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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걷는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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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1*200*22mm
ISBN-10 : 1160402620
ISBN-13 : 9791160402629
도시를 걷는 문장들 중고
저자 강병융 | 출판사 한겨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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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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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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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닮은 책, 책을 닮은 도시

섬세하고 따뜻한, 그래서 더 낭만적인 소설가 강병융이
책과 함께 떠난 유럽 도시 산책 체코의 프라하,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등 ‘유럽’ 하면 떠오르는 유명 도시부터
슬로바키아의 브라티슬라바, 라트비아의 리가 등 이름도 낯선 도시까지,
소설가 강병융이 여행한 유럽 20개국 22개 도시에서 읽은 22권의 책 이야기

당신은 일상에서 어느 순간을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는가? 우리 각자가 느끼는 행복의 최대치는 모두 다를 것이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사실은 다른 사람의 그 어떤 행복보다 나의 사소한 행복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라는 점이다.
여기 유럽의 시골, 슬로베니아 류블랴나에 사는 한국인 소설가가 있다. 류블라냐 대학교에서 한국문학을 가르치는 강병융, 그는 우리에게 소중한 나의 행복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개인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그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가장 사랑하는 책, 그 도시와 어울리는 책을 들고 유럽 도시를 여행했다. 유럽의 도시 이름과 같은 책일 수도 있고, 주제가 유사하거나 작가가 살던 도시일 수도 있으며, 책 내용에 언급된 도시일 수도 있고, ‘그 도시’ 하면 떠올리는 어떤 물건에 관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오스트리아의 비엔나, 체코의 프라하, 헝가리의 부다페스트,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등 ‘유럽’ 하면 떠오르는 곳부터 슬로바키아의 브라티슬라바, 루마니아의 클루지나포카, 라트비아의 리가 등 낯선 유럽의 도시까지, 소설가 강병융은 유럽 20개국 22개 도시에서 22권의 책을 읽었다.
유럽의 곳곳을 느긋하게 방황하고 아무 골목에나 앉아 책을 읽고 치열하게 생각을 정리하며 소중한 행복을 느끼던 소설가 강병융이, 이제 우리에게 소소하고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순간에 대해 살며시 속삭인다. 어쩌면 저자만의 유럽 산책이, 그의 독서가 우리에게도 행복 바이러스를 전할지도 모를 일이니, 귀를 기울여 그의 목소리를 들어볼 차례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내가 갔던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진다면, 내게 감동을 줬던 책들을 읽고 싶어진다면 저자로서 더없이 행복할 테지만, 더 바라는 바는 여행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이 저마다의 여행법을 찾는 것이다. 또 책 읽기를 좋아하는 이들이 자신만의 독서법을 찾는 것이다.” _프롤로그 중에서

저자소개

저자 : 강병융
여행의 행복은 장소가 아닌 내가 만드는 것이고,
‘떠나서 읽음’ 그것이 행복이라고 믿는다.

1975년 대한민국에서 태어났다.
2013년부터 슬로베니아에서 살고 있다.

명지대학교와 모스크바국립대학교에서 문학을 공부했고,
현재 슬로베니아 류블랴나대학교 아시아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장편소설 《상상 인간 이야기》, 《Y씨의 거세에 관한 잡스러운 기록지》, 《나는 빅또르 최다》, 《손가락이 간질간질》, 소설집 《무진장》,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에세이 《아내를 닮은 도시(류블랴나)》, 《사랑해도 너무 사랑해》 등을 펴냈다. 최근 《나는 빅또르 최다》가 러시아와 브라질에서 출간되었다.

