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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링필드, 어느 캄보디아 딸의 기억
416쪽 | | 145*200*32mm
ISBN-10 : 1185928197
ISBN-13 : 9791185928197
킬링필드, 어느 캄보디아 딸의 기억 중고
저자 로웅 웅 | 역자 이승숙 | 출판사 평화를품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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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24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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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시리즈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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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소녀의 눈으로 생생하게 담아낸 캄보디아 킬링필드! 이 책은 일반인이 잘 모르는 킬링필드의 역사적 사실뿐 아니라 인간적이고 문화적인 측면까지 세밀하게 그려내어 역사가 채 담아내기 힘든 국가폭력에 희생된 개인의 내면과 삶을 생생하게 담아낸 회고록이다. 특히 영리하고 당돌하면서도 순진무구한 어린 소녀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전해주는 까닭에 더 아프고 참혹하지만, 탄탄한 이야기 구성과 서사적 긴장감, 그리고 최악의 굶주림과 죽음의 공포에 직면해서도 꺾이지 않는 어린 소녀의 용기와 저항이 솔직하고 진실한 내면묘사에 힘입어 압도적인 감동을 선사한다.

저자소개

저자 : 로웅 웅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시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다. 다섯 살이 되던 1975년, 공산주의 혁명단체인 크메르루주가 프놈펜을 장악하고 정권을 잡자 농촌으로 강제 이주를 당했다. 1980년 로웅은 큰오빠 부부와 함께 보트를 타고 태국으로 탈출해서 5개월간 난민촌에 머문 뒤 미국 버몬트주로 이주했다. 1997년부터 2003년까지 ‘지뢰 없는 세상 만들기 운동(Campaign for a Landmine Free World)’ 단체의 대변인으로 일했고, 지금까지 평화와 희망과 치유의 메시지를 전 세계인에게 전하는 연설자로 활동하고 있다. 2000년 『킬링필드, 어느 캄보디아 딸의 기억』(원제 FirstThey Killed My Father)을 시작으로 『행운의 아이』 『하늘의 루루』 등을 펴냈으며, 현재 작가이자 인권운동가, 평화활동가로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역자 : 이승숙
좋은 어린이책과 청소년책을 찾아 소개하고 번역하는 기획자이자 번역자로 활동했다. 지금은 어린이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직접 쓰면서 많은 어린이책을 우리말로 옮기고 있다. 옮긴 책으로 『떡갈나무 바라보기』 『하늘 어딘가에 우리 집을 묻던 날』 『어둠 속 어딘가』 『로널드는 화요일에 떠났다』 『흰지팡이 여행』 등이 있으며, 쓴 책으로 『안전, 어디까지 아니?』 『세계지리, 어디까지 아니?』, 『출동, 소방관』 등이 있다.

역자 : 장미란
어린이책 전문기획실 햇살과나무꾼에서 번역가로 일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좋은 어린이책을 소개하고 번역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제인 에어』『워터십다운』 『그리운 메이 아줌마』 『검은 여우』 『세라 이야기』 『젤라 그린 1·2』 등이 있다.

목차

작가의 말 11

프놈펜 1975년 4월 13
웅 가족 1975년 4월 23
압취(押取) 1975년 4월 17일 39
소개(疏開) 1975년 4월 49
7일간의 도정(道程) 1975년 4월 57
크랑트루옵 1975년 4월 73
대기 장소 1975년 7월 83
안룽트모르 1975년 7월 92
로레아프 1975년 11월 101
노동수용소 1976년 1월 121
새해 1976년 4월 138
케아브 언니 1976년 8월 161
아빠 1976년 12월 175
엄마의 리틀 멍키 1977년 4월 196
집을 떠나다 1977년 5월 208
어린 병사들 1977년 8월 223
닭 한 마리와 금 1977년 11월 248
마지막 가족 모임 1978년 5월 260
무너지는 벽 1978년 11월 271
요운이 쳐들어오다 1979년 1월 282
첫 번째 수양가족 1979년 1월 299
날아다니는 총알 1979년 2월 315
크메르루주의 반격 1979년 2월 332
처형 1979년 3월 346
밧뎅으로 돌아가다 1979년 4월 355
캄보디아에서 베트남으로 1979년 10월 369
람싱 난민촌 1980년 2월 386
에필로그 396

감사의말 402
부록 405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캄보디아 킬링필드에 관한 역사의 증언인 동시에 문학적인 성취를 이룬 회고록 천혜의 자연환경과 세계 7대 불가사의이자 세계에서 가장 큰 사원인 앙코르와트로 대표되는 찬란한 문화유산을 지닌 캄보디아.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꼽히는 앙코르...

[출판사서평 더 보기]

