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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각오
| A5
ISBN-10 : 8982811834
ISBN-13 : 9788982811838
소설가의 각오 중고
저자 마루야마 겐지 | 역자 김난주 | 출판사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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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5월 1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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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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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작가가 탄생하기까지 일본 문학의 영향에서 가장 먼 지점에 존재하면서도 동시에 유일무이한 독창적인 작품세계로 일본 문학에서 가장 특출하고 소중한 작가로 인정받는 마루야만 겐지는 일체의 직장생활을 하지 않고 오직 원고료 수입만으로 창작생활을 하는 20세기의 대표적인 전업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일본의 북알프스 산맥 한 자락에 자리잡은 조그만 산 마을에서 삭발을 하고 틀어박혀 자기만의 소설세계를 고집하는 이 소설가는 어떤 현실적 문학적 타협도 용납하지 않는다.

이같은 결곡함과 오연함으로 하여 그는 일본의 ‘살아 있는 작가정신’으로 불리며 발표하는 매작품마다 문단과 대중으로부터 각별한 주목과 사랑을 받고 있다. 산문집 『소설가의 각오』는 바로 그와 같은 마루야마 겐지의 정신세계와 문학관이 오롯이 담겨 있는 책이다. 나날의 생계를 걱정해야만 하는 삶을 살면서도 문학에 대한 들끓는 애정과 투지를 한시도 버리지 않았던 자신의 내면과 예술혼을 처절하게 토해놓고 있는 이 산문집은 한 위대한 작가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각오를 다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우리에게, 아니 우리 시대의 모든 소설가들과 작가 지망생들에게 던지고 있다.

저자소개

목차

한국의 독자들에게

1. 1968 ~ 1974
이미지의 세계
밤의 빛
나의 문체
시와 소설 사이
소설가가 작품의 전면으로 나설 때 - 미시마 유키오의 죽음
소설가가 되어
상금 오만 엔 - 신인상과 나
시각적 이미지
시골생활의 효용성
소설 속의 '공간'
소설가의 독백
오해에 대한 기대 - 평론가에게 보내는 제언
육 년 전, 육 년 후

2. 1975 ~ 1979
소설의 영화화
이미지의 발신기
생각하기보다는 파고들기
'탈(脫)샐러리맨'의 변
영화에서 소설로
[백경]너머
일인칭을 위한 열두 편
작가가 되어 놀란 일
몇 푼 안되는 본전
탈샐러리맨의 꿈
젊은 영화 감독
기대의 저편
화산의 노래
웃기는 방문객
재능

3. 1979
소설가의 각오

4. 1978 ~ 1984
소설가란 원래 모두가 이색적이어야 하는데
여나자 게이한테 인기가 있으면 끝장이다
일본 독자들은 유치한 잡지를 좋아한다
자기 힘으로 일해서 먹고살지 않는 남자와는 말도 하고 싶지 않다
이코노믹 애니멀이라 불릴 만큼 지독한 측면이 있는 것일까
현실만큼 재미있는 것은 없다, 그 어떤 소설보다도
나는 또 앞을 보고, 그곳을 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신인상 수상 전후
자연을 모른다
교활한 제작자들
글자와 영상

5. 1986 ~ 1991
문예지와의 관계
바라던 바 그대로의 단조로운 나날
볼펜으로 쓰는 소설
산과 소설
문예지를 비웃다
사인회의 사인 펜
[촛불의 과학]과 문학
고독과 대치하며 - 인터뷰
영감과 착상은 다르다
끝없는 소설의 광맥
라이벌은 영화
언어로 무장할 수 없는 시골생활
하고 싶은 말은 다 했다. 그러나 하고 싶은 것은 다 하지 못했다
재차 집필
소설가가 되려는 젊은이들에게
일의 주변
자작 재독 - [정오이다]
작가의 생계
아즈치노의 바람

역자 후기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일본 문학의 영향에서 가장 먼 지점에 존재하면서도 동시에 유일무이한 독창적인 작품세계로 일본 문학에서 가장 특출하고 소중한 작가로 인정받는 마루야만 겐지는 일체의 직장생활을 하지 않고 오직 원고료 수입만으로 창작생활을 하는 20세기의 대표적인 전업작가...