목차

1부 다뉴브의 물결처럼 잔잔했던 : 유럽의 가운데에서 읽다

라디오 같은 도시에서의 산책
: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에서 정혜윤의 《마술 라디오》를 읽다

비엔나에서 에곤 실레를 기다리며 카프카를
: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읽다

그곳은 나에게 《유령의 시간》이 된 도시
: 체코 프라하에서 김이정의 《유령의 시간》을 읽다

그는 정말 시인이 아니었다
: 슬로베니아 프투이에서 고은의 《두고 온 시》를 읽다

2부 어두울 것 같지만 더 밝은 : 유럽의 동쪽에서 읽다

내가 알아들은 그 한마디
: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시쿠 부아르키의 《부다페스트》를 읽다

인생은 인생, 맥주는 맥주
: 폴란드 포즈난에서 이은선의 《발치카 No.9》를 읽다

뭉클함이 뜸하던 차에
: 크로아티아 플리트비체에서 마스다 미리의 《뭉클하면 안 되나요?》를 읽다

‘생존가방’ 속 필수 아이템 그리고 ‘캥거루’
: 루마니아 클루지나포카에서 윤고은의 《늙은 차와 히치하이커》를 읽다

3부 높고 넓고 깊고 복잡한 : 유럽의 서쪽에서 읽다

힘겨운 순간의 ‘하이’
: 벨기에 브뤼셀에서 김연숙의 《눈부신 꽝》을 읽다

베네치아라는 지구다움
: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앤디 위어의 《마션》을 읽다

이탈리아에서 조이스를 상상하다
: 이탈리아 트리에스테에서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을 읽다.

영화제 with 리플릿
: 이탈리아 우디네에서 백민석의 《리플릿》을 읽다

노란 시집과 런던행
: 잉글랜드 런던에서 권기만의 《발 달린 벌》을 읽다

시인의 말
: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권대웅의 《나는 누가 살다 간 여름일까》를 읽다

4부 상상보다 따사로운, 상상보다 황홀한 : 유럽의 남쪽에서 읽다

다시, 리마
: 페루 리마에서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새엄마 찬양》을 읽다

광장의 달콤함
: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루크 데이비스의 《캔디, 사랑과 중독의 이야기》를 읽다

태양 아래 첫사랑
: 스페인 마드리드에 다녀와서 브라네 모제티치의 《첫사랑》을 읽다

로어 바라카 정원에서 읽을 피와 땀의 노래
: 몰타 발레타에 가서 김이듬의 《표류하는 흑발》을 읽을 것이다

5부 차가워서 청명한, 청명해서 뒤돌아보게 되는 : 유럽의 북쪽에서 읽다

버스 운전사와 무민
: 핀란드 투르쿠에서 토베 얀손의 《마법사가 잃어버린 모자》를 읽다

n개인 운명에 관하여
: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데이비드 에버쇼프의 《대니쉬 걸》을 읽다

이 도시와 그 소설이 비슷한 몇 가지
: 라트비아 리가에서 천명관의 《고령화 가족》을 읽다

코를 시큰거리게 하는 《코》
: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니콜라이 고골의 《코》를 읽다

책 속으로

그러던 어느 날, 도시에 어울리는 책을 읽게 되었다. 그래서 ‘책’과 ‘도시’의 만남을 주선했다. 굳이 책을 들고, 굳이 도시를 다시 찾았다. 이미 다 읽은 책을 들고 ‘라디오를 닮은 도시’의 골목을 누비다가 아무데나 앉아서 다시 그 책을 읽었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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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도시에 어울리는 책을 읽게 되었다. 그래서 ‘책’과 ‘도시’의 만남을 주선했다. 굳이 책을 들고, 굳이 도시를 다시 찾았다. 이미 다 읽은 책을 들고 ‘라디오를 닮은 도시’의 골목을 누비다가 아무데나 앉아서 다시 그 책을 읽었다. 아무 에피소드나 펼쳐 읽었다. 때론 다 읽고, 때로는 중간에 덮기도 했다. _21쪽

나는 ‘나의 서 있음’의 이유를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비엔나의 아름다운 광장에서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을 보며, 나는 ‘나’의 행복을 찾는 중이었다. 그 비일상적인 행복이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도시에서,
내가 원하는 소설을 읽을 수 있고,
내가 사랑하는 작가의 그림을 기대하고 있는.

