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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만 보는 바보(진경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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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8쪽 | A5
ISBN-10 : 8943305842
ISBN-13 : 9788943305840
책만 보는 바보(진경문고) 중고
저자 안소영 | 출판사 보림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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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1월 4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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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0 빠른 배송으로 잘 받았습니다. 잘보겠습니다. 5점 만점에 5점 ehr*** 2020.05.22
339 좋은 책, 신속한 배송 감사드립니다. 5점 만점에 5점 jongm*** 2020.05.08
338 깨끗하고 좋은 책, 잘 받았습니다. 고맙습니다^^. 5점 만점에 5점 ksw5*** 2020.05.04
337 전체적으로 내용물은 깨끗하네요 5점 만점에 5점 fmpa*** 2020.04.29

이 책의 시리즈

책 소개

상품구성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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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안소영은 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가 1761년에 집필한『간서치전 - 책만 보는 바보』라는 자서전에 매료되어, 이덕무와 그와 친하게 지낸 인물들, 더 나아가 그 시대를 담아냈다. 간간히 드러나는 수묵화풍의 그림 또한 놓칠 수 없는 볼거리이다.

이 책의 주인공이자 화자인 이덕무는 스스로를 책만 보는 바보라 칭하지만, 이덕무와 그의 벗인 박제가, 유득공, 백동수, 이서구 등은 결코 책 속에서만 머무른 사람들이 아니었다. 조선 후기의 신분제도의 문제점을 몸서 체험하면서 현실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통찰하고, 새롭게 바꾸어 가려는 개헉적인 사상가로 변모한다.

저자는 사실과 상상을 바탕으로 그들의 행로를 찬찬히 추적한다. 이를 통해 어린이가 당시의 실학자들의 생각과 시대상을 짚어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무엇보다 역사 속의 인물을 생생하게 복원한 것이 인상적이다.

저자소개

목차

머리말
이야기 시작/ 1792년 12월 20일

첫 번째 이야기/ 나는 책만 읽는 바보
햇살과 책과 나/ 나는 책만 보는 바보/ 가난한 달, 나만의 독서법/ 한서를 이불삼고 논어를 병풍 삼아/ 맹자에게 밥을 얻고 좌씨에서 술을...

두 번째 이야기/ 백탑 아래서 벗들과
내가 있을 자리/ 내 마음속의 백탑/ 백탑아래 맺은 인연/ 벗들이 지어준 나의 공부방/ 어찌 눈으로만 책을/ 꽃처럼 다시 피어날 수 있다면

세 번째 이야기/ 내 마음의 벗들
얼버무려 말하지 말라- 나의 벗 박제가
오랑캐 무리의 괴수?/ 봄날, 시냇물처럼 다가온 벗/ 녹색 눈동자에 담신 외로움/ 운명, 나라고 마음대로 하지 못할까/ 얼버무려 말하지 말라/ 운종가, 구름처러 흘러 다니며

해부루를 노래하다- 나의 벗 유득공
사근사근 상추쌈 소리/ 그 어머니에 그 아들/ 애지 중지 글상자, 진귀한 보물상자/ 아침해가 빛나는 나라/ 아침해가 빛나는 나라/ 옛 도읍지를 찾아서/ 해부루를 기억하며/ 발장단 치며 노래를 부르며

칼칼한 바람속을 누비다- 나의 벗 백동수
북쪽 하늘 흙먼지 냄새/ 나의 벗, 나의 처남 백동수/ 스승을 찾아서/ 나무꾼과 어부의 집/ 무예의 길과 평화의 길은 하나/ 기린협으로/ 벗을 보내며

우리를 벗이라 할 수 있을까- 나의 벗 이서구
책을 만나러 온 어린 벗/ 문턱이 닳고 책장도 닳고/ 한 점 그늘 없는 벗/ 우리를 벗이라 할 수 있을까/ 그대 위해 빈 배 남겨 두리

네 번째 이야기- 스승, 더 큰 세계와의 만남
나에게도 스승이 계신다면/ 지금, 그리고 이곳의 학문/ 달 밝은 밤, 수표교위의 작은 음악회

이 세상의 중심은 나- 담헌 홍대용 선생
나와 벗들을 사로잡은 책/ 스승의 따뜻한 미소/ 공처럼 둥근 지구/ 이 세상의 중심은 나/ 한여름 날 천둥소리, 거문고 소리

선입견을 버려라- 연암 박지원 선생
조선의 다듬이 소리/ 연암선생과 박제가/ 이른 봄제비처럼, 듬직한 바위처럼/ 선입견을 버려라/ 기와조각과 똥거름이 가장 볼 만 하더라

다섯 번째 이야기- 마침내 세상속으로
마흔을 눈앞에 두고

드넓은 대륙에 발을 내 딛다
1778년 3월 17일, 홍제원에서/ 넓은 세계를 향해 첫발을 내딛다/ 유리창, 세상 모든 책이 여기에/ 연경거리에서/ 늦도록 불켜진 방/ 반가운 벗의 얼굴/ 옛 고구려와 발해 땅을 찾아서/ 가슴에는 대륙을

백탑을 떠나 대궐로
네 글 읽는 소리가 듣기 좋구나/ 다른 사람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해는 저무는데 갈길이 멀구나/ 잊혀진 날, 발해의 역사를 되살리다/ 하루 말미를 주신다면/ 돌아온 벗/ 이론과 실제에 충실한 무예 책/ 백성들 속으로 들어가다/ 백성의 마음으로

여섯 번째 이야기- 아이들이 열어 갈 조선의 미래는
아버님의 칠순 잔칫날/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서로 나무녀 이어지는 시간/ 아이들이 열어 갈 조선의 하늘

이야기 끝- 1793년 1월 24일

뒷이야기
이 책에 나오는 인물과 책
참고한 책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사실과 상상으로 빚어낸 조선시대의 책벌레 이덕무와 그의 벗들 이야기 ‘책만 보는 바보’라 불렸던 이덕무, 그의 눈과 마음이 되어 그려 보는 조선 후기 실학자 박제가 ,유득공, 이서구, 박지원, 홍대용 들과 협객 백동수...

[출판사서평 더 보기]

