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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는 삶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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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격外
ISBN-10 : 8954625886
ISBN-13 : 9788954625883
버티는 삶에 관하여 중고
저자 허지웅 | 출판사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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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26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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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 책 상세 상태가 안 나와서 따로 한번 더 문의 드리고 거의 새책이란 소리를 믿고 샀는데 그냥 모서리가 찍힌 새책이 왓네요ㅎㅎ 덕분에 엄청 저렴한 가격에 책 샀습니다 번창하세요 5점 만점에 5점 csj99*** 2019.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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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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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지상과제는 끝까지 버텨내는 것! 글쓰는 허지웅이 5년 만에 펴내는 에세이집『버티는 삶에 관하여』. 이 책은 버티는 것만이 유일하게 선택 가능한 처세라 여겨왔고, 앞으로도 딱히 별 방도가 없다 여기는 허지웅의 인생사 중간 갈무리다. 허지웅이 그간 신문과 잡지에 연재했던 칼럼과 개인적인 글들을 모아 엮은 것으로, 방송인 허지웅이 아닌 글쓰는 허지웅의 진면목을 살필 수 있다.

이 책에는 그의 어머니와 가족에 대한 기억, 20대 시절 그가 맨몸으로 세상에 나와 버틴 경험들과 함께, 소용돌이 가득한 이 시대에 한 사람의 평범한 사회인으로서 견디고 화내고 더 나은 세상의 가능성을 꿈꾸며 써내려왔던 글들이 오롯이 담겨 있다. 지금 자신의 자리에서 간절히 버티고 싶은 이에게, 그러나 갈수록 점점 더 버티기 힘들어질 이 세상에서 끝내 어떻게든 버텨야만 할 우리 모두의 삶을 향해, 허지웅이 들려주는 가끔 울컥하고 때론 신랄한 이야기들을 만나본다.

저자소개

저자 : 허지웅
저자 허지웅은 영화주간지 『필름 2.0』과 『프리미어』, 월간지 『GQ』에서 기자로 일했다. 소설 『개포동 김갑수씨의 사정』, 60~80년대 한국 공포영화를 다룬 『망령의 기억』을 썼다. 신문과 잡지에 시사, 영화에 관련한 칼럼을 연재해왔다. 방송에 종종 불려나가고 있지만 글을 쓰지 않으면 건달에 불과하다.

목차

작가의 말
마음속에 오래도록 지키고 싶은 문장을 한 가지씩 준비해놓고 끝가지 버팁시다

1부 나는 별일 없이 잘 산다
2부 부적응자들의 지옥
3부 그렇게, 누군가는 괴물이 된다
4부 카메라가 지켜본다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자신의 인생을, 이 시대를 견디고 있는 우리 모두를 위한 스테디셀러 『버티는 삶에 관하여』리커버 한정판 나무 에디션 “버티고 버티어 끝내 살아냅시다, 우리.” 자신의 인생을, 이 시대를 견디고 있는 우리 모두를 위한 스테디셀러 허지웅 에...

[출판사서평 더 보기]

자신의 인생을, 이 시대를 견디고 있는
우리 모두를 위한 스테디셀러
『버티는 삶에 관하여』리커버 한정판 나무 에디션
“버티고 버티어 끝내 살아냅시다, 우리.”


자신의 인생을, 이 시대를 견디고 있는 우리 모두를 위한 스테디셀러 허지웅 에세이 『버티는 삶에 관하여』 리커버 한정판이 출간되었다. 나무처럼 한결같이 버텨낸 이들을 향한 응원과 격려의 의미를 담아, 『버티는 삶에 관하여』 리커버 한정판은 오래된 나무의 문양과 질감을, 나이테까지 생생하게 표지에 새겼다.
내지에는 “버티고 버티어 끝내 살아냅시다”라는 허지웅 작가의 친필메시지가 들어 있어, 감사한 이들에게 한 해 동안 잘살았다고, 다음 해도 잘 버텨보자고 묵직한 공감과 울림을 전한다.
한편, 한정판 나무 에디션에는 “마음속에 오래도록 지키고 싶은 문장을 한 가지씩 준비해놓고 끝까지 버팁시다”라는 허지웅의 친필이 새겨진 나뭇잎 책갈피가 세트로 포함되어 있어 연말연시 고마운 이들에게 마음을 담은 선물을 건네기에도 적격이다.

“마음속에 오래도록 지키고 싶은 문장을 한 가지씩 준비해놓고 끝까지 버팁시다.
마지막 순간까지 버티고 버텨 남 보기에 엉망진창이 되더라도
나 자신에게는 창피한 사람이 되지 맙시다.
저는 와 저 자식 아직도 쓰고 있네? 라는 말을 들을 때까지
버티고 버티며 징그럽게 계속 쓰겠습니다.
여러분의 화두는 무엇입니까.”

