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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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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쪽 | A5
ISBN-10 : 8901096439
ISBN-13 : 9788901096438
타워 중고
저자 배명훈 | 출판사 오멜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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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6월 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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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4층의 초고층 타워 도시국가 빈스토크,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빈스토크'라는 가상의 공간을 무대로 한 배명훈의 연작소설『타워』. 높이 2,408m, 674층 규모에 인구 50만을 수용하는 타워, 빈스토크. 지상 최대의 건축물이자 도시국가인 빈스토크를 무대로 여섯 편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19층 비무장지대부터 670층 전망대에 이르기까지 빈스토크의 곳곳에서는 정치, 경제, 외교, 전쟁, 연애 등 다양한 사건들이 벌어진다.

전자 태그를 붙인 술병을 상류사회에 유통시킨 후 이동 경로를 추적하면 권력 분포 지도가 그려진다. 이러한 가설을 바탕으로, 빈스토크의 미세권력 연구소는 실험을 시작한다. 의뢰인은 현 빈스토크 시장의 재선을 막으려는 야당 선거사무소. 하지만 권력 지도를 그리며 돌던 술병 중 5병이 네 발로 걷는 개 앞으로 전해지면서 연구는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데….

가상의 초고층 타워를 무대로 하고 있지만, 작가는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이나 감각에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소설 속 타워는 우리가 살아가는 진짜 세계와 너무나 비슷하고, 그곳에서 벌어지는 사건들도 주변에서 흔히 보아온 일들이다. 작가는 냉소적인 듯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그것들을 바라보면서, 능청맞은 풍자로 이야기에 웃음을 더한다.

저자소개

저자 : 배명훈
저자 배명훈은 참을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능청맞은 풍자, 소설의 무대를 무한 확장시킨 통 큰 상상력, 한국 문학을 다시 광장으로 불러낸 소설가이다. 1978년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우수논문상 수상). 재학 중이던 2004년 「테러리스트」로 ‘대학문학상’을 받았고, 2005년 「스마트D」로 ‘제2회 과학기술창작문예’ 단편 부문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환상문학웹진 <거울>을 통해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왔으며, 3인 공동 창작집 『누군가를 만났어』를 비롯해 <판타스틱> 등에 단편을 수록한 바 있다. 통찰력을 갖춘 상상력과 날카로운 풍자, 능청맞은 유머 감각이야말로 소설가 배명훈의 최대 강점이다. 2009년 대한민국의 젊은 작가들 가운데 가장 행보가 주목되는 작가로서, 연작소설 『타워』는 그의 첫 소설집이다. 현재는 올해 안에 출간될 첫 장편소설 집필에 전념하고 있다.

목차

동원 박사 세 사람 : 개를 포함한 경우
자연예찬
타클라마칸 배달 사고
엘리베이터 기동연습
광장의 아미타불
샤리아에 부합하는

부록
1 작가 K의 『곰신의 오후』 중에서
2 카페 빈스토킹 - 『520층 연구』 서문 중에서
3 내면을 아는 배우 P와의 ‘미친 인터뷰’
4 「타워 개념어 사전」

작가의 말
『타워』를 읽고 _ 이인화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문단의 바깥에서 태어난 소설가의 무서운 재능 배명훈 스타일은 하나의 신드롬이다 아마도 100년 후, 한국 문단은 작가 배명훈이 이 땅에 있었다는 사실에 뒤늦은 감사를 표해야 할 것이다. 오늘 그가 쌓은 <타워>의 높이보다 그 탑의 그림자가 몇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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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의 바깥에서 태어난 소설가의 무서운 재능
배명훈 스타일은 하나의 신드롬이다


아마도 100년 후, 한국 문단은 작가 배명훈이 이 땅에 있었다는 사실에 뒤늦은 감사를 표해야 할 것이다. 오늘 그가 쌓은 <타워>의 높이보다 그 탑의 그림자가 몇 배는 더 길거란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_ 박민규 (소설가)

『타워』에서 배명훈은 우리 한국 사회의 숨겨진 치부를 헤집고
지금 이곳의 고통을 가상의 리얼리티로 표현한다.
빈스토크는 허구의 국가지만 동시에 우리가 살아가는 실제의 대한민국이다.
이 알레고리가 불러일으키는 소설적 재미는 너무 날카로워서
읽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사로잡는다.
_ 이인화 (소설가)

재미있다. 웃긴다. 그리고 냉철하다. 가상공간 '빈스토크'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진짜처럼 흥미롭고 생동감 넘친다.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허구 같기에 더욱 이 소설에 빠져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난 이미 '빈스토크'에 살고 있다.
_ 윤명진 (아티스트 ‘김치샐러드’)

온라인 서점 알라딘 대호평 연재작(4/1~6/5)!!

