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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주정뱅이
276쪽 | 규격外
ISBN-10 : 8936437380
ISBN-13 : 9788936437381
안녕 주정뱅이 중고
저자 권여선 | 출판사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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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16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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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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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적 기품이 담긴 일곱 편의 단편 장편소설 《토우의 집》으로 제18회 동리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권여선의 다섯 번째 소설집 『안녕 주정뱅이』. 2013년 여름부터 2015년 겨울까지 발표한 일곱편의 단편소설을 엮었다. 저자만이 보여줄 수 있는 비극적 기품을 담은 이번 소설집은 이해되지 않는, 그러면서도 쉽사리 잊히지 않는 지난 삶의 불가해한 장면을 잡아채는 선명하고도 서늘한 문장으로 삶의 비의를 그려낸다.

수록된 작품들에는 술 마시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그들은 습관적으로 혹은 무언가를 견디기 위해 술을 마신다. 아이를 빼앗기고 술을 마시다 알코올중독이 되어버린 《봄밤》의 영경은 술에 취한 채 김수영의 시를 큰 소리로 외우고, 《역광》에는 식사 후 커피잔에 소주를 부어 마시는, 알코올중독자로서 불안장애를 갖고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신예소설가 ‘그녀’가 등장한다.

이처럼 바닥을 맞닥뜨린 자의 절망을 고통스럽게 보여주며 취기 어린 인물의 행동을 복기해내는 권여선의 언어는 곧 허물어질 것 같은 ‘주정뱅이’의 아슬아슬한 내면을 서늘하게 포착한다. 인생이 던지는 지독한 농담이 인간을 벼랑 끝까지 밀어뜨릴 때, 인간은 어떠한 방식으로 그 불행을 견뎌낼 수 있을까. 미세한 균열로도 생은 완전히 부서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 탁월한 감각을 발휘해온 권여선은 그럼에도 그 비극을 견뎌내는 자들의 숭고함을 가슴 먹먹하게 그려낸다.

저자소개

저자 : 권여선
저자 권여선은 1965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났다. 1996년 장편소설 『푸르른 틈새』로 제2회 상상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소설집 『처녀치마』 『분홍 리본의 시절』 『내 정원의 붉은 열매』 『비자나무 숲』, 장편소설 『레가토』 『토우의 집』이 있다. 오영수문학상, 이상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동리문학상을 수상했다.

목차

봄밤 / 삼인행 / 이모 / 카메라 / 역광 / 실내화 한켤레 / 층 / 해설│신형철 / 작가의 말 / 수록작품 발표지면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인생이 던지는 잔혹한 농담, 그 비극을 견디는 자들이 그리는 아름다운 생의 무늬 2007년 제15회 오영수문학상, 2008년 제32회 이상문학상, 2012년 제44회 한국일보문학상, 그리고 2014년 “작품을 만들어내는 솜씨가 장인의 경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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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던지는 잔혹한 농담,
그 비극을 견디는 자들이 그리는 아름다운 생의 무늬


2007년 제15회 오영수문학상, 2008년 제32회 이상문학상, 2012년 제44회 한국일보문학상, 그리고 2014년 “작품을 만들어내는 솜씨가 장인의 경지”에 올랐다는 상찬을 받으며 장편소설 『토우의 집』으로 제18회 동리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권여선이 다섯번째 소설집 『안녕 주정뱅이』를 선보인다. 2013년 여름부터 2015년 겨울까지 바지런히 발표한 일곱편의 단편소설을 묶었다.
한국문학의 특출한 성취로 굳건히 자리매김한 권여선의 이번 소설집은 이해되지 않는, 그러면서도 쉽사리 잊히지 않는 지난 삶의 불가해한 장면을 잡아채는 선명하고도 서늘한 문장으로 삶의 비의를 그려낸다. 인생이 던지는 지독한 농담이 인간을 벼랑 끝까지 밀어뜨릴 때, 인간은 어떠한 방식으로 그 불행을 견뎌낼 수 있을까. 미세한 균열로도 생은 완전히 부서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 탁월한 감각을 발휘해온 권여선은 그럼에도 그 비극을 견뎌내는 자들의 숭고함을 가슴 먹먹하게 그려낸다.