글쓰는 허지웅이 에세이집을 출간했다. 이 책에는 그의 어머니와 가족에 대한 기억, 20대 시절 그가 맨몸으로 세상에 나와 버틴 경험들과 함께, 소용돌이 가득한 이 시대에 한 사람의 평범한 사회인으로서 견디고 화내고 더 나은 세상의 가능성을 꿈꾸며 써내려왔던 글들이 오롯이 담겨 있다. 이 책은 그가 어떻게 살고 어떤 생각을 하며 버텨왔는지가 문장마다 낱낱이 박혀 있는 ‘글쓰는 허지웅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무엇보다도 ‘버티는 것’만이 삶의 유일한 명제였다는 그에게, 버티는 삶이란 어떤 것일까. 우리들은 과연 끝까지 버틸 수 있을까. 지금 자신의 자리에서 간절히 버티고 싶은 당신에게, 그러나 갈수록 점점 더 버티기 힘들어질 이 세상에서 어떻게든 끝내 버텨야만 할 우리 모두의 삶을 향해, 허지웅이 들려주는 가끔 울컥하고 때론 신랄한 이야기들. 그가 말하는 ‘버티는 삶’이라는 묵직한 화두는, 매일 하루만큼의 삶을 버텨내고 돌아오는 우리들의 가슴을 흔든다.

우리는 버텨야 합니다. 버티는 것 말고는 답이 없습니다. 어느 누가 손가락질하고 비웃더라도, 우리는 버티고 버티어 끝내 버티어야만 합니다. 그래서 끝까지 남아야만 합니다. 제 인생이 닳고 닳아 한줌의 비웃음밖에 사지 않더라도 끝내 그거 하나만은 챙기고 싶습니다. 그래도 쟤 꽤 오래 버텼다, 라는 말 말입니다.
마음속에 오래도록 지키고 싶은 문장을 한 가지씩 준비해놓고 끝까지 버팁시다.
넌덜머리가 나고 억울해서 다 집어치우고 싶을 때마다 그 문장을 소리내어 입 밖으로 발음해보며 끝까지 버팁시다. 마지막 순간까지 버티고 버텨 남 보기에 엉망진창이 되더라도 나 자신에게는 창피한 사람이 되지 맙시다. 저는 와 저 자식 아직도 쓰고 있네? 라는 말을 들을 때까지 버티고 버티며 징그럽게 계속 쓰겠습니다.
여러분의 화두는 무엇입니까. _본문 중에서

버티는 것만이 유일하게 선택 가능한 처세라 믿어왔고,
앞으로도 그 외에는 딱히 별 방도가 없다 여기는 자의
인생사 중간 갈무리


저자는 이 책을 “버티는 것만이 유일하게 선택 가능한 처세라 믿어왔고, 앞으로도 그 외에는 딱히 별 방도가 없다 여기는 자의 인생사 중간 갈무리”라 정의한다. 첫번째 에세이 이후 5년 만에 펴내는 이 에세이에는 그간 절판되어 있었던 첫번째 산문집의 글이 몇 편 실려 있고, 생계형 글쟁이로 계속 살아오면서 신문과 잡지에 써왔던 글들, 그리고 그의 인생사가 담긴 글과 일기가 담겨 있다.
<엑스파일>을 기다리는 동안 가스레인지에 라면물을 올리며 평화롭게 시작되는 첫 글. 그러나 갑자기 비명처럼 어머니의 전화가 걸려오고, 허겁지겁 달려간 곳에서는 어머니가 뺨을 맞고 있다, 그것도 생판 남이 아닌 친지로부터. 뺨을 맞고 온몸에 힘이 빠진 엄마에게 신을 신기고 그곳을 빠져나오며 그는 말한다.
“작은외삼촌 안녕히 계세요.”
부모가 세상으로부터 모욕당하는 것을 본 자식은 사는 동안 내내 그 일을 잊지 못하게 된다. 아니, 모욕당하는 부모의 모습보다 그것을 바라보고만 있어야 하는 자신의 모습이 상흔이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책의 첫 글로 자신의 가장 오래고 아픈 기억을 내세운 그는 세상에 그 어떤 절대적인 선도, 대단한 악도 없다는 것을, 산다는 것은 이토록 치사하고 더럽고 아픈 것이며 종국에는 그것을 껴안고 공생하며 살아내는 것이 평범한 어른이 되는 법임을 말한다.

우리는 모두 상처받으며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상처는 상처고 인생은 인생이다. 상처를 과시할 필요도, 자기변명을 위한 핑곗거리로 삼을 이유도 없다. 다만 짊어질 뿐이다. 짊어지고 껴안고 공생하는 방법을 조금씩 터득할 뿐이다. 살아가는 내내 말이다. _‘나는 별일 없이 잘 산다’, 37쪽

이 책에는 하루에 아르바이트를 세 개씩 하며, 밤에는 고시원 야간총무로 일하고 ‘아침마다 피 흘리듯 어거지로 눈을 치켜뜨며’ 한 시절을 버텨내야 했던 그의 20대가 있고, 최근 방송에 출연하면서 ‘원인 모를 유명세’를 얻은 이후로 벌어진 일들에 대한 소회와 고백도 있다. 방송하면서 좋은 형과 친구들을 만나기도 했지만, ‘글쓰는 허지웅’의 본업을 지키기 위해 소속사에 들어가지 않고 버티면서 생겨나는 황당한 일들도 있다.

