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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렐의 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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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쪽 | A5
ISBN-10 : 893746165X
ISBN-13 : 9788937461651
모렐의 발명 중고
저자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 역자 송병선 | 출판사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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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월 2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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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시리즈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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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만일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순간과 영원 그리고 환상의 여인과 사랑에 빠진 한 남자의 기묘한 이야기. 바다 한복판 불가사의한 섬에서 펼쳐지는 비현실적인 로맨스를 그린 이 책은 보르헤스와 함께 중남미 환상 문학의 거장으로 불리는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의 대표작이다.

사형 선고를 받은 나는 목숨을 걸고 노를 저어 바다 한복판 ‘빌링스’라는,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섬으로 도망친다. 살인적인 기세로 덮치는 파도에서 살아남기 위해, 연명할 식량을 구하기 위해 하루하루를 고되게 보내던 어느 날, 한 무리의 사람들이 섬에 나타난다. 나를 잡으러 온 것은 아닐까 두려움에 떨다가, 매일 오후면 바위에 앉아 석양을 바라보는 한 여인을 보게 된다.

그녀를 보게 된 나는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아무리 가까이 가도 그녀는, 그리고 사람들은 내 존재를 아는지 모르는지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 기묘한 일이 일어난다. 사람들이 사라졌다가 갑자기 다시 나타나서는 매번 똑같은 대화와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다. 어찌된 일인지를 알아내기 위해 그리고 여인의 곁에서 살기 위해 나는 모험을 감행하는데….

저자소개

저자 :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저자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는 '미래를 향해 열일곱 발을 쏴라'(1933)를 출간한 후 철학과 문학에만 전념하기 위해 학교를 그만둔다. 1934년 단편집 '혼돈'을 내고 후에 아내가 되는 실비나 오캄포가 삽화를 그린 단편집 '집에서 만든 석상'(1936)을 출간한다. 첫 번째 소설이자 대표작인 '모렐의 발명'(1940)을 발표하면서 큰 명성을 얻었고 이 작품으로 제 1회 부에노스아이레스 문학상을 수상했다. 환상과 현실이 조화를 이룬 문학세계를 국축한 비오이 카사레의 주요 소설로는 '모렐의 발명' 외에 '영웅들의 꿈'(1954), '햇빛 아래서 잠자기'(1973)를 비롯해 '라플라타 어느 사진사의 모험'(1985) 등이 있으며 단편집으로는 '도주계획'(1945), '위대한 천사'(1967), '러시아인형'(1991) 등이 있다.

역자 : 송병선
역자 송병선은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를 졸업했다. 콜롬비아 카로이쿠에르보 연구소에서 석사 학위를, 하베리아나 대학교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전임 교수로 재직하였다. 현재 울산대학교 스페인중남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보르헤스의 미로에 빠지기』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붐 그리고 포스트붐』, 『거미여인의 키스』, 『탱고』, 『콜레라 시대의 사랑』,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꿈을 빌려드립니다』 등이 있다.

목차

호르테 루이스 보르헤스의 서문
모렐의 발명

작품 해설
작가 연보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만일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 SF와 판타지 그리고 미스터리의 삼중주로 짜인 완벽한 플롯 비오이 카사레스의 문학 세계는 데뷔작이었던 『모렐의 발명』에서부터 이미 성공적으로 드러났다. 20여 개 국어로 번역되었고,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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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만일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 SF와 판타지 그리고 미스터리의 삼중주로 짜인 완벽한 플롯
비오이 카사레스의 문학 세계는 데뷔작이었던 『모렐의 발명』에서부터 이미 성공적으로 드러났다. 20여 개 국어로 번역되었고, 또한 알랭 로브그리예가 각본을 쓴 영화 「지난해 마리앙바드에서(L'Ann?e derni?re ? Marienbad)」(1961)에 영감을 주기도 한 이 소설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사형 선고를 받았다. 나는 목숨을 걸고 노를 저어 바다 한복판 ‘빌링스’라는,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섬으로 도망을 쳐 왔다. 살인적인 기세로 덮치는 파도에서 살아남기 위해, 연명할 식량을 구하기 위해 하루하루를 고되게 보내던 어느 날, 한 무리의 사람들이 섬에 나타났다. 나를 잡으러 온 것은 아닐까 두려움에 떨다가, 매일 오후면 바위에 앉아 석양을 바라보는 한 여인을 보았다. 구불거리는 짙은 머리채, 무릎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은 두 손. 나는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그녀와 이야기를 나눌 수만 있다면, 발각돼 잡혀간다 해도 상관없다. 그러나 아무리 가까이 가도 그녀는, 그리고 사람들은 내 존재를 아는지 모르는지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 기묘한 일이 일어난다. 사람들이 사라졌다가 갑자기 다시 나타나서는 매번 똑같은 대화와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다. 호기심과 공포가 한꺼번에 나를 짓누른다. 어찌된 일인지를 알아내기 위해 그리고 여인의 곁에서 살기 위해 나는 모험을 감행한다.……