캄보디아 킬링필드에 관한 역사의 증언인 동시에 문학적인 성취를 이룬 회고록
천혜의 자연환경과 세계 7대 불가사의이자 세계에서 가장 큰 사원인 앙코르와트로 대표되는 찬란한 문화유산을 지닌 캄보디아.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꼽히는 앙코르와트를 비롯한 캄보디아 곳곳에는 20세기 가장 참혹한 학살극이라 불리는 ‘킬링필드’의 아픈 역사가 짙게 배어 있다.
1975년 4월, 급진 공산주의 혁명단체인 크메르루주의 지도자 폴 포트는 친미 론 놀 정권을 몰아내고 정권을 잡은 뒤, 새로운 공산주의 농민사회를 이룩한다며 도시인들을 농촌으로 강제 이주시켰다. 또한 과거 론 놀 정권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지식인, 공무원, 정치인, 군인 들을 처형하고, 타락한 자본주의에 물든 국민을 개조한다는 구실로 노동자, 농민, 부녀자, 어린이까지 잔인하게 살해했다. 당시 캄보디아 인구의 약 4분의 1에 달하는 2백만 명의 사람들이 이주 도중 처형되거나 기아와 질병으로 숨지고, 농촌으로 옮겨진 이들은 집단농장에서 강제노동을 해야 했다. 농촌에서도 혹독한 노동과 굶주림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다. 크메르루주 정권이 1975년부터 1979년까지 약 4년에 걸쳐 저지른 대학살을 ‘킬링필드’라 한다. 킬링필드는 ‘죽음의 들판’을 뜻하는 말 그대로 이때 학살된 민간인들의 시신을 묻은 집단 매장지를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수많은 사람들을 집단 매장한 킬링필드는 캄보디아 전역에 걸쳐 2만여 곳에 이른다. 특히 수도 프놈펜을 비롯한 캄퐁참, 시엠레아프, 푸르사트 등 도시에 킬링필드가 집중돼 있는데, 미국이 베트남과 전쟁을 벌이면서 베트남 국경에 인접한 캄보디아에 무차별적으로 폭탄을 투하하자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산 사람마저 집을 잃고 굶주림에 시달리다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6백만 명의 유태인이 희생된 홀로코스트는 지난 수십 년간 소설과 회고록, 역사책 등을 통해, 특히 ‘쉰들러 리스트’나 ‘소피의 선택’처럼 작품성이 뛰어난 소설들이 영화화되면서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하지만 캄보디아에서 불과 45년 전에 일어난 대량학살에 대해서는 세계인들이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고, 그 역사를 제대로 그려낸 예술작품도 거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1984년에 제작된 ‘킬링필드’라는 영화로 “멀리 동남아시아의 작은 나라에 잔인한 대량학살이 있었다”는 사실 정도는 알려지게 되었지만, 서구인의 시각에서 많은 역사적 진실이 가려지고 미국의 역사적 책임의 문제를 비껴간 한계가 있었다.
그런 점에서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미국에서 출판된 로웅 웅의 회고록 『킬링필드, 어느 캄보디아 딸의 기억』 (원제 First They Killed My Father)은 캄보디아인의 관점에서, 그것도 실제 생존자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중요한 역사적 기억을 보존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출간되자마자 큰 화제를 불러모으며 전 세계 독자들에게 크나큰 충격과 감동을 주었다. 20세기 말부터 문학적인 회고록이 새로운 창작예술 장르로 등장하면서 좋은 작품들이 많이 나왔는데, 이 책은 특히 일반인이 잘 모르는 킬링필드의 역사적 사실뿐 아니라 인간적이고 문화적인 측면까지 세밀하게 그려내어 역사가 채 담아내기 힘든 국가폭력에 희생된 개인의 내면과 삶을 생생하게 담아낸 회고록이다. 영리하고 당돌하면서도 순진무구한 어린 소녀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전해주는 까닭에 더 아프고 참혹하지만, 탄탄한 이야기 구성과 서사적 긴장감, 그리고 최악의 굶주림과 죽음의 공포에 직면해서도 꺾이지 않는 어린 소녀의 용기와 저항이 솔직하고 진실한 내면묘사에 힘입어 압도적인 감동을 선사한다.
이 책은 2000년 미국에서 출간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2001년 아시아·태평양 미국도서관협회에서 성인 논픽션상을 수상했다. 또한 미국을 비롯한 외국의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이웃 공동체 독서 프로그램 교재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2017년엔 안젤리나 졸리가 이 책을 원작으로 감독을 맡아 영화로 만들었다. 190개 나라에서 넷플릭스로 볼 수 있는 이 영화의 각본은 로웅 웅과 안젤리나 졸리가 함께 집필했다.

이 책은 과거의 이야기지만 현재시제로 쓰였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과거시제로 쓰면 거리를 두고 전쟁과 학살의 고통을 바라볼 수 있고 집필하기도 수월하지만, 킬링필드 시기에 영문도 모른 채 크메르루주군에게 가족을 잃고 행복한 생활을 빼앗겼을 때 자신이 경험했던 혼란스러움과 상실감, 외로움, 공포, 분노에 찬 심정을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하지 못할 것 같아서라고 한다.
작가의 말처럼 캄보디아의 킬링필드는 지나간 역사가 아니라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대부분의 국가폭력과 대량학살이 그렇듯이 킬링필드 역시 철저한 진상 규명은 물론 역사적 책임과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참혹한 조국의 역사와 맞물린 아픈 가족사를 쓰면서, “가족이 한 명씩 사라지기 시작할 때 느꼈던 그 분노와 타는 듯한 통증과 갈가리 찢긴 심정을 풀어내면서, 나는 그 고통에 지지 않고 오히려 더욱더 평화를 갈구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과거에 대해 눈감은 사람은 현재를 볼 수 없다. 비인간적인 일을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다시금 그러한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고 한다.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이나 제주4·3 사건, 5·18민주화운동 같은 아픈 역사를 지닌 우리가 캄보디아 킬링필드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

