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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아이돌
336쪽 | 규격外
ISBN-10 : 1188990683
ISBN-13 : 9791188990689
제국의 아이돌 중고
저자 이혜진 | 출판사 책과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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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2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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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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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시대, 경계에 선 동서양 여성 스타들의 삶
제국주의·내셔널리즘의 국가 권력과 상업 자본의 문화 권력하에서
여성 예술가의 주체적 행위란 가능한가 20세기 이른바 ‘제국의 시대’를 살아간 네 명의 여성 스타 최승희, 리샹란, 레니 리펜슈탈, 마를레네 디트리히. 이들은 ‘제국의 시대’를 관통하면서 다양한 아이덴티티의 ‘경계’를 경험했던 문제적 인물들이다.
인간 오성의 위험한 충동이 갖고 있는 특별한 경향성을 일컫는 ‘우상’의 개념을 함의하고 있는 ‘아이돌’은 특유의 친근함과 신비주의를 주요 콘셉트로 하면서 대중의 환상과 동경을 조직해낸다. 이 책은 일본과 독일의 제국주의, 즉 당시 동서양의 제국주의를 경험한 이들 ‘제국의 아이돌’이 내셔널리즘과 개인의 아이덴티티, 프로파간다와 예술적 성취 사이에서 어떻게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어갔는지, 그리고 그것이 성공했는지 혹은 결국 실패했는지를 추적한다.
국가와 예술에 관한 담론은 언제나 활발한 논쟁거리 중의 하나로서, 특히 20세기에 목도되는 국가와 예술의 관계에 대한 불확실성은 다차원적인 재고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제국의 은막 스타들이 어떻게 국가이데올로기와 교착하면서 내셔널리즘 미학을 구성해갔는지, 그리고 전후 국제질서의 재편 과정에서 이들에게 어떠한 급격한 위상 변화가 발생했는지를 살펴봄으로써 그 역사적 연속성을 재구성한다. 이 네 인물의 사례는 제국주의-냉전-국민국가로 이어지는 전전과 전후의 세계질서 재편에 대해 해소 불가능한 정체성의 균열을 보여줄 것이다. 나아가 국가이데올로기와 문화 권력 속에 놓인 한 개인의 딜레마, 또 소비사회의 기만성과 대중의 공통감각 등 우리 삶의 현재적인 맥락에서 반추해야 할 문제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소개

저자 : 이혜진
한국외국어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민족문제연구소와 도쿄외국어대학 총합국제학연구원 및 도쿄대학 총합문화연구과에서 연구원으로 공부했다. 2013년 제6회 인천문화재단 플랫폼 음악비평상에 당선되면서 대중음악평론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세명대학교 교양대학 부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저서로는 《사상으로서의 조선문학: 전시체제기(1937~1945) 한국문학의 윤리》와 《1990년대 문화키워드》(공저)가 있고, 《최재서 일본어 소설집》, 《프롤레타리아문학과 그 시대》(공역), 《자유란 무엇인가: 벌린, 아렌트, 푸코의 자유개념을 넘어》(공역), 《화폐인문학: 괴테에서 데리다까지》(공역)를 번역했다. 주요 논문으로는 〈제국-냉전-신냉전의 동아시아 문학과 문학사적 과제〉, 〈제국의 형이상학과 식민지 공공성의 재구성〉, 〈문인 동원의 병참학〉, 〈1920년대 자연주의 문학의 메타내러티브〉, 〈朝鮮イデオロギ?論: 植民地末期朝鮮の歷史哲學〉 등이 있다.