외로운 망명자 ‘나’가 끊임없이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이상한 사람들’을 몰래 숨어서 지켜보다가 놀라운 사실에 직면한다는 이 이야기는 공상과학 소설, 추리 소설, 환상 소설의 측면을 한꺼번에 가지고 있다. 숨은 비밀을 캐 나간다는 점에서는 미스터리 추리 소설 같고, ‘이상한 사람들’의 정체가 모렐이라는 사람이 발명한 영사기에 의해 투사된 영상, 즉 이미지/환영이라는 점에서는 공상과학 소설로도 볼 수 있으며, 그 영사기에 찍히면 반복해서 재생되는 영상 속에서 영원의 삶을 획득하고 현실 너머의 사랑을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는 판타지로도 볼 수 있다.
소설의 출발은 이렇다.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만일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주인공이 사랑하는 여인 포스틴은 모렐이 발명한 영사기로부터 재생되어 나온 영상이다. 그녀를 비롯한 주위의 사람들은 모두 몇 주 전, 혹은 몇 년 전 이 섬에서 여름을 보냈고, 그때의 일상이 모렐의 영사기에 찍혀 조수 간만의 주기에 따라 규칙적으로 재생된다. 피사체를 시각뿐 아니라 후각, 청각, 촉각적으로도 완벽하게 재현하는 영사기에 힘입어 그들 모두는 영상 속에서 행복했던 여름 한때를 영원히 반복해서 살게 된 것이다. 그것은 완벽한 현실로 구성된다.
자신이 사랑했던 눈앞의 여인이 그녀의 실체가 아니라, 다만 영상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나’는 의외의 선택을 한다. 그 자신 역시 영사기에 찍히기를 원하는 것이다. 이는 정말 무모하기 짝이 없는 선택인데, 그도 그럴 것이 영사기에 찍히는 순간, 피사체는 서서히 죽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영상 속에서의 영원한 삶이라는 ‘불멸’을 얻기 위해서는, 죽음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불멸의 대가로 실체는 파괴된다. 이러한 섬뜩한 사실에도, ‘나’는 죽음을 무릅쓰고 여자와 함께 영원히 상영되기를 택한다.
이 기괴한 사랑 이야기는 불가사의한 상황 묘사와 그에 따른 주인공의 심리 묘사를 통해 시종일관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이야기의 도입부에서 설명했던 섬을 둘러싼 흉흉한 소문들과 사람들의 알 수 없는 행동들의 비밀은 작품의 후반부에 가서야 비로소 무릎을 탁 칠 만큼 아귀에 들어맞게 훤히 밝혀진다. 작가의 치밀한 구성 덕에 이 소설은 독자를 완벽한 플롯 속으로 끌어들인다. 바로 이것, ‘고안되고 구성된 이야기’로서의 순수한 소설이 비오이 카사레스가 추구했던 문학이며, 보르헤스가 극찬했던 문학이다.

영혼을 기록하고 영원이라는 꿈을 창조할 수 있는 기계
― 덧없는 삶과 불안한 사랑보다 더 확고부동한 환상의 세계
이 작품은 시간과 환상, 그리고 사랑이 빚어낸 가상의 현실에 관한 이야기이다. 인생의 아름다운 순간과 소유하고 싶은 대상을 영원히 간직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이 기술의 힘으로 실현되었을 때, 그리고 다가갈 수 없는 여인에 대한 사랑이 극단으로 치달았을 때 어떠한 결과가 나오는지를 공상 과학, 판타지와 미스터리로 잘 버무려 보여 주는 이 작품에서, 우리는 전통적인 시간 개념에 대한 거부와 불멸의 탐구, 사랑의 행복과 불행이라는 주제를 발견할 수 있다. 누구든 한번쯤 꿈꾸어 보았을 만한 가정, 모두의 삶의 감정과 사건들을 기록하고, 그것을 기계 장치로 재현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서부터 출발해 정교한 이야기를 전개하는 이 소설은 죽지도 않고 행복도 잃지 않으려는 인간 욕망에 대한 우화이기도 하다.
이는 보다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존재에 대한 관심, 즉 개인의 정체성과 연결된다. 개인이란 대역 혹은 잃어버린 원본의 복제품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해, 독자들에게 이런 상상적 존재들로 가득한 세상을 제시한다. 그리고 이런 상상적 존재들과 접촉하거나 의미 있는 교환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것을 밝힌다. 실체인 줄 알았던 세계가 환상임이 밝혀졌을 때, 그것은 다만 놀랍기만 한 사실이 아니다. 삶 자체가 덧없고 또 사랑 자체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환상일지라도 확고부동한 불멸이 되기를 택하는 편이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영원히 누릴 수 있는 길일 것이다.