그날, 레오폴드 미술관 계단에 쪼그리고 앉아 읽은 몇 줄의 카프카는 분명한 울림이 있었다. 그저 같은 문장이었고, 같은 장소였고, 같은 공기였고, 같은 기다림이었음에도. 가슴이 뛰었다. 집에서 펼치는 책에서 느낄 수 없는, 떠나와서 펼쳤을 때 비로소 느껴지는 카프카. 화첩에서는 느낄 수 없는 원본의 아우라를 느끼기 전, 그 미세한 떨림, 그것을 아마도 나는 행복이라고 하나 보다. 떠나서 기쁜 것. 떠나와서 읽을 때 느끼곤 한다. 그냥 좋아하는 것을 읽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냥 보고 싶은 것을 한 번 더 보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곳에서 하면 더 특별한 경험이 된다. 나는 나의 ‘기쁨’을, 나의 ‘행복’을 당신도 느끼길 원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너도 ‘너’의 행복과 기쁨을 찾길 바랄 뿐이다. _35-36쪽

‘스트롱’한 《발치카 No.9》를 들고, 폴란드 포즈난으로 떠났다. 도시의 이름은 무척 익숙하다. 그도 그럴 것이 ‘포즈난poznan’이라는 말은 슬로베니아어로 ‘알려진’, ‘친근한’이라는 뜻이다. 같은 슬라브어 계열인 폴란드어로 포즈난은 ‘알려진’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하지만 단지 이름만 친근할 뿐이었다. 도시 자체는 생경했다.
포즈난으로 가기 전까지 도시가 폴란드의 서부에 위치한다는 것도 몰랐고, 도시를 흐르는 강의 이름이 ‘바르타Warta’인지도 몰랐으며, 인구 50만 명이 넘는 꽤 규모 있는 도시인지는 더더욱 몰랐으니. 13세기 말에는 폴란드였다가 그 후 독일 프로이센의 지배하에 있다가 1950년대에는 반소련 시위가 있었다는 포즈난의 지난 한 역사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전혀 없었다.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도시로 잘 아는 소설과 함께 떠났다. _79쪽

돌아와서 깨달았다. 가끔은 일상 밖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행복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그것이 없다면, 일상 속에서 그 어떤 ‘뭉클’도 느낄 수 없다는 것을. 아내가 만들어준 아름다운 여행에서 돌아온 후, 그 예기치 못한 행복 후, 일상으로 돌아온 나는 마스다 미리처럼 자주 ‘뭉클’을 느낄 수 있었다. _96쪽

트리에스테에서 제임스 조이스의 흔적을 따라 걷고, 그의 스폿 앞에서 그를 상상하다 제임스 조이스라는 이름의 호텔로 돌아와 《더블린 사람들》을 읽으면 조이스적인 하루가 마무리된다. 호텔의 이름을 보고 문학의 거장을 상업적으로 사용한다는 사실에 화낼 필요는 없다. 그냥 여기도 조이스구나, 편히 상상하며 이탈리아의 조이스를 한 번 더 상상하며 잠자리에 들면 그것으로 족하다. 제임스 조이스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혹여 그가 누군지 모르더라도 트리에스테는 충분히 매력적인 도시다. 바다가 있고, 산이 있고, 유럽 스타일의 건물들이 있고, 무엇보다도 맛있는 커피가 있는. _147-149쪽

가벼운 여행에는 가벼운 시집 한 권이 제격이다. 나는 가난하지만 여행을 사랑하고, 여행만큼 독서를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소설을 끔찍이 사랑하지만 잠시 소설은 사치라고 믿어버리고, 시와 함께 떠나는 것이 진리라고 믿어버리자. _167쪽

