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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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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8쪽 | A5
ISBN-10 : 8980400837
ISBN-13 : 9788980400836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2 중고
저자 신경림 | 출판사 우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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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9월 1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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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시리즈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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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감동을 주는 것은 그것이 삶에 깊이 뿌리박고 있기 때문으로서, 삶과 동떨어진 시는 결코 감동을 주지 못한다. 시에 있어서 아름다움이란 삶에 뿌리박은 데서 비로소 오는 것이다. 물론 사람과 시는 일치한다는 따위의 케케묵은 주장은 아니다 그러나 역시 시는 진실과 가장 가까이 있을 때 울림이 크고 빛이 아는 것은 틀림없다. 진실이란..곧 시의 치열성이다.

! 느낌표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선정도서였던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그 둘째권. 전편에서 정지용과 천상병 등 작고 시인 22명을 다룬 데 이어 둘째권에서는 김지하, 도종환, 강은교, 고은, 이해인, 정호승, 김용태, 안도현 등 현재 활동중인 시인 23명을 소개했다. 저자가 다리품을 팔아 우리 땅 곳곳을 다니면서 찾아낸 소중한 시인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저자소개

목차

1.치열한 삶,진정한 사고,깊은 사색의 시인:김지하---8

2.낮고 작은 목소리의 높고 큰 울림:정희성---26

3.유가적 전통의 아름다움:김종길---40

4.빛고을에 빛을 더하는 새로운 서정:김준태---54

5.소의 시에서 탈속의 시로:이상국---70

6.풀꽃과 노새의시인:양채영---84

7.부드러우면서도 곧은 시인:도종환---100

8.저자에 뒹구는 구도의 시인:민영---114

9.크고도 다감한 시, 남성적이면서 섬세한:조태일---128

10.허무와 신비와 감수성의 시인:강은교---142

11.실험과 참여를 넘나든 시인:황명걸---156

12.시를 가지고 세상의 불구를 바로잡는 시인:이선관---172

13.끝없이 나아가고 끊임없이 부딪치는 시인:고은---188

14.가지 못하는 고향을 그리는 간절한 통일 염원의 노래:김규동---204

15.맑고 투명하고 깨끗하고 슬픈 시인:김명수---216

16.산을 통해서 세상을 보는 시인:이성부---230

17.가장 승려답지 않은 가장 승려다운 시인:조오현---242

18.작은 것에서 큰 아름다움을 모는:조향미---256

19.균열이 심한 물사발 혹은 마디 굵은 대 같은:서정춘---270

20.진실하고 소박한 믿은의 시인:이해인---284

21.눈물과 사랑과 순결의 시인:정호승---300

22.섬진상의 나무와 풀 같은 시인:김용택---314

23.작고 하찮은 것들에 대한 애착의 시인:안도현---326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1973년 시집 《농무》를 처음 펴낸 뒤 요란하지도 삿됨도 없이 오롯이 시의 길을 걸어온 ‘길의 시인’ 신경림은 말한다. ‘시인을 찾아서’를 쓰면서 나는 몇 가지 사실을 확인했다. 우선, 적어도 말의 고저나 강약이 크게 기능하지 못하는 우리말의 ...

[출판사서평 더 보기]

1973년 시집 《농무》를 처음 펴낸 뒤 요란하지도 삿됨도 없이 오롯이 시의 길을 걸어온 ‘길의 시인’ 신경림은 말한다.

‘시인을 찾아서’를 쓰면서 나는 몇 가지 사실을 확인했다. 우선, 적어도 말의 고저나 강약이 크게 기능하지 못하는 우리말의 경우, 시의 리듬이란 자연스러움 외에 다른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요즈음 시에 리듬이 없다는 지적은 결국 시가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말이요 그것은 시를 억지로 꾸미다 보니까 저질러지는 잘못이라는 얘기가 된다.

시가 감동을 주는 것은 그것이 삶에 깊이 뿌리박고 있기 때문으로서, 삶과 동떨어진 시는 결코 감동을 주지 못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시에 있어서 아름다움이란 삶에 뿌리박은 데서 비로소 오는 것이란 생각도 하게 된 것이다. 물론 나는 사람과 시는 일치한다는 따위 케케묵은 주장을 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역시 시는 진실과 가장 가까이 있을 때 울림이 크고 빛이 나는 것은 틀림이 없었다. 자신을 속이고 남에게 거짓말하고, 사기 치고 날조하고, 이것이 적어도 시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말이 될 터이다. 여기서 진실이란 기성의 가치로 재단하는 것일 수 없지만, 이것은 곧 시의 치열성이기도 할 것이다.

평생을 삶을 따라 길을 가고, 그 길에서 다시 삶을 되새김질해 온 그의 “역시 시는 진실과 가장 가까이 있을 때 울림이 크고 빛이 나는 것은 틀림이 없었다”는 말은 독자뿐만 아니라 현재 활동하는 시인과 시인 지망생들에게도 큰 울림이 될 것이다. 말장난을 하지 않으니, 요란스레 치장할 것도 없다. 진실은 어떻게 포장을 하든 드러나는 것이니. 시인의, 시의 진실을 보는 그의 지혜를 경험해 보길 권한다. 시와 시인을 사랑하는 독자들뿐만 아니라 시를 처음 접하고 배우는 청소년들에게도 좋은 시 안내서가 될 것이다.

시를 좋아하고, 배우고, 가르치는 모든 분들에게 알찬 책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기사 클리핑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2’ 활동중인 23명 시적 감별
“김지하 ‘타는 목마름’과 첫만남 온몸 떨리고 손 굳어”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에서 정지용 백석 신동엽 등 작고한 시인들의 삶의 흔적과 문학적 유산을 추적했던 신경림(67) 시인이 생존 시인들을 대상으로 한 후속작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2〉(우리교육)를 내처 묶어냈다. 고은 김지하 강은교 이해인 김용택 정호승 안도현씨 등 23명이 포함됐는데, 이 가운데는 조태일 시인처럼 글을 쓰는 사이에 세상을 뜬 경우도 있다.

