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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금이 있던 자리(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19)
304쪽 | A5
ISBN-10 : 8932014280
ISBN-13 : 9788932014289
풍금이 있던 자리(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19) 중고
저자 신경숙 |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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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9월 1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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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금이 있던 자리 - 신경숙 지음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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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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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반 독자들을 대상으로 집필한 소설이다.

저자소개

지은이 - 신경숙(申京淑)

목차

풍금이 있던 자리
직녀들
멀어지는 산
그 女子의 이미지
저쪽 언덕
배드민턴 치는 女子
새야 새야
해변의 의자
멀리, 끝없는 길 위에

초판 해설: 추억, 끝없이 바스라지는 무늬의 삶 박혜경
신판 해설: 나는, 나를…… 그리고 너를…… 김예림
작가의 말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책 속 한 문장

  • 김정연 님 2007.04.01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눈은 너무나 맑습니다. 그 눈에 제 눈을 헹궈내고 싶을 정도로요. 헹궈낸 후엔 곧 제 눈앞도 칠흙이 되어서 당신이 다시 와도 알아보지 못했으면.....

  • 정누리 님 2007.03.30

    살아가는게 슬픈 생각이 든다. 당신도 그러겠지만 슬퍼도 당신은 그에 버금가는 힘을가졌으면 한다. 이돈으로 기차를 타고 먼데루 가라. 그리구 행복하여라<새야새야>

회원리뷰

  • 그 여잔 왜 떠났을까요! | te**ng1 | 2010.07.20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독서 감상문) 그 여잔 왜 떠났을까요!   ...

    (독서 감상문)

    그 여잔 왜 떠났을까요!

     

    도시의 스모그와 함께 태양이 불그레하게 창가에 빛난다. 밤새 제대로 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아침이 되어도 머리는 가을 아침의 청량(淸凉)한 공기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짧은 단편소설 하나가 이렇게 나를 붙잡고 있는 것이다. 어제 오후 나는 신경숙 작가의 이상문학상 우수작 단편소설 <풍금이 있던 자리>를 읽었다.

    단편소설이라고 하나 이별을 고하는 몇 통의 편지에 불과한 소설을 다 읽고 난 후에도 한동안 어떤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소설 속에는 흔쾌한 정답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작가는 제목부터 <풍금이 있던 자리>라고 고상한 향수를 풍기게 하고, 상상과 과거에로의 회상을 유도하고 있으면서 내용 속에서는 작가가 내린 결론을 속 시원히 풀어놓지 않고, 독자로 하여금 의문의 답을 풀도록 반복하고 있다.

     

    “ 그 여잔 왜 떠났을까요! ”

    라는 물음 투로 이별의 편지를 쓰는 자신을 집요(執拗)하게 정당화 시키려 하지도 않았고, 사랑에 있어서 특별한 운명성(運命性)을 부여 하지도 않은 채, 바로 독자(讀者)인 나에게 ‘금단(禁斷)의 열매’ 앞에서 망설이게 하고 있다. 짧은 소설이긴 하지만, 이것은 마치 있을 수 있는 사실(事實)과 같은 것이어서 숙제를 하듯이 그 의문들을 풀어 보려한다.

     

    “그 여잔 왜 떠났을까요! ”

     

    작가는 그것을 사랑하는 당신에게 묻고 있지마는 숨은 저의(底意)는 바로 작가 자신에게, 바로 풀잎 같은 이름을 가진 ‘은선’이에게 묻는 것이다. 그러면서 마치 관음증에 걸린 채 책을 훔쳐보듯 보고 있는 내게 묻고 있다-왜 떠났을까요? 왜 나는 그대를 떠나야 하는 걸까요!- 작가는 반복적인 물음을 울리며 독자의 잠재의식과 작가의 내면의식을 유도 하듯이 꺼내어 승화된 사랑의 아이러니를 풀어내고 있다.

     

    기존(旣存)의 문학과 영상미디어 속에서 보여주었던 女性의 이미지를-여린 듯 강한 內面의 成熟과 인간적 自存을 드러내면서 뒤엎어 보이고 있다고 할까. 단순히 여성으로서의 가치부여(價値附與)를 높였다고만 할까? 어떻든 간에 작가는 종전까지의 소설 속 여주인공들이 윤심덕형이거나, 끌로델형 이거나, 태스와 같이 비련의 주인공이거나, 더러 보바르 같은 유형과 <인형의 집> 노라와 같은 극단형에서 좀 더 세련된 인간형(人間形)-자신의 존재의식(存在意識)이 부여된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여성의 현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본다.

