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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몰락하는 자의 뒷모습(고전 천천히 읽기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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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쪽 | | 151*215*14mm
ISBN-10 : 8998066092
ISBN-13 : 9788998066093
죄와 벌, 몰락하는 자의 뒷모습(고전 천천히 읽기 7) 중고
저자 수경 | 출판사 작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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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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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상태 양호하네요. 감사합니다. 5점 만점에 5점 yole*** 2019.11.24
24 잘읽을게요 감사합니다 5점 만점에 3점 kacro5*** 2019.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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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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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사실들이 조금은 우리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도스토옙스키에게로, 또 《죄와 벌》의 책장을 넘기도록 이끈다. 하지만 뭔가 아쉽고 부족하다. 19세기 중엽의 상트페테르부르크와는 딱히 공통점이 없는 시공간에 속한 우리는 무엇에 주목하여 『죄와 벌』과 재회할 수 있을까? 저자가 제안하는 키워드는 자유, 윤리, 구원의 세 가지다.

19세기 러시아의 수도였던 페테르부르크 빈민가에서 벌어진 도끼 살인. 살인범은 라스콜리니코프, 즉 ‘로쟈’로도 불리운 대학생 청년. 로쟈는 고리대금업자 노파를 계획적으로 죽이고, 때마침 나타난 노파의 여동생을 우발적으로 살해한다. 로쟈는 노파의 돈을 노리고 죽인 것이 아니다. 그는 관 같은 하숙방, 거대한 수용소를 방불케 하는 페테르부르크의 뒷골목과 자신을 옥죄는 관계들로부터 떠나고 싶었다. 그러한 발작적 욕망은 로쟈를 진정한 자유로 이끌 것인가?

로쟈는 자신이 저지른 살인에 대해 “범죄라고? 이게 무슨 범죄라는 거지?”라며 격분하지만, 자신의 나약함이야말로 ‘죄’이기 때문에 벌을 받아야 한다며 유형살이를 각오하고 자수한다. 죄와 벌의 개념을 전복하는 로쟈의 비범한 사상에서 우리는 조심스럽게 윤리의 문제를 검토해볼 수 있다.

저자소개

저자 : 수경
저자 수경은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 어렸을 때부터 이야기를 좋아했으며 나이를 먹은 지금도 소설을 이렇게 저렇게 해체하고 재조립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 결과물을 가지고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보다 다양한 이들과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현재 혜화동에 위치한 ‘고전비평공간 규문’에 상근하면서 이런저런 방식으로 문학과 철학 등등을 공부하는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레 미제라블, 비참함으로부터 탄생한 위대한 벽화>(작은길), <유토피아, 다른 삶을 꿈꾸게 하는 힘>(너머학교)가 있고, 동료들과 함께 지은 책인 <고전톡톡>, <인물톡톡>, <누드글쓰기>(이상 북드라망), <청소년 고전독서클럽>(청어람미디어)가 있다.

목차

들어가며 : 어느 도끼 살인범의 윤리학

1장 페테르부르크, 가난한 사람들의 세계
진창 위의 환영(幻影)
관등제와 제복의 사회 : 내 외투를 내놔!
고통의 외침과 구원의 노래
『죄와 벌』이 만들어지기까지

2장 죽음의 집의 기록
피투성이 살인자의 탄생
사자(死者), 혹은 짐승의 시간을 산 자들 : 노파, 리자베타, 마르멜라도프
양식과 상식의 세계 : 루쥔과 라주미힌
죽음의 집 : 우리는 수인(囚人)이고 노예다!
내게 이유를 묻지 말라

3장 도스토옙스키 심리학
‘나’는 팔레트다
스스로 시험대에 오르는 자들
공동의 내레이터 : 포르피리와 라스콜리니코프
또 한 명의 라스콜리니코프 : 스비드리가일로프
페테르부르크의 세이렌 : 소냐

4장 진통의 시간, 질문의 시간
무엇을 할 것인가?
사이비 자유에서 진정한 자유로
이것은 미학적인 잘못이야! : 전복된 ‘죄’와 ‘벌’
스비드리가일로프의 마지막 : 사이비 자유인의 종말
새로운 시험대를 향하여

5장 Reset 혹은 구원
시베리아 유형지 : 다시, 죽음의 집
유로지비 : 영혼을 읽어내는 소녀
나자로의 부활 : 당신은 죽은 뒤에야 살아날 것이다!
몰락하는 자의 뒷모습 :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구원 : 다시 시작되는 이야기

