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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이웃(특별판)(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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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2쪽 | 양장
ISBN-10 : 1160261261
ISBN-13 : 9791160261264
나의 아름다운 이웃(특별판)(양장본 HardCover) [양장] 중고
저자 박완서 | 출판사 작가정신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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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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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좋은 책 저렴하게 잘 구매했습니다 5점 만점에 5점 wejj*** 2020.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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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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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말아야 할 삶의 소중한 가치와 의미를 전하는 박완서의 목소리! 故박완서 작가가 처음으로 펴낸 짧은 소설집 『나의 아름다운 이웃(특별판)』.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을 법한 이웃들의 모습을 통해 어두운 사회의 단면을 예리하게 포착하여 재치 있게 그러나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삶의 진실을 다룬 48편의 짧은 이야기를 담았다. 우리에게 인생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 것인지, 사랑과 결혼의 잣대란 도대체 무엇이며 진실이란 우리에게 얼마만 한 기쁨이고 슬픔인지를 특유의 신랄하고도 친근한 문체로 보여준다.

산업화 정책으로 이룩한 경제 성장으로 물질적 풍요는 이루었으나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심리적 빈곤을 면할 수는 없었던 1970년대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불합리한 사회 구조 속에서 불가피하게 소외되고 차별받을 수밖에 없는 여성과 노인 등 사회적 약자의 삶에 집중해 그들의 입을 통하여 위태로운 토대 위에 선 우리 사회의 병폐를 진단하는 동시에 그럼에도 싹트는 희망의 빛을 결코 잃지 말자고 이야기한다.

저자소개

저자 : 박완서
1931년 경기도 개풍에서 태어나 1950년 숙명여자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같은 해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하였으나 한국전쟁이 일어나 학업을 중단했다. 1970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나목』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작품으로 장편소설 『나목』 『미망』 『휘청거리는 오후』 『목마른 계절』 『도시의 흉년』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아주 오래된 농담』 『그 남자네 집』 등이 있고, 소설집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엄마의 말뚝』 『저문 날의 삽화』 『너무도 쓸쓸한 당신』 『친절한 복희씨』 『기나긴 하루』 등이 있다. 그밖에도 산문집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한 길 사람 속』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등이 있다.
한국문학작가상, 이상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한무숙문학상, 대산문학상 만해문학상, 황순원문학상, 호암예술상 등을 수상했고, 2006년 서울대학교에서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1년 1월 22일 타계한 후 문학적 업적을 기려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되었다.

목차

개정판을 펴내며 _ 호원숙
안방 천장에 일렁이던 불빛처럼

책머리에

그때 그 사람
어떤 청혼
키 큰 신랑
마른 꽃잎의 추억 1
? 화랑에서의 포식
마른 꽃잎의 추억 2
? 엉큼한 장미
마른 꽃잎의 추억 3
? 못 알아본 척한 남자
마른 꽃잎의 추억 4
? 조각난 낭만
아직 끝나지 않은 음모 1
아직 끝나지 않은 음모 2
아직 끝나지 않은 음모 3
노인과 소년
일식日蝕
달나라의 꿈
그림의 가위
완성된 그림
땅집에서 살아요
아파트 부부
열쇠 소년
열쇠 가장
아파트 열쇠
어머니
여자가 좋아
어떤 유린
식구와 인구
노파
이민 가는 맷돌
삼박 사일간의 외출
어떤 화해
할머니는 우리 편
마지막 생신
외래어 노이로제
완두콩만 한 아이
궁합
늦어도 12월까지는
서른아홉 살, 가을
거울 속 연인들
노을과 양떼
끊어진 목걸이
꿈은 사라지고
권태
어떤 폭군
고부간의 갈등
어떤 소나기
그대에게 쓴 잔을
성공 물려줘
나의 아름다운 이웃

책 속으로

나는 왜 낭만을 찾는답시고 간직하고 있는 낭만이나마 하나하나 조각내려 드는 것일까? 이 낭만이 귀한 시대에. _71쪽 그러나 우선 일은, 배웠다는 것을 간판적인 것으로 못박지 않고 무엇을 할 수 있다는 움직임 있는 가능성으로 전환시켜주었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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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낭만을 찾는답시고 간직하고 있는 낭만이나마 하나하나 조각내려 드는 것일까? 이 낭만이 귀한 시대에.
_71쪽

그러나 우선 일은, 배웠다는 것을 간판적인 것으로 못박지 않고 무엇을 할 수 있다는 움직임 있는 가능성으로 전환시켜주었고 그것은 그녀 자신의 생명의 리듬에 활력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일을 통해 그녀는 혼자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혼자 살 수 있다는 기쁨은 새롭고도 신나는 삶의 보람이었다. 혼자 살 수 있다는 기쁨과 결혼하고 싶다는 욕망과는 상반되는 것 같았지만 후남이는 그 둘을 행복하게 화합시킬 자신이 있었다.
혼자 살 수 있는데도 같이 살고 싶은 남자를 만남으로써 결혼은 비로소 아름다운 선택이 되는 것이지 혼자 살 수가 없어 먹여 살려줄 사람을 구하기 위한 결혼이란 여자에게 있어서 막다른 골목밖에 더 되겠느냐는 게 후남이의 생각이었다.
_96쪽

나는 그 한 바가지의 공을 보면서 그만큼의 공이 담을 넘는 동안 그 담을 사이에 둔 이웃끼리 말 한 마디 주고받지 않고 지냈다는 게 과연 그쪽만의 잘못이었을까? 내 잘못은 전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_120~121쪽