이미지와 환상, 비현실이 지배하는 현대 사회에 대한 예견
― 원본보다 더 원본 같은 복제품들로 가득 찬 세상
본질적으로 이 책은 복제품이 실재하는 것과 구별되지 않을 만큼 충분히 원본에 가까울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를 상상한다. 비오이 카사레스는 무성영화배우인 루이스 브룩스에게서 영감을 받아 이 작품을 집필했다. 우리는 모두 한 번쯤 텔레비전이나 스크린 위에 복제물로밖에 존재하지 않는, 결국 우리에게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던 유명인들(연예인들)에게 사랑이나 집착 같은 감정을 느낀 경험이 있다. 환영을 사랑한 것은 『모렐의 발명』의 주인공만이 아니다. 우리에게도 역시 환영을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심지어 오래된 흑백 영화에 나오는 매혹적인 여배우, 이제는 죽고 이 세상에는 없거나 늙어 예전의 모습을 완전히 잃었을 여배우조차, 우리는 스크린 위의 그 모습, 젊고 아름다웠던 때의 모습만을 보고 사랑하곤 한다.
지금으로부터 60년도 더 전인 1940년에 쓰인 이 소설은 환상과 가상현실에 대한 집착이 만연한 현대 사회를 예견하고 있다. 실제로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원본보다 더 원본 같은 복제품들로 가득 차 있다. 환영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자기 자신조차 그 영상들 속에 삽입하기를 원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결코 소설 속의 이야기만은 아닌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실재를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영상으로 기록된 순간은 영원성을 획득하고, 우리의 머릿속에 그 이미지가 존재한다는 점에서는, 그것은 실재일 수 있다.

세계의 확실성에 회의를 제기하는 문학
― 현실과 비현실의 모호한 경계를 그린 환상 문학의 선구자
비오이 카사레스가 추구한 환상 문학은 이렇게 있을 법하지 않은 비현실을 그리지만, 사실은 오히려 더욱더 ‘완전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애초 그가 환상을 추구한 것이 구체적 현실로부터의 무책임한 도피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현실 탐구를 위한 비현실 추구. 환상은 엄연히 현실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이다. 그는 어느 순간까지는 완전히 현실의 이야기를 하는 듯하다가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있을 법하지 않은’ 사건을 슬쩍 접목시킨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모호함을 역설적으로 묘사하면서,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계가 사실은 얼마나 ‘비현실적’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것이다. 이렇게 비오이 카사레스는 사실주의 문학이 간과했던 세계의 진실을 포착했다. 세계에는 확실한 것이 하나도 없다. '비오르헤스'(비오이+보르헤스)라고 불릴 만큼 늘 보르헤스와 함께 묶여 언급되던 작가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는 바로 이런 점에서 보르헤스와는 변별되는 문학을 추구했고, 어느 면에서는 보르헤스를 넘어섰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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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 김수미 님 2010.07.14

    우리는 항상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고 느낄 것입니다. 왜냐하면 각각의 순간이 상영될 때마다 영원히 반복될 레코드에 기록된 그 순간의 기억 외에는 그 어떤 기억도 가질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가 수없이 뒤로 미뤄 두었던 앞날은 영원히 그 속성을 간직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p.123)

  • 김수미 님 2010.07.14

    모든 것은 바로 일주일 전에 시작되었다. 처음으로 내가 이 사람들의 초자연적인 출현을 목격했을 때였다. 오후에 나는 섬의 서쪽 바위 근처에 서서 벌벌 떨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에 대해, 그러니까 너무 오랫동안 속세를 떠나 혼자 지낸사람 모양, 고작 집시 같은 여인을 보고 사랑에 빠지다니, 너무나 저속하고 통속적이라고 나 자신에게 말했다. (p.42)

회원리뷰

  • 모렐의 발명 | 54**bs | 2015.08.12 | 5점 만점에 3점 | 추천:0
    모렐의 발명(1940년)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1914~1999) 민음사/송 병선 옮김 1쇄 2007. 12. 27 ...

