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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과 다의 환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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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6쪽 | A5
ISBN-10 : 8937831600
ISBN-13 : 9788937831607
흑과 다의 환상(하) 중고
저자 온다 리쿠 | 역자 권영주 | 출판사 북폴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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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2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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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시리즈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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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피크닉>, <삼월은 붉은 구렁을>, <굽이치는 강가에서>의 작가, 온다 리쿠의 장편소설. 1991년 제3회 일본 판타지 노벨대상 최종후보작으로 오른 <여섯 번째 사요코>로 등단해 미스터리, 판타지, SF, 호러 등의 분야를 중심으로 유연하고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선보이고 있다.

대학 동창인 리에코, 야키히코, 마키오, 세쓰코. 졸업한 지 십수 년이 지난 지금, 네 사람은 Y섬을 함께 여행한다. 태고의 원시림 속에서 마음속에 움트는 것은 묻혀 있던 '과거'의 어둠. 그들은 여행이 끝날 때까지 모든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려 노력하는데….

작가의 전작인 <삼월은 붉은 구렁을>의 내용 중에서 또 하나의 4부작 장편소설인 이 책의 모티브를 얻게 되었고, 듀크 엘링턴의 명곡을 따라 1부의 제목을 <흑과 다의 환상>이라고 붙였다. 소설은 시간에, 기억에, 길모퉁이에, 광 한구석에 소리 없이 묻혀가는 것들 속에 '아름다운 수수께끼'를 찾아나서는 여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내고 있다. <하 권>

저자소개

지은이 - 온다 리쿠(恩田陸)

*1964년 미야기 현 출생. 와세다대학교 교육학부 졸업. 1991년 제3회 일본 판타지노벨 대상 최종후보작으로 오른 《여섯 번째 사요코》로 문단에 데뷔했다. 이후 미스터리, 판타지, SF, 호러 등의 분야를 중심으로 하면서도 결코 기존의 테두리에 사로잡히지 않는 유연하고 독자적인 작품 세계로 수많은 독자들을 매료시켜 왔다. 주요 저서로는 《빛의 제국》,《민들레 공책》,《엔드게임,》《밤의 피크닉》,《삼월은 붉은 구렁을》,《흑과 다의 환상》,《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황혼의 백합의 뼈》,《Q&A》,《유지니아》,《굽이치는 강가에서》, 등 다수가 있다. 이중 <도코노 이야기> 시리즈 중 두 번째 이야기인 《민들레 공책》으로 제134회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다.

또한 《밤의 피크닉》은 2005년 제26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 신인상 및 ‘서점 점원들이 가장 팔고 싶은 책’을 투표로 선정하는 제2회 서점대상을 수상했으며,《Q&A》는 2005년 제58회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후보에, 《유지니아》는 제133회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다. 또,《네버랜드》는 V6와 쟈니스주니어가 출연하여 드라마로 만들어져, 큰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목차

제3부 마키오
제4부 세쓰코

옮긴이의 말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나머지 2주인공의 시점으로 이야기는 흘러가기 시작한다.   리코(?)의 입장에선 대학교때 가장 친했던 여친이 자신...
    나머지 2주인공의 시점으로 이야기는 흘러가기 시작한다.
     
    리코(?)의 입장에선 대학교때 가장 친했던 여친이 자신의 오랜 남친과 바람이 났다는 것은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이자,
     
    그 남자는 오랜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남을 거라고 생각이 들지만
     
    그 속사정은 예상외였다.
     
    그 남자는 지극히 자신이 어떤존재인지 알고, 어떻게 처신하는 것이 좀더 자기가 살아가는데 쉬운지 파악하고 있으며,
     
    리코는 그 남자의 실체를 알지 못한채
     
    자신이 좋아하는 부분과 우연하게 맞아 떨어지는 감성과 생각만으로 그를 사랑한 것이다.
     
    인간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알고 싶은 건만 안다고 하지 않았는가?
     
