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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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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2쪽 | A5
ISBN-10 : 8993905045
ISBN-13 : 9788993905045
영화 인문학 중고
저자 김영민 | 출판사 글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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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14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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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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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적 매체의 영화에서 인문학의 진지함을 읽어내다 철학자 김영민의 비평으로서의 영화읽기 『영화 인문학』은 영화를 매개로 인문학의 가능성을 살핀 책이다. 이창동 감독의 <밀양>에서부터 하길종 감독의 <바보들의 행진>까지 총 27편의 한국영화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은 누구나 인정하는 기준의 영화가 아니라, 이 책의 주제인 ‘어울림의 무늬나 어긋남의 흔적’이 가장 잘 드러내는 영화를 선별했다. 저자와 함께 최근 영화에서부터 점차 과거로 훑어 내려가면서 의미 있는 풍경들을 다시 정리해본다.

이 책에 처음 소개되는 영화는 이창동 감독의 <밀양>은 저자에게 어느 영화하고도 비교할 수 없는 수작이다. 종교를 통한 용서를 나르시시즘의 한 형식으로 규정한 다음 그것의 가면을 벗기고 있으며, 진정한 용서는 상처와 상처가 만날 때만 가능하다는 인간적 진실에 도달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윤기 감독의 <타인의 삶>에서는 타인은 템포라는 점을, 봉준호 감독의 <괴물>에서는 진리라는 것은 아프고 낯설고 기괴한 것이라는 주제의식을 읽어내는 등 비판하거나 답을 도출해내는 성격의 글이 아니라, 꼼꼼하게 인문학적 열망과 통찰을 체험하는 데 목적을 둔다.

저자는 왜 영화 비평이 아닌 영화 인문학이라 제목을 붙였을까. 그것은 어느 특정한 매체에 특권적으로 머물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한다. 따라서 이 책은 영화를 만들어내는 경제사회학적 토대에 관한 이해에서부터 정신분석학적 증상의 차원에 이르기까지 인문학적인 관점으로 영화를 꿰뚫는다. 상업주의로 물든 영화와 인문학을 연결시키려는 이유는 이미 영화는 이미지 문화를 독점하여 대중에게 무비판적으로 수용되기 때문이다. 이에 저자는 인문학이 개입하여 영화 비평이라는 방법을 통해 좀 더 근본적인 탐구를 하고자 한다.

이 책의 TIP
이 책의 영화는 외화가 없다. 그 이유가 책에 명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한국 영화야말로 한국에서의 삶과 그 속의 상처를 잘 드러내주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그 시대를 해석하고 영상으로 만든 감독에 관한 글을 각 장에서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다루고 있다. 이 책의 마지막에는 개념어집과 한글용어집을 수록하여 우리가 익숙히 알고 있는 단어의 철학적 의미를 살펴볼 수 있다.

저자소개

저자 : 김영민
金永敏
철학자, 숙명여대 교수.
『철학과 상상력』(1992), 『서양사상사의 구조와 철학』(1993), 『철학으로 영화보기, 영화로 철학하기』(1994), 『현상학과 시간』(1994), 『컨텍스트로, 패턴으로』(1996), 『탈식민성과 우리 인문학의 글쓰기』(1996), 『소설 속의 철학』(1997), 『손가락으로, 손가락에서: 글쓰기와 철학』(1998), 『보행』(2002), 『사랑, 그 환상의 물매』(2004), 『산책과 자본주의』(2007), 『동무와 연인』(2008), 『동무론』(2008) 등 20여 권의 책을 썼다.

목차

머리글
첫번째 이야기 <밀양> - 용서의 빛은 어디에서 오는가?
불가능한 용서 | 세속, 그 ‘의도’의 불모 | 상처는 상처를 본다

두번째 이야기 <아주 특별한 손님> - 타인의 삶
지혜, 혹은 ‘돌아/다녀오기’ | 되돌아온 낯선 자아, 그 ‘아주 특별한 손님’ | 나는 영영 ‘스스로’ 바뀔 수 없다

세번째 이야기 <괴물> - 진리는 어떻게 돌아오는가?
왜 진리는 낯선 것이 되는가 | 괴물, 혹은 ‘진리의 귀환 형식’

네번째 이야기 <가족의 탄생> - 가족, 혹은 어긋남의 자리
가족은 마냥 ‘자연’스러운가 | ‘노릇’이 아닌 ‘버릇’으로 맺는 관계 | 가족, 그 손가락들이 어긋나는 자리

다섯번째 이야기 <달콤한 인생> - 진짜 이유가 뭐죠?
돌이킬 수 없이 | 진짜 이유, 혹은 ‘빈 중심’ | 체계의 노동 대 정서의 노동 | 진짜 이유? 무지(에의 의지)!

여섯번째 이야기 <용서받지 못한 자> - 침묵 속에서 ‘나라’를 지키다 74
저항의 비밀, 그 ‘바닥없음’ | ‘체계의 노동’과 여자의 ‘살’

일곱번째 이야기 <극장전> - 허영의 주체
허영이라는 원죄原罪 | ‘허영, 변덕, 냉소’의 삼위일체 | 나(너)는 과연 너(나)로부터 배우려고 하는가

여덟번째 이야기 <가능한 변화들> - (불)가능한 변화
‘처음’이에요 | 은폐된 정서의 고향 | 오직 네 ‘버릇’만이 네 ‘진실’일 뿐

아홉번째 이야기 <바람난 가족> - 당신, 아웃이야!
새로운 불화의 가능성 | 체계와의 지속 가능한 창의적 불화

열번째 이야기 <와이키키 브라더스> - 세속이란 무엇인가?
왜 우리는 이리도 ‘피로’한가 | 추억과 선의로 결연한 ‘친구’(브라더스)도 세속의 저편이 아니다 | 어떤 희망도 진보도 ‘생각’ 속에는 없는 것!

