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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위의 딸(펭귄클래식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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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쪽 | B6
ISBN-10 : 890109424X
ISBN-13 : 9788901094243
대위의 딸(펭귄클래식 29) 중고
저자 알렉산드르 푸시킨 | 역자 심지은 | 출판사 웅진씽크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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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4월 24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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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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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에서 만나는 진솔한 삶의 모습!

'러시아 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마지막 소설『대위의 딸』. 혼란한 18세기 러시아를 배경으로, 자신의 명예를 끝까지 지키고자 했던 평범한 귀족 청년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역사소설이다. 푸시킨이 집필 전 10여 년 동안 직접 발로 뛰며 푸가쵸프 반란사를 연구해서 얻은 해박한 지식과 독특한 작가적 허구가 잘 어우러져 있다.

1833년부터 1836년까지 4년 여에 걸쳐 쓰여진 이 작품은 러시아 근대 장편소설의 효시이자, 이후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와 숄로호프의 <고요한 돈 강>으로 이어지는 유장한 역사소설의 지류를 형성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예카테리나 여제 치하에서 고통하던 농민들을 이끌고 반란을 일으킨 푸가쵸프와, 끝까지 여제에 대한 충성과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마음을 저버리지 않는 귀족 장교 그리뇨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역사소설이지만, 거대한 역사의 한복판에서 살아가는 개개인의 삶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당시 주류를 이루었던 정통 역사소설과는 달리, 푸가쵸프 반란과 정부군의 진압 과정에 대한 역사적 서술을 줄이고 주인공의 로맨스와 가족사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또한 동화적이고 목가적인 분위기에, 우스꽝스러운 인물과 상황 묘사로 유쾌함을 더했다.

시리즈 살펴보기!
세계적인 작가들의 대표작을 소개하는 고전 문학 시리즈「펭귄클래식」한국어판. 충실한 원본을 토대로 소개하고,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연구자 및 현대 주요 작가들이 직접 쓴 서문을 함께 실어 전문성을 갖추었다. 또한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들을 중심으로 선별하되, 그동안 소개되지 않았던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저자소개

지은이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푸시킨
1799년 5월 26일(날짜는 모두 구력) 모스크바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세르게이 르보비치는 유서 깊은 모스크바 귀족 가문 출신의 퇴역한 소령이며, 어머니 나데즈다 오시포브나는 에티오피아 왕자 한니발 장군의 손녀였다. 유년 시절에는 상류층 자제들을 위한 왕실귀족학교 리체이에서 교육을 받으며 시인으로서의 재능을 다져 나갔다. 리체이 졸업 후 군 복무를 마친 뒤 페테르부르크의 외무성에서 근무를 시작했으나, 이는 명목상의 직위로서 청년 푸시킨은 수도를 활보하며 방탕한 생활을 즐겼다. 1820년 「자유」 등의 작품이 불온시로 검열당국에 알려지면서 러시아 남부로 이송되어 그곳에서 4년간 유배 생활을 한다. 유배지에서도 창작활동은 계속되어 이 기간 동안 「카프카스의 포로」, 「바흐치사라이의 분수」 등의 낭만적 서사시를 완성하며 작가로서의 성공을 거둔다. 이후 2년간 어머니의 영지 미하일롭스코예에서 러시아 민중의 삶을 직접 보고 느끼는 생활을 하면서 창작의 시야를 넓히고 인생에 대한 폭넓은 시각을 갖춘 예술가로 거듭난다. 1826년 푸시킨은 황제 니콜라이 1세의 부름을 받고 모스크바로 호송되는데, 이때부터 시인에 대한 정부의 감시와 검열은 사망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이러한 암울한 상황에도 시인의 창작열은 식지 않아서 1830년 시인은 아버지의 영지 볼디노에서 『예브게니 오네긴』을 완성하고 산문소설 「고 이반 페트로비치 벨킨의 이야기」를 쓰는 등 창작의 성숙기를 맞았다. 1831년 결혼한 이후 시인의 관심은 역사로 이어져 1833년부터 푸가쵸프 반란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다. 차르로부터 여행 허가를 받고 넉 달간 우랄 지방을 여행하며 푸가쵸프의 발자취를 좇았고, 그 성과물이 역사서 「푸가쵸프사」와 1836년 자신의 잡지 《현대인》에 실린 소설 『대위의 딸』이다. 푸시킨의 마지막 소설이 된 『대위의 딸』은 생전에는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사후 러시아 근대 장편소설의 효시이자 역사소설의 지류를 형성한 근원지로 평가받는다.
점점 더 옥죄어 오는 권력의 감시와 억압 속에서 힘든 생을 보내던 시인은 아내와의 염문을 퍼뜨린 프랑스인 단테스의 양부 헤케른에게 결투를 신청해, 1837년 1월 27일 치명상을 입고 집으로 옮겨져 이틀 후에 사망했다. 전 국민의 애도의 대상이 된 시인의 죽음으로 민중의 대규모 소요를 두려워한 황제와 경찰은 비밀스럽게 시인의 장례식을 치른 뒤 미하일롭스코예의 수도원 묘지에 고인의 묘를 안장했다.