그렇게 밥벌이의 영역이 넓어지면서 미처 생각지 못했던 상황들도 종종 맞게 된다. 황당한 일도 많고 억울해도 억울하다 말 못할 조리돌림도 있으며 수치스러운 상황도 있고 도무지 얕다 얕다못해 습자지 같은 사람의 낯짝과 거짓말을 카메라 앞이라 꾹 참고 인내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부러 소속사를 두지 않다보니 연예인들과 똑같은 환경 안에 있으면서 정작 보호와 관리는 받지 못하는 불안함, 현장에서 겪게 되는 서운함, 때로는 차별도 있다.
그럴 때마다 글쓰는 허지웅입니다, 라는 말을 입으로 소리내어 발음해본다. 저 말은 내게 전보다 더 절실한 의미가 되었다. 나는 전에도 글을 쓰지 않고서는 살 수 없었다. 글쓰기로 여태 먹고살아왔다. 나는 나의 이 별것 아닌 재주가 고맙고 사랑스럽다. 이제 와 나는 글을 쓰지 않으면 그냥 방송 건달일 뿐이다. 쓸 수 있는 시간도 줄어들었고 몸이 가장 많이 상했다. 그래도 컴퓨터 앞에 매일 시간을 정해놓고 앉아 있는 습관은 버리지 않았다. 엉덩이는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_‘글쓰는 허지웅입니다’, 26~27쪽

어느 연예인의 술자리에서 자신에게 인사하러 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를 험담하는 저열한 사람을 떠올리며 ‘나는 당신의 후배가 아니’라고 쓰고, 그런 한심한 치를 선배 취급해주고 싶은 마음 따위도 눈곱만큼도 없다고 독설을 날리기도 하면서, 그렇게 그는 계속 살아가고 쓴다.
또한 마땅히 기억되어야 할 것들이 부정되고 잊혀버리는 세상사에 분노하고 독한 말을 날리는 한편으로, 그의 일기장을 열어보는 듯 솔직한 에세이들에는 어려운 삶의 조건 속에서도 끝내 그를 지켜낸 어머니나 봄날의 따스함, 새우깡을 들고 아장아장 그의 집 앞을 맴도는 애기처럼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 풍경들이 아름답게 수런거린다.
방송에서나 어느 자리에서나 언제나 “글쓰는 허지웅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허지웅은, 이렇게 이 책에서 그 말에 부끄럽지 않은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해내고 있다.

“적응하고 싶다. 섞이고 싶다. 불만을 가지고 싶지 않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게 이 세상 아래서 웃는 것이다.”


2부의 제목은 ‘부적응자들의 지옥’이다. 부적응자들에게 한없이 엄혹하여, 애당초 전혀 적응하고 싶지 않은 것들에마저 저도 모르게 적응하게 만드는 이 세계에 대한 이야기이자 허지웅의 사회적인 발언들이다. 그는 군조직의 ‘관심사병’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그렇다면 이 세계라는 조직에서 우리가 부적응자로, ‘관심국민’으로 살아가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어디 있는지 묻는다.

죽이고 싶은 사람들 사이에서 저렴하게 착취당하는 자들과, 죽이고 싶은 사람이 되어야 조직에 맞게 어른다워지는 것이라 착각할 수밖에 없는 자들이 슬프다. 한국의 군대는 주변부의 죽음을 끊임없이 상상하고 도발하게 만든다. 그곳에 우리는 꾸역꾸역 아들과 형제와 친구들을 밀어넣고 있다. 남자가 되어 돌아와라, 는 말을 남기며.
한국 군대라는 조직은 대한민국이라는 공간의 축소판이다. 대체 한국에서 지킬 것을 지키고 보고 들을 것을 빼놓지 않아가며 부적응자가, 관심국민이 되지 않을 수 있는 길은 어디에 있나. 부적응자 가운데 적응하고 싶지 않고 섞이고 싶지 않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그러나 남들보다 조금 더 예민하다는 이유로 부적응자라는 낙인을 얻는다. 그리고 사건이 생기면 책임을 강요당한다. 적응하고 싶다. 섞이고 싶다. 불만을 가지고 싶지 않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게 이 세상 아래서 웃는 것이다.
_‘부적응자들의 지옥’, 136쪽

용산에 치솟았던 화염, 가자지구의 밤, 어느 관심사병의 죽음, 광주항쟁 등 그는 여기서 우리가 이 세계를 살아가는 한 사람의 어른으로서 기억해야 할 것들을 하나하나 호명해낸다. 그리고 그에 대한 공감과 기억을 요구한다.

그것이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다. 최소한의 공감하는 능력. 아, 우리는 너무 빠른 속도로 우리의 공감하는 능력을 포기하며 체념하고 있다. (…) 그러나, 우리가 우리 행동과 생각의 준거를 과연 세상의 소위 ‘현실’이라는 것으로부터 찾아야 하는 것일까. 그것이 좀더 어른스럽게 정당한 것일까. 바로 그 ‘현실’이라는 것은 굳이 우리가 행동의 준거로 삼아 응원하고 부추기지 않더라도 저 홀로 알아서 능숙하게 재생산된다. ‘현실’을 존중하는 것과 ‘현실’에 종속되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다. 최소한의 공감하는 능력을 상실하거나 외면한 채로, 우리는 어느 순간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시급하고 묵직한 지상의 문제이며, 진짜 현실이다.
_‘최소한의 공감하는 능력에 대하여’, 170~172쪽

1부의 마지막 글이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자기고백이자 희망으로 끝났다면, 2부의 마지막 글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 현실에 종속되지 않고 세상을 움직일 수 있는 단 하나의 길에 대한 이야기로 끝난다. 그것은 눈이나 머리가 아닌, 두 손과 행동으로 행해져야만 하는 것이다. 그는 당신이 ‘그 일’을 해내기를, 그리하여 언젠가는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더 나은 세상을 물려줄 수 있길 희망한다.