사실과 상상으로 빚어낸 조선시대의 책벌레 이덕무와 그의 벗들 이야기 ‘책만 보는 바보’라 불렸던 이덕무, 그의 눈과 마음이 되어 그려 보는 조선 후기 실학자 박제가 ,유득공, 이서구, 박지원, 홍대용 들과 협객 백동수, 그리고 개혁 군주 정조와 18세기 조선. ■ 역사 속 인물을 바로 우리 곁으로 불러내기 역사(歷史)라는 오래된 문자[歷지낼 력]를 들여다봅니다. 자연과 사람의 노동이 어우러져 자라는 곡식[벼 화禾+禾]이 심어져 있고, 주변을 서성이는 사람의 발자국[止]도 보입니다. 틈나는 대로 둘러보며 가꾸는 사람의 애타는 마음도 담겨 있는 듯합니다. 울타리[?]도 둘려져 있습니다. 이렇듯 ‘역사’라는 추상적인 단어도 찬찬히 들여다보면 달리 보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과 발자국 하나하나가 그 위에 겹쳐지면서 떠오르기 때문이지요. 역사는 결국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평범한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이덕무와 벗들은 지금으로부터 2백여 년 전의 사람들입니다. 흔히 조선 후기의 실학자라고 불리는, 우리에게는 그저 활자로만 다가오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짧지 않은 생애 동안 그들도 분명, 우리처럼 온갖 감정, 기쁨과 슬픔을 느끼고 희망과 좌절도 겪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역사책, 특히 어린이 책에 씌어진 그들 혹은 역사 속의 인물들에게서는 생명력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역사 속의 일이라 하여 시제는 과거형이요, 설명 위주의 서술은 건조하기만 합니다. 그들은 우리와는 거리를 둔 채, 그저 책 속에 머물러 있을 뿐입니다. 그들을 우리 곁으로, 숨쉬는 인간으로 불러낼 수 없을까? 이 책《책만 보는 바보--이덕무와 그의 벗들 이야기》의 기획, 집필은 이런 아쉬움과 바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일찍이 이덕무에 매료되어 그의 저술은 물론 그와 관련된 글을 샅샅이 찾아 읽어 온 이 책의 저자는 이덕무의 마음속으로 깊이 들어가 보기로 합니다. ‘간서치(看書痴, 책만 보는 바보)’라 자처하며 평생 책을 벗 삼아 살았던 이덕무, 풍부한 감성과 섬세한 눈길로 세상을 바라보았던 그가 되어 그의 벗들과 그 시대를 불러내 봅니다. ■ 이덕무와 그의 벗들 이야기 이덕무: 조선 정조 때의 문인, 실학자. 자는 무관(懋官), 호는 청장관(靑莊館) ?형암(炯庵)·아정(雅亭). 서얼 출신으로 가난한 환경에서 자랐으나, 박학다식하고 시문에 능하여 젊어서부터 많은 저술을 남겼다. 홍대용, 박지원, 박제가, 유득공 등과 사귀었으며, 중국에까지 알려진 사가시인(四家詩人) 중의 한 사람이다. (...) 이덕무에 대한 일반적인 소개문에 빠지지 않는 말이 ‘서자 출신 문인’ ‘박학다식’입니다. 이덕무는 왕족의 후손이지만 그의 아버지가 서자였기에, 태어나면서부터 고단한 삶이 시작됩니다. 내성적인 성격의 그는 집안 형편상 친척집을 전전하며 살게 되면서, 더욱 말이 없고 조용한, 오직 책 속에서 책과 대화하며 자랍니다. 그에게 책은 단지 보는 대상이 아니라 듣고 보고 느끼는, 살아 있는 존재이며 세계였습니다. 엄격한 신분제 사회에서 어디에도 낄 데가 없었던 서자 신분의 그가 마음을 둘 곳은 책밖에 없었을지 모릅니다. 이덕무가 책과 벗하고, 책 속의 사람들과 벗하는 나날들은 오래도록 계속됩니다. 책이야말로 그의 으뜸가는 벗으로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던 중 이덕무는 백탑(원각사지 십층석탑, 지금의 탑골공원 안에 있음)이 있는 대사동(지금의 인사동)으로 이사하게 되는데, 이곳에서 그는 비로소 평생지기인 박제가, 유득공, 백동수, 이서구 들을 사귀게 됩니다. 이들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이서구를 제외하면, 모두 서자 출신입니다. 힘든 세월을 견딜 수 있게 서로 의지가 되어 준 벗들이지요. 이덕무와 그의 벗들은 또한, 더 큰 세계로 눈을 뜨게 해준 스승격인 담헌 홍대용과 연암 박지원과도 깊은 친분을 맺게 됩니다. 홍대용과 박지원, 그리고 이서구는 명문가의 사대부였습니다. 당시 이들의 사귐은 신분과 처지를 뛰어넘는 파격적인 것이었지만, 무엇보다 사람의 성품을 먼저 보고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여느 선비들처럼 유교경전만을 파고들어봐야 벼슬에 나아갈 수 있는 처지도 아니었기에, 이덕무와 그의 벗들의 관심은 주변의 자연이나 사물, 자신의 감정을 깊이 들여다보는 것에 많이 쏠립니다. 이러한 시선은 자연스레 문학적인 언어로 표현되어, 각자의 개성과 감수성이 뛰어난 시와 문장들을 많이 남기고, 《백탑청연집(白塔淸緣集)》과 같은 문집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특히 이덕무와 박제가, 유득공, 이서구가 함께 낸 시문집《한객건연집(韓客巾衍集)》은 중국에까지 전해질 만큼 유명한 문집이었고, 시와 문장에 뛰어나다 하여 그들은 ‘사가(四家)’라고 불립니다. 또한 신분제도의 문제점을 몸소 뼈저리게 느끼고 있던 이덕무와 그의 벗들이었기에, 완고한 유교사회의 모순이 여기저기서 꿈틀꿈틀 드러나기 시작하는 조선 후기 사회의 현실이 절실하게 다가옵니다. 그리하여 이들은, 감수성이 예민한 문학청년에서 사회현실에 문제점을 느끼고 새롭게 바꾸어 가려는 개혁적인 사상가로 변모해 가게 됩니다. 이 책은 이러한 그들의 행로를 찬찬히 따라갑니다. 이덕무처럼 섬세한 저자의 눈길이 그들의 생각이 여물어가는 과정을 좇아봅니다. ■ 실학자들을 마음으로 이해하기 이덕무와 그의 벗들은 모두 조선 후기의 실학자라 불립니다. 이 책에서는 굳이 ‘실학’이란 말을 쓰지는 않지만, 이덕무와 벗들의 생각을 통해 실학이 생겨난 배경, 실학자라 불린 사람들이 지닌 문제의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언뜻 생각하면 책벌레 이덕무와 실학은 어딘가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이러한 생각은 실학을 그저 편리함이나 효율성만을 얻으려는 실용이란 말로 이해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스스로를 책만 보는 바보라 하였지만, 이덕무 그리고 그의 벗들은 결코 책 속에서만 머무르던 사람들은 아니었습니다. 이덕무와 벗들은 조선 후기의 실학자라 불리지만, 이들이 몰두했던 실학(實學)이란 말에서 그저 편리함이나 효율성만을 떠올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루 종일 들판에서 일하고 돌아와 봐야 먹을 것도 입을 것도 넉넉하지 못했던 조선 백성들의 사는 모습, 그것을 바라보는 안타까운 마음에서 젊은 그들의 새로운 학문은 비롯되었으니까요. 그들 역시 굶주림의 고통을 겪어 보았고, 날 때부터 사람의 운명을 갈라놓은 신분제도의 문제점을 뼈저리게 느껴왔기에, 그처럼 뜨거운 마음으로 개혁을 원했는지 모릅니다. 이들을 알고부터 나는 실학이란 말을 대할 때마다, 부당한 대우를 받는 사람들에 대한 깊은 연민, 잘못된 것을 고치려 하지 않는 사람들과 사회에 대한 뜨거운 분노를 먼저 떠올리게 되었습니다.”