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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 사진의 작은 역사 외(발터 벤야민 선집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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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5
ISBN-10 : 8987671828
ISBN-13 : 9788987671826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 사진의 작은 역사 외(발터 벤야민 선집 2) 중고
저자 발터 벤야민 | 역자 최성만 | 출판사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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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2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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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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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터 벤야민 사상의 진수를 선보이다 전방위적 사상가 발터 벤야민의 텍스트를 번역한『발터 벤야민 선집』시리즈. 국내 벤야민 전공자 3인이 지난 10년간의 독해모임을 통해 얻은 결정판본 번역작업의 결과물이다. 벤야민의 사상을 체계적으로 접할 수 있도록 주제별로 묶었으며,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역점을 두었다. 또한 그동안 국내에서 거의 소개되지 않았던 글들을 만나볼 수 있다.

발터 벤야민의 지적ㆍ사상적 세계는 1930~40년대에 걸쳐 이루어진 성과물이지만, 21세기가 들어선 지금에서도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그의 글들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양상이나 문제점들에 대한 풍부한 해석과 의문부호를 제공한다. 지금까지 그의 사상이 주로 유물론적 모더니즘 미학과 사회철학적 시각에서 해석되어 왔다면, 1990년대 들어서는 언어철학, 번역이론, 미메시스론, 산문양식 등이 조명되고 있다.

제2권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사진의 작은 역사 외>는 매체에 대한 벤야민의 주요한 글들을 모은 책이다. 특히 '아우라'의 개념으로 잘 알려진「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은 벤야민을 현대 매체미학의 선구로자 평가받게 한 유명한 에세이다. 제목의 두 글은 새로운 현대의 기술이 어떻게 전통적인 예술개념을 전복시키며, 기술에 의해 지배되는 자연에 대한 충실한 모사로서의 영화에 주목하는지를 보여준다.

저자소개

저자 : 발터 벤야민
발터 벤야민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 1892~1940)은 독일 출신의 유태계 언어철학자, 번역가, 좌파 지식인으로서 한때 20세기 독일어권 최고의 비평가로 자처하기도 했다. 베를린의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베를린, 프라이부르크, 뮌헨 대학 등에서 철학을 공부하던 중 나중에 평생의 친구이자 유대사상에서 지적 동반자가 된 게르숌 숄렘을 만난다. 전쟁을 피해 스위스로 간 그는 1919년 『독일낭만주의 비평개념』에 대한 연구로 베른 대학에서 최우등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신문과 잡지에 기고를 하거나 번역가로서 활동하기 시작한다.

그는 괴테의 소설에 대한 비평문 「괴테의 친화력」을 통해 당대의 보수적인 문예학의 풍토를 비판하기도 한다. 1924년 교수자격논문인 『독일 비극의 원천』을 집필하지만 아카데미 세계로 진출하려던 계획은 결국 좌절하고 만다. 같은 해 알게 된 연인 아샤 라치스 이외에 나중에 베르톨트 브레히트에게서 유물론적 사유의 영향을 받으면서 비평, 번역, 방송 활동을 펼쳐나간다. 1928년 출간된 철학적인 아포리즘 모음집 『일방통행로』는 그가 즐겨 왕래하던 프랑스에서 당시 태동한 초현실주의 운동에서 받은 영향을 보여준다. 또한 그는 나중에 그의 정신적 유산의 관리자가 된 테오도르 아도르노를 비롯해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를 알게 되면서 이들과 지적 교분을 나눈다.

파시즘의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한 유럽에서 스스로 ‘좌파 아웃사이더’로 이해한 그가 택한 길은 교조적 마르크스주의에 거리를 두고, 유대신학적 사유와 유물론적 사유, 신비주의와 계몽적 사유 사이의 미묘한 긴장을 유지하면서 아방가르드적 실험정신에 바탕을 둔 글쓰기를 통해 현대의 변화된 조건 속에서 지식인의 역할에 대해 성찰하고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이었다. 초현실주의를 비롯해 마르셀 프루스트, 베르톨트 브레히트, 프란츠 카프카, 카를 크라우스, 샤를 보들레르, 니콜라이 레스코프 등에 대한 글 이외에 그는 「생산자로서의 작가」와「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등 정치적 성격을 강하게 드러내는 글을 발표한다.

