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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자들
| | 141*210*37mm
ISBN-10 : 8937444003
ISBN-13 : 9788937444005
방랑자들 중고
저자 올가 토카르추크 | 역자 최성은 | 출판사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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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2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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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구매후기 구매만족도 ID 등록일
51 100000000000000000 5점 만점에 5점 dan1*** 2020.10.27
50 상태가 최상급이라고 해서 구매했는데.. 아쉽게도 종이 색도 누렇게 변했고... 최상급은 아니고 상급인듯합니다. 그래도 좋은 책 구할 수 있으니.. 그 점에 만족합니다. 5점 만점에 3점 kanghyu*** 2020.10.08
49 ^^************** 5점 만점에 4점 zoo*** 2020.09.17
48 거의 새책이나 다름 없습니다. 전부터 이용했지만 앞으로도 애용할 것 같아요. 5점 만점에 5점 Sat*** 2020.09.07
47 `````````````````````````` 5점 만점에 5점 asdr9*** 2020.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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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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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또 다른 이름! 2018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의 대표작 『방랑자들』. 소설을 가리켜 국경과 언어, 문화의 장벽을 뛰어넘는 심오한 소통과 공감의 수단이라고 이야기하는 저자가 지향하는 가치가 생생하게 빛나는 이 작품은 2008년 폴란드 최고의 문학상인 니케 문학상을, 2018년도에는 맨부커 상 인터내셔널 부분을 수상했다.

여행, 그리고 떠남과 관련된 100여 편이 넘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기록한 짧은 글들의 모음집으로, 여행길에서 마주친 다양한 인물들의 삶과 죽음, 그들의 내밀한 이야기들을 언어의 힘을 빌려 작품 속에 꼼꼼히 기록함으로써 그들에게 불멸의 가치를 부여한다. 자신의 내면을 향한 여행, 묻어 두었던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려는 시도, 시련과 고통을 직시하고 받아들이는 과정 또한 이 방대한 여정에 포함된다.

어딘가로부터, 무엇인가로부터, 누군가로부터, 혹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도망치려는 사람들, 아니면 어딘가를, 무엇을, 누군가를, 혹은 자기 자신을 향해 다다르려 애쓰는 사람들, 이렇듯 끊임없이 움직이고, 이동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각양각색의 이야기가 시공간을 넘나들며 펼쳐진다.

저자소개

저자 : 올가 토카르추크
1962년 1월 29일 폴란드 술레후프에서 태어났다. 바르샤바 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카를 융의 사상과 불교 철학에 조예가 깊다. 신화와 전설, 외전, 비망록 등 다양한 장르를 차용한 그녀의 작품은 인간의 실존적 고독, 소통의 부재, 불멸을 향한 이율배반적인 욕망 등을 특유의 예리하면서도 섬세한 시각으로 포착하고 있다. 경계와 단절을 허무는 글쓰기, 타자를 향한 공감과 연민은 토카르추크 작품의 본질적 특징이다.
등단 초부터 대중과 평단으로부터 고른 관심과 호응을 받았으며, 첫 장편 『책의 인물들의 여정(Podr?? ludzi ksi?gi)』(1993)은 폴란드 출판인 협회 선정 ‘올해의 책’으로 뽑혔다. 『E.E.』(1995)와 『태고의 시간들(Prawiek i inne czasy)』(1996) 발표 이후 1997년에 40대 이전의 작가들에게 수여하는 권위 있는 문학상인 코시치엘스키 문학상을 수상했다. 단선적 혹은 연대기적 흐름을 따르지 않고, 짤막한 조각 글들을 촘촘히 엮어서 하나의 이야기를 빚어내는 특유의 스타일은 『낮의 집, 밤의 집(Dom dzienny, dom nocny』(1998)으로 이어졌다. 이후 여행을 모티브로 한 100여 편의 에피소드들을 엮은 『방랑자들(Bieguni)』(2007)을 발표해 2008년 폴란드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니케 상을 받았다. 이 작품은 2018년 맨부커 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하며 전 세계 문학계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2009년에 발표한 추리소설 『죽은 자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Prowad? sw?j pług przez ko?ci umarłych)』는 2017년에 아그니에슈카 홀란드 감독의 영화 「흔적(Pokot)」으로 각색돼 베를린 영화제에서 은곰상을 받았다. 이후 발표한 역사소설 『야고보서(Ksi?gi Jakubowe)』(2014)로 또 한 번의 니케 상과 스웨덴의 쿨투르후세트 상을 받았다.
2018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고, 한림원은 그의 작품 세계에 “삶의 한 형태로서 경계를 넘어서는 과정을 해박한 열정으로 그려 낸 서사적 상상력”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역자 : 최성은
한국외국어대학교 폴란드어과를 졸업하고, 폴란드 바르샤바 대학교에서 폴란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거리 곳곳에서 문인의 동상과 기념관을 만날 수 있는 나라, 오랜 외세의 점령 속에서도 문학을 구심점으로 민족의 정체성을 지켜 왔고, 그래서 문학을 뜨겁게 사랑하는 나라인 폴란드를 ‘제2의 모국’으로 여기고 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폴란드어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며, 2012년 폴란드 정부로부터 십자 기사 훈장을 받았다. 옮긴 책으로 『쿠오 바디스』, 『코스모스』, 『태고의 시간들』, 『끝과 시작 - 쉼보르스카 시선집』, 『충분하다 - 쉼보르스카 유고시집』, 『읽거나 말거나 - 쉼보르스카 서평집』, 『흑단』, 『헤로도토스와의 여행』 등이 있으며, 『김소월, 윤동주, 서정주 3인 시선집』, 『흡혈귀- 김영하 단편선』, 『마당을 나온 암탉』 등을 폴란드어로 번역했다.