문규는 그제서야 친구의 지난날의 그림의 미완성이 얼마나 소중했던가, 그 참뜻을 알 것 같았다. 그는 지난날의 친구와, 지난날의 친구의 그림이 가슴이 저리도록 그리웠다. 그러나 미완성을 완성시킬 수는 있어도 완성을 미완성시킬 수는 없는 일이었다. 생명 있는 걸 생명 없이 할 순 있어도 이미 생명이 없어진 것에 생명을 줄 순 없는 것처럼.
_138쪽

그러나 엄마는 가끔 이런 심각한 생각을 할 때도 있다. 한 집안의 주부 노릇도 이렇게 고되거늘 만일 나라 살림하는 자리에 있는 양반들이 국민이란 걸 고루 나누어 먹여야 하고 지껄이고 싶을 땐 지껄여야 하는 사람의 입, 인구人口로 인식한다면 그 자리가 얼마나 고된 자리가 될 것인가 하는.
_207쪽

“그래. 조국 분단의 설움을 가장 혹독하게 맛본 노老화백은 말년에 저런 방법으로 화해의 꿈을 꾼 거야. 꿈을 꾸는 것조차 용기에 속했던 그 끔찍한 분단의 벽도 지금 현실적으로 허물어지고 있는 마당에 우리 사이에 그 알량한 학력의 벽, 빈부의 벽을 마냥 고집하기냐?”
_243쪽

“부인, 그래서 나쁠 것도 없잖습니까. 전 지금 오래간만에 행복합니다. 가슴이 소년처럼 울렁입니다. 늙어도 행복할 권리만은 포기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요.”
_321쪽

그녀의 열두 살은 교내 백일장에서 우수작을 딴 나이였으며, 또한 서른아홉까지만 살기를 맹세한 나이이기도 했다. 열두 살 계집애에게 서른아홉이 넘은 여자의 나이란 왜 그리도 추악하고 무의미해 보였는지…….
그녀는 올해 서른아홉이었다. 서른아홉 하고도 늦가을이었다.
_303쪽

이사 오는 날이었다. 옆집에 산다는 여자가 인사를 왔다. 나는 반갑고 한편 놀라웠다. 아파트에도 이웃이란 관념이 남아 있다는 게 반가웠고, 그 여자의 미모가 놀라웠다. 중학교 다니는 자녀가 있는 그 여자의 미모는 상당하달 수 없었지만 유달리 착하고 밝은 표정 때문에 눈부시게 느껴졌다. 나는 그런 여자가 내 이웃이라는 게 예기치 않은 행운처럼 즐거웠다.
_3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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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우리 시대의 영원한 이웃, 박완서를 다시 만나는 시간! 박완서 소설가는 한국어로 소설을 읽는 사람이 남아 있는 한, 언제까지고 읽힐 것이다. _정세랑 『나의 아름다운 이웃』은 고(故) 박완서 작가가 처음으로 펴낸 짧은 소설집이자,...

[출판사서평 더 보기]

우리 시대의 영원한 이웃,
박완서를 다시 만나는 시간!

박완서 소설가는 한국어로 소설을 읽는 사람이
남아 있는 한, 언제까지고 읽힐 것이다.
_정세랑

『나의 아름다운 이웃』은 고(故) 박완서 작가가 처음으로 펴낸 짧은 소설집이자, 1970년대 사회의 단면을 예리하게 담아내고 평범한 삶 속에 숨이 있는 기막힌 인생의 낌새를 포착한 작품이다. 우리에게 인생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 것인지, 사랑과 결혼의 잣대란 도대체 무엇이며, 진실이란 우리에게 얼마만 한 기쁨이고 슬픔인지를 작가 특유의 신랄하고도 친근한 문체로 보여준다.
박완서 작가의 장녀이자 수필가이기도 한 호원숙은 이번 책의 「개정판을 펴내며」에서 “재미 속에 쿵 하고 가슴을 흔들어대고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히게 합니다. ……낭만적 사랑의 꿈을 버리지 않으셨던, 그러나 ‘너의 삶의 주인은 너’라고 끊임없이 일깨워주는 어머니”라고 회고한다. 짧은 분량의 단숨에 읽히는 이야기지만 여운의 뒷맛은 더 길고 강하다. 자기기만과 허위의식에 찬 속물근성이 까발려진 듯해 뜨끔하고, 목표의식 없이 내달리는 헛헛한 내면이 들킨 것 같아 부끄럽다.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담소를 나누던 이웃 간의 정을 찾아볼 수 없게 된 작금의 사태가 떠올라 씁쓸하고, 그럼에도 놓을 수 없는 사랑이라는 감정에는 가슴이 뜨거워진다. 「그때 그 사람」, 「마른 꽃잎의 추억」, 「아직 끝나지 않은 음모」, 「그림의 가위」, 「어떤 유린」 등 48편의 이야기가 실린 이 짧은 소설집은 평생에 걸쳐 선생의 화두였던 ‘사랑과 자유’에 대한 희구를 때론 낭만적으로, 자주 희망적으로 펼쳐 보인다. 사랑과 자유를 꿈꾸는 한 나 자신을 포함한 인간은, 즉 우리의 이웃들은 진정 ‘아름다운’ 존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사람 사는 집은 다 비슷하단 사실이 놀랍고 유쾌했습니다.”
방 안에 들어앉아 바늘구멍으로 바라본 바깥세상 이야기