열한번째 이야기 <고양이를 부탁해> - 스무 살의 이유, 그 이상의 이유
스무 살, 아버지의 집을 떠나다 | 영혼이 따라잡을 수 없을 만치 빠른 속도로 자라는 몸 |

열두번째 이야기 <복수는 나의 것> - 복수는 너의 것
의도는 외출하지 못한다 | ‘내’가 모르는 수많은 ‘너’로 이루어진 폭력의 구조

열세번째 이야기 <거짓말> - 똥은 무섭다
‘깊은 거짓말’ 혹은 치명적인 사실 | ‘누가’ 자연스러움을 결정하는가 | 니기미 좇도 막 나가니까 오히려 ‘자연’스럽다

열네번째 이야기 <8월의 크리스마스> - 봄날은 간다
무상한 시간 | 사진, 혹은 인생의 근원적 형식을 일깨우는 양가적 매개 | 쾌락은 무지에 기댄다

열다섯번째 이야기 <학생부군신위> - 삶 너머에는 아무것도 없다!
죽음을 겪어내는 것? 그게 다 사람 사는 것! | 시신의 지위는 어떠한가 | 오직 ‘반복’일 뿐인 삶

열여섯번째 이야기 <넘버3> - 건달은 누구인가?
불한당, 21세기 자본주의의 꿈 | 불한당의 역사적 계보 | 조폭, 혹은 자본주의의 고중세적 판타지

열일곱번째 이야기 <서편제> - 전통문화, 앓음다움을 넘어서
‘소리’란 무엇인가 | 서편으로 뉘엿뉘엿 기우는 인문학의 운명

열여덟번째 이야기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 전태일, 혹은 무능의 급진성
진실에 대한 공포 | ‘상실의 지혜’를 어떻게 자기화할 수 있는가

열아홉번째 이야기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 파리대왕을 죽이는 법
동물과 아이 | ‘선(량)한 개인’의 딜레마 | 체계의 건강은 가욋사람들의 비판적 연대에 기댄다

스무번째 이야기 <하얀 전쟁> - 이야기냐 자살이냐?
이야기(글쓰기)란 무엇인가 | 실재의 귀환

스물한번째 이야기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 새와 소
episode | 두 가지 공부길 | 사랑하므로 죽인다 | 비우면서 살린다 | 새에서 소로

스물두번째 이야기 <기쁜 우리 젊은 날> - 기다리는 자와 떠나가는 자
불멸하는 사랑, 그 통속이라는 반무지半無知 | 기다리는 일, 혹은 사치와 낭비 | 떠나가는 일, 혹은 여자의 특권

스물세번째 이야기 <자녀목> - 여인의 길, 혹은 겹의 이중구속
경험, 그 약자들의 영원한 텃밭 | 겹의 이중 구속

스물네번째 이야기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 난쟁이의 꿈
난쟁이라는 존재의 표지 | 난쟁이의 자리는 대체 어디인가 |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꿈’

스물다섯번째 이야기 <이어도> - 천남석의 자손들
환상, 혹은 인간 존재의 밑절미 | 희생양

스물여섯번째 이야기 <영자의 전성시대> - 창녀의 사랑, 때밀이의 사랑
낭만적 사랑, 그 환상의 계보 | 상처는 어리석음이다

스물일곱번째 이야기 <바보들의 행진> - 하아얀 고래, 하아얀 의욕
풍경은 기원을 은폐한다 | ‘바보’와 ‘고래’의 탄생, 그 풍경의 기원 | 하아얀 의욕, 그 묵묵한 수행적 근기
개념어집
고백과 소문 | 동무 | 친구 | 동지 | 동무 | 듣기 | 몸을 끄-을-고 | 물듦 | 부사적 태도 | 비평 | 사랑 | 산책 | 상처 | 생각 | 세속 | 신뢰 | 알면서 모른 체하기 | 약속 | 의욕 | 인문人紋 | 자서전적 태도 | 죽어주기
한글용어집 ㄱ~ㅎ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철학자 김영민의 비평으로서의 영화읽기 어울림/어긋남을 품은 영화 27편에 대한 숨 막히는 통찰 철학적 내용 이해를 도와주는 개념어집과 용어집 수록! 1. 왜 <영화인문학>인가? “너무나 세속적인 매체인 영화에서 인문학의 진지함을 읽어...

[출판사서평 더 보기]

철학자 김영민의 비평으로서의 영화읽기
어울림/어긋남을 품은 영화 27편에 대한 숨 막히는 통찰
철학적 내용 이해를 도와주는 개념어집과 용어집 수록!