목차

여기 내가 있다
머릿속의 세상
세상속의 머리
신드롬
호기심의 방
보는 만큼 안다
7년간이 여행
시오랑의 예언
쿠니츠키 : 물 I
베네딕투스, 퀴 베니트
파놉티콘
쿠니츠키 : 물 II
어디에나 있고 아무 데도 없는
공항들
자신의 뿌리를 찾아 떠나는 여행
여행용 화장품 키트
라 마노 디 조반니 바티스타
원본과 복사본
겁쟁이들의 기차
버려진 아파트
악행을 기록한 책
여행 안내서
새로운 아테네
위키피디아


[중략]


동포들
여행 심리학 : 결론
인간의 가장 강한 근육은
혓바닥이다
말하라! 말하라!
개구리와 새
선, 면, 구체
아킬레스건
제자이면서 벗이었던 빌럼 판 호르선이
쓴 필립 페르헤이언의 이야기
절단된 다리에게 보내는 편지
여행에 대한 이야기


[중략]


비행기 멀미용 봉투
대지의 젖꼭지
포고

꿈속의 원형 극장
그리스 지도
카이로스
여기 내가 있다
종의 탄생에 관해
마지막 일정
폴리머 보존법 : 단계적인 과정
탑승
이티네라리움
인용문헌
지도목록
옮긴이의 말

책 속으로

내 모든 에너지는 움직임에서 비롯되었다. 버스의 진동, 자동차의 엔진 소리, 기차와 유람선의 흔들림.(19쪽) 서쪽 어딘가에 이상적이고 정의로운 나라가 있다고 믿으며 이상향을 찾아 헤매는 이민자들, 그들은 인간이 서로에게 형제자매가 되고, 강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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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모든 에너지는 움직임에서 비롯되었다. 버스의 진동, 자동차의 엔진 소리, 기차와 유람선의 흔들림.(19쪽)

서쪽 어딘가에 이상적이고 정의로운 나라가 있다고 믿으며 이상향을 찾아 헤매는 이민자들, 그들은 인간이 서로에게 형제자매가 되고, 강력한 국가는 자국민을 부모처럼 돌봐 줄 거라고 믿었다. 자신의 가족, 부인이나 남편, 부모로부터 도망쳐 온 탈주자들, 불행한 연인들, 혼돈에 빠진 사람들,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 항상 춥고 배고픈 사람들. 빚을 갚지 못해 법망을 피해 온 사람들도 있었다.(21쪽)

망가지고 손상되고 상처 나고 부서진 모든 것에 자꾸만 끌리는것, 이것이 나의 증상이다.(32쪽)

나는 기차와 호텔, 대기실에서, 그리고 비행기의 접이식 테이블에서 글 쓰는 법을 익혔다. 밥을 먹다 식탁 밑에서, 혹은 화장실에서 뭔가를 끄적이기도 한다. 박물관의 계단에서, 카페에서, 길가에 잠시 정차해놓은 자동차 안에서 글을 쓴다. 종이쪽지에, 수첩에, 엽서에, 손바닥에, 냅킨에, 책의 한 귀퉁이에 쓴다.(35쪽)

그가 그것들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중요하다. 그것들이 보인다는 것, 그 자체가 신비로운 일이다. 아니, 그가 지금 바라보고 있다는 것, 나아가 그가 지금 여기에 존재한다는 것, 그 자체가 바로 놀라운 신비다.(80쪽)

유동성과 기동성, 환상성은 문명화된 사람들의 특성이다. 야만인들은 여행을 하지 않는다. 그저 목적지를 향해 움직이거나 침략할 뿐이다.(82쪽)

그녀가 시간에 대한 자신의 이론을 내게 설파했다. 그녀에 따르면 농업에 종사하는 정착민들은 순환적 시간이 주는 기쁨을 만끽하길 원하는데, 그러한 시간 속에서는 모든 사건이 항상 처음으로 되돌아가게 마련이며, 배아 상태로 쪼그라들어서 성장과 노화와 죽음의 과정을 반복한다는 것이다.(82쪽)

나는 이런 기차가 비행기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고안된 게 아닐까 생각된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고백하는 건 어쩐지 부끄러운 일이기에, 승객들은 자신들이 이런 기차로 여행을 다닌다는 말은 될 수 있으면 하지 않는다. 굳이 떠벌리고 다닐 필요는 없으니까. 이러한 기차는 오래된 단골들, 비행기의 이착륙 때마다 무서워서 거의 죽을 지경에 이르는 불운한 극소수를 위한 것이다.매번 손에 땀이 나서 끊임없이 화장지를 뽑아 쓰기에 바쁜 사람들, 스튜어디스의 소매를 계속해서 잡아당기는 사람들.(96쪽)

여행 심리학의 핵심적인 개념은 바로 욕망입니다. 바로 이 욕망이 인간에게 이동성과 방향성을 부여하고 어딘가로 향하려는 성향을 일깨웁니다. 욕망 그 자체는 무의미합니다. 그저 방향만을 가리킬 뿐, 목적지를 드러내진 않으니까요. 목적지는 신기루 같은것이고 불확실한 것입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더욱 애매해지고 수수께끼 같아집니다. 그 어떤 방법으로도 목적지에 다다르거나 욕망을 충족시킬 수 없습니다.(118~120쪽)

무(無)에서 온 사람에게는 모든 이동이 다 귀환인 법이었다. 공허만큼 자신을 끌어당기는 것은 없기에.(136쪽)

인간의 몸은 과연 누가 고안해 낸 것이며, 이에 대한 영원한 저작권은 누가 갖고 있는 것일까?(195쪽)