옮긴이 심지은
연세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노문학 석사학위를, 페테르부르크에 있는 러시아문학연구소에서 노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 『러시아인, 조선을 거닐다』가 있다.

목차

1장 근위 중사
2장 길잡이
3장 요새
4장 결투
5장 사랑
6장 푸가쵸프의 난
7장 습격
8장 불청객
9장 이별
10장 포위된 도시
11장 폭도들의 소굴
12장 고아
13장 체포
14장 재판

작품해설 / 푸시킨의 삶과 창작
작가 연보
옮긴이 주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내 심장은 불타올랐다. 머릿속으로 그녀의 기사가 된 내 모습을 그려보았다.” 러시아 문학의 아버지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마지막 소설 러시아 문학사에서 푸시킨은 근대 러시아어의 규범을 확립하는 동시에 완성하고, 근대 러시아문학의 기틀을 확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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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은 불타올랐다.
머릿속으로 그녀의 기사가 된 내 모습을 그려보았다.”

러시아 문학의 아버지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마지막 소설

러시아 문학사에서 푸시킨은 근대 러시아어의 규범을 확립하는 동시에 완성하고, 근대 러시아문학의 기틀을 확립함과 동시에 완성한 이로 기억된다. ‘러시아 시문학의 태양’인 푸시킨이 없었다면 19세기 초 러시아 서정시의 황금시대는 도래하지 않았을 것이며, 리얼리즘을 정초한 그가 없었다면 러시아의 자랑인 19세기 후반 러시아 리얼리즘 소설의 성취 역시 불가능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20세기 초 유례없는 과감한 예술적 실험을 감행했던 러시아 모더니즘의 유산도 푸시킨의 혁신적인 도전정신에 기대지 않았더라면 초라해졌을 것이다. 오늘날의 현대 러시아 작가들에게도 무한한 창작의 영감을 제공하고 있는 푸시킨의 문학과 그의 시대는 따라서 과거에 대한 기념비로서의 역할로만 그 의미가 축소되지는 않는다. 특정 장르와 특정 문예 사조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창작하며 인간과 인간 삶의 본질을 성찰하는 그의 문학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신선하고 흥미진진하다.