     

    다시 부연하자면, 운명적 사랑 앞에서 남성 의존형(男性 依存形)이 아니라, 자신의 고통스런 결과(結果)를 수용(受容)할 줄 아는 독립적 여성형 이라고 하고 싶다.

     

    흔히는 이렇게 표현 할 것 같다.,

    “그대 곁을 왜 떠나야만 하는가요? 그럴 수 없어요. 죽어도 당신과 함께 있고 싶어요.”

    그러나 그녀는 자기성찰(自己省察)의 모습으로 떠날 수밖에 없는 현실 앞에서 離別이 고통스럽지만, 우리 삶을 더 평화롭고 인간답게 하리란 믿음을, 그녀의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어린 시절을 통해서 확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매스미디어의 어느 지면에서 대한 현대고등학교 김재규 교장의 말씀이 생각난다. 사람이 아무도 보지 않고 비밀이 유지되는 장소에서도 자신의 양심을 속이지 않는다면 그것이 바로 참다운 인간이다. 우린 자신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현대화된 사회에서 우리는 자신의 부도덕(不道德)함을 감추고 정당화(正當化) 시키기에 얼마나 능숙(能熟)한가. 충분히 욕심을 부릴 수 있는 여건 하에서의 자기 절제(節制)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 사랑하는 당신 -

     

    그녀의 당신은 끊임없이 금단의 열매를 따도록 그녀를 유혹하고 있으나, “세상에는 가까이 가선 안 될게 얼마나 많은지요. 그 안 된다는 것 때문에 또 얼마나 애가 타는지요.”라며 자신의 안타까움과 애절(哀絶)한 욕망을 고매하게 표현하면서 절제된 의지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이 작품에서 사랑의 원죄(原罪)는 여성이다. 라는 고정관념은 성립하지 않는다.

     

    칼라일은, ‘사랑은 지식의 시작이다.’ 라고 말했지만, 그것은 시작(始作)이 아니라 삶의 성숙단계에서 볼 때 끝없는 희열(喜悅)과 절망(絶望)의 양단(兩端)으로 마침표를 찍을 수 없는 문장(文章)과도 같다.

     

    누가 개개인의 사랑을 ‘이것이다!’하고 정의(定議)할 수 있겠는가. 누가 이브에게 돌멩이를 날릴 수 있겠는가. 인간인 이상 여성은 누구나 이브가 될 수 있고, 애인(愛人)의 프리데리케가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사랑하는 당신, 그녀는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보다 큰 사랑은 미움도 쓸어 담고, 아픔도 쓸어 담고 차마 떠날 수 없는 미련과 고통도 쓸어 담아 삭였다가, 계절이 바뀌면 다시 피어나는 꽃처럼 자연미가 넘치는 농촌의 서정 속에 잠기어 나도 자연의 일부인 것처럼, 그렇게 새로운 날이 있음도 알기 때문입니다. 새봄이 오면 설레는 마음처럼, 당신의 추억이 새삼스럽게 아름답다는 것도 알게 될 테니까 말입니다.

     

    아름다운 이별도 지성의 깊이를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사랑의 승화(昇華)된 신비감이란 없다. 괴테는 이렇게 말했다. “여성만이 인간을 구원할 수 있다.”

     

    이제 겨우 이 소설을 통독한 것 같다. 내 안에 잠재된 의식까지도 읽었기 때문일까. 자연이 우리에게 말하는 것은 없지만 존재의 해결 불가능한 복잡한 상념들이 자연의 순리 앞에서는 조율되어 지는 것 같다. 작가도 그것을 느꼈지 않았을까.(1993년 매천동에서)

     

    *** <덕혜옹주>, <리진>과 같이 슬픈 책이 있냐고 묻는 학생에게 이 책을 추천해 주면서 내가 읽었던가? 의문을 가졌다. 집에 책장을 정리하면서 보니 아주 오래 전에 썼던 원고지(독서감상문)이 있었다. 내가 이 책을 읽긴 읽었던 것이다. 지금도 변하지 않은 같은 감성으로 신경숙 작가의 책들을 읽는다.