[출판사서평 더 보기]

일본 문학의 영향에서 가장 먼 지점에 존재하면서도 동시에 유일무이한 독창적인 작품세계로 일본 문학에서 가장 특출하고 소중한 작가로 인정받는 마루야만 겐지는 일체의 직장생활을 하지 않고 오직 원고료 수입만으로 창작생활을 하는 20세기의 대표적인 전업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일본의 북알프스 산맥 한 자락에 자리잡은 조그만 산 마을에서 삭발을 하고 틀어박혀 자기만의 소설세계를 고집하는 이 소설가는 어떤 현실적 문학적 타협도 용납하지 않는다.

이같은 결곡함과 오연함으로 하여 그는 일본의 ‘살아 있는 작가정신’으로 불리며 발표하는 매작품마다 문단과 대중으로부터 각별한 주목과 사랑을 받고 있다. 산문집 [소설가의 각오]는 바로 그와 같은 마루야마 겐지의 정신세계와 문학관이 오롯이 담겨 있는 책이다. 나날의 생계를 걱정해야만 하는 삶을 살면서도 문학에 대한 들끓는 애정과 투지를 한시도 버리지 않았던 자신의 내면과 예술혼을 처절하게 토해놓고 있는 이 산문집은 한 위대한 작가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각오를 다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우리에게, 아니 우리 시대의 모든 소설가들과 작가 지망생들에게 던지고 있다.

마루야마 겐지가 이십대 초반의 나이로 소설가로 입문하게 되는 과정과 '여름의 흐름'으로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하면서 화려하게 등단한 사연, 그리고 전업작가로서 금욕적인 집필활동을 해나가면서 겪는 생활의 애환 등을 세세히 그리고 있는 이 산문집에서 겐지는 자신의 전 존재를 완전히 알몸으로 드러낸다. 무역회사에 다니던 중 감원 대상이 된 상황을 타파하려고 처음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는 사실도 밝히고 생활비를 쪼개고 쪼개는 한이 있더라도 오로지 쓰고 싶은 작품만 쓰겠다는 결연한 의지도 토로한다.

창작과 책의 출판에 관련된 주변의 인물들, 예를 들면 출판사 편집자, 언론사 기자, 다수의 독자들 등과 얽힌 흥미로운 일화들도 가감없이 소개되어 있다. 일본의 문단 현실과 출판 관행은 한국과 흡사한 점이 많아 마루야마 겐지가 털어놓는 얘기는 우리에게도 매우 친숙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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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소설가의 각오          &nb...

