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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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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7*188*19mm
ISBN-10 : 1162620188
ISBN-13 : 9791162620182
흐뭇 중고
저자 유진국 | 출판사 올림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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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2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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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 책 상태 양호, 두 겹의 포장은 매우 우수, 배송 속도 매우 빠름. 감사합니다!!! 5점 만점에 5점 chie*** 2019.10.10
231 새책 같다는 평가들이 많아 기대했는데 오래된 책이라 누런건 어쩔 수 없었겠죠? 중고책 구매를 많이 안 하는 편이라 잘 모르겠습니다. 5점 만점에 5점 kjakkj*** 2019.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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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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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농부가 국가대표 곶감 장인이 되기까지
행복한 좌충우돌 분투기 귀농한 지 20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조금은 어설픈 지리산 농부 유진국. 그에게는 가족 말고도 딸린 식구가 많다. 주인을 집사로 아는 고고한 길냥이 수리,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양치기개 사랑이와 오디, 풀이 무성한 게으른 농부의 밭을 서식처로 삼은 노루…….
자연은 그에게 많은 것을 주었다. 철 따라 옷을 갈아입는 앞마당 지리산, 때로는 매운탕거리까지 제공하는 가족 풀장 엄천강, 그가 가꾸었거나 하늘이 선사한 꽃들의 향기. 사랑과 웃음, 음악과 문학 그리고 달콤한 곶감…….
그러나 이런 것들이 다 무슨 소용이랴, 오천 원어치 꽃 한 다발에도 행복해지는 농부의 순수한 마음이 없다면.
자연 속에서 살고 싶다는 단순한 마음에 전혀 연고도 없는 산골마을로 귀촌한 도시내기 농부. 호미 한번 잡아본 적 없는 그가 이웃과 동물들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소소(小小)하고 소소(笑笑)한 일상 이야기가 흐뭇하게 펼쳐진다.

저자소개

저자 : 유진국
인생 후반기를 자연 속에서 살고 싶어 2002년 지리산 엄천골로 귀농했다. 농부로 살아남기 위해 토종벌도 치고 된장도 만들고 벼농사 알밤농사 등등 안 해본 농사가 없을 정도였지만 수업료만 톡톡히 내고 연달아 실패의 쓴맛을 보았다. 그러던 어느 날 곶감을 만들어 팔면 술도 한잔할 수 있다는 이웃 영감님의 꼬임에 빠져 십수 년째 곶감을 만들고 있다. 십여 년의 시행착오 끝에 지금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곶감을 만들어 술도 한잔씩 하고 있다.
연세대 불문과 졸업.

목차

머리말 억울함과 흐뭇함 5

오천 원어치의 봄 013
사랑의 힘 무식의 힘 | 신앙 고백 | 산책과 향기 지도 |
오천 원어치의 봄

고객님, 당황하셨어요? 029
엄천골의노사협상 | 동안거 | 곶감 곧 감 |
고객님, 당황하셨어요? | 중은 올깎이, 감은 늦깎이 |
말러 교향곡 번 | 송이와 곶감

아내는 샘물 같은 여자 059
아내가 변했다 | 아내는 샘물 같은 여자 | 유월 풍경 |
아내 말을 잘 들어야 | 깨몽

아부지, 뒤에 곰! 079
아부지, 뒤에 곰! | 홍시 던지는 노인 |
지리산에 사는데 지리산에 와 올라가노 |
산골마을 물세 받으러 다니기 | 엄천강 물고기 쉽게 잡기

똥고집 부리다가 103
전동가위 이야기(1) | 전동가위 이야기(2) |
전동가위 이야기(3) | 동력 제초기 |
기계치 농부 포크레인을 운전하다 | 나는야 전투기 조종사 |
와이프 교환하기 | 똥고집 부리다가 | 고구마 지키기