신체의 모든 부위는 기억할 가치가 있다. 모든 인간의 몸은 보존해야 마땅하다. 이토록 여리고 연약하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다.(200쪽)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는 지인이 내게 말하길 그는 혼자 여행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뭔가 새롭고 신기하고 아름다운것을 봤을 때 다른 누군가와 감상을 나누고 싶은데 그럴 사람이 곁에 없으면 불행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나는 그가 과연 진정한 순례자가 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251쪽)

고대의 순례자들이 여행을 하는 목적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거룩한 장소를 목적지로 정하고 거기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우리는 신성함을 체험하고 정죄받게 됩니다. 그렇다면 거룩한 성지가 아니라 죄 많은 장소를 여행할 때도 똑같은 일이 벌어질까요? 사막이나 황무지를 여행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니면 활기 넘치고 생산적인 장소를 여행한다면요?(264쪽)

한 귀퉁이에 서서 바라보는 것. 그건 세상을 그저 파편으로 본다는 뜻이다. 거기에 다른 세상은 없다. 순간들, 부스러기들, 존재를 드러내자마자 바로 조각나 버리는 일시적인 배열들뿐. 인생? 그런 건 없다. 내 눈에 보이는 것은 선, 면, 구체, 그리고 시간 속에서 그것들이 변화하는 모습뿐이다. (280쪽)

필립은 자연에 대한 우리의 모든 지식은 사실상 신에 관한 지식이라고 믿었다. 우리 안의 지옥인 슬픔과 절망, 질투와 근심으로부터 우리를 해방시켜 주는 것이 바로 자연이기 때문이다.(319쪽)

이야기에는 완벽한 통제가 도저히 불가능한, 고유의 타성이 내재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는 나 같은 사람들을 필요로 한다. 자신감이 없고 우유부단하며 쉽게 현혹당하는 사람들. 단순하고 무지한 사람들.(323쪽)

지옥은 당신을 잠에서 끄집어낸다. 때로는 불쾌한 이미지, 무섭거나 조롱하는 듯한 장면을 당신의 꿈에 출몰시킨다. 예를 들어 목을 자른다든지, 사랑하는 이의 몸을 핏물에 담근다든지, 인간의 뼈를 재 속에 파묻는 광경 따위를 꿈속에서 보여 주는 것이다. 그렇다. 지옥은 충격을 가하는 것을 좋아한다.(347쪽)

우리의 몸뚱이는 가엾고 추하다. 예외 없이 전부 가루로 으깨어질 운명을 타고났다.(359쪽)

몸을 흔들어, 움직여, 움직이라고. 그래야만 그에게서 도망칠 수 있어. 이 세상을 다스리는 존재에겐 움직임을 지배할 능력이 없어. 우리의 몸은 움직일 때 비로소 신성하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어. 움직여야만 그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거야. 그는 정지 상태에 놓여 있는 것, 꼼짝도 하지 않는 것, 수동적이고 무기력한 모든 것을 지배해. 그러니까 움직여, 몸을 흔들어, 걸어, 뛰어, 도망쳐! 네가 그 사실을 잊고 멈춰 서는 순간, 그의 거대한 손이 너를 낚아채서 꼭두각시로 만들어 버릴 테니까 인간의 진정한 권력은 인간의 육신에만 작용하고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입니다. 국가가 만들어지고 국가 간에 국경선이 수립되었다는 것은 결국 명확히 규정된 공간에만 인간의 육체를 머물게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비자와 여권이 만들어졌다는 건, 이동과 움직임의 자유로운 필요성을 제한하고 조정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세금을 부과하는 통치자는 자신의 국민에게 어떤 것을 먹이고 어디서 잠을 재울지, 비단옷을 입힐지 마직 옷을 입힐지를 결정하게 됩니다.(389쪽)

멈추는 자는 화석이 될 거야, 정지하는 자는 곤충처럼 박제될 거야, 심장은 나무 바늘에 찔리고, 손과 발은 핀으로 뚫려서 문지방과 천장에 고정될 거야. (...) 움직여, 계속 가, 떠나는 자에게 축복이 있으리니.(본문 391~392쪽)

너무 많은 세계가 존재할 때는 전체보다 세부적인 항목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404쪽)

그녀의 가족들은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기 전에 항상 일 분 정도 자리에 앉아 있었다. 폴란드 시골 마을의 오랜 관습이었다.(416쪽)

비행기를 탈 때면 늘 그랬다. 그녀는 자기 생의 조감도를 보면서, 지상에서는 까맣게 잊고 지내던 생의 특별한 순간들을 떠올리곤 했다. 플래시백의 진부한 메커니즘, 기계적인 회상.(421쪽)

살아 있다(이것 말고 대체 어떤 어휘를 사용할 수 있겠는가.)는 것은 100만 가지의 특성과 자질을 아우르고 있다는 뜻이며, 삶을 벗어나서 존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모든 죽음은 삶의 일부이며, 어떤 의미에서 보면 죽음이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오류나 잘못 또한 없다. 죄를 저지른 자도, 무고한 자도 없고, 공이나 과도 없으며, 선과 악도 없다. 이러한 개념을 만든 당사자는 인류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끈 것이다.(433쪽)

최근 몇 년 동안 그녀는 아무런 특징도 없는 중년 여인이 되면 타인의 눈에 절대 띄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비단 남자들뿐 아니라, 직장에서 그녀를 더는 경쟁 상대로 여기지 않는 다른 여자들의 눈에도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의 시선이 그녀의 얼굴과 뺨, 코를 훑어보지도 않고 무심하게 미끄러져 지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건, 상당히 새롭고도 놀라운 발견이었다.(450쪽)