    소설가의 각오                       -마루야마 겐지<문학동네>
    2018.11.27 ***** 



     소설가는 어떤 삶을 살까? 어디서 소설의 영감을 얻는 걸까? 이렇게 재미있고 참신한 이야깃거리들과 영화보다 찬란하고 웅장한 이미지를 어디서부터 가지고 오는 걸까? 요새 글을 쓴다는 것에 관심이 많이 가자 그들이 삶이 궁금해졌다. '소설가의 각오' 라는 제목부터 벌써 묵직함이 느껴진다. 소설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각오를 해야만 하는 걸까?
     마루야마 겐지는 낯선 이름이었다. 일본의 유명한 작가들의 이름은 얼추 들어봤는데 이 작가의 이름은 굉장히 낯설다. 그는 순수문학을 하는 작가이다. 일본의 사소설과 가벼운 소설들을 경멸한다. 그의 말투는 자못 공격적이고 날카로운 칼처럼 매섭다.
     글은 그 사람의 성격, 인성을 반영한다. 그의 글에서 나는 왠지 꼬장꼬장한 괴짜 할아버지가 열을 올리며 글을 쓰는 모습이 떠올랐다. 자신의 주관과 삶의 가치관이 확고하여 어떠한 틈도 허락하지 않는 정직하게 순수하게 한 우물만 파는 사람말이다.
     그의 소설가 데뷔는 자못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평소에 책 한권 읽지 않다가 국어교사인 아버지의 서재에서 우연히 발견한 '백경'이란 단 한 권의 책을 읽고 삶이 바뀌었다. 그것의 영향으로 배를 타는 선원을 키우는 고등학교로 가서 모스부호로 정보를 전하는 통신을 배웠다. 그 후로 회사 전신과에서 근무하다가 우연히 처음 쓴 소설이 아쿠타카와 상을 수상하였고 그 길로 소설가로 들어섰다. 정말 소설같은 이야기다. 그는 책이라고는 담을 쌓고 살았지만 고등학교 시절 내내 그는 영화에 빠져서 영화를 보고 이렇게 찍었으면 이 부분은 이렇게 바꾸었으면 좋겠다는 나름의 평론을 재미로 하면서 지냈다고 한다. 영화와 소설은 이야기를 만드는 도구는 다르지만 이야기라는 본질은 같다. 그렇기 때문에 고등학교 시절 보았던 영화가 그에게는 소설의 밑거름이 되지 않았나 싶다.
     얼떨결에 소설가에 입문한 그는 소설가라는 테두리 밖에서 있다가 갑자기 안에 들어왔기에 아무래도 그 모임에 속해있는 사람들의 부패, 악습이 더 잘 보였던 거 같다. 어줍잖은 글로 선배나 편집자들을 줏대없이 따르고 돈에 눈이 멀어서 진정한 문학을 탐하지 않는 속물들에 질려버린다.
     그는 고등학교를 진학함에 있어서도 자신의 주관을 뚜렷이 세우고 자신의 가치관을 따라 생각하고 생활한다. 절대 자신의 생각과 다른 것에 타협하지 않으며 자신의 정한 원칙과 가치는 칼̺이 지킨다. 그것이 항상 최고 높은 곳에 위치한다. 그 당시 그는 십대였는데 어떻게 저런 가치관을 확고하게 성립할 수 있었을까? 자신에 대한 확고한 믿음 없이는 불가능하다.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부모와 시대로부터 폭력적인 피를 이어받지 못했다. 포식의 시대와 행복한 가정을 당연시하는 환경에서 자란 탓에 애당초 거역을 모른다.  눈앞의 이익만을 좇아 신나게 놀고 안이한 상냥함을 유일한 안식처로 삼는, 뭐라 말할 수 없이 기분나쁜 인종이 되었다. 조금만 노력하면 수중에 넣을 수 있는, 현실적이라면 너무도 현실적인 꿈밖에 추구하지 않는 여자의 삶 그대로다.                    -본문 142쪽
     한창 젊은 시절에 자신의 온 정열을 바쳐 노력을 하다니, 정말 한심스런 일이다. 이 일에 실패하면 끝장이라면서, 긴장된 나날을 보내는 것은 젊은 사람에게 어울리는 행위가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중략) 이 세상이 요지부동인 것처럼 보여도 실은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어둠에 지배되고 있음을 알 것이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사나이는 변화의 소지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중략) 자신을 옭아매지 않는 한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 것이다.                             -본문 155쪽