킬링필드의 서막, 도시를 비우고 집을 떠나다
로웅은 호기심 많고 끊임없이 재잘거리는 수다쟁이지만 영리하고 당차며 또래에 비해 조숙한 여자아이다. 고위 공무원이며 자상하고 배려심 깊은 아빠와 그 덕에 고생을 모르고 살아온 아름다운 엄마, 점잖고 관대한 큰오빠, 여자에게 인기 짱인 활달한 작은오빠, 새침하고 멋쟁이인 큰언니, 원숭이처럼 흉내를 잘 내는 민첩한 막내 오빠, 그리고 순종적이고 유순한 작은언니, 귀엽고 사랑스러운 세 살배기 여동생, 이렇게 대가족의 여섯째로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서 부유하게 구김살 없이 살았다. 그런데 크메르루주가 프놈펜을 점령한 그날 이후 로웅의 평화로운 나날은 산산이 부서지고 온 가족이 지옥 같은 삶 속으로 떨어진다.
로웅이 갓 다섯 살 되던 1975년 4월 17일, 친미 군부정권이자 부패한 론 놀 정권과 수년간 내전을 벌여온 크메르루주가 론 놀 정권을 몰아내고 프놈펜을 점령하면서 로웅의 가족을 비롯한 2백만 명의 프놈펜 시민들은 단 사흘 만에 도시 밖으로 쫓겨난다. 크메르루주의 지도자 폴 포트가 도시와 도시인들을 타락한 자본주의에 물든 악의 근원으로 간주하고 캄보디아를 새로운 공산주의 농민사회로 만들기 위해 도시인들을 농촌으로 강제 이주시킨 것이다. 이를 거부하는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처형됐다. 또한 과거 론 놀 정권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지식인, 공무원, 정치인, 군인 등 수많은 사람들이 처형되었다. 이른바 ‘킬링필드’의 서막이었다.
로웅은 미군이 도시에 폭탄을 떨어뜨릴 거라며 사흘간 프놈펜을 비워야 한다는 크메르루주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이 믿기지 않는 상황을 애써 부정하고 싶지만 머지않아 그들의 말이 거짓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주 도중 처형되거나 기아와 질병으로 숨지고, 농촌으로 옮겨간 사람들도 집단 농장에서 강제노동과 굶주림에 시달리며 수없이 죽어간 것이다.

선과 악의 갈등을 넘어선 굶주림의 고통
이레에 걸친 고된 행군 끝에 엄마의 고향이자 외삼촌들이 살고 있는 작은 시골마을에 다다른 로웅 가족은 전직 고위 공무원이었던 아빠의 신분과 프놈펜에서의 부유했던 삶을 숨기고 농민으로 숨죽여 살아가지만, 아빠의 신분이 탄로날까봐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크랑트루오프에서 안룽트모르로, 로레아프로 끊임없이 옮겨가야 했다. 큰오빠와 작은오빠는 가족과 떨어져 노동수용소에서 혹사당해야 했고, 큰언니 또한 10대들의 노동수용소인 콩차랏으로 끌려간다.
무엇보다 어린 로웅을 괴롭히는 건 처절한 굶주림이었다. 음식 배급량이 계속 줄어드는 만큼 마을 인구 또한 점점 줄어든다. 한 달 넘게 음식을 거의 먹지 못해 몸은 기형적으로 변해가고, 하루에 할당된 노동량은 힘에 겨운데 멀건 국물이 대부분인 죽조차 배불리 먹을 수 없다.

나는 절대 한꺼번에 죽을 먹지 않는다. 행여나 우리 가족이 내 것을 덜어갈세라 멀찌감치 떨어져 앉아서 먼저 국물을 한 숟가락 한 숟가락 음미하며 떠먹는다. 그릇 바닥에 남은 세 숟가락쯤 되는 밥알을 맨 마지막에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밥알을 느릿느릿 씹어 먹다가 혹 밥알이 땅에 떨어지기라도 하면 냉큼 주워 먹는다. 죽을 다 먹으면 내일까지 기다려야 다시 음식을 먹을 수 있다. 그릇을 들여다보고 그 안에 여덟 개밖에 남지 않은 밥알을 세면서 나는 속으로 울음을 터뜨린다. 여덟 알이 나한테 남은 전부라니! 밥알을 한꺼번에 삼켜 없애고 싶지 않아서 한 알씩 건져 천천히 씹으며 그 맛을 음미한다. 입 안에서 눈물과 밥알이 섞인다. 여덟 알을 모두 먹고 나서 아직 자기 몫의 죽을 먹고 있는 다른 사람들을 보니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 같다. _본문 141쪽

로웅은 자나 깨나 음식 생각뿐이다. 꿈속에서도 음식에 너무 탐욕을 부려서 가족들과도 음식을 나눠 먹지 않는다. 급기야 어느 날은 한밤중에 일어나 아빠가 어렵사리 구해 온 쌀을 훔쳐 먹으며 죄의식을 느끼고, 점점 더 자신 속에 틀어박힌다. “굶주림의 고통은 언제나 그렇게 존재하며” 끝없이 로웅을 괴롭힌다. 몇 달 뒤, 새침하면서도 어린 로웅을 살뜰히 챙겨주던 큰언니마저 노동수용소에서 굶주림에 시달리다 독이 든 음식을 잘못 먹고 세상을 떠난다.

그들은 가장 먼저 아버지를 죽였다
전 정부의 지지자였던 로웅의 아빠는 마침내 정체가 발각돼 크메르루주에게 끌려가 몇 달이 되도록 돌아오지 않는다. 엄마는 울면서 매일 계단에 앉아 아빠를 기다리지만 로웅은 아빠가 죽임을 당했음을 안다.

