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거리에 잠들어 있는 사람들의 비밀과 거짓말!
현대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신참자』. 옛 에도의 정취가 살아 있는 도쿄 니혼바시의 닌교초 거리를 무대로, 의문의 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미스터리를 작가 특유의 사실적인 묘사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냈다. 그 자체만으로도 완결성을 가진 아홉 개의 단편이 연작 형식으로 이어지며 마지막에 하나의 큰 그림을 완성하는 형태이다. 한 아파트에서 목 졸려 죽은 시체로 발견된 40대 이혼 여성. 니혼바시 경찰서로 새로 부임한 형사 가가 교이치로가 사건에 투입된다. 살해된 여성의 행적을 추적하던 가가는 그녀가 자주 드나들던 상점가 사람들이 저마다 거짓 증언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진실을 추적하면서 그들이 숨기고 있는 뜻밖의 비밀들과 맞닥뜨리는데….
저자소개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東野圭吾)는 오늘의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1958년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오사카 부립대학 전기 공학과를 졸업한 후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틈틈이 소설을 쓰기 시작해 마침내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1985년 데뷔작 『방과후』로 에도가와 란포상을, 1999년 『비밀』로 일본 추리 작가 협회상을, 그리고 2006년에는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제3탄 『용의자 x의 헌신』으로 제134회 나오키상을 수상했다. 그 밖의 작품으로 『백야행』『환야』『레몬』『명탐정의 규칙』『호숫가 살인 사건』『방황하는 칼날』『붉은 손가락』『탐정 갈릴레오』『예지몽』『성녀의 구제 』『갈릴레오의 고뇌』『다잉 아이』 등이 있다.
역자 : 김난주 역자 김난주는 1958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경희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을 수료한 후, 1987년 쇼와 여자 대학에서 일본 근대문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오오츠마 여자 대학과 도쿄 대학에서 일본 근대문학을 연구했다. 현재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겐지 이야기』『창가의 토토』『냉정과 열정 사이』『박사가 사랑한 수식』『먼 북소리』『7월24일 거리』『내 남자』『시간이 스며드는 아침』『다잉 아이』『오 해피 데이』등이 있다.
목차
1 센베이 가게 딸 7 2 요릿집 수련생 55 3 사기그릇 가게 며느리 101 4 시계포의 개 143 5 케이크 가게 점원 189 6 번역가 친구 237 7 청소 회사 사장 279 8 민예품점 손님 329 9 니혼바시의 형사 371
‘2010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문예춘추 선정 미스터리 베스트10’ 1위! 아베 히로시 주연 ‘TBS TV 드라마 시리즈 신참자’ 원작 소설
“이 거리를 떠올리는 것만으로 금세 다양한 인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중의 한 명을 그리려고 하면 곁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도 그리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치 도미노가 쓰러지듯 차례로 드라마가 연결되었다. 마지막 도미노를 쓰러뜨렸을 때의 성취감은 작가로서 처음 맛보는 것이었다.” 나오키상 수상 작가인 현대 일본문학의 아이콘 히가시노 게이고는 소설 『신참자』를 발표하면서 그 소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가 이번 소설의 주 무대로 택한 도쿄 니혼바시의 닌교초 거리는 지금도 옛 에도의 정취가 살아 숨 쉬는 곳으로, 작가는 이 독특한 정서가 흐르는 지역에서 일어난 의문의 살인 사건과 그것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갖가지 미스터리를 특유의 사실적인 묘사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 냈다. 2012년 3월 현재 일본 판매 50만 부를 기록한 이 작품은 TV 드라마 시리즈로 만들어져 일본 TBS TV를 통해 방영되었으며, 최고 시청률 21%라는 큰 성공을 거두면서 영화 <기린의 날개―극장판 신참자>라는 후속작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또한 《2010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문예춘추 선정 미스터리 베스트 10》 1위에 선정되는 등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가 이력에 또 하나의 큰 획을 긋는 걸작으로 자리매김했다.