    한가지 사건과 장면으로 실상과 각자 받았던 생각과 느낌등을 표현한 이책은
     
    정말 나에게 놀라울 정도록 빠져들게 만들었고, 다시 10년 뒤를 기약한다는 것이 너무 아쉽게 느겨졌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난후.. 난 이책의 배경인 야쿠시마에 꼭 가고 싶어졌다.
  • 흑과 다의 환상은 2권짜리 책이다. 1권에서 힌트라는 힌트는 다주고, 수수께끼는 거의 다 풀려가는데 2권에서도 그 긴장감...

    흑과 다의 환상은 2권짜리 책이다.

    1권에서 힌트라는 힌트는 다주고, 수수께끼는 거의 다 풀려가는데

    2권에서도 그 긴장감이 늦춰지지 않는 것은,

    그 수수께끼의 당사자가 아직 그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좀 이상했던 것이 있는데,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왜 3부가 마키오고, 4부가 세쓰코일까 하는 것이었다.

    나라면, 두 개를 마키오가 사건의 결말을 다 끝내는 것으로 이 책을 끝냈을텐데 싶었기 때문이다.

     

    흠.. 그런데 읽다보니, 3부가 마키오고, 4부가 세쓰코이어야 했다.

    그랬다. 그게 더 잘 어울렸다.

    작가는 이런 것도 다 생각해서 배열한 걸까?

    나는 사실 4부에서 뭔가 다른 사건이 일어나지 않을까 내내 설레었던 것이다.

    근데, 그냥 끝!

    그래서 뭔가 서운하기도 하고, 좀 인간적인 결말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랬던 것이다.

     

    결국 "삼월은~"처럼 책을 덮고 나서도 계속 생각하게 된다.

    "삼월은~"에서는 "삼월은~"이라는 책의 정체에 대해 정리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 책은, 다 끝이 났는데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심리가 남는 거다.

    (더 이상 쓰면, 이 책을 읽지 않으신 분께 폐가 될 것 같아서 이만... ㅎㅎ)

     

    제 3 부 마키오

     

    p9

    어째서 남자는 담배를 피울까. 그것을 구실을 만들기 위해서다. 입을 다물고 있을 구실, 이야기를 중간에서 끊을 구실. 세상 남자들은 모름지기 무슨 구실을 찾고 있게 마련이다.

     

    p12

    정사 뒤에 자는 잠을 '작은 죽음'이라고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지만, 그날 밤의 잠을 바로 '죽음' 그 자체였다. 꿈도 한 번 꾸지 않았다. 옆에서 보았으면 죽은 것처럼 보이지 않았을까. 오랜 세월 목표로 해온 사업이 완수되어 안심한 것처럼 두 사람은 한 침대에 나란히 몸을 눕히고 곤히 잠들었다.

     

    p19

    우리 남자라는 족속은 실상 꽤 높은 확률로 처음부터 꽤 괜찮은 여자를 손에 넣는다고. 크지 않은 선택 가능성 중에서도 실은 상당히 괜찮은 여자와 사귄다고. 그것은 세월이 지나 여자를 몇 명 사귀고 나면 확실해진다. 전에는 부족하게 느껴졌던, 분명히 이보다 훨씬 좋은 여자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어린 애인이 얼마나 훌륭했는지를 알게 된다. 물론 그때는 이미 늦었지만.

     

    p21

    강한 여자다. 세쓰코를 보면 늘 그런 생각이 든다. 이만큼 정서가 안정된 여자는 본 적이 없다. 그렇다고 뻔뻔하다든지 둔감한 것도 아니다.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는 것도 주저하지않으므로 애교마저 느껴진다. 가끔씩 그녀의 명랑함이 치밀하게 계산된 것이라고 느낄 때가 있다. 분위기를 파악하는데 능한 것 같다. 남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저 여러분에게 신경 많이 쓰고 있어요.' 하는게 뻔히 보여서 오히려 사람들을 긴장시키는 여자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자잘한 배려를 과시하는 여자는 막상 중요한 부분에서 배려를 하지 못한다. 세쓰코는 그런 바보 같은 실수는 하지 않는다.