나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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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1부에서는 작품을 읽기 전 19세기 러시아, 특히 페테르부르크(지금의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살펴보려 한다. 페테르부르크는 어떤 곳이었기에 한 젊은이를 환멸에 젖게 하고 마침내 일을 ‘결행’하게 한 것인지 생각해보는 데 도움이 되는 장이기를 바란다.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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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에서는 작품을 읽기 전 19세기 러시아, 특히 페테르부르크(지금의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살펴보려 한다. 페테르부르크는 어떤 곳이었기에 한 젊은이를 환멸에 젖게 하고 마침내 일을 ‘결행’하게 한 것인지 생각해보는 데 도움이 되는 장이기를 바란다. 2부에서는 주인공과 대립각을 이루고 있는 인물로 분류될 수 있는 이들과 더불어 사건의 정황을 소개하고 있다. 반대로 3부에서는 주인공의 투쟁에 있어 알게 모르게 ‘조력자가 된 적들’을 소개하고, 아울러 인물과 사건을 그리는 도스토옙스키의 독특한 스타일 및 기법을 살펴보려 한다. 4부에서는 사건 이후 주인공이 뛰어든 싸움을 본격적으로 다루고자 했다. 자유의 문제, 죄와 벌의 전복적 의미 등 윤리적 문제가 고찰되는 것이 이 장이다. 마지막 5부에서는 작품의 ‘대전환’을 다룬다. 각고의 투쟁 끝에 주인공이 마침내 어떤 지대에 다다르는지를 살펴보면서 구원의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했다. (p.13~14)
페테르부르크는 일종의 연옥이다. 그곳은 천상과 지옥 사이에서, 오도 가도 못하고 끼어버린 사람들이 머물게 되는 도시다. 그래서 꿈을 안고 들어왔다 다시는 빠져나가지 못하고 갇혀버린 채 술에 취해 서서히 정신이 마비되어버린 사람들의 독방처럼 보이기도 한다. (p.35~36)
살아 있는 존재에게 있어 일차적인 본능은 보유한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치타가 초원을 맹렬히 달리고 원숭이들이 영역 다툼을 벌이는 것,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돕거나 방해하고 지배하거나 복종하고자 하는 것, 이 모든 행위는 그 같은 본능의 표현이다. 그렇게 사용함으로써 모든 동물은 쾌감을 얻는다. 마르멜라도프처럼 고립 상태에서 깊은 무력감에 빠져 있는 자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그 역시 힘을 사용하고자 한다. 남들 눈에 그것이 힘의 소진이고, 포기이고, 완벽한 봉종처럼 보인다 해도.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바로 그것이 마르멜라도프에게 남은 단 하나의 힘 사용법이다. 그에게 남은 가능성은 오직 하나, 스스로에게 고통을 가하는 것이다. (p.54~55)
여기서 문제는 살인 자체가 아니라 살인을 행하는 이조차 이 살인의 이유를 스스로에게 납득시킬 수 없다는 점, 그럼에도 이를 꼭 해야 한다고 믿는다는 점, 그래서 끝내 행하고, 그런 뒤에는 어김없이 보다 괴롭고 힘겨운 싸움을 시작한다는 점, 고통에 진저리 치면서도 한사코 그 길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p.93)
우리가 어떤 것에 대해 알고 싶어 하지 않는 건, 대개의 경우 그것이 너무 낯설다는 걸 직감으로 알기 때문이다. 그것은 위험하다, 그것은 나를 해칠 것이다, 그것은 내개 기존과 다른 방향의 힘, 질적으로 다른 힘을 요구할 것이다, 그건 분명 내게 버거울 테지……. 그러므로 우리는 알기를 거부한다.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문제적 상황 앞에서 대개의 인간이 뒷걸음질 치거나 그것을 모른 척 무시하는 건 그 때문이다. (p.120)
나폴레옹과 머릿니! 위대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라면 머릿니 같은 인간들 따위 아무런 망설임 없이 죽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나는 어떤가? 나는 그럴 수 있는가? 아니, 그보다도, 나는 누구인가? 나는 혹시 머릿니인 게 아닌가? 내게 머릿니를 죽일 권리가 있다면 나는 나폴레옹일 것이다. 하지만 머릿니를 죽인 뒤 이토록 괴로워하는 것을 보면 나는 심약한 머릿니에 불과한지도 모르지……!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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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1. 도스토옙스키와 『죄와 벌』 도스토옙스키가 어떤 작품세계를 추구하는 작가였는지는 그의 데뷔작 『가난한 사람들』(1846)에서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문단에선 ‘제2의 고골’이 나왔다며 찬사를 보냈지만 그건 오해였다. 평론가들의 예상과 달리...