1940년 벤야민은 당시 뉴욕에서 사회연구소(프랑크푸르트 학파)를 이끌던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의 지원을 받아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망명하기 위해 프랑스를 탈출하던 중 스페인 국경 통과가 좌절되자 자결한다. 그로써 그가 13년간 매달렸던 프로젝트, 즉 마르크스의 ‘상품물신’의 구상을 상부구조(문화) 전체에 적용하여 19세기 자본주의와 모더니티의 근원을 고고학적으로 탐구하려던 필생의 저작 『파사주』(Das Passagen-Werk)는 미완으로 남는다. 스탈린-히틀러의 밀약을 접한 충격에서 쓴 유물론적 역사철학의 결정체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는 그가 남긴 최후의 글이다.

게오르그 짐멜의 에세이적 글쓰기 스타일이 엿보이는 벤야민은 뛰어난 산문가였고, 모더니티, 매체미학, 언어철학, 역사철학에 대한 글들을 비롯해 인문사회과학의 다양한 모티프들을 풍부하게 담고 있는 그의 사상은 70년대 전집 발간 이래 21세기 들어서도 여전히 주목받고 있으며, 자크 데리다, 조르지오 아감벤 등 현대철학자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목차

해제: 현대 매체미학의 선구자, 발터 벤야민
옮긴이의 말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제2판)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제3판)
사진은 작은 역사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 관련 노트들
러시아 영화예술의 상황에 대하여
오스카 슈미츠에 대한 반박
채플린
채플린을 회고하며
미키마우스에 대해
연극과 방송
[서평] 지젤 프로인트의 『19세기 프랑스에서의 사진 - 사회학적.미학적 에세이』
파리 편지 2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 그리고 아우라   ‘아우라’ 개념으로 유명한 발터 벤야민. 매체미학의 선구자로 불리...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 그리고 아우라

     

    아우라개념으로 유명한 발터 벤야민. 매체미학의 선구자로 불리는 한 사상가의 생각들을 담아놓은 선집이다. 13개의 글이 수록되어 있지만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 ‘사진의 작은 역사두 개의 논문에 방점이 찍혀있다.

     

    사진술과 영상기술 등의 기술적 발달이 두드러지는 기술복제시대에서 예술이 나아갈 방향을 다룬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에서 저자는 아우라의 붕괴를 언급한다. 여기서 아우라는 예술작품이 고유하게 가지고 있는 일회적인 현존재를 의미한다. 기존의 예술작품은 대상이 가지고 있는 지속성과 역사적 증언 가치, 즉 진품성을 지니고 있었으나 예술작품의 대량복제가 가능해지면서 복제품이 이러한 진품성을 제거했다는 것이다. 이는 아우라가 가지고 있던 기득권의 종교적, 제의적 가치가 기술의 발달을 통해 전시 가치로 대체되어 예술의 대중화로 이어졌으며 결과적으로 예술 분야의 민주주의 도래에 큰 기여를 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벤야민은 예술의 대중성, 그리고 당시 등장했던 매체기술의 절정 영화에는 기본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파시즘 정권이 영화를 계급과 기득권의 유지를 위해 정치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신랄하게 비판했다. 전쟁과 권력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영화는 또 다른 사이비 아우라의 등장을 가져오며 영화가 지니는 진정한 기능이 발휘되기 위해서는 영화자본의 몰수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영화의 등장 이전에 복제 가능성으로 무장하고 예술작품을 위협했던 사진의 역사와 의의, 연극과 영화의 비교, 찰리 채플린과 미키마우스 등 벤야민의 사유의 깊이를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는 주제가 많이 담겨 있다. 벤야민은 생전, 그리고 사후에도 대중에 대한 지나친 신뢰와 글에서 드러나는 기술낙관주의 등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책 표지에 작게 그려진 벤야민의 모습을 한 듯한 그림에서 왠지 모를 외로움과 쓸쓸함이 느껴진다.

     

    미학이나 미디어에 배경지식이 있었으면 좀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을까. 쉽게 페이지를 넘길 수 없는 난이도 있는 글이었다. 위에 쓴 요약(?)이 저자가 의도한 내용이 맞을지도 잘 모르겠다. 지금 읽어봐도 꽤나 파격적인 주장으로 보이는 이 글이 당시에는 어떤 반향을 불러일으켰을지 궁금하다. 마침 집에 벤야민과 아도르노의 대중매체를 바라보는 관점을 다룬 조금은 읽기 수월해 보이는 책이 있다. 기회가 있으면 궁금증을 해소해 봐야겠다.