     

    p22

    리에코는 사고방식이 매우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여자인데다 직감력도 뛰어나다. 본인도 그 점을 인정하지만, 마음속으로는 무슨 일이든 눈치 채버리는 자기 자신이 싫은 듯 가끔씩 그런 식으로 현실을 거부한다.

    그러나 그래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나도 가끔 그럴 때가 있다.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때. 혹은 아예 내가 모른다고 생각할 때.

     

    p29~31

    "너희는 밤의 쓰임새를 생각해 본 적 없니?"

    (중략)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어. '밤은 말이지, 우리한테 꿈을, 그리고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가르쳐주니까 아주 큰 도움이 된단다.'라고."

    (중략)

    그러나 선생님은 가르쳐주지 않는다. 밤은 우리에게 환멸과 후회도 가르쳐준다는 사실을.

     

    p31

    관계가 거북하게 되었을 때, 남자는 입을 연느 것을 고통스럽게 느끼지만 여자는 반대로 침묵을 고통스럽게 느끼는 모양이다.

     

    p76

    '친절하고 신사적'인 부분의 비율을 낮게 잡고 있었다. 대부분은 무관심과 무뚝뚝하으로 가장하고 있다가, 아주 가끔씩 신사적인 행동을 보인다. 그러는 편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훨씬 높은 평가를 받느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신사적이지만 실을 쌀쌀맞다.'보다는 '보통은 무뚝뚝하지만 실은 친절하나.'쪽이 훨씬 인상이 좋다. 당연히 남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편이 인생을 수월하게 살 수 있다. 그에 맛을 들인 나는 앞으로 이 비율로 살기로 작정했다.

    '상냥하다'는 말만큼 모호하고 오만한 말은 없다. 끈적끈적하고 주관적인 가치를 일방적으로 상대에게 강요하는 말이다.

     

    대학교 입학 후, 두 번째로 연애를 할 때, 그 사람은 나를 자주 만나지 않았다.

    주변의 CC 중 하나가 나에게 물었다.

    "그렇게 자주 안 보면, 사귀는 것 같지 않지 않나?" 였던가?

    "자주 보고 싶지 않아?" 였던가?

    그에 대한 내 대답을 이랬다.

    "가끔 봤을 때 반가움이라는게 있잖아요."

    매일 하루 종일 같이 붙어있는 커플에 대한 내 항변이었다.

    '너네들은 지겹지 않니? 가끔 떨어져있으면 더 반갑잖아.' 라는 뉘앙스의.

    위 글을 읽는 동안 생각이 났다.

    사실 내가 이 말을 하고 기억하지 않았는데,

    그 붙어있던 커플이 헤어지고 나서, 그 남자가 나에게 그 말을 상기시켜주었다.

    아마 그에게 내 말이 '인상깊게' 남았던 모양이다.

     

    p78, 149~150

    그러나 당연한 일이지만, 실제로 사귄다는 것은 곧 동경하던 대상이 자기가 있는 곳까지 내려온다는 뜻이다. 그것은 근사한 체험이지만, 동시에 환멸이기도 하다.

     

    그래서 여자들이 사귀는 것을 두려워한다.

    특히 남자가 자신을 동경했을 경우, 실망할까봐.

    그래서 도망가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

    뭐, 대부분은 자신을 동경하는 남자들이 탐탁지 않아서이긴 하지만.

