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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빌 백작의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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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쪽 | | 121*189*17mm
ISBN-10 : 8932918481
ISBN-13 : 9788932918488
느빌 백작의 범죄 중고
저자 아멜리 노통브 | 역자 이상해 | 출판사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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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2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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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 최상 외형 최상 내형 최상

[상태 상세 항목] 선택 해당 사항있음 미선택 해당 사항없음

1.외형 상세 미선택 낙서 미선택 얼룩 미선택 접힘 미선택 낙장(뜯어짐) 미선택 찢김 미선택 변색 미선택 제본불량 미선택 부록있음 [중고 아닌 신간입니다.]

2.내형 상세 미선택 낙서 미선택 얼룩 미선택 접힘 미선택 낙장(뜯어짐) 미선택 찢김 미선택 변색 [출간 20170820, 판형 128x188(B6), 쪽수 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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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느빌 백작의 범죄 [중고 아닌 신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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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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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빌 백작의 범죄』는 노통브의 스물네 번째 소설로, 2015년 출간 이후 프랑스에서만 19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으며 한국을 비롯하여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폴란드, 네덜란드 등 9개국에서 출간 또는 출간을 앞두고 있다. 이 작품에서 노통브는 장르의 경계를 지우고 여러 모티브를 혼용하며, 개인적 체험과 허구를 조화롭게 버무렸다. 그 결과 날카로운 풍자의 힘과 사랑스러움을 지닌 작품이 탄생했다.

그리스 원정에 나서기 위해 막내딸 이피게네이아를 산 제물로 바친 아가멤논의 신화뿐 아니라, 오스카 와일드의 《아서 새빌 경의 범죄》는 플롯과 주제 면에서 많은 부분 상통한다. [의무에 대한 연구]라는 부제가 붙은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은 근본적인 반성이나 성찰 없이 의무에 도취된 인물과 계급의식을 비판한다. 노통브는 이를 새롭게 재해석하며 더 나아가, 사춘기를 지배하는 신비로운 사고의 팽창과 마법 같은 예술의 위력을 묘사했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샴페인 친구》 등을 번역한 바 있는 이상해 역자는 노통브의 간결하면서도 세련된 문체를 한국어로 고스란히 옮겼다.

저자소개

저자 : 아멜리 노통브
저자 아멜리 노통브(Amelie Nothomb)는 잔인함과 유머가 탁월하게 어우러진 작품으로 현대 프랑스 문학에서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벨기에 출신의 작가. 아멜리 노통브는 1967년 일본 고베에서 태어났다. 외교관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일본, 중국, 미국, 방글라데시, 보르네오, 라오스 등지에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냈다. 스물다섯 살에 발표한 첫 소설 『살인자의 건강법』(1992)이 10만 부 넘게 팔리며 [천재의 탄생]이라는 비평계의 찬사를 받았다. 이후 발표하는 작품들마다 대성공을 거두었다. 그녀의 작품은 세계적으로 1천6백만 부 넘게 팔렸다. 『두려움과 떨림』(1999)이 프랑스 학술원 소설 대상을 받으며 작가로서 확고한 입지에 올랐다. 이 책 『느빌 백작의 범죄』는 노통브의 스물네 번째 소설로 작가 자신의 출신 배경인 벨기에 귀족 사회가 등장한다. 때는 2014년, 아르덴 지방의 성주(城主)인 느빌 백작과 말썽쟁이 딸을 둘러싼 아찔한 희비극을 그린다. 그리스 신화에서 막내딸을 재물로 바친 아가멤논의 모티브를 비롯하여, 오스카 와일드의 소설 『아서 새빌 경의 범죄』의 구성을 빌려 간결하고도 의미심장한 이야기로 엮었다. 구태를 답습하는 귀족 계급에 대한 풍자가 엿보인다. 고상함 뒤에 감춰진 비천함을 끌어내고 엄격하게 통제되어 있던 자기 파괴의 욕망을 드러내는 인물들은 묘하게 사랑스럽다. 노통브의 다른 작품들로는 『사랑의 파괴』(1993), 『불쏘시개』(1994), 『오후 네시』(1995), 『시간의 옷』(1996), 『공격』(1997), 『머큐리』(1998), 『배고픔의 자서전』(2004), 『아버지 죽이기』(2011), 『푸른 수염』(2012), 『샴페인 친구』(2014) 등이 있다. 노통브는 알랭푸르니에상, 파리 프르미에르상, 샤르돈상, 보카시옹상, 독일 서적상, 르네팔레상 등 수많은 상을 수상했다. 현재 브뤼셀과 파리를 오가며 집필에 전념하고 있다.