내 머릿속에선 온통 죽음과 처형 장면만 떠오른다. 나는 군인들이 어떻게 죄수들을 죽이고 그들의 시체를 커다란 무덤에 던지는지 수없이 들었다. 그들이 어떻게 포로를 고문하고 참수하는지, 또 귀한 탄약을 낭비하지 않으려고 도끼로 두개골을 내려친다는 말도 들었다. 아빠 생각이, 아빠가 의연하게 죽음을 맞이했는지 그렇지 않았는지 하는 생각이 멈추질 않는다. 그들이 아빠를 고문하지 않았기를 바란다. 산 채로 묻히는 죄수들도 있지만, 아빠가 그런 죽임을 당했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아빠 몸에 흙이 쌓이고, 아빠가 숨을 쉬려고 목을 할퀴며 사투를 벌이는 장면이 사라지지 않는다!
아빠가 빨리 죽음을 맞았다고 믿어야 한다. 그들이 아빠를 고통스럽게 죽이지 않았다고 말이다. 아빠, 제발 두려워하지 마세요. 아빠의 마지막 순간을 생각하자 호흡이 빨라진다.
“그만 생각해. 안 그러면 너도 죽을 거야.”
나는 혼잣말을 내뱉는다. 그래도 생각을 멈출 수가 없다. _본문 185쪽

로웅은 그 커다란 구덩이 안에서 아빠가 다른 사람들 위에 누워 고통스럽게 숨을 쉬고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군인이 아빠를 불쌍히 여겨 곧바로 총을 쏘았을 거라고 믿는다. 이제까지는 아빠 덕분에 가족의 생존을 당연하게 여겼지만, 앞으로는 아빠 없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때부터 로웅은 생존의 이유로 크메르루주와 폴 포트에 대한 분노와 증오심을 키운다. 아빠가 없는 삶은 힘들지만 계속 살아나가는 것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엄마는 굳세고 강인한 여인으로 거듭나고, 막내 오빠는 가장의 책임을 떠맡으며, 로웅 또한 목숨을 유지할 온갖 방법을 찾아내며 굳건하게 하루하루 버텨나간다.

소년병이 되다
마을에서는 하룻밤 사이에 온 가족이 사라지는 이상한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크메르루주가 자기들이 죽인 사람들의 아이들과 생존자들이 언젠가 복수를 할까 두려워 온 가족을 몰살하는 것이다. 로웅네 가족도 그대로 함께 지내다가는 언젠가 그들에게 정체가 발각될지 몰라 뿔뿔이 흩어져야 하는 운명에 놓인다. 엄마는 아직 아기나 다름없는 막냇동생만 놔두고 삼남매에게 떠날 것을 재촉한다.
“셋 다 다른 방향으로 가야 해. 킴은 남쪽으로 가렴. 초우는 북쪽으로 가고, 로웅은 동쪽으로 가거라. 노동수용소가 나올 때까지 걸어. 고아라고 하면 받아줄 거야. 이름도 바꿔. 너희끼리도 새 이름을 알려주지 마. 너희가 누군지 절대로 들켜선 안 돼.”
엄마의 당부와 달리 로웅은 막내 오빠와 헤어져 작은언니와 함께 노동수용소로 가서 고아 행세를 하며 집단 노동을 하고 선전교육을 받는다. 누구에게도 놀림 받지 않고 당차게 맞서는 로웅을 알아본 여자 감독관이 로웅을 훈련수용소의 소년병으로 보내는 바람에 로웅은 언니와 헤어져 완전히 혼자가 된다. 로웅은 훈련수용소에서 베트남의 침략에 대비해 어린이 병사로 훈련받으며 크메르루주와 폴 포트에 대한 증오심을 키워간다.

계속되는 시련, 그리고 마침내 크메르루주를 벗어나다
식량배급이 줄어들자 또다시 많은 사람들이 병들어 죽어간다. 온몸의 뼈마디가 쑤시고 공복통에 시달리던 로웅은 가까스로 찾아간 병원에서 온 가족과 만난다. 각자 아파서 병원에 왔다가 재회한 것이다. 행복한 순간도 잠시, 여섯 달 뒤 로웅은 엄마와 막냇동생이 군인들에게 끌려가 죽임을 당한 것을 알게 된다. 로웅의 머릿속에 엄마와 동생의 마지막 모습이 떠오른다.

군인들을 따라 논을 지나고 흔들리는 야자수들을 지나 마을 언저리에 있는 들판으로 간다. 인적이 드문 그곳에서 군인들이 엄마와 마을 사람들을 무릎 꿇게 한다. 서늘한 진흙 속으로 빠져들면서 엄마와 게악은 서로 꽉 붙잡는다. 엄마는 게악을 품에 꼭 껴안는다. (……) 군인 하나가 사람들에게 다가온다. 그는 곧장 엄마 쪽으로 걸어간다. 혹시나 하는 기대로 엄마의 눈이 커진다. 두려움으로 가슴이 두방망이질을 친다. 군인이 게악의 어깨를 잡는다. 두 사람이 내지르는 날카로운 비명이 허공에 울려퍼진다.
하지만 군인들은 서로 헤어지지 않으려 꼭 부둥켜안은 두 사람을 억지로 떼어낸다. 두 사람의 손끝만 닿아 있다가 다음 순간 그마저 끊어지고 만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일어나서 울며 사정한다. 갑자기 ‘탕탕탕!’ 총소리가 나면서 몸에 박힌 총알들이 비명을 잠재워버린다.
게악은 진흙탕에 얼굴을 박고 고꾸라져 있는 엄마에게 달려간다. 게악은 이제 겨우 여섯 살이라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잘 이해하지 못하고 엄마를 부르며 어깨를 흔든다. 엄마의 뺨과 귀를 만지고, 진흙탕에 묻힌 얼굴을 들어올리려고 머리카락을 잡아당기지만 역부족이다. 눈을 비비자 엄마의 피가 온통 게악의 얼굴에 묻어난다. 주먹으로 엄마의 등을 팡팡 때리며 깨우려 하지만 엄마는 가버렸다. 엄마의 머리를 붙들고 숨 쉴 새도 없이 울부짖는다. 한 군인이 어두운 얼굴로 총을 든다. 잠시 뒤 게악도 조용해진다. _본문 277~278쪽

