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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여행자 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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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쪽 | A5
ISBN-10 : 896196013X
ISBN-13 : 9788961960137
김영하 여행자 도쿄 중고
저자 김영하 | 출판사 아트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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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1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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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여행자 시리즈] 두 번째 책
가깝지만 멀고 익숙하지만 낯선 도쿄로 초대한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빛의 제국>으로 잘 알려진 소설가 김영하가 선물하는 여행이야기. 이 책은 우리 시대 가장 주목받는 젊은 소설가 중 한 명인 김영하가 전 세계 여덟 개 도시를 여행하고, 각 도시에서 쓴 짧은 소설과 직접 찍은 사진, 여행 일화를 한 권의 책에 담은 [여행자 시리즈] 두 번째 책, '도쿄' 편이다.

이 시리즈는 특히 도시의 색깔과 분위기에 맞춰 매번 다른 종류의 카메라를 사용한다는 독특한 형식으로 사진에 녹아든 소설가의 남다른 감성을 엿볼 수 있으며, 여행의 영감으로 빚어낸 '소설'과 '사진', '에세이'로 한 도시에 자기만의 색깔을 덧입히고, 여행의 새로운 방식을 제시해주었다. 두 번째 도시는 도쿄로, 그곳에서 김영하가 선택한 카메라는 '롤라이35'이다.

저자는 크기가 작아 사람들의 눈에 잘 뜨지 않는 카메라 롤라이35를 들고 도쿄의 '개인'들을 담아낸다. 도쿄에는 무정부주의자, 동성애자, 범죄자, 펑크족, 공산주의자, 테러리스트, 마약중독자 등 문제적 개인들이 다수의‘평범한’사람들과 어우러져 살아간다. 낯선 세 명의 남녀가 한 테이블에 앉아 조용히 각자 할 일을 하는 크레이프 가게, 퇴근길 챙겨온 문고판 책을 읽으며 목을 축이는 샐러리맨들의 맥줏집 풍경 등을 통해 혼자서도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아가는 개인들을 보여준다. 전체컬러.

작품 자세히 들여다보기!
여행자 시리즈 제1권 '하이델베르크'편에서와 마찬가지로『여행자-도쿄』에도 관광명소에 대한 세세한 정보나 식도락가들을 위한 레스토랑 소개는 없다. 다만 도쿄라는 도시가 여행자에게 보여주는 색과 맛과 향, 그곳에서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방식, 여행이 주는 지나치지 않을 만큼의 고독과 행복, 그리고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줄 짧은 이야기 한 편이 담겨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저자소개

김영하

어려서 쥘 베른의 소설들을 읽으며 여행자가 되기를 꿈꾸었다. 1990년에 중국과 일본을 여행한 것을 시작으로 많은 나라와 도시에 여장을 풀었다. 과테말라의 안티구아에서는 장편『검은 꽃』을 썼고 캄보디아의 앙코르를 다녀와서는 단편「당신의 나무」를 발표했다. 첫 장편인『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1995년의 유럽 여행이 아니었다면 쓰이지 않았을 것이다. 멀리 떠나서 사라지거나 잊혀버린 사람들의 이야기에 늘 매혹되었으며 그 결과 그의 많은 소설이 그런 인물을 다루고 있다. 2006년의 장편『빛의 제국』도 어찌 보자면 가장 먼 나라로 와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작품집으로『호출』『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그리고『오빠가 돌아왔다』를 냈다. 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산문학상, 만해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오늘도 길 위에 서 있다.

목차

1 Short Story
2 Eyes Wide Shots in Tokyo
3 Essay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여행자’시리즈의 두 번째 책. 첫 번째 여행지였던 독일 하이델베르크에 이어 이번엔 도쿄편이다. ‘여행자’시리즈는 우리 시대 가장 주목받는 젊은 소설가 중 한 명인 김영하가 전 세계 여덟 개 도시를 여행하고, 각 도시에서 쓴 짧은 소설과 직접 찍은 ...

[출판사서평 더 보기]

‘여행자’시리즈의 두 번째 책. 첫 번째 여행지였던 독일 하이델베르크에 이어 이번엔 도쿄편이다.
‘여행자’시리즈는 우리 시대 가장 주목받는 젊은 소설가 중 한 명인 김영하가 전 세계 여덟 개 도시를 여행하고, 각 도시에서 쓴 짧은 소설과 직접 찍은 사진, 여행 일화를 한 권의 책에 담는다는 색다른 시도로 주목을 받았다. 특히 도시의 색깔과 분위기에 맞춰 매번 다른 종류의 카메라를 사용한다는 독특한 형식 과, 사진에 녹아든 소설가의 남다른 감성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사진 애호가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도시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나열하며 관광명소들을‘안내’하거나 개인의 경험담을 늘어놓는 대신, 여행의 영감으로 빚어낸‘소설’과‘사진’,‘ 에세이’로 한 도시에 자기만의 색깔을 덧입히고, 여행의 새로운 방식을 제시해주어 색다른 여행담을 기다리던 여행자들의 반응도 컸다.

