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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적 상황에서의생존 메커니즘(알마 인코그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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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쪽 | | 131*213*22mm
ISBN-10 : 1159922853
ISBN-13 : 9791159922855
적대적 상황에서의생존 메커니즘(알마 인코그니타) 중고
저자 올리비아 로젠탈 | 역자 한국화 | 출판사 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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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3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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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시리즈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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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요하고 강박적이고 몽환적인 픽션의 언어,
죽음 직전의 정신과 죽음 이후의 몸을 다루는 논픽션의 언어
두 언어가 충돌하며 빚어내는 기이한 시공간들 다섯 편의 연작소설로 구성된 『적대적 상황에서의 생존 메커니즘』. 각각의 이야기들은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이기도 하고 동시의 하나의 주제를 다루고 있는 듯 보이기도 하는데, 마치 한 조각씩 세심히 맞춰나가야 하는 미스터리하고 위협적인 퍼즐과 같다. 종말론적 세계관의 폐허 가운데서 시작되는 여정은 실체가 모호한 두려움 속에서 쫓기고 나아가는 화자의 강박적인 의식의 흐름을 따른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 소중한 존재를 버렸다는 죄의식의 고통으로부터 자기 삶을 지키고 자신으로 돌아오고자 헤매는 여정은 이후 네 편의 이야기를 통해 낯설고 두려운 공간이 된 자신의 집과 파리 시내를 넘나들며 애도의 과정으로 이어진다. 이것이 연작소설 전체의 겉으로 드러난 주 서사라면, 순간순간 나타나는 죽음 직전의 정신과 죽음 이후의 몸에 관한 논픽션은 죽음과 상실, 애도의 과정을 강박적으로 좇는 화자의 여정과는 무심한 듯 얽히고 사라지길 반복한다.

저자소개

저자 : 올리비아 로젠탈
1965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났다. 처음으로 파리 8대학에 문예창작학과를 개설해 강의하고 있다. 문학과 비문학 사이를 넘나들거나 둘 모두에 머무는 독특한 스타일의 작품을 펴내면서 프랑스문학계에서는 분류할 수 없는 존재이자 ‘올리비아 로젠탈’이라는 고유의 장르를 만들어낸 작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학은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장소로 가닿을 수 있다”며 책의 경계를 넘어 연극, 영화, 퍼포먼스, 댄스 등의 다양한 장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16세기 서정시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16세기에는 편지, 역사, 철학이 모두 같은 장소에서 만난다. 우리는 문학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세상의 사물들에 대해 배운다”라고 말한다. 당대 문학의 이러한 통합적인 접근방식은 그의 작품 세계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1999년 《옛날에Dans le temps》로 등단하기 전에는 렌느 대학과 파리 8대학에서 문학을 강의했고, 16세기 작가들에 대한 논문과 기사를 쓰면서 점차 작품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사람들의 개인적인 이야기에 관심이 있고, 모든 사람이 특별하고 놀라운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사람들을 인터뷰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사회과학적인 층위에서 해석하기도 하고, 혹은 그들의 이야기와 자신의 이야기를 서로 교차시키기도 한다. 지금까지 펴낸 십여 권의 책들은 이러한 이야기들이 만나고 흩어지는 교차로 같은 장소다. 이러한 독특한 형식 안에서 시적인 언어로 죽음, 죄의식, 정체성, 인간과 동물의 차이 등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며 인간성에 대한 탐구를 이어나가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모든 여자는 에일리언이다Toutes les femmes sont des Aliens》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순록들은 무엇을 할까Que font les rennes apr?s No?l?》 《우리는 사라지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On n’est pas l? pour dispara?tre》 《고양이과 동물들은 나를 좋아한다Les f?lins m'aiment bien》 등이 있다. 베플레르 상, 리브르 앵테르 상, 알렉상드르 비알레트 상 등을 수상했다.

역자 : 한국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미술을, 파리 8대학에서 문예 창작을 공부했다. 한국문학번역원 지원금을 받아 황정은의 《백의 그림자》를 프랑스어로 옮겼다. 프랑스에서 단편집 《도시에 사막이 들어온 날Le jour o? le d?sert est entr?dans la ville》을 출간했다.