     

    사랑받는 사람은 언제나 오만하다. 사랑하는 쪽이 자기를 깎아서 사랑을 쏟는 것을 모른다. 사람은 호의에는 민감하지만 사랑받고 있는 건 눈치 채지 못한다. 그 사랑이 깊으면 깊을수록 상대방에게 도달하지 않게끔 되어 있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고독하다. 사랑한다는 행위만으로 벅차서 그 외에는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p83

     

    우수하고 아름다운 여자에게 남자가 보이는 비열함은 같은 남자가 보아도 구역질이 날 정도다. 조금만 애교 있게 대하면 상사나 거래처하고도 잠자리를 같이 할 것이라고 수군거리고, 진지하게 일하면 아랫도리에 거미줄 쳤을 것이라고 멸시한다. 그녀가 그런 종류의 잡음을 필사적으로 차단하면서 그 적지 않은 경력을 쌓아왔을 것을 생각하면 가엽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래서 어쩌란 말이냐? 여자들은.

    집에서 살림이나하고 있으면 집에서 살림이나 한다고 무시할 거면서.

    (아참! 난 우수하고 아름답지 않지! -,-;; 괜히 화냈네.)

     

    p111~116

    진실은 시시하지만, 고백에는 카타르시스가 있다.

    (중략)

    고해 시스템은 위대하고, 신은 역시 위대하다. 고백한 사람은 그것이 어떤 내용이라 해도 마음이 편해지게 마련이다. 힘든 것은 고백을 듣는 쪽, 고백을 받아들이는 쪽이다. 모든 사람의 고해를 들어주는 신은 잔혹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관대할지도 모른다.

    나의 고백을 들어줄 신은 관대할까?

     

    p119~121

    "넌 모래늪에 빠져서 어푸어푸 가라앉는 자기 자신한테 엑스터시를 느낄 타입이야. 자기가 추락하는 걸 자조하면서 보고 있어."

    (중략)

    죽음을 앞둔 환자는 꽃이나 세계가 무섭게 아름다워 보인다고 한다. 나도 지금 그런 상태일지 모른다.

    (중략)

    그러나 즐거움도 언젠가는 끝이 나는 법.

     

     

    제 4 부 세스코

     

    p172

    "아항, 크리에이티브하지 않으시다? 크리에이티브하지 않으니까 일이 아니시다? 우리 신입사원 중에도 있지. 전화도 하나 제대로 못 받는 주제에 전 이런일 하려고 이 회사에 들어온 게 아닙니다, 하는 녀석."

     

    p180

    리에코는 전부터 어딘가 크게 '일렁이는' 부분을 가진 여자였다. 야무지고, 머리도 좋고, 냉정하면서도 부드럽다. 그런데 늘 그녀의 마음속 어딘가에서 비 내리기 직전의 숲처럼 뭔가가 일렁이고 있다. 전체적으로 균형 잡히고 차분하게 정돈된 가운데 터진 부분이 단 한 군데 있는데, 다른 부분이 완벽한 탓에 그 터진 곳이 눈에 더 뛴다. 오히려 그 터진 곳 너머 망망한 세계가 펼쳐져 있을 것 같은 불안을 느낀다. 하지만 그녀의 경우, 그것이 일종의 신비스러운 매력으로 작용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p187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싫지 않다. 가진 것이 젊음밖에 없던 시절에는 힘들었다. 유일한 카드인 젊음을 유용하게 사용할 방법도 모르고 목적도 발견하지 못한 채, 그저 괜히 조바심을 쳤다가 열등감에 시달렸다가 했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오히려 조금씩 자유로워지고 있다는 자신이 있다.

     

  • 흑과 다의 환상 | jk**0 | 2007.03.02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토요일은 다른 날보다 조금 일찍 집에 돌아올수 있었다. 11시 20분은 갓 넘긴 시각이지만, 자정 전에 집에 들어올수 있었다는...

    토요일은 다른 날보다 조금 일찍 집에 돌아올수 있었다. 11시 20분은 갓 넘긴 시각이지만, 자정 전에 집에 들어올수 있었다는 뿌듯함이 꽤 컸다. 일요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쉬기 때문에, 새벽 녂까지 책을 읽어도 된다는 생각에 왠지 기분이 조금 들뜨기까지 했다.

