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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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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6쪽 | | 154*226*19mm
ISBN-10 : 8994651225
ISBN-13 : 9788994651224
의사의 감정 중고
저자 다니엘 오프리 | 역자 강명신 | 출판사 페가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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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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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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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감정이 흔들릴 때, 환자의 고통은 시작된다”
TED_MED, <뉴욕타임스>가 주목한 의사 다니엘 오프리,
의사의 감정이 의학적 의사결정에 미치는 거대하고 미묘한 영향을 폭로한다!
아마존 건강·의학 분야 장기 베스트셀러

슬픔과 기쁨, 두려움과 걱정, 한숨과 눈물이 혼재하는 곳. 병원은 인간의 모든 감정이 극으로 치닫는 공간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걱정과 기대의 시선을 온몸으로 받고 있는 의사의 감정은 쉼 없이 흔들린다. 이 책은 의사의 감정이 의료에 미치는 영향을 파헤친 현직 의사의 르포다. 뉴욕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이자 내과 의사인 다니엘 오프리는 의사들이 느끼는 두려움, 좌절감, 슬픔, 애정과 공감 등이 의료에 끼치는 영향을 실제 현장의 사례와 함께 생생하게 그려내었다.
다니엘 오프리는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할 뻔 했던 상황에서 겪었던 두려움과 모욕, 심장이식을 받지 못해 죽어가는 환자를 바라보며 느꼈던 슬픔과 고통과 그 영향에 대해 이야기한다. 품에 안긴 채 죽어가는 신생아의 모습을 처연히 바라보아야 했던 인턴 의사의 슬픔, 짓누르는 업무와 삶으로 인해 좌절감에 빠진 채 알코올에 중독되어간 의사의 이야기도 들려준다. 그녀는 감정이 의학적 의사결정의 지배적 요인이라고 강조하면서, 의사와 환자의 감정이 미치는 부정적 요인들을 최소화하고 더 나은 의료를 위해 감정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의료의 밑바탕에 깔린 감정을 파악하고 처리하는 일이야말로 검진 테이블에 마주 앉은 두 사람, 의사와 환자 모두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저자소개

저자 : 다니엘 오프리
저자 다니엘 오프리 Danielle Ofri
의학박사. 뉴욕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뉴욕 벨뷰 병원에서 20년 이상 의사로 근무했으며, 감정이 의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와 저술을 이어왔다. 《한낮의 우울》의 작가 앤드류 솔로몬은 〈가디언〉지에 기고한 글에서 “오프리는 비범한 차세대 의사 작가 중 유일한 여성 작가다. 자신이 쓴 책과 칼럼에서 의사와 환자의 공감을 계속 강조해왔으며, 환자의 신체뿐만 아니라 감정적인 부분까지 깊이 살펴보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고 강조하였다. 미국 여러 의과대학과 종합대학, 레지던트 과정에서 그녀의 책과 글을 교육과정에 활용하고 있다.
벨뷰 문학 리뷰의 편집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뉴욕타임스〉에 정기적으로 글을 쓰고 있다. 지은 책으로 《What Patients Say, What Doctors Hear》 《Medicine in Translation》 《Intensive Care》 등이 있다.

역자 : 강명신
역자 강명신
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교수. 연세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동 대학 철학과 박사과정에서 윤리학을 공부했다. 박사과정 수료 후 철학과 강사로 윤리학개론과 의료윤리 등을 가르쳤고,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과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에서 연구교수를 지냈다. 현재 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의료윤리와 생명윤리 등을 가르치고 있다. 옮긴 책으로 《환자가 된 의사들》 《신이 절대로 답할 수 없는 몇 가지》 《생명의 윤리를 말하다》 등이 있다.