전작인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는 문화방송 텔레비전 프로그램 〈!느낌표〉에서 선정되어 전국민적 애독서로 자리잡았다. 그 책에서 작고 시인들을 향해 발휘되었던 애정과 존경, 그리고 문학적 감식안은 이번 책에서도 여전하다. 특히 김종길·고은 두 시인을 제하고는 연배로 보나 등단으로 보나 ‘후배’ 뻘들인 동료들을 대하는 그의 태도는 살갑고 곰살궂기만 하다. 그렇다고 해서 문학적 판단에 추호의 인정이 끼어드는 것은 아니다.

안도현 시인의 초기 시에 대해 그는 “너무 모범생의 시 같았다” “나무랄 데는 없으나 진정한 감동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는 느낌을 밝힌다. 그보다는 ‘작고 하찮은 것들’에 관심과 애정을 기울이는 최근의 시가 더 가슴에 와 닿는다는 것이다. 그 까닭의 하나로 그는 자연스러움을 든다. 자연스러움과 감동은 실로 그가 시의 우열을 판별하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

“서구어나 한문처럼 말의 고저장단이 분명하지 않은 만큼 운율이 중시될 수 없는 터요, 따라서 우리 시의 리듬이란 자연스러움이고, 그 자연스러움은 자연과의 호흡의 일치에서 오는 것이리라.”
〈…찾아서 2〉에 소개된 시인들은 신경림 시인과 함께 질곡의 현대사를 헤쳐 온 ‘동지’들이기도 하다. 김지하 시인의 〈타는 목마름으로〉와 〈1974년 1월〉을 처음 접하고서 온몸이 떨리고 손이 굳어 펜을 쥘 수가 없었던 경험, 험한 시절 기관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고 나온 조태일 시인이 자신을 담당했던 수사관을 두고 “그 사람 참 좋은 사람이에요. 조금밖에 안 때려요”라며 옹호하던 일 등이 당시의 일화들이다.

마지막으로, 〈접시꽃 당신〉이라는 베스트셀러 시집의 지은이와 전교조 등 교육·문화운동의 활동가라는 두 얼굴을 지닌 도종환씨의 시세계의 핵심을 짚은 대목을 읽어 보자.
“그의 시가 부드러운 것이 사실이라 해도 그 부드러움은 연약함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의 시가 부분적으로 가지고 있는 곧고 강함에 리얼리티를 부여하면서 그의 시를 살아 있는 생물로 만드는 데 큰 몫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 최재봉 기자, [한겨레] 2002-10-07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2' - 온몸으로 밀려드는 詩

전작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가 MBC 프로그램 '느낌표' 덕분에 뒤늦게나마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일까.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2'(우리교육) 표지에 실린 신경림 시인의 모습은 보기 드물게 활짝 웃고 있다.
신시인은 '시인을 찾아서' 1편에서 정지용부터 천상병까지 작고 시인 22명을 다룬 데 이어 2편에서는 김지하부터 안도현까지 현재 활동중인 시인 23명을 소개했다. "역시 시는 자연스러울 때, 삶에 깊이 뿌리박고 있을 때, 진실과 가장 가까이 있을 때 울림이 크고 빛이 나는 것은 틀림이 없다"는 평소의 지론대로 시와 시인의 삶을 함께 다루고 있다. 저자가 가까이 지켜본 이들이기에 더욱 다가온다.

신시인은 김지하 시인의 '1974년 1월'을 처음 읽었을 때 온몸이 떨리고 손이 굳어 펜을 잡을 수 없었던 경험을 털어놓았다.'1974년 1월을 죽음이라 부르자/오후의 거리, 방송을 듣고 사라지던 네 눈 속의 빛을 죽음이라 부르자/좁고 추운 네 가슴에 얼어붙은 피가 터져/따스하게 이제 막 흐르기 시작하던/그 시간/다시 쳐 온 눈보라를 죽음이라 부르자' 1974년 1월은 아무도 유신헌법을 비판할 수 없으며 비판했다는 사실을 퍼트려서도 안되며, 이를 어길 시에는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농담 같은 긴급조치가 공포되던 달이었다고 회상한 저자는 "이 시에는 주술성이 있어 우리를 불안에서 구해주기도, 손발이 묶인 듯 움직이지 못하게도 만든다"며 "좋은 시의 반응은 머리로 오는 게 아니라 육체로 오는 것"이라고 했다.

'국토'의 시인 조태일(사진) 편에서는 99년 그의 임종 당시 모습을 소개했다. 58세의 이른 나이에 암에 걸린 그는 "수의도 만들어 놨어요. 입어보니까 잘 맞대요. 영정도 옛날에 찍은 사진이 마음에 드는 게 있어 아이들 시켜 확대해 놨는데 아주 잘 나왔어요. 한번 보실래요?"라고 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스님의 아내로 절에서 살았던 어머니를 보내면서 지은 시가 '태안사 가는 길2'이다.