    이번주 처음으로 11시 40분쯤 TV를 틀었더니,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여자 연예인들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다. 최근 자살한 두 여자 연예인 얘기를 보면서 안타깝다는 생각도 들고, 굳이 그래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절친한 가족을 보며 한 멤버의 죽음이 끼칠수 있는 영향을 보니, 과연 내 목숨이라고 내 맘대로 할수 있는게 아니군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12시 반쯤 내 방으로 들어와 혼자 내 책장을 구경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눈에 딱 보이라고 일부러 위치를 그렇게 정한 책들. 아마, 난 이 책들을 다 읽어야 한다는 - 아직 펼쳐보지 못한 책이 200권도 넘으니깐... --;; - 의무감에서라도 바득바득 살거 같다. 하긴 난 일 외에는 인간교류가 거의 없으니. 하지만 어차피 사람은 혼자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옆에 누군가를 끼고 있어야 한다지만, 하루종일 사람들을 만나고 내 기분을 속이며 웃고 즐겁게 말하는 척하다보면 집에 와서 혼자 있는 시간이 소중히 여겨질 따름이다. 일을 줄이게되거나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생각이 달라질까?

    어쨌든 나에게는 책 읽는 시간이 참으로 즐겁다. 아무 걱정없이 이야기에 푹 전념할수 있다고나 할까. 그런 글을 써주는 작가들이 한없이 존경스럽고 감사할뿐이다. 아쉬워하면 마지막장을 넘긴 온다 리쿠는 요즘 내가 아주 열광하는 작가. 오래된 친구인 네명의 남녀가 40을 눈 앞에 두고 함께 떠나는 Y섬으로의 여행.

    4개의 부분으로 나뉘어져서 각각의 등장인물이 화자를 맡아 전개되고 있어 이런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을 하는구나라고 감탄을 하며 읽었다. 첫번째 화자인 리에코에서는 사실 별 감흥이 없었다. 아마 그때까지는 그 여자가 끝까지 화자일거라고 생각하고 읽어서인지. 하지만 역시 다 읽고난 지금도 리에코라는 사람의 속마음은 그냥 저절로 알거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궁금했던 것은 마키오와 세쓰고. 늘 여유롭고 덤덤해 보이는 마키오의 실제 마음에서는 어떤 폭풍이 일고 잦아 드는지 궁금해졌다. 활발하고 주위에 사람이 넘치고 능력있는 세쓰코의 속마음은 어떤 복잡한 속사정이 있는지 궁금해졌다.

    '상'에서는 레이코와 아키히코의 독백. 아키히코의 속마음이 어떤지 덜 궁금했던 이유는 아마 내 친구중에 실제로 그런 녀석이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아키히코처럼 엄청난 부잣집 아들에 미남이지만 그런것에 연연하지 않는 친구가 있어서인지, 아키히코의 그런 행동이 이해가 갔다. 다른점이 있다면 그 친구는 부잣집 아들의 건방진 행동이라는 사람들의 편견을 많이 의식해서인지 누구에게나 깍듯이 예의가 바른다는 점이다. 아키히코가 그렇게 해서 자신의 표면만 보고 접근하는 사람들을 떨쳐낸다면 그 친구는 너무나 깍듯해서 다른 사람들이 어려움을 느끼게하여 접근을 막는 식이다.

    '하'에서는 마키오와 세쓰코의 차례. 마키오의 그런 무덤덤함은 어쩐지 피부로 와닿아 느껴지지가 않았다. 내가 절대로 그럴수 없는 사람이어서 그런지...어쨌든 묘하게도 내가 온라인상으로만 알게된 어떤 사람과 교차되는게 많은것 같아다. 그 사람을 잘 아는것은 아니지만 독설과 4차원적인 생각으로 악명아닌 악명이 드높은 사람인데 실제로는 그저 얌전하고 말이 없는 사람일거 같아, 그래 그 사람은 마키오같은거야 라는 생각을 했다. 겉으로 보이기에 무덤덤하고 여유로워 보이는 사람이 내면적으로 초조하고 쉽게 분노를 느끼는 사람이 꽤 많다는 사실은 오래전에 깨달았다. 마키오역시 그런 인간이 아닐까하는 생각. 마키오라는 인물이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 회의적으로 나올때는 왠지 가슴이 아팠다. 한때는 내가 그런 사람이어서 그랬는지. 하지만 그 한때를 넘어선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사랑이 증명을 심하게 요구한다는 것이 틀린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 사람이 없으면 죽을거 같은 그런 느낌. 그건 아인슈타인도 증명할수 없는 어떤 것이다. 한때는 냉소적으론 그런 감정은 그저 chemical reaction이라고 싸늘히 바라보았지만 역시 경험이란 많은 것을 배우게 해주는것 같다. 쓴것과 달콤한것 둘다.