     제목을 '소설가의 각오'보다는 '젊은이의 각오'라도 좋을 만큼 그는 젊은이들이 어떻게 삶을 바라보고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통찰을 많이 보여준다. 취직이 안되어서 힘든 젊은이와 대학입시를 앞두고 있는 청소년들이 보면 좋겠다 싶다. 날카로운 뼈있는 말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몸이 그렇게 되자 정신도 이상해졌다. 생각은 점점 나약한 쪽으로 흐르고, 자신을 부정하는 언어들만 잇달아 떠올라, 흔히 있는, 내가 경별하는 소설가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언어에 매달려 언어로 모든 것을 이해하려는 삶이 되고 만 것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깨달았다. 소설가의 고뇌의 원천은 일상생활의 태도에 있지 않을까. 그렇게 무질서한 생활을 하다 보면, 어떤 인간이든 기존 소설가와 비슷한 타입이 되지 않을까.                   -본문 195쪽
     나는 그렇게 살아왔다. 부모가 한마디 잔소리라도 할라치면, 나는 오히려 큰소리를 치며 반격을 했다. 여자와 부모가 하는 소리에 일일이 상대를 해보야 득될 게 없다. 그들은 늘 자신밖에 생각하지 않는다. 하나를 주면 둘을 달라 하고, 둘을 주면 셋을 바란다.       -본문 204쪽
     그는 여자와 여자같은 남자들을 경멸하고 싫어한다. 왜 그렇게 됐을까? 지금 저자는 70대 할아버지니까 여자에 대한 불공정한 시각을 갖고 있을 수도 있겠다 싶지만 젊은이때부터 저런 확고한 생각이 있었다. 시대적인 문제인가? 가정교육의 문제인가? 여자에 대한 혐오는 엄마에게서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가장 처음으로 만나는 여자는 엄마이기에. 물론 나의 추측이지만 그의 여자에 대한 혐오는 일관성있게 지켜진다. 저자가 너무나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말을 해서 그런걸까? 대부분의 남자들이 사실은 여자에 대한 원시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데 자신의 체면과 이미지를 위해 입밖으로 꺼내놓지 않은건가?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저자는 정말 공식적으로 인쇄화되어있는 길이 길이 남을 공간에 여자, 여자같은 생각을 가진 남자, 평론가들에게 대해서 적나라하게 혐오하는 말을 서슴없이 남긴다.
     과거의 내가 그랬으니 미래의 나도 그럴 것이라는 발상으로는 그런 감동을 절대 자기화할 수 없다. 나는 미지의 존재이며 앞으로도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순간, 인생은 빛을 발하고 충만해지는 것이며, 또한 영원해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펼쳐나가는 강인함이 필요하다. 마음의 명령 따위에 일일이 따를 수가 없다.   -본문 208쪽
     출세를 하지 못해 안달복달하는 대학의 조교수들이 문학평론가라는 간판에 매달려 강단에서나 벌일 법한 저 음습한 줄다리기를 고스란히 문학판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주위 사람들의 눈치를 끊임없이 살피고 상하좌우 관계를 의식하는 주제에 어떻게 평론이 가능하단 말인가. 그들이 어떻게 문학 속의 감동을 발견할 것인가. 타인의 삶을 평가하기 전에 스스로의 자세를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다.             -본문 225쪽
     유시민 작가가 이런 말을 방송에서 했다. 요즘에는 평론이 죄다 좋은 말 뿐이라고. 비평이 없어서 정말 안타깝다고 했다. 다양한 비평은 다양한 생각을 이끌어내고 다양한 시각을 보여줄 수 있다. 그리고 그로인해 작가들은 더욱 더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되는 것이다.