목차

한국어판 서문

도주
집에서
추격
내 친구들
귀환

책 속으로

그렇게 얼마나 뛰었는지 모르겠다. 나는 나무들 아래에 도착했다. 더는 숨을 쉴 수 없을 정도가 돼서야 비로소 멈춰 선 것이다. 뒤를 돌아봤다. 안쪽의 길로 그녀를 버려두고 온 기다란 가시덤불 울타리가 아직도 보였다. 내 안의 무엇인가가 그곳을 떠나길 ...

[책 속으로 더 보기]

그렇게 얼마나 뛰었는지 모르겠다. 나는 나무들 아래에 도착했다. 더는 숨을 쉴 수 없을 정도가 돼서야 비로소 멈춰 선 것이다. 뒤를 돌아봤다. 안쪽의 길로 그녀를 버려두고 온 기다란 가시덤불 울타리가 아직도 보였다. 내 안의 무엇인가가 그곳을 떠나길 거부하고 있었다. 나는 오랫동안 그곳, 그 가장자리에 머물렀고, 고원에서 그녀의 실루엣이 불현듯 나타나 나를 따라잡을 것만 같은 생각에 심장이 뛰었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후, 나는 어떻게 들어갔는지는 모르지만 숲속에 있었다. 쓰러진 나무 몸통에 발부리를 부딪쳐가며 어둠 속을 더듬었다. 바람이 불었다. 날이 더 싸늘해졌다.

나무에 등을 기대고 쪽잠을 잤다. 먹지도 않았다. 내가 떠난 날짜가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기에 이 다음 날부터 날짜를 세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녀로부터 나를 갈라놓은 시간을 가늠하고, 그녀로부터 가차 없이 멀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날짜들이 계속 더해져 언젠가는 그에 대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만큼 커질 때가 올 것으로 생각했다. 숫자들은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진정시키고 둔하게 만들 것이었다. 나는 이 숫자들의 두꺼운 겹 사이로 푹 잠기고 싶었다.
_〈도주〉 16~17쪽

임사체험, 혹은 근사체험은 임상 죽음이나 혼수상태의 결과로서 나타나는 착란 증상의 집합이다. 살아있는 사람들 곁으로 다시 돌아온 환자는 모두 비슷비슷한 이미지를 묘사했다. 터널이 보이고 그들의 실루엣이 좁은 관 속으로 들어가 걷는다. 그들은 이 터널 끝에서 한 줌의 빛을 발견한다. 이 최후의 이미지 안에서 그들은 실루엣의 상태로, 즉 검고 분화되지 않은 형상, 그림자로 변한다. 그들은 굴곡 없이 기다랗고, 마치 로봇처럼 천천히 움직인다. 그들은 나아가 터널 끝에 있는 빛의 지점에 닿으려고 애를 쓴다. 만약 그들이 그곳에 닿는다면, 그들의 실루엣은 빛에 삼켜져 사라지고 말 것이다. 그렇지만 다시 돌아온 사람들은 그곳에 닿지 않는다. 그들은 통로에서 머물고, 미지의 힘이 그들이 저 너머로 가는 것을 막는다. 다시 그들에게 감각이 찾아오고 안쪽의 출입구가 멀어질 때 그들은 실망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일 것이다. 그들의 실루엣이 문을 지나 눈부신 섬광 안으로 사라졌다면, 그들은 죽었을 것이다.
_〈도주〉 22쪽

