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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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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격外
ISBN-10 : 8974838222
ISBN-13 : 9788974838225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중고
저자 은유 | 출판사 서해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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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26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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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저렴하고 좋은 책 감사합니다.^^ 5점 만점에 5점 tayf*** 2020.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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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 5점 만점에 5점 moon*** 2020.01.10

이 책의 시리즈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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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존재하는 '여자'로서의 삶을 솔직하게 담아낸 은유의 첫 산문집. 저자 은유는 서른다섯부터 마흔다섯을 경유하면서 엄마, 아내, 딸, 노동하는 여성 등 수많은 존재로 증식되는 자신을 추스르며 ‘삶이 굳고 말이 엉킬 때마다’ 글을 썼다.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는 언어가 되지 못하는 일상의 울분을 직시하고 그것을 말하기로 결심한 한 여자의 분투기다.

이 책은 저자가 부엌 개수대 위에서 느낀 비루한 일상들을 정제해 긍정의 말들이 가리고 있는 현실의 실루엣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 ‘존재하는 한 이야기하라’는 페미니즘 명제대로 말하기를 시도했고, 그래서 싸움이 불가피했던 지난 십여 년의 일기가 때로는 아프게, 때로는 이윽하게, 때로는 담백하고 유머러스하게 펼쳐진다.

긍정으로 힘을 내는 것도 필요하지만, 긍정 없이 하루분의 울컥을 삼켜야 할 때가 더 많다. 일, 연애, 결혼, 출산, 육아… 온갖 노릇과 역할 속에 분명히 존재하는 편견과 차별, 외로움과 절망 등 여자의 삶 전반을 기피하지 않고 솔직하게 밝힌 은유의 산문을 통해, 독자들은 내 안의 여성성에 눈 뜨고 내 감정에 더 근접한 말하기를 시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저자소개

저자 : 은유
저자 은유는 글 쓰는 사람. 2011년부터 연구 공동체 수유너머R에서 글쓰기 강좌를 시작해 현재 학습 공동체 ‘말과활 아카데미’와 글쓰기 모임 ‘메타포라’에서 정기적으로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성폭력 피해 여성들, 마을 공동체 청년들,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을 위한 글쓰기 수업도 열었다. 자기 경험에 근거해 읽고 쓰고 말하면서 자기 언어를 만들고 자기 삶을 재구성하는 작업에 뜻을 두고 있다. 평소 니체와 시를 읽으면서 질문과 언어를 구한다. 《쓰기의 말들》《글쓰기의 최전선》과 인터뷰집 《폭력과 존엄 사이》《도시 기획자들》을 펴냈다.

목차

저자의 말

1부. 여자라는 ‘본분’ :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내 생을 담은 한 잔 물이 잠시 흔들렸을 뿐이다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애를 안 낳아봐서 그렇다는 말
여자들의 저녁식사
딸이니까
김제동의 말
본분과 전혜린
때로 엄마로 산다는 것은
눈물 속으로 들어가봐
밥 안 하는 엄마
자신이 한 일을 모르는 사람들
미친년 널뛴다는 말
여가부에서 온 우편물
꽃수레의 명언 노트
구닥다리 모성관의 소유자
내가 아프면 당신도 앓으셨던 엄마
엄마와 수박
군인 엄마의 인생 수업

2부. 존재라는 ‘물음’ : 생의 시기마다 필요한 옷이 있다

나는 그것에 대해 계속 생각했다
나는 오해될 것이다
오래 고통받은 사람은 알 것이다
생의 시기마다 필요한 옷이 있다
그림을 걸지 않는 미술관처럼
양껏 오래 살고 싶다
그렇게 안 하고 싶습니다
제 몸에서 스스로 추수하는 사십 대
결을 맞추는 시간
길에서 쓰다
자신을 너무 오래 들여다보지 말 것
사는 일은 가끔 외롭고 자주 괴롭고 문득 그립다
내 인생이 그렇게 슬프진 않거든요
세상에는 무수한 아픔이 있다
넓어져가는 소란을 위해서
나의 가슴은 이유 없이 풍성하다
앵두와 물고기, 함께 있음의 존재론

3부. 사랑이라는 ‘의미’ : 모든 사랑은 남는 장사다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사랑 절대로 하지 마
모든 사랑은 남는 장사다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거지
그대라는 대륙
그와 말하는 법을 잊어버렸다
그가 누웠던 자리에 누워본다

4부. 일이라는 ‘가치’ : 박카스 한 병 딸까요?

나쁜 짓이라도 하는 게 낫다
꽃 시절은 짧고 삶은 예상보다 오래다
버둥거리는 노동절 전야
박카스 한 병 딸까요?
남의 집 귀한 자식
바늘방석 같은 사랑
나는 울타리를 넘고 싶었다
말하는 누드모델
구름의 파수병
세상의 모든 처음은 얼마나 무서운가
그게 왜 궁금한 거죠?
살림만 미워했다
저자가 뭐라고
절판 기념회를 축하해도 되나요?

