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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크 로메르
392쪽 | 규격外
ISBN-10 : 8960903108
ISBN-13 : 9788960903104
에리크 로메르 중고
저자 에리크 로메르,피오나 핸디사이드 (엮음) | 역자 이수원 | 출판사 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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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2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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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빠른 배소으로 잘 받았어요~잘볼게요 5점 만점에 5점 kdhmig*** 2019.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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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크 로메르』는 그가 감독으로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할 즈음인 1971년부터 타계한 해인 2010년까지 가졌던 총 18편의 인터뷰를 엮은 책이다. 에리크 로메르의 주제와 형식, 영화제작 방식에 대한 밀도 있는 내용을 담은 이 책은 영화를 여전히 예술로 존중하는 독자들에게 한 세기를 풍미한 시네아스트의 인생을 반추할 기회를 제공한다.

저자소개

저자 : 에리크 로메르
저자 에리크 로메르 Eric Rohmer는 1920년 프랑스 낭시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장마리 셰레로 1950년부터 영화평론을 했고 1951년 <카이에 뒤 시네마>에 합류했는데 그 출신 중에서도 밀도 있는 글쓰기로 유명했다. 1957년부터 1963년까지 <카이에 뒤 시네마>의 편집장을 역임하며 누벨바그를 이끌었고, 클로드 샤브롤과 함께 앨프리드 히치콕에 대해 쓴 『히치콕』(1957)은 감독론의 선구적 저서로 꼽힌다.
1950년대부터 단편영화를 연출하다 ‘레 필름 뒤 로상주’라는 자신의 영화사를 차리고, 이후 ‘도덕 이야기’라는 연작으로 불리게 될 <몽소 빵집의 소녀>(1962)와 <수잔느의 경력>(1963)을 내놓지만 큰 반응을 얻지는 못했다. 그 뒤 이 연작을 잇는 35밀리미터 장편 극영화 <모드 집에서의 하룻밤>(1969)으로 흥행에 성공하며 명성을 얻기 시작했고, 연작으로써 한 주제를 다채롭게 변주해나갔다.
1974년 ‘도덕 이야기’ 연작을 모아 단편집 『여섯 편의 도덕 이야기』를 출간했고, 또 다른 연작 ‘희극과 격언’을 시작하기 전 문학에 토대를 둔 역사물 (1976) <갈루아인 페르스발>(1978)을 발표했다. 1981년 <비행사의 아내>를 시작으로 ‘희극과 격언’ 연작에 해당하는 작품을 내놓았는데, ‘도덕 이야기’와 달리 교훈을 주려는 의도는 없으며 진실에는 공식이 없다고 역설했다. 1990년부터 1998년에는 <봄 이야기>를 비롯한 ‘사계절 이야기’ 연작을 선보이며 계절과 공간에 대한 깊은 관심을 내비쳤다.
소규모 스태프와 내밀한 관계를 맺으며 인간 내면을 자유로이 탐구하는 태도로 누벨바그 정신에 가장 충실한 감독으로 꼽히고,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등 유수의 상을 수상했다. 2010년 파리에서 사망했다.

역자 : 이수원
역자 이수원은 서울대학교에서 불문학을, 한국외국어대학교와 파리고등통번역학교에서 통번역학을 공부하고 파리3대학에서 영화미학을 전공했다. 유학 시절 칸영화제와 프랑스를 찾는 한국 영화인들을 만나 부산국제영화제와 인연을 맺었고, 2006년부터 선정위원회 소속 ‘월드영화 프로그래머’로 활동 중이다. 영화 보기를 본업으로 삼되 영화에 대한 글쓰기와 번역을 병행하고 있으며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에 출강 중이다. 지은 책으로 『하루의 로맨스가 영원이 된 도시』, 옮긴 책으로 『센소』 『발라시네』 『카이에 뒤 시네마』 『오션킹』 등이 있다.