(<머리말>에서) 백과사전처럼 해박한 이덕무의 지식은, 풍부한 고증을 거쳐 엄격한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 또한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정신에 입각해 있는, 실학적인 학문 태도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실학을 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실학자들의 가슴속에 담긴 생각을 먼저 보기를 권합니다. 학문과 사회를 대하는 그들의 태도를 눈여겨보기를 바랍니다. ‘실학’은 사색이나 논변 자체를 위한 사대부의 학문이 아니라, 현실을 바라보고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온갖 모순과 문제를 해명하거나 해결하기 위한 학문으로의 커다란 방향 전환이었습니다. 당시 조선 사회의 젊은이들은, 이제까지 내려오는 학문과 제도의 권위에 따르지 않고 현실에 비추어 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개혁해 나가려 하였습니다. 그리고 젊은 그들에 의해 세상은 새로운 방향을 향해 꿈틀대고 있었습니다. 이덕무와 벗들은 그러한 시대의 흐름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사회의 문제가 다양한 만큼, 이들이 관심을 기울인 분야도 조선의 역사, 농업, 상공업, 관료제 개혁 등 다양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무슨 무슨 학파로 분류되는 정형화된 실학자들로서 이덕무와 그의 벗들을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그들 개개인의 가슴속에 담긴 생각을 먼저 헤아리며, 세상과 인간을 대하는 그들의 마음과 태도에 눈길을 보냅니다. 예컨대 중상학파, 북학파의 대표적인 인물인 박제가가 무엇을 붙들고 고민하였던가, 저 유명한《북학의》를 쓰기까지의 그의 가슴앓이를 이해해 봅니다. 잊혀진 발해의 역사를 복원해내고자 하는 유득공의 충정과 잰 발걸음을 좇아가 보기도 합니다. ■ 사실성과 상상력의 탄탄한 결합으로 이뤄낸 옛사람과의 독특한 만남 이 책의 저자는, 이덕무가 쓴 짧은 자서전 <간서치전(看書痴傳)>을 접하고 그에 흥미를 느끼게 되어 그의 저술은 물론 관련된 글을 두루 찾아보게 되었고, 그러한 관심은 이덕무와 친하게 지낸 인물들과 그 시대에까지 이어졌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두루 섭렵한 역사적 자료들과 책 속의 사실들에 기반하여, 먼저 집필을 위한 연대표와 이들 서로간의 관계도를 만들었습니다. 그런 다음, 그들이 남긴 글에서 드러나는 감정과 행동, 다른 벗들에 대한 평가에 기초하여 각 인물의 성격을 짐작하여 그려 보았습니다. 사실을 얼개로 상상의 창을 내어 이덕무의 시대로 들어간 저자는 이덕무의 마음으로 그의 벗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다독이며 이야기를 이끌어갑니다. 이덕무의 섬세한 눈길, 혹은 저자의 풍부한 상상력과 감성으로 빚어낸 인물들은 우리가 익히 알아온 모습과는 다릅니다. 예컨대 그가 가장 아끼는 벗 박제가는 언뜻 보기에는 대범해 보이지만, 엷은 녹색 빛이 도는 눈동자가 무척 슬퍼 보이는 인물입니다. 성미가 급하고 괄괄했다는 연암 박지원은, 웃을 때마다 무성한 수염이 위로 활짝 퍼지는 모습이 아이처럼 천진해 보입니다. 자신들과 처지가 다른 벗 이서구에 대해서는, 담담한 눈길로 그 차이를 관찰하기도 합니다. 이덕무와 그의 벗들 그리고 그 시대상이 마치 지금 우리 곁에서 숨쉬고 있는 듯 생생하게 다가오는 것은 단지 저자의 상상력 때문만은 아닙니다. 사실과의 균형을 탄탄하게 유지하고 있기에, 더욱 생동감 있고 설득력이 있습니다. 역사 속 인물, 옛사람들을 우리 앞에 복원해 내는 독특한 시도라 할 수 있습니다. ■ 이어지는 시간, 역사는 현재형 근자에 청계천이 옛 모습을 찾았다 하여 많은 사람들이 설레는 마음으로 모여들고 있습니다. 그곳의 22개의 다리를 밟으며 사람들은 무엇을 보고 듣게 될까요? 혹 2백여 년 전 달 밝은 밤, 바로 그곳에서 울리던 가야금 소리, 노랫소리가 들리지는 않을는지요. 이덕무와 그의 벗들과 스승이 모여 벌리던 수표교 위의 음악회, 그들의 웃음소리가 들리지는 않을는지요. 역사가 가슴 두근거리게 하는 건 이런 데 있을 것입니다. 우리 눈으로 확인할 수 없지만, 그때도 분명히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생하게 살아가고 있었구나 하는 새삼스러운 발견 말입니다. 이덕무와 벗들은 자신들의 시간을 다음 세대와 나누고자 합니다. 사람의 마음속에 스며들어 그의 진심을 이해할 수 있다면 누구나 벗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예와 지금의 시차를 넘어, 양반과 서자라는 신분의 차이를 넘어, 가진 것이 많고 적음의 차이를 넘어, 나이가 많고 적음의 차이를 넘어 우리도 그들도 벗이 될 수 있을까요?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그때 그들의 마음속으로 스며들어가 진심을 이해한다면. 그리고 우리의 시간 속에 스며든 그들의 삶을 바라보고, 또한 우리의 마음을 나눈다면. 이 책은 저 먼 2백여 년 전의 외로운 선비 이덕무와 그의 벗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당시 그들의 생각과 모습을 현재형으로 보여 줍니다. 하천이 계속 흐르듯, 인간의 삶은 계속되고 그 마음과 마음이 이어져 다시 만나리라는 믿음으로 말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벗, 책 책만 보는데 바보? 이 역설적인 제목의 주인공은 18세기 조선후기를 살았던 실학자 이덕무(1741~1793)다. 이덕무가 ‘나’가 되어 들려주는 이야기는 책 읽기에 대한 예찬인 동시에 그 시대를 함께 살았던 벗들과 스승에 대한 추억이다. 저자는 역사적 사실에 상상의 나래를 달아 마치 18세기 조선의 한 저잣거리에 나와 앉은 양, 주인공들이 두런두런 나누는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해준다. 책만 보는 바보 이야기라는 뜻의 ‘간서치전(看書痴傳)’을 썼을 만큼 책에 파묻혀 살았던 이덕무의 책 예찬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햇살처럼 일렁이는 글씨들은, 어느 순간부터 사람의 모습이 되고 낯선 곳의 풍경도 되었다’고 고백하는 그는, 서자로 태어나 겪어야 했던 설움을 오로지 책 읽기로 견뎌냈다. 그가 제시한 ‘가난한 날, 나만의 독서법’ 앞에선 숙연해진다. ‘첫째, 굶주린 때에 책을 읽으면 소리가 훨씬 낭랑해져서 글귀가 잘 다가오고 배고픔도 느끼지 못한다. 둘째, 날씨가 추울 때 책을 읽으면, 그 소리의 기운이 스며들어 떨리는 몸이 진정된다 ….’ 지독한 흉년에 먹을 게 없어 맹자 한 질을 이백 전(錢)에 팔아 양식을 얻은 뒤 죄책감으로 밤을 지새는 장면은 가슴 뭉클하다. 과연 책 바보다 더불어 이덕무는 평생지기였던 박제가, 유득공, 백동수, 이서구와 쌓은 우정에 대해 담담히 들려준다. 잘못된 것을 보면 누구에게나 눈을 부라리며 따지고 들던 박제가는 됨됨이가 글러먹었다고 손가락질을 받았던 친구. 