1. 왜 <영화인문학>인가?
“너무나 세속적인 매체인 영화에서
인문학의 진지함을 읽어내고 구제하려는 시도”


철학자 김영민은 인문학의 미래 형식을 목하 고민 중이다. “장렬하게 지는 게임”이라는 다소 영웅적인 문구로 인용되기도 하는 그의 인문학은 2008년에 나온 『동무론』에 그 방법론의 요체가 담겨 있다. 이 책 『영화인문학: 어울림의 무늬, 혹은 어긋남의 흔적』은 영화를 매개로 삼아 그가 주장하는 人紋學의 한 가능성을 드러내고자 한 실천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요즘 운위되는 이른바 ‘학제간 연구’가 국가의 그늘과 자본의 토양에서 학문권력의 재분배에 몰두하는
‘사이비 통합’의 연극일 뿐이라는 점을 알 만한 사람들은 알고 있다. 수많은 칸막이방을 지닌 인공의 고층건물을 다시 뒤섞는다고 해서 그 인공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뭘 하든 간에 보통의 사람들은 대체로 체계에 흡수되고, 조각나고, 칸막이방에 갇혀서 주어지는 환상을 받아먹고, 그것을 짜깁기하며 살아간다. 김영민은 좀더 발본적인 탐문의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온몸을 던져 기존의 형식과 문법을 걷어내고 스스로의 형식을 만들지 않으면 우리의 삶은 소외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기본적인 인식이다.
그런 그가 상업주의에 포박된 영화 매체와 ‘관계’를 맺으려는 이유는 그것이 이미지 문화를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여타의 이미지 장르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압도적으로 대중을 지배한다. 최근 개봉된 지 열흘 만에 관객 500만 명을 돌파한 영화 <해운대>가 가장 가까운 사례다. 제작비 2억 달러(2천5백억 원)를 쏟아부어 최근 전세계적으로 8억 달러의 흥행고지를 돌파한 <트랜스포머2>와 같이 돈 냄새 제대로 맡은 자본의 체계와 가장 열렬하게 속궁합을 맞추고 있는 매체인 것이다. 따라서 이런 영화에 “인문학이 매섭게 선손을 걸며 개입”을 해야 마땅하지 않은가라는 것이 <영화인문학>의 한 출발점이다.
또한 영화는 저자가 보기에 자본제적 삶의 양식에 얹혀 있는 볼거리사회, 모의사회, 거울사회, 소문과 고백의 사회 등과 깊이 연루되어 있다. 특히 ‘대중의 영화보기’는 영화를 상업적 코드 속으로 회수하는 이 시대의 유력한 ‘증상’이다. 여기서 ‘증상’이란 그에 따르면 말하고 싶은 것을 잘못 말하는 것인데, 김영민은 ‘비평’이라는 방법을 통해 그 증상을 뚫어내 다시/고쳐 말하는 재서술의 천공술穿孔術을 선보인다.
또 하나는 왜 ‘영화비평’이 아니라 ‘영화인문학’인가이다. 그것은 전문 분과주의나 장르주의적 글쓰기를 지향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즉, 어느 특정한 매체에 특권적으로 머물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제목의 자리에서 ‘비평’을 끌어내리고 대신 ‘인문학’을 얹어놓은 것은 ‘영화비평’이라는 상업 시스템에 기생하는 룸펜을 매섭게 꾸짖는 의미도 담겨 있으리라고 본다. 따라서 이 책은 새로운 영화비평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에 “시속의 유행이나 대중의 취향을 버르집고 따져 그 이치들의 맥을 잡고 거기에 틈타는 구조와 체계를 유형화시키며 이로써 외부성의 희망을 조형해내는 일”을 하고 있다. 그 일은 영화를 만들어내는 경제사회학적 토대에 관한 이해에서부터 정신분석학적 증상의 차원에 이르기까지 종횡무진하는 가운데 완수된다.

2. 지난 30여년 한국 영화가 만들어낸 ‘빛나는 통찰’ 한자리에

이 책은 이창동 감독의 <밀양>(2007)에서부터 하길종 감독의 <바보들의 행진>(1975)까지 총 27편의 한국영화를 다루고 있다. 우선 외화外畵가 없다는 것이 눈에 띈다. 그 이유가 책에 명시돼 있지는 않지만, 한국 영화야말로 한국에서의 삶과 그 속의 상처를 잘 드러내주기 때문이라는 점은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또한 이 책에는 30여 년에 걸친 문제작들이 뽑혀 있지만, 도발적인 메시지와 영화미학으로 간주되곤 하는 ‘김기덕’이라는 아이콘은 빠져 있다. 즉, 누구나 인정하는 그러한 기준에 따라 영화가 선별된 것이 아니라, 이 책의 주제인 ‘어울림의 무늬나 어긋남의 흔적’을 가장 잘 드러내는 영화를 저자가 선별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리고 최근의 영화에서 점차 과거의 영화로 거슬러 올라가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마치 이창동 감독이 “새천년을 앞두고 우리 현대사가 출발했던 시간을 되짚어보고 싶은” 마음으로 <박하사탕>의 내러티브를 만든 것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사를 한번 쭉 훑어 내려가면서 의미 있는 풍경들을 다시 정리하고 갈무리해보자는 의도가 읽힌다. 당연히 이 작업에는 그 영화가 만들어졌던 시대와의 긴밀한 호흡이 따라줘야 한다. 그 시대를 해석하고 그걸 영상언어로 만들어낸 이는 바로 감독이기에 각 장에서 글을 시작하기 앞서 감독에 대한 설명을 앞세운 것도 바로 그 의미다. 그것이 바로 이 책에 글모음을 넘어서는 통시성과 맥락을 부여해준다.