  • 풍부한 화집이 포함된 미술책을 보면 깊이를 못 느끼지만  미술관에 가면 조금떨어져서 감상하다 디테일이나 터치가 궁금해...
    풍부한 화집이 포함된 미술책을 보면 깊이를 못 느끼지만  미술관에 가면 조금떨어져서 감상하다 디테일이나 터치가 궁금해서 잠시 한두걸음 다가서기도 하고 시선을 잡아끈 그림이 있으면 그 자리에 서서 감탄에 빠진다. 이 책을 보고서야 책보다 왜 미술관에 가서 그림을 봐야 하고 아우라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아우라는  공간과 시간으로 짜인 특이한 직물로서 아무리 가까이 있어도 멀리 떨어진 어떤 것의 일회적인 현상으로 예술작품의 제의적 가치를 말한다. 이 책은 기술적으로 복제 가능성이 보편적으로 실현된 시대에서 예술이란 무엇인지 작품들을 사진으로 복제하는 작업이 어떤 영향을 끼치고 영화예술과 사진, 회화의 관계와 아우라의 붕괴를 초래하는 오늘날에 사회적 조건이 무엇인지 풍부한 시사점을 준다. 예술작품의 기술적 복제 가능성의 시대에서위축되고 있는 것은 예술작품이다. 대중이 자기 옆에 가까이 있는 대상을 상 속에 아니 모사 속에 복제를 통하여 전유하고자 하는 욕구는 나날이 제어할 수 없이 증가하고 있다. 대상이 감싸고 있는 껍질에서 떼어내는 일 다시 말해 아우라를 파괴하는 일은 오늘날의 지각이 갖는 특징이면서  예술작품으로 하여금 지금까지 의식에 기대온 삶의 방식에서 벗어나도록 하였다. 
     
    기술적 복제는 사진의 렌즈로는 포착하지만 인간의 육안에는 미치지 못하는 원작의 모습들을 강조해서 보여줄 수도 있고 또 확대와 고속촬영술과 같은 조작의 도움을 받아 자연적 시각이 전혀 미치지 못 하는 이미지들을 포착할  수 있다. 또는 원작이 도달할 수 없는 상황에 원작의 모사를 가져다 놓을 수 있고, 원작으로 하여금 사진이나 음반의 형태로 수용자의 요구에 부응하도록 해줘 원작의 여기와 지금의 가치를 하락시킨다. 예술작품의 미학은 예술의 제의 속으로의 침잠을 의미하고 개별적인 것은 일회성의 아우라적 마법을 통해 거듭 확인하는 일을 뜻한다면서 저자는 아우라의  붕괴를 현대의 지각작용에서 일어나는 핵심적 변화를 나타낸다. 현재의 복제기술은 예술에 미적인 요소가 아니며 예술의 본질을 변화시켰고 그에 따라 전승되어온 에술관에 속한 개념들, 예컨대 창조성, 천재성, 영원한 가치, 비밀과 같은 개념들을 쓸모없는 것으로 하거나 자료들을 파시즘에 가공하는데 쓰인다고 한다. 급속하게 변해가는 디지털 IT 산업과 인터넷 문화를 선도하면서 젅자복제 시대의 한복판에서 많은 문화적  갈등을 빚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생각하면 많은 것을 성찰하게 만든다.
  •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 1892~1940)은 독일 출신의 유대계 언어 철학자이다. 그가 쓴 단편들을 모아 ...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 1892~1940)은 독일 출신의 유대계 언어 철학자이다. 그가 쓴 단편들을 모아 엮은 이 책은 '예술이 존재하는 목적은 무엇인가'와 '예술은 무엇인가'라는 거대한 주제에 대해서 관통한다. 그는 '복제'가 불가능했던 과거의 예술 작품들에는 전시가치(展示價値, Kultwert)와 제의가치(祭儀價値, Ausstellungswert)가 존재하면서 예술의 가치를 형성했는데, 특히 제의적 기능과 관련하여 그는 그 신비로움을 뿜어내는 예술의 고유한 성질을 '아우라(Aura)'라고 정의했다. 그림들이나 신전의 조각들, 그리고 건축물들에서 우리는 그러한 아우라를 찾아낼 수 있다. 이 시기에도 원본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은 모사(模寫)를 통해서 이를 가지려고 하지만,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 그러한 모사품들에서는 아우라를 느끼기가 쉽지 않은데, 이것에는 본질적으로 아우라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진품과 모사품들을 구별하는 것이 불가능한 사진과 영화의 등장은 진품을 가려냄으로써 아우라를 확인하는 기존의 예술적 접근을 원천적으로 봉쇄시킨다는 데에서 기술복제시대에 등장한 이 신형 예술들에 대한 그의 탐구는 출발한다.
     