2009년 대한민국 문학 스캔들
“털면 먼지 나는 바보들의 유쾌한 반란, 타워게이트!!”

높이 2,408m, 674층, 거주인구 50만
지상 최대의 마천루 ‘빈스토크’
그곳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나?


35년산 술병에 전자 태그를 붙인다. 그 술병을 상류사회에 유통시킨 후 이동 경로를 추적하면 자연스레 권력 분포 지도가 그려진다. 이 같은 가설 아래 초고층 타워 도시국가 빈스토크 내 미세권력 연구소는 실험을 시작한다. 연구 의뢰자는 현 빈스토크 시장의 재선을 막으려는 야당 선거사무소. 정 교수와 박사 세 사람은 3차원 권력지도를 그리며 돌고 돌던 술 가운데 5병이 영화배우 P에게 전해진 후 이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권력의 정점에 있는 P의 정체가 네 발로 걷는 개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연구는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타워의 이름은 빈스토크.* 높이 2,408m, 674층 규모에 인구 50만을 수용하는 타워는 어느 나라의 수도에 위치해 있다. ‘지상 최대의 건축물’ 타이틀을 놓고 두바이의 초고층 빌딩과 경쟁하는 과정에서 설계 변경만 20회. 냉전 시절의 군비 다툼을 연상시킨 경쟁의 결과, 최초 설립자들은 양쪽 모두 파산했다. 착공 41개월 만에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으로 기네스북에 오르는 위업을 달성했고, 완공 5주년 기념일(빈스토크 개천절, 6월 5일)에는 특별 투자구역 지위에서 특별 자치구역 지위로 격상, 이듬해 역사상 최초의 타워 도시국가로서 대내외적인 주권을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독립 정치체로서 독자적인 군대를 보유하고 있고, 빈스토크 원화(BW)를 사용하지만 주요 기축통화로도 지불이 가능하다. 부동산 가격과 물가가 세계 최고 수준이며, 인공위성 사업을 중심으로 우주 관련 첨단 서비스의 메카로 군림하고 있다.
(*Beanstalk : 「잭과 콩나무」에 나오는 하늘까지 솟은 콩줄기)

삽 한 번 들지 않고 문장으로 쌓은 674층짜리 탑
배명훈의 『타워』


여기 건물이 한 채 있다. 초고층 빌딩인데, 타워라고 부르지만, 사실은 국가다. 가로세로 변이 각 5킬로미터에 높이는 2,408미터다(참고로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2009년 말 완공될 ‘버즈두바이’로 810미터). 여기에 50만 명이 산다. 누구는 정치를 하고 누구는 땅장사를 하고, 누구는 반전시위를 하고 누구는 뇌물을 받아먹고, 또 누구는 소설을 쓰기도 한다.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이 복잡하기 그지없는 674층짜리 건물을 삽 한 번 들지 않고 콘크리트 대신 문장으로 한 층 한 층 쌓은 사람이 있다. 바로 소설가 배명훈이다.
2004년 서울대학교 ‘대학문학상’, 2005년 '과학기술창작문예’ 단편 부문을 수상하면서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한 배명훈은, 환상문학웹진 <거울>과 <판타스틱> 등을 통해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왔고 2005년 이래 지금까지 50편 가까운 중단편소설을 썼다. 그렇기에 앙팡테리블, 신인작가라는 호칭은 그에게 썩 어울리지 않는다. 무르익을 때까지 때를 기다리고 남들의 몇 배나 노력했기 때문이다. 『타워』는 그런 그가 긴 숨고르기 끝에 펴낸 첫 소설이다.

*배명훈 씨의 연작소설 『타워』의 배경이 되는 '빈스토크'는 전 시민이 초고층 빌딩에 사는 도시국가이다. 많은 사람이 너도나도 높은 빌딩에 들어가 살고 싶어 하는 것을 보면, 몇십 년 뒤에는 빈스토크가 소설 속 이야기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나저나, 100층이 넘는 빌딩이 8개나 들어선 2016년에 대한민국은 선진국이 되어 있을까? 그때 우리는 지금보다 행복할까?"
- <시사IN> 83호 (2009/04/18)

소설의 무대를 무한 확장시킨 대담한 상상력
공간이 바뀌면 생각도 바뀐다


연작소설 『타워』에서 배명훈은 ‘빈스토크’라는 가상의 공간을 무대로 여섯 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정치, 경제, 외교, 전쟁, 연구, 연애……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사건들이 19층 비무장지대에서부터 670층 전망대에 이르기까지 빈스토크 곳곳을 샅샅이 훑으며 펼쳐진다. 우리가 사는 2차원적 평면 공간에서라면 밋밋했을 사건도 3차원 공간으로 옮겨다 놓으니 난리도 여간 난리가 아니다. 공간이 3차원으로 바뀌면 생각하는 방식도 3차원적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여기서 문제. 27층에서 647층에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엘리베이터를 타고 647층 버튼을 누르면 된다고 대답한다면 당신은 2차원 세계에 길들여져 있는 것이다. 정답은 책 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