인생이 농담을 하면 인간은 병들거나 술을 마신다…
지독한 생에 거꾸러진 주정뱅이에게 건네는 쓸쓸한 인사


“산다는 게 참 끔찍하다. 그렇지 않니?”(8면)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소설 「봄밤」에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두 남녀가 등장한다. 스무살에 쇳일을 시작해 서른셋에 일으킨 사업으로 제법 돈을 벌지만 곧 부도를 맞아 아내에게 버림받고 서른아홉에 신용불량자가 돼 노숙생활까지 하게 된 수환, 교사생활을 하다 결혼하지만 곧 이혼하고 아들을 빼앗긴 뒤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한 영경. 술 때문에 생활이 마비돼 직장도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영경 앞에 수환이 나타났을 때, 영경은 그 순간을 이렇게 회상한다.

그가 조용히 등을 내밀어 그녀를 업었을 때 그녀는 취한 와중에도 자신에게 돌아올 행운의 몫이 아직 남아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고 의아해했다.(28면)

더한 불행이 있을까 싶은 그들에게 치명적인 병까지 찾아오고, 오로지 서로에게 서로만 남은 상태로 그들은 죽음 앞에 예정된 이별과 가차없는 삶을 사랑의 형식으로 견뎌낸다.
인생에 결코 지지 않은 인물은 「이모」에도 등장한다. 안산 외곽의 오래된 소형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는 ‘이모’의 집에는 텔레비전도 컴퓨터도 휴대전화도 없다. 착취했다고밖에는 말할 수 없는 가족 곁을 완전히 떠나기 전 5년간 악착같이 모은 1억 5천만원에서 1억은 아파트 보증금으로, 남은 5천만원으로는 그 돈이 떨어질 때까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살겠다 결심한 ‘이모’가 췌장암으로 죽기 전까지 살아간 2년의 삶은 이런 것이다.

간단히 아침을 만들어 먹고 씻고 열시쯤 가방을 메고 도서관에 간다. 필기도구와 지갑, 열쇠가 든 가방에 보리차를 담은 물병을 챙긴다. (…) 도서관에 가면 일단 서가에서 책을 고르고 자리에 앉아 하루 종일 그 책만 읽는 게 그녀의 방식이었다. (…) 오후 두시쯤 집에 돌아와 점심을 만들어 먹고 다시 도서관에 가서 문을 닫는 여섯시까지 책을 읽는다. 책을 다 못 읽으면 대출해 가지고 와서 저녁을 만들어 먹고 잠들기 전까지 마저 읽는다.(83~84면)

‘이모’가 처음부터 이렇듯 고독하고도 자유로운 삶을 누렸던 것은 아니었다. “그날은 시작부터 이상한 날이었다”(90면)는 말을 기점으로 이모는 인생을 바꿔놓은 겨울밤의 한 장면에 대해 말한다. ‘이모’가 풀어놓는 이야기는 눈앞에 드리워진 장막을 슬쩍 들추고 그 안을 들여다보는 듯한, 단편소설만이 보여줄 수 있는 어떤 찰나의 진실을 예민한 관찰자의 언어로 생생하게 보여준다.
관찰자적 면모는 세사람의 짧은 여행을 다룬 「삼인행」에서도 잘 드러난다. ‘규’와 ‘주란’ 부부의 하룻밤 이별여행에 친구 ‘훈’이 가세하며 시작되는 이 소설은 그들이 맞닥뜨리는 에피소드와 일견 무의미해 보이는 세사람의 언쟁을 고스란히 중계한다. 맛있는 밥을 먹는 것만이 지상목표라는 듯 먼 길을 돌고 돌며 끝을 유예하는 듯한 그들 여행을 초점화자 ‘훈’을 통해 들여다보게 되는데 그 시선을 따라가다보면 이 소설이 보여주는 진실의 얼굴을 슬쩍 맞닥뜨릴 수 있다.
권여선은 또한 신경증자를 그려내는 데도 탁월한 솜씨를 발휘한다. 「역광」에는 식사 후 커피잔에 소주를 부어 마시는, 알코올중독자로서 불안장애를 갖고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신예소설가 ‘그녀’가 등장한다. 이야기를 끌고 오던 인물과 사건이 모두 애초 없었던 일이라는 듯 소설은 끝을 맺는데, 이 작품에 등장하는 주요인물의 이름(‘위현僞現’)처럼 ‘모든 것이 거짓으로 나타났을 뿐’이라는 듯 이 소설의 결말은 ‘그녀’의 불안정한 내면을 보여준다.
이 책에는 술 마시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그들은 습관적으로 혹은 무언가를 견디기 위해 술을 마신다. 아이를 빼앗기고 술을 마시다 알코올중독이 되어버린 「봄밤」의 영경이 술에 취한 채 김수영의 시를 큰 소리로 외는 장면은 그중 단연 압권이다. 바닥을 맞닥뜨린 자의 절망을 고통스럽게 보여주며 취기 어린 인물의 행동을 복기해내는 권여선의 언어는 곧 허물어질 것 같은 ‘주정뱅이’의 아슬아슬한 내면을 서늘하게 포착한다.