언젠가 아주 먼 곳까지 여행을 갔다가 네트워크가 없는 지역에서 고생했던 일을 복잡한 감정으로 회상해 본다. 처음에 내 전화기는 절박하게 연결 고리를 찾아 헤맸지만, 결국 아무런 해결책도 발견하지 못했다. 전화기의 메시지는 내 눈에는 점점 더 신경질적으로 변해 가는 듯했다. ‘네트워크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라는 메시지가 계속 반복되었다. 그러다 결국 자포자기한 전화기는 사각형의 동공으로 멍하니 나를 바라보았다. 그것은 그저 쓸모없는 기기, 플라스틱 덩어리에 불과했다.(484쪽)

우리는 서로에 대해 기록할 것이다. 그것이 가장 안전한 형태의 커뮤니케이션이기에. 우리는 문자와 이니셜을 서로 교환하고, 종이 위에 서로를 불멸로 남기고, 서로를 플라스티네이션 처리하고, 문장의 포름알데히드 속에 서로를 담글 것이다. (본문 6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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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 2018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 2018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의 대표작 『방랑자들』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스웨덴 한림원은 수상자로 토카르추크를 선정하면서 “삶의 한 형태로서 경계를 넘어서는 과정을 해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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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

2018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의 대표작 『방랑자들』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스웨덴 한림원은 수상자로 토카르추크를 선정하면서 “삶의 한 형태로서 경계를 넘어서는 과정을 해박한 열정으로 그려낸 서사적 상상력”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일찍이 폴란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타인과 교감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야말로 글쓰기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토로한 바 있는 토카르추크의 작품 세계는 본질적으로 경계와 단절을 허무는 글쓰기를 통한 타자를 향한 공감과 연민을 탐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는 대표작이 바로 『방랑자들』이다. 작가는 소설을 가리켜 “국경과 언어, 문화의 장벽을 뛰어넘는 심오한 소통과 공감의 수단”이라고 말했는데, 작자가 지향하는 이러한 가치가 무엇보다 생생하게 빛나는 대표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2008년 폴란드 최고의 문학상인 니케 문학상을, 2018년도에는 맨부커 상 인터내셔널 부분을 수상한 『방랑자들』은 단선적 혹은 연대기적인 흐름을 따르지 않고, 단문이나 짤막한 에피소드를 촘촘히 엮어서 중심 서사를 완성하는 패치워크와도 같은 이야기 방식이 가장 절묘하고 효과적으로 활용된 사례로 평가받는다. “물리적인 이주(移住)와 문화의 이행에 초점을 맞춘, 위트와 기지로 가득한 작품”이라는 한림원의 평가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작품이다.

2018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2018년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
2008년 폴란드 최고의 니케 문학상

“우리가 사는 장소, 우리가 지닌 이름은 잊혀도 무방한,
아무 의미 없는 귀속의 수단일 뿐이다.”

■ 경계를 허무는 방랑자들에게 바치는 찬가

휴가를 떠났다가 느닷없이 부인과 아이를 잃어버린 남자, 죽어 가는 첫사랑으로부터 은밀한 부탁을 받고 수십 년 만에 모국을 방문하는 연구원, 장애인 아들을 보살피며 고단한 삶을 살다가 일상에서 탈출하여 지하철역 노숙자로 살아가는 여인, 프랑스에서 사망한 쇼팽의 심장을 몰래 숨긴 채 모국인 폴란드로 돌아온 쇼팽의 누이, 다리를 절단한 뒤 섬망증(?妄症)에 시달리는 해부학자, 지중해 유람선으로 생의 마지막 여행을 떠나는 그리스 문명의 권위자…….
『방랑자들』은 여행, 그리고 떠남과 관련된 100여 편이 넘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기록한 짧은 글들의 모음집이다. 어딘가로부터, 무엇인가로부터, 누군가로부터, 혹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도망치려는 사람들, 아니면 어딘가를, 무엇을, 누군가를, 혹은 자기 자신을 향해 다다르려 애쓰는 사람들, 이렇듯 끊임없이 움직이고, 이동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각양각색의 이야기가 시공간을 넘나들며 펼쳐진다.
소설의 제목은 고대 러시아 정교의 한 교파인 ‘달리는 신도들’에서 착안한 것이다. 그들은 온갖 악으로 가득 찬 이 세상에서 정체되거나 머물러 있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이고, 이동하고 장소를 바꾸는 것만이 악을 쫓아낼 수 있는 길이라고 믿었다. 소설의 첫머리에서 토카르추크는 다음과 같은 모토를 선언한다.

“내 모든 에너지는 움직임에서 비롯되었다. 버스의 진동, 자동차의 엔진 소리, 기차와 유람선의 흔들림.”(본문 19쪽)

모스크바의 지하철역 주변에서 노숙하는 정체 모를 노파의 에피소드를 통해 토카르추크는 인간이 한곳에 너무 오래 머물러 어떤 장소나 사물에 얽매이게 되면, 근본적으로 나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역설한다. 관습과 타성에 젖어 익숙한 것만을 찾는 인간은 현재에 안주하기 위해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기계적으로 순응하게 되고, 더 이상 모험이나 행복을 갈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멈추는 자는 화석이 될 거야, 정지하는 자는 곤충처럼 박제될 거야, 심장은 나무 바늘에 찔리고, 손과 발은 핀으로 뚫려서 문지방과 천장에 고정될 거야. (…) 움직여, 계속 가, 떠나는 자에게 축복이 있으리니.” (본문 391~392쪽)

토카르추크는 우리를 쉼 없이 움직이게 만드는 여행이야말로 인간을 근본적으로 자유롭게 해 줄 수 있음을 역설한다. 그리고 우리가 머무는 공간, 우리가 움켜쥐고 있는 소유물,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삶의 본질적인 요소는 아님을 일깨운다.