목차

서문

누벨바그, 시작 / 그레이엄 페트리
선택과 운 / 루이노게이라
도덕 이야기 / 비벌리 워커
로메르의 페르스발 / 길버트 어데어
희극과 격언 / 파브리스 지올코브스키
시나리오 및 영화 계획 / 로베르 아몽·장피에르 팔리아노
해변의 폴린느 / 세르주 다네·루엘라 앵테림
셀룰로이드와 스톤 / 클로드 베일리·알랭 카르보니에
녹색 광선, 레네트와 미라벨의 네 가지 모험 / 제라르 르그랑·위베르 니오그레 외
사계절 이야기의 시작 / 제라르 르그랑·프랑수아 토마
우연 / 올리비에 퀴르쇼
아마추어리즘 / 앙투안 드 베크·티에리 주스
영국 여인과 공작 / 오렐리앵 페렌지
촬영의 예술적 기능 / 프리스카 모리세
촬영 포맷 / 노엘 에르프·시릴 네라
시네아스트 / 필리프 포벨·노엘 에르프
누벨바그의 아버지 / 칼림 아프타브
구상의 기억 / 필리프 포벨·노엘 에르프

옮긴이의 말
주요 인터뷰
연보
필모그래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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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도덕 이야기’에서 야심차게 계획했던 바는 매일매일의 상황으로 특별해 보이는 이야기들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상황을 찾아내기를 좋아합니다……. 내 도덕 이야기가 대중에게 다소 어필한다면, 그건 삶이란 잡지나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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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 이야기’에서 야심차게 계획했던 바는 매일매일의 상황으로 특별해 보이는 이야기들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상황을 찾아내기를 좋아합니다……. 내 도덕 이야기가 대중에게 다소 어필한다면, 그건 삶이란 잡지나 통계를 읽는 것만큼 지루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일 거예요. 그리고 그런 열정과 감정은 수치나 퍼센트로 환산될 수 없어요.
-83쪽

정확하게, 우리가 늘 같은 배우들을 쓴다는 것, 일종의 스타 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게 나쁜 점입니다. 나 스스로 어떤 독창성이 있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이런 스타들을 쓰는 걸 거부하는 데서 온다고 말하겠어요. 그들은 돈을 가져오겠지만 내 영화는 손해를 보게 되겠죠.
-135쪽

프리츠 랑은 확실히 건축을 정말 중요하게 여기는 감독입니다. 지금은 이상하게도 랑보다 무르나우에게 더 관심이 가요. 무르나우는 건축가라기보다 비주얼아티스트에 가깝습니다. 일반적으로 두 유형의 영화감독이 있다고 생각해요. 화가와 건축가죠. 영화를 촬영하기 전에 이미 공간이 존재한다고 보는 이들이 있고, 촬영을 하면서 공간을 창조하고 실제 공간과 더 이상 아무 관련이 없는 공간을 구상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전자는 건축가들로, 그들에게 영화의 목표란 기존의 공간을 우리의 눈앞에 살아 있게 만드는 것, 즉 사물들 간의 거리와 관계들이 실제 세계와 닮은 공간이 되도록 하는 데 있습니다. 이는 프리츠 랑, 장 르누아르, 로베르토 로셀리니에 속하는 공간입니다. 나는 확실히 이 그룹에 속해요.
-140쪽

내 영화들을 보는 올바른 방법, 만약 그런 것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면, 그 방법이란 내 인물 각각에게 차례대로 설득당하는 것, 각 인물을 이해하는 것, 그리고 종국에는 여러 가지 설명들, 모두 동등하게 그럴 법한 여러 이야기들을 한데 결합하는 미스터리가 존재함을 이해하는 걸 거예요. 저자로서 내가 시나리오를 쓰는 동안 인물들에게 차례로 설득당한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237쪽

중요한 것은 내용이 아니라 그것을 말하는 방식, 몸짓이라고 바꿔말할 수 있겠죠. 누군가가 정치, 철학 혹은 사랑 그 무엇에 대해 이야기하든, 내가 가장 먼저 추구하는 것은 진정한 몸짓입니다. 나는 배우들이 일부러 몸짓을 만들어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삶의 풍부함과는 대조적으로 표현을 단순화하거든요. 다른 한편으로 나는 무의식적이고 자연스러운 몸짓들을 아주 주의깊게 관찰합니다. 철학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 등을 긁는다든가 다리를 꼬거나 풀거나 하는 등. 아리엘 동발이든 파브리스 루키니든 내 모든 배우들의 움직임이 좋고 몸짓에 대한 타고난 감각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셨을 겁니다.
-240-241쪽

보통 나는 소품 구매 담당자들을 고용하지 않아요. 영화에서는 모든 아이템들이 중요하기 때문에 주문에 따라 아이템들을 만들어낼 소품 구매 담당이 필요하지만, 꽃의 경우에는 미리 알 수가 없는 법이죠. <하오의 연정>에서는 소품 구매 담당자가 있었고 그에게 녹색 샤워커튼을 찾아달라고 했습니다. 녹색이 많은 영화였어요. 그는 아주 강렬한 녹색의 샤워커튼을 가져왔죠. 내가 어떻게 했느냐고요? 다음 날 아침 조금 일찍 일어나서 BHV프랑스 가정용품 전문 백화점에 갔습니다. 네, 녹색들은 모두 추했어요. 그러나 반투명의 샤워커튼을 찾아냈고 그거면 되겠다고 생각해서 결국 그걸로 했죠. 당신이 누군가에게 부탁했는데 그 사람이 녹색보다 반투명이 낫다면서 선택하지는 않겠죠……. 그러나 나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마음을 바꿀 수 있답니다.
-294쪽