    예술이 지금까지 그것이 피어날 수 있는 유일한 영역으로 여겨져 온 "아름다운 가상"의 왕국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을 이보다 더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도 없을 것이다. |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제2판)', 71쪽
     
    벤야민의 예술에 대한 시각은 철저하게 유물론에 근간한다. 고대 그리스의 원자론에서 출발한 이 철학은 정신 현상을 비롯한 모든 만물의 근원은 물질에서 비롯되며, 인간의 마음이나 정신은 부차적인 존재에 불과하다는 시각인데, 마르크스는 '자본(Das Kapital)'과 같은 그의 저작들에서 그의 사상을 발전시키는 바탕으로 유물론을 헤겔의 변증법과 연결시켰다. 따라서 신마르크스주의자(Neo-Marxist)인 벤야민은 철저하게 기술결정론적인 시각에서 예술을 재단한다. 그는 예술을 평가하는 기준이 신비주의적인 요소에서 근간한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영화와 사진이 예술로 하여금 이러한 '신비'에서 벗어나게 해준다는 사실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리고 당대 비평가들이 과거의 예술의 잣대에서 이 새로운 장르들을 재단하는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당대의 기술 발전이 인간을 압도할 것이라고 과대 평가한 것은 마르크스나 벤야민이나 마찬가지였고, 그는 두 가지 논란의 가능성에 봉착한다.
     
    "셰익스피어, 렘브란트, 베토벤이 영화화될 것이다. (중략) 모든 전설, 모든 신화, 모든 종교의 창시자, 모든 종교까지도 필름을 통해 부활될 날을 기다리고 있으며, 또 모든 영웅들이 영화의 문전에 몰려들고 있다" | 아벨 강스(Abel Gance, 1889~1981, 프랑스 영화감독),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제3판)', 106쪽
     
    하나는, 진품이 아닌 다른 모사품들에서 아우라 및 제의기능을 발견할 가능성이다. 요컨대, 성경과 쿠란과 같은 각 종교의 경전들은 그 인쇄물 자체만으로 사람들에게 경외(敬畏)에 가까운 반응을 이끌어낸다. 또한 사람들은 원본이 명확하게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본따 만든 조각품들에서 예술적 가치를 발견하고 그 조각품들이 제의적 가치를 형성할 수도 있다(가령, 사찰마다 있는 관음보살상이나 가톨릭 신자들의 집에 있는 성모마리아 상들이 이러한 예가 될 수 있다). 종교적인 상징뿐만 아니라 동판이나 목판으로 인쇄된 소설이나 희곡 등의 인쇄물들에서도 아우라는 충분히 관측될 수 있다. 사실 어떠한 예술 작품이 우리에게 특정한 느낌을 제공하는 것은 그 작품이 '진짜'냐 '짝퉁'이냐의 가능성을 넘어선다. 따라서 '이 작품이 우리에게 어떠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가?', '이 작품은 어떠한 콘텐츠를 담고 있는가', 그리고 '이 작품만의 고유한 특징은 무엇인가'의 시선에서 접근하는 것이 훨씬 더 바람직한 접근 방법일 수 있는데, 벤야민은 지나치게 또 다른 '복제'인 영화와 사진들이 마치 처음인 것처럼 이야기한다. '복제'는 이것이 처음이 아니었다.
     
    영화는 그것의 기술적 구조의 힘 덕택에 다다이즘이 아직도 도덕적 충격 속에 포장해서 감싸고 있던 육체적 충격을 그 포장으로부터 해방시켰다. | 143쪽
     
    또한 다른 하나는 벤야민이 제의가치와 아우라를 판단하기 위해 내세운 기준인 '진품'과 '모사'가 과연 그가 새로운 예술의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차용한 '영화'와 '사진'은 과연 아우라를 가지고 있지 못한가에 대한 질문이다. 벤야민은 이 책에서 이들이 진품을 넘어선 영역에 모사가 위치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진품이 아니기 때문에 제의가치를 상실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본질적으로 모순적인 주장일 수 있다. 진품과 위품을 가릴 수 없다면 모두가 진품일 수도 있고, 모두가 위품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기본적으로 벤야민의 주장이 타당한 근거 위에 세워졌을 가능성은 불과 50%에 불과하다. 전시가치를 살리기 위해서는 당연히 현상(現像)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영화와 사진의 원본이 '필름'이고 인화된 사진들은 모두 위품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영화와 사진의 기술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부족하다는 데에서 시작한다. 이러한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그는 연극과 영화를 비교하면서 영화는 카메라라는 기술 앞에 인간이 '재롱'을 부리고, '편집'이라는 도구 속에서 인간은 박제된다고 주장했지만, 그는 영화가 '인간친화적'으로 발전할 가능성에 대한 것은 간과했다.
     