도쿄-가깝지만 먼, 익숙하지만 낯선
‘여행자’시리즈를 위해 지은이가 선택한 두 번째 도시는 도쿄이다.‘ 하이델베르크’편에서와 마찬가지로 몇 차례에 걸친 여행과 촬영과 글쓰기가 이뤄졌다. 너무 가깝고 너무 많이 듣고 봐온 탓에 가보지 않았어도 이미 잘 아는 것 같고, 마음만 먹으면 어렵지 않게 갈 수도 있고, 가봐도 전혀 낯설지 않을 것 같은 도시인데, 김영하는 그곳을 궁금해했고 몇 번에 걸쳐 여행을 떠났고 매번 아주 다른 것들을 글과 사진에 담아왔다. 그리고 이 책『여행자-도쿄』를 썼다. 가깝지만 멀고 익숙하지만 낯선, 그 안에 우리가 모르는 도쿄가 담겨 있다.
카페, 길거리, 관광지에서 마주치는 이름 모를 사람들도 허투루 지나치지 않고 그들의 걸음걸이, 말하는 방식, 식탁 매너 등을 꼼꼼히 살펴 삶의 태도와 철학을 읽어낸다. 맥줏집에서 내오는 생맥주의 거품, 스쳐지나가기 쉬운 작은 옷가게들에서 일본인들의 장인적인 특성과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을 발견한다.
눈에 띄는 장난감 가게, 유서 깊은 사찰, 향 좋은 커피를 파는 카페, 신기한 볼거리가 있는 장소들에 집중하기보다 거리를 거니는 그들과 하나가 되어 도시를 보고 이해하고 느끼고 말한다. 여행안내서들의 편견에서 놓여나, 관광객의 신분을 잠시 잊고 김영하가 생각하는, 진실에 조금 더 가까운 도쿄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

유 쾌 한 무 관 심 의 도 시 , 도 쿄
김영하가 보여주는 새로운 도쿄, 그 첫 번째 발견은 바로‘개인’이다. 도쿄는 이상한 개인들로 넘쳐난다. 무정부주의자, 동성애자, 범죄자, 펑크족, 공산주의자, 테러리스트, 마약중독자 등 문제적 개인들이 다수의‘평범한’사람들과 어우러져 살아간다. 기이한 장난도 기꺼이 받아줄 것 같고, 특히 외국인에게는
일시적으로 문화적 치외법권의 특권을 부여한 듯 더 관대하다. 지은이는 도쿄 시민들이 갖고 있는 이런 정신을‘유쾌한 무관심’이라 부른다. 무엇이든 받아들이되 그것에 대해서는 적당한 거리와 무관심을 유지한다.
그러나 문란함이나 방종, 무질서 따위가 끼어들 틈이 도쿄에는 없다. 마치‘잘 정리된 강박증 환자의 서랍’처럼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물, 인간과 소리 등의 관계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도록‘튜닝’되어 있다. 아주 작지만 조금의 불편함이 없도록 세팅되어 있는 호텔 방, 몇 백에서 몇 천의 사람이 동시에 움직여도 부딪히는 사람 하나 없는 횡단보도 등 너무 완벽해서 편안하다고만 느낄 뿐, 처음엔 알아차리기도 어려울 정도이다.
조화를 최우선으로 하되, 타인의 일거수일투족에 큰 관심을 두지 않기에 도쿄에서는 혼자가 자연스럽다. 낯선 세 명의 남녀가 한 테이블에 앉아 조용히 각자 할 일을 하는 크레이프 가게, 퇴근길 챙겨온 문고판 책을 읽으며 목을 축이는 샐러리맨들의 맥줏집 풍경 등을 통해 혼자서도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아가는 개인들을 보여준다. 남을 의식할 필요 없는 그들은 여유롭고 자유롭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조금의 낭비도 없이 최선을 다해 만끽하는 모습이다. 도쿄에서는 누구나‘행복한 개인’으로 살아갈 수 있다.

눈 부 신 잉 여 의 도 시 , 도 쿄
김영하가 도쿄 호텔 방에 여장을 풀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숙소 근처의 생맥줏집을 찾는 것이었다. 기린, 아사히, 삿포로 등 도쿄에서 일본 맥주를 먹는 것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경험이다. 도쿄 생맥줏집의 꼼꼼하고 섬세한 직원들이 가장 신경 쓰는 것은‘거품’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맥주의 거품을 무가치하게 여기는 데 반해 그들은 오히려 거품을 생맥주의 본질로 본다. 그들은 여러 차례에 걸쳐 거품을 가라앉히고 그 위에 새로운 거품을 얹고, 그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진하고 부드럽고 풍성한 거품을 만들어낸다. 거품이 맥주 그 자체를 대신하는 것, 꽃꽂이가 꽃 그 자체를 대신하는 것, 수집벽이 그 물건의 가치를 초과하는 것, 지은이는 이런 일종의 전도야말로 일본 문화의 특징이라고 말한다.
일본 사람들의 이러한 장인적인 특성은 자신들의 취향에 대한 고집과 자부심 덕분일 것이라고 지은이는 말한다. 일본에는 골목골목에 숨겨진, 그 존재 자체로 소중한 상점이 많다. 주인들은 친절하며 상품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손님이 물건을 사지 않아도 개의치 않는다. 5백 원짜리 연필에서부터 2천 원짜리 공책, 만 원짜리 모자와 2만 원짜리 액션 피겨, 30만 원짜리 빈티지 오메가 시계를 구할 수 있다. 지은이는 이런 상점들이야말로 도쿄가 세계의 여행자들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덧붙인다. 전 세계 어느 도시에서도 취향과 고집을 가진 인간들이 친절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본래 무리한 일이지만, 오직 도쿄만이 그 예외라고.