도쿄 니혼바시의 한 아파트에서 홀로 살아가던 40대 이혼 여성 미쓰이 미네코가 목 졸려 죽은 시체로 발견된다. 그녀가 왜 아무 연고도 없는 이곳에 와서 살게 되었는지 가족을 비롯한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가운데 관할서인 니혼바시 경찰서에 새로 부임한 형사 가가 교이치로가 사건에 투입된다. 그는 살해된 여성의 행적을 좇아 그녀가 자주 다니던 닌교초 거리 일대의 상점가를 돌며 탐문 조사를 벌인다. 옛 에도 시대의 정취가 가득한 이 거리에서 전통 과자점이나 민속 공예품점 등을 운영하며 살아가는 상인들에게 미쓰이 미네코에 대해 묻고 다니던 가가는 그들이 저마다 거짓 증언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진실을 추적하던 끝에 결국 그들 각자가 숨기고 있는 뜻밖의 비밀들과 맞닥뜨리게 된다.
소설은 아홉 개의 단편이 연작 형식으로 이어져 마지막에 가서 하나의 큰 그림을 완성하는 형태로 되어 있다. 이들 아홉 개의 단편은 모두 일본 고단샤에서 발간하는 문예지 『소설 현대』에 2004년 8월호부터 5년에 걸쳐 연재된 것으로, 하나하나의 단편이 각기 그 자체만으로 완결성을 가지면서도 서로 유기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에도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고색창연한 거리 닌교초에서 각자의 인생을 껴안고 소박하게 살아가는 센베이 가게, 시계포, 요릿집, 사기 그릇 가게 사람들이 각 단편의 등장인물로, 관할 서에 새로 부임해 온, 그러니까 이 거리에는 신참인 형사 가가 교이치로가 그들 주변에서 벌어지는 수상한 일들에 의문을 가지고 접근하는 과정에서 ‘고덴마초 살인 사건’이라는 40대 이혼녀 살인 사건의 진상에 점차 다가가는 내용이다. 그토록 오랜 기간을 연재하면서도 작가는 각 단편에 믿을 수 없이 치밀한 복선들과, 거미줄처럼 서로 긴밀하게 얽혀드는 인간관계를 종횡으로 배치해 그것들이 종국에는 하나의 지점에서 정확하게 맞물리는 놀라운 구성력을 보여준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에게 붙은 ‘사회파 작가’라는 수식어에서도 알 수 있듯 살인 사건을 소재로 작품을 쓰면서도 그 눈을 인간의 문제, 즉 선과 악, 정의, 가족 문제 등에 둔다. 따라서 그의 작품은 미스터리라는 장르의 본질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한편으로 단순한 미스터리의 경지를 넘어서는 인간 드라마를 창조해 낸다. 이것이야말로 그가 수많은 독자들로부터 찬사를 받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신참자 』는 그의 어느 작품보다도 이러한 특징이 잘 드러난 소설로, 특히 주인공 형사 가가 교이치로의 캐릭터에서 독자들은 맨 먼저 작가의 성향을 감지하게 된다. 가가는 엘리트 형사들의 집단인 경시청 수사 1과 출신으로, ‘면도날처럼 예리한 통찰력’을 소유해 풀기 어려운 살인 사건을 여러 차례 해결한 민완 형사였으나, 어느 살인 사건의 재판에서 변호인 측 증인으로 법정에 나서는 바람에 수사원의 개인적인 감정이 사건 해결을 지연시킨 것 아니냐는 유족의 항의를 받고 관할서로 좌천당한 인물이다. 이처럼 정의로우면서도 인정의 끈을 놓지 않는 주인공 형사는 다음과 같은 한마디로 자신의 존재의 의의를 정의한다. “형사는 수사만 하는 게 아닙니다. 사건으로 인해 마음에 상처 입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 또한 피해잡니다. 그 피해자를 치유할 방법을 찾는 것도 형사의 역할입니다. ……(중략)……전 말이죠, 이 일을 하면서 늘 생각하는 게 있어요. 사람을 죽이는 몹쓸 짓을 한 이상 범인을 잡는 건 당연하지만,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도 철저히 파헤쳐 볼 필요가 있다고 말입니다. 그걸 밝혀내지 못하면 또 어디선가 똑같은 잘못이 되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죠.” 마음의 상처, 치유, 이러한 단어들은 주인공의 대사를 통해 결국 작가 본인의 시선이 어느 곳을 향하고 있는지를 잘 드러내 준다. 또한 작가는 이 작품에서 모든 사건의 발단이자 그것을 해결하는 열쇠로 ‘가족 간의 사랑’을 선택했다. 서로를 감싸는 가족들. 그것은 사건의 발단이기도 하며 또한 사건을 미궁 속으로 빠뜨리기도 하지만 결국은 모든 수수께끼를 해결하는 역할을 하는 존재도 이 작품 속에서는 가족 간의 사랑이다. 자칫 냉정하고 삭막하기 쉬운 미스터리 소설에 작가는 ‘가족의 사랑’이라는 온기를 불어넣고 그것은 따스함을 넘어 주체할 수 없는 감동으로 이어진다. ‘사건’보다 ‘인간’이 전면에 부각되는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신참자는 날카로움보다는 온화함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비집고 들어가 그것을 통해 독자의 마음까지 치유해 주는, 미스터리의 신경지를 개척한 작품이다.