책 속으로

결혼도 이혼도 인연을 쓰는 한 방편일 뿐이다. 플라톤의 말대로 무엇이든 그 자체 단독으로 아름답거나 추하지는 않다. 그것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실천의 미이고, 그것을 추하게 만드는 것은 실천의 비열함이다. 이혼도 그런 것 같다. 비열한 이혼도 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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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도 이혼도 인연을 쓰는 한 방편일 뿐이다. 플라톤의 말대로 무엇이든 그 자체 단독으로 아름답거나 추하지는 않다. 그것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실천의 미이고, 그것을 추하게 만드는 것은 실천의 비열함이다. 이혼도 그런 것 같다. 비열한 이혼도 아름다운 이혼도 있다. 그러니 권장할 일도 배척할 일도 아니다. 삶 전체를 위한 합리적인 골격을 짜는 하나의 과정으로 아픈 선택일 뿐이다. 삶의 어느 국면에서 생을 담은 물이 심하게 흔들리는 것. 단지 그것뿐이다. ___24p-25p

역할. 역할의 꽃, 엄마 역할. 역시 ‘역할’은 생각을 요구하지 않는다. 영혼 없이도 가능하다. 현관에 들어서면 나는 엄마가 되어 기차가 레일을 지나가듯 현관에서 부엌으로, 부엌에서 식탁으로, 식탁에서 냉장고로 자동 왕복하는 거다. 사고하지 않아도 그냥 습관대로 하던 대로 막힘없이 수행한다. 이런 걸 무슨 숭고한 모성이라고 말하겠는가. 자기 손에 물 묻히기 싫은 사람들이 지어낸 말일 뿐. 누추하고 번거로운 집안일이다. 내가 엄마라는 사실이 싫은 건 아니다. 엄마 역할로 주어지는 과다한 몫들이 싫다. 엄마 역할을 하는 동안은 내가 나 같지 않다. 그냥 밥순이, 그냥 아줌마다.___52p

미친년 널뛴다는 말은 폭력적이다. 미친년을 미치게 만든 미친놈들의 존재가 생략되었기 때문이다.___75p

묵묵한 살아냄보다 무구한 조작이 우세할수록 삶은 꼬인다는 것. 이장욱 시인의 시구처럼 “나는 오해될 것”이고 “결국 나는 나를 비켜갈 것”이라는 사실이다. 삶은 명사로 고정하는 게 아니라 동사로 구성하는 지난한 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생을 오해받을지라도 순간의 진실을 추구하고 주어진 과업을 수행하며 살아갈 때만 아주 미미하게 조금씩, 삶은 변한다.___118p

안 보이는 사람의 나라가 있다. 삶에 대한 상상력이 직업에 대한 정보력을 넘지 못하는 수준이다 보니,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 사람의 이야기는 사라져간다. 남성, 이성애자, 서울 출신, 명문대 졸업, 전문직 종사자로 표상되는 소위 정상적 삶의 서사는 매스컴으로 구전으로 맹렬히 유통되는 반면, 거기서 벗어날수록 삶의 서사를 구성하기가 어렵다. 장애여성 강사처럼 자기 경험과 생각과 감정을 말할 기회가 드물고, 겨우 말한다 해도 오해나 동정을 산다. 그런데 남에게 자기 얘기를 하지 않으면 사람은 자기를 알기 어렵고 사회에 자신을 위치지을 수도 없다. 말소된 존재가 되는 것이다.___17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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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오늘도 하루분의 울컥을 삼켰습니다 일, 연애, 결혼, 역할에 수시로 울컥하는 여자의 말하기 대학물도 먹지 않은 채 ‘글밥’을 먹게 된 문필하청업자이고, 일찍 결혼하여 아내로 엄마로 가사와 육아는 물론 생활비를 벌어야 했던 노동계급 여성, 은...

[출판사서평 더 보기]