바보 농부 이야기 147
오만과 편견 | 중부전선 이상없다 | 볼레로 | 잘 지내 |
미모의 여성이 친구하자 하거든 | 농부와 페북 | 외인9단 |
사랑방 손님과 아내 | 방법을 찾는 사람, 핑계를 찾는 사람

사랑이 영농일기 183
짖는 개 길들이기(1) | 짖는 개 길들이기(2) |
배부르지 않고 새끼를 낳는 개는 없다 | 사랑이 영농일기 |
예초기 메고 돌격 앞으로

맺음말 촬영 후기 205

책 속으로

산은 지금 일 년 중 가장 아름다운 초록으로 덮여 있습니다. 깊은 산에만 사는 꾀꼬리가 맑고 아름다운 고음의 피콜로를 연주하면 벌떼가 잉잉거리며 반주를 넣습니다. 오늘같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날은 굳이 기도를 하지 않아도 모든 것을 다 얻은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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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지금 일 년 중 가장 아름다운 초록으로 덮여 있습니다. 깊은 산에만 사는 꾀꼬리가 맑고 아름다운 고음의 피콜로를 연주하면 벌떼가 잉잉거리며 반주를 넣습니다. 오늘같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날은 굳이 기도를 하지 않아도 모든 것을 다 얻은 것 같네요. 허리를 펴고 주위를 한번 둘러보기만 해도요……. _p19


철 따라 미세하게 다른 향들이 넘실대는 꽃길
그 꽃길의 향기 지도가
몸에 저장되어버렸습니다.

오늘은 이쪽 동네에서 조팝향을 맡고
내일은 저쪽 동네에서 찔레꽃향을 맡고
모레는 지도 어드메쯤에서 이름 모를 향기를 맡고
꽃향기가 많이 흐르는 곳을 지나갈 땐
잠시 멈춰 서기도, 뒷걸음질 하기도 합니다.
산책길인데 바쁠 게 뭐 있겠습니까! _p22


사실 새봄에 농부가 가장 먼저 달려가야 할 곳은 화단이 아닙니다. 감나무 밭으로 블루베리 밭으로 달려가야 마땅한데도 앞마당 화단에 쪼그리고 앉아 지난해 피었던 꽃을 기억해내느라 코에 흙이 다 묻을 지경입니다.
정원에 피는 꽃은 자아의 은유라고 하는데, 올해는 내가 과연 어떤 꽃을 보게 될지 자못 궁금합니다. _p27


곶감 깎을 철이 되면 살짝 흥분됩니다. 추수 끝나면 농한기라지만, 엄천골 농부는 찬 바람 불면 농번기입니다. 무서리 한두 번 내리고 우는 아이 볼때기처럼 감이 빨갛게 익으면 깎아서 덕장에 주렁주렁 매답니다. 곶감 농사를 오래 하면서 우연히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우연히 알게 된 것이라고 하지만 그저는 아니었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하고 별스럽지도 않은 이 소박한 상식 하나를 얻기 위해 나는 십수 년 동안 많은 감을 버렸습니다. 곶감은 말리는 게 아니라 숙성시키는 것이었습니다. _p38


그렇다면 내가 듣는 말러의 음악이 덕장에 매달린 곶감의 세포벽을 자극하여 곶감의 맛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요? 곶감은 입이 없어 말을 못하니 그렇다 아니다 대답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나는 고객에게 한 번씩 물어봅니다. “이 곶감은 국립덕장에서 말러 음악을 들려주면서 말렸는데 일반 곶감과 다른 점이 있습니까?” 하고. 사실 내가 듣고 싶은 대답은 “말러 음악을 들려주며 말린 곶감을 먹으니 입안에 교향곡이 울려 퍼지네요”이지만, “음악을 들려주며 말린 곶감이라니, 참 장삿속도 가지가지네요”라고 대답한다 해도 불만은 없습니다. 어차피 추운 겨울에 일도 힘들고 한번 웃자고 너스레를 떨어보는 거니까요. _p54