리스본 지하철 아벤니다역에서 내려 구글 지도가 안내하는 대로 걸었다. 구글 지도는 밝은 대로를 멀리하고, 어두운 골목으로 나를 인도했다. 어두웠지만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평지가 사라지고 오르막길이 나왔다. 유럽에서는 흔치 않은 오르막이라 조금 놀랐지만, 가파른 오르막 앞에서 숨을 한 번 고르고 발을 내디뎠다. 내 몸이 문제가 아니라 여행 가방이 문제였다. 숨이 찼지만 오르는 기분은 괜찮았다. 밤바람이 마음에 들었다. ‘알레그리아 플라자 Plaza Alegria’를 지나 5분 정도 더 오르자 숙소가 보였다. 비행에 지쳐 쉬고 싶었을 무렵이었다. ‘알레그리아’는 포르투갈어로 ‘기쁨’, ‘환락’이라는 의미인데, 여행의 설렘이라는 ‘기쁨’을 지나니 숙소라는 ‘쉼’이 보였다. 환락 뒤에 필요한 것은 쉼 혹은 멈춤. _209-210쪽

성에 관한 담론 중 남과 여로 나누는 이분법을 개인적으로 혐오한다. 그런 이분법을 선택할 바에는 미신처럼 들리는 운명론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쩌면 우리는 그저 각자의 ‘운명’에 맞춰 살았고, 살고 있으며,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이분법을 즐기는 자들이 세상에 성이 두 개가 아니면 도대체 몇 개가 존재하느냐고 묻는 질문에 나는 항상 “n개”라고 대답한다. 성은 상수가 될 수 없다고. 그것은 우리의 운명이 n개인 것과 같다고. _266-2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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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거리를 누비고, 커피를 마시고, 영화를 보고, 틈나는 대로 읽고… 그 느낌, 그 장소, 그 문장의 기록들 고전이 되어버린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주목받는 신인 윤고은의 《늙은 차와 히치하이커》, 영화로도 만들어진 앤디 위어의 《마션》, 아직...

[출판사서평 더 보기]

거리를 누비고, 커피를 마시고, 영화를 보고, 틈나는 대로 읽고…
그 느낌, 그 장소, 그 문장의 기록들

고전이 되어버린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주목받는 신인 윤고은의 《늙은 차와 히치하이커》, 영화로도 만들어진 앤디 위어의 《마션》, 아직 우리나라에는 번역되지 않은 《캔디, 사랑과 중독의 이야기》, 조금은 특별한 동화책 《첫사랑》, 단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구사하는 시인 김이듬의 《표류하는 흑발》까지···. 유럽의 동서남북을 발길 닿는 대로, 때론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때론 슬픈 마음이 가득한 채로, 때론 그저 어떤 도시를 상상하면서 저자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여행을 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책을 읽었다. 그에게 와 닿은 문장들 하나하나가 어쩌면 그가 걸었던 도시들과 꽤 닮아 있는 것은 우연인지도 모른다.

1부 <다뉴브의 물결처럼 잔잔했던>에서는 유럽의 가운데에서 만난 도시와 책을 소개한다.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브라티슬라바라에서는 정혜윤의 《마술 라디오》를, 그와 반대로 사람들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관광객이 사랑하는 도시 프라하와 비엔나에서는 영원한 고전인 《변신》과 작가의 자전적인 소설 《유령의 시간》을, 그리고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고은 시인을 슬로베니아 프투이에서 만나게 된 경위를 차근차근 설명한다.
저자는 티브이보다는 라디오와 같은 도시에서 잘 상상이 되지 않는 도시, 유럽 사람들도 잘 모르는 브라티슬라바라는 도시를 한 번 상상해보라고 권한다. 그 도시는 화려하지도 않고 소박해서 우리에게 라디오처럼 다가오는 도시이니 말이다. 저자만의 섬세하고 따뜻한 언어로 도시 설명을 듣다 보면 어느새 나도 그 거리를 걷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어제 들어도, 오늘 들어도 언제나 그 자리에서 묵묵히 이야기하는 라디오와 같은 에세이를 우리도 읽고 싶게 된다.