아주 단순한 이유인데, 1.33 포맷에서 더 공간이 여유롭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빅 스크린이라고들 말하지만 사실은 좁은 스크린이라고 해야 맞아요! 카메라를 통해 보이는 영상이 그대로 와이드 스크린상에 나타나려면 프레임의 위와 아래를 잘라내야만 합니다. 그런데 내게는 그 부분들이 필요하거든요. 나는 늘 사람들의 머리 위에 무엇이 있는지 보여주기를 원했고, 손을 보여주는 것도 좋아해요. 배우들에게 손을 올리라고 지시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죠. 완전히 부자연스럽거든요. 테이블을 보여주는 것도 좋아합니다……. 보여주고 싶은 것은 너무나 많은데 현재의 포맷 때문에 그럴 수가 없지 뭡니까! 1.85나 시네마스코프 같은 보다 더 넓은 포맷들도 불편하고요……. 시네마스코프가 처음 등장했을 때 나는 <카이에 뒤 시네마>의 동료들 대부분과 함께 그 포맷을 옹호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나는 직사각형 스크린이 아니라 4/3이나 1.33 포맷 같은 가로세로비를 옹호하면서, <카이에 뒤 시네마>에 썼던 그 글을 반박했어요. 왜냐하면 너무 넓은 스크린은 젊은 영화감독들의 게으름을 부추기고 창조적인 숏 구도를 막거든요. 와이드스크린에는 단조로움이 있고, 보다 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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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사소한 일상으로 인간 내면을 들여다본 누벨바그의 거장 에리크 로메르의 육성을 들을 수 있는 첫 책 장뤼크 고다르, 프랑수아 트뤼포 등과 함께 “영화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잡지”라 불리는 <카이에 뒤 시네마>의 초창기를 이끈 주역이자 누벨바그를...

[출판사서평 더 보기]

사소한 일상으로 인간 내면을 들여다본 누벨바그의 거장
에리크 로메르의 육성을 들을 수 있는 첫 책

장뤼크 고다르, 프랑수아 트뤼포 등과 함께 “영화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잡지”라 불리는 <카이에 뒤 시네마>의 초창기를 이끈 주역이자 누벨바그를 일군 프랑스의 작가주의 감독 에리크 로메르의 인터뷰집이 출간되었다. 국내에서도 일찍이 아트시네마, 시네마테크 등에서 특별전이나 회고전 형식으로 그의 작품이 상영되기는 했지만, 그 육성을 들을 수 있는 인터뷰집이 출간된 것은 처음이다.
에리크 로메르는 발행인인 앙드레 바쟁의 사망 이후 <카이에 뒤 시네마>의 편집장 자리를 이어받아 1957년부터 1963년까지 이 유서 깊은 영화 월간지를 이끄는 중대한 역할을 맡았는데, 그 시절 그가 <카이에 뒤 시네마>에서 택한 행로를 보면 향후 그의 작품 경향을 예견할 수 있다. 장뤼크 고다르나 프랑수아 트뤼포 같은 감독들이 칸영화제 등에 소개되며 누벨바그의 기수로 주목받던 시기, 그는 저항보다는 예술로서의 영화에 대한 관점을 피력한 글쓰기를 이어갔고 감독 데뷔는 이들 중 가장 늦게 했다. 첫 장편 극영화 <사자자리>(1962)를 시작으로 ‘도덕 이야기’ ‘희극과 격언’ ‘사계절 이야기’ 등의 연작을 연출하며 그는 비로소 타고난 이야기꾼으로서 역량을 인정받았다.
『에리크 로메르』는 그가 감독으로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할 즈음인 1971년부터 타계한 해인 2010년까지 가졌던 총 18편의 인터뷰를 엮은 책이다. 에리크 로메르의 주제와 형식, 영화제작 방식에 대한 밀도 있는 내용을 담은 이 책은 영화를 여전히 예술로 존중하는 독자들에게 한 세기를 풍미한 시네아스트의 인생을 반추할 기회를 제공한다.

