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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화판(양장본 HardCover)
| 규격外
ISBN-10 : 897199469X
ISBN-13 : 9788971994696
나의 작은 화판(양장본 HardCover) [양장] 중고
저자 권윤덕 | 출판사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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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2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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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시리즈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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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창작 그림책 1세대 대표 작가,
『만희네 집』『꽃할머니』의 권윤덕 첫 에세이 출간! 국내 창작 그림책 1세대 대표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 한국 최초 후보(2016, 2017), 제1회 한국출판문화상과 여성문화인상-청강문화상 수상, 그림책 작가들의 작가……. 모두 권윤덕 앞에 붙는 수식어들이다. 권윤덕은 1995년 오래된 집의 곳곳을 담아낸 『만희네 집』을 시작으로, 옷과 도구 같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소재부터 제주 4·3, 광주 5·18 등의 역사적 사건까지 주제를 확장하고 기법을 거듭 변화시키며 그림책을 발표해왔다. 척박했던 국내 그림책 시장을 열어젖혔고, 국내외의 적지 않은 독자와 수상 이력을 갖고 있지만 스스로에게는 늘 인색한 편이다. 글과 그림을 함께 짓는 작업만을 고집하며, 25년간 내놓은 그림책은 열 권. 누군가는 과작이라고 평가할 책들에는 나와 세상을 향해 질문을 품고 풀어가는 특유의 시선과 슬프고도 아름다운 그림이 각 권마다 아로새겨져 있어 작가의 일상과 작업 과정에 궁금증을 품게 한다. 『나의 작은 화판』은 그림책과 함께 살아온 권윤덕의 지난 시간을 담담하게 담은 책으로, 여느 장르와 달리 그림책 작가 본인의 이야기를 글로 접하기 쉽지 않았던 독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일 수밖에 없다. 이제 막 그림책을 좋아하기 시작한 이들에게는 그림책이라는 예술에 한 걸음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기를, 권윤덕을 꾸준히 지켜봤던 이들에게는 작가가 전하는 뜨거운 감사 인사를 나누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저자소개

저자 : 권윤덕
서울여자대학교 식품과학과와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광고디자인과를 졸업했다. 이후 미술을 통해 사회참여 운동을 해 오다가 1995년 첫 그림책 『만희네 집』을 출간하면서 그림책 작 가의 길에 들어섰다. 동양 재료를 바탕으로 산수화와 공필화, 불화를 공부하며, 옛 그림의 아름다움을 그림책에 재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엄마, 난 이 옷이 좋아요』, 『만희네 글자벌레』, 『시리동동 거미동동』, 『고양이는 나만 따라해』, 『일과 도구』, 『꽃할머니』, 『피카이아』, 『나무 도장』, 『씩스틴』이 있다. 한국출판 문화상, CJ그림책상, 올해의 여성문화인상-청강문화상, 롯데출판문화대상 본상 등을 수상했다.
홈페이지: http://kwonyoonduck.com

목차

책을 열며_세 개의 방

1. 오직 그림
끝과 시작|인연들|만희는 찾고, 나는 찾지 못한 것|오래된 물건들이 품고 있는 이야기|그림을 정말 잘 그리고 싶다

2. 슬픔 너머
꽁꽁 숨겨둔 어린 시절|꽃잎, 하얀 레이스, 종이 인형|몸으로도 입고, 생각으로도 입고|슬픔만큼 커다란 행복|그림을 정말 배우고 싶다

3. 어린이와 어른
1999년, 우주에서 온 편지|책장 속 글자벌레와 글자부스러기벌레|새천년의 어린이들|내 모습 그대로 꿀꺽꿀꺽|거침없이, 마음대로

4. 여성, 엄마, 해녀
“사각은 두부, 두부는 하얗다”|제주 돌담에서 만난 여자아이|물질 그리고 영등맞이굿|돌아다니는 ‘시리’|그림으로 주고받는 수수께끼