  • 풍금이 가진 함축성? | go**zoo3 | 2010.03.14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수업에 필요한 책이라서 읽게 되었다.. 읽은지 몇년이 지났는데도 이 책이 나의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것은 왜일까? 이책을 읽기...
    수업에 필요한 책이라서 읽게 되었다.. 읽은지 몇년이 지났는데도 이 책이 나의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것은 왜일까? 이책을 읽기전에 신경숙의 다른 책들을 읽은 기억이 난다.. 그런데 난 그책에서는 그렇게 감명을 받지 못했다.. 난 이책을 들고 책의 제목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왜 무엇때문에 풍금이 있던 자리 일까? 있던 자리란 말은 이미 풍금이 없단 얘기인데 그럼 풍금은 어디로 갔을까? 혹은 풍금의 의미는 무엇인가? 그렇다 이책의 내용은 단순하다 불륜의 관계에 있는 여성의 심리가 이 책의 내용이다.. 그래 흔히 우리가 늘 드라마에서 보는 불륜이 주제이다.. 허나 이 여자에게는 불륜에 대한 하나의 추억이 또 있다 유난히 햐얗고 좋은 향내가 나던 그녀.. 이 책의 솔솔한 재미는 상징성에 있다.. 《《동물의 행동》》을 앞구절에 실으면 작가가 이야기하고자하는 것들 손씻는 행동과 이를 닦는 행동의 연관성 그리 싫지 않았던 유난히 햐얀 여자에 대한 감정과 이상한 운명의 연관성 이런 것들이 녹아있다 그걸 찾아보는 재미도 꽤 있을것이다.. 통속적인 주제를 다뤘음에도 불구하고 통속적이지 않았던 소설이다..!! 알려주자면 난 제목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였다..!! 풍금이 있던 자리..!! 풍금과 피아노의 차이를 생각한다면 누구나 알수 있을것이다..!!
  • '나'는 고향으로 돌아와서 내 삶의 근원을 생각해보게 된다. 갑작스럽게, 의도함없이, '죽순이 제 속을 뚫고 올라'오는 것처럼...

    '나'는 고향으로 돌아와서 내 삶의 근원을 생각해보게 된다. 갑작스럽게, 의도함없이, '죽순이 제 속을 뚫고 올라'오는 것처럼, '아프게 건드리는 내 삶의 근원'을. 나는 한 여인을 떠올리게 되고, 잊혀져 있던 점순할머니의 옛 시절을 기억해내고, 내가 일하는 에어로빅 센터에서 바닥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리던 한 아주머니를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는 그렇게나 바래왔던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 떠나는 것을 포기하게 된다. 어릴적 열흘동안 묵다간 그 여인의 말, '나... 나처럼은 되지마'라는 말을 지켜야할 약속처럼 마음 속에 아프게 떠올리면서.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있을까, 그것도 타인의 고통을 이해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하기나 한 일일까. 그것은 내가 타인과 같은 자리에 있을 때에만 가능한 일이다. 내가 타인이 겪었던 고통을 겪었을 때에만 나는 타인의 고통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나의 어머니가 열흘간의 그 아픈 경험으로 인해 점순할머니가 당한 설움을 이해하고 유난히도 따뜻하게 대했던 것처럼. 같은 자리에 있었던 그 경험, 같은 고통을 겪었던 그 경험이 이렇게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가 되어준다.


    그리고 내가 타인을 사랑했던 경험은 나와 다른 자리에 있는 사람의 아픔을 헤아리게 해준다. 어린시절, 어머니를 집에서 떠나가게 했던 그 여인에 대한 복잡한 감정 속에 처음으로 느낀 사랑이라는 감정이 자리잡고 있다. 그 여인에 대한 감정이 미움보다는 사랑이었던 것은 초라하고 척박한 농촌 생활 속에서 느낀 화려한 도시에 대한 동경으로 인한 것이기도 했지만, 그 여인은 무엇보다 내 존재를 알아봐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 여인을 나는 동경과 호기심으로 관찰하면서, 몰랐던 그 여인의 눈물을 어느날 알아차리게 되고, 그 기억은 내 안에 어린시절의 아픔으로 자리잡아 있다. 그 기억으로 인해, 나는 '사랑만이 우리 삶의 다라고 여길 수 없는 불편한 부분'에 대해 외면하지 못하고, 끝끝내 사랑하는 사람과 떠나지 못한다.


    내 어머니의 자리는 점순할머니의 자리와 겹쳐지고, 에어로빅 센터에서 울음을 터트리던 아주머니와 겹쳐진다. 또 그 여인은 나의 삶의 자리와 겹쳐지고, 어린시절의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딸 은선이와 겹쳐진다. 이렇게 삶의 자리가 겹쳐지면서, 내 고통과 함께 타인의 고통을 헤아리게 되고 나는 내 욕망을 넘어서게 된다.