나는 오른쪽으로 나 있는 욕실에서 잠깐 멈춘다. 바닥 타일에 타액 혹은 즙 같은 자국이 두껍고 살짝 끈적거리는, 비누가 섞인 두꺼운 선으로 그려져 있었다. 그 선은 샤워기 꼭지 쪽을 향해 대각선으로 올라간다. 나는 냄새를 맡고 그것을 분석하는 대신, 수건으로 흔적을 닦은 뒤 곧바로 욕조에 던져 없앤다. 그러고 나서 세면대 밑에 있는 작은 선반을 열고 그 안에 든 물건들을 에나멜 처리된 매끈한 욕조 안에 쏟는다. 수건들이 색색깔의 꽃들처럼 욕조의 눈부시도록 하얀색 위에서 펼쳐진다. 이 색들이 나를 안심시킨다. 나는 내가 남긴 흔적이 침입자의 것보다 더 강하고 더 눈에 띈다는 인상을 받는다. 나는 마치 전쟁에서 이긴 것처럼 이 공간을 떠난다. 하지만 무질서는 점점 더 우위를 차지하는 중이다.
_〈집에서〉 68~69쪽

인간의 손가락에 조각된 지문은 태아가 자궁 안에서의 삶 동안 겪은 다양한 자극의 결과로서, 예측 불가능한 선, 음각, 돌기로 이루어진다. 그가 그곳에서 쫓겨나 어른이 되면 그는 자기 손에 옛적의 기질이 사라지지 않은 고유한 흔적을, 그럴 기회가 있다면 범죄 현장에 남길 흔적을 간직하게 될 것이다. 수사관이 될 때 배우는 것처럼, 모든 물건은 만져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돌기 혹은 지문 감정이라고 불리는 식별법은 살인자의 정체를 드러내거나 부패한 시신이 누구의 것인지를 알아내는 가장 효과적인 과학적 관찰법 중 하나다. 이를 위해서는 흔적이 나타난 표면의 상태에 따라 형광 혹은 자기 입자, 화학 용액, 염화은을 주성분으로 한 수성 용액을 이용하며, 최근에는 진공 금속 증착법으로도 알아낼 수 있다.
_〈추격〉 87쪽

지금 창문은 완전히 어두워졌다. 바깥 풍경을 하나도 여과시키지 않은 창문에 우리가 비친다. 우리는 그 침투할 수 없는 틀 안에서 소파, 텔레비전, 그리고 파란빛이 나오는 마법의 상자 쪽을 향해 나란히 앉아 있는 우리 두 개의 몸을 본다. 그때 그녀가 말한다. 나는 그녀의 망설이는 듯하면서도 깊은 목소리에 놀라고, 이처럼 파리한 몸에서 어떻게 목소리가 나올 수 있는지 자문한다. 그것은 목소리가 나오는 몸에서 분리된 것 같은 목소리다. 연약하고 점점 사라져가는 실루엣은 복화술사처럼 거친 목소리를 낸다. 그녀는 마치 장기이식을 한 것처럼 그녀의 것이 아닌 섬유질, 인대, 후두, 인후, 성문, 입천장, 혀, 입을 빌린 것 같다. 이것은 언니의 목소리, 친숙한 목소리가 아니고, 이것은 환경, 사건, 미지의 충격에 의해 변화된 목소리이고, 이것은 터널, 저장소, 지하의 출구에서처럼 증대된다. 텔레비전의 대화가 그것을 덮어버리기 때문에 이를 듣기 위해서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녀는 비밀스럽고 억압된, 하지만 애원하는 것 같은 신호를 보낸다. 나는 텔레비전 소리를 키우고 고립된다. 목소리는 끈질기다. 목소리는 푸념 혹은 요구를 계속한다. 그녀가 빌린 몸은 무표정하고, 어떠한 숨결 혹은 입술의 움직임도 그것에 생기를 불어넣지 못한다. 이 목소리의 질감에는 지하실의 냉기가 서려 있다. 나는 관절이 꺾이는 마리오네트, 박해당한 인형들이 그들의 주인을 벌주기 위해 소생하는 호러영화를 생각한다. 나는 동정에 무심하다. 나는 웃고 싶다.
_〈귀환〉 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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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문학과 비문학의 언어가 빚어내는 대위법 삶과 죽음의 여정에 대한 놀라운 변주곡 이것이 올리비아 로젠탈이라는 고유의 장르다 아름답고도 끔찍한 모험 _〈레 인혹〉 내려놓을 수 없이 강력하고 아름답고 관능적이다 _〈르 몽드〉 간결한 문체로 쓰인...