'반야교를 지나며/어머니,/오오냐아.//해탈교를 지나며/어머니,//오오냐아, 오오냐아.//금강문을 지나며/어머니,/오오냐아, 오오냐아, 오오냐아'. 시인은 지금 어머니를 따라 태안사에 영면했다.
저자는 이밖에도 낮고 작은 목소리로 높고 큰 울림을 준 정희성 시인, 장바닥을 뒹굴면서도 당차고 새된 시를 쓴 민영 시인, 시를 가지고 세상의 불구를 고치려 한 이선관 시인, 산을 통해 세상을 보는 이성부 시인, 균열이 심한 물사발 혹은 마디 굵은 대(竹) 같은 서정춘 시인 등을 소개한다. 여성은 강은교 시인과 이해인 수녀 둘뿐이라서 조금 아쉽다. - 한윤정 기자, [경향신문] 2002-09-28


울림이 큰 시인들의 내면 탐방…

3년전, 시인 신경림씨(67)는 교육전문월간지 ‘우리교육’ 연재물인 ‘시인을 찾아서’의 기행대상으로 조태일씨를 예정해놓고 있었다. 그러나 조태일씨가 느닷없이 입원한 바람에 그를 찾아가겠다는 결심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치료와 요양을 위해 병원과 시골집을 전전하던 그를 만난 것은 링거를 꽂은 채 누워있는 광주의 한 병원에서였다. “참 신기한 일이지요. 지구상의 60억 인구중 하필 암이란 놈이 나한테 와서 붙다니요. 저도 살겠다고 들어온 걸 괄시할 순 없고, 그래서 살살 달래서 내보내야 할 것 같네요”

병상에 누워 선배 시인의 병 문안을 받은 그는 “수의도 만들었고 영정도 준비해놨다”며 남의 얘기하듯 자신을 찾아온 죽음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닷새 뒤 조태일씨는 저 세상사람이 되었다.

‘MBC!느낌표 책을 읽읍시다’ 선정도서였던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우리교육)의 둘째 권이 출간됐다. 첫번째가 이미 유명을 달리한 시인을 다루었다면 속편은 조태일 시인을 필두로, 현재 활동하고 있는 23명의 시인들을 대상으로 했다. 민영 고은 김규동 등 칠십에 다가선 원로시인을 비롯,김지하 정희성 김준태 도종환 정호승 김용택 등 중견시인에 이르기까지. 그러나 작고시인에 비해 현역 시인들에 관한 글은 더욱 쓰기 힘들었다.

“막상 글을 쓰기 시작하자 제약이 많았다. 변화하고 발전하는 대상인데다 평가도 유동적일 수밖에 없는 만큼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서정주 시인의 경우 약속은 해 놓고 끝내 취재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러한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질옹배기처럼 투박하면서도 그 빛이 은은하여 그늘에서도 반질거리는 듯 신씨의 글은 감칠맛을 준다. 때로는 그 시각이 문학평론가의 본격적인 평문보다 번뜩인다.

예를 들어 그는 “대낮에/마당 복판에 갑자기/참새 한 마리 뚝 떨어져/머리 피투성이로 파닥이다 파닥이다/금세 죽어 숨진다/아내가 부삽으로 흙에 파묻고/장터 가려는 내 길 막고 서서/몸 부르르 떤다”는 김지하의 ‘그 소.애린32’를 인용한 다음 1991년 강경대 사건으로 필화를 겪었던 시인의 내면을 날카롭게 진단한다.

“이 시를 읽으면서 김지하 시인이 조선일보에 써서 말썽이 되었던 칼럼을 생각했다…운동권을 중심으로 김지하 비판이 봇물을 이루었지만 후배를 아끼는 운동권 선배로서 또 생명을 중시하는 시인으로서 이에 침묵하는 것이 과연 미덕이었을까. 가령 폭력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부득이한 폭력은 용납한다는 것이 혁명의 논리일 수는 있겠으나 나는 이 시에서 그런 폭력조차도 용납해서는 안된다는 정서를 읽은 것이다”

지난해 만해문학상을 수상한 정희성 시인에 관해 신씨는 “그 시를 보고 사람을 보면 시(글)가 곧 사람이다라는 격언이 결코 헛말이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한다. 그는 자신의 시처럼 단정하고 단아하지만 단아한 외형 속에는 강철이 들어있다”는 인상기를 적고 있다. 1980년대 정희성 시인은 모교인 서울대에 교수로 남을 수도 있었으나 술자리에서 만난 지도교수인 정한모씨에게 “다들 잡혀가고 죽고 하는데 혼자서 잘 살겠다고 대학교수 공부하는 것이 싫었다”고 답변한 것은 그의 정신에 강철같은 것이 들어있기에 가능했다는 것.

이밖에도 신씨는 양채영 시인을 ‘풀꽃과 노새의 시인’으로, 전교조 운동을 하다 위암으로 쓰러진 신용길 시인의 아내 조향미 시인을 ‘작은 것에서 아름다움을 보는 시인’으로, 고 천상병과 같은 마산 출신으로 생전의 천상병을 형님처럼 가까이 했던 이선관 시인을 ‘시를 가지고 세상의 불구로 바로잡는 시인’으로 자리매긴다.
신씨는 ‘여는 글’에서 “요즈음 시에 리듬이 없다는 지적은 시가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말이며,시는 진실과 가장 가까이 있을 때 울림이 크고 빛이 난다”고 적었다. 신경림의 눈에는 시인 한 사람 한 사람이 마치 시 한편으로 풀어져 가을 하늘의 흰구름처럼 떠다니고 있다. - 정철훈 기자, [국민일보] 2002-09-27


활동중인 중견시인 시세계 탐색
“모름지기 시란 진실과 가장 가까이 있을 때 그 울림이 크고 또 빛이 난다.”
시단의 ‘어른’격인 신경림(67)시인의 ‘시인 탐색’이 끝이 없다.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1권으로 국민의 시심(詩心)을 일깨우고, 옛 시인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 그가 이번에는 같은 제목으로 2권(우리교육)을 펴내 현재 활동중인 중견 문인들의 시세계를 낱낱이 들추었다.
일흔을 지척에 둔 노시인이, 새까만 후배나 동료 문인들의 시를 탐미적·분석적으로 읽어내고 또 그 시에 이런저런 말을 덧붙인다는 게 생각처럼 녹록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주저함없이 이들의 시를 해체하고 또 심상을 더듬는다.