가가형사의 예리한 추리력과 판단력이 아주 돋보이는 단편들의 모음집이 아주 맘에 듭니다.무려 아홉편의 단편 이야기가 하나의 큰 ...
가가형사의 예리한 추리력과 판단력이 아주 돋보이는 단편들의 모음집이 아주 맘에 듭니다.무려 아홉편의 단편 이야기가 하나의 큰 원을 그리면서 한편의 드라마로 완성되는 작가의 무한 상상력의 구성이 경이롭고 환상적일뿐이다.소설 페이지를 한장 한장 넘길때마다 느낄 수 있는 등장인물들의 심리와 장면을 독자들에게 깔끔하게 읽혀지게 하는 무슨 마술을 부리는듯한 작가의 어마어마한 내공이 느껴진다.한편의 소설을 완성하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와 시간이 필요할텐데 히가시노게이고라는 작가는 어디서 그런 희귀한 발상과 상상력으로 일년에도 여러편의 다작을 내놓을 수 있는지 의아해지기도 한다.순간 순간 이어지는 문장들의 단어속에 그다음 장면의 내용을 살짝 심어 놓으며 독자들의 궁금증을 유발 시키는 방법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의 특이하고도 뛰어 넘을 수 없는 작품 감각이랄까...어디서 이런 사람이 나타났는지 불과 몇년 되지도 않았는데 내가 이 작가의 작품 한편에 빠져드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다.처음엔 별로라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로는 아이러니해서 읽던 부분을 뒤로한채 다시 앞부분으로 돌아가 다시 읽어보기도 여러번..하지만 늘 긴장감이 감돌게 하는 매력이 나를 다시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사람을 찾게 만드는 것 같다.이번엔 아니겠지 하는 마음이 들때도 있지만 우리들이 늘 겪어봄직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지치지 않고 다시 찾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해본다.이번 신참자를 읽으면서 한번 더 그런 매력에 빠져들어서 왠지 슬픈 내용일지라도 그다지 크게 슬프지 않고 가슴 찡하고 애잔한 마음마져 들었다.인간 세상 많은 사람들 속에 하나 하나의 인물들이 부딪히며 수많은 다툼과 화해속에 만들어가는 사랑이야기가 내 마음 속에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히가시노 게이고 - 신참자
가가 형사 시리즈의 또 다른 책이다. 책 제목인 신참자는 두 가지를 의미...
히가시노 게이고 - 신참자
가가 형사 시리즈의 또 다른 책이다. 책 제목인 신참자는 두 가지를 의미한다. 첫 번째는 가가형사를 말 하는 것. 도쿄 니혼바시 경찰서로 새로 부임된 가가형사를 말 하는것이다. 두 번째로는 살인사건의 피해자를 일컫기도 한다(고 생각한다). 살인사건의 피해자 또한 사건 발생 약 두달 정도 전에 그 마을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이번 책은 두꺼운 편이다. 약 440페이지 정도 된다. 아쉽게도(?) 이 정도 페이지 중 죽은 사람은 단 한명뿐이다. 이 작품은 총 9개의 챕터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9개의 챕터들은 각각 살인사건 피해자의 주변인물들과 관계된 것이다. 큰 줄기는 살인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방향인데, 그 와중에 피해자 관련된 사람들 각각의 사정에 대한 이야기와 또다른 수수께끼들을 그리고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여러 작품들 중 큰 시리즈는 두개로 볼 수 있다. 유가와 시리즈와 가가 시리즈. 유가와 시리즈의 유가와는 셜록홈즈를 연상시킬 수 있을 정도로 논리기계같으며 철저히 이성을 중시한다. 반면에, 가가 시리즈의 가가형사는 반대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모든 가가 시리즈에 공통적으로 나오는 점은 따뜻함과 섬세함이 아닐까. 이번 작품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피해자 주변인들의 사정에도 귀기울이며 해결하도록 노력한다. 모든 주변인들에게 따뜻함을 가지고 대한다. 감동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 주변인들의 스토리 중 많은 부분들도, 그리고 전체적인 사건 관련 되어서도 '가족'과 '사랑'이 토대가 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살인사건이 베이스가 된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중간중간 느낄 수 있는 여러 감동 코드들은 마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서 느낄 수 있는 그것과 견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신참자는 가가형사 시리즈다. 또한 신참자라는 제목은 가가형사를 의미한다. 그가 그 마을 경시청에 새로 부임한 신참자이라는 이유...