600층이나 700층짜리 건물은 누구나 생각해 낼 수 있다. 중요한 건 누가 보아도 그 건물을 674층짜리로 믿게끔 만드는 작업이다. 배명훈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느끼는 것, 자신이 발 딛고 선 한국 사회를 살아가면서 맛볼 수 있는 리얼한 감정이나 감각에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래서 『타워』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들은 날 것처럼 생생하다. 그가 창조해 낸 소설 속 공간은 읽는 이의 눈을 의심케 할 만큼 놀랍지만, 결코 ‘기막히’거나 ‘꿈같’지는 않다. 오히려 지극히 개연성 있고 구체적이며, 현실에 대한 냉정한 통찰을 담고 있다. 그런 점에서 배명훈의 상상력은 진품이다.

참을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능청맞은 풍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유머 감각이다!


상상력이 배명훈의 방패라면, 창은 풍자다. 『타워』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소심하다. 불의를 보면 꾹 참고, 힘없는 외국인 차별하고, 앞에선 굽실거리다 뒤에 가서 욕을 하고, 타인에겐 엄격하면서 자신에겐 관대하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털어서 먼지 나는 사람들이고, 거기에 한마디 더 덧붙이자면 당신이나 나, 우리와 같은 소시민들이다. 영웅이나 예언자, 메시아는 이 소설에 등장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왠지 밉지가 않다. 자신들도 털면 먼지 나는 주제에 더 큰 사회악, 공공의 적을 향해서는 한마음이 되어 일어나기도 한다. 완벽함과는 한없이 동떨어진 이 ‘바보’들에게, 왠지 정이 간다.

어디 그뿐인가. 이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사건들은 다 우리에겐 익숙한 것들이다. 일상화된 부정부패, 표현의 자유, 이념 논쟁, 미사일 위기, 광장의 정치, 부동산 문제……. 불감증 때문에, 입이 아파서, 얘기해봤자 결론이 안 나니까, 그도 아니면 지금은 아직 입을 열 때가 아니라고 판단했기에, 보고도 못 본 척 알고도 모르는 척 가만 내버려두었던 우리 사회의 곪은 상처들에 배명훈은 풍자라는 이름의 바늘을 들이댄다. 정색이 아닌 미소, 분노가 아닌 폭소라는 새로운 접근방식을 제안한다. 현실의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는 참을 수 없는 일들, 차마 웃을 수 없고 ‘웃기지도 않는’ 일들에 웃음을 부여하고, 웃음을 통해 진실을 드러내 보이는 배명훈의 천연덕스러운 솜씨는 얄밉도록 능숙하다. 그는 천생 광대고 이야기꾼이다.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그것도 일류다.

밀실에 갇힌 한국 문학을 다시 광장으로 불러내다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책


『타워』가 펼쳐 보이는 능청맞은 이야기들에 빠져 낄낄거리고 웃다 보면 어느 순간 침묵이 찾아온다. 분명히 웃기는데 웃고만 있기에는 왠지 속이 쓰리다. 이는 웃음을 다루는 배명훈의 재능에서 온다. 소설 속 타워 도시국가 빈스토크는 우리가 살아가는 진짜 세계와 너무나 흡사하다. 그곳의 주민들도 왠지 내 친척 내 이웃 같고, 그들이 겪는 사건들도 전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보아온, 또 지금도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이들을 응시하는 작가의 시선은 일견 냉소적인 듯하나 한없이 따뜻하다.
사막에 추락한 비정규직 조종사를 살려내는 것은 국가권력이 아니라 낯모르는 수백만의 개인들이다(「타클라마칸 배달 사고」). 기술관료주의적 지배 권력의 횡포에도 불구하고 창조적이고 열정적인 개인의 행동력은 꺾이지 않는다(「엘리베이터 기동연습」). 멸망을 목전에 둔 바벨을 구해내는 것은 정치가도 군인도 아닌 그냥 제 할 일만 열심히 하며 평생을 살아온 일반 시민들이다(「샤리아에 부합하는」).

저 혼자만 쿨한 척 현대 도시 문명을 비웃기는 쉽다. 정작 어려운 것은 그 문명을 소재로 희망을 그려내는 일이다. 여기서 배명훈이 제시한 대안은 사람이다. 혹은 생명, 정확히 말하면 ‘생활’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그는 사람과 사람이 부대껴 살아가는 우리 일상의 비루함에 절망하지 않고, 그 틈바구니에서 피어날 날만 기다리고 있는 작은 희망의 씨앗들에 주목한다. 밀실의 나르시시즘에 안주하기를 거부해버린 작가 배명훈. 긴 시간 골방에 갇혀 있던 한국 문학을 그가 이제, 다시 광장으로 불러내려 한다.