[출판사서평 더 보기]

문학과 비문학의 언어가 빚어내는 대위법
삶과 죽음의 여정에 대한 놀라운 변주곡
이것이 올리비아 로젠탈이라는 고유의 장르다

아름답고도 끔찍한 모험 _〈레 인혹〉
내려놓을 수 없이 강력하고 아름답고 관능적이다 _〈르 몽드〉
간결한 문체로 쓰인 복잡한 보물찾기 놀이 _〈르 카나르 앙셰네〉

프랑스 문학계에서 분류할 수 없는 존재이자 ‘올리비아 로젠탈’이라는 고유의 장르를 만들어냈다고 평가받는 작가의 국내 첫 출간작이다. 자신의 소설 안에 직접 취재한 인터뷰와 다큐멘터리 자료를 나란히 교차하여 배치하는 독특한 스타일을 구사하는데, 문학과 비문학의 언어가 상징의 층위에서 만나 서로 교차되고 간섭한다. 이 책에서는 소중한 존재의 죽음 이후 애도의 과정을 시적 언어로 그려내는 픽션이 주 서사이고, 임사체험과 코마 상태, 살인 현장에 대한 논픽션 서사가 또 하나의 줄기를 이루고 있다. 극한 상황에 처한 화자의 감정과 의식에 따라 흐르는 픽션 사이사이에는 죽음과 삶의 경계를 다루는 차가운 ‘사실들’이 끼어들며 두 서사가 암시하는 것들의 의미를 깊고 넓게 확장한다. 작가의 실험은 한 권의 책 안에서도, 책이 가진 물성의 한계를 넘어서도 계속되는데, “문학은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장소로 가닿을 수 있다”며 연극과 영화,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적대적 상황에서의 생존 메커니즘》은 다섯 편의 연작소설로 구성된다. 각각의 이야기들은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이기도 하고 동시의 하나의 주제를 다루고 있는 듯 보이기도 하는데, 마치 한 조각씩 세심히 맞춰나가야 하는 미스터리하고 위협적인 퍼즐과 같다. 종말론적 세계관의 폐허 가운데서 시작되는 여정은 실체가 모호한 두려움 속에서 쫓기고 나아가는 화자의 강박적인 의식의 흐름을 따른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 소중한 존재를 버렸다는 죄의식의 고통으로부터 자기 삶을 지키고 자신으로 돌아오고자 헤매는 여정은 이후 네 편의 이야기를 통해 낯설고 두려운 공간이 된 자신의 집과 파리 시내를 넘나들며 애도의 과정으로 이어진다. 이것이 연작소설 전체의 겉으로 드러난 주 서사라면, 순간순간 나타나는 죽음 직전의 정신과 죽음 이후의 몸에 관한 논픽션은 죽음과 상실, 애도의 과정을 강박적으로 좇는 화자의 여정과는 무심한 듯 얽히고 사라지길 반복한다.

세계의 종말을 닮은 장소로부터 시작된,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치유의 여정
소중한 존재의 죽음, 그 후 애도의 과정을 살아낸 생존기

〈도주〉
첫 번째 소설은 세계의 종말을 닮은 풍경으로부터 시작한다. 무언가에 쫓기는 화자는 동반자를 길에 버리고 폐허의 한가운데로 나아간다. 이 공간은 실제 세계인지, 화자는 누구인지, 동반자는 어떤 관계인지 알 수 없다. 무장한 군대와 짐승이 득시글거리는 곳에서 화자는 텅 빈 마을을 발견하고 숨는다. 같이 떠나기에는 너무 약해 버려야만 했던 동반자는 죄책감과 공포의 모습으로 그녀의 머릿속을 장악한다. 시간과 말이 사라지는 공간에서, 오로지 생존해야 한다는 본능만이 그녀를 떠민다. 숨 막히는 도주의 순간순간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환자들의 기이한 체험기와 이에 대한 과학적 분석이 갑작스럽게 끼어든다.

