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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적 체질(문학과지성 시인선 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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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쪽 | A5
ISBN-10 : 8932020507
ISBN-13 : 9788932020501
상처적 체질(문학과지성 시인선 375) 중고
저자 류근 |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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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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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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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속미로 우리 존재와 세계의 희비극을 가로지르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제375권 『상처적 체질』. 199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부문에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했으나 18년간이나 침묵을 지켜온 저자의 첫 번째 시집이다. 저속한 흥미와 취미 중심의 마음과 행동을 일컫는 통속미로, 우리 존재와 세계의 희비극을 가로지르는 70편의 시를 수록하고 있다. 우리가 멀리하거나 모른 척 해온 '감상'이 알게 모르게 우리 삶을 점령해 버렸음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특히 감상의 힘을 대중의 감각에 의지한 통속미뿐 아니라, 기우뚱하게 균형을 잡은 채 인간사의 본질을 통찰하는 희비극에서 발견해내고 있다.

저자소개

저자 : 류근
경북 문경에서 태어나 충북 청주에서 자랐으며,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와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199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으나 이후 공식적인 작품 발표는 하지 않았다.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달나라
獨酌
빈숲
법칙
벌레처럼 울다
그리운 우체국
바다로 가는 진흙소
폭설
무늬
어떤 흐린 가을비
내 이름의 꽃말
첫사랑
지도에 없는 마을
파적
퇴근
칠판
두물머리 보리밭 끝
편지를 쓴다
상처적 체질
독백
위독한 사랑의 찬가

제2부


황사
중독
안쪽
평화로운 산책
도망간 여자 붙잡는 법
홍길동뎐
햇살, 저 찬란한 햇살
추억에는 온종일 비가 내리네
남겨진 것
시인의 근황
86학번, 일몰학과
86학번, 황사학과
낮은 여름이고 밤부터 가을
친절한 연애
분교마을에서
니들이 내 외로움을
만다라다방
極地
이력

3부
집에 가는 길
풍경
전술보행
머나먼 술집
반성
공무도하가
두번째 나무 아래
둥근 저녁
난독증
유부남
셀라비
반가사유
거룩한 화해
너무 아픈 사랑
치타
사람의 나날
계급의 발견
생존법
聖 삶
겨울의 변방
가족의 힘
구멍 經
나무들은 살아남기 위해 잎사귀를 버린다
탐색
당신의 처음인 마지막 냄새의 자세
쉽고 깊은
더 나은 삶
과거를 ( )하는 능력

해설 통속미 혹은 존재의 희비극 _최현식

책 속으로

나는 빈 들녘에 피어오르는 저녁연기 갈 길 가로막는 노을 따위에 흔히 다친다 내가 기억하는 노래 나를 불러 세우던 몇 번의 가을 내가 쓰러져 새벽까지 울던 한 세월 가파른 사랑 때문에 거듭 다치고 나를 버리고 간 강물들과 자라서는 한번 ...

[책 속으로 더 보기]

나는 빈 들녘에 피어오르는 저녁연기
갈 길 가로막는 노을 따위에
흔히 다친다
내가 기억하는 노래
나를 불러 세우던 몇 번의 가을
내가 쓰러져 새벽까지 울던
한 세월 가파른 사랑 때문에 거듭 다치고
나를 버리고 간 강물들과
자라서는 한번 빠져 다시는 떠오르지 않던
서편 바다의 별빛들 때문에 깊이 다친다
상처는 내가 바라보는 세월

안팎에서 수많은 봄날을 이룩하지만 봄날,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꽃들이 세상에 왔다 가듯
내게도 부를 수 없는 상처의
이름은 늘 있다
저물고 저무는 하늘 근처에
보람 없이 왔다 가는 저녁놀처럼
내가 간직한 상처의 열망, 상처의 거듭된
폐허,
그런 것들에 내 일찍이
이름을 붙여주진 못하였다