짧은 48편의 소설들의 배경이 되는 1970년대 한국 사회는 산업화 정책으로 이룩한 경제 성장으로 물질적 풍요는 이루었으나,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심리적 빈곤을 면할 수는 없었다. 전원주택 대신 곳곳에 아파트가 들어서고, 집집마다 전화기와 텔레비전 같은 가전제품을 들여놓으면서 생활은 편리해졌지만 그들의 삶이 윤택해진 것은 아니었다. 빽빽하게 줄지어 늘어선 아파트들로 이웃 간 거리는 더욱 가까워졌지만 마주치는 사람들 사이에 오고가는 인사가 사라졌고, 열쇠만 있으면 언제든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올 수 있었지만 한 집안에 모여 사는 가족의 수는 점차 줄어들었다. 타인의 권리와 사생활을 필요 이상으로 침해하는 행위는 물론 경계해야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소통의 부재가 되어 삶을 더욱 각박하고 황량하게 만들지는 않았는가. 『나의 아름다운 이웃』은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을 법한 이웃들의 모습을 통해 어두운 사회의 단면을 예리하게 포착하여, 재치 있게 그러나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삶의 진실을 다룬다.
「달나라의 꿈」 속 주인공은 낮은 담장을 사이에 두고도 교류가 없는 이웃, 상수 엄마에게 불만을 가진다. 언제나 수심 가득한 얼굴을 한 상수 엄마는 어쩌다 이웃을 마주쳐도 인사는커녕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지나친다. 어쩐 이유에서인지 그 집 아이들도 정원에서 공을 가지고 놀다가 공이 담을 넘어가도 넘겨달라고 부탁하지 않는다. ‘나’는 담장을 넘어 온 공을 차곡차곡 모아두다 한 바가지를 다 채울 때쯤, 모아둔 공을 들고 정식으로 이웃집을 방문한다. 그리고 그 곳에서 상수 엄마가 숨기고 있던 상수네의 비밀을 목격하게 된다.

“무심히 바라보던 세상의 온갖 사물들이
다 아름답고 정겹게 살아났다”
이 시대의 잃어버린 ‘낭만’을 찾아서

이 시대를 가리켜 ‘낭만’은 종말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완서 작가가 아프게 진단했던 자본주의 속 인간은 기계의 부속물처럼 평가절하되고, 이유 없는 살인과 폭행, 망상 또는 피해의식에서 비롯된 성적 혐오로 인한 사건 사고들을 하루에도 몇 번씩 접하고 듣는다. 지금의 세태를 미리 내다보기라도 한 듯 『나의 아름다웃 이웃』에서 작가는 불합리한 사회 구조 속에서 불가피하게 소외되고 차별받을 수밖에 없는 여성과 노인 등 ‘사회적 약자’의 삶에 집중한다. 그리고 그들의 입을 통하여 인정과 환대가 점점 가물어가는 와중에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고난과 역경을 헤쳐 나가며 묵묵히 살아가는 인물 군상을 통해, 위태로운 토대 위에 선 우리 사회의 병폐를 진단하는 동시에 그럼에도 싹트는 희망의 빛을 결코 잃지 말자고 이야기한다. 연작소설 「아직 끝나지 않은 음모」에서는 분희, 경숙, 그리고 후남에 이르기까지 3대에 걸쳐 결혼 생활로 인한 여성의 삶의 애환을 잔잔하게 그리고 있다. 특히 후남은 「아직 끝나지 않은 음모 3」 초반에 김승옥의 「야행」을 읽으며 할머니, 어머니 시대에 태어나지 않아 감사하다고 감격하지만, 작품 후반에서는 여전히 기혼 여성에게만 무겁게 짓누르는 사회적 억압과 가부장제의 잔재를 실감하고 홀로 쓸쓸히 고배를 들이킨다.
이 책의 「책머리에」에서 박완서 작가는 “마치 방 안에 숨어 앉아 창호지에 바늘구멍을 내고 바깥세상을 엿보다가 그 협소한 시야 안에 기막힌 인생의 낌새가 잡힌 듯한 짜릿한 매력 때문에 썼다”고 밝힌 바 있다. 사소한 일부터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커다란 전환점에 이르기까지, 시종 작가는 눈을 크게 뜨고 직시하면서 우리로 하여금 생의 결과 주름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세밀하고 적확한 시각으로 바라볼 것을 요청한다. “바늘구멍으로 내다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멀리, 적어도 이삼십 년은 앞을 내다보았다고 으스대고 싶은 치기”를 솔직하게 고백한다는 작가의 말처럼, 『나의 아름다운 이웃』은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삶의 소중한 가치와 의미를 잊지 말자고 우리 스스로를 분연히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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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나는 왜 낭만을 찾는답시고 간직하고 있는 낭만이나마 하나하나 조각내려 드는 것일까? 이 낭만이 귀한 시대에....


    “나는 왜 낭만을 찾는답시고 간직하고 있는 낭만이나마 하나하나 조각내려 드는 것일까? 이 낭만이 귀한 시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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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가 문단에 나오고 10년내에 쓴 작품들만 모아낸 소설집이라 이 소설은 70년대의 산물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단어나 내용들의 정서가 깊고 무겁다.


    소설 대부분의 내용이 사랑, 결혼에 관한 것이고 읽을수록 그 시대의 환경을 알 수 있었다. 


    여자는 청접장을 냄과 동시에 사직서를 낸다던가 사십에 가까운 여자가 직업을 가진다는 것에 별나다고 표현한다던가 아파트가 성공의 지표라던가 등등, 읽으면서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사실 고 박완서 작가의 작품을 들어나 봤지 읽어보진 않았다. 학창 시절 독서 목록에 포함되어 있었지만 그 시절엔 독서를 좋아하진 않았다. 짧게라도 단편들을 모아 읽어보니 그 시절 저자의 고민이나 여자로서의 입장들이 작품에 많이 표현되어 있다.