그러나 “‘붉다’는 그 한 마디 글자 가지고 온갖 꽃을 얼버무려 말하지 말라”고 일침을 가했던 그는 청나라의 신문화와 백성들 살림살이를 세밀하게 돌봤던 진정한 실학자였다. 마음속에 깊은 우물이 담긴 듯 늘 유쾌하고 낙천적이었던 유득공 이야기도 재미있다. ‘왜 우리는 조선 역사 대신 중국의 역사를 먼저 접하고 배웠는가’ 의문을 품었던 그는 틈만 나면 혼자서 조선 땅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옛사람들의 흔적을 모았다. 그가 애지중지했다는 ‘글상자’는 아이들에게도 하나씩 마련해 줘야 할 것 같다. 책을 보다가 조금이라도 색다른 내용이 나오면 꼼꼼히 기록해 글상자 속에 넣어두었다는 것이다. 자애로우면서도 호랑이처럼 엄격했던 스승 홍대용과 박지원의 가르침도 아름답지만, 우리의 10대들은 초가을 어느 달 밝은 밤, 수표교 위에서 펼쳐진 작은 음악회에 감동할 것 같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퉁소 소리에 약속이라도 한 듯 하나둘씩 모여들어 풍류를 읊던 학자들. ‘그들에게도 한때는 두근거리는 심장의 박동과 눈꺼풀의 섬세한 떨림이 있었다’고 말하는 저자는 ‘지금 이곳에서 살아가는 조선 사람들에게 필요한 학문을 하려고 노력했던 사람들―실학자’들의 삶과 인품을 이렇듯 아름답고 절절하게 묘사하고 있다. 초등 4학년 이상. 김윤덕기자 sion@chosun.com 2005년 11월 7일 월요일 / 조선일보 책은 나를 움직이고 세상을 바꿔요 책을 사랑했던 이덕무와 벗들은 ‘백탑’ 아래에서 모임을 갖고 책과 세상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친분을 쌓았다. ‘백탑파’라고 불렸던 이들은 사회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새롭게 바꾸려는 사상가가 된다. 사진 제공 보림 일곱 살 소년은 방 벽에 금을 그어 놓았다. 마당에서 흙장난을 하면서도 머릿속은 온통 금 생각뿐이었다. 몇 번씩 방에 들락날락했다. 해님이 언제 금에 닿을까 해서다. 그때는 소년이 책을 읽기로 정한 시간이다. 해님이 금에 닿자 소년은 한달음에 방으로 들어갔다. 책을 읽게 돼서 아주 기뻤다. 이렇게 책을 사랑한 사람이 있다. 이덕무(李德懋·1741∼1793). 조선 정조 때의 실학자다. 서얼 출신으로 가난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박학다식하고 시문에 능해 젊어서부터 이름을 떨쳤다. 방대한 독서량이 그의 힘이었다. 스스로 간서치(看書痴)라고 불렀다. 책만 보는 바보라는 뜻이다. 젊은 날을 회고해 정리한 자서전 제목도 ‘간서치전(看書痴傳)’이다. 이 책은 ‘간서치전’이 바탕이 됐다. 책 읽고 글 쓰는 것이 직업인 저자가, 200여 년 전 책에 푹 빠져 살았던 이덕무의 이야기에 매료됐다. 독서가 얼마나 기쁜 일인지 어린이들에게 알려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책이 얼마나 향기로운 것인지 어른들도 새삼 깨달을 만하다. 저자는 이덕무가 느꼈을 기쁨과 슬픔, 희망과 좌절을 헤아리고 섬세하게 표현했다. 온종일 햇살을 따라 상을 옮겨가면서 책을 읽었다는 이덕무. 막히는 구절이 나오면 끙끙대다가 갑자기 뜻을 깨치면 너무 좋아서 미친 사람처럼 웃었단다. 가난한 이덕무에게 책은 마음의 양식뿐 아니라 몸을 지켜 주는 힘이 됐다. 겨울밤 홑이불 한 장으로 추위를 견딜 수 없어 ‘한서(漢書)’ 한 질을 꺼냈다. 책을 이불 위에 늘어놓고 몸을 뉘었다. ‘낡고 초라한 이불은 중국의 역사로 무늬를 넣은 멋진 이불이 되었다.’ 거듭되는 흉년에 온 식구가 배를 곯자 이덕무는 ‘맹자(孟子)’ 일곱 권을 돈 200전과 바꿔야 했다. 친구에게 “맹자께서 양식을 갖다 주시더군. 그동안 당신의 글을 수도 없이 읽어주어 고마웠던 모양이네”라면서 쓸쓸하게 웃었다. 이덕무는 정말 책만 보다만 바보였을까? 그의 삶은 독서가 개인을 변화시키고 시대를 움직였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는 자신처럼 책을 사랑한 벗들과 어울렸다. 박지원 홍대용 박제가 유득공 등 훗날 실학자로 잘 알려진 이들이다. 백탑(원각사지십층석탑) 아래 자주 모여 ‘백탑파’로 알려진 이들은 사회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새롭게 바꾸려는 개혁적인 사상가가 된다. 책은 이들의 고민과 문제의식을 더듬어 짚어 보고, 책에만 머물지 않고 행동으로 옮긴 실학자들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저자는 이런 작업을 통해 조선 후기 실학이 편리함이나 효율성의 추구에서만 비롯되지 않았다는 것, 먹을 것도 입을 것도 넉넉하지 못한 조선 백성을 바라보는 안타까운 마음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려 준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2005년 11월 4일 금요일 / 동아일보 책만 보는 바보 교과서 속의 역사는 사람 이름과 발생 연도, 간략한 의미 설명이 거의 전부다. 실제 역사는 더욱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겠지만, 옛날 사람들이 실제로 어떻게 살았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성인이 된 후 스스로 책을 구해서 읽어보지 않는 이상 더 알기 힘들다. ‘책만 보는 바보’는 실학자 이덕무의 삶에 관한 책이다. 교과서에는 그가 쓴 책 한 권을 외우는 것이 전부다. 그러나 이 같은 교육은 단답형 시험에는 효과적일지 몰라도 통합형 질의나 논술에는 맥을 못춘다. 이덕무가 쓴 책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인간 이덕무가 품었던 고민과 생각들을 구체적으로 이해해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이덕무의 별명은 ‘간서치(看書痴)’ 즉 ‘책만 보는 바보’였다. 어릴 때부터 신분제의 높은 벽을 절감하고 책 속에서 꿈을 꾸고 세상과 교류했다. 이덕무는 실학자로 이름을 남긴 박제가, 유득공, 백동수, 이서구 등과 친하게 지내는데, 이들은 이서구를 제외하고는 모두 이덕무와 같은 서출이었다. 조선 후기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직접 몸으로 느끼고 있는 이들은 새로운 학문 세계를 탐구하며 현실을 개혁하려고 노력했다. 이 책에는 실학사상가로 알려져 있는 많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무슨 파의 누구, 어떤 책을 쓴 사람이 아니라 당시를 살아간 개개인으로서 세상을 고민했던 모습으로 그려진다. 지은이는 이들의 우정과 고민을 사실에 근거한 상상력으로 재구성해냈다. 12세 이상 청소년 권장도서다. 안두원 기자 flyhigh@segye.com 2005년 11월 4일 금요일 /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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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 황동은 님 2011.07.13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에 잡히지도 않는 시간이지만, 그 시간의 흔적은 사람의 기억과 마음 속에 남을 것이다.