“그래서 더 좋았던 것 같다. 어느 샌가, 볼 것들이 너무 많아 아무것도 보고 싶지 않은 세상이 되어버렸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라디오’ 같은 것이 꽤 그리워지는 요즘이라 더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_1부 ‘라디오 같은 도시에서의 산책’ 중에서

2부 <어두울 것 같지만 더 밝은>에서는 유럽의 동쪽에서 읽은 책들을 소개한다. 헝가리의 부다페스트, 폴란드의 포즈난, 크로아티아의 플리트비체, 루마니아의 클루지나포카에서 읽은 책들은, 너무나 유명해서 친근한 마스다 미리의 책부터 낯선 작가의 책까지, 독서의 스펙트럼이 얼마나 다양한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저자 강병융은 꽤 긴 시간 유럽의 도시들을 여행하며, 일상이 아닌 곳에서 느낄 수 있는 ‘어떤 특별한 행복’이 있어야 우리의 소중한 일상이 지켜진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우리의 일상이 밝아지려면 때때로 일상 밖의 어떤 특별함을 만나야 비로소 우리의 우울함이 걷힐 수 있다는 소소한 진리를 마스다 미리의 《뭉클하면 안 되나요?》를 읽으며 깨닫는다.

“만약 일상에서 ‘뭉클’이 사라지고 있다면, 당신도 떠날 때가 되었다고 충고하고 싶다.”
_2부 ‘뭉클함이 뜸하던 차에’ 중에서

3부 <높고 넓고 깊고 복잡한>에서는 유럽의 서쪽에서 읽은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준 소설, 에세이 그리고 시집을 소개한다. 저자는 유럽의 서쪽 이탈리아의 우디네에서 열리는 ‘극동영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떠났던 여행을 소개한다. 유럽에서는 한국 영화를 자주 볼 수 없어 1년에 한 번씩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 우디네로 간다. 그 길에 저자는 한 권이 에세이와 동행했는데, 그 책은 바로 백민석의 미술 에세이 《리플릿》이다. 그림과 영화를 묘하고 아름답게 섞어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전해준다. 삶이 너무 지독해서 예술이 그 지독한 삶을 아름답게 그릴 수 없는 지금 같은 시대에, 결코 아름다움을 찾을 수 없는 예술 속에서 우리가 느껴야 하는 건 과연 무엇인지 묻는다.

“난 예술도, 영화도 꼭 아름다워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회를 앓는 예술도 있고, 아름다움이 덜한 예술도 있다. 대부분의 경우 현실을 앓던 우리를 영화가 위로해줬던 것처럼, 영화를 만들면서 앓았던 사람들을 우리가 위로해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_3부 ‘영화제 with 리플릿’ 중에서

4부 <상상보다 따사로운, 상상보다 황홀한>에서는 조금은 특별하고 슬픈 경험을 한 유럽의 남쪽 이야기다. 우리가 상상하는 목가적이며 여유가 있고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 쉬는 그런 유럽이 아닌, 유럽이지만 조금은 낯선 남쪽의 유럽을 걸었고 그곳에서 저자는 꽤 슬퍼했다. 유머가 가득할 줄 알았던 페루 리마에서는 지치고 가난한 사람들이 보였고, 물도 전기도 부족했으며 학교에 가야 할 아이들이 학교에 갈 수 없는 현실을 보며 절망한다. 포르투갈 리스본에서는 소설에서 그저 상상만 해보았던 ‘알약’들의 정체를 마주하고 한동안 멍해지기도 한다. 상상만 할 때는 너무나 궁금하지만, 막상 그 실체를 마주했을 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절망과 슬픔이 찾아온다. 상상 속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들이 현실로 다가올 때, 그 감정을 무어라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들이 쉬었으면 했다. 그들에게는 환락이 있었을 테니 이제 좀 쉬었으면. 그리고 혹시 그들 주변에 사람들이 있다면, 죽음의 문턱에서가 아닌 일상에서 사랑을 깨달았으면 한다.” _4부 ‘광장의 달콤함’ 중에서