5. 고양이와 한 걸음
진주|선택받은 집사|몸과 마음을 크게 부풀리고|생명의 심지|불화 공부

6. 매일의 일터
사람, 일, 도구|누군가의 일터를 들여다보기까지|목공소 아저씨와 의사 선생님|풍작과 흉작 사이|그림으로 기록한다는 것

7. 전쟁, ‘위안부’
2006년, 일본에서 온 편지|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담담히, 아름답게|일본과 한국의 어린이들|그림책이 만든 평화의 연대

8. 우연히 생존
가출|네 마리의 개와 아홉 명의 어린이| 그리고 엄마들|살구부터 피카이아까지|그림책이 아닌 그림책

9. 생각이 다른 사람들
다시 섬으로|안과 밖, 피해자와 가해자|제주가 꿈꾼 것|제3의 선로|파란색

10. 광장에 서다
촛불| 너와 나의 폭력|나도 모르게 저질렀던 잘못들|총과 민주주의|하얀 화판

책을 닫으며_다시 화판 앞에 앉아
그림책 목록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25년, 열 권의 그림책과 함께한 한 여성의 성장기 『나의 작은 화판』은 오직 ‘그림’ 하나만을 붙잡은 채 젊은 날을 방황하던 한 여성이 30대 중반, 우연히 ‘그림책’을 만났던 장면에서 시작한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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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25년, 열 권의 그림책과 함께한 한 여성의 성장기
『나의 작은 화판』은 오직 ‘그림’ 하나만을 붙잡은 채 젊은 날을 방황하던 한 여성이 30대 중반, 우연히 ‘그림책’을 만났던 장면에서 시작한다. 그림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팔자가 세진다”(17쪽)는 아버지의 반대로 원치 않은 학과에 입학했고, 뒤늦게 들어간 미술대학원을 졸업할 무렵에는 변변치 않은 실력 앞에 스스로 절망했다. 미술운동에서 디자인으로 그림 주변을 맴돌다가, 시부모님 댁에 얹혀살던 시절과 그림책 작가였던 지인과의 인연이 맞물리며 “오래 바라보아도 움직이지 않는 사물들을 하나하나 보이는 대로 그”(37쪽)려 완성한 책이 첫 책,『만희네 집』이었다. 한순간에 작가가 되었고, 첫 책으로 베스트셀러를 경험했지만 기쁨은 잠시였다. “그림을 정말 잘 그리고 싶다”(34쪽), “그림을 정말 배우고 싶다”(66쪽)는 자괴감과 갈증이 부풀어 올라 1998년 3월에는 아이를 떼어 두고 북경에 1년간 그림을 배우러 가기도 했다.
날로 욕심이 생기는 그림책 작업은 꽁꽁 숨겼던 어린 나를 의도치 않게 만나게 했다. 여자아이들의 옷과 액세서리를 그릴 때(2장), 물질하는 제주 해녀들의 고단함과 강인함을 취재할 때(4장), 길고양이 ‘진주’와 함께 사는 동안 진주가 제 몸을 부풀리며 자신을 지켜내는 모습을 볼 때(5장), 고(故) 심달연 할머니의 삶을 바탕으로 국가 권력과 ‘위안부’를 재현하는 과정에서(7장) 권윤덕은 숨기고만 싶었던 성폭력이 자신의 삶에서 지워낼 수 없는 경험임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림책이 불러일으킨 슬픔, 분노, 허무를 다시 그림책 속에서 겪다 보니 용기도 생기고 뜻하지 않은 기회도 다가왔다. 아니, 괜찮아질 때까지 계속 그림책 세계에 머물며 나를 더 똑똑히 마주하고 버텨냈다.
작은 점을 겨우 찍던 ‘나’가 조금씩 큰 원을 그리며 ‘광장’ 앞에 서게 된 증거는 바로 권윤덕 자신의 그림책들이다. 열 권의 그림책에는 저마다의 사연과 인연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지만, 일렬로 세우고 보면 결국 세계를 확장해가는 한 여성의 성장 서사로 읽힌다. 그러니 열 권에 얽힌 시간을 담은 이 책의 주인공은 그 낱낱의 과정들이라고 할 수 있을 테다. 책에 새로운 그림이나 마침표를 찍은 그림 대신 고민이 여실히 드러난 날것의 그림을 실은 연유도 여기에 있다. 그동안 권윤덕의 그림책을 접해왔던 독자와 동료 작가 들은 이번 책에서 그의 낯선 모습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흔들리고 고민하고 실수하고, 그럼에도 결국은 다시 화판 앞에 앉고야 말았던, 30여 년을 그림과 함께한 여성을 말이다. 그리고 그 앞에서 우리는 닫아걸었던 내 마음을 조금은 열어볼 수 있을 것이다.