역자 : 이상해
역자 이상해는 한국외국어대학교와 동 대학원 불어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대학, 릴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측천무후』로 제2회 한국 출판 문화 대상 번역상을, 『베스트셀러의 역사』로 한국 출판 평론 학술상을 수상했다. 옮긴 책으로 아멜리 노통브의 『샴페인 친구』, 『푸른 수염』, 『머큐리』, 에드몽 로스탕의 『시라노』, 미셸 우엘벡의 『어느 섬의 가능성』, 델핀 쿨랭의 『웰컴 삼바』, 파울로 코엘료의 『11분』,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크리스토프 바타유의 『지옥 만세』, 조르주 심농의 『라 프로비당스호의 마부』, 『교차로의 밤』, 『선원의 약속』, 『창가의 그림자』, 『베르주라크의 광인』, 『제1호 수문』 등이 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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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성에서 산다는 것, 그게 어떤 건지 사람들이 안다면! 내 사랑아, 너 때문에 난 열여덟 살까지 굶주림에 시달렸고, 매년 겨울 살을 에는 추위에 떨었어. 이곳 겨울이 반년 동안 지속된다는 것은 주님께서 아셔! 증오가 사랑에 가깝다는 건 맞는 말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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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에서 산다는 것, 그게 어떤 건지 사람들이 안다면! 내 사랑아, 너 때문에 난 열여덟 살까지 굶주림에 시달렸고, 매년 겨울 살을 에는 추위에 떨었어. 이곳 겨울이 반년 동안 지속된다는 것은 주님께서 아셔! 증오가 사랑에 가깝다는 건 맞는 말이야. 1958년 겨울, 루이즈 누나가 치료도 제대로 못 받고 죽었을 때, 난 널 증오했어. 당시 난 열두 살, 누나는 열네 살이었지. 우린 그녀의 병명을 입 밖에 낼 권리가 없었어. 하지만 영양실조와 추위가 그 병을 악화시킨 건 분명했어. 난 성인이 되기 전에 붉은 고기를 먹어 본 적이 없었어. 하지만 내 마음을 산산조각 내놓은 건 그게 아니었어. 내 아버지 오카생은 루이즈를 미친 듯이 사랑했어. 그는 단지 생활을 바꿀 수가, 겉치레에 모든 것을 희생시키지 않을 수가, 찢어지는 가난에 시달려야 할지라도 한 달에 한 번은 벨기에 귀족을 초대해 호화롭게 대접하지 않을 수가 없었을 뿐이야.] ― 본문 43~44면

「한 가지 더 물어볼 게 있네. 자네가 말한 살인 사건 중에 범죄를 계획한 경우도 있었는가?」
「물론 없었네.」
「왜 [물론]인가?」
「계획된 범죄였다면, 사교계가 그걸 받아들일 수 없는 것으로 여겼을 테니까. 순간적으로 발끈해 손님을 죽이는 것에서는 품격이 느껴져. 멋이 있지. 손님을 살해하려고 계획을 꾸미는 건 천박하기 그지없는 일로서, 그자가 접대의 예술을 모른다는 것을 증명하네.」
「혹시 선례는 없는가?」
「우리 사교계에서? 말이 되는 소리를 하게, 앙리.」
「자네가 든 예들 중 하나에 계획범죄가 감춰져 있었다면?」 ― 본문 67면

「헛소리를 마구 지껄이는구나! 가엾은 녀석! 네가 사춘기에 겪는 위기가 이 정도로 심각할 줄은 내 정녕 몰랐구나.」
「제가 거의 말을 하지 않으니까요.」
「말을 않고 있는 게 훨씬 낫구나. 네가 이렇게 입을 여니, 정말이지 끔찍해.」
「제 머릿속에서는 네 살 이후로 늘 이래요. 그래도 이건 최악은 아니에요. 최악은 제가 열두 살 반 이후로는 더 이상 아무것도 못 느낀다는 거예요. 제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할 때, 그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에요. 제 오감은 아주 잘 작동해요. 전 듣고, 보고, 미각, 후각, 촉각도 있어요. 하지만 그와 결합된 어떠한 감정도 느끼지 못해요. 아빠는 제가 살고 있는 지옥이 어떤 건지 몰라요. 베르나노스의 말이 맞아요. 지옥은 한기예요. 전 절대 0도에 붙박여 지내고 있어요.」 ― 본문 80~81면

「꿈 같은 것도 없고, 원하는 것도 없어요. 이 모든 게 중단되는 것 말고는요. 제가 열렬히 원하는 게 바로 그거예요.」
「누가 죽음이란 게 그렇게 좋다더냐?」
「좋은지 어떤지 저도 몰라요. 하지만 적어도 그건 다른 거잖아요.」
「그럴지도. 또 어쩌면 똑같은 것일지도.」 ― 본문 87면

알렉상드라는 타고날 수 있는 선에서 가장 좋은 성격을 타고났다. 그녀는 무슨 일에서든 좋은 면을 보는 법을 찾아냈다. 그녀는 기분 처지게 하는 대화를 거부했다. 특히 아무 소용이 없을 때는. 그런데 그런 경우가 잦았다.
「그 사람들, 베네치아에 갔다 와서는 그 도시가 가라앉고 있다고 말해요! 아주 심각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이죠. 마치 우리가 그걸 모르는 것처럼, 마치 우리가 그걸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는 것처럼! 정말 참을 수가 없다니까!」
누군가가 몇십억 년 후에 식어 버릴 태양이나 컴퓨터 앞을 떠나지 않는 아이들, 혹은 점점 줄어드는 빙산을 멍하니 바라보는 굶주린 백곰들에 대해 말하기 시작하면, 알렉상드라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선언해 대화를 도중에 끊어 버렸다.
「베네치아야 가라앉으라지!」 ― 본문 96~97면

바로 그때, 올빼미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어머니는 늘 그에게 말했다. 「올빼미가 울면, 네 생각이 맞는 거란다.」 그는 생각했다. [맞으면 뭐하나. 난 아직 죄인이 아냐. 아니, 어쩌면 이미 죄인인지도. 난 어느 순간에 죄인이 되어 버렸을까? 큰아이 둘의 이름을 오레스트와 엘렉트르로 지은 게 진정 운명을 자극한 것이었을까? ― 본문 102~10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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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노통브는 멋진 수확을 거뒀다. 심술궂은 터치가 가미된 사랑스러운 환상이다. ― 렉스프레스 동화와 비극의 경계에 선 발칙한 작품! 프랑스 현대 문단의 블록버스터(『르 누벨 옵세바퇴르』), 아멜리 노통브의 신작 『느빌 백작의 범죄』가 이상해 번...