〈집에서〉
가족들이 모두 떠난 빈 집을 한 소녀가 지키고 있다. 그녀는 혼자 남아 집 안을 감시하며 더러운 것, 낯선 것으로부터 집을 보호하고 가족들이 떠난 집의 모든 흔적을 그대로 유지하려고 한다. 침입자의 흔적은 도처에 있다. 흙이 묻는 발자국, 소파에 누운 몸이 남긴 움푹 들어간 자리, 아주 미세하게 기울어진 전등갓. 그것은 실제인가? 그녀의 환영인가? 외부로부터 전해져온 비극적 사건이 내부로 침투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듯이, 그녀는 아주 미세한 움직임에도 강박적인 감시자의 태세를 취하며, 완전한 결백의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 너무나 낯설고 두려운 공간이 된 자신의 집에서 무력한 화자가 분투하는 동안 또 하나의 서사가 침입한다. 더 이상 자신의 육체의 주인이 아닌 사람들. 코마 상태에 빠졌던 그들이 들려주는 실제 이야기다.

〈추격〉
아이들이 숨바꼭질 놀이를 한다. 먹잇감이 은신한 곳을 찾아 사냥하는 인간 본성을 닮은 이 놀이는, 여기에서 끈질기게 화자를 좇는 죄의식과 화자의 관계를 비유하는 듯 보인다. 작가는 술래에게 잡힐 것 같은 공포와 술래에게 잡히지 않아서 결국은 잊히고 말 것이라는 불안 사이의 흥분을, 그 잔인함을 사냥에 비유한다. 다른 이들이 술래에게 잡히고 술래에게 전염되어 사냥하는 자가 되어가는 사이, 화자는 오히려 술래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택한다. ?는 자로부터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의 바로 곁에서, 아니 한 몸이 되어야 자유를 얻는다는 건 역설적이다. 이 작품에서는 끔찍한 살인 현장과 시신의 이미지 그리고 이들을 관찰하고 증거를 수집해 범인을 찾아내려는 과학수사관들의 이야기가 병치된다.

〈내 친구들〉
화자가 자신의 유년기로부터, 가족으로부터, 비극적 죽음의 슬픔으로부터 떠나야 할 시간이 왔다. 그녀는 집을 떠나 파리로 향한다. “적대적인 사회”이자 “침입자”와 “사냥꾼”이 우글거리는 영토의 한가운데로 들어선다. 그곳에서 무심한 한 명의 행인이 되는 법을 습득하고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며 마침내 다른 삶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굳게 입을 다문 그녀의 곁에서 친구들은 눈앞에 벌어지는 현실을 들려준다. 파리의 거리에서 끝없는 무위에 몰두한 채 그들과 완전한 우정을 나누는 듯 보인다. 새로운 친구들은 과연 그녀의 가슴 깊은 곳에 뚫린 검은 구멍을 메워줄 수 있을까? 이 이야기에는 임사체험을 한 의사 남매의 일화가 끼어든다. 여동생은 죽음이 얼마 쉬운 일인지, 그것으로 가는 일의 단순함에 놀란다. 그녀의 오빠는 임사체험 이후 가족, 직장, 모든 것을 버리고 다른 삶을 산다.

〈귀환〉
긴 여정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그 길과 집 주변의 풍광으로터 번져 나오는 기억들에서 더는 실체 없는 두려움은 느껴지지 않는다. 앞선 이야기에서 등장한 상징들은 흩어졌던 퍼즐들처럼 이곳에 모여들며 다른 이야기 속에서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숨 쉴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운 비극으로부터 “도주”를 꿈꾸었던 화자는 결국 비극의 장소로 돌아와 그것을 정면으로 바라보기 시작한다.

알마 인코그니타(Alma Incognita) 시리즈
문학을 매개로 미지의 세계를 향해 특별한 모험을 떠납니다.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오블리비언》 (신지영 옮김, 2019년 10월)
《끈이론》 (노승영 옮김, 2019년 11월)

오카다 도시키
《우리에게 허락된 특별한 시간의 끝》 (이상홍 옮김, 2016년 8월)
《비교적 낙관적인 케이스》 (이홍이 옮김, 2017년 7월)

에르베 기베르
《유령 이미지》 (안보옥 옮김, 2017년 3월)
《빨간 모자를 쓴 남자》 (안보옥 옮김, 2018년 6월)
《내 삶을 구하지 못한 친구에게》 (장소미 옮김, 2018년 11월)

우밍이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 (허유영 옮김, 2018년 3월)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사탄탱고》 (조원규 옮김, 2018년 5월)
《저항의 멜랑콜리》 (구소영 옮김,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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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죽음 그리고 임사 체험.