목차

머리말 _ 감정이 의료를 좌우한다

1. 서로 공감하지 못하는 의사와 환자
다른 모든 인간관계와 마찬가지로 의사-환자 관계도 이해하고 공감할수록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의사와 환자 사이에 놓인 여러 장벽들이 공감을 방해한다. 고통 받는 환자의 처지를 공감하고 더 나은 치료를 이끌어내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줄리아 이야기 1

2. 환자를 보는 의사의 시선
아픈 사람들을 돕겠다는 마음으로 의사의 길을 선택한 사람들. 그러나 숨 막히는 의료현장에 머무는 동안 환자의 고통에 대한 공감의식이 소멸해가는 경우도 많다. 왜 그럴까? 환자를 보는 의사의 시선에 영향을 끼치는 문제들을 살펴본다.
──줄리아 이야기 2

3. 생사가 걸린 일의 두려움
자신의 판단이 타인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은 큰 압박이자 두려움이다. 두려움이 판단을 흐리게 해서도 안 되지만, 생사가 걸린 일을 하는 사람에게 두려움이 없어서도 안 된다. 건강하고 올바른 의료를 위한 의사의 두려움에 대해 생각해본다.
──줄리아 이야기 3

4. 밤낮없이 찾아오는 고통과 슬픔
함께 대화하고 치료의 길을 찾던 환자의 죽음은 의사에게 쓰디쓴 고통과 슬픔을 남긴다. 그리고 그런 일이 매일 매 순간 밤낮없이 찾아온다. 고통과 슬픔은 때때로 의사를 무너뜨리고 다른 환자들의 치료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줄리아 이야기 4

5. 실수와 자책 그리고 수치심
의사들은 스스로 완벽하기를 바란다. 환자들도 의사가 완벽하기를 기대한다. 한 번의 실수가 큰 불행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큰 기대를 온몸으로 받고 있는 사람에게, 실수는 스스로에 대한 가혹한 비난과 고개를 들 수 없는 수치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줄리아 이야기 5

6.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회의와 환멸
밤낮없이 돌아가는 병원의 일상. 하루도 편히 쉬지 못하고, 마음 편히 잠들지도 못하는 의사들은 번아웃이나 환멸감에 시달리기도 하고, 그토록 바랐던 의료인의 길을 포기하기도 한다. 더 나은 의료를 위해 의사의 번아웃과 환멸감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 것인가?
──줄리아 이야기 6

7. 의료소송과 좌절감
의사의 삶은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법적인 분쟁과 그로 인한 좌절감의 위협 앞에 놓여 있다. 소송을 피하려는 마음이 의사들의 위험 회피 경향을 만들고, 이는 치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의료분쟁을 최소화하고 의사의 좌절감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줄리아 이야기

맺음말
감사의 글
참고문헌

책 속으로

지금, 이 환자의 나쁜 냄새가 나를 힘들게 한다. 그리고 살아 있는 모든 것에 대해 가졌던 어린 시절의 열정이 저 바퀴벌레를 보고 나서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밑바닥에서부터 역겨움이 일었고, 그 어떤 합리적인 생각으로도 잠잠해지지 않았다. 3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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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환자의 나쁜 냄새가 나를 힘들게 한다. 그리고 살아 있는 모든 것에 대해 가졌던 어린 시절의 열정이 저 바퀴벌레를 보고 나서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밑바닥에서부터 역겨움이 일었고, 그 어떤 합리적인 생각으로도 잠잠해지지 않았다.
3분 쯤 지났을까? 간호조무사 한 사람이 나타났다. 나이가 좀 있는 아이티 출신 여성이었다. 그녀는 곧장 환자에게 다가가서 손을 붙잡았다. 그리고 따뜻하게 이야기했다. 나는 그녀가 환자와 눈을 맞추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봤다. 다른 한 손으로는 엉겨 붙은 부스스한 머리를 쓰다듬었다.
환자가 천천히 일어섰다. 그리고 간호보조사에게 몸을 기울였다. 그녀는 환자를 부축해서 샤워실로 향했다.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면서…. 그렇게 그들이 데스크를 지나갈 때, 환자를 격려하는 소리가 들렸다. 샤워하고 나면 기분이 조금 나아질 거예요. 새 옷을 가져다줄게요. 간호조무사의 팔이 환자의 어깨를 보듬고 있었다. 조용한 장소를 알고 있어요. 걱정하지 말아요. 내가 옆에 있을게요.
나는 여전히 책상 뒤에 숨은 채였고, 경외심으로 가득했고, 몹시 부끄러웠다. 나에게서 멀어질수록 강렬하던 냄새도 점점 사라져갔다. 이제 숨을 쉴 수 있었다. 그날 나는 책상 뒤에서 의학에 대해 아직 배울 게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_ [서로 공감하지 못하는 의사와 환자] 중에서