지 구 상 에 서 가 장 다 정 한 도 시 , 도 쿄
『여행자-도쿄』속 짧은 소설「마코토」는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공부하는 20대 후반의 한국인 여성‘지영’과 일본에서 한국으로 유학 와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공부하는 일본인 청년‘마코토’, 그리고 둘 사이를 훼방 놓는‘현주’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청춘 로맨스물이다. ‘지영’은“잘생기고 상냥하고 유머감각 풍부하고”한일 간의 껄끄러운 관계쯤 아무 문제 되지 않을 만큼 넉살도 좋아 어딜 가도 인기가 많은‘마코토’를 짝사랑한다. 하지만 어느 날“피부 뽀얗고 얼굴은 갸름하여 남자깨나 홀리게 생긴”‘현주’가 끼어들고 심상치 않은 둘의 관계를 깨달은‘지영’은 고백 한 번 못해보고 포기하고 만다. 그 후로 몇 명의 남자가 그녀 앞에 나타나지만 고질적인‘짝사랑 병’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딱 한 번 회사 선배에게 배신당한 이후로는 누구에게도 쉽게 다가서지 못한다. 다시 긴자 한복판에서,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마코토’와 재회하기 전까지는.
한때“백석의 시나 장용학의 소설을 읽던 국문학도”였지만 이젠 선배가 창업한 작은 광고회사에서 프레젠테이션과 밤샘에 시달리며 트렌드 관련 책이나 파고 있고, 같은 회사 선배, 연하 후배로도 모자라 아이돌 댄스그룹 멤버나 텔레비전 드라마 속 남자배우를 흠모하며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텨내는‘지영’. 머리를 질끈 동여매고 루이뷔통 스피디백을 든 채 어디든 출동할 자세가 되어 있는 서른 살의 그녀는, 지금 당장이라도 거리에 나가면 만날 수 있는 대한민국 젊은 여성의 보편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헤어진 남자친구와도 웃으며 만날 수 있어야 하고, 남자를 두고 승산 없는 싸움을 하느니 깨끗이 돌아설 줄 알아야 한다. 마음을 거절당하는 것이 두려워 차라리 홀로이기를 선택하고, 속마음을 내비칠 사람 하나 없는 쓸쓸한 삶에 익숙해져 있다. 센 척, 강한 척, 상처받지 않은 척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쿨’함을 강요받는 우리 시대 젊은이들의 모습이다.
소설「마코토」는 그런‘지영’이 일생에서 가장‘쿨’하지 못한 행동을 저지름으로써 결국 행복의 문을 열게 된다는 결말을 갖고 있다. 가면으로 진심을 가리고 무대 위 배우로 평생을 살도록 강요받지만, 그래서 때로는 한낱 썰렁한 농담 같게만 느껴지는 인생이지만, 마음을 열고 진심을 보이면 진정 원하는 것을 얻을 수도 있다는 작은 희망을 암시하는 것 같다. 진심이라면, 가끔은 구질구질하고 촌스럽고 어설퍼도 괜찮으니 마음의 짐을 내려놓으라는, 우리 시대 젊은이들을 위한 김영하식의 다독거림일지도 모른다.
『여행자-하이델베르크』의 소설「밀회」에서 김영하는, 자신을 만나러 오는 애인을 하늘 위에서 지켜보며 삶을 추억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과거와 현재, 욕망과 신의, 진실과 거짓 사이를 넘나들며 독자들을 죽음과 삶의 경계에 세워둔 채 인간의 고독과 모순을 생각해보게 했다. 무겁고, 외롭고, 어두운 하이델베르크의 광장과 네카어 강과 교회 첨탑이 높게 솟은 시리도록 푸른 하늘 풍경과 잘 어우러지는 소설이었다. 이번‘도쿄’편에서 그는 좀더 밝고 유쾌하고 달콤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눈이 크고 볼이 통통한 귀여운 여종업원들이 일하는 시모키타자와의 와플가게처럼, 뜨거운 크레이프와 구운 바나나, 차가운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나오는 오모테산도의 크레이프 가게처럼,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다정하고 따뜻한 도시 도쿄를 보여준다.