    신경숙의 '풍금이 있던 자리'는 소설 속 화자가 한 가정을 파괴하는 나쁜 여자가 될 수 없어 사랑을 포기한다는 단순한 이야기로 치환해버릴 수 없다. 그 안에 형상화된 다양한 이들의 삶을 보며 삶의 자리와 고통의 문제를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지금 내 삶의 자리 역시 누군가가 처한 상황이었을 것이고, 앞으로 누군가가 처하게 될 상황일 것이라는 생각은 내가 겪는 모든 고통을 보편적인 차원으로 들어올려서 가벼워지게 한다. 여기서 비약해버린다면 인간으로 태어나 겪는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불교에서 말하는 사고팔고-생로병사와 얻고자 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고통,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고통, 미워하는 사람과 함께 있어야하는 고통, 인간을 구성하는 오온이 성하여 생기는 고통-는 모든 인간이 보편적으로 겪는 고통이 아닌가. 함께 겪는다고 해서 고통스러운 느낌 자체가 완전히 사라져 버리는 것은 아니지만, 나의 삶의 자리에 다른 사람의 삶의 자리가 겹쳐지고, 내 고통에 다른 사람의 고통이 닿을 때 삶의 고통을 견디는 것이 좀 더 수월하지 않을까.


                                                                                                           2003. 5. 9 독서모임에서 썼던 글.

  • 신경숙의 새 장편소설 리진이 출간되었다고 한다. 한 때 그의 소설이 출간되면 날름날름 읽어댔었다. 소설집이 나오기로는...

    신경숙의 새 장편소설 리진이 출간되었다고 한다. 한 때 그의 소설이 출간되면 날름날름 읽어댔었다. 소설집이 나오기로는 6년만이라고 한다. 세월도 참 빠르지. 그 사이에 그의 이름을 달고 음식이야기며, 수필집이 몇 권 나오기는 했지만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다. 어떤 것에 대한 기대였을까.

     

    얼마 전에 들린 헌책방에서 읽지 않았던 그녀의 소설이 눈에 띄였다. 풍금이 있던 자리. 1993년에 출간된 단편소설집이고 보니 두려운 감정으로 그 책을 펼쳐들었다. 오랜만에 새소설 리진을 대하기에 앞서 그녀를 다시 기억해내고 싶은 마음이 앞섰던 것이다. 그런데 두려운 감정이라니. 도무지 내 재간으로 그 감정을 표현할 수 없다.

     

    실상 신경숙의 인물들은 대부분 타인들과의 삶 속에 온전하게 섞여들거나 현재의 삶 속으로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못하고, 끊임없이 삶의 외곡으로 떠돌면서 고통스럽게 부유하는 정신적 미아들이다. 이들은 현재의 삶을 꽉 움켜잡지 못하고, 과거의 상처를 괴로워하면서도 과거의 상처에 매달려서, 과거의 추억을 부둥켜안고 사는 사람들인 것이다. 현재의 삶이란 이들에 대만 추억을 불러들이는 계기만을 제공해줄 분, 이들의 내면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현재의 삶이 아닌, 고통과 괴로움도 그리움의 빛깔로 물들어버린 지나간 삶의 잔상들일 뿐이다.

     

    책의 뒤쪽에 실린 박혜경의 해설에서 뽑아낸 신경숙의 인물에 대한 평이다. 그랬다. 꿈의 세상에서 살던 시기와 현실의 세상에서 살았던 시기가 아직은 비슷한 시기이다. 군대시절까지 꿈의 세상에 편입시킨다면 오히려 현실의 세상이 짧다. 많은 꿈을 꾸었었다. 꿈을 꾸었던 것은 고통이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지금보다는 나은 내일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을 겹쳐놓은 미래에 대한 환상. 하지만 세상은 배반을 거듭할 뿐. 차라리 과거에 머물거나 그 과거에 꾸었던 꿈에 머물고 싶은 순간이 잦아지는 것이다.