5번 베드 주위에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사람들을 밀쳐 내고 침대 머리맡으로 다가갔다. “제가 내과 책임자입니다.” 긴장한 티가 나지 않게 소리를 꾹 눌러 말했다. 그 다음부터는 뇌가 쪼개진 것 같았고 머릿속이 캄캄했다.
레지던트가 여러 가지 사실들을 보고했다. 환자는 72세의 남성으로 당뇨와 관상동맥 질환을 앓고 있다. 작년에 뇌졸중과 폐렴으로 입원했고, 항생제 알러지 반응과 신부전 병력이 있다. 3일 전에 울혈성 심부전으로 내과 중환자실로 이송되었으며, 지난밤 열이 치솟았고, 섬망이 있었지만 말은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반응이 없다. 맥박은 희미하게 유지되고 있으며, 혈압은 70으로 떨어져 있다.
아니, 아마 그렇게 이야기했던 것 같다. 그가 말을 끝낸 지 20초 밖에 되지 않았는데, 20년은 지난 것처럼 아무 것도 되뇔 수 없었다. 그의 말들이 내 머릿속에서 갈 길을 잃고 사라져버린 것만 같았다. ‘말 좀 해봐’ 나는 스스로에게 애원했다. “흉부압박.” 드디어 입을 열었다. “산소를 계속 주세요. 라인 연결하고 심전도 체크하세요.”
‘바보가 아니고서야 이런 환자를 살리는 기본사항 쯤은 다 아는 거잖아. 그런데 뭘 해야 하지?’ 머릿속이 뒤죽박죽 엉켜서 패닉 상태가 되어버렸다. 전문심장소생술? 연수 때 배운 게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 때 배운 프로토콜은 모두 다 논리적이었고, 마네킹 실습을 할 때는 너무 쉽고 간단해서 웃음이 날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 이 사람, 실제로 살아 있는 사람, 내가 키를 쥔 바람에 더 오래 살기 힘들 것 같은 사람 앞에 서자 그 때 배운 프로토콜의 매듭이 하나도 풀리지 않았다. _ [생사가 걸린 일의 두려움] 중에서

환자들에게 발생하는 심한 당뇨병 합병증을 조사한 결과, 공감 점수가 높은 의사에게 진료 받은 환자들이 공감 점수가 낮은 의사에게 진료 받은 환자들보다 합병증 발생률이 40%나 낮았다.? 이 정도면 집중적인 당뇨 치료에 필적할 만한 결과다. 집중적인 당뇨 치료에서는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공감이 높은 의사에게 치료 받은 환자들 중에는 이상 반응이 나왔다는 기록이 없었다.
의사가 환자의 이야기를 잘 들었기 때문인지, 다른 의사들이 놓친 중요 사항을 놓치지 않았기 때문인지, 환자들이 더 안정감을 느끼고 치료를 위해 자기가 할 바를 더 잘 했기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무엇에 기인하여 일어났는지는 분석하기 어렵지만, 그걸 꼭 하나의 원인으로 몰고 가는 환원주의자가 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오슬러 경은 병리학자이기도 했지만 내과 의사이기도 했다. 그는 스펜서의 말처럼 카데바도 많이 봤지만 환자 진료도 많이 했다. 그가 남긴 유명한 말이 있는데, 아마 히포크라테스가 했던 말을 반복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중요한 건 어떤 환자가 질병에 걸렸는지 아는 것이다. 환자가 어떤 질병에 걸렸는지 아는 것은 그보다 덜 중요하다.” 나는 이 말이 공감에 대한 그 어떤 정의보다도 탁월한 조작적 정의라고 생각한다. _ [환자를 보는 의사의 시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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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뉴욕 벨뷰 병원에서 소외된 이들을 치료해온 의사 다니엘 오프리, 그녀가 전하는 의사의 감정과 치료의 관계에 관한 생생한 에세이 “의료현장의 여러 문제들 뒤에 감정이 숨어 있다” 뉴욕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이자 뉴욕 벨뷰(Bellevue) 병원 내...