    모렐의 발명(1940년)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1914~1999)

    민음사/송 병선 옮김

    1쇄 2007. 12. 27

    2008. 1. 2. 인쇄본 으로

    2015. 8. 6~8 일에 읽음

     

     

    상상력이 없는 내게 환상 문학은 그냥 다가서기 어려운 문학 장르다. 환상문학 하면 보르헤스가 떠오르는데

    그의 작품을 선듯 읽지는  못했다. 단편집을 구입하기 까지는 했는데......

    이 책의 서문을 보르헤스가 쓴 걸 보고는 "그래 이번에 함 읽어보자" 하고 시작한 <모렐의 발명>

     

    환상 문학 작품을 접하면 "왜 작가들은  이런걸 쓰지?" 하는 의문이 든다.  가장 심하게 힘들었던 카프카의 <변신>

    그런 반면에 <모렐의 발명>은 환상의 세계지만 더 현실성 있고 미래를 보는 예견을 던지는 소설이다.

     

    도망자인 주인공이 현실을 피해 간 무인도. 그 곳엔 박물관, 교회, 수영장이 있다. 그는 박물관에 거쳐하면서 여기 저기

    다니며 먹을 것을 구한다. 그러다 지하실에서 발전기를 발견한다. 석달 정도를 보낸 그는 어느날 섬에서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발견하게 된다. 주인공이 무인도에서 혼자 생활하다 보니 환상에 빠져서 저런 환상을 보는게 하닌가? 하는

    생각으로 읽었다.  주인공은 자신을 구속하려고 온 사람들로 착각 하기에 이르고 숨어서 그들의 동태를 파악하게 된다.

    매일 오후 바위에 앉아 스카프를 두르고 태양을 지그시 쳐다 보거나 책을 읽는 여인. 그 곁을 맴도는 사내. 그런 과정에서

    매일 보던 주인공은 그 여자 포스틴을 사랑하게 된다. 그들의 대화를 엿듣던 그는 그 남자에게 질투를 느끼면서

    그녀에게 더 애정을 느끼게 되는데......그런데 그녀는 실제 사람이 아닌 모렐이 만든 기기로 촬영된  영상속의 여인이란

    걸 알게 됐다.  모렐은 그 섬에 지인들과 지내면서 그들의 동의 없이 일주일간의 생활을 고스란히 영상에 담았고

    그들은 그 섬에서 영원히 존재할거라고 발표하지만 지인들은 동의하지 않았다. 그들은 모두 배를 타고 뭍으로 가고

    그 기기를 주인공은 발견한 것이다. 그는 그녀의 옆에 영원히 남기 위해 그 화면 속 포스틴 옆에  자신을 넣어 촬영하면서

    영원히 남기를 희망 한다.  그는 일기에 쓰기를 "누군가  이걸 발견하게 되면 포스틴과 같이 천국에 갈 수 있게 도와달라."는

    글을 남긴다. 이 모든 것들이 환상에서 이뤄진 일들이지만 현실이기를 바라는 작가? 아니면 나의 이야기다.

     

    영원에 대한 우린 사람들의 열망이 아닌가 싶다.

     

  • 모렐의 발명 | he**oo517 | 2013.02.04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Q. “항상 썩은 생선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어찌할 바 모르고 있던 마...
     
    Q. “항상 썩은 생선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어찌할 바 모르고 있던 마을 사람들은 재빨리 그 물고기들을 파묻곤 했다.”를 통해 볼 수 있는 지금 우리의 모습은?
     
    A. 일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보다는 수습하기에 바쁜 지금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발생한 구제역에 대한 정부의 대처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었다. 농림수산식품부에서 "매몰지 정보를 취합중"이라고 해명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렵다. 구제역 사태의 주무부처가 매몰지 정보를 종합적으로 구축하지 않은 채 매몰 처리와 매몰지 사후관리를 총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매몰지 정보를 건네받아 취합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농림수산식품부가 전국의 매몰지 정보를 구축해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매몰지 부실 조성 등의 문제점을 은폐하기 위해 '정보통제'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지난 3년을 돌이켜보면, 정부는 '통제'가 효율적인 국정운영 방법이라고 믿는 듯하다. 하지만 문제는 드러내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문제를 감추는 것은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우선은 덮어놓고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지워지면 끝인 것이다. 해결 하지 않고 그대로 놔두는 것이다. 당장은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는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고, 안심해서도 안 된다. 지금 한국의 인터넷 공간에서 역시 이슈는 하루 이틀이면 또 다시 다른 이슈로 대체된다. 잠자코 기다리면 다른 이슈가 생겨나기 때문에 그리 큰 문제가 아닌 것으로 된다. 이런 문제들이 하나 둘씩 쌓이다보면 언제 어떤 방식으로 폭발 할지 모른다. 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은 오로지 그 하나의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 우연히 발생한 것이 아니라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문제들이다.
     