목차

머리말
프롤로그: 내셔널리즘과 격투하는 젠더

제1부 내셔널리즘과 제국의 은막 스타
제1장 1935년 최승희, 제국 일본 무용계의 여왕으로 등극하다
제2장 1941년 리샹란, 관객이 일본극장을 일곱 바퀴 반 에워싸다
제3장 1935년 레니 리펜슈탈, 〈의지의 승리〉로 히틀러를 영웅화하다
제4장 1939년 마를레네 디트리히, 미국으로의 망명을 감행하다

제2부 국가와 예술, 그리고 전쟁의 브리콜라주
제5장 1955년 최승희, 북한 최고 인민배우 칭호를 받다
제6장 1974년 야마구치 요시코, 자민당 참의원에 당선되다
제7장 1974년 레니 리펜슈탈, 《누바족의 최후》가 최고의 걸작으로 선정되다
제8장 2002년 마를레네 디트리히, 독일 명예시민으로 추서되다

에필로그: 그리고 남겨진 이야기


참고문헌

책 속으로

제1장 “1935년 최승희, 제국 일본 무용계의 여왕으로 등극하다”, 43쪽 최승희가 당대 독보적인 조선의 무희였음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1946년 월북 이후 1988년 해금 조치에 이르기까지 약 40여 년간 한국에서 최승희 연구는 금지의 대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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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1935년 최승희, 제국 일본 무용계의 여왕으로 등극하다”, 43쪽
최승희가 당대 독보적인 조선의 무희였음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1946년 월북 이후 1988년 해금 조치에 이르기까지 약 40여 년간 한국에서 최승희 연구는 금지의 대상이었다. 더욱이 식민지 조선인이 ‘동양의 무희’ 자격을 취하는 일이란 일본 군부의 후원 없이는 불가능했다는 점, 그리고 월북 이후 북한의 체제 선전에 기여해왔던 그녀의 이력은 일제의 식민지를 경험하고 냉전 시기 공산주의를 적대시해왔던 남한에서는 불편하고 불순한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제2장 “941년 리샹란, 관객이 일본극장을 일곱 바퀴 반 에워싸다”, 74쪽
‘만약 일본군이 베이징으로 쳐들어온다면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할 것인가’에 대한 정치 토론회장에서 리샹란은 “저는 베이징의 성벽에 서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베이징 성벽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는 중국군과 일본군의 총탄을 양쪽에서 맞으면서 가장 빨리 죽는 길을 선택하겠다는 의미였을까. 훗날 이날의 참담한 심정에 대해 리샹란은 “나는 처음으로 나 자신이 일본인이라는 것을 의식했습니다. 급우들과 함께 항일을 외치는 것이 도저히 불가능했습니다”라고 고백한 바 있다.

제3장 “1935년 레니 리펜슈탈, 〈의지의 승리〉로 히틀러를 영웅화하다”, 102쪽
독일의 라이 뮐러가 감독한 다큐멘터리 〈레니 리펜슈탈의 놀랍고도 끔찍한 삶〉에서 레니는 다음과 같이 항변했다. “나는 〈의지의 승리〉를 만든 것에 대해 후회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 시기에 살았던 것을 후회할 수는 없습니다. 나는 반유대주의적 발언을 입에 올린 적도 없었고, 나치당에 가입한 적도 없습니다. 내가 원자폭탄을 떨어뜨렸나요? 내가 다른 사람을 배신이라도 했습니까? 도대체 왜 내가 죄책감을 느껴야 하죠?”

제4장 “1939년 마를레네 디트리히, 미국으로의 망명을 감행하다”, 139쪽
디트리히는 미연방정부와 협력해 알래스카, 그린란드, 북아프리카, 유럽의 각 지역에 이르기까지 미군들이 싸우고 있는 곳이라면 그 어떤 위험한 전쟁터라도 마다하지 않고 위문공연과 병원 근무를 섰다. 또한 라디오 방송을 통해 디트리히 특유의 매력적인 허스키 보이스로 연합군의 사기를 진작하는 역할에 그 누구보다 충실하게 임하면서 이른바 ‘미군들의 영원한 연인’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녀는 특히 그 어떤 스타들보다 전쟁 채권을 많이 팔았던 것으로도 정평이 나 있었는데, 훗날 오스트리아계 미국인 감독인 빌리 와일더는 디트리히가 아이젠하워보다도 훨씬 더 최전방에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제5장 “1955년 최승희, 북한 최고 인민배우 칭호를 받다”, 213쪽
냉전체제가 끝나고 과거 역사를 조망할 만한 시간적 거리감이 확보되자 망각의 공동체는 또다시 애도의 공동체로 변모했다. 한국 신무용사의 선구인 최승희의 무용 전체를 망각해버리기에는 근대 신문화의 유산에 대한 처리가 불안정하고 불합리했을 뿐만 아니라 그 망각이라는 것이 결국은 국가에 의해 강요된 희생의 제물과도 같은 것이었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 애도의 행위에서 새로운 굴절이 나타났다. 사후의 관점에서 볼 때 최승희의 ‘친일’과 ‘종북’이란 시대와 국가가 부여한 ‘어쩔 수 없는 행위’였을 뿐, 최승희의 무용에는 ‘조선적인 것’, ‘동양적인 것’을 발현한 자주적인 민족주의적 심성이 숨겨져 있었다는 것. 최승희를 망각해왔던 애도의 공동체는 그녀를 다시 민족주의자로 복원시킴으로써 그에 대한 사죄를 대신했다.