    일찍이 사람들은 사진이 예술이냐는 물음에 많은 통찰력을 쓸데없이 쏟아 부었다. 그러나 그들은 정작 이에 선행되어야 할 물음, 각 사진의 발명으로 인해 예술의 성격 전체가 바뀐 것이 아닐까 하는 물음은 제기하지 않았다. 영화이론가들도 덩달아 이들과 비슷한 성급한 물음을 제기하였다. | 62쪽
     
    마르크스와 마찬가지로 벤야민은 자본주의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서 과소평가했다. 그는 영화와 관련해서 부르주아 영화는 이미 '실패'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영화의 주된 수요 계층이 프롤레타리아라는 것에 주목했고, 이는 근본적으로 영화는 '파시스트'의 개입이 없는 한, 프롤레타리아의 혁명 도구로 사용될 것이라는 추측에 근거했다. 실제로 벤야민이 살았던 당시 영화계는 영화이 예술로 승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헐리우드가 아닌 레니 리펜슈탈(Leni Riefenstahl, 1902~2003)이 제작한 '올림피아(Olympia)'와 같은 파시즘의 전위 예술에서 찾고 있었다('올림피아'는 베를린 올림픽을 선전한 영화로, 현대의 스포츠 경기를 촬영하는 방식을 확립했다는 순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나, 히틀러의 정치적 프로파간다로 이용당했다는 점에서 평가절하된다). 그러나 경제 체제에서 자본주의가 끊임없는 수정으로 마르크스의 예측을 비껴갔다는 점과 마찬가지로, 상업 자본은 2차 대전 이후의 유례없는 호황을 맞아서 프롤레타리아에서 중산층 계급으로 성장한 사람들을 토대로 발전했고, 오늘날은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예술의 '정치'로의 전용 가능성을 그는 과대 평가했다.
     
    "다게르의 사진이 예술을 죽일 거라고 생각지 말라. (중략) 다게르의 사진이, 이 거인 같은 아이가 성장하면, 그의 예술과 강점이 모두 펼쳐지는 날에는, 천재는 갑자기 손으로 그 아이의 목덜미를 잡고서 '이리 와! 너는 이제 내 거야! 우리는 함께 일하게 될 거야'라고 큰 소리로 외칠 것이다." | 앙투안 비에레츠(Antoine Wiertz, 1806~1865, 벨기에 화가), '사진의 작은 역사', 194쪽
     
    이러한 그의 생각은 '사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기술적으로 사진은 인간이 지각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게 만들었고, 단순한 '복제'를 넘어선 매체이다.최초의 사진사들은 카메라를 만드는 기술자이기도 하지만, 사진때문에 몰락해야 했던 화가들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는 사진이 자칫 싸구려 저널리스트들의 도구로 전락할 수도 있으며, 자본주의라는 경제 체제 아래에서 발전할 수 있었던 사진의 예술성을 최초로 지적한 사람들이 사진을 가지고 '장사'를 하고자 했던 사람들이라는 점을 사진과 관련해서 분명히 지적한다. 그러나 이는 그는 사진과 회화의 상호 관계에 대해서 언급하며, 그는 사진을 극복하기 위한 회화의 '아방가르드'적인 시도들을 언급하면서 회화가 과거처럼 현실의 세밀한 묘사에 그 목적을 둔다면 회화의 미래는 암울할 것이지만, 회화는 여전히 기술이나 파시스트들이 접근할 수 없는 한계를 넘은 곳에서 작동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시킨다. 가령, 피카소의 '게르니카'와 같은 그림들은 사진이 접근할 수 있는 영역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표현을 빌린다면) 그의 '귀여운' 지적은 회화라는 예술 장르에 대해서 이후 중요한 방향성을 제기하게 된다.
     