막막한 슬픔이 담담한 아름다움에 이르기까지
그림책으로 위로와 기쁨을 경험해본 당신을 위한 이야기
이제 그림책의 독자는 비단 어린이들만이 아니다. 나이 불문, 언제나, 그림책은 우리 모두의 책이 될 수 있다. 독자의 확장성이 가능한 이유 중 하나는 그림책이 지닌 예술성 때문일 것이다. 글과 어우러진 그림을 한 점씩 감상하고, 스스로 다음 장을 넘기며, 장면을 상상하는 찰나의 순간이 가져다주는 벅찬 기쁨. 거기에 외면해왔던 소중한 가치들, 잊고 있던 어린 시절과의 조우가 더해지면 그림책의 매력에서 헤어 나오기 어려워진다. 같은 주제라도 ‘그림책’일 때 마음에 동요가 생기는 것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나의 작은 화판』은 저자가 그림책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고백하며, 그림책의 아름다움 그리고 자신이 경험한 위로와 기쁨을 나눠 보려는 책이다. 권윤덕이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던 초창기(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는 국내 창작 그림책이 등장하고 전성기를 보내던 시기와 겹치는데, 당시만 해도 “그림책도 동화책이라 불리던 시절”(60쪽)이었는데다 그림책에 “교훈적인 내용을 담아야 한다는 생각이 어른들에게 크게 자리 잡고 있었던 상황”(60쪽)이었다. 물론 그림책 시장의 활황과 서점, 단체 등의 활발한 움직임으로 독자들의 반응은 쉼 없이 찾아왔지만 그럴수록 근본적인 고민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림책이 무엇인지, 글과 그림은 서로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어떤 내용을 어떻게 전달해야 독자들에게 가닿을 수 있는지와 같은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한국어 특유의 의성어·의태어와 어린이들과 놀고 싶은 마음이 만나 캐릭터 ‘글자벌레와 글자부스레기벌레’를 만들었지만 “이게 책이냐”, “그림이 아니라 낙서 같은데”(78~79쪽)라는 반응으로 돌아온 적도 있고, 그림보다 글이 많은 제법 두꺼운 ‘그림책 아닌 그림책’(257쪽)을 시도해본 적도 있다. 아쉬움이 없지 않지만, 동시에 그림책의 형식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을 실험하기에는 충분했다.
또한 우리네 슬픈 역사를 소재로 삼을 때는 선과 악, 피해자와 가해자, 안과 밖과 같은 이분법이나 가장 부정적인 감정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지만 결국 그 모든 것 너머로 나아가야 볼 만한 그림책이 될 뿐 아니라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 가기도 했다. 특히 일본의 제안으로 한중일의 작가들이 공동 출판하기로 했던 ‘평화 그림책’ 시리즈에서 권윤덕은 ‘위안부’를 주제로 택해 『꽃할머니』를 발표했으나, 약속과 달리 일본어판 출간은 13년이 지나서야 이뤄졌다. 증언의 사실 여부부터 표현 방식, 주제 선택까지 일일이 문제 삼았던 이들도 있었지만 동시에 국경을 넘어 “지지와 격려, 공감과 눈물”(230쪽)을 나눠준 작가, 독자, 활동가 들도 있어, 그림책이 시대를 허물고 동아시아를 잇는 평화의 매개체가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권윤덕이 펼쳐 놓은 모든 과정을 아울러 ‘막막한 슬픔을 지나 담담한 아름다움에 이르는 예술의 길’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당신의 화판에는 무엇이 그려져 있나요?
삐뚤고 서툰 선들로 가득한 나의 삶을 끌어안으며
권윤덕이 세상 앞에 단단히 서는 데 의지했던 건 ‘작고 하얀 화판’이었다. 그렇다면 작곡가의 ‘악보’, 글작가의 ‘빈 노트’, 편집자의 ‘책’ 역시 화판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우리는 누구나 자신만의 화판을 가지고 태어나 그 안에 꿈과 희망, 슬픔과 좌절을 그려가며 살아간다. 권윤덕은 화판에 담긴 그림은 저마다 다르고 대부분이 삐뚤고 서툰 선들로 채워지겠지만 거기서 실마리 하나 정도는 발견할 수 있을 테니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겠냐고 말한다. “그림 그리기는 매번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300쪽), “나는 지금도 매번 헤매고, 좌절하고, 세우고, 허물기를 혼란스럽게 반복하고 있다”(264쪽)고 밝히듯 자신이야말로 휘청거리다가 일어서며 여기까지 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림책을 만들며 실험했던 각종 그림 재료들과 그 과정에서 생긴 시행착오들을 고스란히 책에 공개한 것도 누군가 비슷한 어려움에 놓였을 때 작은 힘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권윤덕은『나의 작은 화판』을 준비하는 내내 이 책이 크게 성공한 작가의 이야기도 아니고, 특별한 창작론을 정리해 담고 있지 않음에 부끄러워했다. 단 한 번도 자신 있게 화판에서 그림을 떼 내서 보낸 적이 없다는 말도 여러 번 남겼다.
아마 그는 지금 이 순간에도 화판 앞에서 붓을 휘젓거나, 취재를 위해 고속버스에 오르거나, 어린이들을 만나러 낯선 도시에 머물거나, 책과 논문에 밑줄을 그으며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은 일과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여전히 만들고 싶은 그림책이 많기에, 그것을 해내기 위해서는 흔들리는 자신을 끌어안고 계속 걸어갈 길밖에 없음을 알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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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권윤덕 작가는 우리 그림책 작가 중에 가장 믿을 만한 이름이 아닐까 싶다. 물론 더 유명하고 잘 팔리는 작가가 있지만 끊임...