다른 많은 시인이 공감하듯, 다른 이들은 자칫 망신이나 사지 않을까, 일을 그르치지나 않을까 두려워 손사래부터 칠 일인데도 그가 서슴없이 이 일에 손을 대는 것, 그리고도 1권이 독자들에게서 ‘좋은 책’이라는 평가를 얻은 것은 시를 읽어내는 그의 마음이 웅숭스럽고 따뜻한 덕이다.

그가 취재기 형식으로 다룬 시인들은 고은 김지하 정희성 김종길 이선관 이상국 김준태 조향미 김규동 이성부 이해인 정호승 김용택 안도현 조태일씨 등.이들의 면면을 보면 시를 대하는 그의 집요함과 일견 천연덕스러운, 그러면서도 시를 통해 가장 속살 붉은 시의 원천에 닿고자 하는 그의 ‘아름다운 노탐’이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뿐이 아니다. 글을 읽노라면 애써 사진을 보지 않아도 그가 말하려는 시인의 얼굴이 소롯이 그려진다. 글로 글만 쓰는 것이 아니라 사람까지 그려내는 까닭이다.

그가 시인 개개인의 작품에 붙인 글 제목에도 지향점은 숨김없이 드러난다.‘치열한 삶과 진정한 사고’(김지하)‘시를 가지고 세상의 불구를 고치는 시인’(이선관)끝없이 나아가고 끊임없이 부딪치는 시인’(고은)‘하찮은 것들에 대한 애착의 시인’(안도현) 등 그의 시선은 오로지 시인의 삶 또는 삶과 가장 가까운 언저리를 떠나지 않는다.

그는 말한다.“시가 감동을 주는 것은 그것이 삶에 깊이 뿌리박고 있기 때문으로, 삶과 동떨어진 시는 결코 감동을 주지 못한다. 시에서 아름다움이란 삶에 뿌리박은 데서 비로소 오는 것이란 생각도 하게 된 것이다.”라고. 결국 그가 말하는 시인은 ‘삶이라는 가장 보편적 상황 속에서 가장 숭엄한 진실을 찾는 사람’에 다름아니다.

그의 새 책이 더욱 반가운 것은, 그가 이순(耳順)의 경지에 있으면서도 글쓸 시인과 시를 가리기 위해 일선 국어교사들을 두루 만나 의견을 들었다는 점이다. 적어도 이 책이 개인적 친소의 벽을 넘어섰다는 점, 그래서 애·어른이 함께 읽어도 좋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덧붙여 책 속의 사진설명을 꼭 읽을 것을 권한다. 더러는 거기에 글 한편의 피와 살이 오롯이 응집돼 있으므로. - 심재억 기자, [서울신문] 2002-09-27


시인 눈높이로 본 "詩의 멋과 맛"

신경림(67.사진) 시인은 요사이 부업이 본업보다 쏠쏠한 편이다. 한국 시단을 빛낸 작고시인들의 평전 '시인을 찾아서'가 방송을 타면서 베스트셀러로 자리잡아 그의 시를 잘 모르는 초등학생들에게조차 사인공세를 받는 유명인이 되었다. 정지용 조지훈 신석정 신동엽 임화 김수영 등 우리 시단의 중심인물들이 대중적으로 깊이 알려진다는 것은 시 독자의 저변을 확대한다는 차원에서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신경림씨는 내친 김에 이번에는 생존시인 23명에 관한 두번째 저작을 내놓았다. '시인을 찾아서 2'(우리교육)가 그것이다. 시인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그들과 함께 대화를 나눈 뒤 교육전문월간지 '우리교육'에 그들의 시세계를 깊이 있게 분석한 글을 연재했다. 이번에 나온 책도 전작과 마찬가지로 그 연재물을 묶어낸 것이다.

신경림의 안목에 포착된 시인들은 김지하 정희성 김종길 김준태 이상국 양채영 도종환 민영 조태일 강은교 황명걸 이선관 고은 김규동 김명수 이성부 조오현 조향미 서정춘 이해인 정호승 김용택 안도현 등이다.이중 조태일씨는 애석하게도 연재중에 작고했다. 시인이 말하는 시인 이야기는 두 가지 점에서 신선하다. 하나는 익히 알고 있는 시인들의 시세계지만 그들의 작품을 보다 깊이 이해시킬 만한 인간적인 에피소드들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시인의 눈으로 감별한 시인들의 명시를 감상하는 맛이다. 독자나 평론가들이 선호하는 시와 시인의 안목으로 골라낸 다른 시인의 작품들을 비교하는 일은 흥미롭다.

책의 맨 서두를 장식한 시인은 김지하다. 김지하의 이력은 그를 투사의 이미지로 우리 머릿속에 각인시키지만 '오적'이나 '비어' 등 몇 개의 담시를 제외하면 그의 시는 전투적이기보다 섬세하고 서정적이다. 신경림은 김지하에게서 이 점을 각별히 강조한다. 그는 "김지하는 삶 자체를 슬픈 것으로 인식, 새로운 세계에 대한 꿈과 의지도 여기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준다"고 간파한다. '저문 강에 삽을 씻고'의 시인 정희성은 '시와 시인이 정확하게 일치하는' 경우다. 가까이서 본 정희성은 시처럼 단정하고 단아하다. 아무리 술을 많이 마셔도 흐트러짐이 없는 그는 '댄디'라고 놀림을 받기도 한다. 신경림씨와 오랫동안 벗으로 살아온 민영 시인은 전형적인 '시은'(詩隱)이다. 이 말은 참다운 은자는 사람이 북적대는 저자를 찾아 숨는다는 뜻으로, 민영은 "평생 장바닥에서 열심히 살았지만 시를 게을리 한 일이 없고, 치열하게 시를 쓰면서도 그것을 핑계로 생활을 뒤로 제쳐둔 일이 없는" 사람이다.

