 가장 근원적인 고통을 하나만 꼽아보라면 그건 '사랑과 보살핌의 결핍'이다. (…)사람들이 까닭 모를 불안과 두려움, 낮은 자존감의 밑바닥에는 대부분' 사랑과 보살핌의 결핍'이 뱀처럼 똬리를 틀고 있다. 인간 상처의 근원이기도 하다. 
     
    어린시절의 학대처럼 극단적인 경우만 여기에 해당되는 건 아니다. 엄마 아빠가 심각한 갈등이 있을 때 태어나고 자랐다면 아빠가 해고를 당해 어려울 때 태어나고 자랐다면 엄마가 고부간의 갈등으로 고통받고 있을 때나 엄마의 일이 극심한 감정 도농인데도 주위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아이를 키워야 했다면 부모가 심리적으로 미성숙한 어른이었다면, 그런 상황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가 경험하는 '사랑과 보살핌의 결핍'은 예측할 수 있는 일이다.
     
    사람사는 세상의 불완정성을 고려한다면 직간접적으로 이런 환경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운 인간은 없을지도 모른다. 평범한 부모의 일상적 조건 속에서도 아이에게 치명적인 결핍이 얼마든지 일어난다는 사실을 우리는 일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내 아이가 이런 결핍의 징후를 보일 때 부모 입장에서 그것을 인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너한테 뭘 어떻게 했다고 이러느냐.' 하면 답답학 억울해할 수 있다. 어려움을 겪는 당사자(자녀)도 혼란스벅기는 마찬가지다. '우리 부모는 나름 최선을 다했는데 내가 왜 못나게 이럴까, 내가 문제야'하고 스스로를 탓한다."232~2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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