마음에 위안을 주는 카메라, 롤라이35
‘도쿄’편을 위해 지은이가 선택한 카메라는 롤라이35이다. 지은이는 라이35를‘아주 불편한 카메라’라고 딱 잘라 말한다. 목측식이어서 다른 카메라들과 달리 초점을 정확하게 잡을 수가 없고, 화각이 고정되어 있으며, 줌도 안 되고, 렌즈 교환이 불가능하며, 노출과 셔터 스피드도 손으로 맞춰줘야 하고, 필름 교환이 어려운데다 심지어 카메라 안에 필름이 들어 있는지조차 느낌으로 알아야 한다. 초점이 나간 흐릿한 사진이 나오기 일쑤이고, 날이 어두워지면 아예 촬영을 포기해야 하며, 큰 공간을 한 컷에 담기도 어렵고, 멀리 지나가는 매력적인 피사체를 당겨서 찍을 수도 없다.
그런데도 김영하는 롤라이35를 사용한다. 지은이에게 롤라이35는 마치 명절 때만 나타나는 문제 많은 삼촌 같다.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서서히 도태 중인 그를 그러나 사람들은 미워하지 못한다.
세대와 국경을 초월한 무한경쟁의 시대에‘문제 많은 삼촌’은, 모든 것이 빠르게 사라지고 쉽게 만들어지는 세상에서‘롤라이35’는 존재 자체로 우리에게 위안을 주기 때문이다.
또한 바깥 환경에 예민해져야 하기 때문에 롤라이35는 일찍이 우리 육체가 기계에 내주었던 기능, 오래 전에 잃어버린 빛과 어둠에 대한 감각을 회복하게 해준다. 빛이 나타나면 일을 시작하고 빛이 사라지면 쉬며, 오늘의 노동의 결과를 세월이 지나야 확인할 수 있는, 롤라이35를 사용한다는 것은 마치 농부로 사는 것과 비슷하다. 찍고 확인하고, 좋으면 저장하고 아니면 지우는, 모든 것이 즉각적이며 빠르고, 오직 현재의 미적 판단에만 의존해야 하는 현대의 카메라들과는 다르다. 또 거리를 눈대중으로 맞춰야 하고 줌기능이 없기 때문에 실패작을 양산하지만, 대신 롤라이35는 뜻밖의 훌륭한 작품을 얻게 하기도 한다.
롤라이35는 크기가 작기 때문에 사람들을 주눅 들게 하지도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찍힌 줄도 모른 채 지나가기 일쑤이고, 알더라도 부담 없이 다가와 사진기의 요모조모를 살펴보고는 작별의 인사를 하고 떠난다. 그렇게 떠나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지은이는 가끔 찍곤 하는데, 그들의 발끝이 지상에서 약 5밀리미터쯤 떠 있는 것 같은 기이한 느낌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마음과 함께 몸도 가벼워지는 그 순간을 그는 느끼는 것이다.

텍스트 바깥으로 떠나는 여행
카페로, 숍으로, 장난감 가게로, 도쿄를 안내하는 책은 많다. 지은이는 이 여행안내서들의 접근이 모두 흥미롭지만, 부분적으로는 옳고 전체적으로는 틀리다고 말한다. 도시에 대한 관점은 관찰자가 살아온 환경, 교육 정도, 관심 분야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여행안내서들 자체가 여행자와 도시 모두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재구성하려는 강한 의지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영어를 사용하는 배낭여행자를 위한『론리 플래닛』을 따라가면 금으로 추녀를 장식한 궁이나 다다미방이 있는 료칸 같은, 서양인들의 머릿속에 있는 도쿄를 보게 된다. 한편 디자인 전문 잡지가 만든『월페이퍼 시티 가이드-도쿄』를 보면 조명을 밝힌 크리스천 디올 빌딩과 오모테산도 힐스, 문구의 천국 이토야와 도쿄국제포럼 같은 21세기 도쿄, SF적 디자인의 도시로 도쿄를 소개한다. 이를 통해 지은이는 어쩌면 우리가 도시를 여행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여행안내서 안을 열심히 돌아다니다 오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하이델베르크’편에서와 마찬가지로『여행자-도쿄』에도 관광명소에 대한 세세한 정보나 식도락가들을 위한 레스토랑 소개는 없다. 다만 도쿄라는 도시가 여행자에게 보여주는 색과 맛과 향, 그곳에서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방식, 여행이 주는 지나치지 않을 만큼의 고독과 행복, 그리고 한국에 있는 독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줄 짧은 이야기 한 편이 담겨 있다.
김영하는 여행이란 포기하면서 만족하는 것을 배워가는 과정이며, 한 번의 여행에서 모든 것을 보아버리면 다음 여행이 가난해진다고 말한다. 길을 잃을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모든 것을 봐야 한다는 강박을 떨쳐내고, 자신의 앎에서 자유로워질 준비가 된 그 순간 진정한 여행이 시작된다. 텍스트의 감옥을 벗어나 비로소 세상에 발을 내디딜 수 있는 것이다. 김영하의‘여행자’시리즈는 진정한 여행을 시작하고 싶은 당신을 위한 단 한 권의 준비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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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 김미진 님 2009.02.23

    피사체와 사랑에 빠져서도 안된다. 거기 넋을 놓고 있다가는 사랑하는 피사체를 제대로 담아낼 수가 없다.

  • 김정수 님 2008.10.02

    도시에 대한 무지, 그것이야말로 여행자가 가진 특권이다.