[출판사서평 더 보기]

노통브는 멋진 수확을 거뒀다.
심술궂은 터치가 가미된 사랑스러운 환상이다. ― 렉스프레스

동화와 비극의 경계에 선 발칙한 작품!

프랑스 현대 문단의 블록버스터(『르 누벨 옵세바퇴르』), 아멜리 노통브의 신작 『느빌 백작의 범죄』가 이상해 번역으로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허를 찌르는 유머와 기발한 상상력, 매끄러운 문장을 자랑하는 그의 작품들은 오랫동안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현대 프랑스 문단을 주도하는 작가 중 한 사람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성실함으로 데뷔 이래 한 해도 빠짐없이 감각적인 작품을 발표해 왔다. 그녀의 작품은 전 세계 46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 총 1천6백만 부 이상이 판매되었다. 2015년 벨기에 프랑스어권 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출되었다.
이 책 『느빌 백작의 범죄』는 노통브의 스물네 번째 소설로, 2015년 출간 이후 프랑스에서만 19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으며 한국을 비롯하여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폴란드, 네덜란드 등 9개국에서 출간 또는 출간을 앞두고 있다. 이 작품에서 노통브는 장르의 경계를 지우고 여러 모티브를 혼용하며, 개인적 체험과 허구를 조화롭게 버무렸다. 그 결과 날카로운 풍자의 힘과 사랑스러움을 지닌 작품이 탄생했다.
그리스 원정에 나서기 위해 막내딸 이피게네이아를 산 제물로 바친 아가멤논의 신화뿐 아니라, 오스카 와일드의 『아서 새빌 경의 범죄』는 플롯과 주제 면에서 많은 부분 상통한다. [의무에 대한 연구]라는 부제가 붙은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은 근본적인 반성이나 성찰 없이 의무에 도취된 인물과 계급의식을 비판한다. 노통브는 이를 새롭게 재해석하며 더 나아가, 사춘기를 지배하는 신비로운 사고의 팽창과 마법 같은 예술의 위력을 묘사했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샴페인 친구』 등을 번역한 바 있는 이상해 역자는 노통브의 간결하면서도 세련된 문체를 한국어로 고스란히 옮겼다.

운명을 뒤흔드는 불길한 예언
「그 파티에서 당신은 초대 손님 중 하나를 살해하게 될 겁니다.」

가문의 파산으로 매각을 앞둔 플뤼비에성(城). 그곳에서 마지막 파티를 여는 느빌 백작은 자신의 아버지가 그러했듯, 접대의 귀재다. 어느 날, 숲에서 딸을 발견해 보호 중이라는 점쟁이의 전화를 받고 점집으로 향한다. 품행이 흠잡을 데 없는 언니 오빠와 달리 열두 살 무렵부터 생기를 잃고 방황하기 시작한 셋째 세리외즈. 딸을 데리고 자리를 나서는 느빌 백작에게 점쟁이는 무시무시한 예언을 전한다. 곧 있을 마지막 가든파티에서 그가 초대 손님 중 한 명을 죽이게 될 것이라는……. 예언에 사로잡힌 느빌 백작은 불면에 시달리며 자신의 초대 손님 중 살해하기에 적합한 인물을 모색하기에 이른다. 이 작품의 핵심이자 작품 전반에 흐르는 기이한 분위기의 원인은 바로 느빌 백작이 점쟁이의 말대로 운명을 결정지어 버린다는 데 있다. 그가 자신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고 살인할 방법을 궁리하던 그때, 셋째 딸 세리외즈가 서재 문을 두드린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부탁한다. 제발, 자기를 죽여 달라고.

고상함 뒤에 감춰진 비천함,
파괴를 부르는 욕망의 주체들

정서적 불감증에 빠진 세리외즈는 죽음으로써 자신이 처한 지옥 같은 상태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아버지가 의심 없이 예언을 수행하는 중에 봉착한 문제와 자신의 욕망이 정확히 일치한다는 것을 꿰뚫은 것이다. 세리외즈의 불감증과 죽음 충동에는 성적(性的)인 요소가 다분하다. 극단의 자극을 통해 살아 있음을 느끼려 하며 아버지의 동의를 구하기 위한 설득 과정은 이성을 향한 유혹과 닮았다. 느빌 백작은 불온하기 짝이 없는 딸의 요구에 불쾌감을 표현하지만 결국, 두 손을 들고 만다.
느빌 백작은 찢어지는 가난에 시달려도 한 달에 한 번 귀족들을 초대해 호화롭게 대접했던 아버지를 증오했지만 결국 같은 길을 걷게 된다. 허영과 의무를 구별할 줄 몰랐던 아버지로 인해 가족들은 굶주림에 시달려야 했고 어린 누이는 목숨을 잃었다. 그렇듯 악의는 없을지언정 타인을 죽음으로 몰고 갈 수도 있는 몽매(蒙昧)의 상태가 대를 이어 전해진다. 느빌 백작을 지독한 고통에 빠뜨린 예언과 자식 살해라는 예언의 결과는 실상 그의 선택에서 비롯된 것이다. 첫째와 둘째 자식의 이름을 오레스트와 엘렉트르로 지은 이상 셋째는, 이름이 무엇이든 간에 이피게네이아의 비극적 운명을 이어받을 수밖에 없다는 딸의 말을 백작은 강하게 부정하지 못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백작과 세리외즈 모두 자신의 고통에 몰두할수록 점차 거센 충동에 휩싸인다. 타협 불가능한 욕망이 구체적인 행동을 끌어내고 부녀의 삶에 활력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적어도 이 책에서는 구태를 답습하는 자에게 불운이 멈추지 않는다. 아무런 반성 없이 그저 주어진 의무를 수행하는 것, 고매한 인격을 자부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부도덕한 행위를 서슴지 않는 부류를 향한 일갈이다.