    낭만이라는 단어를 얼마 만에 봤는지 기억도 안난다. 낭만이 귀한 시대. 정말 따뜻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에는 더 유식해보이고 세련된 표현들을 찾기 급급한데 이렇게 옛 문학을 읽으면서 10대에 자주 읽던 표현을 보니 추억도 새록새록 떠오른다.

  • 《나의 아름다운 이웃》은 2003년에 작가정신에서 펴낸 바 있는 박완서의 짧은 소설집이다. 이번에 리커버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
    《나의 아름다운 이웃》은 2003년에 작가정신에서 펴낸 바 있는 박완서의 짧은 소설집이다. 이번에 리커버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다. 원래는 1981년 《이민 가는 맷돌》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됐던 콩트집이 전신이었고, 이 콩트집이 절판된 지 십여 년 만에 작가정신에서 살려낸 소설집이라고 한다. 따라서 작품 대부분이 70년대에 쓰여졌다.

     박완서가 '책머리에'서 이 콩트집의 유래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이 있다. 유신시대에는 '잘 살아보자'는 구호에 맞춰 대기업이 우후죽순 생겨날 때였고, 각 기업들이 앞다투어 사보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때 사보에서 선호하는 문예물이 바로 콩트였고, 당시 문예지와 일반 교양지와는 댈 필요도 없이 비싼 원고료를 제공했었다고. 박완서는 높은 원고료에 이끌려 화장품회사 사보에 콩트 연재를 하기도 했었지만, '작가로서 자기 세계를 확립하기도 전에 돈맛부터 알게 된 자신'에 싫증이 나서 사보 청탁을 거절하기 시작했다고 고백한다.

     내겐 이 소설집이 내가 읽는 박완서의 첫 작품이었다. 때문에 유명 작가의 문체를 처음 읽는다는 생각에 읽기도 전부터 들떴다. 읽어보고 나니 짧은 소설집의 특성 상 장편소설에서만 느낄 수 있는 촘촘한 내러티브나 다양한 캐릭터를 엿볼 수는 없어서 아쉬웠지만, 박완서라는 작가의 매력은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70년대라는 시대상이 물씬 느껴져 향수와 아날로그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여성으로서 그때와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은 여성관과 여성의 고민이 보여 흥미롭고 안타까운 책이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짧은 소설은 <아직 끝나지 않은 음모> 시리즈다. 총 세 편으로 나뉘어져 있는 시리즈는 각각 분희-경숙-후남이라는 여성 셋을 조명하면서 진행되는 이야기다. 이들은 시어머니, 며느리, 손녀로 이어지는 가족관계이기도 하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음모 1>은 시어머니가 질투하듯 분희와 남편 장석 사이를 갈라놓고 있다고 고부갈등을 암시하며 막을 연다. 이에 장석은 어느날 갑자기 분희를 뒤란으로 끌고가서 마른 콩깍지 더미 위에 그녀를 눕혀 겁탈한다. 분희가 젊었을 적은 70년대보다 앞선 시대이니 부부강간이라는 개념이 더욱 생소하고 낯설었을 시기다. 장석은 이후 읍내 색주가와 정분이 나서 분희를 외롭게 했고, 서른 겨우 넘긴 젊은 나이에 징용으로 끌려가 영영 오지 않게 된다. 허나 분희에겐 불행 중 다행으로 그녀가 시어머니에게 외아들을 안겨드린 뒤로 시어머니는 분희를 더이상 괴롭히지 않는다. 아들 덕분에 숨통 트일 기회를 얻은 것이다. 남아선호사상이 팽배하던 시절, 분희의 기구한 사연은 분희 역시 외아들에게 집착하는 시어머니가 되게끔, 기울어진 사고방식을 되물림하게끔 만든다. 

     분희가 시대의 가해자로 작용하는 모습은 분희의 며느리 경숙 앞에서 드러난다. 경숙이 첫 아이로 딸을 낳자 분희는 딸 이름을 굳이 후남(後男)으로 짓기를 고집하고, 경숙은 울며 겨자먹기로 딸 이름을 시어머니 뜻대로 짓는다. 경숙과 남편은 금슬이 좋았고 경숙은 자신의 의견을 똑바로 말할 수 있는 당당한 여성이었지만, 그녀가 불임 판정을 받으면서 시어머니 분희에게 아들을 낳지 못한다는 은근한 압박을 받고 기를 펴지 못하게 된다. 결국 경숙은 남편이 첩을 들이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고, 첩이 아들을 낳아 (집안에서 가장 큰 어른인) 시어머니가 주도하는 가부장제 서사에서 이방인이 된다.