     요즘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이십대는 친구를 필요로 하지 않는 시절로 보인다. 이십대란, 혼자서 많은 일을 해내기 위한 힘을 체득해야 하는 귀중한 시기이다. 이시기에 득도 해도 안 되는 어중간한 친구를 잔뜩 갖고 있어봐야, 그저 외로움이나 달랠 수 있을 뿐이다. 지리멸렬한 만남을 거듭한다면 자립과 독립으로부터 멀어지고 말 따름이다. 한 사람의 어엿한 남자가 될 기회를 놓치고 마는 결과가 되지 않겠는가.                   -본문 236쪽
     나의 20대를 돌이켜보면 저자의 말이 납득이 간다. 외로움과 맞닥뜨려보지 못했기에 그것의 존재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일부러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속에 숨어 있었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휩쓸려 이리저리 떠밀려 다녔던 거 같다. 그 당시에 외로움과 고독이라는 것을 마주했다면 인생이 달라졌지 않았을까 후회해본다.

     나는 심심풀이로 책을 읽는 것이 싫다. 그럴 시간이 있으면 오토바이를 타고 바람처럼 질주하는 편이 좋다. 그쪽이 훨씬 재미도 있고, 훨씬 감동적이다. 젊은 사람은 활자의 세계에 탐닉하는 것보다는 현실을 직시해야만 한다. 자신의 눈으로, 귀로, 온몸으로 현실이 무엇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젊은 시절부터 주위에 언어의 성을 높이 쌓아놓고 그 환상의 테두리 밖으로는 한 걸음도 나서려 하지 않으면서, 세상에 대하여 코멘트를 일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본문 246쪽
     청춘이란 달콤한 향기에 취해 천국 같은 나날을 보내는 젊은이들도 많다. 그들이라고 전혀 고뇌가 없는 것은 아니다.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그 강을 건너려 하지 않는다. 가능하면 평생 건너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건너지 않으면 불필요한 고뇌가 항상 따라다닌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 고뇌의 횟수와 내용을 오히려 나날이 불어난다. 젊음에 부여된 그칠줄 모르는 체력과 한결같은 기력은 놀기에 전념하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 강을 끝까지 건너라고 있는 것이다.                                 -본문 251쪽
     처음에 저자의 말투가 너무 고압적이고 공격적이어서 반감이 들었다. 하지만 그의 글들을 읽다보니 좀 걱정이 되었다. 평론가나 편집장들을 이렇게 호되게 혼을 내면 어떻게 그들을 볼 수 있을까. 작가도 사람이니 사회적인 인맥이 있을텐데 말이다. 그리고 그 걱정은 다시 작가의 확고한 믿음으로 바뀌었다. 자신이 떳떳하지 못하고 정직하지 못하면 저렇게 남을 질타할 수 없다. 확고한 자기 주관이 세워져 있고 자신이 그 뜻을 토대로 삶을 살아가고 정직할 수 있다면 저런 쓴소리도 당당히 할 수 있다. 또한 작가는 일을 통해서 만나는 사람과는 친밀한 관계를 맺지 않는다. 그렇기에 저런 날카로운 비판도 얼굴 붉힐 일 없이 할 수 있는 것이다.
     