1970년대를 거쳐 80년대 중반까지 가장 많은 술을 함께 마셨던 거구의 조태일 시인. 그는 암으로 병상에 누워서 문병온 신경림 시인에게 "지구상 수십억 인구중 하필 암이란 놈이 나에게 붙다니요, 저도 살겠다고 들어온 걸 괄시할 순 없으니 살살 달래서 내보내야지요"라고 농담한 뒤 닷새만에 저세상 사람이 되었다. 고은 시인은 "끝없이 나아가고 끊임없이 부딪치는 큰 시인"이다. 30년 동안 갈고 닦아 겨우 30여편의 시로 시집을 묶어낸 서정춘 시인. 신경림 시인의 첫 시집 '농무'를 자비출판하는 데 기여하고 함께 어려운 시절 동고동락했던 그는 "한마디 절창을 위해서 모든 것을 버리는 시인"이다. 부산의 베네딕도 수녀원에서 만난 이해인 수녀에게서는 "시와 기도와 생활이 함께 어우러지는 일상의 삶"에서 그녀의 시적 본질을 찾아낸다.

이 책에 선정된 시인들의 공통점은 한가지로 요약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굳이 찾는다면 신경림씨가 서문에 언급했듯이 "삶에 깊이 뿌리박고 시의 치열성을 담보해낸 시인들"일 것이다. 그러나 이 기준은 막연하고 지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신경림 시인이 자신의 세계관과 감성에 맞아떨어지는 이들을 골랐다고 말하는 편이 더 솔직할 수도 있다. 신경림씨는 "자신을 속이고 남에게 거짓말하고, 사기치고 날조하고, 이것이 적어도 시에서는 통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 조용호 기자, [세계일보] 2002-09-26


삶의 울림이 있는 "이 땅의 시인들"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2'(우리교육 발행)가 출간됐다. TV 프로그램에 소개돼 시인 신경림(67)씨의 이름을 널리 알린 책의 속편이다. 1998년 펴냈던 전편이 작고 시인을 다룬 데 비해 속편은 생존 시인들의 시세계를 소개했다. 신씨가 시인들을 직접 만나서 나눈 이야기에다 그들과 함께 울고 웃던 기억이 받쳐졌으니, '시인을 찾아서'라는 제목은 전편보다도 썩 잘 어울리는 셈이다.

신씨는 경기 일산의 오피스텔에서 김지하씨와 도란도란 얘기를 했고, 전주 근교 산골 농가에서 안도현씨와 나란히 앉아 차를 마셨다. 고(故) 서정주와 만나기로 약속했지만 끝내 취재할 수 없었고, 조태일은 취재 중에 유명을 달리했다. 이렇게 신씨가 찾은 시인 23명 중에는 그 이름이 낯설지만 그 작품의 울림이 누구 못지않게 큰 이들도 있다. 모두 저자가 다리품을 팔아 우리 땅 곳곳을 다니면서 찾아낸 소중한 사람들이다. 시인들의 시와 신경림씨의 글을 찬찬히 읽다 보면 하나의 큰 뿌리를 발견하게 된다. 그 뿌리는 신씨 자신이 소박하고 진솔한 목소리로 말한 것이기도 하다. "시가 감동을 주는 것은 그것이 삶에 깊이 뿌리박고 있기 때문으로서, 삶과 동떨어진 시는 결코 감동을 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신씨가 찾아간 시인의 삶과 시가 그러했다. 가혹한 시대를 체험하지 않았을지라도 이 시인들의 시를 만나면 서늘하고 아프다. 가령 김지하씨의 시 '1974년 1월'이 그렇다. '1974년 1월을 죽음이라 부르자/ 오후의 거리, 방송을 듣고 사라지던/ 네 눈 속의 빛을 죽음이라 부르자/ 좁고 추운 네 가슴에 얼어붙은 피가 터져/ 따스하게 이제 막 흐르기 시작하던/ 그 시간/ 다시 쳐 온 눈보라를 죽음이라 부르자' 1974년 1월은 아무도 유신헌법을 비판할 수 없으며 비판했다는 사실을 퍼뜨려서도 안되며 이를 어길 시에는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농담 같은' 긴급조치가 공포된 달이다. 처음 이 시를 읽었을 때 신경림씨는 "온몸이 떨렸고 손이 굳어 펜을 잡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조태일 시인도 흥분해서 면도를 하다가 살갗을 베었다"고 했다. 시는, 얼마나 삶을 치열하게 살고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속일 수 없는답변이다. 시와 삶의 틈새가 좁혀질수록 진실에 가까운 것이 된다.

줄곧 장바닥에서 뒹굴면서도 당차고 새된 시를 쓴 민영씨를 두고 신경림씨가 풀어놓는 이야기도 큰 뿌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민씨는 어물가게 점원, 땅콩장수, 조판공, 사식집 일을 했다. 그런 그가 쓴 시는 질퍽하고 끈끈한 것이 아니라 청결하고 매섭다. '한 늙은이의/ 더러운 욕망이/ 저토록 많은 꽃봉오리를/ 짓밟은 줄은 몰랐다.'('수유리 하나') 세속적 삶을 부지런히 영위하면서 세속화하지 않는 시를 쓰는 민씨의 작업은 언뜻 시와 삶의 간극이 넓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신씨의 설명처럼 "생활에 철저함으로써 오히려 더 시를 치열하게 쓸 수 있었고 거꾸로 그것이 그를 세속화하는 데서 지켜주었던 것이 아닐까?"