     분희와 경숙의 상처는 훌륭한 학교를 졸업하고 S산업의 사원으로 채용된 똑똑한 후남이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후남은 회사 동기와의 연애 결혼을 앞둔 상황에서 회사로부터 꾸준히 일을 그만두라는 압박에 시달린다. 하지만 일과 결혼을 두 손에 함께 쥘 수 있다는 용기가 있던 후남은 사직서를 내지 않는다. 이에 회사는 그녀와 남편 기철을 속초와 진주로 멀리 전근 발령을 내려 둘 중 한 명(특히 후남)이 퇴사하게끔 종용한다. 후남은 점점 투지를 잃는다. 아들을 지방으로 좌천시켰다는 시집 식구의 비난보다, 할머니 분희와 어머니 경숙의 애걸 때문이었다. 시집식구 눈밖에 나 시집살이를 마저 못 할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며, 더욱이 자신을 외아들과 다를 바 없이 떳떳하고 독립적으로 키운 어머니 경숙의 애원을 보며 후남은 혼란스러워진 것이다. 이 시리즈는 '여자 길들이기'의 음모가 끝나지 않은 도시에서 후남이 거듭 고배를 마시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세 여성의 서사와 캐릭터는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꾸준히 담당해온 남아선호사상의 피해자이자 가해자, 가부장제 이방인, 고정된 성역할과 똑똑한 여성의 프레임을 보여준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음모 3>는 남성 동기가 압도적으로 수세인 70년대 대기업에서 똑똑한 여성인 후남이 받는 질시와 후남 스스로 느끼는 고민이 현재 2019년에도 다르지 않아 놀라운 작품이기도 했다. 이 시리즈를 통해 박완서는 첨예한 고부갈등과 여성이 점차 가부장제와 고정된 성역할을 체화하는 과정, '아들'과 '딸'이라는 생물에게 느끼는 양가감정을 (딸을 원친 않았지만 효도로는 좋다는 분희의 입장이나, 딸과 아들은 둘 다 독립적일 수 있다고 하면서 딸이 시집을 가지 못할까봐 걱정하는 경숙의 입장) 깊은 통찰력으로 명징하게 그려낸다. 시대를 앞선 작가 덕분에 70년대에서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기분이었다.

     박완서의 유명작들을 꼭 읽어봐야겠다는 다짐을 굳건하게 만들어준 책이었다. 또한 이 책은 박완서의 유명작만 봐았던 독자에게도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갈 소설집이라는 생각이 든다. '짧은 소설'이라는 형식 자체에 매력을 느끼도록 만들어준 책이기도 해서, 출판사 마음산책에서 나왔던 김금희 작가나 이기호 작가의 짧은 소설집도 이 책 이후 연달아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은 역시 앞서 언급한 <아직 끝나지 않은 음모 3>에서 골랐다. 아래 첨부한다.
  • 그와 형의 끈, 부모와의 끈, 서울대학과의 끈을 끊어버리고 탯줄 끊긴 영아처럼 새롭고 고독하고 자유롭고 싶었다.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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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와 형의 끈, 부모와의 끈, 서울대학과의 끈을 끊어버리고
    탯줄 끊긴 영아처럼 새롭고 고독하고 자유롭고 싶었다.
    고고의 소리처럼 싱싱한 자기 목소리를 갖고 싶었다.

    그림의 가위 中 , 『나의 아름다운 이웃』(박완서, 작가정신) 

      사람 사는 일이란 어찌 이렇게도 비슷한지 모르겠다. 나와 내 주변의 이웃들 모두 누구나 겪어봤을 법한 일들이 콩트의 형식으로 독자 앞에 선보인다. 박완서 작가의 콩트집 『나의 아름다운 이웃』에는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하여 삶에 대한 성찰과 문제에 비판적 관점이 묻어난다. 자신의 책임과 스스로 무엇인가를 이루는 경험을 하지 못한 채 자라난 욱이의 이야기를 담은 「일식日蝕」, 부모의 기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해방되고픈 근수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의 가위」, 아등바등 돈을 아끼고 모아서 안정을 찾았으나, 삶에 찌든 옛 친구의 모습에 실망하여 돌아서는 「완성된 그림」 등은 독자의 실제의 삶까지 이야기가 이어지는 느낌을 준다. 박완서 작가가 콩트를 쓰게 된 것은 사보의 지면에 실으면 일반 문예지보다 훨씬 높은 고료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문학적이기보다 지극히 삶적인 이유여서 좋았다.

      당신은 노력했다, 쉬어도 좋다, 당신 잘못이 아니다... 요즘은 위로와 감성을 자극하는 에세이를 비롯한 도서들이 꾸준히 출간되고 팔리고 있다. 『나의 아름다운 이웃』은 1970년대를 배경으로 쓰여졌지만 약 50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 것만 같을 때가 많다. 「꿈은 사라지고」에서 기혼 여성의 취직이 어려움을 토로하는 부분은 현재까지도 유효하다. 경력단절 여성에 대한 정책이 시행되고는 있지만 크게 도움이 되는 것 같지는 않다.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아서 결혼한 여성은 일과 양육을 동시에 진행할 수도 없을 뿐더러 결국 일을 그만두게 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지금도 사람들은 평생 내 집 마련이 꿈이다. 그러나 돈을 어떻게든 아끼고 벌어서 집을 사고 아파트로 옮겨간들, 그 동안 행위 자체에 매몰되면서 그들의 인간관계는 파탄이 난다. 「아파트 부부」에서는 부부의 집에 시어머니가 오셨지만 결국 견디지 못하고 고향으로 다시 내려가는 장면이 나온다. 자신과 같은 노인이 설 곳이 없는 도시에서 다시 밖으로 밀려나고 마는 것이다. 사람이 생활하는 필수 조건은 돈과 자신의 집이다. 내 집 마련은 가장 중요한 주거의 문제이자, 돈을 모으기 위한 일이기도 하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옳단 말인가?

      『나의 아름다운 이웃』은 이에 대한 답을 내려주기 보단 독자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끔 한다. 각 장의 짤막한 소설의 결말은 각기 다르지만 우리에게 남다른 여운을 남긴다. 1970년대에 지어진 소설이 2019년도에도 유의미함을 가진다는 점에서 그러하고, 여기에 실린 이야기 중 지금과 다른 것이 과연 몇 개나 될지에 대한 의문도 남는다. 생각하기에, 페미니즘을 비롯한 진보적인 가치에 대한 담론이 이어지고 사람들의 사고가 바뀌는 것 같지만 여전히 보수적인 문화의 잔재는 남아있다.  『나의 아름다운 이웃』 또한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관념이 소설 내내 전제되어 있지만, 작가의 시선은 그렇지만도 않다.