신참자는 가가형사 시리즈다. 또한 신참자라는 제목은 가가형사를 의미한다. 그가 그 마을 경시청에 새로 부임한 신참자이라는 이유하나로. 간단하네. 우선 기본적인 후기로는 히가시노 책이 대부분은 아니지만, 그렇듯 책이 꽤 두껍다. 그걸 쭈그리고 앉아서 세시간 동안 읽었다. 챕터마다 빨아들이는 매력이 있어서 지겹다는 느낌보다는 궁금하게 만드는 책이다. 근데 역시나, 책의 절반을 넘어가니까 그제서야 "그래서 범인이 누군데." 하는 느낌과 함께 쉽게 지루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너무 끌어가는 기분이 들면서 포기하고 싶어질때 쯤에서야 범인이 누군지 드러난다. 힘 다빠지게. 그리고 범인의 범행 동기도 쫌 너무 뻔하다. 앞에서 이끌어가던 내용으로 기대했던 것에 비해 좀 별로였달까. 의외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에서는 잃어버린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가 자주 등장한다. 알고보면 불륜인 경우도 엄청 많고, 불륜으로 일어나는 살인사건과 그 이유들이 많이 등장하곤 한다. 역시 어쩔 수 없나? 분명 나는 추리소설로 시작하는데, 결국 끝은 흉흉한 가정사로 끝나는 경우가 대다수다. 아님 횡령, 사기 등의 범죄로 연관지어지지 뭐. 어차피 인간이기에 그런 감정 싸움과 범죄들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가정사일 수 밖에 없겠지. 이 책의 주요 줄거리는 신참자인 가가형사가 새로운 마을에서 어떻게 사건을 수사해나가는지에 대해 초점을 맞춘다. 워낙 가가형사 시리즈는 갈릴레오 시리즈로 나와있기 때문에 가가 형사의 스타일도 정해져 있을 수 밖에. 근데 이 책을 시작하면서 흥미를 느낀건 원래 가가형사의 오지라퍼 스타일의 수사도 재밌었지만, 히가시노 게이고가 소설을 끌고 나가는 전개 방식이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타 소설과는 쪼끔 달랐달까. 신참자이기 때문에 아무 지식이 없는 가가 형사가 그 마을의 주민들에 대해서 알게되고, 그로 인해 수사 과정에서 다양한 용의자가 발견! 그치만 용의 선상에서 쉽게 지워져 버리곤 한다. 모두가 어쩔 수 없이 숨겨야만 하는 비밀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챕터는 그 부분이다. 고부간의 갈등으로 힘들어 하는 남자가 후에 고부간의 소통에 대해 깨닫는 챕터. 아내가 아끼는 헬로키티 수건으로 걸레를 만들어버리는 어머니와, 그로 인해 어머니에게 말 한마디 건네지 않는 아내. 그치만 자신이 없을 때는 어떻게든 소통하는 것 같은데, 그걸 어떻게 하는지 의문스러워하면서도 걱정한다. 그리고 나중에 어머니의 여행으로 인해, 아내와 어머니가 어떤 사이인지에 대해 알게 되면서 나름 해피엔딩 같은 챕터. 결국 용의자는 좀 싱거웠지만, 그래도 전개하는 방식에서 굉장히 재미있었다.