오늘도 하루분의 울컥을 삼켰습니다
일, 연애, 결혼, 역할에 수시로 울컥하는 여자의 말하기


대학물도 먹지 않은 채 ‘글밥’을 먹게 된 문필하청업자이고, 일찍 결혼하여 아내로 엄마로 가사와 육아는 물론 생활비를 벌어야 했던 노동계급 여성, 은유. 《글쓰기의 최전선》《쓰기의 말들》로 2015년(채널예스), 2016년(시사인) 2년 연속 ‘가장 주목할 만한 올해의 작가’에 꼽힌 바 있는 저자는 서른다섯부터 마흔다섯을 경유하면서 엄마, 아내, 딸, 노동하는 여성 등 수많은 존재로 증식되는 자신을 추스르며 ‘삶이 굳고 말이 엉킬 때마다’ 글을 썼다. 신간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는 언어가 되지 못하는 일상의 울분을 직시하고 그것을 말하기로 결심한, 한 여자의 분투기다. ‘존재하는 한 이야기하라’는 페미니즘 명제대로 말하기를 시도했고, 그래서 싸움이 불가피했던 지난 십여 년의 일기가 때로는 아프게, 때로는 이윽하게, 때로는 담백하고 유머러스하게 펼쳐진다. 부엌 개수대 위에서 느낀 비루한 일상들, 그것을 정제해 얻어낸 몇 방울의 각성은 긍정의 말들이 가리고 있는 현실의 실루엣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긍정으로 힘을 내는 것도 필요하지만 긍정 없이 하루분의 울컥을 삼켜야 할 때가 더욱 많기 때문이다. 일, 연애, 결혼, 출산, 육아… 온갖 노릇과 역할 속에 분명히 존재하는 편견과 차별, 외로움과 절망 등 여자의 삶 전반을 기피하지 않고 솔직하게 밝힌 은유의 산문을 통해, 내 안의 여성성에 눈 뜨고 내 감정에 더 근접한 말하기를 시도할 수 있기를 바란다.

―사는 일이 힘에 부치고 싱숭생숭이 극에 달하는 날이면 글을 썼다. 오직 노릇과 역할로 한 사람을 정의하고 성과와 목표로 한 생에를 평가하는 가부장제 언어로는 나를 온전히 설명할 수 없었다. 몸에 돌아다니는 말들을 어디다 꺼내놓고 싶었다. 꺼내놓고 싶은 만큼 꺼내놓고 싶지 않았다. 나에게 고유한 슬픔일지라도 언어화하는 순간 구차한 슬픔으로 일반화되는 게 싫었다. 우리가 입을 다무는 것은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말하고 싶은 것을 모두 말할 수 있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하던가. 말하고 싶음과 말할 수 없음, 말의 욕망과 말의 장애가 충돌하던 어느 봄날, 나는 이미 무언가를 쓰고 있었다.(9쪽)

“착한 여자는 천당에 가지만 나쁜 여자는 어디든 간다”
싸움하지 않던 여자가 싸움하는 여자가 되기까지


이 책에 담긴 싸움 목록은 크게 네 가지다. 여자라는 본분, 존재라는 물음, 사랑이라는 의미, 일이라는 가치. 생에 대한 감각이 굳을 때마다 적어내려간 글의 마디마디는 촉수가 되어 다시 감각을 깨웠다. 예민해진 감각만큼 싸움 목록이 늘었다. 존재는 흐른다고 하던가. 싸움하지 아니하던 사람은 싸움하는 사람이 되었고, 싸울 때마다 질문은 탄생했다.

1부 [여자라는 분분]에서는 “어머니가 해주신 밥 먹으면서 이 글을 썼다. 어머니가 쓰신 책이므로 어머니께 드린다”는 빤한 인사처럼 정해진 수순을 밟듯 ‘밥하는 존재’로 자리매김되는 여자의 삶을 이야기한다. 왜 엄마에게 행복은 늘 충족 유예 상태로 머물러야 하나, 엄마는 왜 크고 좋은 수박 한 덩이 마음껏 못 사드시고 살았을까, 남자에게 여자 말만 잘 들으면 된다고 말하는 김제동의 말은 왜 문제인가, 왜 한쪽의 안락을 위해 한쪽이 수고로워야 할까. 홀로 아이를 낳고 유기한 어린 산모는 어떤 밤을 보내고 있을까 등 물음을 따라 이어진 글은 여자에게 짐 지워진 본분에 근본적 회의를 던진다.

―자기 욕망을 일인칭 시점에서 구사할 수 있는 언어는 여전히 모자라다. 착한 여자는 천당에 가지만 나쁜 여자는 어디든 간다는 말대로, 일상의 금기는 넘나들지만 몸에 그은 선은 제자리다.(36쪽)
―본분은 질 나쁜 꿈처럼 여자의 삶에서 떨쳐지지 않는다. 언제 어디서나 일상에 불쾌하게 끼어드는 걸 나도 경험한다. 학생의 본문은 졸업이 있어도 여자의 본문은 졸업이 없다.(48쪽)

2부 [존재라는 물음]에서는 존재를 확장하려는 노력 속에서 나와 불화하지 않고 관계 맺는 법을 이야기한다. 상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글 쓰는 일을 하는 나는 왜 평범하지 않은 사람이 됐을까, 이름도 바꿔보고 직장도 옮겨보며 매일 노동하고 살아가는 존재의 자리매김은 왜 이토록 어려운 걸까 등 물음에 이어진 글에서는 존재의 위치지음이 타인의 기대 속에 사는 게 아니라 살면서 빼앗겨서는 안 되는 것, 나의 고유한 감각과 느낌들을 잘 붙잡아두고 삶의 불가해마저 받아들이는 것이라 이야기한다.