[각 편의 줄거리 소개]

§ 동원 박사 세 사람 : 개를 포함한 경우
빈스토크 미세권력연구소(27층)는 현실 권력 구조를 분석하는 컨설팅 서비스로 선거철만 되면 일거리가 넘쳐난다. 차기 선거를 앞두고 현 시장 권력 체제의 약점을 찾아내려는 야당 선거사무소의 의뢰를 받은 연구소 소장 정 교수는 갓 유학을 마친 젊은 박사 세 사람을 계약직으로 영입한다.
정 교수 부인이 늦둥이를 출산한 크리스마스이브, 밤늦게까지 분석 작업에 매진하던 세 동원 박사는 결국 정 교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647층 행을 감행한다. 빈스토크에 온 지 보름밖에 안 된 세 사람은 어마어마한 물가에 눈물을 머금으며 선물을 사 들고 27층에서부터 647층까지 머나먼 모험을 떠나는데, 이들에게 빈스토크의 꼬이고 꼬인 엘리베이터 체계는 까다롭고 험난하기만 하다.

§ 자연예찬
작가 K는 유명한 자연주의 작가다.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려내는 K의 솜씨는 놀라움 그 자체이지만 문제는 그가 평생 빈스토크를 단 한 번도 벗어나본 적이 없다는 사실. 그가 묘사하는 자연은 결국 어딘가에서 보고 베낀 아류에 불과하다. 편집자 D는 그 사실을 날카롭게 지적하며 K를 압박한다.
원래 K는 자연주의 작가가 아니었다. 오히려 현실참여 성격이 강한 글을 쓰는 사실주의 작가였다. D는 그의 작풍이 변한 것을 안타까워하며, 예전과 같은 힘 있는 글이 다시 나와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K는 요지부동이다. 그는 지금은 누군가를 비판할 때가 아니라며, 한결같이 자연의 아름다움만을 노래하고자 한다.
그러던 어느 날 K가 D에게 한 편의 글을 보내오는데…….

§ 엘리베이터 기동연습
지금은 비록 빈스토크 경비실장이라는 중책에 올랐지만, 내게도 어려운 시절이 있었다. 부친이 전 재산을 털어 넣은 위성 궤도 사업이 몰락하고 모친마저 떠나버리자 내게 남은 건 고시원 방 한 칸뿐이었다. 난방조차 못 할 만큼 어렵고 가난하던 시절, 520층 고시원촌에 몰아치는 한겨울 추위는 견디기 어려웠다.
그때 나를 구해준 것은 새로 이사 온 옆집 여자, 그리고 겨울 내내 훈훈한 온기를 발산했던 옆집이었다. 옆집을 들여다본 적은 없었다. 벽이 붙어 있기는 하지만 빈스토크 특유의 복잡한 구조 때문에 도대체 어디로 가야 입구가 있는지 짐작도 안 갔다.
나는 시험에 붙었고, 고생 끝에 결국 경비실 고위직에 올랐다. 그리고 그 여자가 생각났다. 애절한 그리움을 참을 수 없게 된 어느 날, 나는 그녀를 찾아보기로 결심했다.

§ 광장의 아미타불
빈스토크 사설 경비업체에 취직한 ‘형부’는 시위 진압을 주 업무로 하는 기마경비대에 배속된다. <코스모마피아>와 빈스토크의 대립이 점점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고 빈스토크 내부의 반전 시위도 격화되어가자 시 경비대에서는 치안 유지, 시위 진압 명목으로 코끼리를 새로 들여오기로 한다.
엘리베이터로 코끼리를 실어 나르는 게 불가능해 타워크레인으로 어찌어찌 321층까지 끌어 올리는 데에는 성공하나, 동물원이 없는 빈스토크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들은 난생 처음 보는 코끼리를 무서워한다. 결국 외국인 노동자 신분인 형부가 코끼리 아미타브의 사육을 담당하게 되는데.

털면 먼지 나는 사람들의 유쾌한 반란
능청맞게 재미있는 『타워』 개념어 사전


개 : ① 빈스토크 생태계에서 가장 대표적인 네 발 짐승. 일부 개체는 빈스토크 내 권력 핵심부에 서식하며 ‘국민’이라고 짖기도 하여 언어 구사 가능성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② 인간의 다양한 존재양태 중 하나로, 일정 정도 이상 알코올을 섭취한 경우에 발현되는 인간 내면의 극단적 외면화 현상을 일컬음.