[출판사서평 더 보기]

1. 도스토옙스키와 『죄와 벌』
도스토옙스키가 어떤 작품세계를 추구하는 작가였는지는 그의 데뷔작 『가난한 사람들』(1846)에서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문단에선 ‘제2의 고골’이 나왔다며 찬사를 보냈지만 그건 오해였다.

평론가들의 예상과 달리 그는 사회 내에서 빈곤이 양산되는 이유를 궁금해하지 않으며, 빈곤을 구제해야 할 이유라든가 실질적 방책을 고민하지도 않았다. 도스토옙스키의 모든 소설이 다루고 있는 것은 실상 한 인간의 마음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다. 빈민굴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그릴 때도 작가가 관심을 둔 것은 그들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들, 그들 내부에서 얼룩져 번지는 어떤 느낌과 감각이다.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수치심’ 정도가 될 그런. (p.33)

도스토옙스키의 이런 시선과 스타일은 그가 타계하기 한 해 전 출판한 마지막 장편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까지 변치 않고 지속되었다. 그의 대표작으로 일컬어지는 『죄와 벌』(1867)이 갖는 의미 역시 이와 연관된 것으로, 이 작품은 빈민과 빈곤의 문제를 “정치사회적 테마”가 아니라 “심리학적 테마”로서 일관되게 인식해온 그의 첫 장편이었다. 단지 작품 분량의 증가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과 하층민의 욕망, 선과 악, 죄와 벌 등을 간파하는 문제의식이 한층 다져져 있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2. 『죽음의 집의 기록』
저자는 『죄와 벌』을 비롯한 도스토옙스키의 위대한 장편들 전반을 관통하는 독특한 문제의식, 즉 도스토옙스키만의 인장(印匠)이라고도 이를 만한 요소들을 파악하는 데 유용한 텍스트로서 『죽음의 집의 기록』을 소개한다. 도스토옙스키가 20대 후반에 정치범으로 체포되어 4년간 시베리아에서 유형수로 살았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직접 겪은 수용소의 처참한 생활은 유형지의 혹독한 추위와 열악한 감옥 시설에서만 기인하는 것이 아니다. 감옥을 지옥과 다를 바 없는 곳으로 변모시키는 것은 인간들이다. 자유가 박탈된 수인(囚人)이라지만 이들은 “과거에 저지른 살인을 자랑하고, 밖에서 하던 짓을 고스란히 반복해 서로에게 사기를 치고 거래도 한다. 술담배 밀매는 기본이고 이따금 여자도 부른다.”(p.70) 이런 행위들을 통해 죄수들은 역설적이게도 자유를 맛본다. 이처럼 감옥은 기묘한 인간 욕망의 전시장과 같았다.

육체와 정신 모든 면에서 압도적으로 강한 인간이라든가, 사서 모진 고생을 하는 기이한 인간 등 온갖 인종들에 대한 묘사가 그로테스크하고 집요한 필치로 그려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모티프는 이후 그의 전 저작에 걸쳐 펼쳐지는바, 덕분에 『죽음의 집의 기록』은 도스토옙스키의 위대한 장편에 대한 좋은 보조 텍스트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p.68)

도스토옙스키의 예민한 정신이 관찰한 인간의 내면은 복잡미묘하고, 그것에서 연원한 다종다양한 문제에는 답이 없다. 해서, 그가 창조하는 작품 속 시공간, 인물유형은 언제 다시 만나도 문제적이다. 이런 점에 주목하고 그에 경의 표한 후대인들이 철학자 니체를 비롯한 토마스 만, 헨리 밀러 같은 작가들이었다.

3. 자유, 윤리, 구원 문제적 테마들
이상의 사실들이 조금은 우리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도스토옙스키에게로, 또 『죄와 벌』의 책장을 넘기도록 이끈다. 하지만 뭔가 아쉽고 부족하다. 19세기 중엽의 상트페테르부르크와는 딱히 공통점이 없는 시공간에 속한 우리는 무엇에 주목하여 『죄와 벌』과 재회할 수 있을까? 저자가 제안하는 키워드는 자유, 윤리, 구원의 세 가지다.