―연심의 변심 혹은 절심은 언제나 비약으로 다가오는 사건이지만 생물성이 살아가는 자연스러운 이치이기도 하다. 나도 그랬다. 어디든 데려다주는 날개이자 비바람을 막아주던 존재가 불편하고 갑갑해지는 순간이 어김없이 찾아왔다. 엄마가 그랬고 연인이 그랬고 친구가 그랬고 동료가 그랬다. 어떤 음악이, 어떤 책들이 그랬다. 세월이 그렇게 했다. 생의 시기마다 필요한 옷이 있고 어울리는 색과 취향이 있듯이 삶의 체형에 맞게 인연도 변해간다.(130쪽)
―생의 빈틈이나 존재의 허전함을 사람으로 채우려는 건 무리한 욕심이다. 그래서 음악이 필요하고 책이 필요한 건지도 모른다. 말 없는 그것들이 품은 살 같은 말에 기대어 살아가는 나를 본다. 나는 사람과 관계 맺는 법, 사람을 사랑하는 법에서 점점 더 멀어져간다. 그저 연연하지 않을 만큼 가까워지기를 희망한다. 그리 사는 영혼이 문득 가여운 거다.(154쪽)

3부 [사랑이라는 의미]에서는 사랑이 아니라면 기나긴 인생은 어떻게 살아지는 걸까, 한평생 한 사람의 곁이 되는 일은 사랑 없이 가능할까, 말과 살을 섞다가 살만 섞어도 혹은 말만 섞어도 사랑일까 등의 물음을 통해 사랑은 새로운 생활방식이지 신앙이 아니고, 어떤 사랑이든 궁극에는 남는 장사라며 능동적 사랑 예찬론을 펼친다.

―안전한 삶보다 모험적 사랑에 존재를 던지는 선택은 지리멸렬한 관계의 파고를 넘는 평범한 삶만큼 존중받고 보존해야 할 사랑의 역사 아닌가.(198쪽)
―카페라테 거품처럼 부드럽고 치즈 케이크처럼 촉촉하고 달달한 사랑을 기다리면, 사랑은 영원히 없다. 네가 누군가의 삶을 품고 응원해주는 방법으로 건강한 사랑을 창조해봐. 현실을 회피하고 관념으로 차단하면 기회는 점점 줄어들어. 이혼한 사람, 아픈 사람, 돈 없는 사람을 사랑하면 힘들 거라는 건 어디까지나 생각이고 추측이고 통계야. 현실로 돌파해보면 그 안에 다른 진실이 있을지도 몰라. 니체도 그랬거든. 퇴화는 베푸는 영혼이 없는 그런 곳에서 일어난다고. 모든 사랑은 남는 장사다. 나는 이 명제 열렬히 지지한다.(205쪽)

4부 [일이라는 가치]에서는 향락의 거리는 얼마나 많은 귀한 자식들의 노동으로 굴러갈까, 철학자와 식당 노동자가 동등한 직업인으로 존중받는 세상은 요원한 일일까. 한 줌의 권력자를 위해 다수가 노예처럼 일하는 슬픔 사태는 왜 지구를 뒤덮는가. 고통이 고통을 알아보고 존재가 존재를 닦달하지 않는 세상은 어떻게 가능할까 등의 물음을 통해 밥을 위한 삶, 일과 삶 사이의 경계에서 긴장을 견디는 기예 같은 하루, 노동을 사고파는 일의 쓸쓸함을 이야기한다.

―모든 노동하는 사람의 수고로움이 들어 있는 말. 한 병 딸까요? 산다는 것은 내 안에 무언가를 계속 따야 하는 일이리라.(247쪽)
―나는 밥벌이를 간절히 원하면서도 거기에 붙들릴까 염려한다. 하이데거는 우리가 거주하는 이 세계의 일상성이 무너질까 두려워할 때 발생하는 것이 ‘불안’이라고 했는데, 나는 내가 거주하는 이 세계의 일상성이 강고해질까봐 두렵다.(269쪽)

존재의 빈곤-언어의 빈곤에서 벗어나려면?

