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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시 삼백수: 5언절구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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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6쪽 | 규격外
ISBN-10 : 8934969520
ISBN-13 : 9788934969525
우리 한시 삼백수: 5언절구 편 중고
저자 정민 (평역) | 출판사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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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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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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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멀어진 세상에 던지는 짙고 아름다운 단장의 미학! 정민 교수가 던지는 다섯 자의 깊은 울림 『우리 한시 삼백수: 5언절구 편』. 삼국부터 근대까지 우리 7언절구 삼백수를 가려 뽑고 풀이한 《우리 한시 삼백수: 7언절구 편》, 사계절에 담긴 한시의 시정을 정리한 《꽃들의 웃음판》 등의 한시 관련 저서를 펴낸바 있는 정민 교수가 시와 멀어진 세상에 깊은 고전의 감성과 정수가 배어든 우리 한시 삼백수를 소개한다.

최치원의 ‘등불 앞’, 정몽주의 ‘봄비’, 신숙주의 ‘꾀꼬리’, 서경덕의 ‘옥 세계’, 황진이의 ‘반달’ 등 삼국부터 근대까지 우리 5언절구 백미 삼백수를 가리고, 오늘날 독자들의 감성에 닿을 수 있게 순수한 감성 비평으로 적절히 풀이하였다. 사랑과 인간을 비롯하여 존재와 자연, 달관과 탄식, 풍자와 해학 등 다섯 마디의 좁은 행간 안에 녹아 있는 우리네 인생사를 오롯이 펼쳐낸다.

저자소개

저자 : 정민 (평역)
저자(평역자) 정민은 충북 영동 출생. 한양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모교 국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지식 경영에서 한국학 속의 그림까지 고전과 관련된 전방위적 분야를 탐사하고 있다. 우리 한시 삼백수 7언절구 편에 이어 5언절구 편을 펴냈다. 7언시에 비해 글자 수는 줄었는데 평설은 대체로 더 길어졌다. 시인이 말을 아꼈기 때문에 감상자가 채워야 할 빈 여백이 그만큼 넓어진 탓이다. 그동안 한시 관련 저서로 삼국부터 근대까지 우리 7언절구 삼백수를 가려 뽑고 풀이한 《우리 한시 삼백수-7언절구 편》, 한시의 아름다움을 탐구한 《한시 미학 산책》, 한시로 읽는 다산의 유배 일기 《한밤중에 잠깨어》, 사계절에 담긴 한시의 시정을 정리한 《꽃들의 웃음판》, 한시 속 신선 세계의 환상을 분석한 《초월의 상상》, 문학과 회화 속에 표상된 새의 의미를 찾은 《새 문화사전》, 어린이들을 위한 한시 입문서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 등을 썼다. 연암 박지원의 산문을 꼼꼼히 읽어 《비슷한 것은 가짜다》와 《고전 문장론과 연암 박지원》을 펴냈다. 18세기 지식인에 관한 연구로는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발견》과 《다산선생 지식경영법》, 《18세기 한중지식인의 문예공화국》,《미쳐야 미친다》, 《삶을 바꾼 만남》 등이 있다. 또 청언소품淸言小品에 관심을 가져 《오직 독서뿐》, 《일침》, 《마음을 비우는 지혜》, 《내가 사랑하는 삶》, 《한서 이불과 논어 병풍》, 《돌 위에 새긴 생각》, 《다산어록청상》, 《성대중 처세어록》, 《죽비소리》 등을 썼다. 이 밖에 옛 글 속 선인들의 내면을 그린 《책 읽는 소리》, 《스승의 옥편》 등의 수필집도 펴냈다.