[출판사서평 더 보기]

뉴욕 벨뷰 병원에서 소외된 이들을 치료해온 의사 다니엘 오프리,
그녀가 전하는 의사의 감정과 치료의 관계에 관한 생생한 에세이
“의료현장의 여러 문제들 뒤에 감정이 숨어 있다”

뉴욕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이자 뉴욕 벨뷰(Bellevue) 병원 내과 의사인 다니엘 오프리가 쓴 의사의 감정적 어려움과 고통, 그리고 그 감정이 의료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에세이. 벨뷰 병원은 뉴욕의 저소득층 주민들이 정부 지원 보험을 이용하여 치료받는 공립병원이다. 다니엘 오프리는 이 병원에서 20년 넘게 근무하며 소외된 사람들과 위기에 처한 환자들을 돌보아왔다.
밤낮없이 이어지는 업무, 애정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치료한 환자의 죽음과 고통, 환자와 그 가족의 의료에 대한 불신, 자신의 판단이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는 두려움은 의사에게 감정적 고통을 안긴다. 그리고 의사의 감정적 고통은 다시 환자의 치료에 영향을 끼친다. 적극적으로 수술하고 투약해야 할 상황에서조차 조심스럽고 소극적인 치료를 택하거나, 환자와 감정적으로 얽히지 않기 위해 고통에 대한 공감마저 철회해버리는 경우도 생긴다.
이 책은 아픈 사람들을 치료하는 사람의 절망, 두려움, 고통, 자책과 환멸의 상황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할 뻔 했던 상황에서 겪었던 두려움과 모욕, 심장이식을 받지 못해 죽어가는 환자를 바라보며 느낀 슬픔과 좌절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자신의 품에 안긴 채 죽어가는 신생아의 모습을 처연히 바라보아야 했던 인턴 의사의 슬픔, 짓누르는 업무와 삶으로 인해 좌절감에 빠진 채 알코올에 중독되어간 의사의 이야기도 들려준다.
그러나 의사의 삶 속에 두려움이나 슬픔, 좌절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불가능한 상황에서 희망을 발견하거나, 환자들이 질병을 극복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보람과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 다니엘 오프리는 이 모든 것들이 의사의 감정과 의료행위에 명백한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의사를 향한 환자의 감정, 환자들 돌보는 의사의 감정, 의료의 밑바탕에 깔린 두 감정을 파악하고 처리하는 일이야말로 검진 테이블에 마주 앉은 두 사람, 의사와 환자 모두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검진 테이블에 마주 앉은 두 사람, 의사와 환자
첨단 의료기기들이 환자의 치료를 위해 도입되고 있으며, 기술적으로 뛰어나고 효율적인 의료가 높게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최신식 의료기기가 도입되고 정교한 의료기술이 사람들의 찬사를 받는다고 해도, 의료는 기본은 의사와 환자, 두 사람의 상호작용이다. 그리고 사람과 사람의 상호작용의 핵심은 공감이며, 의학에서도 필수적이다.
다니엘 오프리는 어느 약물중독자의 사례를 통해 의사와 환자의 공감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녀가 근무하던 벨뷰 병원은 뉴욕의 저소득층 주민이 많이 찾는 시립병원이다. 환자들 중에는 약물과 알코올에 중독된 사람들이 많았는데, 의사들은 그들의 반복적인 입원과 퇴원을 바라보며 허무주의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존 카렐로라는 환자도 마찬가지였다. 그 역시 약물중독과 금단증상으로 병원을 수없이 드나들던 환자였다.
어느 날 그녀는 수련의들을 데리고 교육회진을 하면서 그를 집중 인터뷰하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환자의 처지를 깊이 공감하게 된 순간을 마주치게 된다. 평범했던 노동자가 마약에 중독되던 순간을 회상하는 동안, 그녀와 수련의들은 그가 마약에 빠져가던 순간을 경험할 수 있었고, 그가 겪었을 인생의 고통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카렐로 씨, 아주 오랫동안 약을 해왔다고 알고 있는데요. 정확히 언제쯤 자신이 중독되었다고 느꼈는지 말해줄 수 있나요? … 그러니까 카렐로 씨, 우리를 거기로 데려다 주시겠어요? 당신이 중독되던 바로 그 순간으로 말이에요.”
난 사실 이게 제대로 된 질문인지도 확신이 없었다. … 그렇지만 나는 질문을 공중에 띄운 채로 놔두었고, 그는 조용히 생각에 잠겨 질문을 곱씹었다.
“그래요. 정확히 어떤 순간이 있긴 있었어요. 4월 초였어요. 헨리 허드슨 파크웨이를 따라 북쪽으로 달리고 있었어요. … 동생이 조카 생일에 바비큐 파티를 한다고 나를 초대했어요. … 그런데 바로 그 때, 약이 딱 필요해진 겁니다. … 그땐 정말이지 내 동생을 보는 것보다, 어린 조카를 보는 것보다 약이 더 간절했어요. … 웨스트 158번가에서 차를 돌렸어요. 남쪽으로 방향을 튼 순간 내가 중독되었다는 걸 알았어요. … 그 뒤로는 다시 돌아올 수 없었어요.”