중학교 시절이었을 것이다. 친구 녀석이 영화 <원초적 본능>의 무삭제판(우리나라에서나 통용될 단어다) LD를 가지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나는 지속적으로 그 녀석과 접촉하며 협상을 벌였다. 당연히 우리 집엔 LD 플레이어가 없었기에 비디오 테이프로 복사를 해야만 했다. 녀석은 끈질긴 나의 설득에 결국, 지금은 기억이 나질 않지만, 무언가를 대신 주겠다는 협상조건에 동의하고 무려 <원초적 본능>을! 복사해 주기로 했다. 으아, 무려 샤론 스톤이라니!
그런데 아주 사소한 문제가 있었다. 영화를 복사하기 위해서는 집에 있는 비디오 플레이어를 들고 친히 녀석의 집에 가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플레이어의 부피가 크진 않았지만, 아무튼 귀찮은 일임엔 분명했다. 하지만 감히 귀찮다니! 샤론 스톤의 뜨거운 몸짓과 뇌쇄적인 눈빛을 무려 무삭제로! 볼 수 있는데, 감히 귀찮다니! 그야말로 이건 입에 꺼내기도 두려운 건방진 생각이었다. 당연히 나는 맹렬히 녀석의 집으로 비디오 플레이어를 들고 달려갔다. 그리곤 드디어 복사! 이거 불법복제 아니냐고? 날 구속하라! 그러나 나의 샤론을 향한 이 뜨거운 열정만은 구속하지 못하리니!
그렇게 나는 미션을 완수하고 집으로 달려갔다. 백만 대군이 내 눈앞에 버티고 있어도 막지 못하리라. 나의 발걸음을! 그런데! 백만 대군이 아닌 웬 낯선 이가 그만 나의 당당한 보폭에 제동을 걸었다. 그는 군(軍)이 아닌 경(警)이었다. 달랑 한 명이!
뭐야? 당신이 뭔데 감히 샤론 누님과의 데이트를 초장부터 방해하는 거냐! 외치려던 나의 뇌에서 그만, ‘야, 정체성을 자각해, 넌 지금 중딩이야’라는 외침이 들려왔다. 그렇다. 나는 중딩이었던 것이다. 언감생심 샤론 누님을 합법적으로 만날 수 없는 서글픈 계급이었던 것이다.
“야, 이 비디오 플레이어 누구 꺼야? 너 이거 들고 어디가고 있었어?” 어디서 초장부터 선량한 시민이 될 선량한 학생에게 반말이냐, 그러는 당신은 신분증이나 먼저 봅시다. 관등성명을 대야 하는 것 아니냐, 누가 미란다 법칙을 요구했냐. 하긴 난 범법자가 아니니 미란다 쥬스라도….
그런데 상황이 묘하게 흘러갔다. 분명 나의 소유임이 분명한 비디오 플레이어이건만, 마치 장물을 획득하여 급속히 처분하러 가는 모양새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뭐냐, 이 이해하기 싫은 시츄는. 난 샤론 누님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비굴한 표정으로 변명 아닌 변명을 해야만 했다.
“아, 제가 친구 집에서 가요프로그램을 복사해서 다시 집으로 가져가는 길이에요. 듀스 아세요? 아님 서태지와 아이들은 설마 아시죠? 춤을 좀 배워볼까 하구요. 헷. 그런데, 아저씨 더운데 고생이 많으시네요. 조금만 더 가면 집인데, 같이 가셔서 시원한 냉수라도 한 잔 하실래요?”
뭐가 그리 말이 많고, 구구절절한 게냐. 내가 생각해도 더럽게 많은 말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아, 거듭 말하지만 난 중딩이었던 것이다. 오히려 이런 말들이 경찰을 더 의심케 한다는 것을 그때는 알 수 없었다. 내 립서비스를 다 듣고 난 경찰은 “너 잠깐 똑바로 서봐, 손 위로 올리고” 그러더니, 갑자기 내 양 발목을 더듬기 시작했다. 이건 또 뭐하는 시츄! 아, 이 양반은 내가 발목에 칼을 숨겨두었나 확인한 것이었다.
아니, 이렇게 선량하게 생긴 중학생이 발목에 칼을 숨기고 다닌다면, 이게 나라인가! 이게 과연 정의사회를 구현하는 아름다운 대한민국의 수도 한복판에서 벌어질법한 일이냔 말이다. 당신은 당신이 살아가는 이 아름다운 나라의 선량한 중학생을 끝내 믿지 못한 것인가!