    Q. 영원히 존재할 수 있는 곳이 과연 천국일까.
     
    A. “우리가 내일 떠나더라도 우리는 영원히 이곳에 있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이곳에서 보낸 한 주간의 매 순간이 계속해서 반복될 것입니다.”
    모렐에게 ‘천국’은 영원히 존재할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영원히 존재할 수 있는 곳이 ‘지옥’이 아닐까. 끔찍하다, 죽지 않는 다는 것. 우리는 죽어가고 있는 존재이다. 결과를 알기 때문에 두렵지만, 어느 정도 결과를 예측할 수 있으니 불안하지는 않다. 모든 사람들에게 오래 산다는 것이 행복한 꿈은 아니다. 특히 현대인들에게 삶은 더 혹독하다. 그리고 모렐의 발명품으로 인해 영원히 존재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삶’이 아니다.
    끊임없는 반복만이 영원히 존재한다. 과연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이미 일어난 일들이 무한 반복, 어쩌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과거에도 미래에도 계속해서 발생한다고 말하고자 하는 것인가. 그 모습이 조금 다를 뿐 그 본질들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인가. 역사 속에 인종 학살이 지금 이 지구에서 다른 방식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학살은 직접 총과 칼로 죽이지 않지만 자살이라기보다 ‘사회적 타살’로 봐야 하는 많은 이들의 죽음을 통해서 지금 우리에게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 과거에도 자연재해는 분명 존재했지만 인간의 편의에 맞게 자연을 바꿔 훼손시켰기 때문에 자연재해는 보다 더 큰 파급효과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어느새 우리는 쓰라린 아픔을 치료하지 않은 상태로 아픔 따위는 잊어버리고 강에 시멘트를 들이붓고 땅에 농사를 짓지 않고 돈이 되는 건물을 올린다.
     
    Q. 검은 머리카락 위에 밝은 스카프를 두른 ‘포스틴’은 누구인가.
     
    A. 처음에는 주인공이 정신병원에 입원한 환자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포스틴’은 그의 또 다른 자아라고 생각했다. 공상과 실제를 혼동하는 존재 같았다. 읽고 나서도 그의 말을 온전히 믿기 힘들다. ‘빌링스’섬에서 혼자 살아가는 그가 환영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오히려 그가 환영인 것 같다.
    하지만 만약 그가 빌링스 섬에 살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면 ‘포스틴’ 덕분에 살아갈 수 있었던 것 같다. 포스틴을 끊임없이 보고 싶어 하고 포스틴 옆에 있는 모렐을 질투했기 때문에 살 수 있었다. 결코 ‘혼자’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포스틴, 모렐 등 많은 사람들이 비록 실체가 없는 인물이라도 존재하지 않았다면 그는 진작 죽었을 것이다. 외로움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포스틴이야 말로 그에게는 ‘천국’ 그 자체, 죽음으로 내몰지 않았던 존재이지 않았을까 싶다.
     
    Q.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에서 우리는 모두 ‘실체가 없는 인물’들이 아닌가.
     
    A. <모렐의 발명>에서 주인공 이외에는 모두가 실체가 없는 인물들이다. 그런데 주인공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며 힘들어 한다. 왜냐하면 내 눈앞에 보이기 때문이다. 보이는 그대로 혹은 보고 싶은 데로 보고 믿는 것은 지금의 우리와 비슷하다. 인터넷은 마녀사냥의 광장이라 봐도 전혀 무리가 없다. 타블로 사건, 루저발언, 채선당 사건, 각종 연예인 루머 등등. 실제 일상에서 그 사람의 삶보다는 특정한 행동이 그 사람의 전부가 된다. 하나의 사건이 터지면 모여들고 금세 사라지는 모습이 마치 좀비와 흡사하다. 하나의 사건이 인터넷 공간에서 떠도는 동안 각색, 변형, 생략이 이루어지면서 ‘사실’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공격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에 갈기갈기 찢어진 다음 다시 새로운 공격의 대상을 찾으면 버려진다. 그 결과 공격을 받은 사람은 물론 공격을 한 사람들도 다른 사람이 되어있다.
  • 모렐의 발명은 허구였다. | tu**7766 | 2010.07.14 | 5점 만점에 3점 | 추천:0
    '김씨표류기' 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정재영 씨가 주인공으로 나왔던 영화로, 한강의 밤섬에 우연찮게 머물며, 혼자 무인도생활...