     

    풍금이 있던 자리에 풍금이 있을까. 남자로부터 함께 멀리 떠나자는 말을 들은 여인은 고향으로 돌아온다. 거듭 손을 씻고 떠났던 고향에서 여인은 한 여자를 떠올린다. 그 한 여자가 집으로 들어오자 어머니는 집을 나갔다. 그 여자는 얼마 살지 못하고 집을 나갔고 어머니는 돌아왔다. 여인과 남자의 관계도 그런 불륜의 관계였다. 남자는 여인의 고향까지 찾아와 떠날 날자를 일러주고 돌아갔지만 여인은 가방을 싸면서 대문을 바라보기만 수도 없이 하다가 주저 앉는다. 그 남자는 여인이 없어도 떠났을까? 약속했던 날자가 지난 뒤 남자에게 전화를 걸어보니 그의 아내가 전화를 받는다. 전화기를 내려놓는다.

     

    책을 읽는 중에 책갈피에 끼워진 영양센타(종로점)의 메모지를 발견한다. 혼잣소리라고 제목을 달아놓았다. 책을 읽을 때가 가을이었을까. 이 책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메모였는지도 모른다.

      

      혼잣소리.

     

    가을이면 사람들은 들에다 대고

    나무에다, 열매에다, 하늘에다 대고

    말을 한다

    한 여름의 햇살이 고마웠노라고

    그리하여 알곡이 여물고

    과실, 또 세월이 여물었노라고.

    짬짬이 삶의 떫은 맛이야

    여물어가는 곶감마양

    제 스스로 곰삭아감도 알고 있노라고,

    혼자서 말을 한다.

     

    신경숙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의 삶에 대하여 반역을 꿈꾸는 사람이었을까. 아니면 이미 반역을 성사시킨 사람이었을까. 그리움을 물을 들인 고통과 괴로움을 한아름 안고 웃으면서 메모를 남겼을까. 나에게도 떫은 맛의 순간들을 삭여낸 미래를 현재로 맞아들이는 날이 올것인지...

  •   최근에 신경숙씨의 ‘깊은 슬픔’을 읽었다. 정말이지 섬세한 문체에 인간의 심리와 사물을 묘사하는 능력이 뛰어난...
     

    최근에 신경숙씨의 ‘깊은 슬픔’을 읽었다. 정말이지 섬세한 문체에 인간의 심리와 사물을 묘사하는 능력이 뛰어난 이 책을 보면서, 작가를 처음 접했던 ‘풍금이 있던 자리’가 생각났다. 고등학생때 인상깊게 본 책으로 처음 대학생이 되어서(아마도 국어작문을 수강할 때인 것 같다....) 쓴 독후감을 최근에 발견했기에 여기에 올리고자 한다. 새내기 때가 바로 엊그제만 같은데 벌써....^^; 

     


    독후감 쓸 목록에 이 글이 올려져 있는걸 보고 선택의 여지없이, 너무 반가울 뿐이었다. 고등학교 재학시 가장 감동적으로 본 소설 중 손가락 안에 꼽히는 글로, 이 소설 속에 나타난 섬세하면서도 시적인 문체는 다시금 이 소설을 접하는 나에게 또 다른 감흥과 감동을 주었다. 도스토예프스키가 이런 말을 한 걸로 기억한다.

    “ 진정한 문학적 가치를 가진 소설은 독자에게 20대에, 30대, 40대...세월이 흘러 좀더 성, 숙해서 읽을 때마다 서로 다른, 새로운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 ”

    비록 아직 어리지만, 4년 만에 다시 접하는 이 글에서 그땐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감동을 얻을 수 있었다. 언제 봐도 단아한 문체와 힘겹게 끊어지는 듯하면서도 이어지는, 작가의 그 미묘한 망설임 등은 마치 살아 숨쉬는 듯 내 의식 속을 파고들었다.

    이 소설은 넓게 보자면 유부남과 미혼녀 ‘나’의 불륜 적 사랑을 그린 약간은 진부한 스토리다. 그러나 화자인 ‘나’가 상대방인 유부남에게 보내는 편지글의 형식을 취해, 좀더 자기 고백적인 감정의 기복과 순간 순간의 회고 등을 통해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가슴저린 사랑을 간접 체험케 한다.