3. ‘빽빽한 빛’에서 ‘하아얀 의욕’까지
촘촘히 읽는 가운데 부풀어 오르는 ‘인문에로의 의지’


이 책에서 소개되는 첫 번째 영화는 이창동 감독의 <밀양>(2007)이다. 영국의 셰익스피어가 나라를 통째로 줘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듯, 김영민에게 <밀양>은 “<인디아나 존스> 따위의 영화 30개와도 바꿀 수 없는 수작”이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종교를 통한 용서’를 나르시시즘의 한 형식으로 정면으로 규정한 다음 그것의 가면을 벗기고 있으며, 진정한 용서는 상처와 상처가 만날 때만 가능하다는 인간적 진실에 도달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에 결구結句가 있듯, 영화의 결말에서 빽빽하게, 하지만 한시적으로 빛이 한 곳에 모이는[밀양密陽] 영상을 통해 예술의 경지에 오르기 때문이다.
그가 초대하는 ‘용서’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이 영화의 전반부는 주인공 신애信愛가 자식을 죽인 원수를 용서하기 위해 교도소를 찾아가는 부분까지다. 저자는 흔하디흔한 이름 信+愛에서부터 “신을 믿으면 원수도 사랑할 수 있다”는 종교적 나르시시즘을 읽어낸다. 자신의 아들을 성추행하고 죽인 장본인을 용서해야 한다는 강박에 휩싸인 신애는 그를 용서하는 것이 곧 신의 뜻이며, 자신이 원하는 바라는 단계로까지 나아간다. 하지만 신애를 용서의 강박으로 내몰았던 그 신은 유독 신애만의 신은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당신을 용서한다”는 말을 하기도 전에 이미 “신을 통해 용서를 받은” 죄인 앞에서 신애의 의도는 좌절하고 그 충격으로 그녀는 실신하고 만다.
저자는 이 실신이 신애가 “꿈에서 깨는 장면”이며 “자신을 관념적으로 보호하고 변명하던 나르시시즘의 거울방에서 떨쳐 나온” 계기가 된다고 본다. 하지만 종교적 나르시시즘은 견고하다. 균열이 생긴 채로 그것은 계속 유지된다. 신애는 자신의 용서를 가로챈 신에게 분노를 표출하기보다 다시 신에게로 나아간다. 저자가 <밀양>을 용서와 구원의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룬 수작으로 높이 평가하는 이유 중의 하나다. 처음엔 용서의 가능성을 보고 신과 함께 웃었던 신애는 이제 신과 함께 울고 있다. 하지만 무릇 억압된 것은 증폭되는 법이고, 용수철을 많이 잡아당길수록 그 되쏨의 탄성은 커지는 법이다. 결국 돌아온 신애는 죄책감의 정점에서 자해하기에 이른다.
<밀양>에서 신애의 출로는 신이 아니라 살인자의 딸로 제시되어 있다. 살인자의 중3 딸은 일탈을 거듭하다가 학교를 때려치운 채 미장원에 취직한다. 이웃주민으로서 살인자의 딸의 일탈과정을 지켜보던 신애는 자해하고 병원에서 퇴원하던 날 미장원 앞을 지나가다 그 딸을 본다. 신애는 살인자의 딸에게 자신의 신체의 일부인 머리카락을 맡긴다. 저자는 그 때야말로 용서의 빛이 빽빽하게 응결[密陽]했다고 판단한다. 상처(신애)가 상처(딸)를 만나 상처의 일부(머리카락의 절반이라도)를 흘려보낼 수 있었기 때문일까. 그 빽빽하게 응결하면서도 그늘이 져 있고, 바람 따라 흔들리는 불안한 빛, 용서인지 용서가 아닌지도 불분명한 그 미완성의 빛이 바로 인간적인 용서의 실체인 것일까? 요체는 용서를 매개해주는 대상이 ‘신’이 아니라 ‘인간’(딸)이라는 점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가 이 책의 첫 작품으로 <밀양>을 다루면서 ‘인문학의 몸통 혹은 꼴’(삶의 온갖 결에 스쳐 상처 나면서도 건너뛰지 않고 초월하지 않고 빽빽한 빛을 이루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면, 이 책의 마지막 작품으로 <바보들의 행진>(1975)을 다루면서 “지는 싸움”을 추구하는 인문학이 상정하고 있는 어떤 이념형을 제시하고 있다.
1960~70년대 세계혁명의 거대한 조류의 여파는 일본에서 그쳐버렸다. 김일성과 박정희가 적대적 공생체제를 유지하고 있던 한반도에는 강 건너의 소문으로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엄혹한 군사독재는 철학과 학생들의 입에서 “고래 잡으러 가자”는 엉뚱한 소리를 불러낸다. ‘역사’를 숨겨야만 ‘역사’를 드러낼 수 있는 상황에서 동해바다 속의 ‘하아얀’ 고래는 현실을 바꾸는 힘으로서의 상상력이 집결하는 지점으로 ‘고안’된다. 생활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체계를 벗어나려고 애쓰는 그 모든 가욋사람(아웃사이더)들을 견인하는 눈부신 푯대와도 같은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것은 카뮈의 백색 글쓰기나 안정효식의 ‘하얀(전쟁)’과도 다른 인간의 근원적 열정/수난의 층위에서 이념의 저편으로 묵묵히 걸어나가는 보행의 빛과 같은 것이라고 말이다. 저자는 당대적 체계와 생산적으로 불화하는 인문적 삶의 양식, 그리고 이념의 색깔들을 가로질러 나아가는 산책과 연대의 태도를 일컬어 ‘하아얀 의욕’이라고 불러왔다. 그리고 하아얀 의욕의 행로가 하아얀 고래를 찾아나서는 철학적 바보들의 길, 현명한 동무들의 길이라는 점도 서술한 바가 있다고 밝힌다. 그리고 지금-여기서 저자가 실천하고 있는 ‘동무들의 산책’은 과거의 그 ‘바보들의 행진’이 있었기에 가능한 기획이라는 점도 밝혀두고 있다. <바보들의 행진>이라는 영화가 이 책의 가장 말미에 오는 이유가 여기 있다.