    집 밖은 자유스러웠다.
    그리고 모든 것이 자기 탓이었다.
    그의 모든 잘잘못은 그에게로 돌아올 뿐 아무에게도 미룰 수 없었다.

    욱이에게 찢어질 듯한 아픔이 왔다.
    그런 느낌은 욱이 태어나고 나서 최초로 맛본 신기한 느낌이었다.
    그건 스스로 뭔가 할 수 있다는 자각이요 자존이었다.

    -  「일식日蝕」 116~117p,  『나의 아름다운 이웃』

      『나의 아름다운 이웃』에 실린 콩트 「일식日蝕」에서 부모와 주변 사람들로부터 공부만을 강요 받으며 살아온 욱이는 집을 나갔다 들어오고 나서야 스스로 하나의 주체적인 인간으로 성장한다. 스스로 책임지는 인간이 되었음을 의미하는 욱이의 통증을 통해서 작가는 아이가 자립할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십수 년을 자식을 기르는데 보내면서 스스로 그 틀에 갇히게 되는 건 부모와 자식 모두인 듯 싶다. 부모가 자식을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인간으로써 인지하는 것 또한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필연적인 마찰을 수반하는 것이리라.

       「어떤 폭군」에서는 결혼에 대하여 이렇게 이야기한다. "영미가 꿈꾸는 결혼은 서로 쥐고 쥐이는 결혼이 아니라 서로 사랑하는 결혼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서로 어른이 되야 할 것 같았다." 라고. 기가 센 며느리는 싫다는 진태네 집, 아내가 남편을 쥐고 살아야 한다는 영미의 집 사이에서 두 남녀는 서로가 서로에게 주도권을 가진 연기를 하기로 합의한다. 그러나 진태네 집에서 본 풍경은 진태의 모친이 부친을 쥐고 살았던 모습이며 모친 앞에서 철없는 어린애가 된 듯한 진태의 모습이다. 그 모습을 본 영미는 웃음을 참지 못한다. 결국 쥐고 쥐이는 것이 뭐 중요하겠는가. 둘이 성인으로써 서로가 좋아해서 하는 결혼이라는 본질이 가장 중요한 셈이다.

      일상이 문학이 되는 순간들을 기발하게 포착한 『나의 아름다운 이웃』은 때로는 유머러스하고 따스한 시선으로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낸다. 누군가에게는 지난 추억을 회상하는 일이 될 것이고 누군가는 살아가고 있는 자신의 일상을 떠올릴 것이다. 독자에게 자신과 주변사람들의 삶에 대해서 조용히 생각하게 만드는 『나의 아름다운 이웃』을 권하고 싶다. 
  • 초등학생 때부터 박완서 작...

    초등학생 때부터 박완서 작가님의 작품을 보면서 살아보지 못했던 시간 속 사람 사는 모습을 배우고 경험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언젠가는 분과 같은 글을 쓸 수 있는 여성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기도 했었는데 어느 날 박완서 작가님이 떠나셨고, 벌써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박완서 작가님과 한, 두명의 작가를 제외하고는 여성작가가 흔치 않아 인상적이기도 했지만 어린시절 엄마가 읽던 책을 훔쳐보면서 막연하게 이 분은 남자분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던터라 더 기억에 남을 수 밖에 없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전쟁 이야기에 사람 사는 모습을 생생하게 담은 건 남자이니까 가능하다는 편견이 있었던 것 같다. 물론 그 뒤로 여성작가님이라는 이야기와 더불어 엄마의 놀림을 받기도 했던 소소한 추억도 있지만... :)

     

    이번 작가정신에서 출간한 두 권의 신작은 8살의 초등학생이 28살이 되어서 박완서 작가님을 그리워 할 수 있는 기회라 출간 전부터 더욱 애타게 기다리고 반갑게 맞이했다. <나의 아름다운 이웃>은 생전 남기셨던 짧은 글들을 모아 만든 책으로 내가 좋아하는 <도시의 흉년>, <휘청거리는 오후>, <살아 있는 날의 시작>과 같은 연재소설을 집필하는 사이사이 기록한 삶의 이야기로

     

    끝맺음이 있는 장편소설과는 다르게 다양한 상상을 할 수 있는 재미가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매력을 뽐내고는 한다. 특히나 내 이웃이 경험한 것 같은 혹은 내가 살고 있는 시대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추는 것 같은 문체가 매력적인 작가님의 글 속, 문장 하나하나를 읽으며 삶을 살아가는 소소한 행복한 면과 또 반대로 녹록치 않은 우리네 인생을 경험할 수 있다는게 얼마나 행복한 즐거움인가

     

    열 권 정도되는 책을 모아놓고, 도서관에서 꽤 많은 책을 찾아 읽어보았다 생각했는데 아직 내가 읽어보지 못한 글들이 남아 있다는 것 자체도 감사하다.

     

    <나의 아름다운 이웃>은 이미 70년대에 쓴 글들로81 '이민 가는 맷돌'이라는 콩트집으로 출간 된 다음 작가정신을 통해 지금의 제목으로 개정판이 나오게 되었다고 하는데 나의 아름 다운 이웃을 비롯해 약 46편의 (시리즈 포함)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창호지에 바늘구멍 내고 바깥세상 엿보는 재미라 비유한 '콩트' 속에서 고치지 않은 70년대의 이야기가 2019년을 비추는 듯하다면 이상한 걸까? 초등학생 때 읽었다해도 꽤 오래 전 썼을 작품들을 읽으면서도 현재의 모습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건 박완서 작가님만의 작품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다. 시간이 지나도 오래되지 않은 듯 화려하지 않으면서 세련 된

     

    입는 옷의 디자인이 조금씩 달라지고, 사는 환경이 변하기는 했지만 사람들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건 비슷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작가님의 글 속에 변하지 않을 무언가를 담아 놓았기 때문일까

     

    <나의 아름다운 이웃>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모두가 속이 아름답지는 않지만 같이 살아가야하는 정겨운 사람들임에는 틀림없다.