  • 홍재량 님 2007.06.15

    사람들은 누구나 다른 사람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여기며 참지못하는 마음을 지니고있다

회원리뷰

  • 책만 보는 바보 | PS**200 | 2018.08.30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검서관은 규장각의 모든 실무를 담당하는 역할인데 1779년 이덕무, 박제가, 유득공, 그리고 서리수(...

     

     검서관은 규장각의 모든 실무를 담당하는 역할인데 1779년 이덕무, 박제가, 유득공, 그리고 서리수(徐理修)가 검서관으로 임명되었다. 이덕무의 벗은 책을 읽으며 배고픔을 달랬으며 책을 팔아 끼니를 떼우는 가난한 서얼 출신이기도 했다.

     이덕무의 벗들은 백탑 아래 동네에 살며 책 속에 빠져 살았다. 틀린 곳을 찾아내고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으며 함께 책을 읽고 세상 이야기를 하며 글을 썼다. 세월이 흐른 뒤 이들은 조선의 백성들도 읽기 쉽게 많은 책도 편찬했다.

     담헌(湛軒) 선생의 <간정동회우록>이 있다. 담헌(湛軒) 선생과 중국 선비들 사이에 오고 간 글과 이덕무의 느낌 생각을 덧붙여 <천애지기서(天涯知己書)>라고 제목을 붙였다.  ` 아득히 멀리 떨어진 낯선 하늘 아래서 자신을 알아주는 벗을 만나다 `라는 뜻이다. 담헌 선생은 나라와 말이 다른 중국 선비들과 아름다운 관계였음을 알 수 있었다. " 내 신분이나 처지를 보기 전에, 내 마음속에 담아 둔 생각을 먼저 알아보는 그러한 벗 "이 있었다. 조선시대의 신분, 환경 등을 꼬집었는지도 모른다.

     연암(燕巖)선생은 " 사소한 차이쯤은 다 품을 수 있을 만큼 넓고 깊으면서도,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고집스럽게 밀고 나가는 기운 또한 대단했다. " 조선 사회의 현실을 비판함에 바위처럼 단단하고 듬직하였으리라 짐작한다.

     이덕무는 벗과 스승은 나이를 크게 구분하지 않았으며 ` 간서치(看書痴) `이다. 벗들도 스승도 간서치(看書痴)이므로 문인이 되고 실학자가 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이덕무를 통해 조선시대의 서얼 출신의 학자들, 가난함 속에서도 학문을 연구하고 벗들과 함께 독서를 하며 우정을 담은 책! 특히 유득공의 글상자에는 조선에 대한 글들을 읽고 담아둔 보물상자이다. 유득공같은 학자들 덕분에 우리가 지금 역사를 더 공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귀한 책을 읽으면서 재미도 있었고 넉넉하지 못함에도 학문에 대한 열정과 역사에 대한 희망도 느끼게 하는 책! 이었다.

     < 벗들이 지어준 나의 공부방 >은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렸으며 개인적으로 이 책은 역사에 국어에 전혀 관심이 없는 학생이 읽는다면 호기심이 생기고 이 책에 나오는 인물과 책에 관심을 보이며 공부할 것 같다.

     

  • 20년 뒤에는 종이로 만든 책이 없어진다는 뉴스를 들었습니다. 제게는 청천벽력입니다. 정말 그런 세상이 온다면 제 집...

    20년 뒤에는 종이로 만든 책이 없어진다는 뉴스를 들었습니다. 제게는 청천벽력입니다. 정말 그런 세상이 온다면 제 집을 종이 박물관으로 만들어 버릴 겁니다. 종이책이 없어진다는 소식을 아무렇지도 않게 전하는 사람들은 책을 정보전달 매체로 생각하나 봅니다. 그런 사람들은 책냄새를 모릅니다. 마음을 쓰다듬고 인생을 정갈하게 해주는 냄새!!

    사람들은 책을 잘 읽지 않습니다. 교회에 다녀도 성경을 읽지 않고 아이들을 가르쳐도 동화책을 읽지 않습니다. 신문과 뉴스는 아침 저녁으로 묵상하지만 책은 글쎄요! 빨리 전달되는 소식이 좋은가 봅니다. 저는 가볍고 쉽게 하늘로 날아오르게 만드는 것보다 무겁게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존재들을 좋아합니다. 빠른 컴퓨터보다 느려터진 책이 좋고 복잡한 서울보다 한적한 강원도 산골이 좋습니다. 좋은 설교 듣는 것보다 제가 직접 성경 읽고 생각하는 걸 더 좋아합니다. 바보죠!

     

    책과 노니는 집

    천주교가 탄압을 받던 조선조 말, 전문 필사쟁이를 아버지로 둔 장이라는 아이가 나옵니다. 장이가 아홉 살 때 아버지는 천주학 책을 필사했다는 죄로 관가에 끌려가 두들겨 맞습니다. 너무 심하게 맞아 장독이 올라 아버지는 죽습니다. 장이는 천주학 사건이 잠잠해진 뒤 다시 돌아온 책방 주인 밑에서 심부름을 하며 자랍니다. 주변에 따뜻한 사람도 많지만 아비 없이 혼자 어려움을 이겨내야 하는 장이에게 세상은 녹녹치 않습니다. 소문난 깡패에게 잘못 걸려 두려움에 떨며 거짓말을 하고 녹초가 되도록 일합니다. 주인도 마음을 받아주지 않습니다.

    그래도 장이 주변에서 도와주는 사람들 덕분에 장이는 슬픔과 괴로움을 견뎌내며 아버지의 뒤를 잇습니다. 도와준 사람들 대부분이 천주학장이라 죽을 고비도 넘기지만 장이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필사쟁이가 되는 걸로 내용이 끝납니다.

    이 책은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 대상을 받은 동화책입니다. 심사평에 새로운 역사동화의 장을 열었다고 합니다. 정조 시대를 표현하면서도 욕심내지 않고 어린이의 시각을 끝까지 유지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다른 걸 봤습니다. 삶의 고통 앞에서 책을 붙들고 위로를 받으며 소망을 품은 사람입니다.

     

    희망을 주는 낱말,

    이 책에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나옵니다. 장이는 아버지가 필사를 하며 읽어준 책을 들으며 컸습니다. 그래서 책을 좋아합니다. 아버지는 작은 책방을 내는 꿈을 갖고 있습니다. 필사를 하며 아버지는 우리에게 밥이 될 이야기, 누군가에게 동무가 될 이야기, 또 나중에 우리 부자에게 손바닥만 한 책방을 열어 줄 이야기를 쓴다고 합니다. 밤낮 책을 베껴 쓰는 일밖에 할 수 없지만 아버지는 책에서 소망을 갖습니다. 억지로 쓰지 않고 책이 밥을 먹여주고 동무가 되어주고 미래의 소망을 꿈꾸게 한다고 말합니다. 가난한 아버지의 유일한 소망, 책입니다.

    장이가 배달하는 책을 받은 기생들은 언문으로 쓴 이야기에 빠져듭니다. 책을 기다리고 있을 기생들을 위해 책을 빨리 갖다 주어야 한다며 책주인이 이렇게 말합니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이야기가 끊기면 밥이라도 끊긴 양 허기져!” 좋은 가문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어려서 기생으로 팔려온 사람들에게 책은 꿈을 꾸는 장소입니다. 갈 곳 없고 마음 둘 곳 없는 기생들의 피난처, 책입니다.