    '김씨표류기' 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정재영 씨가 주인공으로 나왔던 영화로, 한강의 밤섬에 우연찮게 머물며, 혼자 무인도생활을 하기 시작하는 영화였는데, 꽤나 재밌게 본 영화로 기억에 남는다. 처음에는 괴로웠지만, 혼자 무인도에서 사는 삶도 꽤나 즐기며 살던 유쾌한 김씨. 나도... 언젠가 무인도에 책과 나만 남아, 평생을 책만 읽고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니 문득 그 영화 생각이 났다.

     

    한 남자는 사형 선고를 받은 도망자 신세이다. 그는 쫒기는 신세로 이탈리아 사람의 말에 이끌려,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 빌링스 섬으로 오게 된다. 이 섬은 엘리스 군도에 속하는 섬으로 전염병이 넘쳐나 사람이 살 수 없는 섬이라는 소문을 가지고 있는 곳이었다. 모렐은 그렇기 때문에 이 섬을 선택했고, 그 곳으로 목숨을 걸고 오게 된 것이었는데.. 어느 날. 이 사람이 살지 않는 섬에, 사람들이 나타났다. 언제부터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섬의 언덕 꼭대기에는 박물관과 예배당 수영장이 있었고, 사람들은 모여 춤을 추기도 했으며, 서로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도망자인 그는 섬의 낮은 곳에서 꼭대기의 그들을 바라보며, 숨고 있었는데, 그들 중 떨어져서, 항상 머물던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된다. 그래서 그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이면, 다시 잡히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사랑한다는 이유때문에 그녀에게 접근을 시도하게 된다. 그러나 그녀에게 가까이 가도 그녀는 이 남자를 알아보지 못하는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되면서, 그들의 존재 자체에 의문을 가지게 되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들은 매번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대화라든지. 행동이라든지.

     

    그들은 허구였다!

    모렐이라는 한 사람이 발명한 기계로 인해서 매번 그들은 재 탄생한것이다. 이 도망자는 모렐이 발명한 기계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박물관 지하에 들어가보기도 하고, 유심히 그들의 대화를 듣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은 파헤치지 못하고 이 글을 남기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가 사랑하게 된 그 여인을 위해서, 모험을 겁내지 않게 된다.

     

    그가 처음 섬으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생긴 일들에서 약간의 흥미를 가졌으나, 생각지도 못한 다른 사람들이 허구의 존재가 밝혀지는 부분에서는 약간 예기치 못하게 당황했다. 허구라니! 말이다. 그리고 이 도망자가 하는 이야기에도 믿지 못할 구석이 있어서, 의심으로 가득찬 책이 되어 버렸다.

     

     

  •  <모렐의 발명>은 아르헨티나 출신의 작가 카사레스의 작품이다.  <모렐의 발명&g...
     <모렐의 발명>은 아르헨티나 출신의 작가 카사레스의 작품이다.  <모렐의 발명>을 읽게 된 계기는 북커버의 강렬한 인상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르네 마그리트의 "블랙 매직"이라는 북커버의 그림은 조각상 같은 여인과 그 어깨에 앉은 새(비둘기?)의 조합이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피그말리온을 연상시켰다. 자신이 조각한 조각상의 여인을 사랑하게 되어 마침내 신의 도움으로 조각상을 숨 쉬는 여성으로 만드는 피그말리온의 이야기.

      그러나, <모렐의 발명>은 그 반대의 이야기이다. 주인공 남자가 사랑하는 여인 포스틴은 남자가 만든 조각상의 여인은 아니라 모렐이라는 사람이 발명한 영상 기계에 찍힌 포스틴이라는 여성이기 때문이다. 영상 기계에 찍힌 사람의 영혼까지도 머물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모렐의 말에 남자는 영상 속의 포스틴을 사랑하고 영원히 함께 하기 위해 자신이 그 영상 속에 삽입되기를 원한다.

     

      남자에게 실제 포스틴의 존재, 즉 어딘가에 살아있는지 죽었는지는 중요한 사안이 아니다. 남자에게는 영상의 포스틴이 전부이며 그가 믿는 현실이고 그가 믿고 싶은 현실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이 영상이 찍힌 시기가 언제인지도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남자에게 절박하게 필요한 건 오직 자신의 영혼을 이 영상에 옮겨 영원히 포스틴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에게 현실은 오직 영상뿐이다.  빌링스라는 이 무인도에 죽을 고비를 넘기고 도착한 그때부터 이미 현실과 가상의 경계는 무너진 상태이다.