[괴물 같다고 해서 반드시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아멜리 노통브의 여주인공들이 늘 그렇듯, 주도권은 오롯이 그녀가 쥐고 있다.
그녀는 아버지처럼 장르의 형식에도 얽매이지 않는다. ― 옮긴이의 말


절대 0도의 한기. 세리외즈는 아무것도 감각할 수 없는 자신의 상태, 즉 지옥을 이렇게 표현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를 구한 것은 심장에 적중한 총알도, 점쟁이도, 남자도 아니다. 음악이다. 슈베르트의 가곡을 부르는 여가수의 노래로 세리외즈의 저주는 풀린다. 노통브는 이로써 인생에 존재하는 불가사의하고 복잡다단한 장벽들을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예술의 힘을 강조한다.
노통브가 25세에 쓴 첫 소설 『살인자의 건강법』은 출간 즉시 천재의 탄생이라는 비평계의 찬사를 받으며 10만 부가 넘게 팔리고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이후에도 발표하는 작품마다 대성공을 거두며 문학계에 확고한 입지를 굳혔다. 빅토르 위고의 『노트르담의 꼽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격』(1997), 샤를 페로의 잔혹 동화를 새롭게 해석한 『푸른 수염』(2012), [미녀와 야수]를 주제로 한 『머큐리』(2014) 등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이 묻어나는 작품들을 잇따라 선보였다. 그녀의 매 작품이 그렇듯 『느빌 백작의 범죄』 역시 [타이어]가 등장하고 샴페인이 넘실거리며, 이따금 경멸에 찬 시선이 느껴진다. 실제 벨기에 명문가인 느빌가(家), 벨기에의 고급 골프 클럽 라벤스테인 등 작품 곳곳에 놓인 인명과 지명들은 보물찾기처럼 아기자기한 재미를 선사한다. 노통브는 풍습 희극의 대가인 오스카 와일드를 심술궂은 손길로 사랑스럽게 변주했다. 읽는 이의 혀를 내두르게 하는 마지막 페이지의 결말은 단연 압권이다.

추천사
비극과 희극이라는 두 원수를 한데 어울리게 만드는, 오스카 와일드에 이르는 아름다운 가이드다. ― 리르
익살 넘치는 풍자. ― 콩트르푸앵
과녁에 다시 명중하는 벨기에의 화살. ― 르 푸앵
노통브는 멋진 수확을 거뒀다. 심술궂은 터치가 가미된 사랑스러운 환상이다. ― 렉스프레스

프랑스 아마존 독자 평
ㆍ노통브의 세계는 상식을 벗어나 있으며 그녀의 필치는 한마디로 놀랍다.
ㆍ아멜리 노통브는 절대로 실망시키지 않는다. 분위기가 놀랍도록 잘 묘사되어 있으며 매력적인 데다 예상을 뛰어넘는 결말이 매우 훌륭하다.

굿리즈 독자 평
ㆍ이피게네이아 비극을 현대적 관점에서 다룬 전위적이고 엉뚱한 벨기에 소설이다. 완전히 정신 나간 듯하고 재미있다. 웃음을 불러일으킨다.
ㆍ짧지만 실로 대단한 작품이다.

[작가 인터뷰]
『느빌 백작의 범죄』를 어떻게 정의하면 좋은가? 동화인가, 아니면 비극인가?

이 소설은 비극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희극인, 둘 모두에 해당한다. 꼭 우리네 인생과도 같다. 동화 같은 요소가 있고 신화에서 비롯된 요소도 있다. 또 모든 생에 담긴 순수한 공포가 존재한다. 우리가 어떤 인생을 보든, 진짜 재미있는지 살피려고만 해도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익살이 있다.

이 작품의 집필에 있어서, 당신은 오스카 와일드 작(作) 『아서 새빌 경의 범죄』의 영향을 받았다. 이유는?
내게 오스카 와일드는 최고의 작가이다. 그는 예술의 선지자와도 같다. 그가 취하는 서사 구조와 이야기가 흘러가는 양상이 매우 흥미롭다. 나의 도박은 오스카 와일드와의 관계로 임신이 된 것이다. (웃음) 죽은 사내로 인한 잉태는 위험천만한 도박이었는데…… 더군다나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 죽은 사내였으니.

또 당신 개인의 삶과 가족사도 스며 있다.
느빌처럼 나의 가족 역시 성(城)을 잃었다. 이것 자체로는 그리 심각한 일이 아니었지만 그 일이 나를 슬프게 만들긴 했다. 그리고 나는 나의 세계와 오스카 와일드의 세계를 잇는 다리를 보았다. 게다가 느빌 백작이라는 캐릭터를 창조하는 데 아버지가 큰 역할을 했다. 만일 아버지가 늘 해외를 떠돌지 않고 벨기에에 터를 잡고 살았다면 어땠을지 한번 상상해 봤다. 느빌 백작과 아버지의 이력에는 굉장한 공통점이 있다. 아버지는 사람들을 대접하는 것을 즐겼고 늘 솜씨 좋게 처리했다. 그분에게 접대란 삶의 본질과도 같았다. 외교관일 때 달에 1천여 명의 사람을 맞이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시곤 했다.