5부 <차가워서 청명한, 청명해서 뒤돌아보게 되는>은 추운 북쪽 유럽의 이야기다. 3월이 되어도 바람이 너무나 매서운 곳, 얇은 재킷을 입은 탓에 자신도 모르게 그 재킷을 자꾸만 여미게 되는 북쪽의 그곳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핀란드, 운명을 거스른 어떤 이의 이야기가 있는 덴마크, 우울한 개성이 강한 라트비아의 리가와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의 독서를 소개한다. 저자는 재미있는 이야기만 전하지 않는다. 때로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비현실적인 이야기들을, 소설이 가진 매력을 한껏 드러낸다. 남자가 여자가 되어야만 하는 슬픈 운명에 관한 이야기도 있고,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듯한, 그러나 어디에 있을지도 모를 콩가루 가족의 이야기도 있고, 자고 일어나니 멀쩡했던 코가 없어지는 이야기도 있다. 그렇게 코가 시큰거리는 이야기들을 차가운 바람과 함께 읽고 저자는 또다시 걸었다.

“자연스럽게, 어쩌면 현실보다 문학이 내 삶에 더 깊이 각인되는 느낌이 든다. 차갑고 강하게 각인되는 느낌, 상트페테르부르크의 3월 바람처럼.” _5부 코를 시큰거리게 하는 《코》 중에서

책을 읽는 행위, 무언가를 읽고 또 여행하는 일 자체가 모든 이들에게 행복한 일은 아닐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크나큰 행복이지만 누군가에게 독서는 꽤 낯선 일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작은 시골에 사는 소설가 강병융이 소개하는 흥미로운 책과 이미지만으로도 황홀한 유럽의 도시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어느새 당신도 그가 걸었던 골목을 유유자적 거닐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힐 것이다. 광장에서 혹은 골목에서, 알아듣지도 못하는 낯선 언어들이 난무하는 낯선 유럽의 도시에서 그가 소개하는 매력적인 이야기를 듣는 일, 그것은 어쩌면 당신도 생각하지 못한, 당신이 처음 느끼는 낯선 힐링이 될지도. 저자 강병융이 안내하는 신비로운 도시와 독서 지도를 따라 당신도 소박한 일탈의 발걸음을 옮겨보는 건 어떨까? 한 도시의 산책과 독서가 끝나갈 즈음 마주하게 되는 책의 ‘한 문장’과 도시의 ‘한 장소’도 놓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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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리뷰

  • 독특한 이력을 가진 저자였다. 물리적 거리보다도 더욱 먼 심리적 거리를 느끼는 장소인 모스크바에도 한 때 거주했던 저자는 현재...

    독특한 이력을 가진 저자였다. 물리적 거리보다도 더욱 먼 심리적 거리를 느끼는 장소인 모스크바에도 한 때 거주했던 저자는 현재 슬로베니아에 머물고 있었다. 슬로베니아가 어디였던가. 1990년대 이후 지각변동이 있었고, 많은 나라가 없어지고 생겼다. 슬로베니아도 그 중 하나라는 사실까지만 알뿐, 이 나라에 대해 내가 아는 바는 전혀 없었다.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하였다. 학문을 연구하는 일은 치열할 수밖에. 그러나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렬한 강도의 경쟁을 거듭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비한다면 한결 여유로울 거 같단 생각도 들었다. 모든 건 막연했다. 그런 그가 책을 들고 도시를 떠돌며 이 책을 썼다는 생각은 더더욱 마음에 와 닿지가 않았다.