      사람의 영혼까지 옮길 수 있는 모렐의 기계에 촬영된 나무들이나 꽃들은 서서히 말라죽어가는 대신 영상 속의 그것들은 항상 촬영된 당시의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다. 이 때문에 영혼까지 담을 수 있다는 모렐의 말은 남자에게 더욱 현실적으로 와 닿는다. 영상 속의 가상 육체는 오히려 남자에게는 안식과 평안, 영원성을 보장하는 것이며 그것을 위해 그는 자신의 원본 육체가 서서히 죽어간다는 것을 알면서도 영상 기계에 자신의 육체를 스캔한다.

      이 작품의 이런 당혹스러운 상황 속에서 작품 내의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무는 데는 글의 구성이 크게 영향을 미친다. 허구와 진실이 교묘하게 맞물려있다.

    남자는 자신의 일기라면서 기록한 내용은 사실이라고 주장하지만 간혹 스스로도 이 기록이 정확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말하고 있고 스스로 정신분열을 앓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여기에다 가끔씩 등장하는 “편집자주”는 주인공 남자에게 의도적인 공격을 가하면서 이 글의 출처가 어떻게 된 건지 당황하게 만들기도 한다. 즉, 작가의 의도대로 주인공 남자의 이야기는 신빙성이 떨어진다.

      모렐의 전후 무후한 충격적인 발명으로 만들어진 영상 기계와 영상 속의 사람들의 이야기는 한편으로는 사실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남자 혹은 다른 누군가가 쓴 창작 소설일 수도 있다. 또 더 나아가서는 때로는 “편집자주”를 남긴 누군가가 어떤 목적인지 모를 실험(?)을 위해 피실험체로서 남자를 가혹한 환경의 무인도에 버려두고 남자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정신적 붕괴과정을 기록하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무엇이 진실인가에 대하여 명확한 말을 할 수 없는 모호함과 이중성이 이 소설의 백미이라고 볼 수 있다.


      절대적인 진실, 절대적인 진리에 대해서 인간들은 의외로 많이 집착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스스로의 기억조차 불완전하다고 하다. 인간의 기억은 스스로 믿고 싶은 것만 추려서 기억해내고 정보를 정리 재해석한다고 한다.

      무너진 현실과 가상의 경계, 그리고 현실을 버리고 가상의 세계에서 안식을 취하고자 하는  남자가 보이는 절박함이 오히려 시선을 끈다. 자신이 죽을 때까지 영상을 볼 수 있음에도 그는 자기의 죽음을 앞당기면서까지 영상에 자신의 모습을 삽입하기를 바라고 누군가에게 발견되었을 때 영상 속에서 포스틴과 연인으로 보이도록 만들려도 하는 일련의 노력들은 인간의 욕망,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영원히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고 싶은 욕망을 표현하는 것 같다.

      현실을 버리고 영상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남자의 행동은 유한한 인간의 삶을 초월하고자하는 인간의 욕망을 다시 한 번 고민하게 한다. 영원한 삶을 사는 것은 인간의 오랜 욕망이었고 인간이 추구하는 하나의 신념과도 같은 환상이며 '어느 것이 진실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명확한 답은 없을 것이다. 절대적 원본이 존재한다는 것, 절대적 진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도 인간의 아집인 것 같다. 


      이 작품이 1940년에 쓰여졌다는 점에서 카사레스의 혜안에 놀라고 작품의 (남자가 쓴 일기가 진실인지, 그가 꾸며낸 허구인지 명확하지 않지만 그것을 판단하기 어렵게 만든)치밀한 구성과 심리 묘사에 감탄한다.

  • 모렐의 발명 | ya**aly | 2009.01.31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나는 사형선고를 받고 도망치다가 ‘빌링스’라는 무인도에...

     

     

    나는 사형선고를 받고 도망치다가 ‘빌링스’라는 무인도에 도착한다.

    아무도 없는 섬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타난다.

    나는 잡힐 것을 두려워하여 섬 한 편에 숨어 사람들을 관찰하는데,

    매일 오후 바위에 앉아 석양을 바라보는 한 여인(포스틴)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그렇지만 내가 아무리 위험을 무릅쓰고 가까이 가도, 내 존재를 알려주려 하여도 포스틴은 내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또 하나 이상한 것은, 다른 사람들도 내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할 뿐만 아니라

    사라졌다가 갑자기 나타나기도 하고, 매번 같은 대화와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다.

    나는 포스틴의 사랑을 얻기 위해,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보르헤스와 더불어 라틴 아메리카 환상문학의 대표작가로 불리는 카사레스의 [모렐의 발명]은 이런 당혹스러운 현실에서 출발한다.

    우리나라에서는 SF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었던 이 책에는

    다루기가 그리 녹록하지 않은 담론들이 들어 있다.