이러한 커다란 위상을 지닌 푸시킨의 마지막 유작 소설 『대위의 딸』은 1833년부터 1836년까지 4년여에 걸쳐 쓰인 작품이다. 그러나 새로운 형식과 장르 실험으로 러시아 문단에 낯설게 비춰진 이전의 그의 산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대위의 딸』 또한 출간 당시에는 독자와 비평가들의 몰이해와 무관심을 견뎌야 했다. 작품 집필 전 십여 년의 기간 동안 직접 자신의 발로 뛰며 푸가쵸프 반란사를 연구해서 얻은 해박한 지식과 독특한 작가적 허구가 절묘하게 결합되어 탄생한 이 작품은 극심한 농노혁명을 겪었던 혼란한 18세기 러시아를 배경으로, 그 속에서 자신의 명예를 끝까지 지키고자 애썼던 한 평범한 귀족 청년의 사랑 이야기를 골자로 하는 역사소설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 당시 주류를 이루었던 정통 역사소설과는 거리가 먼 특징들로 가득했다. 우선, 푸가쵸프 반란과 정부군의 진압 과정에 관한 상세한 역사적 서술이 의도적으로 억제된 대신 주인공의 로맨스와 가족사가 소설의 전면에 부각되어 있다. 또한 역사소설의 진중함을 비웃기라도 하듯 시종일관 동화적이고 목가적인 분위기에 우스꽝스러운 인물과 상황의 묘사가 유쾌한 정조를 불러일으킨다. 더군다나 삼류 소설에나 어울릴 법한 난무하는 우연과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진부한 결말은 소설 속에 빈번히 등장하는 진지하거나 끔찍한 장면까지도 가볍게 웃어넘길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특징은 현대에도 『대위의 딸』이 어려운 역사소설이 아닌 어린이용 동화로 읽히는 원인이 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겉모습은 소설의 내적 논리를 감춘 외피에 불과하다. 푸시킨의 창작 전반을 아우르는 특징 가운데 하나이면서 푸시킨이 수용했던 당시 전 유럽을 휩쓸었던 낭만주의 역사관은, 역사가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기록하지만 예술가는 그 이면에 담긴 진실을 발견하며, 평범한 인간의 사소한 일상이 국가의 공식 역사보다 더 값진 역사를 간직한다는 것이었다. 소설 속 “평범한 인물들에게서 발견되는 단순한 위대함”은 소설의 주제론적 차원에서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한다. 나날이 고통스러워져만 가는 비속한 삶과 열악한 창작 환경 속에서도 푸시킨은 선한 인간성과 인간의 잠재력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았으며, 이를 『대위의 딸』에서 예술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때문에 러시아 문학사와 문화사에서 『대위의 딸』의 탄생은 매우 중요한 순간으로 기억된다. 이 작품은 러시아 근대 장편소설의 효시이자 톨스토이의 역사소설 『전쟁과 평화』를 예고하는 소설이며, 이후 숄로호프의 『고요한 돈 강』으로 이어지는 유장한 역사소설의 지류를 형성한 근원지로 평가된다. 또한 소설 속에 묘사된 예카테리나 여제와 푸가쵸프의 형상은 일반 역사서에 기록된 모습보다 더 사실적으로 독자들의 기억 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 푸시킨의 펜 끝에서 예술적으로 형상화되어 새롭게 탄생한 역사상의 두 인물은 역사서의 영역을 벗어나 불멸의 문학적 삶을 얻게 되었다.

이번에 펭귄클래식으로 새롭게 번역 소개되는 『대위의 딸』은 진정한 역사소설로서의 이 작품의 가치를 느끼게 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대위의 딸』로 학위를 받은 소장학자의 참신한 번역은 18세기 다양한 계층의 러시아인들이 쓰는 구어체를 현대의 우리말로 자연스럽게 옮기고 있으며, 작가가 의도적으로 설정한 유쾌하고 코믹한 부분과 진지한 면을 대조적으로 매우 실감 나게 살리고 있다. 또한 푸시킨의 생애를 작품과 연계하여 친절하고 풍부하게 정리해 주고, 작품 자체에 대한 객관적이고 세밀한 분석과 평가를 쉽고도 흥미진진하게 풀어 나가고 있는 역자의 작품해설은 이 작품을 읽은 독자가 가질 수 있는 특권이기도 하다.