목차

머리말

지족(知足) - 을지문덕
등불 앞 - 최치원
갈매기 - 장연우
밤비 - 고조기
거문고 - 이자현
봄바람 - 김부식
고향에서 - 신숙
검은 밤 - 임규
옛 생각 - 최홍빈
좋은 시절 - 김신윤
산집 - 이인로
기다림 - 이인로
조각달 - 이규보
등산 - 이규보
옛길 - 이규보
패랭이꽃 - 이규보
눈 위에 쓴 편지 - 이규보
맨드라미 - 이규보
못가에서 - 혜심
꾀꼬리 소리 - 김양경
천봉 속 - 충지
아침 내내 - 충지
보덕굴 - 이제현
당부 - 조인규
연꽃 - 최해
변화 - 최해
마음가짐 - 이곡
지친 새 - 전원발
안분(安分) - 정포
강어귀에서 - 정포
비 온 아침 - 설손
갈매기 - 유숙
새벽 풍경 - 함승경
세상만사 - 조인벽
달밤 - 이색
봄비 - 정몽주
일출 - 성석린
목숨을 끊으며 - 김자수
버들 - 설장수
시골집 - 이숭인
강남 - 정도전
소요 - 길재
법부사 - 함부림
봄날 - 이첨
산에 사는 맛 - 유방선
밤새도록 - 변계량
산속 암자 - 이제
학은 가고 - 이보
귀가 - 이용
물총새 - 이경동
댓잎 자리 - 김수온
매화 - 강희안
꾀꼬리 - 신숙주
단비 - 신숙주
매화 - 성삼문
잠 깨어 - 서거정
가을밤 - 서거정
촛불 - 김극검
기러기 떼 - 조위
떠돌이 - 남효온
등불 돋워 - 남효온
혼자 - 이식
이별 - 이총
매화 - 성윤해
조각배 - 이정
그리움 - 이정
지팡이 - 박수량
벙어리 - 박수량
거문고 - 신항
세월 - 박계강
피리 소리 - 박계강
반죽(斑竹) - 이행
달빛 - 김정
저물녘 - 김정
안개 속 - 김정
벗 보내며 - 김정
샘물 소리 - 오경
만사(挽詞) - 기준
풍랑 - 최수성
그림 속 풍경 - 최수성
간서(看書) - 고순
옥 세계 - 서경덕
원숭이 - 나식
절집 - 나식
망향 - 임억령
해오라기 - 임억령
칭찬 - 조식
천왕봉 - 조식
나루에서 - 정렴
배꽃 - 정렴
고목 - 김인후
인생 - 김인후
고향 생각 - 윤결
구름뿐 - 휴정
꽃비 - 휴정
솔숲 속 - 휴정
들매화 - 이후백
강가 - 강극성
진면목 - 이광우
국화 - 고경명
두견이 울 제 - 이순인
눈 온 뒤 - 이순인
저무는 강 - 정작
기다림 - 송익필
하산 - 송익필
짹짹 - 송익필
남쪽 시내 - 송익필
작별 - 하응림
소리만 - 하응림
비 오는 밤 - 정철
오동잎 - 정철
배웅 - 정철
통군정에서 - 정철
석양 무렵 - 정철
가을밤 - 정철
반달 - 황진이
낙엽 속 - 이이
먹구름 - 이이
비바람 - 송한필
옛 절 - 백광훈
돌우물 - 백광훈
안개 이불 - 백광훈
벗을 애도하며 - 백광훈
오솔길 위 - 백광훈
보림사 - 백광훈
딸 생각 - 백광훈
흰 구름 - 이달
매미 울음 - 이달
풍경 - 이달
학 - 이달
등꽃 - 이달
옛 무덤 - 최경창
다듬이 소리 - 최경창
흰모시 치마 - 최경창
백운동 - 최경창
풋보리 - 최경창
향연(香煙) - 최경창
깊은 밤 - 이성중
안분(安分) - 윤정
대나무 - 홍가신
강 마을 - 홍가신
어긴 약속 - 안민학
눈물 - 조헌
생각 - 김니
근심 겨워 - 이순신
고맙다 - 이원익
웃기만 - 김장생
부끄러워 - 임제
석류꽃 - 임제
잘 있게 - 임제
늦잠 - 임제
까치 소리 - 이옥봉
광나루 - 이정
더딘 밤 - 장현광
봄잠 깬 뒤 - 정용
긴 밤 - 정용
가을 - 정용
나귀 등 - 차천로
성근 별 - 차천로
기러기 - 차천로
휘파람 - 이기설
강 길 - 홍경신
불붙듯 - 차운로
가을 달 - 차운로
빗속 꽃 - 이수광
냇물 소리 - 허적
쟁글쟁글 - 허적
기다림 - 허적
가을볕 - 허적
언로(言路) - 신흠
달밤 - 신흠
그리움 - 신흠
너럭바위 - 하위량
늙은 말 - 최전
낙엽 - 권필
고향 꿈 - 권필
뚝뚝 - 권필
길가의 무덤 김· 상헌
범어사 - 이안눌
차 연기 - 이안눌
고개 구름 - 이안눌
낚시 - 김류
치악산 - 홍서봉
새만 혼자 - 허경윤
잠 깨어나 - 이매창
비단 적삼 - 이매창
봄날 - 이매창
눈물 - 이매창
원망 - 조신준
나눔 - 조신준
새벽 - 조신준
휘파람 - 이지완
집 생각 - 목대흠
갈림길 - 이식
헛걸음 - 이식
솔숲 - 이식
다짐 - 이식
손거울 - 최기남
버들 - 최기남
먼지와 흙 - 이민구
시름마저 - 이민구
전송 - 유석
국화 - 이명한
왕손초 - 이명한
봄 산속 - 강백년
용호 - 김득신
긴 밤 - 김득신
금강산 - 송시열
두 모습 - 송시열
노숙 - 정희교
고향 생각 - 김충신
눈 오는 밤 - 남씨
매 - 이태서
남한산성 - 구음
강 나무 - 처능
저물녘 - 한우기
눈 오는 밤 - 김수항
절집 생각 - 박세당
등불 - 허시형
산촌 - 임방
수종사 - 홍만종
새벽 - 이만원
못가에서 - 김창흡
시냇물 - 김창흡
달빛 - 김창흡
서글퍼지면 - 홍세태
넋만 - 홍세태
작별 - 홍세태
기러기 - 홍세태
아침 이슬 김· 시보
새벽 비 - 김보
목동 - 이만부
낮잠 - 신희명
냇가에서 - 권이진
속도 없이 - 최창대
동묘 - 이병연
비 오는 오후 - 이병연
새벽의 교외 - 고시언
봄기운 - 윤순
저녁 빛 - 오상렴
산 아래 마을 - 오상렴
늙은 소 - 정내교
산해경 - 신유한
흰 구름 - 신유한
꽃그늘 - 신유한
빗질 - 임창택
다리 - 김이만
소 타는 맛 - 권만
뱁새 - 정석경
말없이 - 남극관
비 갠 뒤 - 남극관
낙엽 위 - 남극관
꽃만 - 정우량
타향에서 - 정우량
물고기 - 이광사
꽃보다 - 남유상
봄비 - 남유상
문수사 - 박태욱
베짱이 - 홍양호
노랫소리 - 박윤원
혹한(酷寒) - 박지원
요동벌 - 박지원
꽃구경 - 박지원
어린 손자 - 노긍
꽃 - 박준원
산 - 박준원
낮잠 - 박준원
더딘 배 - 박준원
탄식 - 이덕무
잠자리 - 이덕무
낮술 - 이덕무
국화 - 이덕무
내 집 - 이덕무
달빛 - 이가환
단풍잎 - 이가환
꽃술 - 박제가
아기 - 박제가
도톨밤 - 박제가
그림자 - 박제가
생각 - 박제가
투정 - 이안중
빗질 - 이안중
슬픈 이별 - 서영수각
청개구리 - 정약용
냇물 - 정약용
꽃 꺾어 - 김삼의당
발자욱 - 이양연
자장가 - 이양연
슬픔 - 이양연
깊은 밤 - 강정일당
기다림 - 능운
저녁 - 실명씨
가을 생각 - 이씨
은행잎 - 이정주
풋보리 - 한장석
꽃잎 - 황오
연잎 - 배전
아내를 잃고 - 이건창
초록 동산 - 이건창
국화 - 이건창

작자 소개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새해 정민 교수가 선사하는 깨끗한 정화의 울림!” 말들만 어지러운 세상에 던지는 단장短章의 미학, 단 다섯 자에 마음밭 시원한 물꼬가 터진다! 조선 지식인의 지식 경영에서 한국학 속의 그림까지 고전과 관련된 전방위적 분야를 탐사하는 정민 교...

[출판사서평 더 보기]

“새해 정민 교수가 선사하는 깨끗한 정화의 울림!”
말들만 어지러운 세상에 던지는 단장短章의 미학,
단 다섯 자에 마음밭 시원한 물꼬가 터진다!


조선 지식인의 지식 경영에서 한국학 속의 그림까지 고전과 관련된 전방위적 분야를 탐사하는 정민 교수가 《우리 한시 삼백수》 7언절구 편에 이어 1년 만에 5언절구 편을 펴냈다. 정민 교수의 학문적 본령은 한문학 중에서도 고전 문장론이다. 삼국부터 근대까지 우리 5언절구 백미 3백수를 가려 뽑고 풀이했다. 원문에는 독음을 달아 독자들이 찾아보기 쉽게 했으며 원시元詩만큼 아름다운 평설은 순수한 감성 비평에 국한했다. 부록에서는 시인의 생애에 대해 간략히 서술했다.
공자는 《시경詩經》을 묶으면서 “《시경》의 3백 편을 한마디로 말하면 사무사思無邪다”라고 했다. 사무사는 생각에 삿됨이 없다는 뜻이다. 시를 쓴 사람의 생각에 삿됨이 없으니 읽는 사람의 마음이 정화가 된다. 이것이 저자가 3백수의 상징성을 굳이 내세운 이유다. 5언절구를 우리말로 옮길 때는 보통 7.5조의 3음보 가락으로 옮겨 읽지만 이 책에서는 4.4나 5.5 또는 3.3.3의 실험적 번역을 다양하게 시도했으며 특별히 4.4의 가락에 천착했다. 한자 다섯 자를 우리말 여덟 자로 옮긴 셈인데, 뼈만 남기고 살은 다 발라냈다. 글자 수가 줄면 꾸밈말을 빼야 한다. 군더더기를 덜어내니 뜻이 더 깊어진다. 대신 어구 풀이에서 원래 의미를 가늠하도록 최소한의 설명을 달았다.

***

저자는 예전 체코의 한국문학 연구자가 한국 한시를 체코어로 번역하면서 한국 사람들이 계절과 꽃 소식에 왜 그렇게 관심이 많은지 몰라 궁금하더니 한국에 와서 지내자 금세 이해가 되더란 말을 인상 깊게 들었다. 시는 문화의 풍토성을 간직한다는 말이다. 한시의 기본 미감 발생 원리가 그렇고, 여기에 우리 민족의 정서 교감의 특성도 반영되었을 것이다.
우리 한시 속에는 자연이 등장하고 그 속에 사람이 깃든다. 사물은 끊임없이 교감의 언어를 발신한다. 새가 울고 꽃이 피고 바람이 부는 것도 내게 보내는 자연의 메시지 아닌 것이 없다. 사물 속으로 내가 들어가 그들을 통해 내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 스스로 치유되는 한시의 정서 표달 방식은 세상을 제멋대로 주무르려고만 드는 현대인의 욕망을 향한 일종의 경고 같다. 옛사람들은 한시 속 새 안에 다양한 의미를 담았다.

<기러기 떼>

날아가는 기러기 떼 줄 못 이루고
변방 소리 밤낮으로 일어나누나.
그리운 맘 머리만 하얗게 샜다
구슬피 바라보는 천 리 먼 사람.