엄마와 동생마저 잃은 뒤 베트남군이 캄보디아로 쳐들어와 폭격을 퍼붓자, 로웅은 수용소를 달아나 헤매다가 다행히도 작은언니와 막내 오빠를 만나 함께 피란을 떠난다. 푸르사트시의 난민촌에서 자신들을 볼봐줄 가정을 찾아 떠돌며 수양가족에게 갖은 멸시와 구박을 당하고 베트남 군인에게 성폭행을 당할 뻔하기도 하지만, 로웅은 특유의 기지와 당찬 성격으로 위기를 벗어난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오랫동안 헤어져 있던 큰오빠와 작은오빠를 만난다. 로웅은 다시 오빠들과 작은언니를 캄보디아에 남겨두고 큰오빠 부부와 함께 보트를 타고 태국으로 탈출해서 5개월간 태국 난민촌에 머문 뒤, 미국 교회의 후원을 받아 버몬트주로 이주한다. 15년 후, 로웅은 캄보디아에 남겨진 형제들을 찾아 고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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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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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 align="center" class="se-text-paragraph 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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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align="center"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 id="SE-a9c7f637-81ba-4a32-95f2-a9dea1893756"> 평화를품은책 / 킬링필드, 어느 캄보디아 딸의 기억 / 로웅 웅 지음 </p> <div class="se-component-content">

    지금도 멀지 않은 곳에서 자행되는 테러와 종교 전쟁들, 인류가 미래로 한발짝 더 다가가며 진보하는 와중에도 세계 곳곳에서는 끔찍한 사건들이 끊이지 않는다. 그런 사건들을 접할 때마다 인간의 이기심과 욕망이 얼마나 무섭고도 잔인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게 되는데 이 책 <킬링필드, 어느 캄보디아 딸의 기억> 또한 실제로 자행되었던 캄보디아 학살 사건을 다루고 있어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킬링필드, 어느 캄보디아 딸의 기억>은 이 책을 쓴 저자 '로웅 웅'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그녀가 다섯살이었던 해인 1975년 캄보디아 공산주의 혁명 단체인 크메르루주가 프놈펜을 장악하고 정권을 잡으면서 200만명이나 되는 무고한 농민과 시민들을 학살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1975년 크메르루주가 정권을 장악하면서 당시 프놈펜에서 중산층으로 살던 로웅 웅은 농촌으로 강제 이주 당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헌병대였던 아버지와 어머니, 언니를 비롯한 친척들이 죽음을 당하게 된다. 당시 다섯살이던 로웅 웅이 크메르루주로 인해 항상 자신의 편이 되어주었던 자상한 아버지와 사람들에게 항상 미모를 칭찬받았던 어머니, 자신의 언니들을 잃어가는 과정은 어린시절이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평생의 상처로 남았으며 로웅 웅의 가족을 비롯하여 200만명이란 사람들의 학살이 자행되며 그로 인해 남겨질 가족들의 아픔도 함께 느껴져 분노와 충격, 슬픔의 감정으로 인해 읽는 것이 힘들정도였는데 캄보디아의 경우를 보지 않더라도 비슷한 시기 우리나라에서 자행되었던 이념적 갈등으로 인한 무고한 죽음을 떠올려보면 이념이란 이분법적인 태도로 인해 정작 선량한 시민들이 희생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 앞에선 그들이 굳건히 믿었던 신념이 과연 옳았던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직까지 한국에서도 이념적인 문제들이 정치계에 대두되며 큰일이 있을 때마다 거론되곤하지만 데자뷰처럼 항상 되풀이되는 상황에 이 문제의 해결점은 없는 것일까 반문해보게되지만 결국 무엇이 먼저일까의 딜레마에 빠진 인간의 신념은 의외로 견고한 것임을 이 책에서도 느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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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캄보디아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꼭 들러보는 앙코르 와트, 그리고 킬링필드의 흔적들.아직 캄보디아를 여행한 적은 없지만, 그 흔적...
    캄보디아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꼭 들러보는 앙코르 와트, 그리고 킬링필드의 흔적들.아직 캄보디아를 여행한 적은 없지만, 그 흔적들이 궁금했었다.사실 역사적으로 봐도 정말 얼마 안된 대학살이라고 하는 킬링필드이지만나는 거의 아는 바가 없었고, 그 고난을 통과해 온 저자를 통해 자세히 알고 싶어 읽었다.로웅은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서 1970년에 태어나 자랐다.그의 가정은 중산층이었기에 일을 대신 해 주는 가정부도 있었고 부유한 생활을 했다.부모님과 일곱 남매는 남부럽지 않게 살았다.다른 나라와는 달리, 캄보디아는 정권이 바뀌면 이전 정권에 속한 사람들을 처형하기도 했다.친미 정권인 론 놀 정권이 무너지고 공산주의 정권이 집권한 이후 세상이 바뀌었다.론놀 정부를 위해 일했던 로웅의 아버지 가정은 위험에 처했다.킬링필드는 주민 7백만 중에 2백만이 죽은 아주 엄청난 사건인데한 번에 폭격이나 전쟁으로 죽은 것이 아니라, 몇 년에 걸쳐 서서히 죽어갔다.폭탄이 떨어지는 것과 같은 사고들도 있었지만, 도시에 사는 사람을 농촌으로 강제 이주하고생존을 겨우 할 만큼의 식량을 배급하고 노동을 시키는 등 굉장한 기근과 질병을 유발해서 죽은 자가 더 많았다. 책을 읽기 전에는 결코 몰랐던 사실이다.프놈펜을 떠나올 때 로웅은 겨우 5살이었지만, 로웅은 정말 영특하고 강인한 아이였다.1975년부터 1978년 동안 아빠가, 케아브 언니가, 나중에는 엄마와 가장 어린 동생 게악이 죽었다.그리고 친척 스무 명이 죽었다. 장례는 전혀 치르지 못했다.얼마나 한 맺히는 삶을 살아왔을까.누구는 다섯 살이라 기억이 잘못되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단다.그렇지만 절대 아니다.그녀의 기억은 생생했고 평생을 간직해 온 어둠의 시간들의 흔적이었다.이런 일들을 기억해내어 공유해 준 것은 세계사적, 역사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참 고마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치를 떨 공포와 아픔인데, 이제는 만행을 더 정확히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사실 한국어판이 지금 출판되었을 뿐, 이 책은 2000년에 쓰여진 책이다. 이미 그 때 전세계로 번역되어 이슈가 되었다. 역사를 바로잡고 전파할 기회가 되었던 것이 기쁘고, 이 책이 소설이 아니라 실제 일어났던 일이라는 것이 너무 가슴이 아팠다.
  •     일요일 새벽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온 가족이 잠든 시간이자 누구의 방해도 없...