권여선 소설만이 보여줄 수 있는 비극적 기품

「카메라」에는 우연이라고밖에는 말할 수 없는 비극이 등장한다. ‘문정’은 연인과 사소하게 다투고 헤어진 이후 그(‘관주’)와 연락이 끊어져 당연히 연애가 끝났다고 받아들인 채 2년을 살았다. 오랜만에 만나게 된 그의 누나(‘관희’)를 통해 전모를 알게 되지만 문정과 관주, 관희를 둘러싼 그 불행은 부당하게 느껴진다 해도 누구를 탓할 수조차 없는 우연한 사고일 뿐이다.
인간은 그 누구라도 벼락처럼 떨어지는 불행에 대비할 수 없다. 인생에는 누구의 탓이라고 책임을 전가할 수조차 없는 비극이 산재한다. 그래서 어떤 비극은 마치 인생이 던지는 악의적인 농담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다. 「층」에는 “이게, 내 탓은 아니잖아요?”(224면)라고 묻는 인물이 등장한다. 그 물음에 대구를 이루듯 이 작품은 “내가 무슨 도움이 되겠어요?”(242면)라는 말로 끝을 맺지만 소설은, 그리고 문학은 분명 도움이 된다. 모든 것을 잃은 이들은 서로를 위로할 수 있다. 마치 「봄밤」의 영경과 수환처럼.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그렇게 꽉 쥐지 말아요, 문정씨. 놓아야 살 수 있어요.”(135면)라는 말로 상대를 위로할 때, 그 위로는 이 소설을 펼치는 우리에게도 건네진다. 마치 “안녕 주정뱅이” 하고 담담한 듯 건네는 쓸쓸한 인사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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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안녕 주정뱅이 | mr**hn | 2020.02.27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술 냄새가 폴폴 나는 소설집이다.   물론 그렇다고 실려있는 소설들의 내용이 술 자체에 중심을 두었다는 얘기는 아...

    술 냄새가 폴폴 나는 소설집이다.

     

    물론 그렇다고 실려있는 소설들의 내용이 술 자체에 중심을 두었다는 얘기는 아니다.

     

    이 소설에서 술은 등장인물들의 슬픔과 외로움 그리고 잊고 싶어 하는 것들을 위한 한 도구로서 사용된다.

     

    술 자체는 극단적인 경우 인간의 몸과 정신을 서서히 또는 순식간에 망가뜨리기도 하지만,

     

    만약 술이 없었다면 등장인물들의 슬픔과 외로움, 망각을 어떤 식으로 해결해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실려있는 7편의 단편 중, 특히 '봄밤', '이모' 그리고 '카메라' 등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다음은 인상에 남은 문장들이다.

     

    "삶에서 취소할 수 있는 건 단 한가지도 없다. 지나가는 말이든 무심코 한 행동이든, 일단 튀어나온 이상 돌처럼 단단한 필연이 된다." 

     

    "영경의 온전치 못한 정신이 수환을 보낼 때까지 죽을힘을 다해 견뎠다는 것을, 그리고 수환이 떠난 후에야 비로소 안심하고 죽어버렸다는 것을, 늙은 그들은 본능적으로 알았다."

  • 안녕 주정뱅이 | lh**ic21 | 2019.11.26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뭔가 막막하고 아련하고 가슴이 갑자기 쿵 하는 것이 아닌 서서히 서늘해 지는 느낌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들이 겪을...