김영민이 이 책에서 영화를 다루는 방식과 그 내용은 한마디로 요약할 수 없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비판하거나 답을 도출해내는 성격의 글이 아니라, 글 전체를 꼼꼼히 겪어내면서 서서히 차오르는 인문학적 열망과 통찰을 체험하는 데 그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을 전제한 뒤 그 밖의 영화들이 살펴지는 풍경을 살펴본다면 다음과 같다.
이윤기 감독의 <타인의 삶>에서는 “타인은 템포”라는 점을, 봉준호 감독의 <괴물>에서는 “진리라는 것은 아프고 낯설고 기괴한 것이라는 주제의식”을, 김태용 감독의 <가족의 탄생>에서는 “사랑과 혈연으로 무장한 가족의 배타적 동일성이 주는 이익은 단기적이며 우연적이고 경험적(일회적)이라는 사실"을 읽어낸다.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에서는 “관리되지 않는 것을 참을 수 있는 조직은 이미 조직이 아니라는” 사실을,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는 “군대나 공장이라는 남성적 체계의 각박한 노동과 그 상처를 잊거나 치유하는 가장 통속적인 방식은 여자의 ‘살’”이라는 점을, 홍상수 감독의 <극장전>에서는 “허영, 변덕, 냉소의 삼위일체로 드러나는 ‘모방하는 욕망’의 드라마”를, 민병국 감독의 <가능한 변화들>에서는 “상처는 곧 어리석음”이라는 아도르노의 전언을 되새긴다.
임상수 감독의 <바람난 가족>에서는 “애인의 성기를 왼손으로 쥔 채 오른손으로 그의 순정을 잡았다고 생각한 이들과 왼손으로 제도를 쥔 채로 오른손으로는 양심이라는 최상급의 가상을 잡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유사성을,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는 “일상의 평균치(하이데거)만을 관성적으로 고집하면서 살아가는 속인들이, 평균치라는 바로 그 소박한 겨냥 탓에 오히려 나날이 평균 이하로 떨어지는 것이 바로 세속”이라는 사실을, 정재은 감독의 <고양이를 부탁해>에서는 “인간은 음탕해지면서 성장한다는 것”을,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에서는 “내가 아닌, 내가 모르는 수많은 너로 이루어진 폭력의 구조, 바로 그것만이 폭력을 온전히 소유한다”는 점을 살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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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인문학 | su**est | 2012.07.25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비교적 최근작이라 할 수 있는 영화 '밀양'에서부터 '영자의 전성시대'까지 영화에서 건져내는 인문학의 이야기를 아주 흥미롭게...
    비교적 최근작이라 할 수 있는 영화 '밀양'에서부터 '영자의 전성시대'까지
    영화에서 건져내는 인문학의 이야기를 아주 흥미롭게 읽었다.
    단순한 영화비평서와는 거리가 먼 인문학 얘기라 하기에 읽기 전에는 많이
    부담을 가진 것도 사실이지만, 어려우면 어려운대로 이해가 가면 가는대로
    읽다보니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조금씩은 이해를 할 수도 있게 되었다.
    이제 일상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 낯선 우리말을 작가는 이곳 저곳에 아주
    적절히 사용하고 있는데 때로는 그런 우리말 때문에 내용의 흐름을 이해하기
    힘들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생긴다.  물론 책의 말미에 친절하게 우리말
    풀이를 사전식으로 써놓은 것이 있긴 하지만, 어렵기는 그 사전도 매한가지다.
    그만큼 우리 일상에서 순수한 우리말의 쓰임이 많이 없어져간다는 얘기가 되
    기도 한다.
    책의 본문에는 그 영화에서 주목해야 할 주요 장면들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영화를 화면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깊이 생각하며 봐야하는 메시지들을 제시해
    주고 있는데, 정말이지 내가 그 영화를 봤을 때는 전혀 생각할 수 없었던 생각
    거리들이다.  단순히 생각할 거리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런 것들을
    생각하며 봐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그리고 그 장의 말미에는 메모 형식
    으로 진솔한 작가의 짧은 글들이 이어지는데 이를테면 영화나 감독에게 보내는
    개인적 당부나 감탄의 말들이다.  이 짧은 글들은 본문과는 또 다른 감흥을
    일으킨다. 
    조금 어렵더라도 인문학을 배우는 한 방편으로서의 영화보기라면 그것 또한
    다른 분야보다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   ...

     

     “영화평론은 먹물들이 가는 막장이야.” 한 선배가 영화평론이라는 분야의 실상을 까발리면서 했던 말이다. 흠, 영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고 난해한 개념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것처럼 보이는) 영화평론가들이 듣기엔 확실히 치욕스러운 정의겠다. 물론 전문적으로 영화평론을 하기 위해서 요구되는 지식은 상당할 것이다. 영화는 순수 혈통의 매체가 아니라 음악, 미술, 연극 등 다양한 형태의 예술 장르들이 혼합된 일종의 종합예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를 분석하자면 모여 있던 다양한 요소들을 분해하고 상호간의 영향을 가늠하는 한편, 그 요소들이 영화의 주제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또한 영화가 주로 다루는 내용은 그것이 사실에 기초했든 아니든 간에 복잡한 인간사의 단면이므로 인간의 결을 탐구하는 인문학에 빚지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공부를 해본 사람이 보기에 그들이 하는 말은 결국 ‘’영화비평‘이라는 속없는 이름 아래 언죽번죽 입을 놀리는 것’일 뿐이다. 그 종합적 성격만큼이나 다양한 측면에서 해석될 수 있는 영화매체의 특징은 여기서 조금, 저기서 조금 가져다가 버무리기 적합한 환경을 제공한다. 그래서 ‘먹물들의 막장’이라는 말은 인문학을 공부하는 ‘먹물’들이 제 본업을 게을리하고 영화라는 세속적 분야에서 얼마 되지도 않는 깜냥을 팔아먹고 있는 현실을 비꼬는 것일 터이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현실은 그렇지만 영화평론을 포기할 수는 없다. 좋은 영화든 그렇지 않은 영화든 간에 영화가 우리의 지적상상력을 자극하고 문제를 제기하며 생각을 하도록 유도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영화가 불러내는 상념을 영화 내부에만 국한하게 되면 영화를 보거나 해석하고 음미하는 목적이 영화에 한정된다. 말하자면, 영화를 위해 영화를 본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화인문학』(김영민, 글항아리, 2009)에서 강조하는 것은 영화를 위해 영화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이치에 대한 탐구, 인문학적 비평의 대상으로서의 영화를 생각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에서 탐구와 비평의 대상이 영화인 것은 전적으로 우연이다.