■ 형식의 경계를 넘어서

『방랑자들』은 여러 이야기를 직조한 다성적 구성을 취하고 있다. 불과 10여 개의 문장으로 이루어진 짧은 텍스트도 있고, 중편소설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긴 분량의 이야기도 있다. 여행기의 형식을 취하고는 있지만, 실은 독자로 하여금 한 문장, 한 문장을 곱씹듯이 읽으며 사색을 하도록 유도하는 철학적인 이야기들이다. 또한 읽을 때마다 매번 다른 느낌과 해석이 가능한 유동적이고 가변적인 텍스트이기도 하다.

한 귀퉁이에 서서 바라보는 것. 그건 세상을 그저 파편으로 본다는 뜻이다. 거기에 다른 세상은 없다. 순간들, 부스러기들, 존재를 드러내자마자 바로 조각나 버리는 일시적인 배열들뿐. 인생? 그런 건 없다, 내 눈에 보이는 것은, 그저 선, 면, 구체들, 그리고 시간 속에서 그것들이 변화하는 모습뿐이다.(본문 280쪽)

장르 또한 다양해서 여행일지나 르포르타주는 물론, 서간문이나 강연록 형식의 글들도 공존하는데, 그중에서 인체나 내장 기관을 전시한 박물관에 대한 관람 기록은 추리물처럼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오랜 시간 비행기를 기다리며 공항에서 쓴 에세이도 있고, 바쁜 여정을 쪼개어 기차역에서 무릎 위에 책을 받쳐놓고 쪽지에 휘갈겨 쓴 단상도 있다. 트렁크에 담긴 구겨진 짐처럼 두서없고, 혼란스러운 형태로 다채로운 에피소드가 쉼 없이 나열된다.

나는 기차와 호텔, 대기실에서, 그리고 비행기의 접이식 테이블에서 글 쓰는 법을 익혔다. 밥을 먹다 식탁 밑에서, 혹은 화장실에서 뭔가를 끄적이기도 한다. 박물관의 계단에서, 카페에서, 길가에 잠시 정차해놓은 자동차 안에서 글을 쓴다. 종이쪽지에, 수첩에, 엽서에, 손바닥에, 냅킨에, 책의 한 귀퉁이에 쓴다.(본문 35쪽)

각각의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주인공들 또한 시간적·공간적으로 서로 단절된 것처럼 느껴지만 작품 전체를 놓고 보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지점이 발견된다. 공항에서 여행객들이 끊임없이 서로 마주치고 스쳐 지나가는 풍경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앞에서 언급된 에피소드의 후속 스토리가 뒷부분에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흑인이라는 이유로 아버지의 시체를 박제하여 ‘호기심의 방’에 전시한 프란츠 1세에게 항의 편지를 보내는 딸의 사연, 크로아티아로 여름휴가를 떠났다가 아들과 아내를 잃어버린 사내의 이야기, 공항에서 시리즈로 전개되는 여행 심리학에 대한 강연이 그 대표적인 예다. 하나의 에피소드가 끝날 때 즈음, 다음 에피소드의 공간적 배경에 대한 단서가 은밀하게 등장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뉴질랜드를 발견한 영국의 탐험가 제임스 쿡의 에피소드에 이어 호주의 한 해변에서 길을 잃고 죽음을 맞은 고래의 사건이 언급되고, 그 뒤로 호주로 짐작되는 나라로 이주한 폴란드 연구원의 사연이 이어지는 식이다. 이러한 단서를 찾아보고, 서로 연결되는 요소들을 찾아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 21세기의 오디세이

『방랑자들』에서 토카르추크는 여행길에서 마주친 다양한 인물들의 삶과 죽음, 그들의 내밀한 이야기들을 ‘언어’의 힘을 빌려 작품 속에 꼼꼼히 기록함으로써 그들에게 불멸의 가치를 부여한다.

우리는 서로에 대해 기록할 것이다. 그것이 가장 안전한 형태의 커뮤니케이션이기에. 우리는 문자와 이니셜을 서로 교환하고, 종이 위에 서로를 불멸로 남기고, 서로를 플라스티네이션 처리하고, 문장의 포름알데히드 속에 서로를 담글 것이다. (본문 601쪽)

이 책에서 끊임없이 회자되는 여행이란 단순히 바다를 건너고, 대륙을 횡단하는 물리적인 이동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신의 내면을 향한 여행, 묻어 두었던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려는 시도, 시련과 고통을 직시하고 받아들이는 과정 또한 이 방대한 여정에 포함된다. 독자의 입장에서 이 책을 통해 직접 가 보지 못한, 머나먼 타국의 이국적인 장소들을 간접적으로 방문해 보고, 다양한 정보를 접하게 되는 것, 지구촌 곳곳에서 여러 흥미로운 인물들과 그들의 생의 단면을 만날 수 있다는 것 또한 일종의 여행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인간은 생이 시작된 순간부터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의 한계에 쫓기며, 소멸을 향해 하루하루 달려가는 존재이다. 그러므로 이 책의 표제인 ‘방랑자들’이란 궁극적으로 21세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책을 향한 찬사

▶ 삶의 한 형태로서 경계를 넘어서는 과정을 해박한 열정으로 그려 낸 서사적 상상력. 물리적인 이주와 문화의 이행에 초점을 맞춘 『방랑자들』은 위트와 기지로 가득하다.―스웨덴 한림원, 노벨 문학상 선정 이유

▶ 조각보처럼 아름답게 만들어 낸 영원에 대한 갈망. 야심 차고 복잡한 작품!
《워싱턴 포스트》

▶ 웅대한 스케일의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 W. G. 제발트와 비견되는 작가! 애니 프루(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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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사뭇 달랐다. 익숙한 것들이 아니었다. 단편도 등장하고 중편소설도 등장하였고 화자도 저마다 다른 이야기들이었다. 문학...