권력장 : 권력이 작용하는 공간. 권력 핵심부를 향해 만곡곡선의 형태로 일그러진 3차원 공간으로 지표가 되는 재화나 용역의 흐름을 관측하여 재구성할 수 있다. 개인이 자기 의지와 관계없이 권력관계에 놓인 개체로 행동하게 만드는 권력 기제로, 인간도 아닌 것들이 인간인 것처럼 권력을 행사하는 사태가 발생하게 만든 원인임.

먼지 : 현대 도시인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존재의 흔적. 초고층 문명의 사회계약은 누구든 털면 먼지가 나기 때문에 서로 털지 않는 게 합리적이라는 암묵적 합의 위에서 이루어졌음. 그러나 이 사회계약이 법률상 책임까지 면제해주지는 못함. 예) 그러자 시 정부에서는 비판하는 사람들을 불러다가 먼지를 털었다.(「자연예찬」 중에서)

바보 : 현대 도시인들 사이에 합의된 최소한의 사악함을 습득하지 못하여 타인이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인간의 도리를 행함으로써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는 사람. 예) “저 때문에 그런 건 아니라고 믿고 싶지만, 그 사람 워낙 바보여서”, ‘거기서 뭐하니 바보야.’(「타클라마칸 배달사고」 중에서)

사랑 : 존재 간의 결합과 분리 과정에서 느껴지는 근원적 충족감, 혹은 박탈의 감정. 난방비를 부담할 수 없는 극빈층의 경우 단지 벽을 넘어 전해지는 옆방의 온기만으로도 극단적인 신뢰와 호의, 온정, 그리움 등의 감정을 느끼기도 함. 예) “그건 거의 사랑이었어.”(「엘리베이터 기동연습」 중에서)

수평주의와 수직주의 : 수평운송노조와 수직운송조합의 입장 차이에서 비롯된 빈스토크의 양대 이념 체계.

엘리베이터 : 빈스토크의 대표적인 교통수단으로서 30층 이내 구간을 오가는 단거리 엘리베이터, 50층에서 100층 사이를 오가는 중거리 엘리베이터, 그리고 장거리 엘리베이터로 구분됨. 대부분 민간 사업자들이 운영하며 운임은 유료.

역군은(易君恩)이샷다 : 통치자의 은덕을 찬양하는 고전 가사의 종결구. ‘이 또한 임금님의 은혜다!’라는 뜻.

욕 : 축적된 감정적 유대를 희생하여 업무의 효율성 제고를 꾀하는 의사소통 방식. 예) “곧 성행위를 할 사람들”, “생식기 같은 자들”(「엘리베이터 기동연습」 중에서)

자연 : 빈스토크 외부 세계 어딘가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다종(多種) 생태계와 천연 지형지물의 복합체. 정치적 환경 변화에 따라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예찬하는 문예사조가 꽃을 피우기도 하지만 직접 보고 쓰는 예술가는 극히 드물며, 심지어 저소공포증을 호소하는 작가가 자연예찬론자에 포함된 경우도 있음.

저소공포증 : ① 빈스토크 토착민들에게서 나타나는 정신장애.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50층 이하 높이에서 호흡 곤란, 정신착란, 환각 등의 증상을 동반하며 결국 건물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됨. ② 빈스토크의 민족주의를 비유하여 지칭하는 말. 예) 그에게는 빈스토크에 대한 절대적인 사랑의 증거, 저소공포증이 있었다.(「샤리아에 부합하는」 중에서)

조그만 정성 : 대가성 혐의를 희석시키기 위해 주로 사적인 대인관계망을 따라 전달되는 재화나 용역을 가리키는 말. 여기에 전자 태그를 부착할 경우 권력장을 측정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음. 예) 연구진 사이에서도 불만이 없지 않았지만, 도대체 어떻게 줄이 닿았는지 핵심 권력 근처 광범위한 영역에 ‘조그만 정성’을 뿌려대는 정 교수의 능력만큼은 누구든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동원박사 세 사람 : 개를 포함한 경우」 중에서)

코스모마피아 : 위성 요격 미사일 기술을 보유한 구공산당 계통의 무장세력. 빈스토크의 주력 산업인 위성 서비스 산업에 심각한 위협을 가함.

ICBM 스페셜 에디션 : 코스모마피아의 대륙간탄도미사일 공격에 직면한 빈스토크의 세기말적 분위기를 기념하는 여성용 명품 가방. 한정판매.(「샤리아에 부합하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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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리뷰