旅雁不成行 邊聲日暮起
여안불성항 변성일모기
相思空白頭 ?望人千里
상사공백두 창망인천리
-조위曺偉, 1454-1503 <서제 숙분 조신에게 부치다寄庶弟叔奮伸>

여보게! 아우님. 부모님 모두 편안하신가? 가을 서리 내리더니 자꾸 하늘이 소란스럽네그려. 고개 들어보면 겨울 나러 남녘으로 날아가는 기러기 떼가 보이는군. 저희들도 불안한 걸까? 대오도 흐트린 채 꺼이꺼이 울며 나네. 너희는 가는데 나는 왜 못 가나? 날마다 마음만 공연히 심란해지곤 하지. 나라 일에 매인 몸, 가고파도 못 가니 저 기러기 발에 묶어 편지 한 장 띄워 보내네. 머리는 수심에 희게 물들고 보고픈 아우님은 천 리 먼 곳에 있으니 그리움 좀체 가누지 못하겠네. 따뜻이 나누던 한잔 술 오늘따라 사무치네.

<지친 새>

강 넓어 큰 고기 마음껏 놀고
숲 깊어 지친 새 돌아오누나.
전원으로 돌아옴은 내 뜻이지만
진즉에 기미機微 앎은 아니었다네.

江闊脩鱗縱 林深倦鳥歸
강활수린종 임심권조귀
歸田是吾志 非是早知機
귀전시오지 비리조지기
-전원발全元發, 고려 후기 <용궁에서 한가롭게 지내며. 난계 김득배의 운에 차운하여龍宮閑居. 次金蘭溪得培韻>

넓은 강물엔 큰 고기가 물 만나 논다. 제멋대로 거칠게 없다. 깊은 숲에는 날다 지친 새들이 둥지에 깃든다. 따뜻하고 안온하다. 전원으로 돌아오니 마음이 기쁘다. 왜 진즉 내려오지 못했나 싶다. 나는 세상일에 지친 새, 좁은 보에 갇혀 그물에 비늘을 다치기도 했던 큰 물고기다. 진즉에 벼슬길이 재앙의 길임을 알았더라면 그 길에서 그토록 아등바등하지는 않았을 터. 이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자연에 묻히고 보니, 지난날의 망설임이 마음에 부끄럽다. 아직 늦지 않았다. 멋대로 헤엄치다 수면 위로 튕겨 오르기도 하고, 마음껏 날다 저물녘엔 둥지에 깃들리라.

<뱁새>

그물눈 촘촘해 걸릴까 싶어
작은 놈도 날개를 퍼덕이누나.
설령 매화가지 빌려준대도
마침내 네가 편히 쉴 곳 아닐세.

?罹應密網 ??亦飛翰
괘리응밀망 마묘역비한
縱借梅枝一 終非爾所安
종차매지일 종비이소안
-정석경鄭錫慶, 1689-1729 <매화가지 위의 뱁새를 읊다?梅上??>

뭔가 불편한 심기가 느껴진다. 봄 맞은 매화가지 위에서 조그만 뱁새 한 마리가 깝죽거리고 있다. 그물 줄이 촘촘해 다른 새들이 겁먹고 안 오는 동안, 하도 작아 그물에도 걸리지 않을 뱁새만 와서 찧고 까분다. 모처럼 뜻을 펼쳐 보겠노라고 날개깃을 퍼덕이며 이 가지 저 가지 제멋대로 오르내린다. 뱁새야! 여긴 네 놀 곳이 못된다. 딴 데 가서 놀아라. 아마도 얼어붙은 정국을 틈타 갑자기 출세한 소인배 하나가 겁도 없이 함부로 설쳐대는 양을 보다가 눈꼴이 시어 지은 시지 싶다.

새라는 하나의 소재를 통해서도 눈물겨운 형제애, 티끌세상을 벗어난 드높은 달관, 부조리한 세태에 대한 통렬한 비판 등 다양한 주제들을 녹여냈던 선인들은 꽃에는 황홀한 자연에 대한 도취, 뜻대로 되지 않고 어긋나기만 하는 세상길의 안타까움, 인고의 세월을 견뎌 끝내 이겨내리라는 결연한 의지를 담기도 했다.

<들매화>

보슬비에 갈 길 잃고
십 리 바람 나귀 탄 채.
곳곳마다 핀 들매화
향기 속에 애 끊나니.

細雨迷歸路 騎驢十里風
세우미귀로 기려십리풍
野梅隨處發 魂斷暗香中
야매수처발 혼단암향중
-이후백李後白, 1520-1578 <절구絶句>

보슬비 속을 헤매 돌다 갈 길을 잃었다. 아니 이럴 땐 갈 길을 잊었다고 써야 할까? 나귀 등에 올라탄 채 십 리 길을 봄바람 맞으며 쏘다녔다. 미로(迷路), 즉 길 잃고 헤맨 까닭은 3구에서 말했다. 여기저기 피어난 들매화 때문에, 은은히 품겨오는 꽃향기 때문에, 그 향기에 떠오른 옛 기억 때문에, 보슬비 맞고 십 리 봄 길을 쏘다녔다. 꽃향기에 취해 보슬비에 젖어 옛 생각에 잠겨 길을 잃고 헤맸다. 들매화 때문에.

<빗속 꽃>

첩은 빗속의 꽃
님은 바람 뒤 버들 솜.
꽃 좋아도 쉬 이우니
솜은 날려 어딜 가나.

妾似雨中花 郞如風後絮
첩사우중화 낭여풍후서
花好亦易衰 絮飛歸何處
화호역이쇠 서비귀하처
-이수광李?光, 1563-1628 <옛 뜻古意>

좋은 꽃 어렵게 피웠더니 무정한 비에 땅에 진다. 꼭 내 신세 같다. 님은 바람에 갈 데 모르고 떠다니는 버들 솜 같다. 비에 지는 꽃잎처럼 얼마 못 가 시들 청춘인데, 안타까워라 님의 마음을 잡아둘 길이 없구나. 나를 까맣게 잊으시고 산지사방 이리저리 갈피 못 잡고 다니시는구나. 나는 님만 바라보고 있건만 님은 한눈만 판다. 딴전만 부린다. 그나마 시들고 나면 아예 거들떠도 보지 않을 것이 아닌가. 제목을 고의(古意)라 했다. 행간에 슬쩍 감춰둔 뜻이 있단 뜻이다. 어긋나기만 하는 세상길의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국화>

국화꽃 담박하다 누가 말했나
국화꽃 담박한 듯 더욱 짙다네.
근심 잠겨 적막할까 염려가 되어
일부러 가을 겨울 골라 피었지.
-이건창李建昌1852-1898 <국화黃花>

誰道黃花澹 黃花澹更濃
수도황화담 황화담갱농
?人愁寂寞 故故發秋冬
파인수적막 고고발추동

국화꽃이 담박하다고 말하지만, 그 담박함 속에 짙은 향기가 있다. 빛깔도 흰빛에서 노란색, 보라색에 이르기까지 없는 빛깔이 없다. 모든 꽃들이 다 지고, 잎새들 물들어 땅에 질 적에, 여름내 매운 기운을 속으로만 간직해두었다가, 푸른 하늘 열리고 공기가 알싸해진 뒤에야 꽃망울을 부푼다. 텅 빈 가을 들판 보며 적막한 근심에 빠져들 사람들 마음 따뜻해지라고 일부러 가을 지나 겨울 되도록 참고 참아 꽃을 피우는 것이다.

자연에 가탁해 마음을 표현하고 이 과정을 통해 스스로 치유하는 방식은 바람이나 말 같은 다른 자연과 동물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그리고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감정인 사랑도 달, 꽃, 까치 소리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표현된다.