     당시 나는 벌써, 아무런 궁리도 하지 않고 이미지를 줄줄이 엮어 나가고, 설명적인 대화나 흔해빠진 심리와 정경을 묘사하는 것, 멋대로 끼워맞춘 우연이나 억지로 스토리를 늘리는 것 같은 구태의연한 방식에 매달려 있다가는 소설쓰기가 매우 힘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왜 카메라가 아니고 펜을 사용하는지, 왜 영상이 아니고 언어를 사용하는 것인지부터 다시 점검하여, 전적으로 언어가 아니면 표현할 수 없는 장점을 활용하여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는 노력이 수반되지 않으면, 소설은 가까운 장래에 무용지물이 되고 말 것이라는 판단이 선 것이다.                    -본문 260쪽
     느닷없이 소설을 쓰기로 결정한 그 무렵, 나는 틀림없는 스물두살이었다. 이유는 단 한 가지, 자본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펜과 종이, 사전과 시간, 그리고 좋은 소설을 쓰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어떻게든 결론이 날 직종이었다. 그 점이 다른 예술과는 다른 매력이었다. 물론 재능이라고 불리는 힘도 필요하다. 그러나 요즘에는 결함이 있는 인격을 관리하여 소설로 향하게 하는, 모순된 또하나의 재능을 갖고 있어야 돌파구를 찾지 못해 자살하고 마는 비극을 맞지 않게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본문 274쪽
     22살. 그 나이에 저런 깨달음이 있을수가... 범상치않다. 그는 이미 애늙이처럼 삶을 통찰하고 있던 것이다. 나는 저자가 일찍이 외로움을 직면하고 고독을 즐기는 젊은이기에 저런 통찰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집필이란 머릿속에 있는 애매모호한 이미지를 언어로 전환하는 작업이니만큼 도구인 언어는 언젠가는 반드시 녹이 슬게 마련입니다. 이미지를 백 퍼센트 언어화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죠. 불가능한 일이지만 가능한 한 백 퍼센트에 근접시키기 위해 애써야만 합니다. 그 문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자신이 과연 몇 퍼센트 정도를 문자화하고 있는지,  그 인식 여부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생각을 거의 하지 않는 작가가 많은 것 같습니다. 고작 이삼십 퍼센트를 문자화해놓고 백 퍼센트를 달성했다고 믿으면서 원고를 편집자에게 넘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본문 299쪽
     내게 유일한 관심사는 소설 언어라는 가장 인간적인 도구를 마음껏 구사한 소설을 통하여, 이 세상과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인간이란 생물의 핵심에 얼마만큼 육박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소설을 써서 내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원고료와 인세, 그리고 그 어떤 사악한 힘에도 오염되어 있지 않은 독자의 감상이다. 그 점은 지금도 변함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만약 불행하게도 내 마음에 조그마한 욕심이 생긴다면 나는 이미 소설을 쓸 자격이 없는 것이다.         -본문 318쪽
     대부분의 편집자들 머릿속에는 어떻게 하면 하루라도 빨리 원고를 받을까 하는 생각밖에 없다. 그래서 어떤 거짓말이라도 서슴지 않는다. 그 거짓말을 간파하지 못하면 자기 자신을 오해하고, 자기 작품을 바로 보지 못하게 된다.      -본문 326쪽
     창작이란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쓰지 않은 소설을 지향하며 정신의 깊은 곳을 비집고 들어가는 행위이다. 당연히 바닥모를 불안감이 따라다닌다. 누군가에게 매달리고 싶고 누군가와 어울리고 싶은 기분도 든다. 그러나 그러면 끝장이다.            -본문 326쪽
     회사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무엇인가를 창조하지만, 소설은 오로지 혼자 만들어내는 것이다. '고의 자세'는 젊은 작가를 스스로 단련시키면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마음이 깊이를 그윽하게 해줄 것이다. 바늘처럼 가늘었던 감성을 창처럼 굳건하게 길러줄 것이다. 그리고 차츰 이 세상과 이 세상에 사는 사람들의 본질을 꿰뚫을 수 있는 눈을 갖게 해줄 것이다.                  -본문 327쪽
     만약 소설을 쓰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할 것이다. 우선 의지하려는 마음을 버리라고. 모든 예술이 그렇지만 문학 또한 얼마만큼 개인으로 돌아갈 수 있는가에 따라 성패가 결정난다. 불안이나 고독에서 슬픔과 분노가 태어난다. 그 벽을 돌파한 곳에 나 자신의 혼이 있다. 거기에 표현할 가치가 있는 무엇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니까 불안과 고독이야말로 창조하는 자들의 보물이다.                    -본문 333쪽
     요즘에는 너도 나도 인터넷상으로 자신의 생각들을 글로 남긴다. 글을 쓴다는 것이 이제는 누군간의 독보적인 소유가 아니라 만인이 애정하는 것이 되었다. 자신의 글에 누군가가 호응해주거나 좋다고 공감을 누르면 마음이 뿌듯해진다. 그것이 마약처럼 더 좋은 글귀와 공감가는 글을 쓰려고 한다. 누구나가 손쉽게 글을 남기니 창작의 고통이니 고뇌니 하는 말들이 다 옛날 말처럼 느껴진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가 책을 출판하는 이 시대에 저자의 말은 큰 울림을 남겼다. 외로움과 고독을 극복하는 것이 바로 창작을 할 때의 고통과 고뇌가 아닌가 싶다. 사람들 속에 너무 오랫동안 있으면 잠시 혼자 있고 싶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혼자있는 시간이 어느정도 되면 다시 사람들 틈바구니에 껴서 그들과 대화하고 소통하고 싶다. 사람과 소통하지 않고 자신만의 동굴에 갖혀 있는 것 만으로도 창작의 환경이 되는 것이다. 소설을 쓰고자 하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분들에게 꼭 필요한, 자신의 의지가 약해질 때마다 처방받는 약으로 약통속에 고이 모셔두어야 하는 책임에 틀림없다. 