        일요일 새벽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온 가족이 잠든 시간이자 누구의 방해도 없이 나혼자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오직 나만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여느 일요일처럼 9월의 어느 일요일 새벽, 평소 때처럼 나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책을 읽었다. 처음에는 누워서 비스듬히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나는 꼿꼿이 앉아서 집중하며 읽어가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장면에 다다르자 나는 티슈 없이 버티기가 힘들었다. 얼마나 눈물을 쏟았는지 세수를 하지 않고서는 하나 둘 잠에서 깨어나는 식구들의 얼굴을 볼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 정도로 이 책은 흡인력도 뛰어났지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소녀의 가슴 아픈 경험담에 눈물을 주체하기가 힘들었다. 읽는 내내 '차라리 실화가 아니라 영화였더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모든 이야기가 실화라는 사실에 가슴이 너무 아팠다.



         이 책은 캄보디아의 한 소녀가 실제 겪은 이야기로서 그 어떤 영화보다도 더 영화같은 이야기이다.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시에서 태어난 로옹 웅은 론 놀 정부의 헌병대장인 아버지와 중국계 캄보디안인 어머니, 프랑스 유학을 가서 졸업을 앞둔 멩 오빠, 군기반장인 쿠이 오빠, 예쁜 케아브 언니, '리틀 멍키'로 불리는 킴 오빠, 제일 친한 초우 언니 그리고 귀여운 세 살 난 동생 게악과 함께 평온한 가정에서 살아간다. 보통 캄보디아 가정보다는 좀 더 여유있는 중산층 가정이라 프놈펜 시에서 아파트에 거주하며, 언제난 아이들을 사랑으로 품어주는 부모님 덕분에 로옹은 하루하루 가족들의 사랑으로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런데 로옹이 5살이 되던 1975년, 공산주의 혁명 단체인 크메르루주가 프놈펜을 장악하고 정권을 잡자 로옹의 가족들은 프놈펜 시민들과 함께 농촌으로 강제 이주를 당하게 된다. 지식층(교사, 정치인, 의사, 간호사, 군인 등)을 분별하여 모조리 죽이는 만행을 저지르는 사실을 알고 로옹의 아버지는 자신의 직업을 숨기고 부두에서 짐을 꾸리는 일을 했다라고 하며 간신히 살아남아 가족들과 함께 공동체 생활을 하던 중, 결국 아버지는 신분이 드러나서 죽임을 당하게 된다. 그 장면을 읽는데 마치 내가 로옹이 된 것처럼 눈물이 터져나와 참을 수가 없었다. 크메르 루주도 '배려'를 했는지, 무작정 아버지를 잡아가는 게 아니라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다', '진흙탕에 우마차가 빠졌는데 당신이 도와줘야겠다'라고 가족들에게 들리게 얘기한 후 아버지를 데려간 것이다. 이 때, 아버지가 로옹과 작별인사를 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터져나오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아빠가 나를 안아주는 건 정말 오랜만이다. 내 발이 공중에서 대롱거린다. 아빠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나는 눈을 꼭 감고 두 팔로 아빠 목을 감싼다.

         "예쁜 우리 딸, 저 아저씨들과 잠깐 갔다 올게."

         아빠가 입술을 떨며 희미한 웃음을 짓는다.

         "아빠, 언제 돌아와요?"

         내 물음에 한 군인이 아빠를 대신해 대꾸한다.

         "내일 아침에 돌아올 거다. 걱정하지 마, 눈 깜짝할 새에 돌아올 테니."

              (중간 생략)

         아침이 왔는데 아빠가 안 돌아왔다! 아빠는 어디에 있는 걸까?

                        - 본문 178~181쪽 인용 -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아들, 딸들과 사랑하는 아내를 눈앞에 두고 자기의 죽음을 맞이하러 떠나야 하는 아빠의 찢어지는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왔다. 그리고 그 아빠를 애타게 기다리는 로옹의 애절함에 나는 결국 꺼이꺼이 울고 말았다.



          내가 두 아이의 엄마여서 그런지 나는 어느새 이 이야기의 주된 역사적 흐름보다는 로옹의 엄마와 아빠의 입장이 되어 나머지 식구들을 애처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아빠와 헤어지는 장면 이후 엄마와 동생 게악이 죽임을 당하는 장면에서도 난 또 한번 뜨거운 눈물을 쏟을 수 밖에 없었다.

           게악은 진흙탕에 얼굴을 박고 고꾸라져 있는 엄마에게 달려간다. 게악은 이제 겨우 여섯 살이라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잘 이해하지 못하고 엄마를 부르며 어깨를 흔든다. 엄마의 뺨과 귀를 만지고, 진흙탕에 묻힌 얼굴을 둘어올리려고 머리카락을 잡아당기지만 역부족이다. 눈을 비비자 엄마의 피가 온통 게악의 얼굴에 묻어난다. 주먹으로 엄마의 등을 팡팡 때리며 깨우려 하지만 엄마는 가버렸다. 엄마의 머리를 붙들고 숨 쉴 새도 없이 울부짖는다. 한 군인이 어두운 얼굴로 총을 든다. 잠시 뒤 게악도 조용해진다.