<뚝뚝>

뚝뚝뚝 눈에선 눈물지고
가지마다 꽃들이 하나 가득.
봄바람 이 내 한 불어가
하룻밤에 하늘 끝 다다랐으면

滴滴眼中淚 盈盈枝上花
적적안중루 영영지상화
春風吹恨去 一夜到天涯
춘풍취한거 일야도천애
-권필權?, 1569-1612 <뚝뚝滴滴>


떠도는 삶이 아파 눈에서 뚝뚝 눈물이 진다. 그 마음 알지 못하겠다는 듯 가지마다 벙긋벙긋 꽃들이 피었다. 눈물로 어룽진 꽃잎들이 더 소담스럽다. 봄바람아 불어라. 쌩쌩 불어라. 그리운 사람들이 있는 곳까지 밤새도록 불어라. 안타까운 내 마음을 먼 데까지 전해다오. 봄바람아 불어라. 쌩쌩 불어라. 보고픈 맘, 그리운 생각, 그곳까지 전해다오. 밤새도록 불어라. 하늘 끝까지 불어라.

<늙은 말>

늙은 말 솔뿌리 베고 누워서
꿈속에서 천 리 길을 내달린다네.
갈바람 나뭇잎 지는 소리에
놀라서 일어나니 해는 저물고.

老馬枕松根 夢行千里路
노마침송근 몽행천리로
秋風落葉聲 驚起斜陽暮
추풍낙엽성 경기사양모
-최전崔澱, 1567-1588 <늙은 말老馬>

지난날은 꿈이었지 싶다. 빠진 이빨로 여물을 씹다가 지친 몸을 솔뿌리 위에 누인다. 곤한 잠 속에서는 여전히 힝힝대며 천 리 길을 내달린다. 장하던 시절은 다시 오지 않는다. 적토마의 꿈은 찾을 길이 없다. 갈기를 휘날리며 붉은 땀방울을 흘리던 때가 내게도 있었다. 쓰다듬는 주인의 손길에 의기양양하여 채찍질 없이도 내달리던 시절이 있었다. 가을바람 잎 지는 소리에 부시럭 눈을 뜨면 또 하루 해가 서산으로 넘어간다. 나도 가야지. 하지만 어디로 간단 말인가? 늙은 말의 꿈은 슬프다.

<반달>

곤륜산 옥 누가 깎아
직녀의 빗 만들었노.
견우와 이별한 뒤
속상해서 던졌다네.

誰?崑山玉 裁成織女梳
수착곤산옥 재성직녀소
牽牛離別後 愁擲碧空虛
견우이별후 수척벽공허
-황진이黃眞伊, 1516-? <반달을 노래함詠半月>

황진이, 그녀의 시는 참 재치가 있다. 얼레빗 같은 노란 반달이 반공중에 걸려 있다. 누가 쓰던 걸까. 누군가 곤륜산의 좋은 옥을 캐어다가 마르고 깎아 직녀에게 선물했겠지. 그 빗으로 매일 곱게 단장하며 견우와 사랑을 속삭였겠다. 하지만 견우가 내 곁을 떠나 은하수 저편으로 건너가 날마다 함께 있던 그를 다시 볼 수 없게 된 뒤로 얼레빗은 이제 쓸모가 없다. 이제 더 이상 그 누굴 위해 머리 빗을 일이 없다. 곱게 단장할 일이 없다. 속이 상해서 푸른 허공에 냅다 던져버린 그녀의 빗은 지금도 허공에 걸려 저렇게 빛난다. 이룰 수 없는 사랑처럼, 만나지 못하는 그리움같이.

이 외에도 <망천도輞川圖> 그림과 어울리면서 당대의 권세가 남곤을 비판한 <그림 속 풍경>(최수성), 산 넘고 물 건너 왕래하며 서울 소식, 집안 소식을 알려주는 하인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한 <고맙다>(이원익), 눈길에 어렵사리 친구를 찾아왔다가 없어 눈밭 위에 글을 써놓고 눈보라가 잠잠해지기를 바라는 심정을 담은 <눈 위에 쓴 편지>(이규보) 등 마음을 울리는 명편들이 이 책에는 넘쳐난다.

***

우리 한시를 읽는 것은 미처 알지 못했던 우리 문화의 광대한 숲으로 들어가는 일이다. 처음에는 그 숲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잘 알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천천히 오솔길을 거닐다 보면 세월의 무늬가 찍힌 나무들의 등껍질이 보여주는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묵은해가 가고 새로운 해가 온다. 그러나 우리 마음은 새 마음이 아니다. 지난 해 우리는 마음을 잃어버린 세태 속에서 엄청난 재앙을 경험했고 상처는 아직도 아물지 않았다. 이 책에서 정민 교수는 세상을 멋대로 주무르려 하는 비인간의 풍조에 경종을 울리려 한다.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일은 오직 마음밭을 가꾸는 일로만 가능하다. 저자는 단 다섯 마디에 실린 깊고 그윽한 울림으로 독자들의 메마른 마음밭에 시원한 물꼬를 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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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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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冊 이야기 2015-041   『우리 한시 삼백수』...

    이야기 2015-041

     

    우리 한시 삼백수5언절구 편 정민 / 김영사

     

     

    1. “기찬 책략은 천문을 뚫고/ 묘한 계산은 지리 다했네./ 싸움에 이겨 공이 높이니/ 족함을 알아 그만두게나.” 고구려 영양왕 때 을지문덕이 수나라 장수 우중문에게 보낸 글이라고 한다. 살수대첩 때이다. ‘이제 그만 두시지점잖게 이른다. 멈춤을 잘 하는 사람이 진짜 지혜롭다. 헛똑똑이가 많은 세상이다. 나만 잘 낫다. 달리다보면 속도감도 모른다. 옛글을 통해 나를 돌아본다. 우중문은 어찌 되었을까? 보급로를 확보 못해 살수에서 길이 끊겼다. 손도 못 써보고 참패한 후 겨우 목숨만 부지한 채 달아났다고 한다.

     

     

    2. 한양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 중인 지은이는 꾸준히 우리의 한시를 정리해서 소개해주고 있다. 그동안 한시 관련 저서로 이 책 외에도 삼국부터 근대까지 우리 7언 절구 삼백수를 가려 뽑고 풀이한 우리 한시 삼백수-7언절구편, 한시의 아름다움을 탐구한 한시 미학 산책, 한시로 읽는 다산의 유배일기 한밤중에 잠깨어, 사계절에 담진 한시의 서정을 정리한 꽃들의 웃음판외에도 여러 권이 있다.

     

     

    3. “방울 짓지 못하던 가녀린 봄비/ 밤중에 가느다란 소리가 있네./ 눈 녹아 남쪽 시내 물 불어나서/ 새싹들 많이도 돋아나겠네.” 정몽주.

    봄비는 그럴 때가 있다. 우산을 쓰자니 멋쩍고, 안 쓰자니 옷과 머리가 축축해지겠고. 이번 겨울엔 눈이 많이 안 와서 미리 가뭄을 걱정하시는 어르신들이 계시다. 그러나 어쨌든 봄은 볼 것이 많다. 그래서 봄인지도 모른다. 들리는 소리도 많다. 깊은 땅속에서 솟아나는 물 흐르는 소리. 새싹이 돋는 소리. 어디서 시작되어 어디가 끝인지 모르는 바람 소리. 새싹들이 많이 돋아나서 희망이 가득 담긴 풍요로운 들판을 기대하는 마음을 함께 느낀다.

     

     

    4. “담담한 저녁노을 너머로/ 느릿느릿 먼 마을 지나는데/ 한 소리 쇠등의 피리 소리/ 온 산 구름 불어서 흩는다.” 조선 전기의 문장가 박계강의 산길을 가다가 피리 소리를 듣고서라는 글이다. 박계강의 일화가 인상적이다. 40세까지 글을 깨우치지 못하다가 길거리에서 천예(賤隸)에게 수모를 당하고 분발하여 수년 만에 문명을 날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니 기죽지 말일이다. 노을은 뒷모습이다. 뒷모습이 더 아름다운 사람으로 남고 싶다.