    그냥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을 스쳐갔던 주제들만 꼽아보더라도

    인간의 복제성과 그 복제의 진정성, 복제된 정보의 조작가능성, 인간과 영혼의 불멸성,

    현실과 가상의 독립성 또는 융합성과 같은 무거운 철학적 질문에서부터

    순간과 영원, 기술에 대한 고민, 인간의 고독과 진정한 사랑에 대한 것까지 매우 다양하다.


    독자에 따라서는 자칫 지루하게 읽힐 수도 있는 이 책에서 개인적으로 느낀 큰 매력은

    인형 속에 작은 인형이 들어서 끊임없이 나타나는 ‘러시아 인형’과 같이

    지속적으로 눈과 머리를 현혹시키면서 현실과 가상(또는 환상)의 의미를 묻고 있는 점에 있었다.


    결국 ‘빌링스’ 섬의 사람들과 내가 사랑에 빠진 포스틴은

    모렐이란 사람이 발명해낸 기계가 만들어낸 환상임이 밝혀진다.

    환상이라 해도 단순한 영사기나 축음기가 재생하는 차원이 아니라,

    시각, 청각, 후각, 촉각적으로 완벽하게 재현된 환상이다.

    모렐은 생전에 사람들의 모습을 촬영한 후 이 환상을 제작했고,

    그 환상을 무인도에서 반복적으로 재생함으로써 영원함을 얻고자 하였다.

    동력은 역시 영구적인 조수를 이용한 발전기를 사용하여 해결하였다.


    영화 <매트릭스>에서는 등장인물이 서가에서 책을 한 권 빼내는 장면이 나온다고 한다.

    그 책이 바로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Simulacres et Simulation)]인데,

    시뮬라크르는 복잡한 철학용어이고 보드리야르는 ‘기호’라는 의미로 사용한 경향이 짙긴 하지만 그냥 간단하게 ‘가상’ 또는 ‘가장(假裝)’이라고 이해해도 될 것이다.

    아마 요즘 경제학 또는 공학에서 자주 쓰이는 ‘시뮬레이션’을 생각하는 것이 빠를지 모르겠다.

    보통 우리는 현실을 진실과 대응시키고, 가상은 허구와 대응시키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잠깐!

    우리가 알고 있는 현실이 사실은 가상이고, 허구라면 어떻게 되겠는가?

    우리가 진실이라고 알고 있는 것이 사실은 진실을 무수하게 복제한 복제품이라면?

    그럴 경우 진실은 어디로 날아가버리는가?


    <매트릭스>를 다시 생각해 보면,

    매트릭스 안의 세계를 실재라고 할 수 있는가, 아니면 매트릭스 밖의 세계를 실재라고 할 수 있는가?

    매트릭스 안에서는 모든 것이 기호의 형태로 환원되는데, 이건 결국 모든 것의 복제가능성을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니 복제하지 않은 네오와 친구들은 매트릭스의 시스템을 망가뜨리는 ‘바이러스’가 되고,

    가상인 바이러스를 대표하는 스미스 요원은 현실을 나타내는 네오를 쫓는다.


    카사레스의 [모렐의 발명]의 중요한 주제의식은 <매트릭스>와 상통하는 점이 있는 것 같아서 영화이야기가 길어졌다.

    마지막으로 [모렐의 발명]에서 환상속에 처한 주인공의 대처방법은 어떠했나 궁금하다.


    이제 나는 ‘빌링스’ 섬에서 일어나는 불가사의한 일을 부족하게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가 두가지 있다.

    하나는 기계가 고장나거나 하여 멈추게 되면 이 ‘영원’한 환상은 사라져버린다는 것인다는 문제고,

    또 하나는 내가 사랑하는 포스틴과 영원히 같이 있고 싶다는 욕망의 문제이다.

    결국 나는 모렐의 발명품을 조작하여 나 자신을 촬영한 후 재생하도록 한다.

    포스틴과 대화하도록, 포스틴과 서로 좋아하도록, 포스틴과 함께 지내도록

    나는 나의 환상을 창조하고, 나의 가상을 창조한다. 그리고 죽어간다.


    가상과 현실이 뒤죽박죽이 된 세상.

    진실과 허구가 섞여서 이젠 진실을 찾는 것이 아니라 허구를 폭로함으로써 진실에 조금씩 다가서야만 하는 세상.

    자본의 힘으로 복제된 상품이 소비의 주축이 되는 것도 모자라서,

    아예 그 복제된 힘은 영원한 왕좌를 얻어 인간의 고유성을 억압하는 세상.


    카사레스의 [모렐의 발명]에서 지금의 ‘매트릭스’ 사회를 읽으면서 다시 현실과 가상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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