    뭔가 막막하고 아련하고 가슴이 갑자기 쿵 하는 것이 아닌 서서히 서늘해 지는 느낌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들이 겪을수 있을것 같은 또한 생각해 보면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여러 인간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연이 우연을 낳고 우연이 우연을 가장하여 모든 인간세상 살아가는 일이 남들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우연이지만 나에게는 그게 우연의 결과로 나에게 올 수 있을것 같은

    그런 이야기다.

    안녕 주정뱅이라는 제목이 장편이 아닌 단편과 단편을 묶어 왜 안녕 주정뱅이라는

    제목이 나왔는지를 책을 다 읽고 덮고 나서 가만히 생각해 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술을 매개로 한 여러가지 일들이 일어나는 과정과 결과들...........

    권여선이라는 작가를 몰랐다가 다시금 이름을 기억하게 만드는 기억해야만 할 듯 한

    재미있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 안녕 주정뱅이 | so**km | 2019.10.13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주정뱅이"라는 단어가 책의 제목에 들어갈 만큼 이 책에 실린 단편들에는 술과 관련된 내용들이 많이 실려있다.   ...
    "주정뱅이"라는 단어가 책의 제목에 들어갈 만큼 이 책에 실린 단편들에는 술과 관련된 내용들이 많이 실려있다.

     

    술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문장이 생각난다.

     

    "술은 결과적으로는 생명을 단축할지 모르지만, 단기적으로 볼 땐 사람이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게 해준다. (요제프 로트)"

     

    이 문장처럼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술을 통해 현실의 아픔을 벗어나고자 한다. 

     

    실려 있는 단편 중, 특히 「봄밤」 「이모」 「카메라」 등이 인상 깊었다.

     

    다음은 「봄밤」 에서 기억에 남는 문장들이다.

     

    "요양원 사람들은 수환이 죽었을 때 자신들이 연락 두절인 영경에게 품었던 단단한 적의가 푹 끓인 무처럼 물러져 깊은 동정과 연민으로 바뀐 것을 느꼈다. 영경의 온전치 못한 정신이 수환을 보낼 때까지 죽을힘을 다해 견뎠다는 것을, 그리고 수환이 떠난 후에야 비로소 안심하고 죽어버렸다는 것을, 늙은 그들은 본능적으로 알았다."

  • 안녕 주정뱅이 | va**ncielo | 2019.06.22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우연히 어느 팟캐스트에서, 이 소설집에 실린 '이모'라는 단편을 듣게 되었다.   그 단편이 너무 마음에 들어, ...
    우연히 어느 팟캐스트에서, 이 소설집에 실린 '이모'라는 단편을 듣게 되었다.

     

    그 단편이 너무 마음에 들어, 이 단편이 포함된 "안녕 주정뱅이"라는 소설집을 구매하여 읽게 되었다.

     

    제목에 언급된 "주정뱅이"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수록된 7개의 단편에서 '술'이라는 소재는 빠짐없이 나온다.

     

    그렇다고 '술'이라는 소재 자체가 이 소설의 핵심적인 요소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등장인물의 슬픔과 고통을 나타내는 상징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수록된 단편 중, 특히 '봄밤', '이모', '카메라'가 가슴에 와닿았다.

     

    '봄밤'의 경우, 이렇게 처절한 사랑의 형태가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가슴 아픈 내용이었다.

     

    '이모' 는 가족을 위해 본인의 삶을 희생한 한 여성의 비극적인 삶을 보여준다. 

     

    이 소설집을 다 읽고 난 후의 먹먹함이 오래 갈 것 같다.

  • 안녕 주정쟁이 | al**hrtnrg | 2019.04.04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안녕 주정뱅이 / 권여선 소설집  

                                                                              [안녕 주정뱅이/큰 글자책]

     

     

    술과 친하기는커녕, 아이들에게 중독예방교육을 다니면서, 중독성 있는 술은 아예 가까이 하지 말기를 당부한다. 그런 까닭에 [창비] 한작가당 권여선 편에 선정되어, 권여선 작가의 책을 고르면서 차라리 다른 작품을 선택할까? 망설이다가, 어쩐지 자꾸만 끌리는 마음을 어찌하지 못해 선택한 책 ≪안녕 주정뱅이≫는 술을 싫어하는 나를, 감동 시키고도 남을 무언가가 도사리고 있었다.