회원리뷰

  • 김영하 여행자 도쿄 | ka**2494 | 2015.05.18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필름 카메라 롤라이를 들고 떠나는 일본 여행이라_ 김영하 다운 여행기가 아닌가. 책은 크게 3부로 나뉜다. 간단한 단편소설,...

    필름 카메라 롤라이를 들고 떠나는 일본 여행이라_ 김영하 다운 여행기가 아닌가.

    책은 크게 3부로 나뉜다. 간단한 단편소설, 롤라이로 찍은 일본의 풍광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일본 여행에서 느낀 단편.

     

    책은 자신이 들고 다녔던 카메라에 대한 애정이 듬뿍 할애되어 있다. 예를 들면, 롤라이35를 쓰려면 우리가 오래 전에 잃어버린 빛과 어둠에 대한 원초적 감각이라던지 이런 것들을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얼마나 환해졌는지 아니면 얼마나 어두워졌는지를 살펴 조리개와 셔터스피드를 조금씩 조절해가며 거리를 걸어야 한다고. 터치는 거칠고 콘트라스트는 과장돼있고 섬세함은 결여되어 있지만 그럼에도 매력이 있다고.

     

    도쿄 생맥주집의 묘사는 벌써 7년 전의 일본 여행을 떠올리게 한다. 기린 맥주 공장에서 쿠폰으로 주던 생맥주 한 잔이 어찌나 시원하고 달콤했던가. 거품을 생맥주의 본질로 보는 사람들. 여러 차례에 걸쳐 거품을 가라앉히고 그 위에 새로운 거품을 얹고, 그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진하고 부드럽고 풍성한 거품을 만들어낸다고. 하여 퇴근길에 역에 갓생긴 초밥 도시락 하나 들고 캔맥주 하나를 들고왔는지도 모를일이다. 굳이 맥주전용 유리컵을 꺼내어 몇 번에 나누어 따르면서 풍성한 거품을 만들어보려고.

     

    부드러운 거품이 입술에 닿는 사이, 차가운 맥주가 저류로 흘러 혀의 미뢰들을 건드리며 목으로 넘어간다. 소복소복 진한 거품_ 주말의 피로가 저멀리 날아가는 듯 하다.

     

    김영하의 프레임으로 본 도쿄_

     

    아마도 7월이면 나도 여행을 갈 것이다. 어쨌든 여행서 한 두권쯤은 들춰보게 될 것이고, 그 책에 의존해서 2015년의 여름 한 켠의 시간을 맡기게 되겠지. 저자가 경험한 아주 일부만을 전해들으면서. 도시를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안내서 안을 열심히 돌아다니다 오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라면서_

  • 도쿄의 또다른 매력 | sy**seo | 2012.03.26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김영하의 여행자 시리즈 1권은 <김영하 여행자 하이델베르크/ 김영하 ㅣ 아트북스 ㅣ2007>...


    이 리뷰는 사계 백일장 : 봄 응모작 입니다. 백일장 바로가기
     
    김영하의 여행자 시리즈 1권은 <김영하 여행자 하이델베르크/ 김영하 ㅣ 아트북스 ㅣ2007>이고, 그 두번 째에 해당하는 책이 <김영하 여행자 도쿄>이다.
     
     
    이 책들의 특징은 김영하가 각각의 도시에서 여행자로 머물면서 찍은 사진들과 그곳에서 쓴 소설, 그리고 간단한 글들이 한 권의 책으로 묶어진 것이다.
    작가는 하이델베르크에서는 콘탁스 G1으로, 도쿄에서는 Rollei 35로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Rollei 는 요즘 흔히 쓰는 디지털 카메라가 아닌 필름 카메라이다. 줌기능도 없고, 렌즈교환도 안되고, 노출, 셔터 스피드는 손으로 맞추어야 하고, 거리는 눈대중으로 맞추어야 하고, 초점도 정확히 잡을 수가 없어서 자칫하면 안개낀 것처럼, 흔들린 것처럼 촛점이 안 맞는 사진이 되기 쉬운 아주 까다로운 카메라이다.
    그래도, 김영하가 이 사진기를 들고 도쿄에 간 것은 사람과 사람의 사이을 좁혀주는 역할을 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사진기였기때문이다.
    " 유쾌한 무관심으로 무장한 개인들이 활보하는 번잡하고 화려한 도시에는 어떤 카메라가 어울릴까. 나는 롤라이 35를 골랐다. 유쾌한 무관심이 불쾌한 관심으로 변하기 전에 촬영을 마칠 수 있고 (롤라이 35는 빠르다.(...) 도쿄의 좁은 길과 골목, 작은 카페나 상점에는 40 밀리미터 화각으로 충분했다. " (p. 211)
     
     
     
    <김영하 여행자 하이델베르크>에서는 그 책 속의 사진들이 느낌이 좋다는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김영하 여행자 도쿄>를 통해서 작가가 사진에 대해서 전문가적 수준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김영하 작가 ~~ 사진도 포토그래퍼 수준을 가지고 있었다니....
     