  • 소설가의 각오 | em**an12 | 2018.06.07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문학동네에서 1999년에 나온 이후로 계속 증판되고 있다. 내가 구매한 판은 15쇄 증쇄본으로 이 책은 꽤 유명하다. 마루야마...
    문학동네에서 1999년에 나온 이후로 계속 증판되고 있다. 내가 구매한 판은 15쇄 증쇄본으로 이 책은 꽤 유명하다. 마루야마 겐지는 최연소 아쿠타가와상 수상으로 일본 문학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그런데 이 작가의 이력은 심상치 않다. 모스 기호를 특기로 하는데, 회사에서 전산을 보내는 것이나 연락을 담당하면서 최대한 글을 짧게 쓰는 것이 습관화되었다고 한다. 그 후에 아무 습작기 없이 문단에 등단했는데 이 작가가 원래 영화에 관심이 많다는 것은 작가의 소설 쓰기에 있어서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문장에 관하여 작가는 자신의 작품은 헤밍웨이의 하드보일드와 차이가 있다고 하는데 확실히 단순명료하고 최대한의 수식어를 지양한다고 모든 문장이 하드보일드는 아니니까 맞는 말이다. 작가는 도시를 떠나 글에 집중하기 위해서 시골로 이사했다. 그 점이 참 대단한 장인정신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작가가 문예지 같은 곳에 수필식으로 쓴 것을 엮은 책으로 일본 작가들은 다들 이런 식의 에세이집을 갖고 있는데 한국과는 그 점이 다르구나 싶다.
  • 편집이 성공한 사례 | ha**0829 | 2005.11.10 | 5점 만점에 3점 | 추천:1
    소설가는 과연 소설로만 말해야하는가, 작가는 글로써만 말해야하는가, 그렇다면 작가의 글이란 주로 어떤 것들을 말하는가, 그 범...
    소설가는 과연 소설로만 말해야하는가, 작가는 글로써만 말해야하는가, 그렇다면 작가의 글이란 주로 어떤 것들을 말하는가, 그 범위와 한계는 어디에 있는가. 일본의 소설가인 마루야마 겐지의 이 책은 매우 짧은 에세이들이 줄지어 있는 편집본이다. 일단 이 책의 감상중의 하나는 책의 편집이 컴필레이션 음반의 편집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된 것이라고 하겠다. 스물 셋에 신인상에 당선되어 여태까지 소설을 쓰고 있는 45년생 작가 마루야마 겐지는 이 책에 실린 모든 글들을 통해 문학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깊은 고민과 통찰이 없이 문학이라는 이름을 팔아 먹고 마시는 사람들을 통렬히 비판하고 있다. 그 비판의 강도가 매우 센 편이고, 마초의 냄새가 풀풀 풍기며(성질이 날 정도로 여성비하적인 발언이 곳곳에 뻔뻔하게 노출되어 있다) 그래 그렇게 말하는 니가 소설을 어찌나 잘 쓰는지 한 번 두고 보자 라는 오기가 생길 정도로 매우 공격적이다. 작가 초년시절에 쓴 글 부터, 최근의 글까지 모아놓고 있는데, 페이지를 넘겨도 작가의 사상은 변함이 없고, 나이 먹으면 변하지 않겠어 하고 뒷장으로 진도가 나가도 똑같았다. 한마디로, 책을 읽고 있으면 짜증이 마구 몰려오는, 아주 성질 엿같은 소설가라는 인간의 욕설밖에 안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책의 전체 분위기이다. 도시를 벗어나, 아내와 개 한마리를 데리고 시골에서 집필활동에만 전념하는 이 괴팍한 소설가는 소설을 쓴다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떠나, 제대로 된 소설을 쓰기 위한 전반적인 필수 자세들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거의 수도승같이 욕심을 끊어버린, 말하자면 작품에 대한 욕심 외에 다른 모든 것들은 천박하기 그지 없는 것들이라고 단언한다. 약 70페이지 가량을 남겨놓고 이런 성격이상한 인간의 소설도 아닌 글을 읽고 있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출판사나 편집자의 아량으로 마지막 제대로 감흥되는 글을 만난다. 작가의 자세, 그의 말은 단 하나도 틀린 것이 없지만, 문제는 우리가 실천하기 너무나 어렵다는 것, 그리고 이 작가도 이미 이런 잡필로 문단을 공격한 이상, 별 다를 바 없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든다는 위험함 때문에 그의 글이 쉽게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오히려 반발감을 증폭시킬 우려도 있다.) 어떤 글을 쓸 것인가, 그리고 글을 쓸 것이라면 그 직업을 가지고 있는 동안 어떤 공부를 할 것인가, 어떤 자세로 글을 쓸 것인가에 대해서, 본인이 실천하고 있기 때문에 목소리 높여 욕할 수 있는 자신감. 비록 그의 사상의 일부는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라 할지라도, 다원성의 세계에서 이런 사상을 가진 자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는 책이라고나 할까. 