    오래 전 일인데 여전히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기억이 하나 있다. 아직은 이른 새벽에 가까운 시간대였다. 잠시 화장실을 가겠다며 침대칸 문을 열고 나왔던 나는 문이 닫혀 꼼짝없이 복도에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건물이라고는 하나 없는 너른 들판이 갓 떠오른 태양으로 붉게 물들기 시작하는 찰나에 귀에 끼고 있던 이어폰에서 흘러나온 노래가 있다. You come to my senses. 내 세대의 노래는 아니었지만, 그 순간에 참 잘 어울리는 노래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난 나에게 주어졌던 단 한 차례의 유럽 배낭여행을 떠올릴 때마다 노래를 같이 흥얼거리곤 한다. 특정 도시에서 읽은 책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많은 책 중 심혈을 기울여 한 권을 골라서는 도시로 향하는 발걸음을 상상해본다.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해 읽어야만 하는 책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순서 없이 어디서부터 출발해도 무방한 책, 읽다가 중간에 덮어도 아쉬움이 없는 책이어야만 한다. 그래야 책에 내 모든 걸 내어주는 일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도시가 페이지마다 스쳤다.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 오스트리아 비엔나, 체코 프라하, 슬로베니아 프투이. 가본 곳이 거의 없어 도시가 선명이 눈 앞에 그려지진 않았지만 대강 예측은 가능했다. 유럽의 대부분 도시에선 시간이 느껴진다. 마치 중세 어느 시점에 멈추어선 듯 빨간 지붕을 한 야트막한 건물들이 빼곡하게 들어찼을 것이요, 그 사이로 거미줄처럼 뻗은 골목이 꽤나 매력적일 듯했다. 그 아름다운 풍경에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가 하나 있었다. 모두에게 배신감을 남긴 인물. 한 때 한껏 우러러보는 일이 당연했던 존재. 고령의 연령대임에도 젊은이들이 드나드는 카페에 들어선 그는 좌중을 압도하며 자신만의 템포로 춤을 췄다. 그 순간 그의 몸은 시를 쓰는 듯했다. 평생 글을 써온 그에게 제법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그는 시인이 아니었고, 그의 인생은 완벽한 거짓에 불과했다고 저자는 결론지었다. 왜 삶은 그토록 서글퍼야만 했던가. 너무 슬프고도 화가 났다는 저자의 고백 앞에서 난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아직 내 책장에 그의 서명을 받은 책 한 권이 꽂혀 있음이 떠올랐던 것이다. 한 시간을 꼬박 줄서 기다린 끝에 누린 그날의 환희는 대체 무엇이었단 말인가! 

    어서 부정적인 감정을 털고 드물게나마 등장하는 이국적 사진에 열광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몇몇 도시에서 저자가 보았다던 빈과 부의 극렬한 차이가 갑자기 내 심장을 강타했다. 얼핏 느끼기에도 경제적으로는 내세울 게 없어 보이는 페루 리마야 그러려니 여긴다손 치더라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까지 그래선 안 됐다. 유럽 아닌가! 유럽이 꼭 풍요로워야 한단 법은 없지만, 너무도 자연스럽게 필요한 게 없느냐며 마약 따위를 펼치는 사람들의 모습은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그 와중에 왜 호텔 이름은 ‘식물학자’(Botanico)였던 건지. 그나마 주어진 의외성이 마음에 들었다. 웃을 일은 아니었으나 도통 저의를 모르겠는 호텔 이름에 난 그간의 긴장을 풀 수 있었다. 

    많은 이야기 중 가장 크게 와 닿았던 건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한 저자 가족의 이야기였다. 당시 벨기에는 역사상 가장 침통한 시기였다. 연쇄 폭탄 테러가 무려 세 차례나 발생한 것이다. 여행 자체를 포기해도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 상황에서 그는 굳이 그 곳으로 향했다. 꼬옥 안아주고 나면 우리도 친구들도 훨씬 평온해질 거라는 믿음이 사실로 변화하는 순간을 덕분에 목격할 수 있었다. 쓰인 문장들의 색을 묻는다면 차분한 모노톤이라고 답하고 싶었다. 결코 들뜰 수 없으며 들떠서도 안 되는. 그런 순간에도 어울리는 문장이 있음이 그저 고마웠다.


    나는 지금 서울에 있다. 내 인생의 거의 대부분은 이 도시에 걸쳐 있다. 이 도시에 어울리는 문장은 과연 무엇일까.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시쿠 부아르키의 <부다페스트>가 제격인 것처럼 서울에도 꼭 들어맞는 문장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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