                   - 본문 278쪽 인용 -

           물론 이 대목의 글은 다른 내용들과 글자체가 다르고 따로 분리되어 있는 걸 봐서 로옹의 상상으로 작성된 부분이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럴 수밖에 없는게, 로옹은 엄마의 죽음을 목격하지 못하고 단지 엄마가 살던 숙소 옆집 아주머니에게 엄마의 붙잡혀감(곧 죽음....)을 들었을 뿐이다. 그렇지만 이 대목의 글은 자녀를 키우는 엄마들이라면 그냥 넘어갈 수 없을만큼 가슴이 쥐어짜듯 아픈 장면이기도 하다. 물론 살아남은 로옹은 엄마의 죽음으로 크나큰 상처를 받게 되었지만, 난 자꾸 읽는 내내 로옹의 엄마, 아빠가 된 기분이었다. 그래서 훈련병이 되어 점점 스스로를 지킬 수 있게 되고, 나아가 결국 최종적으로 살아남은 가족이 되어 큰오빠 내외와 함께 미국으로 가서 정착하게 되는 모습을 보고는 당장 가서 로옹의 머리르 쓰다듬고(실제로는 로옹이 나보다 더 나이가 많지만) 대견하다고 끌어안아주고 싶었다. 더군다나 로옹은 미국정착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킬링필드 시기에 가족의 생존 이야기를 담은 회고록인 이 책을 펴내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지뢰 없는 세상 만들기 운동' 단체의 대변인으로 일했으며 지금까지 평화와 희망과 치유의 메시지를 전 세계인에게 전하는 연설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야말로 인간승리이다.



            한 가족이 겪은 상처와 숙명으로 끝나버릴 수도 있었는데, 당차고 똘똘한 로옹은 어린 시절의 기억들을 떠올리며 또 한 번 힘든 시간들을 고스란히 다시 겪으면서 무엇보다 값진 이 회고록을 펴내었다. 그럼으로써 전쟁과 대학살이 어떤 상처와 고통을 낳는지, 그리고 우리는 왜 평화를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해 똑똑히 아로새겨주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평화의 소중함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되었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로옹 작가 덕분에 가족의 소중함을 더 깨닫는 시간이었다. 이 책 속의 그 누구도 내게 로옹의 엄마와 아빠처럼 되어라고 한 것은 아니지만, 좀 더 아이들을 품어주고 사랑으로 감싸안아주며 아이들 각자의 개성을 존중해주는 부모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자꾸 하게 되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가족들인 나와 함께 하루하루를 숨쉬고 일상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바로 행복이고 감사해야 하는 일임을 이 책은 내게 말해주었다. 그런 사실을 깨닫게 해 준 로옹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 앙코르왓 여행을 가서 처음으로 킬링필드에 알게 되었을 때 너무나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캄보디아가 발전이 더딘...

    앙코르왓 여행을 가서 처음으로 킬링필드에 알게 되었을 때 너무나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캄보디아가 발전이 더딘 이유중의 하나가 킬링필드 때 지식인을 다 죽여서 그렇다고,

    안경을 썼다는 것만으로도 지식인으로 여겨 죽였을 만큼 잔혹한 학살이야기가 너무 끔찍했다.

    4년 동안 인구의 1/4인 2백만 명의 민간인 대학살이 너무나 끔찍해서

    캄보디아에 갈 때마다 프놈펜에는 도저히 갈 용기가 나지 않아 앙코르왓만 세 번 다녀왔는데

    어린 소녀의 기억 속에 킬링필드는 어땠을까 그 회고록은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시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로웅은 다섯 살이 되던 1975년,

    공산주의 혁명단체인 크메르루주가 프놈펜을 장악하고 정권을 잡은 후 

    농촌으로 강제 이주를 당하기 전까지 부모님과 세 형제와 네 자매 모두 합해서 아홉 식구가

    프놈펜 중심가의 아파트 3층에서 부유하게 살았다. 중국 혈통인 엄마는 168cm의 큰 키에

    늘씬한 몸매와 도자기처럼 하얀 피부를 가진 외모로 유명하고 금목걸이와 루비 귀걸이, 팔찌를 하고

    향수를 뿌리고 가정부에게 로웅을 맡기고 시장에 가서 매일 매일 신선한 재료를 사왔다.

    강인하고 잘생긴 아빠는 캄보디아인과 중국인의 혼혈로 헌병대장으로 열심히 일하셨다.

    로웅이 사는 아파트와 생활이 너무 풍요로워 정녕 캄보디아인의 삶인가 놀라웠다.

    로웅이 그 당시 평범한 캄보디아인을 대변하지는 않는 것 같은 것이 정말 가난한 사람들은

    자신은 절대 돌아다녀서는 안 되는 곳에 있는 임시 천막에 살며 로웅이 타고 지나가는

    시클로의 녹슨 벨이 요란하게 딸랑이면 몰려오는 빈민가의 아이들의 떨어진다고 했다.

    어쨌든 평균이상의 삶을 누리며 행복하게 살아가던 로웅은 어느 날 갑자기 영문도 모른채

    집의 보석과 식량, 옷 몇가지만 겨우 챙긴 채 피난을 떠나게 된다.

    자신이 살던 집도, 차 이야기도, 부모의 직업 이야기도 절대로 입 밖에 내어서는 안 되며

    도시에 살았던 것도 철저하게 숨겨야만 한다고 부모님은 설명한다.