글을 쓰는 사람들은 일반인들이 보기에 타고난 소질이 있는 것 같아 보이고 그런 이유로 쉽게 쓸 것 같고, 그래서 왜 다작을 하지 않는가, 왜 빨리 쓰지 않는가에 대해서 의구심을 갖겠지만, 글은 그 사람을 나타내는 것이라, 사상과 인격이 정립되지 않은 채로 쉽게 기교만 부려 쓰는 글은 언젠가 그 쉰내가 나기 마련이다. 글을 쓰는 사람은 수양이 따로 필요없다던 어느 스님의 말씀처럼, 그런 길을 가야하는 것이 텍스트의 범람시대를 이겨낼 수 있는 양심있는 작가론일 것이다. 적어도 이 작가는 소설이 아닌 쉬운 에세이로 자기 이야기를 했다는 것이 감점이 될 수 있겠지만, 글을 쓰려는 후배들에게 자기의 의견을 거침없이 개진했다는 것으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비록 그의 여성비하적인 (상당한 수위다) 사상은 절대 옳다고 할 수 없겠지만, 그도 일종의 시대와 사상의 희생자가 아닌가 싶은, 다양성을 인정할 수 있는 태도를 가지고 책을 읽을 사람이라면 읽어볼 만한 문학준비생들의 책이다. 2004. 11. 13.
  • 소설가의 각오 | he**od | 2005.03.02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마루야마 겐지는, 한편으로는 뻔뻔스러울 정도로 거만하게, 또 한편으로는 어색할 정도로 솔직하게 자신의 소설관을 피력한다. ...
    마루야마 겐지는, 한편으로는 뻔뻔스러울 정도로 거만하게, 또 한편으로는 어색할 정도로 솔직하게 자신의 소설관을 피력한다. '문단'이라는, 직업 글장이들에 대한 비판. 그러나 그러한 직업 글장이들을 비판하는 자기 자신 역시 직업 글장이라는 사실은.. 어째 거짓말장이 크레타인의 오류와 같아 당황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있으면 힘이 불끈불끈나는 것이 사실이다. 나 역시, 이른바 '문단'의 언저리를 맴도는 인간들에 대해 마루야마 겐지와 비슷한 느낌을 갖기 때문에.
  • 일본의 작가정신 | tr**t0 | 2005.01.03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선배작가들의 작품을 뛰어넘는 독자적인 작품을 탄생시키기 위해 과감하게 도전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저 문학상이나 ...
    선배작가들의 작품을 뛰어넘는 독자적인 작품을 탄생시키기 위해 과감하게 도전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저 문학상이나 하나 받아들고 서로 다를 것이 없는 작가들 가운데 한 명이 될 뿐이다. 그리하여 그저 생각나는 대로 뭔가를 썼다는 의미밖에 없는 소설을 써대고, 이윽고 매너리즘에 빠져 데뷔작 수준을 넘지 못하는 작품만 줄줄이 엮어내면서 나이가 들어간다. 그러면서 인맥 같은 것, 어디서 주워들은 문학론들, 오래도록 소설가로 통용되었다는 거짓 자신감 따위로 자신을 무장하게 된다. 문학은 뒷전으로 내팽개치고 정치적인 획책에 가담하여 대가의 반열에 끼어들었다는 것으로 만족하면서 죽어간다.' 듣기 싫고 아프지만 사실이다. 소설가가 소설로 말하지 않고, 편집자와 밥먹는 자리에서, 작가들과 술 마시는 자리에서 더 많이 떠든다. 그저 그런 글들로 월간지, 계간지는 페이지가 채워지고, 다음호 페이지 채우는 것이 중요한 일이 되어버렸다. 책을 팔기 위해 문학상은 늘어가고, 같은 형식의 같은 말들이 평론으로 올라온다. 마루야마 겐지는 일본의 문학정신이라 불린다. 출판사 편집자와는 일 외에는 만나지 않는다. 철저히 소설로 이야기 하며, 그 소설을 팔아 먹고 산다. 먹고살기 위해 글을 쓰고, 그 글에 대해 책임진다. 마루야마 겐지는 젊은 작가들에게 절대 서두르지 말고, 지금 쓰고 있는 소설이 자신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소설과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지를 늘 자각하고,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그쪽으로 한걸음 한걸음 다가가는 자세와 각오를 유지하라고 당부한다. 당장의 한편보다 자신의 작품세계를 뚜렷히 구축하라는 말일 게다. 그래야 나이가 들면서 천박하지 않고, 마음의 깊이가 그윽해 질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베스트셀러가 판치고, 감미롭고 육감적인 소설이 주를 이루는 오늘날, 소설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이 꼭 읽어봐야 할 지침서이다. 분명 활자보다는 영상이 먼저 머리에 이미지를 형성한다. 소설보다는 영상이 더 대중적일런지 모른다. 그러나 영상을 뛰어넘는 생생함과 감동이 소설에는 있다. 그 정신으로 소위 '문학의 위기'라는 오늘을 헤쳐나가고자 한다면, 정신을 먼저 세우자. 원고지 한장 한장에 자신의 혼을 담는 작가정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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