     

    '그때 그 사람' 속 상철은 자기잘난맛에 사는 사람이다. 군대도 다녀오고 일류대학에 다니며 전통있는 기업가의 아들로 미래도 보장되었다. 장남도 아니라 시댁살이 해야할 필요도 없고, 강변에 58평짜리 아파트도 사놓은 셀프진단으로 완벽한 남자. 자화자찬이 심하다는게 별로이긴 했지만 생김도 나쁘지 않고 능력도 있으니 고만고만한 여자를 찾아 장가를 가겠구나 싶었던 그에게 하나 오류는 자기가 너무 잘나서 잘난 여자를 봐도 잘난지 예쁜지를 모르는 것이라는거?

     

    막연하게 조건 말고 영혼에서부터 불타오르는 사랑을 기대하던 그에게 찾아온 인연은 재밌게도 대학 때 친구를 대신해 만났던 대리 미팅의 여주인공이었다.

     

    평소처럼 고급스러운 곳을 간 것도 아니고 포장집에서 소주를 마시며 거기를 한없이 쏘아다녔던 그 날 함께했던 여자, 운명처럼 그 여자를 다시 만남으로 그는 황홀함과 영혼 깊은 곳에서 불이 당겨진 것을 느끼며 이야기는 끝이난다.

     

    짧은 소설 중에서도 '그때 그 사람'을 소개한건 70년대의 이야기인데 흡사 요즘 우리가 읽는 로맨스소설의 재벌남이 사랑에 빠지는 조건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였다. 평소 해보지 못했던 것을 경험하고 나 좋다는 사람은 감흥없고 나 관심없다는 사람에게 사랑에 빠지고

     

    시대 이야기를 하면서 읽기 시작했는데 그 때나 지금이나 사랑에 빠지는 조건은 시크함이 필수인가 괜히 궁금해지고 웃음이 난다 :)

     

    여대생 시절에 여왕으로 뽑힐정도로 예뻤던 '''마른 꽃잎의 추억 1~4'도 재밌는 사람이야기

     

    인기많던 여대생이 자신을 좋아해주던 남자 중 한명과 결혼해 풍파없이 살아오며 강북에 집도 장만한 어느 날 집 근처 고궁을 걷다 고궁에 안긴 것처럼 다소곳해 보이는 고대화랑을 보게 되었다. 그 곳에 적힌 낯익은 화가의 초대전을 떠올리며 자신의 추종자였던 그를 기억하게 됐고, 그녀는 감미롭되 부도덕하지 않은 낭만을 꿈꾸게 된다.

     

    물론 대학을 다니며 그와 함께 다녔지만 결혼을 하지는 않았다. 미래가 보장되지 않은 화가의 아내를 선택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시간이 흘러 그가 그녀를 어떻게 생각할지도 모르는데 그의 초대전만 보고 낭만을 꿈꾸거나 스스로 그의 아내가 될 수도 있었다며 감동과 질투심을 가지며 화랑에 들어가는 모습이 우습기도 했다. 그런데 그곳은 현실이었다.

     

    어여쁜 여대생의 날카로운 비판을 받는 가난한 대학생 화가가 아닌 귀부인의 찬사를 받는 유명 화가가 인터뷰를 하고 있었고, 그녀는 그림도 볼 틈 없이 화랑에 차려진 음식을 푸짐하게 먹으며 냅킨에 가방에 야금야금 음식을 챙기는 누군가의 아내.

     

    적당히 배고픈 날 다시 가보리라고, 시작의 낭만과 다르게 그를 만나고 싶은 흥미는 이미 없다고 말하며 뒤돌아서지만 그녀의 가방 속 달콤한 음식처럼 그녀에게는 아직 자존심과 미련 한가닥이 가슴에 꾸물거리고 있다. 아직 시들지 않은 꽃잎 같은 그녀가 마른 꽃잎이 되기에는 감정이 정리가 필요해 보이는데 그 이야기는 좀 더 흥미롭게 2~4편에 이어진다.

     

    내가 선택하지 않는 사람이 잘난 사람이 되자 샘솟는 낭만과 한 편으로 지울 수 없는 열등감, 그리고 그 안에 남아있는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그린 어느날의 추억은 추억으로 남겨야 달콤하지 않을까...?

     

    1970년대는 긴장과 억압의 시대였다고 한다. 나도 잘 모르지만 작가님의 작품 속에서 조금이나마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이 무엇을 두려워 했는지 무엇에 억압받아야 했는지 삶이 왜 고달팠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것은 지금과 다른 이야기이지만 같은 모습이라 더 공감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는 거 하나만은 확실하다. 내가 20년이 흘러서도 박완서 작가님의 작품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건 그 안에 내가 있고 내 이웃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오랜만에 책장에 정리해 두었던 작가님의 책들을 한 번씩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저녁이다.

  • 박완서 작고 8주기를 기...

    박완서 작고 8주기를 기념하며 작가정신에서 출간한 두 개의 짧은 소설 모음집이 있죠.


    후배작가들이 그녀에게 바치는 헌사 <멜랑콜리 해피엔딩>,


    그리고 박완서 작가가 남긴 짧은 소설 모음 <나의 아름다운 이웃>.