     
     
    김영하 작가는 여행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유럽여행이 아니었다면 쓰이지 않았을 작품이고, 언제나 떠나기를 희망하여 길을 떠나고, 그 길 위에서 작품의 소재와 주제를 얻기도 했던 것이다.
    이 책의 구성은,
     
     
    여행자 시리즈 1 - 하이델베르크- 에서는 Short Story 로 < 밀회 >가 소개되었었는데, 여행자 시리즈 2 - 도쿄- 에서는 Short Story 로 <마코토>가 소개된다.
    이 두 작품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 김영하 ㅣ 문학동네 ㅣ2010>에 실린 작품들이다.
    이번에 다시 읽어도 재미있다. 아니, 그 배경을 알고 읽으니 더 재미있게 읽을 수가 있다.
     
     
     
     
    책의 구성 중의 2 Eyes Wide Shots in Tokyo는 한 권의 사진집으로도 손색이 없는 도쿄의 이모 저모를 담고 있다. 다양한 시각으로 찍은 사진들, 그 어느 포토 그래퍼 못지 않은 발상의 사진들.
    " 도시에 대한 무지, 그것이야말로 여행자가 가진 특권이다. 그것을 깨달은 후로는 나는 어느 도시에 가든 그 돗에 사는 사람들의 말을 다 신뢰하지는 않게 되었다. 그들은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기 앎에 '갇혀' 있다. " ( 책 속의 글 중에서)
    그래서 여행자 시리즈는 색다른 매력을 갖춘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이렇게 한 편의 단편소설을 읽기도 하고, 한 도시의 모습을 찍은 사진을 감상하기도 하고, 여행지에서 느낀 이야기를 쓴 글들을 읽기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린 한 도시을 여행하게 되면 되도록 많은 것을 빠짐없이 보려고 바삐 바삐 움직이지 않던가.
    다음에 이 도시에 또 오리라는 기약이 없기에.
    그러나, 작가는 다시 그 도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바람을 버리지 않는다.
     
     
    " 한 번의 여행에서 모든 것으 다 보아 버리면 다음 여행이 가난해진다. 언젠가 그 도시에 다시 오고 싶다면 분수에 동전을 던질 게 아니라 볼 것을 남겨 놓아야 한다. " (p. 237)
    물론, 작가의 말도 맞지만, 우리가 또 다시 그 도시를 찾을 수 있으리란 기대는 그리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힘들어도 다 보고 가리라 마음을 먹는 것이 우리 여행자의 맘이 아닐까 한다.
    언젠가 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던지던 내 모습도 그런 마음에서 나올 것이 아니었던가.
    김영하 작가의 눈에 비친 도쿄가 그의 카메라의 뷰파인더를 통해 이 책으로 옮겨 지게 되었고, 그래서 우리는 또다른 모습의 도쿄를 감상하게 된다.
    그리고, 그의 글들과 함께.

  • 김영하 여행자 도쿄 ♪ | fi**ty | 2011.05.02 | 5점 만점에 4점 | 추천:6
       과연 우리는 스스로 '알고있다'고 믿는 것들에 관해 얼마만큼 제대로 알고 있는 ...
     
     과연 우리는 스스로 '알고있다'고 믿는 것들에 관해 얼마만큼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일까? 어느날 문득 낯선 여행자(者)로부터 내가 살고있는 주변에 관한 질문을 받는다고 생각해보자. 과연 우리는 얼마만큼 정확하게 그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을까? 어쩌면 익숙함에 길들여진 우리들의 눈보다는 낯선 여행자의 눈이 더욱 정확한 것인지도 모른다.
     
    볼륨을 줄인 대형 텔레비전
     한적한 여행지가 아닌 일본의 수도이자 주요 도시인 도쿄에서 마주한 풍경들은 참으로 다채로웠다. 수없이 많은 건물과 도로 그리고 그 속을 지나는 다양한 부류()의 많은 사람들, 그런 풍경을 보며 여행자 김영하는 문득 '불륨을 줄인 대형 텔레비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게 된다. 금방이라도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은, 그런 혼잡()속에서도 그들은 질서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런 모습이 가능한 이유는 아마도 그들의 삶속 근저()에 자리잡은 '유쾌한 무관심' 때문일 것이다. 이는 무관심과는 차별화된 표현으로 각자의 생활방식을 존중하는 그들의 성향을 말한다. 이런 성향때문인지 도쿄는 다른 곳에서 미처 수용될 수 없을 것만 같은 여러부류의 사람들도 존재했다.
     