    걷고 걸어 도착한 시골 마일에는 세 계급의 시민이 존재하는데 일등 시민은 온 마을에 권력을

    행사하는 촌장, 그의 조력자와 크메르루주 군인들로 구성된다.

    구인민들로 크메르루주 핵심 당원들이다. 그들에 의해 가족당 분배되는 음식의 양, 처벌, 노동량이

    결정되고 그들은 앙카르의 눈이고 귀로 완전한 권력을 행사한다.

    일등 시민들이 전권을 쥔 무자비한 권력자라면 구인민은 그들 가까이에서 일하는 폭력배이다.

    로웅네 가족처럼 도시에서 살다가 시골 마을로 강제 이동당한 신인민들을 감시하고 순찰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신인민들도 공식적으로 학생이었거나 공공 서비스, 의료 예술이나 교사 같은

    전문직에 종사했던 사람들은 도덕적으로 타락했다고 간주하는 더 낮은 계급에 속한다.

    그 다음 베트남인, 중국인과 다른 소수민족은 인종적으로 부패한 낮은 계급의 사람들이다.

    그래서 로웅 가족은 아버지의 신분을 철저히 숨기지만 밝은 피부색은 숯칠을 해도 표시가 난다.

    중국계 캄보디아인임은 숨길 수가 없어서 다른 사람들보다 더 극도로 열심히 일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그 누구보다 성실한 아버지와 지니고 있던 보석의 힘으로 버티고 위험에 처할

    즈음 또 다른 마을을 떠돌아다녔지만 케아브 언니는 죽게 되고 아버지 또한 군인들에게 끌려가게 된다.

    다 죽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가족들은 고아로 속이고 뿔뿔히 흩어진다.

    결국 어머니와 막내 동생 게악도 죽게 되고 불행 중 살아남은 나머지 가족들이 외삼촌집에 도착했을 때

    외삼촌은 엄마가 딱 두 달만 더 버텼으면 좋았을 거라고 안타까워한다.

    1980년 로웅은 큰오빠 부부와 함께 보트를 타고 태국으로 탈출해서 5개월간 난민촌에 머문 뒤

    미국 버몬트주로 이주했고 ‘지뢰 없는 세상 만들기 운동’ 단체의 대변인으로도 일했고

    평화와 희망과 치유의 메시지를 전 세계인에게 전하는 연설자로 활동하고 있단다.

    중산층이었기에 보석이 있어 어쩌면 그 대학살의 현장에서 그나마 오래 버틸 수 있었다는 씁쓸함과 함께

    얼마나 더 잔혹했을까를 생각하니 너무 가슴이 아픈 회고록이었다.

  •     전쟁. 짧은 단어지만 참 많은 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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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

    짧은 단어지만 참 많은 슬픔과 아픔을 가지고 있는 단어.

    우리나라의 역사에서도 참 많은 전쟁이 있었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크게 와 닿는 부분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할아버지에게 6.25전쟁에 대해 들어보았고, 아직 당시의 피해자들이었던 분들이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나와는 먼 과거의 이야기일 뿐이라는 느낌.

    그때를 직접 경험한 사람의 감정과 기분, 상황 같은 것은 알 수가 없다.

    객관적인 정보로만 전해지는 전쟁이라는 끔찍한 모습만 알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킬링필드.

    1970년대 캄보디아의 전쟁이야기.

    실제로 경험한 사람이 적어 내려간 이야기이기에 더 몰입하게 되는 이야기.

    직접 전쟁이라는 것을 경험을 해본 적 없는 나에게는 조금 충격이었다.

    어릴 적, 아무 걱정 없이 살던 한 소녀가 어느 날 갑자기 겪게 된 전쟁이라는 무서운 현실.

    그동안 누리던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살아가야하는 오늘.

    나의 가족과 헤어질 수도 있다는 악몽, 언제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이 현실을 이겨낼 수 있다는 막연한 자신감.

    그 때마다 다가오는 현실, 배고픔.

    가족과 헤어져 홀로 살아남아야 하는 배고픈 오늘이 힘든 아이.

    살아남기 위해 더 강해져야하는 아이.

     

    아빠, 난 그 구덩이 안에서 아빠가 다른 사람들 위에 누워서 고통스럽게 숨을 쉬고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을래요.

    군인이 아빠를 불상하게 여겨서 곧바로 총을 쏘았다고 믿을 거예요.

    아빠, 숨 쉴 수가 없어요.

    아빠를 떠나보내서 미안해요.

     

    내 가족의 죽음이라는 것.

    조금 덜 고통스럽길, 조금 덜 힘들었길 바라는 아주 소박한 바램.

    전쟁이라는 상황 속에 이보다 더 큰 소원은 없을 아주 간절한 마음.

    아주 어린 아이가 깨닫기엔 가슴 아픈 현실이다.

     

    킴 오빠는 그날 밤 이후로 다시는 도둑질을 하지 않는다.

    그 즈음 오빠는 더 조용해지고 더 소극적이 된다.

    아빠는 돌아가시고 오빠들은 수용소에 있어서 킴 오빠가 우리 집 가장이다.

    그러나 오빠는 단지 어린 소년, 가족을 보살피기에는 역부족인 어린 소년일 뿐이다.

     

    커다란 부모라는 그늘아래서 안락한 삶을 살아가야할 소년.

    아빠를 잃은 그는 원치 않게 가장이 된다.

    자신보다 더 어린 동생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보다 더 약한 엄마를 지키기 위해.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누군가의 욕심을 위해, 누군가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시작되었을 전쟁.

    그 피해는 고스란히 힘없는 자들의 몫이다.

    전쟁이라는 짧은 두 글자가 품고 있는 아주 끔찍한 모습.

    이 책을 통해 함께 가슴아파하고, 함께 울었다.

    다시는 없었으면 하는 우리의 현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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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헌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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