신경림씨 자신이 시와 삶을 단단하게 엮는 작업을 해온 시인이다. 그의 모서리는 둥글어진 것 같다. 그가 만난 시인들의 최근 시작(詩作)이 느슨해졌다는 평가에 대해 그는 시인들의 변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그러나 "시의 아름다움은 삶에 뿌리박은 데서 온다"는그의 믿음은 여전히 굳다. 현대적인 실험성이 가득한 황명걸씨의 'SEVEN DAYS IN A WEEK'를 두고 신경림씨는 황씨의 시 '한국의 아이'가 있어 더 좋은 작품이라고 평한다. '장난감이 없어 보채는 아이야/ 보채다 돌멩이를 갖고 노는 아이야/ 네 어미는 젖이 모자랐단다/ 네 아비는 벌이가 시원치 않았단다'('한국의 아이'에서) - 김지영 기자, [한국일보] 2002-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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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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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음속의 열정... | v2**sunway | 2013.08.13 | 5점 만점에 5점 | 추천:1
      힘이 든다   소를 몰고 밭을 갈기란   비탈밭 중간 대목 쯤 이르러   다리를 ...
      힘이 든다
      소를 몰고 밭을 갈기란
      비탈밭 중간 대목 쯤 이르러
      다리를 벌리고 오줌을 솰솰 싸면서
      소는 이렇게 말했다
      세상이 바뀌면
      내가 몰고 너희가 끌리라
      그런 날 밤
      콩섞인 여물을 주고 곤히 자는 밖에서
      아무개야 아무개야 불러 나가보니
      그가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가고 있었다
     
      ----[축우지변] 전문, 이상국
     
      "이 시에서 작중화자가 소에게 보이고 있는 것은 연민이 아니고 두려움이다. "내가 몰고 너희가 끌리라" 이 대목에는 주술 같은 저주가 들어 있다. 물론 이를 "내가 다스리고 너희가 따르리라'하여 통치자에 대한 농민의 말로 바꿔 읽을 수도 있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작중 화자가 가진 살아 있는 것에 대한 경외감을 읽는 일이다. 윤회사상에 따른 것이든 애니미즘이 되었든 이 경외감이야말로 "그가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가고 있었다"라는 동화적인 발상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75, 76쪽)
     
      이상국 시인은 널리 알려진 사람은 아니다. 본래 시(詩)란 모든 사람을 독자로
      가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선택된 소수만을 상대로 하는, 어찌보면 외롭고
      고독한 작업이다. 이점은 신경림 시인도 피력했던바..  25년을 한결같이 강원도
      속초의 농협에서 근무하며 자연을 벗삼아, 가난한 농민들, 뭇짐승들에 대한 애환을
      노래했는데... 특히 그는 소를 주제로 한 시를 많이 지었다.
     
     
      뼉따귀와 살도 없이 혼도 없이
      너희가 뱉는 천 마디의 말들을
      단 한 방울의 눈물로 쓰러뜨리고
      앞질러 당당히 걷는 내 얼굴은
      굳센 짝사랑으로 얼룩져 있고
      미움으로도 얼룩져 있고
     
      (중략)
     
      너희의 녹슨 여러 칼을
      꺽어 버리며 내 단 한 칼은
      후회함이 없을 앞선 심장 안에서
      말을 갈고 자르고
      그것의 땀도 갈고 자르며
      늘 뜬 눈으로 있다
      그 날카로움으로 있다
     
      ----[식칼론 2] 부분, 조태일
     
    "결국 우리들의 순결한 시대는 혁명으로 파괴되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는 뼉따귀와 살, 그리고 혼도 없는 것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 이 시의 내용이다. '나의 처녀막'은 회복하지 않으면 안 될 시대의 순결성을, '식칼'은 그 방법을 상징한다고 말할 수 있다. 혁명에 의해 파열된 이 시대의 순결성을 그의 시는 식칼이 되어서 회복하겠다는 메시지를 이 연작시들은 가지고 있다. 이 처녀막이라는 상황인식과 식칼이라는 방법은 1970년대에 들어서서 국토의 개념으로 발전, 저항과 외침의 포즈가 사랑과 포옹의 그것으로 바뀌면서 그의 시 세계는 깊어진다."   (134쪽)
     
      조태일 시인의 민주화에 대한 열정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로 인한 고문후유증으로
      오래 고생하다 병상에서 암으로 돌아가셨다. 그 분이 지은 책이 몇 권 있는데 내용도 충실
      하고 시의 분석과 서정과 정취를 따라갈 땐 대단히 섬세한 면도 느꼈다. 이 분의 책을 어떤
      시인이 추천해주어 감명깊게 읽었던 기억이 새롭다. 
     
     
      강원도 어성전 옹장이
      김영감 장롓날
     
      상제도 복인도 없었는데요 30년 전에 죽은 그의 부인 머리 풀고 상여 잡고 곡하기를
      "보이소 보이소 불집 같은 노염이라도 날 주고 가소 날 주고 가소" 했다는데요 죽은
      김영감 답하기를 '내 노염은 옹기로 옹기로 다 만들었다 다 만들었다" 했다는 소문이
      있었는데요
     
      사실은
      그날 상두꾼들
      소리였데요.
     