  • 타워 | we**p9 | 2012.01.05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근 미래의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조금만 읽다보면 현재와 다르지 않게 느끼게 된다. 대한민국에서도 서울, 그 중에서도 ...
     근 미래의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조금만 읽다보면 현재와 다르지 않게 느끼게 된다. 대한민국에서도 서울, 그 중에서도 그 들만의 동네가 빈스토크와 같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동원 박사 세 사람’에서의 권력연구는 현실에서도 충분히 검토 가능한 연구일 것 같고, ‘타클라마칸 배달 사고’에서의 용역의 모습은 현실의 임시직들의 모습과 겹쳐지며 요즘 나타나는 SNS을 통한 민중들의 힘을 민소를 찾을 때 볼 수 있게 된다. 또한 ‘카페 빈스토킹’에서 카페를 교묘하게 없애서 여론을 조작하는 것이 현재 정권이 하는 짓과 왜 이렇게 비슷한지 서글픈 웃음이 자꾸만 나오게 된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기동연습’에서 수평과 수직이 함께 할 수 없는 모습 속에서 왜 이렇게 우리들은 극과 극으로 나누어 대립할 수밖에 없는 것인지, 함께 하는 것이 불가능 한 것은 구조적 문제인지 인간적 본성인지 고민하게 만든다.

     개가 되어 버린 정교수가 소설 여기저기서 가끔 나타날 때 마다, 그리고, 여기저기의 블랙 유머들이 그 어떤 코미디 프로보다 나를 피식 피식 웃게 만들어서 정말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단지 ‘샤리아에 부합하는’에서 보여준 희망이 이렇듯 가슴에 와닿지 못하는 것은 정말 슬픈 일이다.
  • 타워 | su**est | 2011.10.10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길을 걷다 20층 높이의 아파트를 올려다본다. 저 높이의 30배가 높는 타워가 있다는 얘기지. 고개를 더 뒤로젖혀 20층씩...
    길을 걷다 20층 높이의 아파트를 올려다본다.
    저 높이의 30배가 높는 타워가 있다는 얘기지.
    고개를 더 뒤로젖혀 20층씩 높이를 더해본다.
    어쩌면 구름위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싶다.
    674층, 빈스토크 타워, 상주인구 50만명의 어엿한 주권국가.
    저소공포증이 있는 사람들도 있어 몇 백층 위에서도 창문에 기대
    아래를 내려다보는 걸 즐긴다니 나같은 고소공포증 환자는 생각만해도
    아찔해 진다.
    이야기의 겉 뼈대는 아직까지는 황당하다고 할 수 있는 설정이지만
    그 안의 내용들은 심금을 울리며 때로는 전율하고 또 때로는 박장대소하게
    만드는 힘을 가졌다.
    몇 개의 작은 소설들로 이루어진 연작소설인데 그 중심엔 빈스토크라는
    그들만의 공간이 있다.  이곳과 마찬가지로 그곳에서도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한 국가를 이루며 살고있고, 지금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황당한
    사건들이 그곳에서도 똑같이 벌어지고 있다.  소설의 배경이 지금으로부터
    몇 십년이 지난 후이건, 몇 백년이 지난 후이건 사람사는 곳의 모습이란
    겉모습만 조금 차이날 뿐이지 그 본성은 어디로 가지 않을거란 확신마저 들게 한다.
    유머 넘치고 재기 발랄한 이야기 가운데서도 기억에 남는 얘기는 '타클라마칸 배달 사고'가 있다.
    빈통의 시민이 된 여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용벙으로 뛰어든 남자가 타클라마칸 사막에서 격추되고
    그 위치를 찾으려 여러 사람이 힘을 모으는 이야기인데, 아 빈스토크에도 사람냄새가 나는구나
    싶은 감동을 준다.
     
  • 배명훈의 소설을 몽땅 앞에 쌓아두고 있다.나는 이제부터 천천히, 아주 천천히 배명훈 읽기에 들어가려고 한다. 그 첫 번째는 ...
    배명훈의 소설을 몽땅 앞에 쌓아두고 있다.
    나는 이제부터 천천히, 아주 천천히 배명훈 읽기에 들어가려고 한다.

    그 첫 번째는 그의 이름이 등장하는 ‘타워’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 ‘타워’는 모든 시민이 초고층 빌딩에 산다는 도시국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모은 책이다. 빌딩으로 된 도시, 그것도 국가라는 것에 아연한 감이 없지 않지만 배명훈은 그것을 능구렁이처럼 그럴듯하게 잘 설명하고 있다.

     

    정말,


    그런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만큼 말이다.

     

    이 도시는 모든 것을 감시할 수 있다.
    권력이 어디에서 어떻게 이동하는지도 알 수 있다.

     

    이곳에서 누가 행복할까.

     

    배명훈은 소설은 유쾌했다. 엉뚱하면서도 치밀한 그물망이 보였다.
    박민규 소설에서 느꼈던 향수와 김중혁 소설에서 느꼈던 향수가 섞인 것 같다.
    그만의 향수는 결국, 무엇이 될까.

     

    익숙한 듯 하면서도 생소하다.


    아무래도 이 작가를 좋아하게 될 것 같다.

  •   #  SF를 좋아하지 않는 당신에게 권하는 소설.      청소년일때는 즐겨...