이후로 그녀의 팀원들은 더 이상 그 환자에 대해 허무주의적인 태도로 일관하지 않게 되었고, 병실을 방문하거나 환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일도 더 많아졌다. 환자 역시 의사들이 정성껏 돌보고 있음을 느끼는 듯했고, 치료에 더욱 협조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생사가 걸린 일의 두려움과 공포
사람의 생사가 걸린 절체절명의 순간, 자신이 내린 판단 때문에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의사를 엄습한다. 의사라는 직업은 두려움의 크기가 남다르다. 어떤 일이든 직업적인 두려움은 있다. 잘못 투자해서 돈을 다 날릴 수도 있고, 가족을 실망시킬 수도 있고, 회사에 손해를 끼치거나 직장 상사의 눈밖에 날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의 실수로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은 다른 직업과 그 크기를 비교하기 어렵다.
밤낮없이 위기에 처한 환자들이 병원으로 온다. 그리고 의사는 수많은 의학적 의사결정의 상황에 노출된다. 순간의 판단이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의사의 판단과 처치는 그만큼 치명적이다.
여러 가지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의 경우, 그 증상들 속에 다른 심각한 질병이 숨어 있을 수도 있다. 다니엘 오프리는 병든 노모를 간호하면서 직장일과 집안일로 힘들어하던 중년의 여성 환자가 스트레스와 불안, 투통과 복통, 이명, 숨 가쁨, 가슴 통증, 현기증 호소했던 일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녀는 환자에게 심전도와 심장 부하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스트레스를 줄여서 증상을 완화하는 방법을 제안하지만, 며칠 뒤 환자는 급성 폐색전으로 응급실로 실려 오게 된다. 삶을 옥죄는 외부적인 요인 때문에 복합적인 증상들이 나타났다고 판단했는데, 그 증상들 속에 폐색전이라는 치명적인 질병이 숨어 있었다.
오프리는 견딜 수 없는 죄책감과 두려움을 느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걱정이 많은 환자’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치명적인 질병이 숨어 있을 가능성을 놓친 것에 대한 죄책감과 두려움이었다. 환자는 양쪽 폐에 모두 문제가 생겨버렸고, 평생 혈전용해제를 달고 살아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오프리는 환자에게 찾아가 진심으로 사과하고 자신이 부족했음을 인정했다. 그리고 환자는 의사의 진심어린 사과를 받아들이고 용서했다. 의사가 환자의 처지를 공감했기 때문에 진실한 사과가 가능했고, 환자가 의사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에 용서가 가능했다.
이밖에도 의식을 잃은 환자 앞에서 당황하며 자신감을 잃고 두려워했던 순간, 정신과에서 돌봐야할 자살 기도 환자를 병원 밖으로 내보낸 뒤 전전긍긍하며 걱정하고 두려워했던 때의 이야기도 들려준다.