     

     독자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이 책은 읽는이로 하여금 형식적으로나 내용상으로 다소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 저자도 스스로 밝혔다시피, 그의 글은 여타의 글과 다른 리듬을 지니고 있다. 논리적이지만 즉각적으로 의미가 와닿지는 않고 길지 않은 글이 끝나가면서 씨줄과 날줄로 직조(織造)되어 전체 그림이 그려지는 느낌이다. 또한 일반 독자들이 전혀 기대하지 않았을(!) 사상가들(저자까지 포함해서)의 개념어와 낯선 한글말의 사용은 가독성을 최대치로 끌어내린다. 다행히도 책의 뒷부분에 저자 자신이 쓰는 개념어와 한글용어를 설명하는 공간을 따로 내놓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불친절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신문에 연재될 당시에도 그랬다. 기사 리드만 읽고 지나가기에도 바쁜데 이렇게 호흡이 긴 글이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이유는 ‘아는만큼 보인다’라는 단순한 이치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감독(혹은 평론가)이 영화를 보면 『박찬욱의 오마주』가 나오고 심리학자가 영화를 보면 『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과 같은 책이 나온다. 그처럼 『영화인문학』은 철학자가 영화를 보고 감상을 이야기한다면 어떤 글이 나오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지식의 깊이와 그 깊이가 가져다주는 관점의 차이를 만끽하고 그 견해에 대해서 ‘띵킹’해보는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이 책의 독서 포인트이다. 도대체 일천만 관객 중 누가 봉준호감독의 <괴물>을 관람하고선 ‘아프고 낯설고 괴이한 진리’, 낯설다못해 괴물처럼 변하는 진리를 고민했을 것인가. 개인적으로는 영화 <달콤한 인생>에 대한 해석이 흥미로웠다. 영화가 ‘체계의 노동’과 ‘정서의 노동’이 상충하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아이디어는 그럴듯하다.

  •  ‘인문人文은 인문人紋인데, 말 그대로 ‘사람의 무늬’를 뜻한다. 그래서 인문학은 인간의 무늬를 살피고 헤아리는 공부...
     ‘인문人文은 인문人紋인데, 말 그대로 ‘사람의 무늬’를 뜻한다. 그래서 인문학은 인간의 무늬를 살피고 헤아리는 공부인 셈이고, 마찬가지로 인문학의 진리란 인간의 무늬와 동떨어진 것이 아니다. 설렁설렁 말하자면, 인간의 무늬 속에 진리의 조건을 두게 되면서 철학적 근대가 열린다. 그런데 인문학적 진리의 조건을 이루는 인간의 무늬는 조개껍질처럼 단순한 게 아니라 겹/층을 이루고 있다. 겉무늬가 있는가 하면 속무늬도 있는 것이다.’ p 42

     몇 번을 읽더라도 좋으니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내게는 어려운 글이었다. 영화인문학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영화를 통해 김영민 교수의 철학적 해석을 들을 수 있다는 것에 기대가 컸다. 그가 선택한 한국인의 정서와 역사를 잘 살려 낸 한국 영화 27편을 만나는 시간은 얼마큼 이해했냐를 떠나서 즐거운 것이었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떠올려 다시 그 감동을 느끼고, 제목은 익숙하지만 내용은 전혀 알지 못하는 앞 선 세대의 흑백 영화를 만나는 것도 생경하지만, 즐거운 경험이었다.

     인문학에 무지한 내가 인간 본연과 그 너머의 ‘어떤 것’을 알려고 하면 무리인 것을 알기에, 그저 우리 삶의 단면을 영화를 통해 만나는 것을 족해야 했다.  <여자, 정헤>로 잘 알려진 이윤기 감독의 <아주 특별한 손님>은 일본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영화를 먼저 보고 원작도 만나게 되었는데, 나는 영화가 훨신 느낌이 좋았다. 주인공 보경은 명은이라는 사람과 닮았다는 이유로 명은의 아버지의 임종을 지켜달라는 부탁을 받고 낯선 이들과 낯선 곳으로 동행하게 된다. 그곳에서 자신을 통해 명은을 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보경은 타인으로 선 자신을 보게 된다.  