    주된 이야기는 상대방인 유부남과 서로의 사랑을 위해 외국으로 떠나기로 하고 그 전에 마지막으로 화자인 ‘나’가 고향으로 내려와 부모님을 뵙는 것부터 시작한다. 처음엔 언제 다시 볼 줄 모르는  부모님을 뵙는다는 생각이었지만, 고향에 내려옴으로써 예전의 어렸을 때 자신이 그토록 동경해마지 않았던 한 여인을 회고하게 된다. 자신의 어머니를 몰아내고 아버지가 데려왔던 여인으로 한동안 ‘나’의 가정을 꾸렸었다. 어린 ‘나’는 친어머니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적대감을 품은 큰오빠와는 달리 그녀의 새로움에 이끌려서, 무엇보다  오빠들 사이에서 ‘나’를 발견하고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해 주어서 그녀를 무척 따르게 된다. 그녀가 떠나던 날 울면서 “나처럼은 되지마...꼭...” 이란 말을 이해하지 못했었지만 점촌할머니, 울면서 에어로빅을 하던 중년 여성 등을 통해 지금에 이르러서야 그때 그녀의 말을 이해하게 되어 유부남과의 도피에 망설이게 된다. 유부남이 직접 그녀의 고향에 내려와 그녀를 설득함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약속한 그 날까지 망설임과, 과거회상, 고향에 대한 적응 등으로 부치지도 못하는 편지를 쓰며 시간을 소일한다. 결국 약속한 날은 지나고 얼마 후에 안타까움과 미련 등으로 유부남의 집에 전화를 해, 그도 역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후 ‘나’는 고향에서 부모님의 일을 도우며 지낸다는 것으로 이야기를 끝맺게 된다.


    전에는 이 글을 읽고 참 슬픈 사랑이야기라고....고향에 가지말고 그 남자와 외국으로 떠나지.....약속장소에는 왜 안나갔는지....안타까울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에 이르러서는, 좀더 머릿속이 차서는 그 둘의 도피로 인해 벌어질 한 가정의 파탄과 화자 ‘나’의 부모님과의 이별, 외국생활에서의 적응 등 좀 더 현실에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막상 나라면, 아내가 있고 두 자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여인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남들이 흔히 말하는 불륜이라도 정말 순수하게,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하는데 그것을 가지고 사회적으로 비난하는게 과연 옳은 일인지......어릴 때는 그냥 막연히 나쁘다, 옳다 로 이분법적인 사고를 해 왔지만 이제는 정말 무엇이 선이고 악인지 확연하게 구분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 커플이 있었다. 둘 모두 내겐 정말 소중하고 친한 형과 누나였다. 둘 다 진심으로 서로를 사랑했고 정말 금실 좋게 3년을 사귀었다. 둘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나였지만 올해 초부터 둘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형에게 누나의 마음이 변했다는 말을 들은 나는 순간 당혹했고 이로인해 잠시 얼이 빠졌다. 누구보다 누나를 잘 아는 나는 정말 순수하고 여린 마음을 가지고 있던 누나가 그러리라곤 조금도 의심치 않았다. 다음날 당장 누나를 찾아가 사연을 물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고..........정말 이러고 싶지 않았는데......흐느끼며 내게 말하는 누나에게 난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작년 말에 같은 학교의 남자가 누나에게 고백했다고 했다. 첨엔 거절했는데 몇 번이고 고백하며 성심 성의껏 누나에게 잘 대해 주어 친한 친구로 지내게 되었는데 언제부턴가 누나도 그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했다. 형과 그 남자를 놓고 마음 아파하다가 겨우 여기까지 왔는데.....너무 힘들다며 울고 있는 누나에게..... 다시 형에게 돌아가 달라는 말은 차마 할 수 없었다. 형뿐만 아니라 누나 역시 나에겐 정말 소중한 사람이었기에.......누나가 그 남자와 진정으로 행복해 할 수 있다면....


    만약 10년이나 20년 후 나와 절친한 사람 중에 또 이런 일이 생기면 어떻게 될까? 그땐 가정도 꾸리고 자식들도 있을 텐데....그땐 어느 한쪽이 불륜이라는 멍에를 안고 사회적 낙인이 찍히겠지....그런 슬픈 일이 실제로 생기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그냥 슬픈 사랑이야기라고 치부하기엔 이 소설이 나에게 주는 영향이 너무나 컸기 때문에 불륜이라는 사회적 관념에 대해 또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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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예술대
학 문예창작과 졸업. 1985년 중편 「겨울 우화」로 『문예중앙』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강물이 될 때까지』, 『풍금이 있던 자리』, 『오래 전 집을 떠날 때』,
『딸기밭』, 장편소설 『깊은 슬픔』 『외딴방』, 『기차는 7시에 떠나네』 ,『바이올렛』, 산문집 『아름다운 그늘』, 짧은소설집 『J이야기』를 펴냈다. 1993년 한국일보문학상과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1995년 현대문학상, 1996년 만해문학상, 1997년 동인문학상, 2000년 21세기문학상, 2001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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