    권윤덕 작가는 우리 그림책 작가 중에 가장 믿을 만한 이름이 아닐까 싶다. 물론 더 유명하고 잘 팔리는 작가가 있지만 끊임없이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 가며 문제작을 내놓는 작가 정신은 높이 사지 않을 수 없다. 작가의 이력과 그림책 목록만 봐도 그것은 확연하다. 작가는 대학에서 그림을 전공하지 않았고 대학원도 미대나 그림책 학과를 다니지 않았다. 미술을 통해 사회참여 운동을 해 오다가 1995년 첫 그림책 『만희네 집』을 출간하면서 그림책 작 가의 길에 들어섰다. 동양 재료를 바탕으로 산수화와 공필화, 불화를 공부하며, 옛 그림의 아름다움을 그림책에 재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개인과 가족을 소재로 하던 그림책은 위안부(『꽃할머니』), 제주 4·3(『나무 도장』), 광주 5·18(『씩스틴』)로 영역을 넓혔다. 영역을 넓혔을 뿐만 아니라 작품 하나하나가 높은 완결성을 띤 훌륭한 그림책이다.

    작가는 그림을 정말 잘 그리고 싶어 한다. 그 마음은 스스로 그림을 잘 그린다고 여기지 않는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그림 전공을 하지 않을 탓도 있을 것이다. 작가는 “지금도 하얀 화판 앞에 앉으면 무섭고 겁이 난다. 생각을 펼치면서 선을 하나씩 그어 가지만, 머릿속으로 구상한 대로 그려지지 않고 대부분은 망쳐 버린다”고 한다. 그러나 그러한 생각을 근거로 뒤로 물러서지 않고 더욱 더 치열하게 공부하고 그림책 작업에 몰두한 덕분에 오늘의 작가가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작가의 첫 그림책을 아들을 주인공으로 전면으로 내세웠듯 작가는 가족을 소중히 여긴다. 그런데도 그림책 두 권을 낸 뒤 시부모한테 아들을 맡기고 중국으로 그림 공부를 하러 떠나는 작가의 모습에서 결연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그러한 치열함이 당도한 그림에 대한 생각과 그 결과물인 그림책이 좋지 않을 수는 없으리라.

    나에게 그림 그리는 일은 농사짓는 일과 비슷하다. 쟁기질을 하고 호미질을 하고 써레질을 하는 것처럼, 그림 그리는 일 역시 도구와 재료가 손에 익어야만 한다. 붓의 물기를 조절하는 법, 먹물의 농도를 조절하는 법, 아교와 백반의 농도를 조절하는 법을 배우고, 종이마다 먹물과 물감을 빨아들이는 성질을 익히고, 튜브물감, 접시물감, 분채 등 각 물감의 성질과 채색법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습득해 간다. 물론 이것들을 모두 익히고 나서도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림을 한 장 한 장 그려가면서 이것저것 두서없이 익숙해진다. 농사를 몇 년 지어 보아야 조금이나마 도구와 기계를 다룰 줄 알게 되고, 그러는 동안 농사는 풍작이 되기도 하고 흉작이 되기도 하는 것처럼 그림 그리기도 꼭 그렇다. 그림 배우는 데는 끝이 없다. 끝없이 배우고 실패하는 중에 ‘작품’이라 부를 만한 것들이 태어난다. (183쪽)