    예술은 상품과 접촉하여 등장하고, 상품은 예술과 접촉하여 등장한다. |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 관련 노트들', 207쪽
     
    이 책에는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의 2판과 3판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원래 벤야민의 이 저술은 3판만이 남겨진 것으로 알려져 있어 많은 사람들이 3판을 가지고 벤야민을 알게 되었지만, 3판은 그가 출판하기 위해서 2판의 표현들을 상당 부분 수정한 것이기 때문에 벤야민은 생전에 2판을 더 높게 평가하면서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아우라'를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이후 이 글의 2판이 발간되었고, 역자는 2판과 3판을 모두 수록하였다. 다소 다른 이유일 수도 있지만, 이는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아무래도 벤야민의 글이 독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한 편의 글을 한 책에서 두 번 읽는다는 것은 이해도를 훨씬 높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이 선집에서 그는 '월트 디즈니'('미키마우스에 대해')나 '찰리 채플린'에 관한 평론('채플린', '채플린을 회고하며')도 적었고, 러시아 영화에 대한 그의 감상도 남겼다('러시아 영화예술의 상황에 대하여'). 미키 마우스에 대해서 그는 인간이란 존재가 사라져도 피조물은 존재할 것이라는 점을 발견했고, 채플린에 관해서 그는 영화를 '작곡'할 줄 알았다는 점에서 극찬한다(채플린을 '코미디언'으로만 알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그의 영화들은 단순한 '웃음' 이상의 코드를 담고 있었다).
     
    "하지만 채플린은 웃길 뿐이다. 그러나 웃긴다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어려운 일이라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그것은 사회적 의미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기도 하다." | 필립 수포(Philippe Soupault, 1897~1990, 프랑스 시인, 소설가, 비평가), '채플린을 회고하며', 255쪽
     
    그러나 벤야민이란 인물을 오늘날의 현실을 대입하여 평가 절하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그는 기존의 예술이 영화와 라디오, 그리고 사진이라는 새로운 기술 작품들의 등장 속에서 '우왕좌왕'하는 당시의 현실을 목도했고, 그가 살았던 시대의 배경 속에서 이 새로운 기술 작품들의 예술성들을 평가하고자 시도한 최초의 인물 중 하나다. 또한 당시 세계를 집어 삼키려고 했던 파시즘에 맞서 예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실제로 그가 이 새로운 매체들에 대해서 진단한 논리들 중 많은 부분들은 (아직도 여러 비판에 노출되어 있지만) 오늘날에도 유효하며, 특히 그가 확장시키거나 새롭게 규명한 예술의 성질들은 오늘날 영화와 사진을 평가하는데 있어서 학풍을 막론하고 매우 강하게 작용한다. 자본주의가 그와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생각한 것처럼 발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상업 영화들과 그들이 끊임없이 노출하고 있는 예술적 가치들과의 충돌에서 그의 화두는 유효하고, '영화'와 '사진'에 맞서 회화나 음악들이 시도하고 있는 새로운 시도들을 재단하는 과정에서 오늘날의 평론가들은 벤야민의 논리를 차용한다. 여전히 우리의 머리를 맴돌고 있는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 속에서 벤야민은 새로운 논리와 새로운 가능성을 우리에게 남겼던 것이다.
  • 발터벤야민은 매체학의 포문을 연 학자라고 말할 수 있다. 기술복제시대의 예술 작품은 기존의 회화나 사진과 비교를하면서 그...
    발터벤야민은 매체학의 포문을 연 학자라고 말할 수 있다.
    기술복제시대의 예술 작품은 기존의 회화나 사진과 비교를하면서
    그의 영화에대한 관점을 정리한 논문이다.
    영화는 전문가에 의해 계획된 화면의 나열을 보는 것이다.
    그 과정이서 기존 예술의 일회성에 의한 아우라는 없어지는 대신, 상품성, 정치성이 나타나게 된다.
    고 그는 말하고 있다.
     
    사진의 작은 역사에서는 영화이전에 나타난 사진과 사진술에 대해 논한다.
    그는 아우라를 처음으로 없앤 것은 사진이라고 생각한다. 사진은 언제나 필름만 있으면 인화할 수 있다는 특징으로 부터
    예술작품의 일회성을 상실하게 되며, 원본으로서의 아우라도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라디오, 영화, 사진 등 여러매체 그 자체에 대한 그의 철학적 성찰은,
    매체학을 하는데 있어서 기본 고전이 되었던 만큼 이 책은 중요한 위치에 놓여있다고 생각한다.
  • 벤야민 선집 2권 | sm**o | 2009.11.27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발터 벤야민. 희미해진 학부 때 기억을 아무리 더듬어 봐도 생소한 이름이다. 하지만 독일의 사상가라니 첨엔 막연한 호감이 ...

    발터 벤야민.

    희미해진 학부 때 기억을 아무리 더듬어 봐도 생소한 이름이다. 하지만 독일의 사상가라니 첨엔 막연한 호감이 생겼다.