그러나 나는 또 이름 없이
다친다
상처는 나의 체질
어떤 달콤한 절망으로도
나를 아주 쓰러뜨리지는 못하였으므로

내 저무는 상처의 꽃밭 위에 거듭 내리는
오, 저 찬란한 채찍

-「상처적 체질」 전문


아내는 사랑의 찬가를 듣고 나는 빈방에서
사랑 때문에 더 이상 사랑을 믿지 않게 된 한 여자의
짧았던 생애를 생각한다 그녀는 세상에 구원은 없다,라고 쓴
유서를 남긴 채 검은 커튼 아래서 죽었다 나는 술집에서
낮술에 취해 그녀의 부음을 들었다 아무런 죄도 없이
술잔에 머리를 묻은 채 울었고 그날 함박눈이었는지
새 떼들이었는지 광장에 가득 내리던 무엇인가에 살의를 느꼈었다
삶에서 빛을 꿈꾸었던 사람들에게 겨울은 위독하다
술 마시다 단 한 번 입술을 빌려주었던 대학 친구도
겨울에 죽었다 그녀는 프랑스 유학과 가난한 애인 사이에서 떠돌다
결국 오래 잠드는 쪽을 선택했다 하지만 오랜 잠이
그녀에게 어떤 빛을 데려다주었는지 대답해주지는 않았다
아내가 사랑의 찬가를 듣는 한낮이 나는 무덤 같고
삶에서 아무런 빛을 꿈꾼 적 없는데도 위독해진다
사랑에 찬가를 붙일 수 있는 사람은 깊이 사랑한 사람이 아닐 것
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내의 남편이 되면서 내 사랑은
쉽게 불륜이 되었지만 모든 사랑이 불륜이 되는 삶만큼
구원 없는 세상이 또 있을까 싶어 나는 무서워진다 검은 커튼
아래서 짧은 유서를 쓰던 그녀 역시 무섭지 않았을까
여긴 내가 사랑하기에 어울리지 않는 곳,이라고 썼던
친구 역시 무서웠을 것이다 무서워서
결국 뛰어내릴 수밖에 없는 삶을 건너가기 위해
그녀들은 얼마나 깊어진 절망으로 빛을 기다린 것일까
아내는 사랑의 찬가를 듣고 나는 빈방에서
겨울에 죽은 여자들의 생애를 생각한다 사랑 때문에
사랑을 버리는 일은 그녀들에게 생애의 모든 빛을 버리는 것이었고
모든 사랑이 불륜이 되어버린 나에게 겨울은 문득 위독한 빛으로
검은 커튼을 드리운다

-「위독한 사랑의 찬가」 전문


동백장 모텔에서 나와 뼈다귀 해장국집에서
소주잔에 낀 기름때 경건히 닦고 있는 내게
여자가 결심한 듯 말했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다,
라는 말 알아요? 그 유행가 가사
이제 믿기로 했어요.

믿는 자에게 기쁨이 있고 천국이 있을 테지만
여자여, 너무 아픈 사랑도 세상에는 없고
사랑이 아닌 사랑도 세상에는 없는 것
다만 사랑이 제 힘으로 사랑을 살아내는 것이어서
사랑에 어찌 앞뒤로 집을 지을 세간이 있겠느냐

택시비 받아 집에 오면서
결별의 은유로 유행가 가사나 단속 스티커처럼 붙여오면서
차창에 기대 나는 느릿느릿 혼자 중얼거렸다
그 유행가 가사,
먼 전생에 내가 쓴 유서였다는 걸 너는 모른다

-「너무 아픈 사랑」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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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존재와 세계의 희비극을 가로지르는 통속미, 희망과 사랑을 향한 절실한 노래 199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였으나, 이후 한 편의 작품도 발표하지 않았던 시인, 류근이 등단 18년 만에 첫 시집 『상처적 체질』을 펴냈다. 지면에서 한 번도...

[출판사서평 더 보기]

존재와 세계의 희비극을 가로지르는 통속미,
희망과 사랑을 향한 절실한 노래


199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였으나, 이후 한 편의 작품도 발표하지 않았던 시인, 류근이 등단 18년 만에 첫 시집 『상처적 체질』을 펴냈다. 지면에서 한 번도 만나볼 수 없었기에 그의 이름은 독자들에게 낯설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의 노래를 이미 들은 바 있다. 고 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의 노랫말은 원래 그가 쓴 시였다. 그러나 이번 시집엔 익숙한 그 노랫말은 물론이고, 그를 문단에 들어서게 한 신춘문예 당선작도 실리지 않았다. 시인은 그렇게 세상에 한 번도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시 70편을 담은 한 권의 시집으로 처음, 독자들을 만난다. 그러나 독자들은 금세 알아차릴 것이다. 자신의 가슴이 익숙한 감정으로 두근거린다는 것을.