    홍문관 교리도 책을 너무 좋아합니다. 장이가 본 홍문관 교리의 책방은 아래에서 위까지, 온 사방에 책이 가득합니다. 오래된 책에서 나는 쿰쿰한 곰팡냄새가 마음을 평온하게 만드는 이 방이 아버지가 꿈 꾸던 책방의 모습일 거라 생각합니다. 교리는 장이를 누구보다 따뜻하게 대해줍니다. 책 읽은 사람이 가져야할 모습이지요. 교리는 몰래 서학(천주학) 책을 읽습니다. 양반입네 하는 사람들이 갈라놓은 신분의 벽을 넘어 온 백성이 함께 기뻐하며 살아갈 날을 꿈꿉니다. 교리에게도 책은 희망입니다. 그 집 문 위에 걸린 현판이 서유당(書遊堂), 책과 노니는 집입니다.

    저도 이렇습니다. 책을 안 읽으면 허기가 집니다. 책을 안 읽으면 멍해지면서 몸도 아프고 잡생각만 납니다. 성실성도 떨어지고 죄성이 솟아오릅니다. 화도 더 내게 되고 스트레스가 쌓입니다. 하나님이 제 마음에 있는 슬픔과 온갖 생각을 해결할 방법으로 책을 주셨기 때문입니다. 요즘 써내야 할 글이 많아서 책을 한동안 읽지 못했습니다. 역시 우울한 마음이 저를 짓눌렀습니다. 답답한 차에 우연히 책과 노니는 집제목을 보는 순간, ‘이게 나를 살릴 책이구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저를 살렸습니다. 이 책을 읽고 다시 꺼내든 책이 책만 읽는 바보입니다.

     

    책만 읽는 바보

    책만 읽는 바보는 이덕무를 일컫는 말입니다. 책과 노니는 집과 마찬가지로 정조 시대 인물입니다. 당시에 책벌레가 굉장히 많았습니다. 책만 읽는 바보 이덕무, 연암 박지원, 담헌 홍대용, 박제가, 유득공, 이서구 모두 이 책에 나옵니다. 이들의 만남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다윗과 요나단이 성경 최고의 우정이라면 이들도 만만찮습니다. 가난한 이덕무가 자식들 굶는 걸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목숨과도 같은 맹자를 전당 잡히고 곡식을 삽니다. 책을 팔아먹은 게 너무 마음 아파 유득공을 찾아갑니다. 똑같은 처지의 유득공은 맹자가 자네 밥을 지어주었으니 나는 좌씨에게 술을 얻어먹어야겠네하며 죄씨전을 팝니다. 이 우정이 눈물겹습니다.

    이덕무와 유득공은 서얼 출신이라 아무리 책을 읽어도 뜻을 펼칠 수 없었습니다. 같은 서출인 박제가와 더불어 이들은 젊었을 때의 꿈이 꺾이는 인고의 세월을 보냈습니다. 책과 친구로 위로를 받으며 겨우겨우 버팁니다. 찢어지게 가난해서 어머니와 시집 간 누이 모두 영양실조로 죽습니다. 얼음이 어는 방 안에서 논어를 펼쳐 바람을 막고 한서를 펼쳐 이불 삼아 덮고 잘 정도였습니다. 뜻은 높지만 현실은 서출을 절망으로 몰아붙여 얼굴엔 가난을, 눈빛엔 절망을 심었습니다.

    하나님이 이들의 우정과 백성을 위하는 마음을 아끼셔서인지 정조를 만나게 합니다. 세종대왕만큼이나 백성을 사랑하면서도 알려지지 않은 임금, 정조! 그도 역시 슬픔과 고통, 연민을 가슴에 안고 살았습니다. 아버지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혔을 때, 왕위를 이을 자기가 없었다면 아버지가 죽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자책했다고 합니다. 당파를 뛰어넘어 백성을 살피느라 쉴 틈도 없었습니다. 그에게도 위로와 희망은 책이었습니다. 책만 붙들고 살았던 이덕무, 박제가를 비롯한 서출을 규장각 검서관으로 임명하여 희망을 줍니다. 이들과 함께 백성들에게 희망이 되려고 합니다.

  •   이덕무는 조선 정조 때의 실학자로 알려져 있다. 왕족의 후손이지만 그의 아버지가 서자였기에, 태어나면서부터 서...
     

    이덕무는 조선 정조 때의 실학자로 알려져 있다. 왕족의 후손이지만 그의 아버지가 서자였기에, 태어나면서부터 서자였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세상에 나가 뜻을 펼치기 어려웠다. 그런 그에게 책 읽기는 햇살과 같았다. 예닐곱 살 되었을 때부터 벽에 금을 그어 햇살이 닿으면 방에 들어가 환한 곳에 책상을 가져다 놓고 책을 읽었다. 햇살과 함께하는 감미로운 책읽기는 어린 시절뿐만 아니라 그 뒤에도 계속되었다. 온종일 방에 들어앉아, 혼자 실없이 웃거나 끙끙대고 외마디 소리를 지르기도 하며 책만 들여다보는 날도 많았다. 사람들은 그런 그에게 ‘간서치(看書痴)’라고 놀렸다. 어딘가 모자라는, 책만 보는 바보라는 말이다. 그는 그 소리가 싫지 않았다.


    이덕무에게 책은 살아가는 데 가장 큰 힘이었다. 엄격한 신분제 사회에서 어디에도 낄 데가 없었던 서자 신분의 그가 마음을 둘 곳은 책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던 그에게 책이 매개가 되어 벗을 깊이 사귀게 된다. 백탑(원각사지 십층석탑, 지금의 탑골공원 안에 있음)이 있는 대사동(지금의 인사동)으로 이사하면서 거기에서 평생지기인 박제가, 유득공, 백동수, 이서구 들을 사귀게 되는 것이다. 이들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이서구를 제외하면 모두 서자 출신으로, 힘든 세월을 견디는 데 서로 의지가 되어 준 벗들이다. 백탑 아래 동네에는 이들 외에도 서자 출신 문인들이 많이 모여 살거나 모이기도 했는데, 그들을 사람들은 ‘백탑파(白塔派)’라 불렀다.


    이덕무는 백탑 아래서 벗들뿐만 아니라, 더 큰 세계로 눈을 뜨게 해준 스승격인 담헌 홍대용과 연암 박지원과도 깊은 친분을 맺게 된다. 홍대용과 박지원, 그리고 이서구는 명문가의 사대부였다. 당시의 신분제에서 이들의 사귐은 나이와 신분과 처지를 뛰어넘는 파격적인 것이었다. 신분제 사회가 아니라는 요즘에도 이루어지기 힘든 우정이었다. 무엇보다 사람의 성품을 먼저 보고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책에 미친 바보들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만큼 이들 책에 미친 바보들의 우정은 은근하면서도 두텁고 뜨거워 눈물겹도록 아름답다.