     


    #  SF를 좋아하지 않는 당신에게 권하는 소설.
     
     
      청소년일때는 즐겨읽었는데, 성인이 되면서 자연스레 멀어진 장르들이 있다. 로맨스, 무협소설, SF, 특히 SF는 현실도피 또는 이상향을 그린 소설이라는 편견으로, 읽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환상문학웹진에서 꾸준히 활동해온 그의 작품을 만나지 못했던 건 그 때문이다. "100년 후, 한국 문단은 작가 배명훈이 이 땅에 있었다는 사실에 뒤늦은 감사를 표해야 할 것이다"라는 박민규 작가의 추천사도 끌렸지만, 무엇보다 미세권력지도를 이야기하고 타워라는 독특한 공간을 만들어낸 이야기가 매혹적이다. 높이 2,408m, 타워의 공간도 높이 못지않게 넓은, 정상까지 올라서려면, 엘리베이터로 수없이 갈아타야하는 공간을 만든 작가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편견의 안경을 벗고 바라본 그의 작품은 다음 이야기를 읽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무엇보다 말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도, 발언하려면, 큰 대가를 치뤄야 하는 압박이 커져가는 현실을 잘 보여주지만, 그는 현실이 아닌 가상의 공간을 이야기한다. 절망을 보여주고, 희망을 이야기하는 그의 글을 읽는 내내, 내 입가에 떠나지 않는 건 웃음이었다. 힘든 세상일수록, 웃고 살아야 한다. 『벌거벗은 임금님』의 현대판 같은 사회를 바라보는 통찰력이 가득한 SF 연작소설이다.
     
     
    #  소설을 통해, 무기력한 현실을 읽다.
     
     
      길이 674층의 높이에 인구 50만명이 살고있는 총면적이 타워로 꽤 넓은 타워로 이루어진 빈스토크는 경비대로 불리는 독자적인 군대를 보유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과 물가는 최고 수준이며, 인공위성 사업이 핵심산업인 타워 도시국가이다. 도시국가에 살고있는 미세권력연구소의 연구원, 가장 유명한 광고회사인 이앤케이에 들어가려는 인턴사원 은수와 영주권을 얻기 위해, 군대를 다녀왔지만 다시 5년간 복무를 선택한 용역 해군으로 들어간 민소, 부조리한 현실을 고발하던 작가 P였지만, 고소공포증으로 인해, 가보지 못한 먼나라의 로봇을 관리하는 여성의 지원금을 위해, 자연예찬의 글을 쓰는 작가 P, 타워를 지키는 경비대이지만, 군대와 같은 역할을 하는, 비상시 엘리베이터 이송 계획을 세우는 수직주의자와 그가 연모하는 수평주의자 여성, 불심이 강한 코끼리를 관리하는 용역의 직원으로 들어간 남자와 다른 나라에 거주한 그의 처제,  타워의 유일한 위협세력인 코스모마피아의 첩자인 셰흐리반과 코스모마피아의 공격에 대비하는 정보국 2급 행정관 최신학 등, 타워에서 살아가는 일상의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다른 나라에 둘러싸여 있고, 층이 올라갈수록 부유하며, 살인적인 물가와 비정규직들이 탄압받는 우울한 현실들, 소설이 그려내는 공간은 가상의 공간이지만, 한국의 현재의 모습을 보는 듯한, 무기력한 현실이 책을 통해 생생하게 드러난다.  인맥과 미세권력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힘든 현실, 살기위해 열심히 애써보아야 결국 버려지고 마는 존재들, 아무리 미소짓고 순한 코끼리도 광분하게 만드는 광장의 시위 진압용 최루액,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하지 않지만, 자기들의 위험을 이야기하는 자들을 먼지 털어, 사회적 매장시키는 언론, 생존을 위해 자신의 일에 충실한 뿐이지만, 자연스럽게 타인을 억압하는 일에 놓일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현실의 어두운 풍경과 겹쳐 무기력해진다.
     