역사라는 거대하고 추상적인 사건의 한복판에서 살아가는 개개인의 평범하고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거짓 없이 생생하게 전하는 펭귄클래식의 『대위의 딸』은 역사라는 가면 대신 개개인의 진실한 삶의 모습과 진정한 휴머니즘의 정신을 소개하는 마지막 정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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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알렉산드르 푸시킨 <대위의 딸>- 핑크빛으로 쓴 실패한 혁명기       &nbs...
    알렉산드르 푸시킨 <대위의 딸>
    - 핑크빛으로 쓴 실패한 혁명기
     
     
     
     
     

    러시아의 대문호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소설 <대위의 딸>을 읽었다. 시인으로 유명한 푸시킨이 쓴 소설이라 신선한 매력이 있었다
     

     
     

     
     

     

     
     

    1.
     
    <대위의 딸>은 책장이 쉽게 넘어가는 책이다. 역사 소설이라는 이야기만 듣고 책을 펼쳤는데, 작품의 저자인 푸시킨은 친절하게도 유머를 섞어가면서 독자들에게 재미있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대위의 딸>은 러시아라는 먼 나라에서, 지금으로부터 먼 옛날에 벌어진 사건을 다룬 이야기였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치 할머니 머리맡에 누워 전래동화를 듣는 것 같았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낯선 러시아 이름들이 감상을 가로막는 복병이었다. 러시아 이름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여러가지 '장치'들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이름은 성과 이름으로 구성된 단순한 형태를 지니고, 고작해봐야 옛 선비들이 '호'를 지었을 따름인데, 러시아에서는 한 사람을 부르는 이름이 참 다양하다.

    우선 이름이 있고, 이름 뒤에는 아버지 이름에 -비치(남자) / -브나(여자) 를 붙이는 '부칭'(父稱)이 따라온다. 부칭 뒤에는 마지막으로 성(姓)이 붙는다. 이 책을 지은 러시아의 대문호 푸시킨의 풀 네임 역시 이런 구조를 가지고 있다. 푸시킨의 풀 네임은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푸시킨(Александр Сергеевич Пушкин). 푸시킨의 이름은 알렉산드르, 그리고 푸시킨의 아버지가 세르게이였기 때문에 부칭은 세르게예비치, 그리고 성이 푸시킨이다. 하지만 실제로 러시아에서 사람을 부를 때에는 성을 부르지 않고 이름과 부칭으로만 부른다고 한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상대방의 성을 부르는 것은 큰 실례라고 하니 러시아 사람을 만날 때에는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복잡한 이름의 구조 뿐만 아니라, 러시아 이름 특유의 애칭 역시 골치아프다. 러시아 사람들이 사용하는 이름은 그 수가 한정적이고, 따라서 그 한정적인 이름에 각각 애칭이 "정해져"있어서, 러시아 문학 작품 안에서 저자는 왠만해서는 애칭에 대한 사전 설명 없이 애칭과 본명을 섞어가며 서술한다. 러시아어 초급 책의 뒤에는 하나도 빠짐없이 본 이름 - 애칭 대응표가 달려있으니 말 다했다.
     
     
    알렉산드르 푸시킨
     
     
    2.
     
    "혹시 세 번째 읽게 된다면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테지요."
    - 푸슈킨의 친구 오도예프스키.. 갓 완성된 <대위의 딸>을 출간 전에 먼저 읽어보고
     