      ----[무설설 1] 전문, 조오현
     
    "아들딸, 친척도 없는 팔자 험한 옹기장이가 죽었다. 아내는 이미 30년 전에 저세상 사람, 울어주는 사람 하나 없는, 상주도 복인(服人, 1년이 안 되게 상복을 입는 사람)도 없는 초라한 상여가 나간다. 상두꾼들이 그 사연을 소리에 담아, "보이소 보이소 불집 같은 노염이라도 날 주고 가소" 하고 앞소리가 선창하면 "내 노염은 옹기로 옹기로 다 만들었다 다 만들었다"하고 뒷소리가 받는다. 잘 뜯어 읽어 보면 결국 이런 내용인데, 순서를 바꾸어 놓음으로써 죽음과 삶을 같은 시간대에 짜 넣는 효과를 보게 한다. "내 노염은 옹기로 옹기로 다 만들었다 다 만들었다"는 일견 예술의 본질에 대한 생각 같기도 하다. 어쩌면 시인은 옹기장이=승려=시인이라는 개념을 머리에 그려 넣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둘째 연의 시각적 이미지가 셋째 연에 와서 청각적 이미지로 바뀌는 시의 재미도 보여 준다. 그러나 이 시의 맛은 말로 완전히 설명될 수 없는 데 있다. 신비성을 가지고 있다는 소리다. 정말 좋은 시는 합리적으로 설명될 수 없는 법이라는 선인들의 말에 수긍이 간다."   (251쪽)
     
      무산(霧山, 조오현스님, 낙산사, 신흥사, 백담사 회주, <만해축전>주관) 스님은
      매년 백담사에서 열리는 <만해축전>을 주관하시는 분이다. <만해사상실천선양회>를
      이끌고 계시면서도 시에 대한 열정을 수그리지 않는 분이신데 위에 인용한 시는 내용이
      참 재미있다. 
     
      이 시 기행집을 처음으로 권한 사람은 오랜 문우(文友)였다.
      그녀도 직장을 다니면서 문학공부(당시는 시인지망생)를 한 사람이었는데
      마침 시를 배우는 곳의 강사 시인이 이 책을 권하더라며 내게도 보여주었다.
     
      나는 책 욕심에 나도 사주라고 졸랐는데...
      그녀 하는 말, "네 돈으로 사!"
      나는 못내 서운해서 그녀 얼굴을 짠하니 바라보고만  있었고....
     
      왜냐하면 나는 사람을 만날때 마다, 책을 선물해주곤 했기 때문이다.
      그날 우리가 먹던 빈대떡과 동동주가 왜 그리 맛이 없던지...
      
      이후 그녀는 어느 문예지에 시인으로 등단했다고 알려왔었다. 
      그때가 1998년이니 벌써 많은 시간이 흘렀구나 하는,
      낭패한 느낌...  
     
      정말 흘러가는 시간을 막을 수가 없다.
     
  • 시의 리듬은 자연스러움 | ph**iplee | 2006.04.21 | 5점 만점에 5점 | 추천:4
    신경림의 시력(詩歷) 올해로 쉰 해, 시에 묻혀 산 세월이 강산을 다섯 번 정도는 변하게 했을 만큼 유장한데도 그의 시적 여정...


    신경림의 시력(詩歷) 올해로 쉰 해,
    시에 묻혀 산 세월이 강산을 다섯 번 정도는 변하게 했을 만큼 유장한데도
    그의 시적 여정은 아직도 그칠 줄을 모른다.

    앞서 나온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가
    이미 세상을 떠난, 우리 시의 선구자들이 남긴 발자취를 찾아 나선 길이었다면,
    그 뒤를 이어 나온 같은 이름의 《2》에서는
    살아 있는 시인들의 시 세계를 조명하고 있다.
    (조태일 시인처럼 신경림을 만난 닷새 뒤에 세상을 뜬 경우도 있다)

    아직 활동 중인 시인을 대상으로 한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감안하고서라도
    얼굴을 대면할 수 있고 육성을 들을 수 있으며
    자료의 망실도 적은 생존시인을 대상으로 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그 자신 ‘훨씬 활기 있는 글’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키웠음 직하다.

    물론 세상을 떴다는 것과 아직도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으로
    시나 시인의 경계를 삼아야 할 까닭은 없다.


    *****
    두 번째 ‘시인을 찾아서’를 쓰면서 나는 몇 가지 사실을 확인했다. 말의 고저나 강약이 크게 기능하지 못하는 우리 말의 경우, 시의 리듬이란 자연스러움 외에 다른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요즈음 시에 리듬이 없다는 지적은 결국 시가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말이요, 그것은 시를 억지로 꾸미다 보니까 저질러지는 잘못이라는 얘기가 된다. 「여는글 중에서」


    본격적인 읽기에 들어가기 앞서 읽게 되는 신경림의 이 말은
    ‘시가 진실과 가장 가까이 있을 때 울림이 크고 빛이 나는 것’이라는 말과 다르지 않고,
    ‘자신을 속이고 남에게 거짓말하고 사기 치고 날조하’는 것이
    적어도 시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읽고 나서 느낀 것이지만
    일선 국어교사들의 의견을 참작했고 그것이 고마웠다는 말까지 달아둔 것을 보면
    시력 50년의 신경림에게도 기댈 언덕이 필요했던 것 같다.
    그렇게 선정된 스물셋 생존시인의 이름이다.

    김지하정희성김종길김준태이상국양채영도종환민영
    조태일강은교황명걸이선관고은김규동김명수이성부
    조오현조향미서정춘이해인정호승김용택안도현

    내 자신의 무지와 과문을 탓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지만
    몰라서 좋아할 수 없었던 시인들의 작품을 읽을 때는
    읽다가 눈이 크게 떠지는 순간에 바로 시집의 이름을 적어두었고
    이름만 들어도 반가운 시인을 만났을 때는 작품마다 두세 번 더 읽어보기도 했다.