멈추지 않는 슬픔과 좌절 그리고 희망
병원은 고통 받는 사람들로 가득한 공간이다. 환자가 죽거나, 돌이킬 수 없는 장애를 입었을 때, 의사 역시 고통과 슬픔에 휩싸이게 된다. 암을 치료하는 종양내과 의사의 경우, 일주일에 적어도 한두 번 환자의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슬픔이 삶 구석구석까지 배어든다. 그들에게 슬픔은 일상이 되고, 개인적인 삶에까지 흘러들고, 내면의 에너지를 고갈시킨다. 그리고 슬픔에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 환자와 정서적 유대를 철회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 책에는 죽어가는 신생아를 품에 안고 슬퍼하는 인턴 의사의 모습이 등장한다. 부모의 품에 안겨보지도 못하고 태어나자마자 죽어간 아기, 간신히 살려냈지만 뇌사에 빠져 식물 상태가 된 소년의 모습을 바라보며 처연히 슬픔의 눈물을 흘린다. 의사들 중에는 슬픔으로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 환자와 감정적 유대를 완전히 끊어버리려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슬픔은 의료를 떠나지 않을 것이며 그래서도 안 된다. 질병과 죽음은 의료의 일부분이고 그것에 슬픔을 느끼지 못하는 의사는 처방전을 발급하는 로봇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환자의 고통과 죽음, 압도적인 업무량, 일과 삶을 분리할 수 없는 어려움, 생명을 손에 쥔 두려움, 예기치 않은 의료소송까지 의사로 살아가는 일은 심한 스트레스와 육체적, 정신적 압박을 견뎌내야 하는 일이다. 견딜 수 없는 힘든 상황으로 인해 번아웃에 시달리거나 의사라는 직업 자체에 회의와 좌절감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오프리는 의료소송 직전까지 갔던 환자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 한다. 환자와 깊이 의논한 끝에 연명치료를 하지 않기로 하고 동의서를 작성했지만, 그가 사망한 이후에 가족들로부터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항의를 받게 되고 변호사에게 추궁을 당하는 상황을 겪으며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회의감과 좌절감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의사들이 견지해야 할 자세와 의료기술에 대한 연구가 이어져왔지만 그 이면에 감추어진 의사의 감정에 대해서는 지금껏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았다. 오프리는 이 책에서 의사의 삶속에 깊이 개입되어 있는 두려움과 분노, 공감과 애정, 희망과 절망의 감정들을 들여다보고 더 나은 의료를 위한 길을 모색한다. 의사의 감정은 환자의 치료에 명백한 영향을 미친다. 의사와 환자가 느끼는 감정을 파악하고 해결하는 것은 의심과 냉소가 뒤섞여 있는 의학의 그늘에 햇볕을 비추는 일이다. 그리고 그 일은 검진테이블의 양쪽, 의사와 환자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책속으로 추가]

종양내과 의사들은 만연한 죽음 때문에 슬픔이 일상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죽은 환자들에 대한 슬픔뿐만 아니라 곧 죽음을 맞이하게 될 환자들에 대한 슬픔도 있다. “몇 주 동안 일을 하기가 아주 어려워질 때도 있어요.” 다른 의사의 말이다.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들을 봐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에요.”
슬픔이 의사들을 갉아먹는다. 그들의 가족과 환자들로부터 그들을 떼어놓는다. 논문은 결국 많은 의사들이 환자들과의 정서적 유대를 철회하게 되고 환자들 역시 의사들이 자신들과 온전히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을 느낀다고 보고하고 있다.
중요한 건 이런 슬픔이 의사가 환자를 돌보는 방식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어떤 의사는 실패했다는 기분이 드는 죽음이 있고난 뒤에는 다음 환자를 볼 때 이전보다 공격적으로 치료하게 된다고 보고했다. 역으로, 환자가 불필요한 고통을 받았다는 생각이 드는 사례를 목격하면 다음 환자들을 진료할 때 좀 더 소극적으로 변해서 공격적인 치료를 덜 하게 되는데, 경우에 따라 적극적으로 해야 할 때도 물러나게 된다고 보고했다. _ [밤낮없이 찾아오는 고통과 슬픔] 중에서