그렇게, 누군가는 괴물이 된다

3부는 우리가 손쉽게, 하지만 잔인하게 단죄했던 특정 사건들에 대한 기록서이다. 세상엔 명쾌하고 영원불멸한 선악구도가 있다고 생각하며, 그늘 속에 숨어 타인에게 잔인한 돌팔매를 휘두르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누군가를 순식간에 악마로 몰았다가 천사로 추앙하기도 하는 악플러들과 가십기사를 쏟아내는 언론이 있다.

세상은 얼마나 쉽게 이유를 만들고 합리를 씌워 결과를 만들어내는가. 누군가의 신념을 매도하고 개성을 희롱하고 사실을 왜곡하기에 얼마나 편리한 곳인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아무도 뒤돌아보지 않는다. 그렇게, 누군가는 괴물이 된다. _‘최민수는 어떻게 괴물이 되었나’, 190쪽

‘언론의 코미디’로밖에 볼 수 없었던 최민수 노인 폭행 관련 보도, 구스타브 쿠르베의 <세상의 기원>을 둘러싼 여성 음부 그림 논쟁 등 세세한 사건 기록들과 함께, 그 자신이 지독한 악플을 버텨내고 사람들의 말잔치의 대상이 되면서 느꼈던 것들, 그리고 누군가의 면전에서는 감히 쓸 수도 없을 만한 언사들을 손쉽게 키보드로 발신하며 쾌감을 느끼는 악플러들에 대한 날카로운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토록 교회가 많은 나라에서 나 같은 냉담자마저 기억하고 있는 이야기의 교훈이 쉽게 간과된다는 건 괴상한 노릇이다. 요한복음 8장에 등장하는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는 대목은 이 불행한 여인에게 연민을 가지라는 따위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 대목에서 방점은 ‘먼저’에 찍히는 것이다. 백 개의 돌팔매 안에 돌멩이 하나로 숨어 있을 때는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 알지 못한다. 1/N이라는 익명의 폭력으로부터 빠져나와 자신이 타인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깨달으라는 이야기다. 그것을 알고도 책임질 수 있으면 돌을 던지라는 말이다. 그럴 수 있는가? _‘옥소리 사태: 1/N의 폭력’ , 187쪽.

마지막 순간까지 버티고 버텨 남 보기에 엉망진창이 되더라도…
넌덜머리가 나고 억울해서 다 집어치우고 싶을지라도…
모두들, 부디 끝까지 버티어내시길.


챔피언 아폴로와의 시합 전날 밤이다. 록키는 벌벌 떨면서 잠을 이루지 못한다. 보다 못한 그의 연인 에이드리언이 시합을 만류하기에 이른다. 그러자 록키가 말한다.
“시합에서 져도, 머리가 터져버려도 상관없어. 15회까지 버티기만 하면 돼. 아무도 거기까지 가본 적이 없거든. 종소리가 울릴 때까지 두 발로 서 있으면, 그건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뭔가를 이뤄낸 순간이 될 거야.”_‘버티는 삶에 관하여’, 367쪽.

4부 ‘카메라가 나를 본다’의 제목은 의미심장하다. 그가 카메라를 보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가 그를 바라본다’. 영화와 실제 삶이 만나고 융화하는 4부에서, 그는 영화 <록키>의 한 대목을 인용한다. 영화 <록키>에서는 참으로 현실적이게도 록키가 챔피언과의 경기에서 패배한다. 그러나, KO패를 당하지는 않았다. 록키는 그토록 소원했던 것처럼 15라운드를 두 발로 끝까지 버텨내고, 관중들로부터 박수를 받는다.
작가 허지웅이 말하는 ‘버티는 삶’이란 웅크리고 침묵하는 삶이 아니다. 그러면 어차피 오래 버티지 못한다고 그는 단언한다. 버티는 삶이란 자기만의 방식과 힘으로 끝끝내 서 있는 것, 중간중간 다운당하고 계속 얻어맞고 비난받아 찢어질지언정, 15라운드 종이 울릴 때까지 흰 수건을 던져 먼저 항복하지 않고 도망가지 않으며 자신의 자리에서 분투하는 삶을 말한다.

저마다의 인생의 15라운드에서 우리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설령 그 링 위에서 록키처럼 패배하고 오열하게 될지라도, 그래도 오로지 나 자신의 의지와 힘으로 두 발로 서 있을 수 있다면, 우리는 ‘버티는 삶’을 온전히 살아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 모두의 버티는 삶을 향해 눈물겨운 화두를 던져주는 이 책에서 허지웅은 끝내 “버티어내는 삶의 자세가 세대와 계급을 초월해 모두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참 별거 아닌 인간이라는 존재가 아주 가끔 숭고해질 수 있는 기회가 바로 그 버티어내는 자세로부터 나”오는 것임을 설득해내고야 만다.