제6장 “1974년 야마구치 요시코, 자민당 참의원에 당선되다”, 241-242쪽
‘리샹란’이라는 한 인물이 야마구치 요시코, 판슈화, 리코란, 이향란, 이홍란, 셜리 야마구치, 셜리 노구치, 자밀라, 오타카 요시코라는 이름으로 국가와 시대와 지역의 맥락에 따라 각양각색으로 호명되었던 사실에서 볼 수 있듯이, 리샹란은 최종적으로 특정 국민국가에 귀속될 수 없는 코스모폴리탄이었다. 전전 ‘리샹란’이라는 중국식 이름을 가졌던 이 여성은 ‘야마구치 요시코’라는 일본 내셔널 아이덴티티와 대결해야만 했고, 전후에 ‘야마구치 요시코’라는 일본식 이름으로 회귀한 이 여성은 전시하에 구축된 ‘리샹란’이라는 환영과 정면대결해야만 했다.

제7장 “1974년 레니 리펜슈탈, 《누바족의 최후》가 최고의 걸작으로 선정되다”, 266~267쪽
나치의 만행이 만천하에 드러난 전후 독일에서 레니가 카메라를 든다는 행위는 과거 나치 독일에서 유대인 학살을 주도한 히틀러를 향해 카메라를 들었던 행위와 동일시되었던 것이다. 대다수의 독일인들은 레니에게 나치 협력에 대한 비난의 화살을 돌림으로써 그녀의 영화계 복귀를 차단하는 것으로 자신들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발발과 나치에 의한 홀로코스트에 대한 책임 문제를 둘러싸고 ‘독일 국민’이라는 집합명사가 갖고 있는 집단적 정체성은 ‘집합적 유죄’라는 프레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따라서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인의 대다수가 나치의 홀로코스트에 대해 잘 몰랐다는 사실에 대해 ‘집합적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그들과 구별되는 다양한 코드들을 가해자로 만들고 배제함으로써 자신들의 ‘모르쇠’ 순수도를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었다.

제8장 “2002년 마를레네 디트리히, 독일 명예시민으로 추서되다”, 309쪽
그녀가 살아생전 자신의 조국인 독일로 귀환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국가적 오류가 개인의 일상에 침범한 안타까움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조금만 시선을 달리 하면 디트리히는 히틀러의 나치 이념을 저버리는 대신 연합군의 전쟁 프로파간다를 매우 충실히 수행했다고 볼 수 있다. 즉 나치 독일을 거부한 디트리히에 대한 후대의 우호적인 평가에는 그녀가 냉전 시기 미국 할리우드의 섹시 심벌이 되어 자유민주주의의 이상을 수호하기 위해 미국의 프로파간다를 수행했다는 사실은 도외시되어 있는 것이다. 그가 히틀러의 후원을 저버리고 나치 제국의 이념을 거부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제2차 세계대전의 상황에서 연합군을 위한 프로파간다를 수행했던 행위 그 자체는 최승희와 리샹란의 경우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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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제국주의, 내셔널리즘의 국가 권력과 상업 자본의 문화 권력하에서 여성 예술가의 주체적 행위란 가능한가 제국의 시대, 경계에 선 여인들 20세기 이른바 ‘제국의 시대’를 살아간 네 명의 여성 스타 최승희, 리샹란, 레니 리펜슈탈, 마를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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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내셔널리즘의 국가 권력과
상업 자본의 문화 권력하에서
여성 예술가의 주체적 행위란 가능한가