어린아이였는데 어떻게 그 모든 손님들 가운데 한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는지?
우리는 눈에 띄기 어려웠다. 연회에서 제외되지도 않았지만 초대되지도 않은 처지였다. 내게 매우 이상야릇한 느낌을 안겼다. 이 경험이 나를 훌륭한 독자로 성장하게 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뭘 할 수 있었겠나? 그저 아버지 방에 머물면서 책을 읽었다.

초대 손님을 살해하는 것에 대한 판타지가 있는지 궁금하다.
물론이다! 아버진 전혀 아니다. 나와 정반대다. 아버진 사람들을 은혜롭게 행복감을 갖고 대하셨다. 반면에 난 초대 손님을 죽이는 것에 대한 판타지를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들을 살해할까 봐 너무 두려운 탓에 사람들을 절대로 집에 초대하지 않는 거다. (웃음)

느빌 백작의 경우처럼 가장 죽일 만한 가치가 있는 초대 손님을 염두에 뒀는지?
그렇다, 나는 많은 살해 대상 후보들을 찾았다. (웃음)

이 책에서 벨기에 귀족 사회를 비판하고 있다.
내가 매우 잘 아는 사회 계층이다. 스스로 좋아하는지 어떤지 모를 집단일지라도 말이다. 부모님이 소속된 집단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소 까다로운 계층이다. 또한 매우 폐쇄적인 귀족 계급이다. 그런 탓에 더 나은 모습으로 진화하기가 어렵다. 그렇지만 나쁜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느빌 백작에게는 무척 매력적인 면이 있다.

몇 달 전에 남작 작위를 받았는데, 소감은?
말도 안 되는 올해의 사건이었다. 이 책을 쓸 때, 국왕이 내게 작위를 수여할 작정이라는 건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벨기에 국왕께선 내가 벨기에 귀족 사회에 대해 쓰고 있으리라고 생각지 못하신 것 같다.

당신 작품의 등장인물들은 원칙을 고수한다. 자식 살해 등 존속 살해의 소재가 충격을 던진다.
이해한다. 나는 부모를 죽이는 게 나쁘다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라 그것엔 그 나름의 이유가 있으리라는 말을 하는 거다. 한편 자식을 살해하는 것은 완전히 부도덕한 행위다. 나의 이 불운한 주인공은 셋째 이피게네이아의 부름에 응하지 않고, 자식을 죽이는 일만은 피하려 갖은 수를 다 썼음에도, 그 자신이 딸을 불러낸 듯 처음과 동일한 상황에 직면한다. 그러나 이 책의 결말에 대해선 발설하지 않을 것이다!
― 2015년 9월 1일 프랑스 『Metro』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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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의 화장법 아멜리 노통브, 잔혹 동화로 돌아오다] 아멜리 노통브. 꽤 익숙한 이름이다. '느빌 백작의 범...

     

    적의 화장법 아멜리 노통브, 잔혹 동화로 돌아오다]

    아멜리 노통브. 꽤 익숙한 이름이다.

    '느빌 백작의 범죄'

     책을 받은 순간부터 익숙했던 이름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알던 이름이란 걸 알아차렸다.

    '적의 화장법'

    군생활 시절, 기발하면서 신선한 소설 '적의 화장법'을 단숨에 읽었었다.

    적의 화장법을 집필한 작가 아멜리 노통브를 '느빌 백작의 범죄'에서 재회했다.

    프랑스 대표 소설 작가 중 한 명인 아멜리 노통브는 벌써 스무 권이 넘는 책을 출간했다.

    최근에는 잔혹 동화 시리즈를 연속해서 내놓고 있다는 아멜리 노통브.

    오늘은 2014년 벨기에 귀족 인물 설정을 기초로 한 '느빌 백작의 범죄'를 맞이한다.


    [모티브는 여러 곳에서 가져왔지만, 신선함은 여전하다]

    아멜리 노통브의 책은 신선함을 독자에게 선물한다. 그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신선함을 독자에게 느끼게 해 줄 수 있는 큰 이유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느빌 백작의 범죄'도 마찬가지이다.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여러 모티브를 차용했다.

    대표적으로 차용한 모티브는 딸은 제물로 바치는 아가멤논 신화일 것이다.

    단순히 모티브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그 모티브에 아멜리 노통브의 특유의 풍자와 유머가 더해져, 부담스럽지 않은 가벼운 잔혹 동화 소설이 만들어진다.


     댁에서 곧 큰 잔치를 여시는군요. 그녀가 말했다.

    그렇소이다.

    그 잔치에서 백작님은 초대된 손님 하나를 죽이게 될 겁니다. P9 ~ P10


    앞서 말했던 아가멤논 신화를 이용한 부분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점쟁이의 예언을 듣고 난 느빌 백작과 딸은 아가멤논 신화를 떠올리게 된다.

    딸은 사춘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아버지인 느빌 백작의 심기를 계속해서 건드린다.

    가든파티를 성공적으로 여는 것이 인생의 낙 중 하나인 느빌 백작.

    행복한 가든 파티에서 딸은 본인에게 자꾸 죽이라고 도발을 한다.

    점점 열받는 느빌 백작. 사춘기의 딸은 정말이지 어려운 존재 중 하나임을 다시 한 번 증명한다.


    이건 못 들어 봤어요. 슈베르트는요. 감동을 느껴보려고 그렇게 오랫동안 애썼는데! 절 보세요.

    전 이제 지나치게 많이 느끼고 있어요.