    세쓰코의 이야기는 나 자신의 이야기같아 더 주의깊에 볼수 있었다. 나 역시 어릴때는 너무나도 소심하고 누구에게 말한번 붙이지 못하는 신경질적인 아이였으니. 어렸을때 그랬다고 하면 지금 아무도 믿어주지 않지만, 역시 그랬던 아이가 나중에 나대기 시작하면 더 심해지는게 있는 모양이다. 세쓰코의 생각에 심히 동의한 부분. 친구가 없는 아이는 어딘가 정상이 아닌 아이라는 인식. 그리고 친구를 바라지 않게 될때 오히려 사람들이 친구가 되려 모여든다는 기정적인 사실. 정말 어디 메모라도 해두고 싶은 부분이었다. 난 어렸을때 소풍가는게 싫었다. 소풍을 가면 단짝들과 손을 잡고 다니고 삼삼오오 모여 점심을 먹는데 난 혼자인 경우가 많았다. 아이들이 굳이 왕따를 시킨것은 아니지만 내가 친하고 싶었던 아이들은 나와 노는 것을 번번히 거부했고, 나는 학교에서 하는 행사를 모두 싫어하게 되었다. 중학교에 올라가게 되면서 그런 성격이 변하기 시작한 이유는 신기하게도 내가 혼자 있는것을 즐기기 시작한 다음이었다. 친구라는 상대에게 좀 초연한 모습을 보이게 되자 같이 점심을 먹는 멤버가 10명이 넘게 되었고, 친하게 지내자는 편지를 받는 일도 종종 생기게 되었다. 친구가 계속 많았던 이유는 아마 언제라도 이 아이들이 떨어져 나갈수 있다라는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던 데에 있지 않았을까 싶다. 초등학교때 당한 일은 쉽게 나를 자유롭게 마음을 풀게하지 않았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전부 다른 나라에서 다니게 되면서 그 성격은 대학교때쯤 겨우 좀 바뀌게 되었다. 친구란 역시 진심을 대해야 하는 상대지만 전부는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사람들을 대하니 나 역시 편해졌고 그 친구라는 상대와 있는 시간도 더 즐거워졌다. 어릴때는 친구가 정말 중요한것 같았고 내 인생의 동반자 같았지만, 지금은 그저 내 주위에 있는 사람이 소중하고 그 사람들에게 잘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서른이 가까워지면서 생긴 변화니 서른이 넘으면 어떻게 변할까.. 어쨌든 세쓰코의 그런 변화와 상대방을 관찰하는 모습은 나의 자화상같아서 어쩐지 마음을 들켜버린듯했다.

    책에 나오는 Y섬, 야쿠시마 섬에 가고 싶다. 일본에 삼나무가 자란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야 알게 되었다. 야쿠시마 섬에 가서 삼나무 앞에 서고 싶다. 마지막으로 삼나무앞에 섰을때 한없이 내 자신이 작고 초라하게 느껴졌지만 난 그런 느낌이 좋았다. 그런 초라함은 엄청난 원동력과 동기를 부여해주니깐. 삼나무 앞에 서고 싶다.

    소중히 온다 리쿠의 책을 책장에 넣으며 다음 책은 무엇을 읽을까 행복한 고민에 빠졌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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