인생의 좌표라는, 그 단어부터 너무나 거대해 도무지 가늠이 되지 않는 세상의 말에 더이상 무심할 수 없는 나이에 닿아가면서, 결국 버티어내는 것만이 유일하게 선택 가능하되 가장 어려운 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기는 것도, 좀더 많이 거머쥐는 것도 아닌 세상사에 맞서 자신을 지키고 버티어내는 것. (…)
모두들, 부디 끝까지 버티어내시길.
_‘버티는 삶에 관하여’, 368쪽

당신이 방송에 비치든 허지웅이라는 사람을 알든 모르든, 평소 그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든 이 책을 읽는 데는 아무 상관 없다. 당신이 지금 버티고 있다면,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버티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면. 지금, 같은 시대를 두 발로 버티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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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버티는 삶에 관하여 | gi**372 | 2019.11.21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버티는 삶에 관하여 / 허지웅 / 문학동네 /2019년 ...

    버티는 삶에 관하여 / 허지웅 / 문학동네 /2019년

    저자를 TV 화면을 통해서 처음으로 봤다. 글쓰는 허지웅입니다. 소신 있게 말하는 자신만의 분위기가 분명하였던 기억이 떠오르는데 글은 처음으로 만나보게 된다. 글들은 연도와 기록한 시점들이 함께 기록되어 있었다. 어린 시절, 학창시절, 20대의 시간들과 사진들이 함께 책을 이루고 있다. 책을 끝까지 읽지는 않았다. 글의 시점이 지금과는 간극이 있기도 했고, 시대가 그만큼 또 변화했다는 것도 이유였다. 하지만 그의 가족 이야기 특히 어머니에 대한 글은 묵직하게 전해지는 글들을 몇 번씩 만나게 된다. 어머니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느낌과 아들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느낌들이 비슷한 기류로 흐르고 있음을 느끼면서도 자식은 왜 엄마에게 그만큼 다 표현하지 못하게 되는 건지 글을 통해서도 느끼게 된다. 그렇게 아쉬워하고 뒤돌아 후회도 하지만 본심은 그대로 투영이 되고 만다. 엄마를 향하는 그 마음들이 모두 그대로 녹아흐르는 글들을 마주하게 한다.

    너무 솔직한 글이라 당혹스럽기도 하였다. 처음 화면에서 봤던 분위기가 글에서도 일맥상통하듯이 흐르는 기류가 있었다. 그만의 특색을 가진 글들을 읽게 된다. 그리고 치열한 삶을 조금이나마 듣게 된다. 알지 못했던 그의 이야기들을 조금이나마 책을 통해서 알게 된다.

    주부이다 보니 그만의 청소법에 관한 내용도 쉽게 잊히지 않는다. 따라갈 수 없는 청소의 비법은 책에서만 풀어놓고 있다는 사실. 독자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방법도 소개된다.

    책을 통해서 그의 시선을 따라가보았다. 그리고 가려진 진실들이 어떻게 흐릿해지는지도 글을 통해서 알게 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뜨겁게 충만할 때보다 냉소적일 때 했던 말과 글이 더 오랜 시간 유효하다....선의와 당위, 정의와 상식, 시민의 힘이라는 단어에 매료된 멘탈이 현실을 얼마나 뜨겁고 멍청하게 기만하는지 잘 보여준다. 101쪽

    아주머니의 한을 이루고 있는 검붉은 낱알들, 그 표정을 일일이 들여다보지 않고서는 어떤 가치판단도 부질없다는 느낌이다. 97쪽

    어쩌면 나는 그 하루를 발견하기 위해 한 해를 꼬박준비하고 기다리는지 모른다. 73쪽

    여경이 나타났다.곧 연행에 들어가리란 예고다.주변 cctv가 모조리 꺼져 있다는 소리가 들려왔다..."폭력경찰 물러가라" ... 124쪽

    광주는 사진 한두 장의 느슨한 인상으로, 낡은 구호로, 공동화한 기억으로 타자가 되고 말았다. 120쪽

    키베라의 아이들은 선물을 바라는 게 아니었다. 아이들은 단지 손을 잡아주길 바랐을 뿐이다. 이들에게는 희망이 필요했다. 희망이 필요한 ˖다. 103쪽

    처량해서 처연하다. 126쪽

    아무 일도 없는 동네 골목길이 너무 평온하고 서운해, 나는 조금 울었다. <2008년 5월 25일 새벽 청계광장 >127쪽

     

     

  • <버티는 삶에 관하여> 허지웅작가는 어떻게 글을 썼는지 궁금했다.영화를 좋아하고 자신만의 소신이 확실해서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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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티는 삶에 관하여> 허지웅작가는 어떻게 글을 썼는지 궁금했다.
    영화를 좋아하고 자신만의 소신이 확실해서 허지웅작가를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아마도 허지웅 작가를 좋아하는 독자자라면 나와 같은 이유에서가
    많을거라고 짐작한다.
    냉소적인듯 하지만 따뜻함과 소박함을 함께 지녔기에
    그가 결백증이 심하고 스타워즈에 열광해도 얄밉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글로 쓸줄 알고 아는 작가이기 ˖문이다.
    특히 사상보다는 감정에 솔직한게 좋다.

    버티는 삶에 관하여 앞부분은 굉장히 솔직하고 의와심을 불러일으킨다.
    지금의 성공한 그의 모습을 본다면 책이나 읽으면서 편하게 산거처럼
    보였는데 그에게도 상처가 있기에 더 친근감이 간거같다.