    이제 감정을 갖는다고? 내가 널 죽여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군!


    그녀가 눈물을 흘리면서 웃었다.


    아빠, 저주는 풀렸어요. 마치 소프라노의 목소리가 제 가슴을 죄고 있던 외피를 파괴한 것 같아요.


    난 그따위 것엔 관심 없어. 나한테는 지켜야 할 계약이 있지.


    그는 딸의 머리를 겨냥했다.  P134


    딸을 절대 죽일 수 없다던 느빌 백작은 거듭된 도발과 여러가지 상황 속에서 드디어 폭주하게 되는 장면이다.


    [잔혹 동화이지만 잔혹하지만은 않다]

    위의 몇 몇 대목을 읽어보면 상당히 비정상적인 상황의 장면을 묘사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편하고 즐겁게 읽혀지는 것이 아멜리 노통브 소설이라고 말하고 싶다.

    140여페이지의 ̧은 내용이 부담스럽지 않고, 잔혹 동화이지만 간결한 문체에 더해진 아멜리 노통브의 유머가

    소설을 풍부하게 어떤 면에서는 스타일리쉬하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정석적인 소설이 아닌 신선함을 느껴보고 싶다면, '느빌 백작의 범죄'는 대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 분량만 놓고 보면 중편 소설에도 조금 못 미친다. 마음먹고 읽으면 단숨에 읽을 수 있는데 왠지 모르게 딴일을 하다보니 속도가 ...

    분량만 놓고 보면 중편 소설에도 조금 못 미친다. 마음먹고 읽으면 단숨에 읽을 수 있는데 왠지 모르게 딴일을 하다보니 속도가 더뎠다. 읽으면서 귀족의 의무과 살인과 예상하지 못한 결말 때문에 놀랐다. 한 점쟁이의 예언에 휘둘려 잠을 자지 못하는 느빌 백작과 성을 팔기 전 마지막 가든파티를 멋지게 해내려는 느빌 백작의 모습은 인간의 다중성을 잘 보여준다. 그가 예언에 빠져 누굴 죽일까 고민하는 대목은 어떤 부분에서는 희극적이다. 특히 아내가 작은 말꼬투리를 잡으면서 죽여야한다고 할 때는 농담 그 이상으로 느껴졌다.

     

    성을 빠져나가 숲에서 머물던 아이 세리외즈를 데리고 온 것은 점쟁이다. 이 점쟁이가 느빌 백작에게 전화해서 딸이 가출했다고 말한다. 놀란 가슴을 안고 딸을 데리러 온 그에게 가든파티에 초대한 사람을 죽인다는 예언을 한다. 그냥 무시하면 될 말인데 예언에 사로잡힌다. 여기에 작가는 아가멤논의 사례를 들면서 그것이 운명임을 강조한다. 느빌 백작이 아이들 이름을 오레스트와 엘렉트르로 지은 것과 연관시킨다. 다만 셋째만 세리외즈란 다른 이름이다. 이 다름이 이 귀족 집안에서 생각과 행동과 외모의 다름으로 발전한다.

     

    오스카 와일드의 <아서 새빌 경의 범죄>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 읽지 않은 작품이라 이 둘을 연결할 수 없다. 아쉬운 부분이다. 노통브가 오스카 와이드의 열렬한 팬이란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이번 작품을 읽으면서 운명과 예언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운명 지어진 것을 예언한다고 한다면 그 결정론적 세계관 속에서 인간의 선택은 이미 정해졌다. 이것을 엇나가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셋째 딸의 이름을 다르게 지은 것도 이해가 된다. 세리외즈의 오빠와 언니가 너무나도 완벽해서 그 짝을 찾을 수 없다고 한 것과 대비된다. 이 다름이 그녀를 사춘기의 우울 속으로 깊이 밀어넣는다. 그녀가 고뇌하는 아빠에게 자기를 죽여달라고 한 것도, 밤에 밖으로 나간 것도 이 연장선에 있다.

     

    처음에는 딸 세리외즈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소설 속 주인공은 느빌 백작이다. 그가 하는 고뇌와 불행했던 과거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귀족과 완전히 다르다. 권리보다 의무가 먼저고, 검소한 생활은 기본이다. 이런 와중에 화려한 파티는 이어져야 한다. 허영이다. 대외적 이미지에 너무 많은 신경을 쓴다. 파산으로 플뤼비에성을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도 이 의무와 순수함과 허영심 때문이다. 그가 집을 떠나 대학에서 음식을 마구 먹는 장면을 보면서 이런 귀족이라면 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누이가 영양실조로 죽었던 과거와 연결한다면 더욱. 동시에 한국 상류층을 떠올리며 너무 다른 모습이라 더 놀란다.

     

    존속살인이란 고전적 비극을 다루지만 그 속에는 운명과 허영심이 담겨 있다. 존속살인이 나쁜 것이란 것을 누구나 알지만 고전 속에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느빌 백작이 딸의 첫 번째 제안을 피해갈 수 있다고 느꼈을 때 행복감은 자신에게 닥친 운명은 피할 수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뀐 제안이 왔을 때 그가 보여준 행동은 이성 대신 예언에 휘둘리는 불쌍한 한 남자일 뿐이다. 그러다 일어나는 반전은 어떻게 보면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그 마무리는 그 옛날 동화를 따라간다. 

  • 아멜리 노통브다운 소설 | je**oon | 2017.09.22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아멜리 노통브의 책들은 몇 권 읽어봤었기에 이번엔 어떤 내용과 (반전을 보여주려나) 기대하며 기다렸는데, 금방 도착. &nb...