아무리 어려운 책을 읽고 심도 있는 생각을 하더라도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노랫말이 더욱 가슴을 치고 갔던 경험을 누구나 한번쯤은 해보았을 것이다. 체질적으로 약해서 조금만 건드려도 울컥, 마음이 흔들리는 부분은 누구에게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잊고 있거나 감추어둘 수는 있지만 부정할 수 없는 그런 것.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류근의 시에는 이처럼 익숙한 상처와 슬픔이 배어 있다.

그의 시를 읽는 일은 슬픔과 상처를 들여다보는 일과 같다. 쓸쓸한 영혼들의 상처는 타자에 의해 가감될 수 없는 고유한 것이므로 철저히 단독자의 형식이지만, 체질이 비슷한 우리는, 타인의 상처에서 나의 상처를 보게 된다. “모든 슬픔은 함부로 눈이 마주치는 순간/삼류가” 되고, 하여 “내 슬픔은 삼류다”(「어떤 흐린 가을비」)라는, 감상투에 선언적이기까지 한 이 고백이 힘을 가지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일 것이다.

그의 시에서 ‘통속(通俗)’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클래식과 정통의 지위에서 늘 미끄러지고 추방될 수밖에 없는 주변부의 삶에 들러붙는 클리셰의 하나”인 통속은 “세상에 널리 통하는 일반적인 풍속”이라는 한자 그대로의 의미를 벗어나 “비전문적이고 대체로 저속하며 일반 대중에게 쉽게 통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새로운 의미로 이미 굳어져버렸지만, 정말 그것뿐일까?

이번 시집의 해설을 맡은 문학평론가 최현식은 “저속한 흥미와 취미 위주의 행동과 정서를 일컫는, 아니 비꼬고 야유하는 말로 흘러온” 통속이라는 말은 거의 예외 없이 비극이나 희극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누구나 견디고 즐길 만한 ‘달콤 쌉싸름한’ 희비극을 연출하는데, 류근의 첫 시집 『상처적 체질』이 바로 이런 “통속성의 전면화와 이것의 지연적(遲延的) 잠재화를 통해 존재와 세계의 희비극을 가로지르고 있다”고 역설한다. “이런 의미에서 류근의 시는 통속의 재현이 아니라 통속미의 표현이며, 절망과 패배의 서글픈 유희가 아니라 희망과 사랑의 절실한 되찾음에 가깝다”는 것이다. 하여 시인에게 “통속미는 가장 진지하고도 가장 가볍게 타자와 새로운 세계를 향해 스며드는 일종의 방법적 사랑”이라 할 수 있다.

최현식은 또한 “과연 유희의 대상이지만 삶의 모델이어서는 안 된다는 금지의 냉랭함은 우리들에게 통속의 추악성을 부단히 증강시켜왔다”고 지적하고, “최근 통속성이 위반의 상상력을 실현하는 주요 지점의 하나로 떠오르는 추세는 아마도 이런 억압적 왜곡적 단면에 대한 집단적 거부 및 반발과도 밀접히 연관되어 있을 것이”라고 설파한다. 그리고 이러한 위반의 상상력을 이 시집의 서시인 「달나라」를 통해 보여준다. “추와 통속을 세계의 파괴와 절멸에 접속시키는 대신 열락과 통합의 원리로 전유한다는 것, 그것을 비정상적이며 병리적인 포르노그래피로 은유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기존의 세계 이해 및 관념에 대한 거부이”며, “세계와 존재에 대한 말 그대로의 통속적 인지를 가장 치욕스럽고 불결한 통속물로 초극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 이번 시집에서 주목하여야 할 것은 회한이 짙게 잦아든 기억의 문법이다. 이것은 시인의 사랑의 추억과 그리움의 밀도를 제대로 측정할 수 있는 열쇠가 된다. 충만보다는 상실과 결락, 별리로 가득 찬 기억의 성질이야말로 그의 시 세계를 낭만적 경향으로 흐르게 하거니와, 그에 따른 애수와 그리움을 ‘누구나’ 경험했을 법한 공동의 통속미로 심화하는 진정한 힘이기 때문이다.