    그러는 중에 차츰
    앞서 저자가 《여는글》에 적어둔 말을 떠올리는 횟수가 늘어나는 것이었다.
    작고 하찮은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낼 줄 아는 열린 마음,
    단순한 말과 단순한 기법으로 삶의 한 단면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절규,
    삿되지 않은 것으로부터 회복해내는 우리말의 자연스러운 리듬…….


    *****
    풀씨가 날아다니다 멈추는 곳
    그곳이 나의 고향,
    그곳에 묻히리.

    햇볕 하염없이 뛰노는 언덕배기면 어떻고
    소나기 쏜살같이 꽂히는 시냇가면 어떠리.
    온갖 짐승 제멋에 뛰노는 산속이면 어떻고
    노오란 미꾸라지 꾸물대는 진흙밭이면 어떠리.

    풀씨가 날아다니다
    멈출 곳 없어 언제까지나 떠다니는 길목,
    그곳이면 어떠리.
    그곳이 나의 고향,
    그곳에 묻히리.
    「크고도 다감한 시, 남성적이면서 섬세한, 조태일 중에서 풀씨 전문」 140쪽


    나도 약은 꾀를 부려보기로 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자식 앞에서의 부모 마음을 빌어
    살아있는 좋아하는 시인 다 놔두고
    지금은 고인이 된 조태일의 시 한 편을 골랐다.
    병원을 찾아간 신경림을 만나지 닷새만이었고
    자신의 죽음을 예감한 듯한 시들로 가득한 시집
    《혼자 타오르고 있었네》를 내놓은 지 꼭 두 달만이었다고 한다.
    ‘선이 굵고 씩씩한 매우 남성적인 시인’이라는, 그를 아는 사람들의 기억이
    내게 더 서럽고 애처롭게 읽힌 때문이라고 해두자. 다시 한 편 더……


    *****
    이승의
    진달래꽃
    한묶음 꺾어서
    저승 앞에 놓았다.

    어머님
    편안하시죠?
    오냐, 오냐,
    편안타, 편안타.
    「조태일 중에서 어머니를 찾아서 전문」 141쪽


    돌아가신 어머니 무덤 앞에서
    잠든 어머니의 안부를 묻는 나이든 아들의 흐느낌을 읽는 동안
    몇 번이나 소름이 끼쳤다.
    아이가 엄마를 부르는 것과 달리
    나이 들어 부르는 어머니의 노래는 처량하고 구슬프고 쓸쓸하고 허허롭다.

    살아 계신 아버지, 어머니 손 한번 잡아보거나 전화 한 통 넣어드리고
    돌아가신 어머니, 아버지 생전의 주름진 얼굴을 가만히 떠올려보자.
    그렇게만 해도 큰 복이 함께 할 테니.
  • 다시 든 책에서 난 지난 시간을 읽어 간다 학생시절 읽던 김지하님의 시와 도종환,고은님의시들이.. 그시절의 감정이 희미하게...
    다시 든 책에서 난 지난 시간을 읽어 간다 학생시절 읽던 김지하님의 시와 도종환,고은님의시들이.. 그시절의 감정이 희미하게 떠오르며.. 지금의 느낌으로 다시 읽게 된다. 감성적으로 이해하던 시들이 이제는 생활과 함께 이해하게되는것같다. 너무 추상적인가.. 도종환시인의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는 지금에 와서야 가슴으로 느끼게 되었다. 이런것이 바로 시간이 나를 미처 느끼지 못하던것을 느끼게 하는것 같다. 삶을 살아가면서 지금 읽어서 느끼는 감정과 시간이 흐른뒤 느끼는 감정은 내가 겪은 경험의 깊이에 따라 다르다는것 새삼 느끼게 되었다. 시란 내가 느끼는 감정의 깊이에 따라 새롭게 읽혀진다는걸 이책을 다시 읽고 새삼 알게 되었다
  • Jewelry box | na**1700 | 2004.07.09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이 시집은 나에게 예쁜 보석상자를 연상하게 만들었다. 같은 글로 쓰여졌어도, 길게 쓰면 소설이 되고, 짧게 쓰면 시가...
    이 시집은 나에게 예쁜 보석상자를 연상하게 만들었다. 같은 글로 쓰여졌어도, 길게 쓰면 소설이 되고, 짧게 쓰면 시가 되는 것처럼, 같은 돌과 쇠로 만들었어도, 크게 만들면 건물이 되고, 작게 만들면 보석 목걸이, 반지가 되는 까닭이다. 숨어있는 좋은 시인들은 만난것도 기쁨이었고, 우리 현대사의 아픔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것도 좋았다. 한때는 독재정권에 대항했던 시인들은, 민주정권 안에서 보여지는 어쩌면 더 치열해진 밥그릇 싸움에서, 어떻게 살아남아 질런지... 마음이 쪼금 아파오기도 했다.
  •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 co**k57 | 2003.02.13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느낌표 책을 읽읍시다의 선정도서가 되어 구입해본 책이다. 신경림이 가난한 사랑노래를 쓰신 분이...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느낌표 책을 읽읍시다의 선정도서가 되어 구입해본 책이다. 신경림이 가난한 사랑노래를 쓰신 분이라서 더 눈길을 끌게 만들었다. 이 책은 여러 시인들을 소개하고 시들을 보여주면서 시와 친근해지도록 도와주는 책 인 것 같다. 시에 관심이 없도 어렵다고 생각했던 독자들의 마음을 충분히 돌릴 수 있는 훌륭한 책이다. 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는 상당한 분량이라고 생각되었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고 흥미로운 책이다. 시인은 원래 잘 모르지만 가끔 아는 시인들이 나오면 기분이 좋아지곤 한다. 익히 알고 있는 시인으로는 안도현, 고은, 천상병등이 있다. 시를 알고 싶긴 한데 어려워서 접근을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인듯 싶다. 물론 나도 포함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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