    모든 일이 그렇듯 그리기도 익숙한 방식대로 하면 쉽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변화하려면, 그림을 망칠 때까지 화판 위에서 붓을 이리저리 휘저어 보아야 한다. 화면에 등장하는 색, 선, 면 들이 조화롭게 만나도록 어떻게든 부추기고 저지르지 않으면 새로운 기법은 알 수 없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렇게 망친 그림에서 조화의 아름다움을 하나라도 발견하면, 그 단서를 근거 삼아 다시 하얀 새 화판에서 새롭게 시작한다. 조화로움, 아름다움을 찾아가 끝내 완성하는 것, 그것이 그림이다. (337쪽)

  • 숲노래 책읽기 인문책시렁 141 《나의 작은 화판》 &nb...

    숲노래 책읽기

    인문책시렁 141


    《나의 작은 화판》

     권윤덕

     돌베개

     2020.5.29.



    나는 이 책을 만들면서, 마치 이 일을 하려고 그동안 여러 사람을 만나고 도움을 받고 배운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22쪽)


    《엄마, 난 이 옷이 좋아요》를 그리고 쓰면서, 지우고 싶었던 나의 어린 시절에도 아름답게 반짝거리며 빛을 내는 소중한 일상이 있었다는 걸 발견했다. (61쪽)


    내가 상상했던 대로 중국집 주방은 황홀했다. 요리사가 일하는 모습은 멋졌다. 나는 이런 것들을 글과 그림에 담았다. (175쪽)


    어린이들에게 전쟁이 나쁘다고 말하면서 어른들은 갖은 이유를 들어 계속 전쟁을 벌이고,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고 가르치면서 자신은 더 많은 부를 위해 환경파괴를 아랑곳하지 않는다. (221쪽)


    사실 어린이들은 ‘배틀그라운드’ 게임에 익숙해 있었고, 총은 이미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었으며, 총에 대한 정보는 어디나 널려 있었다. (328쪽)



      2020년대로 접어든 요즈음 우리나라에서는 ‘어른끼리 즐기는 그림책’이 꽤 나옵니다. 그림책을 어린이만 즐길 까닭이 없으니 ‘어른끼리 즐기는 그림책’을 얼마든지 그려낼 만하지요. 다만 ‘그림책이 왜 그림책인가’를 조금 더 헤아린다면 ‘어린이하고 어른이 어깨동무하는 살림길을 노래하는 그림책’으로 피어나리라 봅니다.