    익숙하지 않은 러시아 사람들의 이름 관습에만 적응되면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대위의 딸>. 그러나 마냥  가벼운 러브스토리로 읽기에는 왠지모를 찝찝함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위에 인용한, 푸슈킨의 친구였던 오도예프스키의 말도 이런 찝찝함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대위의 딸>은 키르기스 요새에 파견된 청년 장교 표트르 안드레비치와, 요새 사령관의 딸 마리야 이바노브나 사이의 사랑 이야기이다. 표트르와 마리야가 사랑을 키워갈 무렵, 농민 봉기인 '푸가초프의 난'이 키르기스 요새를 덮쳐 표트르는 푸가초프의 포로가 되고 마리야는 부모를 잃는다. 하지만 푸가초프는 전에 표트르 안드레비치의 은혜를 입은 일이 있어 두 사람은 친근한 사이가 된다. 푸가초프는 키르기스 요새의 함락으로 인해 푸가초프의 반란군의 포로가 된 표트르를 풀어준다. 그리고, 반란군과 진압군의 팽팽한 접전 중에 표트르 안드레비치는 푸가초프의 도움으로 연인의 목숨을 구한다. 한편, 위세를 떨치던 '푸가초프의 난'은 시간이 지나 결국 진압되고, 표트르와 마리야 연인은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러나 동료이자 연적인 시바브린의 밀고로 표트르는 반역자라는 모함을 받아 러시아군에게 끌려가게 된다. 사건이 잠시 비극으로 치닫는 양상을 보이지만 결국 마리야가 직접 러시아의 여제를 만나 호소하고, 표트르를 구출해낸다.
     

    여기서 이야기를 끝내도 괜찮을 것 같지만, 푸시킨은 말미에 푸가초프의 처형 장면을 첨가했다. 표트르 안드레예비치는 마리야 이바노브나의 도움으로 누명을 벗고 자유의 몸이 된 이후 푸가초프의 처형장에 가는 것이다. 푸가초프는 처형장에서 표트르를 알아보고 옛 우정과 추억을 함께한다는 의미로 표트르에게 고개를 끄덕여보인다. 표트르가 처형장에 간 것과 푸가초프가 표트르에게 고개를 끄덕인 것은 무슨 의미인 것인가? 물론 푸가초프는 사랑하는 사이를 갈라놓은 정말 나쁜 사람이지만, 정말 처형을 당해야 할 만큼 악독한 인물이었을까? 혹시 푸가초프는 부패와 부정의 극치를 달리던 차르 정권 말기의 희생자로 볼 수 있지는 않을까?
     
     
     
     
     
     
     
    푸가초프(좌) 그리고 전봉준(우)

     
    3.

    사실 사회나 체제의 흐름에 농민들의 반항한다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그리 낯설지 않다. 농민들은 FTA에 반대하고, 그 이전에는 WTO에 반대했으며, 60년대 70년대에는 정권이 구상하고 강요한 산업화 일변도의 국가 발전 모델 속에서 허덕였다. 그 아픔의 기원을 따라가다보면 한말의 '푸가초프의 난'인 동학농민운동과 마주치게 된다. 푸가초프와 마찬가지로 전봉준도 소외된 자들의 혁명을 꿈꾸었다. 푸가초프와 전봉준 모두에게 농민은 사회의 혼란 속에서 구석으로만 몰리고 있었던 불쌍한 사람들이었고, 두 사람 모두 기꺼이 이들을 위해 앞으로 나섰다. 하지만 두 혁명은 모두 실패로 돌아갔고, 두 혁명 지도자 역시 형장의 이슬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세상은 흘러간다. 그리고 세상에서 사람이 설 수 있는 자리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점점 적어지고 있다. 푸가초프와 전봉준의 시대에는 농민이 세상의 낭떠러지로 몰린 자들이었지만, 60년대 70년대에는 공장의 공돌이, 공순이들이 낭떠러지로 몰렸으며, IMF의 세기말에는 중년의 회사원들과 갓 사회에 나온 앳된 성인들이 낭떠러지로 몰렸다. 그리고 이제는 대학생들과 명사 '대학생'의 미래형인 '비정규직' 역시 낭떠러지로 몰리고 있다.
     
     
     
     
     

    그렇다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낭떠러지에 몰려 있는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몰리는 사람이 있으면 그들을 낭떠러지로 몰아가는 사람도 있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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