■ 시집 소개

미학적?사회적 귀환을 공식화한 『상처적 체질』은 처량하게 용도 폐기한 ‘감상’이 오히려 힘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음을 고지하는 역설적 텍스트이다. 류근은 ‘감상’의 힘을 대중의 감각에 의지한 통속미와, 비극과 희극의 기우뚱한 균형 속에서 인간사의 본질을 통찰하는 희비극에서 발견한 듯싶다.


■ 시인이 쓰는 산문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직 아픈 사람이 있어 내 청단풍잎 같은 손바닥으로 그의 이마를 짚어줄 수 있으면 좋으리. 문득 겨울을 맞은 나무처럼 삶의 지붕이 쓰라린 사람일 때엔 낮은 데서 빛나는 종소리 한 줌의 무게로 다가가 그의 가슴을 쓰다듬을 수 있으면 좋으리. 조금은 가난하고 조금은 깊어진 음성으로 먼 눈나라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으면 좋으리. 손금이 마주치는 순간의 평화와 안식을 얹어줄 수 있으면 좋으리. 그러나 아아, 그 아프고 쓰라린 사람이 영원히 나여서 단 하루라도 돌아가 그의 손 아래 내 이마와 어깨 눕힐 수 있으면 좋으리. 멀고 깊은 눈나라에 고요히 갇힐 수 있으면 좋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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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화(怒)를 품은 말비난을 품은 말경멸을 품은 눈무시를 품은 눈 자신이 받은 상처에 격분해 쏟아내는 말을 직격탄으로 맞...
    화(怒)를 품은 말
    비난을 품은 말
    경멸을 품은 눈
    무시를 품은 눈
     
    자신이 받은 상처에 격분해 쏟아내는 말을 직격탄으로 맞은 나는 과거의 말들을 되새기며 며칠째 잠을 설치는 체질
    감정을 담아 쏟아낸 말들에 감정에 젖어 며칠을 울먹이는 체질
    모르는 사람과도 눈이 마주치기를 두려워하는 체질

    ‘상처를 입는 체질’이 따로 있을까
     
    “우주 안에서 도망갈 데가 없다. (15쪽)”
     
    사랑하는 사람에게 받는 상처만으로도 벅찬데,
    왜 그들은 상처주기를 멈추지 않을까?
  • 상처적 체질 | yj**420 | 2017.04.20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직 아픈 사람이 있어 내 청단풍잎 같은 손바닥으로 그의 이마를 짚어줄 수 있으면 좋으리. 문득 겨울을 맞...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직 아픈 사람이 있어 내 청단풍잎 같은 손바닥으로 그의 이마를 짚어줄 수 있으면 좋으리. 문득 겨울을 맞은 나무처럼 삶의 지붕이 쓰라린 사람일 때엔 낮은 데서 빛나는 종소리 한 줌의 무게로 다가가 그의 가슴을 쓰다듬을 수 있으면 좋으리. 조금은 가난하고 조금은 깊어진 음성으로 먼 눈나라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으면 좋으리. 손금이 마주치는 순간의 평화와 안식을 얹어줄 수 있으면 좋으리. 그러나 아아, 그 아프고 쓰라린 사람이 영원히 나여서 단 하루라도 돌아가 그의 손 아래 내 이마와 어깨 눕힐 수 있으면 좋으리. 멀고 깊은 눈나라에 고요히 갇힐 수 있으면 좋으리처량하게 용도 폐기한 ‘감상’이 오히려 힘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음을 고지하는 역설적 텍스트이다. 류근은 ‘감상’의 힘을 대중의 감각에 의지한 통속미와, 비극과 희극의 기우뚱한 균형 속에서 인간사의 본질을 통찰하는 희비극에서 발견한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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