    잘 정리된 강박증 환자의 서랍
     도쿄의 중심에는 '비어있는 중심', 황궁()이 있고, 이를 중심으로 여러 부도심이 발달해 있다. 신주쿠와 시부야, 이케부쿠로 그리고 우에노가 그런 대표적인 부도심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곳들을 여행하며 여행자 김영하가 느낀 도쿄가 가진 또 하나의 특징은 바로 '조율(調)'이었다. 그는 이를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칭하고 있었다. 이는 마치 행성들이 자신의 궤도에 맞춰 돌고있기 때문에 충돌이 일어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무언가 화려하고 혼잡해 보이지만 늘 그 속에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조율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어쩌면 '축소지향형(縮小志向型) 일본'이라는 표현은 틀린 것인지도 모른다. 오히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최적화(最適化)된 형태를 띄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재발견()
     이 책 속에는 초점()조차 맞지 않고 흔들린 사진들이 많이 삽입되어 있다. 그 동안 너무 정교()한 사진들에만 익숙했던 탓인지,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턴가 그런 흔들린 사진의 매력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이런 기묘()한 사진을 만들어낸 것은 바로 여행자 김영하가 선택한 카메라 '롤라이35'였다. 이 '롤라이35'는 DSLR이나 성능좋은 디지털카메라가 아닌 그저 오래된 수동식 필름카메라였다. '롤라이35'는 화각도 고정되어 있을 뿐더러, 모든 작동이 다 수동으로 이루어지는 카메라다. 당연히 자동보정이나, 줌 기능도 없다 그저 피사체와의 3-5M 정도의 거리감에 의존할 뿐이다.
     어쩌면 그가 이 카메라를 도쿄 여행에 선택했던 이유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 아닌가 생각된다. 아마도 디지털 카메라나 DSRL이었다면 이런 느낌의 사진들은 절대 나오지 못했을 것 같다. 어느새 우리는 찍고 확인하고 지우는 디지털 카메라의 장점에만 너무 길들여진 것은 아닐까? 이 책을 통해 나는 수동식카메라와 필름카메라의 장점을 재발견 할 수 있었다.
     
     어떤 여행지침서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그 여행의 성격은 결정되어 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제대로 된 여행을 즐기기 위해서는 지침서에 얽매여서는 안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어쩌면 상주(常住)하는 이들에게는 지극히 평범한 것들도 여행자의 눈에는 특별한 것이 될 수도 있다. 분명 유명한 관광지(觀光地)나 휴양지(休養地)를 돌아보는 것만이 뜻깊은 여행은 아닐 것이다.
     
     
     
     
    ※ 주요 인터넷 서점의 해당 책 정보입니다. 비교해 보세요!!
     
         
  • 『김영하 여행자 도쿄』 | ee**ra | 2010.03.03 | 5점 만점에 3점 | 추천:0
          정직하게       책 처음에 실린 「마코토」라는 글...

     

     

      정직하게

     

     

      책 처음에 실린 「마코토」라는 글을 봤다. 

      '…?' 처음의 반응이었다. 이게 뭔가. 소설인가 소설이라면 어째서 이렇게 가벼운가 소설을 빙자한 고발인가 그러면 어째서 이렇게 가벼운가…

      그런데 이 책은 여행기잖아. 매우 엄격하게 분류하자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과연 소설가는 여행기를 써도 소설로 시작하는가. 어쩐지 나는 좀 '쫄았다'. 

      사진은 아름답다. 나는 사진 찍는 것 찍히는 것 둘 다 매우 싫어하지만 사진 보는 것은 좋아한다. 이상한 인간이라고? 내 얼굴이 조금만 더 보기가 좋았어도 이렇게는 되지 않았을… 하여튼 김영하가 찍은 사진은 뭐라 해야 할까, 그러니까 물에 푹 적셨다 꺼낸 느낌이다. 한 친구는 이 책을 참 좋아한다. 좋아할 만한 책이다. 

  •    여행도 비슷하다. 우리는 낯선 도시에 도착할 때 공포와 호기심, 친근감을 차례로 경험하...

     

     여행도 비슷하다.

    우리는 낯선 도시에 도착할 때 공포와 호기심, 친근감을 차례로 경험하면서

    그 도시를 알아가게 된다.


    가리봉동의 다방에서 책을 읽은 그 학생은

    그곳에 가기 전까지는 서울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해 즉각적이고 기능적인 판단을 한다.

    누군가가 청담동이나 회기동에 살고 있다고 말할 때, 물건을 사기 위해 남대문시장이나

    명동 롯데백화점에 간다고 말할 때 우리는 즉각 판단을 한다.

     

    남대문시장에 가본 적이 한 번도 없어도 우리는 그것에 대해 말할 수 있다.

    아, 남대문 시장이오, 하고.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우리는 남대문시장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없다.

     

    이 대목에서 문득 떠오르는 시니컬한 금언이 하나 있다.

    우리가 뭔가를 알고 있다고 말할 때 그것은 그 뭔가를 잘못 알고 있다는 뜻이다.

    ..


    ∥..본문 中..∥


    나는 좀처럼 낯선 시간 혹은 공간에 들어서는 경우가 적은 편이다. 여태 대구에 붙박여 살아가고 있고 대구 안에서도 늘 내 걸음이 닿는 곳은 웬만해서는 변화가 없으니까. 하지만 최근에 낯선 시간 속에 있는 나를, 그런 낯선 나를 발견한 적이 있다. 내가 대구를 떠나 혹은 한국을 벗어난 것은 아니다. 지하철에서 내린 그곳은 평소 내가 종종도 아니고 거의 발걸음을 하지 않은 곳이었다. 거리의 풍경이며 사람들의 표정, 햇살까지도 생경한 느낌을 받았으므로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나는 평생 대구에서 살았기에 웬만큼 대구에 대해서 잘 안다고 생각했다. 예전에 도로교통(량)실태조사를 몇 개월 한 적도 있어서 어디 근처라고만 해도 ‘동’을 알아맞힐 수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지하철을 타고 내린 그곳은 전혀 내 의식과 다른 분위기로 나를 낯선 이방인처럼 만들었다. 안다는 것, 특히나 어느 한 도시에 대해 안다고 자부하는 것은 이처럼 불완전한 무엇인 듯하다. 또 내가 확고히 믿고 있는 인식에 대한 불확신을 불러일으킨다.