“1971년 현재 젊은 세대가 전체적으로 어떤 특정한 종류의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내 관심사가 아니에요. 나는 현재 젊은이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 그리고 그들이 50세나 100세가 됐을 때 가능할 법한 모습을 보여주는 데 관심이 있어요. 그리고 영화 안의 사건들은 고대 그리스에서도 일어날 수 있었을 거예요. 상황은 그다지 많이 변하지 않았거든요. 내가 인류에 대해 관심을 갖는 부분은 변하는 것보다는 영속적이고 영원하고 변하지 않는 것이며, 그 점이 내가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입니다.”
-37쪽

에리크 로메르의 “모럴리스트”적 면모
연작 형식을 통한 변주

에리크 로메르는 관심 깊은 주제를 한 편의 영화로 끝내기보다는 ‘도덕 이야기’ ‘희극과 격언’ ‘사계절 이야기’ 등 테마마다 여러 편의 영화를 연이어 내놓았다. 그렇게 하나의 주제를 다양한 관점으로 변주했고 통찰에 깊이를 더했다. 첫 연작인 ‘도덕 이야기’ 시리즈에서 에리크 로메르는 선택의 기로에서 도덕적 딜레마에 빠진 인간의 내면을 탐구한다. 연애든 결혼이든 선택은 늘 기회비용 즉 포기를 수반하고, 어떤 도덕적 갈등과 책임과 성찰이 따른다는 점을 그는 <클레르의 무릎> <모드 집에서의 하룻밤> 등의 작품들에서 보여주었다. 인간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을 묘사하는 데 지극한 흥미를 보인다는 점에서 “모럴리스트”라 불리는 에리크 로메르는, 삼각관계에 처한 남녀 관계에서 벌어지는 유혹과 거절의 과정에 렌즈를 고정시키되, 결말 그 자체보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도덕적·감정적 공백, 망설임을 중시한다. 사람들이 특정한 사랑을 선택하거나 그러한 선택을 정당화하는 방식, 기존의 우정이나 가족애를 새로운 관계로 협상하는 과정 등에 그는 줄곧 관심을 가졌다. 이는 프랑스 문학의 리베르티나주(무종교, 무신앙) 전통에 빚을 진 것으로, 지극히 프랑스적인 주제인 동시에 자기 성찰적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명할 만한 보편적인 주제다.
에리크 로메르는 이러한 자신의 아이디어를 연작이라는 형식을 통해 실현하는데, 일상은 하나의 관점으로는 온전히 이해될 수 없는, 이를테면 문학적 상황의 연속이라는 점을 ‘묶음 영화’로써 이야기한다. 인터뷰들에서 그는 이런 연작 실험의 노하우를 곳곳에서 들려준다. 연작의 주제가 반복될 때 따를 수 있는 지루함을 계절 등 여러 환경 변화를 잘 담은 로케이션으로 극복하고, 소규모 스태프와 내밀한 관계를 맺으며 작업의 흐름을 유지하는 그의 면면을 보면, 큰 사건이 없어도 생기가 느껴지는 그의 입체적인 영화들의 기운이 어디서 나오는지 엿볼 수 있다.

“모든 ‘도덕 이야기’ 영화에서 느낌을 너무 정확하게 규정하려고 하는 것은 잘못된 거예요. 늘 다소 혼탁하고 애매하거든요. (…) 나는 내 이야기들을 진짜로 끝내지 못해요. 내가 찾아내는 엔딩들이 모두 여러 개의 반향을 지니기 때문이죠. 메아리처럼. 끝이 다시 이야기를 돌아보는 수단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모드 집에서의 하룻밤>에서처럼. 공이 바닥에서 튀어오르고 스토리 주변을 돎으로써 우리는 그것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게 되는 것이죠.”
-60쪽

문학에 대한 애정이 깃든 영화문학
소규모 제작 방식과 아마추어리즘의 열정

“어떤 경우에는 문학이 영화보다 현실을 더 잘 떠올리게 할 수 있습니다. 나는 영화를 사랑해요! 그러나 문학이 아주 구체적일 수 있는 부분이 영화에서는 추상적일 수 있어요.”
-327쪽