끝까지 반말을 투척한 경찰은 내 가냘픈 발목을 확인한 뒤(이럼 그냥 가야 하는 것 아니냐, 양심적으로?) 앞장을 서란다. 어디로? 우리 집으로! 아, 정말 투철한 직업관을 갖고 계신 양반을 재수도 좋게 만났다. 이 동네 원래 이리 유능한 경찰들이 많았냐. 미처 몰랐네. 할 수 없이 난 경찰을 대동하고, 아니 경찰의 무려 호위를 받으며 집으로 왔다. 다행히 부모님이 없으셨기에 망정이지, 오 이게 뭔 아름다운 모습인가.
집에 돌아온 나는 정확히 원 위치에 비디오 플레이어를 안착시켰고, 공약대로 더럽게 차가운 냉수 한 잔을 건넸다. 물론 미소를 머금은 채! 살짝 무안해졌던 것일까. 경찰은 물 한 잔을 냅다 원샷하고는 그대로 나가버렸다. 매정한 양반, 인사라도 하고 가시지. 암튼 얼렁 승진하시길 바라오. 그대의 그 열정이면 김태촌은 못 때려잡겠소?! 아주 든든하오, 이 나라의 치안이!
음…. 재미없는 이야기, 길게 했다. 이게 아마도 내가 기억하는, 경찰과의 첫 개인적인 만남이었다. 그 후로도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경찰을 만나왔지만(오해마시라, 난 그때나 지금이나 한없이 선량하시다. 다만 어린 나이에 호기심이 전체 국민 평균적으로 있었을 뿐. 난 지금도 그렇게 믿는다. 암.) 유독 당시의 기억이 오래 남아있다. <원초적 본능>은 그래서 봤냐구? 아, 다시 떠오른다. 그날의 감동과 격정이! 지금도 난 그녀보다 섹시하게 담배를 태우는 여배우를 본 적이 없다는 정도로 나의 이 뜨거운 마음을 대신한다.
자, 이제부터 서평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여럿 읽었다. 마니아 수준은 아니기에 전 작품을 읽은 건 아니다. 하지만 작가에 대한 내 나름대로의 평가는 존재한다. 그는 인간의 이야기가 담긴, 세상의 이야기가 담긴 작품을 쓴다. 그게 그의 매력이자 강점이다. 살아 숨 쉬는 인간들의 모습을 추리와 스릴러에 접목시키는 힘.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신참자>는 언뜻 그저 그런 살인사건 하나를 해결해 나가는 형사의 이야기다. 엽기적인 연쇄살인마도 없고, 기발한 트릭도 없다. 하지만 각종 미스터리 순위의 1위를 차지하고, TV드라마와 영화로까지 만들어질 수 있었던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 난 그 무언가가 바로 주인공 형사 ‘가가 교이치로’에게 있다고 본다. 그는 단지 살인사건만을 보는 게 아니라, 사건을 둘러싸고 있는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리고 그가 생각하는 경찰, 형사에 대한 정의는 나를 중학교 시절 그 경찰을 떠오르게 했다.
“형사는 수사만 하는 게 아닙니다. 사건으로 인해 마음에 상처 입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 또한 피해잡니다. 그 피해자를 치유할 방법을 찾는 것도 형사의 역할입니다. … 전 말이죠. 이 일을 하면서 늘 생각하는 게 있어요. 사람을 죽이는 몹쓸 짓을 한 이상 범인을 잡는 건 당연하지만,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도 철저히 파헤쳐 볼 필요가 있다고 말입니다. 그걸 밝혀내지 못하면 또 어디선가 똑같은 잘못이 되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때 만약, 그 경찰이 비디오 플레이어를 들고 환희에 차 달려가는 중학생을 수상히 여겨, 가는 길을 막고 진상을 파헤치려 했다면, 조금 더 온건하게 접근할 수는 없었을까. 마치 때릴 것만 같은 강압적 자세가 아닌, 동네 아저씨마냥 친근하게 물어볼 수는 없었을까. ‘어딜 그렇게 신나게 가고 있니? 마치 예쁜 아가씨와 데이트라도 하러 가는 얼굴이구나? 얼굴이 빨개졌네?’