    사뭇 달랐다. 익숙한 것들이 아니었다. 단편도 등장하고 중편소설도 등장하였고 화자도 저마다 다른 이야기들이었다. 문학이 가지는 고유함을 이탈한 새로운 문학이었다. 점철되어가는 것들은 더 넓어지고 더 깊어지고 있었다. 너무나도 광폭적으로 조명을 비추고 화자의 목소리를 듣고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지금까지 장편소설을 읽어왔던 그대로 속도를 낼 수가 없었다. 짧은 단편글에도 오랜 멈춤이 필요했고 긴 시간의 호흡이 필요했다고 고백하게 된다. 몇 번을 놀라워하면서 작가의 사진과 소개글들을 몇 번씩 다시 읽었는지 모른다. 그렇게 기나긴 시간을 곁에 두고 천천히 <방랑자들>이라는 제목을 연거푸 떠올리면서 읽어간 책이다.

    정지하듯이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여러 이유들로 여행보다는 그대로 머무르는 것을 지향하는 사람들도 있다. 타자에 의해서 경계선을 넘어본다는 것은 분명한 한계점을 내포하게 된다. 적당히 포장되고 적당히 단면적인 지식에 불과해지는 것이 그것이다. 그래서 마음이 원하는 것을 곧추세우면서 행동하는 것을 더 지향하는 편이다. 머뭇거리는 것도 좋아하지 않고 도전하고 직접 경험하며 오롯이 내가 느끼는 그 감정과 경험이 진짜이기에 방랑자들이 가지는 책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던 책이었다. 여행자, 순례자, 방랑자들이 떠나고 느끼고 기록하고 기억하는 것들을 나의 여행과도 함께 떠올려보는 시간이 된다.

    기대한 것 이상으로 너무나도 많은 경험들을 얻었던 책이다. 상당히 경직되고 보편적인 사고방식으로 삶을 살아온 사람에게는 소설의 작가와 화자들이 던지는 한 문장은 단단한 틀을 깨어주기에 충분하였다. 이 작품 중에서 떠오르는 장면들은 무수히 많지만 하나를 떠올린다면 장애인 아들을 보살피며 살고 있었던 한 여인이 지하철역 노숙자로 살아가는 순간을 선택하는 이야기이다. 고단한 삶이라 마음 놓고 기도하며 울고 싶었지만 관광객들에 의해 이곳저곳으로 교회를 이동해야 했을 여인. 집으로 돌아가는 그 길에 노숙자의 길을 선택하는 그 여인의 이야기는 더 깊어질 뿐이다.

     

    책을 읽으면서 공감하는 문장들도 많이 마주한 책이다. 다윈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그 힘을 이해했지만, 그것도 여전히 잘못된 해석이었다. 자연의 선택도 없고, 투쟁도, 승리도, 적자 생존의 법칙도 없다. 경쟁이라고? 개나 줘 버리라지. 경험이 풍부한 생물학자일수록 생물계의 복잡한 구조와 연결 고리를 더욱 오래, 그리고 더욱 주의 깊게 들여다본다. 그 과정에서 살아 있는 모든 것이 생장하며 밀고 당기는 과정에서 서로를 원조하고 돕는다는 직감 또한 강령해진다. 살아 있는 유기체들은 서로 헌신하면서, 자신이 효율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허락한다. 만약 경쟁 체계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지엽적인 현상에 불과하며, 균형이 깨졌기에 나타나는 것이다. 432쪽

    나무학자가 출간한 책을 예전에 읽었는데 이 내용들을 뒷받침해 주는 내용이기도 하다. 내밀한 깨달음이 되어가는 글들도 자주 대면한 작품이기도 하다. 작가를 만났다는 건 행운이었다. 왜 찬사를 아낌없이 받았는지 이 작품을 읽는 독자들이라면 매우 공감할 듯하다. 기나긴 시간을 여행길에도 함께하면서 긴 호흡을 나누었던 소설이다.

     

     1588850792933.jpg

  • 방랑자들 | ko**96 | 2020.02.29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머릿속의 세상 : 나는 이런 식의 삶이 맞지 않았다. 어딘가에 일정 기간 머물다 보면, 금방 그곳에 뿌리내릴 수 있게...

    머릿속의 세상 : 나는 이런 식의 삶이 맞지 않았다. 어딘가에 일정 기간 머물다 보면, 금방 그곳에 뿌리내릴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그런 유전자가 내게는 없었다. 여러 차례 시도해 보았지만 내 뿌리는 굳건하지 못해서 미풍만 불어도 몸이 휙 날아갔다. 내게는 식물처럼 싹을 틔울 능력이 없었다. 나는 대지로부터 수분을 빨아들이지 못했다. 나는 의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었다. 내 모든 에너지는 움직임에서 비롯되었다. 버스의 진동, 자동차의 엔진 소리, 기차와 유람선의 흔들림.    

     원본과 복사본 : 어느 박물관의 카페테리아에서 만난 남자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원본과 마주했을 때만큼 만족스러운 순간은 없다고. 세상에 복사본이 많아질수록 원본의 위력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으며, 때로 그 위력은 거룩한 성유물에 버금간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세상에 하나뿐인 것은 그래서 더욱 소중하며, 그로 인해 늘 파손에 대한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다빈치의 그림 앞에 여행객 한 무리가 둘러서서 경건한 태도로 그림에 집중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따금 팽팽한 간장의 순간을 참을 수 없다는 듯, 어디선가 찰칵 소리가 선명하게 울려 퍼지곤 했다. 마치 디지털 언어로 내뱉는 새로운 `아멘`처럼.    