     보경의 등장으로 곧 장례를 준비하게 될 명은의 집은 들썩이게 되고 그 과정에서 보경은 명은이라는 사람에 대해 생각한다.  저자 김영민은 <아주 특별한 손님>은 ‘자아는 종종 타인을 통해 바뀐다는 소식, 거꾸로 나는 영영 스스로 바뀔 수 없다는 상식을 다시 일깨운다. 타인은 템포다. 인문학 공부의 실천은 그 템포에 응하는 응접의 방식에서 시작되며, 그 템포를 놓치는 자아는 나르시스트와 에고이스트 사이를 우왕자왕하게 된다. 너무 빨리 다가서는 타자는 귀신이거나 괴수이고, 기다려도 오지 않는 타자는 메시아가 된다.’p 36 라고 말했다.  타인이라는 거울을 통해 나를 볼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이어졌다. 

     이병헌의 연기가 돋보였던 <달콤한 인생> 속 보스와 선우는 서로를 믿고 의지했지만, 결국 서로에게 총을 겨눈는 부분에 대해 말한다. 조폭 영화, 명령 - 복종의 수직적 관계지만, 인간대 인간으로 마주했을 때 동시에 서로를 죽여야하는 이유를 알고 싶어했지만, ‘진짜 이유’를 말하지 못한다. 보스의 여인을 품었기에, 죽이려 했을까.  오히려 상대를 죽일 수 있는 힘은 ‘진짜 이유’를 모른다는 것이며, 그것을 강박적으로 찾으려는 애착 속에서 오히려 그 진짜 이유를 밀어낸다는 것이라, 설명은 이해하기 어렵다.  다만, ‘호감이 관계를 구제할 수 없는 곳, 바로 그곳이 우리의 세속입니다.’p 71 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관계의 시작은 때로 아주 사소한 호감에서 시작하지만, 관계를 지속하거나 구제할 수는 없는 것이다. 

     죽음을 기다리는 삶이 되버린 일상을 담담하게 그린 <8월의 크리스마스>를 글로 다시 만나니, 정원의 죽음을 알지 못하는 다림이 사진관 앞에서 그를 원망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사진이 갖는 의미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부재한 모든 것은 사진으로 담을 수 있으며, 사진 속에서 영원할 수 있다. 짧은 생을 살다가 영화처럼 떠난 영화배우 고 장진영의 환한 미소가 눈에 아른거린다.

     익숙한 제목이지만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영자의 전성시대>는 예상했던 유쾌한 영화가 아니었다.  1970년대 서울로 상경했던 우리 모두의 언니이자 누나였던 많은 영자들, 그들의 고달픈 삶과 사랑이 슬펐다. 식모로 버스 차장으로 결국, 강간당하고, 팔까지사고로 잃게 된 영자에게 철공소 직원인 창수의 사랑은 지고지순 그 자체였다. 그러나 두 청춘은 사랑이 주는 또 다른 모습인 상처를 보지 못햇던 것이다. 오직, 그들보다 더 앞서 삶을 살아온 김씨만이 앞날을 예견할 수 있었기에 그들의 사랑을 반대한다.   ‘상처받은 자들의 사랑은 그 상처를 보듬고 어루만져가면서 더불어 이루는 호혜의 합작合作이 아니라 그 상처를 덧나게 하고 강박적으로 반복하고 그에 대한 턱없는 비용과 대가를 요구하는 어리석음의 고독인 것이다. ’p 300   한편으로 그들의 화합을 원했지만, 저자의 말처럼 현실은 사랑이 아닌 상처가 더 부각된다는 것을 안다.

     가족에 대해 새롭게, 아니 근본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진 <가족의 탄생>이나 <바람난 가족>, 조선 시대 여인의 삶을 그린 <자녀목>도 특히 인상적이었다.  많은 영화들 중에 선택되어진 27편의 영화만이 인간의 무늬(人紋)를 가장 잘 드러낸 것은 아닐 것이다. 저자가 아쉬워했던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통해선 어떤 인간의 흔적을 말했을까, 궁금하다. 

     점점 쇠퇴하고 있다는 인문학, 어렵다는 선입견을 버리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인간을 다루는 문학, 인간이 존재하는 한 어디서나 인문학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인문학에 대한 호기심이 있다면,  장미와 주판 를 만나봐도 좋을 것이다.


  • 책을 읽다 보면 작가의 글에 매료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글 자체가 아름다워서일 수도 ...

    책을 읽다 보면 작가의 글에 매료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글 자체가 아름다워서일 수도 있고, 내용을 읽고 유익한 정보를 얻어서일 수도 있다. 특히 작가의 생각이나 관점이 나와 유사하거나 닮고 싶은 경우 흠뻑 빠져들게 되는데 이번에 <영화인문학>(글항아리, 2009년)을 읽으며 김영민 교수의 매력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영화인문학>은 말 그대로 영화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고찰하고 있는 책이다. 대개 인문학은 어렵다는 생각 때문에 접하기가 쉽지 않다. 그 누가 인문학에 울타리를 둘러친 것이 아니건만 대부분 보이지 않는 경계를 긋는다. 그래서 인문학의 경계 내에 쉽고 재미있는 내용이 있어도 쉽게 다가서려 하지 않는다. 저자 또한 이러한 고민을 많이 했을 것이다. 철학자로서 인문학의 내용을 좀 더 쉽게 알리려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했으리라 생각한다. 이 책을 펴내면서도 애써 인문적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일 뿐이라 말한다.