19세기 러시아의 수도였던 페테르부르크 빈민가에서 벌어진 도끼 살인. 살인범은 라스콜리니코프, 즉 ‘로쟈’로도 불리운 대학생 청년. 로쟈는 고리대금업자 노파를 계획적으로 죽이고, 때마침 나타난 노파의 여동생을 우발적으로 살해한다. 로쟈는 노파의 돈을 노리고 죽인 것이 아니다. 그는 관 같은 하숙방, 거대한 수용소를 방불케 하는 페테르부르크의 뒷골목과 자신을 옥죄는 관계들로부터 떠나고 싶었다. 그러한 발작적 욕망은 로쟈를 진정한 자유로 이끌 것인가?

로쟈는 자신이 저지른 살인에 대해 “범죄라고? 이게 무슨 범죄라는 거지?”라며 격분하지만, 자신의 나약함이야말로 ‘죄’이기 때문에 벌을 받아야 한다며 유형살이를 각오하고 자수한다. 죄와 벌의 개념을 전복하는 로쟈의 비범한 사상에서 우리는 조심스럽게 윤리의 문제를 검토해볼 수 있다.

마지막 문제 ‘구원’ 역시 쉽지 않다. 이는 소냐라는 또 다른 주인공과 밀접한 테마다. 러시아정교의 전통에서 탄생한 ‘유로지비’, 영어로 번역하면 ‘Holy Fool’, 성스런 바보 혹은 바보 성자의 문학적 재현물인 소냐는 니체 이전에 이미 신을 죽였다. “자아를 벗은 존재, 고통받는 타인의 영혼을 읽어내는 존재, 타인을 통째로 받아들이는 존재!”(p.183)인 소냐는 기독교 사상을 굳건하게 견지했던 도스토옙스키의 믿음이 투영된 것이기도 하다.

4. 선을 넘은 자의 몰락과 재생(再生)
저자는 쉽게 파악되지 않는 이 세 가지 테마들을 작품 안에서 충실히 살피고, 그런 후, 원전의 대단원과 본 책의 대단원을 향해 가며 지금의 우리를 향해 가볍지 않은 질문을 남긴다.

『죄와 벌』은 거의 직접적으로 심연을 들여다보길 권한다. 로쟈처럼 떠나고 로쟈처럼 패배하고 로쟈처럼 마침내 몰락하라! 그때 비로소 오랜 변증법의 시간이 끝나고 삶이 도래할 것이니. 심연을 들여다본 자만이 혼돈 속에서 분투할 수 있고 마침내 삶을 껴안을 힘을 얻을 수 있다. 왜냐하면 삶은 예측한 대로 되지 않고, 규정하는 대로 존재하지 않고, 선하지도 않고 악하지도 않으니까. 그런 삶을 사랑할 수 있으려면 가장 먼저는 피부 밑에서 꿈틀대는 욕망과 힘을 느껴야 할 일이다.
자기 심연을 들여다보는 자만이 기꺼이 몰락해갈 수 있다는 말은 도스토옙스키의 모든 작품에서 되풀이되고 있다. 나는 심연까지 내려가 그것과 대면할 용기를 지녔는가? 나는 두려움을 무릅쓰고라도 내 비루한 형상을 바라볼 수 있는가? 몰락을 두려워하는 나는 자기 생에 대해 불평만 늘어놓을 뿐 실은 그 어떤 변화에 대해서도 주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대로 얼굴 없는 이를 향해 화내고 칭얼대다 이만 내 생을 마쳐야 하는 것은 아닐까? (p.211~212)

‘단절’이라는 의미를 이름(라스콜) 속에 내포한 주인공 로쟈는 ‘선’을 넘어버렸고 종국에는 완벽한 ‘몰락’에 이르고 말았다. 로쟈가 몰락으로부터 어떻게 부활하는지에 대해서는 도스토옙스키도 얘기하지 않는다. 그는 다만 “한 사람이 다시 살아나는 이야기이자 새롭게 태어나는 이야기, 그가 한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넘어가 이제까지 완벽히 무지했던 새로운 현실을 알가는 이야기가 시작된다.”(p.208)는 암시만을 전한다. 머나먼 지평선 위에 걸린 무지개처럼 아득하게 느껴지는 결말…. 그럼에도 우리는 어렴풋이라도 깨닫게 된다. 로쟈가 치른 시험들이 실패로 끝났다고 해서 한낱 비극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지옥과 다름없는 현실에서도 구원 혹은 재생(再生)의 드라마는 일어날 수 있다. 어떻게? 몰락할 용기가 있다면, 자기 심연을 기꺼이 들여다볼 용기가 있다면 말이다. 그때서야 비로소 변증법이 끝나고 진정한 삶이 도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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