    훗날 내가 대궐에 들어갔을 때, 서로 하는 일이 다르고 정식으로 벼슬길에 오른 그와는 지위도 달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드물었다. 그러나 대궐 바깥에서는 그와 나 사이에 책이 오고 갔다. 규장각에서 진귀한 도서들을 볼 때마다 나는 이서구가 생각이 났고, 퇴궐한 뒤에는 그에게 알려 숨어 있는 책을 발견한 기쁨을 나누기도 했다. (136쪽)


    우리는 달빛을 밟으며 개천을 따라 걸었다. 저만치에 수포교 돌다리의 하얀 난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짐작대로 다리 위에는 갓을 쓰고 도포를 입은 사람들이 여럿 모였다. 무릎에 거문고를 비스듬히 빗겨 놓은 담헌 선생, 그리고 몸집이 커서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연암 선생의 모습도 보였다. 선생도 우리를 보았는지 환하게 웃어 주셨다.

    낮고도 그윽한 거문고 소리와 그보다 맑은 가야금 소리가 어우러지다 잦아들 무렵, 밤하늘을 투명하게 가르는 퉁소 소리가 뒤를 이었다. 비어 있는 듯, 차오르는 듯, 흐느끼는 듯한 그 소리에 다들 말이 없었다. 한쪽에 자리 잡은 나와 벗들도 말이 없었다. 늘 우리의 가슴을 옥죄는 근심과 고통도 어느새 사라지는 듯했다. 치켜 올라간 박제가의 짙은 눈썹은 조용히 내려앉고, 불뚝거리는 백동수의 거친 호흡도 잔잔하게 가라앉았다. (146-147쪽)


    이덕무의 벗들과 스승이 초가을 달밤에 수포교에서 작은 음악회를 즐기는 장면이다. 책에서 비롯한 우정이 예술로 생활로 함께 나아가면서 빚은 멋진 풍경이다. 이덕무에 견줄 수야 없지만 나 또한 책만 보는 바보다. 내게도 책에서 비롯한 깊은 우정과 사랑이 있다. 선배도 있고 동기도 있고 후배도 있다. 평생을 함께하는 소중한 벗들이다. 뿐이랴. 스승도 있다. 리영희 이오덕 권정생 장일순 김종철 윤구병 임길택 같은 스승들이 있다. 책으로만 뵌 스승들이고 직접 뵙거나 함께 일하는 스승도 있다. 이러한 벗과 스승들 덕분에 지금도 나는 책과 살아가고 있다. 일상이 책이다. 그런 만큼 이덕무와 벗, 스승들 이야기가 다른 사람의 얘기로 여겨지지 않는다. 서자로 태어난 불우한 환경마저 가난하게 태어난 내 삶과 겹친다. 몇 번을 눈물 흘리며 읽었는지 모르겠다. 또 다른 책만 보는 바보, 안소영 작가의 힘이겠다.

  • 그들이 몹시 그립다. | ss**um | 2015.12.13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오늘 처럼 비가 오는 날이면 이덕무는 어떻게 책을 보았을까. 햇살의 빛을 따라 책을 볼 수도 없었을 것이고 살림이 넉넉치 않아...

    오늘 처럼 비가 오는 날이면 이덕무는 어떻게 책을 보았을까. 햇살의 빛을 따라 책을 볼 수도 없었을 것이고 살림이 넉넉치 않아 불을 맘껏 밝힐 수가 없었을 것이다. 비로 인한 어둠은 내 방까지 이어져 불을 켜도 어두워서 스탠드 불까지 켜는 호사를 누려 보지만 이덕무보다 행복하지 않다라는 느낌이 든다. 이덕무가 책을 보며 즐거워했던 것만을 생각할 수 없는 것은 서자라는 신분의 씁쓸함이 더 짙게 다가왔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기에 그의 느낌을 적기 위해 불빛의 호사를 누리면서도 나는 이덕무처럼 책을 읽으며 행복해 할 자신이 없다.

     

      나의 도능독의 독서는 이덕무 앞에서 더더욱 초라해진다. 이덕무를 비롯한 그의 벗들과의 교류 속에서 책과 학문을 빼 놓을 수 없는 것이였다. 밤새도록 빌려온 책을 읽고 빌려준 사람은 그 책이 다시 보고 싶어 빨리 돌려 달라는 제촉의 편지를 쓰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흐뭇하면서도 부끄러워진다. 요즘 세상은 책이 없어서가 아닌 시간이 없어서 못 읽는 정도라서 이러한 책을 통한 나눔은 흔치가 않다. 시대의 변화라는 거창한 이유도 있겠지만 책의 내용이 아닌 책의 소유를 더 갈망하는 나의 모습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초라하다.

     

      이덕무는 자신의 처지를 알면서도 학문의 깨달음을 게을리 하지 않은 사람이다. 서자라는 신분으로는 국가의 녹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살림은 궁핍해져가고 자신의 유년시절에 드리워졌던 우울함이 자신의 아들에게 그대로 드러남에도 그는 보고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는 꿋꿋했다. 책과 벗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과 비슷한 신분과 처지를 가진 벗들과의 교류는 그랬기에 끈끈했고 학문을 통해서라면 나이도 상관없었다. 그렇게 순수하게 학문에 열정적인 사람이 오래도록 나라를 위해 일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가 포기하고 좌절 속에서 삶을 보냈다면 말년의 빛은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정조의 배려로 이덕무 같은 서자의 신분인 벗들과 함께 벼슬길에 오를 수 있었다. 그리고 드 넓은 중국도 엿볼 수 있는 기회까지 얻은 것이다. 그 당시의 법이 그러하였으니 그러한 인재등용이 가로막혀 늦게나마 빛을 발휘한 이덕무와 그의 벗들이였지만 그들은 정말 최선을 다한다. 자신들이 쓰임을 받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 감격을 나눌 길이 없는 것이다.

     

      수 많은 세월동안 책과 벗들이 있었고 소중한 인연들을 만날 수 있었던 백탑의 추억도 있었지만 그 수많은 지식을 쓸 수 없다는 것만큼 안타까움이 있을까. 이덕무의 삶을 좇으며 그의 처연함, 열정, 정절을 보아왔기에 그가 벼슬길에 올랐을 때는 내가 되려 깊은 감격을 하였다. 그의 박식함을 인정한 정조도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 하여 유고문집(아정유고)를 펴내게 했으니 그의 지식과 곧음은 정말 헛된 세월을 보낸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얼핏 책만 보는 바보라는 제목이 책만 보는 어리숙함을 뜻한다고 생각하였지만 책만 볼 수 밖에 없는 이덕무와 그의 벗들의 처지를 나타낸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결코 책만 보았던 바보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덕무는 비교적 젊은 53살의 나이로 삶을 마감한다. 죽기 전날까지 일기를 쓸 정도로 삶에 대한 애착이 강했고 학문에 대한 열의가 뜨거웠는데 그의 죽음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그의 삶의 모습을 좇으며 동고동락한 시간이 은근히 깊고 다정하게 다가왔기에 내 마음이 다 허해지는 느낌이였다. 그의 벗 유득공,박제가,이서구,박동수와 연암 박지원, 당헌 홍대용 선생등 그들 또한 이덕무와 함께한 시간이 많았지만 그들의 흔적에서 이덕무를 발견하기보다 그들도 이덕무와 같이 하나하나 사라져 가는 것이 견딜 수 없었다. 책만 보는 바보가 아닌 책만 볼 수 밖에 없는 현실을 깨고 나옴이 너무나 자랑스럽고 존경스럽던 이덕무. 비가 오는 날이면 햇살을 좇지 못해 책을 실컷 보지 못했을 그가 떠올라 마음이 저릿 저릿 아파올 것 같다. 진정 책을 사랑하고 학문을 사랑했던 옛 선인들. 오늘 따라 그들이 몹시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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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을 읽을 때나 떠난 이들이 그리울 때든 배고플 때든 햇볕은 따사롭게 내리 쬐어 궁핍을 달래주었다. 서...