나에게는 너무 낯선 것들.

소재도 낯설었지만 올리비아 로젠탈이라는 작가도 그리고 그녀의 연작소설 [적대적 상황에서의 생존 메커니즘]의 서사 방식도 낯설었다. 낯선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낯선 그녀의 소설이 불러일으키는 긍정적인 호기심과 부정적인 적대감이 읽는 내내 엎치락 뒤치락할 수 밖에 없었는데, 비현실적인 픽션과 사실적인 논픽션이 교대로 너울거리며밀려드는 통에 정신을 못 차리고 막 허우적대며 읽은 기분이다. 뭐랄까? 살기 위해서 살아남기 위해서 발버둥치는 기분, 죽음과 술래잡기를 하는 것 같은 기분에 긴장도가 꽤 높은 상태에서 글을 읽게 된다. 희박한 공기 탓에 그러니까 이 흐름을 따라가기 위한 유일한 단서 같은 것들을 찾아가며 그것들을 붙들고 쫓고 쫓기는 순간들을 집요하게 응시하고 얕은 호흡마저도 놓치지 않으려는 어떤 초조함과 절실함이 가득했기에 책을 내려놓는 순간 녹초가 된 기분을 느낀 낯선 만남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도주', '집에서', '추격', '내 친구들', '귀환'으로 이어지는 연작 소설.

극한의 상황에서 동료를 버릴 수 밖에 없었던 나의 '도주'

"나는 뒤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녀를 되찾기 위해 다시 길을 따라가지 않을 것이다. 그녀와 함께 죽는 위험은 감수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를 버린 것을 더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나는 비난과 호출처럼 보이는 그녀의 뜬 눈을 더는 공포에 질린 채 떠올리지 않을 것이다. 내가 나갈 때쯤이면 몇 킬로미터는 지나 있을 것이다. 나는 다른 땅에 있을 것이다. 다른 얼굴, 다른 언어, 다른 벌린 입, 다른 친숙한 모들과 함께. 미지의 것이 나를 과거로부터 영원히 해방시켜줄 것이고, 적어도 그것이 내가 바라는 것이다."

나를 죽음에 처하게 하는, 나를 사로잡고 있는 무엇으로부터의 '도주', 적대적 상황에서 우리의 생존 메커니즘은 '도주'라는 방식으로 가장 먼저 작동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가족 중 한 구성원 그것도 나와 나이 차이가 가장 나지 않는 이의 죽음을 수용하고 혼자 남겨진 집에서 두려움에 대응하는 어린아이의 심리를 따라가는 '집에서'

"나는 비밀에 부쳐졌던 모든 것들이 내 앞에 나타나고 완전히 드러난 세상을 상상했다. 이런 것들이 떠오른다면, 묻히거나 하지 못했던 말들, 고백, 비난, 약속, 나쁜 기억, 악몽, 쓰레기, 찌꺼기, 유령, 아바타, 분신과 악마, 이 모든 것들이 눈에 보이고 머릿속에 떠오른다면, 내 의식이 이 나머지 것들에 의해 항시 사로잡혀 있다면 어떻게 될지 생각했다. 상상했다. 그리고 그때 나를 덮친 감정의 폭발에서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나는 눈을 감았다."

죽음을 직감하는 최초의 경험이 언제였을까? 태어나는 순간부터 어쩌면 무의식 속에 우리는 죽음과 함께 세상에 나온 존재일 것이다. 언제 죽음이 덮쳐도 이상하지 않을 연약한 존재는 그저 눈을 감는 게 최선이리.