저자는 잘 싸우기 위한 삶의 웅변술로서 쓰고 읽고 말하는 것을 택했다. 살다 보면 맥락 없게도 후진 것들이 힘이 셀 때가 많다. 무시로 나의 존엄을 해치는 말과 행동을 일삼는 대상이 언제나 더 당당하다. 꿋꿋하다. 저 당당함에 주눅 들지 않기 위해 더 많은 애를 써야 하는 하루가 피곤하다. 지는 싸움이어서 무시로 다치고 그러다 보면 몸도 마음도 메말라간다. 존재의 빈곤-언어의 빈곤의 도돌이표. 저자는 그럴 때 필요한 것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발명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끝까지 말하는 것. 자기 삶에 문제인식을 가지고 그것을 오롯이 표현하기 시작하면 궁극에는 자신에게 또 서로에게 캄캄한 절벽이 되지 않는다. 니체가 말했듯 “상투어로 자신을 위로하는 끔찍한 재능”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삶의 바닥. 이 바닥에서 필요한 건 예쁘고 가벼운 차렵이불이 아니라 두텁지만 따듯한 목화솜 이불이다. 딸로, 엄마로, 아내로, 노동자로 삼중-사중 인격을 수행해내느라 매일이 롤러코스터라면, 내 존재에 대한 의심을 거두고 한없이 투명한 확신을 갖고 싶다면, 이 책이 당신에게 얼마간 두터운 목화솜이, 싸움에 필요한 내적 연료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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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은유 작가님은 정말 언어가 정제되어 있어서 읽기에 참 편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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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유 작가님은 정말 언어가 정제되어 있어서

    읽기에 참 편하다.

     

    좋아하고 공감되는 부분들도 많다.

     

     

    p.118

     

    삶은 명사로 고정하는 게 아니라 동사로 구성하는 지난한 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생을 오해받을지라도

    순간의 진실을 추구하고 주어진 과업을 수행하며

    살아갈 때만 아주 미미하게 조금씩, 삶은 변한다.

     

     

     

    p.176

     

    영화의 전개처럼 내 삶의 계절도 바뀌고 있다. 아이들이 크고 복닥거리던

    집안이 조용하고 그토록 갈망하던 일상 소음의 한복판을 벗어나는 지금,

    난 뒤늦게 삶이 내는 소리와 화해하고 있다.

     

     

     

     

     

     

    IMG_0589.JPG

     

    IMG_0590.JPG

     

     

     

     

     

    은유 작가님의 책을 읽으면 밑줄치고 싶은 구절구절이 너무 많다.

     

    작가님의 글쓰는 수업을 받아보고 싶다.

     

     

     

     

     

  •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의 은유 작가님과 함께! 자신을 바꾼 한 가지 사건에 대해 써보는 2회차 특강  &nbs...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의 은유 작가님과 함께!

    자신을 바꾼 한 가지 사건에 대해 써보는 2회차 특강 

      [ 은유 작가의 '써야 쓴다']

    https://www.sangsangmadang.com/lec/detail/575


    -

     | 2018.10.20 ~ 10.27 매주 (토), 14:00~16:00

    장소 | KT&G 상상마당 아카데미

    강사 | 은유 작가


  •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 hm**stk | 2018.02.08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일, 연애, 결혼, 역할에 수시로 울컥하는 여자의 말하기읽으면서 많이 울컥했다. 페미니즘 책이다. 페미니즘 책을 읽을 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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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연애, 결혼, 역할에 수시로 울컥하는 여자의 말하기
    읽으면서 많이 울컥했다. 페미니즘 책이다. 페미니즘 책을 읽을 때마다 참 힘들다. 애써 무시하며 버티며 살아오다 상황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순간. 쓰러져 버린다. 싸운다는 표현이 딱 맞다. 옳은 소리를 하면 귀를 닫아버린다. 그것은 소리없는 싸움이다. 그래서 투명해진다. 이 나라에서 싸움은 지친다. 쌍방의 소통이 아닌 일방적인 외침이다.

    결혼도 이혼도 인연을 쓰는 한 방편일 뿐이다.

    이혼률이 예전보다 많이 높아졌다곤 해도 아직도 이혼남에 대한 시선보다 이혼녀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자식때문에 참고 사는 여성이 없었으면 한다. 결혼도 이혼도 그저 선택의 하나 일뿐다. 모든 여성이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살아갔으면 좋겠다. 오랫동안 가부장제 틀에 살며 자신도 모르게 희생하며 사는 여성들. 우리 모두 다 귀한 자식이지 않나. 좋은 남자 찾기 힘들면 혼자 살아도 되고, 어쩌다 결혼했는데 좋은 남자 아니면 갈라서도 된다..

    내가 엄마라는 사실이 싫은 건 아니다. 엄마 역할로 주어지는 과다한 몫들이 싫다. 엄마 역할을 하는 동안은 내가 나 같지 않다. 그냥 밥순이, 그냥 아줌마다.

    엄마가 되려고 하는 모든 여성들에게 엄마가 된다면 기본적인 권리의 박탈은 물론이거니와 엄마 역할에 대해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지 나와 사랑하는 그를 닮은 아이를 낳았다는 행복도 크지만 치뤄야 할 댓가도 엄청나다. 저자 말대로 밥순이라고 느껴질 땐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것 같다. 우울해도 내 새끼 밥 해야 한다. 그게 엄마다..