자랑이 아니라 아내는 샘물 같은 여자입니다. 샘에서 매일 일정량의 물이 솟아나듯이 아내는 매일 일정량의 잔소리를 생산합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생산량의 대부분을 아이들에게 배급해주었는데 아이들이 자라 콧수염이 나고 더 이상 소비가 이루지지지 않자 잉여 생산량을 나에게 과도하게 떠넘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샘물처럼 자연스럽게 넘쳐흐르는 것을. 장마철 아내의 잔소리는 교향시 몰다우가 되어 골짜기에 양양하게 흐르다가 이내 볼레로가 되어 악기만 바꿔가며 같은 주제를 끝없이 반복 연주합니다. _p66-67


비록 홍시지만 눈두덩이에 맞으니 아프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하여 얼굴을 찡그린 채 나무 위에 있는 춘길 어르신을 원망의 눈초리로 쳐다보니, 어르신은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어어이, 괜찮나?” 하고는 뒤로 돌아 나무둥치를 끌어안더니 쪼그리고 앉습니다. 왜 그러시나 싶어 가만히보니 어깨가 들썩들썩 엉덩이가 실룩실룩하는 게 분명 웃고 있습니다. 웃다가 나무에서 떨어질까봐 나무를 끌어안고 몰래 즐거워하고 있는 것입니다.
_p87-88


사실 놀라기는 지네랑 내가 더 놀랐습니다. 지네로서는 생전에 그렇게 큰 비명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웬만큼 단련이 된 나도 이번에는 가슴이 철렁했으니까요. 어쨌든 가엾은 그 지네는 도로 교통법 위반으로 지붕을 날리는 고함소리와 함께 제인 오스틴과 나의 《오만과 편견》에 의해 참사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_p68


요즘 볼레로를 자주 듣습니다. 볼레로만큼 봄에 어울리는 음악도 없는 것 같습니다. 저녁 맛있게 먹고 나서 사용하던 이쑤시개로 지휘하는 발레리 게르기예프의 볼레로를 들으면 봄꽃들이 하나씩 피어납니다. 단순하게 반복되는 볼레로가 아득하게 또는 졸린 듯 흥겹게 목관과 금관을 오가며 리듬을 타면, 눈부신 봄꽃들이 하나씩 둘씩 피어나면서 사분의 삼박자로 흥겹게 춤을 춥니다. 그래, 봄이 그렇게 감질나게 오더니 이렇게 아득하고 이렇게 서서히 다가오는구나. 크로커스 수선화 아네모네 튤립 아이리스가 피고 지고, 마지막으로 모란이 한꺼번에 피고 질 때면 절정에 올랐던 봄도 볼레로와 함께 한 방에 끝나게 될 것입니다. -p158


임전무퇴, 나는 전사의 심정으로 나무의 높이를 반으로 줄이겠다는 각오로 임할 것입니다. 사실 감나무 전정은 어제부터 할 작정이었는데 미세먼지로 목이 칼칼해서 오늘로 미루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꼭 하려고 했는데 미세먼지에 내가 살아야겠다 싶어 내일로 미루었습니다. 일하려는 사람은 방법을 찾고, 일하기 싫은 사람은 핑계를 찾는다더니 나는 지금 계속 핑계를 찾고 있습니다. 미세먼지가 뭔지 참……. ?p182


주인님이 귀농한 수백 가지 이유 중 하나가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고 합니다. 도시에서 일에 지친 주인님은 일을 좀 적게 하고 사는 방법을 연구하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는데, 그것은 일거리가 별로 없는 곳으로 이사를 가는 거였습니다. 주인님은 하루 4시간만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책을 본다든지 음악을 듣는다든지 그릇을 굽는다든지 산행을 한다든지 하는,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시간으로 만들겠다는 야무진 꿈을 안고 지리산 골짜기로 들어왔다고 하는데, 산골 마을의 삶은 그닥 치열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답니다.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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