     

    5. 지은이는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지식 경영에서 한국학 속의 그림까지 고전과 관련된 전방위적 분야를 탐사하고 있다. 다음 저술을 기대한다.

     

     

  • [북리뷰] 우리 한시 삼백수 5언절구 편이다. 예전에 7언절구편이 나온 적이 있다. 그때도 느꼈지만 한시는 정말 대단하다...

    [북리뷰] 우리 한시 삼백수

    5언절구 편이다. 예전에 7언절구편이 나온 적이 있다. 그때도 느꼈지만 한시는 정말 대단하다고 느낀다. 글자를 정확히 맞추면서 자신의 느낌을 표현한다는 것은 웬만한 어휘력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7언절구보다 더 짧은 5언절구편이라 표현력이 다소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나만의 생각이었다. 그러고 보면 이런 어휘력과 표현력이 부럽기도 하다.

    시를 읽다 보면 영시든 한시든 우리나라 시던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시대적인 상황에 따라 단어와 표현이 다를 뿐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시대에 따라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예전에 느낌과 지금의 느낌은 분명한 시간적인 갭이 존재하긴 한다. 하지만 인간사 특별하지 않다는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유방선(1388-1443)산에 사는 맛이라는 시를 보면 산 속에 집을 짓고 혼자 사는 이야기를 시로 만들었다. 산 속에 있기에 자연의 소리를 듣지만 외로움을 느낀다는 시다. 우리가 이 당시를 생각할 때 선입견을 갖게 된다. ‘옛날에는 산에도 많이 살고 그러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한다. ‘응답하라 1997’에서 보면 PC통신을 할 때, 부산에 산다고 하면 회를 자주 먹고 집에 배가 있으며, 부산에 있는 자신의 친구를 알 수 있는 듯한 착각을 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생각한다.

    나와는 다른 곳, 혹은 지역이 주는 선입견으로 인해 나와는 동떨진 삶을 살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나만의 선입견에 불과하다. ‘산에 사는 맛이라는 시를 읽으면서 나 또한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

    구음(1614-1683)남한산성은 병자호란이 끝난 뒤 남한산성을 오르면서 지은 시다. 전쟁 후의 참혹한 현장을 시로 읊조렸다. 죄 없는 백성들의 죽음. 이 현장을 보면서 참혹한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할 것 같다. 지금의 남한산성은 이 때와는 다르다. 산책과 여행의 한 코스일 뿐이다. 지금에야 성을 만드는 것이 전쟁을 대비하는 것은 아니니까.

    남한산성은 예나 지금이나 그 자리에 있다. 하지만 그 당시의 남한산성이 갖는 의미와 지금의 남한산성이 갖는 의미는 다르다. 시간은 세월이 지나면 무엇이든 유물로 만들어 버리는 오묘한 힘을 갖고 있는 듯하다.

    우리 한수 삼백수에는 계절의 변화와 장소, 감정의 변화에 대한 여러 시가 담겨져 있다. 한자를 잘 알아서 음과 뜻, 또는 파자를 하면서 읽으면 더욱 깊은 의미로 다가 올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확히 말하면 시를 읽으면서 한자 공부를 다시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어는 다르지만 감정으로 쓰는 것이 시라고 생각한다. 나도 시를 써볼까?

  •    확실히 학창 시절에 읽은 책이 평생(?)의 취향을 결정하나 봅니다. 학창...

     

     확실히 학창 시절에 읽은 책이 평생(?)의 취향을 결정하나 봅니다. 학창 시절 정민 선생님의 한시 이야기 책을 인상깊게 읽었더랬는데요, 그 후로 당연히 정민 선생님의 책은 물론 한시에 대한 책에 내내 관심을 가지게 되었네요. 꾸준히 책을 내주시고 계시는 것이 반가울 따름인데요, 작년에 우리 한시 삼백수 7언 절구 편이 출간되면서 두께에 헉, 우리 한시가 이렇게 많다는 데에 헉 놀랬었습니다. 300수라고 해도 한시라면 20자 남짓인데 왜 이리 두꺼울까 했더니 하나 하나 정민 선생님의 주석이 붙어 있더군요. 성격상 시집도 주루룩 읽어버리는 편인데 의도치 않게 음미하며 오랫동안 읽었더랬죠.

     

     

     7언 절구편이 나왔으니 5언 절구편도 나오겠다 했습니다만, 맞춘듯 딱 1년만에 출간이 되었네요. 여전히 두께가 만만치 않은데요, 삼국시대부터 근대까지의 한시 300편이 한글 번역은 물론, 원문과 작가의 주석이 더해져 상당한 분량이 되었네요. 7언 절구와 비교하면 행당 글자수가 2자 빠졌을 뿐이다 생각할 수 있지만 뜻글자인 한자의 특성에 구성상의 특성까지 더해져 5언 절구는 훨씬 간결한 인상을 줍니다. 머릿말에도 있듯이 저자는 그 여백을 좀 더 길어진 평설로 채워주고 있네요.

     

     짧은 한자실력입니다만 되도록이면 원문을 곱씹어보고 한글 번역을 본 후 주석을 읽는 방식으로 읽어보려 노력하는데요, 확실히 한글 번역만 해도 해석자의 주관이 엄청나게 들어가버리는구나 싶군요. 단순히 뜻의 문제가 아니라 느낌 자체가 완전히 다르게 느껴지니까요. 표음문자끼리만 해도 번역 전후로 큰 차이가 나게 마련인데 표의문자를 표음문자로 바꾸어버리니 그 차이가 클 수밖에 없겠지요. 거기에 시대적 배경이나 시인의 가치관까지 포함되어 버리니 주석은 주석대로 새롭게 느껴집니다. 원문으로 한편, 번역본으로 한편, 주석으로 다시 한편의 시를 읽는 듯한 기분이네요. 저자가 번역을 다양하게 시도한 것도 작용하는데요, 의도적으로 7.5조, 4.4조, 5.5조 등 여러 방식을 써보셨다고 하네요. 어구 풀이가 있어 다른 방식의 해석을 생각해볼 수 있었던 것이 다행스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시대별로 시를 실어놓으니 시대에 따른 사고의 변화나 소재의 변화가 초심자의 눈에도 일목요연하여 흥미롭다는 점도 빠뜨리면 안될 듯 하네요. 주지적이라기보다 주정적인 시가 많아 완상하듯 음미하며 읽기에도 부담 없고요. 우선 눈에 띄는 것부터 드문드문 읽어본지라 깊이 음미하며 책을 일독하는데는 아직 제법 시간이 걸릴 듯 합니다만, 그만큼 즐거움이 길어진다는 이야기기도 하겠네요.

  • 공자는 <시경詩經>을 묶으면서 "<시경>의 삼백 편을 한마디로 말하면 사무사思無邪다"라고 했다. 사무...

    공자는 <시경詩經>을 묶으면서 "<시경>의 삼백 편을 한마디로 말하면 사무사思無邪다"라고 했다. 사무사는 생각에 삿됨이 없다는 뜻이다. 시를 쓴 사람의 생각에 삿됨이 없으니 읽는 사람의 마음이 정화가 된다. 이것이 저자가 책 제목에 3백수의 상징성을 굳이 내세운 이유다. - '머리말' 중에서

     

     

    5언절구, 다섯 자 단장短章의 깊은 울림!