    밥에 묶인 삶. 늘 떠남의 욕망에 시달린다. 먼 곳에 대한 그리움이 바다 되어 출렁이고 마음만은 지중지중 물가를 거닌다.

    배 아파 낳고 젖 물려 키우고 그놈의 모성애 때문에 나를 희생시킨다. 내 인생 가장 화려할 수 있는 20대 후반부터 20년은 도려내고 살아간다. 20년을 도려내고 마흔 후반이 되었을 때 내 인생을 살아간다는 희망조차 없으면 이제 육아 전반전 시작했는데 달리기도 전에 주저 앉아버릴 것 같다.

    밥을 위한 삶.가치를 추구하는 삶. 이분법적으로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노동과 삶이 분리된 처지가 사람에게는 폭력적이다.
    명함과 소속이 없으면 이리저리 치인다. 직장 다니는 여자가 살림하는 건 당연시되지만 살림하는 여자가 공부하는 건 수시로 이유를 추궁당한다.


    엄마의 삶에 대한 부분은 상당수 공감하지만 이 책에 100% 공감하진 않는다. 특히 홍상수 감독 이야기.. 본처는 정리하고 새로운 사랑을 하는게 옳지 않나 생각해 본다. 사랑은 본능이고 자유니까 라고 생각한다면 세상은 막장드라마가 따로 없을 거 같아서...

  • 오빠가 이혼을 한단다.  몇 달을 별거했고, 몇 번의 싸움과 협의를 거쳐 지금의 결론에 도달했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

    오빠가 이혼을 한단다.  몇 달을 별거했고, 몇 번의 싸움과 협의를 거쳐 지금의 결론에 도달했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 금요일, 자신의 딸 네번째 생일을 마지막으로 집이었던 곳을 나온다고 했다. 몸뚱아리 하나만 달랑. 이 사실을 전하는 엄마는 많이 우신 것 같았다. 오열하진 않았지만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울음이 섞여 있었고 말의 간격마다 깊은 한숨이 배어 있었다. 나는 걱정말라는 판에 밖힌 이야기를 하기도, 미친놈 아니냐며 역정을 내기도 했는데, 사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오빠가 결혼하기 전날, 나는 '언니'가 되는 분에게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 잘 지내보자 고맙다 우리집에 와줘서 감사하다 등 감상이 빼곡히 적힌 글이었고 진심이었다. 그런데 오빠의 '집 나옴'으로 나는 이제 그 언니를 만날 수 없게 되었다. 살뜰히 챙기지는 않았지만 가끔 어린이 물건이 눈에 띌때면 자동 재생되던 조카도 이제는 볼 수 없다고 한다. 영원을 약속했던 일이 순식간에 결정되어 통보되는 비정한 시간이 밉고, 이 지경이 불가피했나 싶어 답답하고, 곧 있을 명절이 암담하다.

    도피처가 필요했다. 책장에서 분홍색 은유 작가의 책을 빼들었다. 소설은 기분과 달리 내용이 두둥실 떠다닐 것 같고 역사, 과학, 사회도서 류는 눈에만 글자가 밖힐 뿐 머리에 들어오지 않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패잔병 같은 씁쓸함과 복잡함이 나를 감싸고 있는 것 같아 위로받고 싶었다. 표지의 풍선머리가 형이상학적이란 생각을 하며, 언젠가는 꼭 읽겠다고 사두기만 했던 책이다.

    결혼도 이혼도 인연을 쓰는 한 방편일 뿐이다. 플라톤의 말대로 무엇이든 그 자체 단독으로 아름답거나 추하지는 않다. 그것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실천의 미이고, 그것을 추하게 만드는 것은 실천의 비열함이다. 이혼도 그런 것 같다. 비열한 이혼도 아름다운 이혼도 있다. 그러니 권장할 일도 배척할 일도 아니다. 삶 전체를 위한 합리적인 골격을 짜는 하나의 과정으로 아픈 선택일 뿐이다. 삶의 어느 국면에서 생을 담은 물이 심하게 흔들리는 것. 단지 그것뿐이다. (p.24)