     밤을 좇아서: 어떤 곳에 하룻밤만 머무는 경우에는 편히 잠들기가 힘들다. 대도시는 지금 천천히 식어 가며 잠잠해지는 중이다. 밤은 절대로 끝나지 않는다. 세상의 어느 구석에선가 어김없이 자신의 세력을 뻗치고 있다. TV리모컨을 통해 좇아가 볼 수도 있고 라디오의 심야 방송만 골라서 볼 수도 있다. 아니면 모니터 속에서 움푹 꺼진, 시커먼 손의 형상으로 지구를 지탱하고 있는 명암 경계선의 암흑면을 따라가 볼 수도 있다.

  • 방랑자들 | pa**yj01 | 2020.02.09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세상을 헤매이는 방랑에 대한 100편이 넘는 이야기들이 엮어 잇는 이 책은 &nb...

     

     

     

    세상을 헤매이는 방랑에 대한 100편이 넘는 이야기들이 엮어 잇는 이 책은

     

    각각의 에피소드마다 캐릭터가 등장하고, 시간은 17세기 아주 먼 과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매우 광범위했다.

     

    각 에피소드가 연결된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유기적 연관성이나 연결성까지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공간은 기차의 식당칸, 박물관의 카페테리아, 테러현장, 강의장 등등 다양하다.

     

    여기에서 나오는 여행은 단순한 외국 여행, 국내 여행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넓은 개념의 이동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움직이고,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어떤 계기로 생각이 바뀌게 된다.

     

    고정된 것은 없다. 반드시 변할 수 밖에 없으니까.

     

     

    살아가는 것은 100만 가지의 특성과 자질을 아우르고 있다는 말이고,

     

    삶을 벗어나서 존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한다.  공감했던 부분이다.

     

    나라는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한계점에 도달할 수 있는 정해진 공간을 벗어나니 여행이 주는 무한한 경계점 속에서

     

    또 다른 나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하는데.... 인간에게 기존 공간에서 탈출해서 새로운 공간에서 자신을 만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하게 된다.

     

    자기자신으로부터 도망치고, 또는 무엇으로 부터 벗어나고 싶은 사람들. 또 다른 어디에 도달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의 마음을

     

    다양한 사람과 상황과 각도에서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다.

     

     

     

     

  • 방랑자들 | kk**dol8 | 2019.12.29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그날 저녁은 세상의 경계선이었고, 나는 혼자 놀다가 그만 우연히 그것을 건드리고 말았다.그들이 잠시 동안 나를 홀로 ...

    그날 저녁은 세상의 경계선이었고, 나는 혼자 놀다가 그만 우연히 그것을 건드리고 말았다.그들이 잠시 동안 나를 홀로 남겨 두었기에 그것에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ˍ에 걸려 빠져나갈 수 없게 된 것이 분명하다.(-12-)


    그는 한 번도 정치에 마음이 끌린 적이 없었고, 자신의 위대한 아버지가 대체 어떤 점에 맬료되어 정치를 위해 전 생애를 바쳤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그는 수십 년에 걸쳐 사막에서 유목민들과 싸워 가며 이 조그만 국가를 건설한 자신의 아버지와 조금도 닮은 구석이 없었다.수많은 형제 중 그가 후계자로 발탁된 것은 단지 그의 어머니가 가장 나이 많은 아내였고 야심이 가득한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어머니는 태생적으로 자기 것이 될 수 없었던 권력을 아들의 손에 쥐여 주었다. (-171-)


    그녀는 왜 하필 이 두 사내를 기억하는 걸ㄲ마? 그들은 대체로 나이 든 사람들이었고, 그래서 보통 사람들과 달리 천천히 움직였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나머지 다른 사람은 이곳에서 저곳으로 유유히 흘러가는 강이고 조류이고 물이었다.그들은 소용돌이와 파도를 만들어 낸다.가각의 특별한 형태는 모두 순간적인 것으로 금방 사라진다.그래서 강은 그 형태를 기억하지 않는다. 반면에 이 두 사내는 조류에 역행해서 움직였고, 그래서 두드러져 보일 수 밖에 없었다. (-374-)


    지금껏 우리는 이처럼 공격적인 존재 방식과 맞딱뜨린 적이 없다.혀이상학적인 도취에 빠진 이들은 세상을 점령하고 대륙을 정복하는 것이 플라스틱 봉투의 본성이라고 믿는다.자신의 속을 채울 '내용'을 찾는 '형식'의 모습을 취하고는 있지만, 실은 언제든 그 내용에 싫증을 낼 수 있고., 그것들을 한순간에 바람에 날려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또한 그들은 플라스틱 봉투를 일종의 '방랑하는 눈동자'로 간주하면서, 비현실적인 '저쪽 세상'에 속한 존재로 인식한다. (-592-)


    올가토카르추크의 <방랑자들을 만나게 되었다.이 소설은 노벨문학상을 받는 폴란드 출신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의 작품으로,그의 작품 <태고의 시간들>에 비해 상당히 난해하고, 작품으로서 모호함도 느끼게 되었다.주제의 모호함 ,소재의 모호함,작가의 의도와 목적의 모호함과 더불어 장르의 모호함까지 포함하고 있다.그래서 한 번에 걸쳐 읽는 것보다는 두 번 이상 완독하고, 필사해 보면서 저자의 문체를 채워 나가는 것도 상당히 괜찮을 것같다. 돌이켜 보면 이 책은 하나하나 작가의 문학적인 소재들을 살펴 보면서,치밀하게 읽어 봐야 하는 소설이다.에세이적인 장르와 소설적 장르가 뒤섞여 있으며, 작가의 사유가 깊이 도드라져 보였다.철학책인지 소설인지 구별하지 못할 정도의 저자의 독창적인 문체가 돋보였다.