    아멜리 노통브의 책들은 몇 권 읽어봤었기에
    이번엔 어떤 내용과 (반전을 보여주려나) 기대하며 기다렸는데, 금방 도착.

     

    주인공은 벨기에의 귀족 느빌 백작과 그의 막내딸 세리외즈.
    경제적 문제로 조상 때부터 살아온 성을 팔아야만 하는 상황이 된 느빌 백작은
    성에서 열리는 마지막 가든파티에 초대된 손님 중 한 명을
    자신이 죽이게 된다는 점쟁이의 예언을 듣는다.
    처음엔 믿지 않는 듯했으나, 점점 그 예언에 골몰하면서
    완벽한 파티를 위해 '누구를 죽여야 하나?'를 고민하게 되는데...


    - 최악은 제가 열두 살 반 이후로는 더 이상 아무것도 못 느낀다는 거예요.
    - 꿈같은 것도 없고, 원하는 것도 없어요. 이 모든 게 중단되는 것 말고는요.
    라며 자기를 손님 대신 죽여달라고 하는 딸 세리외즈 덕분에 사건은 더 복잡해져간다.

     

    느빌 백작의 심리가 변해가는 과정에 대한 묘사가 흥미롭다.
    우화 같기도 하고 연극 같기도 한, 짧은 이야기.
    독특하고 당황스럽기도 해서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이 맞구나 싶은.

  • 아멜리노통브 역시 대단 | ma**ou77 | 2017.08.29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아멜리 노통브를 얼마만에 읽는 것인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이토록 아름다운 세살>을 읽고 멈췄으니 15...
     아멜리 노통브를 얼마만에 읽는 것인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이토록 아름다운 세살>을 읽고 멈췄으니 15년 정도 됐으려나. 오래되었지만 주인공 아이의 속마음을 들여다본 글이 놀라웠던 기억이 난다. 나에게는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인생에 대한 시크함이 글 속에서 품어져나오는 듯 해서 이게 프랑스 소설의 느낌인가 갸웃거리기도 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만난 아멜리 노통브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글 속에 시크함은 남아있지만 초창기 작품보다는 모가 둥글어진 느낌이었다. 편하게 읽혔고 무엇보다 뒷부분의 반전이 역시~ 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130쪽 내외의 아주 짧은 글임이 아쉬웠다.

      매력적인 인물 둘이 등장한다. 느빌백작과 그의 딸 세리외즈.

      느빌백작은 벨기에에 남아있는 몇 안되는 귀족이다. 귀족사회를 지켜온 구습을 포기하지 못하고 가난하지만 남들에게는 화려한 파티를 열어보임으로서 타인으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다 여긴다. ....어느날 갑자기 점쟁이로부터 듣은 예언이 얼토당토하지 않은 이야기지만 듣는 순간부터 자신에게 각인되어 불안감에 휩싸인다. 자신이 여는 파티에서 초대받은 손님 중 한 명을 죽이게 될 것이다라는 예언...

      느빌백작의 매력은 바로 귀족이라는 지위를 놓지 못하면서도 어이없는 예언을 받아들이는 그 모습에서 품어져나온다. 허무주의에 빠져있음에도 귀족사회에 대한 낭만을 버리지 못하는 귀여움이 있다. 예언을 너무 쉽게 받아들이 그 어이없는 행동마저 그저 귀엽게만 느껴졌다. 딸에게 이리저리 흔들리면서도 갈피를 못 잡고 고민하는 모습도 그랬다. 아멜리 노통브의 장기가 아닌가 싶다. 묘하게 설득력이 있다는 점...뻔히 그 남자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할 수 있지만 노통브이기에 그럴 수도 있겠다로 받아들여진다.  

      대부분의 책과 서점에서 노통브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여주인공의 주체적이고도 명쾌한 행동들을 보여주는 인물이 느빌백작의 딸인 세리외즈다. 이 아이는 첫 등장부터 마지막까지 깊은 인상을 준다. 흔들리는 아빠의 마음을 다잡고 그 죽음의 방향을 자신에게로 바꾸어 가고............. 그리고 마지막 결단을 내리기까지 세리외즈는 자신의 역할을 확실히 인지하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일을 이끌어내는 능력 또한 출중하다. 그리고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려지는 마지막 반전...시원시원...정말 매력이 넘친다.

      내가 노통브를 좋아하게 된 것도 그녀가 그리는 여성 의멋짐폭발 때문이었는데 역시나 이 책도 그 기대를 충족시켜준다. 다른 소설 속 민폐여성과는 차원이 다른 시원시원함이 있다. 무엇보다 오랜기간 느빌백작이 귀족이라는  틀에 얽매어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못하고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우와좌왕하며 혼돈의 시기를 보낸 것에 비해 세리외즈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또렷이 인식하고 그에 걸맞는 행동을 취하여 자신이 원하는 것을 챙취하는데 거침이 없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 나오는 아마멤논의 이야기와 오스카와일드의 <아서 새빌경의 범죄>를 모티브로 이야기를 끌어내어 급작스럽게 진행된 인물의 생각전환도 독자들은 그럴 듯 하다고 받아들이는 효과를 누린다. 나 스스로가 패러디의 반짝이는 이야기 전환을 즐기는 독자라서 그럴지도....

      무튼 읽는 내내 재미있었고 행복했다. 간만에 만난 여전한 노통브의 시크함도 좋았고 전보다 자연스럽게 읽히는 문장도 좋았다. - 어쩌면 역자의 능력일지도 모르겠지만 - 짧은 분량 속에서도 자신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충분히 끌어내고 깔끔하게 정리하는 그의 서술 또한 마음에 들어 별 다섯개를 주고도 뿌뜻한 책이다.