    첫번째 주제 '여자라는 본분' 첫번째 토막에 나오는 글이다. 정말 책을 잘 골랐구나 싶다. 점쟁이가 내 마음의 혼잡을 알아보고 읊조리는 사주라는 통계처럼, 우연히 맞아떨어진 문단에 눈이 머문다. 위로받고 싶었는데, 위안이 된다. 오빠 이혼 소식을 어제 처음 접한 건 아니다. 엄마를 통해 들어왔고 감히 개입하지 못했다. 그러다 1월 어느 주말, 오빠를 따로 만났다. 말려보라는 부모님의 요청이 있었고 이제 더는 안되겠다 싶었다. 사방의 어수선 속에 오빠는 '모든 사람의 동의를 구해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조용히 말했다. 할말이 없었다. 언니가 오빠를 붙잡으려 한다는 얘기가, 오빠가 왜 그렇게 마음이 멀어졌는지가, 아이를 생각해보라는 뻔한 얘기가 입 속에서 굴러 떨어졌다. 대신 저렇게 될 때까지 왜 몰랐을까 원망스러웠다. 그리고 슬펐다. 오빠의 몸뚱이만 나가는 현장을 볼 수 없어 집을 미리 나가있겠다는 언니가, 아빠 나 잘놀다 올께라며 인사했다는 조카 생각에 울컥했다.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오빠는 그저 '아픈 선택'을 한 것 뿐이다. 소상히 말하지 않는 성정상, 엄마와 아빠와 나는 그저 정황을 추정할 뿐인데, 오빠는 많이 힘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이제 그냥 쉬고 싶다고 했다. 오직 걱정되는 건 아이여서, 지금까지 만들거나 이룬 것들은 모두 내어주고, 앞으로 살면서도 평생 양육비를 보내며 그저 일이나 하고 지내겠다고 한다. 아름답지도 않고 추하지도 않다. 나는 인연의 끝남이 마음에 꽂혀 언니에게 장문의 편지를 몇 번 쓰다 지우다를 반복하다 그만두고 말았다. 은유의 글을 읽으며 오빠와 언니를 번갈아 가며 생각한다. 그들이 삶을 벗어나는 것도 아닌데 자꾸 내가 번잡하다.

    책을 단숨에 읽었다. 오빠와 엄마가 번갈아가며 등장했고 텍스트와 오버랩되어 밑줄 긋게 했다. 책을 덮고 고민했다. 곧 있으면 밥할 시간이다. 밥 하고 설거지까지 끝내고 진득하게 쓸가, 지금 뭐라도 적어둘까. 후자를 선택했다. 그것도 읽고-발췌하고-품고-쓰는 단계를 무시하고 읽고 바로 쓰기로.

    책은 여자라는 본분, 존재라는 물음, 사랑이라는 의미, 일이라는 가치의 네 부분으로 구성된다. 작가는 '고통이 고통을 알아보는 세상'이 좋은 세상이라며 물음을 던지고 글을 썼다고 했다. 여자로서, 사람으로서, 글쓰는 일로써 겪게되는 여러 결의 감정들에 결험을 버무렸다. 나는 여자이자, 딸이자, 며느리이자, 사회인이다. 치마를 입는 게 남자들의 성기 결합을 촉발시키는 일이라는 치마입지 않는 자들의 농담을 농담인지 아닌지 몰라 헷갈려하고, 우리 부모님은 (내가 물은것도 아닌데)오빠와 내 결혼 준비를 다르게 했음을 어느 날 고백하고 괴로했으며, 신부라는 이유로 결혼 전에 모르는 사람들에게 선물을 보내야 했으며, 출산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곧 자리를 뜰지도 모르는 직원으로 인식되고 있다. 작가의 글이 곧 내 생각 같았다. 언젠가 한번쯤 느껴봤던 감정인데 글로 읽고 무릎치는 기분이랄까. 오늘 내 기분을 꼭 닮은 사주풀이를 만난 느낌이다. 하여 반면교사 삼고, 작가의 언어로 내 생각을 해체시켜보았다. 아픈데 골몰하며 빠져들었다.

    "불편해도 괜찮았다. 나의 평범하지 않음, 소수성으로 인해 겪어야 했던 여러 갈래의 경험은 내가 사회학이나 여성학, 철학을 공부하는 데 자양분이 되었다. (p.115)"라고 말하는 작가는 불편함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물음을 끈질기게 붙들라고 말한다.  은유의 글에서 그 경험과 깨달음이 느껴진다. 그래서 "오늘도 하루 분의 울컥을 삼켰습니다."라는 부제가 그저 분노로 끝나지 않음을 이해한다. 낯선 대상을 이해하기 위해 혼란과 갈등을 겪으며 자기와 세상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성숙으로 이어진다는 걸 수많은 글로써 증명하기 때문이다.  하여 나에게도 빗대본다. 오빠의 이혼이 불편하지만 생각해본다. 불편함. 싸울수록 투명해진다는 제목은 직장에서, 관계에서, 존재에서, 삶에서 만나는 어떤 장벽들과 싸우며, 안온함에 쌓여있지 말고 아프지만 어설프게라도 경험하고 그 감정과 관계해보라고 말하는 것일 테다. 위로를 받고 싶었는데 가르침을 얻었다. 감정의 소용돌이를 피하지 말고 반겨야겠다.