     

    자연이 등장하고 그 속에 사람이 깃든다. 새가 울고 꽃이 피고 바람이 부는 것도 우리에게 보내는 자연의 메시지다. 사물 속으로 들어가 그들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 스스로 치유되는 한시의 정서 표현 방식은 세상을 제멋대로 주무르려고만 드는 현대인의 욕망을 향한 일종의 경고 같다.

     

    7언시에 비해 들자 수가 줄어싿. 시인이 말을 아낀 만큼 감상자가 채워야 할 여백이 그만큼 더 넓어진 셈이다. 고구려 을지문덕 장군부터 수한말의 이건창李建昌의 시까지 총 300수를 작가의 생몰生沒연대순으로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근 10년을 묵혀 둔 것들을 새로 다듬었다고 한다.

     

    저자 정민 교수는 한양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모교 국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지식 경영에서 한국학 속의 그림까지 고전과 관련된 전방위적 분야를 탐사하고 있다. 아침에 학교 연구실에 올라와 컴퓨터를 켜면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매일 한시 한 수씩을 우리말로 옮기고 감상을 적어나갔다. 재워둔 곶감처럼 든든해서 이따금 하나씩 뽑아 혼자 맛보곤 했다.

     

    이 책은 삼국부터 근대까지 명편 5언절구 3백수를 가려 뽑고 오늘날 독자들의 감성에 닿을 수 있게 풀이했다. 그동안 한시 관련 저서로는 한시의 아름다움을 탐구한 <한시 미학 산책>, 한시로 읽는 다산의 유배 일기 <한밤중에 잠깨어>, 사계절에 담긴 한시의 시정을 정리한 <꽃들의 웃음판>, 한시 속 신선 세계의 환상을 분석한 <초월의 상상>, 문학과 회화 속에 표상된 새의 의미를 찾은 <한시 속의 새, 그림 속의 새>, 어린이들을 위한 한시 입문서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 등이 있다.

     

    "시는 함축과 감성의 언어다"

     

     

     

     

    우리 역사의 삼국시대, 북진정책을 펼치던 고구려는 중국 황실의 입장에서 볼 땐 눈에 가시 같은 오랑캐, 동이東夷였다. 중국을 통일한 수나라는 고구려 정벌을 감행했다. 우중문, 우문술 장군이 수나라 원정군의 사령관 격이었다. 당시 고구려에는 명장 을지문덕乙支文德이 있었다. 다음 시는 을지문덕이 수나라 장수 우중문에게 보낸 <여수장우중문與隋將于仲文>이다. 즉 '수나라 장수 우중문에게 주다'란 시다.

     

     

    기찬 책략은 천문을 뚫고

    묘한 계산은 지리 다했네.

    싸움에 이겨 공이 높으니

    족함을 알아 그만두게나.

     

    神策究天文 妙算窮地理

    신책구천문 묘산궁지리

    戰勝功旣高 知足願云止

    전승공기고 지족원운지

     

     

    노자의 <도덕경> 44장에 "족함을 알면 욕되지 않고, 그침 알면 위태롭지 않아, 오래갈 수가 있다"는 글귀와 또 32장에 "처음 만들어지면 이름이 있다. 이름이 있고 나면 그칠 줄 알아야 한다. 그침을 알면 위태롭지 않다"라는 글귀가 있다. 그러니까 을지문덕의 메세지는 "이길 만큼 이겼으니 이제 그만하시지! 까불지 말고, 좋게 말할 때 돌아가라"는 말이다.

     

    "이 자식이 뭘 믿고 이리 까불어?" 

     

    황제국, 즉 대국이라고 자처하는 수나라의 대장군이 이 시를 받고 분기탱천해 평양성으로 진군을 서두른다. 하지만 보급로를 이미 차단당해 주린 배를 움켜 쥐고 고난의 행군을 펼치는 군사들은 오로지 평양성 함락만이 그들의 살 길이었다. 하지만 사기가 떨어진 상태였다. 그들은 결국 을지문덕의 유인책에 걸려 들어 살수(현, 북한의 청천강)에서 대패를 당한다.

     

     

    <가을밤 빗속에秋夜雨中>

     

    가을바람 괴론 노래

    세상 날 몰라주네.

    창밖엔 삼경의 비

    등불 앞 만리 마음.

     

    秋風唯苦吟 世路少知音

    추풍유고음 세로소지음

    窓外三更雨 燈前萬里心

    창외삼경우 등전만리심

     

    - 최치원崔致遠

     

    홀로 깨어 듣는 밤 빗소리는 존재의 근원을 돌아보게 한다. 저 비 맞고 낙엽이 지리라. 빈털터리의 겨울은 더 슬플 것이다. 재주와 능력이 있으되 알아주는 사람 하나 만나지 못했다. 열두 살에 당나라로 유학을 떠난 천재가 남의 나라 하숙방에서 처량하게 가을 빗소리를 들으면 쓴 시다. 제 살을 태우며 등불이 가물댄다. 흔들리는 마음은 만 리 길을 헤맨다. 고향이 그리워도 갈 수가 없다.

     

    이 시를 읽다 보니 오 헨리의 단편소설 <마지막 잎새>가 떠오른다. 화가를 꿈꾸는 존시는 가난한 것도 억울한데 악성 폐렴에 걸려 살아날 가망이 거의 없다. 찬바람이 몹시 부는 11월, 그녀는 하릴없이 창 밖 건너 편 담벼락에 붙은 담쟁이 잎의 개수만 세고 있다. 잎이 다 떨어지면 자신도 죽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눈비가 섞여 내리는 어느 날, 그녀는 여전히 담쟁이의 마지막 잎새가 그대로 있는 것을 보고 맘을 달리 먹는다. 긍정적인 마음이 쾌유를 만들었다. 그런데, 같은 동네에 사는 노화가 베어먼이 급성 폐렴으로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사실 그날 노화가는 존시를 위해 자기 몸을 희생하며 마지막 잎새를 담에 그렸던 것이다.

     

     

    <용궁에서 한가롭게 지내며 龍宮閑居>

     

    강 넓어 큰 고기 마음껏 놀고
    숲 깊어 지친 새 돌아오누나.
    전원으로 돌아옴은 내 뜻이지만
    진즉에 기미機微 앎은 아니었다네.

    江闊脩鱗縱 林深倦鳥
    강활수린종 임심권조귀
    歸田是吾志 非是早知機
    귀전시오지 비시조지기


    - 전원발全元發

     

     

    작가는 고려 후기사람이며 제목은 권조, 즉 지친 새다. 난계 김득배의 운에 차운했다. 넓은 강물엔 큰 고기가 물 만나 논다. 제멋대로 거칠게 없다. 깊은 숲에는 날다 지친 새들이 둥지에 깃든다. 따뜻하고 안온하다. 전원으로 돌아오니 마음이 기쁘다. 왜 진즉 내려오지 못했나 싶다.

     

    나는 세상일에 지친 새, 좁은 보에 갇혀 그물에 비늘을 다치기도 했던 큰 물고기다. 진즉에 벼슬길이 재앙의 길임을 알았더라면 그 길에서 그토록 아등바등하지는 않았을 터. 이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자연에 묻히고 보니, 지난날의 망설임이 마음에 부끄럽다. 아직 늦지 않았다. 멋대로 헤엄치다 수면 위로 튕겨 오르기도 하고, 마음껏 날다 저물녘엔 둥지에 깃들리라.

     

     

    <들매화>

     

    보슬비에 갈 길 잃고
    십 리 바람 나귀 탄 채.
    곳곳마다 핀 들매화
    향기 속에 애 끊나니.