제국의 시대, 경계에 선 여인들

20세기 이른바 ‘제국의 시대’를 살아간 네 명의 여성 스타 최승희, 리샹란, 레니 리펜슈탈, 마를레네 디트리히. 이들은 ‘제국의 시대’를 관통하면서 다양한 아이덴티티의 ‘경계’를 경험했던 문제적 인물들이다. 이 책 《제국의 아이돌》은 일본과 독일의 제국주의, 즉 당시 동서양의 제국주의를 경험한 이들이 내셔널리즘과 개인의 아이덴티티, 프로파간다와 예술적 성취 사이에서 어떻게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어갔는지, 그리고 그것이 성공했는지 혹은 결국 실패했는지를 추적한다.
국가와 예술에 관한 담론은 언제나 활발한 논쟁거리 중의 하나로서, 특히 20세기에 목도되는 국가와 예술의 관계에 대한 불확실성은 다차원적인 재고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제국의 은막 스타들이 어떻게 국가이데올로기와 교착하면서 내셔널리즘 미학을 구성해갔는지, 그리고 전후 국제질서의 재편 과정에서 이들에게 어떠한 급격한 위상 변화가 발생했는지를 살펴봄으로써 그 역사적 연속성을 재구성한다.
여기에는 제국 은막의 여성 스타들이 경험한 국가 권력과 문화 권력, 그리고 그것을 전유한 대중의 집단기억이 중층적으로 뒤섞여 있다. 이 시기의 정치와 예술 혹은 국가 권력과 대중문화의 공모관계는 이 여성들로 하여금 자기 존재의 기반이 되었던 예술 행위가 자기모순을 초래하는 역설적인 결과를 가져다주었고, 그러한 결과에 이르게 된 과정 자체와 후대의 집단기억에는 제국주의-식민주의, 젠더, 인종, 민족/국민 등을 둘러싼 문제들이 빈틈없이 얽혀 있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이 네 여성은 일본과 독일 제국주의에 내재되어 있던 유토피아에 대한 잠재적 환상을 기반으로 한 프로파간다를 수행함으로써 당시 스타로서는 최고의 지위를 누렸으나, 패전 이후 새롭게 재편된 국가질서에 따라 그 지위를 완전히 박탈당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점에서 네 인물의 사례는 전전과 전후를 연결하는 제국주의-냉전-국민국가로 이어지는 세계질서 재편 과정에 대한 해소 불가능한 정체성의 균열을 보여줄 것이다.

‘조선의 이사도라 던컨’으로 불린 무용가 최승희
불과 16세의 나이에 일본의 신무용가 이시이 바쿠의 문하에 들어간 후 채 10년도 지나지 않아 반도의 무희이자 제국 일본의 무희로서 당대에 명성을 떨쳤다. 그러나 ‘대동아공영’을 위한 일제의 프로파간다에 복무했다는 이유로 전후 친일 혐의를 받고 월북했다. 이후 북한의 김일성 유일체제를 위한 프로파간다에 충실히 임하며 북한예술인 최고의 영예인 ‘인민배우’로 거듭났다. 남편 안막의 숙청과 함께 몰락한 후 잊혔으나 1990년대에 복권되고 2000년대 들어 한국 신무용의 선구자로 남북한 모두에 주목받았다.

‘만영’의 간판스타 리샹란 혹은 야마구치 요시코
중국에서 태어난 일본인 소녀 야마구치 요시코. 어린 시절 만주국 이데올로기인 ‘오족협화’의 상징이 되어 중국인 리샹란으로 활동하며 영화배우이자 가수로서 대성공을 거두었다. 일본 패망 이후 중국인 친일파로 몰려 처형당할 위협에서 가까스로 벗어나 야마구치 요시코로 회귀하여 일본에 돌아왔다. 오랜 방황 이후 르포 작가, 방송진행자를 거쳐 정계에 입문한 뒤 3선 참의원을 지내며 국제 평화주의를 위해 힘썼다.