  • 엄마의 일 | el**tto | 2017.06.03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57p. 아무리 설명해도 수컷들은 모른다. 딸아이에 대한 나의 감정은 혈육의 정이라기보다 여성 간의 자매애에 가깝다. 할머니...
    57p.
    아무리 설명해도 수컷들은 모른다. 딸아이에 대한 나의 감정은 혈육의 정이라기보다 여성 간의 자매애에 가깝다. 할머니 이전부터 대대손손 피를 타고 전해 내려온 소수자 감수성이다. (..) 빨래를 걷는데도 꼼짝 않고 누워있는 남편, 결혼 전에 아빠를 볼 때면 좀 궁금했다. 옆사람 힘든게 왜 안보일까... 나중에 알고보니 못본척 하는게 아니라 아예 안 보이는 거다. 대대손손 소통불능의 장애를 겪는 남성들. 그렇게 살아도 삶이 유지됐으므로 타인의 심정을 헤아리는 능력이 퇴화한 것이다. 무심함이 무뚝뚝함, 남자다움으로 미화된데다가 학교나 학원에서 안 가르쳐주니까(...) 아주머니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고갯짓으로 건너편 빈자리를 가리키셨다. 힘든 사람이 선천적으로 외면이 안되는 거다. 한 때 딸이었던 사람들은 그렇다. 엄마 따라서 눈물의 방에 갇혀보았기에 안다. 나지막한 신음 소리. 그곳에서 오래 있으면 들린다. 서로서로 얼굴을 비춰보는 신통력이 생긴다.

    101p.

    죽는 날 까지 자식에게 폐 끼치지 않고 가는 게 소원이고 그러려면 알뜰하게 살아야 한다는 말. 녹음기를 틀어놓은 것 처럼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똑같으니 엄마들의 삶에서 알뜰과 궁상은 한 세트로 상호 촉발하며 작용하는 것 같다.
    왜 엄마들에게 행복은 늘 충족 유예 상태로만 존재해야하는 가. 내일을 위해 오늘을 인내하는 삶. 자식을 위해 당신은 포기하는 삶.... 워낙 가난한 시대에 태어나서 그러신 줄은 안다. 그래도 난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았는데, 엄마가 호강 한번 제대로 못한 상태에서 갑자기 돌아가시는 바람에 결심이 더 확고해졌다. 나의 일신의 호강은 주체적으로 '지금 여기서' 챙겨야 한다는 것. 그 엄정한 사실 말이다.


    여성으로서 여성의 글을 읽는 것은 _이전에는 생각지 못했던_ 행복감이다.
    이런 글을 발견하고 공감할 때 마다 느끼는 쾌감을. 남자들은 아마 죽었다 깨어나도 모르겠지.
    그건 좀 안됐다.

    27p.
    시집, 철학서, 실용서, 번역서 등등 장르 불문 거의 모든 책 첫 장이나 머리말에는 나를 낳아주고 길러준 어머니에 대한 감사와 회한의 글귀가 적혀있다. 통계를 낸 건 아니지만 남자필자의 책에서 더욱 자주 본다. 부채감정에 시달리는 아들들. 어머니에게 바친다는 클리셰. 한줄로 요약되는 차가운 이성. 그걸 보면 마음이 안좋다. 남자들이 대동소이한 방식으로 어머니를 불러댐에 따라 불효자 아들-희생과 헌신의 모성 관계가 영영 고착될것만 같기에 그렇다.


    엄마, 라는 단어에 대해서 생각한다.
    엄마, 라는 존재에 대해서 또 곰곰히 생각한다.
    그 말 안에 들어있는 엄마의 노동에 대해서 생각한다.

    엄마를 노동과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있을까. 값이 매겨지지 않았던, 그래서 당연하게 여겼던, 내가 '사람'으로 만들어지기 위한 과정에서의 그 돌봄. 돌봄속에 사라진 엄마의 삶. 엄마의 삶은 고스란히 나에게 스며들었다.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엄마의 밥을 먹고, 엄마가 세탁한 옷을 입고 등교 해 본 사람 누구라면.

    그래서 난 여성에게 '엄마'가 되라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군가에게 헌신하는 '엄마'라는 존재로만 값어치 있는 것이 아니라, '제 삶을 자신의 노동으로 그냥 살아가는 사람'이 '엄마'라는 단어로 바뀌기를 원한다. 그것은 많은 남자 사람들이 엄마(혹은 부인)에게 돌봄 노동을 떠넘김으로 해서만 - 큰 일을 해내기를 원하지 않고, 혹 자신의 삶이 덜 명예롭게 빛나더라도 시간을 내어 돌봄 노동을 기꺼워 하는 평등한 사람이 되는 것일테다.

    낳아주고 길러준, 어머니의 노동에 감사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아들들의 삶으로만 살아있는 엄마의 역할을 이제 나눠서 져야하는 것 아닐까 하는 바람이다. 헌신은 사랑이다. 그러나 하나의 성에게만 부여되는 역할일 수 없다.
    은유의 말대로.

    "한쪽의 수고로 한쪽이 안락을 누리지 않아야 좋은 관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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