    細雨迷歸路 騎驢十里風
    세우미귀로 기려십리풍
    野梅隨處發 魂斷暗香中
    야매수처발 혼단암향중

    - 이후백李後白(1520~1578년)

     

    보슬비 속을 헤매 돌다 갈 길을 잃었다. 아니 이럴 땐 갈 길을 잊었다고 써야 할까? 나귀 등에 올라탄 채 십 리 길을 봄바람 맞으며 쏘다녔다. 미로迷路, 즉 길 잃고 헤맨 까닭은 셋째 귀절에서 말했다. 여기저기 피어난 들매화 때문에, 은은히 품겨오는 꽃향기 때문에, 그 향기에 떠오른 옛 기억 때문에, 보슬비 맞고 십 리 봄 길을 쏘다녔다. 꽃향기에 취해 보슬비에 젖어 옛 생각에 잠겨 길을 잃고 헤맸다. 들매화 때문에.

     

     

    <옛 뜻古意>

     

    첩은 빗속의 꽃
    님은 바람 뒤 버들 솜.
    꽃 좋아도 쉬 이우니
    솜은 날려 어딜 가나.

    妾似雨中花 郞如風後絮
    첩사우중화 낭여풍후서
    花好亦易衰 絮飛歸何處
    화호역이쇠 서비귀하처

    - 이수광(1563~1628년)

     

    좋은 꽃 어렵게 피웠더니 무정한 비에 땅에 진다. 꼭 내 신세 같다. 님은 바람에 갈 데 모르고 떠다니는 버들 솜 같다. 비에 지는 꽃잎처럼 얼마 못 가 시들 청춘인데, 안타까워라 님의 마음을 잡아둘 길이 없구나. 나를 까맣게 잊으시고 산지사방 이리저리 갈피 못 잡고 다니시는구나. 나는 님만 바라보고 있건만 님은 한눈만 판다. 딴전만 부린다. 그나마 시들고 나면 아예 거들떠도 보지 않을 것이 아닌가. 제목을 고의古意라 했다. 행간에 슬쩍 감춰둔 뜻이 있단 뜻이다. 어긋나기만 하는 세상길의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비온 뒤 꽃잎은 여기저기 땅바닥에 떨어진다. 특히, 봄철의 백목련은 피었을 땐 그 고운 자태가 아름답지만 땅에 떨어지면 정말 지저분하다. 지금은 첩이 거의 없지만, 조선 때만 해도 축첩을 했다. 남편 한 사람만 쳐다 보고 사는 첩의 신분인데 자기를 잊고 먼 곳으로 다니며 다른 꽃을 찾아다니는 님의 바람기를 잡을 수가 없다. 우중화, 정말 그 신세를 멋지게 표현한 듯하다.

     

     

    <늙은 말老馬>

     

    늙은 말 솔뿌리 베고 누워서
    꿈속에서 천 리 길을 내달린다네.
    갈바람 나뭇잎 지는 소리에
    놀라서 일어나니 해는 저물고.

    老馬枕松根 夢行千里路
    노마침송근 몽행천리로
    秋風落葉聲 驚起斜陽暮

    - 최전崔澱(1567~1588) 

     

    지난날은 꿈이었지 싶다. 빠진 이빨로 여물을 씹다가 지친 몸을 솔뿌리 위에 누인다. 곤한 잠 속에서는 여전히 힝힝대며 천 리 길을 내달린다. 장하던 시절은 다시 오지 않는다. 적토마의 꿈은 찾을 길이 없다. 갈기를 휘날리며 붉은 땀방울을 흘리던 때가 내게도 있었다. 쓰다듬는 주인의 손길에 의기양양하여 채찍질 없이도 내달리던 시절이 있었다. 가을바람 잎 지는 소리에 부시럭 눈을 뜨면 또 하루 해가 서산으로 넘어간다. 나도 가야지. 하지만 어디로 간단 말인가? 늙은 말의 꿈은 슬프다.

     

    정년 퇴직한 직장인들이 이런 심정이지 않을까? 비록 주인이 타던 말을 표현한 시이지만, 결국에는 말의 주인인 자신 또한 그런 심정이리라. 마치 경주마마냥 실컷 부리며 몰고 다녔던 영업직 종사자라면 낡은 자신의 승용차를 바라보는 마음이 특히 더할 것 같다. 나도 정년 퇴직한 사람이다. 운이 좋아 고문직을 수행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나도 이러하지 않을까 싶다.

     

     

    <뚝뚝滴滴>

     

    뚝뚝뚝 눈에선 눈물지고
    가지마다 꽃들이 하나 가득.
    봄바람 이 내 한 불어가
    하룻밤에 하늘 끝 다다랐으면

    滴滴眼中淚 盈盈枝上花
    적적안중루 영영지상화
    春風吹恨去 一夜到天涯
    춘풍취한거 일야도천애 

    - 권필(1569~1612) 


    떠도는 삶이 아파 눈에서 뚝뚝 눈물이 진다. 그 마음 알지 못하겠다는 듯 가지마다 벙긋벙긋 꽃들이 피었다. 눈물로 어룽진 꽃잎들이 더 소담스럽다. 봄바람아 불어라. 쌩쌩 불어라. 그리운 사람들이 있는 곳까지 밤새도록 불어라. 안타까운 내 마음을 먼 데까지 전해다오. 봄바람아 불어라. 쌩쌩 불어라. 보고픈 맘, 그리운 생각, 그곳까지 전해다오. 밤새도록 불어라. 하늘 끝까지 불어라.

     

    작자는 조선 중기 문신으로 시정時政을 풍자하는 시를 많이 지어 권귀權貴의 미움을 받았다. 광해군의 어지러운 정치를 풍자하는 궁류시宮柳詩를 지었다가 그때 일아난 무옥誣獄에 연좌되어 광해군의 친국을 받고 귀양가는 도중에 사망했다. 허균은 그의 시에 대해 아름다움과 여운을 높이 평가했다. 궁류시란 광해군의 비 유柳씨와 그 친촉의 전횡을 풍자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매화가지 위의 뱁새를 읊다> 

    그물눈 촘촘해 걸릴까 싶어
    작은 놈도 날개를 퍼덕이누나.
    설령 매화가지 빌려준대도
    마침내 네가 편히 쉴 곳 아닐세.

    罹應密網 마묘亦飛翰
    괘리응밀망 마묘역비한
    縱借梅枝一 終非爾所安
    종차매지일 종비이소안


    - 정석경鄭錫慶(1689-1729)

      
    뭔가 불편한 심기가 느껴진다. 봄 맞은 매화가지 위에서 조그만 뱁새 한 마리가 깝죽거리고 있다. 그물 줄이 촘촘해 다른 새들이 겁먹고 안 오는 동안, 하도 작아 그물에도 걸리지 않을 뱁새만 와서 찧고 까분다. 모처럼 뜻을 펼쳐 보겠노라고 날개깃을 퍼덕이며 이 가지 저 가지 제멋대로 오르내린다. 뱁새야! 여긴 네 놀 곳이 못된다. 딴 데 가서 놀아라. 아마도 얼어붙은 정국을 틈타 갑자기 출세한 소인배 하나가 겁도 없이 함부로 설쳐대는 양을 보다가 눈꼴이 시어 지은 시詩지 싶다.

     

     

    <국화黃花>

     

    국화꽃 담박하다 누가 말했나
    국화꽃 담박한 듯 더욱 짙다네.
    근심 잠겨 적막할까 염려가 되어
    일부러 가을 겨울 골라 피었지.

    誰道黃花澹 黃花澹更濃
    수도황화담 황화담갱농
    人愁寂寞 故故發秋冬
    파인수적막 고고발추동

    - 이건창李建昌(1852~1898)


    국화꽃이 담박하다고 말하지만, 그 담박함 속에 짙은 향기가 있다. 빛깔도 흰빛에서 노란색, 보라색에 이르기까지 없는 빛깔이 없다. 모든 꽃들이 다 지고, 잎새들 물들어 땅에 질 적에, 여름내 매운 기운을 속으로만 간직해두었다가, 푸른 하늘 열리고 공기가 알싸해진 뒤에야 꽃망울을 부푼다. 텅 빈 가을 들판 보며 적막한 근심에 빠져들 사람들 마음 따뜻해지라고 일부러 가을 지나 겨울 되도록 참고 참아 꽃을 피우는 것이다.