 

'추격'에서는 유년 시절에 누구나 경험하는 술래잡기에 대한 이야기와 범죄로 인한 죽음과 죽음 이후의 신체적 변화들에 대한 보고가 교차적으로 서술된다. 술래잡기라는 놀이에 담긴 의미와 사후경직이 오는 신체적 변화에 대한 건조한 보고서는 충격적이다. 사라지고 싶으면서 사라지고 싶지 않은 숨어야 하는 이들과 숨은 이를 찾아내야만 살 수 있기에 또 다른 절박함에 분노하는 술래의 긴장 관계는 삶과 죽음의 관계와 닮아 있다.

"죽음은 한계도, 경계도 없었고, 그것은 나인 동시에 다른 모든 것이었다. 그것은 내가 모르는 사이에, 예고 없이, 내가 무기를 가질 새도 없이 다가왔고, 모든 형태를 띠고 있어서, 대항해 싸울 수 없었다. 나는 그것에 대항해서 싸울 수 없다는 것을 이해했다. 우리는 죽음에 의해 자신이 열리도록 내버려둔다. 우리는 그것이 우리를 더듬도록 내버려둔다. 우리는 죽음을 받아들인다. 그것을 견딘다 우리는 죽음을 기다리고, 가끔은 그것을 부른다."

 

'내 친구들'에서는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긴장과 환대, 머무름과 상실 같은 다양한 위험을 감수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와 알리스 P.라는 여자의 임사체험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 한 사람 뒤에 다른 한 사람이, 그리고 가끔은 동시에 그들이 내 인생에 들어왔다. 그러고는 떠났다. 다른 이들고 왔고 그들도 떠날 것이다. 나는 그들 모두를 맞이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이 환대가 결정적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아주 격렬한 말싸움, 도주, 무시, 일시적인 부재와 영원한 실종 이후에도, 그들은 더는 나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더는 나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그곳에, 나의 내부에 그들을 쫓아내기 위한 나의 시도보다 더 끈질기게 존재할 것이다. 나는 단호하게 종지부를 찍고 혹은 그들이 그렇게 하고, 나는 뽑아내고 혹은 그들이 뽑아내고, 나는 자르고, 그들이 자르고, 나는 파괴하고, 그들은 저항한다. 따라서 나는 그들 모두를 간직하고, 그들 모두를 받아들이는 것에, 그들에게 속하는 것에 동의한다."

 

죽은 언니와의 숨막히는 숨바꼭질 후에 혼자 집으로 돌아오는 나의 '귀환'.

"은하의 밤에서 이미 오래전에 꺼져버린 먼 옛날 별의 강렬하고 미미한 빛을 경의에 차서 가리키는 것처럼, 나는 그녀의 순간적인 광채가 나타나는 공간과 시간을 가리킬 것이다. 그녀의 부름에 대답할 수 없는 대신, 나는 내 방식대로 그녀에 대한 흔적을, 작고 개인적인 흔적을 남길 것이고, 이것은 그녀를 버리지 않기 위해 내가 찾아낸 유일하고, 내면적이고, 늦은 동시에 하찮은 방법일 것이다."

 

늘 우리 곁에 널린 삶과 죽음, 그 사이를 오고가며 보이지 않는 어떤 존재들이 육체를 가진 존재들과 교류하는 방식들을 지켜보는 일의 낯섦이 주는 생경함이 어째서인지 당연한 동시에 놀랍다.

 

죽음은 그저 불이 꺼지듯 완전한 정전 같은 것이라고만 생각해왔던 내게 죽음과 그 다음을 다른 시선으로 보고 다른 감각으로 감각할 수 있게 해준 소설, [적대적 상황에서의 생존 메커니즘]

프랑스 문단에서도 올리비아 로젠탈이라는 독보적인 장르로 분류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이 소설 하나만으로도 알 수 있겠다. 나를 둘러싼 적대적 상황에서 연약한 인간이 살아남기 위한 몸짓이 주관적인 체험과 객관적인 과학적 분석으로 직조된 이 소설을 읽고 있자니, 삶과 죽음이 어떤 가로막힌 단절도 아니며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흐름이 아니라는 사실이 놀랍고 끔찍하고 눈물겹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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