       책을 읽을 때나 떠난 이들이 그리울 때든 배고플 때든 햇볕은 따사롭게 내리 쬐어 궁핍을 달래주었다. 서자로 태어난 이덕무는 가난을 대물림하여 굶주림을 다반사로 여기며 지냈던 시절에도 책을 내리 읽어갔다. 추울 때나 괴로울 때, 아플 때와 배고플 때도 책을 읽으며 견뎌냈던 이덕무를 보면서 독서의 이로움은 어디에서 연유하였는지 그토록 책에 빠져 지낸 것인지 혀를 내두를 정도다. 굶주리는 식솔들을 위해 사색의 오랜 결과물을 내다 팔아야 했던 씁쓸함을 알아차린 유득공은 친구를 위로하기 위해 책을 팔아 술을 사오게 해 함께 나누는 자리는 상상만 해도 흐뭇해진다. 누군가와 함께 밥을 나누고 술을 마시며 책 이야기를 주고받는 일이 든든한 울타리가 되는 것인지 우리는 알고 있다. 백탑 아래서 학문을 나누며 즐거움을 함께 했던 벗들과의 교류는 지치고 힘든 생활에 정신적 양분을 공급해 주었다.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서자(庶子) 신분으로 운명이 결정되어버린 부조리한 시대적 상황에 에 대한 울분과 고독으로 점철된 힘든 상황에서도 내밀한 생각을 주고받으며 책을 함께 읽고 소통하였던 같은 처지의 벗들이 있었기에 사람으로서 살아갈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백탑 그림자는 벗들에게로 가는 길을 열어주었고, 불온한 세상에 자신을 곧추 세우고 살아갈 힘을 주었다. 백탑으로 불리는 원각사 십층 석탑은 막막한 삶에서 오는 고단함을 풀어주었고, 백탑 아래로 온 이덕무는 나이를 뛰어넘는 벗들과 사귀었다. 그의 처남으로 무예를 뜻을 둔 백동수, 백성들의 삶이 나아질 방법을 찾는 일에 골몰한 박제가, 사대부 집안의 자제로 신분의 사슬을 넘어 사람됨을 중시하는 연암,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 나누기를 좋아하는 유득공, 명문가의 자제로 나이와 신분에 거리낌 없이 어울린 이서구와 같은 벗이 있어 막막한 세월을 서로 의지하며 견뎌낼 수 있었다.

     

       벗들이 백탑 아래 마련해 준 청장서옥에서 백로처럼 욕심 없이 책 속에 빠져들어 지낼 수 있었다. 책 속에 담긴 다양한 소리를 들으며 책 속 누군가의 마음과 내 마음이 마주치는 설렘에 전율하던 책 읽기는 자신을 바로 세우는 일 가운데 하나다. 이들과 함께 스승으로 받들던 담헌 홍대용선생과 연암 박지원 선생과의 학문적 교류는 세간의 벽을 허물고 깊이 있는 삶의 본질을 통찰하는 인생의 길동무로 자리하여 잠재적인 능력을 발휘할 때를 기다리며 현실의 무게를 견뎌냈다. 서자로 태어났다는 이유가 삶의 족쇄로 걸림돌이 될 때에도 우리를 동여 맨 쇠사슬을 끊어내고야 말겠다는 박제가 같은 벗이 있어 이덕무는 찰나의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 잘못을 저지른 아들을 감싸 주며 다독거리던 유득공의 어머니의 말을 전해들을 때마다 서늘한 가슴에 흘러들었던 따스한 피는 불합리한 세상에서 정을 나누며 살게 했다.

     

       이덕무의 처남이자 오랜 벗인 백동수는 스승의 가르침을 받아 무예를 익히고 사람을 낫게 하는 의술도 함께 익히며 평화를 유지하며 자신의 재능을 나누는 일의 소중함을 일깨웠다. 생활 형편이 더 어려워져 백동수가 식솔들과 함께 기린협으로 들어갈 때도 벗들은 가난할 때의 사귐이 우정의 핵심이었다고 말하며 힘듦을 함께 나누려는 마음을 전하였다. 명문가의 자제로 환한 처지에 놓인 이서구는 좋은 책들을 그와 함께 읽으며 책 속의 담론을 나누었고, 책 속의 내용을 읊조리며 지냈던 시절은 고달픔을 상쇄하는 즐거운 추억의 장면이었다.

     

       ‘조선 사람의 눈으로, 조선 사람에게 이로운 것을 보고 배워야 할 것이야.’

       스승 연암은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대해 발로 알아야 한다고 제자들에게 당부하였다. 스승 담헌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를 과학적인 시선으로 보게 하는 열린 사고를 열어주었고, 지금껏 어쩔 수 없다고 여겼던 굴레를 벗어나 새 희망을 품게 하였다.

    자신만의 비좁은 틀인 선입견으로 세상을 보고 판단하는 오류에 빠져서 그것이 편협한 시선임을 일깨우지 못한 채 지낼 때가 있다. 변화를 시도하여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 생활을 끌어당기는 생활에 책은 껍질을 깨고 부화하는 병아리처럼 자신을 둘러싼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준다. 서자로 태어나 신분의 벽에 갇혀 지내던 시절 다양한 책들을 읽고 소통하며 지낸 벗들과 함께 드넓은 땅을 밟고 관직에 나가 교류하며 살게 될 때는 그의 나이 마흔 살 때이었다. 박제가는 중국에서 보고 들으며 배운 내용을 토대로 북학의를 써서 변화를 두려워하여 안일한 생활을 지속하는 사대부들을 풍자하는 말로 끝맺어 굳어진 체제에 변화를 시도하였다. ()과 무()가 수레의 두 바퀴처럼 조화를 이뤄야 함을 간파한 정조의 부름으로 백동수까지 대궐로 들어와 백탑 아래 모였던 벗들이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

     

     

       백성을 다스리는 사람은 타인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여겨야 한다는 말을 되새기며 지방의 고을 현감으로 일할 때, 고을 백성들의 생활을 면밀히 살펴 시정해야 할 부분을 찾아 갔다. 그리하여 힘없는 백성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고을 백성들의 살림을 살찌우며 권세를 부려 갖은 횡포를 일삼는 양반들을 엄격히 다스려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다. 서로의 사간을 나누어 전한 이야기가 후손들의 마음에 따스한 바람을 일으키듯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간서치는 세월 속으로 사라져갔다. 백탑 아래에 모여 책이야기를 나누며 고달픈 삶을 달래며 집중하여 책을 읽으며 세상 보는 눈을 길러 혜안을 갖추었다. 조선 시대 지성인들이라 불릴 수 있는 백탑파의 움직임은 소박하면서도 담박한 성정에 묻어나 가시적인 성과에 매몰되어 살아온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책을 읽고 사유하는 가운데 우리는 균형감 있게 성장할 수 있는 질료(質料)를 축적할 수 있음을 새기며 오늘도 책을 읽고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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