    이 책의 주제는 여행이다. 보편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여행이란 시간적인 흐름에 따른 장소의 이동이다.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대한 하나의 여행이기도 하다. 삶은 인생의 시작점이며,죽음은 인새의 마지막이기 때문이다.즉 인생을 여행에 대입한다면, 절묘하게 작가의 사유와 마주하게 된다.또한 이 책은 우리가 생각하는 여행의 기준을 채우고 있었다.여행이란 무엇이며, 여행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이을 것인가에 대해서 말이다.과거로의 여행, 현재,그리고 미래로의 여행도 일종의 여행이며, 사유,호기심 충족,의심 등등 여행이라는 개념이 개입될 부분은 상당히 많다고 볼 수가 있다.


    이 책에는 시체와 해부,의학에 관한 요소들이 상당히 많이 있었다.여행이라는 것을 인간의 해부와 결부하고 있으며, 인간의 몸에 대한 탐구,인간의 의식에 대해 성찰과 고찰이 연속적인 스펙트럼으로 엮이고 있는 큰 문학적인 물줄기를 느끼게 된다.인강의 행동,인간이 만들어 놓은 언어적인 향유, 우리가 살아가는 현 시대에 잘 드러나고 있는 컴퓨터와 네트워크 또한 저자가 의도한 여행의 일종이며, 우리는 여행에 대해서 새로운 관점으로 하나 둘 작가의 의도를 양파 껍질 벗기듯이 벗겨 낸다면 작가의 의도에 조금씩 접근할 수 있다.작가의 관점에 대한 고찰,나의 세상을 보는 관점 또한 얼마든지 바뀔 수 있음을 알게 해주는 소설이다.

  • 방랑자들 | km**02 | 2019.12.03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ϻ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여행 심리학의 핵심적인 개념은 바로 욕망입니다. 바로 이 욕망이 인간에게 이동성과 방향성을 부여하고 어딘가로 향하려는 성향을 일깨웁니다. 욕망 그 자체는 무의미합니다. 그저 방향만을 가리킬 뿐, 목적지를 드러내진 않으니까요. 목적지는 신기루 같은 것이고 불확실한 것입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더욱 애매해지고 수수께끼 같아집니다. 그 어떤 방법으로도 목적지에 다다르거나 욕망을 충족시킬 수 없습니다. 이러한 고군분투의 과정을 요약하는 딱 한 마디는 바로 '~로 향하는'을 뜻하는 전치사, 그러니까 영어로 바꾸면 towards와 같은 전치사입니다." 120페이지

    많은 이들은 세상의 좌표 어딘가에 시간과 공간이 서로 딱 들어맞는 완벽한 지점이 있다고 믿는다. 어쩌면 그래서 다들 여행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다소 혼란스러운 방식으로 움직이면서도 어떻게든 가능성이 싹터서 결국엔 목표 지점에 다다르리라는 희망을 품은 채로 말이다. 적절한 순간, 적절한 장소에 장소에 도착한다면, 그래서 주어진 순간을 놓치지 않고 포착한다면 자물쇠의 암호는 해제되고 비밀번호가 밝혀지고 진실이 드러나게 되리라. 123페이지

    여행 심리학에서는, 두 장소의 유사성에 대한 인지도는 두 장소의 거리에 일정한 관계가 있다고 말한다. 서로 가까울수록 비슷하다고 느끼지 않고, 낯설게 여긴다는 것이다. 여행 심리학에 따르면, 눈에 띄는 유사점의 대부분은 세계의 반대편에서 발견된다.

    특별히 흥미로운 예로 섬들의 대칭 현상을 들 수 있다. 헤아릴 수도 없고 설명할 수도 없는 이 현상에 대해서는 별도의 논문이나 연구를 할애할 만한 가치가 있다.

    고틀란드와 로도스, 아이슬란드와 뉴질랜드, 이 섬들은 대칭을 이루는 파트너 없이 개별적으로만 보면 불완전하고 부족하게 느껴진다. 로도스의 헐벗은 석회암 절벽은 고틀란드의 이끼로 덮인 절벽과 만날 때 비로소 완결된다. 태양의 눈부신 광채는 북부의 부드러운 황금빛 오후와 대조를 이룰 때 더 현실적으로 드러난다. 540페이지

    천사처럼 아름다운 승무원들이 우리의 여행 적합도를 확인하고 난 뒤, 호의적인 손짓으로 우리를 들여보낸다. 폭신한 카펫이 까리고 둥근 벽이 에워싼 터널 속으로, 이 터널을 통과하여 우리는 비행기에 탑승하게 될 것이다. 거기서 차가운 공중 도로를 날아서 새로운 세계로 향할 것이다. 우리의 눈에 비친 그들의 미소에는 일종의 약속이 담겨 있다. 그 미소가 말한다. 어쩌면 우리는 새로 태어날 것이라고. 이번에는 적절한 시간, 적절한 장소에서. 602페이지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

    2018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라는 타이틀은 나에게는 이 소설을 조금 무겁게 느껴지게 만들었다.

    최근들어 유명 작가들의 소설을 읽노라면

    주인공과 하나과 되어 공감하고 교감하며

    씹고 느끼고 맛보며...

    소설의 진미를 느끼는 요즘이다.

    이 소설은 스케일이 다르다.

    한번 읽기에 들어가면 종이에 싸여진 글들을 머리속으로 타이핑해가며 몰입모드로 돌변한다.

    읽기 시작하면 몇 페이지곤 글자들이 내 얼굴로 쏟아지며

    머릿속에서는 그 장면을 그려 나간다.

    역시!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의 글을 이런 것이구나~

    뭇 사람들은 이 소설이 읽기 난해하다 한다.

    나에게는 오히려

    읽던 페이지부터 읽어도

    새로운 페이지를 읽어도

    지난 페이지를 읽어도

    몰입해서 상상하기에 바빴디.

    장편소설의 장벽을 낮춰준 소설이 되었다.

    #방랑자들

    #올가토카르추크

    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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