밤 근무는 그녀에게 고문이었다. 응급실 의사는 밤 근무를 졸업하지 못한다. 내과 의사나 외과 의사처럼 경력이 쌓이면 밤 근무가 없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연공서열 같은 건 응급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응급실에서 여러 해를 보냈다 해도, 여전히 자기 몫의 밤 근무를 계속 해야 한다.
밤 근무는 일주일에 한두 번이었지만, 수면 패턴에 영향을 받아서 일주일 내내 제대로 잘 수 없었다. 아이를 돌보는 일도 그만큼 더 힘들었다. 조앤은 평생을 잠이 엉망인 상태로 지내야 할 거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일흔 살은 되어야 편히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조앤이 말했다. “그땐 힘든 시간을 보내는 의사를 지원해주는 체계도 없었어요. 당사자가 다 알아서 하기를 바라던 시절이었죠.”
술이 유일한 위안처였다. 처음에는 하루의 고통을 잊기 위해 마셨다. 그러다가 점점 내일을 위해 마음을 다잡는 수단이 되어갔다. 레지던트를 마치고 5년쯤 지났을 때, 문제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2년 동안 ‘너 알코올 중독인 거 같은데.’라는 속삭임이 머리 뒤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정신 차리고 술을 끊어보려고도 했다. 그럴 때면 며칠쯤 불안에 떨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원래 상태로 돌아가곤 했다. 응급실에서 스트레스 쌓이는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술을 마셨다. _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회의와 환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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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의사의 감정 | ni**alice7 | 2018.06.26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편견이 있다.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기 때문에 반드시 엄청난 지식을 머리에 담고 있어야 하며 냉정함을 잃지...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편견이 있다.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기 때문에 반드시 엄청난 지식을 머리에 담고 있어야 하며 냉정함을 잃지 않는 모습으로 환자를 대해야만 실수하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오랜 생명 연장의 꿈을 이루는데 앞장서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의사도 사람이다. 그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감정에 휩싸일 때가 있겠다 싶다. 고통스러워하는 환자를 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이 책 <의사의 감정>은 의사라는 직업인으로 살고 있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다.
    의료 현장의 각팍한 시간을 견디고 살아내기 위해 의사들이 어떻게 환자를 대하는지 담겨있다. 아픈 사람을 돕겠다는 마음으로 의사가 되었지만 엄청난 압박과 스트레스를 견디고 어마무시한 업무를 버텨내려면 환자의 고통에 일일이 반응하고 공감하기는 어렵겠다 싶다. 의사도 인간인데 자신의 판단과 결정에 책임져야 한다는 스트레스, 실제로 그 판단이 틀렸을 때 감당해야 하는 비난은 충분히 상상된다. 의사도 사람인데, 의사도 실수하는데 그러면 안 된다는 사회적 시선은 의사라는 숙명적인 직업 앞에 사면초가 아니겠는가. 환자가 죽기라도 한다면 어쩔까. 그런 일이 순간순간 시도때도 없이 찾아오는 죽음의 공포를 버텨내야 한다. 다음 환자를 위해서. 실수하면 스스로 자책이 되고 살고 싶어지지 않는데 의사, 그들은 모두 의사라는 직업에 환멸을 느끼면서도 살아남아야 한다.
    저자인 다니엘 오프리는 뉴욕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이자 뉴욕의 병원에서 20여 년 의사로 근무하며 다양한 연구와 저술을 이어오고 있다. 현직 의사이기 때문에 의사로서 살아가면서 많은 이들이 의사의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쓰지 않았을까 싶다. 사람은 이성적 존재이지만 감정에 지배되는 동물이기도 하다. 의사라는 것이 숙명적인 직업인일 뿐, 사람 자체가 변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기억해야 할 것은 의사의 감정이 흔들리면 환자의 고통이 시작된다는 것. 환자의 고통을 경감시키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감정을 꾸준히 들여여다 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자신을 원활하게 통제할 수 있는 것이 궁극적으로 환자를 돕는 길임을 기억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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