     

    <나의 아름다운 이웃> 을 나중에 읽게 된 것이 오히려 잘됐다 싶은건


    후배작가들의 작품은 따라올 수 없는 반전의 기술이 너무나 노련했고


    무엇보다도 우리 주변에 있을법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는데


    그 속에서 전해지는 묵직한 감동이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 깊은 여운을 남겨주었어요.


    역시!!!


    이 한마디로 다했습니다.^^








    5박 6일 나혼자 제주도여행을 지금도 진행중이예요.


    <나의 아름다운 이웃> 을 읽고 남기는 이 기록 역시


    제주도 동부 조용하고 작은 마을 종달리의 어느 게스트하우스에서


    노트북으로 쓰고 있어요.


    오늘 여행을 모두 마치고 6시 남짓한 시간부터 10시 넘어서까지


    남은 부분을 완독하고 이제서야 기록을 남깁니다.


    여행 때문에 피곤해서 늦어지면 어쩌나 했는데 오늘 읽다 보니


    끝까지 안 읽을수가 없게 짧은 소설 하나하나가 다 재밌어요!!


    어떻게 이렇게 소설을 잘 쓰실수가 있을까요.


    너무 늦게 알아봐서 죄송할 정도입니다.^^;; 


    제주도에도 박완서 문학은 중심에 있더라구요.


    너무 반가워서 찍은 사진들 함께 합니다.

     

     

     

     

    제가 지금 있는 종달리에 유명한 "소심한 책방" 이라고 있어요.


     어딜 가나 그 지역의 책방투어를 하는 탐서가입니다. ㅎㅎㅎ


    당연히 제주도에서도 책과 관련된 공간을 찾아 다니고 있고


    바로 오늘 다녀온 "소심한 책방" 에서도 박완서 문학을 만나고 왔어요.

     

     

    이곳은 종달리로 넘어오기 전 어제 서귀포의 카페 인터뷰에서 발견한


    박완서 문학들입니다.


    아예 박완서를 기리는 섹션이 마련되어 있어서


    산문집까지 소개되고 있더라구요.

     

     

     

     

     

     


    사람 사는 집은 다 비슷하단 사실이 놀랍고 유쾌했습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몰랐던 수많은 것들이 안개가 걷히듯


    드러나는 몇가지 중에 하나.... 이 사실에 요즘 저도 격하게 동의합니다.^^


     

     

    이번에 박완서 오마주 작품을 출간한 작가정신.


    이번 책 두권 모두 겉커버를 벗기면 이렇게 또 한권의 책이 드러나는데


    너무 멋진 커버예요.


    그래서 자꾸 커버를 벗기곤 합니다. ㅋㅋㅋ


    디자인적으로 멋진 책들은 그냥 소장하고픈 욕구가 생기죠.


    하루키에 열광하는 분들이 <노르웨이의 숲> 리커버를 무조건 사듯이 말이죠~~~




     

    박완서 문학을 문장 하나만 보고 평가하기에는


    하나의 작품이 보여주는 짜임새가 훌륭하지만


    이런 문장들 하나하나가 모여서 또한 울림을 주는 작품이 되기도 하니까요.


    때로는 문장 하나가 그 작품 전체, 그리고 등장인물을 대변하기도 하듯이요.


    "후남이는 결혼하길 원했으나 예속되길 원하진 않았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음모 3- 중에서


    이렇게 박완서 짧은 소설이 많이 담긴 이 책 속에서


    읽다가 중간중간 나중에 다시 한번 곱씹고 싶어서 남겨두었습니다.

     

     

    이 외에도 많지요. ㅎㅎ

     

     

     

     

     

     

    제주도여행 오기 전에는 필사하면 읽었는데


    아무래도 여행중이라 글씨를 쓸 공간이 마땅치 않아서


    후반부는 느낌으로만 간직합니다.


    사실 <멜랑콜리 해피엔딩> 은 작가들이 다 다르고 작품 스타일도 달라서


    하나의 중심이 없다보니 기억이 몇개만 나지만


    <나의 아름다운 이웃> 은 개인적으로 제게는 박완서 문학의 정수를 느끼게 해줘서


    정말 기억에 오래 남을거 같아요.


    박완서 문학을 추천하기 보다는


    "문학작품이란 이런 것" 이라며 앞으로 추천하는 책이 될거 같아요.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멜랑콜리 해피엔딩> 도 그 나름의 매력이 분명 있어요.


    지금 제가 너무 박완서 문학을 늦게 알아본 것에 대해 죄송할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받아서 그렇다 생각하셔도 됩니다. ㅋㅋ

     

    작품마다 갖는 내용적인 재미와 더불어 콩트, 짧은 소설이 주는 위트와 반전까지


    <나의 아름다운 이웃> 은 정말 문학작품을 읽는 재미까지 갖추고 있다고 생각해요.


    흐름이 장편처럼 길지 않으니 소설을 읽고 싶을 때


    박완서 짧은 소설 <나의 아름다운 이웃> 이 딱입니다.



    €제주도의 귤피차 마시면서 뜨끈한 방바닥에 몸을 누이고


    화장실 갈 때 빼고 계속 몰입해서 읽었던 <나의 아름다운 이웃>.


    제목도 어쩜 박완서의 문학세계가 전해지는지요. ㅎㅎㅎ

    개개인의 인생에는 우리가 모르는 그들만의 사연이 있고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걸 이제서야 알아갑니다.


    삐딱한 시선이 아니라 박완서 작가처럼 사랑과 연민이 담긴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지금보다는 좀 더 편안해지고 행복해질 것만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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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금 환불 및 환불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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