하지만 그는 어린 중학생의 몸수색을 아무런 사전 고지 없이 무단으로 길거리 한 복판에서 했다. 유죄로 증명되기 전까지는 무죄라는 기초 상식을 무시하고, 나를 절도범 취급하며, 무려 칼을 찾아내려고까지 했다. 그리고 나의 결백이 밝혀진 뒤에도 일언반구 사과의 말도 없이 사라졌다. 서운한 사람. 때문에 지금까지도 나에게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것이다! ‘나, 야동 없어요!’
주인공인 형사 가가는 한 아파트에서 홀로 살아가던 40대 이혼 여성의 살인사건을 수사하며, 사건의 배경이 되는 거리 일대의 상점가를 돌며 탐문수사를 진행한다. 하지만 강압적이거나 신경질적이지 않다. 오히려 어느 새 상인들의 개인적 고민과 비밀을 이해하며, 무려 다독여주고 해결해 주기도 한다. 그것이 살인사건의 해결과는 그리 큰 관련이 없는데도 말이다.
아울러, 그는 끝내 비극의 원인이 된 ‘가족 간의 사랑’을 이해한다. 정의로우면서도 인정의 끈을 놓지 않는 경찰. 아마 이명박, 박근혜 시대를 살아오며 수많은 경찰들을 길거리에서 목격하고, 또 해야 하는 우리들에겐 반드시 필요한 모습이 아닐까. 아쉽게도 현실에서 찾기는 극히 어렵지만 말이다.
밀양의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할머니들을 무참히 진압(!)한 뒤, 해맑게 웃으며 기념사진을 찍는 여경들, 용산참사, 세월호 참사 앞에 무너진 가족들을 다시 한 번 차가운 거리로 내몰고 짓밟은 경찰들 그리고 지금도 길거리를 점령한 채 오가는 사람들에게 위화감을 선사하는 경찰들. 그 무리들.
물론 그들이 고생하고 있다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국가의 공식적이고 합법적인 폭력인 그들은 국가의 명령에 순응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그것이 아무리 옳지 않은 일이라도 말이다. 그게 그들의 임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들이 그들을 ‘권력의 개’ ‘민중을 짓밟는 제2의 용역’으로 부르는 이유 역시 곰곰이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 최소한 그들이 진정 받들어야 할 대상은 국가가 아닌 국가의 주인, 국민이라는 사실은 자각한 채 행동해야 하지 않을까. 그게 경찰의 참다운 모습이 아닐까.
히가시노 게이고를 ‘사회파 작가’라고 부르는 데에는 이렇게 정당한 이유가 존재한다. 그는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섹시하고 선정적인 연쇄살인마, 잔혹한 사이코 킬러 등의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그는 동시에 잘못된 사회가 만들어낸 잘못된 관계와 그 사이에서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을 쳐다본다. 그리고 무엇이 진정한 정의인지 다시 한 번 독자들에게 묻는다. 그 질문은 당혹스럽지만, 또한 고맙기도 하다.
무조건 경찰이 미워 보이는 사회는 분명 잘못된 거다. 공권력에 대한 국민의 증오가 쌓이면 결국 공권력은 그 ‘력’을 잃게 된다. 자명하다. 때문에 경찰을 쳐다보는 우리들의 눈은 슬프다. 그들의 박봉과 과로를 알기에 더욱 슬프다. 국가 권력은 경찰을 개처럼 다룰 수 없다. 그러면 안 된다. 경찰도 국민이다. 그들이 지금보다 정당하고 정의로운 업무에 충실하도록 해야 한다. 그게 도리다.
‘가가’와 같은 형사가 우리에게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들은 오늘도 야근과 잠복을 반복하며, 우리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할 것이다. 그들의 노고에 다시 한 번 감사한다. 그리고 그러한 ‘가가’들이 힘들어할 때마다 위로와 용기를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회정의는 어찌 보면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닐지도 모른다. 경찰이 이유 없이 두렵지 않고, 다가가 먼저 수고한다는 말을 건네고 싶게 만드는 것, 그것이 아마도 가장 이상적인 정의 사회가 아닐까.
따뜻한 미스터리 작품이었다. 아, 오늘은 생각난 김에 샤론 누나와 데이트 한 번?! 물론 이젠 합법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