    아픔이나 상처가 더 큰 사람은 다른사람의 아픔이나 상처를 볼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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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마음에 들어온 글귀이다. 내 마음에 위안을 주는 글귀이기도 했다.
    다만 짊어질 뿐이다.
    살아가는 내내 말이다.
    이 말은 정말 맞는 말이다. 경험을 해보지 하지 않았더라면 평생 느껴보지
    못해서 알지 못했을 말이기 때문이다.
    살아가는 내내 짊어지고 가야 한다니..어찌보면 너무 가혹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그게 세상의 이치인듯 싶기도 하다.
    내 행동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못 했다면 당연히 짊어지고 살아가는게 맞다.
    어떠한 변명도..어떠한 핑계도 다 필요없다. 변명과 핑계를 댄다고 한들 1%도 가벼워
    지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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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정곡을 찌른 글..
    나는 착한 사람이고 단지 너희가 나를 오해하고 있는거 뿐이다.
    맞다.
    내 잘못은 잠시 생각할 뿐이고 나는 태생이 착한 성품을 타고 났다고라고 믿는다.
    자신의 가장 나약하고 불쌍하고 아무에게도 보호 받지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상처는 상처이고 인생은 인생이다.
    한번 생긴 상처는 깊이기 깊든 얕든 없어지지 않는다.
    그건 우리가 살아가는 내내 회복되기 어려운 기억으로 남는다.
    그리곤 가끔 나를 괴롭힌다.

    허지웅작가의 말은 '마음속에 오래도록 지키고 싶은 문장을 한 가지씩 준비해놓고
    끝까지 버팁시다'이다.
    나는 어떤 문장을 한가지 준비해야 할지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런 문장조차도 지금은 나에게 상처이기 때문일까?
    긍정적이고 밝고 당당했던 나로 언제쯤 돌아갈수 있을까?
    돌아갈수나 있기나 할까? 라고 생각해 본다.

    에세이 형식의 허지웅작가의<버티는 삶에 관하여> 버티며 살고 있는
    당신에게도 권하고 싶지만 앞으로 상처받을 일들이 무수히 많은
    또다른 당신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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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침없고 꾸밈없는 허지웅의 입담은 그가 출연한 프로그램을 통해 유명세를 탔다. 출현하는 방송이 늘어갈수록 그와 관련된...

    거침없고 꾸밈없는 허지웅의 입담은 그가 출연한 프로그램을 통해 유명세를 탔다. 출현하는 방송이 늘어갈수록 그와 관련된 머리기사도 느는 듯 했다. 그는 '방송인'인 줄 알았다. 아니었다. 그는 글쓰는 사람이었다.

     

    "그럴 때마다 글쓰는 허지웅입니다, 라는 말을 입으로 소리내어 발음해본다. 저 말은 내게 전보다 더 절실한 의미가 되었다. 나는 전에도 글을 쓰지 않고서는 살 수 없었다. 글쓰기로 여태 먹고살아왔다. 나는 나의 이 별것 아닌 재주가 고맙고 사랑스럽다. 이제 와 나는 글을 쓰지 않으면 그냥 방송 건달일 뿐이다."27p

      

    1부는 삶의 단면, 사회초년병 시절의 고시원 생활, 청소잘하는 법 등 일상의 에세이를 담는다. 2, 3부는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정당을 지지하는 이유, 투표에서 나의 한표가 갖는 의미, 흑백논리로 점철되고 마는 현상에 대한 비판, 팔리기 위한 언론에 대한 비판 등 우리사회에 대한 단상을 이야기 한다. 4부는 전공 분야로 영화에 대해 말한다.

     

    1부는 가볍고 편안하게 읽힌다. 2, 3부는 공감과 동시에 답답하다. 아무래도 작가의 분노가 느껴지기 때문이 아닐까. 아니면, 사회의 민낯을 또 한번 인식한 안타까움 때문일까. 혹은, 둘다일까. 4부는 '아, 이게 전문가구나.' 또는 '아, 이건 정말 좋아해서, 쓰고 싶어서 쓰는거구가.'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록키는 어떻게 스탤론을 구원했나' 편은 흥미로운 동시에 핵심을 콕콕 집어준다.

     

    책 전반에서 작가가 반복적으로 외치는 것은 세가지다.

    첫째,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삶을 감히 단정할 수 없기에 그 자체로 존중해야 한다는 것.

    둘째, 당신은 누구편인지 묻고, 편을 정하라고 강요하며, 그에 따라 모든걸 규정짓는 단순함을 지양하자는 것.

    셋째,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가 줄 수 있는 것은 미래 즉, 가능성이라는 것.

     

    "자신이 겪어보지 못한 현실이라고 해서 그 현실을 무시할 권리 따윈 누구에게도 없는 것이다." 313p

    "정치적이지 않은 것을 정치적인 것으로 치환하고 설명해야만 자존감과 자의식을 지켜낼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231p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은, 다름아닌 가능성이다." 310p

     

    그리고는 영화 <록키>에서 록키의 대사를 두차례에 걸쳐 소개하며 책의 주제를 툭 들어낸다. 과거 남자의자격에서 이경규의 강연 주제와 괴를 같이 한다. (이경규는 말했다. 방송계에서 끝까지 버티고 버티고 나서 "아! 정말 더러워서 못해먹겠네!"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유유히 떠나겠다고.) 결국 이 삶을 끝까지 버텨내자는 것, 그걸로 충분하다는 것.