    “이 책 속의 영화인문학은 인간의 안팎이 서로 스치고 겹치는 곳이라면 그 어디든 그 무엇에서든 맺히게 마련인 이치들과 그 인문적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일 뿐입니다.”(9쪽, 머리글)


    머리글에서 밝힌 바와 같이 27편의 영화를 소개하고 있으면서도 체계적인 분석과 비평의 관점으로 다가서지는 않는다. 영화의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하고,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생각나는 대로 풀어놓는다. 물론 철학자의 관점에서다. 일반적인 철학의 개념을 적용하면서도 본인의 독창적인 개념이 함께 담겨 있다. 영화를 통해 인문학을 소개하기에 좀 더 쉽게 서술되리라는 기대와는 달리 약간 의미 해석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도 종종 있다. ‘역시 철학은 어려운 것인가.’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러나 이 역시 그의 관점에서 본다면, 인문학을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이 겪어야 할 통과의례와도 같다. 공부를 해야 한다. 단순히 영화 줄거리만을 이해하고자 했다면 굳이 이 책을 읽을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그의 방식을 따라가다 보니 사고의 폭이 넓어졌다는 느낌이 얼핏 들었다. 책 한 권 읽고 괜히 과장한다고 여길지 모르겠으나, 27편의 영화읽기를 하며 처음과는 달리 후반부로 갈수록 떠오르는 생각들이 많아졌다. 철학적 사유의 시작이라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또한 인문학적 영화 읽기가 끝난 후 마주하게 되는 개념어집은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매력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일반적인 개념에 대한 철학적 사유인데 개념의 정의가 한편으로는 재미있고, 한편으로는 유익하다. 그 개념을 더 들여다보고 싶어 김영민 교수의 전작 두 권을 따로 주문하기까지 했다.


    인문학은 분명 어려운 학문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의 말대로 우리의 삶 읽기로 받아들이고 실천해 나간다면 아주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타인의 몫을 내 것으로 전유하는 방식과 노력 속에 인문학적 성숙의 일단이 있습니다.” (37쪽)


    by 꽃다지, 2009년 9월 4일


  • 영화 인문학 | yo**i5353 | 2009.09.04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이 책을 읽기전에 나는 영화와 인문학만큼 서로 어울리지 않는 분야가 있을까하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영화 인문학이라는 ...

    이 책을 읽기전에 나는 영화와 인문학만큼 서로 어울리지 않는 분야가 있을까하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영화 인문학이라는 책의 제목도 생소했고, 또 세속적인 매체를 대표하는 영화와 인문학이 과연 어떻게 어울릴 수 있을 것인지, 영화를 철학적으로 해석한다면 그게 과연 재미가 있을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그래서 더 책의 내용이 궁금했었는지도 모르겠다. 더군다나 책에서 소개되고 있는 영화 가운데 밀양과 괴물을 포함해서 절반 이상의 영화는 내가 직접 봤던 영화였고, 그 영화들을 다른 각도로 접근해서 새로운 면을 볼 수 있겠구나 싶은 마음에 무척 설레였던 것 같다. 궁금했던 영화들로 가득차 있는 차례를 보면서 더욱 흥미로웠던 것은 나 역시 영화를 아주 많이 좋아하는것 같다는 생각과 더불어 영화만큼 친숙한 매체가 없구나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이제 한국영화도 국제적인 영화제에서 잇달아 수상을 하고, 각국의 영화제에 초청을 받는등 전세계인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영화만이 꼭 흥행에 성공을 하는 것은 아니란 사실이다. 흥행에 성공을 하고, 실패를 하고 하는 문제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어떤 영화든지 감독이 전달하려는 의미와 메세지는 반드시 존재하며 흥행을 했든, 하지 못했든 영화 인문학이란 책안에서 만날 수 있었던 영화들은 모두 기존에 내가 알았던 영화가 아닌 또다른 의미로 전달되어졌고, 인문학적인 관점으로 풀어 해석한 영화들이 이렇게 재미가 있을수 있구나싶은 생각에 놀랍기도 했다.


    영화를 더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혹은 영화를 세속적으로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영화와 인문학, 그리고 철학적으로 이 세 분야가 얼마나 가까운 관계인지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여지껏 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왔던 영화의 또 다른 면을 들춰내고 인문학적으로 영화의 본질을 느낄 수 있도록 알려주고 있다. 저자는 영화를 인문학의 보급을 위해 활용하고 있지만 영화만큼 시대상황이나 당시의 정서를 확실하게 충족시키는 예술분야는 없을것이란 생각에 이런 이유로 영화와 인문학을 가깝게 연관지어 생각해 볼 수 있었구나 싶은 사실도 알 수 있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그동안 나는 영화를 단순한 호기심과 재미위주로 봐왔던 것 같다. 그 외에는 어떤 의미도 없없던 영화들을 이 책을 통해서 다시 만났던 것인데, 영화 인문학이라는 책속에 담겨진 영화들은 이미 예전에 내가 알고 있던 그 영화가 아니었다. 저마다 독특한 진리와 깊은 의미를 담고, 또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저자는 한 편의 영화를 소개하기 전에 감독의 프로필을 담고 있는데 이 부분 역시 매우 만족스러웠다.


    여러 편의 영화가운데서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몇 편의 영화가 생각난다. 상처로 가득해서 도저히 헤어나올 수 없을것만 같은 상황에서의 용서라는 주제를 풀어본 밀양, 어긋난 자리의 상처로 기억되는 바람난 가족, 그리고 희생자인 동시에 가해자로서 겪는 상처와 분노, 죄의식을 솔직하게 드러냈던 용서받지 못한 자, 판소리에 베어든 내적 슬픔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던 서편제까지...
    인문은 말 그대로 사람의 무늬를 뜻하는 말이다. 인간의 진리와 인간. 그리고 진리를 풀어가야 하는 인간의 영원한 과제.. 영화 인문학을 통해서 쉽게 다가서기 어려웠던 철학과 인문의 본질적인 의미, 그리고 영화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방법들도 다양하게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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