    잘 모르지만 잠깐 그에게 빠져 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의 기저에 깔려 있는 무언가를 읽어 내고 눈치채 버린, 그로 인해 다가 오는 20세기를 예견했던 행복하지 않았던 사람. 선집 1권에 붙어 있는 그의 사진은 온통 구겨진 인상을 쓰고 있는 아저씨..였다.

    안그래도 인간이라는 것은 외로운 군상인데 그는 대중 속의 고독을 철저히 느끼고 살다 갔으리라.

    그는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작품이 정치화 되리라고 예상했다. 

     예술사를 예술작품 속에 들어 있는 두 극의 대결로 서술하고 그 대결 과정의 역사를 예술 작품의 두 극 중 한 극이 다른 한 극으로 비중이 옮아가는 과정으로 바라보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이 두 극이란 바로 예술작품의 제의가치(Kultwert)와 전시가치(Ausstellungswert)이다...

    예술작품을 기술적으로 복제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이 생겨나면서 예술작품의 전시 가능성이 엄청나게 커졌기 때문에 예술작품의 양극 사이의 양적 변화는 원시시대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예술작품이 갖는 본성의 질적 변화로 변전했다.

    예술이란 것은 원래 고대에는 제의가치가 큰 것이었다. 그래서 신성시 되고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지 않은 장소에 전시되는 것이 다반사였던 것이다. 그러나 기술복제가 가능한 시대로 변천하면서 예술작품의 제의적 가치는 줄어들고 그것이 전시되는 그 자체의 전시적 가치로의 비중이 옮아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궁극적인 예가 영화라고 하였다.

    재미있는 것은 이것의 예로 든 사진이다. 벤야민의 시대에서는 사진에서 전시가치가 제의가치를 전면적으로 밀어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의 표현으로는 이 제의가치는 순순히 뒤로 물러나지 않고 최후의 보루에서 마지막 저항을 시도했던 것이 바로 인간의 얼굴이라고 했다. 지금도 사람의 얼굴을 찍은 사진은 함부로 하면 뭔가 꺼림칙하지 않은가..?

    영화는 연극과 달리 관객을 기계가 대체하였다.

    영화배우는 관객 대신 수많은 카메라 등의 촬영 장비, 조명 장비 등등의 기계 앞에서 연기를 해야 한다. 벤야민과 동시대의 극작가였던 피란델로는 "영화배우는 마치 유배지에 있는 것처럼 느낀다. 그는 무대에서 유배되었을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의 인격에서도 유배된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이 조그만 기계는 자신의 그림자를 가지고 관중 앞에서 재주를 부릴 것이다. 그리고 그 자신은 이 기계 앞에서 재주를 부리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너무 고급스러운 표현이라고도 하지만 벤야민은 영화를 보는 대다수의 도시민들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대다수의 도시민들이 평일 사무실이나 공장에서 근로하는 동안 내내 그 앞에서 자신들의 인간성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 바로 그 기계장치이기 때문이다. 저녁에는 이와 똑같은 무리의 대중이 영화관을 메워 영화배우가 그들 대신 복수를 해주는 모습을 보려고 한다. 즉 그들은 영화배우의 인간성이 기계장치 앞에서 버텨낼 뿐만 아니라 그 기계장치를 자기 자신의 승리에 복속시키는 모습을 보고자 한다.

    하지만 실제 영화를 보는 우리가 그런가? 사실 그렇지는 않은 거 같다. 그냥 영화 그 자체에, 또는 스타의 화려함이나 영화같은 영화 이야기에 몰입할 뿐이다.

    배우는 카메라 앞에 서 있는 동안 결국 자기가 대중과 관계한다는 사실을 안다. 이 대중이 바로 그를 컨트롤할 존재이다. 그리고 이 대중이야말로 그들이 컨트롤할 연기를 배우가 마치는 동안 눈에 보이지 않으며 아직 현존하지 않는다. 이 컨트롤의 권위는 대중이 그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통해 상승된다. 물론 이 컨트롤에 대한 정치적 평가는 영화가 자본주의적 착취의 사슬에서 해방될 때까지는 기다려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영화 자본을 통해 이 컨트롤의 혁명적 기회들이 반혁명적인 기회로 변형되기 때문이다. 영화 자본에 의해 장려되는 스타 숭배는 이미 오래전부터 상품성의 부패한 마력에 지나지 않았던 그런 개성의 마력을 보존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스타 숭배의 상보물인 관중에 대한 숭배는 그와 동시에 대중의 부패한 상태를-파시즘은 대중의 계급의식을 그러한 부패한 상태로 대체하려고 하는데-촉진하고 있다.