     

    "시합에서 져도, 머리가 터져버려도 상관없어. 15회까지 버티기만 하면 돼. 아무도 거기까지 가본 적이 없거든. 종소리가 울릴 때까지 두 발로 서 있으면, 그건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뭔가를 이뤄낸 순간이 될 거야." 260, 36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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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티며 그려 나가는 희망 | qu**tz2 | 2015.12.20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어느 날부턴가 브라운관에 자주 등장하던 인물이 있다. 기자였다던데 현재는 무엇이 주 직업인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그의 정체성...

    어느 날부턴가 브라운관에 자주 등장하던 인물이 있다. 기자였다던데 현재는 무엇이 주 직업인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그의 정체성은 내게 모호해 보였다. 글을 주로 쓰고 있다고 했지만 영화 이야기도 했고, 사회 문제도 건드렸다. ‘글을 쓰지 않으면 건달에 불과하다’고 그는 스스로를 소개했다. 글에 대한 자신감일 수도 있겠다. 글로부터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는 이 인물에 대해 호기심이 일었다.

    과거에 우리는 분명 지금보다 경제적으로 갖추어지지 아니 한 삶을 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사람들의 얼굴은 오늘날보다 밝았다. 사람들은 미래엔 나아질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현재의 고통을 감수했다. 실제로 하루하루가 나아지는 모양새였다. 공부를 열심히 해 대학에 진학하면 인생 농사의 절반 이상은 끝났다고 보아도 무방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당연히 직장에 취업해 돈을 벌었고, 가족을 꾸리고 살았다. 너무도 평범한 나머지 지루하기 짝이 없는 일상에 몇몇은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그 수가 오늘날처럼 많진 않았다. IMF 무렵부터였을까.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고, 공부를 잘 하는 게 곧 좋은 대학 진학을 보장하지 않았다. 예전과 달리 모든 게 특권이 되어버렸다. 꽤 어린 나이부터 공부에 매달리는 아이들의 눈빛은 무기력으로 가득했다. 삶은 즐기는 게 아니라 버티는 것이 되어 갔다. 조금 더 격하게 표현하자면 ‘죽지 못해 사는 삶’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다가 우린 이런 삶을 살게 된 것일까.

    제목이 ‘버티는 삶에 관하여’인 이 책은 오늘날의 보편적인 삶에 대한 이야기들을 닮고 있었다. 동시에 그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처음부터 성공적인 삶이 많아진 요즘이지만, 적어도 그에겐 금수저가 처음부터 손에 들리지 않았다. 그의 이야기에는 고시원 총무로 지냈던 지난했던 순간들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름은 ‘고시원’이지만 실제 고시나 기타 시험 등을 준비하는 이들은 드물게 그 곳에 머문다. 호주머니가 얇아서 주거에 많은 돈을 투자할 수 없는 사람들이 지친 몸을 이끌고 어둠을 피하는 장소가 되어버린 고시원은 한국적인 불안정성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는 장소가 아닐까 한다. 나는 결코 그런 곳에서 살지 않으리라 다짐을 한다 하여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형편을 고려하다보면 고시원도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에 속할지 모른다는 생각. 많은 이들이 그 곳을 우중충한 장소로 기억하고, 소방시설이 낙후하며 구조가 독특한 나머지 대형 화재가 실제 자주 발생하기도 한다. 근데 그는 이 곳에서의 삶을 제 적성이라도 되는 것 마냥 묘사한다. 부인하고 싶은 순간에도 삶은 지속되는 법이다. 고시원이 뭐 어때서? 그 곳을 부정하는 순간 그의 삶에서 젊음의 일부가 잘려 나간다는 걸 그는 잘 아는 듯했다.

    흔들리는 젊은 영혼에게 가장 필요한 건 인간다움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당장 힘드니 사회를 돌볼 여유가 없다고, 사람들은 급기야 냉소에 찌들어 사회의 모든 가능성을 짓밟는다. 역사를 부정하고, 여성을, 궁극적으로는 모든 인간을 혐오하는 젊은이들은 자신이 서서히 괴물을 닮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유유상종. 모든 인간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이들끼리 무리 지어 생활하기 마련이어서, 그들은 제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기회조차도 부여 받지 못한다. 혹 제 생각에 의문을 표하는 이들이 있으면 “빨갱이” “종북좌파” 등의 단어를 사용해 삿대질 하면 그만이다. 타협하지 않는 걸 그들은 ‘아주 특별한 용기’나 ‘지조’ 즈음으로 해석한다. 그들의 방식 또한 버티는 하나의 방법일지도. 하지만 그들은 마침내 슬퍼질 것이다. 자신들이 걸어온 길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으로부터 아무런 성취감도 느끼지 못할 것이고, 어쩌면 스스로를 버리고픈 마음에 사로잡힐지도 모르겠다. ‘그들’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저자도 그러하거니와 나 또한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존재다. 끊임없이 깨어 있으면서 내가 과연 옳은 길 위에 서 있는지, 괴물이 되어가고 있지는 않은지를 묻는 일을 게을리 한다면 나 또한 그들이 될 수밖에 없다. 이왕 버티는 거라면 아름답게 버티고픈 욕심이 생긴다. 이왕이면 삶을 얼룩지지 않게 만들고픈 마음이 강하다.