      그림책은 그림으로 이야기를 짓는 책입니다. 삶을 읽은 눈길을 그림으로 들려주고, 삶을 읽어낼 눈빛을 그림으로 담아내는 그림책이지요.


      글에 앞서 그림이 있습니다. 글이란 그림을 간추려서 수다를 피우는 무늬라고 할 만해요. 그림은 수다스럽지 않습니다. 그림 한 칸에 온갖 이야기를 품어 느긋하면서 넉넉하게 나누거든요.


      어른끼리 나누는 그림이 있습니다만, 그림책이 오늘날처럼 널리 퍼지고 읽히는 바탕은 바로 ‘이야기를 포근하게 품으면서 함께하는 길’로 그림책이 매우 좋기 때문이에요. 글은 따로 익혀야 하고 겨레나 나라마다 다릅니다. 이와 달리 그림은 글을 몰라도 누려요. 그림은 겨레나 나라를 가로지릅니다. 그림은 사람뿐 아니라 풀꽃나무랑 풀벌레랑 새랑 들짐승도 누리지요. 그야말로 울도 담도 없는 그림인 터라, 그림은 늘 ‘가장 여리거나 작지만 가장 빛나고 사랑스러운 숨결’하고 어깨동무하는 길을 걸었어요.


      《나의 작은 화판》(권윤덕, 돌베개, 2020)은 그림책을 짓는 길을 꾸준히 걸어가는 분이 이녁 발자취를 더듬는 이야기꾸러미입니다. 어떻게 처음 그림책 지음길로 접어들었는가를 밝히고, 여러 그림책을 지은 살림을 보여줍니다. 손수 지은 그림책을 둘러싼 곁이야기를 들려주고, 앞으로 새롭게 짓고 싶은 그림책 꿈을 차분히 적습니다.


      그림책을 짓는 분은 그림으로 여태 모든 말을 털어놓았어요. 먼저 그림책을 보면 그림님 마음을 환히 헤아릴 만합니다. 그런데 그림책 지음이로서 글책을 따로 썼다면, 그림책을 짓는 동안 새롭게 배운 삶이며 살림이며 사랑이 있다는 뜻이겠지요. 《나의 작은 화판》을 읽으며 바로 이 대목을 눈여겨보려 하는데, 뜻밖에 이러한 생각은 얼마 안 되지 싶습니다. 그림책이 나아갈 길, 그림책을 누리는 눈썰미, 그림책으로 가꾸는 터전, 반갑거나 아쉬운 그림책, 그림이라는 이야기로 펼 수 있는 꿈이며 사랑, 이 같은 대목을 깊고 넓게 짚지는 않는구나 싶어 살짝 아쉽기도 합니다.


      더 헤아려 보면 책이름에 ‘나의’란 일본 말씨를 넣은 대목도 아쉽습니다. ‘화판’이란 말도 썩 어린이하고 어깨동무할 만한 말씨는 아니지 싶습니다. 그림책을 그리는 길이니 ‘그림판’이란 이름이면 되는걸요. “내 작은 그림판”이지요. “이 작은 그림판”이고요. 그림책을 그림으로만 엮기도 하지만, 글을 가만히 보태어 ‘글·그림’으로 엮기도 합니다. 그림 못지않게 ‘글에 담아 마음에 씨앗으로 심을 말 한 마디’를 한결 깊고 새롭게 살피시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나의 작은 화판_tn.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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