    2013년 여름부터 2015년 겨울까지 여러 지면에 발표한 일곱 편의 단편소설을 엮어서 만든 저자의 다섯 번째 소설이라는 이 작품은, 우리네 평범하면서도 힘든 일상들 속에 술이 있고, 그 술을 미워할 수 없을 만큼 사람의 깊은 내면을 파헤쳐서, 너무도 아픔으로 다가와 차마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게 한다.

     

    일곱 편 중 어느 작품을 마주해도, 작가가 세상과 사람 그리고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심도 있게 관찰하고 사유해서 낳은, 기품 있는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살고 있는 소재지가 안산(내가 현재 살고 있는 곳)이라 더 가깝게 느껴지는 〈이모〉에서의 이모 윤경호는 가족들, 특히 남동생으로 인해 더 이상 어찌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잠적한다. 그녀가 잠깐의 자유를 누리고 다시 가족들 앞에 나타났을 때에는, 이미 죽음이 눈앞에 와 있었다.

     

    “나도 애초에 이렇게 생겨먹지는, 않았겠지. 불가촉천민처럼, 아무에게도 가닿지 못하게. 내 탓도 아니고, 세상 탓도 아니다. 그래도 내가 성가시고 귀찮다고, 누굴 죽이지 않은 게, 어디냐? 그냥 좀 지진거야. 손바닥이라, 금세 아물었지. 그게 나를 살게 한 거고.”

    “그런데 그게 뭘까……나를 살게 한……그 고약한 게……”(1권 p. 106)

     

    저자의 깊은 내면을 모두 이해할 수 없으면서도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하는 게 과연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하면서도 쉽사리 헤어 나올 수 없음은, 지난한 고통 속 에서도 외면할 수 없는 진실이 구석구석 보이기 때문은 아닐까?

     

    〈실내화 한 켤레〉에서는 원시(遠視)라는 제목이 더 잘 어울릴 수도 있는 경안, 혜련, 선미가 혜련의 원시(遠視) 때문에 우연히 고등학교 때 친구를 14년 만에 만나게 된다.

     

    그 만남이 행인지 불행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떤 불행은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만 감지되고 어떤 불행은 자독한 원시의 눈으로만 볼 수 있으며 또 어떤 불행은 어느 각도와 시점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어떤 불행은 눈만 돌리면 바로 보이는 곳에 있지만 결코 보고 싶지가 않은 것이다.(2권 p. 44)

     

    셋이 함께 어울리며 지난시절 생각했던 것들이 실지와 많이 달랐음을 알게 되고, 경안은 혜련의 불행을 암시하면서 오히려 안도하는 것 같은, 비밀에 싸인 선미를 목격하게 되고……. 그러면서도 경안은 선미가 하려는 말을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층〉에서는 건실한 청년이 우연히 좋지 않은 장면을 자기도 모르게 여자 친구에게 들키게 되어, 이유도 모르는 채 나쁜 사람이 되어 헤어지게 되는……. 우리 주변에 흔히 있을 수 있는 이야기를 그녀만의 날카로움으로 아프게 지적한다.

     

    그게…… 내 탓은 아니잖아요? 그렇잖아요?(2권 p. 98)

     

    일곱 편 속에는 늘 술이 있다. 그들은 살기 위해 또는 견디기 위해 술을 마신다. 『작가의 말』에서 실지 권여선 작가는 술을 좋아해 술자리에서 먼저 일어나자고 하지 않는다고 한다. 작가에게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역량이 있어서 이런 작품이 나오는 것이지, 술을 좋아해서 술 마시는 사람들의 심리를 대변하려고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만큼 사람의 내면을 유리벽 들여다보듯이 꿰뚫고 있어 소름 돋기까지 하다.

     

    ‘장난으로 던진 돌멩이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는 말이 저절로 실감되면서, 인생의 밑바닥에서 헤매고 있는 사람들의 절망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것 같아 서러우면서도 위로가 된다.

     

    ◆ 「안녕 주정뱅이」 를 읽고 나니 「분홍리본의 시절」 , 「레가토」 등 권여선 작가의 다른 작품도 기회되는 대로 모두 읽어 보고 싶습니다. 당장 모두 읽을수는 없겠지만 처음 접한 작품이 너무 크게 다가와서 거부할 수가 없는 유혹때문에 기 대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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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자
ya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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