     
    #  그는 웃음과 희망을 이야기한다.
     
     
      우울하고 부조리한 현실만 보여주는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가 만들어낸 소설적 풍경은 우울하지만,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행동을 살펴보다보면 웃음이 나온다. 희망이 보인다. 내면을 아는 배우 (강아지) P와의 '미친 인터뷰'를 보며, 『광장의 아미타불』의 시위하는 사람들과 진압하는 사람들의 살벌한 풍경을 보면서도, 주인공 남자의 행동을 보면 웃음이 나왔다. 아이러니한 웃음이 우울한 현실을 견디게 하는 힘이 되어주었다. 모든 정보가 오픈되었지만, 아무도 그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도리어 책임을 추궁하는 『샤리아에 부합하는』의 지도층의 모습을 보면, 너무 깔깔대며 웃다가, 눈물이 맺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왜이리 작가는 능청스럽고 유머스러운지, 그의 재치게 웃지 않을 수 없고, 그가 보여주는 풍경에 울지 않을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고 오해가 풀리면, 내 뜻을 알아줄거라고 독선하는 사람들을 행태를 지켜봐야 하고, 연일 중요사항은 외면하고, 감정을 자극하는 증오를 부추기는 언론의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웃음이라 생각한다. 내 생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받아들여야 할 때 화가난다고 한다. 마음을 넓혀, 부조리한 현실을 받아들이되, 현실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기 위해, 웃음으로, 아이러니한 현실을 기억하는 일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내가 지켜보니까, 우리나라는 ...사람들 때문에 안돼..'라고 푸념하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현실을 이겨내는 힘이 필요하다. 「자연 예찬」에 먼지 털리는 사람들이 작가에서 모든 블로거로 늘어나는 현실을 이겨내기 위해,  서로를 남이라고, 원수라고 증오하지 않는 마음이 필요하다. 이해할 수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이해하려는 노력, 각자의 처지를 이해하되, 바꾸기 위한 의지를 멈추지 않는 노력이 간절하다. 「타클라마칸 배달 사고」에서 격추당한 소민이, 타워의 담당자의 외면에도 불구하고, 은수의 간절한 마음과 서로 연결되지 않는 작은 마음들의 힘을 모음으로써, 희망의 끈을 잡는 모습을 보며, 포기하지 말고, 웃음으로 견뎌내보라는 작가가 보냈는지 알 수 없는 메시지가 마음에 남는다.
     
      우울의 늪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싶은 지인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우리가 포기하지 않고, 함께 부조리한 현실을 잊지 않는다면, 십년 후, 이십년 후에 자라나는 아이들이 이 모순을 다시 겪는 일은 없으리라 믿는다. 광장에서 이야기 할 권리가 사라질수록, 게릴라로 비밀리에 외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늘어날거라 생각한다. 누군가 흘리는 작은 눈물은 손바닥으로 가릴 수 있지만, 하늘에서 내리는 장대비는 막을 수 없다. 모두가 좋은 공간에서 비를 피하려 하지 않고, 비가 내렸을 때, 가장 피해입는 안타까운 사람들의 마음을 다독이기 위해 노력한다면, 더 경제가 발전하지 않더라도, 서로 행복하게 살 수 있을거라 믿는다. 어쩌면 경제발전보다 중요한 건, 사회의 사람들끼리 맺어가는 작은 살뜰한 마음들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일이라 생각한다. 누군가 2009년 상반기의 한국이 어떤 모습이라고 묻는다면, 대답 대신 이 책을 읽어보라 이야기 하겠다.

  • 초고층 빌딩으로 구성된 국가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경쾌한 문체로 풀어간 연작소설집 <타워>. 이 책은 설정만으로 바...

    초고층 빌딩으로 구성된 국가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경쾌한 문체로 풀어간 연작소설집 <타워>. 이 책은 설정만으로 바벨탑을 떠올리게 한다. 높은 곳에 올라가겠다는 헛된 욕망으로 끊임 없이 높게, 높게 건물을 쌓아올려 갔던 시도는 결국 실패로 끝났다. 반면에 <타워>에 등장하는 빌딩은 소재에서 느껴지는 인상을 불식시키기라도 하는 듯 엄청나게 복잡하고 자세한 시스템을 지니고 있다. 이 시스템을 소개하는 부분에서 작가의 치밀함과 해박함에 빠져들게 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건들은 지금 한국의 현실과 무척 맞닿아 있다. 특정한 인물, 특정한 사건을 떠올리게도 하지만 단순히 거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러한 현실들 속에 내재되어 있는, 일반적인 인간의 군상들을 다루고 있다. 어떻게 보면 유형화 시킬 수도 있는 인간적인 면모들에 한국적(이라 연상되는) 상황과 지금 우리에게 친숙한 기술들이 어우러져 내가 살고 있는 지금과 무척 비슷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흥미롭고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의 흐름의 결말들이 분명하게 매듭지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수평으로는 펼쳐져 있지 않고, 수직으로만 구성되어 있는 공간의 이야기를 위로든, 아래로든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하며 보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또한 독자들의 상상에 맡기려는 의도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독자들이 만들어진 이야기에서 기대하는 것은 이야기 속에서 만난 장면들에 내재되어 있는 어떤 인상들이나, 롤러 코스터를 타듯 빠르게 흘러가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따라갔던 기억이 아니라, 그 이야기가 어떻게 끝났는지에 대한 것이다. 초고층 빌딩의 곳곳에서 벌어지는 여러 군상들이 등장했지만 결국 그 안에서 벌어진 사건들은 인간의 것이었고, 대부분 남녀에 관한 것이었듯, 작가가 독자의 가려움을 조금 더 평범하게 긁어주었더라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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