‘나치의 핀업 걸’로 회자된 레니 리펜슈탈
〈의지의 승리〉, 〈올림피아〉 등 영화사에 길이 남을 역작이자 동시에 나치의 프로파간다를 위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며 히틀러의 영웅화에 공헌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전범재판에서 무죄로 풀려났으나 그녀의 나치 혐의를 둘러싼 무수한 소문이 그치질 않았다. 이후 아프리카로 건너가 아직 문명이 들어오지 않은 원시부족의 주민들과 함께 생활하며 사진작가로서 제2의 인생을 개척했다. 무용수, 영화배우, 영화감독, 사진작가, 그리고 스쿠버다이버로서의 삶을 살았던 레니는 101세를 일기로 운명할 때까지 나치 혐의를 부인했다.

할리우드의 섹시 심벌 마를레네 디트리히
독일 태생의 영화배우로서 당대의 섹시 심벌이었으나, 나치가 집권하자 히틀러의 제3제국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한 후 연합군을 위한 위문공연 무대에 올랐다. ‘미군들의 영원한 연인’으로 불리며 연합군 측의 프로파간다에 적극 협조한 탓에 독일에서 배신자로 낙인찍혔다. 독일의 배신자라는 디트리히의 이미지는 나치가 몰락하고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도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았다. 그녀는 끝내 독일에 돌아가지 못했고 사후 10년이 흐른 뒤에야 독일 명예시민으로 추서되었다.

국가이데올로기와 문화 권력 속에 놓인 한 개인의 딜레마
책의 제목인 ‘제국의 아이돌’은 일본과 독일의 제국주의 시대에 프로파간다를 구축해간 은막의 여성 스타들을 통칭한 말이다. ‘아이돌’이라고 하면 흔히 빼어난 춤과 노래 등으로 무장한 당대의 슈퍼스타가 연상되지만, 그 어원을 따져보면 17세기 영국의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의 ‘우상’의 의미로 소급된다. 즉 인간 오성의 위험한 충동이 갖고 있는 특별한 경향성을 일컫는 ‘우상’의 개념을 함의하고 있는 ‘아이돌’은 특유의 친근함과 신비주의를 주요 콘셉트로 하면서 대중의 환상과 동경을 조직해낸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제국의 아이돌’이었던 최승희, 리샹란, 레니 리펜슈탈, 마를레네 디트리히의 이야기는 단지 전쟁과 파시즘이 주조한 극단적인 정치 상황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어떤 사건의 연쇄가 과거에 일어난 적이 있다면 미래에도 그것이 반복될 수 있으리라는 가정.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현재. 바로 그것이 이들을 이 책의 주인공으로 소환하게 된 이유이다. 오늘날의 첨단 미디어가 여론을 형성하는 방식은 훨씬 더 빠르고 교묘해지고 있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 속에 프로파간다가 아닌 것이 없을 정도로 수많은 무형의 이념이 도처에 존재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 사회의 부당한 지배 메커니즘의 소용돌이 속에서 과연 우리는 어떻게 존재해야 할까. 이 책은 이러한 물음에서 출발한다.
‘국민=주권자’라는 국적 관념은 국가가 일방적으로 부여하거나 박탈할 수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조건만 갖추어진다면 언제든지 배척당할 수 있는 수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대중은 국가이데올로기가 형성되는 계기에 직면할 때마다 언제든지 자신의 감각을 재구조화하기도 한다. 이 책의 주인공들이 겪은 뒤틀린 삶의 과정을 되돌아볼 때 우리는 국가이데올로기와 문화 권력 속에 놓인 한 개인의 딜레마, 그리고 소비사회의 기만성과 대중의 공통감각 등 우리 삶의 현재적인 맥락에서 반추해야 할 문제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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