  • 작가 '아멜리 노통브'를 처음 만나게 된 작품은 『푸른수염』이었습니다.  '샤를 페로'의 잔혹동화였다는 이...

    작가 '아멜리 노통브'를 처음 만나게 된 작품은 『푸른수염』이었습니다.

     '샤를 페로'의 잔혹동화였다는 이 작품을 재해석하였는데 그녀만의 특유의 시선과 상상력은 감히 책이 얇음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쉽게 책을 뗄 수 없게끔 하였습니다.

    이를 인연으로 이어진 그녀의 작품이 나올 때마다 관심을 가지고 읽곤 하였습니다.



     

    20170823_183637.jpg


     


    이번에 만나게 된 그녀의 작품, 『느빌 백작의 범죄』.

    또다시 심상치않은 기운을 받게 되었습니다.

    책 표지에 적힌 문구.

    괴물 같다고 해서 반드시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번엔 우리에게 어떤 울림을 선사할지 기대를 해 보았습니다.


    이번 소설 역시도 기존의 작품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으면서 그녀만의 독특한 시선과 상상력이 더해졌습니다.

    '오스카 와일드'의 『아서 새빌 경의 범죄』와 그리스 신화에서 접했던 '아가멤논'이야기.


    이야기의 시작은 '느빌 백작'의 셋째 딸을 발견 해 보호 중이라는 점쟁이의 전화로부터 시작이 됩니다.

    너무나도 뜬금없었던 점쟁이의 예언.

    「댁에서 곧 튼 잔치를 여시는군요.」그녀가 말했다.

    「그렇소이다.」

    「그 잔치에서 백작님은 초대된 손님 하나를 죽이게 될 겁니다.」- page 9 ~ 10

    무심코 넘길 수 없었기에 느빌 백작은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피할 수 없으면 받아들이는 지경까지 이르러 백작은 자신이 초대한 손님 중 어떤 이가 적합한지 모색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셋째 딸 '세리외즈'가 다가와 아버지에게 부탁을 합니다.

    「아빠가 가든파티에서 죽여도 되는 누군가가 있어요. 아빠가 생각하지 못한 사람이요.」

    「말해 보렴.」

    「저요.」 - page 76


    「절 죽여 주세요, 아빠. 좋은 일을 하시는 거예요.」

    「내가 널 죽이는 일은 결코 없으리라는 걸 머리에 단단히 새겨 둬라.」

    「전 죽어야만 해요. 그래야만 해요.」 - page 79

    자신을 죽여달라고 사정을 하다가 결국 협박까지하는 그녀.

    말도 안되지만 딸의 설득과 협박에 결국 자신의 딸을 죽이려고 하는데......


    역시나 그녀의 문체는 독자들을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녀의 이야기.

    그렇기에 소설을 잡으면 멈출 수 없었고 그 끝을 읽어야 비로소 그녀와 독자의 이야기가 완성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 소설 속 '느빌 백작'을 통해 바라본 인간의 고상함 뒤에 감춰진 비천한 모습들.

    <난 아버지와는 달라. 접대의 예술이 날 사로잡긴 해도, 난 널 위해 가족의 행복을 희생시킨 적이 없어. 내 가장 오래된 사랑아, 내 누나를 죽인 너, 루이즈가 죽은 후, 난 너에게서 정을 떼려고 애썼어. 그런데 성공하지 못했지. 네 안에 거주하는 것은 사는 게 아니라 널 지키는 거야. 포위당한 군사들이 요새를 지키는 것처럼. 이게 바로 내가 열두 살 때 뼛속 깊이 깨달은 거야. 루이즈는 느빌 가문이 이 플뤼비에 딸에 뿌리를 내린 이후로 계속 이어져 온 전투에서 사망한 거야. 난 태어나서 지금까지 이 진지를 잘 지켰어. 난 예순여덟의 나이에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시작된 전쟁에서 패하고 있어.> - page 44 ~ 45


    「누군 증오해야 하지? 아버지, 성? 누가 누구를 소유했지? 누가 내 누나를 죽였지? 아버지는 그가 처한 환경의 산물이었어. 그런 삶을 살도록 길러졌기 때문에 다른 삶을 발명해 낼 수 없었지. 나도 어릴 적에는 그를 저주했지만 그와 다른 길을 걷지 않았어. 나는 그보다 명망 높은 경력을 쌓았고, 내 가족은 가난을 겪지 않았어. 그런데 난 늘 오카생을 본받아 인생의 목표가 동료 귀족들을 접대하는 데 있는 것처럼 행동했어.」

    ...

    「어서 일어나, 오늘은 미친 날이잖아. 난 예쁜 드레스를, 넌 멋진 양복을 입을 거야. 엄마가 내 머리를 만져줄 거야. 샹들리에와 꽃, 음악이 있을 거고, 난 공주, 넌 왕자가 될 거야. 손님들이 돌아가고 나면 우린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것들을 먹게 될 거야!」 - page 48 ~ 49


    책 표지에 적혔던 문구가 다시금 생각났습니다.

    괴물 같다고 해서 반드시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과연 우리 각자의 모습은 어떤지 생각에 잠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겉모습에 비춰진 모습과 그 이면은 어떨지......

    괴물 같다고 해서 '괴물'인지......

    백작을 통해 바라본 인간의 또 하나의 모습이 씁쓸하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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