    *

    『김영하 여행자 도쿄』는 앞서 말한 것처럼 우리가 인식하고 확신하는 어느 도시에 대한 믿음을 무너뜨린다. 김영하는 마치 소크라테스가 된 것 마냥 특유의 산파술로 우리의 확신게이지(?)를 스스로 줄어들게 만든다. 결국 우리는 김영하에 의해 방전된 상태에 이르게 되며, ‘밥 주세요!’를 외치는 휴대전화에 충전하듯 새로운 여행자의 자세 · 마음을 충전하게 된다. 이렇게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받아들이는 김영하식 여행법! 단순한 것 같지만 쉽사리 간과할 수 없는 진중함이 묻어난다.


    이 책은 구성이 독특한 책이 아닌가 싶다. 짧은 이야기로 시작해 도쿄라는 영화의 시놉시스를 보듯 펼쳐지는 사진들과 캡션, 그리고 비로소 만나게 되는 김영하식 여행에 관한 철학과 도쿄에 대한 이미지들. 우리는 이 구성에 따라 ‘앎’에 대한 무지와 만나고 마치 새하얀 의식처럼 방전상태가 된다. 그리고 그의 말에 자연스레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이 책의 구성은 참으로 오묘하면서도 매력적인 무엇을 풍긴다.


    내 생각에 생뚱맞기도 한 이 짧은 이야기(단편소설?)는 여행 전의 워밍업이 아닌가 싶다. 워밍업의 목적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위해 필수적인 사항이라 할 수 있는 ‘방전’에 있다. 그리고 우리는 철저하게 ‘무지’한 상태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어떤 판단도 예상도 없이 그저 도쿄라는 도시 전체를 고스란히 몸으로 받아들여야만 한다. 그렇게 마음과 생각을 비운 채로 오감으로 도시를 느낀 후에야 비로소 ‘텍스트’라는 의식이 탄생하게 된다.


    우리는 생각보다 가보지 않은 곳, 실제 경험하지 못한 곳에 대한 방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 의식을 고착화시키는 텍스트가 아닐까. 김영하는 이런 고착상태로의 여행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듯하다. 텍스트란 무지한 상태로 느끼고 반응하고 난 후에 생성되는 것이지 굳이 처음부터 다수가 인정하고 말하는 텍스트에 갇힐 필요가 없지 않느냐고 말하고 있다. 이는 비단 다른 도시를 여행하는 것에 국한하지 않는다. 우리 삶을 또 다른 의미에서 본다면 여행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라면 우리는 늘 텍스트에 ‘이미’ 갇혀버린 여행자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김영하가 말하는 여행자의 특권이란 도시에 대한 무지를 만끽할 수 있는 권리이다. 우리가 평소에 간직하고 의식적으로 무한히 상상할 수 있게 바탕을 제공하는 것은 ‘앎’ 때문이다. 어쩌면 각각의 여행자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추구해야 하는 한 가지가 있다면, 그건 바로 ‘앎으로부터 스스로를 과감히 추방시키는 것!’이 아닐까. 스스로를 추방시킴으로써 우리는 익숙한 것으로부터 낯선 기운을 받고 느끼게 된다. 그로인해 자신이 숨 쉬고 걸음을 내딛는 모든 시공간 속에서 철저하게 이방인이 되는 게 아닌가 싶다. 어떤 편견이나 속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이방인이 되는 것, 그것이 바로 삶의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 아닐까.


    ‡‡‡‡‡‡‡‡‡‡‡‡‡‡‡‡‡‡‡‡‡‡‡‡‡‡‡‡‡‡¨¨주워 담기¨¨‡‡‡‡‡‡‡‡‡‡‡‡‡‡‡‡‡‡‡‡‡‡‡‡‡‡‡‡‡‡


    그렇지만 내게 여행은 어떤 것을 포기하는 것이다. 포기하면서 만족하는 것을 배워가는 과정이다. 호텔은 집이 아니고 여행 가방에는 모든 것을 담을 수 없으며 먹고 싶은 것을 다 찾아 먹을 수도 없다. 카메라도 만찬가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어도 거기 익숙해지는 수밖엔 도리가 없다. 그리고 그 안에서 최상의 결과를 뽑아내면 되는 것이다.(p215)


    한 번의 여행에서 모든 것을 다 보아버리면 다음 여행이 가난해진다. 언젠가 그 도시에 다시 오고 싶다면 분수에 동전을 던질 게 아니라 볼 것을 남겨놓아야 한다.(p237)


    ***************************************

    좋은 책 선물해주신 judy님께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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