모든 감독에게는 그의 세계를 이룬 수원水原이 존재한다. 스탠리 큐브릭에게 장르에 대한 애정이, 쿠엔틴 타란티노에게 B급 감수성이 있었다면 에리크 로메르에게 그것은 ‘문학에 대한 존중’이었다. 에리크 로메르는 1940년대에 고향인 낭시에서 문학 교사를 지낸 이력이 있고 1946년에는 질베르 코르디에라는 이름으로 소설 『엘리자베트』를 출간하기도 했는데, 이때는 영화인이 되기 전이다. 영화감독이 된 후에도 1974년 단편집 『여섯 편의 도덕 이야기』와 몇 편의 희곡을 발표했다. 『에리크 로메르』에서 누차 강조되듯이, 또 <갈루아인 페르스발>처럼 문학에 토대를 둔 역사물을 감독한 경력에서도 보이듯이, 그에게 “영화는 문학에 봉사하는 수단”(92쪽)이었다. 고전주의자로서 그는 문학 텍스트로서 시나리오의 가치에 대해 누누이 강조한다. 이러한 태도는 대사 쓰기에 대한 애정으로 이어져, 에리크 로메르는 무엇보다 심도 깊고 생생한 대사로써 지근거리에서 숨 쉬는 듯한 인물들을 담아냈다.
나아가 그는 그 인물들이 호흡하는 ‘공간’에까지 숨을 불어넣는다. “로메르의 영화를 보고 있으면 그 공간에서 같이 숨 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라는 홍상수 감독의 언급처럼 그는 미술과 건축에 대한 박학한 지식을 바탕으로 대사와 공명하는 구조화된 공간을 만드는 데 깊은 관심을 보였다. <모드 집에서의 하룻밤>의 경우 애초 흑백 촬영을 의도했는데, 사물마저 실제로 흑백인 것들로만 배치해 찍었다는 일화는 그가 얼마나 완벽주의자인지를 증명하는 일화다.
흥미로운 것은 에리크 로메르가 스스로를 ‘아마추어’로 규정한다는 점이다. 그가 말하는 ‘아마추어리즘’이란 열 명 안팎의 소규모 스태프와 영화를 만들며 영화제작의 모든 과정에 관여하는 그의 제작 방식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대규모 예산과 인력이 동원되는 블록버스터들이 제작비 환수를 위해 필연적으로 클리셰를 활용하는 문제를 비판하며 “프로페셔널적인 것보다 아마추어적인 게 더 낫다”(231쪽)라고 단언한다. 즉 로메르에게 아마추어리즘은 현실적 문제를 넘어 미학적 선택의 문제였다. 당시의 영화제작 현실에서도 아마추어리즘은 거의 ‘전설’이 되어버렸지만, 에리크 로메르는 누벨바그 운동이 태동했을 무렵, 수단이자 목적이 돼버린 자본의 제약에서 벗어나 새 세대가 꿈꾼 진정한 영화 정신으로 마지막까지 관객들을 이끌었다. 영화의 얼굴을 바꾼 그 감독 집단에서 누벨바그의 철학적 뿌리에 가장 가까이 머물렀던 것은 에리크 로메르였음을 이 책은 거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증명한다.

“아마추어주의의 덕목 중 하나가 바로 거기(이미지의 단순함)에 있어요. 관객들 각자가 스스로 자신만의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것과 거의 유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내 세계로 그들을 초청하는 내 방식이에요. (…) 나는 아마추어주의를 주장하는 데 자긍심을 느끼며 그 결과에 책임을 집니다.”
-243~2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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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에리크 로메르 | co**eille2 | 2017.04.28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사소한 이야기로 삶아 깊이를 담아내다라고 적힌 책의 표지가 말해 주듯 에릭 로메르의 영화들은 끊임 없이 일상을 이야기 하고 소...

    사소한 이야기로 삶아 깊이를 담아내다라고 적힌 책의 표지가 말해 주듯 에릭 로메르의 영화들은 끊임 없이 일상을 이야기 하고 소소한 수다들이 영민하게 넘쳐난다. 로메르는 스스로가 관심을 갖는 것은 어떤 , 바로 그 특정 순간에 마음을 채우는 생각들이라고 적고 있다. 이러한 생각들이 말로 전달되고, 대사가 된다. 그는 이 대사가 이루는 목소리들의 중요성도 자신의 영화들의 음악적 측면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영화 속에서 음악 자체를 전혀 쓰지 않으며, 영화의 유일한 음악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내는 음악임을 언급한다. 거강은 겸손하게도 영화의 해석이 적어도 자신의 해석이지, 그렇다고 반드시 옳은 해석인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비록 인터뷰를 모아놓은 책이지만 이 짧은 글들을 통해, 영화에 대한 거장의 통찰력과 진지함을 엿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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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의 불량에 의한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 기준 (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 대금 환불 및 환불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함

판매자
보은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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