     

    아하..

    근데 상업주의가 심화된 지금의 영화자본주의 세태를 벤야민은 머라고 할까?

    러시아 혁명을 경험한 그의 경험에서 이러한 벤야민의 사유가 나왔다면, 그리고 우리는 그의 개인적인 역사를 이해하고 그의 사유를 읽어내야 한다면 결국 인간의 사유는 경험적 사유일 뿐이다.

    산업혁명 이후에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의 신 계급이 등장하고 프롤레타리아의 삶이 일반화되기 시작하면서의 일상은 지금의 대중의 삶과 이미 닮아 있었다.

    벤야민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들의 술집과 대도시의 거리, 사무실과 가구가 있는 방, 정거장과 공장들은 우리를 절망적으로 가두어 놓은 듯이 보였다."

    그런데 벤야민은 그러한 우리의 삶이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으로서 영화가 등장하면서, 영화가 우리의 감옥의 세계를 10분의 1초 다이너마이트로 폭파함으로써 사방으로 흩어진 감옥세계의 파편들 사이에서 우리는 유유자적하게 모험에 가득 찬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이것은 현실의 긴장이 영화를 통해서 해소될 수 있다는 거다.

    "우리가 기술적 발전이 얼마나 위험한 긴장관계들을-이 긴장관계들은 위기의 단계에서는 정신병적 성격을 띠는데-대중에게 몰고 왔는지를 고려한다면, 우리는 똑같은 기술화가 영화를 통해 그러한 대중적 정신이상에 대해 정신적 예방접종의 가능성을 제공했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다.."

    즉, 이 각박하고 괴로운 일상에서 쌓이는 긴장을 영화가 풀어준다는 것인데.. 엔트로피가 쌓이면 전쟁을 통해서라도 해소가 되어야 한다는 신모씨의 말처럼 전쟁과 같은 엄청난 해소효과를 갖지는 못할지라도 영화가 일상에서의 피로감을 덜어준다는 것은 사실이다. 어제 해운대를 보면서 잠시 잠깐 배우의 연기에 몰입했던 게 생각났다.

    아뭏든, 벤야민은 왜 이 글을 썼을까? 책을 읽는 내내 무슨 목적으로 썼을지가 매우 궁금했다.

    정확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벤야민은 파시즘을 극복하는 공산주의를 지지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당시에 민족주의로 흐르는 파시즘과 자본의 포로가 되어 가는 자본주의, 그리고 공산주의가 이데올로기로 대두되었는데, 벤야민은 파시즘의 폐혜를 경계하고 이에 대한 솔루션으로 공산주의를 기대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죽음-자살 이후 레닌을 뒤이은 스탈린 시대의 공산주의는 전체주의로 흘러가버려 역시 씁쓸하게도 그 대안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지금에 와서는 자본주의의 독성을 제거하려는 노력에 의해, 그 노력이 인위적이라 할지라도 사회주의적 자본주의가 살아남고 있다. 이것이 과연 민주주의의 정서 위에서 가능했던 것일까?

    벤야민은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을 뜬금없이 썼던 것이 아니었다. 그는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이 3가지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보았다. 첫째 파시즘, 둘째 미국식 스타 중심의 물질주의적 산업, 셋째 러시아식 민중예술. 그는 세번째에 초점을 맞추고 기대한 것이다. 그러나 기술복제시대의 대표적 예술인 영화를 혁명의 수단이 아닌 파시즘의 수단으로 보았던 히틀러의 엄청난 시각의 차이가 그의 기대를 허무하게 무너뜨렸는지도 모른다.

    오직 역사 만이 대답을 한다. 벤야민이 시대를 앞서는 통찰력을 지녔다고 해도, 그래서 그가 19세기에 20세기를 예견하고 통찰했다고 해도 아쉽게도 결론적으로는 그는 틀렸다. 역사가 증명하듯이. 그가 21세기를 관통하는 인사이트를 가지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인간의 지식은 그야말로 보잘 것 없다. 벤야민 같은 천재도 결국 틀렸는데 뭘. 그래서인가? 성경에 인간의 지식은 하나님의 어리석음보다 못하다는 게. 그 말이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느낀 자조섞인 한탄처럼 들린다. 바람 속에 흩날리는 먼지같은 인생.

    완벽한 것 같고 행복한 듯 하지만 곧 깨질 균형 속에서 그저 착각하며 사는 게 인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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