     

     

    "세상을 멋대로 주무르려 하는 내게 새와 꽃과 바람이 경계한다"

     

    자연에 가탁해 마음을 표현하고 이 과정을 통해 스스로 치유하는 방식은 바람이나 말 같은 다른 자연과 동물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그리고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감정인 사랑도 달, 꽃, 까치 소리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표현된다.

     

    새라는 소재를 통해서도 눈물겨운 형제애, 티끌세상을 벗어난 드높은 달관, 부조리한 세태에 대한 통렬한 비판 등 다양한 주제들을 녹여냈던 선인들은 꽃에는 황홀한 자연에 대한 도취, 뜻대로 되지 않고 어긋나기만 하는 세상길의 안타까움, 인고의 세월을 견뎌 끝내 이겨내리라는 결연한 의지를 담기도 했다. 천천히 음미하며 즐기면 더 좋을 책이다.

  • 우리 한시 삼백수 | ce**1 | 2015.01.14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반달 황진이 곤륜산 옥 누가 깍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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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달

    황진이

    곤륜산 옥 누가 깍아

    직녀의 빗 만들었노.

    견우와 이별한 뒤

    속상해서 던졌다네.

    황진이, 그녀의 시는 참 재치가 있다. 얼레빗 같은 노란 반달이 반공중에 걸려 있다. 누가 쓰던 걸까. 누군가 곤륜산의 좋은 옥을 캐어다가 마르고 깍고 직녀에게 선물했겠지. 그 빗으로 매일 곱게 단장하며 견우와 사랑을 속삭였겠다. 하지만 견우가 내 곁을 떠나 은하수 저편으로 건너가 날마다 함께 있던 그를 다시 볼 수 없게 된 뒤로 얼레빗은 이제 쓸모가 없다. 이제 더 이상 그 누굴 위해 머리 빗을 일이 없다. 곱게 단장할 일이 없다. 속이 상해서 푸른 허공에 냅다 던져버린 그녀의 빗은 지금도 허공에 걸려 저렇게 빛난다. 이룰 수 없는 사랑처럼, 만나지 못하는 그리움같이(247).

    낮술

    이덕무

    가을 샘 무릎 밑을 울며 지나고

    깊은 산속 가부좌를 틀고 앉았지.

    낮술이 해 질 녘에 잔뜩 올라와

    후끈후끈 두 귀가 단풍 같구나.

    밤나무 아래 쉬면서 지은 시다. 찬 샘물이 나무 밑에 가부좌 틀고 앉은 내 무릎 아래쪽으로 찬 소리를 내며 흘러간다. 물소리 들으며 눈길을 앞에 주니 빗긴 햇살 비친 가을 산이 온통 벌겋다. 햇살에 얼비친 내 얼굴까지 붉게 달아오른다. 내 귓불이 이렇게도 붉은 것은 건너편 단풍나무 붉은빛이 얼비친 것일까? 아니면 아까 낮에 반주로 마신 몇 잔 술이 느닷없이 이제 와 올라온 것일까? 나는 아무 말 않고 불게 앉아 있다. 단풍나무처럼.

    내 집

    이덕무

    정승 이름 나 몰라라

    도서 취미 알 뿐일세.

    뜨락 나무 나와 같아

    맑은 바람 모은다네.

    정승이 누군지 장관이 누군지 나는 모른다. 내가 아는 것은 책과 함께하는 시간이 고맙고 달다는 것뿐. 세상길을 보면 먼지만 뿌연데 책 속을 보면 갈 길이 또렷하다. 지금 사람과 얘기하면 탁한 느낌이 들지만 책 속의 옛사람은 맑은 음성을 들려준다. 나는 세상과 담쌓고 책과 마주한다. 그렇다고 세상에 무관심한 것은 아니다. 세상을 읽는 안목과 통찰력을 나는 책을 통해 배운다. 내 집 마당의 나무도 주인을 닮아서 빈 허공에 두 팔 높이 들고 서서 지나가는 맑은 바람들 다 들렀다 가라고 불러 모은다.

    "흘러가는 것이 어디 물소리뿐이랴. 덧없는 욕심들도 함께 씻겨 흘러간다"(265).

    ​5언절구 <우리 한시 삼백수>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한시 3편입니다. 시를 좋아하는 아버지 덕분에 어릴 때부터 제법 우리 시를 많이 들으며 자랐습니다. 높은 산에 오른 날이나 밤하늘의 별이 아름다운 날이면 아버지는 외우고 있는 시들을 한 편씩 읊어주곤 하셨습니다. 아버지가 우리에게 해주셨듯이 달이 예쁜 밤이면 저도 누군가에게 황진이의 '반달'을 분위기 있게 읊어주고 싶습니다. 가을 날 나무 아래 앉아 쉬며 벌겋게 달아오신 가을 산이 햇살에 비치는 모습을 본다면 이덕무의 '낮술'을 멋스럽게 읊어주고 싶습니다. 맑은 바람 부는 날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창가에 앉아 책을 읽는 날이면 '내 집'이라는 이덕무의 시를 조용히 읊조려 보고 싶습니다.

    <우리 한시 삼백수>는 우리 한시 중에 '5언절구'만을 모아 작가 연대순으로 ​정리한 책입니다. "시어 중 풀이가 필요한 표현은 따로 어휘를 풀어 설명"하고, "한시의 원문 아래에는 한글 독음을 달아"주어 한시의 음률도 감상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한글 독음으로 읽는 것이지만 또 그 리듬이 좋아 시를 읽는 은근한 재미가 있습니다. 또 "평설을 작품의 행간 이해를 돕는 수준으로 그치고, 형식적 요소나 고사 설명은 할애"했으며, "제목은 작가 이름 아래 원제와 풀이 제목을 달고, 표제는 내용에 맞춰 따로 달았다"고 일러둡니다. <우리 한시 삼백수>는 작가의 짧은 평설이 또 하나의 읽는 재미를 주는 책입니다. 해설이 또 한 편의 시가 되고 있습니다. 한 편의 아름다운 그림이 눈앞에 그려지듯 풀이가 재치 있고 아름다워서 시를 읽듯이 가만가만 몇 번이고 되풀이 해 읽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한 시를 평역한 '정민'이라는 이름을 외워두었습니다. 이 분의 책을 더 찾아 읽고 싶어졌기 때문입니다.

     

    <우리 한시 삼백수>를 읽으며 처음 느낀 것은 시는 음악이기도 하면서 또 철학이었구나 하는 깨달음이었습니다. 시를 읽는다는 것은 마음을 돌보는 일이며, 덧없는 욕심들도 함께 씻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에 배여 있는 감정들, 다 부질없다는 허망함, 나 홀로 잊혀가는 외로움, 빛바랜 치마 같은 이별 뒤의 기억, 달빛과 마주 앉아 밤을 지새우는 아픈 사랑, 자꾸만 번져가는 그리움들이 시를 통해 마음에 흐르면서 나의 묵은 감정들도 씻겨가는 듯했습니다.

     

    <우리 한시 삼백수>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적 정신적 자산입니다. 국적 불명의 K-팝 가사가 소음처럼 들리는 저에게는 우리에게 있는 이런 멋스럽고 아름다운 노래들이 더 없이 소중하게 와닿았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아니 저부터 시를 노래하는 마음을 회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마음이 허허로운 날이나, 외로운 날, 또는 아름다운 자연에 취한 날이나 혼자 떠난 여행 길에서 우리 한시 한 수 읊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우리 한시 삼백수>, 많은 독자에게 사랑받아 많이 많이 읽혀지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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