    살아가는 이야기를 꼭 현실만으로 설명할 필요는 없다. 많은 논란을 낳았고, 동시에 인기 또한 끌었던 몇몇 영화들이 글에 등장했다. 강력한 액션에 사로잡혀 이면의 이야기들은 주목하지 못했다. 육감적인 근육이 영화 록키의 전부가 아닐 텐데도, 나는 그 이상을 볼 줄 몰랐다. 설국열차, 도가니, 레 미제라블, 데미지,... 저마다 진실을 다르게 그려낸 영화들을 보면서 나는 보편적이라는 게 비로소 어려운 것임을 깨달았다.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너의 세상과 분명 다를 것이요, 관계 맺음에 있어 상대에게 기대하는 나의 사랑이 너에게는 폭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티어야 하는 게 삶이고, 단순히 버티기만 하는 게 아니라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버틴다면 반목하던 이들과도 언젠가는 맞닿는 날이 올 것이다.

    많은 이야기들을 내뱉은 끝에 도달하고자 하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그것은 부끄럽지 않은 내가 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었다. 내 스스로에게 떳떳한 내가 될 수 있다는 믿음. 그거면 충분하다.

     

  • 버티는 삶이란 웅크리고 침묵하는 삶이 아닙니다. 웅크리고 침묵해서는 어차피 오래 버티지도 못합니다. 오래 버티기 위해서는 ...

    버티는 삶이란 웅크리고 침묵하는 삶이 아닙니다. 웅크리고 침묵해서는 어차피 오래 버티지도 못합니다.

    오래 버티기 위해서는 지금 처해 있는 현실과 나 자신에 대해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 중략-

    요컨대, 버틸 수 있는 몸을 만들자, 는 것입니다.

    이 책을 읽기 전 타이틀을 보고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굳이 따지자면 외부에서 볼 때 내게 '꼭 필요 한 책'이겠지만 내안에서는 절대 '버티는 삶'따위는 허락할 수 없었다. 직장을 다닐 때도 힘들다고 느낄 때 마다 자문했다. ‘버티고 있느냐고’. 만약 ‘그렇다’라고 결론나면 미련 없이 그만두었다. 내게 삶이란, 단 한번 뿐인 삶이란 버티려고 하면 안 되었다. 말장난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난 버티는 삶이 아니라 힘들더라도 이건 버티는 게 아니라 이겨내기 위한 과정이어야만 했다. 그래서 나와 반대되는 타이틀에 이끌렸다. 왜? 아프니까 청춘이라더니 이젠 버티기까지 하라는 건가?! 작가의 말을 읽고 민망함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버틸 수 있는 몸을 만들자는 저자(이제 더 이상 그라고 말하지 않겠다.)의 권유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래저래 버티는 삶은 내 것이 아니라며 살아왔더니 무조건 다 못 버티고 끈기도 없는 인간취급을 받는 지경에 놓였다. 방법이 틀렸던 게 맞다. 날 오해하는 사람들을 붙잡고 제가 버티는 삶이 싫다고 했던 건 어떤 이유였다며 해명할 수 없었다. 저자가 해주고 싶었던 말은 작가의 말에 이미 다 나와 있다. 버티기 위해 마음속에 오래도록 지키고 싶은 문장을 한 가지씩 준비해야 한다는 말, 작가의 말만 오려서 책상 앞이나 다이어리 앞에 붙여두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그럴 나이는 지났다. 이젠 저자의 말이 아니라 내가 찾은 ‘문장’을 가슴에 새겨두고 있어야 할 때 다.

    책을 읽으면서 또 깜짝 놀랐던 것은 영화관련 기사만 쓰는 줄 알았던 그의 손이 직접적으로 사회 참여에 관한 글도 꾸준히 써왔다는 점이다. 아득한 두려움에 기사만 읽던 나와는 다른 사람이었다. 손으로 피가 만져지더라도 두려움에 떨려도 저자는 그가 있고 싶어 했던 그 장소에 서있었다. 자신이 잘 하는 ‘글쓰기’로 자신이 하고자 했던 말을 던졌다. 얼마나 불행한 삶을 살아왔던, 어떤 불편함을 가지고 있던 현실 도피를 그럴듯하게 변명할 수 없다. 무리에 섞여 있는 동안 우리는 ‘내’가 아니라 그저 ‘1/N'이었다. 저자와 비슷한 시기에 학교를 다니고 사회로 나와 똘똘하게 버텨온 그와 버티는 삶은 싫다고 어리석게 요리조리 피하며 변명만 늘어놓았던 내가 겹쳐져 속상했다. 그래서 다행이었다. 좋은 책은 책의 내용이 정말 좋아서 이기도 하지만 책을 읽은 독자가 얼마만큼 공감을 하느냐에 따라 좋은 책이 되기도 한다. 작가의 책이 다른 이들에게 좋은 책인지 나는 확신도 추천도 할 수 없다. 하지만 내게는 분명 좋은 책이다. 버틸 수 있는 몸을 만들기에 늦은 나이는 없으니까. 나잇값 하지 않으려는 게 아니라 이제라도 나잇값 하려는 거니까 괜찮다. 무엇보다 영화 록키, 설국열차, 데미지 등등 보고 싶은 영화가 많아져서 좋다.

     

    인상깊은 구절

    책을 읽지 않으면 내가 아는 것들 사이에 연결고리를 만들어 내는 능력을 잃어버린다. 82쪽

    당장 우리는 장애인과 약자와 어울려 살 준비가 되어 있는가, 아니면 더 나은 환경에 격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3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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